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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 그림자에 달이 ‘쏙’…19일 하늘에 ‘부분월식’ 펼쳐진다

    지구 그림자에 달이 ‘쏙’…19일 하늘에 ‘부분월식’ 펼쳐진다

    오는 19일(금) 달 일부가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천문현상인 ‘부분월식’이 밤하늘에 펼쳐진다. 월식은 지구와 달, 태양이 일직선상에 놓여 지구의 그림자가 달을 가리는 현상으로, 달의 전체를 가리면 개기월식, 일부분을 가리면 부분월식이라 한다. 항상 보름달일 때에 일어나는 현상인데, 달의 궤도와 지구의 궤도가 약 5도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달이 보름달이더라도 월식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이번 월식이 19일 16시 18분 24초에 달의 일부분이 가려지는 부분식이 시작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천문연구원은 달이 17시 16분에 뜨기 때문에 월출 이후 시점부터 관측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지구 본그림자가 달을 가리는 부분식은 16시 18분 24초에 시작되어 18시 2분 54초에 최대로 가려지고, 19시 47분 24초에 월식이 종료된다. 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부분월식의 최대 식분은 0.978로 달의 대부분이 가려져 맨눈으로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이번 월식은 아프리카 서부, 유럽 서부, 아메리카, 아시아, 호주, 대서양과 태평양에서 볼 수 있다.달이 지구 그림자에 최대로 가려지는 ‘최대식’ 시각은 18시 2분 54초인데, 이때 달의 고도가 약 7.8도로 높지 않기 때문에 동쪽 지평선 근처 시야가 트여 있는 곳에서 맨눈으로 관측이 가능하다. 달이 지구 그림자에 들어간다고 전혀 안 보이게 되는 것은 아니다. 지구 대기를 통과한 태양 빛이 굴절되며 그 중 파장이 긴 붉은빛이 달에 닿게 되고, 이 빛에 의해 달이 검붉게 보이게 된다. 이때 쌍안경으로 관측하면 지구 그림자에 가려진 달의 환상적인 모습을 즐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다음 월식은 약 1년 뒤인 2022년 11월 8일로, 달이 지구의 본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월식의 장관이 펼쳐진다.
  • 식약처, 피자 배달음식점 2300곳 집중 점검한다

    식약처, 피자 배달음식점 2300곳 집중 점검한다

    코로나19로 배달 음식 소비가 늘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피자 배달음식점 위생관리실태를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8일 식약처에 따르면 위생점검 기간은 15~19일이며, 점검 대상은 배달앱에 등록된 피자 배달음식점 중 최근 3년간 점검 이력이 없거나 행정처분 이력이 있는 업소 약 2300여곳이다. 종사자들이 위생모·마스크를 착용했는지,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보관하거나 사용하지는 않았는지, 원료를 보관기준에 맞춰 냉장 또는 냉동 보관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한다. 또한 조리된 피자를 수거해 살모넬라, 장출혈성 대장균, 리스테리아 모노사이토제네스 등 식중독균 항목에 대한 검사도 시행할 예정이다. 그 동안 식약처는 소비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품목의 배달음식점을 집중 점검해왔으며, 올해 1분기에는 족발·보쌈, 2분기에는 치킨, 3분기에는 분식점(김밥) 등을 점검했다. 배달음식 소비 규모는 2019년 7조 6604억원에서 지난해 13조 5448억원으로 전년대비 76.8% 증가했다.
  • “사실상 우리가 먹는 모든 순대”…‘벌레 득실’ 공장 납품리스트 공개

    “사실상 우리가 먹는 모든 순대”…‘벌레 득실’ 공장 납품리스트 공개

    한 순대 공장이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식품을 만들고 있다는 폭로가 나온 가운데, 해당 업체가 국내 대부분의 분식 브랜드와 대형 마트에 순대를 납품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4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지금 난리 난 순대공장에서 납품받고 있는 업체 리스트’라는 제목의 글이 확산됐다. 해당 글에는 비위생 환경에서 순대를 제작했다는 폭로가 나온 A업체로부터 식품을 받는 업체들이 담겨있다. 이 목록은 A업체의 홈페이지에서 캡처한 것. 해당 리스트에는 국내 대형 유통업체를 비롯해 죠스떡볶이, 스쿨푸드, 국대떡볶이, 두끼, 동대문엽기떡볶이 등 국내 유명 분식 브랜드가 대거 포함돼 있다. 해당 게시물의 작성자는 “사실상 우리가 먹는 모든 순대가 여기 업체라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일 KBS는 순대 제조업체의 내부 공정 영상을 보도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천장에서 떨어진 물이 순대 양념과 섞이거나 공장 찜기 바닥에 벌레가 득실거리는 모습 등이 담겼다. 영상을 촬영했다는 전 A업체 직원은 “판매하기 곤란한 제품을 갈아 새 순대의 재료로 사용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이에 해당 업체는 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2일 KBS 9시 뉴스에 방송되어 심려를 끼친 점 머리숙여 사과드린다”면서도 “퇴사 직원의 악의적 제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업체는 천정에서 물이 나와 충진통에 떨어졌다는 보도는 “지난 2월 동파로 인해 배수관로에서 물이 떨어졌다”며 “충진돼 제품화된 사실은 절대 없고 양념은 모두 폐기했으며 동파는 수리 완료해 현재 이상 없다”고 했다. 공장 바닥에 유충 및 날벌레가 발견됐다는 것에 대해서도 “방제 업체에서 모두 처리했으며 찜통은 모두 밀폐돼 벌레가 유입될 수 없는 구조”라고 해명했다. 또 판매 가치가 떨어진 순대 완제품을 재포장 의혹에 대해선 “일부 재가공이 있지만, 방송내용처럼 유통기한 임박, 재고를 갈아 넣었다는 것은 편파적인 편집과 억측”이라고 반박했다.해당 업체는 “사실이 아닌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기초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취재를 빙자한 형태에 방송국에 대해 반론보도청구 소송 준비와 악의적인 목적의 제보자 또한 형사소송을 진행하겠다”며 “앞으로 모든 생산공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문제발생 소지가 있는 부분은 모두 청산해 국민 먹을거리로써 위생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 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A업체는 방송 취재가 진행되자 법원에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날 순대 등 제조시설이 비위생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해당 업체를 불시에 조사한 결과 ‘식품위생법’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축산물 위생관리법’ 위반사항을 확인하고 관할 관청에 행정처분과 수사의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해당 업체가 제조하고 이마트, GS리테일 등 14개 업체가 판매한 순대 39개 제품에 대해 회수 조치했다.
  • “퇴사 직원의 악의적 제보”…찜기에 벌레 ‘득실’ 순대공장의 해명

    “퇴사 직원의 악의적 제보”…찜기에 벌레 ‘득실’ 순대공장의 해명

    ‘벌레 득실’ 충격의 순대공장업체 “퇴사 직원 악의적 제보” 연 매출 400억원을 올리는 한 식품업체의 순대 제조 공장 찜기 바닥에 벌레가 있고, 천장에선 물이 떨어지는 등 위생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업체는 “과거 불미스러운 퇴사를 한 직원의 악의적인 제보”라고 반박했다. 3일 업체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2일 KBS 9시 뉴스에 방송되어 심려를 끼친 점 머리숙여 사과드린다”며 “방송내용에 대한 입장을 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업체는 “해당 방송내용은 과거 근무했던 직원의 불미스러운 퇴사로 앙심을 품고 KBS에 악의적인 제보를 했다”며 “이에 방송금지 가처분 소송을 진행해 최대한 소명을 했지만 기각이 되면서 방송이 나오게 됐다”고 해명했다.벌레 득실, 천장선 물 ‘뚝뚝’…매출 400억 공장 상태 앞서 2일 KBS ‘뉴스9’는 A업체의 내부 공정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올해 초 A업체 내부 직원들이 직접 촬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개된 영상에서 순대를 찌는 대형 찜기 아래쪽 바닥에는 까만 벌레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순대 껍질에 쓰이는 냉동 돼지 내장을 공장 바닥에 깔아놓고 해동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공장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이 순대에 들어가는 양념 당면에 섞이는 모습도 담겼다. 보도에 따르면 A업체는 대형마트나 급식업체, 분식집에 순대를 납품하며 연 400억원 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곳이다. 이 업체의 제품은 모두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을 받았다. A업체 전 직원인 B씨는 인터뷰에서 “꽝꽝 얼었던 배관 어딘가가 녹아서 물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A업체는 보도된 내용 중 ‘천정에서 물이 나와 충진통에 떨어진 영상’에 대해 “지난 2월 동파로 인해 배수관로에서 물이 떨어진 내용이고 충진되어 제품화된 사실은 절대 없었다”며 “충진통의 양념은 모두 즉시 폐기하고 동파는 수리 완료해 현재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바닥에 유충 및 날벌레가 날아다닌다’는 것에 대해서는 “휴일 증숙실(찜기) 하수 쪽 구석 바닥에서 틈이 벌어진 것을 발견하고 공무팀과 방제 업체에서 모두 처리했다”며 “휴일이라 증숙기가 작동되지 않았고, 찜통은 모두 밀폐되어 쪄지기 때문에 벌레가 유입될 수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재포장한다는 의혹에…“편파적인 편집과 터무니없는 억측” A업체는 유통기한이 임박하거나 재고같이 판매하기 어려운 순대 완제품을 한 곳에 갈아 다시 재포장한다는 의혹에 대해 “생산과정에서 당일 순대 터짐, 굵거나 얇은 순대 일부는 재가공해 사용했으나 방송내용처럼 유통기한이 임박 되거나 재고를 갈아서 넣었다는 내용은 편파적인 편집과 터무니없는 억측”이라고 했다. 또 A업체 “사실이 아닌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기초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취재를 빙자한 형태에 방송국에 대해 반론보도청구 소송 준비와 악의적인 목적의 제보자 또한 형사소송을 진행하겠다”며 “앞으로 모든 생산공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문제발생 소지가 있는 부분은 모두 청산해 국민 먹을거리로써 위생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 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A업체는 방송 취재가 진행되자 법원에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업체 공장을 상대로 불시 위생 점검에 착수했다.
  • 천장서 물 새고 바닥엔 벌레 우글…한 순대공장 충격적 위생실태

    천장서 물 새고 바닥엔 벌레 우글…한 순대공장 충격적 위생실태

    벌레가 우글거리고 비위생적인 공정이 이뤄지는 국내 한 순대 제조공장의 실태가 보도돼 소비자들에게 충격을 안기고 있다. 3일 KBS는 국내 한 순대 제조공장의 비위생적인 환경과 공정 실태를 보도했다. 연 매출 400억원 규모로 대형마트, 분식집, 급식업체 등에 순대를 납품하고 있다는 이 업체에서 올해 상반기 촬영된 영상에는 불량한 위생 상태가 여실히 드러나 있었다. 천장서 떨어진 물, 양념당면에 그대로 섞여천장에서 떨어진 물이 그대로 순대 속에 들어가는 양념한 당면 속에 섞여 들어갔고, 순대 껍질로 쓰는 냉동 돼지 내장은 공장 바닥에 깔린 채 해동되고 있었다. 업체의 전 직원 A씨는 천장에서 새는 물에 대해 “겨울에 얼었던 물이 배관인지 어딘지에서 녹아 떨어지는 거라고 한다”고 전했다.심지어 순대를 찌는 대형 찜기 아래쪽 바닥에는 벌레들이 우글우글 움직이고 있었다. 이에 대해 업체 측은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고 벌레가 있었던 사실은 인정했다고 KBS는 전했다. 다만 당시 만든 순대는 모두 폐기했고, 벌레는 전문업체를 불러 제거했으며, 물이 떨어지거나 벌레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시설을 보수했다고 해명했다. 여러 종류 완제품 갈아넣어 재사용…업체 “당일 만든 순대”또 다른 영상에서는 직원들이 기계에 서로 다른 종류의 순대 완제품을 갈아넣고 있었는데, A씨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거, 재고 등을 재포장하거나 기계에 갈아서 (재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체 측은 “유통기한이 임박한 경우는 없다”면서 “당일 만든 순대 중 터진 순대나 진공포장을 포장이 훼손된 제품(을 재사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순대 제조일과 관계없이 서로 다른 종류의 완제품 순대를 한꺼번에 갈아 새 제품으로 제조하는 것은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KBS는 전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근무했던 한 변호사는 “다른 제품을 혼합해서 제조할 경우에는 표시사항이 전부 달라지기 때문에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위반이 된다”면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공정이라고 설명했다. 업체 전 제품 ‘해썹’ 인증…방송금지가처분 기각 이 업체가 판매하는 제품은 모두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업체는 취재가 시작되자 법원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식약처는 해당 공장에 대해 불시 위생 점검에 착수했다.
  • 방역사령관의 흰머리와 낡은 구두… 식사는 도넛·김밥 [김유민의돋보기]

