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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찍겠다는 파월, 시위 동참한 롬니… 트럼프에 등 돌리는 공화당 거물들

    바이든 찍겠다는 파월, 시위 동참한 롬니… 트럼프에 등 돌리는 공화당 거물들

    라이스도 “말하기 전 다시 생각” 조언 트럼프 “파월은 진짜 먹통” 분노 트윗 바이든, 힐러리도 못넘은 지지율 50%코로나19 초기 대응 실패에 침묵했던 미국 공화당 원로 및 전직 인사들이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촉발된 시위국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연이어 등을 돌렸다. 공화당 내에서도 중도층을 외면한 트럼프식 분열정치에 대한 불만이 나오는 형국이다.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분명히 올해 트럼프를 지지할 수 없다”며 “우리에게는 헌법이 있고 그 헌법을 준수해야 한다. 그는 헌법에서 벗어났다”고 밝혔다. 미국의 첫 흑인 합참의장이자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역임한 파월은 “나는 사회적·정치적 현안에 대해 조 바이든(전 부통령)과 매우 가깝다”며 “그와 35∼40년간 협력해 왔고 (민주당 대선 후보인) 그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했다. 첫 흑인 여성 국무장관이었던 콘돌리자 라이스도 CBS방송에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백악관으로부터 메시지를 얻길 기대해 왔다. 대통령은 이런 메시지를 낼 땐 조심해야 한다”며 ‘약탈이 시작될 때 총격이 시작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지적했다. 라이스 전 장관은 이런 말을 하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며 “통합과 공감의 언어로 말하라”고 했다. 흑인 사회에서 영향력이 상당한 두 전직 장관 모두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이 최근 ‘분열적’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거칠게 비난한 것을 지지했다. 밋 롬니 상원의원도 공화당 의원 중 처음으로 이날 워싱턴DC에서 시위대와 함께 행진하며 흑인인권보장을 요구했다. 롬니 의원은 올 초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에 대해 공화당에서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진 바 있는 ‘트럼프의 정적’이다. 뉴욕타임스는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의 부인 신디 매케인 등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공개 지지를 고민하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 리사 머카우스키 상원의원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할지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라고 한 바 있다.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대응과 관련해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오는 11월 3일 대선에서 중도층 유권자들이 이탈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원의장을 지낸 공화당 거물인 폴 라이언, 존 베이너의 의중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상승세는 가파르다. CNN은 4년 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한 번도 못 넘은 50%대 지지율을 바이든 전 부통령이 최근 1주일간 여론조사에서 세 번이나 달성했다고 전했다. 가장 높은 수치는 ABC방송 및 워싱턴포스트 설문조사로 53%(트럼프 43%)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특유의 분노 트윗으로 대응했다. 그는 파월 전 장관에 대해 “우리를 처참한 중동 전쟁으로 끌어들인 데 대해 매우 책임이 있는 진짜 먹통인 콜린 파월이 또 다른 먹통인 졸린 조 바이든을 찍을 것이라고 방금 발표했다”며 “파월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WMD)를 갖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그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전쟁을 치렀다”고 막말을 퍼부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샌델 “한국 코로나 방역 성공은 ‘공동체 의식’ 덕분… 미국에선 드문 광경”

    샌델 “한국 코로나 방역 성공은 ‘공동체 의식’ 덕분… 미국에선 드문 광경”

    확진자 이동경로 공개 논란에 “사생활 침해 우려 접어둘 수도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사생활 보호 가치 다시 요구해야”“심각한 사회 내 분열 주목… 사회구성원간 상호의존 인정해야”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한국이 코로나19 방역에 성과를 거둔 이유로 ‘공동체 의식’과 ‘사회적 결속력’을 꼽았다. 샌델 교수는 8일 한국 외교부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방역 결과가 다른 이유에 대해 “중요한 차이점은 강력한 공동체 의식이 있어서 고통 분담의 정신으로 사람들이 위기에 맞설 의향이 있는지, 바이러스와 싸우고 공공보건을 증진하며 공공선을 추구하기 위해 필요한 결속력이 있는지 여부”라며 한국을 이같이 평가했다. 샌델 교수는 “미국과 여러 유럽 국가에서는 기부 활동이 줄지어 일어났다”며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자선과 기부를 넘어선 행동이었다. 정부의 활동과 별개로 사회 안팎에서 자발적으로 협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착한 임대인’, ‘착한 선결제’ 운동을 예로 들며 “무척 인상 깊었다. 미국인으로서 경의를 표한다. 여기에선 드문 광경”이라며 “이러한 운동은 시민사회 내부에서 일어나는 것이어서 매우 인상적”이라고 했다. 이어 “시민들 상호간의 배려와 존중을 보여주고 있다. 효율적인 정부조차도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의 이동경로를 사회에 공개하는 데 대해 사생활과 개인정보 침해라는 주장과 공익을 위한 조치라는 주장이 엇갈리는 것과 관련, “관건은 개인 익명성의 보장 여부”라고 짚었다. 샌델 교수는 “확진자 방문 장소를 개인정보를 보호하며 확보할 수 있다면 익명성을 유지하면서 공중보건을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특정인의 신원을 밝히지 않으면서 확진자를 접촉한 사람들에게 정보를 알려줄 수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개인을 특정하기 쉽다면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공익을 위해서 그 우려를 일시적으로 접어둘 수도 있다. 생명이 걸린 일이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그것을 접는다는 것을 알고서 접어야 한다. 비상사태를 위해서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것을 의식하고 있다가 코로나 사태가 잦아들면, 일시적으로 어느정도 기꺼이 접어두었던 사생활 보호라는 가치를 다시 제기하고 요구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샌델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한 사회 내 분열이 주목받게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군은 비교적 안전하지만 병원과 식료품점, 배달업계, 창고물류업 등 일반시민과 접촉할 수밖에 없으면서도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직군은 큰 위험을 무릅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 더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이룩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샌델 교수는 “다 같이 연대하고 서로 의존하는 것은 바로 공공선이 지향하는 이상”이라며 “그러므로 이를 위해서는 사회구성원간 상호의존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경제, 사회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공공선이고 연대이고 사회적 결속의 원칙”이라고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하태경, 민경욱에 최후통첩 “괴담꾼 지만원 운명 피하라”

    하태경, 민경욱에 최후통첩 “괴담꾼 지만원 운명 피하라”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이 8일 인천 연수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연일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민경욱 전 의원에게 최후통첩을 했다. 하태경 의원은 “오늘까지 사과하지 않을 경우 추가 증거를 공개하겠다”며 “제 폭로가 있은 지 일주일 지나도록 아무런 반성도 없다. 민 의원에게 괴담 유포 사과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통합당 혁신에 민 전의원 괴담이 얼마나 장애물이 되는지 자각하라. 사과하지 않으면 민 의원측 괴담이 얼마나 악의적으로 조작된 것인지,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추가 증거를 공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 의원은 “괴담꾼 지만원 같은 운명을 겪고 싶지 않다면 진심으로 본인의 괴담에 대해 사과하라. 마지막 경고”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민 의원의 출당을 요구했다. 하 의원은 “민경욱 때문에 통합당이 괴담 정당으로 희화화되고 있다”며 “중국해커가 개입했다는 민 의원의 궤변은 당을 분열시키고 혁신을 방해하고 있다”고 했다. 민 의원은 “세상의 모든 조롱을 다 견디겠다”며 재검표를 요구했다. 민 의원은 지난 21일 “부정선거를 획책한 (중국) 프로그래머가 자기만 아는 표식을 무수한 숫자들의 조합에 흩뿌려놨다”며 “‘FOLLOW_THE_PARTY(당과 함께 간다)’라는 구호가 나왔다”며 중국과 내통해 선거부정이 일어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정의냐 경제냐… 미국은 무엇을 선택할까

    정의냐 경제냐… 미국은 무엇을 선택할까

    바이든 ‘인종갈등’ 비판하며 강공 전환 트럼프 ‘경제 V 반등’ 예측… 결집 호소 민주당, 대선 접전지 8곳중 5곳서 앞서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및 7개 주의 민주당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세 번째 도전 만에 대선 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이튿날 “(조지 플로이드의) 영혼을 위한 싸움에서 이길 것”이라며 출사표를 던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깜짝 선전한 5월 고용지표를 토대로 “V자를 넘어 로켓 회복”을 할 거라며 맞섰다. 향후 5개월간 대선판에선 ‘정의 대 경제’ 프레임으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CNN에 따르면 바이든은 6일 성명에서 “11월 3일(대선일)까지 미국인의 표를 얻으려 싸울 것”이라며 “이를 통해 이 나라의 영혼을 위한 싸움에서 이기고, 경제를 재건하며, 모두가 함께 가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 “아주 많은 이들이 그들(흑인)의 목숨을 덜 소중하게 여기는 사회에서 소외됐다고 느낀다”고 언급한 뒤, 코로나19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미흡한 대처도 비판했다. 인종차별 시위 확산으로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은 5월 고용지표 개선을 치적으로 부각하려 애썼다. 큰 폭으로 줄 것으로 봤던 일자리가 4월보다 외려 250만개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는 세계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를 갖고 있다”며 “조지(플로이드)가 내려다보며 이것(일자리 지표 상승)이 우리나라에 위대한 일이라고 말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이에 대해 “비열하다”고 거칠게 쏘아붙였다. 여전히 국민 목숨보다 경제에만 신경 쓴다는 비판이 담겼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조용했던 바이든 전 부통령의 강공 전환은 트럼프 대통령의 고전을 틈타 승기를 잡으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바이든은 플로이드 사망 이후인 최근 열흘간 대선 접전지(8개 주) 설문조사에서 애리조나·플로리다·미시간·노스캐롤라이나·오하이오 등 5곳에서 이겼다. 위스콘신에선 동률이었고 5월 초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6% 포인트나 뒤졌던 텍사스에서는 1% 포인트 차로 따라붙었다. 펜실베이니아에서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4% 포인트 뒤졌다. 플로이드 사망 규탄 시위는 ‘오바마 향수’로 흑인 지지 기반을 갖춘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는 호재다. 바이든 캠프는 체포된 시위대원 석방을 위해 보석금을 냈고 흑인 여성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이 직권 남용 경찰에 대한 기소 기준을 낮추고 가혹행위를 금지하는 경찰 개혁에 나설 거라는 보도도 나왔다. 다만 바이든 전 부통령은 자신의 약점이자 시위대의 주력인 진보적 청년층을 끌어들여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USA투데이는 “트럼프 반대를 외치는 시위대는 바이든에게서 더 많은 것을 보고 싶어 했다”며 “교회 연설과 시위대 사진촬영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세간의 평가를 전했다. 이번 시위에 군 동원까지 거론하며 과도한 강경 기조를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도 내부 분열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미트 롬니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트럼프, 숨진 흑인 플로이드 언급…바이든 “비열하다”

