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분열
    2026-08-05
    검색기록 지우기
  • 유명
    2026-08-05
    검색기록 지우기
  • 복수
    2026-08-05
    검색기록 지우기
  • 제동
    2026-08-05
    검색기록 지우기
  • 배후
    2026-08-0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4,902
  • [노대통령 개헌 기자간담회 여야반응] 민주, 탈당·중립내각 촉구 민노·국민 “민생 전념을”

    11일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 등 군소3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은 “개헌 추진은 정치적 중립성의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은 즉시 열린우리당을 탈당하고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서 개헌을 추진해주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노당 박용진 대변인은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일장훈시, 고집불통, 야당자극, 논쟁유발’의 16자로 정리가 된다.”고 힐난한 뒤 “개헌 논란으로 정국불안을 조성하기보다 민생문제 해결에 전념하고 개헌발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중심당 이규진 대변인은 “노 대통령은 개헌을 반대하는 야당의 태도가 정략적이라고 했지만 대통령이 정치권을 흔들고 국론을 분열하는 것이 더 정략적”이라고 비판한 뒤 “개헌논의를 당장 중단하고 국정과제에 전념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4년연임 개헌’ 정국] 박준영 전남지사 “개헌제안 지지”

    박준영 전남지사는 10일 성명을 통해 “대통령 4년 연임제 및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를 일치시키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제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부대표인 박 지사의 이같은 성명은 “개헌 제안은 긍정적이지만, 정략적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는 중앙당 성명과 미묘한 입장차를 보여 파장이 예상된다. 박 지사는 ‘개헌을 지지한다’는 성명에서 “매년 전국적인 선거를 치르는 것은 국가적 에너지를 낭비하고 국민을 분열시키는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박 지사는 이어 “지역감정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부통령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지사는 “개헌 제안이 정략적이라는 비판은 시기가 너무 늦어서지만 더 바람직한 정치문화를 물려주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면서 “대통령도 정치적 오해가 없도록 후속조치를 취할 것으로 믿는다.”고 기대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한나라 ‘경선룰 빅딜’ 이뤄지나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룰과 관련한 당내 논란이 본격화한 가운데 대선주자들간의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에 당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로선 경선 룰에 대한 합의를 이뤄낼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일각에선 경선 룰에 대한 대선주자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당이 갈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지난 8일 당 의원모임에서 “지금까지 4번의 대세론이 있었는데 3번 실패했다.”며 대선주자간 분열 가능성을 사전 경고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단 경선 시기에 대해서는 여권 후보 경선 일정을 봐가며 9월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다만 여론지지율 1위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으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경선을 실시하는 것이 아무래도 유리한 만큼 6월 실시를 주장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전 시장측이 경선시기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언급을 자제한 채 경선방식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경선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9월 실시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 이 전 시장측의 속내로 보인다. 이에 반해 박근혜 전 대표측에선 현행 경선방식을 유지하면서 9월에 실시하자는 입장이다. 물론 박 전 대표는 ‘경선 원칙 고수’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측근 의원들은 ‘9월 경선’으로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선방식에 대해서는 현행 방식(대의원 20%·당원 30%·일반국민 30%·여론조사 20%)을 그대로 두고 선거인단 수만 4만∼5만명에서 20만명 이상으로 대폭 늘리자는 것이다. 당 일각에서 경선 방식과 시기 모두 바꾸지 않으면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현행 경선방식을 일부 고치는 조건으로 9월 경선을 실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이 당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렇다고 섣불리 ‘빅딜’을 속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경선방식을 놓고도 박 전 대표측은 선거인단 구성비율은 그대로 두고 선거인단 규모만 대폭 확대하자는 입장인데 비해 이 전 시장측은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에 가까운 선거인단 구성을 주장하는 등 양측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與 “野 동참 기대” 한나라 “싫다”

    與 “野 동참 기대” 한나라 “싫다”

    올 대선의 주요 변수인 개헌 문제를 9일 노무현 대통령이 전격 제안하자 정치권은 격랑에 휩싸였다. 여당은 노 대통령의 제의에 찬성한 반면 제1야당인 한나라당은 이를 일축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은 ‘조건부·원론적 찬성’ 속에 노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성을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현 시점의 개헌 논의를 정치적 노림수로 규정하며, 개헌 논의에 불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오후 긴급 소집된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노 대통령은 국민 분열을 가중시키는 정략적 개헌 발언을 중단·취소하고, 국정안정과 민생경제 살리기에 전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 당내 유력 대권주자들도 “차기 정권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현시점에서의 개헌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개헌 추진을 위한 여야간 논의와 대화를 주문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야당의 대선후보들도 거시적 안목에서 동참해 줄 것을 기대한다.”면서 “4년 연임개헌은 다른 정치적 요소를 뺀 제안으로 국회 차원에서 적극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고위당직자는 “모처럼 여권이 이니셔티브를 쥐게 됐다. 한나라당이 개헌논의를 거부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개헌 드라이브’의 정국 반전 효과를 기대했다. 민주당은 개헌 논의의 전제조건으로 노 대통령의 탈당과 거국 중립내각 구성을 촉구했다. 이상열 대변인은 긴급대표단회의와 의원총회 연석회의 직후 “개헌 논의는 긍정적으로 본다.”면서 정략적 의도라는 의구심을 지우고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며 이같이 주문했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중대 사안을 사전 협의나 토론 없이 ‘깜짝쇼’하듯 제안하는 방식에 유감을 표한다.”면서 “제안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모래판 내분 재연

    모래판이 다시 분열 양상이다. 당장 새달 설날 대회를 비롯해 올해 민속씨름대회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한국씨름연맹(프로)과 대한씨름협회(아마추어)의 주도권 다툼으로, 씨름판이 사실상 공멸하는 분위기다. 한국씨름연맹은 8일 “민속씨름대회를 함께 치러왔던 대한씨름협회가 2월 설날대회부터 협회 소속 선수들을 출전시키지 않겠다는 공문을 지난 2일 보내왔다.”면서 “협회가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이번 대회는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맹은 또 “이는 2005년 연맹과 협회가 체결한 협의문에 반하는 행위로 대회 무산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가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4년 말 LG와,2005년 신창건설 씨름단이 거푸 해체되고 프로팀이 단 1개만 남아 와해 위기에 몰렸던 연맹은 협회와 2005년 9월 ‘민속씨름 활성화를 위한 공동 협의문’을 채택해 활로를 찾았다. 지난해부터 유일한 프로팀인 현대삼호중공업과 아마추어팀인 지방자치단체 씨름단을 함께 출전시켜 대회를 꾸려왔던 것. 하지만 세미 프로 형식의 대회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협회는 기존 1억 2000만원이던 아마추어 육성 지원금을 3억 2000만원으로 인상하고, 현재 협상중인 KBS 중계권을 공동 명의로 계약하는 한편, 공동 명의로 대회를 열 것을 요구했다. 이에 연맹은 스폰서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원금을 대폭 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제3자의 이해가 걸려 있는 중계권에 대해서도 난색을 드러내 불협화음을 내왔다. 연맹은 특히 협회의 일부 요구가 연맹 존립 자체를 흔드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 협회 내에선 연맹이 프로씨름단을 새로 창단하지도 않고, 지자체 씨름단 위주로 대회를 치르는 마당에 연맹 주도로 대회가 개최되는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협회 관계자는 “당초 한시적으로 선수를 지원키로 했으나, 언제까지 선수를 파견할 수 있을지 명분이 부족하다.”면서 “협회도 대회 개최 역량이 충분하고, 이제 씨름을 일원화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맹과 협회가 재연한 샅바싸움에 팬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한 씨름팬은 “2년 전 밥그릇 싸움이 다시 재연돼 안타깝다.”면서 “씨름 발전을 위해 통 크게 힘을 모아야 하는 상황인데 이젠 뭉칠 수 없는 모래성이 될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여권 4~5갈래 분화 조짐”

    “여권 4~5갈래 분화 조짐”

