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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민주 토론회서 ‘호남 참패’ 원인 분석… “김종인 책임론”

    더민주 토론회서 ‘호남 참패’ 원인 분석… “김종인 책임론”

    더불어민주당이 28일 ‘호남 총선 평가 성찰과 대안’을 열고 지난 4·13 총선 결과에 대해 분석했다. 그러나 이 자리는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더민주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과 강기정·홍종학 의원의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는 더민주가 20대 총선에서 호남 의석 겨우 3석을 얻는 참패를 당한 것에 대한 진단이 이뤄졌다. 문 전 대표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지만 김종인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주를 이뤘다. 발제자로 나선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호남 참패의 원인으로 무기력한 선대위와 김종인 위원장의 독선, 공천 참사에 따른 공조직 분열, 비례대표 파문, 광주 북갑에서 출마한 정준호 발언 파문(문재인 대선 불출마요구), 호남 정책 및 전략 부재, 위기관리시스템 부재, 일관성 있는 메시지 및 캠페인 전략 부재를 꼽았다. 안 대표는 “현역 의원 컷오프와 후보 등록 마감일 직후인 3월 25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 31일 사이 발생한 주요 이슈들이 정당 지지도와 지역구 후보지지도의 발목을 잡았다”고 분석했다. 이 시기는 비례파동 직후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간 ‘당 정체성’ 신경전이 불거졌던 때다. 안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서는 “호남 홀대론이 사실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안일하게 대응해왔다”며 “2012년 대선 경선과 2015년 전대에서 노출된 호남 홀대론을 방치해왔다”고 지적했다. 오승용 전남대 연구교수도 주제 발표를 통해 “김종인 대표의 영입부터 나타났던 일련의 메세지와 정책들을 통해 호남의 유권자들이 선거 과정에서 더민주를 ‘새누리당 2중대’로 인식한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오 교수는 “국보위 논란을 말하지는 않겠는데, 기존의 호남이 지지하는 야당이 고수하고 지켜내고 있던 이념적 입장을 (더민주가) 상당 부분 포기했다”며 “그러면서 (호남 유권자들의) ‘우리 당’, ‘나의 당’이라는 의식, 정당 일체감이 이완됐다”고 평가했다. 오 교수는 문재인 전 대표 역시 잘못된 판단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문 전 대표는) ‘오해다’, ‘선동이다’, ‘나는 억울하다’는 식이었다”며 “이런 것들이 선거라는 압축된 상황 속에서 ‘호남 유권자들이 덜 떨어져서 문재인 비토 정서를 만들어냈다는 것인가’라는 식으로 받아들여졌다. 좀 더 전략적으로 치밀하게 대응했어야 했다”고 평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1340억 삼국유사 테마파크 조성… 활기찬 강소도시 꿈꾼다

    [자치단체장 25시] 1340억 삼국유사 테마파크 조성… 활기찬 강소도시 꿈꾼다

    김영만(64) 경북 군위군수는 세 번의 도전 끝에 군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새누리당 텃밭에서 유일하게 무소속으로 출마해 새누리당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하는 ‘혁명’에 성공했다. ●도전정신 무장 지방정치 23년 한우물 고등학교 졸업 후 선친이 군위읍에서 운영하는 대한통운 대리점과 건재상 일을 돕던 그는 1991년 경북도의원 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지방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줄곧 한우물을 판 지 23년 만에 ‘고을 원님’(?)의 꿈을 실현했다. 특유의 뚝심과 불도저식 도전정신이 밑거름이 됐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백척간두’에 놓인 지역의 절박한 상황을 타개하는 게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군위는 대구 근교에 있는 농업지역으로 인구가 2만 3000여명에 불과해 전국 꼴찌 수준이다. 재정자립도 역시 10% 미만으로 최하위권이다. 자치 기반이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유명 관광지나 농특산물 등 변변하게 내세울 것조차 하나 없다. 전국에서 알아주는 사람이 많을 리 만무하다. ‘군위’ 하면 ‘구미’로 착각할 정도다. 좁은 지역에서 선거가 잦은 탓에 민심 또한 분열돼 있다. 갈수록 악화일로였다. 이에 김 군수는 지역 살리기를 위해 몸을 던지고 나섰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동분서주하고 있다. 군정의 최우선 과제인 돈과 사람을 끌어오기 위해서다. 민생 현장도 적극 챙겨 둘째가라면 서러운 그다. 타고난 부지런함과 강인한 체력, ‘불가능은 없다’는 좌우명으로 무장했다. 지난 19일 김 군수와 온종일 함께했다. 오전 8시 20분 군수실에 운전기사 복장을 한 40여명이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들었다. 대구에서 개인택시 영업을 하는 군위향우회원이자 군위투어 홍보요원들이다. 호방한 성격인 김 군수는 이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지역 홍보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중간 중간 메모도 했다. 이어 군위투어 체험에 나서는 이들과 함께 현관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배웅했다. 9시 30분쯤 주요사업 현장으로 향했다. 우선 군위읍 용대리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 공원 조성 사업’ 현장을 찾았다. 관계자로부터 공사 추진 현황을 보고받고는 사업부지 일부(5500여㎡) 수용 업무에 철저함을 기해 줄 것을 당부했다. 민원 최소화 때문이었다. 현장을 구석구석 챙기는 꼼꼼함도 보였다. 김 추기경이 어릴 적 가족들과 함께 살았던 곳에 조성 중인 나눔공원은 연말까지 국비 등 총 121억원이 투입된다. 추모전시관과 청소년수련원 등을 갖춘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김 군수와 천주교 대구대교구청은 이 사업의 성공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농가 수출길·판로 개척 연구 권유 다음은 차량으로 10여분 거리의 군위읍 내량1리 유럽산 토마토 재배 비닐하우스 농장이었다. 전날 밤 강풍으로 대규모 시설하우스 농가가 밤새 걱정됐기 때문이다. 농장 앞에서 군수를 반갑게 맞은 주인 이재무(65)씨가 “피해가 없다”고 하자 이내 안심했다. 김 군수가 최근 작황과 소득 정도를 묻자 이씨는 월 매출이 8000만원 정도로 좋은 편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씨에게 안정적인 판로 확보 및 소득 증대를 위해 수출길을 열고 가공품을 만드는 방안을 연구해 보라고 권유하고는 자리를 떴다. 재선 도의원 시절 농수산위원장직을 지냈던 김 군수의 농업지식은 웬만한 전문가 뺨칠 정도다. 관용차는 부계면 팔공산을 향해 내달렸다. 30분 정도 걸려 도착한 곳은 부계면 남산리 삼국유사 마중오름공원 조성 사업 현장이었다. 연말 완공 예정인 칠곡 동명~군위 부계를 잇는 팔공산터널 개통을 앞두고 관문(關門) 설치 등 주요 사업에 대한 최종 결정이 이뤄지는 날이라 군수가 빠져서는 안 되는 자리였다. 이어 사과값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인근 동산1리 과수농가를 찾아 걱정을 함께하고 격려한 뒤 수행한 군 간부에게 사과 팔아주기 운동을 적극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점심은 부계면사무소 앞마당에서 짜장밥으로 간단히 해결했다. 지역 적십자봉사회원들이 노인 300여명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자리였다. 20여분 만에 식사와 환담까지 끝낸 그는 다시 움직였다. 해발 1100m가 넘는 부계면 동산리 팔공산 정상의 하늘정원과 원효 구도의 길 조성 사업 현장을 방문했다. 그동안 군사시설에 가로막혀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됐던 곳을 관광자원화하는 곳이다. 고불고불한 산길을 힘들게 내려온 차는 잠시 뒤 지역 최대 국책사업이 추진 중인 의흥면 이지리 삼국유사 가온누리사업 현장에 도착했다. 오후 3시쯤이었다. 먼저 관계자들을 격려한 뒤 안전사고 예방을 빈틈없이 해 줄 것을 강조했다. 이 사업은 일연 스님이 군위에서 삼국유사를 완성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2019년까지 총 1340억원을 투입해 삼국유사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것이다. 현재 공정률은 28% 정도다. 김 군수는 오후 4시 30분쯤 집무실에 도착해 김관용 경북도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년도 경북도의 지역발전특별회계에 통합정수장 설치와 팔공산 산림테마파크 조성 등 군위지역 현안 사업비를 최대한 반영해 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10분간에 걸친 김 지사와 김 군수의 통화는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이들은 30여년 전부터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이스라엘식 창조적 지혜로 미래 개척 통화가 끝나자 결재와 회의가 이어졌고 오후 7시에는 군위여성회관에서 열린 삼국유사 컬처텔러 양성 과정 개강식에 참석해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1시간 뒤 한국생활개선회 풍물단 교육장인 농업기술센터 대강당을 찾아 단원들과 함께 어울렸다. 새벽 4시 군위읍 시가지 순찰로 시작된 그의 일과는 밤 10시 무렵 비로소 끝났다. 50대 중반의 기자는 파김치가 됐지만 그는 여전히 즐거운 표정에 생기를 보였다. 김 군수는 돌아서려는 기자를 붙잡고 “일부에서는 ‘군위의 미래가 없다’고 말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우리 군민들은 12척의 배로 나라를 구한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강소국(强小國)인 이스라엘에서 창조적 지혜와 불굴의 용기를 배워 희망찬 내일을 준비해 가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군위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클린턴 첫 美 여성대통령 ‘성큼’… 트럼프도 자력 진출 한걸음

    클린턴 첫 美 여성대통령 ‘성큼’… 트럼프도 자력 진출 한걸음

    힐러리 클린턴(68) 전 국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결정됐다. 클린턴은 이에 따라 미국 역사상 처음 여성 대통령이 되는 꿈에 성큼 다가섰다. 클린턴은 이날 북동부 5개주 경선에서 로드아일랜드를 제외한 펜실베이니아 등 4개 주에서 버니 샌더스(74) 버몬트 상원의원을 크게 이겼다. 클린턴은 이날 대의원 204명을 보태 2169명을 차지하면서 ‘매직넘버’(2383명)의 90%를 달성했다. 매직넘버 대의원 214명을 남겨둔 클린턴은 이르면 다음달 대선 후보로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클린턴은 8년의 와신상담 끝에 백악관행 티켓을 눈앞에 뒀다. 그는 이날 승리가 확정된 뒤 연설에서 “샌더스를 지지하든지, 나를 지지하든지 우리는 분열하기보다는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분열을 추스르고 자신을 중심으로 뭉쳐 공화당 후보를 물리쳐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클린턴의 이날 경선 대승으로 미 언론과 선거전문가들의 관심은 벌써부터 클린턴의 본선 행보와 백악관 입성 가능성에 쏠리고 있다. CNN은 “여성과 히스패닉·흑인 등 소수계, 중도층 유권자들의 표를 얻지 못하면 본선 승리는 불가능하다”며 “그런 면에서 클린턴과 트럼프가 본선에서 맞붙을 경우 클린턴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클린턴의 ‘개인 이메일 스캔들’과 월스트리트와의 관계 등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클린턴이 경륜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위기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첫 여성 대통령으로 백악관에 들어갈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얘기다. 샌더스는 그동안 아웃사이더로서 돌풍을 일으켰지만 클린턴의 벽을 넘지 못했다. 샌더스는 막판 뒤집기가 불가능해졌지만 이날 “전당대회 때까지 경선을 계속하겠다”고 중도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미 언론은 샌더스가 완주하는 것이 젊은층의 투표율을 높이는 등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평가한다. 샌더스에게 열광하는 젊은층과 백인 진보층을 끌어들이는 것도 클린턴에게 상당한 과제가 되고 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초선 내 정치를 말한다] 국민의당 최경환

