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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부세 일부 위헌] 퇴장 멀지않은 종부세

    [종부세 일부 위헌] 퇴장 멀지않은 종부세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2003년 2월 출범 초부터 부동산 보유세를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했다. 당시는 김대중 정부 때 지속된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전국 집값이 폭발적으로 뛰던 시기였다. 보유세 강화는 분배정의의 실현이라는 참여정부의 철학과도 맞아떨어졌지만 당장은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논리가 크게 반영됐다. 2003년 5월 참여정부는 주택가격 안정대책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과다보유자 5만∼10만명에 대해 재산 보유액에 따라 세 부담이 누진적으로 늘어나도록 부동산세제를 개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석달 뒤 ‘종합부동산세’라는 새로운 세금이 등장했다. 9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 2005년부터 별도의 세금을 물린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집값 급등이 이어지면서 종부세 부과대상은 2006년부터 공시지가 6억원으로 대폭 낮아졌고, 세대별 합산을 도입해 서울 강남이나 신도시의 30평형선 아파트까지 모두 과세대상에 집어넣었다. 이 때부터 ‘세금폭탄론’이 힘을 얻으면서 아파트 단지에 종부세 납부거부 플래카드가 내걸리고 소송 등 종부세에 대한 조세저항도 심해졌다. 그러나 올초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은 “올 하반기에 개편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해 종부세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는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반영돼 올해 종부세 과표적용률을 작년 수준인 80%로 동결하겠다는 방침에 이어 지난 9월23일에는 ▲과표기준 9억원 상향 ▲세율 인하 등 방안이 발표됐다. 정부는 동시에 이명박 정부 임기 내에 종부세를 폐지해 재산세에 흡수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13일 나온 헌재의 일부 위헌 결정은 종부세의 퇴장이 멀지 않았음을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여야 대정부질문 충돌

    여야 대정부질문 충돌

    18대 정기국회 첫 대정부질의를 벌인 3일 여야는 정치분야에서 팽팽한 ‘단상 대결’을 펼쳤다. 첫날인 만큼 여야는 저격수 포진에 각별한 관심을 쏟은 흔적이 역력했다. 전문성과 돌파력 있는 의원을 앞세워 기선잡기에 신경썼다. 대정부 질의를 통해 하반기 정국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쌀 직불금’ 문제와 ‘봉하궁’ 논란을 거론하며 참여정부 때리기에 나섰다. 반면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야권은 집권 초기 이명박 정부의 실정과 야당에 대한 편파수사 의혹을 제기하는 데 집중했다. 한나라당 조진형 의원은 “직불금 부당수령 사태는 졸속적인 제도시행과 문제를 은폐하기에 급급해 제도개선이 늦어진 ‘참여정부 실정의 백미’”라고 주장했다. 이은재 의원은 참여정부 당시 김해시가 특별교부세 400억원을 수혜한 사례를 들며 ‘봉하궁’ 논란에 불을 지폈다.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봉하역’ 설치,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김해에 골프장을 조성한 것 등을 ‘봉하궁’ 논란의 실례로 제시했다. 민주당은 최고위원이자 3선의 송영길 의원이 선발대로 출격했다. 송 의원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와 같은 당 김민석 최고위원에 대한 검찰수사 문제를 짚었다. 송 의원은 “한국이 한·미FTA를 먼저 비준하면 미국도 우리를 존중할 것이라는 논리는 국제사회의 냉정함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민석 최고위원에 대한 수사와 관련,“유학 중인 한나라당 이재오 전 의원의 한 달 생활비가 최소한 8000∼1만달러 정도 들 텐데, 만약 생활비를 누가 빌려줬다면 역시 정치자금법 위반이 되는 것이냐.”며 편파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당 안팎으로부터 ‘주포’로 공인받은 박영선 의원은 현 정권의 경제 실정을 매섭게 다그쳤다. 박 의원은 “경제를 살리겠다던 이명박 정부가 지난 10개월간 무엇을 했는가.”라고 포문을 연 뒤 “부가세를 인하하고 내수를 살리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인재를 두루 영입하는 거국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은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방침을 몰아세웠다. 이 의원은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은 사전영향평가도 안 한 졸속조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한승수 국무총리가 “이 정책은 재정을 지방에 분배해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하자, 이 의원은 “지방 사람들이 푸들이냐, 거지냐. 수도권에서 떨어지는 것이나 먹으라는 게 통합정치냐.”며 맹비난했다. 구혜영 구동회기자 koohy@seoul.co.kr
  • [열린세상] 쌀 직불금과 예산정책/현진권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열린세상] 쌀 직불금과 예산정책/현진권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쌀직불금이 부당하게 집행되어 국회 차원에서 국정조사까지 실시한다. 쌀 직불금은 국민의 세금이므로, 제도의 문제점과 수혜 대상들의 불법 여부를 정확하게 가려야 한다. 그러나 국민 세금이 낭비되는 곳이 쌀 직불금 하나뿐이겠는가. 좀더 넓은 시각에서 쌀 직불금과 같이 특정 계층에 대한 보조금 성격의 예산을 제대로 배정할 필요가 있다. 보조금 예산은 정치적으로 인기 높은 지출 영역이다. 주로 경제적 약자나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을 대상으로 지급되므로 이 영역에 예산을 많이 배정할수록 정치적 지지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보조금 성격의 예산은 속성상 정확하게 집행하기가 어렵다. 즉 수혜자의 자격 요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행정 일선에서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수혜자의 자격 요건이 어려워서가 아니다. 자격이 되지 않는 많은 잠재적 수혜자가 제도에 명시된 자격 요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그들의 행동과 정보를 충분히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보조금 정책은 수혜자의 개인 정보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데, 정부는 수혜자에 대한 정보를 본인들보다 적게 가지고 있으므로, 정보의 비대칭 문제로 인해 부당한 수급 체계를 본질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소득보조적 정부지출은 정치권에서 좋아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면서, 이들 정책은 본질상 부당 집행의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들 분야의 예산이 증액될수록 낭비적 지출 규모도 증가하게 된다. 내년 예산배분 중에서 가장 높은 지출 영역으로 보건복지가 26.3%를 차지하고, 다음으로 일반공공행정 17.9%, 교육 13.9%, 국방 10.3%,SOC 투자 7.6% 순서이다. 복지지출은 성격상 특정 계층에 대한 보조금 성격이 강하다. 보조금 성격의 지출은 정치적인 지지도를 높일 수 있는 영역이므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대부분의 민주국가에서 팽창하는 추세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 정부의 철학이 분배와 복지에 정책적 가중치를 두었으므로, 광복 이래로 가장 높은 증가율의 예산 정책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본질적으로 낭비적 가능성이 높은 보조금 정책인 농어촌, 저소득층, 중소기업 등에 이전되는 지출은 행정망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필연적으로 낭비할 수밖에 없다. 현안이 되었던 쌀 보조금뿐 아니라 복지라는 이름으로 지출되는 많은 제도가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난 정부 동안 복지 지출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폭 증가한 지출 구조의 낭비적 요소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 보조금 지출에 대한 평가가 충분히 이루어져 낭비적 지출을 없애는 것이 예산 규모를 산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예산을 보는 우리의 시각은 특정 부문의 예산 규모가 전년도에 비해 얼마나 증가했는가에 쏠려 있다. 해당 부문의 지출규모가 집행상 낭비적 요소를 가질 개연성 차이를 예산 배정의 기초 자료로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없이 단순한 예산 증가는 문제의 본질에 대한 해결없이 정치적 쇼에 그칠 뿐 국민의 세금만 낭비하게 된다. 소득보조적 지출은 다른 지출 영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낭비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높기 때문에 이들 예산은 증가 폭과 함께 낭비 개연성 검토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낭비 가능성이 높을 경우 구조 개혁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진 뒤 예산이 배정되어야 한다. 지난해 예산 심의 때 이들 직불금에 대한 예산은 서로 증액하지 못해 안달이었지, 여야가 별다른 이견없이 통과시켰을 것이다. 내년 예산부터는 보조금 성격의 예산 배분에 대해서는 전년 대비 증가율을 앞세워 정치적 게임을 하지 말고, 제도 집행상 부당 수령 문제에 대한 검토와 함께 선(先)개혁과 후(後)예산 배정 원칙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진권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 [HAPPY KOREA] 日의 ‘지역만들기’ 재정은 어떻게

    [HAPPY KOREA] 日의 ‘지역만들기’ 재정은 어떻게

    “쇠퇴하는 농촌마을을 되살리려면 재정 지원과 주민 참여, 공정한 평가시스템 등이 ‘삼위일체’를 이뤄야 한다.” 하가이 마사미 일본 수도대학 도쿄 도시환경학부 교수는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지방이라는 의미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면서 “이는 정부 재정을 투입해야 할 이유와 대상이 없어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일본의 ‘마치즈쿠리(마을만들기)’ 전문가인 하가이 교수는 안정적인 재정 지원을 ‘제1의 덕목’으로 꼽았다. 주민 출자 등을 통해 지역발전을 일궈내는 ‘자생형’ 마을도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자금 사정이 녹록지 않다는 게 이유다. 특히 지방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효율적인 재원분배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과감한 통·폐합도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일본 정부는 1995년 지방분권 확대조치 이후 지방재정의 위기를 막기 위해 1999년 3232개였던 지자체 수를 올해에는 절반 수준인 1700여개로 통·폐합했다. 하가이 교수는 “지방정부의 재정압박이 심해지면 공무원을 줄이고, 이는 공공서비스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지역만들기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이같은 재정위기의 극복이었으며, 지자체간 통·폐합 과정에서 특별보조금을 추가 편성하는 등 재정의 효율성을 높인 게 주요했다.”고 평가했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뒷받침돼야 할 필수 요소이다. 하가이 교수는 “일본의 지역만들기가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안정적인 재정 지원을 바탕으로 그동안 수동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주민들이 침묵을 깨고 참여와 비판 등 주체 의식을 강화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지역만들기가 즉각적인 효과를 내기 어려운 탓에 지방의회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주민들과 풀뿌리 시민단체들이 마을만들기의 주체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지역재생 과정에서 재정난이 되풀이되는 현상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민관 합동의 감시체제와 제대로 된 평가지표가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일본의 경우 50여개 분야별로 정책 목표치와 실제 달성치를 비교·평가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 있다는 것. 하가이 교수는 “주민참여형 행정평가제도를 실시해 불필요한 비용 등 낭비를 줄이는 게 가장 효과적이며, 행정 논리대로만 진행된다면 재정개혁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면서 “지방세 불균형 해소와 함께 지역만들기 관련 예산 삭감에 대한 감시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체계가 구축됐을 때 지역만들기를 통해 방치되던 지역자원이 가치를 얻고, 주민들에게도 적절한 보상이 뒤따르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가이 교수는 “농촌이 경쟁력을 잃으면 도시의 경제활력도 떨어질 수 있어 지역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차원에서 마을만들기가 진행돼야 한다.”면서 “선진국 가운데 농촌의 경쟁력이 강하지 않은 나라는 거의 없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라고 역설했다. 도쿄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진보의 미래’ 찾아 고민하는 유럽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진보의 미래’ 찾아 고민하는 유럽

