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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세종시 정부 대안 차분히 지켜볼 때

    이명박 대통령이 어젯밤 ‘대통령과의 대화’를 통해 세종시 계획 수정 의사를 천명했다. “사회 갈등과 혼란을 가져와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그러나 욕을 먹고 정치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세종시 계획 수정은)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선후보 시절 차질없는 세종시 건설을 다짐했던 이 대통령이 세종시 계획 수정 의사를 밝힌 것은 정치의 신의라는 기본가치에 어긋나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당장 욕을 먹더라도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갈 수는 없다고 판단한 국정 최고책임자로서의 고뇌와 충정 또한 헤아려볼 여지가 있다고 본다.세종시의 미래와 나라의 장래에 대해 온 나라가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대통령의 말 바꾸기 논란에 파묻혀 있을 계제가 아니다. 정부부처를 세종시로 옮기는 것이 바람직한지, 아니면 정부 구상대로 교육과학중심도시 등 다른 대안을 선택할 여지가 있는지를 고심하면서 다음달 정부가 내놓을 대안을 지켜보는 것이 성숙한 자세일 것이다. 세종시의 앞날을 놓고 정치적 득실을 따지는 행위를 배격해야 한다. 당리당략에 나라의 장래를 맡길 수 없다. 야당은 세종시 문제를 정파 싸움으로 몰고가려는 유혹을 떨쳐내기 바란다. ‘제2의 촛불’ 운운하며 국론 분열을 재촉할 일이 아니다. 세종시 문제는 여당이 힘으로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다. 야당이 거리로 뛰쳐나가거나 몸으로 국회를 봉쇄하는 등 극한투쟁에 나설 까닭이 없는 사안이다. 정부 운영의 효율성, 국토의 균형발전, 세종시의 자족기능 이 세 가지 핵심요소를 기준으로 차분하게 세종시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고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와 여당의 설득 노력 또한 못지 않게 중요하다. 세종시 계획을 바꾸겠다면 원안을 능가하는 자족기능 확보 방안을 마련해 지역민들을 설득하고, 세종시를 나라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이끌겠다는 확고한 비전으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 [데스크 시각] 사과의 기술/김성수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사과의 기술/김성수 정치부 차장

    ‘사과(謝過) 솔루션(solution)’이라는 책이 있다. 정신과 의사인 아론 라자르의 저서다. 사과를 언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사과의 기술’에 대해 다뤘다. 역사적 사건과 임상경험 등 3000여건의 사례를 토대로 했다. 저자는 사람들이 사과하기를 꺼리는 것은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사과가 더 이상 ‘약자의 언어’가 아니라 담대한 힘을 요구하는 ‘리더의 언어’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국가 지도자가 사과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이제 흔해졌다. 중국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지난달 신화통신에 편지를 보내 독자와 시청자들에게 사과했다. 한 달 전 스승의 날 행사로 열린 교사좌담회에 참석했을 때, 자신이 변질암을 화산암이라고 말한 것은 잘못됐다는 내용이었다. 사소한 일로 볼 수 있겠지만, 원 총리는 “내 발언이 잘못됐으며 독자들에게 미안함을 전달한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사과의 달인’이다. 집권 초인 지난 2월 정치적 스승인 톰 대슐 보건후생부 장관의 탈세문제가 불거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내가 일을 망쳐버렸다.(I screwed up.)”며 즉각 사과했다. 들끓던 비판 여론을 단숨에 잠재웠다. 보너스도 얻었다. 사과에 유독 인색했던 조지 W 부시나 빌 클린턴 등 전임 대통령들과는 확실히 뭔가 다르다는 긍정적인 평판이다. 지난 9월 취임한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도 필요하다면 몸을 낮추고 솔직한 사과를 한다. 정권 교체후 여야가 처음으로 충돌한 중의원과 참의원의 예산위원회에서의 일이다. 야당이 된 자민당 의원들은 하토야마 총리의 허위헌금 문제나 주식매각 신고 누락 문제를 강도 높게 몰아붙였다. 그러자 하토야마 총리는 “부끄러운 이야기”, “통렬하게 반성하고 있다.”며 잇따라 사과했다. 맹공을 퍼붓던 야당 의원들이 오히려 머쓱해졌다. 오늘 밤엔 우리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를 들어야 할 것 같다. 지난 9월 정운찬 국무총리의 세종시 수정발언 이후 석 달간 온 나라를 들쑤셨던 세종시 논란에 대해서다. 이 대통령은 TV 생방송에 나와 세종시 원안 수정이 불가피함을 설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갈수록 꼬여가는 세종시 문제는 실마리를 풀어내기가 녹록지 않다. 국가 균형발전을 주장하는 원안 고수파나, 세종시 발상 자체가 전 정권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서 비롯됐다며 수정을 주장하는 쪽이나 서로 접점을 찾는 일은 요원해 보인다. 여야는 거칠게 대치하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친이·친박의 의견이 서로 다르다. 충청인과 비충청인의 생각 역시 제각각이다. 양쪽을 모두 만족시킬 묘수를 찾는 건 애당초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언제까지 질질 끌고가면서 국론분열을 지속할 수는 없다. 지난해 이맘때 암담했던 글로벌 금융위기를 딛고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는 시점에서, 내부 갈등이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수정안이 확정되기 전이지만,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 직접 나선 이유다. 이 대통령은 오늘밤 있는 그대로의 속내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측은 예측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사과의 뜻을 담을 것은 확실하다. 분명한 건 알맹이 없는 말뿐인 사과는 공허하다는 점이다. 모든 정치인의 숙명이긴 하지만, 이 대통령에겐 ‘충청표’를 의식해 세종시 원안에 찬성했던 ‘원죄’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사과는 선행돼야 한다. 이후 원안 고수 약속을 믿었던 사람들에게 정부 부처가 쪼개지면 비효율적이며, 왜 원안 수정이 불가피한지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용기에 바탕을 둔 진솔한 사과는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라자르가 ‘사과 솔루션’에서 말한, 갈등과 위기를 해소하는 가장 파워풀한 도구인 사과의 힘을 믿어본다. sskim@seoul.co.kr
  • 영산강 딜레마에 빠진 민주