    방역사령관의 흰머리와 낡은 구두… 식사는 도넛·김밥 [김유민의돋보기]

    지난해 코로나 사태를 진두지휘한 지 100일도 안 돼 머리가 반백으로 변한 ‘방역 사령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칼럼을 통해 정은경 청장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첫 브리핑 때 입었던 말끔한 양모 재킷은 손이 많이 안 가는 의료용 재킷(민방위복)으로 바뀌었다. 머리카락이 갈수록 헝클어지고 눈에 띄게 희끗희끗해진 걸 보면 머리 손질을 아예 그만둔 것 같다. 거의 잠을 자지 않고 사무실도 떠나지 않았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9일 내달 1일부터 도입하는 ‘단계적 일상회복’의 최종 시행방안을 발표했다. 수도권은 10명까지, 비수도권은 12명까지 모일 수 있고, 식당·카페 등 대부분 시설의 영업 제한이 풀려 24시간 영업이 가능해진다. 식당·카페에서는 예방접종을 마치지 않은 사람은 4명까지만 모일 수 있고, 당분간은 유흥·체육시설 등에는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가 시행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날 카메라는 정은경 청장이 신은 낡은 구두를 비췄다. 구두 앞 부분이 닳았고, 밑창은 윗부분과 떨어져 고무창이 벌어진 모습이었다. 정은경 청장의 소박한 면모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도넛가게서 5명이 5000원 결제“쉰다는 말과는 거리가 먼 사람”  업무추진비 내역에서 주목을 받은 것은 오전 7시53분에 공항철도 서울역의 도넛가게에서 5명이 5000원을 결제한 날이었다. ‘상임위 전체 회의 대비 검토’를 하는 날 아침 일찍 국회에 가는 도중 1인당 1000원 안팎인 도넛 1개로 다섯 명이 끼니를 때운 것이다. 민간전문가 자문회의 커피 구입비로 5만800원을 쓴 게 전부인 달도 있었다. 상대적으로 금액이 비싼 일식집과 한식당도 있었지만 김밥·분식집·도시락집이 대부분이었다. 한정식집도 사용 인원이 여러 명으로 1인당 2만 5000원이 넘는 식사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6월 질병관리청장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이 공개되자 온라인에서는 “짠하다. 더 맛있는 걸 드시라”는 응원과 격려가 이어졌다. 여준성 보건복지부장관 정책 보좌관은 “정은경 청장은 (음식) 포장 후 식사도 따로 한다. 혹시 모를 감염 위협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며 “청장을 비롯해 방역 당국에 힘내라는 격려 한 마디씩 부탁드린다”는 글을 적기도 했다. 쉰다는 말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평가를 듣는 정은경 청장은 정작 몸 상태를 묻는 질문에 말을 아끼고 ‘국민들과 의료진들에 깊이 감사드린다’라며 주변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 ‘찾아가는 현장도의회’서 외식업 종사자 지원책 논의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 ‘찾아가는 현장도의회’서 외식업 종사자 지원책 논의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더불어민주당, 수원7)은 지난 28일 ‘㈔한국외식업중앙회 경기도남부지회’에서 외식업계 종사자들을 만나 코로나19 불황 극복을 위한 지원대책을 논의했다고 29일 밝혔다. ‘찾아가는 현장 도의회’ 일환인 이번 방문은 다음달 초부터 시행되는 ‘단계적 일상회복’에 맞춰 실효성 있는 외식업계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실시됐다. 이날 방문에는 경기도 식품안전과, 소상공인과 등 관련 부서 공무원과 경기신용보증재단 이민우 이사장을 비롯해 한국외식업중앙회 경기도남부지회 방대환 지회장, 최종인 사무국장 및 수원 4개 구별 지부장들이 참석했다. 현장에서 경기도 외식산업 현황의 간략히 보고받은 장현국 의장은 수원에서 정육식당, 가정식 전문점, 분식점 등 외식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과 정담회를 가졌다. 소상공인들은 주로 코로나 장기화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거나, 폐업 후 재창업을 준비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한 현실적 자금 지원책 마련을 요청했다. 구체적 방안으로 ‘자영업자 식품진흥기금 자금융자 사용목적 완화’, ‘외식경영인지원센터 지원금 확대’, ‘재창업 소상공인 희망자금 지원’, ‘5년 이상 장기 운영 자영업자 인센티브 지급’, ‘위생등급제도 지원비 지급’ 등이 제시됐다. 장 의장은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의지와 희망으로 끝까지 자리를 지켜내신 외식업 종사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면서 “‘단계적 일상회복’을 맞은 소상공인에게 꼭 필요한 정책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찾아가는 현장 도의회’는 의장이 직접 민생·교육현장을 방문해 실제 어려움을 파악하고 효과적 지원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경기도의회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다.
  • 전주는 멋있다…전주는 맛있다

