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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인과 동인녀의 정신분석/사이토 다마키 지음

    ‘은둔형 외톨이’란 말이 있다. 사회적 관계망에서 단절된 채 직업 없이 집에 틀어박혀 지내는 사람을 일컫는다.‘방구석에 틀어박혀 지내는 사람’이란 뜻의 일본말 ‘히키코모리’에서 왔다.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이들은 밤에는 잠을 자지 않고 인터넷, 비디오게임 등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새벽 5∼6시쯤 잠든다. 오후 3∼4시쯤 일어나 빈둥대다가 밤이 되면 같은 생활을 반복한다. 밥도 혼자 먹고, 가족간 대화도 없으며, 말을 걸면 화부터 내고, 욕설이나 폭행을 행사하기도 한다. 홀로 살기가 현대인들의 트렌드라고는 하지만 이같은 병적인 틀어박히기는 최첨단 과학문명 이면에 도사린 아픈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조사에 따르면 은둔형 외톨이는 일본의 경우 100만명, 우리나라는 12만여명에 달한다. ‘히키코모리’ 개념을 최초로 사회에 알린 일본 정신의학자 사이토 다마키 박사의 책 ‘폐인과 동인녀의 정신분석’(김영진 옮김, 황금가지 펴냄)은 인터넷 중독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요즘 의미심장하게 읽힐 만한 책이다. ●보통은 청소년기 등교거부로 시작 저자는 책에서 은둔형 외톨이들의 특질을 진단하고, 다양한 유사 현상들까지 세밀하게 살펴본다. 은둔형 외톨이의 시작은 보통 청소년기 등교거부에서 시작한다. 사소한 학교 부적응 등으로 학교를 한두번 빠지기 시작하다가 아예 등교를 거부한다. 집에선 충고를 듣거나 의논하는 게 싫어서 부모를 피하기 시작하고, 결국 방에 갇혀 두문불출하면서 밤과 낮을 바꿔 생활하게 된다는 것이다. 취업난과 실업난이 장기화하면서 이같은 현상을 겪은 성인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은둔’이 무엇인가에 몰입하는 취미성과 연관된다는 임상적 사실을 통해 ‘오타쿠’에도 주목한다.‘오타쿠’는 ‘당신’이란 뜻을 지닌 2인칭 대명사로, 원래 상대편을 높여 부르는 말.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 등 서로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동호회에서 만나 서로 존중해 ‘오타쿠’라고 부르던 것이 마니아를 넘어 집착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책은 오타쿠를 이해하는 코드로 ‘성(性)’을 내세운다. 오타쿠 창작물의 대부분은 기존 상업 작품을 포르노화한 패러디물인데, 특히 여성 오타쿠(同人女)들의 패러디는 남자끼리의 연애와 섹스를 주제로 한 ‘야오이물’이 압도적이다. 어린아이들을 성적 대상으로 삼는 ‘로리콤’, 몸의 일부가 짐승인 소녀 등 오타쿠의 성적 환상은 기괴하고 변태적이기에 사회에선 ‘오타쿠=변태’ 또는 ‘오타쿠=잠재적인 엽기 범죄자’란 편견이 지배한다. ●‘오타쿠=잠재적인 엽기 범죄자’는 편견 그러나 저자는 오타쿠들은 변태도, 정신 이상도 아니며, 단지 허구를 즐기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라는 것을 밝힌다. 이들은 우리나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생겨난 용어인 ‘폐인(嬖人)’과 비슷하다. 폐인은 무언가 심하게 몰두한 나머지 사회적 관계 등을 소홀히 하고 일반적 생활패턴을 벗어난 사람들이다. 하지만 오타쿠나 폐인은 일상을 아예 포기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은둔형 외톨이와는 분명히 구분된다. 오타쿠 분석에 이어 저자는 컬트와 해리 등 오늘날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정신병리적 현상들을 하나하나 짚어나간다. 컬트 집단의 특징은 종교적 현상과 매우 비슷해 사람들에게 매우 혼란을 주기 쉽다.‘도를 아십니까.’‘자아를 버리면 평안해진다.’ 등의 가르침을 통해 인간이 결코 버릴 수 없는 개별성을 버린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는 것. 하지만 결국 아픔에 공감할 줄 모르는 무감각한 인간을 만들어낼 뿐이다. 컬트 집단의 특징은 사이비 종교뿐만 아니라 기존 종교나 각종 집단에까지 스며들어 있음을 경고한다. ●컬트집단 기존종교에까지 스며들어 저자는 또 아이들이 자신의 분신으로서 대리 몬스터로 하여금 싸우게 하는 포켓몬스터 게임을 통해 해리의 문제를 짚는다. 기존의 대표적 정신병리적 현상인 ‘분열장애’는 후퇴하고,‘다중 인격’으로 대표되는 ‘해리장애’가 전면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한다. 수백명의 은둔형 외톨이를 진료한 경험을 가진 지은이의 결론은 이렇다.‘방안에 틀어박혀 은둔하는 쪽이나, 게임이나 만화에 몰입하는 쪽이나 생각만큼 심각한 병리를 가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치하면, 결국 심각한 병리로 발전한다. 이들의 사회적응을 돕기 위해 사회와 전문가들이 적극 나서는 수밖에 없다.’1만 3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한미 ‘北인권 거론’ 북핵 압박

    |워싱턴 박정현특파원|10일(한국시간 11일 새벽)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목되는 점은 세 가지다.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론했고,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회담에 배석했으며, 북핵문제 해결 시나리오를 다뤘다는 것이다. 북핵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원칙을 재확인한다는 외교적 수사의 이면에는 북핵문제에 대한 두 정상의 우려와 긴장감도 느낄 수 있다. 북한에는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북한 인권문제 거론은 사실상 김정일 정권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듯하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인권유린이 자행되는 북의 상황을 지켜 볼 수 없다는 인식 아래 북에 대한 미국 정부 차원의 지원을 하고, 북한 이탈주민의 보호와 망명을 받아주겠다는 내용으로 된 북한인권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당시 북한은 이 법을 고립·압살정책의 도구로 규정하면서, 미국이 부당한 내정간섭을 기도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북한 인권문제는 6자회담 복귀를 질질 끌고 있는 북한을 당장이라도 응징하겠다는 미국과 이를 말리는 한국의 접점일 수도 있다. 북한이 시기를 정하지 않고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한·미 정상이 인권문제를 거론함으로써 앞으로 6자회담을 통한 북핵해법은 복잡한 경우의 수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당초 예정에도 없던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배석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우리측에서는 윤광웅 국방장관 대신 이상희 합참의장이 배석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럼즈펠드 장관은 해외 순방 중이었으나 조기에 귀국하면서 배석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 대북 제재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마당에 미 행정부 내의 대표적인 강경파인 럼즈펠드 장관의 배석은 ‘상당한 시그널’을 갖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회담에서 북핵 상황이 좋아질 경우, 악화될 경우, 지지부진한 상황이 계속될 경우에 대비한 시나리오별 대책도 거론된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에 끌려다니지 않고 북핵 해결을 주도하겠다는 얘기다. 두 정상이 한·미 동맹이 공고하다는 점을 재확인함으로써 한·미 동맹을 둘러싼 분열현상은 일단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잇따른 미국과의 조율과정에서 잡음을 상당부분 청소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한·미 동맹 봉합작업은 비온 뒤 굳어지는 식과는 달리 언제든지 균열상이 터질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는 불안정성을 갖고 있다. jhpark@seoul.co.kr
  • 부시 지지율 최악

    미국 국민의 55%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국가를 통합시키기보다는 분열시키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52%는 부시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은 지난 2∼5일 전국 성인 1002명을 전화로 설문조사(표본오차 ±3%)한 결과 부시 대통령의 직무 지지도가 재선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예상대로 이라크 전쟁이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를 끌어내린 주요인이었다. 국민의 58%는 가치가 없는 전쟁이라고 여기고 있으며 45%는 이라크가 미국에 제2의 베트남이 될 것으로 여겼다. 또 52%의 미국인은 이라크 전쟁이 미국의 장기적인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갈길은 먼데…” EU 자중지란

    |파리 함혜리특파원| 유럽합중국의 목표를 향해 항해하던 유럽연합(EU)호가 좌초 위기에 처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유럽헌법 부결로 통합회의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가운데 영국이 국민투표 무기연기를 선언, 본격적인 궤도이탈을 예고했다. 통합유럽의 미래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유로화 가치는 힘을 잃고 있으며,2007∼2013년 재정 분담금 협상도 회원국들간 이견으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강대국간 갈등고조 가능성 영국의 국민투표 무기연기 선언은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지난 4일 정상회담에서 다른 국가들의 비준 작업은 계속돼야 한다고 촉구한 가운데 나왔다. 그런 만큼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강대국간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럽 주요 언론들은 7일 “영국이 EU 헌법에 사망선고를 함으로써 유럽을 분열시키려 하고 있다.”고 맹렬히 비판했다.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의 주요 신문들은 영국이 유럽 통합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프랑스·독일 동맹에 심각한 타격을 가함으로써 유럽을 분열시키고 그 틈새를 파고들어 유럽을 지배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은 EU 지도자들에게 “유럽헌법이 폐기됐다고 선언하지 말고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될 EU 정상회담까지 기다려 달라.”고 호소했다. ●재정분담금 협상도 난항 오는 16∼17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EU정상회담에서 회원국 정상들은 유럽헌법 비준 문제 외에도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는 2007∼2013년 재정분담안 협상을 마무리지어야 하지만 이 역시 각국의 이해가 엇갈려 합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오는 9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독일은 분담금을 현재보다 낮추기를 원하고 있다. 네덜란드도 국민투표 부결 이후 더욱 강력하게 분담금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의장국 룩셈부르크가 내놓은 재정분담안은 EU에 대한 총분담액을 국민총소득(GNI)의 1.06∼1.09%로 제한할 것을 제안하고 있지만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스웨덴, 오스트리아는 분담비율을 GNI의 1%로 동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영국이 지난 1984년 경제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확보한 환불규정(리베이트)의 철폐안도 논란거리다. 프랑스 등은 영국의 경제가 다른 어느 유럽국가보다 호전된 만큼 이 규정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영국은 “분담안의 환불규정 철폐 부분을 없애지 않으면 주저 않고 재정분담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반발하고 있다. lotus@seoul.co.kr
  • 盧대통령 “공동체적 통합이 숙제”

    노무현 대통령은 6일 “공동체적 통합을 이루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숙제”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제50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헌화 분향한 뒤 추념사를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공동체적 통합’에 대해 “내부 분열과 갈등을 넘어서고, 변화가 필요할 때 국민적 합의로 변화를 결정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공동체적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균형된 사회를 만드는 것과 성숙한 민주주의의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사회 각 주체의 창조적 참여 자세를 거듭 촉구했다. 균형사회에 대해 노 대통령은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그리고 수도권문제 해결을 통해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대화와 타협을 통해 갈등을 풀어가야 한다. 특히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수용할 줄 아는 관용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儒林(356)-제3부 君子有終 제3장 慕古之心

