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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북맹타파가/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열린세상] 북맹타파가/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귀 있고 못 들으면 귀머거리요, 입 가지고 말 못하면 벙어리라지, 눈 뜨고도 못 보는 글의 소경은 소경에다 귀머거리 또 벙어리라…. 낫 놓고 ㄱ자를 누가 모르리….”일제강점기였던 1930년대 초 우리나라 2000만 인구 가운데 글을 읽지 못하는 문맹자는 80%에 달했다. 당시 조선어학회를 중심으로 한글 강습회를 열어 말과 글을 통해 민족 정신을 불어넣는 일을 실천했다. 이때 노래로 글자를 풀어서 한글을 쉽게 깨우칠 수 있도록 한 것이 바로 ‘문맹타파가’다. 일 년 전을 돌아보면 전문가들조차 2018년 한반도의 변화를 예측하지 못했다. 평양 정상회담 기간 중 화면 속 평양 거리에 놀라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북·미 관계가 아직은 더디게 가지만, 아침마다 들리는 남북 관계의 새 소식이 여전히 생소하다. 비무장지대 내 도로가 연결돼 남북한 군인이 만나 손을 잡았다. 유엔 안보리가 남북 철도 연결 공동조사에 대해 제재 예외를 인정했으니 연내 착공식도 가능할 듯하다. 우리의 삶 속에 전쟁의 공포가 아닌 평화가 일상화되는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다. 변화가 가능했던 한 축에는 분명 북한의 변화와 선택이 있다. 너무 오랜 시간 분단의 삶이 일상화한 탓에 많은 사람들에게 지금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기란 힘겨운 것으로 보인다. 지금 이 순간 북한을 바로 보지 않으면 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고 미래를 그리기 어렵다. 편견과 의심으로 가득 찬 시각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 변화하는 모습 그대로를 보는 냉철함이 필요할 때다. 그러나 정작 북한을 이해할 말과 글의 통로가 막혀 있다. 북한에서 제작 발행한 간행물과 영상물, 디지털 콘텐츠의 대부분은 소위 ‘특수자료’로 마음대로 볼 수가 없다. 관련 사이트 역시 차단돼 있다. 얼마 전 독일에서 만난 과거 서독의 고위 인사는 한국 사회에서 북한 신문을, TV를 볼 수 없다는 말에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놀라워했다. 우리는 눈 뜨고도 북한의 글과 말을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소경에다 귀머거리 신세다. 다들 북한 전문가인 양 행세하지만 정작 북한에 대해 북맹(北盲)이 아닌지 반성해 본다. 북한 자료가 소수의 전유물이 돼서는 안 된다. 노동신문의 원문과 조선중앙TV의 화면은 거의 실시간 우리 언론 매체로 전달되고 있다. 인터넷으로 어렵지 않게 북한의 출판물과 영상물을 접할 수 있다. 막힌 사이트조차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다. 오히려 통제로 한두 단계 거친 자료는 수요자의 입맛에 따라 가공되고 변질돼 더 심한 북맹을 만들고 있다. 또 비싼 돈을 요구하는 정보 장사꾼의 주머니만 불려 주고 있다. 이젠 더이상 자료가 없어 북한에 대한 연구가 어렵다고 하는 것은 옛말이다. 어떤 자료가 진짜이고 가짜인지 가려 내기가 어려워서 연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규정으로 순수 연구와 교육을 위한 자료에 대한 욕심이 자칫 범법자를 양산할 수도 있는 셈이다. 종교, 사회, 문화, 역사, 체육 등 민간 차원의 남북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언론사 간에는 평양지국을 누가 가장 먼저 낼 것인가 촌극을 벌이는 상황인데, 여전히 북한의 간행물이나 방송에 대한 접근을 막고 있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북한과의 체제 경쟁하에서 방어라는 논리는 촛불을 들었던 시민에 대한 모독과도 같은 것이다. 민주주의의 힘은 바로 국민의 알권리를 바탕으로 한 공개성, 투명성에서 나온다. 북한 자료가 공개된다면 처음이야 궁금증과 호기심에 볼 수 있겠지만 금방 관심이 시들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 국가의 안보에 침해되는 범죄에 이른다면 법에 따라 처벌하면 될 일이다. 우리 사회에 북한 방송이나 출판물을 개방한다면 걱정을 해야 할 쪽은 한국이 아니라 북한일 수 있다. 우리 국민이 마음대로 북한의 신문과 방송물을 볼 수 있다면 오히려 북한이 말과 글에 보다 신중하고 정제된 표현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쩌면 북한 간행물과 영상물에 대한 개방은 우리 사회가 한반도 평화 번영을 노래하는 북맹타파가(北盲打破歌)이자 북한의 작은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신뢰의 선공(先攻)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 본다.
  • 이해찬 “극우 세력 통치해 갈 길 멀어…20년 집권해야”