    21세기 들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대부분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우파들이 주도해왔다. 그러나 최근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자본에 무한한 자유를 보장하던 미국식 신자유주의는 대대적인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진보진영은 그간에 신자유주의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돼 온 사회적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펼쳐 왔을까? 또 이러한 노력들이 우리 사회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 평등성 강화로 사회 양극화 해소 앞장 |베를린(독일) 류지영특파원|베를린시 중심지인 베를린역 인근의 녹색당 당사를 찾았을때, 그곳에선 ‘규제없는 자본주의의 결과물’인 환경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행사 준비가 한창이었다.2005년 총선에서 우파 기독교민주당에 정권을 내주며 소수정파로 다시 전락했지만 당원들의 얼굴에는 녹색당의 진보적 이념이 금융위기로 촉발된 사회불안에 대한 대안이 돼야 한다는 결연함이 묻어났다. “집권 당시 녹색당 대표였던 요시카 피셔는 2005년 총선 뒤 정계를 떠나 현재 베를린에서 녹색당의 미래와 신자유주의의 대안에 대한 강연과 저술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녹색당 대변인 옌스 알토프는 1998년부터 좌파 사회민주당과의 ‘적녹연정’(적녹은 사민당의 상징인 붉은색과 녹색당의 초록색을 의미)을 통해 녹색당을 이끌었던 요시카 피셔 전 대표의 근황을 소개했다. 그가 자신의 정치역정과 다이어트 경험을 담아 직접 쓴 ‘나는 달린다’라는 책은 한국에도 번역돼 소개된 바 있다. ●독일내 원전 폐쇄 이끈 것 가장 성과 독일 녹색당은 1970년대 유행했던 좌파 이념의 ‘신사회운동’ 세력이 모여 1980년 창당한 진보 이념의 정당이다. 중도 좌파를 지향하는 사민당보다도 급진적이다 보니 지난 20여 동안 지지율이 5% 안팎에 머물러왔다. 그러다 1998년 총선에서 7%를 득표하면서 사민당(44% 득표)과 공조해 연립내각을 구성할 수 있었다. 당시 유럽 최초로 급진 좌파 세력이 정권을 창출한 사실만으로도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8년을 이어 온 적녹연정의 ‘진보실험’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정권 초기부터 노사정뿐 아니라 실업자 연대까지 포함한 사회적 대합의로 사회적 평등성을 강화하려 했지만 경제가 발목을 잡았다. 당시 세계 경제의 호황에도 불구하고 연평균 1% 정도의 저성장에 머물다 보니 대부분의 정책이 대중의 외면을 받았다. 실업률도 10%를 넘어서면서 재정적자도 심화돼 “1949년 독일연방공화국 건국 이래 최대 위기”라는 비난까지 들어야 했다. 국정에 직접 참여해 자신들의 이상을 펼치던 연정 시절이 그립지 않으냐는 질문에 피셔의 뒤를 이어 녹색당 대표를 맡고 있는 게르하르트 뷰티코퍼는 크게 웃었다. 첫번째 진보적 실험이 실패했다고 이것이 진보의 한계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였다. 앞으로 녹색당이 정권을 재창출하는 때가 오면 지금의 경험이 독일 사회에서 정치적·사회적 불평등을 줄여나가는 데 실질적 노하우가 될 것이라는 자신감의 발로이기도 했다. “외부의 평가와는 별개로 우리는 스스로 지난 8년간의 집권 과정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합니다. 무엇보다 비용 절감만을 최선으로 여기는 신자유주의 상황에서도 2021년까지 독일 내 모든 원전을 폐쇄하기로 한 것은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의 에너지 대외 의존도를 줄였을 뿐 아니라 다양한 대체에너지를 통해 분권과 자치의 정신도 실현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노력이 독일을 좀 더 따뜻하고 인간적인 사회로 발전시키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했다고 자부합니다.” ●사회적 불평등 줄이려는 좌파적 가치 재평가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을 중심으로 약세를 보이던 좌파 진영의 새로운 미래 찾기가 한창이다.‘탈규제’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미국식 경제이념만으로는 인류가 더 이상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유럽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진보 정치세력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복지국가 이념을 구현하는 데 좌파식 모델이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실제 영국의 경우 지난 10년간 ‘최고의 재무장관’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고든 브라운 현 총리가 저소득층에 대한 조세 정책 실패로 ‘20세기 이후 최악의 총리’로까지 불리고 있다. 프랑스 또한 2000년 당시 집권 사회당 조스팽 총리가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주 35시간 노동제를 추진했다 결국 정부의 재정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그럼에도 좌파적 이념이 최근 가치를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미국식 신자유주의 확대에 따른 사회적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 심화 방지를 위해 앞장서기 때문이다.1990년대 중반부터 영국 노동당을 중심으로 시작된 ‘제3의 길’이나 독일 사민당이 내걸었던 ‘신(新) 중도’ 노선 등은 시장경제를 인정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평등성을 강화하려는 좌파적 노력의 산물이다. 최근 대표적 진보주의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노벨상을 받은 것은 진보 이념의 유용성을 입증한다고 정치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만약 빌 게이츠가 어떤 술집에 들어가면 그 술집 고객의 평균 재산은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그렇다고 술집에 이미 앉아 있던 고객들이 실제로 더 부자가 된 것은 아닙니다.2001년 이후 (세계는) 마치 게이츠가 어떤 술집에 들어간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폴 크루그먼의 저서 ‘미래를 말하다’에서) superryu@seoul.co.kr ■ ‘경제 신자유주의’ 한국식 대안은 - “내수위주 실물경제 확대해야” “GM, 포드,GE와 같은 세계적 기업들이 제품을 생산해 돈 벌 생각은 하지 않고 한결같이 주식, 채권 투자로 자산 불릴 생각만 하고 있어요. 이런 식으로 해서 산업이 죽고 금융만 덩치가 커지니까 미국에서 실업이 늘고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이 낮아지는 겁니다. 금융산업은 부(富)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부를 재분배할 뿐입니다. 우리나라도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 생산과 고용·임금 상승을 통해 경제활성화의 활로를 찾아야 해요.” 한국의 진보세력들이 경제적 신자유주의의 한국식 대안을 찾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 진보주의 학자인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마르크스 경제학의 관점에서 미국의 금융위기와 한국경제를 비판한 뒤 내수 위주의 실물경제 확대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신자유주의 무한경쟁 체제에서는 더 이상 수출로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수출을 많이 하기 위해서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비정규직을 양산해 내고 임금을 깎을 수밖에 없거든요. 가난한 사람이 돈이 어디서 나오겠습니까. 정부가 나서서 취직도 시켜주고 실업수당도 많이 줘야 합니다. 그래야 국내 시장이 활성화되고 국내에서 물건 파는 회사가 성장하게 됩니다. 커다란 틀에서의 정책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80년대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진보정치 세력의 이른바 ‘NL-PD’ 담론의 틀이 현실의 여러 문제를 담아내기에는 협소한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통일을 중시할 것인가, 아니면 사회적 평등과 관련된 정책을 중시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은 계속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두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통일과 평등 외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경제성장, 대외개방, 사회적 소수자 등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진보정치 세력들은 이런 문제들에 좀 더 폭넓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복지제도에 감춰진 ‘모욕적 속성’

    이른바 ‘분배적 평등주의’를 구현할 것이라고 믿었던 패러다임들은 오늘날 신자유주의의 득세에 점점 더 까마득한 이름이 되고 있다. 한국만 해도 IMF사태 이후 사회정의 혹은 복지라는 이름으로 신용불량자 구제책, 노숙자 대책 등이 쏟아져 나왔지만, 어설픈 관료주의와 값싼 동정을 바탕으로 한 개입은 국민들의 고통을 근원적으로 해결해주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품위 있는 사회’(아비샤이 마갈릿 지음, 신성림 옮김, 동녘 펴냄)는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이념을 제시하고 있다. 이스라엘 출신의 철학교수인 저자(미국 프린스턴대 케넌연구소)는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간의 존엄성에 가치를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품위 있는 사회’는 사회의 각 제도들이 그 구성원들을 모욕하지 않는 사회다. 이는 ‘정의로운 사회’와 구분된다. 정의로운 사회는 기여한 바에 따라 명예의 분배가 차등적으로 이뤄지지만 품위 있는 사회는 그런 등급을 아예 매길 수 없는, 명예가 훼손되지 않는 사회다. 저자는 평등과 불평등이란 잣대로 접근한다.“모든 불평등이 다 모욕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저자는 “품위 있는 사회는 불평등도, 설사 그것들이 정의로운 사회의 관점에 부합하지 않고 관용될 수 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사람을 모욕하지 않는 한 참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불평등이 문제인 것은 그것이 ‘존중’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자비로운 사회는 품위 있는 사회가 아니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견해도 밝힌다. 저자의 논리는 일관된다. 복지제도는 겉으로는 사회의 품위를 위해 필수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대상자들을 동정과 자비의 대상으로 만들면서 열등한 존재로 격하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2000년 이언 바루마와의 공저 ‘옥시덴탈리즘’에서 서양을 바라보는 적대적이고 왜곡된 시선을 추적, 그 실체를 규명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 책에서 전개하는 ‘품위사회론’은 그런 문제의식이 종횡으로 확장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1만5000원.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지방시대] ‘주민참여 예산제’의 성공을 위하여/최진혁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

    [지방시대] ‘주민참여 예산제’의 성공을 위하여/최진혁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

