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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에 맞서며 핵잠 보유국 된 호주… 한국의 선택은

    중국에 맞서며 핵잠 보유국 된 호주… 한국의 선택은

    와인 등 中 무역보복 집중됐던 호주‘홀로 두지 마라’ 美에 지속적 신호63년만에 핵추진 잠수함 보유 눈앞호주와 잠수함 계약 깨진 프랑스미 우군 속 새로운 분열 모양새中에 이어 北도 “군비 경쟁” 비난美 아프간 이어 ‘동맹보단 이익’ 증명빠른 안보 재편 시대, 한국의 선택은 지속적 ‘모호성 전략’ 통할까 의문도미국, 영국, 호주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인도태평양(인태) 지역의 새로운 3자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를 발족하자 세계 안보가 변혁의 시대를 맞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쿼드(미국·인도·일본·호주), 파이브아이스(미국·캐나다·뉴질랜드·호주·영국), 오커스 등이 다중적 체계를 이뤄 중국을 압박하는 구도를 이루는 가운데 한국 역시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미중 가운데 선택의 순간을 강요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19일 오커스 발족에 대해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중국 방문,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같은 큰 변화를 이끌 가능성을 주목했다. 미국이 영국과 해당 기술을 공유한 1958년 이후 63년만에 처음으로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핵잠) 기술을 제공키로 하면서 세계 안보의 틀에 변화가 잇따를 수 있다는 의미다. 가장 큰 부분은 미국의 오랜 동맹인 프랑스의 반발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오커스 발족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프랑스를 특정해 인태 지역의 핵심 파트너이자 동맹국이라고 했다. 호주가 핵잠 기술 보유로 2016년에 프랑스 군함 제조업체인 네이벌 그룹과 맺었던 대형 계약을 파기키로 한 것을 감안한 발언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 계약의 규모는 660억 달러(약 77조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든은 15일 성명에서 “이것(오커스)은 힘의 원천인 동맹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장 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뒤통수”를 맞았다며 반발했다. 더 나아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자국 대사를 미국과 호주에서 철수시켰고 미국이 주도하는 기후변화 대응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CNN에 따르면 주미 프랑스 대사는 미국이 호주에 핵잠 기술을 공유하는데 대해 사전에 전혀 듣지 못했다고 한다.오커스 출범과 함께 “냉전 사고방식과 이념적 편견을 떨쳐내야 한다”며 즉각 반발했던 중국은 미 동맹 내 균열 분위기를 환영하는 모양새다. 신화통신은 프랑스가 미국, 호주, 영국을 싸잡아 비난했고 영국과의 국방장관 회담을 전격 취소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프랑스 내의 격앙된 분위기를 전했다. 북한 외무성 대외보도실장도 20일(한국시간) 조선중앙통신과의 문답 기사에서 미국이 호주에 핵잠 기술을 이전키로 한 데 대해 “아태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파괴하고 연쇄적인 핵 군비 경쟁을 유발시키는 매우 재미없고 위험천만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핵잠은 핵연료를 한번 장전하면 10년 이상 잠항하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이용해 불시에 공격할 수 있어 중국 뿐 아니라 북한에도 위협일 수밖에 없다. 한국은 이번 미국의 결정으로 핵잠 보유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미 고위 당국자는 20일 전화 브리핑에서 한국 같은 나라에는 왜 호주와 같이 핵잠 기술 공유 자격을 주지 않냐는 질문에 “우리는 이것을 다른 나라로 확대할 의도가 없다”며 “호주의 독특한 상황에 근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측은 지난 15일 브리핑에서도 핵추진 잠수함은 ‘극도로 민감한’ 기술이고 “많은 측면에서 미 정책의 예외로 단 한 번 있을 일”이라며 타국 추가 이전에 선을 그었다. 지난해 10월 김현종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미국을 방문해 한국의 핵잠수함 개발 계획을 설명하고 핵연료를 공급받고 싶다는 뜻을 전했으나 미국이 난색을 표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호주는 그간 와인, 석탄, 설탕 등에 대한 중국의 무역 보복을 집중적으로 받으면서 버텨냈고, 미국에 자신을 홀로 방치해선 안된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왔다. 워싱턴DC 일각에서는 미국이 핵잠 공유국으로 호주를 택한 건 지정학적 중요성과 함께 중국에 대응하는 호주의 일관된 자세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주는 쿼드와 오커스를 통해 미국의 안보 동맹 중 한 축으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역시 쿼드를 축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5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와 약 30분간 전화 회담을 하며 중국 견제를 강조하고, 최근에는 대만에 이어 베트남에도 코로나19 백신을 공급키로 했다. 아태지역에서 미국 진영의 우군을 확대하는데 기여하는 행보다. 미국 진영의 대중 압박 움직임이 가시적으로 빨라지면서, 한국으로서는 미중 가운데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생각보다 이른 시점에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특히 바이든의 이번 결정은 아프가니스탄 철군 때 보여준 ‘자국의 이익이 우선’이라는 기치가 프랑스 등 어디에나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미중 가운데 선택을 하지 않으면서 소위 ‘모호성의 전략’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이 빠르게 재편되는 국제 질서 속에서 끌려가는 상황은 지양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 이재명 “이번 대선 기득권 적폐세력과 마지막 승부”

    이재명 “이번 대선 기득권 적폐세력과 마지막 승부”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17일 “이번 대선은 기득권 적폐세력과의 마지막 승부”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날 광주 전일빌딩245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전두환을 본다. 군복이 사라진 자리에 ‘법복 입은 전두환’이 활개를 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무소불위 위헌 불법의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는 서초동에서 부활했고, 검찰·언론·경제 기득권 카르텔은 건재하다”며 “공정과 정의를 가장한 가짜 보수, 대한민국을 촛불혁명 이전으로 되돌리려는 국정농단 세력이 완전히 사라지느냐, 부활하느냐 하는 역사적 대회전이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군부 독재를 끝장내고 민주 정권을 만들어냈던 호남의 힘으로 적폐 기득권과의 마지막 대회전까지 승리로 장식해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 지사는 “정당 지지율과 대통령 지지도는 역대 어떤 정권보다 높지만, 정권교체 여론이 정권 재창출보다 높다”며 “구도와 당세를 뛰어넘는 후보가 필요하다. 실적으로 검증된 유능함과 국민의 높은 신뢰로 야권 후보를 압도하고 본선에서 반드시 승리할 후보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보·중도는 물론 보수의 마음까지 얻어야 하고, 전국 모든 지역과 모든 세대에서 고른 지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전국적인 고른 지지 외에도 중도층이 많은 수도권에서 어떤 후보보다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자신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특히 이 지사는 “경선 후 상처 치유와 전열 정비에 과도한 에너지가 소진되면 안된다. 특히 불복과 분열의 씨앗이 싹트게 하면 안된다”며 “경선이 끝나는 즉시 ‘용광로 선대위’로 신속하고 단단하게 뭉쳐 오직 정권 재창출 한길로 매진하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경선 승리가 필요하다”고 자신의 과반 승리를 통한 본선 직행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경선 후보직을 사퇴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에 대해 “민주당의 기둥이시고 저에게는 존경하는 정치 선배”라며 “정 후보님께서 말씀하신 ‘하나 되는 민주당, 새로운 대한민국의 꿈’이 4기 민주 정부에서 꽃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 지사는 이날 ‘광주형 일자리’ 자동차를 생산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 방문을 시작으로 추석 연휴인 19일까지 광주, 전남, 전북에 머물며 호남 표심을 공략할 예정이다.
  • 美, ‘12·12 역쿠데타 모의’ 알았지만 반대했다

    미국이 12·12쿠데타로 세력을 잡은 전두환 군부에 반대해 ‘역쿠데타’ 모의 세력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지만, 더 큰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며 반대한 사실이 미국 정부 문서를 통해 처음 확인됐다. 16일 미 카터대통령기록관이 최근 우리 외교부에 전달한 ‘한국군 내 반(反)전두환 움직임 관련 첩보 입수’라는 제목의 문서에 따르면 주한미국대사관은 1980년 2월 1일 백악관 상황실에 ‘이범준 장군’(General Rhee Bomb June)으로부터 한국군 내 반전두환 음모 정보를 입수했다고 보고했다. 미 대사관은 이 문서에서 “한국군 내 분열은 12·12사태보다 더 큰 파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 대사관은 “최규하 대통령에게 상기 음모 정보 및 미측이 양측에 대해 강하게 경고했다는 내용을 전달하고자 하니 상부 승인을 바란다”는 전문을 백악관에 보냈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1980년대 초 역쿠데타 음모는 잘 알려져 있었으나 이에 관한 전문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며 “음모에 대한 정보를 미측에 알려준 것으로 특정된 이범준 장군의 신분 파악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문서에 등장하는 ‘이범준 장군’은 당시 국방부 방위산업차관보였던 이범준 전 교통부 장관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2007년 작고해 확인할 방법은 없다. 그는 육사 8기로 전두환(육사 11기)의 선배이며 12·12사태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美·英·호주, 핵잠 동맹…中 견제 ‘오커스’ 출범

