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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거노인 사랑잇기] (3부)독거노인 복지제도 (⑩·끝)허만기 도덕성회복국민연합 대표 인터뷰

    [독거노인 사랑잇기] (3부)독거노인 복지제도 (⑩·끝)허만기 도덕성회복국민연합 대표 인터뷰

    “해마다 4000명 이상의 노인이 자살하고, 전체 노인의 80%가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50만원 이하의 돈으로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버림받는 독거노인의 참상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정부에만 기대지 말고 국민 모두가 이런 현실을 돌아봐야 합니다.” 허만기(81) 도덕성회복국민연합 대표는 지난 1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쉬움 가득한 어조로 운을 뗐다. 허 대표는 이어 “홀로 사는 노인이 전체 가구의 6%를 차지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부양문제에 관심을 갖기는커녕 오히려 관심이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성과를 이루기 어렵기 때문에 국민 개개인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특히 “과거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경제발전 과정에서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인 재벌들이 노인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노인과 청년층의 일자리 갈등에 대해서도 “일자리 분업화를 통해 노인과 청년층의 갈등을 봉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고 지적했다. 다음은 허 대표와의 일문일답. →노인 권익보호 운동은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 -지인 중에 상속 문제로 고통을 받는 사례를 접하고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어느 집 둘째 아들이 30년 동안 행방불명됐는데, 아버지가 죽은 다음에야 나타나 유산 상속을 요구했다. 불과 20여평 되는 아파트를 처분하려고 나선 것이다. 법정 싸움 끝에 수십년간 봉양하고 병수발까지 든 첫째는 울며 겨자 먹기로 결국 둘째에게 재산을 나눠줄 수밖에 없었다. 부모의 유산을 위로금 주듯 공평하게 나누는 현행 민법을 개정하기 위해 처음 단체를 만들었다. 문제의 근원은 효(孝) 사상이 붕괴된 데서 비롯된다. 독거노인 문제의 근본은 부모에 대한 봉양을 제대로 하지 않아도 공평하게 재산을 나눠 가질 수 있는 법체계에서 생긴 것이다. 법 정신은 오히려 효 사상을 포상하고 불효를 징벌하는 도덕성 확립에 있는 것 아닌가. →독거노인이 100만명을 넘어섰다. 정부나 정치권의 책임도 있지 않나. -사람은 영적인 존재다. 밥만 먹고 사는 동물이 아니다. 그런데 그 밥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고 노인의 80%가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50만원 이하의 돈으로 생활한다. 그 비참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복지 얘기만 나오면 ‘과잉복지’, ‘복지망국’이라고 비판을 한다. 과연 우리가 얼마나 지원을 했나 되짚어 봐야 한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적연금 지출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다만, 정부가 모든 것을 책임 질 수 없기 때문에 대국민 캠페인 형태의 운동과 성금 모금활동을 통해 지원을 보완해야 한다. →기업도 나눔에 더 많이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좁은 나라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지만 재벌들은 제 몫만 챙기려고 하고 있다. 재벌공화국이라고들 하지 않나. 노인들은 과거 어려운 시절 오히려 외국 물건을 쓰기보다 국산을 애용했다. 그런데 재벌들은 제 밥그릇만 챙기려고 한다. 부와 자본을 독점하고 있는 재벌들이 노인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 기업과 국민들의 노력으로 노인 문제를 우리 스스로 해결하는 국가가 된다면 오히려 국가 이미지가 높아지지 않겠는가. 금 모으기 운동은 아마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것이다. 누군가는 부를 독점하고, 누구는 굶고 산다면 언젠가는 문제가 터져 폭발하게 된다. 우리 사회는 혼자 사는 사회가 아니다. 사회공동체 속에서 나누고 베풀어야 한다. 그게 바로 도덕성의 회복이다. →청년과 노인의 일자리 갈등이 빚어지기도 하는데…. -우리도 내부적으로 오래 논의를 했지만 쉽게 결론 내리기 어려운 문제다. 다만 일자리의 분업화를 통해 노인과 청년층의 갈등을 봉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명백한 부분이다. 서로의 갈등을 풀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만 정보 부족이나 제대로 된 일자리 분배가 되지 않아 청년층이 담당하는 사례가 많다. 연령이나 환경에 적당한 일자리를 배분해야 한다. 고르바초프 대통령 시기에 러시아를 갔는데, 우리나라보다 복지가 부족한 그곳에서도 노인들이 식당 등에서 단순 서비스 업무를 많이 맡고 있었다. 정부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시장에만 모든 것을 맡기지 말고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 시스템과 논의가 필요하다. →정부의 독거노인 정책에서 보완해야 할 점은. -거꾸로 생각해 보자. 오히려 독거노인을 입양하는 정책은 어떤가. 물론 공공주택 등에서 분양 우선권을 주는 등 혜택이 있어야 할 것이다. 양로시설이 부족한 점도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독거노인의 쓸쓸한 죽음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얼마나 문제가 심하면 죽어서 장례도 못 치르고 화장터로 직행하는 직장(直葬)이라는 말이 나오겠나. 정부가 독거노인 관리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무연고 노인의 장례를 담당하는 작은 성의라도 보인다면 많은 분이 안심하고 삶을 마감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허만기 도덕성회복국민연합 대표는 1929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제2대 경남도의회 의원, 13대 국회의원(1988~1992년)을 지냈고 국회 5공비리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2006년부터 성균관유도회(儒道會) 총재를 맡고 있다. 2007년에는 지인들과 노인 권익신장을 위한 도덕성회복국민연합을 조직했고, 2009년 대한민국 헌정회 원로위원으로 선임됐다. 저서는 ‘고전 속의 도청도설’(道聽塗說)과 ‘나의 행서체로 본 사서(四書)와 도덕경’(道德經) 등이 있다. [독거노인 사랑잇기 사업 참여기관(11월 17일 기준)] ●1차 협약기관 국민은행·농협·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SK텔레콤·동부화재·삼성카드·LIG손해보험·교보생명·KTIS·국민건강보험공단·국민연금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대한적십자사·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보건복지콜센터(17개) ●2차 협약기관 삼성생명·삼성화재·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KTCS·사회복지법인 기아대책·대한변호사협회·좋은 사회를 위한 100인 이사회·네이버 해피빈(9개) ●3차 협약기관 외환은행·국민은행·신한은행·IBK기업은행·하나SK카드·신한카드·대한생명·네트웍오앤에스·현대C&R·SK증권·우정사업본부·보건복지정보개발원·근로복지공단·코레일네트웍스(14개) ●4차 협약기관 라이너생명 ●주관 언론사 서울신문 ●협약 예정 기관 제일은행·국민카드
  • 최신원 회장 기살리기 경영

    최신원 회장 기살리기 경영

    최신원 SKC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SK텔레시스의 개인 주식을 임직원들에게 무상으로 분배하기로 해 화제가 되고 있다. 기업총수가 개인 소유 주식을 임직원에게 나눠주는 것은 이례적이다. SK텔레시스는 17일 최 회장의 개인보유 주식 120만주를 임직원에게 나눠주는 주식증여 약정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주식 120만주는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의 11%에 해당된다. 최 회장이 주식 무상 배분에 나선 것은 임직원의 사기를 북돋고 회사 발전을 위해 구성원 모두 심기일전하자는 의미다. SK텔레시스는 지난 9월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휴대전화 제조 사업 부문을 철수하고 전체 직원의 절반인 250명이 퇴사하는 아픔을 겪었다. 주식 실물 증여는 주식증여약정서 체결 시점으로부터 1년 뒤인 내년 11월 이뤄진다. 통신장비 전문업체인 SK텔레시스는 2009년 11월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W, 아우라 등 일반 휴대전화와 윈 등 스마트폰을 선보였지만 시장점유율은 한 자릿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휴대전화 부문 적자폭만 200억원에 달했다. 최 회장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활동하며 2009년 3월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의 ‘기부 영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안철수 원장 1500억원 상당 사회에 환원키로

    안철수 원장 1500억원 상당 사회에 환원키로

    안철수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장이 자신이 보유한 안철수연구소 지분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 안 원장이 보유하고 있는 안철수연구소 지분은 37.1%(372만주)로 사회에 환원되는 기부 금액은 1500억원에 달한다. 안 원장은 14일 오후 안철수연구소 전 직원에게 ‘더불어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사회를 꿈꾸며’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이메일에서 “오늘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던 작은 결심 하나를 실천에 옮기려고 한다.”며 “우선 제가 가진 안 연구소 지분의 반을 사회를 위해 쓸 생각”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안 원장의 연구소 지분 사회 환원이 내년 대선에 유력 주자로 거론됐던 그의 정치권 진출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안 원장은 “기업이 존재하는 것은 돈을 버는 것 이상의 숭고한 의미가 있고, 구성원 개개인의 자아실현은 물론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기여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보다 큰 차원의 가치도 포함된다고 믿고 있다.”며 “그 가치를 실천해야 할 때가 왔다고 여기며 공동체에 공헌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환원 절차와 방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를 밟는 것이 좋을지, 어떻게 쓰이는 것이 가장 의미있는 것인지 많은 분들의 의견을 겸허히 들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안 원장은 구체적으로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재능을 키워가지 못하는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일에 쓰여지면 좋겠다.”며 저소득층 자녀 교육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의 핵심 중 하나는 가치의 혼란과 자원의 편중된 배분이며 그 근본에는 교육이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2000년 안철수연구소의 최고경영자(CEO)로 있을 때도 당시 60억원 상당의 주식을 직원들에게 무상으로 분배해 화제가 됐었다. 회사 설립 10년째인 2005년 CEO에서 물러나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유학길에 올랐다. 안철수연구소 주식의 이날 종가는 8만 1400원이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외채·경상적자·지하경제·기형적 복지 ‘4중 족쇄’