    대전시가 광역자치단체에서는 처음으로 2006년 11월 기본조례를 제정하고, 각 기관이 추천한 58명의 인사를 중심으로 시민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주민참여예산제 도입을 본격화했다. 이는 그동안 시 예산 편성이 시민의 관심사임에도 불구하고 폐쇄적인 관료적 의사결정 체제에 의해 시민과 괴리돼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데 따른 것이다. 시민들은 시가 예산 편성 및 집행권을 독점, 세금으로 운영되는 예산을 어떤 데에 어떻게 쓰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대전시는 주민참여예산제를 통해 시민 참여, 예산 공개, 관리자 책임 원리를 구현하려 하고 있다. 즉, 예산운영 과정에 시민의 참여를 확대하고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그 결과에 대해 공직사회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다. 민선자치 10여년의 경험에 비춰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 인기 위주의 예산 편성에서 오는 과도한 예산 낭비나 지방재정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도 이런 지방예산의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짧은 시행 과정에서 대전시의 주민참여예산제 성과를 속단할 수 없으나 주민들의 다양하고 폭넓은 참여를 기반으로 정책 결정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었고, 시민사회와 공무원의 파트너십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거버넌스 구축과 운영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주민참여예산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갖춰야 할 내용이나 요건들을 볼 때 갈 길이 먼 것은 사실이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주민의 폭넓은 참여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 일반 시민은 예산분야의 전문지식이 부족하고 참여에 소극적일 수 있다. 생업 때문이다. 예산 과정에 참여하게 될 시민위원회가 그들의 결정으로 집행부와 의회에 대해 강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형식적으로 흐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권자인 주민들이 결정한 투자우선순위와 금액을 지방의회가 삭감하거나 조정하는 경우 양측이 자주 충돌하면 주민 대표성에 혼란을 야기할 우려도 있다. 주민예산참여제는 또 지역·집단이기주의와 인기영합주의에 의한 비효율적인 자원 배분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해 관계에 있는 주민의 예산참여는 분배의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켜 갈등을 키울 수 있는 점이 있다. 게다가 지방의회의 고유 권한인 예산심의권을 침해하고 지방의회의 소극적인 태도를 야기할 수 있다는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기존 예산 편성보다 더 많은 과정을 소화해 내야 하는 까닭에 집행부 공무원의 적극적 지원활동을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 또한 상존하고 있다. 주민참여예산제는 행정의 민주화(정치적 민주성)와 행정의 효율성(경제적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할 때 성공적일 수 있다. 정치적 민주성의 논리에 중점을 둔 예산 결정은 주민 대표성과 대응성은 높을지 모르나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동떨어질 수 있다. 반면 경제적 효율성의 논리에 매몰되다 보면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은 가능할는지 모르나 주민 대표성은 낮게 돼 결국 책임 있는 재정 운영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런 면에서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대전시의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정착하려면 시장과 집행부 간부 공무원 및 관련 공무원들의 지원이 절실하다. 제도의 필요성을 깊이 깨닫고 주민이나 시민참여예산위원회를 적극 돕는 일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지역 주민에게 예산 편성의 결정권이 주어질 때 의사결정 지연과 업무부담 가중이라는 부정적인 견해보다 예산운영의 성과가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시민들에게 다양한 참여기회를 제공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최진혁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
  • “국세 부족분 서민 전가… 촛불 들고 싶다”

    근로소득세와 종합소득세율 인상 방침을 담은 기획재정부의 ‘2009년 국세 세입예산안’에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들은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종합부동산세는 완화하면서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의 근로소득세와 종합소득세는 오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부유세’였던 종부세의 과세기준금액이 공시가격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되고, 세율도 낮아지면 개인주택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지난해 37만 9000가구에서 15만 6000가구로 59% 감소한다. 공시가격 10억원 주택의 종부세는 지난해 260만원에서 20만원으로 92.3%나 줄어든다. ●“유리지갑 털어 부동산 부자에 바치나” 하지만 봉급생활자의 근로소득세는 4.4%(평균 9만원) 오르고, 자영업자들의 종합소득세도 5.6%(평균 13만원) 오른다. 이에 대해 봉급생활자들은 고액부동산 소유자들에게 종부세 완화라는 선물을 주면서 생긴 세수 부족분을 자신들에게 충당할 것을 요구하는 격이라고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연봉 4000만원에 170여만원의 근소세를 납부했던 직장인 함모(30)씨는 “조세 원천징수가 손쉬운 월급쟁이들의 ‘유리지갑’을 털어 부동산 부자들에게 바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납세거부 촛불시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윤성의(28)씨는 “부동산 관련 세제를 완화하면 부동산 시장의 과열이 불보듯 뻔하다.”면서 “임금도 오르지 않아 집 장만의 꿈은 이미 미뤘지만 근소세까지 올리는 것은 서민들 죽으라는 말”이라고 말했다. 충무로에서 출판인쇄업을 하는 김모(42)씨는 “일하는 사람들이 세금을 덜 내고 불로소득자들이 세금을 더 내는 것이 옳지 않냐.”면서 “차라리 사업을 정리하고 부동산 시장에 뛰어드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kuru’라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감세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9억원에 가까운 집에 살면서 연봉은 1억원 이상이 돼야 한다.”며 정부의 감세정책을 꼬집었다. ●시민단체 “소득재분배 등 역행” 시민단체는 종부세 완화와 종합·근로소득세 인상에 대해 소득과 능력이 있는 납세자가 세금을 많이 내는 응능부담원칙에 어긋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김남근 변호사는 “종부세 완화로 인해 향후 3년간 2조 2000억원이 줄어들 교부세를 결국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들이 떠안는 격”이라면서 “납세자의 부담능력에 따라 세금을 걷어야 한다는 복지국가의 조세정의원칙에 역행하는 것으로 대책 없는 감세에 서민들의 짐만 무겁게 됐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윤순철 시민감시국장은 “부자 감세 부분을 서민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는 감세의 부작용을 드러냈다.”면서 “정치구호에나 쓸 수 있는 경제성장률 전망을 근거로 간접세수 증가를 가늠하는 것은 소득재분배와 양극화 완화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기고] ‘종부세 완화’ 누구를 위한 것인가/이노근 서울 노원구청장

    [기고] ‘종부세 완화’ 누구를 위한 것인가/이노근 서울 노원구청장

    “가난뱅이의 쌀독을 축내 부자들의 곳간을 채우려는 것이다.” “아니다. 징벌적 과세로 완화·폐지되어야 한다.” 최근 정부가 종부세 완화를 추진하자 이처럼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보유세 부담의 불공정성을 바로잡고, 부동산 가격의 안정 도모와 지방재정의 균형 발전을 목적으로 2005년에 도입된 종부세는 부동산 투기 광풍을 잠재우는 수단으로 정책적 효과가 컸다. 그러나 이번 종부세 완화 조치의 내용을 보면 적용 대상을 기존 6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에서 9억원 초과로 상향 조정하고 세율을 낮추겠다고 한다. 이는 부동산의 과다보유 및 부동산 투기억제의 수단, 불합리한 세제 개편 등 당초 종부세의 도입 취지에서 벗어났다. 사실상 폐지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종부세 시행 이후 ‘세금 폭탄’ 논란이 있었고,1가구 1주택의 장기 소유자와 은퇴한 고령자에게 세 부담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부동산시장 안정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점은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항간에는 종부세가 징벌적 제재로 악용되고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 종부세는 고소득자의 책임적 과세이며, 부동산 과다 보유에 대한 정책적 과세이기 때문이다. 이번 종부세 완화 발표로 부동산 투기 재연이 우려된다. 안정세로 접어든 부동산시장을 다시 부추기는 정책으로 질타를 받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물론 이번 조치가 과도한 부동산세금 규제를 풀어 정상화시키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혜택을 받는 국민은 극소수다. 수혜 가구는 총 28만 5713가구로 이 가운데 98%가 수도권에 산다. 또 이들 중 31%(8만 6398가구)가 서울 강남권이다. 이처럼 종부세 수혜가 강남3구에 집중되다 보니 서민보다 부동산 보유 부유층에 혜택을 준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 게다가 정부는 종부세를 이명박 정권 임기 내에 완전 폐기하고 재산세로 통합하는 논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줄어드는 세수를 보충하기 위해 결국 재산세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서민들에게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넘기는 꼴이다. 관련법 개정으로 종부세 완화가 현실화되면 서울 강남·북 자치구간, 수도권과 지방간의 불균형은 지속될 것이다.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도 더 심화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사실 주택시장 한파 등 부동산경기 침체의 원인은 세금 때문이 아니라 금용시장 불안과 경기 침체, 대출 규제 등 주택시장의 외부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종부세 완화가 아니라 규제를 풀어 개발 비용의 상승을 완화시켜야 한다. 건축경기 및 공급 확대로 집값 안정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투기 예방 등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자원 배분의 정의를 구현해 나가야 한다. 1주택 소유의 고령자인 60세 이상에 대한 공제 혜택이라든가 일부 불합리하게 적용받는 사람들에 대한 기술적인 미세 조정은 몰라도 종부세의 근간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조세의 목적이 재정 확보와 자원 재분배, 경기 조절 등 정책수단 기능을 갖고 있다고 볼 때 조세 정의 관점에서 이를 충족시킬 수 없는 이번 종부세 완화 조치는 마땅히 재고해야 한다. 특히 현재 취·등록세 세율을 인하한 마당에 종부세까지 완화하게 되면 지자체 세수 확보의 대안은 어떻게 찾는다는 말인가. 자칫 종부세 완화가 부자들을 위한 수혜로 비쳐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만큼 광범위한 여론수렴 과정과 논의를 통해 심사숙고한 뒤 결정하기를 바란다. 이노근 서울 노원구청장
  • [김형준 정치비평] 상생을 위한 ‘하이컨셉트’ 전략

    [김형준 정치비평] 상생을 위한 ‘하이컨셉트’ 전략

    18대 정기 국회가 여야 이념 대결의 장으로 바뀔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이 역사 교과서 개편, 금산 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종합부동산세 개편 등 ‘좌편향’ 법안과 정책 등을 바로잡겠다고 공언하면서 전방위로 확산될 것 같다. 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런 이념 대결이 재연될까. 집권 여당이 직면한 통치 위기를 이념 대결을 통해 해결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면 염려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참여 정부 시절 4대 개혁 입법 추진 과정에서 보듯이 집권 여당이 수적 우위만 믿고 이념 색채가 강한 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야당의 격렬한 저항을 받으며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 여당이 과거 정부가 겪은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통합과 융합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진보와 보수의 사고 방식은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이다. 보수는 선이고 진보는 악이라는 배타적이고 이분법적 사고로는 갈등을 확대 재생산할 뿐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성장, 효율, 자율, 경쟁과 같은 보수적 가치를 실현할 때에도 균형, 분배, 투명, 책임 등 진보적 가치를 자신의 시각에서 반드시 담아내야 한다. 대니얼 핑크는 “관점을 바꾸어 기능적인 가치 뒤에 숨어 있는 감성 가치를 창조해 내는 것”을 ‘하이컨셉트(High Concept)’라고 명명했다. 그런데 하이컨셉트는 그 이전까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어떤 무엇인가를 결합하면서 탄생한다. 이러한 하이컨셉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엉뚱하고 낯선 결합속에서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에 처한 이명박 정부도 진보 가치를 배격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보수 가치에 결합하는 자신만의 ‘하이컨셉트’를 찾아 국민을 감동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영국 보수당은 최근 ‘책임지는 기업’을 유독 강조한다. 보수도 이제 기업 규제 완화, 법인세 인하 등 ‘친 기업적인 정책’만을 지지할 것이 아니라 투명과 책임과 같은 진보 가치를 결합해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국민의 신뢰를 받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상대방의 가치와 존재를 인정하는 관용과 배려는 비생산적 이념 대결을 종식시키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다. 특히, 상대방의 정체성을 폄훼하고 훼손시키는 오만함으로는 상대방을 설득하고 포용할 수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대한민국의 역사는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굴욕의 역사”라고 했다. 이러한 부정적 역사 인식의 연장선에서 열린 우리당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거칠게 밀어붙였다. 하지만 국가안보를 최상의 정체성으로 삼고 있는 한나라당의 사생결단식 저항에 부딪혔고, 결국 상임위에 상정조차 못한 채 실패했다. 최근 통일부가 햇볕정책을 화해협력정책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만약, 그 배경에 이명박 대통령의 심중이 반영되었다면 정치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햇볕정책에 대해 “따뜻하면 옷을 벗어야 하는데 옷을 벗지는 않고 옷을 벗기려는 사람이 옷을 벗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민주당이 금과옥조로 삼고 있는 햇볕정책을 부정하는 순간 현 정부의 경제정책인 MB노믹스는 야당의 ‘반대를 위한 반대’에 직면할 것이다. 단언컨대 어설픈 이념 대결은 전직 대통령들의 정치 개입뿐만 아니라 지역 갈등을 증폭시킬 것이다.‘영남 보수, 호남 진보’로 상징되듯 우리 사회는 지역과 이념이 중첩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울신문이 건국 60주년을 맞이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5.6%가 ’진보와 보수간 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이 수치는 지난 2006년보다 15% 포인트 이상 높은 것이다. 여야는 이러한 암담한 현실을 깊이 인식해 공멸이 아닌 공생으로 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보수와 진보 모두 결코 완전하지 않으며 오로지 대화와 타협을 통해 보다 완전한 것을 향해 함께 갈 때만이 서로의 미래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
  • [옴부즈맨 칼럼] 소외층 보듬는 기사 더 많아야/변선영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 4학년

