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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형칼럼] 내년에 내각제 공론화를

    [이경형칼럼] 내년에 내각제 공론화를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주 임기 후반에 들어가는 첫날 또 ‘바보 노무현’을 연출했다. 연정(聯政)이 뭐기에 권력을 통째로 주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하는 것일까. 낡은 지역주의에 의존한 정치 구조와 분열적 요소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자는 말인지는 감이 잡히지 않는다. 실제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는데, 빙빙 둘러 연정이니 선거구제니 하는 것처럼 들린다. ‘권력을 통째로’ 발언 직전에 노 대통령은 “우리나라 정치제도가 내각제가 아니어서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통해서 재신임을 물을 수도 없다.”고 하는가 하면, 독일의 슈뢰더 총리,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가 부럽다고도 했다. 또 최근 일련의 언론인들과의 대화에서는 양원제의 필요성을 거론했고.“전반기는 요리를 하는 데 집중했다면, 후반기는 주방시설을 바꾸는 데 전념하겠다.”고도 했다. 현재의 선거구 및 선거제도, 권력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은 물론 한국정치의 뿌리 깊은 지역구도 정치 문화를 확 바꿔, 새로운 지식정보화사회로 진입하는 데 걸맞은 정치문화로 업그레이드시켜보자는 얘기 같다. 그런 의도라면 차제에 분명한 비전과 복안을 당당하게 내놓기를 권한다. 예를 들면, 금년 정기국회부터 각 정당과 의원들이 기존 선거제도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완전히 제로베이스에서 현행 소선거구제와 전국 비례대표제, 의원정수 등을 논의해보자, 그리고 지역구도 해소를 위한 중대선거구제 도입 또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병행 채택 등도 허심탄회하게 논의해보자고 하는 편이 낫다. 이런 논의를 바탕으로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개헌문제를 공론화하여 내각제 전환을 위해 필요하면 2008년 5월까지인 현 국회의원의 임기를 2007년 12월 차기 대선 시기로 앞당기는 등의 문제까지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 따져보면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헌법은 군부독재와 민주화 세력의 대결 구도였던 1987년 6·10항쟁의 산물이다. 당시로는 직선제와 단임제 구현이 최고의 선이었고, 국민적 요구였다. 그동안 문민정권이 들어섰고, 영남정권에서 처음으로 호남정권으로 바뀌기도 했으며, 참여정부 등장으로 기득권 세력이 권력에서 밀려나는 등 권력 역전현상도 일어나긴 했지만, 지역주의 정치구도는 지속되어온 게 사실이다. 6·10항쟁 이후 지난 20년간 한국사회는 많이 바뀌었다. 권력의 수직적 사회에서 권력 분산의 수평적 사회로 이행되어 왔고, 이념적 스펙트럼도 크게 넓어졌다. 또 다양한 집단간의 잦은 이해 충돌, 계층간 괴리 확대 등으로 인해 사회통합의 가치가 중요시되는 한편, 정치 제세력간에 긴장이 고조되었을 때 재빨리 해소하는 권력메커니즘의 필요성이 점증되고 있다. 말하자면,5년 단임제 대통령제 권력구조를 본질적으로 재점검할 때가 된 것이다. 지역주의의 극복까지는 몰라도 그 폐해를 점진적으로 해소해 나가는 데는 대통령제보다는 국회 해산과 총선거가 용이한 내각제가 더 효과적일 것이다. 대통령 발언의 진정성을 인정한다면, 선거제도 개혁과 내각제 공론화가 지역주의 극복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된다고 본다. 다만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에 ‘주방시설 개수’를 제1과제로 삼는 것은 국민은 배가 아픈데 등을 긁어주는 격이 된다. 대통령은 물꼬를 터줘 독려만 하고, 구체적인 논의는 정치권에 맡기는 것이 옳을 것이다. 본사 고문 khlee@seoul.co.kr
  • 열린우리당 워크숍 대연정 공방

    29일 개최된 열린우리당 워크숍은 ‘갈등 노정’의 시작과 함께 ‘전열 정비’가 동시에 진행된 자리였다. 균열은 역시 ‘대연정’에서 드러났으며, 일부 의원들은 최근 정국에서 당의 노선과 위치 설정 등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비공개로 진행된 토론은 예상만큼의 격렬함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와 야당만 정치하나…” 연정에 대한 반감은 우선 “도대체 이해를 못하겠다.”는 데서 시작됐다.“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차별성이 없다는 대통령의 말 뜻을 모르겠다.”,“의원들도 이해를 못하는데 어떻게 국민들이 이해를 하겠나.”,“연정 제안이 국민적 혼란을 가져왔다. 시기가 부적절했다.”,“지지도가 29%라 연정을 한다는 말은 논리적 근거가 약하다.”는 등의 주장이 제기됐다. “정치는 지금 청와대와 야당만 하고 있다. 당의 역할은 뭐냐.”는 자괴감도 표출됐다. 심지어는 “‘연정’을 하려면 ‘당정’부터 똑바로 해야 된다.”,“지도부도 대통령의 뜻을 모르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왔다.“지역구도 타파는 제도 변경을 통해 일시적으로 성취될 수 없으며 최고의 가치도 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강기정 의원은 “대통령이 너무 앞서나간다.”며 “지역세력과 개혁세력의 승리를 놓고 (대통령이) 선도투쟁을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어떻게 정권을 내놓겠다는 말을 할 수 있나.”는 성토와 함께 의원들은 특히 “당과 상의없이 진행됐다.”는 데 상당한 불만을 표출했다고 한다. 앞서 당 열린정책연구원 이사장인 임채정 의원이 정책 보고에서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보다 더 서민을 위한 당이라는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을 받았다.”면서 당의 정체성으로 ‘중산층과 서민의 당’을 제시하자 즉각 반론이 제기됐다. 임종인 의원은 “이는 지난 2년여 동안 ‘경제살리기’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지향하면서 생긴 문제”라면서 “노 대통령은 특권층·재벌 대변당인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정책적 차이가 없다면서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제안했는데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건 ‘정치질’이다” 그러나 7개반으로 나뉘어 진행된 토론에서는 각 반별로 노무현 대통령을 엄호하고 연정을 뒷받침하는 반박과 설득이 뒤따랐다.“연정만 따로 떼어놓으니 이해하기 어렵다. 사회 양극화 문제와 함께 보면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주된 논리였다.“현재 사회 분열상을 해소하는 데는 ‘사회 대협약’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정치권의 화합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당과 상의가 없었다는 지적에는 “당초 지도부와 상의를 했으나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당청간 논의가 끊긴 것”이라는 해명이 나왔다.“대통령 뜻을 당에서 뒷받침하지 못했다.”거나 “대통령이 당에 많은 시그널을 보냈는데 당이 반응을 못한 것”이라는 자책성 발언도 있었다. 연정 제기 시점에는 “정치 캘린더를 볼 때 지금밖에는 없다.”는 변호가 뒤이었다. 반연정론자에 대해 “대통령의 편지를 다 읽어보기는 했느냐.”고 비꼬는 발언도 있었다는 전언이다. 유시민 의원은 “정치권이 이렇게 싸우면 대연정이라도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서 대통령이 말한 것”이라면서 “이건(지금 정치는) 정치도 아니다.‘정치질’이다.”라고 주장했다. 통영 이지운 박준석기자 jj@seoul.co.kr
  • [책꽂이]

    |실용경제|●수익지대(슬라이워츠키·모리슨·앤델만 지음, 이상욱 옮김, 세종연구원 펴냄) 경영 혁신 리더들의 수익 창출기법에 관한 경영서.IBM·GM 등 12명의 경영리더들의 성공사례와 22가지 수익모델.1만 6000원.●멘탈 모델이 미래를 결정한다(윈드·크룩·건서 지음, 류동완 옮김, 럭시미디어 펴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인 와튼 스쿨에서 펴낸 경제경영 총서. 세상을 변화시키려면 먼저 자신의 생각부터 변해야 한다는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진리를 설파.1만 5000원.●먹고 싶은 대로 먹인 음식이 당신 아이의 머리를 망친다(오사와 히로시 지음, 홍성민 옮김, 황금부엉이 펴냄) 음식과 범죄, 음식과 질병과의 상관관계를 규명한 건강서. 패스트푸드·인스턴트 식품을 즐겨 먹는 아이들은 과잉행동장애, 범죄, 정신분열 등의 증상을 보이기 쉽다.1만 800원.●병원에 가지 않고 건강한 아이 키우기(로버트 멘델존 지음, 펴냄) 소아과 의사인 저자가 펴낸 어린이 건강서. 최고의 의사는 엄마, 할머니, 자연의 힘이라고 주장한다. 의학에 대한 맹신에서 벗어나 건강한 아이를 기르도록 부모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준다.1만 4000원.●부자코드(불스아이 지음, 랜덤하우스 중앙 펴냄) 부자가 되기 위한 계획서. 부자들의 마인드·습관에서부터 재테크 전략까지 분석했다.1만원.●여성한방건강(김상우 지음, 펴냄) 20대보다 젊게 사는 30,40대를 위한 건강서. 식습관, 운동, 수면, 스트레스 관리 등을 통해 건전한 생활습관을 몸에 익히면 젊고 건강한 미래가 다가온다.1만 3000원.|유아·아동|●나야, 나! 뱀꼬리야(니노미야 유키코 글, 아라이 료지 그림, 노래하는나무 옮김, 꿈터 펴냄) 너무나 무기력해서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뱀꼬리가 주인공. 그런 뱀꼬리가 하루 동안 여러 일을 겪으면서 자신의 정체성, 꿈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되는 우화.5세 이상.8500원.●내가 아기였을 때(제이미 리 커티스 글, 로라 코널 그림, 보리 옮김, 미디어2.0 펴냄) 여전히 응석받이로 동생을 돌볼 줄 모르는 아이에게 읽어 주면 딱 좋을 그림책.“내가 아이였을 때는 말이지, 이가 두개밖에 없었어. 지금은 얼마나 많은데.” 네살짜리 책속 주인공이 “나처럼 의젓해져 볼래?”하고 꼬마 친구들에게 귀띔해 준다.4∼6세.8500원.|초등·청소년|●개가 되고 싶지 않은 개(팔리 모왓 글, 임연기 그림, 곽영미 옮김, 북하우스 펴냄) 캐나다의 생태주의 작가 팔리 모왓이 자신의 어린 시절 추억을 소설에 담았다. 초등고학년 이상.1만 2000원.●청소년이 반드시 알아야 할 고고학 이야기(리처드 팬칙 글, 김태항 옮김, 이룸 펴냄) 300만년 인류역사를 재미있는 탐험 형식으로 되돌아 보게 해주는 청소년 교양서. 중학생 이상.1만 1300원.
  • ‘아웅산 보복 北폭격’ 소문…워커가 저지했다