    정부·여당과 ‘4대강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민주당이 영산강 딜레마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영산강은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와 전남을 가로지른다. 수질이 최악으로 나빠진 영산강의 환경·수질 개선은 그동안 민주당 소속 지역 의원들과 자치단체장들의 핵심 공약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여권의 4대강 사업에 패키지로 묶이면서 계산이 복잡해졌다. 영산강만 놓고 보면 빨리 사업을 진행해야 하지만, 자칫 4대강 사업 원천 반대라는 원칙이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 박준영 전남도지사와 박광태 광주광역시장이 지난 22일 대통령 주도로 치러진 영산강 기공식에 참석해 “대통령의 정책이 성공하길 기원한다.”고까지 말해 더 답답해졌다. 당내에서는 “단체장이 당론을 어긴 만큼 징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강경론과 “지역 민심이 오죽했으면 그렇게 했겠냐.”는 동정론이 뒤섞여 있다. 표면적으론 일사불란해 보인다. 23일 오전 민주당 최고위원회에 참석한 지도부들은 “4대강 사업의 규모나 예산으로 볼 때 영산강은 전혀 주요 사업 대상이 아닌데도 굳이 대통령이 영산강에서 기공식을 치른 것은 호남민심을 분열시키려는 정치쇼”라고 반발했다. 특히 정세균 대표는 “국론 분열행태에 대해 대통령과 1대1로 만나 공개토론을 하고 싶다.”며 ‘맞짱 토론’을 제안했다. 영산강 주변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도 ‘영산강은 살려야 하지만, 4대강 사업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며 지도부 입장을 따르고 있다. 이낙연(전남 함평·영광·장성) 의원은 “수질개선은 필요하지만 보를 설치하거나 대대적인 준설을 하는 것은 절대 반대”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 민심은 차이가 난다. 4대강이든 뭐든 지역발전에 도움 되는 사업은 추진해야 한다는 정서를 무시할 수 없다. 박 시장은 이날 “시도지사가 행정수반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행사에 참여해 덕담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너무 정치적으로 몰아가지 말기 바란다.”고 밝혔다. 광주시의 한 간부는 “4대강을 대운하처럼 개발하는 것은 반대하지만 정부가 추진했던 기존 하천정비사업을 확대해 영산강에 돛단배가 뜨는 걸 반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면서 “다른 강의 개발사업과 묶일 수밖에 없다면, 묶여서라도 사업이 추진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창구 유지혜기자 window2@seoul.co.kr
  • [열린세상] 정치에 의한, 정치를 위한 도시 세종/김진 울산대 철학 교수

    [열린세상] 정치에 의한, 정치를 위한 도시 세종/김진 울산대 철학 교수

    하인츠는 번민한다. 부인이 죽을 병에 걸렸지만 그녀를 살릴 특효약을 구입할 돈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도둑질을 해서라도 아내를 살려야 할 것인지, 아니면 그냥 아내의 죽음을 지켜봐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도덕발달론을 창시한 로렌스 콜버그는 ‘하인츠 딜레마’처럼 도덕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딜레마 상황을 연출하고, 그에 대한 피실험자의 대답을 바탕으로 도덕 판단 능력을 측정하고자 했다. 어떤 대답이냐보다는 답변의 판단 근거가 무엇인지를 중시했다. 딜레마란 이렇게도 저렇게도 할 수 없는 막힌 길을 뜻한다. 세종시 문제가 바로 이런 딜레마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할 경우 국가발전을 저해할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원안 수정의 ‘신념’을 천명했다. 여당의 다른 세력 축을 형성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국민과의 신성한 약속임을 내세워 원안+α의 ‘원칙’을 강조했다. 여기에서 ‘신념’과 ‘원칙’ 사이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대한민국 수도 이전이라는 노무현 정부의 구상이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좌초하자 주요 행정부처 이전으로 급조된 것이 오늘의 세종시 문제를 야기했다. 노무현 정부는 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을 이유로 내세웠으나, 이 구상은 본래 노무현 캠프가 충청권 표심을 공략할 목적으로 기획한 대선공약이었다. 처음부터 정치적 이해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문제는 당시 탄핵역풍으로부터 한나라당을 살리고자 나선 박근혜 전 대표가 주요 행정부처 이전을 골자로 하는 세종시 법안을 적극 지지했다는 사실에 있다. 박 전 대표 역시 다가오는 대선정국에서 충청권의 표심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노무현 정부와 박근혜 전 대표의 정치적 계산이 일치하면서 세종시 문제는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행정복합도시 구상은 국가 안위를 무시한 정치적 꼼수일 뿐만 아니라 남남(南南)갈등의 정국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충청권의 표심을 노린 마키아벨리즘이라는 점에서 지탄받아 마땅하다. 세종시 구상은 도래하는 통일시대를 전혀 감안하지 않은 정치권의 편의주의, 그리고 수도 이전이 미칠 정치경제, 사회문화적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기형적 산물이었다. 특히 박 전 대표가 원안 고수 원칙을 내세우면서도 ‘+α’를 천명한 것은 당시의 결정이 졸속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반증하기에 충분하다. 세종시 딜레마는 한국 정치의 자화상이다. 여야 대결을 넘어 충청권의 지역 정당, 여권 내부의 친이·친박 세력이 지방선거와 차기 대선을 앞두고 저마다 각축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자는 세종시 딜레마를 이 대통령의 신념과 박 전 대표의 원칙 사이의 ‘진검 대결’로 보는가 하면, 혹자는 그것을 정치적 편의주의에서 나온 잘못된 합의이자 ‘절차 세력주의의 함정’이라고 규정하기도 한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세종시 문제는 더 이상 딜레마가 아니라고 판단된다.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금융위기의 한파가 몰아치는 지금, 그리고 언제 급변할지 모르는 북한 정세를 감안할 때 행정도시 건설은 전혀 급선무가 아닐뿐더러 그에 따른 국론 분열도 무익무망한 일이다. 어느 누구라도 통일 한국에 행정도시가 필요하다면 서울과 평양의 중간 지점인 개성 정도를 지목할 것이다. 그러므로 충청지역에 새로운 도시가 필요하다면 과학기업형 자족도시 정도로 수정 설계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본다. 세종시 문제는 정치권이 만들어낸 자가당착이다. 일국의 수도, 그리고 정부 기능의 효율성은 정치적 이해의 대상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 설사 세종시법이 여야 합의로 제정됐다 해도 입법취지가 근본적으로 왜곡됐다면 언제든지 옳은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정치권의 편의주의가 초래한 폐해를 지적하고 수정하는 것이야말로 소통적 민주주의의 과제일 것이다. 김진 울산대 철학 교수
  • 새달 日서 핵안보 서밋 준비회의