    전주는 멋있다…전주는 맛있다

    전북 전주 한옥마을. 아, 듣기만 해도 얼마나 예스럽고 고즈넉한 곳인가. 가을과도 딱 어울린다. 단청에 익숙하기 때문일까. 가을 단풍의 색은 전주의 고옥(古屋) 느낌을 그리도 닮았다. 한옥마을. 전국에 한옥들이 모여 있는 곳은 많다. 예전부터 내려오던 곳도 있고 새로 조성한 곳도 많다. 서울만 해도 북촌과 남산골, 익선동, 은평에 한옥마을이 있다. 대구 옻골, 달성한옥마을과 대전 이사동, 강원 강릉 오죽과 왕산, 고성 왕곡마을, 충북 청주 오창, 충남 아산 외암, 경북 경주 교촌과 송림,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양동마을, 안동 하회마을, 전남 순천 낙안읍성, 영암 구림마을 등 한옥마을이야 전국에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전주 한옥마을이 가장 특별한 이유는 전주라는 큰 도시의 도심 한복판에 있기 때문이다. 기와 처마가 이리저리 이어진 곡선이 마음에 편안함을 준다. 그 아래 숨어 있는 골목이야말로 전주한옥마을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리저리 돌다 갑자기 끊기는 막다른 골목을 어디 요즘 사방격자 도시에 익숙한 도시인들이 알겠나? 차 한 대 들어가지 못할 만큼 좁은 골목은 상상조차하기 어려운 세대들도 이 ‘불편한’ 마을을 찾아온다. 전주 한옥마을이 가진 저력이다.●경기전~전주향교~한벽당~전동성당 ‘쉼’있는 마을 통칭 한옥마을이라 부르지만 행정구역상 명칭은 전북 전주시 완산구 교동과 풍남동이다. 인근 구도심과 함께 전주 역사문화벨트에 속한다. 경기전을 끼고 전주향교, 한벽당, 전동성당을 품은 이 평평하고 너른 마을을 오목대와 이목대가 둘러쌌다. 그 간극을 길게는 100여년 가까운 한옥 고택들이 채우고 있다. 실핏줄 같은 골목이 이들을 연결하니 비로소 마을 자체가 숨을 쉰다는 느낌을 준다. 곳곳에 나지막한 담장과 그 위로 삐죽 튀어나온 기와집 처마들이 옆집과 파도처럼 줄줄이 이어진다. 자고 일어나면 수직과 수평으로 이뤄진 직선의 세상에서 살다 온 이들에겐 그 얼마나 생경한 풍광일까.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곡선미를 자랑하는 한옥 지붕 아래서 대대로 살아온 우리에겐 정말 숨통이 트이는 ‘곡선 처방’이다. 수직 스트레스에 대한 ‘백신’ 같은 곡선을 눈으로 받아 마음에 항체를 형성한다. 전주 한옥마을에 찾아가면 아직 잔여 백신이 잔뜩 남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옥마을엔 한복을 입은 이들이 한가득 골목을 메우며 용의 눈에 점을 찍는다. 가을 노염을 피해 곡선 처마 아래 몸을 숨긴 한복 차림의 젊은 관광객들. 길을 걷는 양반님네 행차, 추노꾼과 함께 꼬치구이를 사 먹는 관기(官妓) 차림까지 있다. 물론 현대화된 것도 있고, 저승사자인지 군관인지 정체(신분)를 알기 어려운 차림새도 섞였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곡선 거리에 곡선 옷이 다닌다. 또 한 차례 눈이 쉬어 가는 순간이다.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 길도 넓히고”(새마을운동 노래 2절) 근대화 시절, 개발은 절대 미덕이었다. 철근 콘크리트 앞에서 기와 역시 적폐였다. 만지면 손을 벨 만큼 반듯반듯한 직선의 교차 속에 대한민국의 ‘새마을’이 곳곳에 들어섰다. 이후 최근까지 거침없이 줄곧 이어진 신도시와 부동산 개발 열풍 덕분에 모든 국민이 서로 비슷한 집(집값은 아주 다르지만)에서 살게 됐다. XY좌표로 아파트를 표시해도 되고 몇 열의 몇 번째로 집을 지목하는 콘크리트의 매트릭스에 길들여졌다.●일제와 개발 맞서 100여년 전통 지킨 전주의 힘 그런데 어떻게 전북의 중심지 전주에는 이런 한옥마을이 오롯이 남았을까. 전통과 옛것을 소중히 여기는 전주 시민의 성향이 이를 지켜낸 것이다. 서울을 비롯한 모든 중세 및 근대도시에도 한옥마을이 있었지만 교조적 개발주의의 광풍에 휩쓸려 사라지고 말았다. 을사늑약(1905년) 이후 일본인들이 대거 전주에 들어왔다. 전주 부성 밖에 모여 살았다. 서문 밖 전주천변에 일본인 마을이 형성됐다. 대개 이 시기의 대도시 읍성들이 그렇듯 행정 편의상 성곽이 허물어지고 풍남문만 남았다. 상업에 종사하던 일본인들이 성안으로 들어와 점포를 냈다. 다가동과 중앙동에 일본인 상가가 생겨났다. 1930년대에는 전주부성 내부 공간 역시 개발에 의해 격자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인들의 세력 확장에 대한 반발이 생겨났다. 전주 시민들은 슬금슬금 밀려드는 일본인 거주지 확장에 맞불을 놓을 요량으로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집을 짓고 모여들었다. 마치 테마파크에서 일부러 조성한 각각의 구역처럼 풍경이 나뉘게 됐다. 일본식 가옥촌과 한옥마을, 서양식 선교사촌으로 나뉘고 태조의 어진을 모신 조선 경기전과 비잔틴 로마네스크 혼합양식 전동성당이 맞보고 섰다. 유교의 향교와 서양식 학교도 이곳에서 한데 어우러졌다. 한옥도 양식이 혼재됐다. 성곽이 있던 태조로를 중심으로 경기전 인근의 가옥들은 일식 가옥에 조선식 기와를 얹은 혼합 양식이다. 내부 역시 중간에 복도가 있는 등 일본식 건축기법을 보여 준다. 반면 전동성당 뒤쪽 한옥과 향교 쪽 가옥들은 전통 한옥이다. 복합 한옥 공간이라 건축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곳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는 한옥마을에 사는 이들에겐 큰 갈등의 시기였다. 꽤 너른 대지에 비해 단층인 한옥 특유의 구조 탓에 공간이 부족한 데다 차량이 보급되면서 주차하기도 불편했다. 생활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혹여 이웃집 한옥이 양옥으로 개축하면 도미노가 이뤄졌다. 덩달아 화장실을 들인 개량 한옥으로 바꾸거나 번듯한 2층 양옥집을 올리는 경우도 생겼다. 비싼 기와 대신 볼품없는 플라스틱 기와로 올린 사례도 많았다.●볼거리·먹거리·놀거리… KTX 타고 청춘들 명소로 2000년대 후반 들어 한옥마을을 보존하기 위해 전주시가 정비에 나섰다. 낡아빠진 ‘양옥’을 철거하고 신축 한옥을 늘려 나갔다. 인근에 관광지가 밀집해 있는 한옥마을만 제대로 정비해도 예향 전주의 고유한 색깔을 살릴 수 있으리라 판단한 전주시의 판단은 주효했다. 주5일 근무제 시행 후 인기 관광지로 떠올랐으며 2011년 전라선 KTX의 개통으로 전주역에 고속열차가 정차하자마자 20~30대 젊은층의 최고 관광명소가 됐다. 2016년 연간 1000만 관광객을 돌파했고 여행잡지 론리플래닛에서 ‘1년 안에 가봐야 할 아시아의 10대 명소’로 전주가 선정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현재 전주시는 한옥마을에 관광트램 도입 계획을 진행 중이다. 2023년 완공을 목표로 한 관광트램은 순환선이며 교통수단이라기보다는 케이블카 같은 관광시설이다. 경기전~전동성당~전주천~전주향교~오목대 등을 찬찬히 둘러보는 노선이라고 한다. 원래부터도 전주는 ‘한’ 스타일의 도시다. 한정식, 한지, 한선(韓扇) 등 한옥 이외에도 우리 전통을 지켜온 곳이다. 또한 예(禮)를 따지며 예(藝)를 추구하는 전주 사람들의 풍류는 남달라, 다른 어느 지역의 정서와는 딱히 비교하기 어렵다. 마주치면 눈인사라도 나눠야만 할 것 같은 한옥마을의 비좁은 골목에서 자란 정(情)이 가득한 덕이다.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기도 잘한다. 가져와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전주식’으로 재해석한다. 카카오 열매를 갈아 만든 수제 초코파이가 전주에서 그리도 맛이 좋아지고, 17세기 초 지은 경기전 너머로 보이는 20세기 초의 전동성당이 퍽 어울리는 이유다. 동문 사거리에서 출발해 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면 마음이 넓어진다. 걸음을 멈추고 칼국수, 도넛, 회오리감자, 지팡이 아이스크림, 비빔밥 크로켓(고로게) 등 주전부리를 챙겨 먹으면 위장도 커진다. 몇백 년 세월이 조성한 마을이다. 한옥마을을 지켜보는 오목대와 이목대를 살짝 다녀오면 한옥마을의 전경이 눈에 든다. 곳곳에 아기자기한 숍과 전시관, 체험관이 있어 둘러보는 데 한나절쯤은 거뜬히 걸린다. 낮 풍경도 좋지만 해질 녘부터 가랑비처럼 푸른 밤이 내리면 한옥마을이 아름다운 야경으로 갈아입는다. 고풍스러운 가로등과 담장, 기와지붕이 밤하늘과 그렇게도 어울릴 수가 없다. 특히 달이라도 활짝 뜬다면 운치가 좋아 당장 한옥 숙박을 찾아 짐을 풀고 대청마루에 앉아 달 삼매경에 빠져들고 싶다.●한옥스테이서 단청 밤풍경·풀벌레 소리와 1박2일 게스트하우스와 한옥스테이가 곳곳에 많은데 조용히 하룻밤 묵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침 가을 풀벌레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리니 뜨끈한 구들장에 몸을 누이고 단단히 여독을 풀 수 있다. 심심하면 전시관이나 숍에서 한지 공예품을 둘러보고 출출할 때 국수나 한 그릇 챙겨 먹으면 시간이 쏜살같이 지난다. 최명희문학관, 한지문화관, 강암서예관, 완판본문화관, 전통술박물관, 김치문화관 등을 둘러보면 좋다. ‘위드 코로나’로 재개되는 행사가 많다. 가끔 마당창극이나 풍물 등 공연도 펼쳐질 테니 이를 꼼꼼히 챙겨봐도 좋다. 골목 어귀에 서 있으면 왠지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이 들어 아는 사람을 만날 것 같다. 대도시 아파트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같이 느끼는 게 인지상정일 테다. 몰아치듯 다가온 가을, 날은 쌀쌀하지만 마음은 푸근하다. 졸졸 흐르는 전주천 개울을 따라 한벽루까지 걷는다. 야속한 비가 섞인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지만 한벽루 앞 평상에는 칼칼한 오모가리(민물고기 매운탕)를 앞에 두고 역시 서늘한 소주를 마시는 이들이 눈에 띈다. 도심 한복판 개천변에 평상 술판이라니. 한 상 차려 걸터앉아만 있어도 절로 흥이 나는 곳이다. 어둑해질 무렵. 어느새 나도 우리가 됐다.●50년 된 노포 갈까, 원도심 ‘객리단길’ 갈까 ‘전주에서의 밥걱정’이야 재벌과 연예인 걱정만큼 부질없다. 한정식, 비빔밥, 콩나물국밥, 피순대 등 전주 대표 메뉴부터 칼국수(베테랑분식)에 물짜장(영흥관), 석갈비 등 단품 메뉴도 한가득이다. 삼천동, 평화동, 서신동, 효자동 등에 막걸리집들이 몰려 있다. 서신동 옛촌막걸리는 내공이 보통 아니다. 바깥에 어디 방송프로에 소개된 집이라 붙여 놓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집은 미국 뉴욕타임스, 일본 NHK, 중국 CCTV 등에 나온 집이다. 체험 상차림을 고를 수 있어 막걸리를 많이 마시지 않아도 음식을 착착 내온다. 고기나 생선, 해물 반찬 등을 상이 떡 벌어지게 차린다. 삼천동 막걸리 골목 다정집은 그날 장을 봐 온 찬거리로 맛있는 안주를 내는 집이다. 관광객보다 시민들이 즐겨 찾는 집이다.거한 상차림이 싫다면 쫀득한 족발 맛집이 있다. 효자동 권씨네족발은 국내산 생족을 특제 간장에 부들부들 삶아내 족발 특유의 야들한 식감을 최대한 끌어낸 맛으로 유명하다. 취향에 따라 앞다리와 뒷다리를 고를 수 있으며 집에서 담은 깻잎지에 싸 먹으면 궁합이 좋다. 커다란 족발에 비빔막국수와 신동진흑미주먹밥을 곁들인 파티메뉴도 있어 집에서 주문해 먹기에도 딱이다.한벽루는 50년째 한옥마을 전주천변에서 오모가리탕을 줄곧 해 온 노포다. 화려한 상차림과 더불어 각종 민물고기 매운탕과 민물새우탕을 끓여 낸다. 부드러운 시래기도 넉넉히 들었고 따로 밑국물을 잡아 국물의 풍미가 좋다. 서늘한 가을 바람 불어오는 평상에 앉아 매콤시원한 탕 한 그릇에 식사를 겸해 한 잔 걸치기 딱 좋다.영흥관은 50년째 영업해 온 중식 노포다. 전주 명물인 물짜장을 잘한다. 물짜장은 춘장을 쓰지 않고 각종 해물과 채소를 전분소스로 볶아낸 면이다. 그래서 수이자장(水炸醬)이다. 매콤한 소스에 손반죽으로 쫄깃한 면을 비벼 먹으면 전주여행의 즐거움이 더하다. 바삭하게 튀겨낸 두툼한 고기 튀김에 달큼한 소스를 끼얹은 탕수육을 곁들이면 더욱 좋다.한옥마을은 풍남문 남부시장과 이어지고 또 객사길로도 이어진다. 전주 원도심 중앙 객사길은 상권이 밀집한 곳이다. 요즘은 카페와 식당이 그득한 ‘객리단길’로 불리며 한옥마을과는 또 다른 매력을 풍긴다. 전주국제영화제 거리로부터 이리저리 이어진 길에는 눈여겨 찾아볼 곳이 꽤 많다. 서울 명동처럼 이름난 국수와 보리밥을 파는 집, 메밀국수로 소문난 집, 갈비집 등 수십 년을 이어 온 노포들이 여전히 건재하고 바리스타와 소믈리에가 차린 트렌디한 커피숍과 와인 레스토랑 등이 생겨나 공존하고 있다. 전주 행원은 100년 가까운 고택 카페다. 풍남문 옆 골목에 있다. 은행나무 정원이란 뜻을 가진 행원(杏園)은 일제강점기 일본식 건축법이 녹아든 한옥이다. 따로 마당 없이 ‘디귿’ 자 건물을 짓고 중정(건물 가운데 있는 정원)과 못을 두었다. 이곳은 전주 예술인의 성지였다. 1928년 조선요리를 팔던 식도원으로 출발했지만, 요정을 거쳐 한정식집으로 운영되다 2017년 전북전통문화연구소에서 운영하는 카페로 바뀌었다. 행원은 전통차와 음료뿐 아니라 판소리와 국악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뒀다. 글 놀고먹기연구소장 demory@naver.com
  • [길섶에서] 진주 비빔국수집/서동철 논설위원

    지난주 경남 진주에 다녀왔다. KTX표를 예매해 두기는 했지만, 먼 곳까지 가서 잠깐 일만 보고 오는 것이 아까웠다. 기차표를 취소하고 차를 몰고 가야겠다 싶었다. 진주대첩 현장인 진주성 내부에 자리잡은 국립진주박물관에서는 마침 ‘화력조선’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고려 말 등장한 화약무기가 조선시대 전략무기가 됐고 임진왜란 때는 왜군을 물리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내용이다. 왜군을 이 땅에서 몰아낸 것이 결코 요행수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한다. 좋은 전시다. 냉면과 비빔밥이 진주 대표 음식이지만 몇 차례 먹어봤으니 절실하지는 않다. 좋아하는 비빔국수 사진이 걸린 작은 분식집이 눈에 띄었다. 음식을 기다리자니 전동휠체어가 식당에 들어선다. 휠체어 손님은 익숙하게 우동을 주문하는데 주인 부부는 그저 무심하게 응대한다. 그런데 세상 편한 표정으로 맛있게 먹는 휠체어 손님을 바라보면서 주인 부부를 다시 보게 됐다. 수많은 식당을 드나들었지만 휠체어 손님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밥을 먹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주인 부부의 응대법도 장애 손님의 부담을 덜어 주려는 ‘계산된 무관심’이 아닐까. 이 식당에 문턱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비빔밥보다, 냉면보다 더 맛있는 진주 여행이었다.
  • 해를 품은 붉디붉은 만… ‘상생의 두 손’ 뜨겁네