    트럼프, 숨진 흑인 플로이드 언급…바이든 “비열하다”

    트럼프가 플로이드 언급하자,“상황 파악 못 해” 비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고용지표 개선을 자랑하면서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언급하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비열하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5일(현지시간) 도버에 있는 델라웨어 주립 대학교 강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이드의 입을 빌려 딴소리를 하려는 것은 솔직히 비열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미 CNN 방송이 전했다. 플로이드는 지난달 25일 미네소타주에서 위조지폐 사용 신고를 받고 출동한 백인 데릭 쇼빈 전 경관에게 체포되는 과정에서 9분 가까이 무릎으로 목을 짓눌려 숨졌다. 앞서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노동부의 5월 고용동향 발표 후 백악관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해 일자리가 250만개 증가했다는 지표를 자화자찬하는 과정에서 플로이드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지가 (하늘에서) 내려다보면서 이것이 우리나라에 위대한 일이라고 말하길 희망한다”며 “그와 모든 이를 위해 위대한 날이다. 오늘은 평등의 관점에서 위대한 날”이라고 말했다.이에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흑인과 히스패닉계의 실업이 증가했고, 흑인 청년의 실업은 하늘로 치솟은 날 이렇게 말했다는 사실은 여러분이 이 사람(트럼프)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과 그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를 말해준다”고 꼬집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여전히 많은 미국인이 힘들어하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아침 ‘미션 성공’이라는 현수막을 내건 듯 의기양양해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불편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 나라에서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많은 사람이 견뎌야만 하는 고통의 깊이가 어떤지 전혀 모르고 있다. 이제는 벙커에서 나와 자신의 언행이 무슨 결과를 낳았는지 둘러볼 때”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전역에 들불처럼 번진 인종차별 항의 시위를 대하는 데 있어서 분열과 대립을 부추기려 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미국 수도 집결했던 군 병력 해산 돌입…긴장 완화 조짐

    미국 수도 집결했던 군 병력 해산 돌입…긴장 완화 조짐

    강압적 체포 과정에서 비무장 흑인이 숨진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격화하는 것에 대비해 미국 워싱턴DC 인근에 집결했던 군 병력이 해산하기 시작했다. 워싱턴DC에 배치된 주 방위군에는 화기를 쓰지 말라는 지시도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약탈이 시작되면 발포도 시작된다”는 엄포로 시위대와 공권력 간에 고조됐던 긴장이 연일 계속되는 평화 시위 속에서 차츰 누그러지는 분위기다. 워싱턴DC 배치된 군 병력 500명 부대 복귀 지시 AP통신에 따르면 라이언 매카시 미 육군장관은 5일(현지시간) 취재진에게 워싱턴DC 인근에 배치된 약 500명의 병력을 원 소속 기지로 귀환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뉴욕주 포트드럼 기지에서 파견된 350명과 노스캘로라이나주 포트브래그 기지에서 온 30명, 캔자스주 포트라일리 기지에서 온 군 경찰 100명이 구두로 복귀 지시를 받고 이날 떠난다는 것이다. 하루 전에는 82 공수부대 소속 700여명이 포트브래그 기지로 복귀하기 위해 차량에 탑승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다만 매카시 장관은 여전히 일부 병력이 위싱턴DC 인근에서 경계태세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시위가 나흘째 평화적으로 진행됐고, 이날도 그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충분한 규모의 주 방위군 배치로 군 병력 귀환 결정이 이뤄졌다는 식의 설명을 했다. 로이터통신도 익명의 당국자를 인용,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워싱턴DC 인근에 남은 병력 900명을 원래 기지에 돌려보내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주 차원에서 시위를 진압하지 못하면 군을 동원하겠다고 공언했다. 앞서 29일에는 “약탈이 시작되면 발포가 시작된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강경진압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자칫하면 비극적인 유혈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긴장감이 고조된 것이다. 실제로 2일 미 국방부가 병력 1600명을 워싱턴DC 인근에 배치했다. 이 병력은 워싱턴DC 안으로 진입하지 않고 외곽에 머물러 왔다. 하루 뒤인 3일에는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시위 진압을 위한 군 동원 방침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드는 등 백악관 내부의 분열상도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같은 날 인터뷰에서 군 동원은 상황에 달려 있으며 꼭 그래야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언급, ‘군 동원 경고’에서 한발 물러서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어 워싱턴DC 인근에 배치된 병력이 소속 기지로 철수하기 시작하면서 시위 대응을 두고 고조됐던 긴장은 상당 부분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WP “국방부, 워싱턴DC 배치 주방위군에도 화기 불용 지시 워싱턴포스트(WP)는 미 국방부가 워싱턴DC에 배치된 DC방위군과 각 주에서 동원된 주방위군에 화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면서 시위에 대한 연방당국 차원의 대응이 완화되는 신호라고 전했다. 다만 WP는 에스퍼 장관의 주도로 국방부가 내린 이번 결정이 백악관과의 협의 없이 이뤄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DC 시장은 거듭 병력 철수를 요구해왔다. 바우저 시장은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시위는 평화로웠고 지난밤에는 한 명도 체포되지 않았다“면서 ”그러므로 나는 워싱턴DC에서 연방당국 소속 인력과 병력을 철수시키길 요구한다“고 했다. 그는 시위 대응을 위해 집결한 병력 등이 오히려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DC는 주가 아니라 특별구여서 시장에게 방위군 통솔 권한이 없으며 이에 따라 에스퍼 국방장관의 요청으로 10개 주에서 4500여명의 주방위군이 워싱턴DC에 배치됐다. 병력은 별도로 워싱턴DC 외곽에 집결했다. 미국에서는 백인 경찰의 무릎에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목을 짓눌려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열흘 넘게 항의 시위가 계속됐으며 특히 수도 워싱턴DC에서는 백악관 앞에서 시위가 집중적으로 이어졌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트럼프, 통합하는 척도 않는 대통령”… 전·현직 국방장관도 반기

    “트럼프, 통합하는 척도 않는 대통령”… 전·현직 국방장관도 반기

    매티스 “트럼프, 美 분열시켜” 이례적 비판‘세계의 경찰’ 미군을 이끄는 현직 국방장관도, 정치와는 철저히 거리를 뒀던 최고 엘리트 군 장성도 결국 반기를 들었다. 미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군 동원령까지 천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초강경 행보에 전·현직 국방장관들이 잇달아 날 선 비판을 가하며 행정부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3일(현지시간) 브리핑을 자처해 시위 대응에 군이 동원될 가능성에 대해 “법 집행에 병력을 동원하는 선택지는 마지막 수단으로만, 가장 시급하고 심각한 상황에서만 사용돼야 한다”며 “우리는 지금 그런 상황에 있지 않다. 나는 (군 동원을 위한) 폭동진압법 발동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직 국방장관의 공개 항명은 TV를 통해 그대로 전파를 탔다. 에스퍼 장관의 이날 브리핑은 그가 군 동원령에 얼마나 부담을 느끼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줬다. ‘예스맨’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기조에 적극 부응했던 그가 이날 작심 발언에 나선 것은 전·현직 장성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이를 시사하듯 시위 현장을 ‘전장’이라고 불렀던 그는 “다른 표현을 썼어야 했다”며 사죄했다. 또한 이틀 전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킨 뒤 트럼프 대통령의 ‘교회 사진촬영’ 이벤트에 동참한 것에 대해서도 “몰랐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에스퍼 장관의 발언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당장 그의 경질설이 불거졌다.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국방장관을 지낸 제임스 매티스 전 장관의 발언은 더 셌다.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으로 모두의 존경을 받는 그는 시사매체 애틀랜틱에 쓴 기고문에서 “국민을 통합하려고 노력하지도, 심지어 그런 척도 하지 않는 대통령은 내 평생 처음”이라며 “트럼프는 우리를 분열시키려 한다. 성숙한 리더십이 부재한 지난 3년의 결과를 목도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시민사회에 내재한 강점을 끌어내며 트럼프 대통령 없이도 단결할 수 있다”고 ‘대통령 없는 나라’까지 언급할 정도로 분노를 나타냈다. 대북 강경파로 ‘매드독’(미친개)이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한 매티스 전 장관은 2018년 시리아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다가 해임됐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평가나 뒷얘기 등 정치적 발언을 일절 하지 않으며 철저히 군인으로서 명예를 지켜 왔던 그가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낸 것은 정규군 투입까지 거론한 트럼프 대통령의 초법적 발상에 심각한 우려를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매티스의 별명 ‘매드독’을 언급하며 “오바마와 나의 공통점은 세계에서 가장 과대평가된 장군을 해고하는 영광을 누렸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숨쉴 수 없다” 그 이상의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해”

    “숨쉴 수 없다” 그 이상의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해”