    이해찬 “극우 세력 통치해 갈 길 멀어…20년 집권해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25일 “정책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20년 아니라 더 오랜 기간 (집권해서) 가야 한다”며 ‘민주당 20년 집권론’을 거듭 강조했다.이 대표는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중구난방- 더불어민주당의 미래를 생각하는 당원토론회’에서 “독일, 영국, 스웨덴의 사회통합정책이 보통 20년씩 해서 뿌리내린 정책인데 우리는 극우적인 세력이 통치해 와서 가야 할 길이 굉장히 멀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다시는 절대 정권을 뺏겨선 안 된다고 강조하는 이유가 10년을 (집권)해봤자 무너뜨리는 건 불과 3, 4년밖에 안 걸린다”며 “금강산(관광사업)과 개성(공단사업)이 무너지고 복지정책도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조대왕이 돌아가신 1800년 이후에 제대로 된 개혁 민주세력이 집권해 본 건 딱 10년밖에 없다”며 “218년 중에서 국민의 정부(김대중 전 대통령) 5년, 참여정부(노무현 전 대통령) 5년 외에는 한 번도 민주·개혁적인 정치세력이 나라를 이끌어 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70년 분단사에서 얼마나 많은 왜곡된 정치를 해 왔느냐”며 “이승만 독재, 박정희 독재, 전두환 독재까지 쭉 내려오고 10년을 우리(민주당)가 집권했지만 바로 정권을 빼앗겨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 도루묵을 만드는 경험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는 자본주의가 충분히 잘 발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계층적, 지역적 불균형이 심한데 우리 당이 중심이 돼 잘 이끌어 가야 한다”며 “우리 당이 아니면 집권해 개혁진영의 중심을 잡아 나갈 역량이 어디에도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고 지방선거를 이겨서 제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왔다”며 “반드시 내후년 총선에 압승을 거둬서 2022년 대선에서 압승을 거둘 수 있는 준비를 잘하도록 당 현대화 계획을 세워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혜경궁 김씨’ 논란에 빠진 이재명 경기지사의 거취 문제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이 지사가 페이스북에서 문 대통령의 아들인 준용씨 특혜채용 의혹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는 질문에 대해 “내용을 잘 모른다”며 “기자간담회에서 말을 다 했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지사 문제와 관련해 “사건의 수사과정, 검찰의 공소과정, 법원의 재판과정을 보고 이야기할 사안”이라며 “정무적으로 판단할 단계가 아니라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파이팅”은 이제 그만! 26일 올바른 스포츠 용어 토론