    儒林(356)-제3부 君子有終 제3장 慕古之心

    제3부 君子有終 제3장 慕古之心 특히 퇴계는 ‘거경궁리’를 주창한 정이천의 다음과 같은 말을 심법의 근원으로 삼고 있었다. “흩어진 마음(心)이 거두는 마음을 찾는 까닭이 흩어진 마음을 바로잡는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所以求 放心之心是乃 放心之法)” 실제로 퇴계는 오로지 한마음으로 정신 통일하는 심법에 홀로 매달린다. 심지어 퇴계는 한발짝 걸을 때마다 자신의 마음이 한걸음에 집중되는지 아닌지 혼자서 실험해 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얼핏 보면 이 발걸음 하나도 지극히 어려운 것임을 퇴계는 깨닫는다. 발걸음 하나가 습관적이거나 일상적이 되지 아니하고 마치 천지가 움직이는 것 같은 무게를 지니기 위해서는 한걸음 동안에 온 마음이 그곳에 실려 있어야 하는데, 한걸음 동안에 이미 만감이 교차하고, 나중에는 걷는다는 자의식이 생겨나 마음이 산란해지고 분열됨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는 선불교에서 우리가 무심코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을 하나하나 끊어서 숨을 들이쉴 때는 오직 들이쉬는 것만 생각하고 내쉴 때는 오직 내쉬는 것만 생각하여서 나와 외계가 혼연일치되는 무심에 들어가는 것을 정진하듯 퇴계는 심법을 터득하기 위해서 이 독특한 걸음공부를 혼자서 연구하였던 것이다. 이에 대해 퇴계는 다음과 같이 고백하고 있다. “마음을 온전히 지키는 것은 가장 어려운 일이다. 젊었을 때 나는 걸음을 걸으면서 마음을 실험해 보았는데 한걸음 동안에 마음이 오직 한걸음에 머물러 있기가 참으로 어려웠다.” 먼 훗날 도산서당에서 제자 김성일이 퇴계에게 마음이 어지러운 까닭을 묻자 퇴계는 다음과 같이 대답해 주었다. “대개 사람은 이(理)와 기(氣)가 합해서 마음(心)이 되는 것이니, 이가 주인이 되어 기를 거느리면 마음이 고요하고 생각이 한결같아서 스스로 쓸데없는 생각이 없어지지마는 이가 주인이 되지 못하고 기가 이기게 되면 마음은 어지럽기 그지없어서 사특하고 망령된 생각이 뒤섞여 일어나 마치 물방울바퀴가 둘러 도는 것 같아 잠깐 동안의 고요함도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또 사람은 생각이 없을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실없는 생각을 버려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거경(居敬)만한 것이 없으니, 경하면 마음이 한결같고, 마음이 한결같으면 생각은 스스로 고요해지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다른 제자 이덕홍이 ‘거경(居敬)’이 무엇인가 하고 물었다. 이에 퇴계는 주자의 가르침을 빌려서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사람이 일을 하려면 반드시 뜻을 세움으로써 근본을 삼아야 하는 것이다. 뜻을 삼지 않으면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이며, 또 비록 뜻을 세웠다고 해도 진실로 거경하여 이 마음을 바로 지키지 않으면 또한 범연(泛然)히 주장이 없어져서 아무 하는 일 없이 나날을 보낼 것이니, 다만 실속 없는 말에 그치게 될 것이다. 뜻을 세우려면 모름지기 사물 밖으로 높이 뛰어 넘어서야 하고 거경하려면 항상 사물 가운데 있으면서 이 경과 사물로 하여금 어긋나지 않게 하여야 하는 것이다. 말할 때도 모름지기 경해야 할 것이고, 움직일 때도 모름지기 경해야 할 것이며, 앉아 있을 때도 모름지기 경해야 할 것이니, 잠깐이라도 이 경을 버릴 수 없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퇴계는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제자들을 둘러보고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이 말은 학자의 생활에 가장 절실한 것이니 반드시 깊이 체험하여 실행해야 할 것이다.”
  • “동북아 패권국 위상 확립 노림수”

    “미국이 한국을 믿지 않기 때문에 일본이 얻은 북핵 정보를 한국과 공유하기가 상당히 어렵다.”(11일 야치 쇼타로 외무성 사무차관 발언) “6월10일 한·미 정상회담 열릴 것”(24일 요미우리신문 보도)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작전계획 5029에 대해 미국이 문제를 제기할 것”(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 한국·미국과 공히 연관된 사안과 관련, 최근 잇따라 터져나온 일본발(發) 뉴스들이다. 적어도 겉으로만 보면 일본이 미국의 대변인을 자임한 인상이다. 한·미 정상회담 일정의 경우 정확한 보도로 확인됐기 때문에 정황상 나머지도 무작정 거짓으로만 치부하기가 힘든 지경이다. 일본은 지금 무엇에 의해, 또 무엇을 위해 이런 식의 행보를 보이는 것일까. 장성민(세계와 동북아포럼 대표) 전 의원은 27일 “미국이 북한을 조여드는 구도에서 일본이 전위대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미 정상회담 일정과 의제를 당사자도 아닌 일본 언론이 잇따라 보도한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면서 “미국 정부가 한국 내 반미감정을 우려, 미국 언론 대신 일본 정부와 언론을 통해 한국 정부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야치 차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장 전 의원은 “미 국무부 관리가 시계라면 일본 외교관은 시침이나 분침으로 보면 된다.”며 “부시 행정부의 메시지가 담긴 다분히 의도된 발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일본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장 전 의원은 “일본은 미국과 ‘찰떡 동맹’임을 과시함으로써 동북아 제일의 패권국가로서의 위상을 확립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 소련이 미국과의 군비경쟁으로 국력을 탕진해 무너졌듯이 중국도 만일 경제력이 10배나 큰 일본과 헤게모니 쟁탈전을 벌이려 든다면 13개성으로 구성된 나라가 도산하면서 분열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미국이 바라는 시나리오”라며 “미국은 일본을 키워줌으로써 중국을 견제하려는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본과 가까운 서울의 한 외교 소식통은 ‘의도설’을 부인한 채 한국 정부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이 소식통은 “과거 핵폭탄을 경험했던 일본은 북핵의 제1표적이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큰 게 사실”이라면서 “일본으로서는 기존의 한·미·일 3각동맹 구도를 토대로 북한을 압박해 나갔으면 하는데, 한국 정부가 이 틀을 벗어나 북한·중국쪽으로 접근하는 데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열린세상] 시대정신 담은 黨名/양길현 제주대 정치학 교수

    해방 이후 한국정치에서는 양당 또는 2.5정당 체계가 주를 이루어왔다. 이승만정부와 박정희정부 시절에는 집권여당인 자유당과 공화당에 대해서 반독재 민주의 기치를 내건 야당의 양당체계가 지배적이었다. 이 경우 민주당·신민주당 등으로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야당은 항상 민주를 표방하였고 또 그에 집착하였다. 1980년 이후 민주정의당·민주자유당으로 명명하면서 여당도 잠시 민주의 기치를 내걸었지만 진정 여당이 민주의 기치에 얼마나 헌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그래서인지 신한국당과 한나라당으로 개명한 구 집권여당은 민주보다는 국가를 더 강조하는 듯싶었는데, 이것이 당의 정체성에 더 도움이 된 것 같기도 하다. 1987년 통일민주당과 평화민주당으로 나뉜 야당 분열과 민주자유당과 자유민주연합으로 나뉜 여당 분할에서 4당 모두 민주를 내걸었다. 그만큼 1987년은 민주의 전성기였고 지배시기였다.1987년 이후 더 이상 반민주는 터 잡기가 어려울 만큼 공식과 비공식 모두에서 민주는 통치이념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민주가 최고의 통치이념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면서 오랫동안 민주를 표방해온 야당이 집권할 가능성은 커졌지만, 통일민주당과 범여권 간의 보수대연합은 1992년 여전히 국가를 중시하는 신한국당의 집권으로 이어졌다. 신한국당 집권이 지역대결에 편승한 측면이 컸던 게 사실이지만, 또한 여전히 민주 못지않게 국가의 기치도 유효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지역대결과 국가 기치를 통한 성공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보수-개혁의 세대 대결 틈바구니에서 두 번이나 대선에서 패배했다. 1997년 대선에서 국가를 내건 한나라당에 대해 민주를 내건 새정치국민회의가 승리함으로써 평화적 정권교체라는 민주의 제도화가 가능하게 되었다. 여전히 ‘대한민국주의’가 지배적 담론의 하나로 흔들림 없이 자리하고 있지만, 2000년 새천년민주당으로 이름을 바꾼 새정치국민회의의 집권은 대한민국 역사상 4·19 이후 잠시 동안 존재했던 민주당정부 이후 두번째로 민주의 승리를 획하면서 향후 대한민국은 민주의 주도하에 나아가리라는 기대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2002년 이후 한국의 정당체계에서 민주는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새천년민주당 이름으로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 당선파들이 열린우리당으로 딴 살림을 차리고 나가게 되면서 민주의 기치는 양분되고 말았다. 민주당은 주권재민의 민주 기치보다는 빼앗긴 권력에 대한 분노의 감정 표출로 인해 탄핵에 찬성함으로써 3당으로 물러나 있지만, 탄탄한 지역 기반으로 어떻게든 버텨나갈 전망이다. 그러나 탄핵을 거치면서 민주당은 너무 큰 상처를 입어서 수권정당의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2007년 대선은 국가 중시를 내건 한나라당과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 간의 한판 승부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문제는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열린’의 의미는 개방성을 뜻한다고 보겠지만,‘우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이다. 만약 ‘우리’가 개혁이라는 코드 중심의 공동체를 의미하고 있다면, 이는 한나라당의 보수와 열린우리당의 개혁간의 양당체계를 전제하고 있는 듯싶다. 이렇게 해서 권위주의 시절 민주·독재의 양당체계에서 1987년 민주화 이후에는 국가·민주의 양당체계로 이행하였다가 2002년 이후에는 보수·개혁의 양당체계로 변화하게 되었다. 만약 사안이 이렇다면 2007년에 대비한 열린우리당의 방책은 자명하다. 열린 자세로 개혁지향의 세력을 한데 묶는 것이다. 과거 민자당·통일민주당·자민련 사이에 범보수대연합을 이루어 민주세력에 승리했듯이, 이번에는 범개혁대연합을 이루어 명실상부하게 민주의 큰 흐름 속에서 개혁을 결집할 때 보수와의 한판 승부가 멋지게 펼쳐지게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열린우리당과 같이 애매한 당명보다는 민주와 개혁을 아우르는 민주혁신당으로의 재출발과 함께 한나라당도 민주한국당으로서 보수의 결집을 노리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2007년 대선은 지역대결을 떠나 보수와 진보간의 균형 잡힌 정책대결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양길현 제주대 정치학 교수
  • [기고] 인간배아는 생명이다/이동익 가톨릭대 윤리학 교수

