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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보료 분당·강남에서 내고 순창·남해에서 썼다

    건보료 분당·강남에서 내고 순창·남해에서 썼다

    지난해 수도권 남부 지역 주민들이 1인당 건강보험료를 가장 많이 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혜택을 많이 본 것은 전남·전북·경남지역의 농촌 주민들이었다.  16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0년 건강보험료 부담 대비 급여비 분석결과’에 따르면 1인당 월평균 건보료를 가장 많이 낸 지역가입자는 경기 성남 분당구(12만 5636원), 서울 서초(12만 5018원)·강남구(11만 9704원), 경기 과천(11만 1792원), 서울 송파구(10만 2696원) 등 수도권 남부지역에 집중됐다. 직장가입자도 강남(13만 5579원)·서초구(13만 4517원), 분당구(12만 1031원), 과천시(11만 4492원), 울산 동구(10만 6874원) 등의 순으로 지역가입자와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병원에서 보험 급여 혜택을 가장 많이 본 지역가입자는 전북 순창군(18만 3802원), 경남 남해군(17만 5880원), 전북 부안군(17만 5304원), 전남 구례(17만 4610원)·함평군(17만 2147원) 등의 순으로 대부분 농촌지역에 있었다. 직장가입자도 부안(21만 3823원)·고창군(20만 1875원), 무안군(20만 1865원), 순창군(20만 1754원), 울산 북구(19만 9235원) 등의 순으로 비슷했다. 강남·분당·과천 등의 수도권 남부지역에는 부유층이 밀집한 반면 전남·전북·경남 등의 지역은 농촌인구가 많아 나타난 경향이다. 특히 강남·서초·분당·과천의 지역가입자는 자신이 낸 보험료 만큼의 진료도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지만 순창·부안·구례·함평·남해 지역의 지역가입자는 보험료보다 5배나 많은 건강보험 진료 혜택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저소득층과 부유층의 보험 혜택 격차도 크게 나타났다. 건강보험료 납부액 하위 20%에 속하는 저소득층은 가구당 평균 1만 8623원의 보험료를 내고 급여 혜택은 9만 7609원어치를 받아 보험료 급여비 비율이 5.24배에 달했다. 반면 보험료 액수 상위 20%에 속하는 고소득 계층은 월평균 17만 6707원을 내고 21만 2615원의 급여를 받았다. 전체 건강보험 가입 가구당 평균 급여비는 14만 3216원으로 월평균 보험료 부담액 7만 6637원의 1.87배 수준이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소득계층별(보험료분위)로 소득재분배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면서 “전체 건보 가입자 1457만 3695세대 가운데 14만 4700세대는 보험료부담 보다 급여비가 50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열린세상] 엔도르핀적 격정에서 세로토닌적 삶으로/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열린세상] 엔도르핀적 격정에서 세로토닌적 삶으로/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반값 등록금 투쟁을 하고 힘빠진 모습으로 학교에 돌아오는 학생들을 보면 교수로서 참 미안하고 안쓰럽다. 고액 연봉을 받는 노동자들도 불만에 가득찬 파업을 하는 요즘이다. 모두들 삶이 고달프다고 아우성이다. 이런 아우성에 편승해 이해득실을 따지는 정치인들의 계산법에는 말문이 막힌다. 그럼 도대체 누가 행복한가? 더 큰 걱정은 정치가 바뀌고 제도가 개선된다고 해서 근본적인 불균형과 불평등이 별로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인류의 역사가 그러했다. 끊임없이 진보를 외치고 발전을 내세웠지만 삶의 질과 만족도는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문명론자들은 수렵채취시대에서 농경사회로, 다시 도시사회와 정보시대로 갈수록 진보고 발전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최근 연구들을 보면 수렵채취시대 사람들의 협동심과 영양상태가 현대인 못지않게 양호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농경시대 사람들의 노동강도는 그 이전 시대보다 더욱 가혹했으며, 삶의 스트레스가 훨씬 높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때부터 외형적 물질생산만 중시되고 인간의 진정한 가치는 뒷전이었다. 한 인문학자의 보고에 의하면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하드자족은 수렵을 해서 먹고 살아가는데, 위험을 뚫고 사냥감을 포획한 전사는 먹이의 분배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한다.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가 아니라 공동체 모두가 함께 일하고 함께 먹을 권리를 갖는 것이다. 더욱이 그 사냥꾼은 여성들이 최고로 선호하는 신랑감이 되었고, 이미 마을의 존경과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 인물이 되었다. 엄청난 사회적 자본을 가진 셈인데, 사냥감 분배에조차 특권을 준다면 그것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그들은 생각한다. 획득한 사회적 자본에 대한 사회적 세금을 내는 셈이다. 지금 우리가 그렇게 외치고 있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보다 훨씬 차원 높은 삶이 아니겠는가. 물질적 성취가 곧바로 행복과 직결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른 방식의 삶에도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많이 생산하는 대신 적게 원하는 삶의 지혜가 대안이다. 꼭 필요한 만큼만 사냥하고 후손을 위해 지속가능한 자원을 남겨두는 아프리카 케냐 마사이족의 삶에서도 교훈을 얻는다. 나는 틈이 나면 강원도 어느 숙박시설에서 휴식을 취하곤 한다. 그곳에는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고 텔레비전은 물론 인터넷도 되지 않는다. 처음 얼마 동안은 첨단 정보로부터 고립된 금단현상으로 불편하지만 곧 익숙해진다. 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세상도 변함없이 잘 돌아가고 어쩌면 나 때문에 고통받고 숨죽이며 살아야 하는 누군가가 가능성의 기회를 맞아 떠오를지 모른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간다는 생각이 다른 삶을 찾는 시작이 아닐까. 산업시대 앞만 보고 달려야 할 때는 우리 몸에 격정과 신기를 주는 엔도르핀과 노르아드레날린이 과다분비되었을 것이다. 그 덕분에 빨리빨리를 외치며 급속한 성장을 이루었다. 이만했으면 숨고르기를 통해 한번쯤 뒤돌아보면서 아직 뒤처져 걷는 힘든 이웃에게 손을 내밀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볼 때다. 1인당 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서면 아무리 물질적 성장을 해도 삶의 질과 만족도는 더 이상 기대만큼 높아지지 않는다는 것이 공통된 연구결과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무게중심이 주어져야 한다. 차분한 열정으로 행복과 창의력을 북돋아주는 세로토닌이 답이다. 세로토닌은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로 극단적 대결, 격정적 환호, 샘솟는 의욕보다는 적절한 조절기능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세계 최고의 자살률, 도박 공화국이라는 자화상을 앞에 두고 더 빠르게, 더 자극적인 것을 양산해 내는 엔도르핀 문화와는 이제 작별을 고해야 한다.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고 일하는 보람을 통해 존재감을 느끼는 세로토닌 문화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우리 삶의 새로운 방향이 아닐까? 보통의 일을 대를 이어 묵묵히 지켜가는 힘, 화려한 외피를 두르는 것보다는 자신의 색깔을 더욱 소중히 여기는 태도가 바로 세로토닌적 삶이다.
  • [월드리그 대륙간 라운드] ‘伊 벽’ 높았지만 한국배구 매웠다

    [월드리그 대륙간 라운드] ‘伊 벽’ 높았지만 한국배구 매웠다

    올해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에서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이탈리아(세계 6위)의 벽은 역시 높았다. 그러나 한국이 허무하게 지진 않았다.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쉽게 지면서 한국의 매운맛을 제대로 보여줬다. 12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IBK 기업은행 월드리그 대륙간 라운드 D조 3주차 경기에서 이탈리아가 한국을 3-2(25-15 25-22 21-25 22-25 15-10)로 간신히 눌렀다. 앞서 쿠바(4위)와 프랑스(12위)라는 강호를 잇따라 꺾으며 돌풍을 일으켰던 한국은 이탈리아와의 두 경기에 모두 패했다. 중간전적 3승3패로 쿠바와 동률을 이뤘지만 승점 1을 챙겨 10점을 기록해 조 2위 자리를 지켰다. 조 1위는 6전 전승을 달린 이탈리아(승점 16). 이번 대회에서는 세트스코어 2-3으로 진 팀도 승점 1을 얻는다. 1992년 이 대회에서 딱 한 번 이탈리아를 잡았던 한국은 상대 전적에서도 1승 30패로 크게 밀렸다. 역시나 부상이 악재였다. 전날 어깨에 담이 결렸던 신영석(우리캐피탈)은 증세가 악화돼 결국 결장했다. 막내 주포 전광인(성균관대) 역시 전날 장염 때문에 병원에 다녀온 터라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확실히 1세트부터 한국은 몸이 무거웠다. 시차를 극복한 이탈리아의 강한 서브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서브리시브가 흔들렸다. 당연히 공격이 살아날 리 없었다. 김정환(우리캐피탈)이 분전했지만 이탈리아는 계속 5점가량 리드해 나갔다. 1세트를 15-25로 크게 내주고, 2세트도 22-25로 지면서 한국은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간단히 무너질 한국이 아니었다. 3세트 들어 이탈리아의 타점 높은 공격에 블로킹 타이밍을 점차 맞추기 시작했다. 특유의 근성 있는 디그도 살아났다. 세터 한선수(대한항공)의 영리한 볼 배분으로 날개공격과 속공이 고르게 분배되면서 이탈리아를 끈질기게 괴롭혔다. 교체멤버 곽승석(대한항공)과 박준범(KEPCO45)이 잇따라 터뜨려준 행운의 서브득점으로 19-19 동점을 만들었고, 전광인의 공격이 계속 성공하면서 3세트를 25-21로 가져왔다. 전광인이 펄펄 날아다니며 4세트도 25-22로 땄다. 거기까지였다. 5세트 이탈리아의 쌍포 자이제프와 라스코가 살아나면서 10-15로 아쉽게 다 잡은 경기를 놓쳤다. 이날 전광인은 21득점, 최홍석(경기대)는 18득점, 김정환은 11득점 하며 변함없는 ‘막내 파워’를 보여줬다. 한국 대표팀은 오는 18일 광주로 자리를 옮겨 쿠바와의 2연전을 치른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강국진 순회특파원 중동을 가다] (4) 민주화 무풍지대’ 중동 산유국

