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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21 개각] 총선·대선용 정치적 돌파구 고려…연말 경제관료 발탁·이동 불가피

    경제관료들 사이에서는 올 연말 줄줄이 인사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앞서 이뤄진 첫 번째 ‘순차 개각’에서 당시 유력 후보 중 하나였던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교체되면서 정통 경제관료가 발탁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안팎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경제관료 1~2명이 유력한 경제부총리 후보로 압축되면서 연쇄 이동이 불가피해 보였다. 그러나 친박근혜계 내부에서는 집권 하반기의 특수성과 정치적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통령 선거 일정은 경제정책 그 자체보다는 정치적 돌파와 협상을 더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에서다. 정치적 유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쟁점 법안들이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어서 국회와의 협력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직전에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 등 초중량급 정치인들이 빠지고 난 뒤의 상대적 진공감도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개각은 한때 내년 초로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요 법안 처리를 위해 이번 임시국회가 종료되는 시점까지는 기다려 보려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장기적인 장관 공백 상태를 불러올 위험이 있었다. 야당 내분 사태로 인사청문회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연초 무더기 장관 공백 사태보다는 관가가 어수선해지기 쉬운 연말이 개각에는 더 좋은 시점일 수 있다. 예상된 인사가 ‘장기 지연’되면서 관가에서도 업무 공백 후유증이 커지고 있던 터였다. 박 대통령은 개각의 범위를 최소화했다. 인사는 내년도 총선 출마가 예고된 5곳을 넘어서지 않았다. 국회의원, 교수, 관료에게 일정하게 분배한 인사 스타일도 그대로 유지됐다. 여권을 중심으로 “다음 개각은 특별한 돌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당분간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로써 정권 원년 멤버는 3명이 남게 됐다. 윤병세 외교부, 윤성규 환경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이다. 5년짜리 장관이 나올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날 해촉된 김경재 홍보특보는 박정희·김대중 대통령을 다룬 도서 집필을 이유로, 임종인 안보특보는 대학 강단 복귀를 희망해 사의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이명선 기자가 만난 사람] “포장재폐기물 재활용으로 환경수호- 재활용산업육성 앞장”

    [이명선 기자가 만난 사람] “포장재폐기물 재활용으로 환경수호- 재활용산업육성 앞장”

    버려지는 폐품을 자원으로 재활용하기 위한 노력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다양한 재질로 생산되는 포장재 회수 재활용은 환경을 지키고, 재활용산업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를 올리고 있다. 그 핵심에는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이하 공제조합)이 포장재 생산자와 재활용사업자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하며 자원순환사회 구축을 위한 국가적 과제의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공제조합은 공익법인으로 재출범된 지 이제 2년이 됐다. 공제조합은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공제조합 대회의실에서 올해 공모한 포장재 분리배출 우수시설 시상식이 열렸다. 시상식을 마친 뒤 김진석 이사장을 집무실에서 만나 그동안의 사업 성과와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에서 하는 일이 궁금한데. 공제조합은 2003년 도입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에 따라 제품과 포장재의 제조·수입·판매 사업자의 포장재 재활용 의무를 대행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공제조합에서 하는 일은 크게 ▲재활용의무생산자의 회수·재활용의무 대행 및 분담금 징수 ▲포장재 재질구조개선 평가제도 운영 ▲재활용 의무이행 인증 사업 ▲유통지원센터 등 관련 기관과의 공동 홍보사업 추진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 분리배출 우수시설에 대한 공모전 시상을 하던데 어떤 목적인가.올바른 분리배출은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과 직결된다. 우리 공제조합에서는 폐기물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분리배출 모범시설 공모’를 통해 우수시설을 발굴해 포상하고 있다. 분리배출 모범시설을 선정해 시상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올바른 분리배출을 실천하도록 우수사례를 전파하기 위해서다. ⇒ 폐기물 자원화 정책의 성과와 과제를 꼽는다면?현재 우리나라의 분리배출 비율은 86%로 다른 나라와 비교해 봐도 높은 수준이다. 비율이 높아 잘 정착이 된 듯 보이지만 분리배출된 물량들이 모두 재활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정확한 분리배출 실천이 안 되고 있어서다. 특히 생활폐기물 중 재활용으로 수거되는 비율은 42%에 그치고 있는 실정으로 폐기물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확한 방법에 따라 분리배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버려지는 자원 중 재활용률을 1%만 높여도 연간 639억원의 외화가 절약된다. 원자재의 95%를 수입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자원을 재활용하기 위해 정확한 분리배출은 더없이 중요하다.⇒ 가장 재활용이 안 되는 포장재 재질은 어떤 것인가.포장재 폐기물 가운데 가장 실천이 안 되는 것이 종이팩이다. 현재 종이팩 재활용률은 30%대에 머물고 있다. 종이팩은 일반 종이와 분리해서 따로 배출해야 되는데 대부분 신문지에 끼워서 버리거나 일반 종이류와 함께 배출하고 있다. 종이팩을 일반 종이와 함께 배출하면 분해시간이 달라 재활용공정 중 다시 쓰레기가 돼버린다. 따라서 종이팩만 모아서 따로 배출해야 고품질의 재생원료로 활용할 수 있다. ⇒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의 도입배경을 설명한다면?종전의 생산자들은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시점까지만 책임을 지고, 사용 후 발생되는 폐기물은 소비자의 책임이었다. 하지만 사용되고 난 후 발생되는 폐기물에 대해서 재활용 또는 회수하는 것까지 생산자의 책임으로 범위를 확대한 제도가 EPR(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이다. 폐기물 재활용에 대한 의무는 생산자에게 있지만, 생산자에게 수거부터 재활용 전 과정을 직접 책임지라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지자체·생산자ㆍ정부가 역할을 분담하는 체계로 제품의 설계나 포장재의 선택 등에서 결정권이 있는 생산자가 재활용 체계의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 것이다. ⇒ EPR제도의 외국 모범사례가 있는지, 국내서는 언제부터 시행했나. EPR제도는 독일, 프랑스, 영국, 체코, 헝가리 등 대부분 유럽 국가를 비롯해 일본,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 브라질, 페루 등 남미까지 시행되고 있으며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새로운 개념의 제도가 아니라, 이미 생산자 책임 원칙에 따라 1992년부터 운영해 오던 예치금제도를 보완해서 2003년부터 시행하게 됐다. 올해로 시행 13년째를 맞은 셈이다. ⇒ 제도 도입에 따른 성과라면 어떤 점을 들 수 있을까.2003년 금속캔 타이어 등 생활 속 폐기물의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제도가 처음 시행된 후 재활용량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제도 도입 전인 2002년 93억 8000t(모든 폐기물 재활용량임)에 불과하던 재활용량이 2011년 기준 153억 3000t으로 늘어 재활용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재활용량 달성 위주의 양적 목표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지만 상대적으로 고부가 가치 재활용품 생산이나 기술개발 등에는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와 달리 선진 외국의 재활용 산업은 급속히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재활용산업 발전을 위한 기술 개발 등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본다. ⇒ 재활용유통지원센터와 공제조합의 역할 및 업무 차이점은 무엇인가.유통지원센터는 기존 6개 포장재 조합에서 시행해오던 회수·재활용 사업자에 대해 실적에 따른 지원금을 집행하게 된다. 아울러 재활용 가능 자원의 안정적인 수요·공급을 위한 공익사업과 회수·재활용 기술개발 사업 등도 수행한다. 좀 더 쉽게 설명한다면 공제조합은 의무 생산자로부터 재활용 분담금을 징수하고, 유통센터는 재활용사업자에게 실적에 따라 지원금을 분배해서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두 기관으로 분리돼 있지만 궁극적으로 재활용산업 활성화를 위해 자원순환의 전 과정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매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는 목표가 동일하다. ⇒ 포장재 재질·구조 개선사업의 주요 내용은 뭔지.이 사업은 폐기물 재활용산업의 발전을 위해 생산자들을 대상으로 제품 생산단계부터 재활용성을 염두에 두고 제품을 만들도록 유도, 지원하는 사업이다. 아무리 올바른 방법으로 분리배출된 자원도 재활용하기 까다로우면 고부가 가치의 제품으로 재탄생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제조합은 생산기업들을 대상으로 포장재의 재질과 구조 개선이 필요한 제품과 포장재에 대한 기준을 세워 ‘포장재 재질구조 개선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포장재 재질별로 기능과 형태 등에 따라 등급별로 재활용이 얼마나 쉬운지를 구분해 놓았다. 이 기준에 따라 재활용하기가 용이한 제품을 생산한 기업에는 제품 홍보와 각종 인센티브도 부여할 계획이다. 나아가 재질·구조개선에 대한 홍보와 교육을 강화하고, 행정절차 밀착지원, 자가평가 프로그램도 마련해 보급할 방침이다. 우수사례는 언론에 적극 홍보하고, 친환경대전이나 포장기자재전 등 굵직한 전시회 참가도 지원하게 된다.⇒ 국민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환경보전과 자원의 재활용’이라는 과제는 정책적인 차원의 거창한 슬로건이나 구호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폐기물의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은 생산자인 기업과 소비자인 국민,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정부의 유기적인 협조가 이뤄져야 가능하다. 앞으로 공제조합은 의무생산자들의 환경보전 노력을 전파하고, 폐기물의 분리배출이 정착돼 재활용산업이 안정적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계획이다. 국민들도 환경도 지키고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해서도 올바른 분리배출 실천에 동참해 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 김진석 한국포장재공제조합 이사장은1958년 강원도 동해 태생으로 북평고와 육군사관학교, 단국대학교 대학원 환경조경학과를 졸업했다. 사무관 특채로 공직에 입문해 환경부에서 주요보직을 두루 거쳤다. 원주지방환경청을 비롯, 금강유역환경청과 한강유역환경청 등 3개 지역 지방청장을 역임했다. 환경부 본부에서는 장관 비서관과 상하수도 정책관, 대변인 등을 거쳤다. 김 이사장은 업무를 비롯, 대인관계나 술자리에서도 조용하고 흐트러짐이 없어 ‘영국신사’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2013년 5월 환경부를 떠나 새누리당 환경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갔다가 이듬해 1월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4년 말 전임 이사장의 임기만료에 따라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새로운 이사장에 추대됐다. 다년간 환경전문가로서 활동한 공로를 인정받아 근정포장과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이명선 전문기자 mslee@seoul.co.kr
  • “특별상여·가족수당도 평균임금 포함”