    여권의 분열이 피아(彼我)를 구분하기 힘들 만큼 혼란스럽게 전개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친구와 적이 바뀌어 있다.”거나 “삼국지보다 복잡하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대립과 연대 양상이 전방위적이다. 겉으로는 신당론을 둘러싼 노선 또는 이념 차이가 부각되고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올해 말 대선과 내년 초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생존과 영향력 확대를 꾀하려는 권력투쟁의 속성이 다분하다는 분석이다. 노골적인 드잡이는 지난해 말 정동영·김근태 전·현직 의장의 긴급회동으로 촉발됐다. 노무현 대통령의 ‘거부권 발언’(두 사람의 장관 기용과 관련한 인사 실패론)으로 위기에 처한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건재를 과시하자, 신당파 내부에서 “두 사람이 신당의 얼굴이 돼선 안된다.”며 ‘2선 퇴진론’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 보수성향의 강봉균 정책위의장이 김근태 의장의 노선을 직공하면서 전선이 확대됐다. 이들은 대국민 지지율이 열악한 두 전·현직 의장을 간판으로 해서는 통합신당이 국민적 지지를 받기 힘들 뿐 아니라 고건 전 국무총리와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의 영입 등 외연 확대도 힘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염동연 의원이 조기 탈당 의사를 밝히면서 분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호남의 ‘좌장’을 노리는 염 의원은 신당 논의가 ‘정동영·김근태 대(對) 고건’ 식으로 전개되자, 자신의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탈당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정·김 전·현직 의장은 사방에서 조여 들어오는 칼날에 서로 등을 맞대고 반전을 꾀하는 형국이다. 오랫동안 경쟁관계였던 두 사람이 졸지에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공생관계가 된 것이다. 두 사람이 휴일인 7일 전·현직 지도부 오찬을 마련하고 나선 것도, 전방위 공습을 방치하다가는 정치생명의 위기로까지 몰릴 것을 걱정한 때문으로 보인다. 다른 중진들도 일부 초·재선이 주도하는 급격한 소용돌이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보고 일단은 당내 질서 단속에 호응하는 분위기다. 특히 정 전 의장이 지난 4일 이후 노 대통령을 향해 직접적 비판을 불사하고 있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재선의원 시절 김대중 대통령의 면전에서 권노갑씨를 비판하고, 열린우리당 창당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김원기 의원에 대한 공격을 통해 정치적 위상을 높였던 정 전 의장은 지난 4년간 노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 비판만은 자제해왔다. 그러나 대선국면에서 대통령의 지원 가능성이 사실상 물건너 가고 신당파 내부에서조차 ‘흘러간 노래’ 취급을 당하자 결국 자신의 장기를 구사하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대통령과의 전선을 형성함으로써 내부 반란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지지율 하락세에 부심하고 있는 고 전 총리로서도 염 의원 등의 지나친 ‘발호’가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염 의원은 대선정국에서 자신이 킹메이커로서의 주도권을 행사하면서 고 전 총리를 ‘여러 후보 중 한 명’으로 저울질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분열이 가속화한다면, 여권은 예상보다 훨씬 여러 갈래로 분화할 가능성이 있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잔류 열린우리당과 염 의원이 주도하는 호남 신당, 중도보수 성향의 통합신당, 고건 신당, 잔류 민주당 등 4∼5개로 쪼개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CEO칼럼] 혼이 있는 경제/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CEO칼럼] 혼이 있는 경제/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중국이 앞서 나가고 있다.13억 인구의 거대한 항공모함 중국이 인구 5000만명도 안 되는 우리나라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이 11차 ‘5개년 계획’에서 ‘혼(魂)이 있는 경제(Soul Economy)’를 선언한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까지의 경제를 ‘육체 경제(Body Economy)’라고 스스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창업자인 고(故) 유일한 박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혼이 있는 경영’을 실천했다. 현 세대의 젊은이들에게 존경하는 기업인으로 꼽히는 안철수 의장도 늘 ‘혼이 있는 기업’론을 갈파해 왔지만, 유물론자이자 세계 최대의 거대경제인 중국이 혼이 있는 경제를 먼저 내세울 줄은 미처 몰랐다. 중국이 새로이 꿈꾸는 혼이 있는 경제는 사람과 자연과 사회와 새로운 관계, 즉 상생의 관계를 추구하고 있다. 지난 25년간의 경제개발이 저임금 육체노동, 세계적 규모의 하드웨어 건설, 국가주도의 경제대국론에 기반한 것이었다면 앞으로 25년에서 50년은 지식기반 소프트웨어 중심, 자원을 절약하고 환경을 상생시키는 환경친화적 기술과 산업육성, 사회적 양극화를 최소화하는 사회 통합적 경제발전에 주력하겠다는 국가적 의지의 표현이다. 이런 의지와 열기는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세계경제포럼(WEF)이 주최한 중국 기업인 정상회의(CBS)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지난해 11월18일과 19일은 주말인데도, 지식사회와 지속적 혁신에 의한 가치창조 및 고객창조를 평생 갈파하였던 피터 드러커 교수의 96회 생일기념 심포지엄에 구름같이 몰려 왔던 중국인 기업가, 전문가들의 진지한 태도에서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중국이 저임금 산업국가에서 혁신주도형 지식사회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자발적 의지와 학습이 중시되는 창조경제로 나아가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아직도 시멘트 사업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40년간 토건국가, 하드웨어 중심국가 소리를 들어왔지만 소프트웨어 중시로 가기는커녕, 점점 더 견고한 시멘트 토건 숭상국가로 고착해가고 있다. 연간 수십조원의 토목 건설비와 토지 보상비가 환경을 파괴하고, 이웃을 분열시키고, 부동산 거품을 극대화시켜 경제위기를 잉태한다. 이런 현상은 ‘일본열도 개조론’ 이후 사상초유의 부동산 거품 붕괴와 금융파산과 함께 경제몰락과 암흑의 10년 터널을 지나온 일본의 전철을 우리가 따라 밟고 있다. 우리 한국은 지금 과도한 국토개발과 지역개발과 토지보상 경쟁, 부동산 투기 경쟁에 몰입해가고 있다. 전체 기업의 99%, 전체 근로자의 87%가 종사하고 있는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평생학습 참여율은 8%도 되지 않는다. 특히 비정규직과 소기업 종사자들의 평생학습 참여율은 2%밖에 되지 않는다. 기술과 지식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시대에 자기 국민의 90% 가까이를 무학, 문맹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몰아가는 이 사회는 부동산 광풍에서 벗어나 혼이 있는 경제, 창조경제로 나아가야 할 때가 됐다. 누가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리나라 경제와 사회와 환경과 미래를 지킬 것인가. 누가 우리 사회를 세계 속에서 신뢰받고 존경받는 지식·문화국가로 이끌어 줄 것인가. 이제 우리도 새로운 미래를 위해 혼이 있는 경제를 시작할 때이다.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 [열린세상] 정계개편 제대로 하라/윤성이 경희대 정외과 교수

    2007년 한해는 그야말로 정치의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단 연말에 있을 대선만을 염두에 둔 말이 아니다. 이미 지난 연말부터 열린우리당의 정계개편 논의가 본격화되었다. 어떤 형태로든 새로운 정당이 만들어지면 그 다음에는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정치가 시작될 것이다.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선출과정도 그리 간단하지 않다. 후보선출을 위한 선거인단 구성 원칙이 이미 있으나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 있고, 이로 인해 결국 분당으로 이어지리라는 견해도 있다. 아무튼 올 한해, 정계개편과 각 당의 후보선출 그리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으로 이어지는 정치일정에 온 나라가 들썩일 테고, 이 같은 ‘선거정치’가 정국을 이끌어가는 중심축이 되면서 민생과 국가현안을 챙기는 생활정치는 또 다시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다.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비용임을 감안하더라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우리사회가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나 커 보여 우려스럽다. 그렇다고 지금의 소모적 상황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 같다. 기왕 정계개편 논의를 피할 수 없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지불하는 비용만큼 생산적 결실을 얻는 것이다. 적어도 올해와 같은 소모적 정치가 다음 대선에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대선정국에서 다음 두 가지 성과를 이루어야 한다. 첫째는 이번 정계개편 과정을 통해 정당의 정체성이 분명히 확립되어야 한다. 열린우리당의 정계개편 추진이나 한나라당의 분당 가능성 우려 모두 각 정당의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각 정당들이 진보, 보수, 평화, 개혁과 같은 추상적 구호에서 벗어나 구체적 정책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여야 한다. 열린우리당의 지지율 하락과 분열은 진보와 개혁과 같은 거대담론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이라크파병과 한·미 FTA같은 구체적 정책에서 당내 혼선이 생겼고 지지집단과의 괴리감이 형성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지금 열린우리당 신당파에서 주창하는 ‘평화민주개혁세력 대통합’과 같은 추상적 구호로는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기보다 과거의 잘못을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의 정치일정 가운데서 얻어 내야 할 두 번째 과제는 민주주의를 위한 게임의 규칙을 확립하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게임의 규칙을 둘러싼 갈등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지속적이고 안정된 규칙과 절차가 확립되어야만 참가자들이 게임의 결과에 승복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예측가능한 정치를 할 수 있다. 대선정국의 소모적 논쟁 가운데서 생산적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언론과 시민사회도 변해야만 한다. 정치권이 ‘정치하기’ 방식을 바꿔야 한다면 언론과 시민사회는 ‘정치읽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선거에 대한 경마식보도 방식이다. 모든 언론이 매일같이 대권후보들의 지지도와 유력 후보 간 가상대결 결과를 보도하고 있다. 사실 지난 몇 차례 대선경험을 볼 때 선거를 1년 앞둔 시점의 지지도는 대선결과 예측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한국선거의 결과예측에 가장 중요한 변수는 구도와 인물이다. 정계개편을 앞둔 현시점은 대선구도도 확립되지 않았을 뿐더러 인물은 더더욱 결정되지도 않았다. 결국 경마식보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일시적인 여론동향 파악, 그리고 과정과 내용을 도외시하는 선거결과에 대한 집착뿐이다. 매번 선거에서 ‘이번 만큼은 정책선거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이를 위해 언론의 정치읽기는 일자리 창출, 부동산정책, 복지문제, 교육정책 등과 같은 민생현안에 대한 각 정당과 후보의 입장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추상적 담론에 묻혀 실종된 ‘생활정치를 위한 공론장’을 언론이 앞장서 만들어야 한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 올해 우리사회에서 실현될 수 있길 간절히 소망한다. 윤성이 경희대 정외과 교수
  • 한국과 중국 ‘젊은 그림’이 만난다

    지난해 미술계를 뒤흔들었던 중국, 인도미술 광풍이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오는 10∼30일 서울 인사동 학고재에서는 중국과 한국의 작가 각각 2명의 작품 31점이 전시되는 ‘휴먼 어빌리티’전이 열린다.그동안 중국 현대미술이 일방적으로 한국에 소개됐다면 이번 전시는 쌍방 교류를 시도한다. 학고재는 중국에서도 전시회를 홍보했으며, 이미 많은 중국 화랑들이 관심을 보인다고 전했다. ‘휴먼 어빌리티’전을 통해 소개되는 중국 작가는 왕펑화와 숑위. 한국작가는 이재선과 정진용으로 4명 모두 1970년대 초중반에 태어난 젊은 작가들이다. 특히 중국 작가들은 4세대 작가로 분류된다. 이전 세대들의 작품에서 문화혁명의 상처, 톈안먼(天安門) 사태에 대한 기억들을 찾아볼 수 있다면 이들은 철저히 정치에서 벗어나 있다. 세계적 미술조류와 호흡하며 개인적 경험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왕펑화는 거대화된 도시에서 소외된 개인을, 숑위는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음직한 기괴한 인물상을 통해 분열된 자아를 표현하고 있다. 숑위의 작품은 2005년 11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중국현대미술특별전’을 통해 그 독특한 이미지가 소개된 바 있다. 한국의 작가들은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동양화의 틀에 매이지 않은 매력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몽환적 세계를 그리고 있는 이재선은 건축도료를 사용해 균열된 벽화 효과를 낸다. 뛰어난 건축물이나 위대한 인물의 찰나를 먹으로 잡아낸 정진용은 수묵 위에 유리구슬을 발라 독특한 화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아시아의 젊은 작가들이 국적과 민족성을 뛰어 넘어 보여주는 예술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02)739-4937.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불끄기 vs 공론화

    노무현 대통령의 호남 측근인 염동연 의원이 탈당의사를 공개 표명한 이후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의 동요가 가시화하는 등 ‘선도탈당론’이 정계개편 정국의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을 비롯한 전·현직 지도부 7명이 7일 긴급회동을 갖고 염동연 의원의 선도 탈당 의사 표명과 김 의장 노선에 강봉균 정책위의장이 강력 비판한 사실 등 여당의 혼란에 대해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태국을 여행 중인 염 의원은 이날 “전당대회가 열리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탈당한다고 한 것이지, 무조건 전대 이전에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알려왔다고 측근인 노식래 부대변인이 기자들에게 밝혔다. 그러나 통합신당파 내 강경그룹이 선도탈당 문제를 공론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여권의 분열이 진정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정·김 전·현직 의장 외에 김한길 원내대표, 문희상·천정배·정세균·김혁규 의원 등 전·현직 지도부는 이날 서울 시내 음식점에서 점심을 겸한 회동을 갖고 “양 극단의 편향성을 넘어서서 노선과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 원칙있는 대통합의 국민정당을 만들어가고자 하며, 이 과정에서 기득권을 포기하고 겸허한 자세로 임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김 의장이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지도부 합의에 대해 적극적인 통합신당 추진파인 양형일 의원은 “당 상황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지도부 회동이 실제 영향력과 통제력을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일축했다. 강봉균 정책위의장도 “무엇을 반성하고 어떤 사람이 책임을 통감하겠다는 것인지, 어떤 다른 개혁을 하겠다는 것인지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희망21, 안개모, 실사구시 등 통합신당파 내 강경·보수그룹은 8일 모임을 갖고 선도탈당론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차라리 한나라로 가라” “소수야당 하겠단 거냐”