    [강국진 순회특파원 중동을 가다] (4) 민주화 무풍지대’ 중동 산유국

    어디에서도 소형차를 찾아볼 수 없고, 어디에나 초고층 빌딩이 즐비한 곳.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선 중동을 휩쓸고 있는 민주혁명의 긴장감을 전혀 느낄 수가 없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아랍의 봄’은 없다고 단언한다. 오히려 북아프리카로 가려던 관광객과 해외투자가 행선지를 자신들 쪽으로 돌리고 있다며 즐거운 표정을 숨기지 않을 정도다. 민주화 요구가 중동을 뒤흔들지만 걸프만 인근 산유국엔 먼나라 얘기일 뿐이다. ●“지혜로우신 술탄·왕세자 덕택에…” 아부다비의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인터뷰하던 와엘 사브 회장의 블랙베리 전화기가 울렸다. 레바논 출신으로 아부다비 유력 가문 소유의 대기업인 마즈코프 전문경영인인 그는 잠깐 통화를 하더니 황급히 밖으로 뛰어나갔다. 곧이어 문틈으로 하얀색 전통 복장을 입고 명품 선글라스와 시계로 치장한 남성이 보였다. 회장도 꼼짝 못하게 하는 이 남성은 바로 ‘왕족의 개인사무실 매니저’였다. 쉽게 말해 왕족의 재산관리인이다. 이들은 왕족의 재산을 어디에 투자할지 결정하기 때문에 왕족 못지않은 권세를 누린다. UAE에서 왕족이나 그들의 대리인들에게 사전 예약이란 없다. 가고 싶을 때 가고 오고 싶을 때 온다. 인터뷰를 재개하려는데 왕족의 개인 고문은 양해도 없이 한국에서 찾아온 기자가 흥미롭다며 사브 회장 옆자리에 앉았다. 그는 아부다비의 최근 경제상황에 대한 답변을 마저 이어가던 사브 회장의 말을 가로채더니 한참을 아랍어로 떠들어댔다. 말인 즉슨, “지혜로우신 우리 술탄 셰이크 할리파 빈 자이드 알나하얀과 그의 아들이신 왕세자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빈 술탄 알나하얀의 지혜와 영도로 안 좋은 사태에서 벗어났다.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산유국 지배계급은 석유라는 생산수단을 독점함으로써 이를 바탕으로 국가와 국민을 통제한다. 생산에 따른 재화 분배도 국가, 즉 왕족 차지다. 막대한 오일머니 일부를 국민들에게 배분함으로써 혁명의 싹을 잘라 버린다. 국민들은 석유 중심 경제구조를 대체하거나 도전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국민들은 “현명하시고 위대한 우리 지도자”만 외치며 왕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를 수십 년. 이제 걸프 산유국 국민들은 오일머니의 단맛에 취해 변화도, 개혁도 잊은 채 1년 내내 쇼핑과 휴가를 즐기며 ‘석유의 가을’을 누리고 있다. 적어도 UAE 515만명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사람들은 마르크스가 꿈꿨던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필요한 만큼 분배하는’ 공산주의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물론 외국인들에겐 해당사항이 없다. 가난한 사람들은 정부가 건립하는 상가를 무료로 분양받거나 서민용 주택을 무료로 제공받는 등의 방법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내국인’ 가운데 먹고사는데 곤란을 느끼는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은 물론 해외 유학까지 무상이고 취업도 쉽다. ●유학까지 무상 교육… 일 안해도 월급 정부 공무원으로 취업하기만 하면 곧바로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고 ‘스폰서제도’ 덕분에 막대한 돈을 앉아서 벌 수 있다. 외국인 투자기업이 법인이나 지사 등을 설립할 때 반드시 자국민 스폰서를 지정하도록 한 덕분에 멋들어진 서명 한 번이면 해마다 막대한 배당을 챙길 수도 있다. 기야스 괴켄트 아부다비 중앙은행 수석경제학자도 스폰서제도를 정부가 세계화를 시도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할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UAE 국민들은 인생의 쓴맛도 모르고 사회비판의식도 없다. 돈만 많고 예의 없는 족속이 돼 간다. 한 한국 기업의 현지 사무소 직원은 아부다비에 있는 한 영화관에서 목격한 장면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직원이 몇 번이나 정중하게 재료가 다 떨어져서 팝콘을 팔 수 없다고 하는데도 내국인 젊은이는 ‘팝콘을 달라’고 소리치며 ‘시위’를 하고 있었다. 몇십 분 동안 지치지도 않고 그러고 있더라. 과자 사 달라며 떼 쓰는 유치원생을 보는 것 같았다.” ●아이폰·블랙베리 함께 가진 젊은이들 두바이에 거주하는 한 한국인은 “이곳 학교에 다니는 한국인 학생 가운데 누구도 성적이 하위권으로 떨어질까 걱정하지 않는다. 그건 언제나 자국 학생들 몫이기 때문이다.”고 귀띔했다. 코트라 두바이지사 박정현 과장은 “내국인들은 공공기관에 주로 취업한다. 근무시간은 똑같이 8시간이지만 근무 강도가 확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기관의 경우 채용 할당제 때문에 자국민을 채용한 뒤 월급은 그대로 지급하고 출근을 하지 말아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유인 즉슨 일을 잘하지도 못하는 데다 열심히 하지도 않고 직장 분위기만 해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UAE 국민들 중에서도 지위 차이는 있다. 육체노동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느냐가 그 기준선이 된다. 대부분 힘들게 일할 필요도 없고 돈도 넘쳐나니 이곳 젊은이들은 쇼핑을 하고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것으로 하루를 보낸다. 이들은 어떻게 먹고 마시고 놀지 고민할 뿐이다. 대형 쇼핑몰이나 커피숍에서는 삼삼오오 모여앉은 젊은이들이 대낮에 몇 시간씩 수다를 떠는 광경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과시욕도 엄청나다. 세계 최고층인 부르즈 칼리파, 세계에서 가장 큰 모스크인 아부다비 ‘그랜드 모스크’ 등 뭐든 세계 최고여야 직성이 풀린다. 한 국내 대기업 아부다비 본부장은 “주말이면 두바이 번화가는 두바이나 아부다비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 번호판을 단 고급 차량들로 넘쳐난다.”면서 “대부분 환락시설에서 질펀한 음주 가무를 즐기는 사람들”이라고 귀띔했다. 아이폰과 블랙베리를 함께 갖고 다니는 내국인이 적지 않은데 사용법도 독특하다. 블랙베리는 이메일을 보내고 받는 데 쓰고 아이폰으로는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즐기는 식이다. 심지어 번호가 똑같은 아이폰을 두 대나 들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 한 여행가는 “대학생들이 자동차를 시원하게 유지하기 위해 강의를 듣는 두 시간 내내 에어컨을 켜두곤 한다.”고 꼬집었다. 보수적인 사회분위기를 보여주듯 UAE 여성들은 대부분 눈이나 얼굴만 남기고 전신을 가리는 전통의상인 니카브를 입고 있다. 하지만 소비욕구에서는 여성도 예외는 아니다. 천편일률적으로 검은색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끝부분에 화려한 금박 자수를 입혀 멋을 냈다. 특히 핸드백은 과시욕구를 충족시키는 필수품목이다. UAE는 최소 몇 백만원 하는 루이뷔통·구치 등 명품 핸드백의 전시장이나 다름없다. ●외국인 노동자가 유일한 혁명 열쇠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UAE의 돈줄을 쥔 건 내국인이지만 국가를 움직이는 건 인구 80%를 차지하는 외국인들이다. 한 한국 기업인은 “정부 고위 관료 중에도 외국인이 상당수”라면서 “심지어 경찰과 군대까지도 자신들은 관리자 구실만 할 뿐 실질적인 업무는 모두 외국인을 고용해서 운용한다.”고 전했다. 고위직 상당수는 영국계와 인도계가 차지하고 있다. 대학에는 이집트에서 건너온 학자들이 부지기수고 집단 거주지에 모여 사는 하층노동자 대부분은 인도, 파키스탄, 필리핀 출신들이다. 지금까진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군림하는 위치에 있는 내국인들. 하지만 석유자원이 고갈되고 나면 어떻게 될까. 적어도 지금처럼 흥청망청 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고 마땅한 노동 경험도 없는 이들의 생활상을 볼 때 앞으로도 UAE의 주인 노릇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한국기업 관계자는 “몇 년 전 이주노동자들이 며칠 동안 파업을 벌인 적이 있었는데 하루도 안 돼 말 그대로 국가 시스템이 마비돼 버렸다.”면서 “UAE에서 민주혁명이 일어난다면 그건 내국인이 아니라 이주노동자들 몫이다.”라고 전망했다. 지난 1월에는 두바이에서 대규모 폭동이 일어나 버스 여러 대가 파손되는 등 상당한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UAE 정부도 하층 노동자들을 잠재적 위협 세력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월 한 달 동안 두바이에선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을 벌여 노점상 350명을 포함한 500여명을 체포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미국 사설군사업체 블랙워터 창립자인 에릭 프린스가 아부다비 왕세자 요청으로 정원 800명 규모로 용병 특수부대를 만들었으며 이들의 주요 임무 가운데 하나는 시위 진압이라고 지난달 14일 보도했다. 개혁이 필요할 때 스스로 개혁하지 못하면 언젠가 남에 의해 개혁을 강요당하게 된다. 아부다비를 떠나기 위해 공항에 앉아서 언젠가 UAE 국민들은 자신들 땅에서 이방인이 돼 버린 아메리카 원주민 같은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고 있을 때 옆자리에 한 청년이 앉았다. 흰색 전통의상을 입고 아이폰과 블랙베리를 함께 들고 있는 게 영락없는 UAE 사람이다. 그런데 머리엔 야구모자를 쓴 게 눈길을 끈다. 이 청년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허름한 옷차림을 한 노인에게 자기 자리에 앉으라고 권한다. 노인이 괜찮다고 사양했다. 이 젊은이는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UAE 젊은이답지 않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글 사진 아부다비·두바이 강국진 순회특파원 betulo@seoul.co.kr
  • [데스크 시각] 늑대와 양떼몰이/오일만 경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늑대와 양떼몰이/오일만 경제부 차장

