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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밭 다져라… ‘野野 전쟁’

    탈당파 의원 지역구에 새 인물을 투입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의 ‘친노(친노무현) 지역구 표적공천론’이 맞물리면서 야당 간 혈투가 총선을 앞두고 본격화되고 있다. 제1야당 자리를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겠다는 의미이지만, 야권 분열로 여당이 어부지리를 얻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수도권에서 ‘문재인 대 안철수’ 구도가 확연한 곳은 지난해 4월 재·보선에서 여당에 뺏긴 서울 관악을이 대표적이다. 대표적인 원외 친노 인사인 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과 안철수 신당의 박왕규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가 이미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표밭을 다지고 있다. 경기 고양 덕양을은 문용식 지역위원장과 강동기 고양미래전략연구소장, 정재호 전 참여정부 사회조정비서관 등 더민주 인사들이 경선을 준비하는 가운데, 안철수 신당의 핵심 인사인 이태규 창당실무준비단장의 출마가 점쳐지고 있다. 전병헌 최고위원의 서울 동작갑에는 새울림서울(친안철수계 모임) 집행위원인 장환진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객원교수가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야권 재편 상황을 관망하느라 “거리에 후보자 플래카드를 보기가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호남에서도 조금씩 ‘야당 대 야당’의 대진표가 완성되고 있다. 문 대표의 인재 영입 2, 3호인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과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 모두 전북 정읍 출신으로 탈당파인 유성엽 의원과 맞붙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벤처기업인인 김 의장은 안철수 의원을 겨냥한 영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광주 현역 가운데 유일하게 당에 잔류할 것으로 보이는 강기정 의원의 북구갑에는 김유정 전 의원이 안철수 신당 합류를 결정하고 도전장을 던졌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쌍둥이 중 1명 암이면 나머지 1명도 위험 - 연구

    쌍둥이 중 1명 암이면 나머지 1명도 위험 - 연구

    같은 유전자를 지닌 쌍둥이 중 한 사람이 암에 걸리면 나머지 한 사람도 암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 대규모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하지만 이 결과가 쌍둥이 중 한 사람이 암에 걸렸다고 해서 나머지 한 사람도 반드시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라고 연구를 진행한 미국 하버드대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지적했다. 미국 의학협회지(JAMA) 최신호(1월 5일자)에 실린 이 연구논문에 따르면, 실제로 일란성 쌍둥이 중 한 사람이 암으로 진단됐을 때 나머지 한 사람이 암에 걸릴 위험은 조사 대상 그룹 전체 평균 확률보다 14%p 높았다. 일란성 쌍둥이는 한 개의 수정란이 분열 과정에서 두 개로 갈라져 생겨난 쌍둥이로 같은 유전자를 가진다. 반면 두 개의 난자가 각각 두 개의 정자와 수정해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의 경우 이중 한 사람이 암으로 진단됐을 때 나머지 한 사람마저 암에 걸릴 위험은 조사 대상 전체 평균보다 5%p 높았다. 이는 유전적 유사성이 비슷한 일반적인 친형제와 같은 수준이다. 이 연구에서 연구팀은 덴마크와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출신 쌍둥이 약 20만 명(일란성 쌍둥이 약 8만 명)을 대상으로 1943년부터 2010년까지 32년간에 걸친 대규모 자료를 분석했다. 이는 이들 국가는 모두 상세한 건강기록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 그 결과, 모든 조사 대상자 중 암이 발병할 확률은 32%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일란성 쌍둥이 중 한 사람이 암 진단을 받은 경우 나머지 한 사람도 암에 걸릴 위험은 46%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성 쌍둥이의 경우, 한 사람이 암 진단을 받았을 때 나머지 한 사람도 암에 걸릴 위험은 37%로 상대적으로 더 낮았다. 한편 쌍둥이 두 사람 모두 동일한 암이 발병할 확률은 일란성 쌍둥이 38%, 이란성 쌍둥이 26%였다. 쌍둥이 중 같은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았던 질병으로는 흑색종 피부암(58%)과 전립선암(57%), 비흑색종 피부암(43%), 난소암(39%), 신장암(38%), 유방암(31%), 자궁암(27%) 등 순이었다. 이번 연구는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로 진행한 것이므로 연구자들에게 여러 암에 관한 중요한 유전적 영향을 제공할 것이라고 연구 공동저자인 야코브 헬름보그 덴마크남부대 교수는 말했다. 또한 이번 연구결과는 매년 세계에서 800만 명에 달하는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각종 암의 유전적 위험을 환자와 의료진이 이해하도록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與, 공천 내홍 속 인재 영입 부진… 신당 바람에 수도권 ‘비상’

    與, 공천 내홍 속 인재 영입 부진… 신당 바람에 수도권 ‘비상’

    총선 공천 룰 전쟁으로 내홍 중인 새누리당이 ‘3대 딜레마’ 앞에 고심하고 있다. 친박근혜계와 비박근혜계가 각각 앞세운 ‘현역 물갈이론’과 ‘험지 출마론’이 벽에 부딪힌 가운데 정치 신인들은 경선 원칙론에 밀려 눈치 보기를 하는 등 외부 인재 영입 활로도 여의치 않다. 안철수 신당 바람으로 서울·경기 등의 수도권, 중도계층 등 ‘중원 쟁탈전’도 기선을 제압당한 형국이다. 서울신문 등 주요 언론사의 신년 여론조사 결과 안철수 신당 창당 시 새누리당은 특히 수도권, 2040세대에서 신당의 가파른 추격을 받거나 역전당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야권 분열의 틈새 효과를 마냥 기대할 수만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험지 출마 당사자로 거론됐던 안대희 전 대법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신중론 분위기다. 안 전 대법관 측은 4일 통화에서 “분구되는 서울 강서 지역 출마는 ‘죽으라’는 말과 다름없다”면서 “당 지도부 결정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 전 시장 역시 도봉·광진 이동설이 흘러나왔지만 여론조사 결과 종로에서 당내 경쟁력이 1위인 것으로 나오면서 상황이 유동적이다. 험지 출마론 불씨를 살리기 위해 대구 수성갑에서 표밭갈이 중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수도권으로 불러올려 전진 배치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출신 인사들을 앞세웠던 친박계의 물갈이론도 흔들리고 있다. 진원인 대구·경북(TK) 지역에서 현역들의 반발 등 이상기류가 흐르자 재배치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대구 달성), 윤두현 전 홍보수석(대구 서), 김종필 전 법무비서관(대구 북갑),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대구 동갑) 등은 지역을 옮기려 하거나 아예 출마를 접었다. 경선 우선론에 밀려 청년, 신인 영입이 늦춰지는 것도 고민거리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서울시당 신년회에 참석해 “야당은 분열하고 여당은 분열하지 않는 상황에서 상향식 공천을 해서 후보를 내면 대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 관계자는 “공천 룰 눈치 보기를 하느라 예비후보 등록을 못 한 청년 후보들도 다수”라면서 “무조건 경선을 고집하면 지명도 낮은 신인들은 현역들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 이기는 공천을 위해 우선추천 형식으로 청년, 신인을 최대한 끌어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당 바람몰이로 수도권·중도계층 선거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새누리당은 서울 동·북부 지역에서 속수무책인 형국이다. 서울 48개 선거구 중 ‘성동·광진·동대문·중랑 벨트’로 이어지는 동·북부 17개 지역구에서 새누리당의 의석은 노원갑(이노근 의원) 단 1곳뿐이다. 여권 관계자는 “서울 동·북부 지역에 거물급 인사나 참신한 새 인물을 내세워 공략하지 않으면 20대 총선에서의 수도권 승리는 요원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김정훈 정책위의장을 본부장으로 하고 현역 의원 59명이 포함된 ‘매머드’급 공약개발본부를 구성하는 등 뒤늦게 민심 잡기용 정책 선점에 뛰어들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바레인·수단도 “이란과 단교”… 분열하는 중동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같은 수니파 이슬람 국가인 바레인과 수단도 시아파 이슬람 종주국인 이란과 외교관계를 단절한다고 4일(현지시간) 밝혔다. 사우디와 이란의 정면충돌로 6년째 내전을 이어온 시리아의 정치적 해법이 난기류에 빠지는 등 중동 정세에도 먹구름이 끼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날 이사 알하마디 바레인 공보부 장관은 “바레인에 주재하는 이란 외교관들에게 48시간 안으로 떠나라고 통보했다”며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바레인은 사우디 동부에 인접한 소국으로 지배층은 수니파지만 국민의 70%가량이 시아파다. 2011년 ‘아랍의 봄’을 계기로 현재까지 시아파의 반정부 활동이 이어져 정정이 불안한 상태다. 바레인 정부는 그만큼 사우디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이란에 대한 반감은 크다. 사우디를 도와 예멘 내전에 참전한 수단도 같은 날 이란과 외교관계를 단절한다고 밝혔다. 관계 단절은 아니지만 아랍에미리트(UAE)도 이란과 외교관계 수준을 대사급에서 대리대사(공사)급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중동의 수니파와 시아파의 대립으로 시리아 사태는 안갯속으로 빠졌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사우디와 이란은 이미 시리아 내전 초기부터 각각 반군과 정부군을 지원해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 맹주 간 대리전을 확대해 왔다.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 서방 동맹국들은 “우려와 자제를 촉구한다”는 입장을 잇따라 표명한 상태다. 당장 유엔이 오는 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기로 한 시리아 평화회담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이날 서방 외교관들은 사우디와 이란 간 충돌로 회담이 열리기도 전에 결렬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지난해 7월 핵협상 타결 뒤 순조롭게 진행되던 이란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 해제가 성사 직전 암초를 맞아 위태로운 지경에 처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분석가 마이클 스티븐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와 이란 간 대립이 종파 분열과 양측 간 대리전 확대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면서 “이번 사태는 지역 내 불안이 계속 되리라는 것을 뜻하고, 양국 사이의 긴장은 중동 지역 사람들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총선 예비후보 ‘새누리·남성·50대’ 몰렸다

    총선 예비후보 ‘새누리·남성·50대’ 몰렸다

    4·13 총선 예비후보자가 수적으로 여당, 50대, 남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경향이 실제 선거로까지 이어져 선거 구도와 판세, 각 당의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4일 “선거일 120일 전인 지난달 15일부터 현행 선거구가 없어지기 직전인 31일까지 예비후보 접수를 받았고, 모두 843명이 등록을 마쳤다”고 밝혔다. 현재 야권이 분열 중인 탓인지 예비후보 등록에선 여권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새누리당 소속 예비후보가 524명(62.2%)으로 가장 많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은 새누리당의 3분의1 수준인 180명(21.3%)에 그쳤다. 현재 국회 의석 수 비율인 새누리당 53.2%(156석), 더민주 40.6%(119석)와 비교해도 차이가 확연하다. 이 밖에 정의당 예비후보로는 17명(2.0%)이 등록했다. 무소속 예비후보는 106명(12.6%)에 달했다.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이 여성을 압도했다. 92.5%에 해당하는 780명이 남성이었다. 여성은 63명(7.5%)만 이름을 올렸다. 여야 모두에서 “지역구 30%를 여성으로 공천해야 한다”는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정작 예비후보로 등록하는 여성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연령별로는 50대가 과반을 넘기며 수위를 차지했다. 55.9%에 달하는 471명이 등록했다. “젊은 정치를 하겠다”며 바람몰이를 준비 중인 40대와 30대는 각각 149명(17.7%), 17명(2.0%)에 머물렀다. 20대 예비후보는 5명(0.6%)에 불과했다. 오히려 60대가 185명(21.9%)를 기록해 50대 다음으로 많았다. 70세 이상은 16명(1.9%)으로 집계됐다. 20대 국회에서도 ‘50대 정치인’들이 주도권을 잡게 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의 세대교체가 요원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직업별로 살펴보면 정당인이 354명(42.0%)으로 가장 많았다. 국회의원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법조계, 학계, 의료계 출신 인사들의 등록률 역시 높은 편이었다. 변호사 92명(10.9%), 교육자 70명(8.3%), 약사·의사 21명(2.5%)이 ‘내일의 정치인’을 꿈꾸며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하지만 현역 국회의원은 고작 9명(1.1%)에 불과했다. 굳이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아도 ‘의정 활동’이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선거 운동을 할 수 있는 이른바 ‘현역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역 의원들이 ‘기득권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전면전으로 치닫는 ‘安신당 vs 더민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김한길 의원이 4일 “탈당을 결심한 의원들이 (원내)교섭단체 구성 수준을 넘었다”며 비주류 추가 탈당을 예고했다. 안철수 의원이 총선 이전 더민주와의 ‘연대 불가’ 입장을 재확인한 가운데 안 의원 측에서는 친노(친노무현)·친박(친박근혜) 지역구에 ‘표적 공천’ 주장도 나왔다. 반대로 더민주에서는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새로 수혈한 인재들을 탈당파 지역구에 투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당을 떠나야겠다고 결심한 의원들 외에도 심각하게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분들이 아주 많기 때문에 (탈당) 규모는 예측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달 중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너무 길게 보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교섭단체 구성에는 20석이 필요하다. 안철수, 천정배, 박주선 의원 등 11명이 탈당했기 때문에 적어도 9명 이상 추가 탈당을 확신한다는 얘기다. 김 의원은 이날 구(舊) 민주계 탈당을 주도하고 있는 정대철 상임고문의 생일 만찬 자리에도 참석했다. ‘안철수 신당’ 합류 여부에 대해서는 “총선 승리를 위해 어떤 역할이 좋을지 주변에 여쭤 보면 조금씩 달라 더 생각해 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안 의원과는 (열에) 아홉만큼은 공감대를 이뤘다”며 일주일 정도면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표 체제가 버티는 한 (더민주와의) 통합이라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고도 말했다. 안 의원도 라디오에서 “(총선을 앞두고) 더민주와의 연대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렸기 때문에 아마 고민이 깊을 것”이라며 “신당에 참여할 분들은 3자 구도에서 당당하게 싸울 각오를 하고 들어와야 한다”며 연대 불가를 재천명했다. 안 의원 측 문병호 의원은 라디오에서 “올 총선은 친박과 친노를 심판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면서 “친박 의원, 친노 의원이 있는 지역구에는 특별한 공천을 할 생각”이라며 전면전을 선언했다. 더민주는 김 의원의 탈당을 맹비난하는 한편 전열 정비에 나섰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도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막장 정치”(추미애 최고위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분열하는 모습을 보고 통곡할 일”(전병헌 최고위원) 등 김 의원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전날 영입한 웹젠의 김병관 이사회 의장을 고향인 전북 정읍에 출마시켜 탈당한 유성엽 의원에게 맞불을 놓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더민주는 가급적 6일까지 조기 선대위 구성을 매듭지을 방침이지만 소설가 조정래 동국대 석좌교수, 김부겸 전 의원, 이용훈 전 대법원장, 박승 전 한은 총재 등이 위원장직을 고사하고 있어 인선에 난항을 겪고 있다. 비주류 탈당도 이어졌다. 전북 고창에서 4선(13~16대)을 지낸 정균환 전 의원은 이날 탈당계를 제출하고 “안철수, 천정배, 박주선 등이 함께 갈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김무성 “야권 사분오열, 국민 우습게 알고 우롱하는 행위”

    김무성 “야권 사분오열, 국민 우습게 알고 우롱하는 행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4일 최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탈당 사태와 관련 “야권이 사분오열하는 것을 국민을 우습게 알고 우롱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선을 앞두고 야권이 탈당과 분열을 밥 먹듯 하면서 정치 불신과 국정 불안정을 조장하는 후진성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야권이 말로는 ‘백년, 천년 정당’을 약속하면서 총선을 앞두고 끊임없이 사분오열하는 것은 공천권 싸움과 대선후보 쟁탈전 외에 달리 해석할 수 없다”면서 “야권의 일부 세력은 지역주의 의존 행태도 보이는데 구시대 유물인 지역주의로 얻고자 하는 게 뭔지 의도를 밝혀야 한다”고도 꼬집었다. 그는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의 창당 주체였던 안철수·김한길 전 대표를 겨냥해 “출범 당시 공동발표문에서 ‘정치가 선거 승리를 위한 거짓약속 위에 세워지면 안 된다’고 했는데 김 전 대표는 이번에 탈당하며 선거 승리를 얘기하고 안 전 대표는 정권교체를 이룰 정치세력을 만들겠다고 말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표에 대해서도 “당 대표직을 수락할 때 무기력과 분열을 버린다고 해쓴데 지금은 전직 당 대표에게 ‘나갈 테면 나가라’는 식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대표는 “정치적 이념이 같은 사람이 모인 정당에서는 나를 버리고 우리를 생각하는 ‘선당후사’가 최우선 덕목”이라면서 “국민은 탈당과 분열, 파열음을 싫어하는 만큼 새누리당은 화합과 통합을 국민께 돌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北 풍계리 새 갱도는 핵융합 무기 실험장”