    해를 품은 붉디붉은 만… ‘상생의 두 손’ 뜨겁네

    신라 연오랑·세오녀 해와 달 설화 깃든 곳철기 전파한 전설은 수천년 뒤 제철소로거북 바위 서면 귓가 맴도는 ‘영일만 친구’ 호랑이 꼬리 닮았네… 동해 최대 ‘호미곶’신년 일출 명소 ‘상생의 손’ 최고의 포토존짙푸른 바다 끼고 드라이브, 내 가슴이 뻥늘 해를 맞는 땅이 있다. 영일만(迎日灣)을 품은 도시 경북 포항. 해와 철의 도시다. “바닷가에서 오두막집을 짓고/ (중략)/ 누가 뭐래도 나의 친구는 바다가 고향이란다” 포항 하면 당장 떠오르는 노래, ‘영일만 친구’(1979)가 있다. 부산 기장군 출신 가수 최백호에게 유일한 친구 영일이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영일만 친구’는 포항을 상징하는 불후의 명곡이다. ‘목포의 눈물’(이난영), ‘돌아와요 부산항에’(조용필), ‘제주도의 푸른밤’(최성원), ‘여수 밤바다’(장범준)와 함께 강력한 지역의 노래로 꼽힌다. 여담으로 최백호는 2012년 포항시의 각종 행사 및 홍보에 이 곡을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허락해 주는 등 대인배적 면모를 보였다고 한다. 코로나19 속에서도 발그레 달을 띄울 추석을 앞두고 대한민국 동해안 최대 만(灣)과 곶(串)을 품은 포항을 조심스럽게 다녀왔다. 동해로 불룩 튀어나온 호미곶과 그 너머 떠오르는 해를 가장 먼저 끌어안는 넉넉한 영일만은 포항의 상징이자 황금어장을 품은 삶의 터전이다. 예나 지금이나 포항은 동해안의 꽤 큰 규모의 어항이지만 현대에 들어 산업 및 군사도시 이미지로 각인됐다. 제철소와 함께 철강단지가 들어섰고 최대 규모 해병대 병력이 주둔해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어디 그뿐이랴. 푸른 바다와 높은 고산준령, 천년고찰, 운하, 전통시장 등 자연이나 문화적으로 모두 갖춘 천혜의 관광 도시다.●태곳적 해의 전설, 만(灣)에 비추다 과거 연일군(延日郡)에서 영일군(迎日郡), 이름에서도 줄곧 해와 떨어질 수 없었던 포항 영일만. 유명한 설화가 전해진다. 역대 포항 출신 중 가장 먼저 역사에 기록된 이는 연오랑과 세오녀 부부다. ‘삼국유사’ 제1권 ‘기이’ 제1편에 등장한다. 내용도 꽤 자세하고 극적이다. 신라 제8대 아달라왕 4년(157년) 바닷가에 살고 있었던 연오랑이 해초를 따고 있었는데, 딛고 있던 커다란 바위가 갑자기 움직여 연오랑을 태우고 일본(왜)으로 건너갔다. 밀항이든 아니든 간에 왜에선 당연히 그를 신성시했다. 연오랑을 왕으로 삼았다. 왜 왜가 그를 왕으로 삼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연오랑은 돌아오고 싶지 않을 만큼 환대를 받았다. 부인인 세오녀는 어찌 됐나. 일 나갔던 남편이 아무 소식 없이 돌아오지 않으니 단단히 열이 받았는지 세오녀가 그를 찾아 나섰다. 그녀는 남편이 바닷가에 벗어 놓은 신발을 발견하고 역시 그 바위에 올라섰다. 그러자 바위는 똑같이 세오녀를 태우고 망망대해로 떠났다. ‘바위 셔틀’을 탄 그녀 역시 왜에 도착했고 연오랑을 다시 만나 왕비가 됐다. 문제는 이들을 떠나보낸 신라였다. 이날부터 신라에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해와 달이 사라졌다. 일관(日官)이 말했다. “해와 달의 정기가 일본으로 갔다. 도로 데려와야 한다.” 아달라왕은 사신을 보내 “돌아와 달라”는 말을 전했다. 연오랑은 고민할 것도 없었다. 돌아가면 그저 어부고 여기선 왕이다. “돌아가지 않는 대신 왕비가 짠 비단을 줄 테니 이것으로 하늘에 제사를 지내 보라”고 하자 과연 해와 달이 다시 빛을 냈다.훗날 학자들은 이 설화에 대해 근사한 해석을 달았다. 신라의 권력 교체기에 왕족(천일창 왕자)이 여덟 가지 진귀한 보물을 들고 다지마 국에 망명했다는 일본서기의 기록에 더해 다양한 근거를 제시했다. 천문학자들은 실제 일식이 그 시기에 있었을 것이라 했다. 연오가 일본에 전해준 것은 바로 철기를 다루는 기술(해)이며, 세오는 베를 짜는 직조술(달)을 가르쳐 줬다는 것. 융성했던 문화를 왜에 전파한 고대사가 설화 형식으로 기록됐다는 얘기다. 포항의 역대와 현재 지명인 연일(延日), 영일(迎日), 일월지(日月池) 등이 모두 이 설화에서 나왔다. 연오와 세오에 들어간 오(烏) 역시 해를 상징한다. 고구려인들은 해를 세 발 달린 까마귀 삼족오(三足烏)로 봤다. 포항 해병대 1사단이 주둔한 오천(烏川)의 지명은 여기서 나왔다. 1800년쯤 지나 1968년 영일만에 한반도 최초 종합제철소인 포항제철이 들어선 것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철과 해(烏, 日本)가 일찌감치 이곳과 연을 맺었던 셈이다. 역사는 이어진다.포항시는 연오랑과 세오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 자리에 테마공원을 조성했다. 멀리 일본이 바라다보이는 영일만 해안 언덕 위에 정자와 신라 한옥촌 등을 지었다. 정자에 앉아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속까지 후련해진다. 공원을 조성하던 도중, 정말 땅속에서 거북이 모양의 바위가 발견됐다고 한다. 자연석이면서도 모양은 조각처럼 거북이를 빼닮았다. 설화 속 그 바위처럼 넓고도 기묘하게 생겼다. 신기할 따름이다. ●불룩 튀어나온 동해 최대 곶(串)에 서다 학창 시절 칠판에 분필로 슥슥 한반도를 그리던 선생님이 꼭 빠뜨리지 않았던 것이 바로 호미곶이다. 호랑이 꼬리를 닮았대서 호미곶(虎尾串)이다. 예전엔 간혹 ‘토끼 꼬리’라고도 했지만 조선 최고 풍수가 남사고(南師古)가 한반도는 호랑이가 앞발로 연해주를 할퀴는 모양이며 백두산은 코, 호미곶은 꼬리에 해당하는 명당이라 설명한 후 호랑이 꼬리로 불렸다. ●‘영일’ 이름 덕… 해맞이 공원 일출에 빠지다 장기반도 끝에 있는 곳으로 대한민국 본토 최동단이다. 여기서 시계 방향으로 영일만이 시작된다. 연말에 신년 해맞이 인파가 몰린다. ‘영일’이란 이름 덕에 전국에서 가장 인기 많은 해맞이 축제가 열린다. 바다에서 해안 쪽을 보자면 기암이 가득한 해식애지만, 육지에서 수평선 쪽으로는 사실 이렇다 할 섬 하나 없어 허전했는데, 1999년 ‘상생의 손’이 만들어진 후 일출의 배경이 훨씬 근사해졌다.해맞이 광장부터 한 쌍의 ‘상생의 손’이 바다까지 이어진다. 붉은 태양과 그 빛이 녹아 들어간 바다를 배경으로 손가락마다 갈매기가 앉아 있는 사진이 유명하다. 이 장면을 남기기 위해 수많은 사진가들이 잠을 설쳐 가며 매일 아침 이곳을 찾는다. 상생이 아니라 고생의 손이 분명하다. 특히나 신년 일출이 아니라 요즘 같은 하절기라면 새벽에 일어나야 하니 철장(鐵杖) 같은 모닝콜의 손이다. 1908년 세운 호미곶 등대를 기념하는 국립등대박물관과 새천년기념관 등 볼거리가 많아 날씨 탓에 일출을 놓친대도 위안 삼을 곳이 많다. 가는 길도 근사하다. 가까워질수록 점점 바다가 많이 보이더니 강사리 쪽으로 이어지는 길은 아예 바다를 옆에 끼고 달린다. 드라이브 코스로 딱이다. 원양을 향해 불쑥 튀어나와 일대의 황금어장으로 유명한 구룡포. 이름도 무협지에 등장하는 지명처럼 근사하다. 사실 지명의 유래는 신라 진흥왕 때 아홉 마리 용의 승천 설화에 기인한다. 아무튼 동해상은 물론 울릉도와 오키 군도까지 단숨에 근접할 수 있는 구룡포항의 경제성을 일찌감치 간파한 일제는 어민을 모집해 사람(民)을 이곳에 심었다(植).●아! 구룡포, 근대사의 현장에 서다 구룡포 근대문화 역사거리의 탄생은 1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오른다. 1900년대 초 일본인 어부들이 구룡포로 건너왔다. 어군을 따라가다 이곳에 닿은 도가와 야스부로와 하시모토 젠기치 일행은 구룡포에 정착해 일본인 어촌의 시조이자 리더가 됐다. 이른바 동해의 골드러시였다. 풍족한 어장에서 고기를 잡아 부유해진 그들은 학교와 신사를 짓고 조선 안의 일본을 건설했다. 구룡포는 자국에 생선을 수출하는 일제의 어업 전진기지가 됐다. 순식간에 엄청난 부를 쌓은 구룡포는 1930년대에 이미 극장과 병원, 백화점 등 첨단 생활시설과 주점, 식당, 유곽 등 유흥지구를 두루 갖춘 근대도시로 발전했다. 당시 신사와 소학교(현 구룡포 공원과 용왕당)로 오르는 계단에는 방파제와 근대식 어항을 세운 120인 공헌자 이름을 비석에 새겨 남겼다. 광복 이후 식민통치의 억울함에 분노한 주민들이 비석에 시멘트를 발라 지워 버렸다. 계단 오른편에 남아 있는 도가와 야스부로 송덕비에도 시멘트가 덧칠돼 있다. 계단 양옆 골목은 2층 목조의 적산가옥(일제강점기에 지은 일본식 가옥) 일색이다. 지금 구룡포 근대역사관으로 활용하고 있는 하시모토 가옥은 전형적인 일본 고급주택으로 대부분의 자재를 일본에서 직접 들여왔을 정도로 많은 돈을 써서 지었다. 주택의 건축양식이며 자재, 소품이 보통 고급 주택 수준이 아니다.이 외에도 대등여관(현재 호호면옥)과 요릿집 일심정(현 찻집 후루사토야), 이케다 유희장(현 일반주택) 등 과거의 모습을 오롯이 간직한 근대 건물이 많아 드라마와 영화, 뮤직비디오 등의 단골 촬영지가 되고 있다. 얼마 전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역시 이곳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극 중에선 ‘옹산게장거리’로 나왔지만 구룡포다. 포스터에서 동백이(공효진 분)와 용식이(강하늘 분)가 바다를 바라보며 앉았던 계단 꼭대기는 수많은 관광객의 자리가 됐다. 100여년 전에 조성된 좁은 골목에 빼곡히 들어찼던 식당과 상점이 고스란히 카페와 소품숍으로 바뀌어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요것조것 볼거리와 살거리가 많아 반나절씩 앉았어도 그리 지루하지 않다.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까멜리아(동백이네 가게), 동백이네 집 등과 다과 및 간단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다.큰길가로 나오면 죄다 대게를 파는 식당이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포항은 대게 생산량이 가장 많은 곳이다. 금어기엔 수입 대게나 냉동대게를 쓰지만 제철이면 싱싱한 대게를 맛볼 수 있다. 구룡포초등학교 쪽으로 향하면 구룡포 까꾸네 모리국수가 나온다. 잡어를 한데 넣고 팔팔 끓인 얼큰한 국물 국수가 전국적으로 소문난 까닭에 끼니때와 상관없이 기나긴 줄을 드리운다. 구룡포초교 앞에는 바닷바람에 말린 해풍국수를 파는 구룡포할매국숫집과 수제 찐빵이 맛있기로 소문난 철규분식 등 이름난 맛집이 있고 바로 옆 구룡포 시장을 둘러볼 수 있어 많은 이들이 찾는다.●영일대 해변·포스코 거대한 야경, 내일을 비추다 포항에는 수영을 즐기기에 좋은 해변이 많다. 해병대 주둔지역이라 접근이 어려운 곳을 빼고도 영일대(구 북부), 칠포, 화진, 월포, 포항송도해수욕장 등이 있다. 이 중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 영일대 해수욕장이다. 영일만 내항의 중심 격이다. 도심과 가깝고 상업지구가 많이 들어서서 화려한 야경을 자랑하는 부산 해운대처럼 불야성의 도심 해변 역할을 톡톡히 한다. 밤에 해변을 산책하다 보면 멀리 포항제철소가 눈에 들어온다. 투박한 용광로와 공장 건물에 형형색색 조명을 밝혀 마치 만화영화 ‘미래소년 코난’ 속 산업도시 ‘인더스트리아’를 연상시키는 특이한 야경이 펼쳐진다. 바다 한가운데로 쭉 뻗은 제티 끝에는 전통 양식의 해상누각 영일정이 있어 반대편 포스코 야경과 대조를 이룬다.오목한 해변 뒤편으로는 많은 숙박업소와 식당, 술집, 카페 등이 밀집해 포항 밤문화의 중심지로 꼽힌다. 바다 전망의 호텔과 술집은 관광객뿐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인기가 좋아 언제나 많은 이들이 영일대 해변을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아침 산책을 나오는 이들도 많다. 해변에는 철의 도시답게 ‘철’을 소재로 한 조형물이 늘어서 있다. 해가 떠오르는 수평선과 밀려드는 파도 그리고 모래밭의 조형물이 한데 어우러져 영일만 내항의 베이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거친 동해의 숨결 속에서도 거대한 반도가 휘감은 덕에 영일만은 잔잔하고 묵묵히 내일 다시 떠오를 해를 기다릴 수 있다. 막막하고 지루한 코로나19의 터널 속, 해를 맞이하는 영일만의 신새벽에 서 있다면 아마도 아직은 희망을 잃지 말라는 ‘내일의 뜨거운 메시지’를 당장 받아 볼 수 있을 듯하다. 글 사진 놀고먹기연구소장 demory@naver.com
  • 시간이 비켜 간 사이 청춘이 움트다