    “차라리 한나라로 가라” “소수야당 하겠단 거냐”

    열린우리당 통합신당파의 내부갈등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겉으로는 정책대립 양상이지만, 본질은 신당 주도권 확보를 위한 기싸움 성격이 짙어 보인다. 실용파를 대표하는 강봉균 정책위의장이 김근태 의장을 향해 ‘친북좌파’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비판하자 5일 김 의장은 ‘짝퉁 한나라당’이란 말로 치받으며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김의장, 작심한듯 실용진영 비판 김 의장은 이날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작심한 듯 신당파 내부의 실용진영을 비판했다. 김 의장은 “대한민국에 수구냉전 세력은 한나라당 하나로 충분하다.”면서 “남북경쟁과 특권경쟁의 정글로 달려가는 길은 한나라당이 대표선수로서 충실히 대변하고 있는데 그 길이 옳다고 생각하면 한나라당으로 집결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상황이 어렵다고 짝퉁 한나라당을 만들면 역사의 웃음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실용파를 공격했다. 김 의장을 지지하는 민주평화국민연대측과 개혁파 의원 보좌진 등은 모임을 갖고 “조만간 개혁진영 의원들 명의로 강 정책위의장에 대한 윤리위 제소와 출당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봉균 “앞으로 비대위 불참할 것” 신당파 내 실용진영은 개혁진영과 선을 긋겠다는 입장을 더욱 굳히고 있다. 강 정책위의장은 ‘짝퉁 한나라당’이라는 공세에 “한나라당으로 가자거나 당을 분열시키자는 게 아니라 같이 살자는 얘기”라고 해명한 뒤 “뉴딜정책과 서민경제대책위 활동을 할 때 많이 따라줬지만 김 의장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며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왔음을 시인했다. 앞으로 비상대책위원회에 불참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이어 “한나라당과 정책을 완전히 차별화하면 결국 민주노동당밖에 안된다.”면서 “한나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야만 당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은 소수야당을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맞받아쳤다. 실용파측은 오는 11일 ‘통합신당의 정책비전’이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안영근·조배숙·김부겸 의원 등 일부 재선의원들은 “김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이 주도하는 통합신당 논의는 ‘도로 우리당’이 될 수밖에 없다.”며 ‘2선퇴진론’을 강조하고 있다. ●염동연 “늦어도 전대 전에 선도탈당”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측은 5일 통합신당파 내의 ‘2선퇴진론’ 제기에 ‘고건배후론’으로 맞서며 신경전을 벌였다. 정 전 의장은 이날 MBC라디오 ‘뉴스의 광장’에 출연,“누구는 되고 안되고를 재단할 권리를 부여받은 사람은 없다.”며 ‘2선퇴진론’을 반박했다. 김 의장도 이날 “평화번영 시대를 위해 당당하고 공명정대하게 맡은 소임을 다하겠다.”고 가세했다. 이들 주변에서는 “통합신당파내 고 전 총리와 가까운 인사들이 2선퇴진론을 의도적으로 제기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고 전 총리측은 “고 전 총리와 상관 없는 의원들도 2선퇴진론에 공감하고 있다. 이들을 유력한 경쟁자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맞받았다. 한편 ‘선도탈당’ 가능성을 제기해온 염동연 의원은 이날 SBS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오는 11일 친노파가 낸 당헌개정 무효 가처분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그 직후에 탈당하고, 늦어도 다음달 14일 전당대회 전에 20여명의 의원들과 함께 선도탈당할 뜻’을 밝혔다. 박찬구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시론] 유권자 편에 선 대선보도를 기대한다/양승찬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시론] 유권자 편에 선 대선보도를 기대한다/양승찬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새해를 맞이했다. 올 한 해 언론에서 다루는 모든 뉴스가 과도하게 정치성을 띨 것 같아 염려가 된다. 벌써부터 정치권 당파간의 대립 속에 오가는 설전을 언론에서 접하면서 마음이 편치 않다. 앞으로 한 해 동안 네거티브로 가득 찬 폭로와 설전, 스캔들을 얼마나 더 많이 ‘구경’해야 할는지. 아니 구경하기 싫어 외면할까 두렵다. 우리 언론은 올 해 대선 보도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정책 선거를 이끄는, 검증의 저널리즘을 추구해야 한다는 원칙에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작년 5·31 지방선거에서 등장한 정책공약 감시운동에 언론이 동참하려 하고, 일부 언론사가 대선보도준칙 제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일단 고무적인 변화다. 지난 선거보도의 문제점을 되새겨 보고 저널리즘 원칙에 입각한 검증의 보도를 이번에는 제대로 준비해 주기를 기대한다. 그 무엇보다도 우리 언론은 올 해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의 편에 선 선거보도를 추구했으면 한다. 정치커뮤니케이션의 세 주체가 정치조직, 언론, 유권자라고 할 때 우리 언론이 지금까지의 선거과정에서 정치조직에 더 가까이 가 있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이제 유권자의 쪽으로 조금 더 가까이 오기를 바란다. 특히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를 통해 어떤 이슈를 중요한 의제로 삼는지 많은 기자들이 길거리에 나가서 살펴보았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출입처 제도라는 관행의 틀 속에서 각 당의 선거캠프에서 내놓는 이슈에 뉴스가치를 두었다면, 이제는 유권자의 의제를 발굴해 제시하는데 더 투자하여 정치권의 의제와 균형을 맞추었으면 한다. 부동산과 교육문제 역시 정치논리가 아닌 국민의 편에서 중요한 문제를 찾고, 우리 주머니에서 나가는 세금이 과연 적절한지, 제대로 된 의료혜택과 합리적인 연금은 받을 수 있는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생활밀착형 이슈를 유권자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하는 언론의 모습을 보고 싶다. 대변인 브리핑 룸은 이제 현안이 있을 때 가끔 둘러보는 곳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또한 유권자를 네거티브 전략으로 설득하려는 정치권의 폭로와 설전을 단순 중계하지 않아야겠다. 선정적인 방법으로 일단 저질러 보고 아니면 말기 식인 저질 캠페인의 동조자가 되지 말기를 당부한다. 유권자들이 선거에 무관심해지고 참여의 효능감을 상실하지 않도록 흠집 내기와 근거없는 폭로전을 검증의 절차없이 연일 톱기사로 내세우는 일은 없어야 되겠다. 더불어 유권자를 특정한 방향으로 언론이 직접 설득하려 들지 말기를 바란다. 기사주제와 제목의 선정, 기사속의 인용에서 특정 정파를 유리 또는 불리하게 만드는 질적인 편파는 유권자에게 방향성을 강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늘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의견과 사실은 엄격히 구분하고 다양한 의견을 제공하는 가운데 유권자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언론은 우리 국민들이 안전한 삶의 터전을 유지하면서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살고자 하는 소박하지만 아주 소중한 희망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꼭 인식했으면 한다. 분열된 사회가 아닌 다양성을 인정하며 존중하는 품격 있는 사회를 유권자 역시 원하고 있다는 것도 전제로 삼기 바란다. 소박하지만 절실한 꿈을 지닌 유권자 편에 서서 각 후보의 정책공약을 검증하는 선거 보도에 임해주기를 거듭 당부한다. 양승찬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서울신문 신춘문예-평론 당선작] ‘시적 에피파니’를 위하여-이장욱론/이찬