    미국, 영국, 호주가 15일(현지시간) 인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3자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를 발족했다. 첫 조치로 호주가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토록 지원하기 위해 향후 18개월간 공동연구를 진행한다. 핵잠수함 기술 이전은 1958년 미국이 영국에 해당 기술을 공유한 후 63년 만에 처음이다. 기밀정보 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스(미국·캐나다·뉴질랜드·호주·영국), 쿼드(미국·인도·일본·호주) 등에 이어 오커스까지 대중 압박 전선이 두터워지자 중국이 거세게 반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화상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것(오커스)은 힘의 원천인 동맹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대서양과 태평양 파트너들의 이익을 분리하는 지역적 분열은 없다”고 밝혔다. 그간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쿼드, 유럽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등 지역별 협의체를 운영했다면 오커스는 대중 전선을 인도태평양에서 유럽까지 확대시키는 핵심축이 될 것이라는 의미로 읽힌다. 오커스는 이들 3국의 이름을 따서 만든 조어이며, 이들 3국은 파이브 아이스의 회원국이기도 하다. 이들은 향후 외교·국방 정책은 물론 사이버·인공지능·양자 기술·해저 능력 등 안보와 국방기술의 협력을 강화한다. 이날 공동성명과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한 차례도 거론되지 않았지만 3국은 오커스 결성 이유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꼽아 사실상 대중 견제 협의체임을 시사했다. 이에 미 주재 중국 대사관의 류펑위 대변인은 “제3국의 이익을 해치거나 표적으로 삼는 배타적인 구역을 구축해서는 안 된다. 특히 냉전 사고방식과 이념적 편견을 떨쳐 내야 한다”고 반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오커스는 핵추진 잠수함 개발 의향을 가진 한국과도 맞물려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10월 김현종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미국을 방문해 한국의 핵잠수함 개발 계획을 설명하고 핵연료를 공급받고 싶다는 뜻을 전했으나 미국이 난색을 표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날도 미 고위당국자는 브리핑에서 핵추진 잠수함은 ‘극도로 민감한’ 기술이라며 “많은 측면에서 미 정책의 예외로 단 한 번 있을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 美 “즉각 위협 안 돼” 日 “안보리 결의 위반”

    북한이 15일 오후 중부 내륙 쪽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하자 주요 외신들은 관련 소식을 긴급 보도했다.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지 이틀 만에, 또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방한 중인 이날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에 나섰다며 외신들은 특히 ‘발사 시점’에 주목했다. AP통신은 북한이 앞서 순항미사일을 “대단히 중요한 전략 무기”라고 언급했던 점을 상기시킨 뒤 이는 소형 핵탄두 탑재를 염두에 두고 미사일 개발에 나선 것임을 암시한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 역시 북한이 핵분열성 물질 생산 능력을 강화하기 시작한 지 몇 달 만에 미사일을 발사한 데 주목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영변핵시설에서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 생산을 재개한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미국 시간으론 한밤중인 낮 시간에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감행되면서 한반도 주변국 중 일본이 가장 강경한 반응을, 가장 빠르게 내놓았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이 전해진 직후 총리관저에서 기자단과 만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면서 “엄중히 항의하는 동시에 강하게 비난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CS)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일본 방위성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우리는 이 사건이 미국인이나 미국 영토 또는 우리의 동맹국들에 즉각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한다”고 성명을 냈다. 다만 “이번 미사일 발사가 북한의 불법적인 무기 프로그램의 불안정한 영향을 보여 준다”고 밝혔다.
  • “감옥 보내줘” 29년 숨어살던 호주 탈옥수, 코로나로 집 잃고 자수

    “감옥 보내줘” 29년 숨어살던 호주 탈옥수, 코로나로 집 잃고 자수

    코로나19 대유행이 29년을 숨어 살던 탈옥수도 자수시켰다. 15일 호주 ABC뉴스는 팬데믹으로 집과 일자리를 잃고 노숙자 신세가 된 탈옥수가 제발로 경찰서를 찾았다고 보도했다. 12일 경찰에 자수한 다코 데식(64)은 1992년 8월 1일 뉴사우스웨일스주 그라프턴 교도소를 탈옥했다. 1991년 대마 재배 혐의로 체포돼 3년6개월 형을 선고받고 복역한지 13개월 만이었다. 쇠톱으로 감방 창문의 창살을 뚫고 교도소 마당으로 나간 그는 작업장에 침입, 볼트 절단기를 훔쳐 교도소 울타리를 비집고 나갔다. 유고슬라비아 태생인 자신이 형기를 마치면 내전으로 분열된 조국으로 추방될 것을 두려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언론은 데식이 군 복무와 전쟁을 피해 호주로 도망친 난민이었다고 전했다.유명 TV프로그램도 주목한 희대의 탈옥수 탈옥 직후 데식은 종적을 감췄다. 경찰이 광범위한 수색을 벌였지만 그 어디에서도 그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1998년 시드니 남부 나우라에서 그를 목격했다는 제보가 들어와 ‘호주의 지명수배자’라는 TV프로그램에서 프로파일링을 하는 등 추적에 열을 올렸지만 검거에는 실패했다. 그리고 지난 12일, 탈옥 교도소와 700㎞ 떨어진 시드니 북부 디와이지방경찰청에 행방이 묘연했던 데식이 모습을 드러냈다. 탈옥 29년 만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탈옥수는 시드니 북부 해변도시 아발론에서 잡역부로 일하며 30년 가까이 숨어 살았다. 신분이 들통날 것을 우려해 임금은 모두 현찰로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꼬리라도 잡힐까봐 법을 완벽히 지켰고, 관심을 끌지 않으려 노력했으며, 말도 별로 하지 않았다더라.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그를 의심하지 않은 걸로 조사됐다”고 밝혔다.코로나로 29년 도주생활 종지부 29년을 꽉 채운 그의 주도면밀한 도주 생활은 그러나 코로나19로 끝이 났다. 집세 내기도 빠듯할 만큼 시원찮은 벌이였지만, 그래도 생활을 이어가는 데 별 무리가 없었던 수입이 코로나19로 아예 끊기면서 오갈 곳이 없어진 것이다. 탈옥수는 경찰 조사에서 코로나19와 그에 따른 시드니 봉쇄로 일거리가 줄어 집세를 내지 못했고 살던 집에서 쫓겨났다고 털어놨다. 이어 “해변에서 잠을 자다 이렇게 집 없이 사느니 머리 가릴 지붕이라도 있는 감옥이 낫겠다 싶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29년 만에 자수한 탈옥수를 탈옥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따라 데식은 탈옥으로 미처 다 치르지 못한 죄값에 더해 최고 7년의 징역형을 받게 될 전망이다. 14일 시드니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데식은 보석을 신청하지 않았다. 자진해서 수갑을 찬 만큼 놀랄 것도 없는 결과였다.
  • ‘부정평가’ 고착되는 바이든, 탈출구 찾을까