    군 당국은 북한이 최근 풍계리 핵실험장에 새로 건설 중인 갱도가 2013년 3차 핵실험을 능가하는 수준의 핵융합 무기 실험을 실시하기 위한 포석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핵 관련 언급을 자제했지만 북한 핵 능력에 대한 우리 정부의 평가는 상향되고 있다. 국방부 직할부대로 화생방전을 연구하는 국군화생방사령부는 3일 ‘합동 화생방 기술 정보’라는 자료를 통해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새로 갱도를 굴착하는 것은 핵융합 무기 실험용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핵무기는 에너지가 발생하는 반응의 종류에 따라 핵분열 무기와 이보다 파괴력이 큰 핵융합 무기로 분류되지만 북한이 세 차례에 걸쳐 실시한 핵실험은 현재까지 핵분열 무기 수준으로 알려졌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2006년 1차 핵실험을 했던 동쪽 갱도와 2009년과 2013년 2·3차 핵실험을 실시했던 서쪽 갱도, 그리고 2009년부터 건설공사가 진행 중인 남쪽 갱도로 구성돼 있다. 북한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굴착한 새 갱도는 북서쪽에 있다. 사령부는 “현재까지 북한의 지하 핵실험과 개발 경과 기간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은 핵융합 무기의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북한이 수소폭탄(핵 융합무기)을 직접적으로 실험하기에는 아직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돼 올해 4차 핵실험을 실시한다면 그전 단계인 증폭 핵분열탄 실험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증폭 핵분열탄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수소폭탄 이전 단계로 핵폭탄 내부에 이중수소와 삼중수소 등을 넣어 핵분열 반응의 효율을 높인 것이다. 초기 단계의 일반 핵폭탄에 비해 위력이 2~5배 수준이다. 북한이 핵융합 무기 개발 기반을 갖췄고 이미 세 차례 핵실험을 실시했기에 이번에는 수소폭탄의 전 단계인 증폭 핵분열탄 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술 선진국들이 첫 핵실험을 실시한 이후 10여년 정도 지난 뒤 증폭 핵무기 실험과 개발을 했기 때문에 북한도 중수소 생산, 탄두 설계 등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28] “영리병원 승인, 이게 최선입니까”

    우려했던 영리병원의 빗장이 풀리고 말았다. 그것도 너무 쉽게, 너무 허술하게 자물쇠가 풀렸다. 오래 전부터 징후가 있었지만 ‘설마’ 했던 일이다. 지금까지 모든 잘못된 정책이 그랬듯이 이제 이 황당한 정책 결정의 폐해는 국가와 국민들에게 확대되고, 후대에 전가될 것이다. 지금까지 모든 잘못된 정책이 그랬 듯이 시간이 지나면 정책 결정자는 책임질 일도 없이 잊혀질 것이고, 많이 가진 자와 덜 가진 자, 그리고 가지지 못한 자 사이에서 의료 차별화의 간극만 커질 것이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부의 독점, 그리고 불평등 분배의 도식과 꼭 같이 약 10∼20%의 부유층은 이제 병원에서도 마음껏 돈의 위력을 뽐내며 “잘 된 일”이라고 흡족해 할 것이고, 거기에 들지 못한 나머지 80∼90%는 ‘우수마발’로 남아 병원에서 치료에의 희망과 위로 대신 차별과 차등의 현실을 절감하며 상업의료의 실상을 절망과 울분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잘 짜여진 것으로 평가받는 우리 나라의 공공 의료보장제도가 영리병원 도입에 따라 해체되고 훼손되면서 나타나게 될 피할 수 없는 길이다.  ●“이것이 보건복지부의 결정 맞나”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불과 며칠 전에 “영리병원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 말의 온기도 식기 전에 국내에 영리병원 설립을 승인한다는 결정이 뒤따랐다. 전후 맥락을 따져보면, 이런 돌발적 상황에는 상당한 외력이 작용했다는 혐의를 지울 수 없다. 그래서 국민들은 묻는다. “이것이 정말 의사로서 존경 받아온 정진엽 장관의 결정 맞는가”라고. 영리병원을 두고 나타날 수밖에 없는 반발과 논란에 보건복지부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제한적인 운영”이라거나 “피부과와 성형외과에 국한된 진료”라고 둘러대지만,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조차도 이 조치가 거대한 둑을 무너뜨리는 개미굴의 역할을 할 것임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그동안에도 영리병원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간단없이 나왔다. 영리병원을 도입하지 않아서 국내에서 의료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고, 의료 신기술 도입이나 개발이 안 되고 있다는 허무맹랑한 주장이 나온 곳은 엉뚱하게도 보건복지부나 의료계가 아닌 재정 관련 정부부처와 보험업계였고, 그들은 집요하게 영리병원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식해 왔다. 그들은 겉으로는 ‘창조적 의료’니 ‘의료산업화’니 하지만, 이 거대한 ‘카르텔’의 의도는 물색 모르는 의료를 ‘돈 놓고 돈 먹는’ 자본의 투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이었고, 그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순간 한국 사회에서 의료가 갖는 ‘특성화된 공공영역’으로서의 가치는 끝이다. 단언컨대, 영리병원 승인은 부유한 기득권층의 돈과 경제의 논리, 국민들의 주머니를 샅샅이 털어내려는 수탈적 논리의 귀결일 뿐이며, 국민 일반의 건강과 보건에는 치명적인 퇴행이자 퇴보일 뿐이다. 그런데, 국민 건강과 복지를 책임진 보건복지부가 보편적 의료의 대척점에 있는 영리병원을 허용했으니 국민들은 당연히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영리병원 승인이 국민들의 보건복지를 위한 책임있는 결정이 맞나”라고.  ●미국의 실패를 답습하는 영리병원 제도 적어도 우리가 완벽하게 실패한 미국식 의료보장제도의 전철을 답습하지 않으려면 미국의 의료보장제도를 그렇게 만든 요인을 간파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의료보장제도는 ‘가장 이상적으로 시작해 가장 비이상적으로 망가진’ 제도로 손꼽히는데, 그 중심에 바로 민간 보험업계의 셈법과 논리가 도사리고 있다. 미국식 의료보장제도를 ‘돈만 있으면 죽을 사람도 살고, 돈이 없으면 살 사람도 죽는’ 제도라고 규정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민이나 유학 등으로 미국에서 사는 우리 동포들이 겪는 가장 두려운 일은 몸이 아픈 것이다. 왜 그럴까. 왜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라는 미국에서 사는 사람들이 “미국에서는 절대로 몸이 아파서는 안 된다”고들 경계하는 것일까. 정답은 폭탄 수준의 의료비 때문이다. 만약 우리 국민이 미국에서 몸이 아파 병원을 찾는다면 비장한 각오를 하고 ‘돈줄’부터 챙겨야 한다. 일단 병원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된다. 먼저, 환자는 급한 김에 병원 엠뷸런스를 부르지 않은 일에 감사해야 한다. 만약 엠뷸런스를 불렀다면 뭉칫돈을 지불해야 하는 소위 병원비 계산이 이때로 앞당겨지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환자는 자신의 병증에 맞는 진료과와 의사를 찾기 위해 전담 코디네이터와 상담을 해야 한다. 물론 공짜가 아니다. 여기에서 간단하게 몇 백 달러가 날아가는 건 일도 아니다. 그런 다음 의사를 만나 문진 등 체계적인 진료가 시작된다. 다행히 이 의사가 담당하는 분야의 질환이라면 다시 조상에게 감사해야 한다. 이 의사가 환자를 살피더니 “내 분야가 아니잖아”라며 다른 진료과로 보냈다면 우리 식으로는 줄을 잘못 섰을 뿐인데, 여기에 또 몇 백 달러가 추가된다. 이렇게 치료할 의사 한 명 찾는 동안 환자가 얻은 건 아무 것도 없는데, 진료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 환자가 그 정도의 비용을 감당할 준비가 돼있다면, 확실히 미국식 진료는 체계적이어서 양질의 치료를 받을 수는 있다. 대부분의 환자는 이쯤에서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비용을 기꺼이 부담하면서 계속 치료를 받을 것인가, 아니면 병원 대신 집에서 기약없이 고통을 감당할 것인가를. 미국에 사는 우리 교민들이 가끔 한국으로 돌아와 여기 저기 아픈 곳을 몽땅 치료하고 다시 돌아가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더러는 그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이 축난다고 지적하기도 하지만, 이국에서 고통을 참아가면서 ‘질병’을 모아두었다가 한국에 들어올 때 한번에 몰아서 치료해야 하는 그 심정을 누가 알기나 할까. 젖과 꿀이 흘러넘쳐도 부족할 미국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답은 간단하다. 미국의 의료는 철저하게 사보험 의존형이고, 그 기저에 영리병원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에서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우리 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돈을 지불하면서 사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공적 건강보험의 붕괴 시나리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도 ‘잘 갖춰진’ 것으로 평가받는 우리나라 공적 의료보장제도의 근간은 국민건강보험인데, 만약에 어느 순간 이 보장제도가 무너진다면 어떻게 될까. 의문의 여지없이 이는 국민보건 체제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런데 견고한 우리의 국민건강보험 체계가 정말 붕괴되는 상황이 올 수 있을까. 상상하기 어려운 일 같지만, 영리병원 체제에서는 필연적으로 맞닥뜨릴 일이다. 절차적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현 시점에서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제시할 수 있다. 영리병원이라고 특별한 치료를 하지는 않는다. 감기 환자든, 암 환자든 치료 프로토콜은 다를 게 없다. 의사도 특별할 것이 없으며, 진료 절차도 같고, 쓰는 약도 그 약이 그 약이다. 다른 것은 대부분 의료 외적인 서비스다. 우선 ‘비싸서 좋은’ 고급 병실을 주고, 역시 비싼 주치의와 전담 간호사가 배치될 것이며, ‘비싸서 좋은’ 밥에, 모두가 환자에게 친절하고 고분고분할 것이다. 당연히 이런 진료 외적인 서비스가 비용으로 환산돼 진료비는 서민들이 충분히 놀랄만큼 비싸게 정산될 것이다. 돈만 있다면 다 좋다. 실태가 이런데 지금의 의료보장제도는 이런 영리병원의 의료비를 특별히 보장해주지 않는다. 영리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는 그게 불만이다. 그들은 “비싼 건강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는데 이게 뭐냐”고 못마땅해 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당연히 사보험으로 의료 보장성을 확대하려 할 것이고, 그런 부류에게 공적 건강보험은 거추장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이라면 사보험이 공적 건강보험의 기능과 영역을 잠식하는 건 시간 문제다. 보장성이 좋아 영리병원 진료비까지 보장하는 사보험이 빵빵한데, 공적 보험에 아까운 돈을 들이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결국 공적 건강보험에서 부유층이 이탈하는 도미노가 확대돼 지금의 건강보험은 ‘없는 사람들’이나 의지하는 속 빈 강정이 되고, 그 피해는 사보험으로 갈아탈 수 없는 일반 가입자들이 고스란히 짊어질 수밖에 없다. ‘현실성 없는 가설’이 아니라 빤히 보이는 길이다.  ●“의사들은 줄을 서시오” 의사는 한국에서 대체로 갑의 지위를 누리는 직종이다. 그러나 영리병원에서 의사는 갑보다 을에 가깝다. 장기적으로 보면 자본에 고용된 전문 기술자가 될 수밖에 없다. 설령 돈 많은 의사가 자본주로 나서 영리병원을 운영한다 하더라도 자본을 조종한다면 그는 의사가 아니라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려는 자본 운영자일 뿐이며, 그런 점에서 영리병원 체제에서 의사는 자본 앞에 도열해야 하는 피고용자에 불과하다. 정부가 승인한 제주 영리병원은 중국의 부동산 투기기업인 녹지그룹이 자본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고작 50병상의 그 병원 하나가 당장 우리의 의료 체계를 뒤흔들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중국 의료에 대한 대외적 신뢰도가 낮아 우리 환자가 당장 그곳으로 달려들지도 않을 것이다. 어쩌면 중국 환자들을 끌어들이는 부수적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작은 상징적 징후 하나가 1년 후, 10년 후에 어떤 변화를 견인할지를 예단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최소한 녹지그룹과 비슷한 조건이나 이보다 더 나은 조건을 갖춘 제2, 제3의 영리병원을 승인하지 않을 방도가 없다. 인천 송도에 외국계 병원을 유치하기 위해 정부와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던 게 불과 얼마 전 일이다. 이름표가 붙어있지 않은 게 돈이지만, 모든 돈은 ‘선한 돈’과 ‘선하지 않은 돈’으로 구분된다. 만약 악덕 투기기업이나 폭력조직이 그럴싸한 얼굴마담을 내세워 승인을 요청한다면 누가, 무슨 방법으로 그 선하지 않은 자본의 성격을 검증하며, 누가 무슨 방법으로 그 자본에 감춰진 의도를 판별할 것인가. 또 겉으로는 해외 자본의 형식을 취하지만 국내의 검은 돈이 중국 등 제3국을 경유해 우리나라에 역투자 형식으로 유입된다면 거기에서 배태될 폐해를 누가 막고, 감당할 수 있을까. 부동산 시장에서는 엄청난 윗돈이 붙은 영리병원 매각 정보가 떠돌아다닐 것이고, 영리병원을 둘러싼 투기경쟁은 의료의 본질을 심각하게 비틀어댈 게 자명하다. 돈줄에 따라 수많은 의사들이 우왕좌왕 몰려다니며 우리나라 의료인력 수급체계와 의료 전달체계의 지형을 바꾸는 심각한 교란현상이 발생할 것임을 아는 일은 오히려 초보적이다. 영리병원이 우리 사회 분열의 본질이기도 한 계층간의 갈등과 대립을 가속화하는 촉매가 되는 일도 두렵다. 적어도 지금까지 우리 국민은 의료분야에서 이런 갈등을 겪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영리병원에 의해 선보일 상업의료는 돈벌이에 단호할 것이며, 빈부와 지위를 가차없이 차등화할 것이다. 결국, 영리병원 도입의 귀결은 병원과 의료계를 ‘돈 놓고 돈 먹는 투전판’으로 만드는 일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건백년지대계’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는 와중에 터져나온 영리병원 승인 소식이 세밑 국민들의 목덜미를 파고드는 칼바람보다 더 매서운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영리병원 승인을 거둬 들이라”거나 “이 한번의 불찰로 무모한 영리병원 실험을 끝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이미 그런 쪽으로 마음을 굳혀버린 결정권자들이 다른 곳에 눈길을 줄 것 같지가 않다. 이번 조치로 국민들이 감당해야 할 상처가 너무 크고 깊을 것이기에 더욱 안타깝고 답답한 일이다. jeshim@seoul.co.kr
  • 21세기형 리더, 지역 희망 키우며 큰 꿈도 일군다