    1. ‘인공정원’ 으로서의 ‘시’를 넘어서 시인은 자신의 기억 속에 아로새겨진 어떤 체험의 순간을 지금-여기로 다시 불러오는 존재이다.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시작품들 가운데, 이 순간을 상투적인 표현들로 재생하고 있는 경우는 없다. 구체적인 체험 속에 깃들어 있는 고유한 생(生)의 순간들과 그 감각적 비의(秘義)들은 관례화된 문법을 통해서는 결코 표현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시’ 장르의 전래적인 형식과 표현을 충실하게 계승하고 있는 ‘전통적인 서정시’가 되었든, 지금까지 ‘시’가 보존해 온 관습적 전범을 파괴하면서 새로운 시의 문법을 과격하게 실험하는 ‘전위적인 현대시’가 되었든, 이러한 ‘상투성’으로부터의 이탈은 ‘문학’(literature)이라는 현대적인(modern) 산물에 요구되었던 필수불가결한 조건이자 ‘문학’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자신을 보존할 수 있었던 근원적인 힘이다. 이장욱의 시는 세계에 존재하는 사물과 사건과 풍경들을 1인칭 화자의 감정과 의식과 가치를 표상하기 위한 대리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왕(旣往)의 관례화된 ‘시’의 문법으로는 이해될 수 없다.“서정은 만상을 일인칭의 내면적 고도(高度)에 걸어두는 방식이다.”(‘꽃들은 세상을 버리고’,《창작과 비평》,2005년 여름,70쪽)라는 그의 진술은 우선 ‘시’(‘서정’) 장르의 일반적 원리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더불어 통상적인 ‘시’ 문법에 대한 그의 반감(反感)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장욱이 재래(在來)의 ‘시’의 문법에 대해 품고 있는 회의와 반감은 그것이 필연적으로 이 세계의 ‘만상’들을 1인칭 화자의 자기 동일적인 영혼을 표상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유(專有)하며, 마침내는 ‘천변만화’하는 세계의 다양하고 풍요로운 실상을 “하나의 가치와 체계로 휘발시키는”, 조작된 ‘인공정원’의 숙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인식으로부터 비롯된다. 더불어 이러한 ‘인공정원’으로서의 ‘시’(‘서정’)가, 세계의 그 풍요로운 다양성을 또한 사물과 사건 그 자체가 지닌 고유한 육체적 질감들을 “하나의 가치와 체계로 밀폐된 서정적 우주”로 복속시켜 버리거나 혹은 그 바깥으로 추방시킨다는 확신으로부터 나온다. 결국 그에 따르면, 통상적이고 관례적인 ‘시’의 문법은 ‘세계의 풍요로운 실재성’을 표현하기는커녕 시인의 ‘일관된 가치와 의미와 정서’에 의해 세계의 만상들에 얼룩져 있는 ‘혼탁한 사물성’을 그 바깥으로 밀어내는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조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는 1인칭 화자의 나르시시즘적인 ‘인공정원’이 가공될 수 있을 뿐, 세계 그 자체의 참다운 실상들이 발견될 수 없다. 2. 표상의 외부와 마주침의 유물론 “객관적인 아침/나와 무관하게 당신은 깨어나고/나와 무관하게 당신은 거리의 어떤 침묵을 떠올리고/침묵과 무관하게 한일병원 창에 기댄 한 사내의 손에서/이제 막 종이 비행기 떠나가고 종이 비행기,/비행기와 무관하게 도덕적으로 완벽한 하늘은/난감한 표정으로 몇 편의 구름, 띄운다./지금 내 시선 끝의 허공에 걸려/구름을 통과하는 비행기와/종이 비행기를 고요히 통과하는 구름./이곳에서 모든 것은 단 하나의 소실점으로 완강하게 사리진다./지금 그대와 나의 시선 바깥, 멸종 위기의 식물이 끝내/허공에 띄운 포자 하나의 무게와/그 무게를 바라보는 태양과의 거리에 대해서라면./객관적인 아침. 전봇대 꼭대기에/겨우 제 집을 완성한 까치의 눈빛으로 보면/나와 당신은 비행기와 구름 사이에 피고 지는/희미한 풍경 같아서.”(‘객관적인 아침’ 전문) ‘객관’(object)이란 철학적 인식론에서 주체의 의식 바깥에 놓여 있는 외부 대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주체의 시선과 지시작용(designation)의 테두리를 벗어나 있는 어떤 미지(未知)의 영역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곧 ‘객관’이란 주체의 의식 바깥의 공간을 점유하는 사물 혹은 세계이기는 하나, 주체의 시선과 자기의식에 의해 호명되고 포획되어, 이미 ‘있다’고 알려진 어떤 인식적 대상을 가리킨다. 그러나 이장욱에게 ‘객관’은 이렇게 인식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객관적인 아침’은 ‘나’와 ‘당신’과 ‘침묵’과 ‘종이 비행기’가 서로 ‘무관하게’ 자신들의 사건들을 발생시키는 시간이다. 따라서 ‘객관적인 아침’이라고 명명(命名)된 것은 주체의 시선과 사유에 이미 포착되어 있는 어떤 외부적 대상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주체의 자기회귀적인 의식의 궤도로 환원되지 않는 세계의 풍요로운 실재성 또는 사물 그 자체가 지닌 복수적 다양성을 표현한다. 기왕(旣往)의 장르적 문법에 충실한 시작품의 경우라면, 위의 시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러 사물들은 ‘단 하나의 소실점’을 위해 봉사하였을 테지만, 그리고 그것은 시인의 내면 풍경의 표상(表象)들로 고용되었을 것이지만, 여기에서 그것들은 시인이 설정한 ‘소실점’과는 ‘무관하게’ 그 자신의 존재를 보존한다. ‘내 시선의 끝’에서는 모든 사물이 “단 하나의 소실점으로 완강하게 사라진다.” 그러나 지금 ‘그대와 나’라는 인간의 ‘시선 바깥’에선 ‘멸종 위기의 식물’이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 ‘허공’에 ‘포자’를 ‘띄우’고 있는 중이다. 또한 ‘까치의 눈빛으로 보면’ 인간이 설정한 세계의 위계질서와 그것의 ‘소실점’ 역시 하나의 ‘희미한 풍경’에 지나지 않는다.‘하늘’이라는 자연물이 ‘도덕적으로 완벽한’ 까닭은 분열되고 오염된 우리의 경험 세계와는 ‘무관하게’ 존재하는 ‘마음의 도원(桃園)’을 표상(表象)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1인칭의 유토피아적 영혼은 자기 내부에서 발아한 동일자의 표상(representation)들만을 세계로부터 수집할 따름이며, 그 바깥에 존재하는 위(僞)와 악(惡)과 추(醜)를 볼 수 없으며, 그것들과 결코 마주칠 수 없다. 이 영혼은 자신이 알고 싶은 것만을 보며, 보고 싶은 것만을 고백하며, 고백하고 싶은 것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등뒤에 있다”는 ‘절규’의 첫 구절은 시인 이장욱이 가진 인식론적 지평을 축약하여 드러낸다. 이것은 그의 시에서 다양한 상징적 편린(片鱗)들로 산포되어 나타난다. 이 편린들은 예컨대 “고백은 지겹다. 모든 고백은 거짓이다”(‘감상적인 필름’),“두 그루 전신주는 아름답고 밤눈은 내리고 녹슨 제 땅에서 제 어둠을 파 내려갔으므로 단 한 번도 송신할 생애를 갖지 못한 그 오래된 이야기”(‘이상한 나라’),“꽃은 15층 베란다에 서서 까마득한 지상을 가늠하는 자와 그 흐린 눈을 마주치지 않음으로써 꽃은, 오로지 나무일뿐 인 무서운 나무들 사이에서 아직도 견고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다.”(‘사라지는 꽃’),“하지만 너무 흔한 최면처럼 아직도 나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하늘이 너무 흔한 최면처럼 실편백에 내리는 빗물이, 다시 나를 이끈다는 것 돌아온다는 것은 얼마나 상투적인가 돌아오지 않기 위해 내가 치를 수 있는 무엇이, 더 있었을 것이다”(‘너무 흔한 풍경’) 등과 같은 것들이다. 이 시구들은 1인칭의 나르시시즘적인 영혼이 웅변하는 ‘기억’과 ‘고백’과 ‘이야기’가 ‘거짓’이거나, 세계의 풍요로운 실상과 ‘송신할 생애를 갖지 못한’ 폐쇄적인 ‘아름다움’에 불과하다는 이장욱의 인식론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1인칭의 유토피아적 영혼이 볼 수 있는 것은 반복적으로 순환하는 자기 자신일 뿐이며, 그것이 도취하고 열망하는 자연의 풍경은 ‘너무 흔한 최면’일 따름이다.‘하늘’이 “나를 중심으로 돌고 있”지 않을 때에만, 그리하여 모든 자연과 사물의 풍경이 ‘나’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때에만, 시인은 ‘너무 흔한 풍경’을 재생하지 않을 수 있고,‘이 당대적 상투성의 거리’(‘상투적’)를 벗어날 수 있다. 이 벗어남은 1인칭의 고백적 화법이 마련한 자기 동일적인 표상체계 바깥으로부터 느닷없이 밀려닥치는 우발적 사건과 그것에 수반되는 ‘낯선 것의 폭력’을 통해 시작된다. 세계의 혼탁하면서도 풍요로운 실재성과의 마주침은 바로 이 순간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나는 뚜레쥬르 베이커리를 지나간 것이다. 뚜레쥬르 베/이커리를 지나가는 하오의 육신 쪽으로 수직 낙하하는 겨/울 잎, 겨울 잎 안에서 천천히 사라져간 햇빛도 있었던/것이다. 물론 나는 내가 겨울 잎의 풍경 속을 지나간다고/는 생각지 못했으나./그것은 무성하고 울울한 저 너머, 횡단 보도 앞에서 푸/른 신호를 기다리는 여자가 오래도록 통과할 숲의 풍경./나무에 깃들여 사라진 벌레들을 나는 보지 못했지만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지나가는 아이의 어젯밤 꿈속을 나는 거/닐었는지도. 말하자면 그 꿈속의 눈 내리는 거리를./그러므로 이곳은 겨울 잎과 햇빛과 벌레들이 이루는 세/계. 뚜레주르 베이커리의 문을 열고 나오는 늙은 사내는/어젯밤의 아주 쓸쓸한 수음에 대해 생각했던 것이다. 그/와 나는 떨어지는 겨울 잎에 눈을 두고 지나쳐갔으나 우/리가 그 겨울 잎이 기억하는 햇빛과 벌레와 바람을 떠올/렸던 것은 아니다.”(‘의심의 여지가 없는 겨울 잎’ 부분) 이미 드러나 있는 세계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무수한 사태들의 일부로서 성립된다. 우리가 그 자신들의 눈앞에 어떤 사물과 사건의 잔상(殘像)조차 데려다 놓지 못한다고 해서, 그 사물과 사건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이 시의 화자가 ‘지나가는’ ‘겨울’의 ‘거리’에 드러나 있는 것은 ‘겨울 잎’이나,‘겨울 잎 안’에는 ‘천천히 사라져간 햇빛도 있었던 것이’며,‘우리’가 ‘떠올리지 않’는 ‘햇빛과 벌레와 바람들이 이루는 세계’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은 모든 1인칭의 시점(視點) 내부에 선재하는 명석 판명한 대자의식(對自意識)으로서의 ‘나’의 확실성이 아니라,1인칭 주체의 시선으로 포착되지 않는 세계의 다양한 만상들이며 그것들이 이루는 변화와 이행의 과정이다. 결국 시인 이장욱이 보고 느끼고 감각하고자 하는 것은 뚜렷한 형태와 공간적 점유들로 구분지어진 사물과 사건의 가시적(可視的) 외면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그 구분의 경계들을 횡단하는 힘들의 배치이며, 모든 존재자들이 지닌 복수(複數)의 가면(假面)으로서의 ‘자세’와 ‘포오즈’이며,‘지나가’고,‘사라지’고,‘통과하’는 것으로서의 세계의 실재성이다.‘겨울 잎’ 속에는 ‘사라진 햇빛’이 ‘있었’듯이,‘나’와 ‘그대’의 ‘생’에는 ‘사라져가’고 ‘흘러간’ 것으로서 ‘무성한’ ‘잎 새’와 ‘숲’과 ‘천천히 사라진 햇빛’도 ‘있었던 것’이다. 설혹 그것이 우리 자신의 명징한 감각과 사유가 아니라,‘꿈속을 거닐었는지도’ 모를 상상(想像)을 통해서만 겨우 감지될 수 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이 ‘있었던 것’들이다. 위의 시에서 자주 활용된 ‘지나가다’,‘사라지다’,‘통과하다’ 등등의 동사들은 어떤 사물과 사건의 고정된 상태를 표상하는 것이 아니라, 뚜렷하게 어떤 경계를 구분지울 수 없는 사태의 진행 과정을 나타낸다. 따라서 이 동사들은 ‘시’ 장르의 통상적인 화법 내부에 선재하는 자기의식의 투명성을 표상하는 언어가 아니라, 그것 외부에 존재하는 세계의 다양성과 그 변화의 과정을 나타내는 언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여러 시편들에서 빈번하게 활용된 ‘지나치다’,‘건너가다’,‘흐르다’,‘멀어지다’,‘스쳐가다’ 등과 같은 동사들 역시 세계의 ‘천변만화’하는 실재성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또한 모든 사물과 존재자들의 다양성과 이질성들을 1인칭 화자의 자기 표상적인 감정과 가치로 바꾸어버리는 ‘시’ 장르의 관례화된 문법을 벗어나기 위한 그의 시적 전략의 하나이다. 3. 假面과 ‘脫’ 인격적 주체로서의 화장 이장욱의 시가 ‘시’ 장르의 통상적인 문법에 내재되어 있는 ‘유토피아적 자기회귀’라는 ‘상투적’인 ‘최면’을 벗어나기 위해서 자주 활용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시적 화자’를 단일한 감정과 의식을 지닌 하나의 인격체로 전제하는 관례적(慣例的) 설정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것은 보다 구체적으로 말해,‘서정적 자아’의 단일한 목소리를 ‘시적 화자’의 분열적이고 다수적(多數的)인 목소리로 전환시키는 것이며,‘서정’의 화법에 내재하는 나르시시즘적인 순결성과 엄숙한 고백체를 조롱하고, 그것 속에 은폐되어 있는 숱한 가면(假面)들을 폭로하는 것이다. “감정은 어떤 포우즈 금홍아 금홍아 마당귀 화단에 잘린 벽돌들 녹슬어 고요한 철대문, 어쩌다 딱딱한 것들과 친해졌는지 (중병에 걸려 누웠으니 얼른 오라)고 금홍아 금홍아 나는 네게 엽서를 띄우고 싶어 이십세기와 (짱껭뽕)을 해서라도 금홍아 금홍아 나는 네 품에 안기고 싶네 하루 종일 내 딱딱한 그림자는 어디 가서 나를 어떻게 하려는 음모에 골몰중인지 다만 나 자신을 위조하는 것이 할만한 일일뿐 금홍아 금홍아아 하지만 디테일 때문에 속는다거나 해서야 되겠니?”(‘금홍아 금홍아’ 부분) 이 시의 화자는 표면적으로 ‘이상’(李箱)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의 경험적 역사 속에 존재했던 단 하나의 인격체로서의 ‘이상’과 그의 작품들 속에서 ‘나’로 표기되는 여러 작중 화자들이 동일한 존재일 수 없듯이, 이 시의 화자는 ‘이상’(李箱)이면서 ‘이상’이 아니며, 또한 ‘이장욱(李章旭)이면서 ‘이장욱’이 아니기도 하다. 다시 말해,‘이상’의 작품들 속에 등장하는 화자 혹은 주인공으로서의 ‘나’는 이 세계의 유일한 인격적 실체로서의 고유명사 ‘이상’(李箱)이 아니라, 그가 어느 한 시점(時點)에서 취한 하나의 정념과 태도로서의 ‘나’(假面)일 뿐이듯이, 이 시의 화자는 인격적 자기동일성을 전제하는 고유명사 ‘이상’(李箱)이거나 혹은 ‘이장욱’(李章旭)이 아니라, 어떤 특정한 정황과 그 순간적 배치 속에서만 존재하는 하나의 정념(情念)과 태도로서의 ‘나’일 뿐이다. 더불어 이러한 ‘나’는 그 정황과 배치의 변화에 따라 무한히 변양(變樣)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시의 부기(附記),“금홍이는 시인 이상의 애인이다.箱(1910-1937)과 나(1968-)의 불편한 관계를 표시하기 위해 그의 소설 ‘날개’,‘逢別記’,‘終生記’ 등에서 몇 구절을 차용했다.”에서 ‘箱과 나의 불편한 관계’란 하나의 자기 동일적인 인격체로서의 ‘이장욱’이 ‘이상’이라는 또 다른 인격체로서의 시적 화자를 차용하거나 혹은 ‘이상’(李箱)의 목소리를 재연(再演)하는 데 있어서, 어떤 불화(不和)가 개입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이상’의 목소리 속에 ‘이장욱’의 목소리가, 또는 ‘이장욱’의 정념(情念) 속에 ‘이상’의 정념이 서로를 전제하면서 공명(共鳴)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 공명은 ‘이상’과 ‘이장욱’이라는 경험적 인격체 전반이 공유하는 동일성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또한 이 둘이 여전히 ‘불편한 관계’일 수밖에 없는 것은 이 공명이 어떤 특정한 한 순간에만 존속(存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나 자신을 위조하는 것이 할 만한 일일뿐”이라는 구절은 ‘시적 화자’, 더 나아가 모든 발화의 상황 속에 놓인 화자의 존재론적 특성을 축약하여 표현한다. 이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시’ 장르가 전제해왔던 화자의 자기 동일성은 실상 ‘위조’된 것일 뿐이며, 화자는 시인의 전(全) 인격체 그 자체가 아니라, 단지 특정한 시적 정황과 맥락 속에서 구성되어지는 하나의 가면(정념)에 불과하다. 이장욱의 시에서, 화자의 이러한 변양과 분열을 의식하지 못하는,1인칭 고백체의 화법은 ‘사기’,‘거짓’이라는 명칭을 부여받는다.“사기치지 말라,高手는 그냥 느낀다, 그대 생을 증거하는 단 하나의 표식은, 그대의 육체이다”,“고백은 지겹다. 모든 고백은 거짓이다.”(‘감상적인 필름’),“당신이 당신을 증언하고 있으니 그것은 참된 증언이 못됩니다.”