    구호와 막말로 살펴 본 ‘조지 플로이드’ 사태백인 경찰의 강압적 체포로 비무장한 흑인 시민이 사망한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돼 5일(현지시간)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46)가 숨지기 전 내뱉은 “숨을 쉴 수가 없다(I can‘t breathe)”는 호소는 차별에 항의하며 거리에 나선 이들의 구호가 됐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진압과 해산을 강조하며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상황은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다. 서로 맞부딪친 구호와 발언들을 통해 미국 인종차별 시위를 살펴봤다. “숨을 쉴 수가 없다.(I can’t breathe)” 백인 경찰 데릭 쇼빈(43)의 무릎에 짓눌려 제대로 호흡할 수 없었던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가 없다(I can‘t breathe)”가 호소했지만 쇼빈 경관은 무려 8분 46초 동안 플로이드의 목을 눌러 결국 그를 숨지게 했다. 플로이드의 호소는 인종차별로 생존의 위협까지 느끼는 이들이 일상에서 겪는 좌절과 겹치면서 이번 시위의 대표적 구호가 됐다.이 표현은 앞서 2014년 뉴욕시에서 벌어진 유사한 사건에서 먼저 등장했다. 흑인 에릭 가너는 불법 담배를 판매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목이 졸렸는데, 그 역시 사망하기 전 “숨을 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가너의 직접적인 사인은 심장마비로, 경찰의 목조르기가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는 여전히 논란이 분분하지만 이로 인해 촉발된 2014년의 시위에서 시위대는 “숨을 쉴 수가 없다”고 외쳤다. ‘목 조르기’ 체포술 도마에…일부 경찰서는 폐지 선언 한편 이러한 외침을 낳은 ‘목 조르기’ 체포에 대한 논의도 시작됐다. 지방정부들은 목 조르기 등 강압적인 체포 방식을 금지하는 조치를 잇따라 취하고 있다. 전미 유색인종 지위 향상협회(NAACP)는 지난 3일 플로이드 사건이 일어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경찰을 향해 목 조르기 체포 방식을 전면 금지하라고 촉구했다. 미국 대부분의 경찰당국은 다양한 형태의 목 조르기 또는 목 누르기를 체포 과정에서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에도 일리노이주 시카도에서 쇼핑몰을 찾은 20대 흑인 여성이 경찰관에게 ‘목 누르기’를 당했다는 의혹이 3일 제기됐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경찰은 ‘경동맥 구속’(목 주위 혈관을 압박해 뇌로 흘러가는 피를 차단해 용의자를 실신시키는 체포술)을 즉각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5일 미니애폴리스 시의회는 목 조르기 체포술을 금지했고, 캘리포니아 주지사 역시 주 경찰의 목 조르기 체포 훈련을 즉각 중단했다.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BLM)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줄여서 BLM이라고도 일컫는 구호는 2012년 2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벌어진 ‘짐머만 사건’에서 비롯됐다. 동네 방범대원이었던 히스패닉계 혼혈 조지 짐머만(당시 29세)은 순찰 중 후드티를 입고 길을 가던 흑인 소년 트레이본 마틴(당시 17세)을 쫓아가 몸싸움을 벌인 끝에 총을 쏴 살해했다. 당시 마틴은 편의점에선 산 사탕을 들고 휴대전화로 여자친구와 통화 중이었을 뿐이지만, 짐머만은 마틴이 ‘마약과 관련된 것 같은 수상한 흑인’이라고 생각해 뒤를 쫓은 것이었다.범죄에 연루되지 않은 비무장 10대 소년을 범죄자로 간주하고 쫓아가 살해한 것만으로도 인종차별 논란이 뜨겁게 불거졌는데, 짐머만이 ‘정당방위’로 무죄 평결을 받으면서 공분이 치솟았다. 곳곳에서 시위가 잇따랐고, 이때 처음으로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는 구호가 등장했다. BLM은 구호에 그치지 않고 흑인에 대한 공권력 남용에 반대하는 흑인민권운동 그 자체가 됐다. BLM은 상부 조직이 있는 단체의 형태는 아니지만 지역별로 느슨한 형태로 존재한다. 뚜렷한 가입 절차 없이 다양성·공감 등 몇 가지 원칙을 지키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뜻을 같이하면 그 일원이 되는 식이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해시태그 형태로 구호와 주장을 공유하기도 한다. 또 미국을 넘어 영국 등 세계 곳곳에서 시위가 펼쳐지는 등 국제적 운동이 됐다. 모든 생명이 중요하다(All Lives Matter)? BLM이 확산하면서 이를 조롱하거나 반대하는 구호도 나타났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모든 생명이 중요하다(All Lives Matter)’는 문장이다. 이 문장만 놓고 보면 너무 당연한 원칙이지만 실제로는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는 말을 비틀어 ‘흑인의 생명만 중요하냐’는 조롱이 깔려 있는 표현이다. ALM으로 BLM을 반박하는 이들은 시위 과정에서 흑인이 아닌 경찰관이 희생되고, 한편에서는 치안 부재를 틈타 약탈이 벌어지는 점을 지적한다. 이를 두고 일부의 일탈을 전체로 싸잡아 매도하지 말라는 의견과 엄연히 병존하는 현실이라는 반박이 부딪친다. 그러나 ALM이 지적하는 문제들이 해소돼도 흑인을 향한 공권력 남용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또 BLM은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는 것이지 ‘흑인의 생명만 중요하다’고 외치는 게 아니다. ALM에 대해 만화가 크리스 스트라웁은 만평을 통해 “불이 난 집을 놔두고 ‘모든 집이 중요해’라며 멀쩡한 집에 소방호스를 갖다 대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백인 경찰 저격’ 댈러스 사건으로 BLM 운동 상처 차별은 갈등을 부르고, 증오를 싹틔운다. 증오는 사람들의 분노를 잘못된 관행 및 구조가 아닌 무고한 이들로 향하게 한다. 이것이 대립을 키우고 악순환이 반복된다. 2016년 댈러스 저격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BLM 행진이 진행되던 중 벌어진 사건으로, 흑인 마이카 존슨(당시 25세)은 집회를 관리하던 경찰 중 백인만 노려 저격해 5명을 살해했다. 열흘 뒤 루이지애나 주에서 비슷한 총격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BLM 운동은 정당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통합 대신 분열 부르는 트럼프의 말말말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쉽지 않지만 적어도 사태를 진정시키고 통합과 치유를 향한 노력이 필요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짐머만에 대한 무죄 평결 당시 시위가 격화하자 “비극을 막기 위해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고 차분히 되돌아보자”면서 판결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댈러스 저격 사건으로 희생된 경찰관 5명의 추모식에서는 “미국은 그렇게 분열돼 있지 않다. 더 악화할 것이라는 절망에 거부해야 한다”며 통합을 향한 노력을 호소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역시 댈러스 사건에 대해 “우리는 결코 피와 출신 배경으로 묶이지 않았으며 공통의 이상으로 맺어졌다‘면서 서로에 대한 공감을 당부했다. 이처럼 인종차별로 미국이 극심한 갈등과 분열을 겪을 때마다 최고지도자들은 피해자를 위로하고 통합과 희망을 강조했다. “약탈하면 발포”에 담긴 뿌리 깊은 인종차별의 역사 그러나 최근 플로이드 시위에 대응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전례가 없는 수준이다. 그는 일단 시위대를 급진좌파(ANTIFA)로 싸잡으며 이념적 편가르기를 시도했다. 또 그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했으며 “폭력배(Thugs)”라고 칭했다. ‘Thug’는 단순히 폭력배라는 뜻을 넘어 몇 년 전부터는 ‘흑인 폭력배’라는 인종차별적 의미가 깔린 단어다.분명 시위 사태 속 혼란을 틈타 자행되는 약탈과 폭력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다. 그러나 정당한 주장을 앞세운 시위대와 약탈을 일삼는 폭도를 구분하지 않고 모호하게 한데 묶어 비난하는 트럼프의 태도는 인종차별적 법 집행을 개선하라는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는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는 심지어 “약탈이 시작되면 사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시위 진압에 발포를 허가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아무리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미국이라도 대통령이 자국민을 향해 발포하겠다고 공언하는 것은 선을 넘은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약탈이 시작되면 발포도 시작될 것(When the rooting starts, the shooting starts)’라는 (운까지 맞춘) 표현은 트럼프가 처음 한 말이 아니다. 미국 공영라디오 방송(NPR)에 따르면 이는 월터 해들리 마이애미 경찰청장이 1967년 청문회에서 썼던 표현이다. 극심한 편견을 갖고 있던 그는 흑인들을 상대로 강경한 진압을 자한 인물로 유명하다. 그 역시 소방호스와 경찰견까지 동원해 1960년대 흑인민권운동을 무자비하게 진압했던 불 코너 버밍햄 경찰국장의 말을 빌려왔을 것이라고 NPR은 전했다. 이처럼 트럼프의 ‘발포’ 발언은 단순히 약탈 범죄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을 넘어 뿌리 깊은 인종차별의 역사가 담겨 있는 표현인 것이다.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해!(There Is A Better Way!)” 한편 공권력 남용으로 흑인이 희생되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벌어지는 시위에 대해 흑인 사회의 고민도 깊다. 지난 5월 30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플로이드 사건에 항의하기 위해 모여든 시민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시위에 참가한 45세 흑인 남성이 “형제자매들이 매일같이 죽어나가는데 이제 지쳤다. 난 죽을 각오가 돼 있다”며 강경한 대응을 주장하자 또 다른 흑인 남성 커티스 헤이스(31)가 이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헤이스는 시위에 참가한 16세 소년을 향해 “16살인 네가 해야 할 일은 더 나은 방법을 찾는 거야. 왜냐하면 지금 어른들이 하고 있는 이 짓(시위)은 전혀 안 먹히거든”이라고 외쳤다. 그는 “저 아저씨, 46살인데 아직도 분노하고 있다. 나도 31살 먹고 분노하고 있다. 겨우 16살인 너도 분노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위험한 길은 네가 가서는 안 되는 길이다”라고 호소했다. 헤이스는 4년 전 샬럿에서 무고한 흑인 시민이 경찰의 총을 맞고 숨졌을 때 벌어진 시위에 참가했었다며 “매일 밤마다 했는데 전혀 바뀌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년에게 “너와 다른 젊은 친구들은 힘이 있다”면서 “너희들은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같은 윗 세대들은 그러질 못했으니까”라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이 외침이 담긴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화제가 됐고 #ThereIsABetterWay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확산됐다. 헤이스는 언론 인터뷰에서 “46년 동안 인종차별을 당하면서 커져간 그의 가슴 속 구멍을 봤다”면서도 “16세 소년이 복수를 한다는 마음으로 이 싸움에 임하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1960년대 흑인민권운동을 거쳐 흑백분리를 법적으로 폐지한 이후 흑인 대통령까지 나왔지만, 미국 흑인 사회는 여전히 차별에 좌절하고 있다. 법적으로 평등해졌지만 뿌리 깊은 구조적 문제로 상당수의 흑인들이 여전히 하위 계층에 머물러 있다. ‘공권력 남용에 희생되는 흑인이 많은 것은 흑인 범죄율이 높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이러한 구조적 차별을 외면한 것에 가깝다. 매번 시위에 나서지만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더 후벼파고 있는 게 작금의 미국이다. 헤이스가 걱정했던 16세 소년이 31세, 46세가 되었을 때에는 얼마나 달라져 있을지는 21세기에도 미국의 중요한 숙제가 됐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부시도 트럼프 리더십 우려 “모두를 위한 정의” 촉구