    21세기형 리더, 지역 희망 키우며 큰 꿈도 일군다

    2016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4·13 총선을 앞둔 정치의 해다. 총선이 끝나면 2017년 대선을 겨냥하는 잠룡들의 정치적 행보가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 혐오가 확산되면서 지방정부에서 ‘행정능력’을 검증받은 잠룡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남경필 경기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원희룡 제주지사가 그들이다. 서울신문은 지방정부에서 정책으로 민생을 책임지는 4명의 잠룡을 직접 인터뷰해 새해 지역의 역점 사업과 정치 구상을 들어봤다. ■박원순 서울시장 “청년수당 반드시 도입… 야권 결국 연대할 것” “새해에 서울시의 방점을 ‘민생’과 ‘일자리’에 찍겠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30일 시장 집무실에서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박 시장은 “시는 중앙정부와 달리 정책 수단의 한계는 있다”면서 “제2차 ‘일자리대장정’을 이어가면 실제 양질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야권 분열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결국에는 ‘연합’과 ‘연대’로 갈 것이라고 예견했다. 박 시장은 “분명히 야권 내부에서 구심력이 작동해서 통합과 신뢰를 향해 가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다”면서 “서울시장으로서 중심에 서기가 어려우니까 서울시정을 잘 책임지고 매진하는 모습이 가장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해 역점사업은 무엇인가. -불황으로 아무래도 민생이 가장 어려운 시기니까 민생을 잘 챙기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 경제 잘 살려내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려고 예산과 정책에 방점을 찍고 있다. 바이오의료지구인 동대문구 홍릉밸리와 은평구 서울혁신센터 등 서울 각종 R&D지구의 업그레이드, 관광과 마이스(MICE) 산업 활성화 등이 새로운 일자리 해법이 될 것이다. →‘청년수당’을 두고 중앙정부와 계속 마찰을 빚고 있다. -청년의 일자리 문제는 당파와 정당, 세대의 문제를 넘어서는 우리 사회의 가장 절박한 과제다. 청년수당은 정부가 2조 1000억원을 쓰는 청년 일자리 사업을 보완하고 보편적 복지와 다른 부분이 있는데 ‘포퓰리즘이다’라며 공격하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 사업계획을 편견 없이 분석해 보면 오히려 좋은 정책이라고 국비를 매칭해 줄 정책이다. 정부가 반대해도 반드시 시범 사업을 하겠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분을 겪고 있다. 어떻게 하면 통합의 길을 갈 수 있겠는가. -정당은 국민의 지지를 받아서 정권을 창출해야 한다. 국민의 지지는 결국 신뢰와 책임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분열과 갈등 속에서도 구심력이 작동해서 통합과 신뢰를 향해 가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한다. →안철수 의원과 전화 통화나 대화를 하는가. -탈당하기 전까지는 계속 연락을 했는데 그 이후에는 (연락)하기가 어렵다. 대화를 하지는 않고 있는데 종국적으로는 연합과 연대가 이뤄질 것이다. 국민이 바라는 바이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7년 야권 대선주자로 거론된다. -지금은 대권 도전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 시민 일자리와 청년 일자리 문제 등 민생 과제가 눈앞에 쌓여 있다. 서울시장으로서, 더민주당의 한 사람으로서 서울시장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겠다. →서울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영어에 ‘메이크 호프’(Make Hope)라는 말이 있다. ‘희망’이라는 것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공동체가 만들어 가야 한다. 지금 어둡고 힘들다고 절망하고 포기하기보다 스스로가 희망이 되어야 한다. 새해에 다 함께 희망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남경필 경기도지사 “中企 위한 매장 신설… 민간과 경제 연정 추진” 남경필 경기지사는 “새로운 정치 실험으로 경기도에 뿌리내리는 ‘연정’(聯政)을 경제 민주화와 동반성장에 기반을 둔 ‘경제 연정’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경기도 주식회사’와 ‘일자리 재단’ 구상을 밝혔다. 또 정치 연정과 경제 연정이라는 오픈 플랫폼을 기반으로 청년실업과 저성장, 양극화 등 경제와 사회문제를 풀어 가겠다고 자신했다. →새해 역점 추진사업은 무엇인가. -2016년의 화두는 정치보다는 경제다. 민간과 손잡고 ‘경제 연정’을 추진하겠다. 경기도의 예산, 우수한 공직자, 도 자산을 통해 스타트업,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경기도 주식회사’를 출범시키겠다. 판교 제로시티(제2 판교테크노밸리)를 글로벌 스타트업 시티로 만들고 유통약자인 중소기업을 위한 공공물류·유통센터도 조성하겠다. 기존 일자리 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자 ‘일자리 재단’도 신설하겠다. →‘경기도 주식회사’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경기도정의 키워드인 ‘경제 오픈 플랫폼’의 핵심 사업 중 하나다. 청년실업, 저성장, 양극화, 저출산, 정치갈등 등 시대적 과제를 풀어 가려면 오픈 플랫폼이 필요하다. ‘경기도 주식회사’는 경쟁력 있는 도내 중소기업 제품을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이다. →야당과 함께 연정(연합정치)이란 정치실험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연정의 초점은 무엇인가. -연정을 시작할 때 모두들 턱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제 대한민국의 정치구조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도 연정이 최대의 화두가 될 것이다. 경제 연정은 바로 ‘경제민주화’와 ‘동반성장’이다. →서울·성남 등이 청년수당 등 새로운 복지정책을 들고 정부와 갈등한다. -취약계층에 맞는 ‘타깃형 복지정책’으로 가야 한다. 개인의 형편에 따라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가장 어려운 사람에게 복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사회 정의에도 부합한다.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지원도 필요하다. 경기도는 중앙정부와 사전 협의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복지정책을 추진한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 주체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해법이 있다면. -보육 대란은 막아야 한다. 아이들이 희생양이 되어선 안 된다. 아이들을 볼모로 잡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도지사로서 동의할 수 없다. 대란은 막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연말에 중앙정부와 지방교육청이 참여한 공개토론을 제안한 것도 국민 앞에서 공개 토론하면서 해결 방안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대권에 도전할 의사가 있는가. -대통령은 국민과 시대가 선택한다. 도지사로서 도정에 매진하는 게 우선이다. 임기 동안 경기도를 혁신하고 도민의 삶이 편안해지는 일에 전념하겠다. 경기도를 시작으로 ‘대한민국 정치 구조 패러다임’을 혁신하는 일에 온몸을 던지겠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안희정 충남도지사 “미래 농업 살릴 것… 야권 분열 국민 원치 않아”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 29일 내포신도시 도청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선진국의 농촌과 농부가 잘살듯이 한국의 농업을 살리는 국가적 과제를 어머니의 심정으로 풀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야당의 분열에 거듭 “단결해야 한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또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고 따끔하게 말했다. 안 지사는 “정말로 당명을 바꾸지 말고 오래가는 정당, 그것이 내 소원이다”라며 ‘민주당’이란 이름에 깊은 애정을 보였다. 대권 도전에 대해 “현재를 열심히 산 사람만이 미래를 가질 수 있다”며 거리를 두었다. →새해 충남 도정의 핵심은 무엇인가. -정의가 바로 서는 사회문화 터전을 마련하겠다. 저출산·고령화와 수도권 집중에 대비하고 지역·산업·계층의 차별 없이 모두 잘사는 사회로 갈 제도와 기반시설을 갖추겠다. ‘충남 경제비전 2030’ 등 미래를 풍요롭게 할 프로젝트도 구체화하고 실천하겠다. 2015년에 가뭄으로 고통이 컸는데 새해부터 농사에 차질이 없도록 가뭄 대책도 꼼꼼히 다듬겠다. →안 지사의 핵심 사업인 ‘3농’의 취지를 다시 설명해 달라. -농업은 생명 산업이고 국가의 근간이다. 식량을 모두 수입해 먹을 수는 없다. 그러려면 농부와 농촌이 행복해야 한다. 선진국의 농부와 농촌은 잘산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 농업 살리기는 국가의 과제다. 도지사로서 국가의 과제를 풀고 있다. 정부가 농촌에 공정한 기회를 제공한다면 농부도 열심히 노력한다. 공직자가 임기 내에 실적을 내려면 청계천 복원 같은 토목공사밖에 없다. 애 키우고 살림하는 어머니가 표가 나나. 아이들이 다 장성해 환갑상을 차려낼 때서야 어머니의 공이 얼마나 큰지 안다. 그게 진짜 (지방정부의) 살림이라고 본다. →당의 분열이 심하다. 지사가 할 역할이 있지 않겠나. -당을 중심으로 단결하자는 말을 반복할 도리밖에 없다. 어렵더라도 대화와 타협을 하고, 당헌·당규에 따라서 단결을 해야 한다. 자꾸 단합하고 힘을 모아야지 서로 탓해서 뭣하겠나. 분열이나 탈당, 분당은 옳지 않다. 국민이 그걸 원하지 않는다. 현재 도지사로서 정당의 활동에 구체적으로 관여하기가 어렵다. 지켜보기가 안타깝다. →당의 진로는 어떠해야 하나. -국민은 야권의 단결과 좋은 정치를 원한다. 국민에게 지지와 사랑을 받으려면 자기 개선을 해야 한다. ‘당이 변화하자’고 주장하고, ‘당이 좀더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야권 분열로 대권 도전 시기가 빨라지지 않겠나. -지금은 도지사 일을 열심히 하기도 바쁘다. 미래는 현재를 열심히 산 사람만이 가질 수 있다. 대통령이란 지위를 개인의 욕심이나 정치적 목표로 두는 것도 반대한다. 그런 자세로 현 도지사직에 충실히 임하고 있다. 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원희룡 제주도지사 “2공항 2023년 조기 완공… 미래 세대에 희망을” “제2공항을 조기 완공하기 위해 중앙정부의 집중 투자와 도민들의 단합된 협조가 필요합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29일 도지사 집무실에서 진행된 신년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원 지사는 “제2공항은 반드시 지역주민과 도민이 개발 이익의 수혜자가 되도록 하겠다”며 “특히 오랜 기간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주민들에게 차별화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주도 집값을 잡기 위해 민간과 힘을 합해 2020년까지 연간 1만 가구씩 5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제2공항 조기 건설 가능한가. -기존 제주공항은 주말이나 관광 성수기에는 이미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다. 설계와 시공을 동시 진행하는 방식 등을 도입하면 2023년까지 완공할 수 있다. 국가 재정 투자를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2016년 상반기에 마무리하고 이듬해 공항개발기본계획을 수립, 공항개발 예정 부지를 확정할 계획이다. 2018년에는 공항개발 기본 및 실시설계를 시작해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진행할 방침이다. 중앙정부와 협의해 완공 시기를 2025년에서 2년 앞당기겠다. 도민들의 단합된 힘이 필요하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 공항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단순하게 주민 피해만 보상하는 수준이 아니라 앞으로의 생계나 생업에 대한 대책도 마련하겠다. 개발 이익에서도 지역주민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겠다. 주민의 처지에서 모든 문제를 의논하고 주민이 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 보상 문제, 소음 피해 등에 대한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주민들과 소통하겠다. →치솟는 제주도 부동산 가격 못 잡나. -이주민이 급증해 주택난이 발생한 탓이다. 2014년 기준 제주 인구수는 62만 1150명인데 현재 추세라면 2025년 제주 인구가 80만명으로 늘어나 주택 36만 가구가 필요하다. 지난해 21만 6000가구에서 14만 4000가구를 늘려야 한다. 2020년까지 민간과 공공부문에서 연간 1만 가구씩 총 5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 이 중 10% 이상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 →내년 총선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지금 대한민국은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실천하고 책임질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선거 때마다 국민은 현명한 선택을 해 왔다. 내년 총선도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주는 축제가 돼야 한다. 부정·불법 선거는 더는 발붙일 곳이 없다. 도지사로서 공무원 선거 중립 등을 엄정하게 관리해 나가겠다. →2017년 대권에 도전할 의사가 있나. -도정에 전념해도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 제주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도민과의 약속 이행이 먼저다. 먼 장래 국민이 판단할 몫이지만 큰 그릇에 큰 뜻이 담길 수 있도록 나 자신을 갈고닦아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알쏭달쏭+] 운동이 정말 노화를 지연할까?

    [알쏭달쏭+] 운동이 정말 노화를 지연할까?

    ‘젊은 사람의 피 속에 있는 단백질에는 노화된 세포를 부활시키는 힘이 있다’나 ‘매일 탄산음료를 500mL씩 마시면 흡연자 수준으로 노화가 진행된다’와 같이 노화 관련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는 이유는 많은 사람이 은연중에 ‘조금이라도 오래 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만큼 노화는 우리 인류의 가장 큰 관심사항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과학자들이 운동을 통해 세포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결과를 내놔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의 나이를 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한다. 이는 우리 나이와 생물학적인 세포 나이가 좀처럼 일치하지 않기 때문. 이런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하기 위해서 많은 과학자는 세포의 텔로미어 길이를 측정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런 측정 법이 ‘세포가 실제로 몇 살인지?’를 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세포가 얼마나 작동할 수 있는가?’를 정하므로 좋은 척도가 되는 셈이다. 여기서 텔로미어는 DNA의 양 끝에 붙어있는 작은 뚜껑과 같은 것으로, 세포 분열과 복제 시 DNA를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세포가 노화하면 텔로미어가 자연히 짧아진다. 즉 이것이 짧아질수록 ‘세포가 나이를 먹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텔로미어의 이런 단축 과정은 비만이나 흡연, 불면증, 당뇨병 등으로 빨라질 수 있다. 그런데 최신 연구를 통해 운동이 텔로미어의 단축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것이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 비슷한 연령대의 운동선수와 운동을 안 하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운동선수가 긴 텔로미어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당시 연구는 비교적 제한된 범위에서 시행된 것이었다. 그런데 최신 연구는 더 넓은 범위에서 운동과 텔로미어의 관련성을 조사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번 연구는 미국 정부가 주도로 수만 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국민건강영양조사(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 NHANES)에 축적된 방대한 자료를 사용했다. 여기에는 혈액 표본을 측정해 알아낸 ‘백혈구 텔로미어의 길이’와 설문을 통해 알아낸 ‘운동 습관’ 등이 담겨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20세부터 84세까지의 성인 6500명의 자료를 사용했는데 이들이 ‘얼마나 운동하는지’에 따라 여러 그룹으로 나눴다. 그룹화는 지난 한 달 사이에 ‘근력 운동을 했는지’ ‘걷기와 같은 적당한 운동을 했는지’ ‘달리기와 같은 활발한 운동을 했는지’ ‘직장이나 학교까지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지’라는 4가지 질문에 관한 답변을 기초로 했다. 그 결과, 운동과 텔로미어의 길이에는 명확한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앞서 나온 질문의 네 운동 중 한가지를 실천 중인 그룹은 어떤 운동도 하지 않는 그룹보다 텔로미어가 극단적으로 짧은 비율이 3% 더 적었다. 마찬가지로 두 가지 운동을 하고 있는 그룹은 24%, 세 가지를 하는 그룹은 29%, 네 가지 모두 해내고 있는 그룹은 59% 더 적었다. 즉 네 운동 모두를 하는 사람은 어떤 운동도 하지 않은 사람보다 텔로미어가 비정상적으로 짧아질 위험이 확실히 적다는 것이다. 또 이런 경향은 40세에서 65세까지의 중년층에서 더 두드러졌다고 한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사람 중에는 2009년 텔로미어의 분자 특성을 발견해 노벨상을 받은 제레미 로엔네크 박사(미국 미시시피대 소속)가 있다. 그런 로엔네크 박사와 공동으로 이번 논문을 집필한 폴 로프린지 박사(미시시피대 소속)는 이번 발견에 대해 “단순히 관련성을 발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즉, 운동으로 인해 텔로미어의 단축이 늦어지고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으며 단순히 ‘운동하고 있는 사람의 텔로미어가 긴 것만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는 운동의 ‘양’까지 조사할 수 없었으므로 ‘어느 정도의 운동량이 텔로미어 단축을 완벽하게 지연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세포에 운동이 좋은 것은 확실하다고 로프린지 박사는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전문 학술지 ‘스포츠·운동에 관한 과학·의학’(Medicine & Science in Sports & Exercise) 최근호(2015년 12월호)에 실렸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2016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그림자를 벗은 가벼움의 질주: -김지윤