    황우석 교수의 인간배아 줄기세포 생산에 관한 연구 결과 발표에 온 세계가 떠들썩하다. 난치병 환자들로부터 직접 체세포를 추출하여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고, 또 인간배아를 만드는 데 이전의 0.1%의 성공률을 6% 가까이로 끌어올렸다는 것이 황우석 교수팀의 놀랄 만한 성과라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성간 그리고 다양한 연령층의 배아 복제 성공도 큰 성과로 평가하기도 한다. 황 교수의 표현대로라면 젓가락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우리 민족이기에 이룰 수 있었던 우리 민족만의 위대한 성과이다. 그런데 이 표현이 필자에게 매우 씁쓸하게 느껴지는 것은 세계가 깜짝하는 이 놀라운 성과가 단지 젓가락질의 격찬이지, 의학을 비롯해 세상의 모든 학문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인간의식의 통합과 조화라는 참된 인간됨의 구현과는 오히려 거리가 먼 표현처럼 들리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황 교수의 연구 결과를 놓고 우리나라의 모든 언론이 앞다투어 그 성과를 홍보하기에 여념이 없다. 노벨상 수상자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다는 개인적 칭찬에서부터 미래의 인류사회에 미칠 놀라운 변화에 이르기까지 나름대로의 전문성을 가지고 설명함으로써 온 국민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있다. 건강과 무병장수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진대 국민들은 벌써부터 그렇게 살게 되었다고 착각할 정도이다. 언론의 힘이랄까? 난치·불치병으로 힘든 삶을 살고 있는 환자들에게 당장 삶의 의욕을 불어넣어주고 있으니…. 이렇게 막강한 위력을 가지고 있는 일부 언론이 인간 배아를 단순한 세포 덩어리로 묘사하고 있다는 게 매우 놀랍다. 하기야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서도 인간 배아를 일정기간까지 분열한 세포덩어리로 간주하고 있으니 악법과 막강 언론으로부터 세뇌되는 일반 국민의 생명의식을 무어라 탓할 수 있겠는가? 중등 생물 교육을 받은 국민이라면 누구나 생명의 단위는 세포이고 그 세포가 생명의 주체라는 점에서 세포 역시 엄연한 생명체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더구나 인간 배아는 이 시기에 한 사람의 고유한 인간으로서의 독자적인 특성을 갖게 된다. 이미 한 사람의 고유한 유전인자가 주어지고, 역동적으로 자기 생명을 전개해 나가면서 경탄할 만한 생명력을 보여주는데, 이를 어떻게 단순한 세포덩어리라고 하면서 세상을 호도할 수 있단 말인가? 두 해 전쯤 생명윤리법 논의가 한창일 때 황 교수는 한 공개된 장소에서의 토론회에서 인간 배아를 단순히 세포덩어리로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그런 학자적 양심에서 어떻게 생명인 인간 배아를 파괴하는 연구를 자랑스럽게 정당화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생명체인 인간 배아에 대한 일부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 역시 우리 사회에 얼마나 엄청난 생명경시 현상을 부추길 것인지에 대해서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걱정이 매우 크다.0.1∼0.2㎜밖에 안 되는 미미한 배아가 희생되어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쾌유와 기쁨을 주기 때문에 선한 일이고, 노벨상을 받을 만하다고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 이미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우뚝 선 낙태 천국으로 만들고 말았다. 이런 논리의 발전이 아마 머잖아 안락사까지도 합법화되는 우리나라로 만들고 말 것이다. 소생 가능성이 없는 말기환자라고 해서 더 이상 존엄성을 가진 인간이 아니라는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에 내가 살고 있다면 그 얼마나 끔찍할까? 한 사회에서 질병 없이 건강한 삶을 산다는 것은 그 사회 구성원의 정당한 권리이며, 이를 위해 그 사회는 여러 의무를 갖는다. 그러나 그 의무를 위해 절대 생명의 가치관을 버릴 수는 없다. 질병을 극복하는 것보다 생명권을 존중하는 것이 더 앞선 의무이기 때문이다. 황우석교수의 배아연구를 통해 예상되는, 같은 결과를 목표로 하면서도 생명체인 인간배아의 파괴를 요구하지 않는 성체줄기세포에 대한 연구에 더욱 관심을 가질 때이다. 이동익 가톨릭대 윤리학 교수
  •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

    “현대엔 다양한 가상현실이 동시다발적으로 존재합니다. 전통적 역사개념, 즉 한 개의 현실이 보다 나은 현실을 향해 나간다는 개념의 역사는 정지 또는 단절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같은 현상이 꼭 비관적이지만은 않지만 마르크스적 낙관론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1982년 저작 ‘시뮬라시옹’에서 현대를 ‘시뮬라시옹(모사)의 시대’로 규정했던 장 보드리야르(76)는 24일 인터뷰에서 “현대 사회에서 현실이란 없다. 진실이나 원본도 없고 그 모사물(시뮬라크르)이나 모사물의 모사물만이 존재한다.”며 특유의 시뮬라시옹 이론을 전개했다. 그는 또 이같은 동시다발적 가상현실이 ‘예측불가능한 현실이면서 두려운 현상’이라고 표현했다. 보드리야르는 ‘인간의 삶 자체가 변화·발전의 이어짐 아닌가. 지나치게 비관적인 시각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해 “점진적 변화는 인정하지만 그것이 더 나은 것으로의 변화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또 “진실과 그 모사물과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인위적 가상현실만 존재하면서 분열과 분절이 일어나고 있다.”며 “하지만 이에 대해 무조건적 거부와 비관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존재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 분단상황에 대해 그는 “한반도 분단상황은 분명 낡은 개념이고 삘리 해소되기를 희망한다.”면서도 “그러나 분단이 사라진다고 반드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베를린 장벽의 예에서 보듯 동일화로 인해 예전에 겪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대의 트렌드인 세계화는 부와 재화, 인력 교류를 통해 국경과 분단을 무너뜨리고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빈자와 부자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룹간 종교간 등에서 보이지 않는 다양한 차별이 생기면서 테러리즘이 파생되고 있다.”고 세계화의 부작용을 경계했다. ‘시뮬라시옹’이란 독특한 현실인식 이론을 만든 장 보드리야르는 프랑스의 현존 최고의 사상가로 평가받고 있으며,‘사물의 체계’(1968),‘생산의 체계’(1975),‘완전범죄’(1995) 등의 저서를 통해 현대문명의 가상성과 기술문명의 폐해를 비판해 왔다. 글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재일동포 60년, 왜 귀화하는가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재일동포 60년, 왜 귀화하는가

    광복 60주년인 올해가 60만 재일한국인들에겐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특히 광복 이전부터 일본에 살았던 ‘재일동포’ 1∼1.5세와 그 가족 47만 1756명(2003년말 현재)은 더욱 그렇다. 일본에선 한국·조선인으로, 모국에선 일본인으로 취급당하고 있어서다. 이들은 일본인도 한국인도, 조선인도 아닌 경계인으로 오늘도 식민시대 멍에를 고스란히 지고 살아가고있다. |도쿄 이춘규특파원|재일동포들은 1952년 샌프란시스코조약 이전부터 일본에 거주한 특수영주권자다. 그런데 매년 1만명 정도의 재일동포들이 줄어들고 있다. 차별을 견디기 힘들고, 조국에 대한 기대도 사그라지는 현실에서 일본인으로 귀화하기 때문이다. 한 일본 중견 언론인이 “지난해 한류열풍은 자이니치(재일동포)들이 몰려다니면서 만들어 낸 것”이라고 어이없게 말하는 것에서 재일동포들의 ‘한(恨)’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 ●차별과 푸대접의 60년 도쿄 시내 한복판의 재일본 대한민국민단중앙본부에서는 23일에도 일본 우익들의 확성기 비난이 그치지 않았다. 도쿄 시내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중앙본부도 우익들의 공격을 우려, 삼엄하게 경비한다. 이게 광복 60년을 맞는 재일동포들의 현주소다. 한때 70만명까지 이르렀던 재일동포들은 매년 감소추세로 현재 40만명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외국인등록증을 언제나 갖고 다녀야 하고, 일상 생활에서 받는 각종 차별은 여전하다. 특히 2002년 북·일 정상회담 이후 일본사회가 급격히 우경화되면서 조선국적 동포들의 피해는 막심하다. 조총련중앙본부 동포생활국 진길상 부국장은 “취직을 하고자 할 때 한국국적 동포가 5곳에서 거절당하면 조선국적 동포는 10곳 가까이서 거절당한다.”고 지적했다. 민단측은 지방참정권이라도 실현되면 귀화가 줄 것으로 보고 참정권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 귀화절차 간소화를 통해 적극적인 동화정책을 실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단 중앙본부 정몽주 사무총장은 “일본이 헌법을 개정, 징병제를 도입하면 귀화한 재일동포가 모국에 총부리를 겨눠야 하는 끔찍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지금까지 귀화자는 27만명이고, 그들의 자녀는 40만명이라고 덧붙였다. ●여전히 갈라서 있는 민단과 조총련 민단과 조총련이 광복 60주년인 올해에도 중앙 차원에서 합동 기념행사를 갖지 못하는 것은 동포사회의 분열을 웅변적으로 대변한다.1990년대 초반 탁구 남북단일팀 공동응원이나 2002 월드컵축구 공동응원 등은 옛 이야기다. 민단 정몽주 총장은 “1991년부터 중앙·지부 단위에서 총련과 교류를 해오고 있다.”면서 “지금도 지부 단위서는 적극 교류가 있지만 중앙 차원은 (정치상황 때문에)의견접근이 어렵다. 신뢰회복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조총련 중앙본부 통일운동국 조선오 부장은 “몇년 전 오사카에서는 양쪽 동포 3만명이 공동행사를 하는 등 좋은 분위기도 있었지만 민단 중앙과는 여러 면에서 최근 2∼3년간 좋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방참정권 문제에 대해서도 민단과 조총련은 입장차가 확연하다. 민단은 유럽쪽에서 인정하는 외국인 지방참정권을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조총련은 참정권에 소극적이다. 일본에만 요구하는 게 무리라는 이유에서다. ●국적포기 사연도 제각각 동포 3,4세대들은 1,2세대와는 국적에 대한 자세가 다르다. 할아버지·아버지 세대처럼 자신들은 한국 국적을 유지할 필요성이 절박하지 않다는 것이다. 할아버지나 아버지 세대가 유언 등으로 “한국적을 포기하지 말라.”고 해 유지하고는 있지만 계기만 되면 포기하겠다는 동포들이 적지 않다. 일본 언론사 기자인 30대 초반 H모씨는 한국이름으로 일본 언론에 취직했지만 불편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는 “80대인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바로 한국적을 포기할 예정”이라고 고백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올해 34세인 조선 국적의 김모씨는 명문 사립대를 졸업했다. 졸업 뒤 100여 군데의 회사에 입사원서를 냈지만 50곳은 한국식 이름이라는 이유만으로 거절당했다. 결국 유수의 일본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10년만에 그만두고 가업(식당)을 잇고 있다. 그는 국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귀화 후가 문제라는 지적도 많다. 배철은 민단신문 편집장 등은 “귀화하면 동포사회에 절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완전히 일본인화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면서 “귀화한 뒤 후회하거나 돌아오는 사람도 일부 있다.”고 소개했다. ●우익·야쿠자 많다는 것은 왜곡 재일동포들은 각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교수 등 교원도 2000여명이다. 의료보험기술자도 4300여명이고, 관리직 직업종사자는 1만 7000여명이다. 사무종사자도 5만여명이고, 비교적 차별이 덜한 연예인이나 프로야구선수도 많다. 정몽주 총장은 “광복 뒤 귀국선을 타기 위해 간사이 지역으로 많은 동포들이 몰려갔다가 국내 정정이 불안하고 콜레라가 창궐하면서 주저 앉았다. 그분들이 재일동포의 뿌리”라고 소개했다. 당시 180만여명이 귀국했고,60만여명이 남아 동포사회를 이뤘다는 것이다. 그는 “이후 3D 업종 등에서 영세업자가 된 동포들을 일본의 야쿠자들이 텃세를 부리며 괴롭히자 자위 차원에서 동포 젊은이들도 조직을 만들었을 뿐”이라고 야쿠자 관련 부분을 적극 해명했다. 재일동포에 야쿠자나 우익이 많다는 것은 취직이 안되던 30여년 전의 일이란다. 차별은 여전하지만 지금은 공식적인 일자리가 적지 않아 야쿠자나 우익이 될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다. taein@seoul.co.kr ■ 재일 대한민국청년회 조수융 회장 |도쿄 이춘규특파원|‘재일본 대한민국청년회 중앙본부’의 조수융(33) 회장은 재일동포 3세다. 부친은 경상도, 모친은 전라도 출신으로 현재 한국말은 거의 구사하지 못한다. 두 누나는 현대자동차 미국법인과 일본 무역회사에 다니고 남동생은 청년회 간부다. 조 회장은 일본의 왜곡 역사교과서 채택반대 운동에 열심이지만 “한국의 국회의원들이나 운동권이 일본에 건너와 항의 퍼포먼스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그럴 경우 재일동포가 불이익을 받게 되고, 그것이 무엇보다 싫다.”고 말했다. 그는 부친이 “일본사회에서 살기 위해서는 말과 행동을 일본식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마음만은 한국인임을 잃지 말라.”고 교육한 탓에, 민족의식이 넘친다. 현재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 가와사키다이시고교 사회과 교사인 조 회장은 어려서부터 뼈저리게 민족차별을 체험했다. 초·중·고교와 대학 모두 일본학교를 나왔다. 그런데 고교 때까지는 한국식 이름을 쓰지 못하고 일본식 이름으로 학교를 다녔다.19세 때부터 겨우 조수융 하나만 썼다. 집단 따돌림을 당할 것이란 우려가 가장 큰 이유다. 동포 7000여명이 모여사는 가와사키시에서 이 정도니 동포들의 집단거주지가 아닌 곳은 짐작할 만하다. 일본에서 공무원이나 공립학교 교사 등은 한국인이 되기 어려운 직업이다. 하지만 그는 각고의 노력끝에 공립고교 교사가 됐다. 한국에는 16세 때 민단 모국방문단으로 처음 가봤다고 한다. 그는 “이전에 한국은 어두운 이미지만 있었다. 웃지 않는 사람들만 사는 걸로 알았다. 일본 미디어에 한국의 어두운 면만 전해졌기 때문이다.”고 회상했다. 지금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올해처럼 양국이 독도·교과서문제 등으로 충돌할 땐 정말 곤혹스럽다. 일본인들은 자신을 한국인이라 꺼리고, 한국에서는 자신을 일본인으로 보는 것 같아 서럽다는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일본 국민들을 나쁘다고 비판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taein@seoul.co.kr
  • 난치병 ‘맞춤치료’ 5~10년 걸릴듯