    부시도 트럼프 리더십 우려 “모두를 위한 정의” 촉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전에 가장 최근 공화당 출신 대통령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흑인 사망’ 시위와 관련해 ‘모두를 위한 정의’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부시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증오와 분열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과 분명히 다른 목소리를 냈다. 트럼프 거명 안 했지만 “시위대 침묵시키려 하면 안돼” 체포 과정에서 백인 경찰의 무릎에 짓눌려 흑인 남성이 숨진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일주일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부시 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시위대가 책임 있는 당국의 보호를 받으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행진하는 것이 힘”이라며 평화 시위에 힘을 보탰다. 그는 “지속되는 정의는 평화적 수단을 통해서만 온다. 약탈은 해방이 아니고 파괴는 진전이 아니다”라며 시위 상황 속에서 치안이 약해진 틈을 타 폭력과 약탈을 벌이는 세력에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지속적인 평화가 진정하게 공정한 정의를 요구하는 것도 안다. 법치는 궁극적으로 공정함과 법적 시스템의 합법성에 달린 것”이라고 했다. 특히 “모두를 위한 정의를 확보하는 것은 모두의 의무”라고 하며 정의에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우리 사회에서 구조적인 인종주의를 어떻게 끝낼 수 있을까. 유일한 방법은 상처받고 비통에 잠긴 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라며 “그 목소리를 침묵시키려 하는 이들은 미국의 의미를, 미국이 어떻게 더 나은 곳이 되는지를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시위대 배후 세력에 ‘안티파’(ANTIFA·안티 파시스트)라는 급진 세력이 있다며 테러조직으로 규정한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도 읽힌다. 워싱턴포스트(WP)는 통합과 공감을 강조한 부시 전 대통령의 성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선동적 수사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지적했다. 부시 일가는 트럼프 대통령과 썩 좋은 관계를 맺어오진 않았지만 직접적 마찰은 피해 왔다. 부시 전 대통령의 동생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2016년 공화당 대선 경선에 도전했다가 트럼프 돌풍 앞에 무릎을 꿇은 바 있다. 더힐 “부시 행정부 전 관료들, 바이든 지원 조직 결성” 이러한 가운데 부시 전 대통령이 올해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지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언론에서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더힐은 이날 부시 행정부의 전직 관료들이 바이든의 선거운동을 지원하기 위한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을 결성했다고 보도했다. 슈퍼팩은 한도 없이 자금을 모으고 쓸 수 있는 외곽 후원조직이다. 후보와 독립적으로 운영되지만 많은 선거자금이 필요한 해당 후보를 측면에서 지원해주기 때문에 선거전에서 큰 지원군이 된다. 부시 전 대통령이 미국 43대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따온 듯한 ‘바이든을 위한 43 동창’이라는 별칭의 슈퍼팩은 전날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부시 행정부의 재무부 관료였던 캐런 커크시가 슈퍼팩의 재무 및 기록 담당자로 명시됐다. 다만 이 단체에 누가 참여하고 바이든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질의에 답변은 받지 못했다고 더힐은 전했다.작가이자 폭스뉴스 정치분석가 후안 윌리엄스도 더힐 기고에서 “부시가 바이든을 지지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실제로 그가 바이든을 위해 싸울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그는 “트럼프의 가장 최근 공화당 전임자 부시 전 대통령이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상상해 보라”며 “부시의 목소리는 온건 공화당원과 공화당 성향의 무당파층에 접근할 유일한 힘을 갖고 있어, 그들을 공화당에서 이탈하도록 할 수 있다”고 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지지 선언을 하지 않았다. 최근 부시 전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미국 정부의 대응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보인 바 있다. 지난달 부시 전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당파적 분열을 버릴 것을 촉구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향한 탄핵 사태를 거론하며 “그(부시 전 대통령)는 미국 역사상 최대 거짓말(탄핵)에 맞서 (내가) 목소리를 높일 때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비난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17년 10월 연설에서도 “편협함과 백인우월주의는 미국적 신념에 반하는 신성모독”이라고 언급해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는 같은 해 8월 발생했던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유혈 사태를 두둔했던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다만 그때도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진 않았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2001년 9·11 테러와 관련해 부시 전 대통령을 비난하기도 했다고 윌리엄스는 전했다. 윌리엄스는 반 트럼프 보수단체인 ‘링컨 프로젝트’의 주요 보수 사상가 그룹과 ‘트럼프에 대항하는 공화당 유권자들’로 불리는 일부 전직 고위 공화당 관료들이 포함된 새 그룹이 부시가 연설할 자리를 마련했다면서 “만약 부시가 바이든에게 투표하겠다고 발표하면 일부 표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금태섭 경고에 민주당 내부분열?…김남국 “금태섭 표리부동”

    금태섭 경고에 민주당 내부분열?…김남국 “금태섭 표리부동”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였던 강서갑에 출마하려다 안산시 단원구을에서 당선된 김남국 의원이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금 의원을 강단있는 정치인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금 전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표결 기권을 이유로 경고란 징계를 받자 유감을 밝히며 “2006년 한겨레신문에 기고했다가 검찰총장으로부터 경고를 받았고 14년 만에 소속정당으로부터 비슷한 일로 경고 처분을 받으니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태섭, 박용진처럼 소신있는 초선이 되겠다”고 한 김 의원의 발언을 겨냥해 조국 사태, 윤미향 사태 등에 대해서 당 지도부는 함구령을 내리고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이 가장 관심 있는 문제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것은 정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금 전 의원의 발언에 대해 “소신 정치를 하고 싶으면 윤미향 의원에 대한 의견을 밝히라는 압박을 하는 것을 보면 많이 안타깝다”고 반박했다. 또 금 전 의원이 ‘공수처(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 반대’, ‘조국 임명 반대’를 소신이라고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만큼 ‘공수처 찬성’, ‘조국 임명 찬성’ 주장도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미향 의원 사태에 대해 개인 의견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당론을 따르는 것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에둘러 펼친 것이다. 김 의원은 또 “내 말만 소신이라고 계속 고집하고, 남의 말은 선거 못 치른다고 틀어막는 표리부동한 모습을 성찰해 봤으면 한다”며 “‘당론이 지켜져야 한다’는 근거로 금 전 의원에 대한 경미한 징계를 한 것보다 금 전 의원이 선거를 치르며 ‘조국 프레임’으로 안 된다는 논리로 분위기를 만들어서 다른 말 못하게 틀어막고, 경선 못 치르게 한 것이 100배는 더 폭력적이고 비민주적”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최고위원은 이날 “금태섭 전 의원 징계 사유는 헌법 가치를 따르는 국회법과 충돌할 여지가 있다”며 당 윤리심판원은 금 전 의원의 재심 청구 결정 때 헌법적 차원의 깊은 숙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최고위원은 “금 전 의원에 대한 징계는 정당 민주주의에서 국회의원의 직무상 양심을 어디까지 허용할지를 보여주는 헌법상 문제”라고 덧붙였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평화행진, 약탈 NO… “테러리스트” 비난에 품위 있게 맞선 시위대