    1. 속도에의 욕망과 잃어버린 것들 우리는 속도가 일상이 된 시대에 살고 있다. 내연기관의 발명과 함께 시작되었던 근대적 속도가 낯설고 경이로웠던 시절에, 속도는 삶의 영역을 끝없이 확장하여 무한한 공간을 열어주는 듯했고, 그 가능성의 마력에 매혹된 도시의 길들은 질주하는 기계들로 가득 찼다. 그러나 인간사의 모든 매혹이 그렇듯, 익숙해진 후에는 무뎌짐과 권태가 찾아든다. 이제 빠른 것들은 도처에 흔하게 넘쳐나고 현대가 ‘속도의 시대’라는 말은 진부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주는, ‘더 빠른 것’을 계속 갈구해 왔다. 급기야 ‘클릭 한 번으로 어디든 닿을 수 있는’ 빛보다 빠른 통신망을 이루어내는 데에 이르렀고, 시간과 공간의 개념은 획기적으로 변화했다. 그러나 우리는 정말로 빨라진 것일까? 사실 ‘속도’의 이면에는 사람들이 간과해 온 진실이 숨겨져 있다. 속도에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현대인들은 줄곧 커다란 대가를 치러왔다. ‘움직임’을 상실하고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스로 속도를 내는 대신, 인간들은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교통수단 안에 부동자세로 앉은 채, 혹은 컴퓨터 모니터나 핸드폰 화면에 얼굴을 묻은 채 속도에 자신을 내맡기고 있을 따름이다. 자기 자신의 움직임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어디론가 ‘가는 것’이 아니라 사실 ‘옮겨질’ 뿐이다. 스스로 속도를 내 본 사람이라면 안다. 귀청이 먹먹하게 울부짖는 바람의 저항에 맞서 속력을 높인다는 것은 자신의 전 존재를 건 아찔한 일이라는 사실을. 자신의 몸으로 속도를 내는 이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여 속도가 주는 고통과 환희의 감각을 날카롭게 느끼고 견디며, 거센 바람 소리로 현재를 가득 채운다. 반면에, 이동하는 ‘탈것’ 안에 안전하게 앉아서 닫힌 창문 밖으로 내다보기만 하는 사람들은 어떤 감각도 느낄 수 없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는 스쳐가는 모든 풍경들을 일그러지게 만든다. 밖을 내다보는 사람들은 그 일그러짐이 심하면 심할수록, 지나쳐가는 대상들이 금방 시야에서 사라질수록, 속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지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몸이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바깥 풍경과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그들은 속도의 체험으로부터 사실상 단절된다. 결국 감각할 수 없는 풍경들은 개별적 장소로서의 의미를 상실한다. 속도에 안전하게 ‘탑승’한 이들에게는 오로지 ‘빠르게 도착해야 하는 지점’만이 남아 있을 뿐이고 수많은 길목들은 소거된다. 이원의 세 번째 시집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문학과 지성사, 2007)는 바로 이런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이 시집에 수록된 시편에서 시인은 속도와 질주에 대한 끈질기고 깊은 사유를 보여 준다. 이 시집에서는 가장 큰 모티프로 ‘오토바이’가 등장한다. 얼핏 생각할 때 또 하나의 ‘속도 제조기’로 느껴지는 오토바이에는 과연 다른 교통수단들과 무언가 차이를 만드는 점이 있는 것일까. 오토바이를 타는 행위 자체가 위험에 직접 노출되어 맨몸으로 겪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오토바이는 사실 매우 모순적인 존재다. 기계의 속도를 빌려 질주하면서도 강렬한 신체적 경험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오토바이가 속도를 올리며 나아가기 위해서는 더 많이 기울어져야 하는데 그때마다 탑승자는 온몸을 함께 움직여야 한다. 또한 오토바이는 다른 ‘탈것’들과 달리 길이 아닌 데서도 달릴 수 있다. 자유롭게 길을 벗어나 오프로드를 달리기도 하고 수많은 길을 넘나들 수 있다. 그렇다면 이원 시 속 ‘가벼운 오토바이’와 그 오토바이의 질주는 다른 수많은 현대적 속도들과 구별되는 점이 있을 것이라는 예감을 가지게 된다. 1968년생인 이원 시인은 청년기에 사이버 문화를 접한 소위 ‘모니터킨트’ 1세대에 속한다. 80년대 도입되어 90년대를 풍미했던 PC통신은 사이버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정보소통의 길을 열어 보여주었다. 아날로그적 유년기와 디지털 청년기의 간극을 몸소 느낀 최초의 세대인 것이다. 필연적으로 이 두 가지 모순된 특징은 어떤 내면적 딜레마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자신을 형성해 준 유년기와 완전히 패러다임이 바뀐 청년기 사이의 간극과 자신의 이중적 정체성에 대한 인식은 시인의 시적 언어에 어떤 정신적 흔적을 남겼을까. 오토바이의 모순성은 바로 그러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겹침’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겹침의 힘으로 인해 모든 장소를 사실상 ‘무장소’로 만드는 디지털 세상의 무감각성과 획일화에 대항하여 느낌과 의미, 그리고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 우리는 거기에서 이 시대의 문학이, 그중에서도 가장 아날로그적인 장르라 할 수 있을 ‘시’가 어떤 응전력을 획득할 가능성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광속도의 디지털문명 속에 살면서 느리게 곱씹어 읽어야 하는 빈 여백투성이인 시를 쓴다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의 답에 다가갈 수도 있지 않을지. 이 글은 바로 그런 기대와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2. 파편화된 주체의 공백, ‘길 없음’과 찾을 수 없는 ‘나’ 일단 이 시집 제목의 ‘오토바이’ 앞에 붙어 있는 ‘가벼운’이라는 형용사에 눈길이 간다. 그냥 가벼운 것도 아니고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라는 것이다. 교통수단으로서의 오토바이가 ‘가볍다’는 것은 사실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요소다. 튼튼하고 무겁고 길에 잘 붙어 있을수록 안전성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가볍다고 한 것은, 오토바이를 탄다는 것에 기본적으로 내재한 불안을 증폭시키기 위한 의도가 아닐까. 이 시집의 오토바이는 너무나 가볍기 때문에 바람결에 떠다니는 가랑잎만큼이나 위태롭다. 오토바이는 금방이라도 길을 벗어날 듯 불안한 주행을 하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길 자체가 불안하기 짝이 없고, 도무지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는 길이라면 그 위기감은 최고조로 증폭된다. 이원의 시세계의 근원을 살펴보기 위해 바로 전 시집인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2001, 문학과 지성사)를 먼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시집에서 ‘길’에 대한 인식이 이미 드러나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독특한 것은 ‘길’에 사막의 이미지가 덧입혀져 있다는 점이다. 사막이라는 공간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뚜렷한 길이 없다는 것이다. 모래의 특성상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도 흔적이 남지 않기 때문에 길이 만들어질 수 없다. 사막에서 끝없이 부는 바람은 모래바람을 일으키고, 바람결에 움직이는 모래로 인해 사막은 끊임없이 다른 지형으로 변모한다.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시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속의 시적 화자는 ‘인터넷을 가볍게 따닥 클릭’하는 행위로 많은 것들을 클릭하고, ‘세계를 연속 클릭’하기까지 한다. ‘클릭 한 번에 한 세계가 무너지고 한 세계가 일어선다.’ 그리고 수많은 클릭의 맨 끝에, 화자는 결국 ‘나를 클릭한다.’ 그러나 인터넷 공간 검색 엔진 안에 ‘나에 대한 검색 결과’로 나타난 수많은 사이트 어디에도 나라는 실체는 없다. 그러나 꼭 금방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나’는 자꾸만 ‘클릭’을 한다. 나는 나를 찾아 차례대로 클릭한다 광기 영화 인도 그리고 나… 나누고 …나오는…나홀로 소송…또나(주)… 나누고 싶은 이야기…지구와 나…… 따닥 따닥 쌍봉낙타의 발굽 소리가 들린다 오아시스가 가까이 있다 계속해서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부분 검색하는 과정이 무한한 하이퍼링크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나라는 텍스트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끝없는 하이퍼텍스트를 참조해야만 한다. ‘오아시스가 가까이 있다’는 착각처럼 나를 찾으려는 욕망은 곧 실현될 것만 같지만, 점점 더 퍼져나가 무수한 파편이 되는 ‘나’를 찾아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검색어와 연관어를 따라 클릭을 거듭하다 보면 때로는 처음의 검색어와 전혀 다른 것이 되곤 한다. 찾을수록 미궁에 빠지는 것이다. 마치 계속 모래바람이 불어 지형이 바뀌는 사막처럼, 길이 계속 생명체처럼 모습을 바꾸며 혼란시키기 때문이다. 결국 길은 없다는 것, 또한 원하는 목적지에 가 닿을 아무런 방법도, 지도도 없고 어떤 검색 엔진으로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이 시의 요지다. 그러니 이 시의 제목처럼 클릭함으로써 나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 클릭할수록 나는 ‘편재’한다. 점점 더 파편화되고 실체를 찾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결국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이 아니라 존재를 결코 확인할 수 없음을 확인하는 과정이 되는 셈이다. 이원 시인의 코기토가 디지털문명의 사유를 넘어서서 존재론적 사유로 확장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에서 ‘나는 부재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제목의 시로 변주되고 있음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의 결론이 결국 ‘부재’에서 끝났다면 이 시는 부재함으로써 존재한다는 패러독스를 보여 주면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존재론적 성찰을 담는다. 모든 부재는 존재를 드러낸다. 누군가의 빈자리가 그 사람의 존재감을 오히려 도드라지게 만드는 것처럼. 그러므로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공백이 필요해진다. 주체의 자리는 스스로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비워져야 한다. ‘나는 부재한다 고로 존재한다’에서 “생기는 순간마다 제 몸을 삼키는 것이 시간이며 그러므로 매 순간 다시 삼켜야 할 제 몸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시간이며 그 시간의 몸이 바로 나이며”라는 시 구절은 이런 과정의 고통스러움을 드러내고 있다. 존재가 ‘없음’으로부터 유래한다는 것이 필연적으로 내적 불안을 동반하는 것처럼 이원 시에서의 ‘길’은 대부분 갑자기 끊기거나 모습을 바꾸는 등 ‘길 없음’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불안하고 위태로운 것으로 그려진다. 파편화된 주체의 공백이 존재를 찾으려는 욕망을 생성시키는 것처럼, 계속해서 변형되고 사라지며 다시 만들어지는 임시적이고 위태로운 길은 건너가고자 하는 욕구를 더욱 증폭시킨다. 그리고 이런 길을 건너가려면 길에 매달리고 집중해야만 한다. “내 앞까지 온 길은 거울 앞에서 접촉 불량 회로처럼 끊어졌다.” “내가 일어서자 거울 밖으로 나갈 노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녹슬고 구겨진 길들” 방금 나열한 구절들은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의 수록시 ‘모니터, 캔산소, 거울’에 언급된 ‘길’에 대한 부분들이다. 이원 시에서 길들은 대개 이렇게 위태위태하고 불길한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에서 길에 대한 그러한 인식은 더욱 심화된다. 이 시집 속에 나오는 길들은 위험을 배태하고 있는 지뢰밭과 같고, 안전하지도 완전하지도 않다. 그런데 이런 불안한, 사막과 같은 길에서 오토바이를 탄다고? 3. 휘발되는 불빛들 사이를 질주하는 오토바이 이 시집의 많은 주인공들은 오토바이를 탄다. 그들은 폭주족, 오토바이 배달부, 퀵서비스맨이다. 오토바이는 자동차 사이사이로 빠져나갈 수도 있고, 정해진 길이 아니어도 달릴 수 있다. 길이 없는 데서도 달릴 수 있다는, 바로 그 점에서 오토바이는 다른 모든 탈것들과 차별화된다. 폭주족들이 끊어진 길을 굉음을 내며 건너뛴다/ 뒤따라 달려오던 한 무리의 폭주족들은 끊어진 길 속으로 빠진다/ 끈적끈적한 괴성과 경적이 함께 묻힌다/ 봄밤이 눈물처럼 반짝이다 마른다 매몰의 시간을 잘 아는/ 길은 금방 아문다/ 시간의 만다라로 타오르며 폭주족들은/ 길을 꿀꺽꿀꺽 삼키며 달린다 하나의 길을/ 삼키는 순간 다시 두 개의 길이 생겨난다/ 휘발되지 않으려면 질주해야 한다 길과 폭주족들은 서로에게/ 로프처럼 매달린다/ 온몸이 구멍인 허공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폭주족들이 히드라처럼 꿈틀거린다 길은/ 시체와 꽃이 함께 떠다니는 갠지스 강이 된다. ‘폭주족들’ 부분 그 다음 시의 제목이 ‘영웅’이고 역시 폭주족을 다루고 있듯, 폭주하는 이 오토바이족들은 ‘영웅’들로 간주된다. 