    ‘부정평가’ 고착되는 바이든, 탈출구 찾을까

    바이든 20일째 국정지지율보다 부정평가 높아아프간 철군 정면돌파, 오인 드론 공습에 흔들코로나 재확산에 민주당 내 극좌·보수 갈등도캘리포니아 주지사 소환가결 땐 상원도 위험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반등 기미가 없다. 아프가니스탄 철군에 대한 비난은 여전하고 백신으로 넘어설 줄 알았던 코로나19는 재확산세가 무섭다. 추가 인프라 예산안 등 각종 법안이 공화당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가운데 당내 극좌파와 보수진영의 분열도 감지된다. 12일(현지시간)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전날 기준 바이든의 국정지지율은 45.2%로 부정 응답(49.7%)보다 4.5%포인트 적었다. 지난 1월 20일 취임 후 가장 큰 격차다. 특히 지난달 23일부터 부정 응답이 우위를 차지한 뒤 20일째 이어지고 있다. 아프간에 100명 이상의 미국인과 미군 조력 아프간인들을 둔채 미군을 철수시키면서 커진 비난에 대해 그간 바이든은 중국에 집중할 때라며 정면돌파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 이상의 금전적 손해와 젊은이들의 희생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주장했고 아프간 철군과 달리 테러와의 전쟁은 지속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전날 뉴욕타임스가 미군이 드론 공습으로 사살한 차량 운전자는 이슬람국가(IS) 대원이 아닌 미 구호단체 협력자였고, 폭발물로 의심했던 트렁크 화물은 물통이었다고 보도하며 여론은 다시 들썩이고 있다. 특히 해당 공격으로 죽은 어린이들은 아빠를 만나러 나왔다가 참변에 희생됐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상황도 심각하다. 미 26개주에서 인구의 53.7%가 코로나19 백신을 맞았지만 백신 미접종자를 중심으로 확산은 계속되고 있다. 또 병원 중환자실은 코로나 감염자로 가득한 상황이라고 CNN이 전했다. 바이든은 취임 100일까지 2억명에게 백신을 접종하겠다던 첫 목표부터 달성하지 못했다. 그는 최근 연방 직원의 백신 접종 의무화를 전략으로 추가했는데, 공화당은 자유 침해라며 법적 조치까지 운운하고 있다. 민주당 내 보수 성향의 조 맨친 상원의원과 극좌파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하원의원은 설전을 벌이고 있다. 코르테즈가 이달 초 맨친이 엑손의 로비를 받는다는 식으로 트윗을 게재하자 이날 맨친은 CNN에 “코르테즈와 대화한 적도 없다. 그는 말하고 싶은대로 말하고 추측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바이든의 시험대는 주민소환 투표를 앞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지키기다. 바이든은 13일 캘리포니아를 방문해 뉴섬을 지원한다. 뉴섬은 코로나19 규정을 어기고 지난해 11월 고급 식당에서 로비스트인 친구의 생일 파티에 노마스크로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소환 투표까지 오게 됐다. 뉴섬의 건재는 미 연방 상원에서 양당이 각각 50석씩 갖고 있는 현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중요하다. 지금은 가부동수일 경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기 때문에 민주당에 유리한 구조다. 하지만 뉴섬의 자리가 공화당에 넘어가고 88세인 민주당 소속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이 사망한다면 남은 임기를 채울 후임자는 공화당 주지사가 선정하기 때문에 상원에서 민주당 우위의 구조가 깨질 수 있다.
  • 트럼프 “재임시절 최고 업적은 남북한 밝은 미래 기여한 것”

    트럼프 “재임시절 최고 업적은 남북한 밝은 미래 기여한 것”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12일 “대통령 재임 시절 저의 가장 자랑스러운 업적은 남북한의 더 밝은 미래를 위해 새로운 길을 구축할 수 있도록 기여한 일”이라고 자평했다. 통일교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경기 가평군 청심월드센터에서 천주가정연합(UPF)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이 공동 개최한 ‘싱크탱크(THINK TANK) 2022 희망전진대회’에서 사전 녹화된 특별연설 영상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새로운) 이 길을 통해 분열과 시련의 역사가 과거로서는 상상치 못할 수준으로 치유될 수 있으며, 한반도가 가진 진정하고도 폭발적인 잠재력이 발휘될 수도 있다”면서 “이는 실로 놀라운 일”이라고 반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의 지도자들은 점점 악화해 가는 한반도 분쟁의 위협을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며 “심지어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가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라고까지 말한 바 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저는 다른 방법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기로 마음먹었다”며 “많은 분이 기억하시는 것처럼 양 세력 간의 언쟁은 아주 거칠고 험악했으나 동시에 저는 대화와 협력의 문을 항상 열어 뒀다”고 회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싱가포르와 2019년 비무장지대(DMZ),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던 일을 거론하며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이 아직 협상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음을 알게 됐으나 저는 여전히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매우 중요한 사실은 김 위원장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금지’와 ‘핵무기 실험 금지’라는 저와의 약속을 오늘날까지 지켜오고 있다는 것”이라며 “북한은 2017년 이후로 주요 무기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 한국은 전쟁으로 초토화된 땅을 선진국으로 일구고, 미국의 우방이자 동맹국으로서 위대한 민주주의 국가를 세웠다”며 “한국의 발전 사례는 더 나은 미래와 평화를 성취하고자 노력하는 모든 이들에게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이유이자 희망의 증거가 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 외에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훈센 캄보디아 총리, 호세 마누엘 바호주 전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이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통일교 측은 이날 대회를 시작으로 국내 5개 권역별로 희망전진대회를 개최한다.
  • 대통령 당선증 꺼낸 심상정, 데스노트 찢은 이정미

    대통령 당선증 꺼낸 심상정, 데스노트 찢은 이정미

    정의당, 대선주자 언박싱으로 경선시작이정미 “새로운 정치의 설계자 될 것”심상정 “4년전 모의투표 청소년, 내년 유권자”김윤기 “애매한 말의 시대 끝내겠다”황순식 “정의당, 국민 신뢰 져버렸다”정의당이 12일 ‘대선주자 언박싱’을 통해 대선주자 경선 첫 일정을 시작했다. 심상정·이정미 후보는 소품을 언박싱하며 본인과 정치 비전을 설명했고, 김윤기·황순식 후보는 연설로 ‘내면 언박싱’을 통해 심상정·이정미 유력 주자를 비판하며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가장 먼저 연단에 선 이정미 전 대표는 택배노동자로부터 전달받은 박스에서 제빵모 꺼내며 언박싱을 시작했다. 그는 “당대표시절 저는 노조가 없어 어디에도 손 내밀 곳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비상구를 만들었다”며 “전국에 흩어져 있던 제빵 청년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직고용을 외쳤다”고 말했다. 또한 이 전 대표는 ‘데스노트’를 찢으며 “우리는 더 이상 거대양당의 심판자가 아니다. 새로운 정치의 설계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노란 바통을 꺼내 들고 “불평등 사회 안주하는 기득권 양당을 제치고, 당신 곁에 가장 먼저 골인하는 돌봄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심상정 의원은 일회용 박스 대신 노란, 녹색 천 장바구니를 들고 와 ‘언장바구니’를 했다. 노란색 장바구니에서 가장 먼저 나온 소품은 심 의원의 아들이 9살 때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 편지였다. 심 의원은 “당시 반지하 빌라에 살았고 양옆에는 대형 아파트가 즐비했다. 아이들이 생일이면 집에 초대해서 생일 파티해주는 문화가 있었는데 아들이 한 번도 집에 친구를 데려오지 않았다”며 “편지에 아들이 ‘엄마 아빠, 이다음에 커서 좋은 집 사드리겠다’고 (적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 아들이 30살이 됐는데 아직도 제 옆방에 산다”며 “(국민들에게) 질 좋고 저렴한 국민주택을 만들어 드리겠다”고 했다. 심 의원은 녹색 장바구니에서 지난해 9월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들이 전달한 행운의 편지를 꺼냈다. 또한 4년 전 대선에서 중고생들이 모의투표를 한 후 만들어준 대통령 당선증 2개를 꺼내 보이며 “모의투표를 했던 청소년들이 내년이면 모두 유권자가 된다. 내년에는 정식 당선증을 받아 청소년들에게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김윤기 전 부대표는 “당이 여기서 정체할 거냐 아니면 도약할 거냐 국민이 묻고 있다.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은 통합과 안정의 리더십이니 아니라 변화와 패기의 리더십”이라며 “2007년 권영길 후보와 경쟁하던 심상정 후보의 말이다. 이 말을 그대로 심 후보께 돌려 드리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 전 대표를 거론하며 “진보개혁연대의 결별을 선언했는데 똑같은 자리에서 연합정치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애매한 정치인들의 애매한 말의 시대를 끝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시장 말고 돈 말고 자본 말고 사회가 중심이 되는 민주적 사회주의를 하자”고 했다.황순식 경기도당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마치 비상등을 켜고는 5년간 멈춰 있는 것 같다”며 “오히려 변화에 저항하는 기득권 모습을 보여줬고, 내로남불이 시대의 유행어가 돼버렸다”고 했다. 이어 “안타깝게도 정의당은 심상정·이정미 대표 시절 민주당과 연정 아닌 연정을 하면서 도덕적 신뢰를 함께 잃었다”며 “정의당 만은 공정한 세상 만드는 일에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는 국민의 신뢰를 져버렸다”고 정의당의 위기를 분석했다. 정의당은 오는 16일, 23일, 25일, 30일 방송 토론회를 통해 경선을 이어갈 예정이다. 또한 내달 1일부터 6일까지 당원투표를 진행한다. 내달 6일 과반 투표자가 없으면 이후 결선투표를 진행해 정의당 대선후보를 선출한다. 여영국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소속 정당의 뒷걸음질에 눈 감거나 동조하며 김 빠진 사이다로 변질된 이재명후보, 경선버스보다 호송버스를 탈 가능성도 있는 윤석열 후보, 반노조 극보수 이념으로 분열과 갈등의 정치 아이콘 홍준표 후보 등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 식욕억제제 먹고 우울증…환각·환청까지