(‘편집증 환자가 앉아있는 광장’) 등은 이장욱이 1인칭 화자의 자기애적(自己愛的) 순결과 정직을 신뢰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모든 1인칭의 발화 속에 잠재되어 있는 ‘위조’와 ‘위장’과 ‘가장’을 들추어내려 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그의 거의 모든 시 속에 스며있는 위악적(僞惡的) 포즈와 하드보일드 문체(hard-boiled style)는 1인칭의 발화 상황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고백적 화법의 위선(僞善)에 대한 그의 근원적인 혐오로부터 나온다. 이러한 위선을 거부하거나 회피하기 위하여, 그의 시에서 빈번하게 활용된 시적 방법은 두 가지이다. 그 하나는 시적 화자를 자기의식(自己意識)의 명석 판명함을 입증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주체로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상성의 외부로 추방될 수밖에 없는 병리적(病理的)이거나 환상적(幻想的)인 혹은 괴물과 같은 존재자들로 설정하는 것이다. 그의 시에 등장하는 ‘편집증 환자’,‘투명인간’,‘킬러’,‘도플갱어’,‘뱀파이어’,‘좀비’ 등과 같은 화자들이 바로 이러한 사례에 해당된다. 다른 하나는 화자의 진술 자체를 신빙성(信憑性)이 결여되거나 불명료한 어사(語辭)들로 구성함으로써, 시작품 내부의 단일한 ‘의미화’(signification) 주체로서의 화자를 그 중심의 자리에서 주변부로 밀어내는 것이다. “내가 어느 이상한 날에 그를 지나 그녀를 지나 그대를/지나 내가 어느 이상한 날에 정오를 지나 새벽을 지나 오/후 네 시를 지나 그리고 어느 이상한 날에 빈 공터와 당구/장과 동대문 운동장을 지나 문득 흥겨운 술집의 죽은 친/구의 화사한 여자들의 기나긴 과거를 걸어가는 어느 이상/한 날”(‘결국,’ 부분) “그렇지. 나는 어쩌면 모든 일을 예견하고 있었는지/도, 혹시 모른다. 행복할 리도 황폐할 리도 없는 바람들/이 애초에 공릉동의 주민이었는지도 혹시 모르지. 이곳/에서 모든 빛들은 현재형으로 명멸한다. 너무 상투적인/가? 하지만 그때 한 마리 늑대가, 월계동 쪽의 불빛 속으/로 천천히 사라지는 것을 나는 보았다. 문득 망망한 비가/내렸는지도, 혹시 모르지. 그의 마른 등을 향해 몇 장의/ 낡은 신문이 날아들었는지도.”(‘공릉동의 바람 속으로’ 부분) “어두운 골목을 지난 적 있다. 어떤 생각이 나를 사로잡/아, 나는 더 이상 걸을 수 없었다. 어쩌면 여행중이었던/거야, 아니 맥주를 사러 가게로”(‘생각하는 사람’ 부분) 위의 시편들에서, 화자들은 자신의 감정이나 사유를 명징하고 확실한 것으로 진술하지 않는다. 아니, 그들은 ‘결국,’에서처럼, 특정한 공간과 시간을 나타내는 ‘동대문 운동장’과 ‘정오’와 ‘오후 네 시’라는 구체적 지시어들을 능동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이상한’이라는 형용사의 집요한 반복에 의해 정상적인 언어의 체계 혹은 일상적인 개연성의 세계로부터 추방된다. 또한 ‘공릉동의 바람 속으로’에서 볼 수 있듯이, 화자는 과거 추측의 의미를 지닌 어미(語尾),‘-이었는지도’의 반복과 기억의 불명확성을 표현하는 ‘모른다’라는 서술어의 반복에 의해 자기의식의 자명성을 상실한다. 결국 그의 시의 화자들은 이러한 어법들로 인해 자신의 어떤 감정이나 기억, 이야기 등과 같은 의식 내용을 능동적으로 진술할 수 있는 지위를 박탈당하게 된다. “어두운 골목을 지난 적 있다. 어떤 생각이 나를 사로잡아 나는 더 이상 걸을 수 없었다.”라는 ‘생각하는 사람’의 한 구절은 화자인 ‘나’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생각’이 화자를 ‘사로잡아’ 그를 지배하는 것처럼 언술됨으로써, 시의 의미화의 ‘소실점’으로서의 화자(주관)와 그 구성 요소로서의 대상(객관)의 관계를 역전(逆轉)시킨다. 이 시에서 여러 번 반복된 “어쩌면 여행 중이었던 거야. 아니 맥주를 사러 가게로”라는 구절 역시, 화자의 진술을 합리적으로 독해될 수 없는 ‘이상한’ 것으로 만들면서, 화자의 의식으로부터 기원하는 어떤 의미의 계열도 자명하지 않은 것이 되게 하거나 또는 어떤 신비에 둘러싸인 미지(未知)의 것이 되게 한다. 결국 이러한 어사(語辭)들의 반복적 활용은 전래의 시적 관습에서 전제되었던 단일한 의미화의 ‘소실점’으로서의 화자를 그 의미화의 중심에서 주변으로 물러나게 하는 시적 효과를 발생시킨다고 할 수 있다. 이장욱의 시는 재래의 ‘시’ 장르에서 화자에게 관례처럼 부여되어왔던 의미화의 지배권을 박탈함으로써, 화자의 단일한 감정과 의식과 가치가 아니라,‘脫’인격체로서의 시적 주체의 복수적인 가면들과 정념들, 그리고 사물들 그 자체의 다양한 변양들을 시의 새로운 의미 내용으로 새겨 넣는다. 아마도 그는 ‘천변만화’하는 세계의 실재성과 마주칠 수 있는 하나의 유력한 방법으로 이러한 시적 화법을 고안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4. 비선형적 시간과 존재의 주름 이장욱의 시에서, 화자를 자기의식의 자명성을 의심하고 회의하는 분열적 주체로 조형하는 또 다른 방법의 하나는 바로 시제(時制)이다. 그의 시는 시간의 일정한 단위 분절을 통해서만 수립되는 ‘현재’의 시제 속에 ‘이미 지나간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중첩시킨다. 즉 어떤 특정한 외연(外延)으로 수렴되는 ‘현재’라는 시간 속에 그 외연을 넘어서 존재하는 비동시적인 사건들을 병치시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의 시에서는 (과거-현재-미래)로 연속되어지는 선형적(線形的) 시간의 투명성이 사라지게 되며, 그것의 명료한 경계 분할이 흐릿해지게 된다. “나는 오로지 지금 이곳에 있다./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시작된다./단 하나의 생각이 나를 결박한다./ 나는 얼어붙는다./오 분 전과 머나먼 미래가 한꺼번에 다가온다./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결정’ 부분) “최선을 다해 개인적인 관계들을 생각하자/드디어 당신과 나는 10년 후의 야구를 이해한다./누군가 플레이 볼이라고 외치자/나는 있는 힘껏 배트를 휘둘렀다./그리고 10년 후의 1루 베이스를 향해/필사적으로 달려갔다”(‘10년 후의 야구장’ 부분) “자꾸 다르게 보여/당신은 이미 태어났는데/당신은 사랑을 했었는데/당신은 지난해의 가을을 여행 중인데/당신은 오래 잊고 있었던 무엇인가를/막 떠올려 미소 지었는데”(‘정확한 질문’ 부분) ‘결정’에서 ‘오 분 전’과 ‘머나먼 미래’는 ‘다가온다’라는 현재시제 동사의 주어가 됨으로써 ‘지금 이곳’에 공존하는 것으로 나타나며,‘10년 후의 야구장’에서는 ‘1루 베이스’가 ‘10년 후’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시점에서,‘달려갔다’는 과거시제 동사의 목적어가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또한 ‘정확한 질문’에서는 ‘지난해의 가을’이라는 과거 시점의 명사가 ‘여행 중인데’라는 현재진행형의 동사와 결합되는 시제의 혼란이 나타난다. 이러한 시제의 혼란과 비동시적인 것들의 동시적 공존은 어떤 특정한 현재적 사태 속에 감싸여져 있는 잠재성(virtuality)의 차원을 시의 표면으로 솟아오르게 한다. 위의 시들에서 표현된 ‘생각’과 “오래 잊고 있었던 무엇인가”는 화자의 자기동일성을 구축하는 명징한 자기의식과 기억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과거-현재-미래)라는 선형적 시간 위에서 구축되는 주체의 실존적 동일성과 연대기적 서사(narrative)를 일그러뜨리는 존재의 주름들이자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잠재성의 차원들이다. 이 잠재성의 차원에서 시제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 예컨대,“일어나지 않았던(일어났던)”이라는 과거시제나 “일어나지 않을(일어날)”이라는 미래시제는 모두 현실성(actuality)의 척도를 통해서만 측정되고 구분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드러나 있는 것들로 구성되는 현실성의 차원은 실상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잠재성의 차원들 가운데 그 일부가 선택되거나 배제됨으로써 성립된다고 할 수 있다. 잠재성의 차원은 그러므로 일정한 외연을 가진 어떤 ‘현재’로 수렴되지 않으며, 선형적이고 연대기적인 시간으로 귀속되지 않는다. 그것은 ‘과거’에나 ‘현재’에나 ‘미래’에나 늘 존속(存續)하고 있는 것이며, 하나의 주어진 물질적 사태로서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은 것이지만, 항상 ‘실재하는 것’(reality)이라 할 수 있다. “그때 그 오래된 눈빛은 우연한 것이었으나 아, 이런 바/람은 괜찮은데, 모든 우연을 우리는 미리 알고 있었네 삼/년 전의 문 열리고 삼십 년 전의 그대, 마른 등 보이네/눈뜨면 그때인 듯 상한 눈발 날리고 모래처럼 우연한 노/래들 내 잠 깊은 모래산, 모래산에 쌓이네//용서를 빌러 그곳에 갔네 그곳에 오래 앉아 있었으나/깔깔한 모래들 아직도 내 잠 속 떠나지 않네 삼 분 전의/잠에서 깨어 삼 일 전의 기슭을 배회하는 자 삼 일 전의/잠에서 깨어 삼 년 전의 독백을 기억하는 자 그리고 모래/산 바람 부는 그대의 모래산”(‘삼 분전의 잠’ 부분) 이 시를 단지 특정한 ‘잠’ 속에 나타난 잡다하고 무질서한 꿈의 내용 혹은 그 환상적 이미지들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이해한다면, 그것의 많은 부분들을 놓치게 될 것이다. 오히려 이 작품은 화자의 현실적 의식으로 포착되지 않는 망각과 오해와 무의식의 무한한 잠재성을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꿈속에서 우리는 ‘삼 분 전의 문’과 ‘삼십 년 전의 그대’와 ‘삼일 전의 기슭’이 동시에 결합되거나 병치되는 상황을 체험하게 된다. 꿈속에서 ‘일어났던 것’(과거)과 ‘일어나고 있는 것’(현재)과 ‘일어날 것’(미래)은 선형적인 질서를 벗어나 한데 뒤엉키며, 시간은 산술적 단위로 분명하게 구분되는 연대기(年代記)를 벗어난다. 이것은 곧 꿈의 본질적 특성이 비선형적(非線形的) 시간의 조합에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삼 분 전의 잠에서 깨어 삼 일 전의 기슭을 배회하는 자 삼 일 전의 잠에서 깨어 삼 년 전의 독백을 기억하는 자”라는 구절은 이 시의 의미가 단지 화자의 ‘잠속’에 나타난 꿈 이미지들의 재구(再構)를 통해서만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네 번이나 반복된 ‘잠에서 깨어’는 이 시의 화자가 위치하고 있는 공간이 ‘잠’의 안쪽만이 아님을 보여주기 때문이다.“모래산에 쌓이네”에서 ‘쌓이네’라는 술어(述語)는 ‘모래산’이 퇴적(堆積)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내 잠 깊은 모래산’은 그것이 화자의 신체에 부수되는 어떤 행위적인 것이 아니라, 내면적인 것임을 알려준다. 내면적인 것인 동시에 퇴적의 의미를 지니는 것은 ‘기억’이다. 따라서 ‘잠’이 비단 현실적인 ‘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면,‘내 잠 깊은 모래산’은 ‘내 안에서 잠자고 있는 기억’ 혹은 ‘나의 의식에서 지워져버린 망각들’로 해석된다.‘기억’ 또한 의식 주체의 선택과 배제를 통해서 가공되고 재구성되는 것이므로 세계의 실상 그 자체일 수 없다. 그것은 오히려 인칭과 시점에 따라 상이하게 구축되는 개연적 서사(허구)에 가깝다. 따라서 ‘기억’의 내부에는 망각되고 삭제된 그 무엇이 여전히 어떤 잉여로서 남아있게 된다. ‘잠재성’의 차원은 단지 환상이나 몽상의 세계가 아니다. 그것은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은 것이지만, 이미 실재하는 것이다. 잠속의 꿈과 의식되지 못한 무의식과 기억의 사슬에 무수하게 주름 잡혀 있는 망각들이 바로 그러한 것들이다.‘내 잠 깊은 모래산’에 무수한 망각과 오해와 왜곡이 기거하고 있듯이 ‘바람 부는 그대의 모래산’ 또한 인칭과 시점을 달리한 숱한 망각과 오해와 왜곡으로 점철되어 있음은 자명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자명성은 주체의 의식과 기억의 자명성이 아니라, 주체에게 의식되지 않고 기억되지 않는 잠재성의 차원들이 실재한다는 것의 자명성이며, 주체의 단일한 의식(기억)이 조작된 서사와 허구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의 자명성이다. 모든 1인칭들은 자신들의 기억을 그들의 처지와 욕망과 권력에 따라 서로 다르게 구성하기 때문이다. 1인칭 주체의 자기의식은 그것을 구성하는 내용이 아무리 많이 추가되고 보충된다고 하더라도, 결코 이 세계 그 자체의 실상을 포착할 수 없다. 또한 그 어떤 충만한 기억도 ‘모래산’처럼 부서지기 쉬운 공허(空虛)와 무의미(無意味)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모든 우연을 우리는 미리 알고 있었네”는 삶의 근원적인 공허와 무의미를 이미 깨달아버린 자의 언어이며, 이러한 현자(賢者)만이 지닐 수 있는 지혜와 여유를 표현한다. 현실성의 내부에 잠재성이, 의식의 내부에 무의식이, 기억의 내부에 망각이, 무한한 주름들로 감싸여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자에게만,‘우연’은 이 세계의 진상을 목도(目睹)할 수 있는 어떤 에피파니(epiphany)의 순간을 가져다줄 것이기 때문이다. 5. 시적 에피파니’를 위하여 “서랍 속으로 사라진 것들이/어느 날 문득 서랍 속으로 돌아오듯/어느 날 다시 돌아오는 오래전의 목소리./……/어느 순간 너를 습격하는 상형문자들./너의 내부에서 드디어/다른 목소리들이 흘러나오는 날이 있다./혹은 돌아오는 날.”(‘복화술사’ 부분) ‘시적 에피파니’가 도래하는 시간은 시인이 어떤 신비를 능동적으로 예감하는 시간이 아니다. 그것은 ‘너를 습격하듯이’ 밀려닥치는 우발성의 시간이며,‘상형문자’로서의 시적 언어가 시인의 관습적 감각과 사유를 폭력적으로 뒤흔들어 놓으면서 섬광처럼 스쳐지나가는 순간이다. 이 순간은 그러므로 능동태(能動態)의 시간이 아니라 수동태(受動態)의 시간이다. 또한 이 시간은 시인에게 이미 알고 있다고 여겨졌던 세계의 만상들이 그 자신들의 풍요로운 다양성을 열어젖히는 순간이다. 따라서 이 순간은 “너(시인)의 내부에서 드디어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날”이기도 하며 ‘돌아오는 날’이기도 하다. 이 ‘목소리’는 이미 실재하고 있었던 것이지만, 시인의 명징한 의식과 관습적 표상작용에 포착되지 않았던 것이기에,‘돌아오는 목소리’(반복)인 동시에 ‘다른 목소리’(차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반복되는 것(‘돌아오는’)은 이미 실재하고 있었던 세계의 풍요로운 만상들이며, 이 반복을 통해 차이(‘다른’)를 발생시키는 것은 ‘너의 목소리’ 곧 시인의 관례적인 감각과 도식들이다. 김수영이 ‘絶望’에서 “바람은 딴 데에서 오고/救援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오고/絶望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라고 표현한 것처럼, 모든 미학적 실천과 시적 창조의 공간에서 우리들 자신의 관례적 감각과 도식을 매번 혁파하기 위해서는, 섬광처럼 우리를 헤집고 지나가는 모든 우발성들을 용기 있게 승인해야 하며, 이 우발성들이 우리들에게 가해 오는 ‘낯선 것의 폭력’과 과감하게 마주쳐야만 한다. 이장욱의 말처럼 “이 고투를 통과한 자에게만”,‘시적 에피파니’는 비로소 그 자신을 개방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이 고투를 체험하지 않은 자에게는 그 어떤 ‘에피파니’의 순간도 도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장욱의 시에서 인간 내면에 깃들어 있는 충직한 순결성을, 일상적 경험 속에서 피어나는 순박한 인간애를, 그 아름다운 빛으로 충만해 있는 시적 감동의 순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에게 있어서, 이러한 것들은 세계 그 자체의 실상이 아니라 1인칭의 자기애적인 영혼이 미리 전제하고 있는 어떤 관념적인 조화이자 이상적인 도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시는 이것들이 배제하거나 은폐하고 있는 세계의 잔인한 리얼리티를 포착하려는 지점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의 이러한 관점과 태도가 진정으로 한국시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혜안(慧眼)과 비전을 담지하고 있는 것인지는 쉽게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의 시가 우리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그 무수한 가면과 정념을, 우리를 포함한 모든 존재자들의 그 혼탁하면서도 풍요로운 만상을, 현대적 일상의 그 지루한 반복과 권태를, 저토록 리얼하고 또 잔인하게 묘사해준다면, 그의 시는 하나의 예술로서 그것이 존재해야 할 이유와 근거를 충분히 입증하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찬
  • “범여권 대통합” VS“10년만의 정권교체”

