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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소리는 묻혀선 안될 아름다운 소리… 인생의 또 다른 즐거움 드리고 싶어요”

    “판소리는 묻혀선 안될 아름다운 소리… 인생의 또 다른 즐거움 드리고 싶어요”

    다섯 살 때 앙증맞은 목소리로 ‘내 이름 예솔아’를 부르던 아이가 기억 난다. 그 아이가 어느 날 국악고 재학 중에 판소리 ‘심청가’를 완창했고, 2년 뒤 8시간에 걸쳐 ‘춘향가’까지 불렀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2007년에는 창작 판소리 ‘사천가’를, 2011년엔 ‘억척가’(2011)를 내놓으며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뮤지컬 ‘서편제’를 본 사람들은 그를 ‘송화’의 분신이라고도 부른다. 예인(藝人)이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나름 질곡이 있었겠지만, 참 잘 자랐다 싶다. 바로 소리꾼 이자람(33)이다. ●2시간 20분 동안 1인 15역 오는 11~13일과 16~17일에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억척가’를 올리는 이자람을 지난 4일 만났다. 매회 한을 토해 내며 관객을 울리던 ‘서편제’를 막 끝낸 터라 많이 지쳐 있을 줄 알았는데 생기가 넘친다. 공연 후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못 하고 쉬었다고 했다. “소리를 하면서 처음 맞은 위기였다.”는 그는 “목 관리를 따로 안 할 정도로 튼튼하다고 자부했는데, 목소리가 안 나오고 목에 염증이 생겨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억척가’ 연습도 이틀 전에야 시작해 마음이 조급하다.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데 많은 공을 들여야 하거든요. 이 공연을 왜 하는지, 무엇을 관객과 나눌지, 철학적으로 물리적으로 고민하고 준비해야 관객과 만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도 그럴 것이 무대에 악사 세 명이 함께 오르지만, 혼자 1인 15역을 하면서 2시간 20분을 이끌어 간다. 대본, 작창을 한 그가 연기까지 해낸다. 무대에 객석을 설치해 그의 코앞에서 관객들이 그를 응시한다. 아무것도 못한 일주일이 아쉽기도 하지만, 그는 “송화를 벗고, 완전히 ‘억척가’로 주파수를 맞췄다.”고 의미를 찾았다. ●獨작가 작품을 한나라 배경으로 각색 ‘억척가’는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억척 어멈과 그 자식들’이 원작이다. 판소리 다섯 마당 중 하나인 ‘적벽가’처럼 중국 한나라를 배경으로 각색했다. 한나라까지 흘러들어 간 전남 출신 김순종이 세 아이를 먹여 살리려고 장사꾼이 되고, 전쟁 속에서 비정한 어미로 변하는 모습을 담았다. 남인우 연출과 한혜정 드라마터지가 함께 작업했다. 판소리 공연으로는 드물게 매회 매진 기록을 낳는 데에는 350여명만 들어가는 소박한 객석도 이유겠지만, 꼭 봐야 하는 공연으로 인식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관객 호응은 이토록 뜨겁지만, 이자람의 바람은 소박하다. 판소리를 대중화시켜야 한다는 대단한 목표 의식이나 책임감 대신 다른 의미를 둔다. “내가 아는 판소리는 많은 사람에게 선택받지 못할, 그렇게 묻힐 것이 아니거든요. 어떤 사람 취향에는 안 맞을 수 있지만, 경험 한 번 못한 채 외면하는 일은 없어야죠. 적어도 판소리를 맛보고 인생의 즐거움을 하나 더 가져갈 수 있게 해 드리고 싶습니다.” 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사연따라 연예반세기(演藝半世紀)…그시절 그노래(10)

    사연따라 연예반세기(演藝半世紀)…그시절 그노래(10)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며-로 시작되는『목포(木浦)의 눈물』은 그 가사가 현상공개모집의 당선 작품이란 데서 또 최초를 기록한다. 이난영(李蘭影)을 얻은 OK「레코드」는 33년도에 충천하는 사세(社勢)를 과시할 겸 유행가 가사모집 광고를 냈다. 약 3천통의 응모 작품이 들어왔는데 그 중에서 뽑힌 게『목포(木浦)의 눈물』이고 작사자는 바로 목포(木浦) 출신인 문일석(文一石)이란 사람. 문(文)씨는 이 가사 하나로 가요사적 인물이 됐지만 작사 활동은 이 한편으로 끝났다.  이 가사가 마음에 들었던지 곡도 현상 모집했으나 마땅한 작품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OK 전속 작곡가 손목인(孫牧人)에게 맡겼다.  손목인(孫牧人)은 그때『갈매기 항구』란 곡을 만들어 고복수(高福壽)한테 연습을 시키고 있었다.『목포(木浦)의 눈물』가사를 받고 보니 내용이 비슷했던지『갈매기 항구』의「멜러디」를 그냥『목포(木浦)-』에 붙여 버렸다. 결국 고복수(高福壽)는 이난영(李蘭影)한테 노래를 빼앗겼고 『갈매기-』는 날아가 버렸다.  어쨌든 이난영(李蘭影)은 이『목포(木浦)의 눈물』로 아무도 따를 수 없는「스타」가 되었다. 요즘 말로「슈퍼·스타」라 할까? 그때 돈으로 5백원씩의 월급을 받게 되었다. 일류 월급장이의 1년분 봉급에 해당했다. 당초 별로 넉넉지 못한 가정에 태어나 교육도 제대로 못받은 16살 소녀가 출가 3년만에 거둔 성공이었다. 엄청난 봉급에 OK 전속…월급장이 1년치 한달에  『회현동에 2층 양옥을 샀어요. 가 보면 없는 게 없이 꾸미고 살았어요. 특히「피아노」가 모든 연예인들의 부러움을 샀지요.』  이난영(李蘭影)보다 먼저「데뷔」한 신(申)「카나리아」의 회상이다. 그 때만 해도 가수가「피아노」를 갖는다는 건 하나의 꿈었다고.  신(申)「카나리아」가 이난영(李蘭影)을 처음 만난 것은 이(李)씨가 단성사에서 조선악기단의 막간 가수로 나왔을 때.『귀엽고 똑똑하게 생겼는데 화장할 줄을 몰랐어요. 내가 화장하는 법을 가르쳐 주고 머리를 빗겨 줬더니, 두고두고 그때 얘길 하더군요. 착하고 눈물 많은 애였어요』  이난영(李蘭影)의 오빠 이봉용(李鳳龍)은 목포(木浦)를 소재로 한 또 하나의 노래『목포(木浦)는 항구(港口)다』를 만들어 동생이 부르게 했다. 박남보(朴南甫) 작사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①영산강(榮山江) 안개 속에 기적이 울고/삼학도(三鶴島) 등대 아래 갈매기 우는/그리운 내고향 목포(木浦)는 항구다/똑딱선 운다.  ②유달산 잔디 위에 놀던 옛날도/동백꽃 쓸어안고 울던 옛날도/그리운 내 고향 목포(木浦)는 항구다/추억의 고향  이 노래 역시 크게「히트」했고『목포(木浦)의 눈물』과 함께 아직도 애창되는 노래다. 이난영(李蘭影) 남매의 고향 목포(木浦)가 그렇게 좋은 곳일까?  사실 그때만 해도 목포(木浦)는 개항장(開港場)이기는 했으나 그렇게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한산하고 쓸쓸한 항구, 그것이 이난영(李蘭影)의 노래 때문에 일약 정서와 낭만이 깃들인 명승지로「글로즈 업」된 것이다.  창씨개명(創氏改名)이 실시된 뒤 이난영(李蘭影)은「오까광고(岡蘭子)」란 일본 이름으로 이『목포(木浦)의 눈물』을 일본말로 취입했다. 일본말 노래는 20년대에 이미 채규엽(蔡奎燁)이「하세가와(長谷川史郞)」란 이름으로 취입한 일이 있다.  일본 노래로 된『목포(木浦)의 눈물』은 그 뒤에 손목인(孫牧人)이 만든 몇개의 노래와 함께 상당히 많이 팔려 나갔다. 이미자(李美子)가 도일(渡日)했을 때도 이『목포(木浦)-』를 일어로 취입했고 최근엔 남상규(南相奎)에 의해서 다시 일본 노래『목포(木浦)의 눈물』이『리바이벌』됐다.  덕택에 일본서 인세를 받고 생활해 나가는 한국인 작곡가가 탄생했다. 손목인(孫牧人)이 바로 그 사람. 손(孫)씨는 6·25때 도일(渡日)한 뒤 동경(東京)에 정착, 그곳에서 가요학원을 경영하고 있다. 남편 김해송(金海松)의 납북 이후 아들 딸들을 보컬로 키워 가요계의 여왕 이난영(李蘭影)은『목포(木浦)-』다음으로『알아 달라우요』『해조곡(海鳥曲)』『진달래 수첩』『울어라 문풍지』『다방의 푸른 꿈』등 수많은「히트·송」을 계속해서 내놓았다. 가수로서의 그는 누구보다 화려하게 살다 갔다.  그러나 사생활은 항상 외로움에 우는 여인이었다. 남편이 가진 수많은 여자와의 관계가 그렇게 만들었고 그나마 남편이 납북당한 뒤에는 더욱 그랬다. 서대문형무소에 남편 김해송(金海松)이 갇혀 있을 때 이난영(李蘭影)은 얼굴에 숯검정을 바르고 걸인으로 변장하여 형무소 주변을 맴돌았다 한다.  김해송(金海松)이 납북된 뒤 이난영(李蘭影)은 가수 남인수(南仁樹)에 위탁해서 외로움을 달래려 했다. 그러나 그마저 먼저 세상을 떠난 것.  김(金)「시스터즈」와 김(金)「보이스」7남매를 지금의 일류「보컬·그룹」으로 키운 건 이난영(李蘭影)의 노래에 대한 애정 때문으로 해석된다. 생활이 어려워졌을 때도 그는「피아노」만은 팔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6·25때 드디어 모든 세간이 없어진 뒤 그녀는 손바닥으로 박자를 맞추면서 아들 딸한테 노래를 가르쳤다.『가수는 노래를 계속하기 위해 작곡가와 결혼하는 게 옳다』는 주장을 후배한테 얘기했고 평소『자식들을 가수로 키우는 게 남겨진 의무』라고 그녀는 말해 왔다. 70년도에 김(金)「시스터즈」는 미국에서 금의환향하여 서울 시민회관에서 어머니 추모 공연을 열었다.  흘러간 가요계 여왕 이난영(李蘭影)의 노래는 그녀의 분신들에 의해 지금도 계속 불려지고 있는 것이다.<조관희(趙觀熙)기자>  [선데이서울 73년 3월 11일 제6권 10호 통권 제230호] ●이 기사는 ‘공전의 히트’를 친 연예주간지 ‘선데이서울’에 39년전 실렸던 기사 내용입니다. 기사 내용과 광고 카피 등 당시의 사회상을 지금과 비교하면서 보시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한권에 얼마냐고요? 50원이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한 저작권, 판권 등 지적재산권은 서울신문의 소유입니다. 무단 전재, 복사, 저장, 전송, 개작 등은 관련법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 ‘사령카페’ 빠진 前여친 탈퇴시키려다 변 당했다