    [초선 내 정치를 말한다] 국민의당 최경환

    ‘동교동계 2세대’로 분류되는 국민의당 최경환(광주 북구을) 당선자의 국회 입성 포부는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유훈 실천’이다. 최 당선자는 1999년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에 들어가 김 전 대통령의 서거 때까지 ‘마지막 비서관’으로 일했으며, 이후에도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객원교수 등을 지내며 이희호 여사를 보좌했다. Q. 20대 국회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인물은. A. 동교동계. 권노갑·김옥두 전 고문 등은 ‘1세대 동교동계’다. 김 전 대통령과 정권교체를 이뤘다. 이제는 ‘2세대 동교동계’를 주목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많이 진출했다. 이희호 여사도 총선 결과에 기뻐했다.국민의당에서는 나를 포함해 박지원 의원, 박선숙 당선자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에는 김한정, 이훈 당선자가 있다. 모두 김 전 대통령을 모셨다. DJ의 유훈을 계승·발전할 것이다. Q. 이 시대 가장 요구되는 DJ 유훈은. A. 민주주의. 김 전 대통령의 평생 정치적 과제는 민주주의였다. 보수정권이 집권한 뒤 민주주의가 무너졌다. 지금도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 정권교체로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 Q. 야권 분열 정국의 해법은. A. 두 야당 간 경쟁. 총선을 앞두고 야권은 두 개로 갈라졌다. 대선을 위해서는 단결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두 야당은 경쟁해야 한다. 우선 자기 ‘밭’을 열심히 갈아야 한다. 또 외연을 확장시켜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2017년 야권의 단결은 필수다. 지금 야권통합이나 단일화를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Q. 왜 정치를 선택했나. A. 자존심. 1980년대 두 차례 민주화 운동을 하며 감옥에 갔다. 청와대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을 지냈다. 민주주의는 곧 내 자존심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속절없이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모습을 봤다. 이때 김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했다. Q. 정치적 최대 관심사는. A. 정권교체. 정권교체는 이 시대를 정상화하는 첫 단추다. 2017년이 분수령이 될 것이다. 이번 국회에서도 야권에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 나도 필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당장 다음달부터 전국 순례를 시작한다. 남북 평화를 원하는 세력을 전국적으로 규합할 것이다. Q. 현 정부에 대북정책 조언을 한다면. A. 6자회담 개최. 지금의 대북정책은 실패하는 길이다. 압박과 제재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남북당국 간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도 열어야 한다. 남북이 대화하고 협력했을 때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막무가내로 개성공단을 폐쇄시킨 것도 패착이다. 개성공단이 재개된다고 해도 불안감 때문에 입주할 기업이 없을 것이다. 기업에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프로필 ▲1959년 전남 장성 출생 ▲성균관대 사학과 졸업 ▲김대중 정부 청와대 공보수석실 행정관, 김대중 평화센터 공보실장
  • 아듀!! 자하 하디드…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듀!! 자하 하디드…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Aperta!!(아뻬르따, 열림)” 어느덧 서울의 랜드마크 중 하나가 되어버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Zaha Hadid·1950~2016)의 명쾌하면서도 주저 없는 대답이었다. 그녀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만들기 5년 전에 로마 플라미뇨 지구(Flaminio district)에 위치한 국립현대건축미술관을 2010년에 완공하였다. 실제 건축을 전혀 모르는 상상 속의 건축가, 혹은 ”종이 위의 건축가(Paper Architect)"로 자신을 폄하하던 분위기 속에서 열린 로마의 기자회견장. 건축철학을 대답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바로 “Aperta!(아뻬르따, 열림)”였다. 동대문운동장을 헐고 다시 세운 건축물로서는 역사적인 배려가 부족하다는 혹평과 아울러 뉴욕타임스에 '세계의 가볼 만한 명소 52선'에도 포함될 정도로 아름다운 건축물이라는 찬사가 공존하는, 야누스의 얼굴 같은 공간이 바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다. 파란 하늘의 봄날이건만 미세먼지의 공습은 집요하다. 잠시 야외가 아닌, 실내 DDP로 '피신여행'을 떠난다. 6만2108㎡ 대지 위에 건축 총면적이 8만6574㎡에 달하는 DDP는 총 4800억 원이 소요된 거대한 복합 쇼핑몰과 문화광장이다. 원래 동대문지역은 두타, 밀리오레, APM 등 30여개의 복합 패션상가와 3만 5000개의 점포, 10만 명의 디자인 관련 종사자가 모여 있는 곳이며 하루 매출이 평균 400억 원대에 이르는 서울 디자인 패션산업의 집적지이기도 한 곳이다. 또한 연간 250만명, 방문객의 절반이 외국인일 정도로 밤에도 불을 밝힌 상가와 북적이는 인파로 인해 명동과 더불어 서울 패션 상권을 대표하고 있기도 하다. 바로 이곳에 DDP를 만든 이유는 기업과 기관들이 한 곳에 모여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고자 함이었다. 디자인 집적단지인 디자인 산업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자생 디자인, 패션 집적지로서의 잠재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 모으기 위함도 이곳의 일차적인 건립목적이었다. 그리고 그 목표는 어느덧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2015년 DDP개관 1년 후 재단의 발표를 기준으로 보자면 1년간 진행된 전시, 아트페어, 포럼, 런칭쇼, 이벤트 등은 117건으로, 이 중 전시 16건을 포함해 자체 콘텐츠는 전체의 약 33%다. 자체 전시 기준으로 관람객은 74만5557명(일 평균 2112명)이 다녀갔다. 또한 재정 현황은 수지균형을 통해 100% 재정자립 상황이라고 재단은 설명하고 있으며 수입이 약 223억 원이었고 지출은 213억 원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중 수입 223억 원 중 대관과 임대 등 인프라를 이용한 사업이 전체의 50%정도를 차지했고, 입장이나 교육 등 콘텐츠 사업부문은 9%, 기타 36% 등 이었다. 막상 DDP를 여행지로서 명명하고 난 뒤 제일 처음 드는 생각은 바로 안팎, 층간의 구분이 없다는 건축물이라는 것이다. 건물 안인가 생각하다 보면 어느 순간 건물 밖으로 몸은 나와 있고, 고샅길 같은 복도를 걷다보면 1층과 2층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대개는 건물이 주는 감동과 디자인이 주는 감동은 일치하지 않는데 이곳은 의외다. 확실히 DDP는 분명 평범하지는 않은 공간이고 건축물이다. 여행이라는 것이 본디 낯선 공간을 친숙하게 만드는 의도적인 행위라고 가정한다면, 도심에서 이렇듯 ‘도시인들’에게 ‘낯섦’을 던져주기란 쉽지 않다. 무심한 도심의 일상에 던지는 의문표가 바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다. 보는 사람들의 느낌과 호기심을 시나브로 건드리는 건축의 원형에 대한 의문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우리에게 던진다. 도대체 건축이란 무엇인가? DDP는 토지 위에 올린 건축물이 아니라 동대문 공기(空氣)의 단면을 다듬어가면서, 깎아가면서 재단하고 비집어 낸 빈 공간 사이에 건축물을 넣어 놓았다. 건물의 모든 바람벽들은 자하 하디드가 지니고 있던 선(線)과 면(面)에 대한 ‘열림’의 감각을 끝없이 밀고 나간 흔적이고 경계이다. 그녀는 건축자재를 다룬 것이 아니라 ‘공기’를 다룬 것이다. 모든 골조, 벽체, 기둥과 계단, 창틀의 이어짐은 결코 건축학적인 용어인 접합이나 연결로만 설명할 수 없다. 이는 붙어있고 따라가고 연결되고 어울리기 때문이다. 또한 DDP 절정의 미학의식은 바로 초가집 지붕 같은 야트막하게 내려앉은 겸손의 미학에 있다. 가장 현학적(衒學的)인 건축물이 가장 한국적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는 아이러니이다. 한국의 주택들의 특성은 이어짐이었다. 안방이 주방으로 다락으로 연결되고 마루를 통하여 건넛방과 사랑방이 또 이어지는 구조. 마당과 길이 연결되고 이 길을 통하여 할아버지와 손자의 세대의 역사가 연결되듯 DDP는 모든 공간이 열려있고 연결된 특성을 지닌다. 70, 80년대부터 이루어진 본격적인 산업화가 만들어 낸 동대문 인근의 상업건물들은 대체로 아파트처럼 단절되고 블록형태로 격자성을 지닌 채 차별과 분열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몇 층에 있는 점포의 가격이 한 층 위보다 더하고, 덜하고를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으로 모든 것은 나누어졌고 닫혀졌고 사람들은 돌아 앉았다. 하지만, DDP는 이런 주변의 어색한 폐쇄를 극복하고자 노력한 흔적들이 건물 곳곳에 깊게 배어 있고 이를 누구나 눈치 챌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 DDP는 총 5개의 구역으로 나눌 수가 있다. 우선 ‘알림터’의 경우 PLUG &PLAY 개념의 트랜드 산업 발신지로서 런칭쇼, 패션쇼, 시사회, 영화, 극 제작발표회 등 다양한 행사 공간을 제공하고 있고 또한 통역실 및 VIP공간을 구비한 컨퍼런스 회의장이 있는 곳이다. ‘배움터’의 경우 세계의 트렌드를 조명하고 전시하는 디자인전시관이 있어서 전시, 체험, 교육의 장이 열리는 공간이다. ‘살림터’는 마켓과 전시, 교육, 편의시설 제공하는 디자인 샵으로 디자이너 프로모션 공간(디자이너 갤러리 샵)으로 의식주와 관련된 다양한 디자인 제품 전시를 통해 대중이 공감하고 흥미를 느끼며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장터의 기능을 지니고 있다. 이곳에서 보고, 느끼고, 배우고, 소통하고, 사고 즐길 수 있는 디자이너 갤러리 샵이자 프로모션 공간이기도 하다. 밖으로 나오면 ‘어울림광장’을 만날 수 있는 데, 이곳은 DDP 앞마당에 위치한 가장 큰 광장으로 DDP 주요 공간에 접근할 수 있는 중심에 위치한 광장으로 디자인장터, DDP 안내센터가 위치한다. 마지막으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은 서울의 살아있는 역사를 만나는 역사문화 테마공원으로 조선시대의 서울성곽과 하도감터, 근대시대의 동대문운동장을 품고 동대문의 역사적 맥락을 살펴볼 수 있는 장소이다. 또한 디자인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전시관 및 행사장을 품고 있으며 공원 곳곳에는 시민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과 스트리트 퍼니쳐 등이 제공되는 곳이기도 하다. 여행은 힘이 들든, 즐겁든 간(間)에 ‘재미’가 있어야 한다. 자연이든 도심이든 재미가 빠지면 여행이 아니다. 바로 이 재미 속에서 의미를 발견할 때 우리는 여행의 보람을 느끼게 된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의 발걸음은 어떤 의미를 지녀야 할까? <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대한 사소한 여행 일문일답>1. 꼭 가봐야 할 곳인가?- 당신이 서울을 여행중라면 꼭!! 2. 누구와 함께- 사랑하는 연인들 3. 교통편?- 지하철은 2호선과 4호선, 5호선의 ‘동대문 역사 문화 공원역’이다.기타 http://www.ddp.or.kr/DI010018/getInitPage.do?MENULEVEL=8_5_1 로 알아보길. 4. 인근 편의시설, 주차장?- 종합안내소와 공간별 안내데스크, 물품보관소, 유모차/ 휠체어 대여, 수유실, 장애인 배려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다. 참조 : http://www.ddp.or.kr/DI010014/getInitPage.do?MENULEVEL=1_4_1 //주차장의 경우 DDP공영주차장이 있다. 일반주차가격은 5분당 400원, 1시간 4,800원, 1일 최대 5만원이고 할인 주차 가격은 DDP내 전시관람, 체험, 상품 구입 등 당일 2만 원 이상 사용 고객이 B2층 주차고객센터(친절센터)에 영수증 지참하여 방문시 주차 요금 할인해 준다. 2만 원 이상 (1시간), 5만원이상(2시간) 5. 유명세에 비하여 실제 모습은?- 더 유명해져야 한다. 6. 관광지로서의 친절도?- 상업적인 공간이다. 당연히 고객응대는 기본적인 노하우가 있다. 7. 전문성은?- 일반인들이 범접하기 힘든 전문적인 공간이다. 여행지로서의 DDP는 많은 공부가 필요한 현대 건축의 대표작이고 세계적인 건축가의 유작이기도 한 공간이다. 그냥 가지 말고 http://www.ddp.or.kr/EP010008/getInitPage.do?MENULEVEL=4_1_1 에 있는 DDP투어를 신청해서 가는 것이 제일 낫다. 8. 관람시간과 입장료의 가성비?- 디자인 플라자의 경우 10시~21시이다. 그러나 각종 전시의 경우는 해당 전시회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반 샵의 경우는 입장료가 당연히 없지만 각종 전시회의 경우 입장료가 해당 전시회의 성격에 따라 정해진다. 참조 : http://www.ddp.or.kr/EP010001/getInitPage.do?MENULEVEL=2_1_1 9. 감탄하는 점?- 미로 같은 건물에서 끝없이 연결되는 길과 조그만 핸드폰 고리의 놀라운 가격(?) 10. 아쉬운 점?- DDP 방문 고객들이 좀 더 자세하게 동선을 알 수 있도록 더 신경을 쓰면 좋을 듯 하다. 11. 운영진에게 한마디?- 안내데스크에 계시는 분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관람객 응대를 할 수 있도록 신경 써주시길. 멀뚱멀뚱 길을 찾지 못하는 중국인, 일본인 관광객들과 바로 앞에서 그들을 풍경으로 바라만 보는 안내데스크. 안내는 오히려 경비 서시는 분들이 더 잘 해 주는 듯. 먼저 다가가는 안내가 DDP에 어울리는 표정인 듯. 12. 여행 전 기대감과 후기?- 미리 http://www.ddp.or.kr/MA010001/getInitPage.do 에 들어가서 차분한 계획을 세운다면 기대이상의 만족. 생각보다 전시회나 체험행사, 투어가 많으니 몰라서 후회하지 않는 발걸음이 되지 않도록 반드시 방문 전에 위의 웹사이트에 접속하길 바란다. 13. 추천하고픈 사람?- 연인!! 연인!! 연인!! 14. 비추하고픈 사람?- 40, 50대의 인생의 별 감동이 없는 무료한 삶을 사시는 분들. 건물이 복잡해서 오히려 성질만 돋울 수가 있다. 이 비싼 땅에 이런 장난질(?)을 해 놓았냐하는 성토만 한 가득 나올 수도 있다. 15. 먹거리 정보- DDP 내에도 번화한 식당들이 1층에 있지만, 이 곳은 원래가 동대문 지역임을 감안해야 한다. 길 하나를 건너가면 광장시장과 온갖 먹거리 천국의 시장 뒷골목이 있다. 광장시장으로 10분만 걸어라! 16. 쇼핑매력도- 재미있는 디자인 제품들. 17. 숙박편의성- 서울이다! 이상 끝! 18. 인근 관광지 매력도- 주변이 진정 최강이다. 각종 쇼핑단지와 아울러 동묘벼룩시장, 황학동, 광장시장과 더불어 동대문성곽공원, 흥인지문 등이 있다. 19. 꼭 해봐야 할 것은- 반드시 DDP 자유 투어를 하든, 현장투어를 하든 참여할 것!! 현장투어를 적극 강추!! 8000원!! 어울림광장 종합안내소(살림터 -2층) 투어 매표소에서 참여 명단을 작성하면 된다. 20. 총평- 아듀! 자하 하디드(Zaha Hadid).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핵 공포 위에 세운 방사능 방호기술… 체르노빌 재앙의 역설