그들은 금방이라도 사라지고 끊어질 듯 위태로운 길에서 불안을 딛고 달린다. 여기서 오토바이라는 소재는 빛을 발한다. 버스든, 기차든, 비행기든 대부분의 교통수단들에게는 도로, 철로나 항로와 같이 정해지고 계산된 길 안에서 안전하게 달릴 것이 요구된다. 그러나 오토바이는 주어진 길을 벗어날 수 있다. 그들은 오프로드를 달림으로써 규정된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을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들이다. 길은 자꾸만 단절되고 사라지지만, 수동적으로 길을 상실하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길을 새로 만들어가며 필사적으로 계속 전진하려는 것이 폭주족들의 목적이다. 그래서 그들은 ‘끊어진 길을 굉음을 내며 건너뛴다’. 이 도약은 늘 성공적인 것은 아니며, 전력을 다해 내질렀던 ‘괴성’ 같은 그의 시도는 바닥으로 고꾸라져 버린다. ‘매몰의 시간’이다. 하지만 ‘길은 금방 아문다’. 폭주족들은 길 안에 매몰되어서 그 길을 삼켜버리며,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 안에서 길을 만들어 낳는다. 하지만 “하나의 길을 삼키는 순간 다시 두 개의 길이 생겨난다”라는 구절은 근본적으로 그들의 시도가 절망스럽다는 것을 표현한다. 끝없이 길을 찾으려고 하지만 길은 계속 갈라지고 갈림길들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미로가 된다. 가면 갈수록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어진다. 하지만 점점 더 미로화되면서 결국 길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텅 빈 길’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절실해진다. 그래서 “길과 폭주족들은 서로에게 로프처럼 매달린다”. 이 지점에서 폭주족은 ‘왜 질주하는가?’란 질문에 “휘발되지 않으려면 질주해야 한다”라고 대답한다. 이 시집의 다른 시 ‘주유소의 밤’에서도 비슷한 구절이 등장한다. ‘세상의 모든 차들은 휘발되는 불빛을 믿고 길을 만들고’라는 이 시의 의미심장한 구절은 휘발되는 것이 ‘불빛’임을 보여 준다. 불빛은 길을 길답게 만드는 존재다. 길이 길일 수 있는 것은, 그 길을 따라가면 어디엔가 ‘도착’하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어딘가 도달하기 위해 전진하려면 길이 그쪽으로 뻗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사막처럼 방향을 알 수 없는 곳에서, 길의 물질성이 사라진 곳에서 물리적인 길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불빛이다. 오랜 옛날부터 사막에서 길을 찾는 이들은 별빛에 의지했다. 길이 사라진 데서도 별빛은 오롯이 빛나며 길을 찾는 사람들을 인도했다. 별빛이 만드는 방향성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또 하나의 길이 된 것이다. 소위 ‘전자사막’인 도시의 밤, 어둠이 깔린 도로에서 길을 찾기 위해 필요한 것도 ‘불빛’이다. 신호등과 네온사인, 자동차 라이트 등이 만드는 불빛은 도시의 밤길을 길답게 만드는 필수 요소다. 그런데 시인은 이 불빛이 항구한 것이 아니라 ‘잠깐만 빛나는’, 즉 ‘휘발되는’ 것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꿈 역시 휘발되는 것이다. 언젠가 깨고 마는 꿈처럼 도시의 밤을 밝히는 불빛은 언젠가는 꺼지기 마련이다. 바로 여기에 질주의 이유가 있다. 휘발되어버릴 꿈, 비전을 사라지기 전에 잡아야 하므로 폭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든 길은 ‘휘발되는 불빛을 믿고 길을 만들고’ 그 길을 가는 모든 ‘탈것’들은 그 속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위태로워진다. 그래서 상당수의 폭주족들은 질주하다 ‘벽’을 만나고 결국은 ‘질주하던 몸은 날계란처럼 터지’고 만다. 그래서 ‘폭주족들’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게 끝난다. “길은 시체와 꽃이 함께 떠다니는 갠지스 강이 된다”고. 시체가 불타는 갠지스 강은 인도인들이 몸을 씻으며 기도하는 성스러운 강이다. 숭고한 구도의 마음으로 이 성스럽고 절망스러운, 찰나의 불빛을 따라 길을 만들고 또 만들면서 끝없이 전진하는 인간은 ‘영웅’이 된다. 시 ‘영웅’에서 낡은 오토바이 위의 시적화자는 ‘무서운 속도로’ ‘철가방을 싣고’ 달린다. 이 철가방은 그의 순수한 염원과 욕망을 표상한다. 그의 철가방은 ‘안팎이 똑같이 은색’이고, ‘겉과 속이 같은 단무지와 양파와 춘장’으로 상징되는 거짓되지 않은 절실한 욕망을 담고 있는 플라스틱 그릇들은 ‘불에 오그라든 자국’을 숨김없이 노출한다. ‘배달’은 곧 자신의 욕망이 어딘가에 도달함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는 시간 안에 달려가려고 애쓴다. “오토바이가 기울어도 짜장면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것/ 그것이 내 생의 중력이야/ 아니 중력을 이탈한 내 생이야”라는 구절은 이 시를 관통하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중력은 짜장면을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유지시켜주는, 말하자면 ‘현실원칙’인 셈이지만 중력을 이탈해버리면 아예 자유로워진다. ‘몸이 기운 쪽이 내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어느 쪽으로 기울든 그쪽이 중심이 된다면 짜장면이 어느 쪽으로 쏠리든 상관없다. 그래서 ‘영웅’은 “기우는 오토바이를 따라/ 길도 기울고 시간도 기울고 세상도 기울고/ 내 몸도 기울어/ 기울어진 내 몸만 믿는 나는/ 그래 절름발이야”라고 내뱉는다. 오토바이의 특징 중 하나는 강렬한 현장성이다. 달리는 행위 그 자체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오토바이는 반드시 맨몸으로 타야 한다는 조건 때문이다. 즉, 그의 온몸, 전 생을 지금 이 순간에 걸었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기우는 오토바이를 따라 길도 기울고 시간도 기울고 세상도 기울고 내 몸도 기울’게 되는 것이다. 지제크의 책 제목과 같이 ‘삐딱하게 보기’가 가능해지는 순간이다. 지제크는 이 책에서 ‘비스듬한 왜상적 응시’로만 실제 세계를 명확하게 보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실체에 도달하기 위한 ‘길’이 비정상적이기 때문에, 진실을 바라본다는 것은 정상적인 응시로는 가능한 일이 아니다. 삐딱하게 보기를 결정하는 순간 그는 세상이 규정한 ‘정상’이라는 범주에서 나와야 한다. “삐딱한 내게 생이란 말은 너무 진지하지/ 내 한쪽 다리는 너무 길거나 너무 짧지/ 그래서 재미있지/ 삐딱해서 생이지 절름발이여서 간절하지/ 길이 없어 질주하지”라고 시적화자는 말한다. 비정상의 영역, 삐딱한 시선의 세상은 진지한 현실원칙들을 위배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이 ‘삐딱함’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세상이 허용하는 가치들에서 비껴나 ‘간절’함으로 구해야 하는 것이다. 삐딱하게 보아야 볼 수 있는 저 ‘불빛’은 견고한 어둠에 가끔 생기는 균열에서 흘러 들어오는 것이며 현실세계가 아닌 저 너머의 ‘실재계’에서 오는 것이다. ‘영웅’ 폭주족은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표지판이 가리키는 곳은 모두 이곳이 아니야/ 이곳 너머야 이 시간 이후야”라고 말하면서도 그는 반짝이는 찰나의 불빛이 가리키는 희미한 저곳을 향해 폭주하여 달려가며, 자신을 땅에 붙들어 놓았던 현실원칙인 ‘중력’을 이탈하려 한다. 하지만 과연 도착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 때문에 그는 더욱 비장해진다. “이유 없이 비장해지고 싶을 때가 있어/ 생이 비장해 보이지 않는다면/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온몸이 데는 생의 열망으로 타오르겠어/ 그러나 내가 비장해지는 그 순간/ 두 개의 닳고 닳은 오토바이 바퀴는 길에게/ 파도를 만들어주지/ 길의 뼈들은 일제히 솟구쳐 오르지/ 길이 사라진 곳에서 나는/ 파도를 타고 삐딱한 내 생을 관통하지” 이 지점에 이르면 도착한다는 것은 이미 그에게 의미가 없다. 도착할 수 없음이 너무 명확하게 의심되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오직 질주이며 도약 그 자체이고, “무한한 진행”이다. ‘한 남자가 간다’에서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흔들린다 지금만 텅 빈다”라는 구절은 그래서 매우 의미심장하다. 비어 있다는 것은 채워짐을 욕망하므로 끝없는 현재로서 질주를 멈추지 않기 위해서 ‘지금’은 텅 비어야 한다. 4. 나는 것들은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다. 이원 시에서 없음, 허공의 이미지는 매우 강박적일 정도로 반복된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다시피 부재는 역설적으로 존재를 드러내며, ‘없음’이 절실해지는 것은 존재에 대한 욕망 때문이다. ‘온몸이 구멍인 허공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폭주족들’은 그 욕망에 자신을 전부 맡김으로써 폭주가 가능해졌다. 오토바이를 타고 속력을 높이다 보면, 공중의 허공으로 몸을 날리다 보면 필연적으로 가벼워진다. 속도가 줄 수 있는 쾌감은 마치 탈중력의 상태와 같은 지극한 가벼움이다. 노자는 유와 무의 관계를 통해 생명성을 강조했다. 특히 ‘무’와 ‘허’(虛)는 생명의 근원으로 해석되곤 한다. 노자는 바퀴의 가운데를 가리켜 ‘무의 쓰임’이라고 하고 바퀴는 바퀴살이 꽂혀 있는 ‘가운데의 없음’이 없다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내 한쪽 눈은 지금 감옥에 가 있다 내 몸속의 신이 깔고 누워 있던/ 죽음을 엿본 죄다 죽음과 정면으로 마주쳤던 눈은 내게서 파내졌으므로 나는 죽음을 모르므로 생의 시간으로/ 일렁인다 낯선 얼굴을 매달고 라면을 먹는다/ 낯선 얼굴도 입을 오물거린다 그 입에서도 고소한 스프 냄새가 난다/ 햇빛들이 창 속으로 빠르게 들어온다 부딪쳐 멈출 곳이 없는 둥그런 탁자는 쉴 새 없이/ 시간의 트랙을 돈다 라면은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다 ‘얼굴이 달라붙는다’ 부분 욕망은 실현되는 순간 ‘빈 곳’이 없어지기 때문에 결코 충족되지 않는 욕망이어야 끊임없는 추구가 가능하고, 영원히 지연되는 미완의 쾌락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채워짐’은 욕망의 끝이며, 곧 죽음을 의미한다. 이 시에서 화자는 ‘죽음을 엿본 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 있다. 이 시는 자연스럽게 오이디푸스를 연상시킨다. 오이디푸스의 눈이 파내진 것은, 삶을 계속하게 하기 위함이다. 진실을 알고자 하는 그의 욕망이 끝나버렸음에도 오이디푸스는 죽지 않는다. 도려낸 눈구멍의 빈자리를 드러낸 채 그는 광야에서 계속 걸어간다. 이 시에서도 시적화자는 ‘욕망을 정면으로 마주쳤던’ 눈 자체를 없애버림으로써 다시 결핍을 만들었고 그 덕분에 그는 ‘생의 시간으로 일렁인다’. ‘빈 곳’은 삶을 지속시키는 필수 요인이다. 그는 계속 살아가려고 라면을 먹는다. 삶이란 무한한 진행이므로, 그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먹는’ 장소인 ‘둥그런 탁자는 쉴 새 없이 시간의 트랙을 돈다’. 또한 상징적 의미에서 ‘라면’은 ‘먹어도 먹어도’ 끝없이 줄지 않아야만 한다. 검은 비닐봉지 하나가 허공을 난다 울음 속에서 살을/ 쏙쏙 빼먹으며 난다 활짝 열어놓은 안이 불룩하다/ 보여주지 않는 안이 팽팽하다 보이는 밖이 남김없이 검다/ 위태로워 반짝인다 공기들이 비닐봉지의 천수관음으로 붙어간다/ 비닐봉지가 잉잉거린다 바람의 안쪽이 맥박처럼 터진다 천수관음이 된 비닐봉지에/ 시간의 모서리가 닳는다 사라지는 자리가 쌉싸름하다/ 그렁그렁하다 시간이 둥글어진다 천 개의 손이 눈이/ 다 둥글어진다 둥근 것은 뜨겁다 비닐봉지가 허공을/ 오므린다 허공이 주렁주렁하다 나는 것들은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다 ‘비닐봉지가 난다’ 전문 비닐봉지는 비어 있다. 그러므로 가벼울 수 있고, ‘살을 쏙쏙 빼먹으며’ ‘맥박처럼 터진’ 등의 표현에서 보듯 생명력을 충전하며, 터질 듯 생동감 있게 허공을 마음대로 날아다닌다. 시집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에서는 시 ‘비닐봉지가 난다’와 ‘매트리스, 매트릭스’ 두 편 모두에서 비닐봉지가 등장한다. 시 ‘비닐봉지가 난다’에 나오는 것은 ‘검은’ 비닐봉지다.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어두운 색이라 ‘보이는 밖이 남김없이 검다.’ 그런데 이 시는 바로 이어서 ‘위태로워 반짝인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날아다니는 비닐봉지는 분명 위태롭다. 그리고 어두컴컴하다. 그럼에도 이 비닐봉지가 어둠 속에서도 반짝임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오직 하나, ‘활짝 열어’ 놓은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 열림, 이 균열로부터 새어 들어오는 한 줄기 불빛이 있기 때문에 이 비닐봉지에는 빛남이 존재할 수 있다. 그렇기에 완전히 어둡지 않은 것이다. 