    ‘사령카페’ 빠진 前여친 탈퇴시키려다 변 당했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서 벌어진 대학생 살인 사건은 당초 알려진 삼각관계에 따른 범행이 아닌 죽은 영혼을 불러온다는 ‘사령(死靈)카페’를 둘러싼 갈등이 주된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신문이 2일 입수한 숨진 김모(20)씨의 스마트폰 채팅 카카오톡 메시지와 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김씨는 얼마 전부터 인터넷 사령카페에 가입해 활동하던 전 여자 친구 박모(21·대학생)씨를 탈퇴시키기 위해 피의자 이모(16)군 등을 만났다가 변을 당했다. 김씨의 친구인 A(21)씨는 “사건 당일 불안감을 느낀다면서도 ‘여자 친구를 위해 이군들을 만나야 한다’며 사건 현장으로 나갔다.”고 말했다. 친구 A씨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김씨의 불안한 심리가 담겨 있다. 사건 당일 오후 7시 김씨는 같이 밴드 활동을 하는 친구 A씨와 ‘(사령카페 사람들을) 만나면 주먹 먼저 날아올까.’, ‘사령카페 인간들아!’라는 글을 주고받았다. 오후 7시 28분쯤에는 ‘그들과 만났다.’, 살해당하기 직전인 8시 13분에는 마지막으로 ‘점점 골목 왠지 수상’이라는 문자를 남기고 연락이 끊겼다. 이후 김씨는 40여 차례나 흉기에 찔리고 둔기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김씨와 여자 친구 박씨는 게임 길드(동호회)와 밴드 활동을 함께 하면서 친해져 올해 초부터 사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씨가 점차 사령카페 활동에 빠져들면서 사이가 틀어졌다. 박씨는 사령카페에 가입한 뒤 자신을 마녀라고 지칭하는가 하면 ‘오컬트’(Occult·악마 등 초자연적인 존재를 믿는) 문화를 반대하는 사람을 싫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령카페도 오컬트 문화의 하나다. 같은 회원인 이군과 이군의 친구인 홍모(15)양 등과 가까워졌다. 박씨는 이군을 상대로 영어 과외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밴드 활동을 주제로 카카오톡방을 만들어 김씨를 초대했다. 하지만 독실한 기독교인인 김씨는 카카오톡방에서 등장하는 사령소환, 분신사바 등의 이야기에 거부감을 느껴 박씨를 이군 등으로부터 떼어놓기 위해 카카오톡방 등을 통해 이들을 비판했다. 재미 삼아 가입한 사령카페도 탈퇴했다. 경찰에 따르면 카카오톡방에서 회장 역할을 하던 박씨는 친구 김씨와 헤어지면서 카카오톡방을 떠났다. 이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김씨는 회장이 됐지만 이군 등 남은 멤버들은 김씨를 거북해했다. 이군 등은 평소 자신들을 비판한 김씨를 집단따돌림(왕따)시키고 새로운 대화방을 꾸몄다. 김씨는 이 사실을 안 뒤 이군 등에게 ‘인터넷에 너희들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겠다.’며 윽박질렀다. 그러자 이군은 홍양의 소개로 친해진 대학생 윤모(18)군과 “김씨를 손봐 주고 싶다.”며 공모했다. 김씨는 헤어졌지만 박씨의 카페 활동을 내버려둘 수 없다고 판단, 이군 등을 비난한 것을 사과하고 박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만나기로 약속했다. 김씨는 친구 B(20)씨와 약속 장소에 같이 나가려 했지만 이군이 “바쁘다.”며 거절했다. 김씨는 30일 오후 7시쯤 혼자 이군 등을 만났다가 살해당했다. 서대문경찰서는 이날 오전 7시 30분쯤 윤모군을 경기도 의정부 집에서 체포했다. 경찰은 3일 윤군과 1일 검거한 이군, 홍양에 대해 살인 및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김진아·명희진기자 jin@seoul.co.kr
  • 지방의회 유급보좌관제 잇단 ‘제동’

    지방의회 유급보좌관제 잇단 ‘제동’

    지방의회의 유급보좌관제 도입 조례 제정 강행에 대법원이 잇따라 제동을 걸었다. 1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대법원이 서울시의회 유급보좌관제 도입과 관련, 행안부의 예산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지난 2월 98명을 뽑아 의회에 배치한 청년인턴에 대한 급여 15억원의 지급이 불투명해졌다. ●행안부, 부산시의회 제소도 주목 행안부는 또 서울시처럼 대법원에 ‘조례안 재의결 무효확인 소송’을 제소하지 않은 부산시를 대신해 부산시의회를 지난 12일 제소하고 6억여원에 대한 예산집행정지가처분 신청도 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제소를 포기한 부산시 관계자는 “재정자립도가 50%대인데 교부세 부여 권한을 가진 중앙정부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어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집행부는 선출직 의원들에 의해 통제를 받는데, 공조를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제소를 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변명했다. 인천시는 지난달 30일 예산집행정지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져 의회 유급보좌관 예산 5억여원의 집행이 정지됐다. 인천시는 서울·부산과 달리 행안부가 아닌 시가 직접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복잡한 속사정은 같았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시의 사정도 다른 지자체와 마찬가지”라면서 “인천시의 열악한 재정상태나 중앙정부와 관계된 사업이 많은 점 등을 근거로 의회를 설득한 뒤 제소했고, 다행히 의회가 양해해줬다.”고 말했다. ●의회·행안부 등 전방위 법적다툼 이처럼 지방의회의 유급보좌관제 도입과 관련한 예산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등 지방의회·행안부·지방자체단체의 법정 다툼이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지방의회 보좌관제 도입이 현행 법률로는 엄연히 불법인 것을 알면서도 의회 눈치에 소송을 포기하는 등 뒷짐만 지고 있다. 지자체의 소송 포기 등 의회 눈치보기에 대해 전문가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임도빈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의회와 지자체가 상호 견제하는 것이 우리나라 지방자치제의 장점인데, 되레 공생관계를 맺고 있다.”면서 “지방자치 기관구조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도 “유급보좌관제는 의원들의 윤리·시민의식, 전문성이 높아진 뒤 논의돼야 할 문제”라면서 “지자체나 지방의회가 서로 견제하는 제 역할을 하지 않아 유권자들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양진·강병철기자 ky0295@seoul.co.kr
  • [영화프리뷰] 조디 포스터·멜 깁슨 ‘비버’