    [옴부즈맨 칼럼] 소외층 보듬는 기사 더 많아야/변선영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 4학년

    1000년이 넘게 이어져 온 민족 최대 명절 한가위가 지났다. 예년에 비해 짧은 휴일,‘9월 위기설’로 한껏 움츠러든 민심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전국 고속도로는 귀성·귀경 차량으로 꽉 막히고, 철도 예약 상황도 연휴 기간 내내 연일 매진됐다. 서울신문이 13일자에 보도한 ‘섬사람들의 귀성길 목포 여객선터미널을 가다’ 기사 역시 명절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고된 뱃길을 따라 고향을 찾아가는 귀성객에서부터 세상살이에 고달파 고향은 잠시 마음에 담아두고 장사를 하러 가는 사람까지. 그들의 이야기가 곧 우리네 명절 모습 그대로를 반영했다. 하지만 명절맞이에 드러난 겉모습, 그 이면의 보도가 아쉽다. 이제 더 이상 명절을 맞아 ‘함께 나눈다’는 의미가 쇠약해졌음은 새로울 것이 없는 보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고아원, 양로원 등 외로운 사람들을 찾는 온정의 손길이 줄고 있다는 소식은 참으로 씁쓸하다. 시간적, 심적 여유가 부족한 상황에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8월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무색하다. 힘들고 어려운 주변을 돌볼 겨를이 없는 사회다. 각 지역 지자체의 발표에 따르면, 올 추석을 앞두고 들어오는 기부금품이 작년의 절반 수준이라고 한다. 예년에 비해 기부 관련 문의전화도 거의 없다고 말한다. 사회복지 공동모금회는 “개인 기부는 거의 없고, 기업 등 단체 기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면서도 “그나마 올 추석은 기부자가 유난히 적어 지난해의 70% 수준”이라고 말했다. 복지시설의 규모에 따라 발생하는 기부의 ‘빈익빈 부익부’ 문제도 여전하다. 지자체로 들어오는 기부는 소규모 복지시설에 우선 지원되지만, 군청·구청 등에 들어오는 기부금품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재분배를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한다. 우리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사람들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지금 중국 베이징에서 국위선양 중인 제13회 장애인 올림픽(패럴림픽) 참가선수들 또한 마찬가지다. 피부로 느끼는 사람들의 관심도, 언론에 노출된 빈도 또한 지난달 24일 폐막한 베이징 비장애인 올림픽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서울신문은 개막 전부터 장애인 올림픽의 문제점을 지적한 기사(8월26일자,‘패럴림픽 D-11, 장애 넘어 또 다른 기적을’), 패럴림픽에 관한 전반적인 지식이 부족한 일반 독자들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정보전달성 기사(9월4일자,‘베이징 페럴림픽 알고 즐기자’)를 비롯해 현지에서 선수들의 활약이 담긴 스트레이트 기사, 특정 선수들의 고된 훈련의 과정과 소망이 고스란히 담긴 인터뷰 기사 등을 지면에 담아왔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선수들의 승전보를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해 다루어야 하고, 장애를 뛰어넘은 그들의 노력에 더 많은 갈채를 보내야 한다. 각 선수들이 대회에 출전하고 메달을 목에 걸기까지의 더욱 심층적인 휴먼스토리가 궁금하다. 현대 사회에서 언론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따라서 신문이 어떤 뉴스를 선택해 어떤 방식으로 구성하느냐에 따라 독자들의 생각과 판단에 분명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한다. 바로 거기에 신문사의 책임이 있다. 앞으로는 서울신문에서 소외되고, 주목받지 못한 사람들을 재조명하는 기사를 많이 접했으면 한다. 언론이 직접 나서 각계각층 사람들의 이야기를 고루 다뤄 준다면 이들 간에 소통과 이해를 충분히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다. 사회적 이슈, 시사적 논쟁, 이미 주목받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뉴스의 가치만큼이나 그 반대편에 있는 이들에 대한 균형감각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함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변선영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 4학년
  • 이석연 법제처장 “경제정책 상당수 위헌소지”

    이석연 법제처장 “경제정책 상당수 위헌소지”

    이석연 법제처장은 최근 “경제정의 차원에서 행해지는 국가의 법령과 제도, 정책 상당수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의 지나친 분배위주 사회정책과 하향평등주의적 교육정책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10일 법제처에 따르면 이 처장은 지난 3일 선진국 규제정책 기관 방문차 미국을 방문하면서 컬럼비아대 로스쿨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헌법정신과 한국법치주의 현황’이란 주제의 강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처장은 이 자리에서 “헌법은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한다는 대전제 하에, 규제와 조정은 이를 흐트러트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예외적인 조치여야 함을 명백히 하고 있다.”면서 “경제정의·경제민주화 차원에서 행해지고 있는 국가 법령과 제도, 정부 정책 등이 헌법적 한계를 벗어나 개선이 요망된다.”고 말했다. 예컨대 경제활동에 관한 통제와 규제를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뿐만 아니라 기업 창업과 경영활동 등을 육성·보호한다는 각종 법률이 개인과 기업의 경제활동에 대한 간섭의 근거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한국정부의 경제운용을 보면 예외적·보충적으로 기능해야 할 시장개입이 공익상 필요, 평등과 분배정의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됐다.”면서 “IMF 위기를 맞은 것도 정부의 지나친 개입으로 부실기업이 제때 퇴출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정치적 민주주의는 1인1표의 절대평등을 추구하지만 차별성을 바탕으로 하는 시장경제는 민주화대상이 아니다.”라며 “타고난 능력과 적성 등을 무시하고 획일적 하향 평등주의로 나가고 있는 교육정책도 반 헌법적”이라고 주장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세제개편안 확정] ‘성장’ 노린 감세 양극화 더 심화?