    외채·경상적자·지하경제·기형적 복지 ‘4중 족쇄’

    그리스에 이어 이탈리아도 심각한 위기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전날보다 0.82% 포인트 급등하면서 7.40%까지 치솟았다. 2009년 말 이후 위기국면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유럽 4개국 사회·경제제도는 어떤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 것일까. 흔히 남유럽 위기를 정부부채 위기로 표현한다. 하지만 국제금융센터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더 본질적인 문제는 정부부채 구성, 즉 대외부채 비중이다. 가령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가 200%가 넘는다. 세계 최악의 빚더미 국가로 악명이 높지만 정작 92.6%(6월 기준)를 국내에서 보유하고 있고 외채는 GDP 대비 7.4%에 불과하기 때문에 재정위기 발생 가능성은 매우 낮다. 반면 남유럽 4개국은 외채 비중이 상당히 높다. 정부부채만 놓고 보면 스페인은 지난해 기준 GDP 대비 60.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97.6%보다도 낮다. 하지만 외채규모는 GDP 대비 126.5%나 된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정부부채가 GDP 대비 118.4%이지만 외채규모는 66.0%로 그나마 상황이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부채 규모와 함께 거론되는 재정적자 문제도 경상수지로 시야를 넓혀 보는 게 필요하다. 남유럽 4개국은 모두 2000년 이후 꾸준히 경상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대외부채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되면 부채 상환능력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높아질 수 있다. 재정수지와 경상수지가 모두 적자를 보이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은 민간부문 저축률도 낮아서 정부 초과지출을 해외차입에 의존하는 상태에 빠져 있다. 지난해 말 기준 GDP 대비 외채비율이 141.3%나 되는 그리스는 2006년 이후 경상수지 적자 비율이 10%를 넘었고 2009년 기준 총저축률도 2.1%로 OECD에 포함된 유로존 평균 17.8%에 한참 못 미친다. 이탈리아도 지난해 GDP 대비 재정수지와 경상수지는 각각 4.5%와 3.3% 적자였고 저축률은 15.9%에 그쳤다. 남유럽에선 부정부패와 탈세 등이 많아 세수감소를 불러일으키는 고질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오스트리아 요하네스 케플러 대학 프리드리히 슈나이더 교수 연구에 따르면 재정상황이 우수한 북유럽 국가들이 재정압박을 받는 남유럽 국가들보다도 GDP 대비 지하경제 비율이 더 낮은 양상을 보인다. 그리스는 25.8%나 되고 이탈리아도 21.6%에 이른다. 스페인과 포르투갈도 각각 19.2%와 19.4%나 된다. 지하경제는 소득재분배 기능과 정부신뢰도도 떨어뜨린다. 남유럽 4개국 상황을 지속적으로 악화시킨 요인으로 거론되는 것 중 하나는 지나치게 높은 복지지출이다. 2007년 기준 GDP 대비 사회보장지출 비중은 이탈리아 24.9%, 포르투갈 22.5%, 스페인 21.6%, 그리스 21.3%를 기록했다. OECD평균인 19.3%보다는 높지만 영국이 20.5%, 프랑스가 28.4%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 남성 가장을 중심으로 양질의 일자리와 연금을 보장하는 등 가부장제에 기반한 남유럽형 복지시스템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남유럽 4개국은 사회보장지출 가운데 고령화 관련 지출이 절반가량이나 된다. 이런 시스템은 높은 연금 비중, 과다한 공공부문 일자리, 낮은 여성 취업률 등과 일맥상통한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전남-무안, 남악신도시 개발이익금 분쟁 격화

    전남도청이 이전하면서 조성된 무안군 남악신도시의 개발 이익금 배분 분쟁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무안군과 지역시민단체의 남악신도시 개발 이익금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배분 요구에 대해 신도시 개발을 맡은 전남개발공사와 전남도가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야외 집회로까지 번지고 있다. 남악신도시개발이익금 반환청구 추진위원회는 9일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전남개발공사와 전남도에 대해 남악신도시 개발 이익금의 규모를 공개하고 무안군에 이를 분배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당초 개발 이익금의 60%는 전남도가, 40%는 무안군이 갖기로 했지만 전남도가 남악신도시 옆 오룡지구 개발 완공 시점 이후로 배분을 미룬 것은 개발 이익금을 부당하게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또 “개발 이익금 지분 40%에 대한 배분 계획을 무안군에 통보하고 빠른 시일 내에 실행하라.”며 “도 지분 60%의 무안군 재투자 계획도 다시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전남도가 조례 등을 통해 이익금 처리 방안을 변경하거나 책임을 비켜 가려고 하면 서명운동과 주민감사 청구, 감사원 감사 요구, 이익금 반환 요구 소송 등을 제기하겠다.”며 강경하게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전남개발공사와 전남도는 “남악·임성·망월지구 3단계로 진행되는 남악신도시 개발사업 중 1단계 개발도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개발 이익금을 요구하는 건 성급하고 불합리한 태도”라고 반박했다. 또 남악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개발 이익금 산정을 위한 공식 협약서가 없었는데도 당시 회의 자료만을 근거로 개발 이익금 배분을 요구하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전남개발공사 관계자는 “각종 지방세 수입 200억원 등 사실상 개발의 수혜자는 무안군이다.”며 “이런 상황에서 근거에도 없는 개발 이익금을 추가로 달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무안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최종찬 따뜻한 사회] 노인정과 청소년 공부방

    [최종찬 따뜻한 사회] 노인정과 청소년 공부방

    소득의 양극화로 절대 빈곤층이 늘어나는데 그중에서도 노인층 빈곤 비중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높은 편이다. 노인복지의 중요성이 점점 더해지고 있다. 노인복지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노인정이다. 경제사정이 좋은 사람은 다양한 취미생활을 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과 활발한 육체 활동을 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노인정에서 소일하는 경우가 많다. 웬만한 아파트 단지에는 노인정이 있다. 자연히 노인정은 노인세대 여론의 집합장이 된다. 국회의원, 시·도의원, 시장, 군수 등 선거직은 누구나 노인정을 무시할 수 없다. 추석, 설날 때는 물론 수시로 방문하여 노인정의 애로사항을 청취한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노인정 시설도 개선되고 지원도 확대된다. 노인정에 비해 청소년 공부방은 국가적 지원이 훨씬 적다. 최근 이혼이 늘어나 결손가정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홀어머니, 홀아버지는 물론 할아버지 또는 할머니가 키우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는 부모가 이혼한 후 아버지가 새어머니와 재혼한 후 다시 이혼하여 새어머니와 함께 사는 경우도 있다. 요즈음 초등·중·고등학교의 공교육이 무너져 많은 학생들이 교육을 학원, 과외 등 사교육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부모가 제대로 챙겨주는 아이들은 학원에 가거나 나름대로 취미활동을 하지만 그러지 못한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모여 거리를 배회할 가능성이 크다. 나쁜 짓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방과후 수업이 있지만 이것도 선생님이나 부모들이 챙겨주어야 할 터인데 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다. 정부나 사회에서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지역아동센터에서 여건이 불우한 아이들을 돌봐주고 있다. 지역아동센터는 대부분 수업 후에 부모를 대신하여 아이들을 관리한다. 영어, 수학 등 보충교육을 하고 음악, 체육 등 취미활동도 시키며 저녁도 제공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한다. 문제는 지역아동센터가 충분치 못하다는 점이다. 그것도 대부분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중학생 대상은 별로 없다. 여건이 나빠 초등학교 공부방에 오는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었다고 갑자기 달라진 것도 아닌데, 중학교로 진학하면 갈 곳이 없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는 초등학교 공부방에 잔류하지만 중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이 제대로 없는 경우가 많다. 공부방 시설도 열악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사회복지사의 처우도 나빠 이직률이 높은 것도 문제이다. 청소년 시기는 감수성이 예민한 때이다. 청소년 시절을 잘못 보내 적기에 교육을 못 받거나 범죄 등에 연루될 경우 이것은 그들의 불행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막대한 부담이 된다. 최근 연간 청소년 범죄 증가율은 10% 수준으로 성인 범죄 증가율의 2배 가까이 된다. 가난의 대물림을 막고 사회가 안정되려면, 가정형편이 어려운 경우라도 청소년 시절을 잘 보내도록 돌보아 주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런데 불우 청소년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사회적 관심이 낮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을 대변할 정치적 목소리가 작기 때문이다. 필자가 매주 월요일 저녁 중학생 공부방에서 자원봉사로 경제교육을 하는데 정치인 방문은 거의 없다고 한다. 노인정에 수시로 방문하는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공부방에 지원을 늘려도 청소년들은 유권자도 아니고 그들의 부모는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하므로 생색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KT 등 기업들이 청소년 공부방에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아직은 미흡하다. 경기도 안양시의 경우 2011년 시에 신고된 노인정은 240개소이나, 공부방은 초등학생 대상이 22개이고 중·고등학생 대상은 1개에 불과하다.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 소득분배가 개선되는 사회는 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아이들이 부모를 잘못 만났다고 계속하여 가난 속에 살도록 하는 것은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노령화시대의 노인복지도 중요하지만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나 지원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전 건설교통부 장관
  • “한국 약자 과소대표 문제 비례대표제 확대가 해법”

