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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시각] 레임덕, 멀티코드로 뚫어라/박대출 정치부 부장급

    지난해 9월쯤이다.‘김병준’이 열린우리당 보좌진들과 만났다.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다. 정책 간담회란 형식을 빌렸다. 참여정부의 정책 기조가 주제였다.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도 소개됐다. 독대(獨對)에서 주고받는 대화 내용을 곁들였다. 골자는 이렇다.“지금 가는 길로 가자. 세상 사람들이 몰라줘도 할 수 없다. 모두 떠나도, 둘만은 끝까지 가자.” 참석자가 전한 내용이다.‘철인정치’와 ‘중우정치’의 논쟁이 나올 법한 대목이다.1년전 얘기다. 실제 어휘는 약간 다를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분명한 게 있다. 두사람만의 신뢰 관계다. 이미 여러차례 입증됐다. 한때 그는 총리후보로 거론됐다. 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를 배경으로 하는 하마평이었다. 노 대통령은 교육부총리에 기용했다. 여당 일각의 반대를 뒤로했다. 논문표절 파문의 후유증은 컸다. 본인은 13일만에 낙마했다. 단명 교육수장이 1명 더 늘었다. 교육수장의 ‘25일 공백’도 이어졌다.‘백년대계’를 세우는 교육부가 멀리해야 할 수치들이다. 밑바닥엔 ‘코드인사’가 자리한다. 코드인사, 오기인사 논란은 ‘김병준-문재인-유진룡’으로 이어졌고, 지금은 ‘전효숙’으로 진행형이다. 낙하산 인사, 보은인사 논란도 가중됐다. 공기업엔 낙하산부대란 말도 생겼다. 열린우리당에서도 비판론이 나온다. 정책라인 핵심들조차 공개적으로 문제삼고 있다. 정책위원회 의장, 부의장이 쓴소리를 주저하지 않는다. 야당의 정치 공세, 보수세력의 비난으로만 넘길 수는 없는 상황이다. 자민련 김종필 전 총재의 권력 진단이 생각난다. 그는 누구보다 깊이 권력의 본질을 체험한 정치인이었다.“청와대에 들어가면 3년 안에 귀가 막히고, 눈이 먼다.”는 게 지론이었다.‘인(人)의 장막’이 근본 이유라고 했다. 지금도 예외가 아닌 이론 같다. 노 대통령 임기는 1년 5개월 남았다.‘레임덕’이니, 뭐니 말들이 많다. 영(令)이 안 서는 사례만 늘 뿐이다. 여당조차 청와대를 향해 삐딱한 소리를 해댄다. 여론 지지도는 하향 곡선이다. 그런데도 청와대의 경직속도는 그와 정비례하고 있다. 현 정권 사람들은 코드인사의 정당성을 늘상 주장한다. 이른바 ‘100V,220V 이론’이 등장한다.100V용 밥솥을 220V 전원에 꽂으면 되겠느냐는 논리다. 하지만 100V용 밥솥도,220V용 밥솥도 있다.100V용만 쓴다면 220V용은 버리자는 얘기가 된다. 낭비다. 전압을 낮춰쓰든, 높여쓰든 둘 다 써야 한다. 게다가 전용제품은 많지 않다. 인재풀의 한계는 드러났다. 일부는 ‘불량품 논란’도 있었다. 외골수식 인사는 허점을 드러냈다.‘그들만이 참여하는’ 참여정부는 성공하기 어렵다. 김신일 교육부총리의 원래 소신은 자율교육이다. 취임 후에는 달라졌다. 참여정부의 기조에 맞췄다. 스스로는 ‘이로동귀(異路同歸)’로 표현했다.“길은 달라도 지향점은 같다.’란 뜻이다. 변절이니, 소신 변화니, 논란은 뒤로하자. 어쨌거나 하나는 분명해졌다.‘전압’을 바꿔달아도 ‘밥솥’은 멀쩡하다. 그 밥솥은 지금 밥을 짓고 있다. 1997년 9월쯤이다. 김영삼(YS) 당시 대통령이 오찬 모임을 주재했다. 전·현직 수석비서관들이 초청됐다. 임기 말 격려 차원에서 마련됐다. 김광일 전 비서실장이 건배사를 맡았다.“임기는 겨우 반년밖에….” YS의 안색이 변했다. 감각 빠른 박관용 당시 비서실장이 나섰다.“반년이면 개각을 두번은 할 수 있고….”라며 되받았다.YS의 얼굴이 다시 펴졌다. 권력의 기본 생리다. 오는 권력이 싫을 리 없고, 가는 권력이 좋을 리 없다. ‘멀티코드’의 유용함은 입증됐다. 임기 말로 갈수록 멀티코드로 가야 한다. 적을 줄이고, 동지를 늘리는 길이다. 분열을 줄이고, 통합을 늘리는 길이다.‘박관용식’으로 보면 된다.‘겨우 1년 5개월’이 아니다.‘아직 1년 5개월’이다. 기회는 있다. 박대출 정치부 부장급 dcpark@seoul.co.kr
  • [2007대선과 시대정신] ‘시대정신’의 역사적 흐름

    87년 6월 민주화 항쟁 이후 4번의 대선을 치러 노태우·김영삼·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4명으로 대통령을 배출했다. 대권을 거머쥔 4명의 대통령들은 저마다 당시의 ‘시대 정신’을 반영하며 승리를 낚았다. 16년만에 국민의 직접선거로 치러진 87년 대선은 ‘직접 민주주의의 복원’이란 성격이 강했다.87년 이후 봇물처럼 터졌던 민주화 요구를 동력으로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가 형성됐다. 민주화가 시대정신으로 떠올랐고 DJ(김대중)와 YS(김영삼)의 분열로 대선에서는 패했지만 이후 20년간 우리 사회를 지배한 ‘87년 체제’를 탄생시켰다. 1992년 대선은 ‘군정종식과 문민정부 탄생’이 화두였다. YS는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충청이 손잡은 3당 합당을 발판으로 승리를 거머쥐었고 ‘민간인이 주도하는 정부의 출범’이란 의미를 지녔다. ‘국민의 정부’를 탄생시킨 97년 대선은 선거를 통한 첫 정권교체라는 의미가 강하다. IMF 금융위기 속에서 DJ는 ‘정권교체와 경제민주화’의 시대정신을 국민들에게 설파했다. 반(反)한나라당 전선인 ‘DJP(김대중, 김종필)연합’을 성사시켜 DJ를 괴롭혔던 ‘색깔론’의 덫을 통과했다.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2002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구시대 정치와의 단절과 ‘개혁’을 외친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시기적으로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시대’의 종언과 일치했고, 노 후보는 ‘낡은 정치의 단절, 선명한 개혁’이란 시대정신을 최대한 활용했다. 노 후보는 대세론으로 기세를 올렸던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를 ‘권위주의와 3김 정치의 아류’로 몰아치며 기득권 유지의 표상으로 부각시켜 승리를 낚았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2007대선과 시대정신] ‘선진화·통합 리더십·민주개혁 평가’ 화두로