    요즘 현대인들이 앓는 가장 심각한 병의 하나인 우울증.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사회 속에 무거운 짐을 진 채 자신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이 주변에 적지 않다. ‘비버’는 이처럼 점차 지쳐 가는 현대인에 대한 냉철한 보고서이자 연출은 물론 직접 출연까지 한 조디 포스터의 진심 어린 위로가 담긴 영화다. 예상하는 바대로 영화의 제목인 ‘비버’는 툭 튀어나온 두 개의 앞니가 인상적인 동물 비버를 뜻한다. 영화 속에서는 우울증에 걸린 월터 블랙(멜 깁슨)의 또 다른 자아이기도 하다. 한때 잘나가는 장난감 회사 사장이자 화목한 가정의 가장이었던 월터 블랙은 우울증에 걸리면서 삶의 모든 의욕을 잃는다. 과거와 마주하는 것이 겁이 나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진 그는 손인형 비버를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밥을 먹고 샤워를 할 때도, 회사에 갈 때도 늘 손에 비버 인형을 끼고 다니는 월터 블랙.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그를 정상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리가 없다. 하지만 어떤 약이나 상담도 듣지 않았던 그에게 비버는 유일한 멘토이자 희망이다. 그는 비버를 통해 자신을 객관화하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점차 삶의 활기를 찾아간다. 하지만 월터 블랙은 분신처럼 여기던 비버에게 점차 의존도가 높아지는 자신에게 또다시 실망감을 느낀다. 그에게 또 다른 위기가 닥친 것이다. 이 작품의 관전 포인트는 영화 ‘매버릭’(1994) 이후 감독과 배우로 18년 만에 다시 만난 조디 포스터와 멜 깁슨의 찰떡 호흡이다. 조디 포스터는 현대인들의 아픔과 치유를 섬세한 연출로 잡아내고, 멜 깁슨은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인 역할과 책임에 따르는 심리적인 부담으로 우울증에 걸린 중년 남성을 실감 나게 연기했다. 영화는 가족 영화로서 미덕도 잃지 않는다. 우울증으로 하루 종일 잠만 자는 남편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워커홀릭이 된 메러디스(조디 포스터), 그런 아버지를 증오하고 닮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큰아들 포터 블랙(안톤 옐친) 등 붕괴된 가정이 시련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이 영화를 통해 그려진다. 감독 데뷔 작인 영화 ‘꼬마 천재 테이트’에서 비범한 어린아이의 삶을 이야기하고, 차기작인 ‘홈 포 더 할리데이’에서는 미국의 30대들이 안고 있는 고민을 영화에 담았던 조디 포스터는 이번 영화에서 현대인들의 외로움과 아픔을 통찰력 있게 바라본다. 그녀는 자신의 고민마저 스스로 해결하려는 이들에게 주변 사람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해결해 나가라고 조언한다. 힐링 무비 성격의 영화이기 때문에 극적인 재미나 눈에 띄는 반전이 있는 것은 아니다. 대신 잔잔한 마음과 눈으로 바라보며 조용히 곱씹어 볼만한 여운을 남긴다. 12일 개봉.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無學의 빈민여성 그 지혜와 용기 어떤 지식인도 갖지 못했습니다”

    “無學의 빈민여성 그 지혜와 용기 어떤 지식인도 갖지 못했습니다”

    소설가 공지영(49)과 다큐멘터리 감독 태준식(41). 언뜻 교집합이 없어 보이는 둘을 엮는 유일한 고리는 전태일 열사의 모친인 고 이소선 여사(“누가 여사라고 부르면 난 여사가 아니라 전태일 엄마라고 성을 냈다.”고 할 만큼 고인은 ‘여사’라는 말을 싫어했다)와 의 인연이다. 노동 다큐에 천착해 온 태 감독은 영화 ‘어머니’를 통해 지난해 9월 고인의 소천(召天)까지 마지막 2년을 담았다. 인물 다큐는 뉴스화면과 지인들의 회고를 붙이는 게 일반적인 형식일 터. 그런데 태 감독은 달랐다. 함께 고스톱을 치고, 손톱을 깎아 드리고, 담배 심부름을 하면서 ‘노동자의 어머니’의 소소한 일상을 담아 냈다. 공 작가 또한 인연이 남다르다. 등단 이전인 1980년대 중반, 고인의 평전을 써 달라는 요청을 받고, 구술원고를 비롯한 각종 자료를 모았다(여러 사정으로 평전 발간은 불발됐다). 집회에서 먼발치로 보던 고인을 만난 건 열사의 40주기이던 2010년 11월. 한 언론사의 요청으로 인터뷰를 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공지영과 태준식을 만났다. 약속이라도 한 듯 가슴 속에 품은 ‘이소선’을 꺼내 놓았다. →시사회에서 눈시울을 붉히던데, ‘어머니’를 본 느낌은. -공지영(이하 공) 가슴이 아리고 뒷부분은 우느라고 정신 없었다(금세 눈가가 촉촉해졌다). 분신 뒤 병원으로 실려 온 전태일이 기도에서 피거품을 쏟아내며 어머니와 나눈 마지막 대화의 내용을 영화에서 처음 들었는데 깜짝 놀랐다. →극장 개봉을 하는 심정도 남다를 텐데. -태준식(이하 태) 제작과정에서 그분의 존재를 새삼 느꼈다. 영화를 찍고, 극장에 걸리는 건 수많은 시민의 십시일반 덕이다. 상업영화 중심의 배급체계를 어떻게 돌파할지는 과제이지만, 여기까지로도 의미가 있다. 전태일에 관한 다큐와 극영화, 평전이 존재하는 것처럼 이 작품을 시작으로 어머니가 방송 다큐나 소설, 극영화로도 조명되리라 믿는다. →인상 깊은 장면을 꼽는다면. -공 장례식 장면에서 눈물이 흘렀던 건 이제 그만 가셔도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삶이 너무 고단했다. 아드님을 만나러 가셔도 되겠다 싶더라. 어머니의 화법도 인상적이다. 한진중공업 김진숙 지도위원을 응원 가서 “(크레인 위에 있으니) 땅바닥이 아니라서 건드리는 놈은 없겄제.”라고 한 부분을 보라. -태 복사뼈에서 물을 빼러 병원에 갔는데 너무 고통스러웠던 모양이다. (카메라) 찍지 말고 팔 좀 붙들어 달라고 했다. 그때만 해도 친해지기 전이라 범접하기 어려웠는데 순간 짠한 마음이 들었다. 다큐의 콘셉트를 어머니의 일상에 맞춰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그 순간이다. →두 분 모두 특별한 인연이 있다. 고인과의 첫 만남을 떠올린다면. -공 전태일의 40주기이던 2010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25~26년 전 평전을 준비할 당시에는 짧은 인사를 건넨 게 전부다). 종로구 창신동의 비좁은 집에 갔다. 방 한 칸에 부엌 겸 거실이 딸린 12평 남짓한 집이었다. 30평짜리에 살아도 누구도 뭐라 할 사람은 없는데… 가슴이 먹먹했다. -태 2009년 2월쯤인가. 금융위기, 용산참사 등으로 피로와 불안감이 극에 달했던 시점에 문득 뵙고 싶었다. (다큐 얘기를 꺼내니) 돈도 안 되는 일을 왜 하냐며 나무랐다. 워낙 겸손한 분인 데다 늘 담배를 피우고 (당뇨병과 고문 후유증으로) 아파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짜증도 냈는데 무시하고 1년쯤 드나들었다. 어느 순간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더라. 안 오면 외려 심심해하고, 전화해서 심부름을 시켰다(웃음). 마지막 1년은 2~3일에 한 번꼴로 들렀다. →2년여 동안 재밌는 일화도 많이 들었겠다. -태 1987년 대우조선 노동자 이석규 열사가 최루탄을 맞고 숨졌다. 장례식장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당시 인권변호사이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옆에 있었는데 어머니가 대뜸 택시비 1만원을 빼앗다시피 해서 몸을 피했다. 훗날 청와대에서 만난 노 전 대통령이 “어머니, 빌려 가신 돈 갚으셔야죠.”라고 하니까, “옜다.”라며 쌈짓돈을 꺼내 웃음바다가 됐다고 하더라. →무학의 40대 여성이 아들의 죽음을 계기로 40여년 동안 ‘노동자의 어머니’로 살았다. 네 차례 옥고를 치르고 200여 차례 연행되면서도 꺾이지 않은 힘은 어디서 나온 걸까. -공 1970년 당시 친척들은 이소선이 전태일을 죽게 만들었다고들 했다. 기질적으로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란 얘기다. 평전을 보면 전태일이 ‘나 떠나면 엄마가 해줘야 해.’라며 노동자 권리를 가르치는 대목이 나온다. 둘은 영혼의 쌍둥이이거나 동지다. 한 사람이 ‘이벤트’를 하고 떠나면 남은 사람이 뒷일을 책임지는 환상의 복식조라고나 할까. 고인의 배포를 말해 주는 일화는 많다. 전태일의 죽음 이후 김현옥 서울시장이 7000만원을 들고 와서 장례를 치러 주겠다고 제안했다. 고인은 두 딸과 아들에게 얘기했다. ‘우리가 오빠 시체를 내주면 너희는 공장을 안 다녀도 된다. 아니라면 너희는 공부를 안 시켜 줬다고 원망해서는 안 된다. 선택해라.’라고 했단다. 당시 7000만원이면 아파트 두 채 값이다. 돈도 돈이지만 경황 없는 상황에서 어린 자식들을 모아 놓고 그런 얘기를 했다는 게 나도 대가 센 편이지만 상상도 못할 일이다. →평전을 써보고 싶다고 했는데. -공 다음 대선에서 민주정부가 들어서면 관심이 없을 소재인데(웃음)…. 일본 식민지와 6·25전쟁, 봉건 소작농의 딸, 무능력한 남편, 무학 등 한국 빈민여성이 놓일 수 있는 질곡의 밑바닥에서 살아온 분이다. 그런데 어떤 지식인도 갖지 못한 지혜와 용기를 가졌다. 그를 통해 대한민국의 또 다른 역사를 쓰고 싶다. 전태일 기념사업회와 수익은 반씩 나눠야겠다. 하하하. →영화를 누구에게 권하고 싶나. -공 ‘노동자의 어머니’가 머리띠 두르고 연설하는 것만 봤지 고스톱도 치고 우스갯소리도 하는 평범한 할머니란 건 모르지 않나. 누가 보든 친근하게 감정이입을 할 것 같다. -태 20대들이 봤으면 좋겠다. 검색창에 이소선 석 자를 쳐보게 한다면 의미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인생의 멘토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삶에서 죽음마저 극복하는 고인의 삶을 통해 삶을 돌아보고 위로받을 수 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숙대 한영실총장 ‘상처뿐인 승리’