    ‘아웅산 보복 北폭격’ 소문…워커가 저지했다

    ●아웅산 보복 막은 리처드 워커 글라이스틴의 후임자인 워커는 직업 외교관이 아니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출신의 아시아 전공 학자였다. 남부 출신인 그에게는 ‘딕시’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미국에서는 남부 주들을 ‘딕시 랜드’라고 부른다.) 워커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공화당 중진인 서몬드 스트롬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의 추천으로 임명됐다. 선거 공신인 스트롬 의원은 출신지역의 인물을 주요 포스트에 앉히고 싶어 친구인 워커에게 “어느 자리를 원하느냐.”고 물었고, 워커는 “한국 대사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워커 대사 재임기간인 1983년 미얀마 양곤을 방문 중이던 전두환 대통령을 겨냥한 북한 정권의 아웅산 테러가 발생했다. 워커는 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을 중단하고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그를 만났다. 당시 전 대통령이 아웅산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북한을 폭격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고 오버도퍼 교수는 말했다. 워커 대사는 전 대통령에게 “북한에 대한 보복 공격은 동북아 전쟁을 불러올 수 있다.”면서 “그러지 말아달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이에 전 대통령은 “이미 보복 공격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고 오버도퍼 교수는 전했다. ●6월 항쟁 때 군 출동 경고한 제임스 릴리 릴리 대사는 중앙정보부(CIA) 출신이었다. 릴리는 글라이스틴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그의 부모는 선교사가 아니라 사업가였다. 릴리 대사의 재임 중 한국의 민주화 운동이 절정에 달했다. 대학생뿐만 아니라 수십만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서 민주화를 요구했다. 당시 전 대통령은 군을 동원해 민주화 운동을 진압하려 했다고 오버도퍼 교수는 말했다. 그러나 군이 나서면 파국에 이를 것이란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었다. 이를 막기 위해 당시 김경원 주미대사가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전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달라고 백악관에 요청했다고 오버도퍼 교수는 전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여 전 대통령에게 “진압보다는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메시지는 분명했지만 표현은 매우 정중했다고 오버도퍼 교수는 말했다. 그러나 레이건 대통령의 친서를 갖고 전 대통령을 만난 릴리 대사는 편지 내용보다 훨씬 강력한 어조로 전 대통령에게 경고했다고 오버도퍼 교수는 전했다. 릴리 대사는 미군 지도부도 레이건 대통령과 같은 생각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어떤 이유에서건 결국 전 대통령은 군을 투입하지 않았다. 그 직후 노태우 민정당 대표의 6·29 선언이 나왔고,87년 대선에서 야당 지도자인 김대중·김영삼의 분열로 결국 노태우가 당선됐다. ●한반도 비핵화 추진한 도널드 그레그 그레그 대사도 CIA출신이다. 그는 1970년대 하비브 대사 시절 CIA한국지부장을 지내며 김대중 납치 사건 때 김대중을 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오버도퍼 교수는 설명했다. 중국 및 러시아 전문가인 그레그는 1980년대 조지 H W 부시가 부통령일 때 그의 안보보좌관을 지내며 부시와 매우 가까웠다고 한다. 그레그 대사의 주요 임무는 한국에 배치된 전술 핵무기를 철수시키는 것이었다고 오버도퍼 교수는 말했다. 그레그 대사 본인이 한국에서의 핵 철수 정책을 강력히 지지했다는 것이다. 오버도퍼 교수는 그것이 노태우 대통령이 추진한 남북협상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었고, 그 바탕에서 남북기본합의서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노 대통령의 ‘북방정책’을 지지했다. 그러나 그 정책은 기본적으로 노 대통령이 주도한 것이며, 미국은 작은 도우미 역할에 지나지 않았다고 오버도퍼 교수는 진단했다. 북한과 화해하고 중국, 러시아와 수교한 노태우 대통령의 북방정책과 노무현 현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비슷한 점이 있지만 ▲시기와 주변 상황이 다르고 ▲지금은 북핵 문제가 걸려 있는 점이 다르다고 오버도퍼 교수는 말했다. 물론 그레그 대사 시절에도 북한의 핵 문제는 잠재해 있었지만 실제로 표면화된 것은 93,94년이다. ●워싱턴 고위당국자들의 책상을 내려친 제임스 레이니 민주당 출신의 빌 클린턴 대통령이 임명한 레이니 대사는 외교관이 아니라 대학교수였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에머리 대학에서 강의하던 그는 같은 주 출신인 카터 전 대통령과 아주 가까웠다. 젊은 시절 주한미군에서 근무했고 연세대에서 강의를 하기도 했다. 그 때문에 한국 친구가 많았다고 한다. 레이니 대사 시절 북핵 문제가 터졌다. 그러나 당시 워싱턴에서는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까닭에 레이니 대사는 미 정부의 주요 정책결정자들을 만나 북핵 문제가 매우 심각한 사안임을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고 오버도퍼 교수는 전했다. 레이니는 당시 미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인식이 기대에 못 미치자 주먹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심각성을 설파했다고 오버도퍼 교수는 말했다. 94년 들어 북핵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항공모함을 포함한 대규모 미군이 한반도로 향했다. 북한이 유엔 제재에 반발, 군사적 도발을 할지도 모를 상황에 대한 대비였다고 한다. 레이니는 비행기와 선박을 이용, 한국내 모든 미국인을 피신시키려 했다. 일단 무력충돌이 일어날 경우 매우 위험한 전쟁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고 오버도퍼 교수는 말했다. 그러나 카터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 김일성 북한 주석을 만나면서 문제가 해결됐다. 카터는 레이건 행정부 시절부터 평양을 방문해달라는 북한 당국의 초청을 받아왔다. 카터가 대통령 재임시 김일성, 박정희와 비무장지대(DMZ) 3자회담을 추진하는 등 북한을 포용하려는 태도를 보인 것 등이 원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레이건과 H W 부시 정부는 “미국의 외교정책 방향과 맞지 않는다.”면서 카터의 평양행을 원하지 않았다. 북핵 위기의 한복판에서 카터가 평양을 방문한 것은 레이니 대사의 권유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오버도퍼 교수는 말했다. ●목소리 낮았던 스티븐 보스워스 보스워스 대사는 외교관이면서 경제 전문가였다. 주한 미국대사 가운데 실질적으로 경제문제에 관심을 기울인 인물은 보스워스가 처음일 것이라고 오버도퍼 교수는 평가했다. 경제 전문가인 보스워스 대사 시절 한국이 금융위기를 맞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상황에 들어간 것은 흥미롭다. 보스워스 대사는 외부에 큰 목소리를 내지 않는 ‘로 키’를 유지했다고 오버도퍼 교수는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재임 당시 누구보다 한국의 현실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보스워스 재임기간인 2000년 6월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렸다. 보스워스를 비롯한 미 당국자들은 공식적으로 남북 정상회담에 반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워싱턴에서의 평가와 입장은 사람에 따라 달랐다고 오버도퍼 교수는 말했다. 그러나 미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막으려 하지 않았던 것은 분명하다고 그는 전했다. 보스워스 대사는 미국이 클린턴 정부에서 조지 부시 정부로 넘어가면서 대북 정책이 바뀌는 과정도 겪었다. ●부시가 지명한 3명의 주한대사 외교관 출신인 토머스 허버드 대사는 북한과 많은 협상을 벌여온 북한 전문가였다. 허버드는 제네바 협상 당시 미국 대표단에 포함돼 있었고,95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후속 경수로 협상에선 미국 대표단을 이끌었다. 이후 다른 협상으로 평양을 자주 방문했다. 오버도퍼 교수는 부시 대통령이 남북관계 전문가인 허버드를 자신의 첫 주한대사로 지명한 것은 논리적인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평양 당국과의 협상이 주요한 한반도정책이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허버드 대사를 포함, 최소한 3명의 주한대사를 지명하는 대통령이 됐다. 오버도퍼 교수는 크리스토퍼 힐 대사와 알렉산더 버슈보 대사 내정자의 인선은 허버드 대사와 달리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입김이 많이 작용한 것으로 평가했다. 힐과 버슈보 모두 유럽 전문가들이다. 힐은 한국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지만 폴란드와 발칸반도 등 유럽에서 능력을 발휘했고, 버슈보는 라이스처럼 소비에트 전문가로 나토와 러시아 대사를 지냈다. 오버도퍼 교수는 힐 대사에 대해서는 “너무 짧은 기간 대사로 일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코멘트를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오버도퍼 교수는 한국에서 힐 차관보의 인기가 높은 것과 관련,“힐 대사의 인기는 대북 협상이 성공적일 경우 계속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힐 차관보는 전임자인 제임스 켈리보다 정부 내에서 힘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버도퍼 교수는 부시 대통령이 버슈보 같은 거물을 차기 주한대사에 지명하려는 것은 한국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오버도퍼 교수는 버슈보가 유능한 외교관이며 그의 역할은 한·미 정부간의 ‘복잡한’ 상황 때문에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버도퍼 교수는 17년간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국제관계 전문 기자로 활동하면서 1970년대 이래 모든 주한 미국대사와 한국 대통령·외교부 장관·주미 한국대사를 인터뷰한 경험을 갖고 있다. 포병장교로 한국전쟁에도 참전했으며 1993년 기자를 그만둔 뒤 ‘두 개의 한국’이란 책을 쓰기도 했다. 이 책은 미 정부 한국 담당 관료들의 필독서로 꼽힌다. 현재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가르치고 있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 dawn@seoul.co.kr
  • [참여정부 반환점] ‘후반기 국정운영’ 각계 제언