    [2007대선과 시대정신] ‘선진화·통합 리더십·민주개혁 평가’ 화두로

    ‘시대정신을 읽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 2007년 대선이 1년3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주자들은 저마다 ‘포스트 노무현 시대’를 규정할 ‘시대정신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유권자들의 마음 깊숙하게 자리잡은 정치적 염원을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대선 필승전략으로 직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정신의 실체는 여전히 안개 속에 휩싸여 있는 형국이다. 정치권에서 백가쟁명(百家爭鳴)식 논의는 활발하지만 한 줄기의 도도한 흐름으로 수렴되지는 않은 상태다. ●2007년 대선의 흐름 내년 대선은 ‘민주 개혁세력에 대한 역사적 평가’에 따라 시대정신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YS(김영삼 전대통령) 이후 15년,DJ(김대중 전대통령) 이후 10년간 민주화 운동세력 집권기간에 대한 국민적 평가와도 맥이 닿는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정치적 담론으로 개방화, 세계화, 선진화 등의 시대정신이 복합적으로 결합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민주화와 개혁의 토대 위에 ‘신(新)성장’이라는 경제적 요소가 더해질 수 있고 ‘서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먹고 사는 문제’가 전면으로 도출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야권에서는 일단 ‘노무현 정권’의 반사이익에도 눈을 돌리고 있는 분위기다. 경제성장과 양극화 해소라는 국민적 요구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정치세력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대선주자들의 시대정신 현재 박근혜·이명박과 ‘빅3’로 꼽히는 고건 전 총리는 “우리 사회가 분열과 갈등 속에 빠져 있기 때문에 지금의 시대정신은 국민 사회의 통합”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시대적 과제로 ‘10년내 선진국 진입’을 제시하면서 이를 위해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도 ‘통합’에 무게를 두면서도 ‘경제 어젠다’를 강조했다. 그는 “내년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통합적 경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추가 성장을 통한 복지의 선순환과 한반도와 동북아의 협력과 공동번영을 어떻게 이뤄낼 것인지 비전을 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은 “시대 정신을 찾아 열린우리당은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독일 연수를 떠났다. 정 의장의 한 측근은 이에 대해 “한반도 평화구조를 정착하는 그림과 설계도가 중요한 국민적 의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의장이 분단과 통일의 역사를 경험한 독일로 날아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서민 경제 살리기와 선진사회 진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시대정신의 대전제는 선진사회 진입이며 경제, 특히 ‘서민경제 살리기’가 내년 대선의 주요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역시 ‘선진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선진화를 위한 목표를 향해 국민들의 에너지를 결집해야 하며 경제, 외교, 안보, 교육 등 모든 정책의 초점도 여기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100일 민심 대장정’에 나선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21세기 시대정신의 본질을 ‘신문명 시대’로 규정한다. 그는 “역사는 끊임없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며 “열린우리당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가 자꾸 과거로 돌아가고 집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세계화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실사구시의 실천과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념간·지역간·세대간 반목과 대립·갈등을 치유하고 아우를 수 있는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고 전 총리와 시각이 매우 유사했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푸미폰 국왕 “국민들 손티를 따르라”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의 군부 쿠데타 승인으로 태국 정정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군 지도부인 ‘민주 개혁 평의회’ 대변인은 20일 오후 모든 국영·민영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푸미폰 국왕이 손티 분야랏글린 육군 총사령관을 우리 평의회 의장으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국왕은 특히 국민들이 평온을 유지하고 모든 공무원은 손티 장군의 명령에 따르라고 지시했다고 대변인은 덧붙였다. 탁신 총리의 실각 이유에 대해 국왕은 “국민 분열을 조장하고 부정 축재를 했으며 권력을 남용해 국가 사정기관에 개입했을뿐더러 국왕에 대한 존경심도 사라졌기 때문에 그에 대한 권력을 거둬들인다.”고 설명했다고 이 대변인은 주장했다. 이같은 발표를 거짓으로 보는 이는 없다. 방콕에 있는 두싯 대학이 국민 20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84%가 이번 쿠데타를 지지하고 있으며 75%는 정치체계를 더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계기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국민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과 “경제가 흔들려선 안 된다.”는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유혈이 아닌 데다 70여년간 19차례의 쿠데타에 익숙해져 있어 “내일이면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경제와 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걱정스럽다는 표정만은 감추지 못했다. 서구 세계는 우려 속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전날 자세한 상황을 모른다는 전제 아래 “쿠데타는 장려할 만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거릿 베케트 영국 외무장관도 “정부 전복 시도는 결코 기쁜 소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국 등의 반응은 더욱 조심스러웠다. 국무부 동아태국 케네스 베일리스 대변인은 “평화적 방법으로 민주주의와 법치에 따라 정치적 견해차를 해결하길 기대한다.”고 했고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차관보는 “판단을 내리기엔 이르다.”고 의견을 유보했다. 군 지휘부는 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관공서, 은행, 증권거래소 등을 닫았다. 또 TV를 통해 “공무원과 국영기업 지도자, 대학 총장들은 군 사령부에 집결하라.”고 명령하고 4개 지방 군사령관에게 행정권을 일임했다. 바트화 가치는 쿠데타 직후 4년동안 최저치인 달러당 37.77바트로 떨어졌다. 내년 성장률이 3∼4%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월가 전문가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만큼 엄청난 파장은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태국 쿠데타가 늘 그렇듯 조기에 수습될 것이라는 기대였고 하루만의 국왕 추인으로 이는 들어맞았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泰 국왕 쿠데타 승인…군부 “새달초 과도정부 구성”

    泰 국왕 쿠데타 승인…군부 “새달초 과도정부 구성”

    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이 20일 밤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군부 쿠데타를 승인한다고 발표하고 모든 국민은 군 지휘부를 따르라고 지시했다. 이로써 전날 밤 손티 분야랏글린 육군 총사령관이 주도해 시작된 쿠데타는 성공적으로 완결됐다. 이제 관건은 탁신 치나왓 총리를 배제한 상태에서 정치·경제개혁을 단행해 얼마나 빨리 정치 안정을 이루고 국가 분열을 치유할 수 있을지로 모아지고 있다. 이번 쿠데타는 1992년 이후 14년 4개월만에 재발한 것이다. ‘민주개혁평의회’를 구성한 군부는 계엄령을 선포, 상·하원을 해산하고 헌법 효력 중지를 발표했다. 손티 총사령관은 이날 “국정 개혁을 단행한 뒤 총선을 통해 민간정부로 권력을 이양할 것”이라며 “총선은 내년 10월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음달 초까지 임시헌법 초안을 마련하고 의회 구성과 총리 임명 등 과도 정부 구성도 마칠 예정”이라고 정치 일정을 밝혔다. 탁신의 귀국 여부와 관련해선 “재임기간의 부정으로 처벌될 수 있으며 부정축재로 모은 재산은 법에 따라 처리돼야 한다.”며 강경 처리 입장을 밝혔다. 영국 정부는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에 머무르던 탁신 총리가 ‘개인 자격’으로 20일 밤 런던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혀 망명 여부가 주목된다. 태국은 올 1월 탁신 일가의 거액 탈세 사실이 밝혀지면서 대규모 시위 및 야당의 등원거부와 이에 맞선 탁신 지지세력의 충돌로 정치적 혼란을 겪어왔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태국 군부 ‘쿠데타’…비상사태 선포