    재단의 기부금 편법 운용을 둘러싸고 불거진 숙명여대와 숙명학원 재단 간의 갈등이 한영실 현 총장을 중심으로 한 대학 측의 승리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한 총장이 법원에 제출한 해임중지 가처분신청은 받아들여진 반면, 이용태 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재단 전·현직 임직원들은 교육과학기술부의 승인 취소처분에 대한 소명 과정에서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한 총장 역시 재임을 위해 학교의 치부를 드러냈다는 비난 여론에 직면해 사실상 ‘상처뿐인 승리’를 얻는 데 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대학 총학생회는 6년 만에 전체학생총회를 열어 학교와 재단 양측의 사과 및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29일 서울 서부지방법원에서 ‘총장직 임시 유지’ 판결을 받은 한영실 총장은 30일 오전 9시 총장실로 출근해 업무를 처리했다. 대학 관계자는 “어느 정도 사태가 안정되고, 결과가 확연히 드러날 때까지 공식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을 방침”이라며 말을 아꼈다. 숙명학원이 지난 22일 긴급 이사회를 통해 한 총장을 해임하고 총장서리로 임명했던 구명숙 한국어문학부 교수는 가처분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연구실로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과부는 이날 이용태 이사장 등 승인취소 처분을 내린 숙명학원 재단이사 및 감사 6명을 교과부로 불러 비공개로 소명절차를 진행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최종 검토를 해봐야겠지만 승인취소를 뒤집을 만한 소명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승인취소가 확정되면 이들은 향후 5년간 숙명학원을 비롯, 모든 사립대의 직책을 맡을 수 없다. 박건형·조희선기자 kitsch@seoul.co.kr
  • 한영실, 숙대 총장직 일단 복귀

    한영실, 숙대 총장직 일단 복귀

    학교법인 숙명학원 재단이사회에서 해임된 한영실 숙명여대 총장이 총장직을 되찾게 됐다. 서울서부지법 제21민사부(수석부장 박희승)는 29일 한 총장이 낸 해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이사회의 해임 결의 효력을 임시로 정지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사립학교법에 따라 이사회를 소집할 때에는 적어도 회의 7일 전에 회의의 목적을 명시해 각 이사에게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사회 측이 제시한 심의 안건이 ‘비상사태의 예방과 처리, 총장 답변서에 대한 검토와 처리, 회의록 대표 간 서명 임원 호선’으로 한정한 이상 한 총장에 대한 해임 목적이 명시되지 않았다.”면서 “이사회에서 이뤄진 해임결의는 무효”라고 밝혔다. 앞서 숙명학원 재단이사회는 지난 22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한 총장이 정부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한 재단의 고육지책을 마치 횡령 등 도덕적인 문제가 있는 것처럼 폭로해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등의 이유로 해임하고, 구명숙 한국어문학부 교수를 총장서리로 임명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서울시 ‘착한 봉제일터’ 올 25곳 늘린다

    실밥과 먼지가 가득한 좁은 작업장, 하루 14시간 이상의 노동, 폐병에 걸린 어린 여공들, 1970년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 봉제공장의 작업 환경은 열악 그 자체였다. 그곳에서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으로 생을 마감한 피복 노동자 전태일, 그가 꿈꿨던 일터를 만들기 위해 서울시가 나섰다. 시는 여전히 근무 조건이 열악한 봉제·토탈패션업체의 작업 환경과 생산성을 개선하기 위해 ‘착한봉제일터’를 확대, 지정한다고 28일 밝혔다. 착한봉제일터는 옷을 만드는 재봉사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관련 설비가 갖춰진 봉제공장을 뜻한다. 현재 85곳이 지정돼 있다. 시는 이를 올해 110곳, 내년에 200곳을 추가로 지정해 장기적으로 2020년에는 총 1000곳으로까지 늘릴 계획이다. 착한봉제일터는 종로구, 성북구, 성동구, 중랑구 등 봉제공장 밀집 지역에 있는 소규모 업체들을 중심으로 선정된다. 해당 지역 업체들이 환경 개선을 요청하면 시에서 현장 실태 조사를 벌인 뒤 지원 여부와 지원액 규모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업체당 300만원까지 지원되며 수혜 업체가 전체 개선 비용의 10%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무분별한 지원을 막자는 취지다. 개선 비용은 공기 질 향상을 위한 환풍기·흡입기·청소기 설치, 에너지 절감을 위한 노후 보일러·조명기구 교체, 화재 예방을 위한 배전차단기·누전차단기 설치, 작업장 정리 정돈 시설 설치 등 봉제업체 작업 환경과 직접 관련된 부분에 들어간다. 올해 3억 200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착한봉제일터 사업은 기존의 ‘봉제산업 작업 환경 개선 사업’을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전환·확대한 것이다. 박 시장은 지난 1월 ‘마을만들기 신년 대토론회’에서 종로구 창신동에 밀집한 봉제공장을 언급하며 “자기 동네의 역사, 사람, 전통 속에 새로운 서울을 만들어 갈 수 있는 비결이 숨어 있다. 마을 속에 잠재된 매력 자원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태일의 여동생 전순옥씨가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참신나는옷’을 봉제업체의 모범 사례로 들기도 했다. 박 시장은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시절에도 참신나는옷과 봉제업체의 현실을 언급하며 ‘도시형 마을기업’의 후보로 창신동 봉제공장 밀집 지역을 들기도 했다. 한편 시는 다문화가정과 새터민을 중소 봉제업체와 연결해 주거나 업체를 대상으로 마케팅과 판로 개척을 돕는 등 패션 기반 업체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버티는 ‘숙대 두 총장’ 이번주말 분수령 될듯