    역대 정권에서 반복됐던 ‘부패 게이트’가 이번 정권에서도 변함없이 재현됐다. 이른바 ‘부산저축은행 게이트’다. 한푼의 이자라도 더 받으려는 서민들의 돈이 부패고리의 ‘종잣돈’으로 쓰였다. 예금 인출 과정에서 소외됐던 ‘힘없고, 백없는 서민’들이 원금을 돌려달라고 길거리에 나서는 형국이다. 이들의 분노와 원망이 하늘을 찌른다. 피해를 입은 고객이 2만 7000여명, 피해액은 1조 5000억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공정사회를 전면에 내건 현 정권의 뿌리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는 파괴력이 감지된다. 과거 게이트와 달리 이번엔 금융권력을 장악한 ‘금피아’(금융감독원+마피아)와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마피아)의 최상위 핵심들이 줄줄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이 크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감독기관 차원을 떠나 정치권과 청와대를 포함한 부패 커넥션이 모습을 드러냈다. 은밀하고 끈끈하게 얽혀, 정밀하고 교묘하게 작동했던 부패 시스템은 우리 사회의 미래에 짙은 암운을 던진다. 해결 방법은 없는가. 부패문제로 골머리를 앓아 왔던 중국이 우리의 반면교사다. 중국 왕조의 흥망사를 끈질기게 추적했던 이중톈(易中天) 교수(중국 샤먼대)는 관료들의 부패가 중국 역대 왕조의 생명을 단축한 근본 원인이라고 단언한다. 중국도 온갖 감독·감찰부서를 만들어 관료들을 통제했지만 감독기관과 피감기관이 한통속이 되면 속수무책이다. 마치 도적패의 졸개가 두목에게 훔친 물건을 상납하는 구조다. 그는 관료체제를 ‘늑대(감독)에게 양몰이 개(관료)를 감독하게 하는 것이나 같다.’고 일갈했다. 이번 사태도 감독기관(금감원)과 피감기관(부산저축은행)이 전관예우를 고리로 먹이사슬을 형성, 금융 비리를 확대 재생산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관료제가 부패하는 이치에서 해결책을 찾아보자. 원래 양떼(백성)의 주인은 황제이고 관료는 황제의 대리인에 불과하다. 주인이 아닌 이상, 관료들은 목장의 항구적인 이익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자신의 임기 내에 주어진 권력과 기회를 이용해서 한몫 챙기는 것이 최대 관심사다. 이런 이해관계 속에서 감독·피감독 관료들 모두가 운명공동체가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공무원 제도가 지연과 학연이란 연결고리 속에서 서서히 부패의 늪으로 빠져드는 것이 우리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중국 춘추시대 최악질 도둑인 도척(盜跖)의 일화를 보자. 그는 도둑의 도(道)로 성용의지인(聖勇義知仁)의 5가지를 들었다. 재물이 집안 어디에 숨어 있는 것을 아는 것(聖)이고, 도둑질 하러 집안에 들어갈 때 맨 앞에 서는 것이 용(勇)이며, 도둑질을 마치고 맨 나중에 나오는 것이 의(義)라고 했다. 장물의 가치를 정확하게 아는 것은 지(知)이고, 각자의 몫을 공평하게 나누는 것은 인(仁)이라는 것이다. 장자(莊子)의 거협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도척의 도를 이번 부패사건에 적용해 보자. 금감원은 부산저축은행의 부실구조를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고(聖), 그 부실을 앞장서 덮어줬으며(勇), 각자의 몫을 전관예우를 통해 공평하게 분배(仁)한 꼴이다. 다만 누가 ‘총대를 메고’ 이번 비리를 마무리할지(義)는 아직 모르겠다. 이런 신랄한 유머가 술자리에서 울분을 푸는 서민용 안주로 오르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문득 한국은행 총재와 경제부총리를 지낸 조순씨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한국의 고위 관료들의 머릿속에서 국익이란 상위 개념이 사라지게 되면, 결국 사사로운 ‘밥그릇’만 남을 것이라고. 그의 지적은 참으로 탁월한 혜안이었다. 국무총리는 물론 장·차관을 마치고 곧바로 대형 로펌이나 기업의 로비스트로 변신하는 사회 풍토 속에서 건강한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전관예우 근절 역시 우리 관료시스템을 보다 건강하게 유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조만간 우리 사회는 새로운 저축은행 개혁안을 놓고 한바탕 홍역을 치를 것이 분명하다. 더 이상 ‘늑대에게 양떼몰이 개를 감시하는’ 그런 우를 범하지 않고, 금융권력들이 부패에 개입할 수 없는 보다 정교한 금융 감독 시스템이 도입되기를 기대한다. oilman@seoul.co.kr
  • [신재생에너지 ‘명암’] ‘에너지 자립’ 전북 부안 등용마을 가보니

    [신재생에너지 ‘명암’] ‘에너지 자립’ 전북 부안 등용마을 가보니

    주민들이 논밭에 일하러 나간 오후 2시쯤, 부안시민발전소 외벽에 붙은 계량기는 보통 주택에서 보던 방향과 거꾸로 돌아간다. 전기 생산량이 소비량을 넘어서 축전되는 것이다. 에너지 자립을 꿈꾸며 7년째 ‘착한 전기’를 생산하는 이 마을의 태양광 발전소는 2003년부터 시작된 방사성폐기물 매립장 건설 움직임에 반대하던 힘으로 세워졌다. 30가구 50명의 주민, 그것도 70대 이상 어르신들이 발전소에 출자하기란 쉽지 않았을 터. 이현민(45) 발전소장은 “방폐장 건설에 반대하자 ‘너희들은 전기 안 쓰냐?’는 비아냥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됐다. 주민들이 출자해 친환경 에너지를 자급자족하겠다는 목표에 한마음이 됐다.”며 “그동안 지속적으로 교육을 실시해 방폐장 무산으로 물 건너간 3000억원의 지원금을 아쉬워하던 어르신들도 이제 정부 지원을 바라지 않고 전기도 아끼고 있다.”고 말했다. 완전 자립이 목표지만 전기 자급률은 70% 정도. 3~10㎾의 전지판 7기를 곳곳에 설치해 44㎾ 규모의 발전을 하고 있다. 컨테이너를 재활용한 창고 건물 위에는 날개 지름 2.4m에 1㎾ 규모의 풍력발전기가 설치됐다. 지하 150m에 박은 파이프 10개를 통해 지열을 뽑아 올려 사무실과 식당의 난방을 하고 있다. 목재 폐기물을 사료 형태로 가공한 펠릿을 연료로 쓰는 보일러도 설치했다. 전기 생산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는 자전거발전기, 냉면 그릇처럼 생긴 태양열 조리기, 주택 곳곳의 태양열 온수기 등도 눈에 띄었다. 지난해 4만 6223㎾h의 전력을 생산해 남는 전기를 한전에 판매하고 있다. 수익금은 발전소에 투자한 주민들에게 2020년까지 분배하고 그 뒤에는 공동기금으로 쓴다. 70대 어르신들이 백열등을 고효율 전구로 바꾸고 멀티탭으로 대기전력을 줄이는 등 친환경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이런 공로로 2009년 기후변화포럼이 선정한 ‘대한민국 녹색기후상’ 대상을 받았다.  이 소장은 “2015년을 자립 실현 시점으로 잡고 있다.”며 “2003년부터 3년 정도는 인프라 구축에 힘을 썼고 지금은 마을의 전기 사용량 30% 절감이 최대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 마을의 전기요금 청구서는 독특하다. 절전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1년치 전기 소비량이 그래프로 표시된다. 한전에 특별히 요청한 것이다.  한해 3000명이 발전 시설과 마을 공동체의 노력을 배우러 이 마을을 찾고 있다. 2008년 여름부터 ‘해님과 바람의 학교’라는 친환경 여름캠프도 열고 있다. 캠프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1박2일간 태양열 조리기로 달걀을 익혀 먹고, 풍력과 자전거 발전기를 돌려 음악을 들으며, 태양광으로 작동하는 장난감도 만든다. 밤에는 촛불을 켜고 전기 없는 밤을 보내며 에너지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마을에 내리쬐는 햇볕이 남달라 보인다.  부안 글·사진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열린세상] 복지논쟁, 헌법상 복지를 잣대로/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열린세상] 복지논쟁, 헌법상 복지를 잣대로/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무상복지를 둘러싼 논쟁이 여야 간을 넘어 여권 내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야권의 무상복지 주장에 대해 여권은 “표를 의식한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였다. 그런데 재·보선 패배 후 여권 일부에서 “반값 등록금 등 대폭적 복지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고, 또 다른 여권 일각에서는 “포퓰리즘적 무상복지는 불가능하다.”는 종전의 입장을 지키겠다고 한다. 이와 같은 여권 내 논쟁은 국민을 위한다기보다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 대한 여권의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기에 야권의 복지 포퓰리즘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이에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을 포함한 31개 시민단체들은 여당조차도 표심을 잡기 위해 대중영합식 입법도 마다않는 정치권의 현실을 규탄하고, 국회의원들에게 포퓰리즘 입법활동을 중단하고 국가의 미래를 위하여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에 충실한 입법과 정책을 세울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한편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주민투표 서명운동을 주도한 ‘복지포퓰리즘 추방 국민운동본부’ 측은 지난달 23일 서명자가 주민투표법상 주민투표의 청구요건인 41만 8000명을 넘어섰고, 이달까지 총 70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서울시에 주민투표 청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 헌법은 진정한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광의의 복지국가를 추구한다. 우리 헌법에서는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고 행복을 실질적으로 추구하는 동시에 진정한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지고,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며 사회보장수급권, 교육을 받을 권리, 근로의 권리, 근로3권, 환경권, 보건권 등의 사회적 기본권을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복지국가의 유형은 시장기능을 기본적으로 인정하고 국가가 가장 취약한 계층에 대해서 복지를 제공하는 자유주의적 복지국가(미국·일본·호주·캐나다·스위스), 노령·실업 등의 특수한 상황에서 근로자들의 소득 유지를 목적으로 하지만 재분배 효과가 적은 조합주의적 복지국가(독일·오스트리아·이탈리아·프랑스·벨기에), 국가가 상당한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높은 조세에 기초하여 재분배 효과가 강한 사회민주주의적 복지국가(덴마크·핀란드·네덜란드·노르웨이·스웨덴)로 구분된다. 그러나 조합주의나 사회주의적 복지국가 유형에 속하는 나라들도 복지정책에 따른 국가의 재정적 압박과 국민의 조세부담 증가, 비효율성과 비생산성, 근로의욕 감소 등 복지국가의 위기와 폐해가 드러남에 따라 자유주의적 복지국가로 전환하거나 복지 지출을 축소하는 추세이다. 우리 헌법은 자본주의와 사적소유권 및 재산권을 보장하는 시장경제체제를 정하고 있을 뿐 헌법수준에서의 특정한 경제모델을 정하고 있지 않다. 헌법재판소는 과거에 우리 헌법의 경제질서를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라고 정의하였으나 최근에는 ‘자유시장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2007헌바108). 이에 시장경제와 자유주의를 기본으로 채택하고 있는 우리 헌법 하에서 야당이나 좌파진영이 추구하는 사회주의적 복지국가에 토대를 둔 무상복지 주장은 우리 헌법의 경제질서와 부합하지 않는다. 사회적·경제적 약자에 대한 복지는 반드시 필요하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복지정책은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복지국가의 실현에 소요되는 사회정책적 투자를 위한 재원의 확보는 국가의 재정능력과 경제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특히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하여 국민에게 과도하게 과세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번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주민투표 서명결과는 주민투표의 청구요건도 충족하지 못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이는 정치권의 생각과 달리 국민들은 퍼주기식 포퓰리즘 입법이나 정책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한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주민투표를 통하여 국민들은 여야 정치권에 무상복지 등 복지 포퓰리즘 논쟁에 대한 주권자의 의지와 결단을 보여주는 동시에 올바른 복지 입법과 정책의 실천을 명할 것이라고 믿는다.
  • [최종찬 따뜻한 사회] 국민 행복지수를 만들자