    평화행진, 약탈 NO… “테러리스트” 비난에 품위 있게 맞선 시위대

    “평화 시위자가 훨씬 많습니다. 상점 앞에 양팔을 벌리고 서서 약탈자를 막아 주는 사람들도 있죠.”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거주하는 이모(68)씨는 1일(현지시간) “1992년 LA 폭동이 떠올라 일터에 총기를 가지고 왔는데 아직은 시위가 예상보다 평화롭다”며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시민, 주방위군, 경찰 등을 믿어 볼까 싶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백인 경찰의 무릎에 눌려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뒤 일주일째 폭력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위대에서 ‘평화’를 강조하는 자정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위대를 극좌무장단체인 ‘안티파’로 규정하며 정치적 공격의 소재로 삼자 ‘보다 품위 있게’ 평화시위로 맞서자는 의미다. 전날 평화롭게 진행되던 시위가 날이 저물면서 폭력적으로 변질돼 소호 지역의 샤넬, 롤렉스, 나이키 등 매장이 약탈당했다. 하지만 뉴욕데일리뉴스에 따르면 이날 낮 타임스스퀘어의 분위기는 크게 달랐다. 시위대는 플로이드가 사망 당시에 그랬듯 두 손을 뒤로 잡고 광장에 누워 경찰의 강경 진압에 맞선 비폭력 메시지를 전했고 평화행진을 했다. 한 시민은 “폭력시위는 주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찰관들도 시위대와 함께 한쪽 무릎을 꿇고 연대의 뜻을 나타냈고, 브루클린의 흑인 시위자들이 대형마트 ‘타깃’의 정문 앞을 가로막고 약탈을 막는 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플로이드가 사망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낮을 조명했다. 흑인과 백인이 섞인 자원봉사자들이 밤새 시위 진압을 위해 소방차가 뿌린 물을 쓸어 하수구로 흘려보내고 ‘BLM’(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등 건물 벽에 쓰인 그라피티를 지웠다. 플로이드의 동생 테런스 플로이드도 이날 ABC방송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약탈·방화)은 파괴적인 통합”이라며 “이는 내 형제가 대변하려 했던 것이 아니다. 그는 평화전도사였다”고 호소했다. 시위대의 평화시위 움직임은 폭력적이고 과격한 시위가 거세지면 자칫 트럼프 대통령의 초강경 대응에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주로 민주당 주지사가 관할하는 지역에서 과격 시위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을 위해서라도 강공으로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은 주지사들과 가진 비공개 화상회의에서 시위대를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며 이들을 응징하지 않는 주지사들은 “얼간이가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폭력 지양을 호소하는 메시지를 띄웠다. 그는 이날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한 글에서 “(시위) 참가자들의 압도적 다수는 평화롭고 용감하며 책임감이 있고 고무적이었다. 비난이 아니라 우리의 존경과 지지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했다. 다만 “다른 한편 진실된 분노에서든 아니면 순전한 기회주의에서든 다양한 형태의 폭력에 기도하는 일부 소수의 사람이 있다”며 폭력이 아닌 ‘투표’를 통해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트럼프 성경’ 포토타임 위해 최루탄 쏘아 평화 시위 해산

    ‘트럼프 성경’ 포토타임 위해 최루탄 쏘아 평화 시위 해산

    “트럼프 대통령이 세인트 존스 교회를 입에 올리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전국을 휩쓰는 과격 시위와 관련해 대국민 성명을 낭독한 뒤 걸어서 백악관 건너편에 있는 세인트 존스 성공회 교회를 찾아 성경을 들어 보이며 조속한 사태 해결을 거듭 다짐했다. 1816년 제임스 매디슨 4대 대통령 이후 역대 모든 대통령과 가족들이 한 번씩은 출석한 유서 깊은 교회다. 그런데 이 교회를 관할하는 주교인 마리안 버드 신부가 일간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난 화가 치밀었다. 성경을 들어 보이는 선전 장소 가운데 하나로 우리 교회를 이용하기 위해 최루 가스로 청소할 것이란 전화 한 통 없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선언한 것은 사랑이었는데 (트럼프가) 말하고 행한 모든 것은 폭력에 기름을 끼얹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밤 시위가 과격해져 일부 시위대원들이 교회 건물 일부에 불을 지르고 낙서로 엉망이 됐다. 이날 새벽까지 평화로운 시위가 이어지자 경찰은 트럼프 대통령이 안전하게 걸어 이동할 수 있게 한다는 이유로 최루탄으로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켰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국민 성명을 통해 성난 폭도가 평화적 시위자를 집어삼키게 허용할 수 없다며 폭동과 약탈을 단속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연방 자산과 민간인, 군대를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스스로 “법과 질서의 대통령”이라고 표현한 뒤 자신이 워싱턴DC에 군대를 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5개 주에서 600~800명의 주 방위군이 워싱턴DC로 보내졌으며, 이미 현장에 도착했거나 이날 밤 12시까지는 모두 도착할 것이라고, 국방부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그는 주지사들이 주 방위군 등을 신속히 배치해야 한다고 압박하면서 폭력 시위대를 향해서는 “난 테러를 조직한 자들이 중범죄 처벌과 감옥에서 긴 형량에 직면할 것임을 알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회견을 끝낸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윌리엄 바 법무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과 함께 세인트 존스 교회 앞까지 걸어갔다. 시위로 엉망이 된 곳에서 정상화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출하려는 의도로 보이는데 이 과정에 평화로운 집회를 최루탄으로 해산하는 또 한 번의 강경 대응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주지사들과 화상회의를 통해 “여러분이 제압하지 못한다면 한 무리의 멍청이들로 비칠 것”, “여러분 대부분은 너무 나약하다”고 강경 대응을 촉구하고 TV를 통해 비친 폭력과 약탈 장면을 언급하면서 “인간쓰레기”라고 비난해 사태를 진정시키고 차분한 해결을 호소하는 국가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보다 재선을 겨냥해 작심한 듯 분열과 폭력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편 억울한 죽음으로 시위 사태를 촉발시킨 조지 플로이드(46)의 형제인 테런스는 이날 ABC 방송에 출연해 고인이 “평화 애호가(peaceful motivator)”였다며 일부 집회에서 나타나는 폭력과 파괴를 거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인의 메시지는 “통합”이라며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 그들은 그것을 통합이라고 부를지 모르지만, 이는 파괴적인 통합이다. 플로이드가, 내 형제가 대변하려 했던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플로이드의 사망 소식을 접한 뒤 망연자실했지만 고인의 정신을 느끼기 위해 브루클린에서 미니애폴리스까지 왔다고 밝힌 그는 시위 참가자들에게 분노를 긍정적인 일을 하고 다른 방식으로 변화를 이루는 쪽으로 돌리라고 권유했다. 미니애폴리스 추도식은 이번 주 중 열릴 예정이며 상세한 내용은 논의 중이다. 추도식이 끝나면 플로이드의 유해는 며칠 뒤 그가 생애 많은 시간을 보낸 텍사스주 휴스턴으로 보내지고 오는 4일쯤 장례식이 거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휴스턴 경찰서는 경관들이 시신 운구를 호위하겠다고 제안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트럼프, 주지사들에게 대놓고 “약해빠져서 사태 악화”

    트럼프, 주지사들에게 대놓고 “약해빠져서 사태 악화”

    “여러분이 (시위 상황을) 장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분은 한 무리의 멍충이처럼 비칠 것이다. 사람들을 체포하고 재판에 넘겨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 지하 긴급상황실에서 주지사들과 화상 회의를 가지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오디오 테이프를 입수한 CNN 방송이 전했다. 백인 경관이 무장하지 않은 흑인 조지 플로이드(46)를 체포하려다 무릎으로 목을 눌러 숨지게 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사흘 연속 과격하게 이어지고 약탈과 방화 등이 벌어지는데도 주지사들이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하면서 공권력을 보여주는 게 유일한 사태 해결책이며 과격 시위꾼을 적극적으로 검속하라고 부추겼다. 오디오 테이프를 들어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단단히 화가 나 있으며 일부 참모가 건의하고 과거 지도자들이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진정하자고 국민들을 다독이며 단결을 호소하고 차분히 사태를 돌아보자고 촉구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대신 그는 주지사들이 자신의 주에서 벌어지는 폭력적 행동에 대해 보복해야 하며 너무 조심스럽게 대처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여러분은 너무 주의를 다할 필요가 없다”고까지 말한다. “급진 좌파”가 과격 사태의 배후라는 믿음에도 변함이 없었다. 함께 자리한 마크 밀리 합참 의장을 향해 시위 대응을 “책임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 주지사들의 책임이라며 소요가 계속되는 데 대해 강경한 대처를 주문했다. “이건 하나의 움직임이다. 여러분이 끄지 않으면 사태는 더 나빠질 것이다. 그것이 성공하는 때는 여러분이 약해 빠졌을 때, 여러분 대다수가 약해 있을 때 뿐이다.” “온 세상이 미니애폴리스 경찰서가 불에 타는 모습을 보며 웃고 있다.” 팀 왈츠 미네소타주 지사를 향해선 그 주가 “온세상의 웃음거리”가 됐다며 시위 첫날 충분히 강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한 뒤 “며칠 밤 전에 나빴기 때문에 사람들은 완력을 점유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우리가 그곳을 장악하고 있었어야 했다”고 대놓고 비판했다.주지사들도 트럼프의 질책을 듣고만 있지 않았다. JB 프리츠커 일리노이주 지사는 “백악관에서 나오는 수사(修辭)들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사람들은 진짜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 진정하자고, 시위대원들의 합당한 염려에 부응하는 국가 지도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 수사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당신은 코로나바이러스에 더 잘 대처했어야 했다”고 쏘아붙였다. CNN은 이날 오전 홈페이지 상단을 ‘위기에 빠진 미국’이라는 제목으로 채웠다. 시위가 엿새째 이어지고 세계 각지에서 연대 시위가 벌어지며,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물어 중국과의 신냉전 대결도 마다치 않으며, 세계가 코로나19 대응에 신음하는 와중에 미국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을 빼버리려 하는 것 역시 미국의 리더십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고 CNN은 분석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재선에 득이 될 정치적 계산에 몰두하면서 특유의 분열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엔 특히 ‘안티파’로 불리는 극좌파가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며 이들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언했는데 대통령에게 그럴 법적 권한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을 인용한 언론의 평가다. 백악관 역시 대응책을 두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마크 메도스 비서실장은 대국민 공식 연설을 하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고 있으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강성 지지층이 떨어져 나갈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최근 가능한 빨리 경제를 정상화시키자는 데 집중됐는데 공식 연설로 초점이 흩어질 수 있다는 점도 쿠슈너 선임보좌관을 비롯한 참모들이 우려하는 대목이라고 한다. CNN도 “일부 참모는 침착할 것을 을 당부하는 공식 연설을 대통령에 권고하고 있으나 다른 참모들은 폭동과 약탈을 더 강력히 규탄하거나 중도층을 잃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본능을 좇아 후자를 따르기로 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미국의 심장’ 뒤덮은 최루탄…분노한 시위대, 백악관 집결