    재단 이사회가 지명한 총장서리와 학교 측이 내세운 총장대행이 서로 적법성을 주장하면서 초유의 ‘한 대학 두 총장’ 상황을 연출한 숙명여대 사태가 양측의 ‘버티기’로 장기화할 태세다. 양측은 섣불리 행동에 나서기보다 악화된 학내외 여론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재단 이사장 및 이사 승인취소에 대한 소명과 이르면 이번 주말쯤 나올 총장 해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결과에 따라 결론이 날 전망이다. 소명절차는 30일로 예정돼 있다. 재단 이사회가 한영실 총장 해임 직후 총장서리로 임명한 구명숙 한국어문학부 교수는 26일 총장실로 출근하지 않았다. 당초 구 총장서리는 “26일부터 총장실에서 정상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구 총장서리 측은 “지금 총장실에 들어갈 경우 학교 측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면서 “학내 구성원들 간의 화합을 위해 무리한 행동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단 이사회와 구 총장서리 측은 현재 총장의 권한이 구 총장서리에게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 총장서리 측은 “한 총장은 이사회 의결에 따라 ‘해임’된 상태이며, 이는 총장서리가 업무를 관장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반면 학교 측은 적법하지 않은 절차에 따른 이사회 의결은 원천무효라며 조무석 대학원장의 총장대행 직무 수행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사회와 학교 측 모두 교내외 여론 동향을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이사회가 기자회견을 자청하자 학교 측도 반박 기자회견을 계획했지만, 이사회가 회견을 취소하자 학교 측 역시 계획을 접었다. 학교 관계자는 “한 총장이 서부지법에 제출한 해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이 나오는 이번 주말이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한 대학 두 총장’ 파국 치닫는 숙대

    재단의 기부금 편법 운용을 둘러싸고 불거진 숙명여대 재단인 숙명학원과 대학 간의 갈등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재단 이사회와 대학 측이 각각 총장서리와 총장대행을 내세워 업무를 시작, ‘한 대학 두 총장’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교수와 직원, 동문 등 70여명으로 구성된 ‘숙명발전협의회’는 재단 이사진 전면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학생들의 반발도 거세다. 학내 전체 문제로 비화된 형국이다. 재단 이사회가 한영실 총장의 전격 해임과 함께 총장서리로 임명한 구명숙(한국어문학부) 교수는 23일 담화를 통해 “부족하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소명을 다하기로 했다.”면서 “창학 이래 최대 위기를 정상화하기 위해 모두 힘을 합쳐 달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학 측은 “총장서리를 인정할 수 없다.”며 조무석 대학원장을 총장 직무대행으로 지명했다. 대학 측은 “한 총장이 ‘총장 해임 및 이사 해임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낸 만큼 학원 정관에 따라 조 대학원장이 업무대행을 맡는 것이 순리”라고 주장했다. 한 총장은 당초 총장 업무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나 적법 절차를 거쳐 업무에 복귀하겠다며 대행 임명에 동의했다. 양측이 재단 이사회의 의결권과 학원 정관을 내세워 팽팽하게 맞선 실정이다. 때문에 ‘한 대학 두 총장’ 사태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재단 이사회와 대학 측의 공방이 극단으로 치닫자 교수와 임직원, 학생들도 집단행동에 나섰다. 숙명발전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직선으로 선임된 총장을 실정법 위반으로 권한이 정지된 이사장이 해임한 것은 명백한 해교행위이자 폭거”라며 “2012년도 제1차 이사회에서 의결한 총장직 해임은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이사회 전면 사퇴도 요구했다. 총학생회도 “학교와 재단 간의 알력에 진정한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자신들의 이권에만 급급한 이들이 학교운영을 맡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총학생회는 오는 30일 전체 학생총회를 열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한편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19일 “기부금을 교비회계 항목으로 추가하는 내용을 담은 ‘사립학교법 시행령’ 일정 개정안에 대한 의견조회서를 시·도교육청에 전달했다. 숙명여대 사태의 원인이 기부금 처리에 대한 법규정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판단에 후속조치를 취한 것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교육 목적의 기부금은 학교법인이 보유하거나 법인운영비 등으로 사용할 수 없다. 교과부는 다음 달 9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쳐 법 개정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매년 실시되는 대학평가 과정에서 기부금 편법운용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교과부의 법 개정 시도는 ‘사후 약방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건형·명희진기자 kitsch@seoul.co.kr
  • “여성 노동자의 일자리 만드는 게 내 역할”

    “여성 노동자의 일자리 만드는 게 내 역할”

    한국노동운동의 선구자로 불리는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 전순옥(58) 참여성노동복지센터 대표가 민주통합당의 4월 총선 비례대표 후보 1번 공천을 받아 국회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22일 후보 등록을 마친 전 대표는 서울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여성 노동자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 주는 게 내 역할”이라고 예비 국회의원으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그와의 인터뷰는 쉽지 않았다. 비례대표 확정 발표 이후 여기저기 약속들이 빼곡히 잡혔다고 했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어렵게 전 대표를 만났다. 단정한 단발머리에 까만 뿔테 안경을 낀 전 대표는 남색빛 나팔바지의 세련된 모습이었다. 한명숙 대표는 전 대표가 인사하러 오자 “잘 오셨다.”며 그를 꼭 끌어안았다. 미싱사 보조원에서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가 된 전 대표의 표정은 밝고 의욕이 넘쳐 보였다. 전 대표의 인생은 파란만장했다. 그에게 비례대표 후보가 된 소회를 묻자 “많은 사람들의 대변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돼 기쁘다. 지금까지 배우고 해 온 일의 연장선상에서 의정활동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 대표는 16살 때인 1970년 11월 다섯 살 터울의 오빠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분신한 것을 계기로 미싱사 보조일을 하며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그 뒤 35살에 영국 유학을 떠나 12년 만인 2001년 영국 워릭대에서 노동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 대표는 귀국 이후 지금까지 사회적 기업 ‘참신나는옷’을 운영하며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전 대표는 여성 노동자들의 삶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그는 “일자리 문제가 사회적으로 중요하지만 특히 여성 일자리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나는 제조업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서비스업 등에 밀려 퇴락하는 제조업을 우려한 것이다. 그가 쓴 1970년대 한국 여성의 노동 운동을 다룬 ‘그들은 기계가 아니다’(They are not machine)란 주제의 박사논문은 당시 워릭대에서 최우수 논문으로 선정됐고, 이후 ‘끝나지 않은 시다의 노래’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됐다. 책에는 사춘기 시절부터 경험한 여성 노동자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여성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면서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 등 모두 즐겁게 경제활동을 하도록 돕는 게 앞으로 내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전 대표는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전태일 열사 동생’이라는 호칭에 대해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면서 “그분이 살아가셨던 시대와 지금은 또 다르다. 각자가 살고 있는 시대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당시 그분에게 그분의 역할이 있었듯이 지금 내게는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이런 전 대표를 두고 트위터에 “그는 진보의 거울”이라고 극찬했다. 민주당을 택한 데는 지난해 11월 별세한 전국민주화운동 유가족협의회 설립자였던 어머니 이소선 여사가 평화민주당에서 활동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전 대표는 “요즘 민주당이 대통합을 위해 힘과 뜻을 모아 가는 모습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가 운영하는 ‘참신나는옷’은 민주당 19대 총선 공식 유니폼 제작업체다. 4년 뒤 임기를 마칠 때쯤 전 대표가 그리는 노동 환경이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주목된다. 글 사진 강주리·최지숙기자 jurik@seoul.co.kr
  • [영화프리뷰] ‘크로니클’