    시간이 비켜 간 사이 청춘이 움트다

    시간이 자라처럼 느리게 가는 도시가 있다. 충북 청주다. 이 도시에선 시간이 왜곡돼 흐르는 듯하다. 영화 ‘인터스텔라’ 속 밀러 행성처럼 말이다. 이 행성에선 1시간이 지구의 7년과 같다지. 어쩌면 이 도시에서 불과 몇 시간을 보냈는데도, 도시 밖에서는 벌써 수십년의 시간이 아주 바삐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청주는 다른 지역들과 달리 ‘원도심’이라 할 만한 곳이 많지 않다. 하긴 시간이 더디게 흐르니 옛것이 그리 낡아 보일 리도 없을 터다. 한데 도드라진 여행지는 없어도 다녀온 이들마다 편안하고 좋은 곳이라며 엄지손가락을 곧추세우는 곳이 청주이기도 하다. 이제 전하려는 건 그 무색무취의 도시 안쪽에서 길어 올린 풍경들의 이야기다.무서움은 종종 낯섦에서 시작된다. 어딘가 다른 모습, 익숙하지 않은 형태와 마주할 때 본능적으로 경계가 시작된다. ‘탑동양관’의 건물들을 마주할 때 느낌이 딱 그랬다. 우리 전통 기와를 올린 적벽돌의 서양풍 건물은 대낮인데도 어딘가 기이한 느낌을 안겼다. 저 단단한 적벽돌집 지하실 어디선가 프랑켄슈타인이 만들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뭐, 그만큼 이질적이고 독특했다는 뜻이다. 과장은 좀 보탰지만. 탑동양관은 ‘탑동에 있는 서양식 건물’이란 뜻이다. 일제강점기인 1911년부터 1932년(시초에 대한 기록이 저마다 달라 청주 역사 책자를 기준으로 삼았다)까지 세워진 여섯 채의 건물이 탑동 언덕에 일렬로 늘어서 있다. 국내 어디서도 이런 형태의 경관은 마주한 기억이 없는 듯하다. 건물을 지은 이들은 미국의 북장로교 선교사들이다. 한국명 ‘민노아’(프레드릭 S 밀러) 등이 청주 외곽의 구릉지대에 정착하면서 숙소와 병원 등으로 쓰기 위해 지었다. 당시 듣도 보도 못했던 유리, 스팀 보일러, 수세식 변기 등의 건축 재료들이 건물 신축에 쓰였다. 탑동양관을 비롯한 선교촌의 당시 면적은 얼추 5만평에 달했다고 한다. 건물은 저마다 개성이 있다. 전통과 양식이 혼재된 건축물이란 공통점만 제외하면, 입구부터 처마까지 다 다르다. 건물은 할리우드 ‘로코’ 영화의 배경으로 쓰일 법한 몸체에 전통 기와가 얹혀진 형태다. 팔작이나 우진각 등의 한옥 지붕이 경계면에 약간의 변형만 준 것과 달리, 이 양관들은 지붕 가운데 기와를 여러 개의 처마처럼 겹쳐 놓거나, 세우는 등 다양하게 멋을 냈다. 청주 사람들조차 탑동양관을 모르는 이가 태반이다. 여학교 안에 있어서다. 졸업생 등 일부 외엔 탑동양관의 존재 자체를 몰랐을 것이고, 설령 알았다 해도 겁 없이 여학교 교정을 드나들 이는 아마 없었지 싶다. 탑동양관을 둘러싼 일신여중·고교 역시 선교를 위해 세운 ‘미션스쿨’이다. 다만 연혁은 탑동양관보다 짧다. 탑동양관은 모두 6개동이다. 이 가운데 후문 밖의 1호 양관은 개인에게 팔렸고, 2호는 충북노회 등의 사무실로 쓰이고 있다. ‘덕혜옹주’ 등의 영화와 드라마 등이 양관 2호에서 촬영됐다. 학교 안에 있는 건 3호~6호다. 1호를 제외하면 모두 돌아볼 수 있다. 주변 건물에 올라가 보면 탑동양관이 처한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파트를 앞세운 도시화 물결은 이미 학교 담장 옆까지 밀려들었다.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는 개발 욕망의 틈바구니에 낡은 문화재가 옹색하게 낀 모양새다. 일신여중·고처럼 ‘미션스쿨’이었던 인근의 세광중·고교는 진작에 도시 외곽으로 밀려났다.다행히 옛 건물은 학생들 사이에서 아직 숨을 쉬고 있다. 교목실, 다도실, 상담실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여학교 교정에 있다 보니 잘못 얼쩡댔다간 ‘경을 칠’ 수 있다. 등하교 전이나 주말 등 여학생들이 교내에 없는 동안에 학교 측의 양해를 얻어 들여다봐야 한다. 모든 게 느린 청주지만 빛의 속도로 사라진 것도 있다. 영화관이다. 서울에선 전통의 영화관 폐관 소식이 최근에야 관심을 끌었지만, 청주에선 이미 수십년 전에 벌어진 일이다. 복합상영관의 출현 때문은 아니었다. 공룡 멸종처럼 원인 불명인 채 한순간에 사라졌다. 청주엔 영화관이 많았다. 예나 지금이나 중소도시 수준을 겨우 넘는 곳치고는 꽤 많은 편이었다. 청주대 앞 청도극장, ‘2편 동시상영의 명가’ 자유극장, 싹 밀어져 ‘청소년 광장’이 된 중앙극장 등에 갈 곳 없는 청춘들이 들끓었다. 지금도 근근이 ‘핫플’의 지위를 이어 가는 시내 철당간 주변에도 영화관이 두 곳이나 있었다. 철당간 바로 앞은 청주극장, 그 옆은 현대극장이었다. 지금은 서점과 유명 백화점이 각각 들어섰다. 고려 시대 구조물인 철당간(국보 41호)과 최신식 건물이 ‘따로 또 같이’ 어울린 모습이 퍽 독특한 미감을 안겨 준다. ‘청주 행성’의 시간대로라면, 불과 두어 시간 전에 철당간 앞을 오갔을 숱한 옛사람들의 모습도 어른대는 듯하다. 철당간에서 성안길을 건너면 중앙공원이다. 중앙공원은 서울의 탑골공원과 비슷하다. 어르신들이 많다. 수령이 1000년을 헤아린다는 은행나무 ‘압각수’, 병마절도사영문 등의 볼거리가 있다. 망선루는 청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다. ‘라떼시절’ 이야기가 고려 공민왕(1361) 때까지 거슬러 오른다. 물론 역사가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는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쳐 복원됐다. 중앙공원에서 성안길로 나서는 좁은 골목엔 이름난 맛집들이 몰려 있다. 요즘 인기를 끄는 ‘고추만두’부터 쫄쫄호떡, 떡볶이, 메밀국수 등 다양한 먹거리들과 만날 수 있다. 특히 공원당의 메밀국수는 청주의 노스탤지어 먹거리라 부를 만하다. 예전 청주에선 빵집에서 분식도 함께 팔았다. 어쩌면 분식집에서 빵을 팔았다는 것이 더 정확할 수도 있겠다. 라면, 즉석 떡볶이 등이 주메뉴이면서 고로케, 팥빵 등을 함께 파는 집도 적지 않았다. 공원당 메밀국수는 당시의 흐릿한 흔적이다. 서문다리 인근의 서문우동도 비슷하다. 우동 맛집으로 인기를 끌면서는 원래 상호에서 ‘제과’를 떼고 아예 ‘우동’으로 갈아탔다. 성안길에서 그리 멀지 않다. 성안길은 청주 도심의 번화가다. 옛 이름은 ‘본정통’이다. 일제강점기에 어느 도시, 어느 중심가에나 있었던 ‘혼마치’와 같은 말이다. ‘본정통’이 ‘성안길’로 바뀐 건 1994년이다. 바뀐 이름이 정착되기까지의 시간을 고려하면, 여전히 청주 시민 상당수가 ‘본정통’이란 이름에 더 익숙하지 싶다. 성안길은 자박자박 걷는 재미가 있다. 오래된 건물과 말끔한 건물이 뒤섞여 있다. 한데 희한하기도 하지. 오래된 건물도 그리 낡아 보이지 않고, 최신 건물도 그리 새로워 보이지 않는다. ‘청주 행성’이라 그렇지 싶다. 성안길 건너편은 중앙동이다. 전설적인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목욕탕인 ‘학천탕’을 카페로 바꾼 ‘목간’(목욕의 사투리), 옛 중앙극장 자리에 들어선 청소년 광장 등이 명물이다. 옛 청주역을 철길과 함께 전시관으로 꾸민 ‘청주역사(驛舍)전시관’은 셀피 찍으려는 ‘청춘’들이 많이 찾는다. 청주의 간선도로는 T자 형태다. 사통팔달인 여느 지역과 다르다. 간선도로의 교차점에 상당공원이 있다. 아무도, 여전히 아무도 찾지 않는 공원이다. 그래도 쉬기는 딱 좋다. 1970년대의 권위주의적이고 계몽적인 기념물들 사이에서 쉬다 보면 입으로 실소 한 모금이 절로 새어 나온다. 상당공원 주변으로도 볼거리들이 많다. 우선 현 충북도청 본관이 등록문화재(55호)다. 충북문화관(등록문화재 353호)도 둘러볼 만하다. 일본 강점기 때 지어진 이후 충북 도지사 관사로 쓰이다 2010년 전시시설로 바뀌었다. 지역 작가들의 미술, 조각, 사진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충북문화관 바로 위의 청주향교는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일품이다. 어디서도 보기 어려운 노거수 몇 그루가 대성전을 호위하고 있다. 인근의 성공회 성당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셀피 사진의 명소로 발돋움하는 중이다. 한옥 지붕에 아치형 창문 등 서구 건축 양식이 가미됐다.옛 연초제조창은 몇 안 되는 청주의 ‘핫플’ 중에서 첫손 꼽을 만한 곳이다. 해방 직후인 1946년 세워진 연초제조창은 국내 최대 담배공장이었다. 거대한 건물 안에서 3000여명의 직원이 연간 100억 개비의 담배를 생산해 국내외로 공급했다고 한다. 2004년 문을 닫은 연초제조창은 아파트 단지로 개발될 뻔하다가 2018년 도시 재생사업을 통해 복합문화시설로 화려하게 다시 태어났다.옛 연초제조창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뉜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문화제조창C, 그리고 동부창고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전시 기능보다 수장과 복원에 무게를 둔 국내 최초의 수장형 미술관이다. 개방형 수장고 등 다양한 전시 공간을 갖췄다. 코로나19로 휴관하다 7일부터 다시 문을 열었다.미술관 외부에도 예술의 향기가 가득하다. 벽에 걸린 거대한 인쇄물은 권민호 작가의 연작 ‘회색 숨’의 하나다. 미술관 앱을 내려받아 벽에 비추면 휴대전화 화면에 SF영화의 미래도시를 연상시키는 증강현실(AR) 콘텐츠가 펼쳐진다. 제조창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1960~1970년대 모습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는데, 볼수록 신기한 콘텐츠다. 한석현 작가의 설치미술작품 ‘다시, 나무 프로젝트’도 있다. 연초제조창 터에서 고사한 목련을 소재로 제작했다. 잔디광장 끝엔 담뱃갑을 모티브로 세운 ‘게이트 센터’가 있다. 원래 안내소 용도로 세운 구조물인데, 청주시와 미술관 어느 곳도 애정을 두지 않는 눈치여서 더 호기심을 자극한다.미술관 옆은 문화제조창C다. 청주 공예비엔날레 전시관, 도서관, 카페, 쇼핑몰 등이 들어찼다. 8일부터 새달 17일까지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온·오프라인으로 열린다. 32개국 309명의 작가가 참여해 1192점의 작품을 선보인다.동부창고는 1960년대 지은 7개 동의 담뱃잎 저장창고 가운데 일부를 재활용한 공간이다. 코로나로 활기를 잃은 모습이지만, 동부창고 8경 등 인증샷 명소를 찾는 발걸음은 꾸준하다. 미술관 바로 뒤에 있다.국립현대미술관에서 도로를 건너면 천주교 내덕동주교좌성당이 나온다. 정진석 추기경(1931~2021)이 무려 28년이나 머물렀다는 성당이다. 주교좌성당 역시 동서양의 건축 양식이 절충된 형태다. 엄격한 건축 양식을 따르는 유럽 선교회에 견줘 비교적 개방적인 미국 메리놀회에서 세웠기 때문이다. 가장 독특한 건 종탑이 측면에 위치한 것이다. 대부분의 보수적인 성당들이 건물 중심에 종탑을 둔 것과 다르다. 성당은 야트막한 언덕에 터를 잡았다. 적요한 성당에서 도심을 굽어보는 맛이 각별하다. 반면 눈엣가시 같은 건축물도 있다. 골프연습장이다. 키 낮은 문화시설이나 공원 정도가 들어서면 좋을 공간을 고래 등뼈 같은 골프연습장이 꿰차고 있다. 이 구조물 하나로 공간과 공간의 연계성이 완벽히 차단되고, 문화와 예술의 향기로 충만했던 기분도 덩달아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다. 옛 연초제조창에서 안덕벌을 거슬러 오르면 청주대 예술대다. 여기서 조붓한 산길을 따라가면 벽화로 유명한 수암골과 만난다. 이제 도심을 벗어나 대청호로 간다. 늘 맑은 바람 일렁이는 곳. 청주 쪽 대청호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경관은 문의문화재단지다.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에서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꼽은 곳이다. 대청댐 건설로 수몰될 뻔했던 주변 지역의 옛 건축물 등을 옮겨와 너른 공원으로 조성했다. 대청호가 굽어보이는 산자락 중턱에 자리해 시원한 풍경이 일품이다.
  • 세월이 머무는 사이 예술이 터 잡다