    우리 사회의 전문가와 여론주도층 인사들 다수가 25일 임기 후반기를 맞는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에게 무엇보다 ‘통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국정 운용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과 서울신문과의 특별 인터뷰에서 ‘정치 과잉’에 대한 우려도 집중 제기됐으며, 적극적으로 전문가 기용을 주문하는 의견도 많았다. 국회 정치개혁협의회 위원장을 지낸 김광웅 서울대 교수는 23일 “대통령 임기를 10으로 보면 과거사 정리에는 5만 채우고 나머지 5는 미래를 조망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임기 절반까지는 과거에만 집착하느라 미래를 잃은 것 같다.”면서 “이런 면에서 지금까지 각 부처가 제시한 로드맵은 잘 모르고 만든 측면이 있는 만큼 제대로 다시 만들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름다운 재단’의 박원순 변호사는 “정치 영역의 갈등이 되풀이되고 사회 양극화 현상이 증폭되는 등 대통령이 우리 시대의 큰 비전을 세우지 못한 것 같다.”면서 “이제부터라도 대통령은 통합 노력을 경주하고 화합의 정치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왕좌왕했던 부동산정책이 보여주듯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을 내놓거나 부처간에 조정이 안된 상태에서 정책을 발표해 혼선을 빚었는데, 이같은 ‘정책 콘텐츠 빈약’을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성린 한양대 교수는 “정부가 지난 일을 바꾸려는 데 너무 치중하다 보니 갈등만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았고 이런 가운데 기업의 투자심리 약화, 경제침체를 가져왔다.”고 진단했다. 이어 “능력있는 사람을 배제하는 인사를 하다 보니 능력있는 인사들의 조력을 받지 못했고 ‘아마추어’라는 비판을 받았다.”고 꼬집었다. 나 교수는 “현재의 잘못된 분위기는 정치 쪽에 너무 갈등을 일으켜 생긴 것”이라며 ‘정치 과잉’을 거론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 역시 “국민들은 경제에 더 관심을 갖고 있는데 대통령은 너무 정치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어 경제가 정치에 압도당하는 형국”이라며 정치 과잉을 우려했다. 박 전 의장은 “후반기에는 어느 정권이나 대통령 친정체제로 흐르기 쉽다.”면서 “무엇보다 인사정책에 신경을 써서 ‘회전(문) 인사’,‘코드 인사’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병두 서강대 총장은 “그동안 추진해온 개혁과제를 하나씩 정리하는 쪽으로 국정을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손 총장은 동시에 “개혁과제 수행 과정에서 분열된 민심을 통합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말고, 이제는 경제 살리는 일에 매진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김중권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흐트러진 민심이 지금 20% 안팎의 정권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국민적 불신이 깊은 상황인 만큼 민심 수습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걱정했다. 이어 “참여 정부인 만큼 전문가를 기용하는 데 주저하지 말라.”고 조언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盧대통령에 바란다] “과묵의 리더십 필요… 업적에 얽매이지 말아야”

    [盧대통령에 바란다] “과묵의 리더십 필요… 업적에 얽매이지 말아야”

    40년 가까이 파란만장한 한국 정치사의 현장을 누볐던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23일 “노무현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조용한 가운데 경제 회복과 민생문제 해결에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14,16대 때 국회의장을 지낸 그는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그동안 필요없는 말을 너무 많이 했다.”면서 “정치는 오케스트라와 같아서 대통령은 말없이 지휘만 하면 된다.”는 말로 참여정부의 2년6개월을 평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집권 전반기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대통령이 잘하려고 애는 많이 썼으나 결과적으로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민심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헛발질을 많이 한 것 같다. 예컨대 대통령은 연정이니 권력구조 개편 문제 등에 역점을 두고 있으나 국민들은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노 대통령의 리더십은 어땠나. -대통령은 모든 것을 혼자서 다 하려고 했고, 필요없는 이야기도 자주 한 것 같다. 그런데 정치는 오케스트라와 같아서 대통령은 말없이, 조용한 가운데 손끝으로 지휘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 가장 훌륭한 리더십은 ‘과묵의 리더십’이다. 말없이 손으로 지휘하라는 것이다. ▶국가범죄 공소시효 배제 등 과거사 관련 이슈가 많은데. -과거의 권력 남용에 의해 관제 공산당으로 몰리거나 혹은 인권을 유린당했던 사람들의 명예를 회복한다는 그 취지는 좋으나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법이론까지 언급해 법적 논쟁을 일으킨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향후 국정운영 방향은. -국민의 지지 회복을 위해 (대통령이)무리수를 두지 말아야 한다. 특히 정치문제, 남북문제는 재임 중 지나치게 업적을 남기려 하지 말아야 한다. 역대 대통령들도 지나치게 업적을 남기려다 실패한 경우가 많다. 남은 기간에 조용한 가운데 경제회복, 민생문제 해결에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집권 여당의 역할은. -집권 여당은 여소야대가 됐다고 결코 초조할 필요가 없다. 여대야소를 고집하는 것은 다수의 횡포와 힘의 논리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오히려 여소야대일 경우 여당은 야당과 대화와 타협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게 돼 정국 안정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의석 수가 아니라 어떻게 국민의 믿음을 얻느냐는 것이다. ▶선배 정치인으로서 조언을 한다면. -노 대통령은 지난 8·15경축사에서 “(국민이)분열된 상태에서는 미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가 극도로 분열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까지 된 데에는 그 책임이 다름아닌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껴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코드 정치’보다 명실공히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 국민 통합을 이룩해야 한다. 통합된 국민의 에너지 없이는 경제회복과 선진한국의 꿈은 결코 이룰 수 없을 것이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사설] 경제회복·양극화 해소로 승부하라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25일 임기반환점을 앞두고 후반기 국정의 대원칙으로 ‘분열구조의 극복’을 내걸었다. 구체적인 과제로는 양극화 해소, 정치적 분열과 지역구도 극복, 대화와 타협 문화정착 및 미래 투자 확대 등을 제시했다. 이런 원칙이나 과제는 일단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여기에 더해 무엇보다 경제회복이 급선무라고 본다. 지난 2년반 동안의 집권 기간은 국민들에게 아주 길게 느껴졌다. 긴 불황으로 대다수 국민들은 어려움을 겪었으며 빈곤층이 국민 7명중 1명에 이를 정도로 늘어났다. 집·땅값이 폭등, 서민들이 눈물을 흘려야 했다. 반면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집을 여러채 보유한 부유층이 늘면서 자산격차가 커졌다. 앞으로 집권 후반기에는 경제회복 정책과 빈부격차의 해소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에 빚어지는 경기 양극화를 해소할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참여정부 전반기는 과거사 규명, 국가보안법 철폐와 행정수도 이전 등으로 세대간, 진보·보수세력간, 지역간 갈등이 노출되었다. 후반기에 접어드는 지금부터는 통합적인 리더십으로 이를 극복해야 한다. 대통령 탄핵, 수도이전 위헌 결정 등 나라 전체가 흔들리는 불안감을 국민들이 또다시 겪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편을 가르는 발언으로 국론을 분열시키기보다는 묵묵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여론조사처럼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이 모두 잘못됐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정부가 정쟁과 불안감을 부추겨 경제마인드를 위축시키는 일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부동산문제도 다잡고 어려운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경쟁력 향상, 빈곤층에 대한 복지정책도 다듬어야 한다. 대통령과 정부는 앞으로 새로운 일을 자꾸 벌이기보다 경제회복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차분하게 기존 정책을 보완하면서 재검토하고 하나하나 매듭을 지어나가야 한다. 집권 후반기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이제 정말 조용하면서도 안정된 삶을 살고 싶다.
  • “참여정부 후반기 정책 분열·양극화 극복 주력”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은 21일 참여정부 후반기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해 “중장기 국가발전을 위해 풀어야 할 가장 근본적인 숙제인 우리 사회의 각종 분열 요인을 극복하고 통합을 이뤄내기 위해 좀더 구조적인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날 오는 25일 참여정부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현안과 단기 과제에 대해 적절히 대응해 나가겠지만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관점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실장은 “우리 사회의 의제 형성과 정책결정 과정을 왜곡시키고 있는 지역분할 구도와 그에 근거한 정당체제, 경기 침체의 원인이 됨과 동시에 계층간의 갈등을 불러올 수 있는 양극화 현상, 권위주의 체제 아래 일그러져버린 국가의 관리기능, 저출산·고령화 현상 등의 문제들은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위기 요인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문제 가운데 참여정부 임기 안에 풀지 못하는 것도 있을 수 있지만, 우리 사회가 공유해야 할 문제라면 반드시 던질 것”이라며 “국민들이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 위기를 위기로 알게 하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책무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 안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조금도 변함이 없고, 확고하다.”면서 “이해관계를 엮어서 부동산 정책을 지지하고 그 제도를 지키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도록 해 정부가 바뀌더라도 없어질 수 없는 대책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영화속 수능잡기] 웰컴투 동막골