    ‘미국의 심장’ 뒤덮은 최루탄…분노한 시위대, 백악관 집결

    워싱턴DC 야간통행금지령에 시위 격화 백악관, 9·11 이후 최고 수위 ‘적색경보’방화와 최루탄 연기로 얼룩진 ‘미국의 심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워싱턴DC의 백악관 앞에서 31일(현지시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가 밤 12시를 넘어서까지 진행되며 미국 내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워싱턴DC에서는 밤늦게 1000여명의 인원이 백악관 ‘턱밑’까지 접근해 분노를 표출했다. 워싱턴DC는 앞서 이날 오후 11시부터 월요일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령을 발령하고 1700여명의 주방위군 인력 전원을 시위 대응에 투입했지만, 시위대의 분노를 잠재울 수는 없었다. 최대 수천명이 모이며 주말 사이 계속된 워싱턴DC의 시위는 흑인 사망에 대한 분노를 넘어 반(反)트럼프 여론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음을 의미했다. 시위대는 트럼프 행정부의 권위를 부정하듯 성조기를 불태웠고, 도시 건물 벽면에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낙서를 갈겨쓰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식에 앞서 방문하는 전통을 가져 ‘대통령의 교회’로 불리는 세인트존스교회와 백악관 앞 라파예트광장, 워싱턴 기념비 등 미국의 역사를 상징하는 유서 깊은 장소들이 화염에 휩싸였다. 백악관은 신변 위협을 우려해 직원들에게 백악관 출입증을 숨기고 다니라는 메일을 보냈다고 CNN은 전했다. 지난달 25일 플로이드의 사망 이후 엿새째 계속된 시위는 주말 사이 140개 도시로 번졌다. AP통신에 따르면 체포된 시위대는 4100여명으로 급증했고 사망자도 최소 5명으로 늘었다. 40여개 도시는 야간통행금지령을 발동했고 워싱턴DC와 캘리포니아주 등 15개 주는 방위군을 소집했다. 전국 시위 현장에 투입된 군 병력은 모두 5000명으로, 2000명이 추가로 배치될 수 있다고 방위군은 밝혔다. 대부분 도시에서는 당초 이날 낮까지만 해도 평화적으로 시위가 진행됐지만 당국이 야간통행금지령을 내리고 해산을 시도하자 오히려 격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수천명의 시민이 시내를 행진하며 평화적으로 진행되던 보스턴의 시위에서는 밤 9시쯤부터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며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경찰들을 향해 벽돌과 유리병 등을 던졌고, 경찰은 고무탄과 최루탄 등으로 대응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도 통행금지가 실시된 후 경찰이 시민들을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최루탄을 발사하며 도심이 아수라장이 됐다. 특히 이 지역에서는 경찰관 두 명이 전날 전기충격기로 흑인 대학생들을 과잉 진압한 사실이 드러나 해고됐다.뉴욕에서도 맨해튼 유니언스퀘어에 수천명이 모여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의 딸이 전날 시위에 동참했다가 경찰에 체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일부 경찰관들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제스처인 한쪽 무릎꿇기로 시위대에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마음을 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시위는 확산일로를 거듭하고 있지만, 민심을 안정시킬 리더십은 보이지 않았다. NYT는 지난달 29일 밤 시위대가 백악관으로 모여들자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아들 배런이 지하 벙커로 불리는 긴급상황실(EOC)로 1시간가량 피신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 가족의 신변 보호를 위한 것으로, 시위 확산에 대해 백악관이 느낀 위기감이 얼마나 컸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라는 말이 나왔다. 백악관은 시위대가 결집하자 적색경보를 발령했는데, 이는 9·11 테러 이후 백악관이 발령한 최고 수위 경보였다. 참모들 사이에서도 대국민 연설 등을 통해 민심을 다독여야 한다는 주장과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며 심각한 의견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적으로 대응 방안을 놓고 갈피를 못 잡는 사이 트럼프 대통령의 자극적 트윗은 불난 민심에 기름을 끼얹은 셈이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에서 미 대통령을 의미하는 ‘최고사령관’(commander in chief)을 풍자한 ‘최고분열자’(divider in chief)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칭하며 “(시위대에) 자제를 호소하지도 (국민에게) 단결을 호소하지도 않고, 흑인들의 분노를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통합당 김종인 비대위, 현충원 참배…‘약자와의 동행’ 실현할까

    통합당 김종인 비대위, 현충원 참배…‘약자와의 동행’ 실현할까

    김종인 위원장을 앞세운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가 1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로 첫 공식 일정을 시작한다. ‘김종인 비대위’는 특히 ‘약자와의 동행’을 슬로건으로 잡고, 성장 중심의 보수적 경제 노선에 과감한 변화를 주는 등 통합당의 근본 체질을 바꿀 방침이다. 이날 첫 행보 속에서 김종인 위원장이 어떤 메시지를 강조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방문을 시작으로 공식 업무에 돌입한다. 현충원 방문 이후에는 국회에서 첫 비대위 회의를 주재한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서 아침 공식 회의 공개 방식도 변경된다. 기존 회의처럼 참석자 전원이 공개 발언을 하지 않고 김종인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상황에 따라 이종배 정책위의장 등 일부 비대위원만 발언을 하는 형식을 채택했다. 김종인 비대위에서 이 같이 회의 공개 방식을 채택한 것은 비대위가 ‘한 목소리’를 내면서 당 쇄신 방안에 대한 잡음과 이에 따른 당 내 분열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비공개 회의에서 각 비대위원의 의견을 청취해 당 쇄신 방향에 대한 중지를 모을 것으로 보인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이경우의 언파만파] 코로나19 이후의 언어생활

    [이경우의 언파만파] 코로나19 이후의 언어생활

    에드워드 사피어는 19세기 미국의 언어학자였다. 벤저민 리 워프는 사피어에게 언어학을 배운 제자였다. 두 사람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언어를 연구하면서 하나의 생각을 갖게 된다. 인간은 언어가 가리키는 대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부족마다 다른 언어 체계가 다른 가치관과 세상을 만든다고 판단한다. 이른바 사피어워프 가설이고 언어결정론이다. 이 가설처럼 언어가 사고방식을 결정한다는 데까지 가는 건 지나쳤다. 하지만 언어가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건 사실이다. 영화 ‘컨택트’(2017)에는 사피어워프 가설이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한다. 알 듯 모를 듯한 영화의 전개는 이 가설을 염두에 두어야 제대로 들어온다. 영화는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같은데, 이것은 지구에 도착한 외계인의 언어 체계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지구에 온 외계인의 언어는 처음과 끝이 없었다. 표기는 둥그렇게 했고 문자는 표의문자였다. 인간의 언어 체계와 완전히 달랐다. 인간의 언어가 ‘우리는 신문을 읽었다’처럼 일직선 형태로 나열되는 데 반해 외계인의 언어는 원형이었다. 과거, 현재, 미래가 시간순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의 언어를 안다는 건 곧 미래까지도 아는 것이었다. 주인공인 언어학자 루이스 뱅크스는 외계인이 지구에 온 목적을 알아내라는 임무를 받는다. 원제가 ‘어라이벌’(Arrival·도착)인 영화에서 세계 각국은 외계인의 ‘침공’에 커다란 혼란에 빠진다. 외계인을 공격하기 직전까지 이른다. 어렵게 외계인의 언어를 익힌 뱅크스는 그들과 소통한다. 외계인이 온 목적은 ‘무기’를 주기 위해서였다. 그들이 말하는 무기는 ‘언어’였다. 언어는 분열과 전쟁을 낳기도 하지만, 화해와 연대를 이룰 수 있는 도구이자 무기이기도 했다. 그들은 무려 3000년 뒤에 도움을 받으려고 ‘연대’의 언어를 건넨다. 코로나19 이후의 언어도 ‘연대’였다. 비대면으로 대표되는 사회가 지향하고 원하는 언어는 ‘소통’과 ‘개방’과 ‘연대’였다. 분열과 경쟁으로 치닫게 하는 언어에서 벗어나자고 한다. 이것은 자본을 앞쪽과 중심에 두지 말자는 것이기도 하다. ‘산업 역군’이니 ‘인적 자본’이니 하는 말들은 인간을 한낱 자본으로 치부해 버리는 언어였다. 봉사를 하나의 스펙으로 둔갑시키는 것도 자본이었다. 비연대의 언어는 대학도 ‘주요 대학’을 만들었고, 순위를 매겼다. 분열을 낳는 서열 중심의 언어도 더이상 말하지 말자고 한다. 분열과 고립은 흥하는 길이 아니었다. 개방과 연대가 사는 길이다. wlee@seoul.co.kr
  • ‘보수의 얼굴’로 불리던 한기총, 31년 만에 몰락하나