    특별상여금과 가족수당도 퇴직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평균임금은 ‘퇴직 전 3개월 동안 받은 임금을 3개월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이다. 특별상여금 등이 평균임금 계산에 포함되면 퇴직금은 더 많아진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부장 김연하)는 17일 강원랜드 직원들이 미지급 퇴직금을 달라며 사측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강원랜드 직원 99명은 2011년 12월 퇴직금 중간 정산 결과 사측이 평균임금에 가족수당과 특별상여금을 포함시키지 않아 퇴직금을 덜 받았다며 소송을 냈다.이에 사측은 고용노동부의 ‘통상임금 산정 지침’을 근거로 들면서 “일부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가족수당은 평균임금에서 제외해야 하고, 회사의 경영 성과에 따른 분배금인 특별상여금도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된 게 아니어서 퇴직금 산정의 고려 요인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하지만 법원은 “특별상여금이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상당한 기간 동안 예외 없이 연말에 지급됐다”며 특별상여금을 임금이라고 봤다. 또 “매년 노동조합과의 임금협약을 통해 상여금 지급률을 정해 온 사실에 비춰 보면 근로 제공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가족수당에 대해서도 “급여 규정에 따라 계속적, 정기적으로 일정액이 지급됐다”며 “이는 임금에 해당하며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골프 단신]

    골프協 국가대표 코치진 발표 대한골프협회는 15일 ‘2016년 골프 국가대표 및 국가상비군 코치진’을 발표했다. 남자팀 코치에는 박준성 코치가 유임되고, 이준석 코치가 새로 임명됐다. 여자팀 박소영, 박현순 코치도 유임됐다. 특히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출신의 장정 프로가 코치진에 합류했다. 골프대표팀은 한 달간의 호주 동계훈련을 위해 내년 1월 1일 출국한다. 던롭스포츠 연말 감사 이벤트 던롭스포츠코리아가 2015 고객 감사 연말 이벤트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한다. 올해 던롭 제품과 함께한 라운드를 댓글로 공유하면 추첨을 통해 한정판 ‘젝시오 에어로 드라이브 2016 간지(干支) 볼’이나 스릭슨 이어머프, 스포츠 목걸이 등을 총 30명에게 준다. 이벤트 기간은 20일까지다. (02) 462-3960. 한국미즈노 MP-5 아이언 출시 한국미즈노가 상급자용 2016년 새모델 MP-5 아이언을 내놨다. 연철 단조의 머슬백 디자인으로 클럽 헤드 앞부분은 두껍게, 힐 쪽은 상대적으로 얇게 제작해 클럽의 무게 중심을 고르게 분배했다. 바닥면인 솔 부분은 잔디와 마찰을 줄이고 다운블로 샷을 할 때도 지면을 부드럽게 빠져나간다.
  • [이경형 칼럼] 野 분화, 다당제 시험대다