    핵 공포 위에 세운 방사능 방호기술… 체르노빌 재앙의 역설

    1986년 4월 26일 오전 1시 24분. 칠흑 같은 그 밤에 벨라루스의 국경과 가까운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북서쪽 18㎞ 원자력 발전 지구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들렸다. 곤히 잠든 사람들의 잠을 깨울 정도로 지축을 흔드는 굉음이었다. 20세기 최악의 원전 사고로 기록된 ‘구 소련 체르노빌 원전폭발 사고’는 그렇게 시작됐다. 1971년 착공돼 1978년 5월부터 상용운전을 시작한 체르노빌 원전의 공식 명칭은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 공산주의 기념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로 흑연감속 비등경수 압력관형 원자로였다. 이 원자로는 감속재로 흑연을, 연료로 농축우라늄이 아닌 천연우라늄을 사용하며 압력관 개수만 늘리면 원자로를 크게 만들 수도 있고 운전 중에도 연료교체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동이 쉽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문제는 경수용 원자로나 중수용 원자로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당시 체르노빌 원전의 부소장 아나톨리 다틀로프 수석엔지니어는 ‘원자로의 가동이 중단될 경우 대형사고를 막기 위한 냉각펌프를 작동하는 데 필요한 전력을 제 시간에 공급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험을 기획했다. 그러나 실험 도중 안전장치에 공급되는 전력까지 차단되면서 원자로의 출력이 갑자기 높아지기 시작했다. 원자로 안에 들어 있는 냉각수가 한꺼번에 끓어올라 압력이 높아지면서 1차 폭발이 발생했고, 수증기와 감속재인 흑연이 반응하면서 수소가 만들어져 2차 수소 폭발이 발생했다. 반응로 뚜껑과 원자로 콘크리트 천장까지 날려보낼 정도의 강력한 2차 폭발로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대기 중으로 누출됐다. 그 결과 20만명 이상이 방사선에 피폭됐다. 그중 2만 5000여명이 사망했다. 방사성 물질의 위험성이 사라지기까지는 90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체르노빌 사고 이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1992년부터 원자력 사고 정도를 평가할 수 있는 ‘국제원자력사고등급’을 도입해 0~7등급으로 나누고 있다. 0등급은 사건이 발생했지만 안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사건으로 간주하지 않는 척도 미만 등급이며, 1~3등급까지는 사고 영향이 원전 시설 내부에 국한된 ‘사건’, 4~7등급은 위험이 외부로 확대된 ‘사고’ 단계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원전의 안전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원전 건설 기획단계부터 부지 선정, 설계, 제작, 건설, 시운전 및 운전, 해체 및 폐쇄는 물론 방사능 물질 수송과 폐기물 관리까지 안전규제와 방사능 방호기술 개발이 가속화됐다. 원전 안전 관리의 핵심은 ▲원자로 출력 제어 ▲핵연료의 지속적 냉각 ▲방사성 물질의 격납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원자로가 정상운전을 하는 중에는 원자로 출력 조절이 가능해야 하고, 정상상태를 벗어날 경우에는 원자로를 안전하게 정지시킬 수 있어야 한다. 원자로가 정지된 후에도 핵분열 물질들이 끊임없이 붕괴되면서 열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핵연료 냉각이 지속적으로 보장될 뿐 아니라 외부와 철저히 격리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핵연료 냉각에 실패하면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뿐 아니라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와 같이 노심 용융이 일어나 원전 부지 외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원전에 어떤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가 ▲이런 사고는 얼마나 자주 일어날 것인가 ▲사고의 결과는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라는 세 가지 질문에 답을 내리는 ‘확률론적 안전성평가(PSA)’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원전 PSA는 발전소 계통과 기기의 작동 실패나 운전원 실수 등 내부요인으로 인한 안전성을 평가하는 ‘내부사건 PSA’와 지진, 홍수, 화재 등 자연재해로 인한 ‘외부사건 PSA’로 구분해 분석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지진해일(쓰나미)이라는 외부요인으로 시작돼 발전소 계통의 작동실패로 이어진 복합적인 사고라고 할 수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같은 하늘 아래 두 히어로 없다

    같은 하늘 아래 두 히어로 없다

    올해 미국 할리우드 최대 화제작 중 하나인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오는 27일 한국을 비롯한 14개국에서 동시 개봉한다. 북미 상영은 다음달 6일이다. 맞수인 DC코믹스가 한발 앞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두 영웅의 맞대결을 보여 주며 선전포고를 하자, 마블은 아예 어벤져스 군단을 둘로 갈라 태그 매치를 벌인다. 시사회 뒤 호평이 잇따르고 있어 슈퍼 히어로 흥행사를 다시 쓸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국에선 예매율이 70%를 오르내리고 있다. 호평은 화려한 볼거리는 기본이고, 묵직한 주제 의식에 원작과는 결이 다른 탄탄한 이야기까지 삼박자를 두루 갖췄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선 그간 마블 영화 중에서 가장 많은 슈퍼 히어로가 출동한다. 원작 그래픽노블에 나오는 50여명을 추리고 추린 게 12명이다. 그래서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인데도 사실상 ‘어벤져스 2.5’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헐크와 토르가 빠졌지만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을 중심으로 기존의 블랙 위도, 호크아이, 워 머신, 팔콘, 스칼렛 위치, 윈터 솔저, 비전에다가 앤트맨까지 건너와 대활약을 펼친다. 독자적 작품이 나올 예정인 블랙 팬서도 화끈한 신고식을 치른다. 뭐니 뭐니 해도 소니픽처스와의 영화 판권 문제가 해결되어 전격적으로 ‘이산상봉’한 스파이더맨의 활약이 돋보인다. 분량도 기대 이상이거니와 토니 스타크(아이언맨)와의 앙상블이 영화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슈퍼 히어로들이 결집해 서로를 향해 돌진하는 공항 격돌 시퀀스는 장관이다. 분열의 씨앗은 선한 의도에서 싹튼다. 지구 평화를 지킨다는 대의에 뒤따랐던 무고한 희생이 부각되며 슈퍼 히어로들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유엔 소속 117개국이 소코비아 협정을 맺는다. 정부 통제 안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이른바 슈퍼 히어로 등록제다. 죄책감에 휩싸인 아이언맨 등은 이에 동의하지만 캡틴 아메리카 등은 그럼에도 정부의 간섭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 이런 설정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왓치맨’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나온다. 영화 팬들은 ‘엑스맨’ 시리즈를 통해 초능력자 등록 법안이나 치료제를 놓고 대립하는 뮤턴트들을 보아 왔다. 배트맨이 슈퍼맨을 경계하게 된 것도, 막강한 힘이 의도치 않게 빚어낸 희생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기시감에도 불구하고 진부하지 않은 것은 원작에선 가치관과 신념에 따른 입장 차가 두드러졌던 반면 영화에선 누명, 우정, 의리, 가족까지 얽히며 이야기가 꽤나 흥미롭고 설득력 있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슈퍼 히어로들의 극한 대립을 획책한 악당마저도 이유 있는 복수극을 펼치는 거라 연민을 일으킬 정도다. 전작인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서 정치 스릴러를 결합시켜 진일보한 히어로 영화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은 앤서니, 조 루소 형제가 이야기에 충실하려고 애쓴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이번에는 심리 스릴러로 연출했다는데 ‘본 아이덴티티’ 같은 첩보물이 주는 긴장감을 심어 놓으면서도 마블 특유의 경쾌함과 유머까지 녹여내며 영화가 진지함에 매몰되는 것을 막는다. 갈등을 서둘러 봉합하지 않고, 뻔한 결말을 따라가지 않는 현명함도 빛난다. ‘어벤져스2’의 허술함에 실망했던 관객도 만족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마블의 거대하고 복잡한 세계관과 앞선 이야기를 조금은 알아야 즐거움이 극대화된다는 게 함정이기는 하다. 평단의 호평에 이어 관객들의 지지까지 이어진다면 히어로 영화 대전에서 마블의 위상은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DC의 야심작 ‘배트맨 대 슈퍼맨’은 최근에야 전 세계 흥행 수익 8억 달러(약 9213억원)를 넘어서며 체면치레에 그쳤다. 21일 현재 역대 49위다. 한국에서는 220여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마블 작품 중에는 ‘어벤져스’(5위), ‘어벤져스2’(7위), ‘아이언맨3’(10위)가 발군이다. DC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16위)와 ‘다크 나이트’(24위)가 가장 성적이 좋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인적 끊긴 ‘유령 도시’ 프리피야트… 끊지 못한 ‘원전 중독’

    인적 끊긴 ‘유령 도시’ 프리피야트… 끊지 못한 ‘원전 중독’