이원 시에서 유난히 많이 나오는 어둠의 이미지는 두 가지의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눈앞을 가리는 칠흑 같은 절망의 어둠- 시 ‘길’에서 ‘어둠이 길들을 천천히 멍석처럼 말아갑니다’라고 노래했듯 길을 없애고 ‘세계를 닫는’ 어둠, ‘점점 더 가파르’게 변해가는 ‘밤’으로 묘사된 그런 어둠-이기도 하고, 어떤 근원적인 것, 살아 있는 모든 것이 회귀하기를 꿈꾸는 자궁의 어둠을 말하기도 한다. 우리는 자궁에서 분리되어 이 세상에 던져진 순간, 필연적으로 분열을 겪어야 한다. 일체의 분열이 이루어지기 이전의 원초적인 나, 자궁 속의 어둠을 그리워하지만 그것은 회귀 불가능한 공간이다. 이원의 다른 시 ‘자궁으로 돌아가려 한다’는 이 ‘어둠’에 관한 어떤 처연한 광경을 보여 준다. 아기는 ‘제가 두고 온 어둠을 미끌미끌한 길을 빨아댄다.’ 아기는 ‘알몸으로 빠져나온 자궁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하다. ‘매장의 시간에 익숙한 여자의 손 안에서 아기의 머리통이 녹는다 순식간에 상한다 검어진다.’ 여기에서 ‘검어지는’ 것은 자궁의 어둠과는 다르다. 절망적이고 견고한 어둠 속에서 썩어가는 부패의 ‘검은색’이다. 이에 반해 자궁의 어둠은 어둠이되 ‘적막하고 환한 물속의 집’으로서 어둡지만 환한 곳이다. 그런데 어둠이 환하다면 과연 완전한 어둠이라 할 수 있을까? ‘어두운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아니 때로 아름다운 것은 어두운 것이다’(‘사막에서는 그림자도 장엄하다’)라는 시 구절처럼 환함과 아름다움이 남아 있기에 자궁의 어둠은 불완전해진다. 어둠이되 어딘가에 구멍이 뚫려 있는 어둠인 것이다. 자궁에는 항상 산도(産道)라는 입구가 있고 ‘열림’의 가능성을 배태하고 있기에, 언젠가 열릴 것이거나 언젠가 열렸었던 공간이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회귀할 수 없는 원초적인 시간에 머물러 있기에 절망적이다. 자궁은 여전히 열린 틈새로 ‘환한 집’을 보여 주고 있지만 돌아가거나 닿을 수는 없다. 다시 시 ‘비닐봉지가 난다’로 돌아가 보자. 이 검은 비닐봉지의 어둠은 어떤 어둠인가. 이 비닐봉지는, 어쩌면 아기를 밀어낸 후 텅 비어 있는 자궁과 같이 활짝 열려 있다. 그러나 보여 주지 않는 비닐봉지의 안은 ‘저 너머의’ 세상이기에 그 안을 제대로 볼 수는 없다. 시인은 비닐봉지가 ‘천수관음’이 된다고 말한다. 천수관음의 천수천안은 모든 이의 괴로움을 천개의 눈으로 보고, 천개의 손으로 구제하고자 하는 염원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천수관음의 세상은 지옥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고 소원을 성취시키는 유토피아 그 자체이며 현상적 규정을 초월하는 영원불멸한 ‘저 너머’이므로 ‘시간의 모서리가 닳’아서 ‘시간이 둥글어진다’. 천수관음의 ‘천개의 손이 눈이 다 둥글’어진다는 표현은 불교의 ‘일원상’(一圓相)을 연상시킨다. 우주만유의 본원이며 시작도 끝도 없는 이 ‘一圓’은 가운데가 빈 허공이기도 하다. 허공을 나는 비닐봉지는 그 자체가 공(空)인 것이다. 반면에 ‘매트리스, 매트릭스’에서의 비닐봉지는 비어 있지 않고 오렌지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무겁다. 그런데 비닐봉지를 들고 가던 여자가 순간 봉지를 놓치고 만다. 아마도 꼭꼭 묶여져 있었을 비닐봉지는 여자가 손에서 놓지 않는 현실원칙이며 생명체를 살게 하는 음식은 그 현실과 직결되는 ‘무거운 것’이다. ‘젖이 불은 유방 같은 오렌지 하나가 매트리스 앞으로 굴러간다.’ 오렌지 하나가 비닐봉지를 탈출한 것이다. 묶여져 있는 비닐봉지에서 오렌지가 나오려면, 비닐봉지는 분명 터져 버렸을 것이다. 터진 틈새로 ‘몸을 놓칠세라 그림자가 앞서간다’. 집요하게 몸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오렌지의 그림자는 나를 현실에 붙들어놓는 ‘중력’과 같은 것이다. 오렌지는 필사적으로 굴러가지만, 그림자는 오렌지를 붙들고 여자는 터진 비닐봉지의 틈새를 알아차린다. 이 균열을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봉합할 것인가. 균열을 감수한다면, ‘위태로운 반짝’임이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이 반짝임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니어서 그녀를 현실로부터 일탈하게 하여, 어쩌면 미치게 할 수 있을 어떤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광기도 위태로움도 받아들일 수 없기에 ‘헤진 그림자로 온몸을 틀어막고 주저앉아’ 멈추어 있기를 선택한다. ‘매트리스, 매트릭스’에서 시인이 직접 주석을 달아 놓은 바와 같이 매트릭스는 고어로 자궁이라는 뜻이다. 결국 매트리스로 회귀하려는 오렌지의 시도는 실패한다. 그림자를 떨쳐내지 못한 오렌지는 땅바닥을 굴러 매트리스까지 가지 못하고 ‘매트리스와 여자 사이에서 멈춰 있다.’ 시 ‘비닐봉지가 난다’의 시의 결구는 의미심장하다. ‘나는 것들은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다’는 구절이다. 날아가는, 중심을 이탈한, 가벼워진 것들에는 그림자가 필요 없다. 그러나 ‘철망 같은 제 그림자를 온몸에 뒤집어쓰고’(‘광화문에서’) 있으면 결코 가벼움을 획득할 수 없다. 그림자를 떼어내어 버리고, 온전한 ‘텅 빔’이 되어서 그림자를 벗은 가벼움이 되어 질주하는 것이 주체의 소망이다. 이 시집에서 불로 뛰어드는 불나방과 같은 시적 화자들의 질주는 영웅적이라고 간주되며, 한계를 넘어가는 위반의 극치를 보여 준다. 모든 것을 ‘무’로 돌린다는 것은 새로운 생성의 가능성을 극단적으로 증폭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모든 ‘없음’은 에너지의 새로운 분출로 다시 시작하려는 근본적인 의지를 내부에 품고 있다. 새로운 에너지를 가져다주는 창조적인 행위이며, 현 상태에 안주하지 않고 부정함으로써 탄생한 ‘공백’의 상태에서 새롭게 시작하려는 의지의 표명이다. 5. 흔들리면서 ‘저 너머를 향해’ 가기 자아의 안락과 현실에의 순응을 추구하는 쾌락원칙이 맹렬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데도, 그 너머의 금지된 희열을 향한 충동은 여전히 강하게 지속된다. 충동은 현실적인 삶이 부과한 경계 너머의 실재를 향한 욕망이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라캉은 모든 충동을 ‘죽음충동’이라 보기도 했다. 상징적이고 비유적인 죽음, ‘무’의 상태로 되돌려 공백의 상태에서 새로운 질서가 탄생할 수 있도록 만드는 창조의 의지인 것이다. 진정한 새로움은 무로부터 만들어질 수 있다. 공백은 창조의 시작이다. 탈(脫)이데올로기의 시대를 맞았던 90년대 우리 문학은 어떤 세기말적 징후로 가득해 있었다. 방향성을 잃었다는 느낌, 어떤 ‘파국’이 도래하였다는 감각은 이전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복고지향이나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으로 나타났다. 거대담론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자기 안으로 침잠했고 일종의 자폐성을 띤 2000년대 시는 1인칭의 내면 고백으로 가득 찼다. 2007년에 나온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는 혼잣말 같은 메모장과 일기장 밖 현실 세상으로 나온 존재가 새로운 시작을 꾀하려 하는 모색의 지점을 보여준다. 방향이 없는 곳에서, 길이 없는 곳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고 저 너머로 넘어가려는 이 시집의 역동성은, 끊긴 길 앞에서 멈추어 정체되어 있던 걸음을 다시 옮기게 만드는 에너지를 분출한다. 가속되는 디지털화, 인문학의 위기와 경제 불황 등으로 인해 ‘문학의 종언’이 이야기되는 시대에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더 처절하게 고민하려는 것이 2000년대 중반 이후 새로운 문학의 흐름이라 할 수 있다면, 이원의 2000년대 시집들에서도 이런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이원의 시편들의 이런 문제의식은 앞서 언급했던 시인의 ‘모니터킨트 1세대’라는 특징과도 연관시켜 생각해 볼 수 있다. 소위 한국형 ‘X세대’의 맏형 격인 세대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시대적 변화의 시점에서 성인으로의 전환기를 보낸 이들에게는 ‘완전히 새로워진’ 세계를 이해하고 인식하려고 노력했던 경험이 강렬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60년대 이후 출생한 문학인들이 90년대에 활동을 시작하며 주목받았던 것은 탈냉전에 접어들며 가치의 혼란과 부재, 문학의 위기를 논하던 90년대 한국문단에 새 흐름을 형성했기 때문이었다. 장정일, 유하의 경우와 같이 60년대 이후 출생 시인들은 소비사회, 매스컴과 테크놀로지 등 변화하는 세태에 대한 새롭고 첨예한 감각을 보여 주었다. 1968년생이며 1992년 ‘세계의 문학’ 가을호로 등단하고 96년에 첫 시집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를 출간한 이원 시인 역시 그들 중 하나였다. 그들이 유년기를 보내며 정체성을 형성해 갔던 시기는 인터넷과 디지털 문화가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시대가 아니었다. 이원 시에서 찾아볼 수 있는 기술과 소비사회에 대한 매우 예민한 반응 역시 디지털 시대에서 태어난 최근의 젊은 세대처럼 태생적인 디지털문화에서 자라나지 않은 까닭 때문일지 모른다. ‘초기 X세대’들은 디지털을 ‘학습한’ 세대이면서도, 처음으로 인터넷과 네트워크의 기본을 만들었던 세대라는 약간 이중적으로 보이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런 세대적 특성은 이원 시에도 일련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원이 전자제품과 사이버문화를 광범위하게 시의 직접 소재로 삼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고찰하는 방식은 비교적 고전적이라는 점이다. 기술을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그에게 테크놀로지는 묵직한 존재론적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기술의 혜택을 보고는 있지만 내면 깊은 곳에서 그 기술을 사용하는 자기 자신을 생경하게 바라보는 자아의 어떤 이질감 같은 것이 숨길 수 없이 드러난다. 디지털 환경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살아가고는 있지만 후천적으로 익힌 것이기에, 디지털 문화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자신의 몸처럼 편안히 여기는 최근 세대들에 비해 때때로 불편하고 낯선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그렇기에 그는 디지털 문명을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다. 세계의 변화에 대한 예민한 인식은 전망 부재의 시대에 ‘새로운 시작’을 모색하게 해주는 힘이 된다. 시를 쓰는 것은 물론 읽는 것 역시 ‘길 없음’ 속에서 계속 나아가는 일과 같지 않을까. 이원의 비유를 빌리자면 ‘가벼운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일이다. 의미에 도달한다는 것의 불가능성 속에서 간신히 앞으로, 점점 전진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2010년대에 도달하여 출간한 시집 ‘불가능한 종이의 역사’(2012) 표지 뒷면에 적혀있는 시인의 말은 뼈저리다. “넘어가지 못한다 해도 너머가 보이지 않는다 해도, 넘어가지 못하는 그곳에는 보이지 않는 너머에는, 닿아야 했다.” 시인은 ‘불가능한 종이의 역사’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의 시를 마치는 결구에서 이렇게 말한다. ‘첫 페이지는 비워둔다/ 언젠가 결핍이 필요하리라.’ 이원 시집에 등장하는 무수한 ‘오토바이를 탄 이들’은 바로 이 결핍 때문에 달린다. 그들의 목표는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어차피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목적은 달리는 것, 그 자체이고 현재를 사는 지금 이 순간, 질주와 속도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인 것이다. 불가능성 때문에 추구는 더 집요해지고, 시 ‘영웅’의 화자처럼 ‘온몸이 데는’ 것도 불사하는 경지에 이른다. 서커스에서 불타오르는 원형의 가운데를 뛰어넘는 오토바이 묘기와 같다. 이 불타는 허공으로 뛰어드는 묘기에 무슨 목적이 있겠는가? 단지 통과하는 것이 목적일 뿐이다. 삶은 지속되어야만 하는 무엇이다. 그렇기에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은 질주한다. 온몸을 걸고, 온 생이 기울어지고 흔들리면서. 목적지에 닿기 위해 정해진 길로 달리며 획일화된 ‘무장소’에서 체험을 상실하는 현대인들의 ‘속도’와 달리, ‘가벼운 오토바이’와 그 오토바이의 질주는 다른 수많은 현대적 속도들과 확실히 구분되며, 그 속성들을 거스를 수 있는 힘을 가진다. 결핍 속에서, 그 결핍을 채우려는 욕망 속에서 순간적으로 강렬해지는 삶, 그 강도 높은 삶의 기록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것, 도착하리라는 희망이 없는 상태에서도 계속 ‘보이지 않는 너머’에 닿고자 하는 것, 그것이 ‘문학’의 욕망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형편없이 미끄러지고 고꾸라지면서도 다시 또 오토바이 위에서 속력을 높이는 이원 시 속 화자들처럼, 끝없이 의미에 ‘미끄러지는’ 언어들로 계속 행간에 발을 헛디디면서도 이 미끄럽고 위태위태한 길을 속도로 넘어가 보고자 시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끝없이 맴돌기만 할 뿐 영원히 실패한다고 해도, 계속 달려간다면 길은 끊어지고 또 새롭게 만들어질 터이다. 어차피 삶은 여정 위에 있다.
  • [신년 특별좌담] 김형오 前국회의장·한덕수 前총리 ‘대한민국이 나가야 할 길’을 말하다 - 본사 이경형 주필 사회