    1일 발표된 이명박 정부의 첫 세제 개편안의 키워드는 ‘성장’이다. 정부가 개편안의 명칭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 재도약 세제’라고 표현한 데서 잘 나타난다. 이는 지난 10년간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강화돼 온 ‘분배’ 중심 패러다임에 대한 부정이기도 하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2000년대 들어 조세 부담률이 빠르게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면서 “이는 높은 세 부담에 따른 민간 경제활동 위축이 일자리 부족을 심화시켜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완화, 상속·증여세율 인하 등을 담은 정책 묶음을 놓고 “(이전 정권의)불합리한 조세체계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우선 예상되는 부분이 감세의 형평성 논란이다. 통상 감세가 이루어지면 많은 혜택이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집중되기 마련이다.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소득세율 2%포인트 인하만 해도 그렇다. 연 2000만원 소득의 근로자(4인 가구 기준)는 2010년이 되면 낼 세금이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5만원 줄지만 1억원 연봉자는 1351만원에서 1179만원으로 172만원이 줄어든다. 비율상으로는 저소득자의 세금 감축비율이 높지만 실제 금액으로는 고소득자가 더 큰 혜택을 본다. 양도세 고가주택 기준의 6억→9억원 상향조정의 혜택도 서울 강남 등 부유층에 더 많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2007년 기준으로 29만가구(전체 주택의 4%)인 과세대상이 11만가구(1.5%)로 줄어 6억∼9억원 사이에 있는 18만가구가 세 부담에서 벗어난다. 상속·증여세 인하도 마찬가지다. 현 상속세제로도 각각 5억원씩인 일괄공제와 배우자 공제를 통해 10억원까지는 세금을 내지 않아 과세대상 자체가 상류층에 한정돼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감세가 과연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투자유발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법인세 인하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여 있다.2006년 법인세 29조 4000억원 중 매출이 5000억원을 넘는 400개 기업의 법인세가 15조원으로, 매출 상위 0.1% 기업들이 전체의 55.4%를 내고 있다. 내년까지 14조원 이상의 세수 감소를 어디서 어떻게 벌충할지에 대한 대책이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복지예산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법인세 감세의 효과가 불투명한 가운데 공연히 기업들의 세금만 깎아준다는 비판도 불가피하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투자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경기 전망이며 지금 대기업들이 돈이 없어 투자를 못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세금을 깎아준다고 해도 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굉장히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시론] 금리인상 늦었다/김태동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시론] 금리인상 늦었다/김태동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한국은행이 1년만에 기준금리를 올렸다. 혹자는 경기후퇴가 진전되고 있는 만큼, 오히려 미국처럼 금리를 인하해 소비와 투자의 둔화를 억제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실 재정정책은 확장 방향으로 가면서, 금융통화정책은 긴축 방향으로 가는 것은 일견 모순이다. 재정에서는 유류세 인하, 저소득층 소득 보전 등으로 총수요를 늘리고, 금융에선 기준금리 인상으로 총수요 축소를 꾀한다면, 온탕 냉탕으로 일관성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지적은 경기가 좋은데 물가가 오르거나, 경기가 나쁘면서 물가는 내리는 상황, 즉 총수요의 과부족이 거시경제를 좌지우지하는 통상적인 상황에서만 타당한 논리이다. 지금 한국경제는 다른 여러나라와 함께 1980년대 초 제2차 오일쇼크 후 처음으로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6%에 달할 만큼 심하고, 경제성장률은 1·4분기 이래 잠재성장률을 밑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금리인상으로 인플레 기대심리를 억제하면서, 소득 재분배 효과가 있는 재정정책을 통해,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계층의 소비를 진작시켜 내수를 증가하게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문제는 정부의 재정정책이 과연 소득 재분배효과가 있느냐이다. 예고된 대로 법인세의 최고세율을 낮춘다든가, 종부세·양도세를 완화해 부동산값을 또 오르게 한다든가 하면, 이는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켜 내수를 오히려 위축시킬 것이다. 사실 중앙은행의 입장에서는 정부의 정책과 상치 여부를 검토하면서 좌고우면할 여유가 없었다고 판단된다. 통화정책은 효과가 실제 나타나는데 6개월 내지 2년이 걸리는 만큼, 선제적으로 하는 것이 생명이다. 작년 8월 이후 중단하지 말고 꾸준히 인상해 왔다면, 인플레 기대심리가 이토록 만연하지 않았을 것이고 실제 물가도 이만큼 뛰지 않았을 것이다.3월의 정부 환율정책 실패로 환율이 10% 이상 오르고 그것이 수입물가와 국내물가를 올렸다. 경제가 제대로 되려면, 정부는 되도록 거시경제 정책에서 손을 떼고, 중앙은행이 주도적·선제적으로 해야 한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뼈저리게 교훈을 얻고, 국민은 한국은행에 물가안정의 책임을 부여하였다. 그러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통위는 지난 10년 적시에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 부족함이 있었다. 이번도 마찬가지이다. 너무 늦었고 , 너무 작은 인상폭이다. 실질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여서 과잉유동성이 걱정되며, 인상폭은 정부의 환율 장난이 초래한 피해를 메우기에 턱도 없다. 환율은 통화의 대외가치이고, 국민의 대외가치이기도 하다. 환율을 올려 국민값을 떨어뜨려 놓고 애국 운운하는 정부에 비하면 물론 한국은행에 믿음이 간다. 물가는 통화의 대내가치이고, 역시 국민의 값이기도 하다. 국민값을 대내적으로 6%, 대외적으로 10% 이상 떨어뜨린 중앙은행과 정부는 고유가와 외부환경을 탓하기에 앞서 상황판단부터 공유해야 한다. 물가안정이 장기적으로 성장을 담보하는 길이며, 수출과 내수를 균형있게 늘리려면 외환시장에 엉터리 구두개입을 하지 말아야 하며, 공정거래위의 정상화를 통해 일부 재벌의 부패와 담합을 척결함으로써 정부는 물가안정에 일부 기여할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바탕위에서 일관된 통화정책을 수행해야 우리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 수렁에서 구할 수 있다. 김태동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 [시론] 건국 60주년, 생존을 넘어 조화로/김승채 고려대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시론] 건국 60주년, 생존을 넘어 조화로/김승채 고려대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당태종은 중국정치에서 한나라 이래 500년 동안 혼란을 거듭하던 중국을 통일하고 중화문화의 기초를 닦은 걸출한 대정치가다. 태종은 ‘창업’보다는 선대의 법을 이어받아 나라를 잘 다스려 백성을 편안히 하는 ‘수문’이 더 어렵다고 하였다. 난세에 여러 군웅을 격파하여 승리를 만들어 냈으니 창업이 어렵다고 하지만, 창업 후 군주가 교만하고 방종하면 국가가 쇠잔하고 국민은 더욱 고통받기 때문에 수문이 더 어렵다고 하였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건국된 지 60년이 되었다. 우리의 전통문화에서 장수와 새 삶을 일컫는 환갑을 맞이했다. 국민주권을 보장한 근대국가 성립이라는 문명사적 의미를 갖는 대한민국이 건국된 지 60년이 된 것이다. 일제에 항거하고 연합국의 신탁통치에 반대하여,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칠흑 같은 해방공간에서 극심한 좌우의 대립을 거쳐 우리 민족은 진정한 독립과 자주를 외쳐 비록 절반이었지만 한반도 유일합법 정부인 대한민국을 건국하였다. 대한민국의 창업도 말 그대로 온갖 역경을 딛고 이룩한 것이다. 만사일생(萬死一生)으로 창업된 대한민국의 그후 60년은 생존을 위해 처절한 투쟁으로 점철되어 왔다. 동족상잔의 뼈아픈 6·25 남침에서 얼마나 많은 고귀한 생명들이 희생되었던가.10만㎢의 작고 척박한 땅덩이를 풍요와 부유의 옥토로 만들기 위하여 또 얼마나 많은 날들을 추위와 굶주림 속에 지내왔던가.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 독재정권과 군사정권에 혈투로 맞서 오지 않았던가. 강대국 중심의 냉전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빠졌던 분단의 동토를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없게 하기 위해 숱한 업신여김을 이겨내 오지 않았던가. 이 모두가 자유민주주의의 숭고한 가치를 실현하고 풍요를 보장받으며 정의와 진실만이 승리한다는 고귀한 생존의 역사를 만들기 위한 몸부림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생존을 위한 지난 60년 동안 선대들의 노력과 희생 덕분에 이제 국제사회는 대한민국을 제2차 대전 이후 신생독립국 중에서 가장 모범적인 국가, 가장 성공한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건국 60년 만에 국민소득 2만 45달러, 세계 13위의 경제대국, 가장 모범적으로 민주화를 이룩한 당당한 나라가 된 것이다. 우리는 생존이라는 절박한 문턱을 넘어서게 되었다. 그러나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다. 이제는 창업보다 어렵다는 수문과 수성에 힘써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바탕을 둔 미국적 발전모델로 불리는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를 능가하는 한국적 가치와 제도에 기초한 신생국의 발전모델, 성공사례가 될 수 있는 서울 컨센서스를 만들어야 한다. 조화를 통한 발전이 이를 실현할 수 있다. 성장과 분배의 이분법, 친북과 친미의 등식화로 변질된 진보와 보수, 그리고 자주의 이름으로 분절된 국제관계로는 안 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분명한 원칙에 입각하여 조화와 공존의 가치를 추구할 때 대한민국의 미래는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 대통령은 미래를 위한 철학과 비전을 제시하고, 국회는 올바른 민심을 결집하여 소통의 역할에 충실하며, 시민사회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표출하여야 한다. 단, 이 모든 일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후대들에게 남겨주어야 한다는 상생과 발전의 미래를 전제하여야 할 것이다. 김승채 고려대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 [데스크시각] ‘잃어버린 10년’과 ‘747’/손성진 경제부장

    [데스크시각] ‘잃어버린 10년’과 ‘747’/손성진 경제부장

    요즘 제일 궁금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심정이다.1년 전 한나라당은 ‘잃어버린 10년’을 거론하며 참여정부를 공격했었다. 당시 청와대는 근거 자료를 제시하며 반박했지만 국민들은 뺨 맞은 게으름뱅이 쳐다보듯 했다. ‘잃어버린 10년(the lost decade)’은 1990년대 일본의 장기침체 기간을 일컫는다.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수많은 기업과 은행이 도산했다. 누가 먼저 차용해서 썼는지는 모르지만 한나라당의 집권에 이 구호가 일조를 한 것은 틀림없다. 참여정부의 5년은 ‘공(功)’도 있고 ‘과(過)’도 있다. 외환위기에서 벗어나 세계 4위의 외환보유국이 된 것이나 수출 3000억달러 달성 등은 ‘공’이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의 폭등, 양극화의 심화, 청년실업 대란 등은 어쩌면 공보다 더 큰 ‘과’다. 그렇더라도 버블붕괴에서 비롯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참여정부의 경제에 빗댄 것은 분명 잘못이었다.10년 넘게 0% 성장률을 기록했던 일본과는 달리 참여정부 시기에는 비교적 안정적인 경제 펀더멘털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국민들은 참여정부에 등을 돌렸을까. 다수의 국민들은 경제가 좋다고 느끼지 못했다. 성장의 과실이 고르게 분배되지 못한 탓이다. 다수의 국민들이란 소득을 다섯 단계로 나눌 때 아래에서 위로 세단계까지, 즉 하위 60%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지난 5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731만 2000원으로 하위 20%의 86만 9000원보다 8.41배나 높았다. 참여정부 출범 당시에 7.81배였는데 계속 높아졌다. 참여정부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했어도 소득 하위 계층은 체감하지 못했다. 분배를 지향한 참여정부의 정책적인 목표도 결과적으로 실패한 셈이다. 그 원인은 부동산 가격 폭등, 땅값 급등으로 나타난 지역균형개발의 부작용 등이다. 생각은 좋았지만 방법이 틀린 것이다. 부(富)는 특정계층에 집중됐고 국민의 대다수는 그 부에서 소외됐다. 다수의 국민들은 참여정부에 등을 돌렸고 이명박(MB) 대통령을 선택했다. 사실 이들은 이념과는 무관하다. 보혁과 여야를 넘나들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관심은 이념이 아니라 가치 있는 삶이다.50%대까지 올라갔던 MB의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한 것에는 그런 배경이 있다. 그런 점에서 촛불시위를 보혁의 논리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촛불시위 참가자들은 가장 절박한 사람들이다. 실업자도 있고 노숙자도 있다. 한때 MB의 지지자였던 사람들도 섞여 있을 것이다. 이들이 촛불을 들고 나온 것은 단지 쇠고기 때문만은 아니다. 상위 계층이나 재벌을 위한 성장 일변도의 정책, 민심은 도외시한 국정 운영에 대한 반발이다. 국민들은 실망하고 후회하고 있다.‘잃어버린 10년’이 왜곡된 구호인 것처럼 ‘747(7% 성장,4만달러 국민소득, 세계 7대 선진국)’도 허황된 프로파간다임을 깨달았다. 물론 장기 발전 전략과 비전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난국에는 민생이 먼저다. 다수 국민들의 삶을 외면한 비전은 헛것이다. 구호로 국민들을 현혹했다면 책임은 더 크다. 민생은 피폐해 있다. 생각보다 심각하다. 상위 20%에게 기름값 인상쯤은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하층민들에게는 버스요금 100원 인상도 부담스럽다. 아직 시간은 있다. 지난 몇달 동안 보여준 국정의 난맥상은 실용정부의 남은 기간 동안 스스로 반면교사로 삼으면 된다. 매도 빨리 맞아야 고칠 시간을 벌 수 있다. 시위만이 능사가 아니다. 촛불도 끄고 기다려 볼 때가 됐다.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이 ‘잃어버린 5년’의 출발점이 되지 않도록. 손성진 경제부장 sonsj@seoul.co.kr
  • [대한민국 60돌 미래로 세계로] (3) 경제대국을 향해 뛴다