    [영화속 수능잡기] 웰컴투 동막골

    영화 ‘웰컴투 동막골’의 무대인 강원도 오지 동막골.‘누구네 돼지가 새끼를 뱄다더라, 누구네 엄마가 아랫배에 뭔가 단단한 게 잡힌다더라.’ 하는 소문은 밤새 천리를 가는 마을이지만, 동막골 사람들은 전쟁이 일어난 사실조차 모른다. 인터넷은 물론,TV와 라디오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없으니 바깥 세상의 소식을 알 턱이 없다. 그들은 이념이 뭔지를 모른다. 아는 것이라고는 씨앗을 심으면 싹이 트고 잎이 나고 열매를 맺고 그 열매가 흙으로 돌아가 다시 싹을 틔운다는 순환의 진리뿐. 그곳에 6명의 군인이 찾아든다. 국군·인민군·미군은 서로를 경계하고 마을 사람들까지 위협해 보지만, 총을 들이대고 수류탄을 뽑아 들어도 마을 사람들은 두려움을 모른다. 이데올로기의 싸움이 얼마나 살벌한 것인지를 동막골 사람들은 모르기 때문이다. 그들의 순박함 앞에 오히려 총을 들이댄 이들이 민망해진다. 결국 행복하고 따듯한 동막골 사람들에게 점점 동화돼 가는 군인들은 함께 밭을 갈고, 멧돼지도 잡고, 강냉이도 튀겨 먹고, 풀썰매도 타면서 점점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간다. 그러나 평화와 즐거움도 잠시, 전쟁의 마수는 동막골까지 뻗친다. 이 평화스러운 마을을 전쟁의 불길에 놓아둘 수 없다. 드디어 연합군의 작전이 시작된다. 이 영화를 보고 이렇게 투덜대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일제 36년 동안 제국주의의 손길이 뻗치지 않은 곳이 없을 텐데, 강원도의 오지라 해도 원시의 풍속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었다는 영화의 설정 자체가 말도 안 돼. 우리나라가 브라질처럼 원시의 정글을 끼고 있다거나 티베트처럼 험악한 산악지형에 둘러싸여 있다면 몰라도, 손바닥만한 나라에 그런 마을이 어디 있어. 원수처럼 으르렁거리던 군인들이 몇 달 같이 지냈다고 해서 형제 이상의 우애를 과시한다거나, 목숨을 내걸고 마을의 평화를 지키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인 설정 아니야. 옥수수 창고에 폭탄이 터졌다고 해서 하늘에서 팝콘이 함박눈처럼 내린다는 것도 우습지 않아. 현실도 아닌 것을 마치 현실처럼 보여주는 것은 사기야.’ 그렇다. 없는 것을 마치 있었던 것처럼 보여주니 영화는 사기다. 현실에 동막골은 없었다. 현실에 있었던 것은 피비린내 나는 동족상잔의 비극이었다. 그러나 영화가 보여주는 동막골이라는 공간은 현재에 없는 공간이지만 앞으로 있어야 할 공간이다. 그곳은 분열과 대립과 갈등의 공간이 아니라 화해와 평화와 사랑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예술은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현실에 없는 초월의 공간을 보여주기도 한다.1950년대 우리의 현실에 부족했던 것은 화해와 사랑이었다. 이념은 사람들의 표정을 굳게 했다. 이념의 인간에겐 웃음도 발랄함도 없었다. 동막골의 팬터지는 천진난만한 웃음과 화해와 사랑의 표정을 보여준다. 영화의 팬터지는 비현실적인 것이긴 하지만 우리의 역사가 무엇을 결여하고 있는가를 강력하게 고발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상상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예술이 보여주는 팬터지는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그것을 통해 우리의 현실이 무엇을 결여하고 있는지를 통찰해 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박광현 감독, 신하균·정재영·강혜정 주연,2005년작.
  • [사설] 경주 방폐장 신청, 부안 재판 안돼야

    경북 경주시가 엊그제 지방자치단체중 처음으로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처리장 유치 신청서를 산업자원부에 냈다. 지역 주민 여론조사에서 55.4%의 찬성을 얻고 시의회에서 유치동의안이 가결되자 바로 제출한 것이다. 또 군산시가 이미 의회 동의안을 받았고 울진군과 포항시도 의회에 방폐장 유치 동의안을 상정하는 등 모두 6곳의 지자체가 신청마감인 이달말까지 방폐장 유치를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폐장은 원자력 발전소의 운영자들이 입었던 옷과 장갑 등만을 대상으로 하며 사용후 핵연료 등은 제외될 예정이다. 방폐장을 유치한 지자체는 특별지원금 3000억원에 더해 매년 평균 85억원의 폐기물 반입수수료를 받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경제에 큰 이익이 있는 반면 위험은 줄어드는 것을 겨냥해 지자체들이 경쟁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다. 지역주민의 자발적인 유치 의사를 더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정부가 주민을 설득하지 못해 19년간이나 방폐장을 건설하지 못한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게 될 것이다. 앞으로 정부는 후보 대상지역에서 주민투표를 요구해 그 결과에 따라 대상지역을 확정할 예정이다. 따라서 신청전뿐 아니라 확정 시점에서도 모두 주민 의견을 반영, 과거와 같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되는 것은 방폐장 유치에 관련된 지역 여론의 분열이다. 경주시의 경우 벌써 반대측에서 규탄시위를 갖고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과거 부안의 재판이 되지 않도록 지자체들은 방폐장 유치 신청후에도 지역 의견을 지속적으로 들어야 한다. 의견수렴 노력은 아무리 많아도 지나치지 않다. 또 반대측은 다수결 절차를 존중해 민주적으로 의견을 절충해야 한다.
  • 공화국·연방제·독립국 ‘3각분열’

    이라크의 정치 일정이 마비 일보 직전에서 기사회생했지만 제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라크 헌법초안 위원회는 당초 의회 제출 시한인 15일 자정(현지시간)을 20분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과도헌법 개정을 위한 투표를 실시, 시한을 오는 22일까지 일주일 연장하기로 했다. 당초 위원회는 열흘 연장을 희망했지만 의장이 일주일만 늘릴 것을 긴급 제안해 이처럼 결정됐다. 그러나 정파간 의견이 워낙 갈라져 있어 기한 연장으로는 최소한의 합의도 이끌어낼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의회를 해산하고 새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언제든 힘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다. ●시아파는 “자치권”, 쿠르드족은 “독립” 시아파, 수니파, 그리고 쿠르드족 정파 대표들은 이날 바그다드 ‘그린존’에서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협상을 벌인 결과 석유 수입 배분과 국호, 이중국적 허용 등에는 합의에 도달했지만 연방제, 여권(女權), 이슬람의 역할, 쿠르드족 문제 등에서는 접점을 찾지 못했다. 쿠르드족 문제보다 더 심각한 의견 대립을 부른 것은 남부 9개주의 자치권을 인정해 달라는 시아파의 요구였다고 뉴욕 타임스는 16일 지적했다. 이들 9개주는 이라크 영토 절반이어서 수니파는 물론, 세속적인 시아파마저 “국력을 극도로 약화시킬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쿠르드족은 북부 3개주가 이라크에서 언제든지 독립할 수 있는 권리를 명기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쿠르드족 지도자 마무드 오트만은 “지상의 아랍인 등 어느 민족이든 자결권을 갖고 있다. 그런데 뭐가 문제냐.”고 되물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여기에 영적 지도자를 의미하는 아야툴라들의 모임 ‘마자리야’의 존재를 헌법에 명기해야 한다는 시아파 요구에 대해 세속적인 시아파마저 “성(聖)과 속(俗)의 구분을 모호하게 할 여지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수니파 지도자인 살레흐 무틀라크는 “헌법의 50%도 아직 끝내지 못했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견이 워낙 큰 데다 이런 난제를 풀 만한 정치 지도자의 결단도 찾아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 신중한 반응 일관 현재로선 10월15일 국민투표에서 헌법을 확정해 12월 총선을 실시한다는 일정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정파간, 종족간 이견을 아우른 헌법 초안이 제출되면 정치 일정에 대한 믿음이 공유돼 수니파 주도의 폭력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미국으로선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시한 연장을 별것 아닌 일로 치부하고 이라크 지도자들을 격려하는 모습을 애써 보인 것도 앞으로 남은 기간 최선의 합의를 도출해 주었으면 하는 미국 정부의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도 “(헌법 초안의) 완성을 위한 의미있는 계기로 삼을 것”을 촉구했다. 익명의 행정부 관리는 “조심스러운 대목이 너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여 “국민합의땐 국가범죄 소급처벌”