    세월이 머무는 사이 예술이 터 잡다

    시간이 자라처럼 느리게 가는 도시가 있다. 충북 청주다. 이 도시에선 시간이 왜곡돼 흐르는 듯하다. 영화 ‘인터스텔라’ 속 밀러 행성처럼 말이다. 이 행성에선 1시간이 지구의 7년과 같다지. 어쩌면 이 도시에서 불과 몇 시간을 보냈는데도, 도시 밖에서는 벌써 수십년의 시간이 아주 바삐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청주는 다른 지역들과 달리 ‘원도심’이라 할 만한 곳이 많지 않다. 하긴 시간이 더디게 흐르니 옛것이 그리 낡아 보일 리도 없을 터다. 한데 도드라진 여행지는 없어도 다녀온 이들마다 편안하고 좋은 곳이라며 엄지손가락을 곧추세우는 곳이 청주이기도 하다. 이제 전하려는 건 그 무색무취의 도시 안쪽에서 길어 올린 풍경들의 이야기다.무서움은 종종 낯섦에서 시작된다. 어딘가 다른 모습, 익숙하지 않은 형태와 마주할 때 본능적으로 경계가 시작된다. ‘탑동양관’의 건물들을 마주할 때 느낌이 딱 그랬다. 우리 전통 기와를 올린 적벽돌의 서양풍 건물은 대낮인데도 어딘가 기이한 느낌을 안겼다. 저 단단한 적벽돌집 지하실 어디선가 프랑켄슈타인이 만들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뭐, 그만큼 이질적이고 독특했다는 뜻이다. 과장은 좀 보탰지만. 탑동양관은 ‘탑동에 있는 서양식 건물’이란 뜻이다. 일제강점기인 1911년부터 1932년(시초에 대한 기록이 저마다 달라 청주 역사 책자를 기준으로 삼았다)까지 세워진 여섯 채의 건물이 탑동 언덕에 일렬로 늘어서 있다. 국내 어디서도 이런 형태의 경관은 마주한 기억이 없는 듯하다. 건물을 지은 이들은 미국의 북장로교 선교사들이다. 한국명 ‘민노아’(프레드릭 S 밀러) 등이 청주 외곽의 구릉지대에 정착하면서 숙소와 병원 등으로 쓰기 위해 지었다. 당시 듣도 보도 못했던 유리, 스팀 보일러, 수세식 변기 등의 건축 재료들이 건물 신축에 쓰였다. 탑동양관을 비롯한 선교촌의 당시 면적은 얼추 5만평에 달했다고 한다. 건물은 저마다 개성이 있다. 전통과 양식이 혼재된 건축물이란 공통점만 제외하면, 입구부터 처마까지 다 다르다. 건물은 할리우드 ‘로코’ 영화의 배경으로 쓰일 법한 몸체에 전통 기와가 얹혀진 형태다. 팔작이나 우진각 등의 한옥 지붕이 경계면에 약간의 변형만 준 것과 달리, 이 양관들은 지붕 가운데 기와를 여러 개의 처마처럼 겹쳐 놓거나, 세우는 등 다양하게 멋을 냈다. 청주 사람들조차 탑동양관을 모르는 이가 태반이다. 여학교 안에 있어서다. 졸업생 등 일부 외엔 탑동양관의 존재 자체를 몰랐을 것이고, 설령 알았다 해도 겁 없이 여학교 교정을 드나들 이는 아마 없었지 싶다. 탑동양관을 둘러싼 일신여중·고교 역시 선교를 위해 세운 ‘미션스쿨’이다. 다만 연혁은 탑동양관보다 짧다. 탑동양관은 모두 6개동이다. 이 가운데 후문 밖의 1호 양관은 개인에게 팔렸고, 2호는 충북노회 등의 사무실로 쓰이고 있다. ‘덕혜옹주’ 등의 영화와 드라마 등이 양관 2호에서 촬영됐다. 학교 안에 있는 건 3호~6호다. 1호를 제외하면 모두 돌아볼 수 있다. 주변 건물에 올라가 보면 탑동양관이 처한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파트를 앞세운 도시화 물결은 이미 학교 담장 옆까지 밀려들었다.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는 개발 욕망의 틈바구니에 낡은 문화재가 옹색하게 낀 모양새다. 일신여중·고처럼 ‘미션스쿨’이었던 인근의 세광중·고교는 진작에 도시 외곽으로 밀려났다. 다행히 옛 건물은 학생들 사이에서 아직 숨을 쉬고 있다. 교목실, 다도실, 상담실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여학교 교정에 있다 보니 잘못 얼쩡댔다간 ‘경을 칠’ 수 있다. 등하교 전이나 주말 등 여학생들이 교내에 없는 동안에 학교 측의 양해를 얻어 들여다봐야 한다. 모든 게 느린 청주지만 빛의 속도로 사라진 것도 있다. 영화관이다. 서울에선 전통의 영화관 폐관 소식이 최근에야 관심을 끌었지만, 청주에선 이미 수십년 전에 벌어진 일이다. 복합상영관의 출현 때문은 아니었다. 공룡 멸종처럼 원인 불명인 채 한순간에 사라졌다. 청주엔 영화관이 많았다. 예나 지금이나 중소도시 수준을 겨우 넘는 곳치고는 꽤 많은 편이었다. 청주대 앞 청도극장, ‘2편 동시상영의 명가’ 자유극장, 싹 밀어져 ‘청소년 광장’이 된 중앙극장 등에 갈 곳 없는 청춘들이 들끓었다. 지금도 근근이 ‘핫플’의 지위를 이어 가는 시내 철당간 주변에도 영화관이 두 곳이나 있었다. 철당간 바로 앞은 청주극장, 그 옆은 현대극장이었다. 지금은 서점과 유명 백화점이 각각 들어섰다. 고려 시대 구조물인 철당간(국보 41호)과 최신식 건물이 ‘따로 또 같이’ 어울린 모습이 퍽 독특한 미감을 안겨 준다. ‘청주 행성’의 시간대로라면, 불과 두어 시간 전에 철당간 앞을 오갔을 숱한 옛사람들의 모습도 어른대는 듯하다. 철당간에서 성안길을 건너면 중앙공원이다. 중앙공원은 서울의 탑골공원과 비슷하다. 어르신들이 많다. 수령이 1000년을 헤아린다는 은행나무 ‘압각수’, 병마절도사영문 등의 볼거리가 있다. 망선루는 청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다. ‘라떼시절’ 이야기가 고려 공민왕(1361) 때까지 거슬러 오른다. 물론 역사가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는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쳐 복원됐다. 중앙공원에서 성안길로 나서는 좁은 골목엔 이름난 맛집들이 몰려 있다. 요즘 인기를 끄는 ‘고추만두’부터 쫄쫄호떡, 떡볶이, 메밀국수 등 다양한 먹거리들과 만날 수 있다. 특히 공원당의 메밀국수는 청주의 노스탤지어 먹거리라 부를 만하다. 예전 청주에선 빵집에서 분식도 함께 팔았다. 어쩌면 분식집에서 빵을 팔았다는 것이 더 정확할 수도 있겠다. 라면, 즉석 떡볶이 등이 주메뉴이면서 고로케, 팥빵 등을 함께 파는 집도 적지 않았다. 공원당 메밀국수는 당시의 흐릿한 흔적이다. 서문다리 인근의 서문우동도 비슷하다. 우동 맛집으로 인기를 끌면서는 원래 상호에서 ‘제과’를 떼고 아예 ‘우동’으로 갈아탔다. 성안길에서 그리 멀지 않다. 성안길은 청주 도심의 번화가다. 옛 이름은 ‘본정통’이다. 일제강점기에 어느 도시, 어느 중심가에나 있었던 ‘혼마치’와 같은 말이다. ‘본정통’이 ‘성안길’로 바뀐 건 1994년이다. 바뀐 이름이 정착되기까지의 시간을 고려하면, 여전히 청주 시민 상당수가 ‘본정통’이란 이름에 더 익숙하지 싶다. 성안길은 자박자박 걷는 재미가 있다. 오래된 건물과 말끔한 건물이 뒤섞여 있다. 한데 희한하기도 하지. 오래된 건물도 그리 낡아 보이지 않고, 최신 건물도 그리 새로워 보이지 않는다. ‘청주 행성’이라 그렇지 싶다. 성안길 건너편은 중앙동이다. 전설적인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목욕탕인 ‘학천탕’을 카페로 바꾼 ‘목간’(목욕의 사투리), 옛 중앙극장 자리에 들어선 청소년 광장 등이 명물이다. 옛 청주역을 철길과 함께 전시관으로 꾸민 ‘청주역사(驛舍)전시관’은 셀피 찍으려는 ‘청춘’들이 많이 찾는다. 청주의 간선도로는 T자 형태다. 사통팔달인 여느 지역과 다르다. 간선도로의 교차점에 상당공원이 있다. 아무도, 여전히 아무도 찾지 않는 공원이다. 그래도 쉬기는 딱 좋다. 1970년대의 권위주의적이고 계몽적인 기념물들 사이에서 쉬다 보면 입으로 실소 한 모금이 절로 새어 나온다. 상당공원 주변으로도 볼거리들이 많다. 우선 현 충북도청 본관이 등록문화재(55호)다. 충북문화관(등록문화재 353호)도 둘러볼 만하다. 일본 강점기 때 지어진 이후 충북 도지사 관사로 쓰이다 2010년 전시시설로 바뀌었다. 지역 작가들의 미술, 조각, 사진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충북문화관 바로 위의 청주향교는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일품이다. 어디서도 보기 어려운 노거수 몇 그루가 대성전을 호위하고 있다. 인근의 성공회 성당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셀피 사진의 명소로 발돋움하는 중이다. 한옥 지붕에 아치형 창문 등 서구 건축 양식이 가미됐다.옛 연초제조창은 몇 안 되는 청주의 ‘핫플’ 중에서 첫손 꼽을 만한 곳이다. 해방 직후인 1946년 세워진 연초제조창은 국내 최대 담배공장이었다. 거대한 건물 안에서 3000여명의 직원이 연간 100억 개비의 담배를 생산해 국내외로 공급했다고 한다. 2004년 문을 닫은 연초제조창은 아파트 단지로 개발될 뻔하다가 2018년 도시 재생사업을 통해 복합문화시설로 화려하게 다시 태어났다.옛 연초제조창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뉜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문화제조창C, 그리고 동부창고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전시 기능보다 수장과 복원에 무게를 둔 국내 최초의 수장형 미술관이다. 개방형 수장고 등 다양한 전시 공간을 갖췄다. 코로나19로 휴관하다 7일부터 다시 문을 열었다.미술관 외부에도 예술의 향기가 가득하다. 벽에 걸린 거대한 인쇄물은 권민호 작가의 연작 ‘회색 숨’의 하나다. 미술관 앱을 내려받아 벽에 비추면 휴대전화 화면에 SF영화의 미래도시를 연상시키는 증강현실(AR) 콘텐츠가 펼쳐진다. 제조창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1960~1970년대 모습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는데, 볼수록 신기한 콘텐츠다. 한석현 작가의 설치미술작품 ‘다시, 나무 프로젝트’도 있다. 연초제조창 터에서 고사한 목련을 소재로 제작했다. 잔디광장 끝엔 담뱃갑을 모티브로 세운 ‘게이트 센터’가 있다. 원래 안내소 용도로 세운 구조물인데, 청주시와 미술관 어느 곳도 애정을 두지 않는 눈치여서 더 호기심을 자극한다.미술관 옆은 문화제조창C다. 청주 공예비엔날레 전시관, 도서관, 카페, 쇼핑몰 등이 들어찼다. 8일부터 새달 17일까지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온·오프라인으로 열린다. 32개국 309명의 작가가 참여해 1192점의 작품을 선보인다.동부창고는 1960년대 지은 7개 동의 담뱃잎 저장창고 가운데 일부를 재활용한 공간이다. 코로나로 활기를 잃은 모습이지만, 동부창고 8경 등 인증샷 명소를 찾는 발걸음은 꾸준하다. 미술관 바로 뒤에 있다.국립현대미술관에서 도로를 건너면 천주교 내덕동주교좌성당이 나온다. 정진석 추기경(1931~2021)이 무려 28년이나 머물렀다는 성당이다. 주교좌성당 역시 동서양의 건축 양식이 절충된 형태다. 엄격한 건축 양식을 따르는 유럽 선교회에 견줘 비교적 개방적인 미국 메리놀회에서 세웠기 때문이다. 가장 독특한 건 종탑이 측면에 위치한 것이다. 대부분의 보수적인 성당들이 건물 중심에 종탑을 둔 것과 다르다. 성당은 야트막한 언덕에 터를 잡았다. 적요한 성당에서 도심을 굽어보는 맛이 각별하다. 반면 눈엣가시 같은 건축물도 있다. 골프연습장이다. 키 낮은 문화시설이나 공원 정도가 들어서면 좋을 공간을 고래 등뼈 같은 골프연습장이 꿰차고 있다. 이 구조물 하나로 공간과 공간의 연계성이 완벽히 차단되고, 문화와 예술의 향기로 충만했던 기분도 덩달아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다. 옛 연초제조창에서 안덕벌을 거슬러 오르면 청주대 예술대다. 여기서 조붓한 산길을 따라가면 벽화로 유명한 수암골과 만난다. 이제 도심을 벗어나 대청호로 간다. 늘 맑은 바람 일렁이는 곳. 청주 쪽 대청호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경관은 문의문화재단지다.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에서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꼽은 곳이다. 대청댐 건설로 수몰될 뻔했던 주변 지역의 옛 건축물 등을 옮겨와 너른 공원으로 조성했다. 대청호가 굽어보이는 산자락 중턱에 자리해 시원한 풍경이 일품이다.
  • 경기특사경, 통학로 주변 식자재 관리부실 업소 7곳 적발