    [대한민국 60돌 미래로 세계로] (3) 경제대국을 향해 뛴다

    건국 60년의 경제는 한마디로 ‘한강의 기적’으로 요약된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경이적인 기록은 한국 경제의 저력 그 자체였다. 하지만 압축성장의 어두운 그림자도 있었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한국 경제는 또다른 도전을 요구받고 있다. 도전은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이다.60년간 우리 경제의 변천과 산업현장의 주역들인 기업의 눈부신 업적 등을 되돌아 보고 글로벌의 파고를 넘는 ‘60년의 미래’를 짚어본다. ■ 소비자물가·경제규모로 본 과거 60년 달걀 1개면 서울시내에서 버스를 5.5번 탈 수 있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달걀이 아주 귀했던 1948년 건국 시절의 얘기다. 당시 달걀 1개의 가격은 24.8원(圓)으로 서울 시내버스 요금 4.5원(圓)의 5.5배였다. 건국 60년을 맞은 2008년은 어떨까. 2008년에는 거꾸로 달걀을 5.5개를 모아야만 서울서 버스 한번 탈 수 있다. 달걀 한개 가격이 2008년 현재 163원, 서울시내 버스비는 900원으로 역전됐기 때문이다. 달걀은 60년 전에 비해 6572배(두 차례 화폐개혁 반영해 2008년 가격×1000)가 올랐지만, 서울시내 버스비는 달걀 상승분보다 3배 이상 더 올라 20만 배가 됐기 때문이다. 이는 서울신문이 19일 한국은행에 요청해 1948년 건국 이후 60년 간의 생필품 가격변동을 살펴본 결과다. 한은과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60년 동안 1만 1216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쇠고기 5만 2920배·쌀 1만 7943배 올라 상품별로 쇠고기(500g)는 255.8원(圓)에서 5만 2920배가 오른 1만 3537원이다. 돼지고기는 237.5원(圓)에서 8458원으로 올라 3만 5612배가 뛰었다. 쇠고기가 돼지고기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많이 오른 것이다. 한은 물가통계국은 “1945년에는 쇠고기는 15.8원인 반면 돼지고기는 21.7원으로 더 비쌌다.”면서 “일하는 소가 먹는 소로 인식이 바뀌면서 1948년부터 가격이 역전됐다.”고 설명했다. 소주는 83원에서 942원으로 1만 1349배, 밀가루는 102.1원에서 1454원으로 1만 4241배,80㎏ 쌀은 8875원에서 15만 9242원으로 1만 7943배 올랐다. 금 1g은 1401.6원에서 3만 1489원으로 2만 2466배 올랐다. 특히 광복부터 건국까지 3년간은 주요 생필품이 약 11배(1000%)가 올라, 살인적인 물가상승으로 고통받았던 서민들의 애환을 짐작할 수 있다. 주식인 쌀은 3년간 286.5원에서 8875원으로 약 31배가 상승했고, 서울시내 버스요금도 0.16원에서 4.5원으로 28배가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지수로 살펴보면 1945년부터 ‘광복 60년’간 소비자물가는 약 11만배 상승했지만,1948년부터 ‘건국 60년’은 1만 2000배로 대폭 축소된다. 이 역시 건국 직전 3년간의 인플레이션을 짐작하게 한다. ●1인당 국민소득 1만9053배로 확대 건국이후 60년간 경제규모는 1만 9053배(달러 기준으로는 746배)로 확대됐다.6·25 전쟁이 끝난 해이자 통계작성 시점인 1953년 473억원(13억달러)에 불과하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2007년에 901조 1886억원(9699억달러)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1인당 국민소득도 1953년 67달러에서 1995년 1만달러를 돌파했고,2007년에는 12년 만에 2만달러를 돌파하는 기념비적인 해가 됐다. 경제성장률은 1954년 5.6%였고 2007년에는 5.0%였다. 자동차 총보유대수는 2008년 5월 현재 1667만대로 1945년의 7326대와 비교해 2200배가 증가했다. 자동차 생산 대수는 1955년 7대에서 2007년 408만 6308대로 엄청나게 증가했다. 선박 건조량은 1만 8955대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88만원 세대’ 저자 우석훈 교수가 보는 미래 60년 지역마다 고부가가치 산업 분산 통해 4만달러 시대로 “우리나라 휴대전화가 세계 ‘넘버 원’인 것은 국내의 소비자들이 가장 깐깐하기 때문입니다. 시민과 업체가 끊임없이 함께 토론하고 대안을 찾은 결과죠. 이는 집중을 통해 ‘2만달러 시대’를 맞이했다면 다양한 목소리들의 분산을 통해 4만달러 시대로 나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모든 유행어는 시대의 조류를 품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88만원 세대’라는 표현이 유행어로 떠오른 것은 20대 비정규직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는 전직 말지 기자인 박권일씨와 함께 저서 ‘88만원 세대’를 내놓으면서 시대의 화두를 던진 경제학자다. 우 교수는 지난 60년의 한국 경제를 ‘압축성장’이라는 단어로 정리한다‘한강의 기적’이라는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일궈낼 수 있었지만 경제적인 불균형이란 부작용을 낳았다고 말한다. 이러한 사회적 불균형을 푸는 게 새로운 도약의 시작이라고 우 교수는 지적한다. 이는 유럽의 예와 같이 국가도, 시장도 아닌 ‘시민’이 경제 활동의 주역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크게 국가가 운영하는 경제와 시장 중심 경제로 구분한다면 스위스나 덴마크 등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은 협동조합 등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사회적 기업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4만달러 시대’를 맞았습니다. 자원투입형 경제는 이미 ‘과거의 유산’이라는 뜻이죠.” 배럴당 100달러가 넘는 고유가 시대에서, 개발도상국이 아닌 선진국 문턱에 와 있는 한국 경제의 수준을 감안했을 때 물량을 투입해서 이윤을 창출하는 기존의 구조는 불가능하다는 게 우 교수의 진단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우 교수는 기존의 양을 늘리는 ‘집합의 경제’가 아닌 질을 높이기 위한 ‘분산의 경제’ 체제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좋은 국민경제’의 틀을 갖추는 것은 이를 위한 필수조건이다. “분산의 경제는 구나 동 등이 실제로 한 단위가 돼 경제 활동을 펼치는 것입니다. 또한 지역 경제가 자생력을 갖기 위해서는 과학과 기술 분야에 충분한 사회적 투자가 진행돼야 하죠. 그러나 부동산 투기로 3∼4년 만에 몇 배의 이윤을 챙길 수 있는 상황에서 누가 투자하고 연구하겠습니까. 결국 독점과 투기를 줄이지 않고서는 좋은 국민경제를 만들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규모를 키워 2만달러 시대를 맞았다면 사회를 더 효율적으로 재편하고 의사소통을 활발히 진행시켜야 4만달러 시대로 갈 수 있습니다.” 우 교수는 일본의 사례를 조언한다.90년대 초부터 10년 동안의 헤이세이 공황을 겪었지만 교토 등 지역 경제는 중앙과 달리 탄탄하게 유지됐다. 그래서 다시 안정적인 성장 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역이 중심이 된 분산의 경제는 자연스레 대규모 공장 대신 경쟁력 있는 소규모 공장 체제로 재편된다. 이때의 자원은 석유가 아닌 지식과 문화다. 우 교수는 “우리는 훌륭한 전통을 물려받은 문화국가인 데다 지난 30년 동안 공업을 발전시켜 본 경험을 갖고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면서 “스위스의 시계브랜드인 스와치 등과 같이 지역에 맞는 정밀기계나 소재, 정밀화학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일으킨다면 전 국토에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성장 중시<60·70년대>→세계화·IMF체제<90년대 초·중반>→분배<2000년대 전후> 경제 패러다임 변화 ‘성장, 분배, 그리고 세계화.’ 우리나라 경제의 60년을 농축하고 있는 키워드다. 1960년대 경제 개발은 성장을 위한 정부 주도의 계획경제였다고 볼 수 있다.1·2차 경제개발5개년 계획은 경제도약의 틀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1970년대는 중화학공업과 수출 중심의 정책이 추진됐다. 지역간 균형발전을 목표로 새마을운동이 도입된 것도 이 때다. 매달 대통령의 수출확대회의 주재,10대 종합상사 설립 등 전폭적 지지로 10년간 연평균 수출증가율은 46%였다. 지난 77년에는 수출 100억달러의 위업을 달성했다. 반면 종합상사를 중심으로 한 수출지상주의는 대기업이 재벌로 성장하는 토대를 만드는 계기가 됐다. 성장이 이데올로기화되면서 정치·사회발전은 우선 순위에서 밀렸고,1·2차 석유파동과 만성적인 물가상승 등으로 ‘복부인’이란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10·26사태 직후인 1980년 경제성장률은 -2.1%,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8.7%였다. 자연스레 안정성장에 초점이 맞춰졌고, 연 평균 물가성장률을 5%의 틀로 만든 것도 이때부터였다.80년대에는 북방외교 추진, 과거 공산권 국가와의 교류 및 교역확대, 해외투자 증가 등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무리한 성장정책과 노동력 착취 등은 노사분규를 태동시키는 요인이 됐다. 1993년 등장한 문민정부는 ‘세계화’의 흐름이 경제정책을 주도했다.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했고 우리나라는 다음해인 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다. 이에 따른 외환규제 완화는 외환위기를 부르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외환위기는 경제의 전반적인 패러다임을 확 바꿨다. 전면적 구조개혁이 이어졌고 무리한 성장정책은 안정적인 성장으로, 한편으로는 ‘성장의 그늘’로 여겨진 소외계층에 대한 분배정책이 경제정책의 근간으로 자리잡았다. 국민의 정부에 이어 분배정책에 치중했던 참여정부는 2003년 경제성장률이 3.1%로 뚝 떨어지면서 저성장 논란에 휩싸였다. 동시에 성장과 분배, 그리고 세계화가 서로 맞물리면서 정책적 우선순위를 놓고 적잖은 논쟁을 불러왔다. 분배중심의 경제정책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성장과 글로벌 경제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연평균 7% 경제성장,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7대 경제강국을 의미하는 ‘747공약’도 이런 토대에서 출발하고 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섬유·가전으로 성장…반도체·車로 글로벌 기업 배출 80년대 이후 수출 효자 ‘선박’ 대표기업 수출품 변천사 1980년대의 일이다. 삼성전자는 한 식당 주인에게서 변상 요구를 받았다. 세탁기가 막혔으니 물어내라는 요구였다. 서비스팀이 출동해 조사해보니 배수관에 감자 껍질이 무수히 쌓여 있었다. 세탁기에 감자를 넣고 돌리면 껍질이 잘 벗겨진다는 경험담이 입소문을 타면서 식당 주인들이 너도나도 감자를 ‘빤’ 것이다. 처음엔 “황당한 요구”라며 실소하던 삼성전자는 그러나 결국 세탁기를 고쳐줘야 했다. 제품 설명서에 ‘빨랫감 외에는 넣지 마시오.’라는 문구를 넣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년 뒤 미국에서 애완고양이를 목욕시킨 뒤 털을 말리려고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렸다가 고양이를 잃은 할머니에게 이 전자레인지를 수출한 일본 가전업체가 수억달러를 물어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역시 ‘음식물 외에는 넣지 말라.’는 경고를 빠뜨린 탓이었다. 일련의 이 사건들은 삼성을 비롯해 앞만 보고 내달리던 국내 기업들에 ‘소비자의 권익’을 의식하게 했고, 한걸음 더 나아가 기업의 ‘사회 책임’을 고민하게 했다. ●철광석·포목·오징어로 버텼던 ‘기업 태동기’ 한국 기업의 역사는 1896년 서울 배오개 고개에 둥지를 틀고 옷감 등을 내다팔던 박승직상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늘날의 두산그룹 효시다. 구인회상점(1931년,LG 모태), 삼성상회(1938년, 삼성 모태), 현대토건사(1947년, 현대 모태), 선경직물(1953년,SK 모태) 등도 잇따라 태동했다. 하지만 근대 기업이 본격적으로 뿌리내린 것은 1950년대 중반이라는 게 대체적 견해다. 미국 달러화에 의지한 ‘원조 경제’ 시대였다. 김성수 경희대 교수는 이 시기 경제의 특징을 “돈벌이 자체에 집착한 천민형 자본주의”라고 정의했다. 주된 수출품도 가공하지 않은 원재료였다. 지식경제부 통계에 따르면 1961년 수출 1,2위 상품은 철광석(530만달러)과 중석(510만달러)이었다. 오징어(5위)와 활선어(6위)도 상위권에 포진했다. ●섬유·가발·가전 꽃피운 ‘고도성장기’ 70년대 들어 한국 경제는 질적으로 도약했다. 중공업 비중이 1975년 처음으로 경공업과 같아지더니 이내 역전했다.‘국산 1호’ 타이틀을 건 치약, 라디오, 전화기, 흑백TV, 세탁기, 자동차 등이 줄줄이 쏟아졌다. 중동 특수가 일면서 건설업도 급성장했다.70년대가 LG(당시 금성)의 시대였다면 80년대는 현대의 전성기였다. 그래도 수출 저변은 섬유·의류산업이 떠받쳤다. 1970년 섬유는 단일품목으로 무려 3억달러 이상을 수출하며 1위 품목으로 올라섰다. 그 유명한 가발(3위) 수출도 이 때 이뤄졌다. 정부 주도 ‘계획경제’의 빛과 그림자가 심화된 것도 이 무렵이다. ●반도체·자동차·선박 앞세운 ‘글로벌 성장기’ 80년대 말의 3저(低) 호황과 88서울올림픽 개최에 힘입어 정부와 기업들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민주화 바람을 타고 노사분규도 급증했지만 ‘고도성장’에 묻혔다.1995년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의 평균 매출 증가율(27.7%)과 영업이익률(11.3%)은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은 최고 기록이다. 산업구조에도 또 한차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반도체, 선박, 컴퓨터, 철강 등이 수출 주력상품으로 전면 부상했다. 반도체는 1992년 수출 1위 품목(68억달러)으로 처음 올라선 뒤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자동차도 ‘포니 신화’를 연 지 20년 만인 1995년, 연간 100만대 수출을 돌파했다. 그러나 ‘산이 높으면 골도 깊듯이’ 1997년 외환위기가 찾아왔다. 경제가 크게 휘청댔다. 재계 판도도 바뀌었다. 외환위기 직전인 97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재계 서열 1위(자산 기준)는 현대(54조원)였다. 삼성은 52조원으로 2위였다. 그로부터 11년 뒤인 올 4월, 삼성(144조원)은 현대차(74조원)와의 격차를 크게 벌리며 부동의 1위 자리를 굳혔다. 롯데가 ‘빅5’로 올라선 것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해서다. 반면, 대우, 한라, 진로, 고합, 해태 등 10개가 넘는 재벌그룹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벤처 버블 붕괴’의 고통도 뒤따랐다.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장은 “해외 현지생산 확대 등 기업들의 글로벌 경영이 본궤도에 오르고 주주 자본주의가 뿌리내린 것은 이 시기의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IT 경쟁력으로 中 추격 막아야” 미래 성장모델은 “회사가 10년,20년 후에 뭘 먹고 살아야 할지 걱정이다.”(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5년 전에는 미래를 준비할 시간으로 10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5년간을 여러분(임직원)이 그냥 까먹었다. 이대로 가면 5년 안에 망한다.”(최태원 SK그룹 회장) “해외 진출과 인수합병(M&A)에 대비해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실행역량을 강화하라.”(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미래를 걱정하는 대기업 총수들의 발언에는 한치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는 냉혹한 ‘비즈니스 정글’의 생존명제가 녹아있다. 멈추는 순간 쓰러지고마는 굴렁쇠처럼 진화의 노력을 계속하지 않는 기업은 언제건 과거의 영화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묻혀 버릴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역사가 증명한다. ●변화·혁신 없인 지속적 성장 어려워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1955년 국내 100대 기업에 들었던 곳 가운데 50년이 흐른 2005년에도 순위에 들어있는 곳(상호변경 포함)은 CJ,LG화학, 현대해상, 한진중공업, 대림산업, 한화, 한국전력 등 7개에 불과했다. 기업집단으로 따지면 64년 10대그룹 중 지금도 10대그룹인 곳은 삼성과 LG뿐이다. 변화와 혁신은 기업들이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특히 앞으로는 한국기업 고유의 성장모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따라 배울 수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많았다. 미국식이나 일본 또는 유럽식 경영모델 중 적합한 것을 선택해 따라가면 됐다. 실제로 많은 국내 기업들이 이런 벤치마킹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다르다. 김신(경희대 교수) 한국기업경영학회장은 국내기업에 특징적으로 부과된 과제를 ▲소유와 경영에서 어떠한 기업행태를 만들어 내느냐 ▲한국기업이 처한 기업지배구조를 어떠한 방식으로 선진화하느냐 ▲초일류 기업으로서 어떠한 글로벌 경영전략을 수립하느냐 ▲이제까지 세계가 보지 못했던 혁신 제품을 어떻게 개발하느냐 ▲선도기업으로서 국제가격과 기술주도권을 어떻게 획득하느냐 ▲한국형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구현하느냐로 요약했다. 김 회장은 “지금까지의 성공적인 발전상을 앞으로도 이어가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기업의 장점과 단점,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를 철저히 분석하고 여기에 한국적 특수성이라는 변수들을 집어넣어 우리만의 새로운 기업모형과 경영이론을 창출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활용도에 미래경쟁력 달려 이와 함께 많은 전문가들이 국내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요소로 첫머리에 꼽는 것이 세계의 공장 중국의 활용이다. 거의 모든 산업부문에서 중국의 맹추격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버릴 것과 살릴 것을 명확히 구분해 강점있는 분야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산업기술재단 전망에 따르면 현재 한국이 중국보다 우위에 있는 이동통신장비, 디지털TV, 냉연강판 등은 2010년 중국 우위로 역전될 것으로 보인다.MP3플레이어 등에서는 이미 2004년을 전후로 중국에 역전을 허용한 상태다.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나라들에 대한 진출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을 지칭하는 ‘브릭스(BRICs)’ 국가들을 필두로 베트남·인도네시아·터키·멕시코 등이 꼽힌다. 오일달러를 바탕으로 비상하고 있는 중동 등 산유국도 국내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반드시 승리해 쟁취해야 하는 주력시장이다. ●규모 큰 세계시장에 집중 투자 글로벌 성장 가능성이 높고 세계시장 규모가 큰 분야에 대한 집중투자도 중요하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제품·서비스와 정보기술(IT)·생명공학(BT) 등의 결합·융합 부문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우리나라가 강점을 갖고 있는 IT 분야의 경쟁력을 지렛대 삼아 에너지, 헬스케어, 환경 등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태양광·연료전지 등을 핵심으로 하는 에너지산업, 건강과 장수의 꿈을 실현하는 생명산업, 개인과 기업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부티크·투자은행 등이 유망분야로 꼽힌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정부가 한은총재 함부로 흔들면 안돼”