    정치권은 16일 국가권력 남용 범죄에 대해 민·형사 시효의 적용 배제를 거론한 노무현 대통령의 8·15경축사를 놓고 논란에 휩싸였다. 한나라당은 ‘위헌적 발상’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열린우리당이 후속 입법 논의를 시작, 향후 여야간 충돌이 예상된다. 열린우리당 이원영 의원은 이미 지난 7월 ‘반(反) 인권적 국가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안’을 대표 발의해놓은 상태다. 같은 당 정세균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정책회의에서 이 법안의 입법을 올해 정기국회에서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노 대통령이 언급한 소급입법 적용은 국가의 헌정체제와 법률체계를 송두리째 무시하고 국론을 분열시킨 것”이라면서 “대통령은 더 이상 위헌적 요소에 대해 언급하지 말고 도청문제와 관련, 여권이 압력을 가해 먼저 특검법부터 수용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맹형규 정책위의장은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는 것은 옳은 일이지만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잘못”이라면서 “지금은 분열과 정쟁을 일으킬 때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헌신이 필요한 때이므로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위헌적 발상, 야당 파괴발상, 민생을 저버린 반국민적 발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장윤석 법률지원단장은 “지난 1998년 로마규정에서 결정된 공소시효를 배제키로 한 범죄유형은 반인도적·전쟁범죄 등으로 노 대통령이 언급한 국가권력 남용범죄는 어느 항에도 적용되지 않는 것”이라며 위헌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공소시효가 소멸된 경우까지 형사상 책임을 묻자는 취지는 아니라는 입장을 정리했다. 이미 당론으로 발의한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공소시효 등 특례법안’에 규정된 것처럼 현재 공소시효가 남아 있거나 앞으로 일어날 사안에 대해 공소시효를 배제하겠다는 뜻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민적 합의나 사회적 합의’가 있을 경우 형사상 시효를 배제, 소급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정세균 원내대표는 “성급한 위헌 시비나 법리논쟁 이전에 대통령의 취지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 연구해야 한다.”면서 “핵심은 과거사를 제대로 규명하고 진정한 화해와 통합으로 나아가는 데 부족한 점이 있으면 바로잡자는 것이지 헌법을 위반하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지운 구혜영기자 jj@seoul.co.kr
  • [서울광장]지역구도 감동정치로 풀어라 /육철수 논설위원

    [서울광장]지역구도 감동정치로 풀어라 /육철수 논설위원

    입맛이 보수적이고 까다롭기로 소문난 대구 사람들이 요즘 호남의 대표 음식인 홍어에 부쩍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갈치·자반고등어·참조기만 고집하는 대구 사람들의 식성에도 드디어 변화가 오는구나 싶어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단조롭던 입맛의 변화에서 정치적 성향의 변화까지 기대하는 게 성급한 일일 수도 있겠으나…. 우리 사회의 지역감정이니 지역구도니 하는 말은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금기처럼 돼 있다. 말 한마디 까닥 잘못하면 난처해지기 십상이고, 입에 올리지 않는다고 해서 마냥 덮어질 문제도 아닌데 말이다. 워낙 망국적이고 고질적인 탓에 노무현 대통령이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대통령직까지 걸고 나오는 데는 그만한 이유와 가치가 있다고 본다. 물론 경제도 어려운데 지나치게 정치적이라는 비판도 없지 않지만 언제까지 이런 분열상을 모른 체하고 넘길 일은 아닌 게 분명하다. 지역구도는 영호남이 핵심이다. 그 뿌리는 6대 대선(1967년)때 가시화돼 신군부의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을 계기로 돌이킬 수 없게 됐다는 게 정설처럼 돼 있다. 그 후 선거만 치렀다 하면 나라는 언제나 두 동강이었다.1998년 외환위기와 함께 출범한 국민의 정부 시절, 각계각층에서 벌어진 영호남의 역전은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졌다. 그 원인이 특정지역의 패권주의나 배타적 감정 때문인지, 수적 열세에 대한 공포를 벗어나기 위한 생존적 몸부림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역대 정권을 보면 지역기반이 바뀌면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는 공기업의 경우 중간간부의 인사까지 영향받을 정도였다. 대선이 개인의 생존권까지 담보한다는 말은 그래서 빈말이 아니었던 거다. 집권측과 출신지역이 같다는 이유로 오만방자했던 별볼일 없는 사람들을 가까이서, 멀리서 무수히 겪었다. 노대통령은 선거제도의 개선을 통해 이런 난제를 풀 수 있는 것처럼 역설한다. 서로 상대에게 타격을 가하면서 뿌리가 깊어진 지역구도를 선거제도로 접근해 명쾌하게 풀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인가. 영남에서 열린우리당이나 민노당·민주당의 의석이 쏟아지고, 호남에서 한나라당의 의석이 나와야 지역구도가 무너질 것이라는 게 아마 대통령의 생각인 것 같다. 그렇다면 정치권의 노력 부재를 먼저 탓해야 할 것이다. 현행 선거제도로도 얼마든지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의지와 노력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진심이 쌓이고 영호남 사람들간 마음이 진정으로 열리면 지역구도 타파가 전혀 무망한 것도 아니다. 선거제도의 문제라면 현 제도로는 왜 안 되는가. 예를 들어 보자. 지난해 4·15 총선 때 누가 봐도 영호남의 민심 동향상 지역구 선거 결과는 뻔했다. 선거 전에 이미 호남에선 열린우리당 아니면 민주당이, 영남에선 한나라당이 절대 우세였다. 그렇다면 비례대표에 상대 지역출신의 각계 전문가들을 당선권 내에 대거 포진시켰다면 적어도 지역안배에 신경썼다는 말도 듣고, 지역구도 타파를 염원한다는 메시지도 국민에게 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비례대표 23명 가운데 영남출신 인사가 7명, 호남이 4명이어서 비교적 노력했다고 평가받을 만하다. 반면 한나라당은 비례대표 21명 중 9명이 영남이고 호남은 단 1명이다. 마음먹기에 따라 호남 국회의원 10명 이상을 가질 기회였고,5·18 묘역에 열 번 참배가는 것 이상의 호남민심을 얻었을 것이다. 정치권만 나무랄 일은 아니나, 사회 전반에 영향력이 심대한 정치권에서 노력을 안 하면 어느 국민이 감동하겠는가.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국가범죄 시효배제법 제정”

    “국가범죄 시효배제법 제정”