    난치병 ‘맞춤치료’ 5~10년 걸릴듯

    황우석·문신용 교수와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 등 공동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난치병 환자의 체세포 복제를 통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줄기세포는 포플러나무의 가지를 꺾어 흙에 심으면 뿌리가 내리듯이 신체 특정 부위에 이식하면 그에 걸맞는 새롭고 건강한 조직이나 장기로 발전하는 ‘만능 세포’다. 그동안 치료가 거의 불가능했던 백혈병·당뇨병 등 난치병을 치료할 ‘현대판 불로초’로 일컬어지는 이유다. 이에 따라 황 교수가 ‘국보급 과학자’로 불리는 것은 물론, 증시에서 줄기세포라는 말만 나오면 주가가 치솟는 것처럼 그 파장은 과학·의학계를 뛰어넘어 경제·사회적 관심사로 확대되고 있다.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임상실험 등 각종 검증절차가 남아 있어 줄기세포를 이용해 난치병 환자를 치료하려면 최소한 5∼10년 정도는 걸릴 전망이다. ●줄기세포는 ‘만능 세포’ 황 교수는 지난해 2월 건강한 여성의 난자(생식세포)에서 핵을 제거한 뒤 동일한 여성의 체세포에서 추출한 핵을 이식해 배아줄기세포를 배양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난자 기증자와 체세포 핵 추출자를 다르게 했다. 특히 소아당뇨병 환자 등 난치병 환자의 체세포도 이용됐다. 황 교수는 “환자의 난자와 체세포로 줄기세포를 만들어 이식할 경우 면역 거부반응 등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번 연구에서는 여성의 난자와 남성의 체세포를 이용한 ‘이성간’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기 때문에 질병 치료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팀은 지난해 16명으로부터 기증받은 242개의 난자로 1개의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그친 반면 이번에는 18명으로부터 받은 난자 185개로 11개의 배아줄기세포를 배양, 성공률을 15배 정도 끌어올렸다. 줄기세포는 몸 안에서 빠르게 분열하며 피부와 각막, 근육, 뼈, 호흡기 등으로 분화할 수 있다. 때문에 줄기세포를 제대로 추출하고 분화하는 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면 파킨슨씨병, 뇌졸중, 치매, 뇌척수손상, 관절염, 당뇨병 등 난치병이나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 치료에는 ‘절반의 성공’ 이번 연구결과는 환자 치료라는 목표를 기준으로 하면 ‘절반의 성공’ 수준이다. 우선 배아줄기세포가 췌장세포나 신경세포 등 원하는 방향으로 분화되는지, 분화과정에서 유해물질이 나오는지 등을 검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척수에 이식한 줄기세포에서 신경세포뿐만 아니라, 뼈가 나온다면 병세를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 줄기세포는 암세포처럼 끊임없이 반복 분열한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이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도 보완돼야 한다. 체세포 복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여성의 유전자 일부가 줄기세포에 섞여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도 막아야 한다. 이같은 검증과정이 끝나면 원숭이 등 영장류를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하게 되며, 이를 통해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받게 된다. 이어 난치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까지 성공적으로 마쳐야 일반 환자들에게 줄기세포 이식치료를 본격화할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한 서울대 의대 안규리 교수는 실용화 예상시기에 대해 “환자분들에게 헛된 희망을 드려 실망을 주고 싶지 않다.”면서 “다만 이번 연구결과로 30∼50년 걸릴 일을 수년, 수십년 앞당겼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연구팀은 지난해 실용화 예정시기를 10년 안팎으로 전망했었다. ●난자사용 따른 생명윤리 문제 윤리적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종교계는 20일 “인간배아복제 등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기독교생명윤리협회 사무처장인 조덕재 변호사는 “종교적인 입장뿐 아니라 윤리적 관점에서 볼 때 배아줄기세포 배양은 인간복제 위험성이 있다.”면서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면 결국 배아를 파괴하게 돼 생명체를 희생하면서까지 난치병 치료연구를 강행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총무인 이창영 신부도 “전세계적으로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대한 윤리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이 방법이 유일한 난치병 치료법인 것처럼 매달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성체줄기세포 연구와 달리 배아줄기세포는 임상실험 결과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가 불치병 치료를 위한 것인 만큼 생명에 대한 종교와 과학의 양면성을 극복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불교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 정념 스님은 “이분법적으로 본다면 윤리 문제를 지적할 수 있겠지만 이번 연구는 생명을 살리는 데 목적이 있다.”면서 “윤리적인 면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병마로 인해 고통받는 이웃을 위해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워주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임흥기 부총무도 “과학의 힘으로 불치병을 치료해 생명을 구하는 것과, 종교적인 생명의 존엄성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미경 장세훈기자 chaplin7@seoul.co.kr
  • [월드이슈-유럽헌법 비준] ‘佛心’ 흔들리니 단일유럽 꿈도 흔들