    새달 日서 핵안보 서밋 준비회의

    │도쿄 박홍기특파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선언한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하기 위한 국제관리 체제가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은 내년 4월 워싱턴에서 ‘핵안전보장 서밋(정상회의)’ 개최 계획을 세워 놓았다. 일본은 이와 관련, 다음달 3일 도쿄에서 미국과 공동의장국으로서 ‘핵안보 서밋’의 준비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미국은 준비회의에 러시아·중국·프랑스·영국·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 등의 핵무기 보유국을 비롯, 원자력 발전을 갖췄거나 계획 중인 43개국을 초청하기로 했다. 핵문제로 국제적인 마찰을 빚는 북한과 이란은 포함되지 않았다. 준비회의는 핵물질이 비핵국이나 테러리스트에게 넘어가는 것을 막는 국제관리체제 조직의 구축을 겨냥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가 도쿄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핵비확산을 향한 행동’의 첫걸음인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4일 방일 때 이른바 ‘도쿄 연설’을 통해 “(핵) 위험에 처해 있는 세계를 구하기 위해 핵물질의 안전을 관리하는 체제를 4년 이내에 만들 것”이라며 ‘핵안보 서밋’의 목표를 확실히 밝혔다. 앞서 지난 4월 ‘프라하 연설’에서도 “냉전이 끝났지만 핵공격의 위험은 늘었다.”고 말했다. 핵물리학자들로 구성된 ‘핵분열성 물질 국제패널’에 따르면 현재 사용이 끝난 핵연료에서 추출된 플루토늄양은 10여개국에 500t가량, 플루토늄을 분리할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은 1310~1910t에 달한다. 준비회의 참가국들은 ▲핵 암시장의 해체 ▲핵물질 수송의 적발 및 저지 ▲원자력 발전 등 핵 관련 시설의 파괴 및 도난 방지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또 북한에 대해 6자회담의 복귀와 핵개발 포기 등을 촉구하기로 했다. 도쿄가 준비회의 장소로 선정된 것은 “수십년에 걸쳐 핵무기 개발을 거부, 핵의 평화적 이용을 보여준 본보기”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도쿄 연설’에 따른 조치다. hkpark@seoul.co.kr
  • [열린세상] 지역주의의 선순환과 악순환/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지역주의의 선순환과 악순환/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나라 전체가 소란스럽다. 세종시 문제가 그렇고 지방행정구역과 선거구 개편 문제도 그렇다. 국론이 이렇게 분열되어도 좋은지 염려스럽다. 갈등과 대립을 무마하느라 국력의 소모가 심각한 수준이다. 정치권과 정부는 지역주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행정구역과 선거구를 바꾸겠다고 한다.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균형발전을 해야 한다고 외친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간 지역주의 극복을 외쳐왔지만 결과는 더욱 나빠졌다고 보는 것이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이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때가 됐다. 과연 지역주의는 극복돼야 하는 악의 근원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지구상에서 지역 간의 갈등과 지역감정이 없는 나라는 없다. 독일이나 이탈리아, 벨기에, 스페인 같은 외국에서도 지역감정은 우리나라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다. 아예 지역 간에 언어와 민족을 달리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 서로 전쟁의 상처를 안고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들 나라에서 지역주의가 망국병이라거나 정치선진화를 막는 걸림돌이라거나 하는 말은 없다. 오히려 오늘날 선진국에서는 지역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지역주의를 추구하고 있다. 광역지역을 중심으로 정치단위를 형성하고, 지역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고, 지역 간 경쟁을 통해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데 목적이 있다. 지역문제를 지역에서 결정하고 지역에서 필요한 재원을 자체 조달하니 지역문제는 지역책임이 된다. 이런 나라에서는 지역감정과 지방색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지역발전을 위한 에너지원이 된다. 지역주의가 지역발전을 위한 자산이 된다. 이런 나라들과 달리 유독 우리나라에서 지역주의가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지역주의 자체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원인은 다른 데 있다. 국가경영체제의 문제다. 우리나라에서 지역주의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중앙정부가 권력과 자원을 독점하고 이를 지역에 따라 편파적으로 배분해 왔기 때문이다. 소외된 지역에서는 지역감정에 호소해 푸대접 받는다고 불만이 높아진다. 이를 중앙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어느 지역에 무엇을 주겠다는 식으로 이용해 왔다. 지역포퓰리즘이 난무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각 지역이 잘 살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기보다는 중앙정부로부터 많이 받아 오려는 데 노력을 집중하게 된다. 지역발전은 오로지 중앙정부의 탓으로 변질된다. 지역 간 분배투쟁이 치열해지고, 중앙정치인은 이를 이용해 표를 모으려고 한다. 세종시도, 기업도시도, 혁신도시도 표를 얻기 위한 지역포퓰리즘의 소산이다. 이런 체제에선 지역주의가 악순환을 거듭하게 된다. 국가경영체제를 바꿔야 지역주의 문제가 해결된다. 지역문제를 지역에서 해결하도록 권력과 재원을 넘겨준다면 잘사는 것도, 못사는 것도 다 지역의 책임이 된다. 분배투쟁으로 인한 갈등이나 지역포퓰리즘이 자리잡을 곳이 없게 된다.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설 수 밖에 없게 된다. 지방색이 강할수록, 지역감정이 높을수록 다른 지역에 뒤질 수 없다는 경쟁의 원동력이 강화된다. 우리의 축구와 야구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비상한 것에는 지역연고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는 독일이나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이미 일반화된 것이다. 스포츠뿐만이 아니라 산업이나 경제분야도 마찬가지 원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그 지역문제는 그 지역에서 해결하고 책임을 지도록 하고, 이를 위한 재원도 지역에서 조달하도록 하는 국가경영체제로 전환된다면 지역주의는 극복해야 할 부채(負債)가 아니라 강화해야 할 자산이 된다. 이렇게 되면 지역주의는 지역발전과 국가경쟁력의 원동력이 된다. 지역주의의 선순환이 이루어질 것이다. 세종시 문제도 이런 국가경영의 틀에서 풀어야 한다. 중앙정치인들이 이것 주겠다, 저것 주겠다고 설칠 것이 아니라 충청남도가 세종시 지역에 대한 발전구상을 발표하고 기업이든 대학이든 유치를 하도록 해야 한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세종시 놓고 ‘합치는 野, 나뉘는 與’