    “한국 약자 과소대표 문제 비례대표제 확대가 해법”

    정치에서 절차적 정당성은 언제나 맹점을 갖는다. 유엔 결의를 통해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로 인정받았느냐, 받지 않았느냐를 두고 벌어지는 역사교과서 논란도 결국 절차적 정당성의 문제다. 국내적으로든, 국제적으로든 막대한 지지를 받으면서 출범한 정권의 통치 수준이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하, 수준 이하라면? 혁명이 아니라 선거를 통해 집권한 나치가 저지른 죄악은 이를 가장 잘 드러내 준다. 그래서 절차적 정당성 못지않게 실질적 정당성을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다. 그런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창간한 계간지 ‘민주’에 실린 논문 ‘실질적 민주주의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성숙으로 진전한다’를 통해 최태욱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절차적 정당성이 실질적 정당성보다 앞선다는 원칙을 재확인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절차적 정당성을 잘 구축한다면 실질적 정당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방법에 있어서 최 교수가 쥐고 있는 카드는 ‘비례대표제 확대’다.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약자들이 과소대표되고 있다는 점이 흔히 꼽힌다. ‘진보정치의 부재’라고도 불리는 이 현상은 선거 때만 되면 늘 ‘비판적 지지’라는 이름으로 진보진영의 골치를 지끈거리게 해 왔던 이슈다. 이는 또 정당에 자신의 지지기반에 대해 호소력을 가질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는, 국민들에겐 계급배반투표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뻔한 교훈으로 끝난다. 또 한국에서는 정당정치가 미숙하다거나, 당내 공천 싸움만 잘 이겨내면 당선되는 선거풍토에서 정책대결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회의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대안이 바로 비례대표제 확대란 게 최 교수의 견해다. 정당정치의 부재만 한탄할 게 아니라 이해관계에 따라 정당이 조직될 수 있도록 ‘절차적 정당성’ 그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현재 택하고 있는 소선거구제는 양당제를 기반으로 하는 승자 독식의 선거제다. 여기서는 누가 다수당을 차지하느냐의 싸움에 모든 힘이 집중된다. 그래서 정치는 구심력이 아니라 원심력으로 작용한다. 사회 갈등을 오히려 더 키우는 구실을 한다. 탄돌이니, 타운돌이니 하는 말이 나오고, 선거가 네거티브전으로 치러지고, 안철수 현상에서 드러나듯 건전하고 상식적인 외부인사 바람에 정치권 전체가 흔들대는 이유다. 반면 비례대표제를 도입, 당에 대한 지지율로 의석을 분배하게 되면 누가 어떤 정책을 내놓느냐가 더 중요해진다. 지지율도 고스란히 이에 반영된다. 그리고 압도적 다수당이 존재하기 어려워지고, 동시에 소수당이라 해도 일정한 지분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다수당이 함부로 무시하기 어려워진다. 해서 배제보다는 합의의 정치가 작동하기 시작한다는 것이 최 교수의 전망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열린세상] 국제 과학 연구 협력사업의 성공을 위하여/이레나 이화여대 방사선종양학 교수

    [열린세상] 국제 과학 연구 협력사업의 성공을 위하여/이레나 이화여대 방사선종양학 교수

    대학과 병원 일로 급하게 미국 출장을 가게 됐다. 두 가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참석이었다. 먼저 외국대학과 양해각서(MOU)를 교환하는 것이었다. 또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바이오 엑스포에 참가해 의료원의 연구자 및 연구성과를 홍보하고 투자자 및 연구협력자를 찾는 것이었다. 미국 교포사회에서 처음 주최한 엑스포여서 참가자가 많지는 않았지만 필자의 경우 좋은 연구 파트너를 알게 되었다. 엑스포에서 토론한 내용을 바로 그날 미국 교수의 연구실에서 테스트해 보기도 했다. 갑자기 참여한 엑스포였고 추후 연구비 지원에 대한 확약도 없었지만 단기간에 실익 있는 국제 교류를 한 셈이다. 작년 교육과학기술부는 ‘2040년까지 세계 5위의 과학기술 선도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과학기술 미래비전 2040’(이하 미래비전) 전략을 수립, 발표했다. 5대 전략 중 글로벌 개방형 혁신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있다. 국내 자원의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역량 제고를 위해 과학기술의 국제 협력을 전략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동 학술회의 개최, 외국 유명과학자 유치, 해외로부터 연구인력·기술·연구비 유치 등 많은 국제 협력 과제들이 지원되고 있다. 국제 협력 과제들이 좋은 성과를 거두기를 기원하는 마음이지만 왠지 모르게 실익보다는 행사성으로, 생색내기 방식으로 변해 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현시점에서 정말 실익을 얻고 열매를 따기 위한 국제 협력이 무엇일까 하는 의문과 함께 과거 유학시절 생각이 났다. 미국 대학에 유학하는 일본 학생의 수는 적었다. 그러나 박사과정 마지막 2년을 미국에서 연구하기 위해 파견된 학생과 학교, 연구소 또는 산업체 소속의 박사 후 과정에 있는 사람들이 장기간 연구소에 파견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파견된 연구원들은 자료도 수집하고 자유롭게 연구도 진행해 많은 연구성과를 가지고 자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봤다. 그때 일본이 좋은 전략을 쓰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참여한 엑스포에서도 서울시가 국제 연구협력에 대한 세션을 개최했는데, 미국 대학의 전자공학과 교수가 “MOU 맺고 일회성 또는 단기간 교류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교 및 연구소의 실험실 단위로 카운터파트를 정하고 장기간 연구자를 파견해 실질적인 연구를 수행할 때 훌륭한 논문과 특허가 나올 것이며 더 나아가 기술이전을 통한 사업화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부 부처에서 시행하는 국제교류 사업에서 실질적으로 박사 후 연구자들을 해외에 파견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파견을 지원하는 사업이 있는데 대부분 파견되어 나가는 연구자들은 국내 소속이 없는 사람들로 뛰어난 연구자들을 외국에 빼앗기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실제 국내 산업에는 도움을 주지 못한다. 국내 소속의 연구자와 외국연구자가 실질적으로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정부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원천기술의 소유권이다. 실제 외국에 연구자를 파견하여 연구를 수행한 뒤 그 결과물 또는 특허를 외국에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유권에 대한 문제는 상호 연구자 간에 미리 협의하여 특허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분배하도록 하면 해결될 것으로 생각된다. 독일은 미국과 협약해 미국의 연구자들이 독일 정부에서 지원하는 연구비를 신청할 수 있도록 개방했는데 의외로 좋은 연구자들이 지원한다고 한다. 국민의 세금인 연구비가 외국으로 들어간다고 우려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외국의 좋은 연구자들을 우리가 인건비를 주고 우리를 위해 연구하도록 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연구비를 줄 때 우리나라 연구자와 반드시 같이 연구를 하고 결과물의 많은 지분을 우리나라가 소유하도록 철저히 계약만 한다면 우리 국익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실질적인 국제 교류를 통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국내의 유망한 연구자들을 해외 연구소로 파견하는 지원 사업이 주가 되어야 하고, 국제 교류를 넘어선 국제 협력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 [데스크 시각] 한국판 전(專)과 홍(紅)의 전쟁/오일만 경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한국판 전(專)과 홍(紅)의 전쟁/오일만 경제부 차장