    [최종찬 따뜻한 사회] 국민 행복지수를 만들자

    국정운용의 우선순위와 각종 통계, 지표는 상호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제 성장을 중시하면 그와 관련된 통계가 많이 개발된다. 경제 성장 관련 통계나 지표가 많으면 국민적 관심사가 높아져 그 분야의 정책우선순위가 높아진다. 예컨대 사회적 신뢰나 사회적 유동성(social mobility)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의미 있는 통계나 지표가 정기적으로 생산되지 않으면 문제가 개선되는지 악화되는지 알 도리가 없어 관련 정책에 대한 관심도 낮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 국가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지표는 국내총생산(GDP)과 1인당 GDP라고 생각된다. 이는 국가와 국민의 경제력을 나타내는 것으로, 클수록 물질적으로 풍요롭다고 볼 수 있다. GDP관련 통계는 많이 개발됐다. 따라서 GDP가 낮으면 왜 낮아졌는지, 적정 GDP 증가율은 어느 수준인지 등 많은 분석과 연구가 이뤄진다. GDP는 경제력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이지만 GDP 증가 자체가 행복은 아니다. 그동안 경제는 괄목하게 성장하였으나 행복도 그에 상응하게 늘어난 것은 아니다. 실제 우리생활은 과거보다 물질적으로 엄청나게 발전하였다. 오늘날 중산층 생활수준은 중세의 제왕들보다 낫다. 17∼18세기 제왕이라 하더라도 오늘날의 냉난방 시설·수세식 화장실·냉장고와 같은 시설을 갖지 못했고, 페니실린만 맞으면 나을 병도 못 고치고 죽었으며, 비행기로 외국 여행도 못했다. 생명의 위협을 받을 정도로 빈곤한 상태에서는 행복을 못 느낄 것이다. 그러나 그 단계를 벗어나면 행복은 물질적인 성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인 형평성, 남을 배려하는 문화 등 많은 비물질적인 요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세계 각국의 행복지수를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경제적으로 빈곤한 방글라데시나 부탄 같은 나라의 행복지수가 높은 반면, 부유한 국가 중에서 행복도가 낮은 나라도 많다. 우리나라도 소득이 크게 늘어났음에도 행복의 마이너스 척도인 자살률, 이혼율은 과거보다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이제부터는 국민의 행복을 국정의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 행복을 중시하면 국정운영도 현재와 많이 달라질 것이다. 안전, 환경, 여가 등 삶의 질적 개선에 대한 관심이 증대할 것이다. 소득분배나, 사회적 양극화 개선에 관한 정책의 우선순위가 높아질 것이다. 현재는 이렇다 할 국민행복지수가 없으므로 소득분배 개선보다는 경제성장률을 중시한다. 소득분배 악화는 지표화가 미흡해 당장 눈에 안 띄지만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것은 정부 치적 홍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국민행복지수가 개발되어 형평성에 관심이 높아지면 정부는 현재보다 소득분배에 더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국민의 행복을 국정 우선순위에 두려면 우선 국민의 행복상태를 알아야 한다. 행복은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정의도 다르고 계량화하기도 어렵다. 현재도 행복과 관련된 지표가 없지 않다. 도시근로자 가계소득분포, 평균수명, 자살률, 이혼율 등이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지표를 심층분석하여 종합적으로 국민의 행복상태를 알려주는 지표는 없다. 따라서 국민들이 과거보다 행복해졌는지 불행해졌는지 알지 못한다. 물론 국민행복지수 개발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정부가 국민의 행복 상태에 대한 관심을 덜 기울여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 국제적으로 행복지수 개발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5월 24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당신의 더 나은 삶 지수’(Your Better Life Index)라는 일종의 행복지수를 공개했다. OECD는 삶의 질을 측정하기 위해 주택, 소득, 일자리, 공동체, 환경, 생활 만족도, 일과 여가의 조화 등 11개 기준을 선정했다. 이를 기초로 각국이 스스로 지수를 완성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한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센 교수와 스티글리츠 교수에게 국민행복지수 개발을 요청한 바 있다. 국민행복지수를 적극 개발하여 국민의 궁극적 욕구인 행복에 대해 정부와 사회의 관심이 증대되기를 기대한다.
  • “미래 세대 재정적 부담 현재세대의 3배 높아”…전영준교수 콘퍼런스서 주장

    세대 간 재정불평등이 심화, 현재의 재정정책 기조라면 불평등도가 281%에 이른다는 주장이 나왔다. 즉, 미래 세대가 현재 세대보다 재정부담이 3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라는 의미이다. 전영준 한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1일 한국조세연구원과 한미경제학회가 공동 주최한 ‘재정·금융 및 재분배의 분석과 정책과제’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조세 재정정책 개편의 재정부담 귀착 분석:세대 간 회계를 이용한 접근’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전 교수는 현재 세대에게 적용되는 제도가 앞으로도 똑같이 적용될 경우 현재 세대의 순재정부담에 비해 미래 세대의 순재정부담이 281% 높은 수준이 돼야 정부의 장기재정균형이 회복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08년 태어난 세대가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할 경우 기대수명 동안 소득금액의 6.5%를 재정 부담으로 지출했다면 미래 세대의 재정 부담은 24.6%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 교수는 “빠른 시일 내에 재정건전성을 제고하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미래 세대의 재정 부담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세대 간 불평등도는 복지 관련 재정이 늘어나면서 증가, 2000년에는 86%였으나 2004년 143%로 올랐다. 2007년 기초노령연금과 장기요양제도 등이 도입돼 재정불평등도가 심화된 것이다. 그 이후 무상급식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복지 관련 재정 수요가 더 늘어난 바 있어 재정불평등도는 더 심화됐을 가능성이 높다. 전 교수는 최근 재정건전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재정기조의 변화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기초노령연금과 장기요양제도가 앞으로 노인인구에 대한 복지 급여의 증가를 가져올 전망이라 재정건전성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전 교수는 “앞으로 재정지출과 재정수입의 차이는 현 정책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6%에 이르기 때문에 조세부담 상향이 불가피하다.”며 “비용효율적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박재완 “대학 기부금 세액공제 검토”

    박재완 “대학 기부금 세액공제 검토”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경제정책은 안정 성장과 일하는 복지다. 정책의 신뢰성을 유지하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시장친화적이며 창의적 대안들이 검토될 전망이다. 공공요금의 시간대별 차별요금, 대학 기부금에 대한 세액 공제 등이 창의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박 후보자는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안정에 두고 10년 뒤를 바라보는 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는 모두 발언을 통해 물가 안정과 일자리 창출, 안정 성장을 위한 경제체질 강화, 성장 잠재력 제고, 부문별 격차 축소 등 4가지 과제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주요 추진 정책으로는 의료·교육·관광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과 제조업의 시너지 구현,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통한 건강한 기업생태계 구축 등이다. 박 후보자는 “정부의 3% 물가상승률 목표는 지키기가 어렵다.”며 “공공요금 인상은 시기를 조율해 충격이 쏠리지 않게 하겠다.”며 사실상 4%대로 물가 정책 목표를 수정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어 “관련 부처와 협의를 해봐야 하지만 시간대별 차등요금 등 요금 부과 체계 개편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5% 경제성장률 목표 유지에 대해서는 수출증가와 교역조건 악화 등 상반되는 요인들이 있어 지켜봐야 한다며 “가급적이면 여러 전문기관들의 의견을 수렴해 시장의 신뢰를 얻도록 6월 말에 (올해 경제전망 수정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학 반값 등록금과 관련, “등록금 부담을 낮추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측면에서 대학 기부금에 대한 세액 공제를 창의적 대안 중 하나로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대학 기부금 세액 공제는 정치 후원금에 대한 세액 공제처럼 기부금을 10만원까지 환급해 주자는 제도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국회의원 시절 추진했던 것이다. 무상복지 논란에 대해서는 복지의 4대 원칙을 제시하며 “무상복지는 흠결이 있어 동의가 어렵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가 내세우는 4대 원칙은 일하는 복지여야 하고, 도덕적 해이가 없고,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해야 하며 필요한 사람에 대한 맞춤형 복지다. 재정건전성과 복지 중 어느 것이 중요하냐는 질문에는 “재정건전성이 국제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1등 공신이었고 작은 정부가 평소 소신”이라며 “현재 복지 수준이 낮지만 설계된 제도가 연차적으로 정착되면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감세 논란에 대해서는 정책의 신뢰성, 세계적 경쟁 등의 요소로 예정대로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자는 “당정 간, 야당과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비과세 감면 등을 조정해 소득 재분배 기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금융정책 기능을 현 기획재정부에서 금융위원회로 옮기는 정책을 입안했다. 이 개편이 현재의 저축은행 사태를 유발시켰다는 지적에 대해 “값싼 구조조정, 저축은행의 수익 탐닉, 소홀한 감독 등이 합쳐져 나타난 것인지 조직 개편에 따른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어 “금융감독체제에 대한 정답은 없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메가뱅크 논란에 대해서는 “금융산업의 발전, 민영화의 필요성, 대형은행의 필요성 등을 감안해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정책분야 강점 살려 심층 경제보도를”