    세종시 문제를 놓고 야당은 뭉치고 여당은 흩어지는 모양새다.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17일 4대강 예산과 세종시 문제와 관련, “뜻을 함께하는 다른 야당과 본격적으로 공조와 연대를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세종시, 4대강 문제에 뜻을 함께하는 정파와 협력하겠다.’고 한 것을 전적으로 환영하고 높이 평가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친박연대와도 적극 협력해서 공동 대처하겠다.”고 다짐했다.이 원내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단·독선·독주 등 ‘3독(獨)’에서 비롯된 세종시 문제 등으로 나라가 어지럽고 혼란스럽다.”면서 “현재 국회 의석 분포나 국회 상황을 보면 정부가 수정안을 내놓더라도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결과적으로는 국론을 분열시켜 혼란을 가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이런 가운데 여권에서는 오히려 목소리가 갈리고 있다. 한나라당 세종시특별위원회 정의화 위원장은 이날 “정부가 하자는 대로 그냥 따라서 하는 들러리 역할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특위 2차 전체회의에서 “특위는 원안 고수 또는 수정안 추진 등 어떤 예단이나 전제를 갖고 활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같이 강조했다.그러고는 “요즘 정부가 하는 모습에 적잖은 유감이 있다.”며 “집권 여당이 특위를 만들어 여론을 수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수정안 추진을 위한 법 개정 방침까지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것은 올바른 당정관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 “정부가 법안 발의권을 갖고 있지만 심의와 의결은 국회의 몫”이라면서 “집권 여당으로서 정부가 표방하는 효율성 못지않게 국민통합과 민주적 절차의 중요성을 엄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앞으로 당이나 특위와 긴밀히 협의해 줄 것을 주문한다.”고 덧붙였다.이지운기자 jj@seoul.co.kr
  • [사설] 세종시 위원회 실질적 역할 기대한다

    어제 세종시 민·관 합동위원회가 첫 회의를 가졌다. 전문성과 경륜을 갖춘 인사들이 지역별로 고루 포진한 만큼 제대로 된 세종시의 백년을 설계해 내길 바라는 것이 국민 다수의 마음이다. 그러나 주변 환경을 보노라면 걱정스러운 대목이 적지 않다.야당은 세종시위가 법령이 아닌 대통령 훈령으로 설치됐다는 점을 들어 위원회의 실체 자체를 인정하지 않을 태세다. 자문기구인 만큼 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백번 양보한다 해도 과연 세종시위가 다음달 초로 정한 정부 시한에 맞춰 세종시 청사진을 도출해 낼 수 있을지 우려된다. 나아가 최상의 수정안을 마련한다 한들 각 정파와 국민들을 설득해 낼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세종시에 대한 여론은 원안대로 하자는 의견과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갈려 있다. 국론이 반으로 쪼개져 공고해지는 양상이다.이런 상황에서 세종시위에 중요한 것은 논의 과정의 독립성과 투명성이라 할 것이다. 제아무리 좋은 결론이라 해도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면 불필요한 억측과 오해를 낳는다. 이는 위원회의 결론을 결실로 이어가는 데 결정적 장애가 될 뿐이다. 지금 세종시를 둘러싸고 온갖 정제되지 않은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5대 그룹 본사 이전설에다 서울대 캠퍼스 건립설, 외국자본 유치설 등이 연일 터져 나온다. 세종시위가 가동된 마당에 각종 설이 중구난방 식으로 난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위원회가 정리된 안을 도출할 때까지 관련자들이 언급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세종시 수정안 마련의 주체가 누구인지, 세종시위의 지위가 무엇인지 등의 본질과 어긋난 논쟁이 일 수 있는 빌미가 되어선 안 될 일이다.세종시위의 운영방식이 중요한 이유는 이해관계자들의 시선이 예민한 터라 자칫 국론의 분열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국론 통합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세종시위의 투명한 논의가 절실하다.
  • [모닝 브리핑] 佛대북특사 귀국… AP “북핵 심도있는 대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대북 특사 자크 랑 하원의원이 방북 기간 동안 북측과 핵 문제와 인권문제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15일 밝혔다. AP통신은 닷새간의 북한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랑 의원이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측 관리들은 핵분열성 물질과 탄도 물질을 외부로 옮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면서 “증거는 없지만 이 같은 발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한국 vs 할리우드, 소설 원작 영화 ‘대전’

    한국 vs 할리우드, 소설 원작 영화 ‘대전’

    연말을 앞두고 한국영화와 할리우드 영화가 치열한 패권다툼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한국과 미국의 영화대결 2라운드가 시작됐다.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관객점유율 60%를 넘기며 상승세를 타던 한국영화는 11월 들어 할리우드 재난블록버스터 ‘2012’에 밀려 점유율이 40%대로 곤두박질 쳤다. ‘2012’의 흥행 쓰나미에 2009년 관객점유율 50% 돌파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한국영화계는 ‘2012’에 맞설 유일한 상대로 오는 19일 개봉하는 한석규, 손예진, 고수, 주연의 스릴러 영화 ‘백야행’를 꼽고 있다.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백야행’은 14년 전 자신의 아버지가 살해된 후 자신도 살인자가 돼버린 요한(고수 분)과 그 살인사건 용의자의 딸 미호(손예진 분)의 운명적인 관계를 담았다. 소설 ‘백야행’은 자국에서 드라마로 제작돼 큰 인기를 끌었던 바 있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에 맞설 할리우드 영화는 지난 2008년 미국에서 출간돼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동명소설을 각색한 ‘솔로이스트’다. 정신분열증을 앓는 천재음악가의 실화를 담은 ‘솔로이스트’는 지난 2005년 ‘레이’에서 전설적인 장님 뮤지션 레이 찰스 역을 맡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차지한 제이미 폭스가 주연을 맡았다. 할리우드 감동실화에 대적할 한국영화는 ‘서편제’, ‘밀양’의 원작소설을 집필한 이청준 작가의 ‘조만득씨’를 영화화한 감성멜로 ‘나는 행복합니다’다. 오는 26일 개봉할 ‘나는 행복합니다’는 현빈과 이보영의 안타까운 사랑을 담아 추운 겨울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줄 영화로 주목받고 있다. 이어 다음달 3일 ‘트와일라잇’의 후속편이자 초대형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뉴 문’과 지난 2007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이홍의 장편소설을 영화화한 ‘걸프렌즈’가 정면 대결을 벌인다. 한미 소설원작 영화 대결은 다음달 17일 개봉하는 ‘일렉트릭 미스트’에서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일렉트릭 미스트’는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에게 주는 에드거상과 작가협회에서 수여하는 대거상을 휩쓴 제임스 리 버크의 소설을 영화화해 화제를 모았다. 특히 할리우드 최고의 연기파 배우 토미 리 존스의 명품 연기와 베르트랑 타베르니에 감독의 사실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완성된 ‘일렉트릭 미스트’는 올 겨울 색다른 서스펜스로 관객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이 영화들은 비록 할리우드 영화 ‘아바타’나 한국영화 ‘전우치’처럼 스케일이 크진 않지만 관객들의 다양한 기호를 만족시켜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2012’가 한미 스크린 경쟁의 주도권을 선점한 가운데 한국영화가 경쟁판도를 뒤바꿀 수 있을 지 아니면 할리우드 영화가 굳히기에 들어갈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사진 = 각 영화 포스터 서울신문NTN 정병근 기자 oodless@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손보업계 똘똘 뭉쳤다