    식욕억제제 먹고 우울증…환각·환청까지

    최근 2년간 처방받은 사람만 330만명, 식욕억제제를 복용하며 살을 빼는 사람들은 약을 끊으면 식욕이 다시 돌아온다는 생각에 복용 기간과 용량을 늘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등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 성분이 함유된 식욕억제제는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한다. 심한 우울증과 불면증, 환각·환청 등 정신분열증이 생겨 병원을 찾았다는 후기가 적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식욕억제제는 체중 감량이 필요한 사람(체질량지수가 30㎏/㎡ 이상)에 한해 3개월 이내로 복용하도록 제한한다. 일반적으로 4주 이내 사용하고, 최대 3개월을 넘지 않아야 하며, 다른 식욕억제제 성분과 병용하지 말아야 한다. 항우울제를 함께 먹거나 술을 먹는 것은 부작용 위험을 높인다. 장기복용시 앞서 언급한 정신신경계 부작용은 물론 고혈압, 빈맥같은 심혈관계 부작용까지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식욕억제제의 오남용은 심각하다. 의료기관에 중복 방문해 4주를 초과해 처방받은 환자가 75%에 이른다. 특히 처방받으면 안되는 16세 미만 여성청소년의 마약류 식욕억제제 사용량이 높아 우려되는 상황이다. BMI 25㎏/㎡ 이상 비만기준 남녀 비만유병률을 보면 2018년 기준 남성은 42.8%, 여성은 25.5%로 여성의 비만유병률이 훨씬 낮은데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마약류 식욕억제제 복용이 대다수다. 전문가들은 생활 습관을 개선해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량을 증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되도록 자주 걷고, 건강한 음식을 적당히 섭취하는 것이 다이어트의 정도이자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살을 빼는 목적이 ‘건강’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사설] 카카오와 네이버의 ‘지네발’식 골목상권 침해

    카카오 같은 빅테크 선두 주자들이 소비자의 편익을 높인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이 편리함으로 국민을 길들이자마자 거꾸로 ‘너희 목숨은 내 손에 달렸다’고 고객에게 비수를 들이대는 상황이라면 평가는 달라진다. 빅테크의 대표 주자인 카카오는 2016년 말 70개 남짓이었던 계열사가 지난 6월 말에는 158개로 늘었다. 올해 석 달 만에 계열사를 19개나 늘렸다니 ‘세포분열’의 속도라 할 수 있다. 과거의 재벌 기업이 ‘문어발’이었다면 21세기 빅테크 기업은 더 심각한 ‘지네발’식 확장을 하는 것이다. 빅테크 기업은 구시대 재벌과는 다르게 신세대적 기업관(觀)을 첨단기술에 접목해 미래지향적 글로벌 리더로 발돋움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다. 그러니 대표 주자라는 카카오가 택시, 주차, 대리운전, 스크린골프는 물론 미장원과 꽃배달 사업에까지 진출해 서민 경제를 위협하는 모습은 실망스럽다. 카카오가 택시의 시장 지배력을 80%로 끌어올리면서 이용료를 5배 인상했다가 취소한 사건은 매우 상징적이다. 국민의 뇌리 속 카카오는 신기술을 규제의 사각지대에 적용해 무차별적으로 돈을 버는 기업으로 인상 지워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정치권이 규제를 언급한 것은 업계의 자업자득이다. 더불어민주당 송갑석·이동주 의원은 지난 7일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근절 대책’ 토론회에서 “혁신의 상징이었던 카카오가 소상공인에게 높은 수수료를, 국민에게는 비싼 이용료를 청구하며 이익만 극대화하는 ‘탐욕과 구태’의 상징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도 “카카오의 골목상권 진입으로 영세 상인의 어려움은 더 가중됐다”면서 “카카오의 독점적 지위를 악용한 갑질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를 가리지 않고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는 까닭을 해당 기업들은 진지하게 돌아봐야 할 것이다. 카카오와 네이버의 주가는 어제와 그제 급락했다. 플랫폼 기업이 스스로 달라지지 않는다면 규제의 강도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국민은 해외 대표적 빅테크 기업들이 우주개발, 인공지능, 생명연장 등의 분야에 다투어 힘을 쏟고 있는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반문한다. 인류의 미개척 사업 영역 투자는 아직 힘이 부칠 수도 있다. 그럴수록 영세 골목상권에는 오히려 플랫폼 경영 기법을 전수하는 등 ‘상생의 경영’으로 신세대 기업가 정신을 보이라는 충고를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구시대 재벌의 행태를 답습해서야 미래 기업이라고 할 수 있겠나.
  • [데스크 시각] 반대만으론 안 된다/임일영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반대만으론 안 된다/임일영 정치부 차장

    “[ ① ]년은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였다. 후보들이 하나같이 [ ② ]을 약속하고 새로운 사회보장 정책이나 엄격한 법 집행, 혹은 두 가지 모두를 통해 [ ③ ]에서 벌어지는 혼란을 해결하겠다고 했다.” 미국 현대 정치·사회를 뿌리째 바꿔놓는 변곡점이 될 뻔했지만 로버트 F 케네디(JFK의 동생)의 비극적 죽음과 함께 길고 긴 보수화의 서막으로 이어진 1968년 대선을 다룬 ‘라스트 캠페인: 미국을 완전히 바꿀 뻔한 82일간의 대통령 선거운동’(서스턴 클라크 지음)의 한 대목이다. 눈치챘겠지만 [ ]를 조금만 손보면 2021년 한국 상황에 끼워 맞춰도 무리가 없다. 50여년 전 미국 대선을 소환한 것은 이어지는 문장 때문이다. “단 한 명, 케네디만이 미국 정부가 베트남에서 저지른 행위와 국내 빈곤층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지 못한 사실에 대해 국민 개개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했다. 표를 주는 것만으로는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상처 치유에 동참해야 한다고 했다. 거칠고 분열적인 선거운동으로 당선된 대통령이 숭고한 이상을 내세우기 어렵고, 비도덕적 선거운동을 한 후에 도덕적으로 상처 입은 나라를 치유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죽음으로 신화화된 측면은 있을 터. 그래도 케네디의 68년 캠페인이 지지 정당과 무관하게 다수 미국인에게 손에 잡힐 듯 구체적 ‘희망’을 품게 했던 점은 반박하기 어렵다. 미국 주류 사회에서 얘기하지 않았던 3가지-베트남 종전, 민권(흑인 인권) 및 빈곤 개선-를 전면에 내세웠는데, ‘시대정신’을 몇 걸음 앞서 읽어 낸 셈이다. 다시 한국 얘기다. 민주화 이후 가장 극적인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캠페인이 감동을 준 것은 비주류로 지역주의에 평생 맞선 그가 3김 정치로 상징되는 낡은 정치의 타파를 위해 온몸을 던졌기 때문이다. 2007년 이명박 후보는 선진 일류국가로 포장된 ‘부자의 꿈’을, 2012년 박근혜 후보는 경제민주화를 앞세웠다. 2017년 문재인 후보는 적폐청산과 권력기관 개혁, 새로운 대한민국을 내세웠고, 촛불혁명의 시대정신과 통했다. 2022년 대선은 어떤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경선에서 한국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고민이나 미래 담론은 도드라지지 않는다. ‘공정과 성장’(이재명), ‘내 삶을 지켜 주는 나라’(이낙연), ‘공정과 상식’(윤석열), ‘선진국 시대’(홍준표) 등을 쏟아내지만, 유권자가 보기엔 아직 설익고 겉돌기만 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캠프는 이를 숙성시키려는 노력보다는 ‘아무개가 돼선 안 되는 이유’에 힘을 쏟는다. 대상이 현 정부이든 경쟁자이든 비판과 반대만으론 승리할 수도 없을뿐더러 집권해서도 안 된다는 걸 유권자는 아는데 ‘여의도’만 업데이트가 안 된 모양이다. MZ세대 등장으로 다층화된 한국 사회에서 대선 국면을 꿰뚫는 시대정신을 따지는 게 의미 없다는 진단도 있지만, 캠프에서 그렇게 생각한다면 고민의 결핍 탓이다. 굳이 케네디를 언급할 필요도 없다. 2000년 이후 한국 대선을 복기해 보면 막연한 관념이 아닌 현실을 반영한 시대정신을 포착한 이들이 결국 대통령 선서를 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집권이 목적이 아니라 대전환기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꿔 보겠다고 마음먹은 리더라면 더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가속화한 사회·경제 양극화와 불평등, 미중 갈등과 한반도 문제, 기후위기, 인구절벽과 세대갈등, 플랫폼 비즈니스 및 인공지능 시대의 일자리 문제 등 머리를 싸맨 채 고민하고 토론해도 부족하다. 각 당의 경선 버스가 종점에 이르고서는 변화에 대한 막연한 기대라도 품을 수 있는 캠페인을 기대해 본다. ①[1968], ②[베트남 전쟁 승리나 종전 협상], ③[미국]
  • 서구식 근대화로 도시·농촌 양극화… 탈레반, 대중의 분노 부추겼다