    “정책분야 강점 살려 심층 경제보도를”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위원장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25일 제44차 회의를 열어 민생 경제와 경제 정책에 대한 보도 내용을 살펴보고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독자권익위원들은 주요 경제 이슈를 골고루 다루고 있지만 서울신문만의 목소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책 보도에 강한 브랜드 파워를 경제 분야에도 적용해 여론을 앞장서 이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신문 나름의 시각 지녀야” 김형준 위원장은 “깊이 있는 분석 기사를 내려면 경제를 다루는 서울신문의 근본 기조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면서 “정책에 강한 신문이라는 브랜드 파워가 경제 분야에서도 발휘된다면 다른 신문과 차별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문형(산업연구원 국제산업협력실장) 위원은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 세대 간 일자리 갈등, 가계부채와 부동산 경기, 세계경제 지각변동 등 4대 경제 주제를 사설과 특집을 통해 잘 짚어주고 있다.”면서도 “문제는 이런 이슈를 바라보는 서울신문 나름의 시각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값 등록금 깊이 있는 접근을” 위원들은 이슈로 부상한 ‘반값 등록금’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을 주문했다. 표정의(이화여대 학보사 편집장) 위원은 “대선 공약이었던 반값 등록금이 말뿐인 포퓰리즘 정책은 아닌지 명확히 분석해 줘야 하는데 서울신문이 이 주제를 소홀히 다루고 있어서 아쉽다.”면서 “대학 재정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차원에서 분석적으로 접근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진광(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 대표) 위원은 “학부모의 입장에서 서민 경제의 가장 큰 부담인 대학등록금 문제를 집중 취재해 등록금 현실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청수(서울시의회 수석전문위원) 위원은 실업률 기사를 예로 들면서 “통계 수치가 부정확한 기사도 간혹 눈에 띄는데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기지 말고 기자들이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성자(책만들며크는학교 대표) 위원도 “잘 읽히는 문화, 사회면과 달리 경제 기사는 정책을 나열하거나 비율 등 숫자가 많아 전달력이 떨어지고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관예우 파헤치는 보도 더 나오길” 홍수열(자원순환사회연대 정책팀장) 위원은 “유성기업의 파업 보도를 보면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원인은 빠져 있고 자동차 산업의 피해만 부각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진광 위원은 전관예우 문제점을 짚은 기획 기사를 높이 평가하면서 “지속적으로 전관예우를 파헤치는 심층 보도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이목희 서울신문 편집국장은 “전달력 높은 경제 기사를 쓰기 위해 고민하겠다. 정권 후반기로 가면서 경제정책이 어떻게 달라질지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기획보도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빙하 녹으며 드러나는 석유…북극에 ‘자원전쟁’ 임박했다”

    “빙하 녹으며 드러나는 석유…북극에 ‘자원전쟁’ 임박했다”

    “21세기는 자원 전쟁의 시대가 될 것이다. 러시아가 북극의 자원 전쟁에서 패배해서는 안 된다.”(러시아 나토 파견 대사 드미트리 로고진) “새로운 항로와 천연 자원의 발견으로 북극은 필연적으로 국제 정치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덴마크 외교 장관 스티거 뮐러) 석유와 가스 등 천연자원 개발을 노린 국가들의 치열한 ‘북극 전쟁’이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입수한 관련 국가 외교전문에 의해 낱낱이 드러났다. ●알자지라, 위키리크스 외교전문 보도 23일 아랍권의 알자지라 등 외신에 따르면 북극 연안의 주요 국가들이 최악의 경우 북극에서의 무력 충돌까지 예상하며 자원 전쟁을 벌이고 있는 실상이 외교전문을 통해 확인됐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북극의 석유 매장량이 전 세계 매장량의 22%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소 400억 배럴에서 최대 1600억 배럴이 묻혀 있을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가스는 전 세계 매장량의 30%인 440억 배럴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알자지라는 전 지구적인 온난화 현상으로 북극의 해빙이 줄어드는 대신 석유 시추가 가능한 지역이 늘면서 자원 전쟁이 임박했다는 각국 전문가들의 분석을 소개하기도 했다. 특히 러시아 해군의 블라디미르 비소츠키는 외교전문에서 “북극에서 (국가 간) 힘(power)의 재분배 현상이 올 것이고, 이는 무력 개입에 이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알자지라는 “현재 캐나다와 미국, 러시아, 노르웨이, 덴마크, 그리고 아마도 중국까지 지구 표면의 6%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북극에서의 권리를 경쟁적으로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각국이 북극을 노리는 이유에는 석유, 가스 등 천연자원의 개발뿐만 아니라 상업 루트로서 새로운 대양항로의 확보라는 이점도 포함돼 있다. 러시아가 2007년 북극 해저 4000m에 국기를 꽂고 영유권을 주장한 것은 북극 해저의 풍부한 석유와 가스를 차지하고, 얼음이 얼지 않는 대양 항로를 개척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캐나다·미·중·러 등 권리 주장 하지만 노르웨이 등 일부 국가의 외교전문에는 북극의 자원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군산복합체를 지원하고 자신의 입지를 넓히려는 각국 정치인들에 의해 과대포장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외신은 지구 온난화와 기상이변으로 각국이 고통을 받으면서 한편으로는 그 반사이익을 북극에서 찾아내려 한다는 점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전했다. 시민단체인 캐나다국민위원회의 연구원 안드레아 하든 도너휴는 “지구 온난화로 북극에서 새로운 석유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는 어리석은 것”이라면서 “새로운 자원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더 심각한 기후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법인세 감세 근로자도 수혜… 예정대로 추진을”

    “법인세 감세 근로자도 수혜… 예정대로 추진을”

    정치권에서 법인세 감세 철회가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원윤희(54) 한국조세연구원장은 22일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최고 소득세율은 다른 국가보다 낮지만 최고 법인세율은 다른 국가보다 높다.”면서 법인세 감세는 예정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고 소득 구간에 대한 소득세(35%)와 법인세(22%)를 각각 2% 포인트 내리기로 한 감세를 철회할 경우 확보되는 세수는 소득세 6000억원, 법인세 3조 9000억원으로 총 4조 5000억원인 것으로 추산됐다. 소득세는 감세 철회로 얻는 세수가 적고, 법인세 감세는 대주주나 경영진이 효과를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소득세 감세는 철회하고 법인세 감세는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년으로 예정된 감세를 철회해야 한다는 논쟁이 뜨겁다. -법인세 감세는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감세해도 총 법인세수의 증가가 예상되고 고용 정책의 핵심인 기업 유치를 위한 국가 간 경쟁, 국가정책의 신뢰성 등을 감안해야 한다. 법인세 감세 효과는 대주주나 경영진에만 가는 것이 아니고 근로자나 소비자에게도 전달된다. 소득세는 세원으로서의 기능이 약하고 소득격차 축소 등에 대한 요구 등을 감안할 때 여러 대안들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 →법인세를 그동안 내렸지만 세수만 줄고 효과가 없었다는 지적이 있다. -감세 효과는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법인세를 낮추면 법인에 투자한 사람들의 소득이 늘어 경제활동이 더 활성화될 수 있다. 1981년 40%였던 법인세율이 현재 22%까지 낮아졌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수는 같은 기간 동안 2%에서 4%로 높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실증분석 결과에 따르면 조세부담률을 1% 포인트 줄이거나 재정규모를 GDP 대비 1% 정도만 감축하면 경제효율성 제고 및 투자촉진 등으로 경제활동인구 1인당 GDP 증가율을 0.6~0.7% 포인트 올릴 수 있다. 세율을 낮춘다고 해서 세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세율은 세수뿐만 아니라 경제활동 촉진효과, 세무행정, 경제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하는 정책이다.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근로소득자 중 세금을 안 내는 사람이 절반에 가깝다는 것은 분명 문제지만 면세점 1200만원 이하는 자영업 부문의 과세 불투명성과 같이 봐야 한다. 우리나라의 전체 세수 중 개인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15.0%로 영국 30.1%, 미국 37.9% 등에 비해 매우 낮다. →최고 소득세율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어느 정도인가. -최고 소득세율 35%가 적용되는 과표구간인 8800만원 초과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높지도, 낮지도 않다. 다만 그동안 금액 변화가 적었다는 점에서 조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과표 구간 신설을 고려해 볼 만하다. 과표를 1억 2000만~1억 5000만원 초과로 설정하고 8800만원 초과부터 그 미만까지는 예정대로 소득세율을 2% 포인트 내려 33%로 적용하고 신설 구간은 35%를 유지하는 방안이다. →대기업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는 가능한지. -세법을 정비해 과세해야 한다. 2004년 도입된 상속·증여 포괄주의와 같이 세법에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일감을 아웃소싱하거나 하도급업체를 선정할 때 불공정한 업체 선정 혹은 가격조정이 있었다면 공정거래 차원에서 먼저 접근할 수 있다. 계약행위상의 문제라 시장질서 유지 측면에서 공정거래위원회 기능을 통해 시정할 수 있다. 시장가격과 다른 특혜 가격을 통해 부당하게 계열사를 지원했다면 이전가격에 대한 과세를 적용할 수 있다. 모회사의 이득을 부당하게 계열사로 이전한 것이므로 시장가격 이상으로 책정한 부분에 대해 모회사의 이득으로 간주해 과세하는 것이다. 상속세 논의도 함께할 필요가 있다. 현재 최고 상속세율은 50%로 최고 소득세율 35%와 큰 차이가 난다. 외국은 두 최고세율에 큰 차이가 없다. 상속세가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고 기업들이 다양한 편법을 동원해 빠져나가는 현실 등을 보면 상속세율을 내리거나 과표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부담을 덜어주고 범법 행위 양산을 막는 것이다. 상속을 둘러싼 사회적 소음이나 비용도 고려해 봐야 한다. →최근 간접세 비중은 늘어나고 직접세 비중이 줄어드는 것이 친서민정책에 역행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세수 중에서 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서 간접세 비중이 높아 보이는 것이다.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등 간접세 자체가 소득재분배 목적을 담고 있는 것도 있다.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소득세는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지만 부가가치세는 경제활동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소득세가 소득격차를 축소하는 재분배 기능이 있어 친서민정책의 하나로 이해되지만 소득재분배에 보다 효과적인 정책은 조세정책이 아니라 지원계층을 특화할 수 있는 재정지출 정책이다. 직접세와 간접세의 비중을 볼 것이 아니라 어디에 쓰는지를 봐야 한다. →해외 탈루소득 과세가 시작됐는데. -세 부담의 공평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다만 실적 홍보 위주의 접근은 국민들에게 전반적인 과세의 신뢰성을 낮추는 역효과가 크므로 자제할 필요가 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美, 로버트 킹 대북인권특사 방북 검토