    태국 군부 ‘쿠데타’…비상사태 선포

    탁신 총리에 대한 전격적인 쿠데타를 감행한 태국 군부는 20일 군과 경찰로 구성된 정치개혁평의회가 권력을 완전 장악했으며 즉각 헌법 효력을 정지한다고 발표했다. 군부는 이날 새벽 TV로 방송된 정치개혁평의회 명의의 포고문을 통해 내각과 상하 의원,헌법재판소를 제외한 모든 법원의 기능을 정지하는 한편,전국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쿠데타를 주도한 손티 분야랏칼린 육군사령관과 해공군 사령관 등은 19일 밤 부미폰 아둔야뎃 국왕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손티 육군사령관은 성명을 내고 “국가의 분열을 초래했다”며 탁신 총리를 맹렬히 비난,쿠데타를 기도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정국혼란이 수습되는 대로 조속히 권력을 국민에 이양하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수도 방콕 중심가 곳곳에는 탱크와 장갑차들이 배치된 가운데 쿠테타에 따른 시민의 항의나 소요 등은 발생하지 않아 비교적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총리실 청사 주변을 탱크로 완전 봉쇄한 군부는 전국 TV를 통해 방송된 성명에서 방콕과 주변 지역을 장악했으며 정치개혁을 결정할 위원회도 구성할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해 유엔총회 출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 중인 탁신 총리는 태국 전국에 비상사태령을 선포했다. 전 정부의 고위관계자는 로이터에 대해 국왕 고문이 개혁위의 위원장에 취임해 정치개혁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과도정부가 출범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연기를 거듭해온 총선을 조기에 실시하고 탁신 총리도 여기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탁신 총리는 뉴욕에서 TV방송을 통해 비상사태령을 발령하고 군부에 불법행동를 중지하라고 명령했다. 탁신 총리는 19일 밤으로 예정된 유엔총회 연설을 취소하고 현재 호텔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 측근은 정부 전용기로 탁신 총리가 귀국할 의사를 표시했으나 일정을 포함한 향후 계획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방콕·뉴욕=로이터/AP/뉴시스
  • [옴부즈맨 칼럼] 리더십과 세계정세/심재철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

    밤낮으로 흥청망청, 테이블 위에서 춤추는 무희를 바라보며, 술에 대한 갈증과 성욕을 발산하며, 대박 꿈에 투기와 도박으로 미쳐 날뛰는 도시.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최근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을 다루면서 그린 1890년대 뉴욕의 모습이다. 부조리와 비리, 모순적 삶의 뉴욕은 오늘날 서울과 흡사하다. 이 시절 뉴요커는 강남 룸살롱 폭탄주의 원조격인 보일러메이커를 즐겨 마셨다고 한다. 훗날 미국 제26대 대통령에 오른 테디(루스벨트의 애칭)는 당시 뉴욕시 경찰국장으로 섹스와 폭력, 마약과 알코올이 넘쳐나던 이 광란의 도시에서 인기없던 ‘일요금주법’을 되살려 불법행위를 강력 단속하는 등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냈다. 테디는 스페인과의 전쟁이 터지자 민간인으로 자원해 산후안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전국적 조명을 받았으며, 미 국방부 해군지휘부에서 스페인과의 마닐라해전을 기획 지휘해 대승을 거뒀다. 대통령이 된 후에는 이 경험을 살려 세계 최강 함대를 만들었다. 그는 좌우명인 ‘말은 온순히, 회초리는 길게’라는 힘의 논리를 국가간 질서에 적용해, 격변기 미국이 세계 슈퍼 파워로 등장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 공로로 20세기 통치자로서는 유일하게 워싱턴과 제퍼슨, 링컨과 함께 러시모어산의 큰바위 얼굴로 새겨지게 되었다. 지금 남의 나라 성공한 대통령을 거론하는 이유는 당시처럼 국내외 정세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의 쇠퇴와 함께 영토 분쟁이 곳곳에서 일어날 조짐이다. 중국은 이미 동북공정으로 선수를 쳤다. 또한 서울신문 15일자 1면기사에 따르면, 중국은 이어도에 쌓아올린 우리 해상구조물에 대해 이미 5차례나 감시비행을 했다. 중국은 이어도에 대한 우리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일본은 호시탐탐 독도를 노리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청·일전쟁, 러·일전쟁 때처럼 공격적인 군사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곧 평화헌법을 개정할 태세다. 윤설영 기자가 15일자 ‘사람&사회’면에 보도한 태평양전쟁 미화 기념비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 와중에 미국은 가능한 한 한반도에서 발을 빼려는 듯한 제스처를 보인다. 한·미간에 전시작전통제권 문제가 이슈화되는 이유이다. 국내에서 보수쪽은 북한 위협이 상존한다는 이유로 작통권 조기환수를 결사반대한다. 진보쪽은 주권과 자주논리를 앞세워 환수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보수나 진보의 논리가 표면상 모두 다 설득적이지 않다. 우선 북한의 남침 위협이 과거처럼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 국가간 공동방어체제를 구축하는 시대에 주권이나 자주의 논리만을 내세우는 것도 설득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본질적이며 실질적인 이유가 있을 텐데 국내신문은 변죽만 울린다는 느낌이다. 이런 의문은 서울신문 13일자 “작통권 국론분열 언제까지 봐야 하나”라는 사설과 14일자 염주영 칼럼의 “실용의 눈으로 본 작통권 논란”, 그리고 15일자에 보도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美서 北核허용 유도의심까지 든다”는 강연내용까지 읽고 나면 더욱 심해진다. 이들 기사를 읽어보면, 정부에선 ‘공개하기 힘든’ 정보와 ‘안보보완대책’을 갖고 있는 듯하다. 노무현 대통령도 한·미 정상회담 전 폴슨 미 재무장관 면담시 “기자들이 나가야 무슨 말을 하든지 하지.”라고 했다고 한다. 언론은 국가안보와 관련된 핵심사항일수록 그 사정을 속 시원히 밝혀내야 한다. 정부의 홍보부족만을 탓할 수 없다. 지금 보도로는 무엇이 핵심사항인지 가설마저 세울 수 없는 정도이다. 100년 전 미국처럼, 우리도 어떻게 하면 동아시아의 파워 브로커가 될 수 있을까. 국민이 똑똑해야 한다. 국내외 정세에 대한 국민의 판단력은 신문보도에 좌우된다. 굵직한 필치로 큰 그림을 그려내야 하는 이유이다. 루스벨트가 왜 당시 지배엘리트에 냉소적이던 기자와 개인적인 친분을 유지했으며, 그의 혁신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신문까지 끌어안았는지 생각해 볼 때이다. 심재철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
  • [한·미 정상회담] “韓美의 미래 제시” vs “외교수사로 미봉”