    노무현 대통령은 15일 국가기관의 인권침해 사례에 대한 배상·보상이 가능하도록 과거사정리기본법을 개정하고,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이 이뤄지면서 시효가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특별법을 제정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야당은 물론 법조계 일각에서 위헌적 발상이라고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노 대통령은 이날 광화문 앞 광장에서 열린 제6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축사를 통해 “국가권력을 남용하여 국민의 인권과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한 범죄와 이로 인해 인권을 침해당한 사람들에 대한 배상과 보상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시효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조정하는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더 이상 국가기관을 남용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빼앗아 놓고 나 몰라라 하고 심지어는 큰소리까지 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국민에 대한 국가기관의 불법행위로 국가의 도덕성과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고 지적하고 “국가권력의 정당성과 신뢰를 회복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는 스스로 앞장서서 진상을 밝히고 사과하고, 배상이나 보상의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과거사정리기본법에 규정이 있고 올 연말에 출범할 과거사정리위원회가 타당성 있고 형평에 맞는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그래도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이를 보완하는 법을 만드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입법을 할 경우에는 확정판결에 대해서도 좀더 융통성 있는 재심이 가능하도록 해서 억울한 피해자들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나라를 지속적 발전의 토대 위에 단단하게 올려놓기 위해서, 또다시 나라가 위기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반드시 이 분열과 갈등의 원인과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정치권이 기득권을 버리고 선거제도 개선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는 “헌법·법률체계를 소급해서 무너뜨리고 하면 결국 부메랑이 돼서 돌아와 국가사회가 어지러워진다.”면서 “도청사건에 대해 위헌투성이인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수준을 더 뛰어넘는 법을 만든다는 대통령의 자의적인 발상은 안 된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박정현 이종수기자 jhpark@seoul.co.kr
  • [사설] 국가범죄 시효배제 제안 주목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국가권력 남용 범죄에 대해 민·형사 시효 적용을 배제하는 입법을 제안했다.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를 배상·보상하고 가해자를 단죄해야 한다는 기본취지는 옳다고 본다. 그러나 미래지향, 사회통합 분위기를 깨거나 정치보복이라는 인상을 주어선 안 된다. 입법논의 과정에서 절제와 분별이 요구된다. 2차대전 전범자를 처벌하면서 전쟁 범죄, 반인도적 범죄는 공소시효가 없음이 국제관습법으로 자리잡았다. 나치전범의 공소시효를 없애는 국내입법을 한 프랑스 사례가 있다. 나아가 국가권력에 의한 고문·살인 등 반인권 범죄의 공소시효를 없애려는 움직임이 여러 나라에서 나타난다. 한국에서도 5·18특별법을 제정해 12·12 및 5·18 관련자를 처벌한 전례가 있다. 개인간 범죄와 달리 국가기관이 저지른 범죄는 스스로 고백하지 않으면 은폐되기 쉽다. 조작과 억압으로 시간을 벌고, 일반범죄 시효에 따라 면죄부를 받는 일은 막아야 한다. 열린우리당은 ‘반인권적 국가범죄 공소시효 특례법안’과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고 있다. 이들 법안과 함께 과거사기본법 보완 여부를 여야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공소시효 배제는 물론, 확정 판결자에 대한 재심 허용은 위헌이라면서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야당의 반발은 형사처벌에 집중한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피해자 구제라는 민사 측면에서 보면 야당이 입법논의에 동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형사처벌은 앞으로의 범죄행위에 주안점을 두고, 민사 배상·보상은 과거 행위까지 적극 적용하는 방식으로 절충해나갈 수 있다. 노 대통령의 공소시효 배제 언급은 국정원 도청사건에도 연결된다. 특별법·특검법으로 여야가 대립한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노 대통령은 통합을 강조하면서 방법상의 오류로 분열·갈등을 오히려 키우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과거사 언급은 진상규명과 배상·보상에 분명한 초점을 맞추고, 광복 60주년의 미래 비전을 더욱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었다.
  • 與 “과거정리 공감” 野 “분열 더 커져”

    노무현 대통령이 15일 소멸시효 적용을 배제하는 내용의 과거사정리기본법을 제안한 것을 놓고 정치권에서도 위헌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특히 노 대통령의 경축사에 대해 “대통령의 문제의식에 공감한다.”고 환영한 반면 한나라당은 위헌 논란을 제기하면서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열린우리당 배기선 사무총장은 “확실하고 튼튼한 미래를 위해 과거를 제대로 정리해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소신이 반영된 논리정연한 경축사”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결단 촉구와 관련,“선거구제 개편을 통한 지역구도 타파와 대연정, 소연정에 대해 야당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화합과 통합의 포장지로 감싼 경축사의 내용은 불행한 내용물로 가득 차 있다.”면서 “노 대통령이 기득권 세력이 된 지난 2년 반 분열의 상처는 더 깊어졌고, 분열의 구조는 더 첨예해졌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가권력 남용 범죄에 대한 시효적용 배제와 피해 보상을 위한 소급입법 방침과 관련,“대통령이 앞장서 초헌법적 발상을 내놓고 있다.”면서 “확정 판결이 난 사건에 대해 재심사유가 있다면 얼마든 재심할 수 있지만 공소시효 문제는 다른 차원인 만큼 특별법을 만들어 과거의 사례를 소급·적용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논평했다.민주노동당 홍승하 대변인은 “대통령은 무원칙한 연정 논란만 야기했지 지역구도 극복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지도 못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도 “국민 통합을 바란다면 한나라당과의 동거정부 구성 제안을 철회하고 국민의 정부와의 의도적인 차별화 기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이지운 구혜영기자 jj@seoul.co.kr
  • [광복60 지상토론] 北 현충원 참배

    [광복60 지상토론] 北 현충원 참배

    광복 이후 처음 이뤄진 북측 인사들의 국립현충원 참배를 놓고 환영과 우려의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남북 화해의 일대 전기가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6·25에 대한 참회 없는 참배는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소지가 많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상반된 견해를 가진 두 학자의 진단을 통해 전환기를 맞은 남북관계의 해법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 “동족상잔 전쟁 마침표 남북공존 전향적 몸짓” 8·15 민족대축전에 참가한 북측 정부 대표단이 국립 현충원을 참배한 것은 그 자체로 획기적인 일이다. 우리의 요구가 아니라 북측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이루어진 점은 더더욱 이례적이고 파격적이다. 6·15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진전되었지만 양측 모두 금기의 영역이 존재했다. 상대방의 체제와 이념 문제는 직접 건드릴 수 없었고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양 측의 건국 및 호국 인사들이 안치되어 있는 묘소 참배 문제였다. 특히 전쟁까지 직접 치른 남북으로서는 상대방의 국립묘지가 곧 바로 적군의 묘지였고 상대방의 호국영령은 곧 전범이었을 뿐이다. 따라서 이번 북측 대표단의 현충원 참배는 분단과 전쟁으로 얼룩진 남북 현대사의 멍에와 상처를 상호 존중의 정신으로 치유하고자 하는 전향적 첫걸음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남북은 이제 상대방의 체제와 이념 그 자체도 인정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 이번 현충원 참배는 최근 남북관계에서 북한이 보여준 적극적인 자세와 맥락이 닿아 있다는 점에서 전술적 일회성보다는 구조적 진정성을 기대하고 싶다. 장기 소강국면 끝에 지난 5월 차관급 회담을 시작으로 남북관계가 정상화되었고 이후 진행과정은 오히려 북한이 적극적 자세를 보이는 모습이었다. 6·17 평양 면담,15차 장관급 회담,10차 경추위, 개성과 백두산 개방 허용 등이 모두 그랬다. 이같은 적극 행보는 특히 김정일 위원장의 직접 결단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어서 더욱 무게가 실린다.6·15 5년을 맞는 지금, 과거와 질적으로 다른 남북관계의 진전은 오히려 북에 절실하고 불가피한 선택임을 짐작케 한다. 또한 현충원 참배는 남북관계의 질적 발전과 이념적 화해라는 의미 말고도 보다 장기적으로는 한반도 평화체제 마련이라는 과제와 간접적으로 맞닿아 있다.6·25 전사자 위패와 무명용사 유골이 안치된 현충탑을 북측 대표단이 참배한 것은 동족 상잔의 전쟁상태를 종료하고 진정한 평화를 회복하자는 보다 적극적 해석까지 가능한 대목이다. 전쟁이 아직 법적으로 종료되지 않은 정전체제하에서 실제 교전 당사자인 상대방의 국군묘지에 참배하는 것은 그 자체로 전쟁에 대한 유감표시와 함께 이제 전쟁을 실제적으로 끝내고 평화상태를 회복하자는 간접적 메시지가 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북핵 6자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가 부각되고 있다. 이번 현충원 참배를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의 시작을 기대하는 것도 바로 그런 연유에서이다. 북측의 현충원 참배를 불순한 의도로 보는 사람도 있다. 평양을 방문한 남측 대표단에 금수산 궁전 참배를 강요할 것이라는 우려에서이다. 그러나 상대방의 선의는 일단 선의로 받아들여야 한다. 민족화해에 기여하는 일마저도 색안경을 끼고 비난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정말 소심의 극치일 뿐이다. 이제 우리가 대범해야 한다. ■ “반역사적인 무력남침 참회없는 참배 무의미”북한이 6·25에 대해 공식적으로 진실과 통한의 뉘우침을 담은 사과절차 없이 북측 8·15 축전대표단이 국립현충원을 참배했다. 이같은 행위는 자칫 남과 북의 평범한 국민들에게 고 김일성 주석이 의도적으로 정치적 목적으로 행한 무력도발의 반(反)역사성을 묻히게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으므로 우리 모두 경계를 요한다. 아직도 6·25를 ‘민족해방전쟁’으로 신성시하고 있는 북한 정치체제의 본질적인 변화가 전무한 상황에서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는 방편으로 민족 감정을 활용하고 있는 위험성에 대한 정부의 분명한 인식과 국민들의 냉정한 평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막말로 해서 항상 전략과 전술로 남북문제를 재단하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선 손해 볼 일이 없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과 정보의 흐름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는 북한의 현실을 고려할 때 북한당국은 이번의 참배를 그들의 구미에 맞게 정치적으로 요리해 체제유지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남한의 친북 세력을 지원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대북문제로 분열돼 있는, 우리 사회내에서 사상적으로 이질적인 집단간의 갈등은 더욱더 깊어 갈 것이다. 특히 국제적으로도 대북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노정된 미국과의 벌어진 틈새가 더 벌어질 수 있는 부정적 결과를 걱정해야 할 시점이다. ‘과거의 상처를 함께 치유하는 출발점’이라는 정부 당국자들의 감상적이고 순진한 발언은 앞으로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날이 되면 얼마나 위험한 대북관의 노출이었는지 스스로 자문해 보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우리 정부가 북한측의 이러한 참배 제의를 받아 들인 것은 국제적으로 고립되어서 아무 곳에도 기댈 곳이 없는 북한체제에는 북한식 통일전선전술의 전개에서 가장 큰 장벽으로 남아 있는 한·미동맹의 틀을 허물어 가는 매우 좋은 수단이 될 것이다. 대북 지원시 엄격한 상호주의의 적용을 주장하는 우리 사회내의 목소리는 반(反)민족적으로 매도되는 상황에서 유독 북한의 체제 선동이 지향하는 상호주의는 우리 대표단의 방북 시 김일성 시신 조문 요구 및 기타 지역 참배요구로 연결될 것이다. 현충원 참배가 지금 휴회 중인 6자회담에서 북측이 북핵과 연관시켜서 거론 중인 ‘대북 적대시정책의 포기’와 ‘평화협정체결’을 더 논리적으로 가다듬고 선전·선동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사전 포석의 의미가 매우 크다는 것을 우리가 잘 알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김정일 위원장의 남한 답방을 사전에 정지 작업하는 차원에서 보는 견해도 매우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한·미간의 공조 틈이 더 벌어지는데 촉매제 역할이 될 수 있는 북 대표단의 국립묘지 참배 허용을 관련 정부부처가 심각하게 인식하고 부정적인 여파를 차단하는 후속 대책이 하루 속히 세워지길 바란다.
  • [사설] 광복 60년, 한민족 공영시대를 열자