    서구식 근대화로 도시·농촌 양극화… 탈레반, 대중의 분노 부추겼다

    탈레반이 카불을 함락했을 때 서방 세계는 그 충격적인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사람들은 여성에 대한 철저한 억압과 잔인한 통치가 꽤 규모 있는 나라에서 부활할 것을 걱정스러운 눈길로 지켜보고 있다. 이역만리 타국의 격변이 서방 세계 전체를 흔드는 이유는, 그것이 서구인들이 강고하게 갖고 있던 어떤 믿음을 거스르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프간의 상실로 서구인들 신념 ‘흔들’ 그 믿음은 3세기 전 즈음에 북대서양에서 태동한 계몽주의와 진보의 신화인데, 세계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끝없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교리를 핵심으로 한다. 그 믿음은 북대서양 네트워크를 통해 탄생한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꽃을 피워 세계를 제패했다. 한편 믿음의 신봉자들에게 중앙아시아의 험준한 산악 지대에 자리한 아프가니스탄은 북대서양에서 발원한 그 신화가 아직도 도달하지 않았던 ‘암흑의 심장’이었다. 따라서 아프가니스탄의 상실이 서구인들의 마음에 그토록 크게 울려 퍼지는 것은, 단순히 전략적이거나 재정적인 손실의 차원이 아니라 신념이 흔들리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아프가니스탄에서 서구식 계몽주의는 패배한 것일까? 세계 최강의 군대와 가장 효율적 기업으로 무장한 미국은 왜 아프가니스탄에서 20년이라는 시간을 쓰고도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2021년의 아프가니스탄이 아니라 더 긴 시간축 속에서 더 넓은 공간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카불이 함락되기 100년 전, 서쪽의 터키는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무슬림 세계에서 전통적 권위를 인정받던 오스만 제국이 제1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멸망하려 하고 있었다. 연합국 주도로 이루어지는 제국의 분할에 맞서서, 청년 장교단과 민족주의자들을 중심으로 외세에 맞서는 봉기가 일어났다. 그러나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단순히 반외세가 아니었다. 그들은 전통과 구습에 묶인 제국을 구하기보다는, 근대 계몽주의의 가치를 받아들인 새로운 공화국을 건설하고자 했다. 1921년은 그렇게 모인 터키 독립전쟁의 주역들이 최초로 헌법을 통과시킨 해였다. 터키의 새로운 엘리트들은 가톨릭 교회를 억누르고 세속주의를 확립시킨 프랑스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다. 신헌법은 여러 개정을 거쳤고, 마침내 터키의 국체는 세속주의 공화국으로 확정됐다. 그 지도자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이름을 딴 이념인 ‘케말주의’가 공식화되는 순간이었다.●이란·이라크 등 근대화 프로그램 시작 터키에서 시작된 케말주의는 이슬람 세계 전역에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슬람 세계는 19세기 이래로 ‘유럽을 압도하던 우리가 왜 지금은 유럽의 지배를 받게 됐는가’라는 고통스러운 고민을 하고 있던 차였다. 케말주의가 제시한 답은 간명했다. 서구 계몽주의를 따르자. 종교와 구습에 얽매인 노인들을 몰아내고, 무지몽매한 대중을 계몽해 근대적 공화국을 건설하자. 그렇다면 민족은 얼마든지 강력하게 재탄생할 수 있으리라. 이 같은 비전은 이름을 달리한 채, 시차를 두고 여러 국가에서 시도됐다. 이란의 팔레비 왕조는 케말주의에 깊은 감명을 받아 나름의 근대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계몽주의는 이집트의 영웅 나세르, 이라크와 시리아의 바스당 당원들, 파키스탄의 국부 무함마드 알리 진나가 모두 공유하는 신념이었고, 자민족을 부강하게 만들 약속된 도구였다. 신세대 엘리트 주도하의 근대화 프로그램은 여러 성과를 내었다. 근대적 고등교육과 기술교육의 혜택을 많은 이들이 누렸고, 그중에는 교육에서 오랜 기간 배제돼 온 여성들도 포함돼 있었다. 이슬람 전통법인 샤리아 대신 서구식 법체계가 자리를 잡았고 영화나 가요를 비롯한 현대적 도시 문화도 태동했다. 이 국가들의 근대화 프로그램을 지원하러 미국, 소련, 유럽에서 날아온 고문단은 이런 발전상을 보며 흡족해했다. ●‘이슬람주의’라는 이념 태동 하지만 근대적 발전상 이면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었다. 계몽주의에 기초한 서구 근대성은 많은 사람에게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반감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들은 서구의 힘에 굴복하고 전통과 신성을 내팽개친 새로운 엘리트를 혐오했고, 무기력하게 전통을 답습하는 전통 엘리트도 경멸했다. 이슬람 신학, 법학과 서구 학문과 공산주의 혁명론 등에 정통한 지식인과 활동가들은 근대적인 단체를 설립했고, 학술적 탐구와 정치적 구호를 담은 책들을 간행했으며, 세속주의 엘리트를 향한 저항을 선동했다. 세속주의가 이슬람 세계를 휩쓰는 것과 거의 비슷한 시간표에 따라 ‘이슬람주의’라는 이념이 태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움직임에 주목하는 이들은, 이슬람 세계의 바깥은 물론이고 안에서도 그리 많지 않았다. 그들은 세속주의 엘리트가 추진하는 근대화가 충분히 진행되면 그런 ‘반동적’ 이념들은 금세 사그라들 것으로 예측했다. 따라서 1979년에 이란의 샤(황제)가 혁명의 물결에 밀려 퇴위하고,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주도하는 이슬람 공화국이 들어섰을 때 세계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란은 미국의 지원을 받으며 근대화라는 숙제를 착실히 이행하는 우등생으로 인식되곤 했다. 어쩌다가 근대화의 결과로 사라졌어야 할 이념이 새롭게 헤게모니를 잡게 됐을까? 사실 이에 대한 대답은 간단했다. 계몽주의와 세속주의를 주창한 엘리트들의 근대화는 사회를 충분히 바꾸어 놓기는커녕 서구식 근대화에 대한 극심한 반발만을 야기했다. 근대화의 혜택이 대부분 발전한 도시 지역에 집중되는 가운데, 내륙의 농촌에는 여전히 전통적 사회 질서와 문화가 잔존했다. 근대화에서 소외된 지역의 빈곤은 뿌리 깊은 문제였으나 도시 엘리트들은 촌락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부족했다. 한편 1945년 이래로 시작된 급속한 인구증가, 그에 따른 생태적 위기는 농촌 인구의 도시 이주를 부추기며 사태를 악화시켰다. 주요 도시의 화려함과 부유함, 그리고 서구식 생활양식은 도시에 유입된 빈민들에게 분노를 일으켰다. ‘문명적’ 생활양식을 향유하는 서구적 엘리트들은 여전히 종교라는 구습에 얽매이는 도시와 농촌의 빈민들을 깔보고 무시했다. 엘리트에게 빈민들은 ‘계몽의 빛’을 거부하며 무지에 속박된 이들이었다. ●이란 혁명, 파키스탄 이슬람화 자극 이슬람주의자들은 상황을 다른 각도로 보도록 도와주었다. 서구화된 엘리트들은 문명화된 것이 아니라 ‘타락한’ 것이었다. 미국은 소비자본주의와 성적 방종으로 문화를 더럽히는 국가였고, 소련은 무신론을 내걸고 이슬람을 탄압하는 국가였다. 따라서 타락한 엘리트들과 그들을 지원하는 외세를 몰아내는 투쟁을 시작하는 것만이 알라가 제시한 성스럽고 올바른 길이었다. 혜택이 편향됐던 서구식 근대화는 도시와 농촌, 엘리트와 대중의 분열을 부추겼다. 마침내 1970년대를 거치며 이슬람 세계 각지에서 근대화 프로그램의 초라한 성적이 드러나자, 힘의 균형은 이슬람주의 쪽으로 급격하게 쏠렸다. 분개한 대중이 보기에 현실을 더 잘 설명하는 언어는 계몽주의가 아니라 이슬람주의였다. 따라서 1979년 이란 혁명은 홀로 떨어져 있는 사건이 아니었다. 아랍 세계의 수니파 이슬람주의자들은 이란의 시아파 혁명을 불신했으나, 유사한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에 고무됐다. 그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극단적 무장 단체가 메카의 대(大)모스크를 점거하고 타락한 사회에 대한 정화를 촉구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충격을 받은 사우디 왕실은 대내적 불만을 잠재우고자 자신들 판본의 종교적 보수주의인 ‘와하비즘’을 더 강하게 선전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이란 혁명은 인접한 파키스탄이 이미 1977년부터 추진하고 있던 이슬람화를 더욱 급격하게 밀어붙이도록 자극했다. 