    여야는 15일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에 엇갈린 평가를 내놓았다. 열린우리당은 “전시 작통권 환수 등 불필요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유익한 회담”이라고 환영한 반면, 야당은 “국민의 공감대를 외면한, 알맹이 없는 회담”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한·미 동맹의 미래를 제시한 성의있는 회담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양국 정상이 한·미 동맹에 어떤 변화도 없다고 선언함으로써 수구세력의 안보선동은 헛된 말장난이었음이 확인됐다.”면서 “전작권 문제로 국론을 분열시키는 행위는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전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미 행정부 내 네오콘의 북핵문제 악용을 비판한 것에 대해 “북핵문제를 입지 강화의 소재로 삼는 미국과 일부 강경파를 경계해야 한다는 말씀에 설득력이 있다.”고 공감했다. 문희상 상임고문은 “양국 정상이 서로의 국가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나눴다. 국력을 소진시키는 전작권 논란은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번 회담을 “국민 공감대를 무시한 독선적 코드외교, 외교폭탄”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주장했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로 촉발된 한반도 위기 상황의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폄하하면서 “국내 정치를 겨냥한 노무현 대통령의 과시용 회담에 불과했다.”고 규정했다. 그나마 전작권 환수 시기를 못박지 않고,10월부터 논의키로 한 것은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오는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긴급 현안질문을 통해 전작권 단독행사의 준비상황을 추궁하고, 국방위 차원의 청문회를 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총체적 대미외교의 실패를 한눈에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군소 야당들도 비판 일색이었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은 “산적한 현안에 뚜렷한 해결책 없이 외교적 수사로 미봉했다.”고 유감을 표했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북·미간 최대 갈등 사안인 대북금융제재를 노 대통령이 사실상 용인한 것은 문제”라면서 “한·미 FTA협상을 가속화하겠다는 양국 정상의 합의는 국내외적인 반발과 비판을 야기할 것”이라고 다른 야당과는 다른 관점에서 비판했다. 국민중심당 이규진 대변인은 “차라리 실무자회담으로 돌렸다면 이보다 성과가 좋았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대조영, 주몽 인기 잠재울까

    대조영, 주몽 인기 잠재울까

    중국의 ‘동북공정’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발해 건국사를 다룬 100부작 사극 KBS ‘대조영’(연출 김종선·윤성식, 극본 장영철)이 16일 첫 전파를 탄다.MBC ‘주몽’,SBS ‘연개소문’에 이어 고대사 바람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구려가 패망한 뒤 흩어진 군대를 모아 고구려의 정통성을 잇는 새 나라 발해를 건국한 대조영의 생애를 다룬 드라마로, 발해와 대조영을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사극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현재 최고의 시청률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주몽’의 인기를 넘어설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드라마는 고구려 패망기에 요동에서 태어난 대조영의 성장기와 안시성 전투, 고구려의 분열, 발해의 건국과 통치까지 생생하게 그려질 예정이다. 출연진과 제작진도 화려하다. 대조영은 사극 전문배우로 손색이 없는 최수종이, 대조영과 북방의 패권을 다툰 비운의 영웅 이해고는 정보석이 맡았다. 또 이덕화·박예진·홍수현 등이 파란만장한 연기를 펼친다. 이와 함께 강원도 속초에 설치된 2만 2000평의 오픈세트와 전담 특수영상팀, 의류·의상학 교수 11명으로 구성된 자문단의 의상, 육사 교수단의 고증에 따른 6000여점의 무기류와 중국 고대가구 등 소품도 눈길을 끈다. ‘왕과 비’‘태조 왕건’ 등을 연출한 김종선 감독과 ‘인간시장’ 등을 쓴 장영철 작가가 만나 역사적인 허구를 풀어나가고 있다. 이들은 “대조영과 발해를 그리는 일은 찬란한 한민족의 역사를 복원함과 동시에, 역사적 통찰력과 미래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제작발표회에서 김 감독은 대조영의 영웅적인 모습뿐 아니라 꿈을 안고 발해를 세우기까지 설움도 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작가는 “발해를 세우고 찾는 과정, 발해가 고구려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역사라는 점을 알리는 것 자체가 역사적 진실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동북공정에 대한 대응이라기보다는 시청자가 재미있게 봐주길 바란다는 말을 덧붙였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염주영 칼럼] 실용의 눈으로 본 작통권 논란

    [염주영 칼럼] 실용의 눈으로 본 작통권 논란

    또 하나의 이념 전쟁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보수진영이 총공세를 펼치는 중이다. 주제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반대다. 지난 두주 사이에만 전시작통권 환수에 반대하는 집단성명이 8건이나 나왔다. 보수진영의 연쇄 집단성명은 안보불안심리를 가중시킴으로써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일 새벽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도 염두에 둔 것 같다. 그런 가운데 보수진영은 그제 500만명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일부 단체들은 대규모 집회도 계획중이라고 한다. 이 문제를 둘러싼 국론분열은 점차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국가안보문제를 이처럼 집단적인 서명운동과 집회를 통한 세 과시나 여론몰이 식으로 접근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어디서부터 일이 이처럼 꼬이게 된 것일까.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격한 이념전쟁의 포로가 됐다. 이념적으로 조금이라도 민감한 주제가 던져지기만 하면 어김 없이 한바탕 난리가 난다. 국민적 중지를 모아 차분하게 대응해야 할 국가적 중대사안들이 너무 쉽게 극단화된 이념과 정치와 감정에 오염되곤 한다. 세계는 오래 전에 이념대결의 시대를 마감하고 실리추구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구시대의 유물인 낡은 이념틀 안에 갇혀 있다. 그래서 보수가 자주를 말하면 사기꾼이 되고, 진보가 자주를 말하면 빨갱이가 된다. 자주를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지금 우리 사회를 심각한 국론분열로 몰아가고 있는 전시작통권 논란도 그 뿌리를 파보면 이념 문제와 연결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외교안보 분야에서 ‘자주노선’을 주장한다. 보수진영은 그의 ‘자주노선’을 의혹과 불신의 눈으로 바라본다. 그를 ‘친북세력’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자주는 반미이고 친북이라는 등식의 이념틀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의 친북은 북한과의 평화공존을 의미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북의 앞잡이로 남의 체제전복을 기도하는 세력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진보진영의 이념틀도 문제다. 노 대통령이 ‘자주노선’을 너무 성급하게, 그리고 지나치게 강조한 것이 화근이다. 자주의 이념틀을 제거하면 전시작통권 환수 문제는 노 대통령 스스로 언급했듯이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적인 상황으로 돌려놓는 것’에 불과하다. 보수나 진보가 모두 그 이념틀을 벗어 버린다면 논란의 매듭이 쉽게 풀릴 수도 있지 않을까. 온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작통권 환수 문제도 이념을 걷어내고 실용의 눈으로 본다면 논란의 쟁점은 명료해진다. 첫째, 전시작통권을 환수하면 미군은 철수하는가. 둘째,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한·미동맹도 해체되는가. 셋째, 안보공백이 생기는가. 넷째, 안보공백이 생긴다면 그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이 가운데 앞의 두 쟁점은 이미 답이 나와 있다. 작통권을 환수해도 미군은 철수하지 않는다. 한·미동맹도 해체되지 않는다. 여기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정치공세가 아니라면 기우일 것이다. 마지막 두 쟁점이 문제다. 여기에 국민적 중지를 모아야 한다. 안보환경은 변화한다. 국가의 안보전략도 그에 따라 능동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미국의 전략이 바뀌면 한국의 전략도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한·미간에는 이같은 인식의 공감대 아래 미래 한·미동맹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작통권 환수문제도 그 일환이다. 논설실장 yeomjs@seoul.co.kr
  • 포항 건설파업 다시 원점