    광복 60돌의 아침이다.60년 전 오늘 우리 민족은 일제의 사슬에서 벗어났다. 광명을 되찾긴 했지만 초기 해방공간은 여전히 빛과 어둠이 공존했다. 외세의 개입과 내부의 분열은 국토의 분단을 초래했다. 주체적 역량의 미성숙은 우리 민족을 다시 전쟁과 가난의 질곡으로 몰아 넣었다. 그러나 우리는 강인한 민족성으로 다시 일어섰다. 모두가 열심히 배우고, 일하고, 뛰었다. 두 세대만에 1인당 국민소득 67달러의 최빈국에서 세계 11위의 경제부국을 건설했다. 전쟁의 폐허 속에 세계가 놀라워 하는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독재의 악순환을 끊고 정치 민주화도 이룩했다. 그러나 어둠이 모두 걷힌 것은 아니다. 분단과 이산의 고통은 60년이 지나도록 민족의 아픈 상처로 남아 있다. 이제 우리는 순국선열들이 그토록 갈망했던 통일조국 건설의 과업을 앞에 두고 새로운 60년의 출발선에 서 있다. 지금 남과 북 사이에는 민족화해와 평화의 상서로운 기운이 감돌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어제와 오늘 서울에서는 광복 60돌의 의미를 되새기는 다양한 8·15 기념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에는 남과 북, 그리고 해외의 동포들이 한자리에 모여 민족화해와 대동단결의 의지를 다짐하고 있다. 특히 북한 대표단은 국립현충원을 참배했다. 실로 얼마만인가. 분단 60년, 그리고 6·25전쟁 발발로부터 55년 만에 남과 북은 체제와 이념의 벽을 넘어 화해의 몸짓을 주고 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5년전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다짐하는 6·15 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되는 모습을 가슴 뜨겁게 지켜 보았다.6·15 남북공동선언은 남과 북이 대립과 분열, 왜곡과 반목의 시대를 끝내고 21세기 화해와 공영의 시대를 열어갈 것임을 민족 앞에 약속한 것이다. 이 선언에 따라 남과 북 사이에는 하늘과 땅과 바닷길이 열리고 교류와 협력의 물꼬가 트였다. 금강산 관광이 가능해지고 개성에는 경제협력의 상징인 공단이 들어섰다. 머지 않아 백두산 길도 열릴 것이라고 한다. 이산가족 화상상봉센터도 문을 열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헤어진 가족들을 화상으로나마 만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분단의 극복을 위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다. 그 가운데 북핵 문제는 남과 북이 함께 힘을 모아 넘어야 할 가장 큰 장애물이다. 이 문제의 해결 없이는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주변 4강의 협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반도의 오랜 군사적 대결 상태를 해소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로 가기 위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한다. 우리는 또한 5년전 평양을 방문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 국방위원장이 서로를 뜨겁게 포옹하던 장면을 생생히 기억한다. 그러나 김 국방위원장의 답방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의 답방과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이는 남북간의 신뢰 구축과 화해·협력을 획기적으로 증진시킬 것이다. 우리는 김 국방위원장이 민족에게 다시 한번 희망과 감동을 안겨주기를 갈망한다. 올해는 을사조약으로 국권을 빼앗긴 지 100년, 그리고 일본과 다시 국교를 맺은 지 40년이 되는 해이다. 일제의 식민통치에서 벗어나 광명을 되찾은 지 60년이 지났건만 일본의 역사인식은 갈수록 퇴보하고 양심을 저버린 망언들은 계속되고 있다.36년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교과서를 만들어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가르치며,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동북아의 평화는 물론, 일본의 장래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일본의 시대착오적인 일부 우익 정치인들의 망동에 단호하게 대처하되 양식 있는 지식인들과 연대해 상호 존중과 화해의 바탕 위에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의 발전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친일 잔재를 청산하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것 또한 시급하다. 과거사를 정리함에 있어 진실은 규명하되 화해의 정신을 발휘해 민족화합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대결의 정치를 지양하고 동서의 지역갈등과 빈부의 계층갈등을 치유하는 화합의 정치를 펼쳐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남과 북이 한자리에 모여 화해와 협력을 다짐하면서 새로운 60년을 시작한다. 한민족 특유의 강인함과 역동성으로 또 한번의 도약을 이룩해야 한다.21세기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있도록 통일의 초석을 쌓아가야 한다. 세계와 미래를 향해 한민족 공영의 시대를 열어 나가자.
  • [신나는 과학이야기] 영화 ‘아일랜드’와 복제인간/서울 상신중 김경숙 교사

    [신나는 과학이야기] 영화 ‘아일랜드’와 복제인간/서울 상신중 김경숙 교사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을 만든 박사, 그 박사가 황우석 교수야?” 인간 복제가 돈벌이 상품으로 전락한 머지않은 미래를 다룬 영화 ‘아일랜드’를 본 뒤 한 젊은 연인의 대화를 우연찮게 엿들었다.1억달러가 넘는 제작비를 들인 이 영화는 전세계적으로는 흥행이 신통치 않다고 한다.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벌써 300만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끌어모았다. ‘국보급 과학자’ 황 교수가 일궈낸 인간 복제배아줄기세포 연구성과 때문에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당초 2060년에서 2019년으로 앞당겼다고 하니 관심이 높을 만하다. 또 한국인 과학자로 장영실이나 세종대왕 정도만 꼽던 아이들의 입에서 황 교수의 이름 석자가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면 ‘국민 과학자’의 반열에도 오른 게 아닌가 싶다. 영화 속에서는 한 바이오기업이 철저히 통제, 관리되는 이른바 ‘복제인간 농장’을 만들었다. 고객들의 신체를 복제해 건강한 장기(臟器)를 제공하거나 아이를 대신 낳아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복제인간들은 오염된 세상에서 구조된 선택받은 사람들이라고 믿는다. 이들의 소망은 추첨에 뽑혀 지상낙원인 아일랜드로 가는 것이다. 그러나 진실은 고객이 병에 걸려 새로운 장기가 필요할 때 복제인간은 심장이나 간 등 신체 일부를 떼내준 뒤 아일랜드에서 폐기된다. 영화에서는 한 복제인간이 탈출, 자신과 똑같은 ‘원본인간’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내용이 흥미롭긴 하지만 과학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 측면도 있다. 인간을 복제하려면 난자의 핵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복제하고자 원하는 사람의 체세포 핵을 옮겨 심은 뒤 자궁에 착상시켜 아기를 낳아 길러야 한다. 예컨대 20살의 복제인간을 만들려면 20년 이상이 걸린다. 결국 원본인간과 복제인간은 나이 차가 있어야 하지만 영화에서는 모든 게 똑같다. 내친김에 수정에서부터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의 과정과 연관지어 보자. 각각 우리 몸 전체를 형성할 유전자의 절반씩을 가지고 있는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란을 만든다. 단 한 개의 세포에 불과한 수정란은 수조개에 달하는 세포가 될 때까지 끊임없이 분열한다. 분열된 각각의 세포는 머리나 심장이 되기도 하고, 튼튼한 뼈와 근육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작은 세포 하나라도 없어진다면 그 세포가 만들어낼 신체기관이나 장기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임신 초기에 약을 함부로 먹지 않는 등 조심 또 조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역으로 생각하면 특정한 신체기관이나 장기로 발전할 수 있는 특정 세포를 키울 수 있다면 인기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의 금순이 엄마처럼 장기 이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황 교수가 진행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궁극적 목표도 여기에 있다. 세포분열이 끝나면 태아가 되고,10개월이 지나면 아이로 탄생한다. 수정란과 달리 난자에서 핵을 없애고 유전자의 절반이 아닌 전부를 갖고 있는 체세포를 이식하면 체세포를 준 사람과 같은 유전자를 지닌 아이가 태어날 수 있다. 바로 복제인간인 것이다. 서울 상신중 김경숙 교사
  • [월드이슈] 세계화·IT혁명…몰락하는 20세기형 노동운동