    [월드이슈-유럽헌법 비준] ‘佛心’ 흔들리니 단일유럽 꿈도 흔들

    |파리 함혜리특파원|유럽 통합의 역사에 전기를 마련할 유럽연합(EU) 헌법의 비준 작업이 진통을 겪고 있다.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영국 등 일부 서유럽 국가에서 통합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탓이다. 특히 독일과 함께 유럽통합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프랑스에서 오는 29일 국민투표를 열흘 정도 앞두고 여론이 ‘반대’ 우위로 반전되면서 부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의 유럽헌법 거부는 프랑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당장에 6월1일 국민투표를 앞둔 네덜란드를 비롯, 이후 비준 절차를 밟는 다른 회원국들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유럽통합 작업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데 EU의 고민이 있다. ●높은 실업률등 국내정치 불만이 원인 2007년 발효를 목표로 하는 유럽헌법은 지난 2월 스페인이 국민투표에서 76.7%의 압도적 지지로 통과시키면서 순조롭게 비준 절차가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다 지난 3월 중순 이후 프랑스에서 반대여론이 급등하면서 부결 가능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집권 중도우파 대중운동연합(UMP)과 제1야당인 사회당이 적극적인 캠페인을 전개한 결과 4월 말을 기점으로 여론이 ‘찬성’쪽으로 반전되는 듯했다. 그러나 성신강림축일 공휴일을 휴일에서 제외한 것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다시 ‘반대’분위기로 돌아섰다. 17일 르몽드에 보도된 TNS-소프레스의 조사결과 응답자의 53%가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응답했으며 앞서 16일 발표된 이폽(Ifop)의 조사,CSA와 입소스(Ipsos)의 조사에서도 반대가 각각 54%,51%를 기록했다. 유럽 언론과 정치 분석가들은 프랑스에서 반대 여론이 강한 이유로 10.2%에 이르는 높은 실업률과 구매력 저하, 중도우파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 등 국내 정치에 대한 불만을 꼽았다.EU의 양적 팽창이 계속되면서 동유럽 지역과 터키 등 이슬람국에까지 EU가 확대되면 프랑스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은 커지는 반면 영향력은 약화되고, 일자리를 빼앗겨 통합의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또 통합 유럽의 앵글로 색슨식 시장경제 체제가 프랑스가 소중히 여겨온 복지사회 모델을 침해할 것이라는 불안감도 깔려 있다.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찬성’ 진영과 ‘반대’ 진영은 불을 뿜는 논쟁을 벌이면서 막판 세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찬성’측은 “국내 정치문제와 국제문제를 혼동해서는 안된다. 유럽헌법은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을 실질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강한 유럽, 안정된 프랑스를 만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반대표를 던지는 사람은 유럽인이 아니다.”고 역설했고,3년만에 텔레비전 인터뷰에 응한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사회당)는 “유럽헌법 비준에 반대하는 것은 프랑스와 유럽에 제재를 가하는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반면 프랑스 공산당, 녹색당을 축으로 하는 유럽헌법 반대파는 “유럽헌법은 프랑스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뿐”이라고 비난했다. 반대진영의 선봉에 선 사회당 서열 2위 로랑 파비위스 전 총리는 “지금까지의 유럽통합 방식은 프랑스는 물론 유럽의 발전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며 “유럽헌법안은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네덜란드 등 투표에 영향 ‘불보듯’ EU와 각국 지도자들이 프랑스의 국민투표 결과를 가슴 졸이며 기다리고 있는 이유는 프랑스가 독일과 함께 EU의 전신인 유럽공동체(EEC) 창설의 주역으로서 유럽 통합을 주도해온 나라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반대는 향후 진행될 다른 나라의 비준 작업에 영향을 주는 ‘부결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극단적인 경우 EU 통합 자체가 좌초될 수도 있다. 프랑스의 국민투표가 실시된 지 사흘 뒤 국민투표를 하는 네덜란드의 경우 지난달 말 여론조사에서 반대 여론이 52∼58%로 우세한 상태이다. 프랑스의 부결 소식은 반대표를 몰아줄 것이 당연하다. 내년 봄 국민투표가 예정된 영국에서는 EU에 거부감이 강한 데다 비준 캠페인을 주도할 토니 블레어 총리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비준 전망은 불투명하다.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집행위원장은 18일 유럽1 라디오방송과 회견에서 “유럽과 전세계는 프랑스 국민의 현명한 가치판단 능력을 믿는다. 프랑스와 유럽의 미래를 위해 ‘찬성’표를 던져달라.”고 호소했다. ●비준 실패는 유럽 위기와 직결 EU의 25개 회원국과 그 구성원 4억 5000만명에 적용될 최고의 법적 가치규범인 유럽헌법이 2007년 발효되려면 2006년 10월29일까지 회원국 모두가 예외없이 비준해야 한다. 비준이 실패로 끝날 경우 2000년 12월 EU 15개 회원국들이 합의한 니스조약이 계속 적용되기 때문에 제도적 위기는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비준 실패는 미국·중국 등 거대 강국과 대적할 수 있는 ‘유럽 합중국’을 만들겠다는 꿈이 사실상 좌절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곧 유럽의 위기와 직결된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로마노 프로디 전 EU집행위원장은 “헌법의 비준 실패는 유럽의 분열과 추락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피터 만델슨 EU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유럽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의 대다수 투자가들은 유럽헌법이 부결될 경우 유럽통합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유로화 가치가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까지 25개 회원국 중 유럽헌법을 승인한 나라는 리투아니아, 헝가리, 슬로베니아, 이탈리아, 슬로바키아, 스페인, 그리스 등 7개국이다. 독일 하원은 지난 12일 유럽헌법을 비준했으며,27일 상원에서도 무난히 비준이 예상된다. 앞서 오스트리아 하원도 지난 11일 유럽헌법을 비준했고, 오는 25일 상원 비준을 앞두고 있다. lotus@seoul.co.kr ■ 동유럽 “EU 가입하니 잘 나갑니다” 동유럽 국가들이 유럽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유럽연합(EU)에 새로 가입한 8개국을 중심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BBC방송 인터넷판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8개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5%.EU 전체 평균의 2배에 달한다. 폴란드,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및 발틱 3개국 등 ‘A8’로 불리는 이들 나라 중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틱 3국의 성장률은 6∼8%나 된다. 체코, 헝가리도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 들어섰다. 전통적인 기계산업 강국 슬로바키아는 자동차 제조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BBC방송 등 유럽 언론들은 “이미 생산을 시작한 폴크스바겐과 함께 포드, 푸조-시트로엥, 현대 등도 슬로바키아에서 차를 생산하게 됐다.”며 “다국적기업의 잇따른 진출로 슬로바키아는 2년 내 세계에서 인구당 가장 많은 자동차를 생산하는 나라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옛 소련의 위성국가시절 탱크, 장갑차를 만들던 기술이 상업용 차량 생산으로 바뀌고 있다. 동유럽 국가들은 전자산업과 정보통신(IT)부문에서도 다국적기업들의 투자를 빨아들이고 있다. 소니(슬로바키아), 마쓰시타(체코), 필립스(헝가리·폴란드),LG전자(폴란드), 삼성전자(헝가리·슬로바키아)가 각각 디지털TV 공장을 설립하고 판매법인들을 운영중이다. 동·서유럽을 잇는 요충지 폴란드는 삼성전자의 디지털연구소를 유치하는 등 IT 연구·개발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폴란드와 헝가리 등의 IT시장은 해마다 10% 이상씩 성장 중이다. 지난해 폴란드에 대한 해외기업의 투자액은 65억유로(약 8조 2485억원). 수출도 전년에 비해 25%나 늘었다. 올해 슬로바키아는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많은 22억유로(약 2조 7918억원)의 외국인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2001·2002년 1%대이던 폴란드의 성장률은 지난해 5.3%, 슬로바키아도 5.5%였다. 제조업뿐 아니라 EU 전체 수준의 40%에 불과한 싼 인건비와 높은 교육수준 등에 힘입어 애프터서비스(AS)·콜센터 등 서비스업체들도 동유럽으로 몰려오고 있다. 지난 2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전문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니트(EIU)는 “동유럽, 특히 체코와 폴란드가 인도의 아웃소싱 산업을 강력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규제완화, 유럽에 위치하는 지리적 근접성, 문화적 유대 등이 강점”이라고 지적했다. 동유럽의 활력과 약진은 관세·세금 인하, 외국기업의 해고 및 고용자율권 확대 등 노동법 개정을 통한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외국투자 유치를 위한 제도적 투명성 강화 등 EU 가입을 위한 철저한 준비에 힘입었다. 저개발의 동유럽이 옛소련에서 벗어나 15년 동안의 자본주의 실험 끝에 고실업·저성장 등 노령화사회에 접어든 기존 EU국가들에 활력을 불어넣는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논술이 술술] 시사키워드/과거사 청산

    [논술이 술술] 시사키워드/과거사 청산

    이른바 ‘과거사법’으로 불리는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안’이 지난 3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과거사법은 일제 강점기 이후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주요 과거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안이다.4대 개혁법안의 하나로 지난해말 타결 직전까기 갔다가 조사범위와 조사위원회 구성, 조사위원 자격조건 등을 놓고 여야가 대립하는 바람에 국회 통과가 미루어져 오다 극적인 타결을 보게 된 것이다. 이 법이 암울했던 과거의 의혹들을 풀어줄 수 있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권위주의 정권 때 국민들을 탄압했던 인권침해 사건들의 진상이 규명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이 여야의 타협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반쪽자리 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인혁당 사건 등 중요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칠 수 없는 법이라며 발효도 되기전에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사법의 내용 과거사법이 규정하고 있는 진실규명의 범위는 다음과 같다.▲일제 강점기 또는 그 직전의 항일독립운동 ▲일제 강점기 이후 우리나라의 주권을 지키고 국력을 신장시키는 등의 해외동포사 ▲광복 이후 한국전쟁 전후의 불법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광복 이후의 헌정질서 파괴행위나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발생한 사망·상해·실종사건, 그 밖의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과 조작의혹 사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대한민국을 적대시하는 세력에 의한 테러·인권유린·폭력·학살·의문사 ▲위원회가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사건 ▲진실규명 범위에 해당하는 사건이라도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은 제외하되, 위원회가 의결한 재심의 사유가 있는 사건 등이다. 이와는 별도로 지난해 말 통과된 ‘반민족행위 진상규명특별법’에 따른 친일진상조사위 활동과 국가정보원 등이 자체적으로 진행중인 진실규명위원회 활동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번에 국회에서 과거사법이 통과됨으로써 ‘올바른 과거사 되찾기’가 궤도에 오르는 셈이다. 하지만, 얼핏 조사 대상이 광범위해 보여도 여야의 생각이 달라 대상 선정을 놓고 대립하고 다투는 일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사 과정에서 좌우 대립 또는 색깔 논쟁이 불거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여당은 좌익의 독립운동에 대한 재조명과 발굴, 김구 선생 암살사건, 장준하 선생 의문사, 유서대필 등을 재조사해야 한다는 주장하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김신조 간첩 사건이나 이승복 어린이 사건, 이한영 피살사건 등을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국가정보원과 경찰, 검찰 등 국가기관의 과거사건 조사활동과 중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뒷탈 많은 과거사법 특히 여당과 민주노동당의 일부 의원들은 이 법안이 지도부의 막판 타협으로 ‘누더기 법안’이 되었다고 비판하고 제정 철회, 또는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공권력에 의한 부당한 인권 침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한다는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이들이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는 부분은 법원의 확정 판결이 난 경우는 조사대상에서 제외하되, 조사위원회가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때에만 재조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규정이다. 민·형사소송법의 재심 조건이 매우 엄격해 사실상 확정판결이 난 사건은 재조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혁당 사건이나 5·18 민주항쟁 등은 재조사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또 조사 범위에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적대시하는 세력에 의한 테러 등’을 포함한 조항은 국가보안법이 애매한 규정으로 민주화운동가를 탄압했던 것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위증을 검증하고 처벌할 제도적 장치인 청문회와 진상규명을 위해 필수적인 압수·수색 규정이 빠진 점, 위원 자격을 변호사·공무원·교수·성직자로 못을 박은 점, 교수의 경우 ‘전임 10년 이상’이라고 제한해 특별법을 마련하는 데 기여한 교수 대부분이 배제된 점 등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강경파 의원들은 이에 따라 이번 법이 ‘당리당략의 산물’‘밀실 논의로 만든 법’‘민주인사를 부관참시하려는 입법’이라고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실제로 표결에서도 여당 의원 122명 중 59명만이 찬성한 반면, 한나라당은 109명 참석에 92명이 찬성 표를 던지는 기묘한 상황이 벌어졌다. 여당 지도부들 사이에서도 찬반표가 엇갈리는 등 여당의 당론이 분열됐다. ●과거사 청산 어떻게 볼 것인가 원점으로 돌아가서 과거사 청산은 왜 필요한가. 과거사를 정리하지 않고서는 공공질서를 올바르게 작동시킬 수 없다. 역사는 한번 묻어버리면 시간이 흐를수록 진실을 밝히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과거를 밝히는 것은 미래를 위한 역사 바로세우기인 것이다. 일본의 과거사 망언과 교과서 왜곡을 볼 때 과거를 올바로 정립하지 않으면 현재와 미래가 큰 제약을 받는다. 잘못된 과거를 덮어두는 사회는 정의가 없는 사회로서 구성원 통합이 어려워진다. 또 역사적 책임을 물음으로써 사회적 규범을 확립하고 재발을 방지한다. 가해자의 책임을 밝혀 침해받은 인권을 회복하고 피해자와의 진정한 화해를 유도하는 것도 목적이다. 그러나 조사활동을 하는 동안 우리 사회가 과거사를 놓고 갈등을 겪고 대립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거에 연연함으로써 정치적 공방을 확대시키는 것의 폐해 또한 분명하다. 실제 과거청산이 독재세력에 의한 반대파의 숙청 수단으로 쓰였던 예도 적지 않았다. 과거에 대한 부정적이고 왜곡된 시각을 국민들이 갖게 된다는 점, 초법적인 여론재판을 부른다는 점도 과거청산 작업이 초래할 수 있는 폐단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이같은 폐단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과거의 진실을 밝히려는 신념 아래 과거사법을 제대로 운용해야 한다. 당리당략의 도구로 정쟁의 소용돌이로 몰아서는 목적을 달성하기도 전에 국민을 통합하기보다는 분열을 조장하고, 과거를 청산하기보다는 현재와 미래의 발전을 저해할 뿐이다. 손성진 기자 sonsj@seoul.co.kr
  • 조울병 심각성 너무 모른다