    경북 포항지역 건설노조의 노사 잠정합의안 수용 여부 등에 대한 노조원 찬반투표가 부결됐다. 이에 따라 70여일간 끌고 온 건설노조의 장기 파업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포항지역 건설업노조는 13일 오후 포항시 남구 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조합원 2056명이 참가한 가운데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반대가 전체의 64.5%인 1325표로 합의안 수용을 부결시켰다. 찬성은 714표, 무효는 17표로 각각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파업 장기화에 따른 노조 분열과 조합원 생계문제, 지역경제 위축, 시민여론 외면 등으로 합의안 수용이 가결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다. 이날 부결은 무엇보다도 노조원들 사이에 노사 잠정합의안이 노조에 유리한 것이 없다는 피해의식이 팽배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하중근 노조원 사망원인 규명 및 노조 집행부 등 구속자 58명 전원 석방, 포스코측의 16억 3000여만원 손배소 철회 등 노조가 임단협 복귀의 선결조건으로 제시한 각종 요구조건이 전혀 수용되지 않았다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그러나 앞으로 노사협상은 계속한다는 입장이어서 협상 여지는 남겨뒀다. 하지만 이같은 소식을 접한 원청회사인 포스코건설과 사측인 포항전문건설협회는 일순간 큰 충격에 휩싸였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계약해지 등 모든 가능한 방법을 강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건설의 이같은 강경대응이 현실로 나타날 경우 더 이상 자금난을 버틸 수 없는 전문건설업체들의 사업포기 속출과 노조원 및 일반 직원들의 대량 실직 등 ‘공멸’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또 노조의 장기 파업으로 가뜩이나 침체된 포항지역 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 우려도 커지고 있다. 포항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사설] 작통권 국론분열 언제까지 봐야 하나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를 둘러싼 국론분열 양상이 심각하다. 전직 국방장관, 장성들에 이어 전직 외교관, 경찰총수들이 환수에 반대하는 집단 성명을 발표했다. 어제는 보수성향 단체들이 작통권 환수논의 중단을 요구하는 500만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작통권 논란 자체가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무조건 환수에 반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작통권 환수의 당위성이 충분한데도 설득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기력도 보기 딱하다. 작통권 조기 환수에 반대하는 성명 내용은 막연한 불안감이 담겨 있다. 한·미 정부가 모두 보완대책을 제시하며 우리 안보에 문제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파들은 이런 설명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나아가 노무현 정권을 아예 친북 세력으로 규정짓고 있다. 이 정권에서 작통권 환수 일정이 마련되더라도 차기 대선후보에게 재협상을 추진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제 작통권은 단순한 안보 현안을 넘어서고 있다. 정치적 편가르기로 확산되면서 정권교체운동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이래서야 어떻게 건전한 토론이 되겠는가. 특히 환수 반대운동이 조직적이어서 정치 배후를 의심케 한다. 전·현직 관료간에 갈등이 빚어지는 것은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전직 경찰간부들까지 작통권 반대성명에 줄줄이 가담한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그중에는 참여정부 출신도 있었다. 현직 관료들은 선배들이 너무하다고 불평을 하고 있으니 나라꼴이 이래도 되는지 통탄스럽다. 청와대, 국방부, 외교부는 환수 반대론자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치열하게 벌여야 할 것이다. 언론을 통해 공개하기 힘든 안보 보완대책을 알려주는 설명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홍보와 설득이 부족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 [9·11테러 5주기 끝나지 않은 악몽] (4) 달라진 세계인의 삶

    [9·11테러 5주기 끝나지 않은 악몽] (4) 달라진 세계인의 삶

    9·11테러 5년. 초기 충격을 딛고 사람들은 곧 일상으로 돌아갔다. 원래의 일상이라기보다 엄청난 변화에 적응한 것이다. 까다로워진 비자 심사나 짜증스러운 공항검색도 참을 만한 일상으로 변했다. 안보에 인권이 밀리고 도청 위험은 어느 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예사로운 것이 됐다. 희생자들의 아물지 않는 상처, 더욱 닫히게 된 지구촌 식구들의 마음의 문. 중동 사람들에 대한 더 강해진 혐오, 무슬림 친구를 잃은 기독교인…. 또다시 둘로 쪼개진 신냉전에 지구촌 식구들의 가슴은 무겁기만 하다. 영국 BBC 인터넷판은 9·11이 자신의 삶과 세계에 끼친 영향을 물어봤다. 그들의 반응에는 상실과 체념, 증폭되는 증오에 대한 불안과 실망으로 가득 차 있다.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달라진 세계와 지구촌 삶을 옮긴다. ●매턱스(미국 팜데일) 내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어 버렸다. 다행이 그때 뉴욕에 없었지만 난 군인이다. 누구는 소파에 앉아 외교 정책과 군사 전략을 논하겠지만 나는 현장에 서 있어야 한다. 삶이 180도 달라졌다. ●조지(캐나다) 미국이 이스라엘처럼 돼 간다. 안보가 자유나 인권보다 더 중요해졌다. ●스레테프레틀로(태국 방콕) 종교와 정치가 점점 더 분열적으로 돼 간다. 종교가 지배하는 세상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보수적 네오콘부터 무슬림 극단주의까지. ●H 네일(미국 텍사스) 테러는 그 어느 때보다 많아졌다. 테러 없이 하루도 지나가지 않는다. 지금 세계는 테러단체의 무대가 됐다. ●라차나 R(캐나다 밴쿠버) 극소수의 극단주의자가 캐나다, 미국, 영국에 공포 문화를 만들었다. 유색 인종을 비행기에서 소외시키고 중동 사람에 대한 만연한 불신…. ●캐넉(캐나다) 많은 것이 변했지만 변하지 않은 것은 미국의 외교정책. 그것이 9·11을 낳았다. ●안드레아 E(미국) 난 알았다. 이슬람 사람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을 그렇게 미워한다는 것을. 그들의 무지와 꼬인 이데올로기를. 그들이 순교에서 기쁨을 느낀다는 것을. ●레다 아자미(아랍에미리트연합) 부시와 행정부가 9·11을 일으켰다. 부시, 블레어, 올메르트…. 그들은 목적을 위해 자국민도 희생시킬 준비가 돼 있다. 무슬림, 아랍인 그 누구도 탓하지 말라. ●오마이르(파키스탄 카라치) 매일 아침 BBC 사이트에 오면 폭력이 넘실댄다. 포스트 9·11 현상이다. 제발 이라크에서 무고한 사람이 얼마나 숨졌는지, 아프가니스탄에서 폭탄이 어디서 또 터졌는지, 얼마나 많은 군인과 민병대원들이 부당한 전쟁으로 희생되는지 읽으면서 하루를 열고 싶지 않다. ●셰드 마틴(파키스탄 카라치) 세상이 둘로 갈라졌다. 테러와 싸우는 서쪽과 테러리스트가 그 행동을 멈춰주길 바라는 동쪽 사람들로. 박정경 안동환기자 olive@seoul.co.kr
  • “달라이 라마는 캐나다 명예시민”