    “파이팅”은 이제 그만! 26일 올바른 스포츠 용어 토론

    이제 국적 불명의 ‘파이팅’ 대신 ‘으랏차차’나 ‘아자’라고 외칩시다!!! 한국체육기자연맹(회장 정희돈 SBS 체육부 부장)이 오는 26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스포츠 미디어 포럼을 개최하는데 주제가 눈길을 끈다. 바람직한 스포츠 용어 정착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자는 취지다. 이날 포럼은 체육계에 만연한 일본식 표현, 잘못된 용어 사용 등으로 오염된 우리말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바람직한 스포츠 용어를 정착시키겠다는 뜻을 모으는 자리이기도 하다. 스포츠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널리 퍼져 너무도 자연스럽게 통용되고 있는 ‘파이팅’이 잘못된 구호의 대표 격이다. 이 말은 일제 군국주의의 유산으로 싸우자는 의미의 ‘화이또’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는 ‘잘해보자’, ‘힘내자’는 의미로 단체 활동을 할 때 거의 예외 없이 등장하지만 실제로 영미권에서는 쓰지 않는다. 도리어 상대를 윽박지르는 호전적인 표현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일장기 말소 의거의 주역인 이길용 기자가 1920년대부터 체육 용어 바로쓰기를 주창하는 등 체육기자들이 앞장서서 스포츠 용어 정화 운동을 벌이기도 했으나 별 소용 없었다. 이날 포럼에서는 김학수 한국체육대 스포츠언론정보연구소장의 사회홍윤표 오센 선임기자가 ‘몰아내야 할 스포츠 속의 일본어 찌꺼기’를 짚어보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며, 김동훈 한겨레 체육부장이 오랜 분단으로 인해 간극이 벌어진 ‘남북의 스포츠 용어 교류 및 통일 문제’를, 정희창 성균관대 국문학과 교수가 ‘성차별적인 스포츠 용어’를 주제 발표한다. 또 한원상 한국영상기자협회장 등도 참석해 일본식 용어 사용을 줄여나가고 남북 스포츠 교류에 따른 용어를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정희돈 연맹 회장은 “나도 ‘야구’가 일본식 한자 말이란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일제 전에는 일본 유학생들이 ‘타구’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번 포럼의 취지는 모든 걸 바꾸자는 의미가 아니라 잘 모르던 것을 알고 나면 다른 대체용어를 찾을 수도 있고 줄여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남북 스포츠 교류가 늘어나는데 어떤 표현이 맞는지 고민해보고 알고 보자는 의도라고 덧붙였다. 박현진(스포츠서울 부장) 연맹 사무총장은 “앞으로도 자료집 제작과 배포를 통해 올바른 스포츠 용어를 널리 알리고 뿌리내리는 데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GP에 폭약 넣고 스위치 돌리자 쾅… ‘분단 상징’ 역사 속으로

    GP에 폭약 넣고 스위치 돌리자 쾅… ‘분단 상징’ 역사 속으로

    굴착기 동원 어려운 곳은 폭발물 이용 철거 구조물 역사관·전시관 보존 검토‘9·19 남북 군사합의서’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전방 감시초소(GP) 철거작업이 진행 중인 15일 강원도 철원 중부전선 GP 철거현장에 한창 철거작업을 하고 있는 굴착기와 폭발물 소리가 울려 퍼졌다. 군은 이날 폭발물을 활용해 GP를 철거하는 모습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폭발물을 이용한 GP 폭파는 안전과 환경을 고려해 GP 상부의 소규모 구조물에 대해서만 하고 나머지 부분은 굴착기를 이용해 철거할 예정이다. 당초 군 당국은 폭파를 통한 GP 파괴를 고려했지만 환경과 안전 문제를 고려해 주로 굴착기를 동원해 GP 철거작업을 하기로 했다. 이날 상부가 폭파된 GP는 고지에 있어 굴착기를 동원해 철거하기 어려워 불가피하게 폭발물을 동원했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폭발을 담당한 공병부대는 GP 건물에 구멍을 뚫고 도폭선에 감긴 460파운드의 폭약이 담긴 TNT 폭약을 넣어 전기 뇌관을 연결해 폭발물과 300m 떨어진 곳에서 점화기 스위치를 돌려 GP 상부구조물을 폭파했다.원래 건물 폭파 시 5000㎡ 이하는 환경평가를 실시하지 않지만 군은 인근 주민 등 소음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소음 측정도 실시하고 있다. DMZ 밖에 있는 인근 성재산 일반전초(GOP)에서 측정된 폭파 소음은 73데시벨(㏈)로 옆 사람과 대화하는 수준이었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군은 지난 10일 GP에 있는 화기와 장비 등을 철수하고 11일부터 굴착기 등 중장비를 투입해 GP 시설물 등에 대한 철거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군은 GP 시설 중 일부는 원형을 남겨 기록 차원에서 보존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군은 향후 독일의 베를린 장벽처럼 역사관, 전시관 등에 보존하는 방안 등도 고려하고 있다. 남측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직후 최초 설치된 GP인 동부전선의 동해안 GP(구 369 GP)를, 북측은 중부전선의 까칠봉 GP를 보존할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GP 상호 시범 철수 등을 통해 나오는 GP 구조물 일부에 대해서는 한반도 평화구축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조치를 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고성 통일전망타워 내달 준공식 갖고 손님 맞는다