    미국 정부는 18일 로버트 킹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방북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 확인했다. 마크 토너 국무부 대변인 대행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식량사정에 대한) 우리 자체의 평가를 하기 위해 킹 특사를 북한에 보내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토너 대행은 미국의 자체 평가가 식량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부분 중 하나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미국은 북한의 식량난 관련 사안을 매우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곳에 이를 제공하는 것은 미국의 입장과 일치하는 것이라면서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필요성에 대한 검토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식량난 원인과 관련, “북한이 그 상황에 상당부분 책임이 있다.”면서 “나쁜 정책들과 자원의 잘못된 분배 및 관리로 초래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미 양국 간에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식량지원 필요성 문제와 관련, 한국과 강한 일치가 있다고 말했다.”면서 “어떤 식으로든 해소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의 반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 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것과 관련, “우리는 보고서 공개를 계속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北식량분배 군단위까지 감시”

    클라우디아 본 로엘 세계식량계획(WFP) 북한사무소장은 19일 “북한과 새로운 모니터링(분배감시) 조건이 담긴 동의서를 체결했고, 북한이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WFP는 위반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엘 소장은 국회에서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 주최로 열린 ‘진보와 보수, 대북 식량 지원을 말하다’ 토론회에 참석해 “WFP는 6개 현장사무소에 최대 59명의 상주지원을 두고 군 단위까지 지원 식량의 움직임을 감시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항만, 학교, 가정 등 WFP가 지원하는 모든 시설에 직원의 접근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8월부터 북한에 체류해 온 로엘 소장은 북한의 식량 사정에 대해 “혹한으로 작물 생장이 늦어져 겨울에 수확할 작물을 심기 위해 아직 덜 익은 작물들을 모두 잘라 버려야 하고 저장고에 있던 씨감자도 못 쓰게 됐다.”면서 “식량 생산량과 국제사회의 식량지원이 줄면서 600만명이 심각한 식량 부족에 노출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북한을 도우려는 WFP의 진정성은 이해하지만 대부분 서양인으로 구성된 조사단이 북한에 속았다고 생각한다.”면서 “북한의 식량 사정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과학계 ‘과학벨트 입지 선정 이후’ 토론회

    국내 기초과학 연구의 일대 전환점이 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성공을 위한 첫번째 과제로 과학계 인사들은 ‘수월성을 기초로 한 연구조직 운영’을 꼽았다. 막대한 자본이 필요해 국가적 차원의 정책으로 다뤄야 하는 탓에 과학이 정치와 따로 갈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단순히 지역 안배를 위해 ‘분산’ 개념을 적용할 것이 아니라 연구의 효율성을 위한 분배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금동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KIST 전 원장)은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국과학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과학벨트 입지 선정 이후의 과제’ 토론회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지역 안배를 위해 50개 연구단을 지방별로 나눠 주게 되면 결국 연구 수준을 하향평준화로 가져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 연구원은 “당장 연구단 몇 개만 운영하면서 제대로 자리를 잡으면 지속성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며 연구단 배분에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적용할 것을 주문했다. 과학벨트의 지역 분산에 대한 논란도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이준행 전남대 의대 교수는 “히딩크 없이는 박지성도 없는 것처럼 국가대표를 만들려면 좋은 상비군을 만드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면서 “우리나라는 1970년대 이후 대전에 과학 인프라를 집중시켜왔지만 독일이나 미국 등 외곽지역에서도 세계적인 과학자를 유치해 훌륭한 성과를 낸 사례가 있는 만큼 광주와 경북권 분산계획을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치 담당 패널로 참석한 김경민 한양대 교수는 “과학벨트 건설을 위해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소나 미국형 연구소를 벤치마킹할 필요는 있지만, 지역 균형발전이 필요한 우리나라의 사정에 맞게 한국형 과학벨트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법원도 감동한 ‘양자의 孝’… “유산 절반 상속”

    법원도 감동한 ‘양자의 孝’… “유산 절반 상속”

    50년 가까이 부모를 모신 양자에게 기여분을 인정해 절반 이상의 유산을 넘겨주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이 재산 상속에서 기여분을 절반까지 인정한 건 이례적이다. 15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A(남)씨는 마흔 무렵이던 1974년 딸만 7명을 뒀던 삼촌 부부(이하 양부모)에게 양자로 입양됐다. A씨 부부는 양부모가 모두 사망한 2002년까지 농사와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이들을 모셨는데, 정식 입양 전부터 따지면 50년 가까이 양부모를 봉양한 셈이었다. 특히 100세의 나이로 사망한 양아버지는 19년 동안 지병을 앓으며 입·퇴원을 반복했고 95세로 사망한 양어머니는 사망 직전 3년 동안이나 치매에 시달렸으나 A씨 부부는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이들을 지극히 모셨다. 그러다 2009년 A씨가 사망한 뒤 그 유족과 양부모의 친딸 간 재산 분배로 의견이 갈리게 됐다. 양부모는 선산과 자신들이 살던 주택, 논밭을 유산으로 남겼는데, A씨 부인이 “남편이 양부모를 극진히 모셨으니 기여분 100%를 인정해 달라.”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양부모 친딸 측이 이에 동의하지 않아 결국 법정으로 오게 됐다. 이에 대해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부장 최재혁)는 A씨 기여분을 50%로 인정했다. 기여분은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경우 전체 상속 재산에서 당사자에게 우선 나눠 주는 상속 재산 비율로, 그 나머지를 전체 상속인들이 다시 나눠 가지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A씨의 몫은 절반이 넘게 된다. 재판부는 “A씨가 약 40∼50년간 양부모를 모셨고 병시중 비용도 모두 부담했으며 양부모가 기대 수명이 훨씬 넘는 100세, 95세까지 각각 산 점 등을 고려해 기여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기여분을 인정하는 사례가 많지 않고, 인정하더라도 통상 20% 이상인 경우는 거의 없다.”며 “입양과 노부모 봉양, 효도의 의미 등을 되새겨볼 수 있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5·16 50돌] 5·16을 말한다