    [이경형 칼럼] 野 분화, 다당제 시험대다

    한국 정치사에서 총선을 앞두고 정당들의 이합집산은 흔히 있는 일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지난 13일 탈당을 선언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대수로운 일은 아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당과 맞짱을 떠야 할 원내 제1 야당의 지도급 인물이 당의 전열을 흩뜨리는 정치적 선택을 한 데 대해 비난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치킨게임 식으로 대결하는 지금의 여의도 정치를 돌아보면, 그의 탈당이 양당제 대결 정치문화에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 본다. 제1, 제2당이 원내 의석을 양분하고 있는 양당제 대의정치가 우리 국가 발전 현실에 과연 적합한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미국도 양당제 정치를 하지만 상·하원 양원제라는 완충 장치가 있고, 우리처럼 당론 중심으로 의원의 의사를 강제하지 않는다. 정기국회에 이어 임시국회가 열렸지만 노동개혁 관련법을 비롯한 시급한 입법 과제들은 계속 방치되고 있다. 내홍 속에 파묻힌 야당은 원내 교섭단체 역할도 못하고 있다. 이 같은 국회의 미작동 상태는 여야가 합의를 하지 않으면 입법을 못 하는 국회선진화법 탓이라고만 할 수 없다. 보다 본질적인 원인은 고질화한 양당의 정치 행태 때문이다. 양당 간에 저급한 거래의 흥정이 없으면 작동하지 않는 ‘여의도 정치’는 설상가상으로 진영 논리까지 무장하고 있다. 진영 논리는 완강한 이분법적인 사고로 피아 구분을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삼는다. 이런 병폐는 여야가 역사 교과서, 폭력시위 문제를 바라보는 판이한 시각에서부터 노동개혁법 등 쟁점 법안을 다루는 양당의 태도에 이르기까지 잘 드러나고 있다. 1987년 현행 헌법 체제의 여의도 국회는 노태우 정권의 과도기를 거쳐 보수개혁 정권의 YS에 이어 DJ, 노무현의 진보정권 10년, 다시 MB, 박근혜 보수정권 10년의 구도로 움직이고 있다. 양당이 지배하는 여의도 정치는 보수~진보~보수 정권 간에 시계추 운동을 하면서 더욱 진영의 성벽을 강고하게 쌓아 갔다. 가령 국가 경영을 두고 여야가 ‘성장 대 분배’의 치열한 노선 논쟁을 하면서 의회주의를 존중했다면, ‘성장 6, 분배 4’와 같은 중간 타협점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껏 양당 정치는 지독한 이분법적 진영 논리의 덫에 걸려 이런 접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더이상 우리 몸에 맞지 않는 양당제 정치 때문이라고 본다. 중진국에서 선진국 문턱으로 가고 있는 한국 사회 복잡다단한 이해집단의 정치적 의사를 양당제와 같은 이분법적인 틀에 가둬 놓기는 어렵다. 거의 모든 의사 결정이 51대49로 판가름 나는 다원화한 사회에서 다수결의 원칙만을 고집할 수도 없다. 미세한 차이로 승자가 되었다고 독식하다가는 감당할 수 없는 갈등만 키운다.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다양하게 대변하는 다당제는 의원내각제가 아니더라도 현행 헌법 아래서도 가능하다. 현행 국회의원선거법은 소선거구제 등 양당제를 촉진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기존 정당들의 기득권 보호가 도를 넘고 있다. 이러한 악조건 아래서는 유권자들이 투표를 통해 제3, 제4당으로 정치적 의사를 촘촘하게 반영하는 다당제로 유도하는 수밖에 없다. 만약 내년 4월 총선에서 제1, 제2, 제3, 제4당이 ‘4:3:2:1’이나 ‘5:3:1:1’의 비율로 원내 의석을 얻었다고 하자. ‘60%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을 강제하고 있는 지금의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내년부터 여의도 정치는 제1당과 제3당이 정책 연대를 하거나 정당 연대의 새로운 타협의 정치로 크게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안철수 의원의 탈당이 의미 있는 야권의 분화, 중도개혁 노선을 표방하는 ‘새정치’의 깃발을 올린다면 양당 구조의 정계를 개편하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제3의 원내 교섭단체를 이룰 수 있는 정당이 태동한다면 한국 정치의 발전 측면에서 결코 나쁘지 않다고 본다. 주필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프로파간다 파워(데이비드 웰치 지음, 이종현 옮김, 공존 펴냄) 선전은 ‘정보 전달’이나 ‘교육’과는 다른 정치적 행위다. 프로파간다의 의미가 부정적으로 굳어진 건 제1차 세계대전이었다. 선전이 전쟁의 조직적인 공략 수단으로 대규모로 이용되면서 대중은 선전의 목적과 방법을 의심하게 됐고, 거짓말, 속임수, 세뇌와 같은 단어와 동의어가 됐다. 저자는 선전이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 시대를 거쳐 초고속 정보통신 사회관계망이 특징인 21세기까지도 더 정교해지고 효과가 커졌다고 지적한다. 역사상 가장 유능한 프로파간다 전술가로 꼽히는 나폴레옹은 “1000명의 적군보다 3개의 적대적 신문이 더 무섭다”며 1801년 프랑스 신문 73개 중 64개를 폐간했다. 북한 김일성 주석도 절대적 지도자 숭배라는 프로파간다로 새로운 왕조를 건설했다. 255쪽. 3만원. 역사 책에는 없는 20가지 의학이야기(박지욱 지음, 시공사 펴냄) ‘진료실의 고고학자’로 자평하는 저자는 의학을 통해 인간의 역사를 새롭게 해석한다. 저자는 뇌졸중이 스탈린을 쓰러뜨리지 않았다면 6·25전쟁은 훨씬 더 길어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근대에 만연했던 결핵은 낭만주의 작가들의 염세적 세계관에 영향을 끼쳤다. 책에서는 한국의 비극적 운명이 결정된 회담으로 유명한 1945년 2월 얄타회담에 대한 의학적 진단도 내리고 있다. 얄타회담의 거두인 영국 처칠 총리는 심한 건망증을 앓았고, 소련 스탈린은 과도한 의심증을, 그들에 비해 젊은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은 심각한 고혈압을 앓고 있었다. 이들 셋은 공교롭게도 모두 뇌졸중으로 숨졌다. 뇌기능이 완벽하지 못했거나 이상으로 인해 판단력이 약해졌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328쪽. 1만 3000원. 플레이(김재훈·신기주 지음, 민음사 펴냄) 작은 벤처에서 시작한 게임 회사 넥슨은 어떻게 글로벌 공룡이 됐을까. ‘바람의 나라’,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던전앤파이터’ 등 우리나라 게임 역사를 새로 쓴 기업이 넥슨이지만 회장도 없고, 비서도 없고, 직함도 없는 독특한 기업 문화로도 유명하다. 이 책은 넥슨 창업주이자 은둔의 경영자로 꼽히는 김정주와 그의 친구인 송재경의 만남부터 시작한다. 21년 된 청춘 기업 넥슨의 역사는 한 편의 게임을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어제의 친구가 넥슨을 떠나 강력한 라이벌이 되고, 경쟁자가 회사의 기둥이 된다. 넥슨과 관련된 수십명의 생생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해 스타트업을 꿈꾸는 이들이 교본서로 삼을 만하다. 글과 카툰으로 구성됐다. 376쪽. 2만원. 멸종하거나 진화하거나(로딘 던바 지음, 김학영 옮김, 반니 펴냄) 인간의 진화를 다룬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흥미롭다. 인간은 대형 유인원 과에 속한다. 현존하는 대형 유인원은 약 2만년 전 번성했던 유인원 종의 후손이다. 기후 변화로 숲이 사라지면서 수십종이 멸종하고, 영장류가 사라진 무대는 원숭이가 재빠르게 차지했다. 인간이 인류로 진화한 데는 언어를 기반으로 한 종교와 스토리텔링이라는 문화적 행위가 자리잡고 있다. 인간은 진화 과정을 통해 뇌 크기가 비약적으로 커졌고, 현재와 같은 골격 구조가 만들어지는 등 다섯 단계의 전환점을 거쳤다. 이 책은 뇌의 절대적 부피와 사회적 관계망 크기가 관련돼 있고, 뇌에 필요한 에너지와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시간과 예산을 효과적으로 분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다고 진단한다. 416쪽. 1만 9000원. 정의:세상이 정의로워지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최진기 지음, 휴먼큐브 펴냄)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인문학 강사인 최진기가 쉽고 재미있게 정의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책을 펴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으로 대변되는 공리주의 개념부터 칸트의 ‘정언명령’과 ‘가언명령’을 통한 절대 선에 대한 이야기,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윤리설을 알기 쉽게 풀어냈다. 책은 전 세계적으로 화제작이 된 하버드대 교수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의 해설서 격이다. 샌델의 정의를 설명하면서 저자는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정의를 제시한다. 184쪽. 1만 2000원.
  • [시론] 제3의 동력, 공익재단/이동식 경북대 로스쿨 교수