    고성 통일전망타워 내달 준공식 갖고 손님 맞는다

    동해안 최북단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 인근에 ‘통일전망타워’가 다음달 준공돼 관광객들을 맞는다. 고성군은 15일 기존의 낡은 통일전망대를 대체하기 위해 별도의 통일전망타워를 만들어 새달부터 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통일전망타워는 현재의 통일전망대와 20m 떨어진 곳에 지었다. 규모는 34m 높이로 기존 통일전망대보다 20여m 이상 높은 곳에서 북한 땅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고성군이 국비와 지방비 등 68억 8000만원을 들여 연면적 1675m², 지상 3층 규모로 건립했다. 1층은 카페와 특산품 판매장, 2층은 통일홍보관과 전망교육실, 3층은 전망대와 포토존이 들어선다. 기존의 낡은 통일전망대는 리모델링한 뒤 북한 전문 음식점으로 활용 된다. 군은 통일전망대 일대 19만 419㎡ 부지에 대한 관광지 지정도 추진하고 있다. 금강산 육로관광의 출발지이면서 분단과 평화의 상징 지대를 국민관광지로 조성하는 등 한반도 통일관광의 동부축 거점으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관광지 지정과 조성계획 수립 용역을 모두 마친 군은 관광지 승인을 위한 행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통일전망대 관광지는 한민족 화합지구, DMZ 생태지구, 동해안경관지구 등 3개 지구로 나눠 DMZ 생태관, 평화의 정원, 평화의 길, 금강산 자생초 화원, 모노레일 설치 등 시설물이 들어선다. 내년 초 관광지로 지정되면 2020년부터 공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송원 고성군 관광문화체육과 주무관은 “통일전망타워가 다음달 개장 되고, 현재의 낡은 통일전망대가 북한 음식점으로 리모델링되면 일대가 새로운 관광지로 각광 받을 것이다”고 말했다. 고성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인터뷰 플러스] “매일 도봉산 맨발로 올라… 꿈·희망 전하는 국민 일꾼 되고 싶어”

    [인터뷰 플러스] “매일 도봉산 맨발로 올라… 꿈·희망 전하는 국민 일꾼 되고 싶어”