    [영화프리뷰] ‘크로니클’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샘 레이미 감독의 영화 ‘스파이더맨’(2002)에서 주인공 피터 파커의 삼촌이 숨을 거두며 한 말이다. 원해서 초능력을 갖게 된 건 아니더라도, 힘을 가진 이상 책임을 느끼고 행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역설적으로 준비되지 못한 자에게 초능력이 주어질 때 치명적인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드 ‘히어로즈’의 사일러 같은 캐릭터가 대표적이다. 세계평화나 정의실현 따위에는 관심 없는 사일러처럼 상처받고 비뚤어진 영혼에 초능력을 주면 얼마나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다. 고교생 앤드루는 사촌 맷을 빼면 마땅히 속마음을 털어놓을 친구 하나 없다. 투병 중인 어머니와 툭하면 주먹을 휘두르는 주정꾼 아버지가 가족의 전부. 어느 날 외딴 농장에서 열린 파티에 간 앤드루와 맷, 스티브는 함몰된 땅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발광물체를 발견한다. 그날 이후 작은 변화가 생긴다. 손짓으로 원하는 대로 물건을 움직이고, 포크로 손등을 힘껏 찔러도 다치지 않는다. 초능력을 얻은 소년들은 처음에는 낄낄대며 장난친다. 별생각 없이 친 장난으로 다른 사람을 죽일 뻔한 이유로 소년들은 당황한다. 하지만 한번 선을 넘기가 어렵지 두 번, 세 번은 문제도 아니다. 가장 빠른 속도로 초능력을 익힌 앤드루가 공격적인 본능을 드러내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이 생긴다면. 슈퍼맨 같은 슈퍼히어로처럼 악의 무리를 처단하고 싶은 이들도 있을 게다. 하지만 10대라면 다르지 않을까. 평소 괴롭히던 동네 건달이나 학교 일진을 두들겨 패주거나 구름 위에서 축구를 해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자연스럽다. 소년들의 판타지를 28세의 신예 조시 트랭크 감독은 고교 동창 맥스 랜디스(각본)와 함께 ‘크로니클’(15일개봉)로 만들었다. 시나리오를 보고 가장 먼저 달려든 20세기폭스 사에 트랭크는 “나를 감독으로 채용해야 대본을 살 수 있다.”는 당찬 조건을 내걸었다. 형식적으로 ‘크로니클’은 ‘블레어위치’(1999) ‘파라노멀액티비티’(2007)처럼 실재 기록이 담긴 테이프를 누군가가 발견해 다시 관객에게 보여주는 척하는 이른바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방식을 취했다. 캠코더를 분신처럼 지니던 앤드루가 염력으로 카메라를 허공에 띄워놓고 조작할 수 있다는 설정으로 나름대로 리얼리티를 얻었다. 카메라를 통해서만 세상과 소통하는 앤드루의 모습은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세대 관객들과 통하는 지점이다. 트랭크 감독은 “별다른 설명이나 묘사가 필요없는 이런 영화가 나타날 때가 됐고, 누군가가 찍은 장면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관객은 영화가 재미있다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1200만 달러의 저예산으로 만들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짜릿한 시각적 쾌감을 구현한 이 영화는 북미에서는 지난달 3일 개봉했다. 유튜브에 예고편이 공개되자 800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화제를 모으더니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전 세계 흥행수익은 이미 1억 달러를 돌파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복당 친박계 인사들 ‘화려한 부활’ 친이계 ‘25% 컷오프’ 문제 제기

    복당 친박계 인사들 ‘화려한 부활’ 친이계 ‘25% 컷오프’ 문제 제기

    새누리당이 12일 발표한 6차 공천자 명단에서는 복당한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이 부활한 점이 눈에 띈다. 이날 확정된 공천자들은 모두 여론조사 경선을 거쳐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여론조사 경선 거쳐 본선행 티켓 경기 의정부을에 공천된 친박계 홍문종 전 의원은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지지모임인 ‘국민희망포럼’에서 주로 활동했다. ‘수해지역 골프’ 파문으로 당의 제명 조치를 받은 전력 때문에 복당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제주갑 공천이 확정된 현경대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또 다른 지지모임인 ‘한강포럼’을 주도한 대표적인 친박계 인사다. 역시 2008년 총선 당시 공천 탈락에 반발, 무소속으로 출마한 전력이 있어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복당에 성공해 공천까지 받았다. 새누리당은 허용범 전 국회 대변인을 동대문갑에 공천했다. 친박 출신으로, 지난 대표 경선에서는 홍준표 전 대표의 공보특보 겸 정무부실장을 맡았다. 동대문을의 홍 전 대표와 함께 호흡을 맞추도록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친이(이명박)계 의원들의 반발은 한풀 꺾인 모양새다. 김무성 의원이 백의종군 의사를 밝히고, 진수희 의원도 탈당을 보류했기 때문이다. 재심을 청구한 11명은 아직 탈당 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 ●강승규 의원 “특정의원 학살” 다만 낙천한 친이계 의원들은 ‘현역 하위 25% 컷오프’에 대한 문제 제기에 주력하고 있다. 강승규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컷오프 기준이 친이계 등 특정 의원을 학살하기 위해 무원칙하게 적용된 것이 확인됐다.”며 공천무효 확인소송 및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열린세상] 육아에서 순리란 무엇일까/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열린세상] 육아에서 순리란 무엇일까/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지난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그래서인지 아침에 받아 든 신문에서는 여성과 관련된 기사들을 유독 많이 접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여성의 사회 진출은 늘었지만 육아가 걸림돌이 된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일하는 엄마이며 곧 세 아이의 엄마가 되는 터라 저절로 눈길이 간다. 그리고 그 안에 어떤 내용이 쓰여 있을지는 보지 않아도 짐작이 갔다. 이런 제목을 단 기사들은 주로 사회적 업무와 육아의 이중고에 시달리는 엄마들의 안간힘, 사회적 성공과 아이의 성장을 놓고 저울질해야 하는 심적 고통, 그리고 대다수의 여성들이 처한 어려움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비정한 사회적 현실에 대한 고발을 중심으로 진행되다가, 마지막에는 음식점 쇼윈도에 들어 있는 음식 모형들을 닮은-맛있어 보이지만 영양가는 별로인- 대안들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아직 안 읽어봐서 정말로 그렇게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데 여기서 살짝 장난기가 발동했다. 기사의 제목을 ‘남성의 사회 진출에 육아가 걸림돌이 된다’고 바꿔 읽은 것이다. 단지 첫 단어를 여성에서 남성으로 대치시켰을 뿐인데 처절함과 치열함을 다룬 기사가 허무하고 우스운 이야기로 삽시간에 전락한다. 장난으로 시작한 일인데, 단어 하나의 차이에서 오는 간극이 너무도 커서 오히려 입맛만 씁쓸해졌다. 세상에는 손오공이 분신술을 쓰듯 혼자서도 자신을 꼭 빼닮은 새끼들을 낳고 살아가는 생명체가 있는가 하면, 두 몸이 만나 새끼를 만들고 공평하게 같이 키우는 생명체들도 많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인간이 속한 포유류 중에는 임신과 출산을 비롯해 수유와 육아마저도 전적으로 암컷에게 책임 지워진 경우를 너무도 많이 접하게 된다. 사자는 암사자에 비해 수사자가 덩치도 월등히 크고 힘도 세지만, 사냥을 해서 먹이를 잡아오고 새끼들을 건사하는 것은 전적으로 암사자의 일이다. 수사자는 나무그늘에 게으르게 누워 있다가 다른 수사자와 세력권 다툼을 하며 힘을 과시하거나, 암사자들과 짝짓기를 하는 것만이 하는 일의 거의 전부로 보인다. 곰은 더하다. 암곰과 수곰은 번식기에 만나 짝짓기를 하고 난 뒤에는 너무도 쿨하게 제 갈 길을 간다. 수곰은 자기 새끼의 존재조차 모르고 살아가는 반면, 암컷은 짧은 여름날의 짝짓기로 잉태된 태아를 배 속에 품은 채 홀로 동굴로 숨어든다. 빛조차 제대로 들지 않는 어두운 동굴 속에서 겨우내 누구의 도움도 없이 홀로 새끼를 낳고 젖을 먹여 키운다. 그리고 봄이 되면 엄마 젖을 실컷 먹어 통통하게 살이 오른 아기곰과 제 살을 녹여 젖으로 내주느라 바싹 야윈 엄마 곰만이 동굴 밖으로 나온다. 어디서도 아빠 곰의 흔적은 없다. 혹자들은 이런 동물들의 습성에 착안해 출산과 육아의 책임이 전적으로 여성 개인에게 부과되는 것을 자연의 순리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이를 잉태하는 것도 여성이고, 낳는 것도 여성이며, 아이가 받아먹을 젖이 나오는 것도 여성이니 여성이 아이의 양육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는 것이다. 그럴듯하게 들리기도 한다. 자연의 순리(順理)란 뭔가 범접할 수 없는 힘이 느껴지는 단어이니까. 하지만 조금만 돌이켜 생각해 보자. 언제 인간이 자연의 순리대로만 살아왔던가. 그리고 인간에겐 자연의 순리뿐 아니라, 인간의 순리라는 것도 있다. 그리고 모 드라마에서 젊은 왕이 했던 말처럼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순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순리지만, ‘모든 것을 도리를 따라 바르게 돌려놓는 것’도 순리이다. 순(順)이라는 말에는 ‘순하다’라는 뜻도 있지만 ‘도리를 따르다’라는 뜻도 있기 때문이다. 여성과 남성은 인류 집단을 구성하는 두 개의 축이며, 아이란 인류 집단의 미래를 약속하는 새로운 기둥이다. 이들을 하나의 건강한 인간으로 길러내는 일은 결코 여성들만의 일이거나 특정 아이의 엄마에게만 주어지는 개인적인 일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생물학적 특성상 아이는 앞으로도 계속 여성의 몸에서 태어나겠지만, 그 아이를 길러내는 것은 남성을 포함한 사회의 모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집단의 유지와 번영을 바란다면 말이다. 어쩔 수 없는 생물학적 특성상 아이는 앞으로도 계속 여성의 몸에서 태어나겠지만, 그 아이를 길러내는 것은 남성을 포함한 사회의 모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집단의 유지와 번영을 바란다면 말이다.
  • 호남 경선 지역구 23곳 신인들만의 대결이 9곳