    경기특사경, 통학로 주변 식자재 관리부실 업소 7곳 적발

    학교 통학로 주변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 재료를 조리해 파는 등 위법행위를 한 업소 7곳이 경기도에 적발됐다.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은 지난달 18∼24일 도내 학교·학원가 등 통학로 주변에 있는 어린이 기호식품 제조 및 판매업소와 햄버거·아이스크림·피자 판매 프랜차이즈 등 식품접객업소 60곳을 수사한 결과 위법 행위를 한 7곳을 적발했다고 7일 밝혔다. 주요 위반 내용은 유통기한 경과 제품 ‘폐기용’ 미표시 및 조리 목적 보관 2건, 기준·규격(보존·유통기준) 위반 3건, 식품제조업자가 아닌 자가 제조·가공한 원료 사용 1건 등이다. 한 제과점은 유통기한이 7개월 지난 호밀 가루 등 빵재료 7종을 ‘폐기용’으로 표시하지 않고 조리대에 보관했고, 다른 식당은 유통기한이 13일 지난 순두부를 보관하다 적발됐다. 한 햄버거집은 냉동 보관용 무염 야채 밥을 냉장 보관했으며,또다른 분식집은 식품제조업자가 아닌 사람이 만든 떡볶이 소스 가루로 떡볶이를 조리해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사경 관계자는 “관리 소홀에서 시작된 작은 실수는 먹거리 안전에 직결될 수 있어 영업자가 더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며 “어린이 안전을 위해 관련 불법 행위는 관련 규정에 따라 엄격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 금융위·금감원 오늘 가계부채 상견례

    금융위·금감원 오늘 가계부채 상견례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2일 비공개로 만나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비롯해 금융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 1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고 위원장과 정 원장은 2일 취임 이후 첫 만남을 갖는다. 그동안 금융위와 금감원은 키코(KIKO) 분쟁,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종합검사 부활, 금감원 독립 등 각종 현안에서 엇박자를 냈다.하지만 두 기관의 수장이 동시에 교체·임명되면서 그동안 빚었던 갈등 관계가 해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고 위원장과 정 원장은 경제관료 출신으로 행정고시 28회 동기이기도 하다. 또 최종구·은성수 전 금융위원장과 최흥식·윤석헌 전 금감원장 시절 두 기관의 갈등으로 사실상 중단됐던 ‘셔틀 미팅’도 다시 복원될 것으로 보인다. 셔틀 미팅은 두 기관 수장의 회동에 이어 고위급·실무자급이 만나는 정례 회의다. 고 위원장은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도 “임명 후 금융위원장·금감원장 정례 회동, 고위급·실무자 셔틀 미팅 등을 통해 적극 소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취임하고 나서 처음 만나는 자리라 통상적인 금융 현안에 대해 얘기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가계부채 관리 강화에 대해선 큰 의견 차이가 없어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 고 위원장은 줄곧 가계부채를 최우선 과제로 언급하면서 추가 대책 마련 등을 예고했다. 정 원장도 취임 당시 “한계기업, 자영업자의 부실 확대 가능성, 자산 가격조정 등 다양한 리스크가 일시에 몰려오는 ‘퍼펙트 스톰’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너만 보여” 뭉클한 첫사랑… “나만 들려” 시큰한 가족애

    “너만 보여” 뭉클한 첫사랑… “나만 들려” 시큰한 가족애

    무더위가 한풀 꺾인 늦여름 극장가에 잔잔한 감동을 주는 리메이크 영화 두 편이 잇달아 개봉한다. 가슴 뭉클한 첫사랑의 추억과 장애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 눈물샘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개봉하는 한톈 감독의 ‘여름날 우리’는 박보영·김영광이 출연한 로맨스 영화 ‘너의 결혼식’(2018)의 중국 리메이크작이다. 한 여학생에게 반한 17세 남학생이 이후 15년간 첫사랑에 대한 순정을 이어 가는 모습을 그렸다. 친구들과 싸우는 게 일상인 고교 수영선수 저우샤오치(쉬광한 분)는 전학생 유융츠(장뤄난 분)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두 사람 사이가 가까워졌을 무렵 돌연 유융츠가 사라진다. 방황하던 저우샤오치는 필사적으로 공부해 유융츠와 같은 대학에 입학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겪는 풍파 속에서 다시 이별의 위기에 처한다. 이야기의 흐름이 원작과 비슷하지만 두 주인공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묘사해 아련한 분위기를 더했다. 원작의 미식축구 대신 남자 주인공을 수영선수로 설정하면서 사랑을 위해 물살을 가르는 풋풋한 장면들이 여름의 청량감을 더한다. 남녀 주인공을 이어 준 분식집 떡볶이는 꼬치구이가 대신한다. 서로를 빛내는 청춘의 사랑 이야기는 풋풋한 첫사랑의 추억을 소환한다. 지난 4월 중국 개봉 이후 누적 수익 7억 8900만 위안(약 1400억원)을 올렸다. 중국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리메이크작으로는 역대 최고다.오는 31일에는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 관객상, 감독상, 앙상블상 등 4관왕을 차지한 음악영화 ‘코다’가 관객들을 만난다. 션 헤이더 감독이 연출한 ‘코다’는 농인 가정에서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10대 소녀가 노래를 좋아하게 되면서 꿈을 향해 달리는 이야기다. 미국 동부 작은 어촌 마을에 사는 루비(에밀리아 존스 분)는 짝사랑하는 마일스(퍼디아 월시 필로 분)를 따라 합창단에 가입한다. 합창단 교사는 루비의 천부적 재능을 알아보고 음대 진학을 도우려 한다. 그러나 루비는 꿈과 가족 사이에서 갈등에 빠진다. 귀가 들리지 않는 채로 어업에 종사하는 부모와 오빠의 통역을 맡아 온 자신이 없으면 가족들의 생계가 위협받아서다. 영화는 에리크 라티고 감독의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2014)가 원작이다. 원작이 프랑스 농촌을 배경으로 청각장애인 가족의 유쾌하고 발랄함을 강조했다면, ‘코다’는 다소 진지한 분위기에서 농인에게 주어진 불합리한 상황을 덤덤하게 그렸다. 청인 배우가 농인 연기를 펼친 원작과 달리 루비의 가족은 말리 매트린 등 농인 배우들이 연기해 사실감을 더했다. ‘라라랜드’, ‘물랑 루즈’ 등 다양한 음악 영화에 참여한 마리우스 드 브리스가 음악 감독을 맡아 마빈 게이, 데이비드 보위, 조니 미첼 등 전설적 팝가수들의 명곡들을 편곡했다. 농인 가족 사이에서 홀로 세상의 소리를 듣는 루비의 따뜻한 이야기는 힘들고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 늦여름 극장가 훈훈한 감성 美-中 ‘리메이크 영화’ 향연