    [시론] 제3의 동력, 공익재단/이동식 경북대 로스쿨 교수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정책과제는 소득 재분배여야 한다.” 한 여론조사 결과다. 외환위기 후 심화되어 온 양극화 현상을 생각하면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딱한 것은 정부 주도형 소득 재분배에 분명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가진 자로부터 더 걷어 없는 자를 위한 복지에 충당하는 것이나, 조세 저항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업에 마냥 손을 벌리기도 어렵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의 본질적 속성과 양립되기 어렵다. 외국에서는 기부로 설립된 공익재단이 양극화 해소의 일익을 맡는다. 기부는 자발성을 전제로 하므로 저항이 없고, 기부 재원은 기부자의 뜻대로 사용되므로 그 전부가 양극화 해소 등 공익적 사업에 사용될 수 있다. 정부가 징수된 세금을 복지 재원으로 풀 때보다 효과가 크다. 공익재단의 존재 이유이자 공익재단을 ‘제3의 동력’이나 ‘제3섹터’로 부르는 이유다. 그럼에도 공익재단을 보는 우리의 시선은 곱지 않다. 냉소적이기까지 하다. 상당수 대형 공익재단은 재벌 오너에게 사회적 물의가 생긴 뒤 설립됐다. 가뜩이나 반기업 정서가 강한 터에 여론 무마용 공익재단을 곱게 볼 턱이 없다. 거기에 주식을 출연받아 설립된 공익재단들도 많다. 세금 혜택을 누리면서 공익재단을 통해 경영권을 계속 행사한다는 비난이 항상 따른다. 그러나 이는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노벨재단은 노벨이 죽음의 상인이라는, 록펠러재단은 록펠러가 정경유착과 무자비한 인수합병, 환경오염을 일삼는 냉혈한이라는, 사회적 비난을 각각 받은 후 설립됐다. 카네기도 홈스테드제철소 파업 시 무자비한 노동 탄압으로 코너에 몰렸다. 그런 후 설립된 것이 카네기재단이다. 카네기와 록펠러에게는 절세설계용으로 재단을 설립한 것 아니냐는 비난도 따랐다. 스웨덴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는 발렌베리그룹의 대주주는 발렌베리 가문이 설립한 4개 공익재단이다. 이들 재단이 보유한 그룹주식은 26.4%이다. 이 중 85%가 크노트&앨리스발렌베리재단 소유다. 부인 앨리스와의 사이에 자식이 없었던 크노트 발렌베리가 후계구도를 고민한 끝에, “그룹을 지배하되 소유하지는 않는다”는 모토하에 설립한 것이 이들 공익재단이다. 이 모토는 5대째 그대로 지켜지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 공익재단들도 설립 배경이나 목적이 순수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세계인들이 이들을 신뢰하는 것은 설립자나 그 가문이 재단운영의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했기 때문이다. 어떤 계기로 무슨 재산을 출연받아 설립됐는가와 설립 후에 쌓게 될 양극화 해소 등 공익적 업적이 전혀 별개의 이슈임을 웅변하는 대목이다. 우리 공익재단 활성화는 제도적으로 막혀 있다. 공익재단에 특정기업 주식의 5% 또는 10%(성실공익재단)를 넘어 출연하면 공익재단이 증여세를 내야 한다. 증여세를 면제받으면서 공익재단을 통해 경영권을 계속 행사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그러나 공익재단에 주식이 출연되는 순간 그것은 재벌 오너가 아니라 제3섹터의 것이 되고 공익재단이 청산되면 잔여 재산은 국고로 귀속된다. 그런 터에 굳이 한도를 낮게 잡아 주식 출연을 막을 이유는 없다. 그런 만큼 이제는 주식 출연 한도를 대폭 인상하되 공익재단이 출연자를 위해 활동하는 것을 엄히 금지하는 제도의 도입이 공론화되어야 한다. 의결권주의 50%까지 출연할 수 있게 하되, 공익재단이 특정 기업을 위해 활동할 수 없도록 못 박은 일본의 입법례는 참고할 만하다. 미국 제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동시대 기업인 카네기와 록펠러에게 이렇게 쏘아붙였다. “부의 축적과정에서 저지른 악행은 그 부로 어떤 자선을 하더라도 정당화되지 않는다” 저주에 가까운 비난이다. 이들이 설립한 재단이 미국의 공기(公器)가 되어 쌓은 위대한 업적과 재단을 향한 미국인들의 절대적 사랑을 보면서 무덤 속 루스벨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마 자신의 단견을 뼈저리게 뉘우치고 있을 것이다. 평생 일궈놓은 기업의 주식을 공익법인에 출연한 공로는 제쳐 둔 채 이를 경영권 보존 수단으로만 백안시해 온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 [손성진 칼럼] 공동선을 위한 마지막 보루, 양보와 타협

    [손성진 칼럼] 공동선을 위한 마지막 보루, 양보와 타협

    온통 투쟁이다. 여야가 싸우고 야당은 내분으로 붕괴 직전이다. 과격 노조는 폭력을 써서라도 뜻을 관철하려 한다. 로스쿨 학생들과 사시생들은 사생결단의 태도로 맞붙고 있다.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여 생존을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지만 각자 그 권리를 무한히 추구하면 결과적으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상태가 된다.” 절대군주제를 옹호하기 위한 토머스 홉스의 이 이론이 시대착오적으로 들리지 않는 시국이다. 따지고 보면 현시점의 혼돈은 공통의 목표, 구심점이 없는 데서 비롯된 듯하다. 일제강점기에는 독립, 1970년대까지는 가난 탈출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 2015년 현재의 목표는 무엇인가. 선진국 진입일까, 통일일까. 이제 우리 사회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세상은 뻗어 나가는 나무뿌리처럼 다원화됐다. 천 갈래 만 갈래다. 하나의 주의(主義), 하나의 깃발 아래 모이지 않는다. 또한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됐다고 끝이 아니다. 부(富)는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고 경기는 코사인 곡선처럼 출렁거린다. 자본주의의 속성이기도 하다. 목하 목숨을 걸고 대결하는 중이다. 여와 야, 노()와 사(使), 노()와 소(少), 동과 서, 남과 북, 좌와 우, 부와 빈, 도(都)와 농(農)…. 모두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고 조금의 손해도 보지 않으려고 아등바등 다툰다. 이대로는 공멸이다. 서로 공격하다 같이 치명상을 입고 다시 일어서지 못할 수도 있다. 공멸하지 않으려면 당장 대결을 중단해야 한다. 우리는 외환위기라는 절체절명의 순간 공멸의 위험에서 용케 빠져나온 경험이 있다. 반발이 없지 않았지만 공생 의식은 충만했기에 가능했다. 공생은 양보와 타협 없이는 불가능하다. 양보와 타협이란 일방의 고집이 있는 한 달성할 수 없다. 노동계는 막무가내로 정부의 정책에 반기만 들어서는 안 되고 정부는 노동자들의 힘겨운 현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외환위기는 노동계가 그토록 반대했던 구조조정을 하지 못했다면 극복하기 어려웠다. 구조조정이 없었으면 결과는 공멸이었을 것이다. 각자의 사익 추구는 사회의 와해, 국가의 패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공동선(共同善·common good)을 위해 한발씩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 공동선은 공동체 전체의 이익이란 뜻이다. 다원화된 사회를 움직이는 핵심적인 원리다. 일찍 고령화를 접한 스웨덴은 노년 세대가 양보해 ‘낸 만큼 받는다’는 모범적인 연금 개혁을 완수했다. 영국·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노동개혁에 성공해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은 노사정(使政)이 조금씩 물러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언뜻 케케묵은 듯한 양보와 타협의 가치는 현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양보와 타협은 정치의 원리, 또는 원점이라고들 한다. 양보의 결과물이 타협이기도 하다. 각자의 이익을 좇았던 주(州)들의 양보와 타협이 없었으면 연방국가 미국은 탄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알린스키에 따르면 타협은 전체주의로부터 민주주의를 지켜 주는 보루와 같다. 목표가 모호한 사회는 필연적으로 분열된다. 국가는 새 지향점을 만들어야 한다. 통합은 말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대결의 주체들이 일심동체가 되도록 국가적 어젠다를 만들어야 한다. 공동선을 위해 정부가 할 일도 적지 않다. 이기적인 구성원들을 윽박지를 것만이 아니라 한마음이 되도록 이끌어야 한다. 양보와 타협의 선봉에 서야 하는 게 정치, 정치인들이다. 사회 전반의 갈등을 의회 내로 끌어들여 해소할 책임이 그들에게 있다. 그러나 도리어 갈등의 도화선이 되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양보와 타협은 비굴한 게 아니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여 함께 살아가자는 말이다. 패배가 아니라 승리다. 다 함께 죽는 길을 피해 같이 사는 길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작금에 투쟁하고 있는 대결의 주체들이 자기중심적인 이기심에서 벗어나 공생의 길을 모색할 때다.
  • 與 총선 키워드는 일자리·공정사회

    새누리당이 내년 4·13 총선 공약 및 프레임 선정을 위한 시동을 걸고 나섰다. 새누리당 정책위원회는 8일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과 함께 ‘2016년 총선 어젠다 및 대응 전략’ 비공개 워크숍을 열고 공약 밑그림 그리기에 착수했다. 이날 회의에는 김정훈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김광림 정책위부의장, 나성린 민생119본부장, 정책조정위원 등 당 소속 정책위 멤버들이 대거 참석해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의 직접 발제를 청취했다. 김 위원장은 여연의 지난 10월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현재 한국 사회의 화두는 공정사회, 복지, 사회 격차 해소”라고 요약하면서 “여당의 내년 총선 공약도 이런 시대정신을 감안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국민들이 경제 성장보다 일자리 창출을 통한 복지 증대, 사회 공정성 강화를 더 중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를 바탕으로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선 세대별 맞춤 일자리 공약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여연 조사 결과 국민들이 우선시하는 시대정신은 ‘사회 격차 해소’가 52.7%, ‘경제 성장’이 43.1%로 성장보다 격차 해소를 중시해야 한다는 답변이 9.6% 포인트 우세했다. 사회 격차 해소 방안으로는 ‘일자리 창출’이 63%, ‘조세 및 복지 확대를 통한 소득 재분배’가 32.6%로 2배 가까이 차이 났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선 후보는 대선 공약을 놓고 이른바 ‘성장과 고용’ 논쟁을 벌인 바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은 고용률 주도 성장을 주장했고 문 후보는 소득 주도 성장론으로 맞붙었다. 한 회의 참석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성장 대신 ‘고용률 70% 달성’을 공약해 당선됐고, 그 방편이 창조경제였다”면서 “결국 일자리 중심 경제가 대선에 이어 내년 총선 프레임으로 재등장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일자리 창출을 현실화할 지렛대가 없다는 점이 정부·여당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등의 경제활성화법안들이 국회에 발이 묶여 있기 때문이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정현용 기자의 밀리터리 인사이드] ‘쥐꼬리’ 동원훈련 보상금