    [5·16 50돌] 5·16을 말한다

    ■ “8기 JP가 주도했다고? 5기가 핵심 세력이었지” 주역 중 1인 김재춘 前중앙정보부장 ‘삼국지’ 첫 대목으로 기억된다. ‘창장(長江)강은 뒤 물이 앞 물을 밀치면서 도도히 흐른다.’ 역사의 물줄기를 의미하겠다. 꼭 50년 전 오늘은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긴박했던 하루였다. 도도히 흐르던 역사의 물줄기를 확 바꿔놓은 사건, 이른바 ‘5·16 군사정변’이 일어났던 날이다. 최근 50주년을 맞아 5·16 그날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당시 주체세력 중 한 사람으로 알려진 김종필(85·육사8기) 전 자민련 총재가 5·16에 대해 오랜만에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전 총재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반박하는 논리도 만만치 않다. “육사8기생들이 혁명의 주체세력이라고?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요. 아니 혁명을 주도하려면 병력을 거느리고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당시 그들에겐 따르는 휘하 병력이 거의 없었는데 뭘.” 김재춘(84·육사 5기) ‘재단법인 5·16민족상’ 이사장은 5·16 당시 6관구사령부 참모장(대령)이었다. 그는 거사 전야인 1961년 5월 15일 밤 육사 5기생 출신을 주축으로 30여명의 영관장교들과 대책회의를 주도했다. 나중에 박정희 소장도 참석, 부대를 진두지휘하는 등의 역사가 있어 6관구사령부 참모장실은 소위 ‘혁명의 산실’로 알려져 있다. “그때 6관구사령부 참모장실은 혁명의 발상지였어. 15일 밤 10시에 5기생부터 8기생까지 주요 보직에 있는 장교들이 많이 모였지. 그때 김 전 총리는 보이지도 않았어. 다들 목숨을 내놓고 온 장교들이라 긴 말이 필요없었지. 침묵으로 긴 밤을 새우고 이튿날 새벽 3시 혁명군들이 여러 시설을 장악했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각자의 역할로 돌아갔지.” 6관구사령부 참모장실에 장교들이 모인 까닭에 대해 그는 “6관구사령부는 수도권을 포함, 전국의 부대를 통신축선상으로 장악할 수 있는 중요한 곳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당시 5기생 출신들이 5·16의 주도세력이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그때 말야. 5사단장 채명신 장군, 12사단장 박춘식 장군, 6군단 포병단장 문재준 대령, 1공수여단장 박치옥 대령 등이 5기생 출신이었는데 병력을 이끌고 앞장서 출동해 말 그대로 일등공신들이었지. 개인적으로 김 전 총재에 대해 왈가왈부할 마음은 없지만 당시 김 전 총재는 민간인 신분인 걸로 알고 있어.” 김 전 총재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원된 3700명 병력이 적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혁명은 숫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이사장에게 “당시 김 전 총재는 하극상 사건으로 민간인 신분인데도 권총을 차고 가담한 것으로 돼 있다. 이는 불법무기 소지가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허허, 아마도 목숨을 내놓은 상황이라 다급하게 권총을 찼나 보지 뭐.”라고 했다. 다음은 김 이사장(이하 김 참모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긴박했던 그날의 참모장실 분위기를 개략적으로 재구성했다. 김 참모장은 5월 15일 저녁 9시 30분쯤 시내에서 6관구사령부에 전화를 걸어 특이상황 여부를 묻고 박정희 소장에게 연락을 취한 뒤 곧장 부대로 향한다. 잠시후 부대정문에 도착한 김 참모장은 대기 중이던 혁명군 장교 20여명과 합류하여 참모장 집무실로 들어갔다. 밤 10시쯤 되자 다른 장교들도 추가로 합류했다. 김 참모장은 장교들에게 무기를 분배하는 등 만약의 사태를 대비했다. 6관구사령부는 당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해 있었으며 수도군단의 전신이다. 이 시간 박정희 소장은 경호책임을 맡았던 한웅진 준장(육군정보학교장)과 함께 청진동 소재 서울호텔에서 은밀하게 만나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평소 청진동 골목에서 막걸리를 즐기다 보니 비밀장소를 서울호텔로 정했다. 이날 6관구사령부 참모장실은 새벽 3시 6군단 포병단이 육본을 완전 장악했다는 사실이 알려질 때까지 기침소리마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적막과 긴장의 시곗바늘만 째깍째깍 돌아갈 뿐이었다. 특히 새벽 3시 무렵, 참모장실에 영어를 구사하는 낯선 목소리의 전화가 와 긴장과 초조함은 더했다. 백악관인지 미8군 관계자인지 영어가 짧아 되묻지는 못했지만 ‘거사의 주동이 박정희가 맞느냐.’고 묻는 것인지는 알 수 있었다. 김 참모장은 ‘맞다.’고 확실하게 대답했다. 새벽 4시 남산에 있는 방송국을 장악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김 참모장은 박정희 소장에게 미리 연락을 받았던 혁명 취지가 담긴 박정희의 친필 서신을 장도영 참모총장에게 인편을 통해 보냈다. 내용에는 ‘만약 일이 잘못될 경우 전원 자결키로 맹세한다.’는 뜻도 담겼다. 장 참모총장은 육본 군수참모 이·취임식이 있는 날이어서 필동의 한 음식점에서 회식을 마친 뒤 나중에 이철희 방첩부대장에게 종합적인 상황보고를 받았다. “5·16 아침 박정희 소장 등과 함께 청와대로 갔어. 윤보선 대통령한테 정확한 사정을 보고하기 위해서였지. 비서관이 먼저 나와 우리들에게 ‘각하를 어떻게 하실 겁니까.’라고 묻더군. 앞으로 잘 모시고 혁명과업을 수행해야 한다고 했더니 그제서야 안심한 듯 만나게 해줬어. 장면 총리는 수녀원으로 피신해 있어서 금남의 집이라 들어갈 수가 없었지.” 박정희 소장한테 거사계획을 언제 들었느냐고 하자 김 이사장은 “박정희 장군은 점조직을 통해 혁명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대부분 1대1로 만나 가담 여부를 타진했고 나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원래 거사일을 5월 12일로 했다가 연기된 것도 그런 까닭이었다고 술회했다. 또한 그는 “우리 5기생들은 육사 때 박정희 장군이 구대장과 중대장을 했던지라 거사 제의 같은 것은 거절할 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5·16 관련 내용은 인터뷰나 자료 등을 통해 대부분 공개됐다. 이 중 거사의 발상지는 6관구사령부 참모장실이며 주축세력이 육사 5기생과 8기생 출신이라는 것만큼은 분명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그동안 왜 8기생 출신들의 역할이 더 부각됐느냐고 하자 김 이사장은 “아마 김 전 총재가 박정희 대통령의 조카사위여서 그랬나 보다.”고 하면서 웃는다.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김재춘은 1948년 육군사관학교와 1955년 육군대를 졸업했다. 1957년 연대장을 지낸 뒤 1961년 5·16 당시 5·16 군사정변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는 6관구사령부 참모장을 맡았다. 이후 방첩부대장 겸 군검경합동수사본부장을 지냈으며 1963년 최고회의 문교사회위원장을 맡았다. 그해 육군소장으로 예편한 뒤 중앙정보부장을 지냈다. 이후 무임소장관, 자민당 최고위원 등을 거쳐 1971년 제8대 국회의원(김포·강화, 민중당) 1973년 제9대 국회의원(고양·김포·강화, 민주공화당)을 지냈다. 1974년 축산단체연합회 회장, 1975년 한·중예술연합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재단법인 5·16민족상 이사장을 맡고 있다. ■ “5·16前 JP가 찾아와 정치발언 하기에 내쫓아” 反혁명분자 몰렸던 김웅수 당시 6군단장 5·16 당시 육군 6군단장(소장)이었던 김웅수(88)씨. 수도권 요충지에 포진한 6만명의 예하 병력을 법을 어겨 가며 진압군으로 동원할 수 있었던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결국 반 혁명세력으로 몰렸고 1년 뒤 군사정권의 간접적 압력으로 미국으로 떠났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그레이트폴스시의 자택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5·16은 혁명인가, 쿠데타인가.’라는 질문에 “쿠데타로 본다.”고 했으나, 답변에서는 ‘혁명’이라는 단어를 주로 썼다. →5·16 당시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사단장급 이상 야전군 지휘관 회의가 5월 17일 강원 원주의 야전군사령부에서 예정돼 있었어요. 16일 열리는 체육행사에도 참석해야 했기 때문에 25~26명의 지휘관들이 15일 원주에 다 모였어. 16일 새벽 4시쯤 잠을 자고 있는데 이한림 야전군사령관이 관사에서 회의를 소집한다는 거야. 그래서 가 보니 이 사령관이 서울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다면서 “각자 부대로 돌아가 병력을 장악해라. 병력 이동의 빌미가 될지 모르니 부대에 비상을 걸지 말라.”고 지시했어요. →6군단은 어떤 조치를 했습니까. -6군단의 작전지휘권은 내가 아니라 미 1군단장이 갖고 있었어요. 불법을 진압하려 불법을 저지르고 싶지 않았어. 그런데 그때 북한군 교신이 급격히 늘어나기에 비상을 걸었지. 비상을 걸면 자동적으로 1개 사단이 완전무장해서 특정지구로 출동하게 돼요. 이 일로 나중에 나는 반 혁명세력으로 간주되게 되었죠. →미군에는 조치를 요구했나요. -18일 나의 매부인 강영훈 육사교장이 육사생도들의 혁명지지 행진을 불허했다는 이유로 구속됐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라이언 1군단장한테 “왜 1군단이 갖고 있는 서울 비상계획은 쓰지 않는가.”라고 따졌어. 그날 저녁 라이언 장군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매그루더 미 8군사령관이 이한림 장군을 찾아가 얘기했다는 거예요. 그랬더니 이 장군이 “I will do(하겠다).”라고 했다는 거예요. 실제 그날 저녁 이 장군이 나한테 전화를 걸어 와 “도와 달라.”고 하더라고. 다음날 아침 이 사령관이 소집한 군단장 회의에 가려고 횡성 비행장에 도착했는데 미군 대령이 “이 장군이 이미 체포돼 서울로 압송됐다.”면서 되돌아가라고 하더라고. →결국 미군이 묵인한 건가요. -매그루더 장군이 누구를 진압할 성격이 못 됐어요. 강직하지 않았어. →미국이 5·16을 사전에 감지했었다는 얘기도 있는데요.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17일 마셜 그린 미국 부대사가 ‘군은 헌정에 의한 정통 정부에 귀속하라.’는 서한을 보내 왔거든. →6군단장으로는 언제까지 근무하신 겁니까. -20일 대통령 특사가 온다기에 군단 비행장으로 나갔어요. 도착한 비서 2명이 건넨 윤보선 대통령의 서신에는 ‘대립을 피하고 쿠데타에 협력하라.’라는 취지의 짤막한 글이 있었어. 그날 장도영 장군이 21일 오후 1시쯤 국회의사당(현 서울시의회 건물)에서 만나자고 하더라고. 서울로 떠나려는데 집사람이 전화를 걸어와 불길하다는 거야.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헌병 차량의 호송을 받으며 중앙청 쪽으로 가고 있는데 어떤 여인이 달려들어 막아서기에 내려보니 집사람이더라고. 그래서 “군인의 아내이니 이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 아이들이나 잘 보살펴 달라.”고 말하고는 차에 올랐어. 아내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리고 있었어. 의사당 앞에 도착하니까 어떤 장교가 다가오더니 권총을 옆구리에 대고 같이 가자고 해요. 차지철이었던 것 같아. 나를 마포 형무소에 집어넣더라고. →박정희 소장과 아는 사이는 아니었나요. -잘 몰랐어. 하지만 그 사람이 청렴하다는 소문이 자자해서 함께 일해 보고 싶었어. 그래서 1957년 내가 군수참모부장으로 있을 때 그를 군수기지사령관에 추천했어요. →직접 본 박정희 소장은 어떤 인물이던가요. -강직한 느낌이었어요. 군수기지사령관 취임식 참석차 부산 동래에 내려가 있었는데 박정희가 숙소로 찾아와서는 “각하, 혁명이라도 해야지 나라가 이대로 되겠습니까.”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군인이 혁명한다고 나라가 잘 된다는 보장이 있나.”라고 했지. →김종필씨와는 인연이 있습니까. -5·16 전에 김종필 소령이 우리 집에 찾아와서 “부패한 장성들은 군대에서 나가야 한다.”고 하기에 내가 “부패한 장성이 누구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소문으로 알지 실제로는 모른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그런 정치적 발언하려면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했지. →미국으로 떠난 이후 두 사람을 다시 만난 적은 없나요. -1972년인가 장모님이 위독하셔서 한국에 갔었어. 그 소식을 듣고 두 사람이 만나자고 연락이 왔더라고. →청와대로 갔나요. -청와대에서 박정희가 “언제 돌아오느냐.”고 묻기에 “이제는 사회 문제보다 개인사정이 더 중요하다. 막내 아들이 대학 들어가는데 3년은 더 있어야 나올 수 있다.”고 했어. 그랬더니 박정희가 “기업체를 순방하고 군부대도 순방해 달라.”고 그래요. 내가 “장모님 병 때문에 어렵다.”고 했더니 “나이 든 사람의 병이란 늘 그런 것 아니냐. 전화로 안부를 물으면 되지 않느냐.”고 해요. 그래서 포항제철하고 과학기술연구원인가 두 군데 돌아봤어. →김종필씨는 뭐라고 하던가요. -만났더니 “선배님이 오랜만에 오셔서 나라가 부패된 것 같은 인상을 받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미국에서 들었던 것보다 더 심각한 것 같다.”고 했지. →5·16은 필요했다고 보십니까,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습니까.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고 생각해. 그런데 오늘날 국민 전체가 수긍하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 걸 보면, 5·16이 나라에 아주 나쁜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구나, 국민의 감정에 완전히 반대되는 정권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김웅수는 1923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2살 때 청산리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할아버지 김조현의 거처로 옮겨 6살 때까지 중국 하얼빈 근처 독립군 부락에서 살았다. 일본 관동군 학도병으로 끌려간 뒤 일본 센다이 예비사관학교에 편입해 장교가 된다. 일본 야마가타 연대 소대장으로 임명된 지 몇 달 뒤 일본 패망으로 해방된 한국에 들어왔고, 국군 장교가 됐다. 5·16 당시 혁명재판에서 10년 형을 선고받았으나 1년 뒤 집행유예로 석방, 미국으로 건너간다. 미국 워싱턴주립대 등에서 학사·석사 과정을 밟고 워싱턴 DC의 가톨릭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교수로 일했다. 여동생이 강영훈 전 국무총리의 부인이다.
  • “김종필, 육사 8기생들이 혁명 주체세력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김종필, 육사 8기생들이 혁명 주체세력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삼국지’ 첫 대목으로 기억된다. ‘창장(長江)강은 뒤 물이 앞 물을 밀치면서 도도히 흐른다.’ 역사의 물줄기를 의미하겠다. 꼭 50년 전 오늘은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긴박했던 하루였다. 도도히 흐르던 역사의 물줄기를 확 바꿔놓은 사건, 이른바 ‘5·16 군사정변’이 일어났던 날이다. 최근 50주년을 맞아 5·16 그날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당시 주체세력 중 한 사람으로 알려진 김종필(85·육사8기) 전 자민련 총재가 5·16에 대해 오랜만에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전 총재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반박하는 논리도 만만치 않다. “육사8기생들이 혁명의 주체세력이라고?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요. 아니 혁명을 주도하려면 병력을 거느리고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당시 그들에겐 따르는 휘하 병력이 거의 없었는데 뭘.” 5·16 당시 6관구사령부 참모장(대령)이었다. 그는 거사 전야인 1961년 5월 15일 밤 육사 5기생 출신을 주축으로 30여명의 영관장교들과 대책회의를 주도했다. 나중에 박정희 소장도 참석, 부대를 진두지휘하는 등의 역사가 있어 6관구사령부 참모장실은 소위 ‘혁명의 산실’로 알려져 있다. 이날 김 이사장은 박정희 소장의 지시에 의해 당시 장도영 참모총장에게 ‘거사의 취지’를 알리는 서신을 전달하는 등 여러 중요 역할도 했다. “그때 6관구사령부 참모장실은 혁명의 발상지였어. 15일 밤 10시에 5기생부터 8기생까지 주요 보직에 있는 장교들이 많이 모였지. 그때 김 전 총리는 보이지도 않았어. 다들 목숨을 내놓고 온 장교들이라 긴 말이 필요없었지. 침묵으로 긴 밤을 새우고 이튿날 새벽 3시 혁명군들이 여러 시설을 장악했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각자의 역할로 돌아갔지.” 6관구사령부 참모장실에 장교들이 모인 까닭에 대해 그는 “6관구사령부는 수도권을 포함, 전국의 부대를 통신축선상으로 장악할 수 있는 중요한 곳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당시 5기생 출신들이 5·16의 주도세력이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그때 말야. 5사단장 채명신 장군, 12사단장 박춘식 장군, 6군단 포병단장 문재준 대령, 1공수여단장 박치옥 대령 등이 5기생 출신이었는데 병력을 이끌고 앞장서 출동해 말 그대로 일등공신들이었지. 개인적으로 김 전 총재에 대해 왈가왈부할 마음은 없지만 당시 김 전 총재는 민간인 신분인 걸로 알고 있어.” 김 전 총재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원된 3700명 병력이 적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혁명은 숫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이사장에게 “당시 김 전 총재는 하극상 사건으로 민간인 신분인데도 권총을 차고 가담한 것으로 돼 있다. 이는 불법무기 소지가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허허, 아마도 목숨을 내놓은 상황이라 다급하게 권총을 찼나 보지 뭐.”라고 했다. 다음은 김 이사장(이하 김 참모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긴박했던 그날의 참모장실 분위기를 개략적으로 재구성했다. 김 참모장은 5월 15일 저녁 9시 30분쯤 시내에서 6관구사령부에 전화를 걸어 특이상황 여부를 묻고 박정희 소장에게 연락을 취한 뒤 곧장 부대로 향한다. 잠시후 부대정문에 도착한 김 참모장은 대기 중이던 혁명군 장교 20여명과 합류하여 참모장 집무실로 들어갔다. 밤 10시쯤 되자 다른 장교들도 추가로 합류했다. 김 참모장은 장교들에게 무기를 분배하는 등 만약의 사태를 대비했다. 6관구사령부는 당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해 있었으며 수도군단의 전신이다. 이 시간 박정희 소장은 경호책임을 맡았던 한웅진 준장(육군정보학교장)과 함께 청진동 소재 서울호텔에서 은밀하게 만나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평소 청진동 골목에서 막걸리를 즐기다 보니 비밀장소를 서울호텔로 정했다. 이날 6관구사령부 참모장실은 새벽 3시 6군단 포병단이 육본을 완전 장악했다는 사실이 알려질 때까지 기침소리마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적막과 긴장의 시곗바늘만 째깍째깍 돌아갈 뿐이었다. 특히 새벽 3시 무렵, 참모장실에 영어를 구사하는 낯선 목소리의 전화가 와 긴장과 초조함은 더했다. 백악관인지 미8군 관계자인지 영어가 짧아 되묻지는 못했지만 ‘거사의 주동이 박정희가 맞느냐.’고 묻는 것인지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김 참모장은 ‘맞다.’고 확실하게 대답했다. 새벽 4시 남산에 있는 방송국을 장악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김 참모장은 박정희 소장에게 미리 연락을 받았던 혁명 취지가 담긴 박정희의 친필 서신을 장도영 참모총장에게 인편을 통해 보냈다. 내용에는 ‘만약 일이 잘못될 경우 전원 자결키로 맹세한다.’는 뜻도 담겼다. 장 참모총장은 육본 군수참모 이·취임식이 있는 날이어서 필동의 한 음식점에서 회식을 마친 뒤 나중에 이철희 방첩부대장에게 종합적인 상황보고를 받았다. “5·16 아침 박정희 소장 등과 함께 청와대로 갔어. 윤보선 대통령한테 정확한 사정을 보고하기 위해서여서지. 비서관이 먼저 나와 우리들에게 ‘각하를 어떻게 하실 겁니까.’라고 묻더군. 앞으로 잘 모시고 혁명과업을 수행해야 한다고 했더니 그제서야 안심한 듯 만나게 해줬어. 장면 총리는 수녀원으로 피신해 있어서 금남의 집이라 들어갈 수가 없었지.” 박정희 소장한테 거사계획을 언제 들었느냐고 하자 김 이사장은 “박정희 장군은 점조직을 통해 혁명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대부분 1대1로 만나 가담 여부를 타진했고 나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원래 거사일을 5월 12일로 했다가 연기된 것도 그런 까닭이었다고 술회했다. 또한 그는 “우리 5기생들은 육사 때 박정희 장군이 구대장과 중대장을 했던지라 거사 제의 같은 것은 거절할 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5·16 관련 내용은 인터뷰나 자료 등을 통해 대부분 공개됐다. 이 중 거사의 발상지는 6관구사령부 참모장실이며 주축세력이 육사 5기생과 8기생 출신이라는 것만큼은 분명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그동안 왜 8기생 출신들의 역할이 더 부각됐느냐고 하자 김 이사장은 “아마 김 전 총재가 박정희 대통령의 조카사위여서 그랬나 보다.”고 하면서 웃는다.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서울광장] 강남좌파 행동하지 않으면 의미 없다/김종면 논설위원