    “범여권 대통합” VS“10년만의 정권교체”

    대선의 해인 2007년 첫날을 맞아 여야와 대선주자들은 대장정을 위한 결의를 다졌다. 열린우리당은 범여권의 대통합을 강조했고, 한나라당은 10년 만의 정권 교체에 방점을 찍었다. ●열린우리당,“기죽지 말자”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1일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단배식에서 “상황이 어렵다고 기죽을 필요 없다.”면서 “과거 대선에서 한 차례도 우리가 먼저 앞서본 적이 없으며, 가을이 오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분위기를 다잡았다. 원혜영 사무총장은 “정치개혁의 창당 이념을 계승·발전시키고 민주, 개혁, 평화, 미래 세력의 대통합을 이루자.”고 말했다. 단배식에는 의원 20여명과 사무처 요원 등 70여명이 참석, 다소 썰렁한 분위기였다. 정동영 전 의장은 비슷한 시각 경북 포항의 포스코 작업장을 방문,“용광로처럼 갈등과 분열, 대립을 녹여서 새로운 쇳물을 뽑아내고 힘차게 출발해야 한다.”고 대통합의 메시지를 던졌다. ●한나라당,“단합으로 정권교체”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이날 남산타워 앞 마당에서 열린 단배식에서 “공명정대한 경선관리로 당의 단합과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단배식에는 대선주자를 비롯, 현역 의원 50여명, 오세훈 서울시장 등 300여명이 참석, 성황을 이뤘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인사말에서 “경제를 다시 일으키고 나라의 기틀을 바로 세워 국민에게 희망을 찾아주자.”고 역설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한나라당의 단합과 공정경선에 밑거름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한나라당이 앞장서서 국민이 살림·집·안보·일자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를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원희룡 전 최고위원은 “젊은 패기로 당원과 함께 대한민국의 새로운 기적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소 3당,“우리도 간다” 민주당 장상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단배식을 갖고 “정권 재창출의 쾌거를 이루자.”고 말했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열린우리당 정동영·김근태 전·현직 의장이 신당 창당을 선언했으나 동참할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도 새로운 정계개편의 중심에 나서려 해서는 안 된다.”며 민주당 중심의 정계개편을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는 “진보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자신을 비우고 진보진영 대단결을 이뤄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고, 국민중심당 심대평 공동대표는 “더 낮은 자세로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전광삼·포항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중도성향서 좌우 勢확장 전략 ‘주효’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언론사별 신년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은 40%대 안팎으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고건 전 총리를 거의 두 배 이상 앞섰다. 대선 1년을 앞둔 시기이지만 초강세 지지임에는 틀림없다.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명박 대세론’의 근거로 ‘경제와 추진력이 결합된 실체가 있는 리더십’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대권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기준 변화와도 무관치 않다.1997년과 2002년 대선이 이미지와 조직에 의해 좌우됐다면 2007년 대선은 정책추진력, 즉 능력이 판세를 결정 짓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부원장은 “이 전 시장은 여권의 극심한 분열과 지난해 10월 터진 북핵 파문 이후 안보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적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도성향 포지셔닝’을 구사하며 좌·우측으로 세를 넓혀 나가는 독특한 전략 또한 ‘이명박의 힘’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호남지역에서 지지율 10%대를 보인 것도 이 전 시장의 이같은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박 전 대표와 고 전 총리 등 2위 그룹의 지지도가 동반하락하는 것도 대선정국의 특징으로 볼 수 있다.그러나 ‘이명박 독주체제’는 여권의 전열 정비과정과 오는 6월 한나라당 경선을 거치며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기간 동안 여권에서 강력한 후보가 나와 이 전 시장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을 주도하든지, 노무현 대통령이 오는 25일 취임 4주년을 앞두고 판을 뒤흔들 만한 환경을 조성하게 되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해석이다. 정치 컨설턴트인 김윤재 변호사는 “이 전 시장은 ‘경제’라는 비정치적 부분으로 우위를 점했는데 당내 경선에서 이기기 위해 당 정체성에 부합하는 ‘정치적’ 카드(우경화 전략)를 내놓을 경우 중도지지층의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증오 말라… 지하드 만세”