    사회주의건 자본주의건 국민들의 배를 곯리면 망하게 돼 있다. 소련식 사회주의가 해체되고 중국식 사회주의가 번창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들을 배고픔에서 탈출시키는 유일한 길은 경제성장밖에 없다. 후진국일수록 리더십의 요체는 어떻게 빨리 효율적으로 가난에서 탈출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런데 문제는 좀 살 만하면서부터 시작된다. 늘어난 파이를 어떻게 자르고 어떻게 나눠주느냐 하는 문제, 즉 분배의 문제 때문이다. 이것은 용의 역린(逆鱗·임금의 노여움)을 건드리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배 고픈 것보다 배 아픈 것을 못 참는 우리 민족의 특성상 정권의 향배를 좌우할 수 있는 뇌관이 되기도 한다. 분배와 성장을 놓고 숱한 토론과 논쟁이 있어 왔고 권력투쟁으로까지 비화되곤 했다. 이런 싸움을 흔히들 홍(紅)과 전(專)의 전쟁이라고 한다. 역사상 가장 치열한 싸움터는 신중국이었다. 홍(紅)은 정신, 즉 이념(이데올로기)을 중시하는 정책으로 평등과 분배를 강조한다. 반면 전(專)은 물질을 중시하는 성장 제일주의와 맥이 닿는다. 후에 홍(紅)은 좌파의 뿌리가 됐고, 전(專)은 우파의 철학이 됐다. 마오쩌둥은 홍(紅)의 사상으로 중국 혁명을 이끌어 신중국을 건설했지만 대약진운동의 실패와 문화대혁명이란 재앙을 겪으면서 파국을 맞았다. 바통을 이어받은 덩샤오핑은 전(專)의 사상으로 경제대국을 일궜지만 무서운 후유증을 남겼다. 심한 부정부패와 세계 최고 수준의 양극화 국가가 되는 불명예도 안았다. 우리 역시 전과 홍의 치열한 갈등과 대결 속에서 성장한 나라다. 18년간의 박정희 시대와 전두환·노태우의 5, 6공 시대는 성장 제일주의가 압도한 시기였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김대중-노무현의 시대는 분배와 복지가 정책의 우선순위가 됐다. 특히 386 운동세력을 주축으로 하는 노무현 정권의 이념 과잉성과 개혁 피로증은 경제 대통령을 표방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에 일조한 측면이 적지 않았다. 우리의 정치·경제는 이처럼 보수와 진보의 대결구도 속에서 갇혀 20세기를 보냈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아주 다른 양상을 보였다. 특히 맹위를 떨친 ‘안철수 신드롬’은 기존의 정치·경제 구도 자체의 대대적 변신을 요구하는 압력이라고 볼 수 있다. 언론들은 이를 2040의 반란으로 규정했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 왔던 기존 시스템의 단순한 수리 정도가 아니라 환골탈태를 요구하는 강렬한 의지의 표출인 것이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600만명에 달하고 이들 가운데 대졸 이상의 학력자가 30%인 180만명을 넘어선 시점이다. 중산층 몰락과 양극화의 심화는 국민들 대다수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상실감을 가져왔고 이들의 절망은 내년에 더 큰 태풍으로 몰아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그동안 그럭저럭 유지해 왔던 우리의 갈등 해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이미 무력화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홍과 전으로 대표되는 이분법적 논쟁은 20세기의 닫힌 정치프레임의 산물이다. 사회의 기능이 고도로 분화되는 상황에서 극심한 변화를 미처 따라잡지 못해 국가적 에너지를 낭비하는 우를 범하고 있지 않은가 반성할 대목이다. 지난해 특별한 해법도 도출하지 못한 채 우리 사회를 양분시켰던 복지 논쟁이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새로운 정치 프레임은 열린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전과 홍의 융합, 즉 보수와 진보의 소통이라고 말한다. 대표적 벤치마킹 대상으로 ‘브라질의 룰라 모델’을 꼽는다. 그는 좌파 대통령으로 선출됐지만 우파의 경제전략도 과감하게 수용했다. 대규모의 빈민 구제 프로그램을 가동시켜 양극화 확대를 막으면서 중산층을 두껍게 해서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틀을 마련했다는 평이다. 국민들은 새로운 정치 프레임을 원한다. 강력한 카리스마보다는 소통을 중시하고, 갈등을 조정하며, 보수와 진보의 조화를 이뤄내는 리더십을 갈망한다. 이것이 바로 시대정신일 것이다. oilman@seoul.co.kr
  • “한국, 경기하방 위험땐 금리 인하해야”

    “한국, 경기하방 위험땐 금리 인하해야”

    “하방위험이 커지면 금리를 내리는 게 수순이다.” 국제금융·통화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배리 아이켄그린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 석좌교수는 30일 서울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4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해온 한국은행에 “경기 성장 둔화 등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면 (유동성을) 풀어주는 것이 일반적 조치”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미국과 터키, 브라질 등 세계 각국이 통화유동성을 늘리는 리플레이션 정책을 펴는 반면 한은은 고물가와 성장 둔화 가능성 사이에 끼여 금리 동결을 고집해 왔다. 그는 또 “그리스 부채의 50%를 탕감해도 위기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한국은행의 외국인 자문위원으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의 통화정책 수립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이 최근 일본, 중국과 통화 스와프(맞교환) 규모를 잇달아 확대했다. 국내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은. -통화 스와프는 (부족한) 외환보유액을 보충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좋은 대안이다. 외환보유액은 분명 많을수록 좋지만 너무 쌓이면 (관리)비용이 든다. 한·중·일 3국은 각자 다른 시점에 외환이 필요할 수 있는데 통화 스와프 확대를 통해 요청만 하면 돈을 얻을 수 있게 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한국은행을 향해 “금리 인상 시점을 놓쳤다.”고 비판했는데. -한국은행의 자문위원이자 KDI의 오랜 컨설턴트였기 때문에 이 논쟁에 개입하는 건 적절치 않다. 다만 하방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보며, 그럴 경우 다음 수순은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것이다. →한국 금융시장에 핫머니(단기성 투기자금)가 몰려 이익만 챙기고 빠져나가면서 ‘토빈세’(단기성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금융거래세) 도입 논의가 활발하다. -토빈세는 이론상 매력적이나 실행 과정에서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 국내 금융시장 및 기관에 대한 보다 엄격하고 세밀한 규제·감독이 한국을 거대한 카지노로 이용하려는 해외투자자를 막는 유일한 길이다. →월가 시위의 영향으로 한국의 금융기관도 정치권 등으로부터 수수료 인하 압박을 받는데. -미국과 한국 국민은 모두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은행 구제에 막대한 세금을 쏟아부은 데 분노한다. 양국 간 차이가 있다면 미국은 2008년 이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정부가) 민간 은행이 망하지 않도록 했지만 한국에서는 대형 은행 다수가 문을 닫았다. 사회 연대를 위해 소득을 분배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공공정책의 목표를 성취하려고 은행을 강압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가 세출입을 통해 소득 재분배를 달성하는 편이 낫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지난 27일 그리스 국채에 대한 민간 채권단의 손실 상각(헤어컷) 비율을 50%로 높이기로 하는 등 부채위기 해법이 일부 도출됐다. 남유럽 국가들의 위기가 완화될까. -그리스 부채 경감책이 재정위기 해소에 충분한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리스 채권 중 3분의2만 민간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유럽중앙은행(ECB), EU 등이 갖고 있다. 결국 전체 부채에 대한 실질 헤어컷 비율은 33.3%에 그친다. 특히 그리스 부채를 보유한 헤지펀드 등은 이 합의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이번 합의로 그리스 사태가 끝날 것으로 보는 데 회의적이다. →남유럽발 부채위기 탓에 유로존의 붕괴 전망까지 나오는데. -역사적 변화 중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유로 체제가 그중 하나다. 통화 연대체는 만드는 것보다 해체하기가 더 어렵다. 결국 유로 국가들은 통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단기적으로는 유럽 내 은행들의 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스와 같이 채무 지불 능력을 잃은 국가들은 구조조정을 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다른 국가에 불똥이 튀지 않게 방화벽을 구축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유로존 차원의 단일한 은행감독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재정 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미국 상원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미·중 간 ‘통화전쟁’이 다시 불붙는 양상인데. -미·중 간 무역경쟁이 촉발한 환율전쟁은 취약한 세계 경제에 재앙이다. 환율은 (미·중 무역 불균형의) 근본원인이 아닌 증상일 뿐이다. 중국은 수출과 투자 위주에서 소비와 수입을 촉진하는 쪽으로 경제정책의 방향을 전환해야 하며 미국도 저축을 늘리고 소비는 줄여야 한다. 그러면 양국 간 환율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열린세상] 역진적 국민연금 개선해야 미래가 밝다/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역진적 국민연금 개선해야 미래가 밝다/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국민연금은 미래의 삶이다. 현재와 미래 노인의 생계를 책임질 노후 보장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전 인구의 11.3%이며, 2020년에는 15.6%로 늘어날 전망이다. 노인인구는 급속히 증가하여 2030년에는 4명당 1명, 2050년에는 3명당 1명이 노인인 사회가 된다. 국민연금을 바로잡지 않으면 노인인구를 감당할 수 없어 애써 가꾸어 놓은 경제성장이 물거품처럼 산화될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현재 국민연금 총가입자 수는 1923만명으로 경제활동인구 2500만명의 77%에 해당된다. 1988년 출범 당시 총가입자 443만명에 비하면 크게 증가했다. 그만큼 국민연금에 대한 기대가 높으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남미나 유럽에서처럼 연금위기가 국가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국민연금을 보면 미래가 어둡다. 국민연금은 사회보험이기 때문에 사회안전망과 금융상품 기능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그런데 두 기능 모두 부실하다. 국민연금은 2011년 현재 최저 1등급에서 최고 46등급으로 보험료를 징수하고 연금을 주는 구조이다. 20년을 가입하면 100% 연금을 받고 최저 1등급은 22만 5050원, 중간인 23등급은 32만 3650원, 최고 46등급은 61만 520원을 받는다. 이 금액으로 최저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 따라서 금융상품 기능이 크게 훼손되어 있다. 소득재분배 기능은 더 엉망이다. 소득재분배 기능은 현재 46등급 연금보험 등급체계를 보면 알 수 있다. 1988년 출범 당시 국민연금은 45등급으로서 최저 1등급의 소득이 22만원, 최고 45등급의 소득이 360만원이었다. 이 등급체계는 물가를 기초로 주기적으로 조정돼야 하는데도 20년이 넘도록 방치해 두다가 2010년에야 비로소 국민연금법과 시행령을 개정하여 물가상승 반영 근거를 마련했다. 2011년도에 하한액은 22만원에서 23만원으로, 상한액은 360만원에서 375만원으로 조정하는 데 그쳤다. 1988년 출범 당시 소득분포를 보면 최저 10분위 소득은 31만 6239원이었고, 최고 10분위 소득은 208만 5117원이었다. 당시 국민연금의 등급기준소득은 표준보수월액이었기 때문에 국민연금 최저 1등급의 소득이 22만원이면 실제소득은 최저 10분위의 소득수준인 31만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국민연금 최고등급 360만원은 당시 최고 10분위소득 208만원보다 더 높았다. 따라서 사회보험으로서 소득재분배 기능을 제대로 갖추고 있었다. 현재 국민연금 최저 1등급의 하한기준소득 23만원은 이해할 수 없다. 정부에서 정한 2011년 1인가구 최저생계비 79만 8875원, 4인가구 215만 9129원이 허수가 아닌 한 소득이 23만원이면 빈곤층이며, 생계비를 지원받아야 할 사람들이다. 보험료를 낼 여력이 없다. 상한액 375만원 역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월소득 375만원이면 연봉 4500만원으로서 대기업 중간간부의 소득에 불과하다. 이들의 연금보험료와 고급간부 및 임원이 같은 수준이라면 소득재분배 기능이 지극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 2010년 우리의 소득분포를 보면 최저 10분위 소득이 81만 6758원이고, 최고 10분위는 836만 2964원이다. 설계 당시 소득재분배 기능을 수행하려면 국민연금 등급체계에서 하한액과 상한액도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현재 국민연금보험료 납부 기준으로 삼고 있는 소득상한액 375만원은 2010년 6분위소득 353만 7403원과 7분위소득 407만 5993원의 중간지점이다. 설계 당시대로라면 상한액은 836만원 이상이어야 한다. 그래야 고소득층에서 저소득층으로 소득재분배가 된다. 월소득이 113만원이면 국민연금 등급체계에서는 중간인 23등급이고, 이보다 소득수준이 높으면 재분배를 해야 한다. 소득수준 113만원은 10분위 소득분포에서 2분위소득인 158만 6918원보다 낮다. 저소득층에 속하는 2분위까지도 재분배를 해야 하는 구조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 상한액도 지금처럼 1년에 7만~8만원 올리는 데 그친다면 50년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는다. 급진적 개선을 요구하지 않겠지만 현재처럼 중산층을 위축시키는 국민연금체계는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 [서울광장] 일자리 위기 출구가 안 보인다/우득정 수석논설위원