    “정부가 한은총재 함부로 흔들면 안돼”

    “취임 3개월도 안돼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한 것은 프로페셔널한 솜씨를 기대했던 정부가 경제는 물론 인사, 정책 등에서 노무현 정부보다 더 아마추어적이기 때문입니다.”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15일 새 정부에 대한 비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탄생부터 국정 운영에까지 참여정부 5년 내내 한 축을 맡았던 김 전 실장은 지난달 24일 사단법인 ‘공공경영연구원’을 열고, 이사장에 취임했다. 김 전 실장은 “이명박 정부가 실수를 거듭해서 10%까지 지지율이 내려갈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이 스스로 주목할 만한 가치를 내걸지 않는 한 다음 선거에서 표를 얻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야당이 된 민주당에도 쓴 소리를 잊지 않았다. 권력에 깊이 관여해 본 학자이자 정치인인 그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명박 정부의 문제점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 2개월20일 만에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한 이유가 무엇인가. -야당 시절 이명박 정부 사람들이 참여정부를 ‘아마추어’라고 비판했기 때문에 국민들은 새 정부에는 ‘프로페셔널’을 기대했다. 그런데 국민들이 기대한 프로의 솜씨와 이명박 정부의 솜씨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노무현 정부보다 더 아마추어 같은 느낌이다. 특히 ‘고소영’으로 대변되는 인사와 잦은 정책적 혼선이 정권인수위원회부터 계속되고 있어 국민들이 피로를 느끼고 있다.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 큰 그림을 가지고 가야 하는데 일관성을 잃고 정책이 번복되는 일이 너무 많다. 특히 ‘국민적 기준’에 맞지 않는 인사가 문제다. 노무현 정부 때 인사를 두고 ‘탕평인사’를 하지 않고 ‘코드인사’를 한다고 비판하더니 현재 이명박 정부의 인사도 ‘코드인사’다. 선거를 도와주었다고 영주권자를 대사로 임명하지 않았나. 인사 검증도 덜 됐고 정책적 전문성도 많이 떨어진다. ▶새 정부의 정책혼선은 어디서 생기나. -새 정부에서 참여정부가 가지고 있던 정책조정의 메커니즘이 무너졌다. 청와대가 큰 그림을 그리고 작은 그림들을 각 부처나 정당 단위에서 그릴 수 있다. 그 그림들을 조정해야 하는 것이 청와대의 몫이다. 우리 때는 총리실을 강화해 각 부처의 정책을 총리실에서 조정했다. 경제정책은 경제 부총리가 정리하고 책임장관회의 등을 통해 사회부문, 외교통일부문 등의 갈등을 정리했다. 국정과제위원회도 큰 그림들을 조정하고 속도를 조정했다. 그런데 새 정부는 총리실 기능을 대폭 축소시켰고 청와대 정책실장도 없앴다. 경제·교육부총리와 국정과제위원회도 없앴다. 책임장관회의도 소집하지 않는다. 우리 때는 당·정·청 고위급 회담으로 ‘8인회의’,‘11인 회의’도 했다. 추경예산 편성과 관련해서 당과 정부가 갈등하는 것을 보면 여당과의 관계도 노무현 정부보다 훨씬 시끄러울 것 같다. 참여정부와 비교해 조정 시스템이 다 사라진 것이다. 작은 정부가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물가보다 성장을 중심에 놓은 경제정책은 어떤가. -국민들은 경제, 특히 서민경제 살리기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런데 소비자물가가 4%대로 올라가고 일자리도 줄고 있다. 기대감이 벌써 실망감으로 돌아서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관리능력 부족이 문제다. 거시경제를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즉 성장은 정부가 내버려둬도 4∼4.5% 성장하게 돼 있다. 하지만 물가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생기면 계속 올라간다. 참여정부 때도 물가상승 압력이 꽤 높았다. 유가가 26달러에서 68달러까지 올랐다.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예견하고 잘 통제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성장 우선’ 발언으로 물가를 올렸다. 성장보다 물가를 앞세워야 서민경제가 산다. ▶공약으로 7% 성장한다고 했기 때문 아닌가. -우리도 대선에서 7% 성장 공약했다.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6% 공약했는데 우리가 5% 공약하면 분배주의자라고 비난할 것 같아서 차라리 7%로 공약하고 ‘7% 가능한가’ 하는 논쟁으로 가자고 했다. 그 공약 때문에 당시 인하대 김대환 교수(나중에 노동부 장관)는 ‘경제 망친다.’고 탈퇴를 선언해 설득하느라고 혼난 일화도 있다.7%는 우리나라 경제규모가 1조달러 규모로 커져서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우리는 집권한 다음에는 7% 싹 잊어버리고 경제정책을 폈다. 이명박 정부도 7% 공약을 잊어버리고 새로 경제정책을 짜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감사원장의 사표를 받고 공기업 기관장들의 사표도 받았는데. -헌법이 보장하는 감사원장의 임기는 보장했어야 했다. 일부에서 한국은행 총재도 교체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데 한은은 절대로 건드리면 안된다. 한은의 직분인 금리결정, 물가안정 등에 대해 정부가 함부로 손을 대면 안 된다.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이 “한은의 독립성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발언하던데 그런 발언조차 부적절하다. 공기업 기관장 인사는 어떻게 보면 장관 인선보다 더 중요하다. 장관 인사는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책임지면 되지만 공기업 인사는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활동이 잘 보이지 않으면서 서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친소 관계보다 전문성을 봐야 한다. ▶공기업을 민영화하면 혁신도시는 물건너가는 것 아닌가. -이명박 정부가 혁신도시, 지방균형발전을 완전히 무효하거나,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역의 발전 욕구가 강하다. 공기업 민영화도 단시간에 많이 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민영화되지 않은 공기업들은 지방으로 이전하게 될 것이다. ▶쇠고기 시장 개방과 관련해 중·고등학생들이 촛불시위를 하고 있는데. -참여정부 때는 저 정도로 다 내주자는 것은 아니었다. 너무 심하게 내줬다. 당시 박홍수 농림부 장관이 아주 강하게 반대해서 노무현 대통령도 물러섰었다. 촛불시위는 중·고생들이 광우병을 걱정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나왔을 것이다. 여기에 ‘0교시 수업’,‘영어몰입교육’,‘우열반 허용’ 등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불만들도 합쳐져서 표현됐을 것이다. 투표권도 없는 어린 학생들의 첫 정치 경험일 텐데, 정치권과 사회에 해결할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현장행정] 마포 ‘주민자치위’