    [정현용 기자의 밀리터리 인사이드] ‘쥐꼬리’ 동원훈련 보상금

    올해부터 예비군 훈련 강도는 크게 높아졌지만, 훈련 대상자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답보 상태입니다. 예비군들의 불만이 적지 않겠죠. 그래서 저는 터무니없이 적은 동원훈련 보상비를 분석했습니다. 또 예비군 총격 사건 이후 훈련장 개선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들여다봤습니다. ●“예비군도 현역과 같은 처우” 병역법에도 어긋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예비군 훈련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분석을 내놓았는데요. 2박 3일간 이뤄지는 ‘예비군 동원훈련’ 보상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나름 법적인 근거가 있었습니다. 병역법 제48조는 ‘병력 동원 소집으로 입영한 사람의 복무와 처우는 현역과 같이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52조는 ‘병력 동원훈련 소집으로 입영한 사람은 현역에 준하여 복무하며, 예산의 범위에서 급식 또는 실비 지급 등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죠.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겁니다.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설명을 하자면 예비군 훈련은 크게 ‘동원훈련’과 ‘동원 미지정’, ‘향방훈련’ 등으로 나뉩니다. 예비군 1~4년차는 동원훈련과 동원 미지정 훈련을 받습니다. 동원훈련은 2박 3일간 부대에 입영해 훈련을 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동원 미지정은 3일이라는 기간은 같지만 출퇴근 형식입니다. 예비군 5~6년차는 향방 기본훈련 8시간, 향방 작계훈련 6시간, 소집 점검훈련 4시간 등을 받게 됩니다. 동원훈련을 통해 받을 수 있는 돈은 보상금과 교통비, 식비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교통비와 식비를 제외한 순수 보상금이 6000원인데요. 하루에 6000원 받는다고 착각하는 분이 있을 것 같아 분명하게 말씀드리면 ‘2박 3일’에 6000원입니다. 하루에는 2000원꼴인데요. 하루에 2000원을 봉급으로 받는다고 하면 이해가 쉽겠죠? 그나마 내년엔 7000원으로 1000원이 올라간다고 합니다. 내년 동원훈련 대상자는 40만 3000명입니다. 그럼 실제 병사 봉급과 비교도 해 봐야겠죠. “병사의 처지도 곤궁한데 예비군까지 신경 써야 하나”라고 목소리 높이는 분들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이 문제는 논쟁을 할 부분이 아닙니다. 예산정책처 지적대로 처우 논의를 넘어 정부가 법을 제대로 지키고 있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문제로 봐야 합니다. 병사 봉급은 병장 기준으로 올해 17만 1400원에서 내년 19만 7100원으로 오릅니다. 내년에는 병장이 하루에 받을 수 있는 봉급이 6570원이 됩니다. 내년 현역 하루 봉급 6570원과 예비군 동원훈련 하루 보상금 2330원. 아무리 현역과 예비역이라지만 너무 큰 차이 아닌가요? 2011년 병장 하루치 봉급은 3460원이었습니다. 5년 전과 비교해도 내년 예비군 동원훈련 보상금이 낮습니다. ●왜 ‘애국페이’인가… 교통비·식비도 안 돼 보다 못한 국회 예산정책처가 “2박 3일 동원훈련 참가자 보상금을 현역 병장 봉급 수준인 2만원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정부에 제안했습니다. 보상금을 2만원으로 올리려면 예산 80억원이 소요됩니다. 하지만 1000~2000원 인상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 이게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국방부도 예비군 사기 문제를 고려해 해마다 동원훈련 보상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고 토로합니다. 동원훈련 보상금은 2011년 5000원, 2012년 5000원, 2013년 5000원으로 유지됐다가 2014년 6000원으로 1000원 올랐고 올해도 6000원으로 유지됐습니다. 예산을 검토하는 국회에서 보상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인데 예비군들의 사기가 오를까요? 물론 동원훈련 보상금만 적은 것은 아닙니다. 예비군 훈련 ‘교통비’와 ‘식비’도 부족한데요.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주목할 만한 지적이 나왔습니다. 지난해 국방부가 예비군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평균 교통비는 1만 3210원, 식비는 8980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현재 하루 8시간을 받는 향방 기본훈련 교통비와 식비는 각각 6000원을 주는데요. 동원훈련 교통비는 거리에 따라 계산해 줍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백군기 의원은 “아직 학생이거나 취업 준비 중이어서 벌이가 없는 청년들이 국가 안보를 위해 ‘애국페이’를 내고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면서 “국방의 의무를 강조하기에 앞서 현실에 맞는 훈련 보상금을 책정해 국가의 책임부터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내 돈과 시간을 쓰면서 나라 지키는 훈련을 받으라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입니다. 왜 예비군들이 너도나도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는지 다시 한번 헤아려 보시길 바랍니다. ●총기사고 발생 후 안전문제도 도마 위 지난 5월에는 서울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에서 최모(23)씨가 동료에게 총격을 가해 2명이 숨졌고, 본인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국방부는 당장 예비군 훈련장 시설 개선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예비군과 국민들은 정부를 믿고 대책을 지켜 보기로 했는데요. 최근 국회가 내놓은 정부 예산안 분석에서는 이 대책에도 일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국방부는 총기사고 후속 조치로 지난 6월 ▲사격 통제탑 보수 ▲사격장 방송 시스템 개선 ▲탄약분배대 보수 ▲레일이동형 표적확인 시스템 도입 등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이 가운데 ‘레일이동형 표적확인 시스템’은 사로별로 표적지까지 레일을 설치해 예비군이 직접 이동하지 않고 사격 결과를 확인하도록 한 시설 개선 대책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모든 사격장에서 시설 개선을 완료하는시점은 ‘2017년’이라고 합니다. 국방부는 지난 6월 대책을 발표할 당시 시설 개선을 내년까지 완료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레일이동형 표적확인시스템’ 3년 후에나 적용 국회에 따르면 국방부는 내년 3월 계약을 하고 4~5월 중 설계를 마치고 6월 이후 공사를 한다는 계획입니다. 공사에는 3~4주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계획대로라면 11월이면 공사를 마무리해야 합니다. 하지만 레일이동형 표적확인 시스템이 필요한 사격장 31곳 가운데 23곳에만 공사 예산이 반영됐습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31곳 모두 소요 예산을 요청했는데 최종적으로 예산안이 반영된 곳은 23곳”이라면서 “예산 배정이 되지 않은 8곳에서는 2017년에 공사가 시작될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예비군 훈련은 겨울철을 제외한 3~11월 사이에 이뤄집니다. 2017년에 공사를 마무리하면 예비군들은 이 시스템을 2018년 3월이 돼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총기 사고가 터지고 나서 3년이 가까운 시점에 대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것입니다. 예산정책처는 “유사 사고의 재발을 예방하기 위한 후속 조치의 실효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레일이동형 표적확인 시스템 구축을 2016년 내에 완료할 필요가 있다”고 쓴소리를 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올해 완료하기로 한 ‘총기 고정틀’ 설치 사업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일단 총기 고정틀 설치 작업은 이미 마무리됐고, 재질과 규격 표준화 작업은 올해 안에 완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junghy77@seoul.co.kr
  • 성장? 이봐, 문제는 분배야