    손해보험업계가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권익이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도 있어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15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손보사 사장단은 지난 12일 롯데호텔에서 NH 보험진출 관련 대책회의를 열어 “농협에 예외조항이 적용되면 안 되고, 다른 보험사와 동일한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뜻을 모아 정부에 전달하기로 했다. 생보사 사장단이 17일 대책회의를 여는 데 비해 발빠른 움직임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와 달리 손보는 농협이 자동차보험에 진출할 경우 타격이 크다는 점에서 상당히 신경이 곤두서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손보업계의 공조는 올 들어 부쩍 늘었다. 지난해 메리츠화재가 제일화재를 상대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등 내부 분열을 겪거나 출혈 경쟁을 벌였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올 6월 실손보험 보장한도 축소 논란이 불거졌을 때에도 손보사 사장단은 긴급 모임을 가졌다. 보장한도 축소를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감독규정의 적용시점을 늦추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연초에 보험료 인하 압박이 거셌지만 동결로 맞섰다. 대형사와 달리 중소형사들은 건전성과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는 업계의 자율경쟁 원칙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로 인해 소비자 이익에 반하는 방향의 결정들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6 vs 1… 세종시·4대강 공방

    세종시와 4대강 사업을 놓고 여야 정책 수장들이 격돌했다. 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올들어 두 번째 주최한 정당정책토론회에서다. 한나라당 김성조 정책위의장, 민주당 변재일 정책위수석부의장, 자유선진당 이상민·친박연대 석종현·민주노동당 이정희·창조한국당 이용경 정책위의장, 진보신당 조승수 원내대표 등 7개 정당이 참여했다. 전국에 생중계된 이날 토론회는 “전례 없이 격렬했다.”고 주최 측은 평했다. 6개 정당이 일방적으로 여당을 공격하는 모양새도 이례적이다. 주제가 그만큼 민감했다는 방증이다. 집값 안정, 고교평준화, 북핵,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쇠고기협상 등 토론회가 도입된 뒤 앞서 실시된 7차례 토론회의 주제를 압도했다. 토론회는 오랜만에 ‘군소정당’의 목소리가 도드라지는 자리였다. 친박연대는 “세종시는 신뢰에 관한 것으로 수정안은 국론을 분열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은 “기업은 자체 필요에 의해 행정기관이 있는 곳에 모이게 마련인 데도 정부는 대기업을 유치하면서 특혜를 주려 한다.”고 강조했다. 창조한국당은 “세종시에는 대통령의 의지만 있을 뿐 국민은 없다.”며 국민투표를 제안했다. 진보신당은 “충청표를 볼모로 한 여권내 권력투쟁으로 세종시가 한나라당 친이·친박 대권구도의 희생물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나라당은 “행정기관 위주의 세종시가 국가균형발전에 도움이 되느냐는 회의가 있었고, 진실한 균형발전을 위해 자족기능이 확충되는 기업 등을 보내는 게 낫다고 판단해 안(案)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은 이어 “(원안을) 고치는 게 더 옳은 것이라고 생각해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 안을 제안하는 것”이라면서 “균형발전, 효율성 등을 대통령과 정부 여당도 걱정하고 있음을 알아 달라.”고 호소했다. 4대강 사업에도 6개 정당 모두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미흡한 예비타당성 조사와 막대한 예산에 따른 재정 악화, 다른 분야의 예산 감소, 수질 악화 등을 이유로 들었다. 민주당은 “‘내가 하면 다할 수 있다.’는 오만함의 발로”라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자유선진당은 “국민을 빚더미에 앉히는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창조한국당은 4대강 사업을 “예산도둑”으로, 민노당은 “강을 파괴하는 위험한 일”로 규정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4대강을 한강처럼 만들기 위한 사업”이라며 적극 방어했다. 이지운 허백윤기자 jj@seoul.co.kr
  • [세종시 어디로] 총리실서 대안마련 주도 친박 “자극말자” 휴전제안

    [세종시 어디로] 총리실서 대안마련 주도 친박 “자극말자” 휴전제안

    정운찬 국무총리가 여당 지도부에게 따가운 질책을 들었다. 11일 취임 후 첫 번째 열린 고위 당·정협의에서였다. 세종시가 화근이었다. 한나라당은 정 총리가 섣불리 세종시 논쟁을 촉발시켰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정몽준 대표를 비롯해 안상수 원내대표, 김성조 정책위의장 등 당 인사 20여명이 참석하고, 정정길 대통령실장, 윤진식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나온 자리였다. ●친이·친박, 정총리 호된 질타 친이, 친박이 따로 없었다. 안 원내대표가 먼저 나섰다. “정 총리가 말을 함부로 하는데 심사숙고하라.”면서 “총리 한 마디 말이 일파만파를 일으킨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친박계인 송광호 최고위원은 “총리는 원안을 수정하지 않으면 백년대계를 기약할 수 없다했지만 자족도시는 법 개정 없이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역시 친박계인 허태열 최고위원은 “법 개정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을 감안해 가급적 현행법을 고치지 않는 선에서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친이계인 백성운 제4정조위원장만 정 총리를 옹호했다. “차기 선거도 중요하지만 다음 세대도 중요하다.”면서 “정부가 왜 편한 길을 놓고 험한 길을 가는지 헤아려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당쪽 참석자들은 대체로 여권에 큰 부담을 준 정 총리의 ‘세종시 해법’에 대한 불만을 전달했고, 정 총리는 이를 경청했다고 한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세종시 문제로 야권과 극단으로 대치하고 있는 데다 여권 내부에서도 분열이 일고 있어 서둘러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총리실을 중심으로 대안 마련을 주도하고 당과 청와대가 이를 지원하기로 했다. ●주호영특임장관 박근혜 방문 이런 가운데 여권 주류는 당내 친박 진영을 설득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주호영 특임장관은 지난주 중반 박근혜 전 대표를 국회에서 만나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몇몇 기자들과 만나 “며칠 전 (주 장관에게) 만났으면 좋겠다는 연락이 와서 국회에서 잠깐 만났다.”면서 “(주 장관이) ‘세종시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내년 초까지 대안을 만들려고 한다.’는 말을 했다.”고 소개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그 자리에서 ‘제 입장은 이미 밝혔고 할 말은 이미 다했다.’고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이날 고위 당·정협의회 직후 열린 당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는 당내 세종시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친박 중진 의원들은 세종시 문제로 인해 분열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며 “서로를 자극하지 말고 휴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조해진 대변인이 전했다. 친박 이경재 의원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요즘 본회의장에 있으면 조마조마하다. 서로 자극하지 말고 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봉 의원도 “정부안이 나올 때까지 서로를 자극하지 말고 모두 입을 닫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세종시 속도전… 최종안 연내 마련