    오는 26일(현지시간)이면 ‘20세기 최악의 원전 참사’로 기록된 구소련 체르노빌 사고가 발생한 지 30년이 된다. 전 세계에 원자력의 위험성을 직접 보여준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의 소도시 프리피야트는 더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유령도시’이자 종말 혹은 죽음의 이미지를 원하는 사진 기자와 작가들이 즐겨찾는 관광지가 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사고 원전이 위치한 체르노빌 프리피야트는 발전소 종사자와 연구자, 가족 등 5만명을 위해 만든 첨단 신도시였다. 소련 전역에 ‘안전한 원자력’을 홍보하기 위해 당시 가장 앞선 도시공학을 적용한 이 도시는 사고가 없었다면 우크라이나의 주요 경제 허브로 성장했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사고 발생 30년이 지난 지금 이곳은 원전 폐쇄 작업을 진행하는 인부들을 빼면 사람의 흔적을 거의 찾을 수 없는 유령 도시로 변했다. 이곳의 상징이던 초대형 놀이기구가 30년째 멈춰 서 있어 황량함을 더한다. 최근 70대 이상 고령자들 일부가 “고향에서 여생을 보내겠다”며 지자체 반대에도 다시 들어와 살고 있긴 하지만 이곳에서 사람이 정상적으로 살 수 있을 만큼 방사성 원소 수치가 낮아지려면 최소 900년 이상이 걸린다고 AFP는 전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도시를 원자력의 위험성을 알리고 싶어 하는 언론인이나 사진작가들에게 취재 명목으로 개방해 관광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고 당시 원전에서 유출된 낙진의 80% 정도가 떨어져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이웃국가 벨라루스에선 지금까지도 전 국토(약 20만㎢)의 4분의1가량이 출입금지 구역으로 묶여 있다. ●생태계 복원능력은 예상보다 빨라 다만 과학자들은 프리피야트를 비롯한 체르노빌 일대가 사람의 발길이 끊기면서 ‘야생동물 터전’이 되었다는 점에 안도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연구 결과를 인용해 “엄청난 방사능 수치에도 생태계가 예상보다 빠르게 복원돼 동식물 개체수가 1986년 사고 이전보다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지구·환경 전문가 짐 스미스는 “최악의 원전 사고에도 사람이 떠나자 자연이 살아났다”면서 “동물들에게 있어 방사능보다 더 위험한 것은 사람인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체르노빌 사고 당시 유출된 낙진은 원전과 가장 가까웠던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러시아에 집중돼 큰 피해를 줬다. 하지만 사고 발생 30년이 지난 지금 이들 세 나라는 아이러니하게도 원전 증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원자력의 위험을 알지만 이를 대체할 다른 에너지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환경 단체들은 이들의 ‘원전 중독’ 배후에는 자본의 이해관계가 개입돼 있다며 “그렇게 큰 사고를 당하고도 교훈을 얻지 못했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15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하고 있으며, 두 기를 새로 짓고 있다. 원래는 러시아의 투자를 받아 짓던 것이지만 최근 두 나라 관계가 나빠지면서 계약을 파기한 뒤 새 파트너를 찾고 있다. 벨라루스 역시 원전 정책은 우크라이나와 다르지 않다. 이웃나라인 리투아니아 국경 부근에 러시아의 투자로 원자력 발전소 2기를 건설 중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피해를 입은 일본도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원전 재가동에 나서며 원전 해외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또한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정부와 원전 건설사, 전력회사 간 공고한 유착을 일컫는 ‘원자력 카르텔’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100만명 숨진 20세기 최악 원전 참사 체르노빌 사고는 1986년 4월 26일 새벽 우크라이나 북서부 체르노빌 지역의 레닌 원자력 발전소에서 새로 지은 4호 원전의 전기 출력을 높이는 실험을 진행하다 핵분열 속도를 줄여주는 재료인 감속재를 너무 많이 제거해 1시 24분쯤 원자로가 녹아내리며 발생했다. 당황한 연구자들이 다시 감속재를 밀어 넣었지만 원자로의 폭발을 막진 못했다. 특히 파괴된 원자로 뚜껑 위로 크레인까지 떨어지면서 노심(핵 물질이 들어 있는 원자로 중심)이 파괴돼 방사성 물질이 열흘이나 무방비로 흘러나왔다. 소련 정부는 이를 숨겨오다 대기 중 방사능 수치 급증을 안 스웨덴의 문제제기로 사흘이 지나서야 뒤늦게 털어놨다. 소련 정부의 정보 공개 거부로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체르노빌로 인한 직간접 피해로 100만명 정도가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방사능 유출에 따른 유전자 변형으로 40만명 넘게 암과 기형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원전 주변 30㎞ 이내에 살던 주민 9만 2000명도 강제 이주돼 고향을 잃었다. 사고 수습에 너무 많은 비용이 소요되다 보니 1991년 소련 해체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또 다른 올 최대 기대작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개봉 박두!

    또 다른 올 최대 기대작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개봉 박두!

     올해 미국 할리우드 최대 화제작 중 하나인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오는 27일 한국을 비롯한 14개국에서 동시 개봉한다. 북미 상영은 다음달 6일이다. 맞수인 DC코믹스가 한발 앞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두 영웅의 맞대결을 보여 주며 선전포고를 하자, 마블은 아예 어벤져스 군단을 둘로 갈라 태그 매치를 벌인다. 시사회 뒤 호평이 잇따르고 있어 슈퍼 히어로 흥행사를 다시 쓸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국에선 예매율이 70%를 오르내리고 있다.  호평은 화려한 볼거리는 기본이고, 묵직한 주제 의식에 원작과는 결이 다른 탄탄한 이야기까지 삼박자를 두루 갖췄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선 그간 마블 영화 중에서 가장 많은 슈퍼 히어로가 출동한다. 원작 그래픽노블에 나오는 50여명을 추리고 추린 게 12명이다. 그래서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인데도 사실상 ‘어벤져스 2.5’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헐크와 토르가 빠졌지만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을 중심으로 기존의 블랙 위도, 호크아이, 워 머신, 팔콘, 스칼렛 위치, 윈터 솔저, 비전에다가 앤트맨까지 건너와 대활약을 펼친다. 독자적 작품이 나올 예정인 블랙 팬서도 화끈한 신고식을 치른다. 뭐니 뭐니 해도 소니픽처스와의 영화 판권 문제가 해결되어 전격적으로 ‘이산상봉’한 스파이더맨의 활약이 돋보인다. 분량도 기대 이상이거니와 토니 스타크(아이언맨)와의 앙상블이 영화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슈퍼 히어로들이 결집해 서로를 향해 돌진하는 공항 격돌 시퀀스는 장관이다.  분열의 씨앗은 선한 의도에서 싹튼다. 지구 평화를 지킨다는 대의에 뒤따랐던 무고한 희생이 부각되며 슈퍼 히어로들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유엔 소속 117개국이 소코비아 협정을 맺는다. 정부 통제 안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이른바 슈퍼 히어로 등록제다. 죄책감에 휩싸인 아이언맨 등은 이에 동의하지만 캡틴 아메리카 등은 그럼에도 정부의 간섭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 이런 설정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왓치맨’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나온다. 영화 팬들은 ‘엑스맨’ 시리즈를 통해 초능력자 등록 법안이나 치료제를 놓고 대립하는 뮤턴트들을 보아 왔다. 배트맨이 슈퍼맨을 경계하게 된 것도, 막강한 힘이 의도치 않게 빚어낸 희생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기시감에도 불구하고 진부하지 않은 것은 원작에선 가치관과 신념에 따른 입장차가 두드러졌던 반면 영화에선 누명, 우정, 의리, 가족까지 얽히며 이야기가 꽤나 흥미롭고 설득력 있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슈퍼 히어로들의 극한 대립을 획책한 악당마저도 이유 있는 복수극을 펼치는 거라 연민을 일으킬 정도다. 전작인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서 정치 스릴러를 결합시켜 진일보한 히어로 영화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은 앤서니, 조 루소 형제가 이야기에 충실하려고 애쓴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이번에는 심리 스릴러로 연출했다는데 ‘본 아이덴티티’ 같은 첩보물이 주는 긴장감을 심어 놓으면서도 마블 특유의 경쾌함과 유머까지 녹여내며 영화가 진지함에 매몰되는 것을 막는다. 갈등을 서둘러 봉합하지 않고, 뻔한 결말을 따라가지 않는 현명함도 빛난다. ‘어벤져스2’의 허술함에 실망했던 관객도 만족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마블의 거대하고 복잡한 세계관과 앞선 이야기를 조금은 알아야 즐거움이 극대화된다는 게 함정이기는 하다.  평단의 호평에 이어 관객들의 지지까지 이어진다면 히어로 영화 대전에서 마블의 위상은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DC의 야심작 ‘배트맨 대 슈퍼맨’은 최근에야 전 세계 흥행 수익 8억 달러(약 9213억원)를 넘어서며 체면치레에 그쳤다. 21일 현재 역대 49위다. 한국에서는 220여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마블 작품 중에는 ‘어벤져스’(5위), ‘어벤져스2’(7위), ‘아이언맨3’(10위)가 발군이다. DC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16위)와 ‘다크 나이트’(24위)가 가장 성적이 좋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부고] ‘칠레 민주화 선구자’ 아일윈 전 대통령 별세

    [부고] ‘칠레 민주화 선구자’ 아일윈 전 대통령 별세

    17년간 계속된 피노체트 군부 독재에 종지부를 찍고 1990년대 초반 칠레의 민주주의를 이끈 파트리시오 아일윈 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노환으로 숨졌다. 97세. 칠레의 대표적 야당 인사였던 아일윈 전 대통령은 변호사 출신으로 1960년 정계에 투신해 상원의원, 기독교민주당 등 당수를 역임했다. 1988년 국민투표에서 야당연합 대변자로서 반대표를 결집해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집권 연장을 무산시켜 칠레 민주화의 초석을 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듬해인 1989년 대통령 선거에서 최대 정당인 기민당 후보로 나와 노선이 다른 사회당·공산당 등 17개 야당연합의 지지를 얻어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군부 독재의 종식을 위해 분열 상태의 야당을 단결시킨 노련한 솜씨 때문에 ‘늙은 여우’로 불리기도 했다. 고인은 1990년 3월 11일부터 1994년 3월 10일까지의 집권 기간에 점진적 민주개혁과 인권신장을 추진하고 개방경제 정책을 지속·발전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은 “칠레 민주주의는 그에게 많은 빚을 졌다”며 사흘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 [헬스 정보] 봄철 바이러스성 질병 주의보…“식사·운동·수면으로 면역력 높여야”

    봄이 되면서 중이염, 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과 함께 독감 등 바이러스성 질병을 앓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따뜻한 날씨로 세균과 바이러스의 활동성이 높아져서다. 20일 의료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외부의 세균이나 바이러스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기 위해서는 평소 생활과 식습관을 통해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면역력을 높이려면 규칙적인 식사와 꾸준한 운동, 충분한 수면이 필수다.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이고 몸을 피곤하게 만들면 안된다. 황사와 미세먼지가 많은 봄철에는 외출 후에 반드시 손발을 깨끗이 씻고 집안에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청소도 자주 해야 한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들의 경우 감기에 쉽게 걸리고 잘 낫지 않는 만큼 부모가 자녀에게 면역력을 높이는 생활 습관을 가르쳐줘야 한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올바른 생활 및 식습관과 함께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음식과 건강식품을 활용하는 방법도 추천한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반드시 건강기능식품의 성분과 효능을 꼼꼼히 따져보고 혹시라도 모를 부작용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면서 “잘 알려진 홍삼은 물론 최근 새로운 면역력 증진 식품으로 연구·개발된 ‘효모베타글루칸’ 등 천연원료가 들어간 건강기능식품을 선택하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천연원료에서 추출한 효모베타글루칸(웰뮨)은 면역을 활성화해주고 혈당 조절과 지질 대사에 도움을 주는 성분으로 알려져있다.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체지방 축적을 억제해주면서 어린 아이들은 물론 노년층까지 전 연령대의 면역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효모베타클루칸은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 Biothera가 연구·개발한 면역 증진 소재로 천연원료 효모에서 추출했다. 현재 전세계 60여개 국가에서 160종 이상의 제품에 사용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라이프스토리가 면역 증강 건강기능식품 ‘면역튼튼’으로 만들어 시판했다. 라이프스토리 관계자는 “아이들의 면역력을 높여주기 위해서는 효모베타클루칸 외에도 세포 분열에 필수적인 아연, 칼슘과 인의 흡수에 필요한 비타민D 등의 성분도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원유철 “새 원내대표에게 비대위원장직 이양”

    원유철 “새 원내대표에게 비대위원장직 이양”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9일 “가장 이른 시간 내에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해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이양하려 한다”고 밝혔다. 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최근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 당의 분열과 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는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원 원내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원내대표 선출 절차는 최고위원회의와 협의를 해야하고, 차기 비대위원장에게 권한을 주려면 개인 자격으로 줄 수 있는 게 아니라 당헌·당규 절차에 따라 줘야 한다”며 “법적 권한을 이양하기 위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당무와 전당대회 날짜, 원내대표 선출 등 결정해야 할 게 많은데, 지금 당 대표를 포함해 모든 지도부가 사퇴했다”며 “최고위원회의를 대신하는 것이 비대위니까 그것을 구성해야 절차상의 하자가 없고, (새 원내대표의) 대표성과 정당성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일단 새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비대위를 구성한 뒤 5월 초쯤 새 원내대표 선출과 함께 비대위원장직을 넘겨주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원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을 반대하는 새누리당 혁신모임 의원들은 “비대위원장을 2번 뽑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20대 총선 당선자 총회를 빨리 열어서 새 원내대표를 선출해 그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원 원내대표 측은 “당헌·당규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며 “이양하고 싶어도 규정에 따른 절차는 지켜야 할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어 갈등의 불씨는 좀처럼 꺼지지 않는 양상이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진주시민 성금으로 지은 ‘형평기념탑’ 이전 논란