    성장? 이봐, 문제는 분배야

    우울한 경제학의 귀환/류동민·주상영 지음/한길사/336쪽/1만 8000원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일해서 돈 버는 속도를 멀찌감치 추월한 지 오래다. 부유한 사람은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먼저 파이를 키워야 나눌 게 많아진다고, 성장을 위해서는 일정 부분 희생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분배의 불평등 문제에 대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아 왔다. 화폐경제학을 연구한 주류 경제학자 주상영 건국대 교수와 마르크스 경제학을 전공한 비주류 경제학자 류동민 충남대 교수도 얼마 전까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심화되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토마스 피케티의 저서 ‘21세기 자본’에 자극을 받아 분배의 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게 됐다. 이 책은 한 명은 조금 왼쪽으로, 한 명은 조금 오른쪽으로 움직이며 찾은 중간 지점의 결과물이다. 이들은 성장으로 파이를 키워서 분배한다는 경제 논리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낡고 틀에 박힌 패러다임이라고 말한다. 또 시장의 힘과 기술 변화, 세계화가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키웠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불평등이 성장을 가로막는 요소라고 지적한다. 불평등의 해소가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열쇠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경제가 성숙 단계에 진입하면 추가적인 성장을 위해 인적 자본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해지는데 불평등이 심한 사회에서는 상위계층의 과잉투자, 하위계층의 과소투자로 인적 자본이 제대로 축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평등이 심해지면 파이를 키우려고 해도 키울 수가 없다는 이야기다. 두 경제학자는 묻는다. 이래도 먼저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할 텐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우회 지원 3000억 편성한 누리과정 ‘첩첩산중’

    우회 지원 3000억 편성한 누리과정 ‘첩첩산중’

    국회가 어린이집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우회 지원을 위한 예비비 3000억원을 편성했지만 별도의 여야 정치적 합의 없이 예비비의 명목이 지방교육청의 학교환경개선사업으로 잡혀 있어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정부와 시·도 교육청의 다툼이 계속될 전망이다. 또 예산을 전용해 어린이집 누리과정에 사용하더라도 전체 사업 비용 2조 1000억원의 7분의1 수준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땜질 처방’이라는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3일 국회에서 편성된 예비비는 지방교육청의 학교환경개선사업 시설비 지원 명목이다. 원안에 누리과정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던 정부의 뜻이 유지된 셈이다. 누리과정 예산은 제도적으로 지방자치교부금을 통해 충당하도록 정해져 있다. 따라서 이미 교육청 예산에 학교환경개선사업 시설비가 편성돼 있기 때문에 교육청이 예비비로 학교환경개선사업을 하고 여유가 생긴 예산을 누리과정 재원으로 돌려쓰라는 취지다. 하지만 지난해 전체 소요 비용 1조 7000억원 가운데 국고에서 예비비 5046억원을 지원한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해는 국고지원금을 예비비로 편성하면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으로 사용한다’는 여야의 정치적 합의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합의 없이 예산만 편성됐다. 3000억원이 교육부를 거쳐 17개 시·도 교육청에 분배되더라도 이 돈을 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비용으로 사용하면 법규를 위반하는 꼴이 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예비비 3000억원은 찜통 교실, 노후 화장실 등 시급한 학교 시설 개선을 위해 지원되는 것”이라며 “지난해와 달리 여야 합의도 없이 내려온 돈을 일선 교육청이 마음대로 전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법령의 개정 혹은 최소한의 정치적 합의도 없는 상황에서 교육청이 알아서 예산을 전용하게 되면 감사원 등의 감사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전용 부분이 해결되도 1조 8000억원 정도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처럼 지방채 발행으로 상당 금액을 충당하는 방법이 있지만 대다수 교육청에서는 누리과정 사업이 중앙정부의 사업인 만큼 전액 국고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소요 비용 1조 7000억원 중 국고에서 지원된 예비비 5046억원을 제외한 1조원은 지방채, 2000억원 정도는 시·도에서 추가 지방세를 지원받아 해결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지난해 19.8%이던 채무 비율이 올해 28.8%로 치솟는 등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추가적인 지방채 발행은 어렵다는 것이 일선 교육청의 입장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날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법률적으로 교육감의 책임이 아닐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시·도 교육청의 재원으로는 편성 자체를 할 수 없는 실정이므로 2016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우회 지원 3000억 편성한 누리과정 ‘첩첩산중’

    우회 지원 3000억 편성한 누리과정 ‘첩첩산중’

    국회가 어린이집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우회 지원을 위한 예비비 3000억원을 편성했지만 별도의 여야 정치적 합의 없이 예비비의 명목이 지방교육청의 학교환경개선사업으로 잡혀 있어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정부와 시·도 교육청의 다툼이 계속될 전망이다. 또 예산을 전용해 어린이집 누리과정에 사용하더라도 전체 사업 비용 2조 1000억원의 7분의1 수준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땜질 처방’이라는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3일 국회에서 편성된 예비비는 지방교육청의 학교환경개선사업 시설비 지원 명목이다. 원안에 누리과정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던 정부의 뜻이 유지된 셈이다. 누리과정 예산은 제도적으로 지방자치교부금을 통해 충당하도록 정해져 있다. 따라서 이미 교육청 예산에 학교환경개선사업 시설비가 편성돼 있기 때문에 교육청이 예비비로 학교환경개선사업을 하고 여유가 생긴 예산을 누리과정 재원으로 돌려쓰라는 취지다. 하지만 지난해 전체 소요 비용 1조 7000억원 가운데 국고에서 예비비 5046억원을 지원한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해는 국고지원금을 예비비로 편성하면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으로 사용한다’는 여야의 정치적 합의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합의 없이 예산만 편성됐다. 3000억원이 교육부를 거쳐 17개 시·도 교육청에 분배되더라도 이 돈을 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비용으로 사용하면 법규를 위반하는 꼴이 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예비비 3000억원은 찜통 교실, 노후 화장실 등 시급한 학교 시설 개선을 위해 지원되는 것”이라며 “지난해와 달리 여야 합의도 없이 내려온 돈을 일선 교육청이 마음대로 전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법령의 개정 혹은 최소한의 정치적 합의도 없는 상황에서 교육청이 알아서 예산을 전용하게 되면 감사원 등의 감사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전용 부분이 해결되도 1조 8000억원 정도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처럼 지방채 발행으로 상당 금액을 충당하는 방법이 있지만 대다수 교육청에서는 누리과정 사업이 중앙정부의 사업인 만큼 전액 국고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소요 비용 1조 7000억원 중 국고에서 지원된 예비비 5046억원을 제외한 1조원은 지방채, 2000억원 정도는 시·도에서 추가 지방세를 지원받아 해결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지난해 19.8%이던 채무 비율이 올해 28.8%로 치솟는 등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추가적인 지방채 발행은 어렵다는 것이 일선 교육청의 입장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날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법률적으로 교육감의 책임이 아닐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시·도 교육청의 재원으로는 편성 자체를 할 수 없는 실정이므로 2016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바보야, 문제는 권력 빈곤이야!

    바보야, 문제는 권력 빈곤이야!

    가난이 조종되고 있다/에드워드 로이스 지음/배충효 옮김/명태/448쪽/2만 2000원 1964년 당시 린던 존슨 미국 대통령은 ‘가난과의 무조건적인 전쟁’을 선포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보장해 주고 건강보험을 들도록 도와줬다. 또 차별을 없애는 법안을 통과시켜 흑인들에게도 지지를 얻었다. 50년이 훌쩍 흘렀지만 미국의 빈곤 극복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대신 신자유주의가 확장되며 빈부의 격차는 오히려 더 커졌다. 미국의 빈곤층 분류 기준은 4인 가족 연간 세전 소득 2만 2025달러(약 2500만원) 이하다. 2008년 미국 인구조사국 추산에 따르면 빈곤층은 약 40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3.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전문가들은 실질 빈곤율이 공식 빈곤율을 두 배 이상 상회한다고 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사회안전망은 갈가리 찢겼고 경제적 완충 장치는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난의 대물림을 통해 빈곤의 심각성이 확대재생산되고 사회 정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 됐다. 그럼에도 다수 미국인의 의식 속에서는 가난이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아닌 개인의 책임으로 귀결된다. 사회 구조와 권력 분배의 왜곡 탓이 아니라 개인의 불성실과 무능력이 빈곤의 원인이라는 인식이다. 제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는 미국 빈곤 정책의 현주소다. 저자는 빈곤 문제의 핵심은 권력의 빈곤이라고 일갈한다. 권력의 재분배가 이뤄져야 부의 재분배도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린던 존슨의 정책이 하나의 실패 사례처럼 남았지만 이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권력 자체를 계급에 재분배할 수 있는 정치적 환경 조성에 나서야 함을 방증한다. 이 원칙이 미국에만 적용될 것은 아니라는 점 또한 분명하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증권특집] 미래에셋자산운용 - 배당주 外 콜옵션 매도로 초과수익 OK