    “내 영혼을 신에게 희생물로 바친다. 나는 여러분에게 작별을 고하지만, 우리의 피난처이며 정직한 신도를 실망시키지 않는 자비로운 신과 함께 할 것이다.” 향후 30일내 사형 집행 확정 판결을 받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이라크 국민들에게 보낸 옥중 서신이 27일 공개됐다. 영국 BBC와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 편지는 후세인이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11월5일 작성됐다. 후세인은 서신에서 “증오는 사람들이 공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지 않고, 공정한 생각과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차단한다.”면서 “우리를 공격하고 이라크 정부와 국민을 분열시킨 외국 사람들도 증오하지 말아 달라.”고 용서를 강조했다. 그러나 후세인은 스스로를 희생물(sacrifice)로 규정하고, 적들에 대항해 인내심을 갖고 투쟁할 것을 주문했다.‘대통령 및 이라크 이슬람전사 군대 총사령관’ 명의의 편지 말미에는 ‘지하드와 무자헤딘 만세’‘팔레스타인 만세’ 등의 표현을 사용, 이라크 수니파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한편 후세인의 사형 집행 확정 판결은 국제사회에 후폭풍을 몰고 오고 있다. 인도 정부는 후세인 사형에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나브테즈 사르나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는 이번 판결이 실제로 이행되지 않고 사면이 내려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프랑스와 유럽연합(EU), 인권단체 ‘휴먼라이츠 워치’ 등도 후세인 사형선고 확정에 대해 ‘승자의 정의’라고 비판했다.이와 관련, 후세인을 지지하는 바트당은 이날 자체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후세인을 처형할 경우 미국에 대한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데스크시각] 與,女당수는 어떤가/박대출 공공정책부 부장

    올해 943명이 서울시 9급 공무원이 됐다. 원래 904명을 뽑으려고 했다. 그런데 남성이 모자랐다.30%가 안 됐다. 여성이 부족한 분야도, 적지만 있었다. 그래서 39명을 더 합격시켰다.‘양성채용 목표제’ 때문이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30%를 넘어야 한다. 남성은 37명을 더 뽑았다.‘운좋은 남자’들이다. 물론 ‘운좋은 여자’도 있다. 겨우 2명이다. 요즘 남성과 여성의 차이다. 갖가지 시험에서 흔한 현상이다. 여풍(女風)은 이미 오래된 화두다. 여성은 양적으로 팽창하고, 질적으로 도약 중이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장상 민주당 대표, 김혜경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나왔다. 참여정부에서 제1·2·3야당이 여성 당수를 배출했다.‘여당(與黨) 여(女) 당수’는 아직 없다. 서울신문이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물었다. 절반 넘게 중립내각에 찬성했다. 중립내각은 탈정치, 비정치를 근간으로 한다. 정치인은 당연한 배제 요소다.1990년대 이후 역대 대통령은 대선 국면에서 탈당했다. 노태우도, 김영삼도, 김대중도 그랬다. 개각론이 꽤나 유동적이다. 연말인 듯하더니 새해 초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개각 대상도 불투명하다. 누구는 당에 복귀하니, 마니 설이 무성하다. 한명숙 총리는 접어둔 것 같다. 중립내각을 얘기하면서 의원 겸직 총리는 논외다. 대안이 없다는 푸념도 들린다. 대선을 1년 앞두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쌈박질이 그치지 않는다. 여야간은 그렇다고 치자. 여권은 유난스럽다. 곳곳에서 격정의 대립이다. 대통령과 전 총리, 대통령과 전·현직 당의장, 당(黨)과 청(靑), 신당파와 사수파, 친노(親盧)와 반노(反盧)·비노(非盧)…. 여당 의장의 사퇴를 놓고도 티격태격이다. 언제가 될지도, 누가 될지도 미지수다. 고민거리는 ‘정파적 쏠림’이다. 탈계파·중립이 후임 수장의 필요 덕목인 때다. 한 총리는 최소한 이 기준에 든다. 신당파니, 사수파니 갈라서려는 때여서 더욱 그렇다. 설령 쪼개지더라도 마찬가지다. 큰 여당이든, 작은 여당이든 상관없다. 한 총리 스스로도 ‘설 자리’에 있는지 새겨봐야 한다. 그의 능력, 역할에 대한 관가의 평가는 박하다.‘의전 총리’로 자리매김돼 있다. 전임인 이해찬 ‘실세총리’와 구별된다. 대통령과 전직 총리가 대립각을 세워도 한 총리는 잘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이 ‘왕따’를 당해도 보좌가 별로 없다. 그에 대한 회의론은 여기서 출발한다. 당 복귀론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한 총리의 ‘정치꾼’ 발언은 미묘하게 들린다. 그는 정치꾼을 ‘선거만을 생각하는’ 존재로 규정했다. 참여정부 초기 ‘한명숙 당의장 기용설’이 있었다. 검토는 했지만 없는 일이 됐다고 한다. 지금은 ‘한명숙 대망론’이란 게 있다. 뚜렷한 실체는 없다. 측근들이 부추기고, 앞서간다는 지적도 있다. 이만으로도 행정의 영역을 벗어났다. 정치의 영역으로 넘어왔다. ‘여 당수론’은 쌈박질, 헐뜯기, 분열 조장을 덜할 것이라는 기대에서 출발한다. 덜 호전적이고, 더 섬세한 여성이란 기본 속성을 깔고 있다. 설령 여 당수가 나오더라도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한 총리에게 벅찬 느낌도 든다. 여권의 난국이 워낙 총체적이다. 열린우리당은 출범 3년도 안 된다. 이 실험, 저 실험 많이 해봤다. 의장은 여덟번 바뀌었다. 쓸 사람 거의 다 써본 셈이다. 평균 임기는 겨우 넉달이다. 실패라는 얘기다. 능력이 없었든, 상황이 어려웠든 마찬가지다. 모두 남성 의장이었다. 쉬울 때도 성공하지 못했다. 향후 상황은 더 난세다. 참여정부는 저물고 있다. 이쯤에서 ‘여 당수 실험’을 해보면 어떨까. 반대론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남는 게 있다.‘집권당 첫 여성 당수’는 가치 있는 기록이다. 제1·2·3·4당에서 여성 당수를 배출하는 사상 첫 정권이 된다. 이것만으로도 손해는 안 본다. 박대출 공공정책부 부장 dcpark@seoul.co.kr
  • [생각나눔] 노대통령 ‘링컨 따라하기’ ?