    [서울광장] 일자리 위기 출구가 안 보인다/우득정 수석논설위원

    아네트 베른하르트 전미노동법연구프로젝트 정책본부장의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미국에서는 87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2009년 6월 위기 종료 선언 이후 약간의 회복세를 보였다지만 새로 생겨난 일자리는 190만개에 불과하다. 사라진 일자리를 메우기는커녕 새로 경제활동인구에 편입된 430만명을 감당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그 결과, 1390만명이 여전히 실업상태다. 그중 절반은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다. 840만명은 고용형태가 불안한 시간제 근로자다. 특히 노동시장의 끝자락에 서 있는 청년층은 사회 첫발을 내딛기 위해 5대1의 경쟁을 뚫어야 한다. 일자리의 질 측면에서는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하다. 금융위기 이후 2년 동안 저임금직 일자리는 3.4%, 중간임금직은 9.5%, 고임금직은 2.9%가 줄었다. 2010년 1분기 이후 저임금직과 중간임금직은 각각 3.2%, 1.2% 늘었으나 고임금직은 여전히 1.2% 감소세다. 위기의 충격파가 저임금과 중간임금직에 집중된 반면 회복기에는 저임금직 중심으로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미국 전체 근로자의 실질임금은 감소세다. 금융위기 이후 올 1분기까지 저임금직과 중간임금직의 실질임금은 각각 2.3%, 0.9% 줄었다고 한다. 일자리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 고임금직만 0.9% 올랐을 뿐이다. 동시에 임시직 증가, 고용 불안, 복지 혜택 축소 등과 같은 고용의 질 악화는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월가를 겨냥한 ‘탐욕 규탄’, ‘가진 자 1%’를 향한 99%의 분노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면에서 이 같은 일자리 위기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가. 지표로 보면 전체 실업률이 3.0%, 청년 실업률은 6.3%로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한 마디로 속 빈 강정이다. 특히 국가의 미래를 짊어져야 할 청년층은 암울하기 짝이 없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교육, 훈련, 일 가운데 어느 것도 하지 않는 청년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수는 올 2월 사상 최고인 128만명을 기록했다. 15~34세 인구의 9.5%에 해당한다. 이들의 주된 활동상태를 보면 ‘그냥 쉬고 있다’가 34.9%, ‘취업 준비’ 31.1%, ‘진학 준비’ 18.8%, ‘군 입대 대기’ 5.5%, ‘심신장애’ 5.1% 등의 순이다. ‘그냥 쉬고 있다’는 비중은 2003년의 16.2%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 가장 활동적으로 미래를 개척해야 할 청년들이 아무런 희망과 목표도 없이 놀고 있는 것이다.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인 고용률이 지난해 말 현재 63.3%로 일본(70.1%)이나 미국(66.7%) 등에 비해 낮은 이유이기도 하다. 소득분배의 불평등 수준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0.313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치 수준이다. 하지만 임금 상위 10%와 하위 10%의 임금격차로 따지자면 우리나라는 4.51배(2005년 기준)로 OECD 주요국 중 3위다. 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2008년에는 5.4배로 확대됐다. OECD는 최근 발간한 ‘웰빙 측정’ 관련보고서에서 한국의 저소득층 평균임금은 빈곤선보다 47.1%나 낮다고 지적했다. OECD 34개 회원국 평균 격차인 27.4%에 비해 20% 포인트가량 낮은 수치다. 양극화가 그만큼 심하다는 뜻이다. 이는 일자리 부족과 더불어 대기업 정규직과 공공부문 위주로 짜여진 폐쇄적인 임금 및 고용구조가 낳은 결과다. 실상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청년들은 사교육과 스펙쌓기에 매달려야 하고, 노인층은 생계를 위해 70세가 다 되도록 노동시장에 머물러야 한다. 미국의 반자본 시위가 우리나라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는 모양이다. 하지만 한진중공업 사태 당시의 ‘희망버스’, 제주도 강정마을,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값투쟁 등에서 싹이 움트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만만찮다. 정치권과 기득권층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djwootk@seoul.co.kr
  • ‘금반지 빼고’ 물가 산정한다

    오는 12월 1일에 발표될 11월 물가부터 개편된 산정 기준이 적용될 예정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코엑스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개원 40주년 기념 국제회의에서 축사를 한 후 기자들과 만나 “개편된 지수로 11월 물가가 발표될 것”이라면서 “국민들과 감각이 다른 금반지가 들어가 안 좋으니까 (그렇게 한다).”라고 말했다. 지수 개편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플러스·마이너스 요인이 다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통계청은 지난 4일 9월 소비자물가를 발표하면서 금반지가 이제는 소비가 아닌 투자 목적으로 구입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물가지수 조사 품목에서 제외하고 다른 장신구를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 장관은 이날 축사를 통해 ▲경제구조의 성숙과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추세적인 성장률 하락 ▲소득분배구조 개선을 통한 중산층 확대와 기업·산업 간 균형성장 도모 ▲인구구조의 변화 ▲기후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 등 4가지를 우리 경제의 미래 도전 과제로 꼽았다. 25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국제회의에는 배리 아이켄그린 버클리대 석좌교수, 드와이트 퍼킨스 하버드대 명예교수, 리처드 프리먼 하버드대 교수를 비롯한 해외 석학들도 다수 참석한 가운데 한국이 과거 이룬 경제 발전상과 미래에 대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특히 구매력균등(PPP) 환율을 기준으로 1970년 미국의 12% 수준이었던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향후 연평균 1인당 GDP 증가율이 미국보다 2% 포인트 높게 유지될 경우 20년 내에 미국과 같은 수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WHO&WHAT] 인구 10억명 시대 경제학자 맬서스 ‘2011년판 70억 인구론’

    [WHO&WHAT] 인구 10억명 시대 경제학자 맬서스 ‘2011년판 70억 인구론’