    [신년 특별좌담] 김형오 前국회의장·한덕수 前총리 ‘대한민국이 나가야 할 길’을 말하다 - 본사 이경형 주필 사회

    2016년 새해를 맞아 서울신문은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한덕수 전 총리를 초청해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야 하나- 성찰과 비전 그리고 제언’을 주제로 31일 특별좌담을 가졌다. 김 전 의장은 현재 부산대 석좌교수로 후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한 전 총리는 주미대사와 한국무역협회장을 거쳐 (재)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 전 의장은 작년 5월 미국 스탠퍼드대와 하버드대에 ‘한국 정치와 차기 대통령 선거’를 주제로 특별 강연을 다녀왔고 한 전 총리는 파리기후협약 체결 현장에 민간 대표로 다녀왔다. 두 사람은 과거의 경력을 뛰어넘어 대한민국의 미래에 관해 조언을 하는 국내 최고의 멘토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좌담은 본사 이경형 주필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경형 주필: 2016년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야 하느냐는 주제로 두 분이 제언을 하면 좋겠습니다. 먼저 대내외 상황에 대해 전망해 주십시오. -김형오 전 의장: 대내적으로 우선 총선이 있습니다. 미국엔 대선이 있고요. 국내외 환경이 그야말로 녹록지 않습니다. 경제적으로는 성장에 대한 잠재적 기대치가 굉장히 떨어져 있습니다. 거기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성장 둔화 등으로 우리 경제의 먹구름이 쉽게 걷힐 것 같지 않습니다. 정치 분야를 필두로 모든 분야에서의 리더십이 제대로 발현되지 않는 게 우리를 답답하게 합니다. -한덕수 전 총리: 세계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라는 구름이 끼고 있습니다. 제로금리를 유지하던 미국이 지난해 말에 금리를 올렸고 일본과 유럽연합(EU)은 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 중국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 기축통화의 하나가 됐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라는 새로운 국제금융 질서를 창출하는 은행이 만들어졌습니다. 중국이 모든 세계 경제의 중요한 섹터가 됐으나 정책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입니다. 게다가 이슬람국가(IS) 문제, 테러 문제, 미·중에서 지지받는 극단주의 포퓰리즘 등이 다 겹쳐서 올해는 국제정치적, 경제적으로 굉장한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한 해가 될 겁니다. →이 주필: 지난해 김영삼 전 대통령이 타계하며 남긴 유지가 통합과 화해였습니다. 새해 우리 국민들이 지향해야 할 가치, 화두로 던질 만한 핵심 키워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김 전 의장: 좋은 말들이 깊은 자기 성찰과 실천을 담보하지 않고 입으로만 뱉다 보니 식상해 버린 느낌입니다. 통합, 얼마나 좋습니까. 하지만 하도 많이 하니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관철하는 수단적 용어로 전락해 버린 측면이 있어서 이 말을 쓰기에 주저할 때가 많습니다.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편협함을 초월하고 아우르는 포용입니다. 올해는 정치권을 필두로 사회 각 분야에서 나와 다른 생각을 포용하는 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전 총리: 의견이 다른 사람들끼리 협력하고 소통 잘하고 중도적 합의를 이뤄야 합니다. 그러려면 역시 ‘역지사지’(易地思之)가 돼야 합니다. 세계화 추세에 뒤떨어진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또 능력 없고 아픈 사람들을 전체 사회 시스템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 결국 극단이 아닌 중도로 가야 합니다. →이 주필: 19대 국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여의도 정치를 성찰하고 어떻게 하면 진정한 대의정치로 나아갈 수 있을지 말씀해 주십시오. 또 국회, 정부, 청와대의 관계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 전 의장: 디지털시대에 사회는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데, 국회는 말 그대로 회의체 기관이라 늦을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국민적 체제가 아닌 것입니다. 또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리더십이라 하면 우리는 YS(김영삼 전 대통령),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를 말하는데 그건 그 시대에 필요했던 리더십이었습니다. 민주화 시기에는 그런 영웅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국회 구성 요소들의 리더십이 총체적으로 발휘돼야 합니다. 그런데 그걸 못하고 민주주의를 제대로 발현시키지 못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정당에서 국회가 하는 모든 결정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노동개혁 입법도 헌법기관인 의원 한 명 한 명의 타협이 아니라 정당 대 정당으로 붙어서 소수 지도자 간 싸움을 하니 결론이 쉽게 나지 않은 겁니다. 정당이 국회를 이끌고 가는 비정상적 구조 탓에 일하지 않는 국회, 싸움판 국회가 된 겁니다. 여당과 청와대 관계를 보면 일종의 상하관계가 됐습니다. 여당이 맥이 없고 청와대 눈치만 보는 것처럼 보이고, 청와대가 너무 일방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안타깝습니다. 여당 내에도 정책 조율 과정에서 다원화, 다양화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청와대에 끌려가는 것처럼 된 겁니다. 국회와 청와대 관계는 헌법상 3권 분립이 보장된 관계인데 국회가 권한과 책임을 다했느냐는 반성할 여지가 있습니다. -한 전 총리: 좀더 창의적, 혁신적으로 변화를 수용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훨씬 더 앞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의 개혁 과제는 쉬운 건 대충 끝났다고 봅니다. 어려운 것만 남았습니다. 이걸 행정부 혼자 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정부와 입법부, 여기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 시민사회, 학계, 언론 등이 방향을 잡아 줘야 합니다. 최종 입법을 하는 국회에서 국민 전체 이해집단의 의견을 반영해야 합니다. 중요한 건 중간점에서 타협해야지 극단으로 가는 건 적절치 않고 열등한 정책을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중도적 입장에서 협력하려면 소통을 잘해야 합니다. 지금 국회선진화법 같은 조항이 미국은 상원에만 있지 하원에는 없습니다. 미 상원은 전국적 규모를 가진 데서 선출된 사람들로 구성돼 특정한 영향력에서 탈피해 투표를 할 수 있지만 우리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단원제인데 60% 규칙을 적용하니 중요한 결정을 못 할 수 있습니다. -김 전 의장: 제가 선진화법 주장을 가장 오랫동안 했습니다. 전에는 여당이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고 야당은 덮어놓고 반대를 했습니다. 여당은 직권상정을 하지 왜 국회의장이 우물쭈물하냐고 하고 야당은 직권상정만은 막아 달라 해서 곤욕을 치렀습니다. 그래서 미국처럼 하자고 해서 가져온 겁니다. 그러고는 제 임기 이후 논의가 됐는데, 미국은 예외적인 것에 주로 적용하는 반면 우리는 선진화법에 일반적인 사항은 다 들어가고 예산안 등만 예외로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국회선진화법 개정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주필: 현행 헌법상 대통령은 5년 단임제입니다. 4년 중임제 등 새 정치 틀을 마련할 때가 됐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개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 전 의장: 현재는 선거 주기 불일치로 매년 선거를 하다시피 하고 그러면서 공약이 남발돼 ‘정치 인플레이션’이 심해집니다. 한 명만 뽑기 때문에 불만 계층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특히 20년에 한 번 같은 해에 총선, 대선을 치르게 되는데 국가적 낭비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비전을 잃었다는 겁니다. 중장기 전망을 할 수 없는 나라가 된 겁니다. 대통령이 취임하면 비전을 제시하지만 바뀌면 그만이니 국민이 받아들이질 않고 또 관성의 법칙에 따라 레임덕이 빨리 오게 됩니다. 이건 피할 수 없는 5년 단임제의 한계입니다. 개헌은 우선 빨리 하고 적용하는 시기는 합의하에 정하면 됩니다. 그러면 새로운 헌법 체제하에서 중장기 비전을 가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한 전 총리: 사람의 행동을 결정하는 건 제도입니다. 그런 시각에서 봤을 때 잘하면 8년, 10년쯤은 갈 수 있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수가 지지하는 모든 정책이 성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신념이 있어야 합니다. 정책을 입안하고 준비하는 과정, 이후 진행하는 과정 등을 생각하면 현행 단임제로는 불가능합니다.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면 반드시 10년 정도 톱 리더의 권위를 보장해 줘야 합니다. →이 주필: 올해에 총선이, 내년에는 대선, 그다음 해에는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올 4월 총선에서 다당제 정치의 가능성이 있겠습니까. 또 대선과 관련해 바람직한 지도자의 덕목이나 리더십의 방향은 어떻게 돼야 합니까. -김 전 의장: 사회는 다양화, 다원화되는데 정치 인식은 오랜 관습인 양당제에 고정돼 있습니다. 다당제로 가야 한다는 게 시대적 추세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국회가 중앙집권적 명령 중심의 정당정치를 고치지 않으면 다당제가 된다 해도 한계가 있을 겁니다. 지금 모든 사회가 가진 핵심 문제는 한마디로 독선과 기득권입니다. 스스로 완벽하다는 착각에 기득권은 내놓지 않고, 자기를 따르면 선이고 아니면 악이라 합니다. 20대 총선에서는 그런 분열상이 더 노정될 것 같습니다. 국민들이 바라는 리더십은 2가지, 자기 희생과 실천적 비전을 제시하는 능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도자는 먼저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심청이 같은 헌신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청와대도 마찬가지로 자기는 소통하지 않으면서 자꾸 뭐라 하면 반발이 세집니다. 청와대로 오라고 해야 합니다. 야당도 독선에서 빠져 나오는 총선이 되길 바랍니다. -한 전 총리: 협력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중도적 타협이 필요하다는 데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유권자들은 현명합니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성장·번영하기 위해 리더들이 협력·타협하는 모습을 보이면 이해당사자들도 기득권을 내려놓고 협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주필: 올해 우리 외교의 역점을 어디에 두면 좋겠습니까. -한 전 총리: 세계화시대의 외교는 전방위 외교입니다. 모든 나라와 잘 지내야 합니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주요 2개국(G2)인 미·중 간 경쟁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두 나라의 요구와 관련 있는 정책을 추진할 때 서로 충돌하는 분야가 있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이들 나라에 항상 우리나라 지지 세력을 단단하게 만들어야 된다는 겁니다. 다행히 대한민국은 과거 같은 최빈국이 아니라 세계 15위 경제대국이고 세계가 필요로 하는 행동에 모두 참여하고 있습니다. 파트너가 될 여지가 있으므로 아시아 내 대국과의 경쟁 관계에 잘 대응하고 우리의 진의가 의심받지 않도록 지지 세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김 전 의장: 핵심 요소 중 하나가 중국과의 관계입니다. 우리가 지금 시점에 통일된다고 하면 중국이 원하겠습니까. 저는 원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한반도가 흡수통일이 아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바탕으로 한 통일이 되더라도 중국이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대(對)중국 외교를 강화해야 합니다. 또 오랜 한·미 동맹의 축을 무시할 순 없습니다. 그 속에서 우리와 중국이 윈윈할 수 있다는 데 대한 확신이 있지 않는 한 중국은 대한민국 중심의 통일을 원치 않을 겁니다. →이 주필: 북핵 문제는 남북 문제로만 풀 수는 없고 국제 공조로 가야 합니다. 또 대북 정책은 어느 시점에서 통일 정책과 맞닿게 됩니다. 그럼 대북 정책은 어디로 가야 합니까. 또 그 연장선에서 ‘통일 대박’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같은 구상들은 어떻게 연결되겠습니까. -김 전 의장: 저는 북한의 현실을 좀 인정했으면 합니다. 3대째 세습으로 내려오는 게 도덕·인권의 문제가 아니고 현실의 정치 체제라는 얘깁니다. 중국 덩샤오핑(鄧小平)이 말한 ‘1국 양제’처럼 한반도 내에 2개 체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들어가면 우리가 요구할 수 있는 게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북한 체제를 인정하니 북한도 우리를 자극하지 말라는 겁니다. 나아가서 북 체제가 당장 무너지지 않도록 보장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그 차원에서 낮고 높은 차원의 교류를 해야 합니다. 내부적으로 우리는 통일에 대한 준비가 너무 안 돼 있습니다. 북한의 인적 자원에 대한 분석도 안 하고 있습니다. 자원을 어찌 활용할지도 마찬가지입니다. 통일 비용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지금 당장 통일이 된다고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한 전 총리: 국제적 위치와 경제 차원에서 보면 통일 한국은 국제적 지위가 엄청 달라질 겁니다. 우선 통일이 되면 인구가 1억명이 됩니다. 현재의 산업 발전 및 기술 수준으로 봤을 때 특히 우리 대기업군이 북한에 들어가면 북한 개발에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통일 비용을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끌어내릴 수 있다고 봅니다. 세계 속의 우리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통일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에 대화, 협력하면서 신뢰를 높여야 하는데 북핵 때문에 어려운 상황입니다. 북핵은 현재로서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단계 같습니다. 우선 북한 지역 나무 심기, 주민 보건 및 건강 지원, 농업 지원 등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합니다. 신뢰를 회복하면서 핵 문제는 국제적으로 6자회담 같은 다자적 체제로 풀어 나가야 합니다. →이 주필: 올해 경제 상황에 어려움이 예견되는데 정부,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합니까. -한 전 총리: 기업들을 보면 정말 눈물 날 정도로 열심히 합니다. 그러나 기업 역시 정부의 규제와 인센티브 등 제도에 반응하며 활동합니다. 그래서 그런 걸 제대로 만들어 줘야 합니다. 현재로서는 불확실성이 커지는 데 대해 기업들이 스스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유를 주는 게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또 기업들이 장기적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정부, 기업, 학계가 모여 분명하고도 투명한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우리의 경제 위기 관리 능력은 옛날보다는 엄청 향상됐습니다. 외환 보유고나 부채 비율 등을 모두 고려해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올린 것입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게 정치권, 기업, 정부가 협력하고 특히 정부는 장기적 대안을 준비해야 합니다. -김 전 의장: 경제의 축인 정부·가계·기업 중 가계는 부채가 1000조원을 넘었고 정부도 부채 비율이 40%로 여력이 없습니다. 여력이 있다면 사내 유보금이 800조~900조원에 달하는 기업뿐입니다. 박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규제 완화를 말했지만 흐지부지됐습니다. 보통 임기 말이 되면 규제는 더 커집니다. 지난해 면세점 허가 취소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을 하기도 합니다. 하루아침에 몇 천명의 실직자를 쏟아내고 누구도 눈 깜짝하지 않습니다. 이런 걸 뜯어고치는 한 해가 되면 그나마 한국 경제가 나아지지 않겠습니까. 정부는 기업이 스스로 중장기 전망을 세울 수 있도록 뒷바라지해야 합니다. 전처럼 끌어가려 하면 안 됩니다. →이 주필: 한국 사회의 빈부 격차 등이 더 심해지는 것으로 나옵니다. 성장과 분배의 균형, 시장경제와 정부 규제를 어느 선에서 실시할 것인가가 문제입니다. 한국의 경제 발전 수준에서 그 눈금을 어디에 둬야 합니까. -한 전 총리: 성장과 분배는 배치되는 개념이 아닙니다. 분배에 있어 성장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한쪽에서는 성장의 파이가 커지는 작업이 진행돼야 하고, 다른 쪽에서는 거기서 탈락하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정책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성장 쪽에서는 기업에 창의, 혁신이 일어나게 하고 분배는 정부가 주도해야만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시장을 왜곡시키지 않는 분배를 해야 합니다. 단적으로 힘든 사람이 있으면 소득을 이전해 줘야 합니다. 유류세나 전기세를 깎아 주는 방식은 문제가 생깁니다. 아울러 재정이 풍부하면 보편적 복지를 하겠지만 아니라면 타기팅을 잘해야 합니다. 복지는 진짜 힘든 사람에게 가도록 해야 합니다. -김 전 의장: 우리는 노동자들의 노동 시간은 많으면서 노동 생산성은 떨어집니다. 물론 일부겠지만 ‘귀족 노동자’라고도 하는데 임금 격차가 심해 갈등이 생깁니다. 청년 실업도 세대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지 않습니까. 체감 실업률은 더 높습니다. 지금은 직장의 개념이 바뀌어야 하는데 아직도 산업시대 논리에 젖어 있습니다. 전에는 하루 8시간에 야근까지 12시간을 일해야 했지만 사실 앉아만 있지 일을 하는 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직장 개념이 바뀌어 투잡, 스리잡 개념이 돼야 합니다. 그러려면 세제도 바뀌어야 합니다. 그것에 대해 정부가 앞장서야 갈등 구조가 줄지 않겠습니까. →이 주필: 끝으로 박 대통령의 국가 경영에 대한 평가와 제언 그리고 2030년, 2050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고언을 부탁드립니다. -김 전 의장: 박 대통령 임기가 2년 가까이 남았지만 왜 역대 대통령들이 밝은 얼굴로 청와대를 떠나지 못했는가에 대해 깊은 통찰을 하길 바랍니다. 5년 내 이룰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선거 때 본인은 국가와 결혼했다고 했습니다. 의욕이 넘치는 것이었는데, 이후 국가적 어젠다가 너무 자주 바뀌었습니다. 경제민주화, 지금은 사라졌지 않습니까. 창조경제도 가시적 성과를 못 봤습니다. 이를 받쳐주는 각료나 사회적 시스템이 안 돼 있다는 겁니다. 박 대통령이 가진 장점이 많으니 하나만 남기겠다는 자세로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그중 하나를 권하자면 공권력이 바로 서는, 노골적으로 말하면 시위대에 얻어맞는 경찰이 더는 안 나오게 하는 것만이라도 해놓으면 평가받을 수 있을 겁니다.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있습니다. 최고의 정치는 물과 같은 겁니다. 물은 모든 것을 이롭게 하지만 싸우지 않고 사람들이 가기 싫어하는 더러운 곳에 머물기를 좋아합니다. 정치는 헌신을 요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말하자면 이제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초연결 시대입니다. 몇 초면 대화할 수 있는데 국회라는 대의 정치의 꽃은 논의가 몇 달씩 걸립니다. 미래학자들이 없어질 직업을 말할 때 국회의원이 빠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직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많습니다. 그 일을 하기 위해 정치인들이 좀더 빨리 소통하는 일을 해 주길 바랍니다. →이 주필: 한 전 총리께는 국가 경영 제언과 함께 파리기후협약의 의미를 포함해 미래 준비에 관한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한 전 총리: 박근혜 정부가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게 규제 개혁입니다. 규제 개혁은 깨끗한 정부를 만드는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국회에서의 개혁이 중요하지만 법률에 의거하지 않은 행정부 규제도 많습니다. 앞으로 행정부 규제 개혁에 꼭 성공해서 우리 경제가 제대로 갈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주면 좋겠습니다. 또 2030년, 2050년은 기후변화 문제에서는 하나의 기점이 됩니다. 2050년이면 전 지구에 탄산가스 배출량과 나무 및 바다의 탄산가스 흡수량이 같아야 합니다. 기후변화 대응은 전 세계의 협력 정신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기후변화를 우리 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우리 미래 세대가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지 못하면 국민 경제, 세계 경제도 없습니다. 젊은 세대들이 국내 경쟁만 보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기업도, 공무원도, 노동조합도, 근로자들도 모두 세계와 경쟁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젊은 세대들도 세계로 나간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리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김형오 전 국회의장 ▲1947년 경남 고성 ▲경남고, 서울대 외교학과, 경남대 정치학 박사 ▲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 ▲5선 국회의원 ▲한나라당 원내대표 ▲제18대 국회 전반기 의장 ▲부산대 사회과학연구원 석좌교수 ■한덕수 전 국무총리 ▲1949년 전북 전주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美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행시8기 ▲특허청장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 ▲경제부총리 ▲국무총리 ▲주미대사 ▲한국무역협회장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 [손성진 칼럼] 아듀, 2015

    [손성진 칼럼] 아듀, 2015

    주야장천(晝夜長川) 이어지는 싸움질을 보자니 가슴이 터질 지경이었다. 정치인들 이야기다. 뭐 하나라도 풀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치고 박기만 하고 있으니 앞이 캄캄하다. 국회만 본다면 천하무도(天下無道·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행해지지 않음)의 난국이다. ‘헬조선’이니 ‘둠조선’이니 하는 은어들이 판을 쳐도 적어도 정치인들만은 나무랄 자격이 없다. 선진국들도 제로 성장,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판국이니 3%도 되지 않는 성장을 해도 자족해야 할 것인가. 외환위기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탄식도 한두 번 들은 게 아닌 올해였다. 국회 때문에 이 모양이라고, 그래서 삼권분립 민주국가에서 대통령이 국회를 맹비난해도 반박할 수 없는 게 당연지사로 여겨진다. 참 힘들었던 2015년이 간다. 지겨우니 어서 가라고 손짓들마저 하는 것 같다. 세월호 후유증이 가시기도 전에 메르스가 덮쳐서 온 국민이 시름시름 앓는 듯했던 시간이었다. 뇌물 파동은 올해도 비켜가지 못해 국정의 2인자가 쫓겨나서 수사를 받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처음으로 기업 매출이 감소한, 일찍이 없던 경제적 사건도 있었고 ‘무역 한국’의 명성과 걸맞지 않은 수출의 감소도 우리에겐 적잖은 충격이었다. 그런 와중에 ‘먹고사는 데는 쓸모없는’ 이념 대립은 극에 이르러 역사 교과서 국정화라는 먹잇감을 놓고 아귀다툼을 했다. 어느 재벌의 상속 다툼도 토악질을 나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최선을 다 하는데 여건이 받쳐 주지 않는다면 도리가 없지 않으냐는 것을 무책임하다 할 수만도 없다. 어떤 것은 고질적인 ‘한국병’ 탓이라지만 어떤 것은 외인(外因)에 책임을 돌릴 수 있으니 한탄만 하는 것은 바른 태도가 아닐 것이다. 다만 여건이 어떻든 오늘도 내일도 최선을 다해야 하고 거기서 희망의 싹이 틀 수 있다. 수십 년 전 주린 배를 쥐고도 웃을 수 있었던 것은 희망을 품고 살았기 때문이다. 오늘 힘들다고 희망마저 버린다면 우리에게 장래는 없다. 어렵다, 어렵다 하면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새해에는 긍정적으로 살자. 희망이 그 바탕이 되어야 한다. 중국의 사상가 양계초는 위험을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첫째 힘은 희망이라고 했다. 희망은 더 나은 미래를 예상하고 기대하는 마음이라고도 했다. 이 시간에도 골방에 틀어박혀 절망에 빠진 젊은이들이 있다. 끼니 걱정을 하며 비탄에 잠긴 독거노인들도 있다. 그러나 절망과 비탄만으론 현실을 이겨 낼 수 없다. 행복은 저절로 오는 게 아니다. 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맞겠다는 밝은 마음과, 그와 더불어 힘든 상황을 어떻게든 타개하겠다는 노력을 병행할 때 비로소 행복은 우리 곁에 다가온다. 새해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한다. 어려울수록 뭉쳐야 한다. 어려운 이웃을 돌볼 줄 알아야 한다. 혼자 잘살겠다고 해서 잘살 수 있는 게 세상은 아니다. 경기도 군포의 77세 허위덕 할머니를 반의반만 본받아도 사회는 훨씬 더 따뜻해질 터이다. 20년이란 세월에 김밥을 팔아 한 푼 두 푼 모은 1억원을 선뜻 내놓는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우리는 전진과 퇴보의 갈림길에 서 있다. 자칫하면 지금까지 힘들게 쌓아 올린 공든 탑이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 우리 경제의 근간은 괜찮다 해도 세계경제의 침체 여파가 도미노처럼 우리에게 들이닥칠 수도 있다. 그런 고난을 이겨 내지 못한다면 선진국 진입 또한 요원하다. 분열, 갈등, 폭력, 대립, 투쟁은 영원히 추방하자. 그 대신 통합, 화해, 대화, 평화, 상생 같은 단어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도록 하자. ‘헬조선’은 더 입에 올리지 말고 ‘천국 한국’이라는 말이 유행하도록 해야 한다. 싫어서 떠나는 한국보다는 살기 좋아 오겠다는 한국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아듀, 2015. 회한이 남는 한 해였다. 아쉬움은 늘 따르기 마련이다. 그래도 하루가 지나면 새해, 새 아침이 찾아오지 않는가. 그러기에 희망의 끈은 이어진다. 부족한 것은 채우고 잘못한 것은 고치면 될 일이다. 다시 희망을 노래하자. sonsj@seoul.co.kr
  • “갈등 씻고 평화의 길 열 지혜 모아야”

    “갈등 씻고 평화의 길 열 지혜 모아야”