    [월드이슈] 세계화·IT혁명…몰락하는 20세기형 노동운동

    노조는 쇠퇴하는가.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 노조들이 급격한 조합원 감소와 내부 불화 등으로 추락하고 있다. 여전히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휘두르고 있는 브라질 등 제3세계 노조도 ‘성장 우선 정책’이란 대세 속에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정보화 진전 등 산업구조의 변화와 세계화, 시장주의를 앞세운 ‘신 자유주의’의 거센 격랑 속에 격변의 문턱에 있는 세계 주요 국가 노조들의 변신을 살펴본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의 노동조합 퇴조 현상은 미국노동자연맹(AFL)-산업노동자회의(CIO)의 분열에서 상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노동단체라는 AFL-CIO는 산하 노조의 잇따른 탈퇴로 통합 50년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해 있다. 140만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식품상업노조가 지난달 29일 탈퇴를 선언했으며, 이에 앞서 지난달 25일에는 서비스노조국제연맹(조합원 180만명)과 전미트럭운전자조합(조합원 140만명)도 이탈을 발표했다. 이로써 조합원 규모가 가장 큰 3개 산하 노조가 모두 이탈했고 호텔레스토랑노조(조합원 45만명)의 탈퇴도 기정사실화된 상태다. AFL-CIO는 1935년 대공장 숙련 노동자 중심의 AFL에서 탈퇴한 자동차, 철강 등 당시로서는 신산업 노동자들이 결성한 CIO가 1955년 AFL과 다시 통합하면서 이뤄진 단체다.AFL-CIO는 70년대까지 미국 정치·경제·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AFL-CIO는 지난 대선에서도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를 지지했으나 당선시키는 데 실패했다. 그렇다면 AFL-CIO의 퇴조 원인은 무엇일까? 미국 언론들은 존 스와니 위원장의 3선 도전과 그에 반대하는 서비스노조국제연맹 앤드루 스턴 위원장 간의 갈등을 우선적인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노조 지도부가 전체 노동자의 권익 향상보다는 정치적 영향력 확대에 골몰하고 근무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일부 조합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등 기득권화·노동귀족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노조 퇴조는 지도부 내부의 갈등을 넘어선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을 안고 있다. 주미 대사관의 전운배 노동관은 ▲산업구조의 변화 ▲새로운 경영기법의 등장 ▲보수적인 공화당의 장기 집권 등을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우선 AFL-CIO가 결성돼 영향력을 행사하던 시기의 중추산업은 중후장대형 제조업이나 광산업 등이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부터 산업의 중심이 서비스, 정보통신 등 새로운 분야로 넘어가고 여성·외국인 근로자도 늘어나면서 노조에 대한 관심이 덜한 계층이 산업의 주요 분야를 차지하게 됐다. 이와 함께 20세기 말부터 갖가지 신경영 기법이 등장하면서 경영진이 노조를 관리하는 방법도 매우 전략적이고 세련돼졌다고 할 수 있다. 근로자의 고충을 미리 해결해 노조에 대한 관심을 저하시킨다거나, 아예 회사를 노조운동이 활발하지 않은 남부 지역으로 옮겨가는 상황이 나타났다. 또 지난 80년대 이후 로널드 레이건, 조지 H W 부시, 조지 W 부시 등 공화당 출신의 대통령이 계속 당선되면서 상대적으로 기업 경쟁력 강화와 분배 대신 성장 위주의 정책을 펴온 것도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공화당 출신 대통령들은 우리나라의 중앙노동위원회에 해당하는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판정 기능)와 연방중재화해국(FMCS·중재 기능)에 대부분 보수적인 인사들을 임명했다. 미국의 진보진영에서는 이들이 노조 설립을 제한하는 등 노동운동을 제약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dawn@seoul.co.kr ■ “분배보다 성장” 실용주의 확산 제 3세계의 노조도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세계화의 거센 파고 속에 대부분의 국가들이 ‘경제발전 제일주의 정책’을 채택하면서 변신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제 3세계 노조들은 아직 미국, 유럽국가들처럼 조합원이 급감하고 영향력이 추락하는 상황은 아니다. 극심한 빈부격차, 저개발, 대중주의적인 정치유산 등으로 노동조합의 영향력은 건재하다. 그러나 국제 경쟁의 격화 속에 노동자의 권익 향상과 노조활동의 보호보다는 경제발전의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성장 정책에 각국 정부들이 집중하면서 노조운동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지나치게 경직된 노동관련 법안들이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 이들 정부의 시각이다. 노동자와 빈곤층을 위한 ‘복지위주 정책’이 친기업적인 ‘시장자유주의’로 방향을 바꾸고 있는 것도 맥을 같이한다. 좌파 정권이란 든든한 배경을 가진 브라질이나, 좌파적인 경제정책의 보호막 속에 있던 인도에서도 이같은 경향은 두드러지고 있다. 복지확대보다 긴축재정, 수출신장, 경제성장 기반구축에 중점을 두는 ‘좌파 실용주의’란 대세 속에 경제발전과 효율성이 더욱 강조되는 까닭이다. 외국 투자유치를 확대하고 자국의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경직된 노동관계법을 고쳐 고용과 해고를 손쉽게 해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어 나가자는 자세다. 파업권, 단체행동권, 정부의 개입 등 노동권을 일정부분 제약하더라도 기업부담을 줄이고 기업 경쟁력을 높여나가겠다는 것이다. 2002년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을 권좌에 올려놓고 첫 좌파정권을 탄생시킨 집권 노동자당(PT)은 금속 노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PT는 현재 하원에서 전체 의석(553석)의 17.7%(91석)를 차지하는 제1당이기도 하다. 그러나 PT는 기존 노동법을 개정, 노동자의 파업권을 제한하고 정부 개입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또 복수노조를 전면 허용하고 기업이 부담하는 조합세를 기부금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룰라 정부는 2006년 전면적인 노동개혁을 추진할 계획이다. 히카르도 베르조니 브라질 노동부 장관은 “의회 논의와 수렴을 통해 개혁안을 연내에 마무리할 것”이라면서 노조의 반대를 일축하고 있다. 평균 14시간에 노조 1개씩 늘어나는 노조 난립이 자칫 노동자 해이와 비효율을 만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룰라 정부의 노동법 개혁안에 깔려 있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 5월1일 상파울루시에서 열린 노동절 기념행사에 불참하고 인근 상 베르나르도 도 캄포시에 위치한 폴크스바겐 공장을 찾아가 근로자들을 격려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한편 신흥 잠재 경제강국인 ‘브릭스’(BRICs)의 일원인 인도도 경제발전을 가속화시키기 위해 노동시장의 유연성 등을 목표로 하는 개혁드라이브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임금 양보해 일자리 지키자” |파리 함혜리특파원|독일 하노버에 있는 폴크스바겐자동차 생산공장의 근로자들은 지난해보다 시간당 9% 정도 낮은 보수를 받고 있다. 노사가 지난 연말 임금상승 없는 근로시간 연장에 합의한 탓이다. 지멘스와 다임러크라이슬러, 도이체 텔레콤 등도 주당 근로시간을 임금보전 없이 35시간에서 40시간으로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독일 근로자연합에 따르면 중간규모의 기업 50여개도 이같은 노사협약을 체결했다. 독일 최대 노조조직인 금속노조(IG메탈)가 지난 1984년부터 견지해온 근로시간 감축 노선을 ‘폐기 처분’한 이같은 노사협상은 산별노조의 전통이 강한 서유럽 국가 노조의 힘과 영향력이 예전에 비해 현격하게 줄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독일기업의 노조가 일자리를 보장하는 대가로 급여 삭감을 받아들인 것은 노조 권력의 약화를 반증하는 것”이라며 최근 몇년간 거의 모든 유럽 국가들에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노조가입 비율이 떨어지는 등 노동운동이 침체에 빠지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의 정형우 노무관은 유럽의 노조세력이 약화되고 있는 결정적인 원인으로 세계화에 따른 경쟁 심화를 꼽았다. 정 노무관은 “글로벌 경쟁환경에서 기업이 탄력적으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산별교섭보다는 개별 기업의 특수성을 감안한 노사협상에 힘이 실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프랑스가 주 35시간 근로제를 폐지하면서 연간 연장근로시간 한도를 180시간에서 220시간으로 늘리되 기업별로 노사합의 아래 그 이상도 가능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높은 실업률도 노조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유럽연합(EU) 확대로 새로 회원국이 된 동유럽 국가들이나 중국과 비교해 유럽국가는 노동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많은 기업들이 공장의 해외이전을 계획 중이다. 노조는 공장이전으로 일자리를 잃는 것보다는 사측의 제의를 받아들이는 편을 택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노동운동의 쟁점은 임금협상에서 일자리 문제로 옮겨가고 있으며, 노사관계는 투쟁보다는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쪽으로 추세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각국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강도높은 노동시장 개혁정책을 추진 중이다. 독일의 집권 슈뢰더 정부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를 위한 노동권 축소를 골자로 한 ‘어젠다 2010’을 수립했다. 프랑스 정부는 최근 기업주에게 고용·해고 재량권을 부여하는 ‘새 고용계약서’ 도입 등을 포함한 고용촉진법령을 승인했다. 이같은 정부의 개혁정책이 노동계의 반발을 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대다수 여론은 “노조의 힘이 더 약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강성 노조는 갈수록 설 땅을 잃고 있는 셈이다.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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