    ‘보수의 얼굴’로 불리던 한기총, 31년 만에 몰락하나

    오랫동안 개신교 대표 연합기구이자 얼굴로 자리매김하며 한국 개신교를 좌지우지했던 `보수 개신교의 아이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한국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합동(예장합동)을 비롯한 주요 대형 교단들이 대부분 탈퇴해 허울뿐만인 연합기구란 평가가 무성하더니 결국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최근 법원으로부터 이례적인 대표 직무정지 판정을 받은 것이다.●금권 선거·이단 논란으로 쇠퇴하기 시작 금권 선거와 이단 시비, 극우 정치 행위로 인한 혼란과 분열의 끝이다. 현재 임시 회장을 중심으로 한기총 재건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긍정적인 앞날을 기대하기는 버거워 보인다. 오히려 `해체의 결정적 신호탄´이란 목소리에 더 무게가 실린다. 결국 1989년 12월 28일 한경직 목사 등 보수 기독교 인사들의 결집으로 창립된 지 31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하다. 그동안 개신교계 안팎에서 이어지던 한기총 해체설에 기름을 부은 건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의 전광훈 목사에 대한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정지 판결이다. 앞서 1월 말 전 목사가 단독 입후보해 제26대 대표회장으로 선출된 선거 과정과 대표 자격을 문제 삼은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비대위)의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법원은 전 목사 측이 선거 당일 자신의 반대파로 분류된 총대(대의원)들의 출입을 막았던 사실을 인정했다. 비대위 소속 목사들에게 총회 소집 통보를 하지 않은 것도 문제 삼았다. 법원 판결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전 목사의 자격 문제를 거론한 점이다. 한기총은 규정상 `성직자로서의 영성과 도덕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된 자´로 대표회장 자격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전 목사는 이 조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대표회장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교회법의 자격 조건을 사회 실정법이 재단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전 목사는 지난 1월 한기총 대표회장 출마 당시 배임수재와 기부금품법 위반, 불법시위 주도 등 10여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이번 판결로 전 목사는 개신교계 활동 전반에 큰 제약을 받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전 목사는 광화문 집회 등에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자유우파 정당 지지를 호소해 사전 선거 운동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한기총 비대위는 전 목사가 구속되자 한기총 대표회장 자격을 문제 삼아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었다. 한기총은 전 목사의 직무정지 이후 공동회장인 김창수 목사를 중심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김 목사는 공동회장 중 최고연장자가 직무대행을 맡는다는 한기총 정관에 따라 법원에서 직무대행을 선임할 때까지 직무대행 역할을 수행한다. 김 목사는 위기 수습과 한기총 재건을 선언하고 나섰지만 비대위 측과 전 목사 지지자들의 견제에 막혀 벌써부터 갈등 조짐이 일고 있다. 법원은 이르면 이번 주중 제3의 한기총 직무대행을 선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직무대행 임명에 따라 한기총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도 없진 않다. 하지만 한기총 내부 사정과 형편을 들여다보면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보수 개신교 대표 연합기관’ 정체성 잃어 한기총의 위상은 `보수 개신교의 얼굴´이란 일반 인식과는 크게 다르다. 심각한 운영난에 봉착한 군소 단체 집합체에 불과하다. 가입된 교단과 교회가 그리 많지 않다. 개신교계 조사에 따르면 한기총 소속 교회와 단체는 전체 기독교의 3%에도 미치지 못한다. 79개 소속 교단 중 대형 교단은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를 마지막으로 대부분 탈퇴했고 남은 건 기독교한국침례회가 유일하다. 그마저도 명목만 회원으로 남아 있다. 썰물처럼 이어진 교단과 교회의 탈퇴로 회비를 납부하는 교단과 교회가 거의 없어 운영의 어려움을 겪어온 지 오래다. 지난해부터 상근 직원을 6명에서 2명으로 줄였고 최근엔 사무실 임대료를 장기 체납해 건물주로부터 사무실 반환 소송이 제기됐다. 한기총이 `보수 개신교의 아이콘´이란 명성을 회복하기 쉽지 않은 이유는 운영난에 국한하지 않는다. 개신교계 안팎에서 부닥치는 정체성의 문제가 간단치 않다. 여기에는 전 목사의 거듭된 일탈과 파행 탓이 크다. 전 목사는 `대통령이 간첩이다´, `연말까지 대통령을 끌어내린다´는 등 문재인 대통령을 항한 정치색 짙은 막말로 줄곧 비난을 샀다. `하나님 꼼짝마,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등 신성 모독 발언을 쏟아내 기독교계 안에서도 원성이 자자하다. 이 때문에 청와대 국민게시판에는 `한기총 해체´와 `전광훈 목사 구속´을 청원하는 글이 올라 24만명이 동의했다.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한기총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행동을 이어 가고 있다. 한기총의 추락은 최근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의 움직임에서도 충분히 감지된다. 한교연은 한기총의 금권 선거와 이단 시비 끝에 갈라져 나간 보수 성향의 개신교 연합기구다. 그동안 몇 차례 한기총과의 통합을 시도했지만 최근 임원회의에서 통합 추진 중단을 최종 결정했다. 한교연 임원들은 통합 중단을 결의하면서 `현 시점에서 양 기관의 통합은 대화 결렬로 인해 더이상 진행하기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사실상 한기총을 연합기구로 인정할 수 없음을 천명한 것으로 보인다.●한교총 등 다른 기관으로 흡수 가능성 농후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천도교, 유교(성균관), 한국민족종교협의회 등 7개 종단 협의체인 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도 최근 한기총의 회원 자격 유지와 관련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지협 관계자는 “회의에서 한기총의 회원 자격이 공식 논의되진 않았다”면서도 “종교 수장들이 한기총에 대한 문제의식을 대부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혀 개신교 측 회원을 한기총에서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으로 바꿀 수 있음을 시사했다. 결국 차기 회장을 누가 맡든 한기총의 재건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유지하기도 힘든 연합기구의 버거운 독립 대신 다른 연합기구와의 통합 쪽에 무게가 더 실린다. 통합 형식은 한교총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 한교총은 2017년 25개 주요 교단 대표들의 친목단체로 시작했지만 현재 보수 개신교계의 명실상부한 최대 연합기구로 부상했다. 한교총 관계자들은 한국 개신교 전체의 90%를 아우른다고 말한다. 31일 보수 개신교계가 함께 참여한 `한국교회 예배 회복의 날´ 행사도 한교총이 주관해 추진한 사안이다. 한교총은 특히 지난 3월 법인 주무 관청을 서울시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 격상하면서 사실상 정부와 보수 교계의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지난 3월 정부와 개신교계 대표가 만난 자리에 한기총이 배제되고 한교총이 배석해 눈길을 모았다. 서울과 경기도 지역 교회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해 정부가 개신교계의 협조를 요청하는 자리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교총 대표만 참석했다. 한교총이 사실상 한국 개신교를 좌지우지하는 보수 기독교의 얼굴로 등장한 형국이다. 껍데기만 남은 보수 아이콘. 한때 기세등등했던 `보수 개신교의 얼굴´ 한기총은 결국 역사의 뒷길로 사라질까. 지난 27일 총회를 열어 한기총 탈퇴를 만장일치로 결의한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는 사실상 한기총에 남아 있던 마지막 대형 교단으로 기록된다. `한기총 탈퇴´를 선언한 직후 기성 총회장이 총회에서 전한 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우리 교단은 이제 한기총에서 탈퇴하고 한국교회총연합과 함께하는 것을 공식화했다. 연합기관과 함께 한국교회의 대외 신뢰도를 회복하는 일에 나설 것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홍콩 반환’ 영국 외무장관 “홍콩인들 외면하지 않겠다”

    ‘홍콩 반환’ 영국 외무장관 “홍콩인들 외면하지 않겠다”

    1997년 홍콩을 중국에 반환했던 영국이 중국의 홍콩국가보안법을 강행 처리와 관련, 영국 외무장관이 “홍콩에 대한 영국의 책무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도미닉 라브 장관은 31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출연해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강행할 경우 우리는 영국해외시민여권(BNO)을 가진 사람들이 영국으로 올 수 있도록 권리를 부여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영국해외시민(British National Overseas·BNO) 여권은 1997년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하기 전에 300만명의 홍콩주민이 소지했던 ‘영국부속영토시민’(BDTC) 여권을 대체한 여권이다. 홍콩 반환 이전의 BDTC 여권이 영국에서 거주할 권리까지 보장했던 것과 달리 BNO 여권은 무비자로 영국을 방문할 수는 있도록 했지만, 영국 내 거주·노동의 권리는 없었다.그러나 홍콩보안법 사태 이후 영국 정부는 BNO 여권을 소지했던 모든 홍콩인에게 영국 시민권 부여를 포함해 거주이전의 권리를 확대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홍콩의 중국 반환 전에 태어나 BNO 여권을 보유했던 홍콩인은 290만명으로 추정된다. 단, 라브 장관은 이들 가운데 소수만이 실제로 영국으로 이주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라브 장관은 “우리는 홍콩인들에 대한 우리의 책무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며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中, 홍콩 내 테러리즘 처벌 등 홍콩보안법 통과 외국 세력 홍콩 내정간섭 금지,안보기관 설치, 안보교육 강화 포함 중국은 지난 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전체회의를 폐막하면서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 금지, 국가분열·테러리즘 활동 처벌, 국가안보교육 강화, 중국 정부의 홍콩 내 국가안보기관 설치를 주 내용으로 하는 홍콩보안법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과거 중국은 제1차 아편전쟁에서 패배하면서 1842년 홍콩을 영국에 영구 할양했다. 1898년에는 홍콩과 그 주변 도서 해역을 아우르는 지역을 99년간 임차하는 내용의 협정을 맺었고 이후 영국의 직할 식민지가 됐다. 이후 홍콩은 대영제국의 자유무역 중심 기지로 발돋움하면서 금융과 은행이 발달하며 아시아 주요 도시로 급성장했다. 이후 홍콩은 중국에 반환되고나서도 사법, 금융, 경찰, 관세 제도는 향후 최소 50년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전광훈 털어낸 한기총… 추락하는 위상 끌어올릴 수 있나

