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풍속도를 보면/ 축하파티장으로 바뀐 주총
“내년에는 배당을 더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그만하면 잘 했어요.” 22일 거래소 상장기업 125곳,코스닥 등록기업 238곳 등 373곳이 동시에 치른 ‘2001년도 12월 결산 기업 정기주주총회’는 예년과는 확연히 달랐다.툭하면 빚어졌던 경영진과 주주들간의 마찰도 눈에 띄게 줄었다.예상 밖의 당기순이익으로 배당률이 높아진 안철수연구소·휴맥스 등 일부 주총에서는 주주들의 표정이 한층 밝았다.주총장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나타나던 ‘총회꾼’들이 사라진 것도 달라진 풍속도다.
[현금배당에 촉각] 매출액 254억원,당기순이익 70억원을 기록한 안철수연구소는 액면가(500원 대비) 58%(288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하기로 결의했다.누리텔레콤 50%,인지컨트롤스 40%,휴맥스·고려제강 30%씩,한전 11% 등 상당수 기업들이 10% 이상 현금배당을 주기로 했다.이보다 앞서 열렸던 주총에서도 SK텔레콤 138%,금강고려화학이 60%,일신방직 50%,신도리코 45%,삼성전자·삼성SDI 40%씩 등의 배당을 실시키로 했었다.
[적자기업은 한숨] 매출액 2조 2118억원,순손실 274억원을기록한 아시아나항공은 무배당을 결의했다.한글과컴퓨터는 400억원 이상 순손실을 묻는 주주들의 질문에 “올해는 흑자전환을 목표로 영업이익을 100억원 이상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LG산전은 “내실경영을 통해 흑자로 돌아서겠다.”고 밝힌 뒤 최근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분식회계혐의로 제재를 받은 데 대해 사과했다.
[눈길끄는 주총 새 풍속도] 주총 소요시간이 평균 3∼4시간으로 줄어들었다.예년의 경우 평균 7∼8시간이 걸렸다.삼성전자 등 일부 기업의 경우 주총때마다 참여연대와 마찰을 빚었으나 이번에는 없었다.참여연대가 정책대결로 방향을 선회했기 때문이다.툭하면 벌어졌던 표대결도 올해는 대부분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됐다.다만 이날 국민은행 주총에서는 금융감독원 간부의 감사선임 문제를 놓고 소액주주들이 “낙하산 인사가 아니냐.”며 강력히 반발,2시간 동안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다.주총에 참석했던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장사를 잘한 덕분인지 모두 밝은 표정으로 주총을 마쳤다.”면서 “특히 기업들이 영업보고를 기업설명회(IR)식으로 전환한 곳도 적지 않아 달라진 주총문화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남은 과제] 배당금이 액면가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실제배당금과 괴리가 적지 않다.SK텔레콤과 삼성전자의 경우 액면가 대비 배당률은 60%,40%였지만 시가기준으로 하면 0.28%,0.78%에 불과하다.
주총개최 시기도 문제다.통상 2월중순부터 주총을 개최할수 있는데도 불구하고,3월 중순 이후로 집중된 것은 투자자의 관심을 분산시킬 우려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주병철기자 bc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