    누구는 이달 말이면 된다고 하고, 누구는 올해 말 또는 내년 3월이라고 한다. 또 다른 어떤 이는 이미 넘었다고도 한다. 누가 맞았는지 정확히 알거나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세계 인구 70억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꼼수’가 등장했다. 유엔은 아예 31일을 ‘70억 인구의 날’로 정했다. 한발 더 나아가 아동인권운동기구인 ‘플랜 인터내셔널’은 인도 북동부 우타르프라데시아주에서 태어나는 여자아이를 ‘70억번째 아이’로 공인한다고 발표했다. 1초마다 2.5명, 1분에 150명씩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죽는 사람까지 고려하면 누가 70억번째인지 어차피 알 수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이벤트인 셈이다. 생명의 탄생은 축복이지만, 70억이 사는 지구는 마냥 축복할 수 없는 일이다. 자원은 고갈되고 환경은 파괴되고 있다.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죽는 사람이 늘어나고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세계화 ‘덕택’에 한 나라의 불행은 다른 나라의 더 큰 불행으로 이어지며 지구는 이미 완벽히 ‘연동’된 상태다. 과연 인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에서는 이 같은 질문에 답해줄 만한 사람의 강연을 들어보기로 했다. 바로 역사상 가장 ‘비관적’인 책을 쓴 사람으로 꼽히는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1766~1834)다. 지난 200여년간 그의 저서 ‘인구론’에 비할 만한 논쟁을 낳은 책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유일하다고 평가된다. 인구 10억명 시대에 살았던 최초의 ‘전업 경제학자’ 맬서스는 오늘날의 지구를 어떻게 평가할까. 2011년에 부활한 맬서스의 인구론 1, 2강을 들어보자. 제1강 ‘음울한 과학’ 인구론 전형적인 영국 신사의 강연을 기대했는데, 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시는 분들의 표정이 보이는군요. 네. 전 선천성 구개파열, 소위 말하는 언청이죠. 그래도 지금 보시다시피 말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사실은 케임브리지대 지저스 칼리지에 입학한 이후에 여러 웅변대회를 휩쓸 정도였으니 강연에 대한 실망은 접으셔도 됩니다. 강단에 올라오기 전에 좀 들어보니 다들 저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르시더군요. 이해합니다. 200년이 지났으니, 제가 한 일만 남고 제 자신은 희미해지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겁니다. 우선 간단히 제 배경을 얘기하면서 시작하죠. 전 대학을 졸업한 후에 목사로 일했고, 나름대로 명성을 쌓았습니다. 1793년에는 지저스 칼리지의 평의원이 되기도 했어요. 하지만 제 주요한 관심은 당시의 정치와 경제에 있었습니다. 특히 복지정책이나 식량가격정책에 대해 깊은 고심을 거듭했습니다. 39살에는 이스트인디아컴퍼니 칼리지의 교수가 되면서 역사, 정치, 상업, 금융을 가르쳤습니다. 담당은 ‘정치경제학’이라는 처음 만들어진 분야였죠. 흔히 애덤 스미스를 경제학의 시조라고 여기지만, 스미스는 도덕철학 담당 교수였어요. 결국 제가 최초의 전업 경제학자가 된 셈이죠. 자,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죠. 제가 오늘 여기 선 이유가 된 책. 바로 ‘인구의 원리에 관한 소론:고드윈, 콩도르세 및 기타 저술자의 연구를 논평하면서 장래의 사회개혁에 미치는 영향을 고찰함’이죠. 너무 기니까 그냥 여러분들이 부르는 대로 ‘인구론’이라고 부르기로 하겠습니다. 이 책은 원래 제 아버지와의 논쟁에서 시작됐습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목사였던 제 아버지 대니얼 맬서스는 굉장히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당시 철학가나 정치인들과 비슷했습니다.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이 막 시작되던 단계였고 양모 수요가 늘어나면서 귀족과 중간계급이 대규모 목양지를 만들기 위해 토지를 닥치는 대로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삶의 터전을 잃은 농민들이 도시빈민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부양 자녀수에 따라 빈민에게 생활보조금을 지급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역시 이에 동조하는 입장이었죠. 하지만 전 이 정책이 눈앞의 문제만 해결하려는 장기적인 악수가 될 것으로 봤습니다. 왜냐고요. 간단합니다. 초판의 서문에 전 이렇게 적었습니다. 사실 책은 사라지고 이 문구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인구는 억제되지 않을 경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이렇게 설명해 보죠. 인간은 가급적 많은 아이를 낳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인구는 1, 2, 4, 8, 16, 32…로 증가하죠. 반면 식량은 마음대로 증산할 수 없기 때문에 1, 2, 3, 4, 5, 6, 7, 8…로 늘어납니다. 그럼 지금 인구와 식량이 1:1이라면 200년 후에는 인구와 식량의 비율은 259:9, 300년 후에는 4096:13으로 벌어지게 됩니다. 물론 식량생산 기술을 개발하면서 격차는 좁아지겠지만 균등하게 늘어날 수는 없다는 것이 제 생각이었습니다. 인류가 파국으로 가고 있다는 거죠. 물론 인구론은 그 해결책 역시 담고 있었습니다. 인구 증가속도를 늦추는 방법은 전쟁, 기아, 질병 같은 ‘적극적 억제’와 출산율을 낮춰 인구 증가를 억제하는 ‘예방적 억제’가 있습니다. 전 예방적 억제를 권장했습니다. 목사인 제가 어떻게 적극적 억제를 하라고 말할 수 있었겠습니까. 결혼을 늦게 하거나 빈민에게 청결을 권고하지 말고, 도시의 거리와 집은 더 좁고 많은 사람이 북적거리게 하면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인구증가를 억제하고 평균수명을 줄일 수 있습니다. 잔혹하다고요. 인구증가로 모두가 파멸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어떤 것이 더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인구론은 ‘성경’이 아닙니다. 단지 제 스스로 생각했던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제 주장을 담았을 뿐입니다. 그런데 전 평생 악평과 비난에 시달렸습니다. 사회학적으로 해결책을 고찰했던 제 이론들은 빈민구제나 복지정책에 대한 반대 근거로 사용되며 기득권만의 환영을 받았습니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18세기에 저보다 앞서 이런 내용을 발표한 사람은 많았죠. 단지 제 이론이 산업혁명 급변기의 영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또 비교적 간단명료하게 쓰여졌기 때문에 당시를 대표하는 이론이 되지 않았을까요. 제2강 ‘수정 인구론’ 자, 그럼 현실의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2011년의 오늘을 보니 제가 예측했던 것과 확실히 다르군요. 200여년이 지났으니 인구와 식량의 비율이 259:9여야 한다는 말인데 전혀 그렇지 않군요. 원인을 분석해 보니 전 산업혁명의 초창기의 암울한 분위기에 치중했던 나머지 인류가 얼마나 놀라운 발전을 할지 미리 내다보지 못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렇다면 인구와 식량에 대한 제 전제를 다시 써야 하겠죠. 다만 변명을 하자면 저는 생전에 제 의견을 고치려고 노력했다는 겁니다. 인구론은 개정판이 나왔고 그때 내용이 획기적으로 달라졌는데, 지금 사람들은 초판만 기억합니다. 예를 들어 2판에서 인구 문제 해결 가능성을 낙관하기도 했죠. 또 빈민구제도 전면적인 폐지보다는 점진적으로 상황을 보며 조절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강조했던 예방적 억제는 오늘날에도 유효합니다. 수많은 국가들이 인구억제 정책을 썼고,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아이를 적게 낳고 있습니다. 인구증가율이 높은 저개발 국가에서는 결혼연령을 늦추고 피임을 유도하는 등 제 200년 전 주장을 쓰고 있습니다. 인구는 늘어나지만 인구증가율은 둔화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언제 실질적으로 줄어드느냐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인구증가가 식량과만 연관을 맺는 것뿐 아니라 환경파괴나 자원고갈, 기후변화 등 제가 예측하지 못했던 요소들이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까요. 인구증가는 아직도 막아야 하는 숙제입니다. 식량이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제 전제는 분명 틀렸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산업국가와 개발도상국에서는 식량 생산 증가율이 인구 증가율보다 높아진 경우도 있더군요. 그러나 저개발 국가에서는 아직 굶어죽는 이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비교적 충분해진 식량을 어떻게 나눌지를 고민하는 분배의 문제가 생겼다는 얘기입니다. 오늘의 강연을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 된 것 같습니다. 경제학은 어디까지나 당시의 사회상황에 치중해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느 것을 택할지는 전문가와 정책 결정권자들의 몫입니다. 제 시절에 장 바티스트 세이는 “공급이 수요을 창출하기 때문에 공급 과잉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죠. 하지만 전 공급 과잉 현상이 충분히 생길 수 있고, 이런 경우에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요. 하지만 지금의 현실에 훨씬 적합한 얘기 아닌가요. 이래도 제가 단순히 한물 간 경제학자, 거짓 예언자이기만 할까요. 지나친 낙관도, 지나친 비관도 답이 될 수 없습니다. 한 사람이 절대적으로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없습니다. 70억이 살아가는 지구라면 더 그렇습니다. 2025년에는 80억의 지구가 됩니다. 그 이후는 여러분의 손에 달렸습니다. 함께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이 인간의 가장 큰 무기라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박중서/네이버 인물세계사) 교양세계사(동서역사문화연구회/우물이있는집) 경제학콘서트(팀 하포드·이진원/웅진지식하우스) 부의 탄생(윌리엄 번스타인·김현구/시아출판사) 더 이코노미스트 2011년 10월 22일/‘세 섬 이야기’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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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국종 교수의 꿈’ 첫걸음부터 암초에

    ‘이국종 교수의 꿈’ 첫걸음부터 암초에

    ‘이국종 교수의 꿈’인 중증외상센터 설립계획이 시작도 하기 전에 삐걱대고 있다. 지난 1월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 중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의 치료를 계기로 보건복지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사업이다. 당초 복지부는 지난 5일 중증외상센터를 위한 의료기관 공모에 들어가려다 ‘정책 부실’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업 자체에 대한 재검토에 나섰다. 이국종 아주대 교수는 석 선장을 치료한 교수다. 복지부는 14일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예산 문제를 국회와 재논의하기 위해 공모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여야 모두 “2000억원을 16곳에 투입해 만든 소규모 외상센터로는 환자를 제대로 관리하기 어렵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측은 “국회에서 6000억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하는데 복지부가 오히려 예산안을 2000억원으로 책정했다.”고 비판했다. 복지부 측은 “국회에서 예산 의결을 해야 하기 때문에 12월 이후에나 공모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적인 예산 관행과는 달리 국회는 증액을, 복지부는 삭감을 내세운 꼴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3월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에게 의뢰한 ‘한국형 권역외상센터 설립 타당성 및 운영모델 연구’에서 6000억원을 6곳의 권역외상센터에 투입할 경우 2.08의 비용 대비 편익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6000억원을 투입하면 1조 2000억원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한 달 뒤 기획재정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맡긴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는 비용 대비 편익이 0.31~0.45 수준으로 낮아졌다. 복지부는 비용 투입 대비 효과가 낮다는 재정부의 ‘경제성 논리’를 채택, 당초 필요 예산으로 추산했던 6000억원을 2000억원으로 대폭 깎아 예산안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다시 실시할 여유가 없다.”며 지난 3일 6개 권역센터 대신 16개 기관에 2000억원을 분배하는 방안을 최종 확정,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2000억원을 나눠 기관당 80억~120억원을 지원할 경우 전문수술실 등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도 빠듯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부족한 외상전문의를 육성하는 것이 핵심인데 기존 의료기관의 소규모 시설만 일부 개선하는 방식으로는 어느 기관도 적극적으로 센터를 운영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외과학회에서는 1년에 1200명 이상의 환자를 받는 병원만 ‘1등급’ 외상의료기관으로 정하고 있다. 이 교수는 “바벨탑을 쌓자는 것도 아니고 교과서에 나온 대로 적정규모의 병원을 광역화해서 환자를 집중시키자는 것인데 정부에서 너무 몰라 준다.”면서 “재정부에서 안 된다고 했다고 복지부가 끊어 버리면 젊은 외상전문의들에게 ‘살 길을 찾아 떠나라.’는 말밖에 더 하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주승용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외상센터를 권역·지역별로 따로 설립하는 내용의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복지부안과 별도로 추진하고 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법의관이 도끼에… ’ 법의학 선구자 문국진