    자살률이 높을 뿐 아니라 사회생활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는 정신질환인 ‘조울병(躁鬱病)’에 대한 일반의 인지도가 낮을 뿐 아니라 전문의들조차 명백히 다른 질환인 우울증과 오해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기분장애클리닉 하규섭 교수팀은 지난달 서울ㆍ경기지역의 13∼65세 남성 381명 등 모두 953명을 대상으로 조울병의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대상자의 29.7%가 이 질환을 전혀 모르고 있었으며, 조울병을 안다는 사람 중 이 병의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경우는 60%에 그쳤다. 우울증과 함께 뇌의 기분조절 기능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대표적 질환인 조울병은 ‘양극성 장애’로도 불리는데, 기분이 들뜨고 신나는 상태인 ‘조증’과 기분이 가라앉는 상태인 ‘우울증’이 교대로 나타나면서 사소한 일에도 감정 변화가 심해 환자의 자살률이 무려 15%에 이른다. 국내에서는 인구 100명당 3∼5명이 조울병 관련 장애를 겪고 있는데, 특히 원인과 증상, 진단 기준에 대한 의료인들의 이해가 낮아 우울증으로 진단받은 환자의 절반 가량이 조울증일 가능성이 크며, 산후우울증은 90%가 조울증이라는 연구 보고도 있다고 하 교수는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서 우울증, 정신분열병, 당뇨병을 질환으로 인정한 사람은 각각 86.1%와 85.6%,93.1%였던 반면 조울병을 병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61.2%에 불과했다. 또 질환의 약물치료 필요성에 대해서는 우울증과 정신분열병, 당뇨병이 각각 31.6%,56.8%,51.3%의 찬성률을 기록한 반면 조울병은 불과 27.4%만이 약물치료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 교수는 “우울증과의 혼동,5년 내 재발률 95%, 자살률 15% 등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조울병 실태는 매우 심각하다.”며 “국민들에게 조울병의 심각성을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우울·조울병학회는 조울병에 대한 국민 인식수준을 높이기 위해 16∼20일을 ‘조울병 선별의 날’로 지정, 전국 19개 병원과 정신보건센터에서 조울병 무료진단 및 상담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학회 기백석 이사장은 “조울병을 방치할 경우 대인관계 등 사회생활의 문제, 알코올이나 약물의 남용, 개인적 고통 및 가정의 붕괴, 재정적 위기, 폭력 등 많은 문제점을 수반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박근혜대표 본지 단독 인터뷰] “당권·대권 조기분리 논의 비례대표의원 확대해야”

    [박근혜대표 본지 단독 인터뷰] “당권·대권 조기분리 논의 비례대표의원 확대해야”

    “한겨울에 난로 하나로 꽃을 피우지 못합니다.”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4일 서울신문 구본영 정치부장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런 비유를 경제해법으로 제시했다. 이어 “400조원이 훨씬 넘는 시중 부동자금만 쓸 수 있게 하면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봐요.”라고 진단했다. 경제를 살리려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부터 조성해야 한다는 논거였다.‘4·30 재보선 대첩’을 이끌어낸 여장(女將)에게 소회를 묻자 이런 경제론으로 연결지었다. 재보선 뒷얘기와 당 안팎의 주요 정치 현안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다음은 문답 요지. 이번 선거에서 느끼신 점은. -국민들이 경제난의 원인을 다 알고 있어요. 현 정권에 있다는 것을 알아요. 정부와 여당이 민생과 상관없는 국가보안법과 과거사법 같은 것에만 전력을 쏟다보니 거기에 대한 실망감이 이번 선거를 통해 표출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원유세를 할 때 그 말만 하면 박수가 나오더라고요. 경제 살리기를 위해 시급한 과제가 있다면. -부동자금이 자연스럽게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지 정부가 어거지로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에요.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떨어져서는 살 수 없는 만큼 공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힘을 합해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해요. 투자가 돼야 청년실업이나 신용불량자 문제도 풀 수 있다고 봐요. 이번 재보선이 어렵지 않았나요. -유권자들이 후보라든가 국회의원 개개인의 역량, 평소 노력, 나라 일이나 지역 일 열심히 보느냐에 대해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았어요. 너무 힘든 선거를 치르다 보니 전우애가 싹텄다고 하더라고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나이 드신 분들만 저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20대 젊은이들과 10대 초등학생들까지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걸 보고 기뻤습니다. 젊은이들과 사진도 많이 찍었어요. 어떤 초등학생은 ‘한수진 한수진’ 하면서 이 다음에 커서 한나라당으로 갈테니 자기 이름을 잘 기억해달라고 하더군요. 6곳 중 5곳에서 승리했다고 하나, 앞으로 호남지역에서 재보선이 이뤄진다면 선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꾸준히 노력하고 있어요. 호남에서도 후보를 내려고 애를 많이 쓰고 있는데 그동안에는 신청자도 없고 해서 아직 후보를 못내고 있는데…. 앞으로는 호남에서도 후보를 낼 수 있도록 더 노력할 겁니다. 여야 모두 그렇지만, 한나라당의 공천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인데. -그동안 밀실공천이라든가 그런 얘기들이 많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새로운 시스템에서 공천심사위에 모든 것을 맡겼는데 그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고 봐요. 하지만 과연 주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했느냐 하는 점에서 일부 문제점도 나타났어요. 앞으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나가면 될 거라고 봐요. 일각에서는 지역주의를 깨기 위해서라도 비례대표 국회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고 하는데요. -지역주의를 깨는 것보다는 국민 생활과 외교·안보 등 국내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첨을 맞춰야 한다고 봐요. 직능별 정책전문가들이 많이 활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비례대표 늘리는 것은 찬성해요. 우리 사회는 여전히 이념적 성향상 진보·보수로 나눠져 있고, 한나라당이 시대 변화나 젊은 층의 정서를 읽는 데 둔감하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진보·보수 싸움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낡은 틀은 시대가 지난 일이고, 그런 것을 갖고 국민을 가르고 분열시켜서는 안된다고 봐요. 한나라당에서는 ‘공동체 자유주의’를 새로운 이념적 좌표로 택했어요. 공동체 안에서 개인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하고, 개인의 경쟁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예요. 경쟁에서 밀려나는 개인을 국가 차원에서 책임지고 돌봐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공동체 자유주의는 제3의 길일 수 있습니다. 최근 대선에서 세번 패배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이번 선거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가능성을 느낀 건가요. -국민들이 원하는 대로 꾸준히 바뀌어야 합니다. 하루 아침에 사랑을 받을 수는 없다고 봐요. 당 혁신이나 재보선 이런 것들이 쌓여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게 되는 거고요. 공식적으로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적이 없지만 사실상 대권 주자로 각인된 상황인데. -민생이라든가 외교안보라든가 당장 해결해야 할 현안이 너무 많아요. 그런 현안부터 해결하는 게 야당 대표의 도리 아닐까요. 박 대표를 제외하고 어떤 분이 유력 대선 주자로 부상할 것 같나요. -(박 대표는 웃음으로 대신한 뒤) 저도 당연히 꿈이 있고요. 이런 나라의 모습이 되었으면 좋겠다하는 그 꿈을 이루고 싶은 거죠. 저도 제가 꿈꾸는 그런 나라에 살고 싶어요. 국민들이 편안하고 잘사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는 꿈 때문에 정치를 하고 있어요. 최근 민간정부 집권과정에서 독자적으로 정권을 창출한 정당은 없었다. 한나라당도 차기 대선에서 특정 정파와 연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리는데. -지금은 그런 얘기를 한다는 게 의미 없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우리가 어떤 가능성을 차단하고 할 필요는 없지만 그것도 다 국민의 뜻과 같이 가야 합니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정치논리나 당리당략으로 그런 것을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요. 어떻게 전개될 지 모르는 일이지만 지금은 그런 계획이나 생각하는 것 없어요. 북핵 문제가 계속 꼬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과거 북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난 적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대북 특사를 맡을 의향은 없습니까. -마다할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돌아가는 상황이 하루가 지날수록 꼬이고 있거든요.3년전 북한에 갔을 때 김정일 위원장에게 북한도 국제사회의 일원이 돼야 하고,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얘기했어요. 그러기 위해선 남한이나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꼭 지켜달라고 했어요. 결혼은 안하실 생각인지.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 오고 가는 것이라고 하든데 시집가고 장가가고 시집오고 장가오고…(다소 당혹스러웠던 듯 겸연쩍은 미소와 함께 수줍어하는 모습도 내비쳤다.) 박 대표를 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나 육영수 여사를 떠올리게 되는데 정치인 박근혜의 독자적 이미지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나요. -아이구, 이젠 그런 말 그만할 때가 안됐나요. 저는 독자적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생각하며 정치한 적이 없어요. 다만 시대에 맞는 정치, 국민에게 도움되는 정치를 하고자 했을 뿐이죠. TV 드라마 ‘제5공화국’에서 박 대표 역할하는 탤런트를 봤나요. -시간이 없었어요. 선거를 치르느라 밤에 늦게 들어오고 새벽에 나가고, 민박하고 하느라 한번도 못봤어요. 교육문제에 대한 관심도 큰 것으로 아는데. -우리나라는 사람만이 자산이라고 봐요.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워야만 국가경쟁력도 생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념 과잉, 하향 평준화, 극심한 관치 등에서 빨리 벗어나야 하고, 학교와 교사에게 자율권을 많이 줘야 한다고 봐요. 그런데 현 정부의 교육방향은 밑으로 같이 끌어내리는 쪽으로 가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지난번 결혼한 동생 지만씨 부부로부터 조카가 생기게 되셨는데. -동생의 결혼으로 기뻤고 출산을 기다리고 있어요. 딸·아들 구분하지 않습니다. 대담 구본영 정치부장 kby7@seoul.co.kr 정리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박근혜대표 인터뷰를 마치고 4·30 재보선의 열기가 채 가라앉지 않은 가운데 4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만났다.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였다. 유세전에서 강행군하느라 감기 기운이 있다고 참모들이 귀띔했다. 하지만 승자의 여유 때문일까,1시간40분여 동안의 인터뷰 내내 꼿꼿한 자세였다. 이 때문인지 사진으로만 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강단있는 표정과 육영수 여사의 단아한 이미지의 편린이 약간씩겹쳐져 느껴졌다. 문득 거물 정객이었던 고 김윤환(허주) 전 의원이 초선 의원 때의 그를 두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즉 “국가경영 수업 면에서 퍼스트레이디 1년 경험이면 금배지 3번 다는 것 이상이다.”라는 언급이었다. 박 대표가 적지 않는 기간동안 퍼스트레이디 역을 수행한 경험의 잠재력을 평가한 것이겠지만, 기자는 당시 솔직히 귀담아 듣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번 유세장에서 그는 “10대 소녀들로부터도 악수나 카메라폰 공세를 받았다.”고 토로한 데서 짐작되듯 만만찮은 대중성을 보여줬다고 한다. 그 대중성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부모의 ‘후광’에만 기인하는 것인지, 다른 ‘무엇’에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한나라당이 재보선 등 전투에는 강하지만 전쟁(대선)에는 약한 이유는 뭐라고 보는가.”,“영화 그때그사람 등의 기획의도가 뭐라도 보나.”라는 등 거북해할 만한 질문을 연거푸 던져보았다. 하지만 얼굴 표정이나 매무새는 별반 흐트러지지 않았다. 대신 “나는 (당략이나 개인적 이익 등)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국가에 이익이 되느냐를 기준으로 정치를 할 것”이라는 원칙론을 또박또박 피력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어수선한 가운데서도 일행 중 의자를 가장 반듯이 정리하고 자리를 뜨는 뒷모습을 보고 다시 한번 허주의 언급을 곱씹어 보았다. 구본영부장 kby7@seoul.co.kr
  • [4·30 재보선 분석] 흔들리는 文…탄탄해진 朴

