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우선협상자 선정 연기 안팎
대우건설 인수합병(M&A)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무기한 연기된 속사정은 무엇일까. 캠코는 충분한 심의를 위해 일정을 연기한다고 밝혔지만 업계는 오히려 캠코의 평가기준, 입찰자격, 일정 등이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일이 꼬였다고 지적한다.
●무기 연기 속사정 따로 있나
캠코 관계자는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시간을 충분히 갖고 심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뤄 일정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매각소위 위원들 모두 두 시간 만에 국민적 관심사인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하는 것은 무리라며 재논의를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발표를 늦춘 속사정은 특정 기업 밀어주기, 눈덩이처럼 불어난 인수가격, 인수 기업의 동반부실 우려 등에 따른 부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LG카드, 외환은행 등 진행 중인 M&A 과정이 각종 잡음에 시달리는 것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대우건설 매각에 대한 의혹과 우려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마당에 섣불리 처리했다가 자칫 구설수에 오를 수도 있다는 부담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크게 뒤바뀌지 않을 전망이다.M&A 관계자는 “인수 후보들이 제시한 입찰가가 언론을 통해 흘러나갔고, 최고가 입찰자에게 주지 않을 특별한 이유도 없는 만큼 결과가 뒤집히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흑색 선전, 특혜 의혹, 노조 반발 등 대우건설 인수전이 진흙탕 싸움으로 과열된 데 따른 잡음 해소 시간을 벌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매각 과정 오락가락, 캠코 탓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일정이 연기되는 등 매각 작업이 오락가락하는 데는 캠코의 어설픈 매각 처리 능력을 꼽을 수 있다. 대형 기업의 인수합병을 추진하면서 캠코가 일을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 6개월간 일어났던 각종 잡음은 캠코가 매각 원칙과 기준을 여러 차례 바꾸면서 시작됐다. 이 때문에 캠코는 부실자산 매각 과정이 ‘부실’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원칙이 왔다갔다하는 바람에 M&A 경쟁이 과열로 치달았고, 인수 희망 가격이 턱없이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매각 과정에서 인수 자격을 바꾼 것도 특정 기업을 밀어주기 위한 특혜라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했다. 처음부터 완벽한 기준과 자격을 만든 다음 M&A를 추진했더라면 이런 구설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캠코는 대우건설 매각을 진행하면서 ▲당초 ‘50%+1주’만 매각한다고 했다가 72.1%의 주식을 전량 매각할 수 있다고 말을 바꿨고 ▲분식회계 등 기업 도덕성 여부에 따른 감점제를 중간에 추진했으며 ▲500억원 이상의 M&A 경력 등을 최종 입찰 평가 기준으로 반영시켰다. 인수해야 할 주식 수를 늘렸고 마이너스 요인을 상쇄시키기 위한 경쟁을 부추긴 탓에 6조 6000억원이란 천문학적인 인수가격이 나왔다는 것이다.
●“모든 기업 M&A과정 투명하게 해야”
이참에 모든 기업의 M&A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환은행 매각은 검찰 수사로 치닫고 있으며, 산업은행이 주도한 LG카드 M&A도 공개매수와 관련한 법률적 검토를 생략해 일정이 연기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앞서 한국까르푸 인수전에서는 매각주체인 까르푸가 인수 후보 업체 전원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해 매매가 올리기 시도에 나섰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국내 대형 M&A가 줄줄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매각 원칙을 정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과당 경쟁을 방지하지 않을 경우 애써 회복시킨 우량 기업 매각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