    [저자와 차 한 잔] ‘법의관이 도끼에… ’ 법의학 선구자 문국진

    범죄 수사에서 과학 수사는 이제 당연한 과정으로 여겨지고 과학 수사를 떠받치는 학문은 법의학이란 영역으로 통한다. 선진국에서는 법의학 연구와 수사상 적용이 오랜 역사를 갖지만 이 땅에 법의학 관련 사회적 기관이 세워진 건 1955년 발족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가 처음이다. 한국의 법의학 역사는 고작 56년이란 일천한 나이를 갖는 셈이다. 국과수의 창립 멤버로 참여한 뒤 줄곧 법의학에 천착해 사는 인물이 있다. 학술원 회원 문국진(86)옹. 한국 법의학을 불모의 영역에서 필수의 과제로 끌어올린 그가 낸 책 ‘법의관이 도끼에 맞아 죽을 뻔했디’(알마 펴냄) 출간에 맞춰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자택을 찾았다. 자신의 책을 들고 찾아 온 기자를 반갑게 맞은 문옹은 책 제목에 얽힌 사연을 들어 잘못된 법의학 인식을 먼저 안타까워했다. “한국 법의학의 수준과 기술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문제는 실제 적용 과정에서 결정적인 결함이 있다는 것이지요. 검시와 부검의 상황에 처한 유족들이 ‘두 번의 죽음’이라 여겨 반발하는 경우도 많고요.” 법의관으로 변사체를 검시할 때 유족이 내려친 도끼에 맞아 죽을 뻔하고 돌팔매며 욕지거리를 당하기가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스스로 선택해 평생을 법의관과 법의학자로 살아왔지만 법의의 발전을 결정적으로 막는 사법적 토양은 답답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고 털어놓는다. “일제시대 한국의 의대엔 법의학 교실이 설치돼 법의 공부를 할 수 있었는데 해방 후 미국식 제도가 도입되면서 법의의 실종을 맞게 됐지요. 미국에는 단위 의과대학에 법의학 교실이 없지만 법의관(ME)제도가 정착돼 검사나 법원의 조치와 상관없이 의사가 변사 검시를 독립적으로 수행합니다.” 한국의 시찰단이 미국 의대에 법의학 교실이 없다는 이유만을 들어 의대에서 법의학을 배제시켜 지금의 상황이 됐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법의의 발전에는 의사들의 검시를 원천적으로 막는 형사소송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각계에 내고 여론을 환기시키고 있다. 서울대 의대 3학년 때 비를 피해 찾아든 청계천의 헌책방에서 일본인이 쓴 책을 보고 인생의 방향을 바꾼 문옹이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학이 임상의학이라면 사람의 권리를 다루는 의학은 법의학이다.’ 이 말에 요즘 말로 ‘필이 꽂혔다.’는 문옹이 의학 공부에서 줄기차게 강조하고 실천한 건 인권이었다고 한다. ‘한국 최초의 법의관’ ‘한국 법의학의 태두’…. 그의 이름에 따라붙는 수식은 괜한 게 아니다. 국과수 창설 멤버였고 1967년 한국대학 중 처음으로 고려대에 법의학 교실을 창설한 주역이자 대한법의학회 창립자. 지금 전국 43개 의과대학 중 법의학교실이 설치된 대학은 13개에 달하며 법의관 과정을 밟는 이도 130여명이나 된다. “법의학은 범죄와 형벌만을 위한 형사 차원에서 탈피해 사고의 판단과 손해의 고정한 분배를 다루는 민사 쪽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가 요즘 매달려 있는 영역은 ‘법의 예술 병적학’. 세계적인 문호나 예술가의 사인이며 작품을 의학적 관점에서 규명하고 해석하는 이른바 북 오톱시(Book Autopsy)다. 미술작가와 음악가의 남아 있는 작품과 흔적을 추적해 정확한 사인이며 작품 속 의미를 밝혀내는 작업이다. 물론 그 작업의 바탕도 인권이다. “법의학 연구는 대학에 맡기고 이제 저는 저변의 인식 확산에 몰두해야죠. 법의학적 감정은 지식만 갖고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지혜가 필요하지요. 그런 점에서 사람이나 작품에 대한 잘못된 해석으로 침해된 권리나 오해를 바로잡는 일 또한 법의학이 당연히 해야 할 분야입니다.” 글 사진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커버스토리-월가의 99%시위] 자본주의 부정 아닌 승자독식 시스템 거부

    월가의 반(反)자본주의 시위는 자본주의의 부정이 아닌 따뜻한 모습의 자본주의가 탄생하길 바라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현재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새로운 자본주의의 핵심은 ‘국가의 귀환’으로 요약된다. 탈규제와 시장 만능주의를 지향했던 신자유주의가 2008년 금융 위기 등 많은 부작용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민간경제에 양적으로 개입해 소비를 늘리는 1950~60년대 케인스학파의 논리와는 다르다. 시장의 실패를 거울삼아 정부가 공정한 분배를 위해 조율하고 개입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부(富)가 1%에 집중될 정도의 양극화를 미리 방지하고 금융 자본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갖는 것이다. 사실 자본주의는 그간 수없이 진화를 거듭해 왔다. 국부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의 자유방임 자본주의는 1930년대 불황을 통해 국가가 민간경제에 개입해 소비를 촉진해야 한다는 케인스식 자본주의로 전환됐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1970년대 국가 개입의 실패가 가시화되면서 시장의 복권이 시작됐다. 이렇게 등장한 ‘신자유주의 자본주의’는 복지를 강조하는 모습으로 조금씩 보완되면서 발전했다. ●“정부는 공정분배 개입하라”… 99%의 반발 하지만 장하성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자본주의는 독주 때문에 진화의 기회를 잃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자본주의는 현실적이지만 모두를 품는 이상적인 면이 부족해 사회주의에서 사회보장제도 등을 배워 보완했다.”면서 “하지만 자본주의는 승자 독식(시장만능주의) 시스템 때문에 기존 20%대80%의 사회가 1%대99%의 사회로 갔다고 대중은 믿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시위를 하는 대중이 시장체제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고, 왜 너희만 잘 먹고 잘사느냐고 반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 역시 현재의 상황을 기존의 신자유주의 자본주의가 ‘포스트 신자유주의 자본주의’로 옮겨 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금융 자본의 영향력은 커졌지만 통제 수단이 없고 사회 양극화가 커진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유승경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권의 높은 임금이 비판받는 이유는 긴 시간 동안 기술 개발 등을 하면서 꾸준하게 노력한 결과로 이득을 창출한 게 아니고, 한 번의 선택에 따라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결국 상품 교환 관계나 임금 계약 형태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 의존도 줄이고 규제 강화해야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역할이 커지지만 예전과 같은 모습의 케인스식 수정자본주의는 아닐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금융 부문 의존도를 줄이고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동의는 이미 이뤄진 것 같다.”면서 “하지만 재정이 불안해 정부가 통화정책으로 개입할 여지가 줄었기 때문에 양적완화 등의 방식보다 공정한 분배를 위한 역할이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경주·임주형기자 kdlrudwn@seoul.co.kr
  • 한·미FTA ‘국익’ 머리 맞대라