    [4·30 재보선 분석] 흔들리는 文…탄탄해진 朴

    ‘미니 총선’으로 불린 4·30 재·보선이 열린우리당의 참패와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마무리되자 정치권이 한바탕 술렁거리고 있다. 가까이는 과거사법 처리 문제에서부터 나아가 정치권의 재편 논의까지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재·보선 이후 각 정당 내부나 정치권의 기상도를 살펴봤다. ①명암 갈린 여야 지도부 열린우리당은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지도부 책임론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문희상 의장은 최근 인터넷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재·보선)전체가 잘못되면 사퇴하는 것까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2일 출범한 지도부가 현실적으로 ‘자리’를 걸고 모든 책임을 떠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신중론이 힘을 얻고 있다. 문 의장도 1일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당 혁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선에서 책임론에 일정한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일부 개혁적 초선 의원들이 ‘개혁 대 실용’논쟁을 촉발시키며 지도부에 개혁노선 강화를 주장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부담으로 남아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당내에서 더욱 탄탄한 입지를 보장받게 됐다. 행정수도 분할론 등 당내 비주류 인사의 ‘박근혜 흔들기’도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나아가 박 대표는 정치권에 ‘박풍(朴風)’의 파괴력을 다시 한번 각인시킴으로써 대선 예비주자로서 행보가 한결 가벼워졌다는 평가다. ②향후 선거에 미칠 파장 여야는 이번 선거 결과가 오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6월 지방자치선거 등 향후 선거에 미칠 파장을 두고 다양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은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과 대선주자로서 박근혜 대표의 득표력”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과 분당한 이후 분열된 ‘호남표’를 통합시키기 위해 호남 출신 대선 예비주자인 정동영 통일부장관 조기 당 복귀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박 대표의 득표력과 대적할 수 있는 호남 출신 장관이 당으로 돌아와 민심을 돌려세워야 한다는 얘기도 나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현 정권을 견제하려는 민심을 확인했다.’며 고무된 표정이지만,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 당직자는 “그동안 한나라당이 재·보선에서 여러차례 강세를 보이고도, 정작 대선에서는 고배를 마셨다.”면서 “전투에 이기고, 전쟁에서 지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③충청권 신당논의 탄력? 충청권에서 여당의 참패와 무소속 후보의 당선으로 충청권 신당 논의가 얼마나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열린우리당측은 회의적이다. 정치적 명분이 없는데다 지역주의 정당으로선 더이상 유권자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열린우리당이나 반면 한나라당은 “이번 재보선으로 충청권 신당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상반된 의견을 내놓았다. 김무성 사무총장은 “신당이 생기는 것이 우리 입장에서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충청권 신당을 추진하는 인사들이 한나라당과 성향이 비슷해 큰 선거에서 연합을 시도하는 등 정치적인 입지가 넓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나라당은 특히 행정도시 건설이 추진되는 공주·연기 지역에서 승리를 거둔 점을 중시하고 있다. 한 당직자는 “지난 두차례 대선때 충청권에서 패한 경험이 있다.”면서 “공주·연기 승리 자체로 여권을 견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박찬구 전광삼기자 ckpark@seoul.co.kr ■ 민주 민노 민주·민노 표정 4·30 재·보선으로 민주당의 ‘몸값’이 한껏 뛰어올랐다. 열린우리당이 당분간 146석에 ‘만족’해야 할 상황이라 개혁법안 등을 처리하려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 ‘러브콜’을 보내야 하는 까닭이다. 특히 민주당은 전남 목포시장을 배출한 것도 그렇거니와 무엇보다 경기 성남중원에서 11.6%의 득표율을 기록한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더구나 수도권에서 열린우리당의 표를 견제하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 이번 선거에서 밝혀짐으로써 이름값을 더욱 톡톡히 올렸다는 평가다. 이낙연 원내대표도 1일 이를 강조하며 “열린우리당은 이대로 가다간 중부권에서 전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여당이 지금보다 훨씬 더 진지하고, 바뀐 태도로 임하지 않는다면 (민주당과의)통합은 어려울 것”이라고 못을 박은 뒤‘캐스팅보트’ 역할로 위상을 한껏 높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당 안팎에서는 내년 6월 지자체 선거나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정계 개편 얘기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때까지 최대한 몸값을 부풀려 ‘여당에 흡수’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수도권 교두보로 기대하던 성남중원의 석패가 아깝다는 표정이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여야가 본 패인·승인 4·30 재·보선은 여야 모두에게 여러가지 시사점을 남겼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어거지 공천’의 대가는 컸다는 게 중론이다. ●與,“겹친 악재”,野,“여전한 朴風” 열린우리당의 참패는 그동안 “국가보안법·과거사법 등 정치적 공방에만 관심을 두고, 민생·경제를 살피지 않았다.”는 여론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행정도시 건설 예정지인 공주·연기에서도 패배한 것을 놓고 충청권 민심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박근혜 효과’를 톡톡히 봤다. 특히 경북 영천의 경우, 선거 초반 두자릿수 차이로 뒤지다가 박 대표의 ‘읍소작전’이 먹혀들면서 막판 뒤집기에 겨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열린우리당의 전략 부재와 ‘경제위기설’ ‘오일게이트’ 등도 표심 향방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여야,“공천시스템 이대론 안된다” 열린우리당은 공천 실패도 패인의 하나로 꼽고 있고, 한나라당 역시 공천과정에서 시·도당 위원장들의 ‘품앗이 공천’이 논란이 되면서 선거전을 어렵게 끌고가게 했다고 자평했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철새논란’을 일으키며 입당시킨 한나라당 출신 염홍철 대전시장의 입당도 충청권 선거에 악영향을 줬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염동연·한명숙 상임위원은 “공주·연기, 아산에서 후보가 교체된 것이 문제였다.”면서 “집권당으로서 긴장감을 가지고 다각도로 당을 쇄신해야 한다.”고 밝혔다. 선병렬 의원도 “직접 충청권 2곳의 선거를 지원하면서 후보 교체가 패인임을 깨달았다.”면서 “중앙당이 후보를 선발·검증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봉주 의원은 “당의 정체성과 상관없는 후보와 인물들을 ‘당선 가능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영입하는 편의적·실용적 공천이 전패를 불러 왔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역시 불법 선거운동설이 나도는 후보들을 공천하는 등 ‘공천 파동’을 겪었다. 시·도당 위원장들에게 막강한 권한을주는 어정쩡한 상향식 공천시스템을 도입했다가 적지 않은 후유증을 겪게 됐다. 특히 당 지도부는 공천에 관여하지 않는 공천시스템으로 인해 ‘책임은 없고 의무만 있는’ 기형적인 방식이 됐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지도부가 당선 가능성 못지 않게 도덕성을 갖춘 참신한 정치 신인도 영입할 수 있도록 공천 시스템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소영 전광삼기자 symun@seoul.co.kr
  • “56년 國·共내전 끝냈다”

    |베이징 오일만특파원| 중국 공산당과 타이완 국민당이 60년 만에 양안 적대관계 종식과 전면적인 경제교류 추진을 골자로 한 ‘3차 국·공합작’을 성사시켰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롄잔(連戰) 타이완 국민당 주석은 29일 오후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역사적인 ‘국·공 수뇌회담’을 갖고 이같은 5개항의 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양안 적대관계 종식 추진 두 수뇌는 이날 1시간40분에 걸친 회담 끝에 ▲양안 적대관계 종식 및 평화정착 추진 ▲대화 회복 및 국민복지 증진 모색 ▲군사충돌 방지 및 상호 군사신뢰 시스템 구축 ▲경제 전면교류 ▲국제보건기구(WHO) 등 타이완의 국제활동 참여 협력 ▲양당의 정기 교류 추진 등 ‘국·공 5대 합의’를 도출했다. 국·공 수뇌회담은 1945년 8월 장제스 국민당 주석과 마오쩌둥 공산당 주석이 충칭에서 회담한 이후 60년 만에 이뤄졌다. 중국 언론들은 롄잔의 중국 방문을 양안의 ‘평화 여행’으로 명명하고 49년 분단 이후 법적으로 지속됐던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상태가 56년 만에 완전 종식됐음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중화민족 진흥 역설 당 총서기 신분으로 회담에 임한 후 주석은 회담에 앞서 “타이완 독립에 반대하는 어떤 정당과 단체와의 교류와 대화도 환영한다.”고 강조한 뒤 국민당을 창건한 쑨원(孫文)의 구호를 빌려 중화민족의 위대한 진흥을 이룩하자고 역설했다. 롄 주석은 이에 “이미 흘러간 과거를 바꿀 순 없지만 미래를 향한 기회는 붙잡을 수 있다.”고 화답했다. ●미완의 성공 양당의 이날 합의는 적대관계 청산과 화해를 위한 첫걸음으로써 양안 교류확대를 위한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다. 하지만 양당간 합의가 실행에 옮겨지기 위해선 타이완 집권 민진당의 승인과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민진당이 정국 주도권을 국민당에 넘겨주면서 ‘국·공합의’를 전격적으로 승인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그리 높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공산당 역시 타이완 독립세력을 고립시키고 반국가분열법 통과로 거세진 타이완의 민심을 달래기 위해 국·공합작을 활용한 측면이 적지 않다. 회담 결과가 ‘공동 언론발표문’ 형식으로 나온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상하이(上海) 동아연구소 후링웨이(胡凌) 부소장은 “국·공 교류 등을 포함해 제도화된 교류체제를 갖추기 위해선 반드시 집권당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롄 주석은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베이징대학에서 40여분간 ‘자유 사상, 포용, 현상유지, 양안 호혜를 통한 윈-윈과 평화 견지’ 등을 주 내용으로 강연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남북한이 형제의 마음으로 힘을 합쳐야 한다.’는 발언을 인용해 눈길을 끌었다. ●타이완 정부 “도움 안될 것” 타이완 정부는 이번 수뇌회담이 양안간 긴장을 완화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중국 정책 담당기관인 대륙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중국 공산당은 (양안)관계개선에 진실하지 못하다는 것을 다시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위원회는 또 롄 주석이 회담에서 타이완에 대한 전쟁 위협을 줄이도록 후 총서기를 설득하지 못했고 타이완에 대한 미사일 위협이나 적대행위를 줄여야 한다는 것을 공산당에 납득시키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이끄는 민진당은 여론이 ‘분리 독립’이 아닌 평화정착으로 흐를 경우 당장 올 연말 지방선거가 위험하다. 천 총통이 다음달 5일 대륙을 찾는 쑹추위(宋楚瑜) 친민당 주석을 통해 후 주석에게 메시지를 보낼 가능성이 있다고 타이완 언론들이 보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oilman@seoul.co.kr
  • TV 맞수’ 해외 시사프로 격돌