    진주시민 성금으로 지은 ‘형평기념탑’ 이전 논란

    사업회 “시민 의견 반영 안 해 근대 인권운동 정신 유지해야” 일제강점기 인권·사회운동을 기념하는 ‘형평운동기념탑’(衡平運動紀念塔) 이전을 둘러싸고 경남 진주시 여론이 분열하고 있다. 형평운동은 백정들의 신분해방운동으로 진주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확산된 사회운동이었다. 이에 형평운동기념사업회와 진주시의원 등은 진주시가 기념탑 이전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재고를 요구하지만, 진주시는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진주시는 7일 진주대첩의 역사성과 진주의 호국충절 정신을 기리고자 진주성 촉석문 앞 일대 2만 5000㎡에 ‘진주대첩기념광장’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진주시는 보상비 600여억원을 포함해 모두 980여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광장 예정 부지 안에 있는 ‘장어거리’ 음식점 등 모든 시설물을 사들여 2018년 광장을 완성할 예정이다. 그 때문에 진주성 앞에 조성된 형평운동기념탑도 들어내 외곽으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시는 진주대첩기념광장 주제가 ‘비움’이라 형평운동기념탑도 들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형평운동기념탑은 진주시민들에게는 특별한 기념탑이다. 1923년 진주의 백정들은 차별 대우 철폐와 평등을 외치며 형평운동을 벌였다. 진주의 양반들도 참여했다. 진주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확산한 형평운동은 근대 인권운동의 시발로도 볼 수 있다. 그 덕분에 진주가 인권운동의 발상지라는 점을 널리 알리고 이 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기념탑을 1996년 건립한 것이다. 특히 지방정부가 주도하지 않고 진주시민과 출향 인사, 해외 동포 등 1500여명이 한두 푼 성금을 모은 결과물이었다. 시민들의 정성이 모인 만큼 형평운동기념사업회 측은 “기념탑은 지금 있는 그 자리에 그대로 두어야 한다”며 “시가 진주대첩기념광장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시민의 의견은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기념사업회 측은 “역사적 유물이나 유적은 원래 있었던 그 자리에 있을 때 빛이 난다”면서 “형평운동기념탑을 진주성 밖으로 몰아내는 것은 조선 500년간 차별로 고통받은 백정들의 영혼을 차별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김중섭 경상대 교수도 “역사는 짧은 기간 권력을 소유한 단체장 등 특정한 사람의 것이 아니다”라며 “역사도시인 진주의 정신을 유지하려면 형평운동기념탑을 현재의 자리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시민은 “조선시대 전쟁을 기념하려고, 근대 시민들의 인권운동의 흔적을 없애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이창희 진주시장과 서은애 진주시의원은 형평운동기념탑 이전을 놓고 최근 시의회에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서 의원은 시정질문에서 “기념탑을 그대로 존치해 달라는 기념사업회 측의 의견을 존중해 달라”고 소통을 촉구했다. 서 의원은 “진주대첩기념광장 설계를 맡은 회사는 기념광장 조성 예정지 안에 형평운동기념탑이 있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었다”며 “시가 처음부터 형평운동기념탑을 들어낼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들에게 기념탑 이전의 부당성을 알리는 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밝혀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논란으로 현재 부지 매입이 82% 진행됐지만, 낮은 보상가 탓에 일부 상인의 반발도 있다. 이 시장은 “나도 시민이다. 36만 시민의 의견을 어떻게 다 들을 수 있느냐”며 “진주대첩기념광장은 다 비우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어느 누가 와도 안 된다. 억지를 부리지 말라”고 반박했다. 진주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용어 클릭] ■형평운동 1923년 경남 진주에서 시작한 백정(白丁)들의 신분해방운동으로, 한국 근대의 대표적인 인권·사회운동이다. 1894년 갑오개혁으로 신분 차별이 법적으로 폐지됐으나 실제로는 백정 차별이 유지됐다. 이에 진주의 백정뿐 아니라 신현수·강상호 등 양반들도 참여해 형평사(衡平運動)를 설립했다. 설립 1년 만에 전국에 지사 12개, 분사 67개가 설립됐다. 형평사는 ‘저울(衡)처럼 평등(平)한 사회를 지향하는 단체(社)’란 뜻이다. 1930년대 일제의 탄압으로 해산됐다.
  • [시론] 트럼프 효과와 미국의 다원주의/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

    [시론] 트럼프 효과와 미국의 다원주의/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

    11월 8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은 민주·공화 양대 정당의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이 한창이다. 버니 샌더스와 도널드 트럼프라는 아웃사이더의 등장으로 요약되는 양당의 후보 경선 과정은 질적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민주당의 경우 유력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경제적 양극화 해결을 전면에 내세우며 등장한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의 돌풍에 수세에 몰린 듯 보였지만 이후 선두 주자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유력 후보가 새로운 후보의 등장에 고전하다가 우세를 회복하는 이와 같은 현상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역사적으로 반복돼 온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공화당의 경우 초반 기세를 몰아 유력한 선두 주자로 부상한 트럼프는 정치적 경력이 전무할 뿐 아니라 공화당 주류의 지지를 받지도 못하는 후보이며, 보수적인 공화당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아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역시 공화당 주류 정치인들에 대한 일상적인 비판으로 아웃사이더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렇듯 주류 유력 후보의 몰락과 아웃사이더의 부상은 이전에 찾아보기 어려운 새로운 현상이며, 특히 파격적인 행동과 극단적인 선동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트럼프의 돌풍은 기존 선거 캠페인의 양상을 여실히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도정치권 주류 후보들의 몰락과 아웃사이더의 돌풍으로 특징 지어지는 공화당의 후보 경선 과정, 특히 트럼프의 부상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가. 우선 미국 국내적인 문제들에 대해 적합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지 못한 제도정치권, 특히 공화당 주류 정치인들에 대한 불만이 중요한 요인으로 보인다. 트럼프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집단이 저소득, 저학력 백인들이라는 사실은 이들이 미국 사회가 현재 겪고 있는 문제들로부터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스스로 강하게 느끼고 있음을 보여 준다. 결국 이들에게 트럼프 지지는 제도 정치권과 공화당 주류에 대한 분노의 표출인 것이다. 또한 트럼프의 과격하지만 간명한 입장들이 보수적인 대중매체들에 의해 증폭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정치적 양극화가 극명해짐에 따라 공화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 사이에 민주당과 민주당 정치인에 대한 반감은 점점 더 극단화하고 있으며, 보수적인 대중매체들은 이러한 경향성을 더욱 증폭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화당 지지자들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행정부에 대해 갖고 있는 반감은 정책에 대한 평가에 기반하기보다는 감정적인 측면에서 증오와 경멸 등의 혐오감으로 변질되기 쉽다. 현재 공화당 지지자들은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행정부의 정책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공화당 주류보다는 트럼프가 행하는 강경 일변도의 캠페인이 정서적인 측면에서 보다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으로 인식하고 있어 트럼프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 경선이 한창 진행 중인 지금 시점에서 본선에 대해 예측하는 것은 섣부른 것이 사실이지만 현재까지의 구도로 볼 때, 2016년 미국 대선은 민주당 클린턴 후보와 공화당 트럼프 혹은 크루즈 후보와의 경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러한 구도에서 공화당이 승리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생각된다. 문제는 본선의 결과와 상관없이 트럼프 열풍으로 나타난 현재까지의 상황이 미국 사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 있다. 현재의 트럼프 돌풍은 그간 미국 사회를 지탱하고 있던 근본적 가치들, 즉 관용과 평등, 개인의 자유와 인권에 대한 신념이 크게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민자 집단으로 구성돼 공동체의 통합과 유지라는 목적을 위해 관용과 평등 등의 가치가 무엇보다 강조돼 온 미국에서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인종주의, 이민에 대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금기시돼 왔다. 트럼프의 캠페인은 이러한 금기를 과감히 깨고 미국 사회 내부의 분열 요소를 전면에 부각시킴으로써 미국의 다원주의 근간을 흔들고 있으며, 타협과 통합으로 지탱돼 온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위기에 봉착한 미국의 유권자들이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지 세심히 지켜볼 일이다.
  • 진주시민 성금으로 지은 ‘형평기념탑’ 이전 논란

    진주시민 성금으로 지은 ‘형평기념탑’ 이전 논란

    사업회 “시민 의견 반영 안 해… 근대 인권운동 정신 유지해야” 일제강점기 인권·사회운동을 기념하는 ‘형평운동기념탑’(衡平運動紀念塔) 이전을 둘러싸고 경남 진주시 여론이 분열하고 있다. 형평운동은 백정들의 신분해방운동으로 진주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확산된 사회운동이었다. 이에 형평운동기념사업회와 진주시의원 등은 진주시가 기념탑 이전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재고를 요구하지만, 진주시는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진주시는 18일 진주대첩의 역사성과 진주의 호국충절 정신을 기리고자 진주성 촉석문 앞 일대 2만 5000㎡에 ‘진주대첩기념광장’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진주시는 보상비 600여억원을 포함해 모두 980여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광장 예정 부지 안에 있는 ‘장어거리’ 음식점 등 모든 시설물을 사들여 2018년 광장을 완성할 예정이다. 그 때문에 진주성 앞에 조성된 형평운동기념탑도 들어내 외곽으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시는 진주대첩기념광장 주제가 ‘비움’이라 형평운동기념탑도 들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형평운동기념탑은 진주시민들에게는 특별한 기념탑이다. 1923년 진주의 백정들은 차별 대우 철폐와 평등을 외치며 형평운동을 벌였다. 진주의 양반들도 참여했다. 진주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확산한 형평운동은 근대 인권운동의 시발로도 볼 수 있다. 그 덕분에 진주가 인권운동의 발상지라는 점을 널리 알리고 이 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기념탑을 1996년 건립한 것이다. 특히 지방정부가 주도하지 않고 진주시민과 출향 인사, 해외 동포 등 1500여명이 한두 푼 성금을 모은 결과물이었다. 시민들의 정성이 모인 만큼 형평운동기념사업회 측은 “기념탑은 지금 있는 그 자리에 그대로 두어야 한다”며 “시가 진주대첩기념광장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시민의 의견은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기념사업회 측은 “역사적 유물이나 유적은 원래 있었던 그 자리에 있을 때 빛이 난다”면서 “형평운동기념탑을 진주성 밖으로 몰아내는 것은 조선 500년간 차별로 고통받은 백정들의 영혼을 차별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김중섭 경상대 교수도 “역사는 짧은 기간 권력을 소유한 단체장 등 특정한 사람의 것이 아니다”라며 “역사도시인 진주의 정신을 유지하려면 형평운동기념탑을 현재의 자리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시민은 “조선시대 전쟁을 기념하려고, 근대 시민들의 인권운동의 흔적을 없애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이창희 진주시장과 서은애 진주시의원은 형평운동기념탑 이전을 놓고 최근 시의회에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서 의원은 시정질문에서 “기념탑을 그대로 존치해 달라는 기념사업회 측의 의견을 존중해 달라”고 소통을 촉구했다. 서 의원은 “진주대첩기념광장 설계를 맡은 회사는 기념광장 조성 예정지 안에 형평운동기념탑이 있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었다”며 “시가 처음부터 형평운동기념탑을 들어낼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들에게 기념탑 이전의 부당성을 알리는 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밝혀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논란으로 현재 부지 매입이 82% 진행됐지만, 낮은 보상가 탓에 일부 상인의 반발도 있다. 이 시장은 “나도 시민이다. 36만 시민의 의견을 어떻게 다 들을 수 있느냐”며 “진주대첩기념광장은 다 비우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어느 누가 와도 안 된다. 억지를 부리지 말라”고 반박했다. 진주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용어 클릭] ■형평운동 1923년 경남 진주에서 시작한 백정(白丁)들의 신분해방운동으로, 한국 근대의 대표적인 인권·사회운동이다. 1894년 갑오개혁으로 신분 차별이 법적으로 폐지됐으나 실제로는 백정 차별이 유지됐다. 이에 진주의 백정뿐 아니라 신현수·강상호 등 양반들도 참여해 형평사(衡平運動)를 설립했다. 설립 1년 만에 전국에 지사 12개, 분사 67개가 설립됐다. 형평사는 ‘저울(衡)처럼 평등(平)한 사회를 지향하는 단체(社)’란 뜻이다. 1930년대 일제의 탄압으로 해산됐다.
  • 추락하는 ‘무능’ 대통령… 경제·정치 위기 겹쳐 암울한 브라질