    [현장행정] 마포 ‘주민자치위’

    “도대체 추진위원회에는 언제 끼워줄 거야. 당신들끼리 다 해먹으려는 수작 아냐?” “추진위를 인정한다는 동의서부터 가져오라는데 왜 딴소리야.” 30일 현석2구역 민원조정 특별 분과위원회가 열린 마포구 신수동 주민센터 회의실.30년 남짓 얼굴을 맞대고 살아온 이웃들이지만 한번 틀어진 감정의 골을 메우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이웃분쟁으로 번진 재개발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더니 급기야 육두문자와 함께 상대방 약점 들추기로 번졌다.“당신 옛날에 지분쪼개기 한 것 다 까발려 볼까?”“생사람 잡지 마, 이 ××야.” 몸싸움 직전까지 갔던 험악한 분위기는 동석한 주민자치위원들의 만류로 가까스로 진정됐다. 이날 모임은 현석2구역의 재개발 분쟁을 매듭짓기 위해 마포구가 소집한 ‘4자 회의’. 분쟁 중인 양쪽 이해당사자와 구청 주택과 간부, 그리고 지역 사정에 밝은 주민자치위원들이 참석했다. 분위기가 정돈되자 황중익 주택과장이 구청의 입장과 재개발 시행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설명했다. 이어 주민자치위원회의 이한승 위원장과 오진숙 감사가 차례로 나섰다. “점잖고 존경받는 어르신들께서 왜 이러십니까. 싸움 때문에 재개발이 지연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여러분들한테 돌아가지 않습니까.” “평생 얼굴 안 마주치고 사실 것도 아닌데 이쯤에서 한 발짝씩 물러서시는 게 어떨까요.” ●주민자치위원들이 분쟁조정에 나서 자치위원들의 설득과 압박이 이어지자 세와 명분이 달린다고 느낀 ‘소수파’쪽에서 먼저 태도를 누그러뜨렸다. 추진위의 권위와 정당성을 인정할 테니 임원 분배를 확실히 약속할 수 있겠느냐고 의사를 타진해온 것이다. 제3자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다수파’도 강경론만 고집할 수 없게 됐다. 양측은 10일까지 소수파측이 추진위를 인정하는 동의서와 추진위원 명단을 제출한다는 데 합의했다. 회의를 시작한 지 1시간30분만이었다. 최두열 신수동장은 “만나기만 하면 싸우던 이해당사자들도 지역 사정에 밝은 터줏대감들이 조정에 나서니 자신의 입장만 고집하기 어려운 것 같다.”고 합의배경을 설명했다. 마포구에서 주민자치위원들이 재개발 분쟁의 중재자로 나선 것은 신수동이 세번째다. 앞서 지난 2월 용강동과 연남동의 재개발 분쟁도 주민자치위원들의 중재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공공시설 입지 문제로 갈등을 겪던 용강동에서는 “복수(複數)의 안을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에 올려 심의를 받자.”는 자치위원들의 제안을 주민들이 받아들여 1년 넘게 끌어온 분쟁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관변 조직’이란 오명에 시달려온 주민자치위원회가 마포구에서 새로운 자치모델을 열어가고 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현석 2구역 마포구 현석동(법정동) 108번지 일대로 면적은 3만 2000㎡이다.2004년 정비검토구역으로 지정된 뒤 지난해 10월 정비예정구역으로 고시됐다. 사업방식과 재개발 추진위원회 구성을 두고 주민들이 5년째 편을 지어 싸우고 있다. 지난 1월 양측이 재개발 추진위 구성에 극적으로 합의했지만 최근 주민총회를 앞두고 추진위원 자리배분 문제로 사이가 틀어져 주민 일부가 법원에 총회금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갈등이 격화됐다.
  • [삼성특검 수사 발표] 경영승계 李회장 관여 확인

    [삼성특검 수사 발표] 경영승계 李회장 관여 확인

    삼성특검이 99일간의 활동 끝에 최종 수사결과를 17일 발표했다.3대 의혹에 대한 특검팀의 수사와 사법처리 내용을 간추린다. 1 경영권 의혹 - CB·BW 고의 저가발행·배정 그룹 구조본서 주도 밝혀내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된 특검팀의 주된 수사대상은 참여연대 등이 제기한 고소·고발 사건 4건이었다. 이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인터넷 벤처기업 e삼성 사업에 실패하자 삼성 계열사들이 지분을 인수, 손해를 떠맡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e삼성 사건’은 지난달 불기소 처분됐다. 나머지 3건은 삼성이 계획적으로 비상장계열사의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헐값에 발행해 이 전무 등에게 배정하는 방법으로 계열사 지배권을 획득하게 했다는 내용이다. 특검팀은 이 가운데 에버랜드 CB 및 삼성SDS BW 헐값 발행 사건에 그룹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가 발행에서부터 배정까지 전반적인 과정을 미리 계획, 주도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건희 회장도 기획 단계에서 이를 보고받고 승인했거나, 지시한 사실을 인정했다. 특검팀은 사실상 구조본을 지배하고 있는 이 회장과 구조본의 책임자인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을 모두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특검팀은 “구조본은 경영지배권 행사를 위한 조직으로 그 행위의 효과는 이 회장에게 귀속된다.”고 판단했다. 에버랜드 사건의 경우, 당시 구조본 재무팀장이었던 유석렬 삼성카드 사장이 관련 기획안 작성을 총괄,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CB 발행 당시 에버랜드 감사였던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도 공범으로 인정됐다. 김홍기 당시 삼성SDS 대표이사는 의도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입혀 업무상 배임 혐의로, 박주원 당시 경영지원실장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하지만 특검팀은 CB와 BW 발행 및 배정을 의결한 에버랜드와 삼성SDS 이사진 등 다른 피고발인은 사전에 위법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이 전무에 대해서도 단순 수혜자라는 이유로 사법처리할 수는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이로써 에버랜드를 시작으로 하는 순환출자구조를 통해 이 전무가 그룹을 지배하는 경영권 구도에는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2 비자금 조성 - 계열회사 불법증거 못찾아 李회장 세금포탈 혐의 적용 비자금 불법 조성·관리 의혹의 시발점은 김용철 변호사 등 삼성 전·현직 임원 명의의 차명계좌였다. 특검팀은 계좌추적과 금융감독위원회의 협조 등을 통해 486명 명의의 차명계좌 1199개를 확보했다. 차명계좌에는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2930억원의 예금과 4조 1009억원 상당의 주식,978억원 상당의 채권과 456억원 상당의 수표가 들어 있었다. 보유주식은 대부분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주식이었다. 하지만 특검팀은 차명계좌를 통해 관리한 재산이 계열사에서 불법적으로 조성된 비자금이라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특검팀은 대신 차명계좌와 계좌에 든 돈, 주식 등을 이건희 회장의 개인재산이라고 보고 세금 포탈 혐의를 적용, 불구속 기소했다.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이 되는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물산, 삼성증권 등 7개 계열사의 주식거래가 있는 계좌는 258명 명의의 341개였다. 특검팀이 파악한 이 회장의 포탈액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의 공소시효 7년 동안 1128억 7000만원에 이르렀다. 특검팀은 이 회장 일가의 차명재산 관리가 구조본 주도 하에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또 주식 변동에 따른 지분 변동을 신고하지 않은 이 회장에게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도 추가했다. 유일하게 계열사 차원에서 비자금 9억 8000여만원을 조성한 삼성화재에 대해서는 황태선 사장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삼성화재 본관 압수수색 등의 과정에서 증거인멸을 지시해 수사를 방해한 김승언 삼성화재 전무는 특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3 정·관계 로비 - 명단 존재여부 불확실 판단 지목된 인사들 모두 불기소 정·관계 불법 로비 의혹과 관련해 특검팀은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뇌물 수수자로 지목한 임채진 검찰총장, 이종백 전 국가청렴위원장, 이귀남 대구고검장, 김성호 국정원장,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 등에 대해 뚜렷한 혐의를 찾지 못하고 내사종결했다. 특검팀은 김 변호사가 제출한 삼성의 로비담당 임원 명단을 토대로 소환조사를 벌이고, 김 변호사가 직접 뇌물을 전달한 정황도 확보했다. 또 당사자들로부터 소명자료를 제출받았지만, 혐의를 입증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이건희)회장님 지시문건´에 돈을 받지 않는 정치인으로 언급된 추미애 통합민주당 의원도 서면조사했다. 추 의원은 “2000년 총선 때 삼성에서 온 사람이라며 캠프 관계자에게 접근,1억원 정도를 전달한 사람이 있었는데 돌려보내라고 했다.”고 진술했지만, 돈을 준 사람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조준웅 특검은 “김 변호사가 삼성그룹 차원의 조직적, 체계적 로비 의혹을 주장하면서도 로비 명단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명단이 실재하는지도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또 지난 2002년 삼성이 한나라당에 제공한 국민주택채권 325억원어치 가운데 사용자 및 용처가 밝혀지지 않은 채권 82억여원어치의 유통경로를 추적했다. 그 결과 이 가운데 13억여원을 김영일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사용한 사실을 밝혀냈지만, 특별한 혐의점을 찾지 못해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했다. 특검법이 수사대상으로 규정한 ‘비자금이 최고권력층에 대한 로비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의혹’도 불기소 처분됐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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