    정운찬 국무총리는 11일 “세종시 수정안은, 내년 1월 말까지 최종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작업 일정을 앞당기는 것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총리는 이날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가 다음주 초 첫 회의를 가진 뒤 여러 대안들에 대해 속도감 있게 국민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세종시는 중요하면서도 시급한 국정현안으로, 국론분열이나 사회갈등으로 치닫기 전에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윤선 당 대변인은 이날 회의 직후 “세종시는 중대한 문제이며, 국민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만큼 가급적 연내에 마무리를 짓자는 데 당·정이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권태신 총리실장은 보고를 통해 “세종시 이전 기업에 대해 세금을 감면해 주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 자족기능을 보완할 경우 현행 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법과 제도의 보완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조 대변인은 전했다. 권 실장은 민관합동위의 민간위원을 맡은 16명의 명단도 보고했다. 강용식 전 행정중심복합도시 자문위원장(74), 김광석 민주평통 연기군 회장(43) 등 충청권 출신 인사가 6명이며, 영남권과 호남권이 3명씩, 그 밖의 지역 출신이 4명이다. 16명의 민간위원 가운데 세종시 수정 추진에 반대하거나 회의적인 인사들은 5~6명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몫의 위원장에는 송석구(69) 가천의대 총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관합동위는 정 총리와 기획재정부 등 5개 부처 장관, 국무총리실장 등 정부 쪽 위원 7명을 포함해 모두 23명으로 구성됐으며 오는 16일 첫 전체회의를 열어 향후 활동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세종시 어디로] ‘충청표’ 정치적 득실은

    세종시를 둘러싼 정치 주체 간의 대립이 치열하지만, 정치적 득실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 때문이다. ‘충청 민심’이 어디로 갈 것인지의 문제가 대표적이다. 충청표로 따진다면, 일단 세종시 수정을 강력 반대하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유리해 보인다. 하지만 충남에 기반을 둔 자유선진당이나 공동으로 반대 전선을 펴고 있는 민주당에도 반사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확실한 우위를 보이고 있는 영남권에 더해 충청권을 확보함으로써 대선가도를 더욱 확실히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친박계는 ‘신뢰’라는 자산을 쌓았다고 자평한다. 세종시 문제로 국민에게 ‘박근혜는 약속한 것은 지키는 정치인’이란 이미지도 각인시켜줬다는 것이다. 일종의 ‘꽃놀이패’다. 그러나 부담도 적지 않다. 박 전 대표는 수도권 표를 잃을 수 있다. 여론이 원안 수정 쪽으로 돌아서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박 전 대표의 처지가 곤란해질 수 있다. 친박 내에서조차 박 전 대표의 강경한 태도에 대해 뒷감당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여권 주류는 여기서 정치적 공간을 키워나갈 수 있다. 한 정치 전문가는 8일 “여권 주류가 수정안을 밀어붙이면 가장 큰 정치적 이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정치권에는 내년 2월 정기국회에서 수정안을 통과시키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내년 6월 지방선거 등 정치 일정상 수정안 통과는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일각에서는 “그럼에도 여권 주류가 수정안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수도권에 기반을 둔 정당 창당을 위한 수순”이라는 성급한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물론 원안 수정에 성공한다면 여권 주류로서는 최상의 결과다. 누구보다 정운찬 국무총리에게 기회가 생긴다. 여권 관계자는 “정 총리가 성공적으로 세종시를 수정하면 정 총리는 그동안 입은 내상을 치유하고 강력한 대권주자로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대권 주자 확대를 꾀하는 친이계의 기대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다. 다만 친박계인 윤상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세종시를 수정하려거든 충청민과 국민의 동의를 먼저 구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박 전 대표의 정치적 퇴로가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친이계는 세종시 수정안으로 내년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표밭인 수도권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 박 전 대표가 쥐고 있는 보수표를 확실하게 주류 쪽으로 가져올 수 있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여권의 분열이 일단 나쁘지만은 않다. 다만 자유선진당은 충남에서의 주도권을 박 전 대표에게 빼앗길 수 있다. 자유선진당의 한 의원은 “세종시는 이 대통령을 공격하고 충청 민심을 응집시킬 호재이지만 자유선진당 목소리가 부각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걱정했다. “박 전 대표도 떼내야 하고, 민주당도 떼내야 하는데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사설] 사회와 소통하고 화합하는 불교 되길

    제33대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그제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취임법회에서 “한국불교는 이제 사회와 소통하며 화합의 단초를 마련하고 무한한 사회적 책임을 통해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700년의 역사를 지닌 한국 불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방향을 잘 압축한 제언이라고 본다.불교는 오랜 세월 이 땅에서 우리 민족의 정신세계와 일상생활 관습에 올올이 배어 살아 있었다. 국가가 위기에 처하면 분연히 일어나 나라와 민족을 구하고, 분열됐을 때는 통일의 원리를 제공하며 화합에 앞장섰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동떨어지기 시작했다. 기독교나 천주교가 어려운 시절 국민들의 아픔을 나누며 사회발전을 이끌었던 것과 달리 불교는 사회참여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며 깨달음의 종교에 머문 결과다. 사회의 변화와 함께 우리 불교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종단 안팎에서 높아지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바람직한 승려의 역할을 묻는 의식조사에서도 자비정신의 사회 구현(36.1%)이 수행에 전념하는 것(27.3%)을 앞질렀을 정도다.현대사회는 물질 문명의 발달과 급격한 다원화·개방화로 가치판단의 혼란이 일어나며, 빈부격차 심화로 사회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자비와 인연의 소중함, 상생의 가치를 최고 미덕으로 여기는 불교의 가르침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기다. 자승 스님의 서원대로 한국불교가 내적인 중흥과 함께 이 사회를 비추는 등불이 되어 주길 당부한다.
  • [국회 대정부질문] 정부·친이-야당·친박 세종시 난타전