    추락하는 ‘무능’ 대통령… 경제·정치 위기 겹쳐 암울한 브라질

    하원 3분의2 이상 367명 찬성… 상원 3분의2 찬성땐 최종 가결 실제로 탄핵되면 역대 두 번째 지우마 호세프(68) 브라질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17일(현지시간) 연방하원에서 통과됐다. 아직 상원 표결 및 심리 절차가 남아 있으나 반정부 게릴라 출신에서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 자리에까지 오른 호세프는 최대 고비를 맞았다. 탄핵안을 두고 국론이 두 쪽으로 갈라져 당분간 사회적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외신들 “민주주의 30년만에 후퇴 기로” 외신들은 20여년간의 군부 독재 이후 어렵게 싹튼 민주주의가 30년 만에 후퇴 기로에 놓였다고 전했다. 하원은 이날 전체 의원 513명 가운데 3분의2 이상인 367명의 찬성으로 호세프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반대표를 던진 의원은 146명이다. 탄핵을 주도한 제1당 브라질민주운동당(PMDB)의 에두아르두 쿠냐 하원의장은 표결 직후 “대통령은 정부를 운영할 힘을 잃었으며 우물 밑바닥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브라질은 우물 밖으로 빠져나와야 한다”며 호세프 대통령 탄핵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세프 대통령 탄핵에 관한 최종 결정은 상원에서 이뤄진다. 상원에서 과반 이상이 찬성하면 최장 180일간 탄핵 재판이 시작된다. 재판이 종료된 뒤 상원 전체 81명 중 3분의2인 54명이 찬성하면 탄핵안이 최종 가결된다. 이렇게 되면 호세프 대통령은 2018년 12월 31일까지인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불명예 퇴진하고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 남은 임기를 채우게 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탄핵안에 대해 상원의원 44~47명이 찬성하고 19~21명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나 탄핵 재판은 열릴 가능성이 크나 탄핵이 실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집권 노동자당(PT)의 하원 원내대표인 호세 구이마레스는 개표 막바지에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하원에서는 반역자들이 이겼지만, 상원에서는 우리가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며 반격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수도 브라질리아와 상파울루 등 전국의 주요 대도시에서는 탄핵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시위가 발생했다. AFP에 따르면 브라질리아 의사당 앞에서는 경찰이 설치한 철제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탄핵 지지자 5만 3000여명과 호세프 지지자 2만 6000여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탄핵안 가결에 지지자들은 축포를 쏘며 환호했고, 호세프 지지자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쿠데타”라며 울부짖기도 했다. 호세프 대통령의 위기는 야당 의원들이 호세프가 2014년 재선 도전 당시 정부의 재정적자를 감추기 위해 회계장부를 조작했다며 탄핵 절차를 돌입하며 시작됐다. 호세프 대통령의 측근들이 하나둘씩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의 비리에 연루돼 구속당하면서 야당의 사임 요구는 높아졌으나 개인적 비리는 없는 까닭에 비교적 민심의 지지를 유지했다. 결정적으로 여론이 악화된 데는 최악의 경제 불황과 더불어 자신의 정치 멘토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복권을 시도한 탓이 컸다. 페트로브라스 스캔들에 연루된 룰라 전 대통령을 수석장관으로 임명해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려는 호세프의 시도에 분노한 민심으로 지지율은 8% 아래로 떨어졌고, 이는 야당이 탄핵안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결정적 빌미가 됐다. ●국론 분열 등 사회적 혼란 불가피 전문가들은 호세프 대통령 탄핵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국론 분열과 계층 간 갈등이 앞으로 상당한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호세프 대통령을 대행하거나 그의 자리를 승계할 인물들도 현재 처한 정치적 상황이 녹록지 않아 호세프 탄핵 이후에도 홍역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테메르 부통령도 호세프 대통령과 같이 정부 회계장부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에 연방대법원은 테메르 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도 개시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테메르 부통령에 이어 대통령 승계 순위 2위인 쿠냐 하원의장은 페트로브라스 비리에 연루돼 검찰에 기소당한 상태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美·蘇 수소폭탄 도발 또 다른 전쟁의 시작

    美·蘇 수소폭탄 도발 또 다른 전쟁의 시작

    수소폭탄 만들기/리처드 로즈 지음/정병선 옮김/사이언스 북스/1160쪽/5만원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두 발의 원자폭탄으로 제2차 세계대전은 종결됐다. 그러나 그것은 끝인 동시에 시작이었다.1945년과 1950년 사이 미국과 소련은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 이면에선 치열하게 원자폭탄에서 수소폭탄으로 이어지는 핵무기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미국과 소련의 긴장과 갈등은 서서히 고조되고 과학자, 군인, 정치가들은 전쟁과 동맹이 뒤엉킨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리게 된다. ‘수소 폭탄 만들기’는 원폭 투하로 2차 대전이 종결된 후 수소폭탄과 새로운 전쟁을 준비하는 시기를 그렸다. 원자폭탄이 탄생해 일본에 투하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원자폭탄 만들기’(1986)로 퓰리처상을 받은 바 있는 리처드 로즈가 1000여건의 문헌과 육성 증언을 바탕으로 실감 나게 재구성했다. 책은 히로시마 원폭 투하 50년이던 1995년 출간돼 타임지 선정 올해의 책 베스트 1위에 올랐을 만큼 화제가 됐었다. 책에 따르면 수소폭탄은 20세기 후반 미국과 소련을 둘러싸고 벌어진 정치, 과학, 군사적 사안들이 충돌·분열·융합해 태어난 결과물이다. 강경파, 매파 정치가와 군인들은 적대국이 할 수 있는 일에 대비해 전쟁 계획을 짰고 과학자들은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폭탄 개발에 뛰어들었다. 로버트 오펜하이머, 닐스 보어, 이고리 쿠르차토프 등 스타 과학자들과 트루먼, 스탈린, 흐루쇼프, 존 F 케네디, 이승만 등 정치가들이 고민과 고뇌, 공포와 광기, 이데올로기와 지혜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가 실명으로 그려진다. 당시 활발하게 진행된 러시아의 첩보 활동과 원폭 개발에 얽힌 숨은 얘기도 다루면서 이제껏 알려지지 않았던 수많은 사실도 폭로했다. 1947년 4월 냉전이 개시됐을 때 미국에는 사용 가능한 원자폭탄이 1개도 없었다는 것, 소련은 1960년까지 미국의 핵폭탄을 이용한 전략 폭격을 막을 방법이 전혀 없었다는 것,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8월 트루먼은 미군의 합동참모본부로 하여금 9개의 원자폭탄을 괌으로 보내 한반도 또는 중국을 핵공격할 수도 있는 상황에 대비토록 했다는 것 등이다. 로즈는 “핵무기는 국가 주권을 제한해 국제사회의 폭력을 줄이는 바로 그 순간에 역설적이게도 그런 주권을 위협하면서 동시에 보호했다”고 말한다. 이 미묘한 균형 틈새를 뚫고 핵 기술은 확산됐다. 중국, 인도, 파키스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북한까지 핵무기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북한이 지난 1월 수소폭탄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상황에서 책을 통해 되돌아보게 되는 역사의 진실들은 무척이나 의미심장하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4·13 총선을 마감하며] 선거 기간 민심 잘못 읽은 ‘우물 안 언론’ 부끄러워