    몬테 솔버그 캐나다 연방 이민장관은 9일 밴쿠버를 방문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에게 개인자격으로 명예시민권을 수여했다. 솔버그 외무장관은 “당신은 인간 존엄성의 승리자이며 우리는 당신이 전하는 평화와 친절, 인도주의적 호의의 가치를 열망한다.”면서 명예시민권을 달라이 라마에게 수여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달라이 라마로부터 ‘행복을 가꾸는 법’에 관한 연설을 듣기 위해 자리를 메운 1만여명의 군중은 이 광경에 환호를 보냈다. 이날 수여식은 지난 6월 캐나다 의회가 달라이 라마에게 사상 3번째로 명예시민권을 수여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한 데 따른 것이다. 과거 캐나다 정부로부터 명예시민권을 받은 사람은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과 2차대전 때 유대인 탈출을 도운 스웨덴 외교관 라울 발렌버그뿐이다.한편 달라이 라마를 ‘위험한 분열주의자’로 규정하고 있는 중국은 캐나다 정부의 이러한 결정에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이경형칼럼] ‘盧 차별화’를 許하라

    [이경형칼럼] ‘盧 차별화’를 許하라

    TV광고 기법 가운데 브랜드의 차별화 메시지가 소비자 설득에 가장 효과가 크다고 한다. 선거, 정치 마케팅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열린우리당의 재선 의원들과 가진 만찬에서 “(대통령과) 차별화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다음 대선을 위해서 당이 (나를) 비판해야 한다면 감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청와대 대변인은 ‘차별화 허용’ 등의 확대 해석을 부인하면서 “과거 사례에서 보듯이 차별화는 도움이 안 된다는 게 기본 인식”이라고 토를 달았다. 청와대는 당정 분리 원칙과는 달리 정무비서관을 신설하고, 정무특보단도 설치할 계획이다. 일차적으로는 청와대와 당 사이에 소통을 원활히 하고, 정치적 조율을 다잡으면서, 한편으로는 임기 말의 레임덕을 최소화한다는 의도다. 그러나 그보다는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한 사전 포석 작업처럼 보인다. 비록 대통령의 지지율이 14∼15% 선에 맴돌고 있지만, 합종연횡을 하든, 한판 엎어치기를 하든, 상황 타개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엄밀히 말해, 현행 5년 단임제 헌법체제 아래서 정권을 재창출한 정권은 없었다.6공의 민자당 정권이 김영삼 정권을 탄생시켰다 해도,5공의 연장선상에 있던 노태우 정권이 YS 문민정부를 창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당 정권이 노무현 후보를 당선시켰으나, 뒤이어 탈당, 창당 수순을 밟은 현 노무현 정권을 민주당이 진정으로 재창출했다고 보기도 어려울 것이다. 현재 열린우리당에 몸담고 있는 인사든, 앞으로 영입될 인사든 간에 후보군으로 나설 사람이라면 필수적으로 노 대통령과 차별화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유권자들은 이미 ‘노(盧)메뉴’에 식상했기 때문이다. 5공 전두환 정권은 1987년 6·10항쟁 이후 전국민적 저항에 부딪히면서 대통령직선제 개헌 수용 등 ‘6·29선언’으로 항복했다. 그 와중에서도 이 선언은 당시 노태우 민정당 대표가 당총재인 전 대통령과 사전 상의 없이 결행한 것으로 정리하여, 모든 공로는 노 대표에게로 돌아가게 했다. 전두환이 ‘죽일 X’가 되어도 노태우가 살면 된다는 뜻이었다. 앞으로 여권 후보군이 내세워야 하는 노 대통령과의 차별화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답은 자명하다. 평등보다 경쟁에, 분배 정의보다 성장 동력에, 이념보다 실질 숭상에 좀 더 역점을 두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른바 ‘좌파 신자유주의’를 일거에 ‘우파 시장주의’로 전환하라는 말은 아니다. ‘노(盧)차별화’엔 노선의 차별화와 못지않게 리더십의 양식, 용인술, 화법의 차별화가 필수적이다. 분열을 통한 지지세력 확보보다는 통합을 통한 사회 전체의 안정을 꾀하고, 코드·회전문 인사보다는 정권지지층의 외연을 두껍게 하는 용인 철학을 가져야 한다. 달변가 노무현 화법은 분명 일품이지만,“대통령 못해 먹겠다.”는 등의 거리낌 없는 직설화법보다는 어눌하지만 진중하고 격조 있는 화법의 소유자라야 차별화가 이뤄질 수 있다. 차별화는 차별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비판, 부정, 극복의 수순을 밟게 마련이다. 노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열린우리당에 진정으로 남기를 원한다면 대권후보들에게 ‘나를 딛고 일어서라.’고 말해야 한다. 정권재창출은 밀알이 썩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khlee@seoul.co.kr
  • [씨줄날줄] 정무특보단/이목희 논설위원