    [증권특집] 미래에셋자산운용 - 배당주 外 콜옵션 매도로 초과수익 OK

    연말 배당 시즌을 맞아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연말이 지나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원한다면 주식 외에도 콜옵션(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 매도를 통해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을 눈여겨보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배당프리미엄펀드’는 자산의 70%가량을 국내 우량 기업의 우선주와 고배당주에 투자해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추구한다. 주가가 떨어질 때는 콜옵션 매도를 통해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다. 단순히 배당주에만 투자하는 배당주 펀드 시장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012년 3월 주식, 채권, 옵션 등 다양한 투자전략을 활용하는 배당주 펀드를 처음 선보인 것이다. 다양한 투자기법을 통해 지난 16일 기준 3년 수익률 40.11%를 달성했다. 장·단기적으로도 2년 수익률은 20.98%, 연초 이후 수익률은 9.02%다. 코스피가 올 들어 최근까지 4%대 수익률에 머문 것과 대조를 이룬다. 현재까지 6000억여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최근 기업의 주주 친화 정책과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추세에 따라 그동안 저평가됐던 우선주의 가치가 개선될 전망도 크다. 우선주 편입 종목은 해당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 시가총액과 거래량 등을 고려해 선정한다. 과거 3년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금배당을 기준으로 배당수익률이 높은 배당주를 선별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콜옵션 매도는 초과 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병행 전략이다. 주가 수준보다 훨씬 높게 팔 수 있는 행사가격으로 콜옵션을 팔아 실제 주가가 완만하게 오르거나 횡보 또는 떨어질 경우에도 옵션을 판 가격(프리미엄)을 통해 초과 수익이 가능하다. 옵션 행사가격을 높게 설정해 손실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가급적 피했다. 주식혼합형펀드이며 자산별로는 주식 70.70%, 채권 8.45%, 집합투자증권 및 유동성 등에 분산 투자한다. 주요 시중은행과 증권사에서 판매하며 일반형펀드 외에도 매월 분배금을 지급하는 월지급식 또는 절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금저축 형태로도 가입할 수 있다.
  • [추모사] 당신 이전과 이후가 완전히 달라진 대한민국 남기고

    [추모사] 당신 이전과 이후가 완전히 달라진 대한민국 남기고

    신념과 결단으로 대한민국을 거듭나게 해 주신 김영삼 대통령님! 크나큰 감사와 사무치는 회한으로 삼가 이 글을 바칩니다. 님의 일생은 신념과 행동의 완전한 합일이었습니다. 민주화투쟁 과정에서나 그 열매로 쟁취한 집권 이후의 통치 과정에서 이제는 전설이 된 님의 그 모든 결단은 신념에서 비롯되고 말미암은 것이었습니다. 혈혈단신으로 남겨진 것 같던 의원직 제명 때나 목숨을 잃을 것 같았던 단식 막바지 때도 님이 흔들리지 않았던 덕에 동지들과 국민은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지금도 대통령 취임사의 빛나던 한 구절을 기억합니다. 불굴의 신념을 받쳐 주던 정치 철학이 담겨 있는 구절이기에 나라의 앞길을 밝혀 주는 불기둥으로 삼고 있는 말씀입니다.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더 나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이념이나 사상도 민족보다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합니다.’ 이 말씀에 이어 김일성과의 정상회담을 제의하셨지요. 저희는 취임 이후 내리셨던 전광석화 같던 그 모든 결단들이 평화 통일을 위한 정상회담 준비 작업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자유민주주의의 위협 요소였던 하나회 척결, 공정 분배와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한 금융실명제 실시, 공직사회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 된 공직자 재산등록제 등등이 모두 수미일관된 준비 작업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남북한 자유총선거에서 자유민주세력의 승리를 보장하기 어려운 요소들이기 때문입니다. 아쉽게도 김 주석과의 담판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그토록 많은 준비를 했고 미국의 영변 핵시설 폭격을 온몸으로 막아내면서 기회를 만들었건만 끝내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개혁에 대한 무한 감사와 함께 회한이 밀려오는 이유입니다. 이제 님은 당신 이전과 이후가 완전히 달라진 대한민국을 남겨주시고 떠났습니다. 저희는 님이 밝히신 민족에 대한 철학을 가슴 깊이 새기고 평화, 상생 통일을 향해 굳건히 전진하겠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선친 생전에 매일 기침(起枕)하자마자 전화 문안을 올리셨던 님의 효심은 남기신 자녀들과 자라나는 세대들이 본받고 이어 갈 것입니다.
  • [사설] 北 나선특구 개방 실험 남북경협 물꼬로

    북한이 ‘나선(나진·선봉)경제특구’ 개발에 대한 종합 계획을 어제 공개했다. 북한의 대외 선전용 웹사이트인 ‘내 나라’는 7개 분야의 개발 계획과 함께 50여개의 나선경제무역지대 투자 관련 법규를 게재했다. 투자자가 합법적으로 취득한 재산을 제한 없이 가져갈 수 있고 기업은 경영과 이윤 분배 방안을 독자적으로 결정한 권리도 명시했다. 나진 지역을 경제특구로 지정한 지 24년 만에 개발계획 완결판을 내놓았다. 북한의 나진경제특구 종합개발은 외국 자본에 대해 자유로운 경영활동과 이윤 보장 등 자본주의 시장경제 요소를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홍콩식 일국양제(一國兩制)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국 투자기업의 기업소득세 역시 다양한 우대 조건을 앞세워 투자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 지역에서 남·북·러 물류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핵·경제 병진 정책을 천명하며 국제적으로 고립의 길을 자초했던 김정은 정권의 기존 행보에 비춰 이번에 발표한 경제특구 개발계획은 참으로 파격적이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본뜬 ‘사회주의식 개발정책’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성공 여부는 지극히 불투명하다. 북한은 지난 2년간 총 19개의 중앙·지방급 경제개발구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황금평 등 5개 경제특구를 더하면 경제특구는 모두 24개에 이른다. 하지만 북·중, 북·러 합영투자를 제외하면 외국인 투자는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북핵·미사일 문제 등으로 인한 국제적 제재를 완화하지 못하는 한 성공 가능성이 지극히 작다는 의미다. 과거 중국과 베트남 등 사회주의 국가의 개혁 개방의 성공은 국제사회의 지지가 필수라는 점을 북한 당국은 인식할 필요가 있다. 북핵과 미사일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북한의 개혁 개방 자체가 요원한 것이 현실이지만 이 문제는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하루아침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달 초 통일준비위 6차회의에 참석해 ‘남북교류협력 사무소 설치’를 제안하면서 ‘남북 민간 교류 확산’을 강조한 것도 북핵 문제와 분리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인내심을 갖고 북한을 국제사회로 이끌겠다는 현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정책이 멈춰서는 안 된다. 나진경제특구 개발 계획은 아직 청사진에 불과하고 많은 난관이 놓여 있지만 남북 경협의 물꼬를 트면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향한 연결 고리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 나선특구, 北의 홍콩으로… 김정은식 개방 파격 실험