    호남 경선 지역구 23곳 신인들만의 대결이 9곳

    현역 의원의 프리미엄이 유지되고 ‘공천 확정이 당선’으로 이어져 유난히 다선 의원이 많았던 민주통합당의 텃밭 호남 지역에서 정치신인들의 반격이 펼쳐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5일 호남권 공천심사를 통해 현역의원 6명을 낙마시키고 이 자리를 정치신인들의 몫으로 남겨뒀다. 광주·전남·전북 선거구 가운데 경선이 치러지는 곳은 23개 선거구로, 50여명의 예비후보가 맞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순수 정치신인들만의 빅매치가 펼쳐질 곳은 모두 9곳으로, 전체 선거구의 40%에 육박한다. 현역 의원과 정치신인의 대결이 이뤄질 선거구는 12곳이다. 호남의 ‘정치 1번지’인 광주에서는 서을과 북을에서 정치신인들만의 경선이 펼쳐진다. 특히 비중 있는 신인들이 많은 북을에선 공천권을 쥐기 위한 각축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 지역 경선자는 광주고검장 출신 변호사인 임내현, 최경주 광주시당위원장,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분신으로 불리는 최경환 전 청와대 비서관의 3파전으로 압축됐다. ‘구 민주계 소외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최 전 비서관이 몰고 올 DJ의 향수가 다른 쟁쟁한 후보들을 누를 수 있을지 관심이다. 전북 익산을에선 이 지역에서 내리 3선을 한 조배숙 의원과 전정희 전북여성정치발전센터 소장간 ‘여-여’ 대결이 펼쳐진다. 두 후보 모두 여성 프리미엄을 받고 있는 가운데, 신인인 전 후보가 조 의원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고창·부안에서는 호남권 최연소 후보인 40세의 강병원 전 청와대 행정관이 19살 연상인 59세의 김춘진 의원과 맞대결을 벌인다. 40대 ‘젊은 피’들의 선전도 두드러졌다. 40대만의 경선이 이뤄지는 선거구는 전북 전주완산을, 전주덕진, 군산, 익산갑, 전남 고흥·보성 등이다. 이 중 이춘석 의원과 한병도 전 의원의 전·현직 의원 대결이 펼쳐질 익산시갑, 장성민 전 의원이 출마한 고흥·보성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정치신인들 간의 대결이 예정된 곳이다. 이강래(남원·순창), 최규성(김제·완주), 김춘진(고창·부안), 장병완(광주 남구), 강기정(광주 북갑), 김동철(광주 광산갑), 김성곤(전남 여수갑), 김영록(해남·완도·진도),이윤석(무안·신안), 이낙연(담양·함평·영광·장성) 등 나머지 현역 의원도 경선을 뛰게 됐다. 조직동원에 유리한 현역이긴 하지만 광주 서구청장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연달아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는 등 호남 분위기도 예전같지 않아 추가 탈락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오늘의 눈] 학생인권조례 어디로 가나/박건형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학생인권조례 어디로 가나/박건형 사회부 기자

    학생이 물었다. “파마를 해보고 싶은데요.” 두달 전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되자 서울시교육청이 자신있게 대답했다. “두발은 개성입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학생은 파마를 했다. 부모는 자식이 머리에만 신경을 쓰는 것이, 학교는 학생들이 머리스타일로 반항하는 것 같아 불만이었다. 시교육청이 다시 나섰다. “학칙보다 조례가 상위법입니다. 학교에서 강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자 교육과학기술부가 나섰다. 법을 개정해 학칙에 대한 교육청의 인가권을 폐지했다. 그리고 말했다. “이제 조례보다 학칙이 더 상위법입니다. 학칙은 조례에 상관없이 학교가 자유롭게 만드세요.” 그럼 이제 학생의 파마는 어찌 되는 것일까. 정답은 어느 학교에 다니느냐에 달려 있을 뿐이다. 교육계를 뜨겁게 달궈온 ‘학생인권조례’ 논란이 마무리되고 있다. 지난 27일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학칙은 ‘학교 자율’에 맡겨졌다. 대법원에서 진행 중인 조례 가처분신청이나 무효소송도 별 의미가 없어졌다. 조례가 계속 시행되든, 무효처분을 받든 결국 두발·집회의 자유, 휴대전화 휴대, 임신 및 출산에 따른 차별금지 등 모든 문제는 학칙을 정하기 나름이다. 법안은 2008년 말 제출됐고 통과는 시간의 문제였다. ‘학교자치권 확대’라는 대의명분에 정부와 교육현장이 공감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학교가 알아서 하게 될 일에 시교육청과 교과부는 죽고 사는 문제처럼 통과와 저지를 외쳐대며 법과 제소를 동원해야 했을까. 진보와 보수를 자처하는 이들이 ‘한발 물러서서 살펴보는 것’을 ‘적에게 모든 것을 내주는 것’으로 여기면서 일어난 편가르기에 불과했을 뿐이다. 아직 무슨 일이 더 남았는지는 모른다. 시교육청은 학칙 제정은 시행령을 따르지만, 내용은 조례가 우선한다는 새로운 논리를 준비하고 있다. 이제 곧 수많은 학교 현장에서 학칙 개정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이 뻔하다. 싸움을 조장한 이들은 있는데, 결론을 내려주는 사람은 없다. 과연 학교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kitsch@seoul.co.kr
  • 용인 기흥구 동백동서 처인구 의원 뽑아… 게리맨더링 ‘횡포’

    용인 기흥구 동백동서 처인구 의원 뽑아… 게리맨더링 ‘횡포’

    여야가 사상 초유의 300명 국회를 만드는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인구 상·하한선을 맞추려고 선거구를 이리저리 쪼개고 붙이는 게리맨더링을 자행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여야의 밥그릇 챙기기로 인해 몇몇 지역의 유권자들은 생활권을 무시당한 차원을 넘어 다른 지역 국회의원을 뽑아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투표권을 심각하게 침해당하게 된 것이다. 27일 본회의에서 통과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보면 국회 정치개혁특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선거구 경계를 밀실에서 멋대로 주무른 흔적이 역력하다. 대표적 사례인 경기 이천시·여주군 지역구의 여주군은 대부분 지역이 한강 이남인데도 한강 이북의 양평군·가평군으로 편입됐다. 생활권이 완전히 다른데도 여야가 억지로 갖다 붙인 것이다. 이천시·여주군 인구가 31만 3600여명으로 헌법재판소가 제한한 인구 상한선(31만 406명·2011년 10월 기준)을 넘는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이 바람에 양평군·가평군은 경기도 면적의 5분의1을 차지하는 비정상적인 ‘비대 선거구’가 돼 버렸다. 이천·여주가 지역구인 새누리당 이범관 의원은 28일 항의 보도자료를 내고 “생활권이 아예 다른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획정”이라며 “그동안 정개특위에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지역 사무소에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여주 주민들 역시 “가평에서 여주로 가는 대중교통 시간만 네댓 시간이 넘는데 한 선거구라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경기 용인시 동백동 주민들은 행정구역상으로는 기흥구민이지만 처인구 국회의원을 뽑아야 한다. 생활권도 처인구는 기흥구와 달리 농촌 지역이다. 수지구 상현2동은 선거구가 기흥구에 속한다. 경기 수원시 권선구는 인구가 32만명이 넘는다는 이유로 서둔동을 팔달구 지역구에 넘겨주게 됐다. 천안을(서북구) 지역구도 인구 31만 9100여명으로 쌍용2동이 천안시갑(동남구)으로 넘어가게 됐다. 선거구와 행정구역이 불일치하는 바람에 선거구 이름도 용인 처인·수지·기흥구는 용인 갑·을·병으로, 권선구·팔달구는 수원을·병으로 바뀐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번 획정이 가능했던 것은 정개특위 여야 간사끼리 게리맨더링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제25조의 ‘자구 하나’를 수정하는 꼼수를 부렸기 때문이다. ‘구(자치구 포함), 시, 군 일부를 분할해 다른 지역구로 속하게 하지 못한다.’는 조항에서 ‘구’(자치구 포함)를 ‘자치구’로 바꿔 게리맨더링 금지 지역을 축소시켰다. 자치구가 아닌 용인·수원·천안시 산하 구는 소속된 동을 이리저리 떼다 붙이는 게 가능해진 것이다. 한편에선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대구 북구 갑·을, 인천 남동 갑·을, 광주 북구 갑·을, 부산 북·강서갑·을 등 8곳은 인구 편차가 10만명 이상 나 당초 선거구 조정 대상이었지만 무산됐기 때문이다. 선거를 앞둔 급격한 지역구 변경은 무리라는 게 정개특위 설명이지만 해당 지역 의원들 반발에 꼬리를 내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임의로 조정된 지역구의 반발은 벌써 가시화돼 후폭풍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수원시는 28일 권선구 경계 조정에 대해 “즉각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행정단위 범위를 무시하고 행정구역상 권선구청 소재지인 서둔동을 팔달구 선거구로 편입시킨 것은 지역 생활권을 무시하고 상식과 원칙을 벗어난 행위”라면서 “정치적 개악”이라고 비난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소속 의원들은 새누리당 소속 위원장 이경재 의원과 주성영·성윤환·안효대·이은재·진영·신지호·유일호·손범규·권성동·김혜성 의원, 민주통합당 소속 박기춘·최규성·백원우·전현희·정장선·장세환·박영선 의원, 자유선진당 류근찬 의원,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이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러시앤캐시·산와머니 6개월 영업정지