    전광훈 털어낸 한기총… 추락하는 위상 끌어올릴 수 있나

    막말·신성모독 이어진 전광훈 한기총 대표회장이례적인 대표 직무정지 판정… 한기총 존폐 기로오랫동안 개신교 대표 연합기구이자 얼굴로 자리매김하며 한국 개신교를 좌지우지했던 `보수 개신교의 아이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한국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합동(예장합동)을 비롯한 주요 대형 교단들이 대부분 탈퇴해 허울뿐만인 연합기구란 평가가 무성하더니 결국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최근 법원으로부터 이례적인 대표 직무정지 판정을 받은 것이다. 금권 선거와 이단 시비, 극우 정치 행위로 인한 혼란과 분열의 끝이다. 현재 임시 회장을 중심으로 한기총 재건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긍정적인 앞날을 기대하기는 버거워 보인다. 오히려 `해체의 결정적 신호탄’이란 목소리에 더 무게가 실린다. 결국 1989년 12월 28일 한경직 목사 등 보수 기독교 인사들의 결집으로 창립된 지 31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하다. 그동안 개신교계 안팎에서 이어지던 한기총 해체설에 기름을 부은 건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의 전광훈 목사에 대한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정지 판결이다. 앞서 1월 말 전 목사가 단독 입후보해 제26대 대표회장으로 선출된 선거 과정과 대표 자격을 문제 삼은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비대위)의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법원은 전 목사 측이 선거 당일 자신의 반대파로 분류된 총대(대의원)들의 출입을 막았던 사실을 인정했다. 비대위 소속 목사들에게 총회 소집 통보를 하지 않은 것도 문제 삼았다. 법원 판결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전 목사의 자격 문제를 거론한 점이다. 한기총은 규정상 `성직자로서의 영성과 도덕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된 자‘로 대표회장 자격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전 목사는 이 조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대표회장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교회법의 자격 조건을 사회 실정법이 재단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전 목사는 지난 1월 한기총 대표회장 출마 당시 배임수재와 기부금품법 위반, 불법시위 주도 등 10여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이번 판결로 전 목사는 개신교계 활동 전반에 큰 제약을 받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전 목사는 광화문 집회 등에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자유우파 정당 지지를 호소해 사전 선거 운동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한기총 비대위는 전 목사가 구속되자 한기총 대표회장 자격을 문제 삼아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었다. ‘보수개신교 상징’ 옛말 전체 기독교의 3% 정도 한기총은 전 목사의 직무정지 이후 공동회장인 김창수 목사를 중심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김 목사는 공동회장 중 최고연장자가 직무대행을 맡는다는 한기총 정관에 따라 법원에서 직무대행을 선임할 때까지 직무대행 역할을 수행한다. 김 목사는 위기 수습과 한기총 재건을 선언하고 나섰지만 비대위 측과 전 목사 지지자들의 견제에 막혀 벌써부터 갈등 조짐이 일고 있다. 법원은 이르면 이번 주중 제3의 한기총 직무대행을 선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직무대행 임명에 따라 한기총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도 없진 않다. 하지만 한기총 내부 사정과 형편을 들여다보면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기총의 위상은 ‘보수 개신교의 얼굴’이란 일반 인식과는 크게 다르다. 심각한 운영난에 봉착한 군소 단체 집합체에 불과하다. 가입된 교단과 교회가 그리 많지 않다. 개신교계 조사에 따르면 한기총 소속 교회와 단체는 전체 기독교의 3%에도 미치지 못한다. 79개 소속 교단 중 대형 교단은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를 마지막으로 대부분 탈퇴했고 남은 건 기독교한국침례회가 유일하다. 그마저도 명목만 회원으로 남아 있다. 썰물처럼 이어진 교단과 교회의 탈퇴로 회비를 납부하는 교단과 교회가 거의 없어 운영의 어려움을 겪어온 지 오래다. 지난해부터 상근 직원을 6명에서 2명으로 줄였고 최근엔 사무실 임대료를 장기 체납해 건물주로부터 사무실 반환 소송이 제기됐다.한기총이 ‘보수 개신교의 아이콘’이란 명성을 회복하기 쉽지 않은 이유는 운영난에 국한하지 않는다. 개신교계 안팎에서 부닥치는 정체성의 문제가 간단치 않다. 여기에는 전 목사의 거듭된 일탈과 파행 탓이 크다. 전 목사는 ‘대통령이 간첩이다’, ‘연말까지 대통령을 끌어내린다’는 등 문재인 대통령을 항한 정치색 짙은 막말로 줄곧 비난을 샀다. `하나님 꼼짝마,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등 신성 모독 발언을 쏟아내 기독교계 안에서도 원성이 자자하다. 이 때문에 청와대 국민게시판에는 ‘한기총 해체’와 ‘전광훈 목사 구속’을 청원하는 글이 올라 24만명이 동의했다.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한기총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행동을 이어 가고 있다. 한기총의 추락은 최근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의 움직임에서도 충분히 감지된다. 한교연은 한기총의 금권 선거와 이단 시비 끝에 갈라져 나간 보수 성향의 개신교 연합기구다. 그동안 몇 차례 한기총과의 통합을 시도했지만 최근 임원회의에서 통합 추진 중단을 최종 결정했다. 한교연 임원들은 통합 중단을 결의하면서 `현 시점에서 양 기관의 통합은 대화 결렬로 인해 더이상 진행하기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사실상 한기총을 연합기구로 인정할 수 없음을 천명한 것으로 보인다.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천도교, 유교(성균관), 한국민족종교협의회 등 7개 종단 협의체인 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도 최근 한기총의 회원 자격 유지와 관련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지협 관계자는 “회의에서 한기총의 회원 자격이 공식 논의되진 않았다”면서도 “종교 수장들이 한기총에 대한 문제의식을 대부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혀 개신교 측 회원을 한기총에서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으로 바꿀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교회총연합이 보수 기독교 얼굴로 등장할 듯 결국 차기 회장을 누가 맡든 한기총의 재건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유지하기도 힘든 연합기구의 버거운 독립 대신 다른 연합기구와의 통합 쪽에 무게가 더 실린다. 통합 형식은 한교총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 한교총은 2017년 25개 주요 교단 대표들의 친목단체로 시작했지만 현재 보수 개신교계의 명실상부한 최대 연합기구로 부상했다. 한교총 관계자들은 한국 개신교 전체의 90%를 아우른다고 말한다. 31일 보수 개신교계가 함께 참여한 `한국교회 예배 회복의 날’ 행사도 한교총이 주관해 추진한 사안이다. 한교총은 특히 지난 3월 법인 주무 관청을 서울시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 격상하면서 사실상 정부와 보수 교계의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지난 3월 정부와 개신교계 대표가 만난 자리에 한기총이 배제되고 한교총이 배석해 눈길을 모았다. 서울과 경기도 지역 교회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해 정부가 개신교계의 협조를 요청하는 자리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교총 대표만 참석했다. 한교총이 사실상 한국 개신교를 좌지우지하는 보수 기독교의 얼굴로 등장한 형국이다. 껍데기만 남은 보수 아이콘. 한때 기세등등했던 ‘보수 개신교의 얼굴’ 한기총은 결국 역사의 뒷길로 사라질까. 지난 27일 총회를 열어 한기총 탈퇴를 만장일치로 결의한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는 사실상 한기총에 남아 있던 마지막 대형 교단으로 기록된다. ‘한기총 탈퇴’를 선언한 직후 기성 총회장이 총회에서 전한 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우리 교단은 이제 한기총에서 탈퇴하고 한국교회총연합과 함께하는 것을 공식화했다. 연합기관과 함께 한국교회의 대외 신뢰도를 회복하는 일에 나설 것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트럼프, ‘흑인사망’ 시위대에 “폭도, 용납 못해”…군 강경 진압 예고

    트럼프, ‘흑인사망’ 시위대에 “폭도, 용납 못해”…군 강경 진압 예고

    대선 겨냥 증거 없는 이념공세 비판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며 폭력을 행사한 시위대를 향해 “폭도”, “약탈자”라고 비난하며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연방군대를 투입해 강경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CNN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첫 민간 유인 우주선 발사를 축하하기 위한 연설에서 8분가량을 할애해 “정의와 평화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플로이드 추모가 “폭도와 약탈자, 무정부주의자에 의해 먹칠을 당하고 있다”며 폭력시위를 문제 삼았다. 이어 “무고한 이들에게 테러를 가하는 안티파와 급진 좌파 집단이 폭력과 공공기물 파손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정의는 성난 폭도의 손에 의해 결코 달성되지 않고, 나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이 플로이드의 목을 5분간 무릎으로 눌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항의 시위가 미 전역으로 확산하며 일부에서 방화나 약탈 같은 폭력 사태로까지 번진 상황에서다.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에서는 전날 밤 미니애폴리스 시위에 대해 “폭도의 80%는 주 외부에서 왔다. 폭력을 선동하기 위해 주 경계선을 넘는 것은 연방 범죄”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을 겨냥해 “자유주의 주지사와 시장은 훨씬 더 강경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그렇지 않을 경우 연방정부가 개입해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면서 “이는 우리 군대의 무한한 힘을 활용하는 것과 대규모 체포를 포함한다”고 연방군대 투입을 경고했다. 美국방 “요청시 4시간 내 군대 투입”美법무 “극좌파에 의한 계획적 폭력” 국방부도 성명을 내고 미네소타 주지사의 요청이 있으면 4시간 내에 군대를 투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앞서 AP통신은 국방부가 미니애폴리스에 헌병부대 800명을 투입할 준비를 하라고 육군에 지시했다고 보도했다.군 파견은 1807년 발효된 연방 법률인 폭동 진압법(Insurrection Act)에 근거했으며, 미국 대통령이 폭동이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군부대를 파견할 수 있도록 한 이 법은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 때 마지막으로 사용됐다고 AP는 전했다. 법무부도 극우 파시스트에 반대하는 극좌파를 가리키는 용어인 ‘안티파’를 거론하며 엄단 방침을 밝혔다. 법무부도 가세했다. 윌리엄 바 장관은 성명을 내고 “많은 장소에서 폭력은 ‘안티파’ 같은 전략을 사용하는 무정부주의 집단과 좌파 극단주의 집단에 의해 계획되고 조직되고 추진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이들의 다수는 폭력을 부추기기 위해 그 주(미네소타주)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주장을 한 뒤 이들이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CNN “트럼프, 증거도 없이 극좌파 운운”“시장들, 美 분열 심화시키는 트럼프 비판”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은 흑인을 중심으로 분노한 시위대를 자극하고, 군을 통한 강경 진압이 불상사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낳는다. 뚜렷한 물증도 없이 ‘급진 좌파’를 운운한 것은 11월 대선을 앞둔 이념 공세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런 증거 없이 전국의 시위대를 안티파와 급진 좌파라고 꾸짖었다”고 말했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각 주의 시장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분열을 심화한다며 리더십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대통령의 발언이 미 전역과 백악관 앞에서까지 벌어진 긴장된 상황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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