    [국회 대정부질문] 정부·친이-야당·친박 세종시 난타전

    단연 ‘세종시’가 최대 뇌관이었다. 정운찬 국무총리와 한나라당 내 친이(親李)가 한쪽에 섰고, 친박(親朴)과 야당이 반대쪽에서 이들에 맞섰다. 5일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이 열린 국회 본회의장은 얽히고 설킨 ‘세종시 정국’을 압축한 듯 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국민의 믿음이 무너지면, 정권도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들도 ‘원안 추진’을 주장하며 정 총리를 압박했다. 하지만 정 총리는 친이계 의원들의 지원 속에 ‘수정 추진’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친박계는 야당보다 매서웠다. 조원진 의원은 “여야 합의로 만든 법에 따라 벌써 5조 4000억원의 국비를 들여 40%나 공사가 진행 중인 국책사업을 뒤집는다면 국민이 앞으로 어떻게 정부의 정책을 믿고 따르겠느냐.”고 지적했다. ‘수정 추진’은 정치권의 합의정신을 무시한 “탈(脫) 여의도 정치”라고도 했다. 충남 공주 출신인 정진석(비례대표) 의원은 “정 총리가 국론분열의 시발점”이라며 정 총리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세종시의 자족성 논란과 관련, “정부가 먼저 행정기관을 이전하는 선도적인 시범을 보여야 기업·대학도 따라오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총리는 “대한민국에도 좋고, 충청지역에도 좋은 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세종시법과 관련해 “나라를 더 잘 만들기 위해 헌법도 고칠 수 있는데, 법이 고정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재개정 의지를 분명히 했다. 친이계인 정태근·이은재 의원은 “세종시는 오로지 충청권의 표심을 겨냥한 ‘선거 포퓰리즘의 산물’”이라며 지난 참여정부 때 법 제정에 동의한 박근혜 전 대표를 에둘러 지목했다. 정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1977년 옥중서신을 통해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추진했던 ‘행정기관의 충청도 이전’에 반대했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야당 의원들은 세종시 원안 추진을 강조하며 파상공세를 펼쳤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세종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브랜드이기 때문에 (현 정권이)유야무야하려는 것”이라면서 “세종시를 엎으면 이명박 대통령의 브랜드인 4대강도 차기 정권에서 중단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당 박병석 의원은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회의·공청회·세미나 등을 500차례 실시했고, 헌법재판소 결정도 두 차례나 받았으며, 여야가 합의처리했다.”며 국민적 합의에 방점을 찍었다. 박 의원은 또 정 총리가 밝힌 이전 희망 대기업과 대학교가 어느 곳인지 공개하라고 몰아부쳤다. 자유선진당 권선택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3대 문제점으로 신뢰의 상실, 오만과 독선, 국정운영의 미숙을 꼽고 “세종시 문제는 3대 문제점이 응축된 대표적 사례”라고 일침을 놓았다. 홍성규 허백윤기자 cool@seoul.co.kr
  • [세종시 어디로] 親朴 “원안 있는데 무슨 숙고냐”

    [세종시 어디로] 親朴 “원안 있는데 무슨 숙고냐”

    이명박 대통령이 2일 세종시와 관련해 “충분히 숙고해서 하는 게 좋다.”고 말한 데 대해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들은 격한 반응을 내보였다. 이미 원안이 있는데 숙고하는 것은 수정하자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이날 이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세종시 수정론은) 나라가 망할 짓인데 무슨 숙고냐.”며 일갈했다. 다른 의원도 “이미 원안이 있는데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송광호 최고위원은 이날 친이 쪽의 공성진 최고위원 등이 제안한 ‘세종시 국민투표’와 관련, “이미 국회에서 통과된 법을 가지고 국민투표하는 나라가 도대체 어디 있느냐.”고 꼬집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정부 수뇌부가 흔들리니까 실현불가능한 백가쟁명의 주장들이 난무한다.”면서 “이런 식으로 가면 정치권은 소용돌이로 빠지고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불신은 커지고 국론은 분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신뢰의 정치에 대한 약속을 지키고, 신뢰의 정치를 하자는데, 이를 친이·친박의 싸움으로 몰고 가는 것은 가소로운 정치 놀음에 불과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친박계의 이성헌 의원은 이날 정부와 친이계의 세종시 수정 움직임을 당내 민주주의 문제와 연계하며 사무부총장직을 사퇴했다. 이 의원은 “세종시를 놓고 단 한 번도 공개토론이 없었던 상황에서 당론 변경을 추진한다는 얘기가 당 안팎에서 기정사실화된 것처럼 떠돌고 있다.”면서 “밀실 정치에 의해 원격조종되는 정당이 어떻게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 한나라당의 당내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하며 당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파열음 與, 시끌시끌