    서울 강남의 대형 대부업체 4곳이 다음 달 5일부터 6개월간 영업정지된다. 강남구는 최고이자율을 위반한 A&P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 미즈사랑대부㈜, 원캐싱대부㈜, 산와대부㈜(산와머니) 등 4곳의 대부업체에 6개월의 ‘영업전부정지 처분’을 결정했다고 16일 밝혔다. 대부업체에 대한 제재 권한은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갖고 있어 이들 본사가 위치해 있는 강남구가 행정 처분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는 다음 달 5일부터 9월 4일까지 6개월간 채권추신 업무를 제외한 신규대출, 증액대출, 광고 등의 영업행위를 할 수 없게 된다. A&P파이낸셜대부 등은 금감원의 이자율 준수 여부 검사에서 대부업법상 최고이자율이 연 44%에서 39%로 인하됐음에도 만기 도래한 대출에 대해 종전 이자율을 적용해 총 30억 5000여만원의 이자를 더 받아 적발됐다. 구는 지난해 12월 금감원으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통보받은 뒤 행정 처분 여부를 면밀히 검토했다. 그 결과 이들 업체가 만기 도래한 대출에 대해 인하된 이자율이 아닌 계약 당시 이자율을 적용한 것은 최고이자율 규제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구는 이들 업체를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관할 경찰서에 고발했다. 서울 수서경찰서와 강남경찰서는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이다. 사법 당국의 수사 결과에 따라 30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3년 이하 징역을 선고받을 수 있고, 벌금형 이상이 확정되면 대부업 등록이 아예 취소될 수도 있다. 해당 업체는 행정소송을 고려하고 있다.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영업정지가 미뤄질 수도 있다. 영업이 정지되더라도 대출금 만기연장이나 상환은 할 수 있다. 업계 1, 2위인 러시앤캐시와 산와대부 등 4곳은 지난해 6월 말 현재 전체 대부업체시장의 47%(3조 5677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영업정지로 저신용층의 서민금융에 공백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말 대부업체 총대출잔액(6조 7528억원)은 이미 7조원 선이 무너졌다. 12월 신규대출은 11월에 비해 24% 감소한 3660억원이었다. 대부업 이용자는 11월 9만 6166명에서 12월 7만 7093명으로 19.8% 줄었다. 조현석·이경주기자 hyun68@seoul.co.kr
  • 송강호·이나영 ‘하울링’의 3대 의문과 해답(리뷰)

    송강호·이나영 ‘하울링’의 3대 의문과 해답(리뷰)

    “분명 뭔가 있다”는 이나영의 대사처럼, 영화 ‘하울링’(감독 유하)은 뭔가 대놓고 드러내지 않는 울림이 있다. 전작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에 이어 중심에서 떨어져 있는 주변인을 다뤘다는 유하 감독의 말은 그저 해명이 아니었다. 승진 때마다 후배에게 밀리는 강력계 형사 상길(송강호)은 신참 여형사 은영(이나영)과 분신 자살사건을 맡게 된다. 얼마 뒤 짐승에 의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은영은 지난번과 이번 사건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직감한다. 하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팀에서 괄시 받는 은영과 매번 ‘물 먹는’ 상길은 수사 과정 내내 난관에 부딪히던 중 유력한 ‘용의자’인 늑대개의 실체를 목격하고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하울링’의 대략적인 스토리와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유념해보자면, 다음 몇 가지 의문점을 떠올릴 수 있다. 첫째. ‘하울링’의 주연은 누구인가. 답은 ‘늑대개와 이나영’이다. 늑대개가 이나영보다 앞서 서술된 이유는 영화 속 늑대개가 실존하며, 촬영 당시 95%이상 ‘직접’ 연기를 소화해 냈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에서는 카메라를 오롯이 바라보는 늑대개의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하는데, 그 파란 눈빛은 보는 이마저 가슴을 먹먹하고 쓸쓸하게 한다. 눈빛연기가 압권인데다 쉴 새 없이 뛰는 액션까지 무리없이 소화해 낸 늑대개는 단연 영화의 주연명단에 이름이 올라야 한다. 이 의문의 포인트는 송강호가 주연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애초 시나리오상 송강호의 분량은 조연에 해당할 만큼 훨씬 적었다. 제작 과정에서 유하 감독과 배우들의 논의 하에 송강호의 분량이 늘어 형사 투톱이 등장하는 영화로 발전했다. 스토리 상 송강호의 역할은 크지 않지만 생계형 형사 캐릭터의 대부 격인 그는 이 영화에서 없어서는 안될, 주연과 조연을 떠난 ‘특별한 역할’이라 할 수 있다. 둘째. 미스터리 장르인 ‘하울링’은 왜 착한 영화인가. 승진에서 매번 미끄러지는 상길과 가족도 없이 남편과 이혼한 은영, 그리고 늑대도 개도 아닌데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살인견으로 길러진 늑대개,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살인사건. 사방으로 피가 흐르고 목이 뜯겨져 나가는 잔혹한 장면이 이어짐에도 이 영화가 착한 이유는 내 주위의 소외되고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영화에는 늑대개가 자신을 길러 준 가족과 한 밥상에서 함께 밥을 먹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들의 겸상에는 혈연도, 인간적인 차별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한 가족일 뿐이다. 피가 섞이지 않아도, 나와 다르게 생겼어도 가족은 가족이라고 감독은 말한다. 은영이 “개는 가족이 아닙니까”라고 묻는 장면은 감독이 영화 전반을 통틀어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장면이라고 손꼽았을 정도. 영화는 다른 것이 틀린 것이 되고, 틀린 사람은 무조건 주변으로 떠밀려야 하는 지금 우리 사회가 반드시 재고해야 할 아픈 현실을 이야기 한다. 셋째. 이나영이라는 배우를 신뢰할 수 있는가. 이나영은 ‘하울링’의 핵심이자 성패를 가늠케 할 키를 가졌다. 지금까지 여배우를 정면에 내세워 성공한 국내 상업영화가 없다는 불문율을 깰 수 있는지의 여부 역시 그녀에게 달렸다. 이나영은 ‘아는 여자’(2004),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 등 필모그래피에서도 알 수 있듯 여성스러운 캐릭터를 고수해 온데다, 활동기간 대비 적은 작품수 탓에 관객은 여전히 그녀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기존 작품 속 여형사들처럼 지나치게 남성화(化)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전작들처럼 4차원에 사는 여자나 비운의 여주인공 같은 가녀림은 볼 수 없다. 이나영은 덜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여형사 모습 그대로를 관객 앞에 쏟아낸다. 다만 관객들은 ‘여배우의 액션’을 대표하는 하지원의 활약에 눈이 높아진 터라 이나영의 액션이 다소 성이 차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액션을 넘어선 ‘하울링’ 속 은영은 누가 뭐라 해도 이나영의 재발견이라 할 수 있다. ‘동물 느와르’이자 ‘인간 드라마’로서 적잖은 울림을 주는 영화 ‘하울링’은 오는 16일 관객과 만난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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