    [생각나눔] 노대통령 ‘링컨 따라하기’ ?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잇따른 ‘격정 발언’ 과정에서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을 언급한 이유는 뭘까.“링컨 대통령의 포용인사를 흉내 좀 내보려고 해봤다.”며 ‘따라하기’를 할 만큼 노 대통령이 정치적 사표(師表)로 삼은 링컨은 노 대통령의 최근 발언의 배경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인물이다. ‘노 대통령이 생각하는 링컨’은 2001년 민주당 상임고문 시절 직접 쓴 ‘노무현이 만난 링컨’이란 책에 집약돼 있다.“나의 관점을 링컨의 삶에 투사한 것”이라고 표현할 만큼 노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여 쓴 책이다. 노 대통령은 이 책에서 링컨을 ‘후세에 평가받은 인물’로 묘사했다. 그는 “링컨이 대통령직에 있던 당시, 언론은 종종 링컨을 ‘독재자, 폭군’ 등으로 불렀다.”면서 “사후 100년이 지난 뒤에야 좀더 나은 평가가 내려졌다.”고 밝혔다.“오늘날 미국인들은 링컨을 미국 대통령들 가운데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꼽는데 별 이견이 없는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러한 노 대통령의 인식은 지난 27일 ‘부산 북항 재개발 종합계획보고회’에서 “미래에 대해 준비하겠다.”고 하는 등 틈날 때마다 ‘후세에 평가받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재현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통합신당 추진에 대해 ‘고건 전 총리 세력과 민주당 등과의 통합은 도로 민주당’이라고 비판하는 등 지역주의에 대한 노 대통령의 경계감도 이 책에서 드러난다. 노 대통령은 “민족이 남북과 동서로 분열되어 쟁투가 끊이지 않는 오늘의 이 시대는 링컨이 직면했던 시대와도 유사하다.”면서 “내가 ‘동서간 지역통합 없이는 개혁도, 통일도 모두 불가능하다. 통합의 문을 통과해야만 개혁도, 발전도 가능하다.’고 한 주장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되길 바란다.”고 했다. “링컨 정권은 강력하지 못했다. 대통령 링컨은 자기가 임명한 장관이나 장군의 목을 함부로 칠 수 없는 힘든 상황에 처해 있었다.”는 ‘힘 없는 대통령, 링컨’에 대한 연민은 최근 노 대통령 자신에 대한 인식과 다름없어 보인다. 그는 또 “정적들의 강공에 시달리는 정권을 가지고 연방통합과 노예해방 전쟁을 수행한 것을 보면서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가 어디로 가야 하며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떠올린다.”고도 했다.“권력적 수단을 통한 강제력에 있어서는 허약했지만 결단과 포용을 통해 강력하게 정책 수행 능력을 발휘한 링컨이었다.”며 ‘대통령 개인의 카리스마’를 평가한 대목은 “앞으로도 할 말은 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 맥락이 닿아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최근 노 대통령의 언행을 꼬집으며 “벤치마킹을 하려면 제대로 하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 책의 출판을 기획하는 등 ‘링컨 프로젝트’를 추진한 인물은 배기찬 동북아시대위원회 기획조정실장이다. 노 대통령이 “이 책을 읽으면 내 정책을 알 수 있다.”고 밝힌 ‘코리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서다’의 저자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한수원 이전 놓고 경주 핵분열

    중저준위방사성폐기장(방폐장) 유치 1년을 맞은 경북 경주가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유치를 놓고 둘로 갈라졌다. 방폐장이 들어설 경주 양북·양남면, 감포읍(동경주) 주민들은 방폐장의 안전성 입증을 위해, 도심권 주민들은 경주 전체의 균형발전을 위해 각기 자신들이 주장하는 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며 강력히 맞서고 있다. 동경주 주민 2000여명은 28일 오후 5시부터 2시간여 동안 감포읍 시가지 일대에서 한수원 본사의 양북 이전을 촉구하며 나흘째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방화로 보이는 산불도 잇따랐다. 이날 28일 오전 2시45분쯤 경주시 양남면 서금리 야산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으며, 지난 25∼27일 3일간 3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이 불로 모두 임야 3.6㏊가 불에 탔다. ‘방폐장 유치에 따른 지역대책위’ 배칠용(53) 집행위원장은 “백(상승) 시장이 당초 한수원 본사의 양북 이전을 약속하고도 결국은 도심권 이전을 추천해 1만 9000여 주민에 대한 배신을 저질렀다.”며 “한수원 본사가 도심권으로 갈 경우 공공건물 및 원전 관련 시설에 대한 파손 및 방화 등 폭동에 가까운 강경한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방폐장 백지화 ▲신월성 1·2호기 건설 저지 ▲고준위 폐기물 임시저장고 추가 건설 반대 ▲월성 1·2호기 연장 가동 반대 및 영구 폐쇄 등 ‘4대 투쟁’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이들은 앞서 지난 25일부터 양북면사무소 유리창 수십여장을 깨고 승용차와 폐타이어를 쌓아 놓고 불을 지르는가 하면 경운기와 차량으로 도로를 점거하기도 했다. 이처럼 주민들의 시위가 과격양상으로 치닫자 경찰은 지난 24일부터 월성원자력발전소 등 공공시설 곳곳에 30개 중대 병력 3000여명을 배치, 경비를 펴고 있다. 27일엔 양남면 월성원전 사택 앞에서 폐타이어를 불태우며 원전 직원들의 출근을 저지한 김모(38)씨 등 6명을 연행한 한편 지금까지 극렬 가담자 16명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내는 등 주동자를 엄벌하기로 했다. 반면 경주 도심지역 26만명은 경주 전체의 균형발전을 위해 한수원 본사 도심유치를 당연시하고 있다. 도심권 50여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도심위기대책범시민연대’ 소속 주민들은 한수원 도심권 이전을 요구하며 동천동 경주시청 앞에서 19일부터 천막농성 중이다. 이들은 10월부터 경주역앞 등에서 수차례에 걸쳐 대규모 집회를 열고 10만명 시민서명운동을 벌였다. 도심위기범시민연대 최태랑 공동대표는 “한수원이 동경주로 갈 경우 구성원들이 교육·문화적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울산에서 출퇴근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경주 이전효과가 전혀 없다.”면서 “따라서 경주 전체의 발전과 경제적 파급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시내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수원 본사는 10만평 규모의 부지에 지어지며 건설 및 이전 사업비가 1200억원에 이른다. 본사와 유관기관 상근 직원 2000여명에 그 가족까지 다 이주하면 연간 600억∼700억원에 이르는 소비지출로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게다가 협력회사가 2만여 업체에 달해 원자력 유관산업 유입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편 백 시장은 지난해 10월 방폐장 유치 주민투표운동 당시 “(동경주) 찬성률이 경주 전체 평균을 넘으면 한수원 본사를 동경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투표결과 동경주 주민들의 찬성률은 58.2%로 전체 평균치 89.5%에 비해 크게 낮았다. 경주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제럴드 포드 전 美대통령 타계

    1970년대 ‘닉슨 게이트’의 폭풍에 휩쓸린 미국호(號)를 순항 궤도에 올려놓고 베트남전의 상처를 꿰맸던 제럴드 포드 전 미국 대통령(38대)이 26일(현지시간) 93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부인 베티 포드 여사는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자택에서 그의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포드 전 대통령의 생애는 신과 가족, 조국의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말했다. 베티 여사는 사망원인을 밝히지 않았지만 포드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폐렴을 앓았고, 지난 8월에는 혈관성형술을 포함해 두 차례 심장 치료를 받았다.2004년 레이건 대통령 장례식 이후 공식 석상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는 미 헌정사상 유일하게 선거를 치르지 않고 대통령과 부통령에 오른 인물이다.1973년 10월 스피로 애그뉴 부통령이 뇌물 혐의로 사임하자 닉슨 대통령에 의해 부통령 자리에 올랐다.1년 뒤엔 워터 게이트로 닉슨 대통령이 사임하면서 역시 그의 지명으로 제38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오랫동안 이어진 국가적 악몽이 끝났습니다. 위대한 우리 미국은 사람이 아닌 헌법이 지배하는 국가이며 헌법은 제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저를 표로 선택하지 않았지만, 기도로 인정해줄 것을 요청합니다.”라는 내용의 그의 취임사는 유명하다. 재임기간은 짧았다.895일(29개월) 동안 닉슨 게이트와 베트남전 상처를 봉합하는 데 주력한 그는 취임 한 달 만에 닉슨 대통령을 조건없이 사면해 비난을 받았다. 닉슨 사면은 1976년 대선에서 그가 고배를 마시는 결정적 계기가 됐으나, 최근에는 미 정계와 역사가들로부터 “미국을 앞으로 나가게 하기 위해 취한 용기 있는 결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두 차례 암살 위기를 모면하기도 한 포드 전 대통령은 솔직 담백한 정치적 행보로 미 국민들로부터 역사상 환영받는 대통령으로 꼽힌다. 특히 부인 베티 포드는 자신의 ‘유방절제’와 관절염 치료 도중 ‘약물’에 중독된 사실을 고백하며 캠페인에 나서 존경을 받았다. 포드 전 대통령은 그러나 의회와는 대립각을 세웠다. 재임 기간 66건의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중 12건에 대해서는 의회가 다수 투표로 거부권을 무력화시키기도 했다. 1913년 7월14일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태어난 그는 레슬리 킹이란 이름을 얻었으나, 어머니가 제럴드 포드 시니어와 재혼하면서 현재의 성을 얻었다. 미시간대학 풋볼팀 센터로 활약, 프로 입단요청까지 받았다. 하지만 예일대 법대로 진학,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의 자원봉사자로 일하면서 정치판에 발을 담갔다. 한편 조지 부시 대통령은 27일 포드 전 대통령에 대해 “미국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낸 신사였으며, 미국이 대분열과 혼돈에서 치유가 필요한 때 대통령직을 맡아 존경스러운 통치행위로 국민들이 백악관을 다시 신뢰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애도했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