    파열음 與, 시끌시끌

    세종시 문제를 둘러싸고 여권이 진퇴양난의 처지로 빠져들고 있다. 수정안을 마련하겠다는 정운찬 국무총리와 이에 반대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연일 정면 충돌하면서다. 정 총리가 “박 전 대표를 만나 설득하겠다.”고 한 것이 친박 진영을 자극한 양상이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1일 “지금은 정부가 앞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고 밝히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 아니냐.”면서 “정 총리의 발언이 더욱 불쾌한 것은 정치적 책임을 떠넘기려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 때문”이라고 발끈했다. 박 전 대표도 “정 총리가 잘 모르는 것”이라며 직접 나서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31일 부산에서 열린 한 불교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종시는 국회가 국민과 충청도민에게 한 약속이지 개인간 약속이 아니다. 그것을 뒤집자고 하는 건 의회 민주주의 시스템하에서 국민과의 약속이 얼마나 엄중한 것인지 잘 모르는 것”이라며 세종시 추진이 갖는 의미를 거듭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총리실에서 그저께 한 차례 전화 통화를 하고 싶다는 전갈을 받았는데 그 다음에 연락이 없었다.”면서 “(동의를 구하더라도) 국민들과 충청도민들에게 구해야지 나한테 할 일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친박 진영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정몽준 대표도 안상수 원내대표도 아직까지 원칙상 ‘원안 추진’을 고수하고 있는데 박 전 대표만 설득하면 모든 게 해결되는 양 발언한 것은 정략적 행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또 “정 총리가 대안도 내놓지 않고, 자신의 생각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의 대국민 약속을 뒤집는 결론을 먼저 내린 것이 옳으냐.”고 따졌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유정복 의원은 “정 총리의 상황인식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면서 “대통령의 대국민 약속을 총리가 못 지키겠다고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친이 쪽 의원들은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전면에 나서 원안 수정을 주장해온 차명진 의원은 이날 “국민이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가 중요하고, 수정안에 어떤 내용을 담느냐가 핵심”이라면서 “지금은 괜히 감정 싸움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친박 모임인 ‘여의포럼’이 3일 국회에서 세미나를 갖고 세종시 등 현안을 논의하는 데 이어 ‘안국포럼’ 출신 친이계 의원들도 6일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서 정례 모임을 가질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세종시 문제가 여권을 심각하게 분열시킬 개연성도 감지된다. 현재 한나라당 주류와 비주류 일각에서는 ‘원안 수정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수준에서 공감대가 형성돼 있을 뿐이다. 수정안에는 찬성하면서도 대통령과 정부, 당이 먼저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사과한다면 어떤 수준이 돼야 하는지에도 의견이 갈린다. 이 같은 폭발성 때문에 일단은 정부가 어떤 안을 내놓을지 기다리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공식 입장은 대변인을 통해 받아 달라.”며 일제히 언급을 피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당의 한 관계자는 “결국 대통령과 정부가 끌고 나갈 일이며 이 과정에서 여권 내부의 격론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지운 김지훈기자 jj@seoul.co.kr
  • 새국면 세종시·미디어법 주도권잡기… 요동치는 정치권

    새국면 세종시·미디어법 주도권잡기… 요동치는 정치권

    ■절정으로 치닫는 세종시 정운찬 국무총리가 30일 세종시 건설 현장을 방문하는 등 세종시 문제에 드라이브를 걸자 정치권이 달아오르고 있다. 여권은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대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정작 한나라당 안에서조차 엇갈린 기류가 흐른다. 일단 수도권 지역 의원과 친이 주류 진영에서는 10·28 재·보선도 끝난 만큼 세종시 수정론을 본격 제기, 해법 찾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이상 세종시 문제를 미룰 수 없고, 대안 제시가 늦어질수록 정치권의 소모적인 논쟁만 가열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수도권 출신의 한 재선 의원은 이날 “당장 세종시 문제에 대해 논의를 시작해 올해 안에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이 쪽의 한 핵심 의원은 “세종시 문제는 전 정권의 잘못된 정책판단을 바로잡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방치를 막기 위해 정부 안을 마냥 기다릴 게 아니라 당에서도 논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례대표인 임동규 의원은 세종시의 성격을 행정중심 복합도시에서 녹색첨단 복합도시로 바꾸고 행정도시로 중앙부처를 이전하는 계획의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 개정안을 전날 발의해 논의에 불을 댕겼다. 하지만 당내 반대 여론도 적지 않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미 ‘원안 고수’ 입장을 천명한 상황이다. 충청 출신의 비례대표 정진석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세종시를 수정한다면 모법인 행정도시특별법을 바꿔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원안 고수’ 의견을 분명히 했다. 정 의원은 “야당이 바라는 것은 여권의 분열이다. 당에서 빨리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기에 남경필 의원 등 일부 수도권 의원도 ‘원안 고수’ 입장에 동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자칫 야당의 ‘꽃놀이패’가 될 수 있는 만큼 마냥 속도를 높여서는 안될 것”이라고 신중론을 주문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원안 고수’를 위해 총력 투쟁할 태세다. 변재일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지금 이명박 대통령과 정 총리가 걱정하는 일부 행정의 비효율성 문제는 처음부터 제기된 것으로, 법 제정 당시 한나라당과 합의하에 정부가 그 대책을 마련하도록 법에 명시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변 부의장은 이어 “더 이상 충청권 주민을 우롱하지 말아야 한다. 수도권 주민도 더 이상 인구가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것은 원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충남 천안갑 출신인 양승조 의원은 “세종시 건설은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 500만 충청인에게 약속한 것이며, 한나라당이 집권하기 위해 온 국민에게 공약한 내용”이라면서 “이를 지키지 않으면,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은 충청인은 물론 국가균형발전을 염원하는 국민의 정권퇴진 운동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유선진당은 이날 ‘세종시 백지화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한나라당 임 의원 등 10명을 ‘세종 10적’으로 규정했다. 김지훈 허백윤기자 kjh@seoul.co.kr ■‘붉은넥타이’ 맨 미디어법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30일 붉은색 넥타이를 맸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난 5월 이후 5개월 남짓 만이다. 10·28 재·보선 승리를 계기로 탄력을 받은 정 대표가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을 이어 ‘야성(野性)’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조문 기간을 마치고 ‘상복’을 벗은 셈이다. 특히 전날 헌법재판소의 미디어법 무효청구 기각 결정에 따라 정 대표의 야성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민주당이 헌재 결정에 반발하며 ‘미디어법 재개정’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어 또 한차례 원내 격돌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헌재가 미디어법 처리 과정의 심의·의결권 침해, 일사부재의 원칙 위배 등 절차상 위법을 인정한 만큼 국회에서 정치적인 재협상을 통해 미디어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대화가 가능하면 대화를 통해, 여당이 대화에 응하지 않는다면 국민과 함께 모든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 언론악법 재개정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결기를 보였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 의원들과 율사 출신인 이춘석·조배숙 의원 등을 중심으로 ‘무효 언론악법 폐지 투쟁위원회’를 꾸렸다. 위원장을 맡은 박주선 최고위원은 “1996년 당시 신한국당이 날치기 처리한 노동법과 안기부법에 대해서도 헌재의 판시 요지에 따라 신한국당과 민주당이 협상해서 1997년 3월20일 재의결했다.”면서 “선례가 있고, 미디어법도 위법성이 인정됐기 때문에 한나라당도 폐지 작업에 함께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쟁위는 늦어도 다음주 중반까지 미디어법 폐지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미디어법 재개정 논의를 위한 원내대표 협상을 한나라당에 제안할 예정이다. 한나라당은 단호하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한나라당은 헌재의 미디어법 결정에 승복하지만, 미디어 산업발전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어떤 요구를 해도 재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안 원내대표는 이어 “민주당은 헌재 결정을 ‘정치적 판단’이라고 규정하면서 헌법기관을 부정하고 법 제도에 불복종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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