쿠데타를 일으킨 지아 울 하크 장군은 이슬람주의 정책을 통해 대중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1979년의 마지막 나날에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으로 진격하자,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의 관계는 놀라운 속도로 진척됐다. 미국과 파키스탄의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파키스탄은 소련군을 막아내는 방파제 역할을 맡으며 대규모 지원을 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은 지정학 이상이었다. 석유 파동 덕택에 부유해진 사우디는 파키스탄에 경제적 지원을 해줌과 동시에 이념적 지원도 해주었다. 사우디가 지원한 마드라사(신학교)가 파키스탄 각지에 세워졌으며, 이곳은 급진 이슬람주의 전사들을 키우는 훈련소가 됐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국경 양편에 거주하는 파슈툰족은 이런 공통의 경험을 통해 급진화됐다. 한편 사우디는 아랍 세계 각지의 지하드 전사들이 ‘무신론 제국’인 소련을 상대하러 아프가니스탄에 집결하는 것도 지원했다. 그렇게 아프가니스탄의 계곡에 들어간 전사 중에는 토목공학을 전공한 부유한 집안의 청년인 오사마 빈라덴도 있었다. 지역에 근거한 이슬람 무장 세력과 글로벌 테러리즘을 주창하는 성전주의자들 간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이 네트워크의 영향을 받은 현지의 이슬람주의 전사들은 소련군이 물러난 뒤에도 아프가니스탄을 이슬람화하겠다는 신념으로 뭉치며 ‘탈레반’이 됐다. 탈레반은 꾸준히 시골을 공략했다. 그들은 도시의 부패와 ‘타락’을 몰아내고 마을 주민에게 질서, 안정, 이슬람의 회복이라는 언어로 호소했다. 탈레반의 힘은 무기와 아편 판매로 모은 돈만큼이나, 그들 고유의 언어와 약속에서도 나왔다.●미군이 탈레반에 패배한 이유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미군은 왜 탈레반에 패배했을까? 그 이유는 탈레반의 신념을 형성하는 긴 역사와 배경에서 설명될 수 있다. 도시에 거주하는 세속주의 엘리트들은 배후지의 농촌, 혹은 도시의 빈민과는 유리된 삶을 살았으며 그들 사이의 문화적 분리는 크나큰 정치적 불만을 촉발했다. 승리와 패배를 결정한 것은 도시 바깥에 뻗어 있는 광활한 대지, 거기에 펼쳐진 수많은 마을의 동향이었다. 그 마을의 주민들은 애초에 계몽주의에 근거한 비전에 공감하지 못했으며, 천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누적돼 온 관습과 그와 유사한 깊이의 신앙에 오히려 더욱 공감했다. 카불과 헤라트에서 일어난 계몽주의의 패배는 그렇기에 일찍이 1979년의 이란과 2013년 무렵의 터키에서 벌어진 패배와도 일정하게 흡사한 점이 있다. 카불의 함락은 서구적 근대화라는 비전이 이 지역에서 국민적 발전을 가리키는 빛이 아니라 도시와 시골, 엘리트와 대중을 가르는 단층선에 불과했다는 고질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또다시, 아주 극적인 모습으로 남긴 셈이다. 임명묵 작가
  • [글로벌 In&Out] 일본도 주목해야 할 ‘정치 한류’/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글로벌 In&Out] 일본도 주목해야 할 ‘정치 한류’/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도쿄올림픽에 이어 패럴림픽까지 끝났다. 일본은 코로나 확진자뿐만 아니라 위중증자도 크게 늘어 의료붕괴라 할 만큼 사회 전체가 위기 상황을 맞았다. 게다가 델타 변이의 유행으로 백신 접종률이 낮은 젊은층의 감염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거듭된 정책 실패로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져 자민당 총재 재선을 포기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와 중의원 선거가 9월과 10월(혹은 11월)로 예정돼 있고 스가 총리 후임을 둘러싼 여당 내, 여야 간 정치 역학이 전개됨으로써 불투명하고 불안정한 정국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야당의 역량 부족으로 정권교체를 바라기는 어렵다. 한국에서는 대통령 선거나 총선에서 집권당에 대한 평가를 투표로 가림으로써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가 정착돼 있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 냉전기 1955년 체제하에서 자민당의 일당 우위 체제가 이어지다가 1990년대 비례대표와 소선거구가 도입돼 정권교체가 가능한 양당제가 정착되는 듯했다. 2009년 8월 총선에서 의석수 300석의 집권 자민당이 119석을 얻는 역사적 참패를 기록하면서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일본 정치가 드디어 바뀌었다고 기대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당 정권은 오키나와 미군기지 문제, 동일본 대지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내 실력자 오자와 이치로의 처우를 둘러싼 당내 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2012년 12월 총선에서 230석의 의석이 57석이 됐다. 이후 자민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정권이 지속되고 있다. 민주당은 분열을 거듭하면서 약체로 전락했다. 다수 국민 사이에는 ‘악몽의 민주당 정권’이라는 이미지만 남았고, 결과적으로 자민당의 일당 우위 체제는 더욱 공고해졌다. 스가 정권에는 합격점을 줄 수 없다. 10월 총선에서 정권교체가 일어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아마도 자민당은 상당히 의석이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자민당 새 총재가 총선에 지더라도 총리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정권교체가 이뤄진다고 생각하는 국민도 적고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왜 일본에서는 한국처럼 공수 교대가 가능한 양당제가 어려운가. 소선거구제하에서 야당은 합당하거나 연정을 꾸려 여당에 맞설 수 있다는 선택지를 제시하고 유권자도 밀어 줄 것이란 기대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 야당은 거꾸로 분열을 거듭했다. 일부는 여당에 접근해 연립정권을 꾸려 권력의 한자리를 차지하려고 한다. 자민당과 이런 야당은 정책이나 이념 차이가 거의 없다. 또 야당은 강력한 지지 기반이 없어 선거에서 패배하면 회복하기 어렵다.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한국의 보수야당 국민의힘은 영남, 진보여당 민주당은 호남이란 압도적인 지역적 지지 기반이 있다. 선거에서 지더라도 이들 지역에서 의석을 확보하면 충격파를 줄일 수 있다. 민주화 이후 많은 사람이 한국 정치의 병리 가운데 하나로 지역주의를 얘기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상대적으로 안정된 보수·진보 양당제를 뒷받침하는 기제는 영남이 보수를, 호남이 진보를 공고히 지지하는 지역주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같은 정치적 균열이 거의 없는 일본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소선거구제가 보수의 일당우위 체제를 강화시켰다. 일본에서 정권교체가 가능한 양당제, 아니면 정권교체가 가능한 긴장감 있는 정치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어려운 과제다. 코로나는 그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계기가 됐다. 일본의 10월(혹은 11월) 총선이 주목된다. 민주주의 역사는 한국보다 일본이 길지만, 한국 정치는 정권교체가 가능한 역동적인 정치를 정착시켜 왔다는 의미에서 일본이 참고할 사례를 제공하고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달리 말하면 ‘정치 한류’라고 할까. 일본도 한국 정치를 배워야 할 시대가 왔다.
  • 스트레스도 진료비 지원…경기도, 연 최대 36만원 지급