    ‘갈등과 분열을 씻고 화합과 상생의 한 해를.’ 종교계 수장들이 2016년 병신년을 앞두고 신년사를 일제히 발표했다. 종교 지도자들은 새해 많은 갈등이 예상된다며 지혜를 모아 평화의 길을 열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소외된 이웃 돌보는 공동체 되기를 ●천주교 염수정 추기경(서울대교구장) 올 한 해도 여러 가지의 어려움이 있겠지만 자비로운 하느님 안에서 희망을 지녀야 한다. 희망은 믿음에서 비롯된다. 우리 사회가 더 정직해지고 믿음과 신뢰가 흘러넘치는 공동체가 돼야 하겠다.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더 잘 돌보며 사랑하는 삶을 살아야 하겠다. 북녘 동포들에게도 하느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기를 기도드린다. 어려움 극복하는 역사적 한 해 기원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 영특함으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원숭이의 기운을 받아 국민 여러분께 웃음과 희망이 가득하기를 바란다. 1236년 병신년에 어려운 국난을 극복하고 국민 통합을 위해 팔만대장경 불사를 시작했던 것처럼 2016년도 어려움을 극복하는 역사적인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새롭게 선출되는 지도자들은 미래를 향한 지혜를 모아 제시하고, 국민들이 여기에 공감할 때 모두가 상생과 평화의 길을 열어 갈 수 있다. 화해의 시대 열어 통일 기초 마련해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이영훈 대표회장 과거의 반목과 갈등, 불화와 분열을 넘어 화목과 화합, 연합과 일치를 위해 도약할 때다. 화해, 일치, 연합의 시대를 열어 갈 때 남북 통일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다. 화목은 남을 위해 나를 희생할 때 가능하다. 남을 함부로 비판하지 말고 배려하고 양보하며,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마음을 가지면 화합은 꽃피게 될 것이다. 사랑의 삶을 사는 2016년이 되기를 기도한다. 차이를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영주 총무 민족의 화해와 평화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는 계기가 만들어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갈등은 화해로, 반목은 화목으로, 증오는 이해로 바뀌어 가기를 희망한다. 사람이 먼저 보이는 세상이기를 바란다. 민족의 차이, 피부색의 차이, 이념의 차이, 취향의 차이를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기를 기원한다. 국가에 관심 갖고 건강한 사회 이뤄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유경석 한국회장 새해, 가정연합은 실천 신앙의 전통 위에 창시자이신 문선명 총재 탄신 100년이 되는 2020년을 향해 ‘희망 4년 노정’의 역사적 출발을 하고자 한다. ‘희망 4년’을 향한 가정연합의 모토는 국민 종교로의 성숙이다. 애천(愛天)·애인(愛人)·애국(愛國) 이념에 따라 국가적 의제에 관심을 갖고 모든 역량을 투입해 건강한 가정과 사회를 이루는 데 기여하겠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열린세상] 우리의 소원은 통일?/장영철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열린세상] 우리의 소원은 통일?/장영철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우리나라가 1945년 분단된 이래 남북한이 공동으로 아리랑 못지않게 즐겨 부르는 노래는 아마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일 것이다. 통일에 대한 국민적 여망을 담은 이 노래가 북한에 전파된 이후 남북한 사람들이 만나는 모임에서뿐만 아니라 북한 사람들만의 모임에서도 애창되는 단골 메뉴가 되면서 그야말로 국민 노래로 승격된 느낌이다. 이 노래가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은 분단된 지 벌써 70년이 넘었지만 역사적, 문화적으로 단일민족이라는 의식이 확고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이면서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분단을 극복한다면 우리뿐만 아니라 분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지구촌에 평화의 기운을 가져오는 일대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다. 그러나 통일은 아직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라는 가사처럼 꿈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같은 분단국이었던 독일은 비록 이러한 노래는 없었지만 통일을 이룬 지 벌써 20년이 넘었고 이제는 통일 초기의 혼란을 극복해 유럽의 대국, 나아가 세계 대국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하게 다졌다. 한반도의 통일을 염원하는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과정을 부러운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독일 사람들은 통일이 갑자기 찾아왔다고 하지만, 그래도 기회가 왔을 때 홈런을 친 것 아닌가. 독일 통일처럼 천재일우의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 역량을 구축해 놓아야 한다. 마침 독일의 앞선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것도 무척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선조가 한반도에 정착하면서부터 대륙을 활보하던 기상은 점차 사라진 것 같다. 국제정세의 변화에 대한 전략적 대응보다는 반도라는 좁은 무대에서 내부 정치에 몰두한 결과 수많은 외세의 침입에 대처하지 못했고, 결국 식민지로 전락했다. 해방 후 아직도 그 후유증을 완전히 치유하지 못하고 있다. 남한은 대륙과의 연결 통로가 단절되면서 사실상 고립무원의 섬나라 처지가 됐다. 다행히 단기간에 극복하고 경제대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수출입국의 기치를 내건 선견지명의 정책이 있었고, 묻혀 있던 기마민족의 기질이 살아나면서 바다를 건너 전 세계로 뛸 수 있었던 덕택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북한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전락했다. 남북한 간 소득격차가 너무 커져 통일 부담의 확대를 우려해 통일에 유보적인 자세를 갖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러나 독일의 예로 볼 때 통일의 편익이 부담을 훨씬 능가할 것이다. 최근 우리 경제는 오랫동안 유지해 오던 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새로운 투자나 산업 창출이 지연되는 등 활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제2의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에서 남북 통일이 획기적인 계기가 됨은 분명하다. 통일한국이 대륙과 해양세력의 접점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면서 우리의 지정학적인 이점을 살리는 막대한 투자가 활성화되면 우리 경제는 새로운 장을 맞게 된다. 더구나 북한 지역의 경제개발로 그동안 억제됐던 출산율이 올라가면 남북한 인구 규모는 현재의 8000만명보다 훨씬 많아지고, 인근 지역에 대한 흡인력까지 고려한다면 내수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될 것이다. 내수활성화를 통해 경제의 체질을 바꾸고 새로운 산업을 창출해 재도약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면 서민층의 삶도 회복되는 희망이 생길 것이다. 최근 북한의 시장경제가 점차 활성화되면서 경제가 다소 나아지고 있다고 한다. 북한의 경제 발전은 주민들의 생활 향상은 물론이고 차후 통일 비용도 절감시키는 효과가 있다. 통일의 기운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현시점에서 통일 이후 취해야 할 구체적인 과제들을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 경제적, 군사적 측면도 중요하지만 오랫동안 단절돼 다른 정치체제에 살던 사람들이 자칫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 차제에 우리 내부의 분열상도 통일해 나가는 진정한 통합적 리더십이 발휘돼야 할 것이다. 새해에는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라는 가사처럼 통일의 꿈이 현실로 나타나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사설] 야권 분열 민생외면으로 이어지지 말아야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더불어민주당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새 이름이 제1야당의 간판으로 합당한지는 각자가 판단하면 될 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은 입에 잘 붙지 않는 더불어민주당 쪽에서는 작명(作名) 원리를 공들여 설명하고는 있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과 연합하면서 민주당이라는 이름을 버렸던 새정치연합이 탈당한 그의 흔적을 서둘러 지우고자 이벤트가 필요했다는 것은 짐작을 하고도 남는다. 그럴수록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야권 통합이 필수적이라고 지지자들이 입을 모으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지도부가 분열에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지지자들조차 답답할 지경이면 국민의 답답함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야권이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걸으면서 민생 현안을 뇌리에서 지워 버린 것은 벌써 오래전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침체에 빠진 경제를 사전 구조조정하지 않으면 국가 전체적으로 큰 위기에 빠지게 되고 대량 실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의 처리를 간곡히 당부한 것도 보름에 가깝다. 뿐만 아니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발전기본법과 북한인권법, 테러방지법, 노동개혁 5법 등 민생 현안이 올해 안에 국회에서 처리되는 것은 사실상 난망이다. 대의 정치의 본질은 편안하고 풍요로운 삶을 염원하는 유권자의 소박한 희망을 국회의 법안 제·개정에 반영하고, 그 결과를 다시 표로 심판받는 것이다. 이런 정치 활동이 꾸준히 국민의 지지를 받을 때 정권도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야권 모습에서 이런 정치의 기본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한마디로 야권은 지금 본업을 팽개치고 부업에만 매달리고 있는 꼴이다. 더불어민주당이든, 안철수 신당이든 기본적 의무인 민생을 외면하면서 지지를 요구하는 것은 오만이다. 옛 새정치민주연합은 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천정배 신당, 박주선 신당으로 이합집산하고 있다. 탈당하는 의원이 잇따르고 있고,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는 경쟁도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그렇다고 한 사람 한 사람이 독립적인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이 입법이라는 기본 책무를 남의 일인 양 외면하고 있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이른바 쟁점 현안의 처리를 대책 없이 막고 있는 더불어민주당도 무책임하지만, 안철수 신당 등이 쟁점 현안에 달다 쓰다 아무런 판단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이라도 상궤(常軌)로 돌아오기를 바랄 뿐이다.
  • 분열 지속… 분당驛으로 달리는 野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28일 탈당을 고려하는 인사들과 관련, “당의 혼란을 조기에 끝내기 위해 조속히 입장을 정리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카드’를 손에 쥐고 탈당파 인사들에게 최후통첩을 날린 사이 비주류 의원들의 탈당 러시는 다시 시작됐다. 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탈당을 언급하고 있는 분들도 이제 그 뜻을 거둬 주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제 거취는 제가 정한다. 결단도 저의 몫”이라며 일각의 사퇴 요구에 대한 거부 의사도 분명히 했다. 문 대표는 “혁신 선대위에 관해서는 그 시기와 방법, 인선, 권한 등에 관해 최고위에서 책임 있게 논의하겠다”며 조기 선대위 구성 중재안으로 국면을 전환할 뜻도 나타냈다. 문 대표는 비공개회의에서 최고위원들에게 올해 마지막 최고위원회의가 열리는 30일까지 “선대위 구성에 대한 구상을 해 오라”고 부탁했다. 내년이 시작되는 동시에 총선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하지만 이날 의원총회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은 “중재안은 최고위에서 승인 의결된 바 없다”고 밝히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조기 선대위로 가자는 주장 이면에는 본인들이 선대위에 참여해 공천권을 행사하려는 꼼수가 있는 것 같다”고 주장해 당 지도부 사이에 선대위 중재안에 대한 이견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드러냈다. 문 대표가 ‘선대위 카드’로 정면 돌파 의지를 밝힌 사이 김한길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은 이날 순차적으로 탈당했다. 천정배 신당 합류가 유력한 권은희 의원은 이날 오전 팩스를 통해 광주시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권 의원 탈당으로 광주 지역 국회의원 8명 가운데 새정치연합은 3명으로 줄었다. 최재천 의원은 “19대 국회를 마지막으로 현실정치를 떠나고자 한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기소·유죄판결 때문에 불출마하거나 기존 불출마 의사를 재확인한 경우 등은 있었지만 야권에서 총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한 것은 최 의원이 처음이다. 최 의원은 향후 계획에 대해 “정치적 다원주의를 기반으로 헌법상 새로운 정당질서를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9일에는 권노갑 고문 등이 당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져 광주→김한길계→동교동계 등으로 탈당 러시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안철수 의원과 가까운 윤장현 광주시장도 지역 기자회견에서 “변화의 흐름을 잘 지켜보고 때를 놓치지 않고 판단하도록 하겠다”며 탈당을 시사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경찰, 위안부 문제 합의에 불만품고 주한일본대사관에 오물 투기 협박 전화한 30대 불구속 입건

     광주 광산경찰서는 28일 주한 일본대사관 직원에게 오물을 투기하겠다고 협박전화를 한 혐의(협박)로 강모(33)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강씨는 이날 오후 2시 45분쯤 광주 광산구 도산동의 한 아파트에서 자신의 휴대 전화로 주한 일본대사관 직원 A(47·여)씨에게 전화를 걸어 대사관에 오물을 투기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씨는 이날 한일 외교장관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합의한 결과에 불만을 품고 이런 일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강씨는 “위안부 협상 뉴스를 보고 화가 났다”라며 “일본대사관으로 전화를 연결해 오물을 투기하겠다고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대사관 등에 남겨진 강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추적해 주소지를 특정한 뒤 자택에 있던 강씨를 검거했다. 강씨는 광주의 한 요양병원에서 정신 분열 증세로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최동호 새벽을 열며] 분열의 정치인, 통합의 정치가

    [최동호 새벽을 열며] 분열의 정치인, 통합의 정치가

    현재 우리가 당면한 정치적 상황은 국정의 난맥이다. 중요 입법은 정지되어 있다. 이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말할 필요도 없이 정치인에게 있다. 야당은 분열되고 여당은 계파로 충돌하며, 정부는 국회를 향해 입법을 하라고 하지만 소통의 벽은 높다. 이런 정치적 상황을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치인들은 거의 관심이 없다. 국회의원들은 오로지 내년도 총선 준비에 바쁜 나날을 보내는 것 같다. 국민들의 마음을 속 시원히 풀어줄 정치인이 없을까 하고 돌이켜 볼 즈음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작고했다. 국민적 관심은 한곳으로 모였고 퇴임 후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이었던 그의 업적은 대대적으로 재평가되었다. 그는 온몸으로 군부 독재와 싸우면서 민주화를 이루어낸 거인으로 부각되었다. 1983년 그의 단식 투쟁은 억압에 시달리던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마침내 정국을 전환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산업화 시대를 넘어서는 민주화를 성취한 정치가로서 그의 업적은 20세기 후반 한국의 정치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그의 절규는 국민들의 가슴 깊이 새겨진 명언이었다. 또한 그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화두를 던지고 당의 통합을 주도하여 마침내 대통령이 되었고, 군부 세력이 정치의 전면에 나서는 일을 근절시켜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물론 그에게도 약점은 많다. 임기 말에 IMF 사태를 불러왔다든가 친·인척 비리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던 것은 그의 오점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분열과 정쟁을 일삼는 오늘의 정치인과는 판연히 구별되는 정치가이다. 임종 직전 그는 마지막 명언을 남겼다. ‘통합과 화합’이라는 두 말로 집약된 그의 유언은 오늘의 정치적 상황을 누구보다도 통렬하게 꿰뚫는 명언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분열과 지리멸렬에서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작금의 상황에서 통합의 정치인이야말로 오늘날 국민적 답답증을 풀어주고 나라를 이끌어 가는 새로운 지도자가 될 것이다. 분열의 정치인은 국민적 관심을 호도하여 자신의 인기를 높이는 데는 민감하지만 정작 국민이 원하는 국가발전은 안중에도 없다. 그들은 항상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한다고 떠들지만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안위를 돌보는 데 우선하지 국민의 고통과 국가의 미래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 본연의 임무인 국정감사는 제대로 하지 않고 호통이나 치고 있다가 막판에 예산을 졸속 처리하면서 정작 뒷전에서는 지역구 예산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는데 이는 그들의 진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분열의 정치인들이 골몰하는 것은 지역구 표 계산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공천될 것인가 여부이다. 그들에게는 국가 목표나 미래의 국가 전략은 관심 밖의 일이다. 당장 오늘의 당락이 더 중요하고 이를 위한 이합집산은 전혀 생각지 않는다. 그런 분파적 이야기들은 머지않아 유권자들의 머리에서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면피용 사과나 한번 하면 끝날 일을 가지고 그렇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정말 우리를 화나게 하는 것은 그러한 정치인들을 국민들이 매번 선출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그들은 정쟁을 통해 양심적인 정치인들을 도태시키고 이합집산의 명수들을 다시 선출하도록 만드는 고도의 조직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 우리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정치 생명을 던질 수 있는 통합의 정치가이다. 권모술수의 탈을 쓴 정치인들이 다시 국회에 진출한다면 국민들은 그들의 볼모가 되어 울분의 세월을 보내야 한다. 김 전 대통령의 죽음을 애도한 많은 국민들은 그를 대통합의 정치로 민주주의를 확립시킨 정치가로 기억할 것이다. 그가 우리에게 보여준 감동과 희망의 정치가 펼쳐져야 한다.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현재의 정치적 혼돈을 슬기롭게 돌파해야 한다. 내년도 총선에서 온 국민이 투철한 눈으로 대통합의 정치가를 탄생시키는 축복의 해를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경남대 석좌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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