    청와대 사람들과 만나보면 비슷한 직급이라도 권력의 양과 질은 천차만별이다. 어느 정권이나 마찬가지라고 본다. 자리의 고하(高下)가 정치적 영향력을 결정하는 정도는 30%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보다는 대통령의 신임이 중요하다. 특히 지연·혈연이건, 정치 배경이건 이너서클에 들어가는 게 필수적이다. 정보량은 물론 인사, 정책결정 과정에서 서클 안과 밖은 크게 차이난다. 김영삼(YS) 정권에서는 상도동계와 부산·경남, 그리고 경복고 인맥이 정치·행정·정보 계통의 주요 포스트를 장악했다. 김대중(DJ) 정권에서는 동교동계와 호남 인맥이 이를 대치했다. 참여정부에서는 386세력이 이너서클의 중심을 이뤘다. 정권 초기에는 이너서클이 그런 대로 작동한다. 후반에 접어들면 단임 대통령 이후를 대비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이너서클은 분열하기 시작한다. 대통령은 답답해진다. 임기말까지 틀어쥐고 정권재창출을 주도하고 싶은데 여당에서도 말발은 약해지고…. 충성심이 강한 인사를 자유롭게 활용할 장치를 찾게 된다. 그것이 청와대 특보(特補)였다.YS는 비서실장을 지낸 김광일씨를 임기말에 정치특보로 임명했다.DJ는 박지원씨를 정책특보로 앉혔다. 형식은 특보였지만 실질적으로는 공식 정무보좌 라인을 뛰어넘는 실세였다. 그러나 이들은 성공하지 못했다. 제 살길을 찾아 뛰고 있는 이너서클의 복원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었다.DJ는 결국 박지원씨를 비서실장으로 기용해 명실상부하게 힘을 모아주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YS·DJ보다도 호기롭게 출발했다. 당정분리를 내세워 정무수석을 아예 없앴다. 돌아온 것은 조기 레임덕 논란. 한두명의 정무특보로는 현상 타개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특보단이다.5명 안팎을 모아 청와대에 연락사무소를 두고 대통령을 보좌하자는 취지다. 기존의 이강철 정무특보에 김병준·신계륜·안희정씨 등을 추가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는 특보단 인선에 앞서 과거 예를 면밀히 살피길 바란다. 당·정·청 시스템 재정비로 접근해야지, 특보단 몇명으로 해결될 일은 별로 없다. 특보단 면면이 여당에서도 비호감(非好感)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피플 인 포커스] 법원서 승리 확정된 대통령 당선자 칼데론

    당선자 꼬리표를 다는 데 두달 넘게 걸렸다. 그의 당선 선언이 나오기 하루 전인 4일 발간된 미국의 시사주간 뉴스위크 최신호는 ‘달콤씁쓸한 승리’라고 표현했다. 멕시코 연방 최고선거재판소는 5일 대선 당선자 발표와 관련한 판결에서 우파 집권 국민행동당(PAN) 펠리페 칼데론 후보의 승리를 확인했다. 판결문은 칼데론 후보는 지난 7월2일의 대선에서 집계된 전체 4160만표 가운데 23만 3831표 차로 좌파 야당 민주혁명당(PRD)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를 제치고 승리한 것으로 돼있다. 이는 당초 공식 개표에서 나타난 표차 24만 4000여표보다 약 1만표가 줄어든 것이다. 우파 집권 국민행동당(PAN) 소속 펠리페 칼데론(44) 앞에는 산적한 과제들이 놓여 있다. 우선 오브라도르 후보가 칼데론 후보의 승리와 그가 이끌 정부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좌·우파 분열 정국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그의 임기는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다. ●자서전 제목 ‘무릎꿇지 않는 아들’ 선거 구호로 칼데론은 선거운동 내내 자서전 제목 ‘무릎꿇지 않는 아들’을 구호로 애용했다.PAN의 창당 주역 중 한명인 부친의 후광을 유권자에게 부각시키는 동시에 그로부터 독립적인 행보를 걸어왔음을 강조한 것이었다. 대권에의 꿈을 공언한 것은 불과 2년 전의 일이었다. 선거 초반 9% 가까이 뒤져 있던 판세를 뒤집은 것도 놀라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비센테 폭스 대통령 정부에서 에너지 장관을 8개월 지냈지만 폭스 대통령이 자신의 대권 출마 의사를 문제삼자 항의의 뜻으로 사직했다. 친기업 성향으로 기업가와 중상류층을 지지 기반으로 하고 있다. 오브라도르 후보가 맹렬히 반대했던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도 찬성했다. 그는 선거기간 야당의 FTA 반대 목소리를 “멕시코를 개발도상국가 지위로 끌어내리려는 시도”라고 맞받아쳐 재미를 봤다. 또 범죄와의 전쟁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도 안정을 희구하는 지지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3년 이상 체류한 불법체류자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는 협정을 미국과 체결하겠다고 공언했다. ●카리스마 부족-깨끗하지 못한 처신 약점으로 야당의 반발 외에 앞으로도 그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이는 건 깨끗하지 못한 처신이다. 국영개발은행 총재때 300만페소(약 3억원)를 빌렸다가 나중에 갚은 일은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1994·1995년 금융위기때 민간은행들에 공적 자금을 지원하도록 법률을 만드는 데 칼데론이 조언한 것도 논란을 낳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멕시코에서도 이를 금융위기에서 나라를 구해낸 결단으로 보는 시각과 일부 은행에 특혜를 제공한 부패 행위로 보는 시선이 맞서 있다. 또 에너지장관 재직때 처남이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회사와 특혜 계약을 하도록 하고 탈세를 도왔다는 의혹 역시 야권의 단골 메뉴로 등장할 것이다. 일단 PRD는 16일 독립기념일을 맞아 대규모 시위를 준비하고 있고 이날 오브라도르를 당선자로 선언할 계획이다. 지난주에는 폭스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국정연설을 훼방놓아 순연시킨 바 있다. 멕시코는 언제든 두개의 정부로 쪼개질 수 있는 시한폭탄을 여전히 안고 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BooK Review] 일제에 근대화도 박탈당했다