    스트레스도 진료비 지원…경기도, 연 최대 36만원 지급

    경기도는 청년들의 정신과 외래 진료비를 소득 조건 없이 지원하는 ‘청년 마음건강 진료비 지원’ 사업 대상 질병을 기존 조현병·우울증 등에서 스트레스, 신경통 등으로 확대했다고 6일 밝혔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청년들의 경제적 어려움, 스트레스, 불안 등 정신건강 문제를 고려했다. 도는 지난해부터 ‘청년 마음건강 진료비 지원 사업’을 통해 5년 이내 정신과 질환을 최초로 진단받은 만 19∼34세 경기도 청년들에게 소득 조건 없이 1인당 외래 진료비 연 최대 36만원을 지급 중이다. 이번 사업 대상 확대로 정신과 질병코드 F20∼29(조현병, 분열형·망상장애) 또는 F30∼39(조울증·우울증을 비롯한 기분 정동장애)뿐만 아니라 F40∼48(신경증성,스 트레스 연관 및 신체형 장애)도 진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지원 제외 대상은 기존 ‘건강보험료 체납자’에서 ‘건강보험료 체납으로 급여 제한을 받은 경우’로 축소됐다. 진료비 지원 신청은 외래 치료를 받고(5년 이내 초진) 도내 시군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하면 된다. 도 관계자는 “2019년 경기도 정신과 진료 통계에 따르면 ‘F40∼48’ 스트레스 환자는 17만6000명으로 ‘F30∼39’ 우울증 환자 18만1000명과 비교해봐도 적지 않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운 상황에서 청년들이 마음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 [문소영 칼럼] 180석이 언론적폐 탓이란 말인가

    [문소영 칼럼] 180석이 언론적폐 탓이란 말인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나. 가짜뉴스(fake news)는 2016년 국제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허위정보나 거짓말, 뜬소문, 루머 등은 인류 역사와 함께 해 왔다. 특히 정치권력이나 세력 등을 획득·확대하는 데 활용됐다. 로마제국의 네로 황제가 로마 대화재(64년)를 기독교인들이 방화했다고 날조한다든지, 네로 황제가 방화를 지시했다는 역사적 증거가 없지만 장편소설 ‘쿠오바디스´(1896년)에는 존재하는 식이다. 2016년 가짜뉴스는 더 각별했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가 11월 당선됐고, 이보다 앞선 6월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Brexit)가 국민투표로 확정되는 과정에서 가짜뉴스, 즉 허위조작정보가 영향을 줬다는 판단 탓이었다. 정계·학계·언론계에서 언론을 사칭하거나 기성언론으로 오인할 만한 사이트에서 가짜뉴스를 유통시켜 유권자의 선택을 오도해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렸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됐다. 게다가 미 대선을 뒤흔든 가짜뉴스의 진원은 동유럽인 마케도니아 소도시로, 20대 젊은이가 가짜뉴스로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고 뒤늦게 밝혀졌다. 영국에서는 이민자 탓에 영국인이 일자리를 잃고, 재정을 탕진하고, 영국의 전통이 훼손된다는 식의 왜곡보도가 대중지에서 쏟아내는 바람에 유권자가 브렉시트를 결정했다는 분석들이 나왔다. 그렇다면 가짜뉴스 규제법은 미국이나 영국이 최초가 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들 나라에서 가짜뉴스 규제법을 제정했다는 소식은 없다. 흔히 ‘독일에서 가짜뉴스는 600억원을 배상한다’고 자신만만하게 주장하는 분들이 있던데 이것은 허위조작 정보를 유통하는 플랫폼 사업자들을 규율하는 것이지 언론에 대한 직접 규제는 아니다. 현대 민주주의와 관련해 언론의 역할과 기능은 유권자가 자신의 대리자를 잘 선택할 수 있는 정보와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언론이 민주주의의 기둥인 이유이자, 맥락 있는 사실의 보도가 흔들리는 진실로 연결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그 관점에서 가짜뉴스가 세계적 문제로 떠오른 2016년부터 한국을 돌아보자. 2016년 10월쯤 촛불시위가 시작됐고, 12월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2017년 3월에는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박근혜를 탄핵 심판했고, 그해 5월 9일 대선에서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다. 1년 뒤인 2018년 6월에는 민주당이 대구·경북과 제주를 제외한 14개 광역자치단체장을 석권했다. 현재 서울·부산·경남을 민주당의 잘못으로 잃었다. 2020년 4월 총선에서 범여권은 ‘입법독주’가 가능한 180석을 얻었다. 민주당이 언론적폐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지난 몇년 간 민주당의 정치적 승리는 유권자의 잘못된 선택이란 말인가. 민주당의 분열된 시각을 빌려오면, 언론적폐 탓에 유권자가 오판해 180석 거여를 탄생시켰다는 이야기가 된다. 아니면 민주당 나혼자 잘난 결과인가. 그런데도 2018년 가짜뉴스 규제법 제정을 벼르던 정부·여당이 2021년 마침내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독소조항을 넣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겠다고 하니, 달면 삼키고 쓰면 뱉나,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허위정보 등으로 피해를 입은 일반인을 구제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어불성설이다. 전두환 정부가 1980년 제정한 악법 ‘언론기본법’은 사이비언론을 없앤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한국에서 언론에 의한 피해를 구제하는 법은 이미 차고 넘친다. 정정보도와 반론보도를 강제하는 현행 언론중재법을 시작으로, 형법의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정보통신망법, 공직자선거법 등등으로 규제법망이 촘촘하다. 여기에 이 법마저 추가된다면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정부패를 고발하고 정의를 세우려는 많은 언론사의 평기자들을 좌절시키고, 억장을 무너뜨릴 것이다. 언론사 경영진 등 간부들은 혹시 모를 고소·고발을 우려해 의혹 보도를 기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위축 효과는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에 최종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언론이 권력 중 권력’이라는 말도 있지만 파편화한 미디어 환경과 1인 미디어의 확대로 언론의 영향력은 크게 약화됐다. 게다가 청와대 등 정부도 유사미디어를 만들어 제 할말 다하는 세상 아닌가. 민주당은 9월 말에 처리하겠다고 미뤄 둔 언론중재법을 철회해야 한다. 국내외 언론단체, 심지어 유엔조차 우려한다면 그 법은 이미 악법이라고 증거하는 것이다.
  • 간호사 파업전날 개 사진 올린 대통령에 “청와대는 구중궁궐”