    한·미FTA ‘국익’ 머리 맞대라

    미국 상·하원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을 모두 통과시킴에 따라 이제 공은 한국, 그 가운데서도 우리 국회로 넘어왔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내년 1월 한·미 FTA 발효를 목표로, 늦어도 이달 안에 비준안을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은 피해산업 보호대책 등을 먼저 강구해야 한다며 강행처리 저지의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논란 속에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이해도 얽혀 있다. 대화와 타협보다는 서로의 독선 속에 물리적 충돌로 치달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이는 형국이다. 이미 해머국회, 폭력국회의 오명을 뒤집어 쓴 18대 국회다. ‘안철수 바람’으로 상징되는 정당정치의 위기상을 고스란히 노정한 국회다. 한·미 FTA 비준을 둘러싼 대립과 파행은 단순히 새로운 무역질서의 지연을 넘어 지금의 한국 정당정치 구조를 일순간에 수렁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반면 FTA 비준안 앞에서 여야가 대화와 타협의 진정한 정치를 펼쳐 보인다면 그 자체로 위기의 정치, 위기의 경제를 살릴 기회가 될 수 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은 13일 “개방 경제를 지향하는 우리나라 특성상 한·미 FTA 비준이 필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내는 것”이라며 “비준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을 여야가 협상과 대화, 양보로 풀어냄으로써 위기에 놓인 한국 정치와 경제를 한층 성숙한 단계로 끌어올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념과 정치적 대립을 넘어 장기적 국익 관점에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적으로 ‘좌클릭’한 민주당이 야권연합의 고리인 한·미 FTA를 쉽게 용인할 수 없고, 한나라당 역시 민주당이 내놓은 ‘재재협상’을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타협이 가능한 부분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종윤 한국외대 국제통상학부 명예교수는 “미국이 이익을 보면 우리가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윈윈’ 게임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FTA를 통한 대기업의 이익이 골고루 재분배될 수 있느냐도 결국은 정치적 리더십에 달렸다.”고 말했다. FTA 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외국과의 조약을 주도하는 행정부를 국회가 통제할 수 있는 통상절차법 제정이다. 이 법안은 애초 야당 의원들이 주장했는데, 최근 한나라당 소속 남경필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제정할 뜻을 밝혔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과 교수는 “그동안의 FTA는 통상관료들이 일방적으로 협상하고 의회는 내용도 알지 못한 채 비준만 해주는 꼴이었다.”면서 “국민을 대신하는 의회가 조약 체결 과정을 감시·통제하고, 조약 이행 과정까지 규율할 수 있는 실질적인 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 산업을 위한 대책도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그동안의 피해 대책은 주로 농·축·수산업에만 집중됐는데, 이마저도 실효성이 떨어지는 ‘재탕’이 많았고, 중소 제조·서비스업은 사실상 방치 상태에 놓여 있다. 따라서 국회는 정부가 농·축·수산업 대책을 단순히 나열할 게 아니라 집행 시기와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도록 해야 하고, FTA 영향으로 타격받은 제조·서비스 업체를 지원해주는 무역조정지원제도도 현실성 있게 강화하도록 압박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복지천국’ 스웨덴식 보편적 복지국가 핵심은

    복지정책의 쟁점은 수혜자가 아니라 부담자다. 결혼, 출산, 육아, 교육, 실업 등 삶에서 누구나 부딪히게 될 위험에 국가적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하자는 데 뭐라 할 사람은 없다. 해서 반대론자들은 늘 부담자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한다. 복지논쟁이 불붙으면서 이 부분도 비교적 상세히 거론되기 시작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최근 내놓은 ‘역동적 복지국가의 길’(도서출판 밈 펴냄)에서 주목되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들이 복지국가를 좌파적 이념이 아니라 새로운 자본주의로 본다는 점이다. 좌파가 아니라는 점은 보편적 복지가 결국 자본가들에게도 이득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결혼, 육아, 실업 등에 대한 노동자들의 부담이 적어야 임금인상 압박이 줄고, 구조조정이 용이해진다. 역사적으로도 복지국가론은 우파보다 좌파들의 공격 대상이었다. 무크지 창간 형식이다. 2, 3, 4권을 내면서 지속적으로 ‘계몽’하겠다는 의미다. 또 한 가지는 복지국가소사이어티라는 단체 자체가 야권과 깊은 연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민주당이 내건 ‘증세 없는 복지’를 비판한다는 점이다. 정치인에게 증세 주장이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와 같다. 그래서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때문에 이들의 목표는 정치권 비판 그 자체라기보다, 증세 주장의 토양을 마련해주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13편의 논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글은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위원의 글 ‘복지국가의 조세재정-역사에서 배운다’이다. 국민대 교수를 지낸 정 위원은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와 함께 베스트셀러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쓰기도 했다. 복지재정 확충을 위한 증세라고 하면 흔히 부유세를 떠올린다. 고소득층에게 고도의 누진적 과세를 부과하자는 것이다. 정 위원은 한국적 상황에서 참고할 점은 있으나, 문제가 있는 방식이라고 본다. ‘복지의 전범’으로 꼽히는 스웨덴 사례를 예로 든다. 1930년대 사민당 집권기에 가장 먼저 추진된 정책 가운데 하나가 법인세 인하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권의 법인세 인하를 비판하는 사람들로서는 다소 뜻밖이다. 아울러 재분배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부가가치세율이 한국은 10%, 스웨덴은 25%다. 그런데 스웨덴은 복지천국이다. 정 위원이 보기에 부유층에게 고액의 소득세를 매기는 행태는 정치적 불안정의 결과다. 실제 미국과 영국은 1929년 대공황 이후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을 80~90%대까지 높였다. 가장 손쉬운 방법이 부자를 쥐어짜는 것이어서다. 대공황과 세계대전 와중이라 반대할 명분도 없다. 반면, 스웨덴은 최고세율이 47%를 넘지 않았다. 그럼에도 미국·영국의 조세 수입 가운데 소득세와 법인세 비중은 40%에 그친 반면, 스웨덴은 1940년대부터 50%를 넘어섰다. 정 위원이 분석해 보니 미국, 영국은 급하게 세율을 올리는 데 따른 정치적 저항을 무마하기 위해 각종 공제제도와 감면제도를 마련했다. 명목상 최고세율은 치솟는데 조세 수입은 크게 늘지 않은 이유다. 반면 스웨덴은 세율을 높이지 않되 예외가 되는 구멍을 막았다. 예나 지금이나 인구의 대다수는 고소득층이 아니라 중·저소득층이다. 조금 적더라도 더 넓게 걷다 보니 더 많은 조세가 가능했다. 정치적 필요에 따라 등장한 고도의 누진적 과세는 정치적 변동에 따라 언제든 급격히 사라진다. 최고세율을 79%에서 33%로 대폭 깎아내린 미국 레이건 정권이 대표적 예다. 정 위원은 이런 비교작업을 통해 복지국가는 재분배에 역진적이라는 소비세 비중이 오히려 높고, 복지에 후진적인 나라들은 개인소득세와 법인세에 크게 의존한다는 역설적인 상황을 제시한다. 결론적으로 보편적 복지란 부자가 가진 것을 뺏어와 나눠 갖는 개념이 아니라, 낸 것을 다시 되돌려받는 개념이라고 말한다. 물론 소득에 따라 부담하는 세금의 차이는 있지만 이 차이는 좀 더 부드러워야 하고, 대신 감면·공제제도는 대폭 간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 위원은 “이렇게 해야 왜 내가 낸 돈으로 남들이 이득을 보느냐는 정치적 불만을 제압할 수 있고, 이는 복지정책 자체의 제도적 안정성에 기여한다.”고 지적한다. 보편적 복지를 위해서는 보편적 증세가, 다시 말해 “돈 많은 너희들이 세금 다 내라.”가 아니라 “돈 없는 나도 버는 만큼 세금을 내겠다.”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씨줄날줄] 패밀리 가이(Family Guy)/최광숙 논설위원

    클린턴 미국 행정부에서 국무부 명대변인이던 제임스 루빈은 2000년 4월 말 공직에서 물러났다. “아이 양육을 위해서”였다. 브리핑룸에서 만나 결혼한 CNN방송 기자 아만포(현 ABC 앵커)가 아이를 낳자 직장을 던진 것이다. 런던 특파원이던 부인과 살기 위해 런던으로 이사까지 했는데, 외신들은 아만포가 “최고의 보모를 구했다.”고 전했다. 외국에서는 정·관계 고위직 인사들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겠다.”며 권력을 포기하고 가정으로 돌아간 경우가 적지 않다. 팀 피셔 전 호주 부총리는 1999년 자폐증이 있는 다섯 살 장남을 돌보겠다며 공직에서 물러났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도 재임 중이던 2000년 넷째 아이를 낳자 부인과 아기를 돌보기 위해 6주간의 출산 휴가를 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부인이 출산을 했다고 남성들이 단 하루라도 휴가를 내면 “당신이 애를 낳았냐?”고 상사로부터 핀잔을 받던 한국과 비교하면 달라도 너무 다른 문화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가족’(family)은 이미 정치 영역에 들어온 핫 이슈다. 원래 ‘가족의 가치’는 공화당이 선점한 어젠다이지만 지난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이던 오바마 대통령도 부인, 두 딸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 등을 보이며 단란한 가정을 연출한 것도 다 표를 위해서였다. 2004년 대선 후보자로 거론됐던 존 에드워드 상원의원은 혼외정사 문제로 사실상 정계에서 퇴출당한 상황이다. 하지만 성공한 이들이 패밀리 가이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일과 가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면 적절한 시간과 에너지 분배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타계한 스티브 잡스도 워커홀릭으로,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혁신적인 제품으로 기업을 일구고 세상을 놀라게 했지만 정작 가정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가 생애 마지막에 전기 집필을 허락한 이유에 대해 “나는 아이들 곁에 늘 함께하지 못했다. 아빠가 왜 그래야 했는지 아이들이 이해하고, 아빠가 무엇을 했는지 알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을 보면 말이다. 그의 아내 로런은 남편을 떠나 보낸 날 “공적 인생에서 스티브는 선지자였지만 사적인 삶에서는 가족을 아끼는 남자였다.”는 글을 남겼다고 한다. 마지막 가는 길에 스티브가 선택한 최고의 지향점은 패밀리 가이였던 것 같다. 뛰어난 천재들이 자신의 가족을 희생하는 덕분에 지구촌 가족들의 삶은 더 풍요로워졌다는 사실을 우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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