    [4·13 총선을 마감하며] 선거 기간 민심 잘못 읽은 ‘우물 안 언론’ 부끄러워

    임일영 기자 “광주의 ‘반문(반문재인) 정서’란게 정말 있을까요? 보수언론과 비주류가 만들어낸 프레임이 확대, 재생산된 것뿐입니다. 바닥 정서는 다릅니다.”(문재인 전 대표 측 관계자 A) “왜곡된 프레임이라고요? 그런 생각으로 광주에 올 필요 없습니다. 대선패배, 야권분열에 대해 반성하거나 책임진 적 있나요?”(호남 민심에 밝은 더불어민주당 관계자 B) 4·13 총선에서 더민주를 들었다 놨다 한 건 호남 민심의 향배였습니다. 문 전 대표의 속내야 모르겠지만, 적어도 참모진은 반문 정서가 억울하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두 차례 광주를 찾은 건 정면돌파 없이는 2017년 대선을 기약할 수 없고, 자칫 호남에서 궤멸당할 수 있다는 당의 정세적 판단이 결합한 것일 텐데요. 문 전 대표는 호남 지지와 정치생명을 연계하는 승부수까지 던졌습니다. 아시다시피 더민주는 호남(28석)에서 딱 3석 건졌습니다. 문 전 대표를 비토하는 측은 반문정서의 실체가 확인됐다고 말합니다. 문 전 대표에게 그만두라고도 합니다. 반면, 문 전 대표의 사죄방문과 더민주가 몰락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400만여명으로 추산되는 호남 출신 수도권 유권자를 움직여 대승을 이끌어냈다는 분석도 설득력 있게 나옵니다. 결과론이지만 국민의당을 지지한 호남, 더민주에 몰아준 출향 유권자들은 나름의 전략적 투표로 절묘한 3당구도를 만들어냈습니다. 선거 내내 호남 민심에 노심초사하고 ‘오독’(誤讀)했던 정치권, 언론만 선거 결과를 놓고도 여전히 자의적 해석을 멈추지 않을 뿐입니다. 저 또한 예외는 아닙니다만. 민심을 오롯이 읽어낸다는 건 불가능한 일일 겁니다. 흐름을 짚고, 윤곽을 가늠할 뿐입니다. 선거 후 B는 말했습니다. “호남인은 총선결과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늘 흐름을 이끌어왔고, 더민주로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국민의당을 밀었는데 정작 고립됐습니다. 다음 선거에는 좀 더 신중하게 마음을 내줄 겁니다. 문재인이든 안철수든 앞으로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argus@seoul.co.kr 안석 기자 “드디어 우리 당이 넷심(인터넷 민심)과 민심을 구분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의 젊은 당직자가 무척 기분이 좋은 듯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정청래 컷오프’ 등 강경파 의원들의 공천 배제 여부가 초미의 관심이 됐을 때입니다. “우리 당은 오버하다 결국 선거를 망치잖아요. 요즘 당에서 팟캐스트 하는 것도 옛날 ‘나꼼수’ 열풍 따라 하는 건데, 대선이 결국 어떻게 됐습니까.” 그와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선거 예상으로 이어졌습니다. “성적이 좋진 않겠지만, 그래도 기대를 갖게 되네요.” 사실 저는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의 두 자릿수 의석을 예상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제가 기대감을 갖게 한 부분이 1%라도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일단 경제 이슈에 집중하며 요란한 정권심판론이 사라졌습니다. 관성적인 정권심판론을 내걸지 않아도 민심이 알아서 판단했습니다. 경제, 경제, 경제…. 인이 박이도록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경제만 얘기했습니다. 쉬운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해 4월 재·보궐선거에서 ‘경제정당’을 강조하던 당이 선거 막판 ‘성완종 리스트’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던 것을 기억해 보십시오. 결국 선거는 패배했습니다. 이번 선거는 과거처럼 ‘오버’하지 않았습니다. 투표율이 높으면 말춤을 추거나 “스타킹을 신겠다”는 유명 인사들의 호언도 없었지만, 일각의 우려와 달리 투표율은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호남에선 반대로 오버한 것 같습니다. 친문재인 후보들은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상임대표 방문 때 텅 빈 유세장과 문재인 전 대표 방문 때 꽉 찬 유세장을 비교한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며 민심을 전했습니다. 며칠 지나 또 방문한 건 조금 과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어쨌든 결과가 보여 줍니다. ‘박근혜 정권 심판’을 목 터지게 외치지 않아도 됩니다. SNS가 조용해도 됩니다. 차분하게 수권하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 주면 국민은 알아서 또 판단을 내릴 겁니다. sartori@seoul.co.kr 장진복 기자 이번 4·13 총선에서 가장 ‘핫’했던 지역은 바로 광주입니다. 12년 만에 둘로 쪼개진 야권을 놓고 광주의 민심이 어느 편을 들어줄지, 정치권은 물론 언론도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서울 토박이’인 기자도 광주 유권자들의 선택이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각당에서 내놓은 판세가 아닌 ‘바닥 민심’을 듣기 위해 세 차례나 광주를 찾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르포 기사를 쓸 때마다 매번 ‘더불어민주당이냐, 국민의당이냐’는 구도에 맞추다 보니 비록 기사에는 담지 못한 광주의 ‘리얼 민심’ 몇 가지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첫째, 광주는 특정 ‘당’이 아닌 참신한 ‘인물’을 원했습니다. 광주에서 만난 많은 유권자들로부터 “새누리당 소속이라도 열심히 일하고 똑똑하면 뽑아주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취재 도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자면 “내가 대구로 이사를 가서라도 유승민이를 뽑아주고 싶다”는 한 택시기사의 말을 들었을 때입니다. 그만큼 광주는 더이상 야당의 텃밭이 아니었습니다.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전남 순천에서 재선에 성공한 것처럼, 어쩌면 광주에서도 ‘지역주의’의 벽이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둘째, 정치 무관심층이 갈수록 늘어났습니다. 선거에 가까워질수록 “싸우는 게 지겨워 정치에 관심이 없어졌다”거나 “누구를 찍을지 모르겠다”고 답하는 시민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투표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냉정하게 등을 돌린 유권자도 있었습니다. 물론 몇몇 시민의 말만 듣고 판단하는 것이 섣부른 일반화의 오류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갈등과 분열이 끊이지 않는 야권을 향한 실망감으로 광주의 민심이 꼬일 대로 꼬여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셋째,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에 대한 높은 관심입니다. 광주에서 만난 시민들이 기자에게 가장 많이 되물었던 질문은 “손 전 고문은 요즘 뭐하고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광주에서만큼은 정계를 은퇴한 손 전 고문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광주는 벌써부터 차기 대선에서 정권교체에 적합한 인물을 찾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viviana49@seoul.co.kr 이범수 기자 ‘상식대로 하면 된다.’ 지난 13일 마무리된 20대 총선을 보고 든 생각입니다. 총선에서 참패한 새누리당의 원유철 원내대표는 15일 “국민 눈높이에서 총선 패배 이유를 고민하겠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국민들이 원한 건 ‘상식’인데 정치는 ‘몰상식’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4일 총선 민심을 청취하기 위해 방문한 서울 동작구에서 한 60대 노인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대구 사람이야. 평생 새누리당만 찍었는데 이번에는 야당을 찍을 거야. 우리 집만 해도 가족이 4명이거든. 야당 찍으라고 내가 먼저 나서서 설득할 거야. 한번 싹 갈아야 해.” 기자는 의외의 대답에 놀랐습니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여당 텃밭인 ‘대구’ 출신이라는 점에서, 두 번째로 보수 성향의 ‘60대 이상’에 속하는 유권자라는 점에서였습니다. 골수 ‘1번’ 유권자지만 지지 철회를 선언한 셈이니까요. 황당해하는 저에게 돌아온 대답은 “정치를 그렇게 몰상식하게 하면 안 돼”였습니다. ‘최고 권력자에게 찍히면 죽는다’는 식의 공천 과정이 민심 이반의 원인이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도 올해 초부터 상승 추세였던 지지율이 한번 꺾인 적이 있습니다. 바로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자신을 비례대표 2번으로 추천했을 때인데요. 정치에 무관심한 저의 중·고등학교 친구들조차 ‘셀프 공천이 말이 되느냐’며 비판할 정도였습니다. 앞서 “내 나이가 77살이다. 국회에서 쪼그려 일하는 것도 곤욕”(지난 1월), “비례대표를 네 번 했고, 비례대표가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지난 3월)와 같은 김 대표의 발언도 있었던 터라 역풍이 분 것이죠. 정장선 선거대책본부장은 “비례 파동이 있고 나서 상승하던 호남 지지율이 꺾였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20대 총선에 나타난 특징 중 하나는 ‘교차 투표’입니다. 유권자가 비례대표 선정을 위한 정당투표와 지역구 후보자를 대상으로 하는 투표를 서로 다른 정당에 하는 건데요.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국민의당이 기존 예상보다 성공을 거둔 데도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양당의 ‘몰상식’이 일조한 건 아니었는지 조심스레 예측해 봅니다. bulse46@seoul.co.kr 강윤혁 기자 4·13 총선 기간 현장에서 만난 민심은 저마다의 이유로 들끓고 있었다. 그들은 때때로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과 새누리당의 독주가 싫다 말했고,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독선이 못마땅하다고 했다.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너무 편파적이라고 했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미덥지 않다고 했다. 그 천태만상의 민심들은 서로의 끓는 점을 향해 달아올라 4·13 총선의 결과로 나타났다. 투표의 이유는 제각각이었지만, 승자 독식의 선거제도는 경직된 결과만을 보여줬다. 하나의 선거구에서 한 명의 당선자만을 뽑는 소선거구제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사람만이 당선자로 결정되는 상대 다수대표제는 현장의 민심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 인천 부평갑에서는 불과 26표 차이로 당선자의 당락이 결정됐다. 표의 격차가 적을수록 다른 선택을 한 유권자들의 민심은 더 많은 사표(死票)가 돼 버려진다. 여당의 텃밭이라 일컫던 대구 달서갑에서는 녹색당 변홍철 후보가 30.1%의 지지를 얻었다. 친박(친박근혜)계의 핵심이라는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의 지역구 경북 경산에선 정의당 배윤주 후보가 30.4%의 득표를 얻기도 했다. 그동안 여당 지지성향이 강한 곳이라 분류됐던 부산에서 5명, 경남에서 3명, 대구에서 1명의 당선자를 배출한 더민주의 총선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4·13 총선의 결과는 더이상 지역 구도나 전통적 지지성향만으로 민심의 향배를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4·13 총선의 민심은 우리가 당연하게만 여겨왔던 선거제도에 대한 고민을 던져줬다. 승자 독식의 선거제도는 당선을 위해서라면 상대에 대한 흑색선전도 마다 않는 정치의 모습으로 나타나 국민들이 정치 혐오를 갖는 한 이유가 되기도 했다. 천호동에서 만난 김모(80) 할머니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데 하나만 찍어야 해서 아쉽다”며 “몇 명쯤 찍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롭게 출범하는 20대 국회가 하나의 선거구에서 여러 명의 대표를 뽑을 수 있는 중·대선거구제나 소수 정당의 당선자도 배출할 수 있는 소수대표제를 검토해야 할 이유다. yes@seoul.co.kr 이지운 기자 선거 결과에 놀라는 것은, 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잘못 읽었기 때문이기 쉽다. 새누리당의 참패나, 더불어민주당의 약진, 국민의당의 대성공은 언론도, 평론가들도,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제대로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빗나간 예측과 이에 따른 민망함, 부끄러움은 ‘민심 오독(誤讀)’으로 치러야 할 대가다. 민심 오독은 경험적으로 볼 때 선거 이전보다 선거 이후가 더 심하다. 공허하고 실질적이지 못한 표현 몇 마디로 압축해놓고는 이후의 설명이 미흡할 때가 많다. ‘시대정신의 반영’이라고 뭉뚱그린 뒤 아전인수격 주석을 다는 식이다. 민심은 방대한 동시에 너무도 세세해서 대강 읽으면 오답 내기 십상이다. 개인적으로는 선거 이후의 민심 읽기가 훨씬 중요하다고 본다. 선거로 나타난 민심은 사회적으로 반영돼야 하기 때문이다. 표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면 국가적 에너지는 효율적으로 결집되지 못한다. 이럴 때 잘못된 정책은 교정받을 기회를 놓치고, 추진돼야 할 일은 힘을 받지 못한다. 이번 선거 결과를 ‘오만’에 대한 심판으로 정의하는 평가가 많다. 동의한다. 정부, 여당에 대한 단호한 징계는 실로 깜짝 놀랄 만한 것이었다. 그래서 더욱 궁금증이 남는다. 도대체 민심은 어떤 오만에 얼마만큼 화가 난 것이기에 새누리당에 이런 ‘혹독한’ 징계를 내렸을까. 대다수 지적처럼 ‘누적된 오만’이 불러온 결과로 놓고 보자. 민심은, 도대체 어느 시점부터 새누리당의 행태를 본격적인 오만으로 느끼기 시작했을까. 이번 총선 직전까지 십수년간 모든 선거에서 새누리당에 승리를 몰아준 민심 아니었나. 혹 긴 시간 오만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쌓여 있다가 이번 총선에서야 임계점을 넘은 것일까. 아니면 이전까지는 더불어민주당과 그 전신 열린우리당 등을 심판하느라 새누리당에 대한 징계를 잠시 보류해둔 것일까. 이번 선거로 그 불만은 다 쏟아진 것일까. 또한 더민주에 대한 호남의 이반은 절반의 징계이며, 절반의 보류인가. 다 같이 풀어야 할 숙제가 열거할 수 없을 만큼 쌓여 있다. jj@seoul.co.kr
  • [4·13 총선을 마감하며] 국민은 ‘알파고’ 수준, 정치는 네안데르탈인 시대