    나선특구, 北의 홍콩으로… 김정은식 개방 파격 실험

    북한이 중앙급 경제특구인 나선(나진·선봉) 경제무역지대에서 활동할 북한 기업에 대한 외국 자본의 투자를 허용키로 했다. 또 외국 자본의 투자가 가능한 북한 기업과 관련 사업 이름도 공개했다. 외국 자본의 자유로운 경영활동과 이윤 보장을 적용키로 한 것은 나선경제특구를 ‘일국양제’(一國兩制)의 홍콩식 모델로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문호개방 기업 명단 첫 공개 북한은 18일 대외선전용 웹사이트인 ‘내나라’에 50여개의 나선경제무역지대 투자 관련 법규를 게재하면서 관광지 개발대상, 산업구 개발대상, 국내기업 투자대상, 투자항목 등 7개 분야에 대한 계획을 공개했다. 북한이 나선경제특구와 관련, 종합적인 개발 계획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계획에 따르면 북한은 나선경제특구 내 신해국제회의구 등 10곳을 관광지로 개발키로 했다. 산업구 개발대상은 나진항물류산업구 등 9곳이다. 나진항물류산업구는 한국과 북한, 러시아 등 3개국 간의 물류 협력 사업으로 정부가 공을 들이는 ‘나진-하산 프로젝트’와도 관련이 있어 관심을 끈다. ●자국기업 사실상 공개세일 북한은 또 나선종합식료공장, 선봉온실논장, 남산호텔개건확장 등 8개 기업 또는 프로젝트에 대해 합작 또는 합영의 형태로 해외투자를 받는다고 밝혔다. 북한이 외국자본에 문호를 개방할 기업의 명단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은 자국 기업에 대한 사실상의 ‘공개 세일’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투자정책 분야의 경우 투자자는 경제무역지대에 들여왔던 재산과 지대에서 합법적으로 취득한 재산을 제한 없이 경제무역지대 밖으로 가져갈 수 있다고 분명히 했다. 또 경제무역지대에서 기업은 경영 및 관리질서와 생산 ·판매, 재정 계획을 세울 권리, 이윤의 분배 방안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권리 등이 있다고 명시했다. 이는 외국 투자자에게 소득의 제한 없는 송금을 보장하고 독자적 경영을 인정하겠다는 의미다. ●한국 자본 유치가 성공 잣대 이 같은 북한의 움직임은 나선경제특구에서 활동할 외국 자본에 대해 자유로운 경영활동과 이윤 보장 등 자본주의 시장경제 요소를 적용하겠다는 것으로 홍콩식 일국양제 모델을 생각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외국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라며 “중장기적으로 홍콩이나 싱가포르 수준의 개방 무역도시로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여러 차례 외자 유치 계획을 밝혔음에도 핵실험 등으로 활성화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성공 여부는 한국의 자본을 얼마나 끌어들이느냐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열린세상] 이중 거주지 등록제를 제안하며/소진광 가천대 대외부총장

    [열린세상] 이중 거주지 등록제를 제안하며/소진광 가천대 대외부총장

    사람에겐 사람이 문제이고, 코끼리에겐 코끼리가 문제다. 따라서 사람과 관련한 문제의 해답도 사람으로부터 얻어야 한다. 요즘 인구감소와 고령화 현상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인구 문제는 전체 인구규모, 인구의 연령 및 성별 구조 그리고 인구의 공간분포라는 세 영역으로 구분된다. 그간 우리 사회는 너무 빠른 성장에 길들여 있었다. 한때 급격한 인구증가를 걱정하며 산아제한정책까지 도입하였다. 그러나 인구증가는 노동력 확보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인구감소가 국가존립에 위협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통계청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2030년 5216만명을 정점으로 그 이후 감소하기 시작하여 2045년 5000만명 이하로, 2069년엔 4000만명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고령화 속도도 더욱 빨라져 노동시장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그래도 인구감소와 구조변화는 시차를 두고 있어서 대응 방안을 마련할 시간적 여유가 있고, 이로 인한 갈등도 세대별로 분담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인구의 공간분포 차이는 시간 흐름이라는 완충장치 없이 인구가 몰리는 곳과 빠져나가는 곳 모두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특정 지역으로의 과도한 인구집중은 환경 및 혼잡 비용을 수반한다. 인구가 빠져나간 지역에서는 경제활동을 지속하기가 어렵다. 2015년 충남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40년까지 충청남도에서 351개 자연마을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농어촌 지역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문제도 심각하다. 인구가 도시로 몰리는 이유는 나라마다 다를 것이다. 우리나라는 학교 진학과 취업이 주된 요인이다. 인구가 줄어들면 좋은 일자리와 교육기관을 유치하거나 유지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악순환이 인구의 공간분포와 관련한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사람이 언제나 도시에 머물며 살아갈 수는 없다. 이중환(1690~1756)은 반나절 거리 안에 즐길 수 있는 산수(山水)가 있어야 성정을 맑게 하고 사람답게 생활할 수 있다고 쓰고 있다. 현대사회에서도 도시 사람들이 농어촌의 쾌적한 분위기가 필요하고 농어촌 사람들에게도 도시의 편리함과 수준 높은 서비스가 필요하다. 교통·통신의 발달로 도시와 농어촌 모두를 생활터전으로 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주중엔 도시에서 살고 주말엔 농어촌에서 생활하거나 반대로 주중엔 지방의 직장에서 일하고 주말을 이용해 도시의 가족과 만나 생활하는 거주방식이다. ‘4도(都) 3촌(村)’이라 하여 4일 밤은 도시에서 자고 3일 밤은 농어촌에서 생활한다는 의미의 새로운 용어도 등장하였다. 그러한 생활패턴은 도시의 각종 생활기반 시설 수요를 줄여 주고, 대신 농어촌에서의 생활기반 시설 수요를 증가시킨다. 물론 생활기반 시설엔 사용료가 부과되기 때문에 도시에 거주지를 등록하고 농어촌에서 생활하더라도 추가 수요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공공부문에서 생산, 공급하는 각종 생활기반 시설은 공공재 성격을 띠고 있어서 사용료만으로 그러한 시설의 구축, 유지, 관리에 드는 모든 비용을 충당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주민등록법은 1인 1거주지 원칙을 따르고 있어서 ‘4도 3촌’ 생활방식이나 직주분리(職住分離)로 인한 실질적인 거주방식을 다루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실제 생활방식을 반영한 이중 거주지 등록제를 도입해 볼 만하다. 이중 거주지 등록제는 각종 거주 관련 지방세를 분할하는 효과도 있어서 농어촌 지역의 재정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중 거주지 등록과 관련한 각종 제세공과금의 지방자치단체별 분배비율은 해당 주민이 자신의 실질적인 거주방식에 따라 신고하면 된다. 예를 들어 서울시 송파구와 충남 부여군을 생활터전으로 삼고 있는 사람은 생활방식에 따라 선택적으로 송파구 거주 비중을 A%, 부여군 거주 비중을 (100-A)%로 등록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거주지 이중 등록제는 우리나라 주민등록법 제1조의 목적과 관련하여 거주관계 등 인구의 동태를 항상 명확하게 파악하게 해 주고 주민생활의 편익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중 국적을 허용하고 있는 국가도 늘고 있는데, 하물며 같은 나라 안에서 이중 거주지 등록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 선수는 뇌물 건네고 간부는 기금 착복하고

    선수는 뇌물 건네고 간부는 기금 착복하고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간부인 데이비드 오케요(케냐)가 현지 경찰의 수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IAAF 윤리위원회에 회부됐다.    케냐육상연맹의 부회장인 오케요는 연맹과 미국의 스포츠업체 나이키가 맺은 후원 계약에서 70만달러를 빼돌린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어떤 부정도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다. 한 주 동안 도핑과 뇌물 추문으로 흔들렸던 IAAF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IAAF는 성명을 내고 “IAAF는 오케요가 케냐에서 수사를 받고 있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으며 그 소식을 독립적인 IAAF 윤리위원회에 넘겼다”고 밝혔다.    나이키 대변인은 일간 선데이 타임스에 자신들은 케냐육상연맹과의 계약에서 “문제점이 없었으며” 케냐육상연맹과의 계약에 따라 조성된 기금은 “팀과 선수들을 후원하고 편의를 제공하는 데 이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이키는 현지 수사기관과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라민 디악 전 IAAF 회장과 그의 아들 파파 마사타, 하비브 시세 고문과 반도핑기구의 전 간부 개브리얼 돌이 러시아의 도핑 은폐에 연루된 혐의로 프랑스 경찰에 의해 수사를 받고 있다. 아울러 케냐의 육상 선수 3명은 도핑 테스트 통과를 위해 케냐육상연맹에 뇌물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 또 충격을 주고 있다.    고지대 마라톤 훈련지로 유명한 이텐의 마라톤 코치인 폴 심볼레이는 이같은 사실을 독일 ARD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처음 털어놓은 뒤 경찰에 다시 신고했으며 경찰로부터 이 일 때문에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았다.    그는 “경찰에 모든 것을 밝혔다. 도핑관련 고위 관리들이 육상 선수들이나 코치들에게 접근해 현금을 요구했으며 선수들이 받은 상금의 분배를 요구한 적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선데이 타임스는 전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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