    TV 맞수’ 해외 시사프로 격돌

    지상파 라이벌 MBC와 KBS가 봄철 개편에서는 국제 시사 프로그램으로 한판 승부를 벌인다.MBC의 ‘W’와 KBS의 ‘특파원 현장보고, 세계를 가다’가 그것. 두 프로그램 모두 서방 선진국 언론의 시선이 걸러지지 않은 채 국내 시청자에게 그대로 전달되던 기존 국제 뉴스 형식에서 벗어나고자 한다.‘우리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우리의 땀이 밴 국제 뉴스’를 만들어 내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W’가 시사교양국 프로듀서들의 손으로 빚어지는 반면,‘특파원‘은 보도국 국제팀 기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차이를 보이고 있어, 어느 쪽이 먼저 본격 국제 시사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보다 친근하게 보다 깊게 먼저 포문을 여는 것은 29일 밤 11시45분을 시작으로 매주 금요일 시청자를 찾아가는 MBC의 ‘W’. 이름부터 튄다. 월드 와이드 위클리(World Wide Weekly)의 첫 글자를 땄다. 첫 방송분에서 보듯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 지역인 카슈미르 지역을 찾아가는 등 평소에 시청자가 접하기 힘든 제3세계 이야기도 적극적으로 다룰 계획이지만, 주된 화두는 역시 세계 속에서 바라본 한반도다. ‘효순·미선 여중생 사망 사건’의 후일담으로 가해자 마크 워커 병장을 수소문 끝에 미국에서 찾아내 “사고후 매일 그 생각이 나 잠을 제대로 못자고 있다.” 는 솔직한 심경을 들어 본다거나, 차기 아이템으로 마련하고 있는 이라크 전에서 사망한 한국계 미군의 이야기 등은 이러한 맥락을 밟고 있다. 팔방미인 최윤영 아나운서를 단독 진행자로 내세워 시청자에게 국제 뉴스에 대한 친근감과 신뢰도를 높이며 활기를 불어 넣는다. 특히 29일에는 최 아나운서가 일본 TV아사히 국제부 엔도 기자와 ‘독도와 한·일 외교전’을 주제로 위성 통신으로 의견을 나누게 된다. 이후에도 위성 대담 등으로 한국인과는 다른, 외국인들의 관점을 짚어보는 기회도 자주 마련할 계획이다. 한홍석 책임 프로듀서는 “우리 국민은 의외로 해외 뉴스에 관심이 적다.”면서 “먼나라 이야기라는 고정 관념을 깨고 지루하지 않게, 하지만 심층적이고 균형적인 국제 감각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순수 국제 뉴스 매거진 선언 새달 5일부터 매주 목요일 밤 자정에 방영되는 KBS의 ‘특파원‘는 9개국 11개 지국 해외 특파원들이 현지 밀착 취재로 그 주의 화두를 정리한다. 늦게 출발하지만, 주간 편성으로는 ‘W’에 하루 앞서 나가게 된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순회 특파원이라는 기동팀을 꾸려 국제 뉴스의 사각 지대인 분쟁 지역이나 오지 등을 집중 조명한다는 것. 또 국내 뉴스에 한 다리가 걸쳐진 해외 뉴스 보도를 배제하고, 순수하게 국외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 ‘W’와 다르다. 첫 회에는 중국이 내놓은 반분열법과 관련해 타이완 최북단 금문도를 찾아, 중국과는 구별되는 타이완 현지의 목소리를 듣고, 인도네시아 쓰나미(지진·해일) 피해 지역의 5개월 후 현재 모습을 담아낸다. 또 종족 간 학살 사태로 30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아프리카 수단 다르푸르 지역을 한국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찾아가 살펴보는 심층 르포도 후속으로 준비했다. 진행은 대중적인 인기가 있는 아나운서나 외부 인사가 아니라, 이라크 현지 취재 등의 경험이 있는 국제팀 소속 이영현 기자에게 맡겨졌다. 제작 책임을 맡은 김헌식 기자는 “친근한 국내 뉴스의 연장선상에 놓인 국제 뉴스를 담고 있는 ‘W’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면서 “철저하게 객관성을 유지한다면, 감성적으로 한 쪽으로 치우칠 수 있는 피디 저널리즘을 바탕으로 한 ‘W’와 차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4·30재보선 D-1] “4석같은 1석” 영천이 관건

    [4·30재보선 D-1] “4석같은 1석” 영천이 관건

    4·30 국회의원 재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해당 선거구는 6곳에 불과하지만, 정치적 함의는 만만찮다. 결과에 따라서는 각 당내 역학관계와 전통적인 지역분할 구도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TK 아성 무너지나…피를 말리는 싸움 최대 관심사는 경북 영천의 선거 결과다. 한나라당의 ‘자존심’인 대구·경북(TK)지역이 처음으로 무너질 것이냐에 여야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한나라당은 위기감을 감추지 않는다. 전여옥 대변인은 “피가 마를 지경”이라고 토로한다. 박근혜 대표가 이곳에 ‘올인’하고 있지만 그 결과가 기대와 다르다면, 책임론과 후유증으로 홍역을 앓을 수 있다. 반면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면 박 대표로선 ‘수성’의 실리와 더욱 공고해지는 당내 입지를 보장받게 된다. 이곳은 공천 잡음이 일면서 초반부터 열린우리당에 두자릿수로 뒤지던 상황에서 지난해 총선에 이어 또다시 ‘박풍(朴風)’을 일으킴으로써 역전을 시킨 공로를 인정받게 되기 때문이다. 만일 한나라당이 영천에서 지고, 충남 아산에서 이기면 ‘1승1패’로 무승부가 돼 박 대표의 입지는 큰 변화가 없게 될 전망이다. 열린우리당은 옛 민정당 재선의원 출신인 정동윤 후보의 경력과 유권자들의 지역개발에 대한 절실한 희망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 당직자는 “영천은 3∼4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면서 “여당이 영천을 차지하고 지역개발이 이뤄진다면 ‘TK 도미노’ 현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희상 의장 애태우는 아산과 공주·연기 문희상 의장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행정중심복합도시 추진으로 ‘텃밭’으로 바뀐 충청권을 방어해야 하는 절박감에 휩싸여 있다. 만일 두 곳을 빼앗기면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추진하는 속도에 탄력이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심대평 충청도지사가 추진 중인 ‘중부권 신당’이 의석을 배출한다면 영향력이 떨어질 공산도 크다. 경기 성남중원에서는 비한나라당 성향 표심의 분열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도 “한나라당 지지층은 고정 불변”이라면서 “솔직히 민주당과 등을 돌린 게 아프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이곳을 ‘백중’우세 지역으로 분류할 정도로 민주노동당의 ‘돌풍’이 거세 결과는 쉽사리 점치기 어렵다. #與 초반 강세 지역들 혼전으로 급변 재선거가 이뤄지는 6곳 가운데 영천을 뺀 나머지 5곳은 당초 열린우리당 지역이었다.28일 현재 열린우리당은 우세 1곳, 백중우세 1곳, 백중열세 2곳, 열세 2곳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우세 3곳, 백중 우세·열세 각 1곳, 열세 1곳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정당간 손익계산이나 희비를 넘어 정치적으로 의미있는 분수령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 관계자는 “선거에서 지더라도 유권자들의 선택에 담긴 뜻을 냉정하게 읽어내면 독이 아닌 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경북 교두보” “충청 교두보” 4·30 재·보궐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는 전략적 요충지인 충남 아산과 경북 영천에 당력을 집중하며 막판 표몰이를 이어갔다. 경북 영천은 열린우리당에, 충남 아산은 한나라당에 각각 영남권과 충청권 공략의 교두보라는 점에서 여야 모두에게 져서는 안될 요충지다.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전날 경북 영천에서 일전을 치른 뒤 28일에는 아산으로 자리를 옮겨 한판 승부를 펼쳤다. 문 의장은 아산 현충사 정문에서 임좌순 후보의 거리 유세를 지원한 데 이어 ‘이순신 축제’ 개막식에 참석한 뒤 곡교천 먹을거리장터 상가를 방문,“지역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여당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박 대표도 김무성 사무총장, 전여옥 대변인 등과 함께 아산에 머물며 5차례의 거리유세를 펼친 뒤 현충사 참배에 이어 ‘이순신 축제’ 행사장을 돌며 “여당의 오만한 국정운영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한나라당에 힘을 모아달라.”며 표심을 자극했다. 특히 한나라당은 “영천과 아산 가운데 한 곳만 택하라고 한다면 전략적으로 아산을 택할 것”이라면서 “2007년 대선의 충청권 교두보 마련을 위해 ‘아산대첩’에 배수진을 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산이 한나라당에 충청권 교두보라면 영천은 열린우리당의 영남권 교두보다. 여야 지도부가 선거일 하루 전인 29일 다시 영천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열린우리당은 영천을 확실한 우세지역으로 꼽고, 막판 표심의 최대 변수가 될 ‘박풍(朴風)’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마지막까지 박풍을 앞세워 ‘텃밭 수성’에 당력을 쏟을 방침이다. 선거일이 임박하면서 선심성 공약 남발과 상호 비방전도 가열되고 있다. 경기 성남 중원에서 돈봉투 살포 혐의로 고발된 열린우리당 조성준 후보측은 “돈 봉투를 돌린 K씨가 민주당원”이라며 ‘민주당 자작극’ 주장을 계속했다. 반면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문 의장과 조 후보를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군소정당 몸값 부풀리기 군소정당들이 4·30 재보선을 통한 ‘몸값 부풀리기’에 나섰다. 민주노동당, 민주당, 자유민주연합 등은 최대한 표를 획득, 건재를 과시하겠다는 전략이다. 재보선 이후 예상되는 정계개편도 염두해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내년 지방선거를 위해 정당 통합론과 연대론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자민련이 가장 절박하다. 이번 선거가 당의 존재 기반까지 허물어뜨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쌓였다. 민주당은 ‘호남정치 1번지’인 목포시장 선거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호남지역에서 식지 않은 힘을 보여줘 여당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적자’임을 내세워 몰표를 요구하고 있다. 성남 중원 국회의원 재선에서의 선전도 반가운 소식이다. 김강자(민주당)·김태식(무소속) 후보 단일화를 시도하는 것도 막판 뒤집기의 일환이다. 설령 패배하더라도 호남표를 잠식해 열린우리당 후보를 낙선시키는 것만으로도 ‘본전’을 했다는 평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심대평 충남지사와 류근찬 의원의 연이은 탈당으로 휘청거리고 있는 자민련은 생사(生死)의 갈림길에 있다. 텃밭이라고 자부해 온 충남 공주·연기와 아산에 모두 후보를 냈지만 자체적으로도 힘든 싸움으로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당선보다는 당원 명부 확인 작업을 통한 조직재건과 홍보에 주력중이다. 자민련 관계자는 “당 존립과 다음 선거를 위해서라도 가능한 많은 표를 얻어야 한다.”면서 절박한 심정을 드러냈다. 민노당은 성남 중원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게 나오자 한껏 고무됐다.‘수도권 첫 지역구 의원’을 탄생시키자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심 충남지사가 추진 중인 ‘중부권 신당’은 공주·연기에 무소속 출마한 정진석 후보가 1승을 따내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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