    간호사 파업전날 개 사진 올린 대통령에 “청와대는 구중궁궐”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물한 풍산개 ‘곰이’가 낳은 새끼 7마리의 사진을 SNS를 통해 공개하자 비난이 쇄도했다. 코로나 방역의 최전선에 서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파업 선언을 하루 앞두고 보건복지부와 막판 협상을 지속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최동석 인사조직연구소 소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이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문재인은 개인이 아니다. 개인 사생활을 즐기고 있을 때가 아니다. 청와대가 구중궁궐이 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최 소장은 “5천만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생명이 일각에 달려있다”며 “개가 소중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개를 분양하는 게 이슈가 된다면, 그 분야 전문가들에게 맡기면 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곰이’가 낳은 새끼를 서울, 인천, 대전, 광주에 각각 분양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희망하는 지자체들이 있다면 두 마리씩 분양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친문(친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졌던 이주혁 성형외과 전문의도 “코로나 방역이 턱밑인 지금 상황에서 이런 사진이 올라오는건 좀체 이해가 안된다”며 “문 대통령의 이 포스팅 바로 밑 댓글엔 처우가 열악하기로 유명한, 공공의료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가 정신적 신체적으로 지쳐 파업까지 이른 상황이라며 대통령의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이어 “음압병실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이 어떤 일상을 보냈는지, 그들이 없이는 아예 코로나 환자들 병상이 돌아갈수도 없는 상황에서 그들이 어떤 처우를 받았는지 누가 살피기는 하는가”라며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대책은 그 현장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보건의료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다 해도 정부는 단 한 마디도 할 말이 없다”며 “어떤 한 집단의 일방적인 희생을 담보로 유지되는 방역 시스템은 결코 성공이라 말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와 장시간 사투를 벌이며 힘들고 어려울텐데,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니 얼마나 힘들고 어려우시겠느냐”며 “의료진이라고 표현됐지만 대부분이 간호사들이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고 쓴 글이 논란을 낳고 있다. 당시 의사 파업으로 힘든 상황에서 의료진들을 의사와 간호사로 ‘편가르기’하며 분열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샀다. 하지만 일년이 지나 의사들에 이어 간호사의 파업이 예고될 때까지 바뀐 것이 없다는 점에서 더욱 의료진의 분노를 사고 있다.
  • [요즘 과학 따라잡기] 1g에 300억원 최고가 금속의 비밀/이동원 한국원자력연구원 핵물리응용연구부장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물질이라고 하면 다이아몬드를 떠올린다. 그러나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금속 중 다이아몬드보다 500배나 비싼 금속이 있다. 1g당 300억원이 넘는 이 금속의 이름은 ‘캘리포늄’이다. 캘리포늄은 자연 상태에서도 핵분열로 중성자를 내뿜는다. 이런 특성 때문에 원자로 기동 시 핵분열을 유도하는, 쉽게 말해 원자로용 번개탄 역할을 수행한다. 중성자가 물질과 반응하는 특성을 이용해 철강이나 시멘트의 수분 함량 같은 원자재의 성분 분석에도 사용한다. 국방·항공 분야에서는 폭탄, 균열을 탐지하는 장치에까지 활용하는 등 이용이 증가하고 있다. 다만 반감기가 2.645년으로 짧아 시간이 지날수록 발생하는 중성자가 줄어 1~2년마다 교체해야 하고 교체 후 잔여물도 방사성폐기물로 관리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캘리포늄은 비싼 만큼 생산 과정도 매우 까다롭다. 플루토늄을 특수 반응로에 넣어 만들기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에서 매우 제한적인 양만 생산한다. 최근 들어서는 중국의 산업 수요와 원자력발전소 증가로 가격이 2배 이상 급등했다고도 한다. 다행히 미국을 중심으로 전기 공급만으로 중수소를 가속시켜 중성자를 생산하는 장치가 개발돼 캘리포늄을 대체할 수 있게 됐다. 최근 국내에서도 자체 개발에 성공해 실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금속을 조만간 우리 기술로 대체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동원 한국원자력연구원 핵물리응용연구부장
  • [열린세상] 대출규제와 통화정책, 옳은 조합은?/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열린세상] 대출규제와 통화정책, 옳은 조합은?/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0.75%로 인상했다. 이번 인상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아시아 주요 국가 중에서는 처음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배경에는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등 금융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인식이 있다. 초저금리 기조로 크게 늘어난 부채가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유입돼 자산가격 급등을 부추기고 실물경제와 금융부문 괴리도 커지고 있다. 사실 한국의 가계부채가 부동산과 직결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계부채는 빠른 증가세를 지속해 왔다. 다소의 부침이 있었으나 이 기간에 주택 등 부동산 가격도 크게 올랐다. 부채로 조달한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돼 부동산 가격을 밀어올리는 것이다. 더 비싸진 주택을 매입하거나 전세로 들어가려면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니 가계의 부채도 늘어난다. 이러한 순환이 오랜 기간 지속된 결과가 오늘날 전례 없이 높아진 부동산 가격과 사상 최대 규모의 가계부채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초저금리로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집값 인상을 더욱 부추겼다. 이제 부동산 문제는 자산 버블의 문제를 넘어 자산 불평등으로 이어지면서 사회 분열의 씨앗으로 여겨진다. 너무나 오른 집값이 월급 모아 내 집을 마련한다는 기대를 무너뜨리고, 노동 의욕을 저하시킨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 지역 기준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이 2020년 1분기 13.9배에서 올해 1분기 17.4배로 급등했다.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내 집 마련을 위해 모아야 하는 기간이 14년 정도라 해도 기막힐 노릇인데, 한 해 만에 3.5년 더 늘어난 것이다. 부동산 문제에 대한 사회적 분노는 정책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정부로 향할 수밖에 없다. 수십 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집값 안정을 자신하더니 결국 이 지경이다. 공급 대책까지 내놓아도 주택가격 상승세가 계속되자 최근 정부는 강력한 가계대출 규제책을 들고나왔다. 사상 초유의 규모로 늘어난 가계부채를 관리한다는 것인데 부동산 대책을 겸하고 있음을 대부분 짐작한다. 많은 은행이 대출 한도를 내리기 시작했고, NH농협은행은 아예 11월까지 대출 중단을 선언했다. 이제 막 집을 사거나 전세를 구해야 하는 다수의 실수요자가 발을 동동 구르게 됐다. 왜 정부의 정책 실패에 따른 고통을 내가 뒤집어쓰나? 전세 실수요자가 빌리는 전세대출 자금도 결국 임대인이 전세금을 끼고 갭투자하는 데 쓰이므로 주택가격 상승에 일조한다는 인식이 아예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주택가격을 잡기 위해서라고 해도 가장 책임이 작고 취약한 계층에게 가장 큰 고통을 주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보다는 어제 금통위의 결정처럼 금리를 올려 거시적으로 유동성 규모를 줄이는 것이 낫다. 물론 기준금리의 변경은 자산시장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델타 변이 확산 등으로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것을 염려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최근의 경험은 코로나 확산 등으로 부진한 실물경제를 부양하는 데 금리 인하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금리를 더 올려 자산가격 및 환율을 안정시키는 한편 정책금융을 늘리고 대출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이 나을 수 있다. 정책금융이 늘어나고 대출규제가 완화되면 그만큼 유동성이 증가하겠지만,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 축소 규모에 비할 바가 안 된다. 가계부채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이자비용 증가도 만만치 않은데 이러한 과정을 거쳐 가계부채를 줄이는 것이 정도다. 여기서 서민 등 취약계층에게 가는 정책금융은 낮은 금리로 공급되는 것이 좋다. 기준금리는 올리고 정책금융은 저금리로 하면 모순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책금융은 대부분 전체 규모나 개인당 한도가 정해져 있다. 차입자 입장에서는 되도록 안전하고 건실한 투자처나 용처에 사용할 유인이 있다. 반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특정 기준금리에서 무제한의 규모로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다. 기준금리가 낮게 유지되면 안전하거나 불안하거나, 건실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더 많은 용처, 투자처에 자금이 유입된다. 차입자의 자기 규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 왜군 맞선 김면 장군의 우국충정… 역사에 묻힌 영웅을 일으키다

    왜군 맞선 김면 장군의 우국충정… 역사에 묻힌 영웅을 일으키다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명장으로 흔히 이순신, 권율, 김시민 장군 등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들 못지않게 승전에 기여했음에도 일부 위정자들의 정치적 판단으로 역사적으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묻혀버린 영웅이 적지 않다. 김중열 서울신문 선임기자의 역사소설 ‘임진왜란 365일 숨은 영웅들’은 그동안 역사에서 잊힌 경상우도(조선시대 경상도 서부지역) 의병들의 우국충정을 문학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했다. 특히 의병 5000여명과 관군 1만 5000여명을 지휘하다 순국한 송암 김면(1541~1593) 장군의 공헌과 선비 정신을 집중 조명했다. 평생을 고령에서 지낸 김면 장군은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 문하에서 수학한 성리학자였으나, 1592년 음력 4월 왜군이 침략하자 고령과 거창에서 곽준, 문위 등과 함께 의병을 일으켰다. 적전 분열을 일으켰던 경상감사 김수와 곽재우 장군의 갈등을 중재하고, 우척현·지례·사랑암 전투 등을 승리로 이끌었다. 1593년 장티푸스에 걸리자 자신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유언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작가는 ‘조선왕조실록’, ‘징비록’, ‘난중잡록’, ‘용사일기’, ‘쇄미록’, ‘송암선생 실록’ 등 각종 사료를 꼼꼼히 분석해 400여년 전의 전쟁터 속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생생한 전투 장면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팔만대장경이 있는 합천 해인사 인근에 ‘왜구치’로 불리는 지명이 있음을 고려해 왜군과 맞선 승병들의 호국정신도 기렸다. 언론인의 시각으로 당시 비효율적 제승방략 체제, 도망가기 바쁜 권력층의 민낯 등을 날카롭게 파헤쳤다. 피란지를 떠돌던 장군의 가족이 격전지 10여리 밖에서 문전걸식해도 한 번도 가족을 찾지 않았던 ‘선공후사’(先公後私) 정신은 “오직 나라 있는 줄만 알았지 내 몸 있는 줄은 몰랐다”는 장군의 말과 함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의 표본이다. 역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숨은 영웅과 민초들의 삶과 죽음을 다룬 이 책은 마치 오늘날 우리 사회의 국난극복 의지가 어떤 수준인지를 되묻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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