    늦여름 극장가 훈훈한 감성 美-中 ‘리메이크 영화’ 향연

    무더위가 한풀 꺾인 늦여름 극장가에 잔잔한 감동을 주는 리메이크 영화 두 편이 잇달아 개봉한다. 가슴 뭉클한 첫사랑의 추억과 장애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 눈물샘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개봉하는 한톈 감독의 ‘여름날 우리’는 박보영·김영광이 출연한 로맨스 영화 ‘너의 결혼식’(2018)의 중국 리메이크작이다. 한 여학생에게 반한 17세 남학생이 이후 15년간 첫사랑에 대한 순정을 이어 가는 모습을 그렸다. 친구들과 싸우는 게 일상인 고교 수영선수 저우샤오치(쉬광한 분)는 전학생 유융츠(장뤄난 분)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두 사람 사이가 가까워졌을 무렵 돌연 유융츠가 사라진다. 방황하던 저우샤오치는 필사적으로 공부해 유융츠와 같은 대학에 입학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겪는 풍파 속에서 다시 이별의 위기에 처한다. 이야기의 흐름이 원작과 비슷하지만 두 주인공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묘사해 아련한 분위기를 더했다. 원작의 미식축구 대신 남자 주인공을 수영선수로 설정하면서 사랑을 위해 물살을 가르는 풋풋한 장면들이 여름의 청량감을 더한다. 남녀 주인공을 이어 준 분식집 떡볶이는 꼬치구이가 대신한다. 서로를 빛내는 청춘의 사랑 이야기는 풋풋한 첫사랑의 추억을 소환한다. 지난 4월 중국 개봉 이후 누적 수익 7억 8900만 위안(약 1400억원)을 올렸다. 중국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리메이크작으로는 역대 최고다.오는 31일에는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 관객상, 감독상, 앙상블상 등 4관왕을 차지한 음악영화 ‘코다’가 관객들을 만난다. 션 헤이더 감독이 연출한 ‘코다’는 농인 가정에서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10대 소녀가 노래를 좋아하게 되면서 꿈을 향해 달리는 이야기다. 미국 동부 작은 어촌 마을에 사는 루비(에밀리아 존스 분)는 짝사랑하는 마일스(퍼디아 월시 필로 분)를 따라 합창단에 가입한다. 합창단 교사는 루비의 천부적 재능을 알아보고 음대 진학을 도우려 한다. 그러나 루비는 꿈과 가족 사이에서 갈등에 빠진다. 귀가 들리지 않는 채로 어업에 종사하는 부모와 오빠의 통역을 맡아 온 자신이 없으면 가족들의 생계가 위협받아서다. 영화는 에리크 라티고 감독의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2014)가 원작이다. 원작이 프랑스 농촌을 배경으로 청각장애인 가족의 유쾌하고 발랄함을 강조했다면, ‘코다’는 다소 진지한 분위기에서 농인에게 주어진 불합리한 상황을 덤덤하게 그렸다. 청인 배우가 농인 연기를 펼친 원작과 달리 루비의 가족은 말리 매트린 등 농인 배우들이 연기해 사실감을 더했다. ‘라라랜드’, ‘물랑 루즈’ 등 다양한 음악 영화에 참여한 마리우스 드 브리스가 음악 감독을 맡아 마빈 게이, 데이비드 보위, 조니 미첼 등 전설적 팝가수들의 명곡들을 편곡했다. 농인 가족 사이에서 홀로 세상의 소리를 듣는 루비의 따뜻한 이야기는 힘들고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 동작, 김밥 전문점 28곳 위생 점검 완료

    동작, 김밥 전문점 28곳 위생 점검 완료

    서울 동작구가 여름철 안전한 먹거리 환경 조성에 나선다고 17일 밝혔다. 동작구는 최근 김밥 전문 음식점에서 식중독이 발생하는 등 사회적으로 식품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식품위생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배달앱에 등록된 분식 및 프랜차이즈 김밥 전문 음식점 28곳을 대상으로 점검을 실시했다. 구는 앞서 지난달 음식점·카페 운영자와 종사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 이행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구는 ▲식품위생법에 따른 원재료 관리 및 위생적 처리기준 ▲시설기준 및 개인 위생 등 ▲조리 시 마스크 착용 및 환기·소독 등 을 점검하고, 코로나19 방역수칙 준수 여부까지 확인했다. 대상 업소 중 2곳에서 김밥을 수거한 후 보건환경연구원에 살모넬라, 장출혈성대장균 등 식중독 균 검출 여부를 의뢰하여 위생 실태를 파악한다. 또 다음달 집단급식소 40여곳에 ‘식중독지수 알리미 전광판’을 설치할 예정이다. 식중독지수 알리미 전광판은 조리장 내의 온도와 습도를 감지하고 음식물 부패변질 가능성을 수치화해 관심(파랑), 주의(노랑), 경고(주황), 위험(빨강) 등 4단계로 식중독 발생지수를 나타낸다. 조리종사자가 음식물 취급 및 조리 과정에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유도해 식중독 예방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우석 보건위생과장은 “여름철에는 작은 부주의로 식중독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 해야한다”면서 “주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먹거리 환경을 위해 식품 안전과 방역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 마음까지 따뜻해진 밥 한 끼… 얘들아! 서초 착한식당으로

    마음까지 따뜻해진 밥 한 끼… 얘들아! 서초 착한식당으로

    구내 결식 아동들에게 식사 무료 나눔 음식점 8곳서 시작해 59곳까지 늘어나“전화 사전 문의 뒤에 편히 먹고 갔으면”급식카드 단가·가맹점도 전국 최고로“제대로 밥을 챙겨먹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한끼를 제공하고 싶었어요.”(우리동네 착한식당 참여자 A씨) 서울 서초구 결식 아동들에게 밥 한끼를 무료로 제공하는 ‘우리동네 착한식당’ 사업에 따뜻한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구는 저소득층 아동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착한식당’에 현재 59개 음식점이 참여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처음에는 8개 음식점에서 시작했지만 구청, 동주민센터, 외식업 중앙회 서초지회의 홍보를 통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음식점이 늘었다. 이 사업에은 구에서 별도 지원금을 주지 않는 일종의 ‘나눔 사업’이다. 이번 사업은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장기화 되자, 저소득층 아동의 영양불균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획됐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약자와의 동행’ 사업 중 하나이기도 하다.‘착한식당’의 업종은 한식, 중식, 양식, 분식, 제과점, 반찬가게, 과일음료 등 다양하다. 아동이 혼자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 같이 온 보호자의 식사도 제공하는 음식점도 있다. 결식아동들은 소지한 급식카드를 ‘착한식당’에 보여주면 음식점이 정한 메뉴에 한해 무료로 식사할 수 있다. 다만 하루당 무료 지원 인원이 정해져 있는 업소도 있기 때문에 사전 전화문의를 통해 방문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착한식당’에 참여하는 음식점 및 매장별 자세한 사항은 서초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착한식당’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음식점 사장은 “어려운 아이들을 얼마든지 도와주고 싶은데 직장인들이 몰려드는 점심시간에 오면 아이들을 더 챙겨주지 못해 혹시라도 상처를 받고 돌아갈까 걱정이 된다”며 “바쁜 시간을 피해서 와주면 더 따뜻하게 챙겨줄 수 있다”고 말했다. 구 관계자는 “결식아동들이 집과 학교 근거리에서 착한식당을 쉽게 이용하도록 참여 음식점을 계속 모집할 계획”이라며 “착한식당이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가게 디자인 개선 등 다양한 지원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구는 저소득층 아동들의 복지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급식카드 단가를 전국 최고 수준인 9000원(1식 기준)으로 올렸다. 또 올해 초 불과 379개였던 급식카드 가맹점도 5214개로 확대해 아동들이 집과 학교 근처에서 편히 식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우리동네 착한식당’ 나눔 사업에 참여한 식당 사장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면서 “앞으로도 저소득층 아이들이 건강히 자랄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함께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수장 바뀐 금감원 ‘소통·지원’ 방점… 인적·조직 쇄신 ‘변화의 바람’

    수장 바뀐 금감원 ‘소통·지원’ 방점… 인적·조직 쇄신 ‘변화의 바람’

    정은보 원장, 임원 14명에 사표 제출 요구금융시장과 소통·산업발전 수차례 강조“금융감독 본분은 규제 아닌 지원” 발언도 적발·제재→관리·감독·지원 우선순위로금융위와 갈등 해소 현안 한목소리 낼 듯금융권도 ‘시장 친화적 감독’ 기대 분위기지난 6일 취임한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소통’과 ‘지원’을 연일 강조하면서 금융감독원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정 원장은 부원장 4명과 부원장보급 10명 등 임원 14명 전원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하는 등 인적 쇄신 작업을 시작했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앞세워 금융사 제재에 집중했던 이전과는 금융감독의 방향성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정 원장은 최근 금감원 임원 모두에게 사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금감원은 통상 새로운 원장이 오면 재신임 차원에서 관행적으로 일괄 사표를 받아 왔다. 최흥식 전 원장과 윤석헌 전 원장 때도 부원장보 이상 임원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첫 민간 출신이었던 최 전 원장은 2017년 9월 취임 이후 두 달 만에 임원 전원을 교체하면서 조직 쇄신을 꾀하기도 했다. 금감원 임원 14명 중 3명이 내년 1월 임기가 만료되는 가운데 정 원장이 조만간 실시할 임원 인사는 조직 변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미 금감원 내부에서는 ‘공기가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 원장은 취임사와 임원 회의 등을 통해 금융시장과의 소통, 금융시장과 산업 발전 등을 수차례 강조했다. 정 원장은 취임사에서 “금융감독이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현장의 고충과 흐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금융감독의 본분은 규제가 아닌 지원에 있다”, “내용적 측면뿐만 아니라 절차적 측면에서도 법적 안정성과 신뢰 보호에 기초해야 한다”는 발언을 쏟아 냈다. 특히 정 원장이 “사후 제재에만 의존해서는 금융권 협력을 이끌어 내기 어렵고, 소비자 보호에도 취약해질 수 있다”고 한 것은 지금까지 금감원의 금융감독 방향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윤 전 원장 시절 금감원은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에서 금융사의 내부통제 실패 등을 근거로 강한 제재에 무게를 두면서 금융사와 갈등을 빚어 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전까지 검사, 적발, 제재 중심의 금융감독이 강조됐다면 이제 관리, 감독, 지원이 우선순위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금감원의 바뀐 기류는 하나은행의 라임·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제재심의위원회, 오는 20일 선고되는 DLF 관련 금감원 제재 취소 행정소송에 대한 대응 등에서 감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금감원이 그동안 금융위원회와 빚었던 갈등 관계를 해소하고, 각종 현안에서 한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커졌다. 윤 전 원장은 키코(KIKO) 분쟁,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종합검사 부활, 금감원 독립 등 각종 현안에서 금융위와 엇박자를 냈다. 금감원 관계자는 “관료 출신 금감원장이 온 터라 금융위와 빚었던 갈등이 해소되지 않을까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 원장과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모두 경제 관료 출신으로 행정고시 28회 동기이기도 하다. 그동안 학자 출신의 금감원장 후보자들을 반대해 온 금감원 노조도 정 원장 취임 전후로 이렇다 할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다만 윤 전 원장이 강력하게 추진했던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동력을 상실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은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정 원장이 전임자보다 시장 친화적인 감독 정책을 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취임사에서 밝힌 것처럼 지원과 감독 위주의 정책이라면 이전과는 결이 달라지지 않겠느냐”며 “두 기관이 한목소리를 낸다면 금융사 입장에서도 부담을 덜게 된다”고 말했다.
  • [사설] 이재용 가석방 심의, 재벌특혜도 불이익도 없어야

    광복절 가석방을 앞두고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가 오늘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돼 복역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여부를 결정한다. 이 부회장은 형기 상당 부분을 채워 지난달 말 가석방 심사 요건인 형기 60%를 충족했기 때문에 이번에 심사 대상에 올랐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 여부를 놓고 여론조사는 7대3으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부회장 가석방 심사 절차에 어떤 특혜도, 불이익도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 가석방 예비심의 과정부터 적지 않은 논란이 제기됐다. 법무부는 형기의 80%를 채워야 가석방 심의가 가능하도록 한 규정을 지난 3월 60%만 채워도 가능하도록 손질했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염두에 둔 기준 완화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여권과 재계 등이 주장해 온 사면이 대통령의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가석방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조율한 결과라면 이는 사법 정의와 공정에 맞지 않는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뿐만 아니라, 또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1심 재판과 프로포폴 투약 의혹 관련 재판 등 두 개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번에 가석방이 결정되면서 자칫 두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또 예비심사를 맡은 서울구치소가 ‘수사, 재판 중인 사건이 있으면 법원과 검찰 등 관련 기관의 의견을 조회·반영해야 한다’는 법무부 지침을 어겼다는 구설에 휘말린 것도 문제다. 국가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그룹이 미래에 투자할 수 있도록 가석방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재벌이라도 범죄를 저지르면 엄단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보다 앞서지만, 가석방 여부는 여론의 향배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삼성그룹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해도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하다는 헌법 정신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 법무부 차관이 위원장이 돼 9명으로 구성된 가석방심사위원회는 이 점을 명심해서 심의하고, 가석방 최종 승인권을 가진 법무부 장관은 사법 정의에 대해 숙고해 결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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