    [서울광장] 강남좌파 행동하지 않으면 의미 없다/김종면 논설위원

    4·27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여당 후보는 좌파로부터 나라를 지켜 달라고 호소했지만 선택받지 못했다. ‘제2의 강남’으로 불리는 대표적인 중산층 밀집 지역에서 색깔론은 통하지 않았다. 살 만큼 산다는 동네에서조차 ‘못살겠다 갈아 보자.’는 자유당 시절 구호가 나부낀 마당에 무슨 이념을 기대하겠는가. 경제적 실리를 좇는 이익 투표의 양상만 도드라졌다. 20년 보수 아성의 반란에서 보듯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혹은 상대적 박탈감은 특정 지역이나 계층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시대의 질병이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종합소득세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보다 45배나 많다. 상위 20%가 전체 부의 80%를 차지하는 ‘20대80 사회’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격차 사회의 고착화는 재앙이다.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미국이 망한다면 양극화 때문일 것”이라는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경고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득격차에 따른 계층 간 위화감은 사회통합이 불가능할 정도다. 좌절과 분노로 가득 찬 위험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어떻게 양극화의 낭떠러지를 향해 질주하는 폭주 기관차를 멈춰 세울 수 있을까. 먼저 고장난 분배 시스템을 손질해야 한다. 사라진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다시 놓아야 한다. 그러려면 지배적인 기득권 집단부터 나눔의 수범을 보이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전망 부재다. 사회주의 용어인지 공산주의 용어인지 모르겠다는 비아냥 속에 출발한 초과이익공유제의 길은 아득하다. 사회주의니 좌파 흉내내기니 하는 험한 소리를 들은 국민연금 의결권 강화 문제 또한 시끄럽기만 하다. 아무리 동반성장, 상생협력을 외쳐도 대답 없는 메아리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말도 물론 귀담아 들어야 한다. 잘해 보자고 한 일이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명적인 양극화로 공동체가 붕괴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비상한 수단을 강구하는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변변한 논의 한번 없이 듣도 보도 못한 대기업 때리기 발상이라며 일거에 내치는 태도가 과연 온당한가. 새로운 관치(官治)의 폐해가 우려된다고 끝간 데 없는 재벌의 탐욕을 방관해선 안 된다. 더불어 사는 지혜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덕목이다. 기득권의 성채를 허무는 것은 자기 희생이 전제되는 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최근 부쩍 활기를 띠는 강남좌파의 움직임에 눈길이 간다. 진보 개혁 성향에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인 그들은 기득권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무엇이 옳고 그른 일인가 판단해 행동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나는 그들의 정사(正邪) 감각을 온전히 신뢰하지 않는다. 그래도 가진 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내놓겠다니 가상하다. 세상엔 정치가 물구나무서도, 이웃이 하류 인생으로 곤두박질쳐도 안락의자에 파묻혀 나몰라라하는 사람들 천지다. 강남좌파가 부와 권력에 양심과 정의라는 상징 자본까지 갖겠다는 건 무리라는 식의 비판도 없지 않다. 공소한 얘기다. 양심과 정의는 빈부귀천을 떠나 맘껏 누려야 한다. 가진 계층에 양심과 정의가 살아 숨쉬는 것이 오히려 양극화 해소의 희망 아닌가. 지금은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시대가 아니다. 양극화 해법의 열쇠는 결국 기득권층에 있다. ‘진보의 진보’를 꿈꾸는 진정한 강남좌파라면 이 지점에서 뭔가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상징적 제스처에 머물면 당장 얼치기 댄디(dandy·맵시꾼) 소리를 듣는다. 강남좌파 진영을 이끄는 인사들은 보다 진화된 실천적 진보 담론을 제시해야 한다. 기득권을 버려야 공동체가 산다. ‘기득권타파국민운동’ 같은 것도 괜찮지 않을까. 정치 유혹을 떨치는 게 관건이다. 정치적 욕망의 프레임에 갇히는 순간 진보는 진부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우리 사회에 삐딱이 정신은 필요하다. 선망과 질시를 한몸에 받는 강남좌파의 날갯짓이 신화 속 이카루스의 허망한 비상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jm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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