    대한제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 역사에 반짝 얼굴을 내비친 불운한 존재였지만 이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남다르다. 대한제국의 국새를 소재로 한 영화 ‘한반도’에서 우리는 맹목적인 민족주의의 기미를 어렵잖게 느낄 수 있다. 명성황후 시해 장면을 담은 뮤직비디오가 나와 가슴을 울컥하게 만들기도 한다. 대한제국에 관한 한 우리는 너무나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해석하고 기억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성을 생명으로 하는 학계에서도 대한제국은 감정 섞인 논쟁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 이른바 내재적 발전론과 식민지 근대화론의 논란이 벌어지면 으레 친일파니 국수주의자니 하는 비난의 언사가 동원된다. 대한제국의 역사성을 긍정하는 역사학계 내부에서도 이견은 여전하다. ‘대한제국은 근대국가인가’(푸른역사 펴냄)는 이같은 소모적인 논쟁을 접고 보다 생산적인 관점에서 대한제국의 근대성을 규명해 보자는 의도에서 기획된 책이다. 저자는 한영우(한림대)·서영희(한국산업기술대)·이윤상(창원대)·전봉희(서울대) 교수 등 7명. 지난해 한림대 한국학연구소에서 주최한 ‘대한제국은 근대국가인가’라는 제목의 학술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내용을 보완해 단행본으로 묶었다. 일부 경제사가들은 대한제국과 고종의 전진적인 개혁에 대한 평가를 철저히 부정하며 대한제국을 ‘부패타락한 봉건적 가산국가’ 혹은 ‘봉건적 구체제’로 깎아내린다. 대한제국은 그 부패성과 전근대성으로 말미암아 필연적으로 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들은 한국사에서의 ‘근대개혁’은 을사늑약 이후의 일제시대에 들어서이고, 해방 후의 ‘산업화’도 일제시대에 이뤄진 ‘식민지 근대화’의 성과를 전제로 한 것이라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들은 근대국가로 나아가고자 한 대한제국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식민지 근대화론을 탈민족주의로 포장하려는 움직임을 한껏 경계하는 한영우 교수는 “내재적 발전론은 편협한 민족주의의 산물이 아니라 해방 후 학계의 주류를 형성해온 실증사학의 성과”라며 “일제시대는 근대화 시기가 아니라 ‘근대를 박탈당한 시대’”라고 강조한다. 서영희 교수는 국가론적 측면에서 대한제국의 성격을 살핀다. 서 교수는 대한제국은 신분제 사회를 뛰어넘은 정권이란 점에서 조선왕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한다. 개항 이후 분열된 위정척사파나 급진개혁파도 대한제국기에는 정권에 참여하지 못했으므로 대한제국은 보수적 유교정권도 급진개화파적 정권도 아니라는 것이다. 대한제국은 전통과 근대를 절충한 구본신참(舊本新參)의 중도적 정권으로 우리식 근대화를 추진했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대한제국의 근대성 여부를 결정하는 데 가장 논란이 되는 대목이 대한제국이 부국강병과 산업진흥을 위해 과연 어떤 노력을 기울였으며 그 성과가 어떠했느냐 하는 것이다. 이윤상 교수에 따르면 대한제국은 황실 직속의 궁내부 내장원 산하에 여러 산업기구들을 둬 식산흥업과 징세사업에 힘을 쏟았다. 특히 국가 세입의 근간이 되는 지세(地稅)를 늘리기 위해 1899년 이후엔 양전지계(量田地契) 사업도 벌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사업은 러일전쟁으로 중단돼 원래 계획된 사업의 3분의2를 수행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이 교수는 대한제국의 산업정책이 부분적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실패한 본질적인 이유를 일본의 침략과 방해에서 찾는다. 대한제국은 아직 학술적으로 성격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채 대중의 기억 속엔 우울한 이미지로 남아 있다. 연구가 미진한 만큼 바라보는 시각 또한 편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들은 대한제국에 대한 극단적인 부정적 해석만큼은 극복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적어도 대한제국에 ‘중세적 가산국가’니 ‘무너져야 할 앙시앙 레짐’이니 ‘부패무능한 정권’이니 하는 멍에를 씌우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요컨대 대한제국은 ‘근대국가’다.1만 65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한화갑 ‘작통권 대통령회담’ 요청

    한화갑 ‘작통권 대통령회담’ 요청

    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30일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논란과 관련,“조급하게 서두를 이유가 없고 논의를 다음 정권으로 넘기는 게 옳다.”면서 노무현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을 공식 요청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작통권 문제는 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후에나 매듭지어지는 것”이라며 “애국적 차원에서 전시 작통권 환수문제를 논의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이 문제를 갖고 국론이 분열되는 극한 대치로 갈 게 아니라 냉각기를 갖기 위해서도 다음 정권으로 결정을 넘기고, 국민의 지혜를 모아서 통일된 대안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내년 말이면 대통령 임기가 (사실상) 끝나고 벌써 레임덕이 왔다고 하는데 대통령이 결정을 내린 들 다음 정권에서 지켜진다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주를 반대할 국민은 한 사람도 없지만 친미냐, 반미냐가 판단의 기준이 될 순 없다. 그러나 대통령이 대결구도로 가는 판국에 중간지대가 있겠느냐.”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테러역풍 무슬림도 등돌려”

    “테러역풍 무슬림도 등돌려”

    9·11 테러 5주년을 앞두고 미국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온 테러 위협에 대한 의문이 고개를 들고 있다. 테러 조직인 알카에다가 미국 본토를 재공격한다는 것은 어디에서나 미국의 적이 존재한다는 ‘공포 신화’에서 나온 ‘억압 기제’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전쟁·테러 전문가인 존 뮬러 오하이오주립대 교수는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9·10월호에 게재한 9·11테러 5주년 기고문에서 “알카에다는 왜 미국을 다시 공격하지 않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에 대한 해답으로 “2000년 이후 알카에다는 스스로 저지른 테러의 역효과로 입지가 좁아졌으며, 테러 능력도 실제보다 부풀려져 왔다.”고 진단했다. 뮬러 교수는 미국 사회에서 일상적인 공포로 작용하고 있는 테러 위협에 대한 허구성도 비판했다. 그는 미국인이 평생 테러로 사망할 확률은 8만분의 1로 유성에 맞아 숨지는 확률과 같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5년 동안 3개월에 한번씩 9·11과 같은 규모의 테러가 발생해도 그 확률은 5000분의 1이라는 것이다. 9·11테러가 알카에다의 국제적인 입지 축소와 이슬람권에서의 고립을 심화시켰다는 진단이다. 전 세계가 테러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오히려 공유하게 됨으로써 국제적 협력이 더욱 공고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주류 무슬림 세력의 입장 변화도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9·11 테러 이후 성전(지하드)주의자와 이슬람 민족주의자 조차도 알카에다의 전략과 테러 방식에 대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무슬림 일각에서는 미국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침공 등 자신들이 저지른 테러 역풍을 예상치 못한 알카에다의 좁은 식견을 비판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범아랍권에서 빈 라덴에 대한 지지율은 테러 이전 25%에서 1%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뮬러 교수는 9·11 테러야말로 이슬람권에서 고립되고 있는 알카에다의 절망과 분열의 전조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알카에다 테러 능력과 위협이 상당 부분 과장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 테러를 시도한다는 것과 실제 실행 능력을 동일시하기에는 상당히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알카에다의 미국내 조직과 동조 세력에 대한 의문은 커지고 있다.2002년 정보기관은 미국내 알카에다 조직원과 동조자가 5000명에 이른다고 발표했지만 그 실체는 현재까지도 분명치 않다. 천문학적인 예산과 인력으로 3년 동안 미국내 알카에다 조직원을 추적해 온 연방수사국(FBI)은 지난해 작성한 비밀보고서에서 “국내 알카에다 조직을 파악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로버트 뮬러 FBI국장조차도 “가장 큰 위협은 미국 알카에다 조직의 존재가 파악되지 않는 것”이라고 답변할 정도였다. 수사 결과에서도 9·11 테러 당시 범인들은 미국내 어떤 조직에서도 도움을 받은 사실이 없다. 9·11 이후 미국 정부는 본토에 대한 알카에다의 후속 공격이 있을 것이라고 거듭 천명해 왔다. 이는 미국 사회의 공포를 조장하는 억압기제로 작용했다.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워 영장없는 조사와 도청, 구금 등이 성행했다. 미국에 사는 8만명의 무슬림이 지문 날인을 했으며 8000명이 FBI의 조사를 받았다. 테러 방지를 이유로 5000명이 넘는 외국인이 구금됐다. 조지타운대학 데이비드 콜 교수는 “테러리스트로 기소된 사람 중 단 한건의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가 없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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