    [4·13 총선을 마감하며] 국민은 ‘알파고’ 수준, 정치는 네안데르탈인 시대

    지지부진한 선거구 획정과 볼썽사나운 공천 다툼으로 시작해 충격적인 유권자들의 심판으로 귀결된 4·13 총선. 그 역사의 현장을 지켰던 기자들은 어떤 시각을 갖고 있을까. 지난 몇 달간 각 당의 심야 공천 회의를 밀착 취재하느라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전국의 선거구 표밭을 누비느라 탈진했던 서울신문 정치부 기자들이 15일 이번 총선을 되돌아보는 소회를 털어놨다. 김상연 기자 좀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4·13 총선을 관통하면서 나를 가장 곤혹스럽게 했던 것은 ‘알파고’였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드라마틱한 대결을 보면서 나의 전두엽은 ‘사이보그’니 ‘포스트 휴먼’이니를 상상하며 마구 미래로 내달렸지만, 정작 내가 데스크에서 다뤄야 하는 기사는 네안데르탈인급의 원시적이고 퇴행적인 공천 드잡이였기 때문이다. 분명히 둘 다 21세기에 펼쳐지고 있는 현실이었으나 둘 사이의 간격이 비현실적으로 컸기에 차라리 몽유(夢遊)의 충동을 느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강산이 세 번 변한 뒤 치러진 이번 총선은 정치라는 것이 이제 비즈니스이자 게임처럼 변모했음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말았다. 그래도 예전 선거는 가식적일지언정 최소한의 거창한 명분을 들먹였다. 하지만 이번 선거의 공천 과정에서 여야는 저마다 ‘에이, 다 알면서 새삼스럽게 뭘~’ 하는 식으로 국민 앞에 안면몰수하고 승리와 세력 챙기기에만 혈안이 됐다.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이 지역감정의 벽을 깨겠다며 상대 당 아성에 도전했던 역사는 이제 ‘험지 출마’라는 해괴한 용어와 함께 게임처럼 변질됐다. 도대체 그 지역에 그 사람을 공천한 명분이 뭔지에 대한 설명은 없고, 여론조사 계산기를 두드리고 이런저런 계파별 친소관계를 따진 뒤 출마자를 점지하기 바빴다. 후보자의 가족들도 ‘가족 비즈니스’처럼 총동원돼 “우리 아빠, 우리 남편(아내) 찍어 주세요”라고 읍소했는데, 왜 찍어 줘야 한다는 건지 제대로 된 명분은 들어보지 못했다. 국민으로부터 권력과 세금의 사용을 위임받는 정치가 숭고함과 명분을 도외시하고 비즈니스화, 게임화할 때 그것처럼 추악한 것도 없다. 정치가 탐욕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면, 다시 말해 동물처럼 게걸스러워지면 인간의 정체성을 가진 유권자들은 모멸감을 느낀다. 인간과 동물을 구분 짓는 것이 한 조각의 옷이라고 본다면, 명분을 쓰레기통에 내다버린 오늘 대한민국의 정치판은 역대 어느 때보다 네안데르탈인 시대에 근접해 있다. carlos@seoul.co.kr 장세훈 기자 ‘여론조사의, 여론조사에 의한, 여론조사를 위한 선거.’ 4·13 총선에서 참패한 새누리당 얘기다. ‘상향식 공천’을 내세웠으나 ‘마스터플랜’만 있고 ‘액션 플랜’은 없었다. 출마 채비를 갖춘 예비후보들은 지역구 민심보다 여론조사 숫자에 집착했다. 전체 253개 선거구 중 절반이 넘는 141곳에서 여론조사로 공천자가 결정됐다. 총선 과정에서는 또다시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야권에 앞서고 있다는 우세론이 득세했다. 개표 직전까지도 말이다. 공천 과정에서 여론조사는 지지층을 갈라 세웠고, 총선 국면에서 여론조사는 민심 흐름을 살피는 데 장애물이 됐다. 지난해 2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에 대한 국회 인준 여부를 여론조사로 결정하자는 제안에 대해 새누리당이 코웃음쳤던 상황이 총선 정국 내내 기자의 머리를 맴돌았다. ‘정치는 하수구여야 한다.’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의 요구다. 물론 정치 문화 자체는 깨끗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 행위는 지지층의 기대 심리가 아닌 정치 부정층이나 무당층의 반발 심리부터 오롯이 챙겨야 한다. 새누리당 핵심 인사는 총선을 불과 며칠 앞둔 사석에서 “선거는 ‘구도’가 8할(80%)”이라고 했다. 야권 분열에 초점을 맞춘 표현이었다. 국정 운영에서 드러낸 집권 여당의 오만함, 공천 과정에서 표출된 계파 갈등, 정책 실패 또는 부재로 인한 국민들의 아우성 등을 외면하는 ‘외눈박이 정치’는 국민 앞에 설 자리가 없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곰배팔 정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남는 의문이다. 여권에서는 총선 결과를 놓고 제각각의 ‘곰배팔(꼬부라져 펴지 못하는 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패배의 원인에 대해 ‘네 탓’ 공방을 벌이며, 차기 당권과 대권을 겨냥한 권력 투쟁 조짐도 벌써 고개를 든다. 안으로 굽기 마련인 팔만 휘둘러서는 시쳇말로 ‘노답’(No Answer)이다. 작은 정치는 세력만 구축하면 될지 몰라도 큰 정치는 국민의 마음부터 얻어야 하지 않을까. shjang@seoul.co.kr 이재연 기자 “국민만 바라보고 앞으로 가겠습니다.”(2012년 1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한때 박근혜 대통령의 전매특허였던 이 말이 언제부턴가 정치권의 유행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진영도, 소속 지역·세대도 상관없이 어디서나 보증수표처럼 통하게 됐으니까요. 야권 지도자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이 구호를 차용한 지 오래입니다. “더이상 지역주의도, 진영 논리도 거부하겠다. 오직 국민만 바라보는 정치를 하겠다.”(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4·13 총선 개표 직후). 38석이라는 대승을 거둔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도 승리 일성으로 “국민들만 쳐다보고 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국민’이라는 단어는 신기루 같습니다. ‘국민’을 앞세우는 순간 당리당략, 계파 투쟁, 정치인의 사심(私心) 따윈 사라지고 선공후사·민생 같은 절대선만 남습니다. 신기루 같기에 손에 쥐기도 힘들지만, 쥐었다 싶은 사이 손가락 새로 빠져나가는 건 더욱 순식간인가 봅니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4년 전 했던 약속을 중히 여겼더라면 20대 총선 ‘122석’이라는 참패 성적표가 바뀌지는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뚜껑이 열리고 나서야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들만 ‘민심이 절묘하게 심판했다’고 뒷북을 쳤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속마음을, 정작 정치권과 피부를 맞댔던 저희들만 체감하지 못했나 봅니다. 교훈은 언제나 충분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직후 2014년 지방선거 때도 민심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여:야, 8:9’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 주지 않았더랬습니다. 2012년 대선 때도 야당의 우위가 점쳐졌지만, 유권자들의 방점은 ‘정권 교체’보다 ‘국민 행복’에 꽂혔습니다. 이제 남은 박근혜 정부 임기는 1년 10개월. 새누리당 참패의 총선 결과 앞에 김무성 대표가 “정치는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만 두려워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사퇴 일성이 귓가에 두고두고 울립니다. 국민의 따끔한 질책을 잊는다면 4년 뒤에도, 당장 내년 대선에서도 정치인들이 꿈을 꿀 자격은 주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oscal@seoul.co.kr 황비웅 기자 #장면 1. “아직 후보는 누굴 찍을지 모르겠어. 애국심들이 부족해. 맨날 싸움만 하고. 근데 당은 국민의당을 찍으려고. 새롭게 기대를 해 봐야지.”(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신당 중앙시장 앞 80대 노인) #장면 2. “30년 동안 새누리당 말고는 찍은 적이 없어요. 이번에도 후보는 새누리당 후보를 찍겠지만, 당은 국민의당을 찍으려고요.”(지난 4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청덕동의 한 아파트 상가 내 50대 중반 남성) 4·13 총선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순간 “헉!” 하는 낮은 한숨소리가 절로 나왔던 것은 대부분의 기자들이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저부터 반성해야겠습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수없이 수도권 위주로 현장 르포를 다니면서도 유권자들의 미묘한 심경 변화를 잡아 내지 못했다는 반성입니다. <장면 1>에 등장한 80대 노인이 불쑥 “당은 국민의당을 지지하겠다”고 했을 때 흠칫 놀랐습니다. 당연히 새누리당을 지지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장면 2>에 나온 50대 중반의 남성은 새누리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었지만, “정당투표에서 국민의당을 찍겠다”고 선언하듯 말했습니다. 현장의 분위기는 바뀌어 있었습니다. 물론 이번에 새누리당의 참패를 예상한 언론, 여론조사기관, 정치인들은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특히 저를 포함한 기자들은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확보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제가 현장 취재를 나간 수도권 격전지의 새누리당 후보들은 하나같이 “분위기에서 내가 압도하고 있다. 내가 따라잡고 있다”고 자신하듯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년여간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지연,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메르스 늑장 대응, 국민 합의 없는 한·일 일본군 위안부 협상, 공천 파동 등 정부와 새누리당이 보여 준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민심의 심판은 매서웠습니다. 민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유권자와 정치인들의 매개체가 되어야 할 기자로서의 역할을 등한시하지는 않았나 돌아봅니다. 더이상 ‘우매한 국민’이 아닙니다. ‘우매한 기자’인 제가 먼저 반성합니다. stylist@seoul.co.kr 이영준 기자 “잘생겨서 뽑아줄 거예요.” “젊잖아요.” “아무래도 좋은 대학 나온 사람이 낫지 않겠어요.” “무조건 1번입니다.” “잘 모르겠어. 정치에 관심 없어. 아무나 뽑을 거야.” 20대 총선 현장에서 만난 유권자들에게 ‘투표의 기준’을 물었을 때 돌아온 답변의 8할은 이랬다. 표심은 합리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나머지 2할은 어느 정도 정치적 식견이 있었지만 대부분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보단 진영 논리에 따른 투표의 기준을 갖고 있었다. 유권자들은 또 ‘정치 무관심’을 얘기했다. ‘생업’을 핑계로 들었다. 후보자들의 ‘표 호객 행위’ 현장에서는 귀를 막고, 또 악수를 피하며 고개를 돌려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국민이 여당을 심판했다”, “새누리당 참패”. 개표 결과가 나오자 이런 제목의 기사가 쏟아졌다. 현장에서 전혀 감지하지 못한 결과였다. 정치에 관심 없다던 국민들이 이런 놀라운 결과를 내 놓았다는 건 뒤통수를 칠 만한 대반전이었다. 미술 기법 중 ‘사진 모자이크’라는 게 있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완성된 사물을 그리고 있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수백, 수천 가지의 다른 사진들로 채워져 있는 작품이다. 국민들의 표심도 이런 사진 모자이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인 1표에 담긴 투표의 기준은 천차만별이지만, 그것이 모이고 모여 ‘심판’이라는 거대한 의미를 담아냈기 때문이다. 국민들 개개인의 다소 비합리적일 수 있는 기준에 따른 선택들의 총합이 고도의 ‘합리성’을 띤 결정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정치에 관심이 없다던 국민들이 무섭게 느껴졌다. 모르는 척하면서도 정치권에서 누가 싸우는지, 대통령이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왜 무릎을 꿇고 애걸복걸하는지, 그것이 진정성 있는 호소인지, 누가 더 나은 인물인지 정도는 가려내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여당의 ‘사람 보는 눈’은 국민의 ‘사람 보는 눈’을 따라가지 못했다. 국민들은 올바른 선택을 했고, 당선자도 될 사람이 됐다. apple@seoul.co.kr 김민석 기자 지난 13일 선거 결과에 새누리당도 놀랐지만 솔직히 기자도 놀랐다. 특히 수도권 격전지에서 직접 만난 후보들이 전부 낙선했다. ‘기자의 저주’라는 소문이 날까 두려울 정도였다. 기자가 만난 후보 중 정말 이길 것 같았는데 진 후보가 네 명 있었다. 서울 A 후보는 상대 쪽 분위기가 너무 좋지 않았다. 캠프에선 피로감이 느껴졌고 후보 가족은 날카롭게 곤두서 있었다. A 후보는 지역에 넓게 뿌리내린 특정 직군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었다. 캠프는 잘 돌아가는 공장처럼 체계적으로 움직였다. 서울 B 후보는 가는 곳마다 박수를 받았다. 길 건너편에서도 손을 흔들어 줬다. 경기 C 후보의 캠프는 여유가 있어 보였다. 19대에 단일화를 하고도 간신히 당선됐던 상대 후보가 이번엔 단일화에 실패했다. 경기 D 후보 측도 승리를 확신했다. 여당 텃밭으로 꼽히는 지역에 공천된 전문성 있는 인물로, 여론조사에서 한 번도 뒤처지지 않았다. 흥미로웠던 것은 A, B 후보는 그 지역에서 3선을 한 강적들과 맞붙었지만 최후까지 접전을 벌였고 C, D 후보는 전통적으로 여당의 텃밭인 지역에서 커다란 표차로 졌다는 것. 바꿔 말하면 적지라 생각하고 뛴 후보들은 그나마 접전을 벌였고, ‘집토끼’의 결집을 노렸던 후보들은 완패했다는 것이다. 사실 집토끼 챙기기는 중앙당 차원의 전략이었다. ‘읍소’ 전략은 지지층 투표율이 더 중요한 재·보선에서 쓰던 것이다. “운동권 정당에 표를 주시겠냐”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지원 유세 발언들도 대부분 흔들리는 지지층을 겨냥한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 공천 과정을 보고 화가 난 것은 새누리당 지지자뿐만이 아니다. 기자가 본 후보들도 주요 지지층인 중·노년 유권자를 겨냥했다. 젊은 사람들이 도시에서 빠져나간 낮 시간에 집중 거리 유세에 나서거나, 종일 노인 무료급식 장소를 찾아다니기도 했다. 한 후보의 명함을 받은 남성이 웃으며 손을 잡아 줬다. 그때 저만치서 배낭을 맨 젊은 여성이 발길을 돌려 다른 길로 걸어갔다. shiho@seoul.co.kr
  • 문제는 경제, 완승은 없다, 黨보다 사람… 국민은 또 옳았다

    16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을 가져온 이번 4·13 총선 결과에 대해 시민들은 놀랍다는 반응 일색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작아진 여당’에 대해서는 오만과 독선에서 벗어나 변화한 모습을, ‘커진 야당’에 대해서는 우리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생산적인 자세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변호사 이상윤(30)씨는 14일 “새누리당의 과반 수성이 어렵다고 생각은 했지만 제1당 위치까지 잃을 줄은 몰랐다”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는 “공천 과정의 내분과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가 원인”이라며 “새누리당은 절치부심하고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공무원 이모(45)씨는 “누구도 완승했다고 말하기 힘든 구도를 만든 민심의 현명함이 무서울 정도”라며 “더불어민주당은 승리했지만 시민들은 이마저 견제하려고 국민의당을 호남 중심의 제3당으로 만들어 주었다”고 평가했다. 새누리당이 청년 문제를 충분히 고민하지 못한 게 패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환경미화원 조모(57·여·인천 남동구)씨는 “아들딸에게 잔소리 듣기 싫어 사실은 1번을 찍었는데, 2번에 투표했다고 둘러댔다”며 “청년들은 높은 실업률에 결혼도 기피해서 ‘7포 세대’라는 말까지 있는데 이런 부분들에서 여당이 점수를 까먹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택시기사 김모(64)씨는 “새누리당이 사분오열하는 모습은 유권자를 무시하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며 “그 탓에 공약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으니 30~40대의 반발심도 커졌을 것”이라고 전했다. 청년층과 중년층은 이번에 기대 이상의 많은 의석을 차지한 야당에 대한 주문이 많았다. 서울 중구에 사는 직장인 서나빈(32)씨는 “더민주의 승리라기보다는 새누리당의 패배라고 보는 편이 맞다”며 “경제난이 정치에 무관심한 나 같은 사람들까지 투표장으로 불렀다는 점에서 야당이 이제는 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에서 사업을 하는 홍석우(30)씨는 “새누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전략투표를 하긴 했지만 현 야당을 100% 지지하는 건 아니다”라며 “야당도 인상적인 행보 없이 분열할 경우 민심은 빠르게 돌아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소야대 현상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상생’을 당부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김모(71)씨는 “남북 대치상황을 볼 때 국가 안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청년실업 해결도 시급한 만큼 3개의 당이 힘을 합치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43·경기 부천)씨는 “여소야대로 거대 여당의 독주를 막을 수 있게 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중요 현안에서 여야가 반목만 거듭할 경우 중요한 정책들이 추진력을 잃게 된다”며 “더민주가 앞으로 잘하지 못하면 2년 후 대통령 선거에는 다시 새누리당에 표를 줄 것”이라고 했다. 중소기업 사장 이모(53)씨는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를 말로만 떠들었지, 가계형편은 나아지는 게 없고 전셋값은 치솟았다”며 “친환경에너지 등 미래 먹거리를 만들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곳곳에서 지역색을 탈피한 선거결과가 나타난 데 대해서는 “정당보다는 사람을 보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많았다. 대구 수성구의 회사원 장모(32)씨는 “보릿자루만 꽂아도 된다는 식으로 단지 고향이 대구라는 이유만으로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공천한 순간부터 김부겸 후보의 승리는 정해져 있던 것”이라며 “정당보다 사람으로 뽑힌 만큼 국회에서 서민을 위한 진짜 법을 만들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신모(41)씨는 “진영 더민주 후보가 당을 바꾸었지만 유권자들이 사람을 보고 뽑으니 새누리당 텃밭에서 야당 당선자가 나온 것”이라며 “정권 투쟁보다 시민을 위한 정치를 이어가 달라”고 주문했다. 정치에 대해 선거 때만 반짝하고 마는 일회성 관심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대학생 김모(28)씨는 “선거 때 읍소하던 국회의원들이 당선되면 얼굴색을 바꾸는 것은 결국 유권자의 책임”이라며 “평소에도 정치에 관심을 잃지 않고 채찍질과 칭찬을 해주는 성숙함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건팀 종합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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