    ‘고독한 승부!’ 이는 ‘얼음 위에 오래 서 있기 세계최강’인 맨발의 사나이 조승환(53) 에스제이트랜드(의류 브랜드) 전무가 내년에 출간 예정으로 집필 중인 책의 제목이다. 얼음 위 맨발 오래 서 있기 세계신기록(2시간 15분) 보유자인 그는 “모든 사람에게 꿈과 희망과 용기, 도전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출간을 준비하게 됐다”고 하지만 “인간의 한계를 넘기 위해 매일 도봉산을 맨발로 오르는 등 2009년부터 하루 10시간 훈련을 하면서 매일 새벽마다 고독한 승부사가 된다”고 고백했다. 그가 팬들에게는 초인으로 불리지만, 그 뒷면으로 피나는 노력 그 이상이 숨겨져 있다는 말이다. 지난 4월에는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염원하는 이벤트로 전남 광양에서 경기 파주의 임진각까지 427km 종주를 9박 10일간 맨발 달리기로 완주했고, 지난해 6월에도 ‘남북평화통일 염원’을 담아 세계 최초로 일본의 상징 후지산(3776m) 정상을 8시간 만에 맨발로 올라섰다. 뿐만 아니다. 한겨울 강취위 속에 태백산 6회, 한라산 3회, 지리산 1회 등 그의 맨발 투혼은 KBS ‘아침마당’, SBS ‘세상에 이런 일이’, KBS ‘9시 뉴스’ 등 각종 방송언론에 대한국인의 꿈과 희망, 용기와 도전으로 수십 회에 걸쳐 소개됐다. ‘청소년들에게는 꿈과 용기를, 국민들에게는 희망의 대화합’을 전하는 국민일꾼이 되고 싶다는 그는 “올해 말과 내년 초에 ‘대구 팔공산을 시작으로 광주 무등산, 영호남의 영산인 지리산을 차례로 맨발 등정할 계획”이라며 “피트니스 세계대회에도 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득 불행이 찾아왔을 때 용기를 되새기면 꿈은 길을 찾는 이에게 새로운 희망의 등불을 밝혀 준다는 맨발의 사나이 조승환. 그의 희망의 불빛으로 밝히는 인간승리의 스토리를 인터뷰했다. 편집자 주→‘얼음 위에 맨발로 오래 서 있기’ 세계기록 보유자이시죠. -지난 7월 7일입니다. ‘세계에서 얼음 위에서 가장 오래 맨발로 선 사람’으로 공인됐습니다. 도전 한국인 운동본부가 서울 강서구 등촌동 KBS 스포츠월드 제2체육관에서 주최한 ‘2018 대한민국 도전 페스티벌’에서 ‘얼음 위에서 맨발로 오래 서 있기’ 세계 신기록에 도전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2시간 2분을 기록했습니다. 전에 제가 보유한 이 부문 비공인 세계 기록(1시간 42분)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기록 인증원(KBRI)을 통해 세계 신기록으로 공인됐습니다.→맨발의 사나이로 더 잘 알려져 계신데요. 맨발의 사나이가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아픈 사연입니다. 큰돈을 벌어보고 싶어서 친척과 지인 돈, 은행 돈 다 끌어서 주식에 올인 했는데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한방에 그만 망했습니다. 거액을 날린 것은 물론이고 ‘빚쟁이’가 됐습니다. 도망자 신세가 된 거죠. 찜질방을 전전하며 술로 세월을 보내다 대상포진과 폐기흉, 달팽이관 파열 등 병까지 얻었습니다. 좀 생소한 폐기흉은 폐에 구멍이 생겨 공기가 새서 늑막강 내에 공기나 가스가 고이는 병입니다. 의사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만 형편이 안 돼서 찜질방을 정리하고 도봉산의 한 사찰로 피신했습니다. 산에 올라가면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죽어버리자고 생각했습니다. 생을 정리할 생각으로 도봉산 정상을 향했습니다. 지금은 뛰어서 20분이면 오르는데요. 그때는 10시간에 걸쳐 기어올랐는데 안 죽어지더라고요. 되레 도전정신이 생겼습니다. ‘자살’을 뒤집으면 ‘살자’로 바뀌듯이 그 짧은 순간에 삶의 희망의 불꽃이 가슴속에서 타올랐습니다. 그래서 매일 절에서부터 산 정상으로 하루도 쉬지 않는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맨발 등산이 몸에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실행에 옮겼더니 폐기흉은 물론 대상포진 등이 치유됐습니다. 날씨가 겨울이 됐는데도 맨발 등산이 됐습니다. 추리닝 바지를 접고 등산했는데요. 반바지로 바꿔도 괜찮아졌습니다. 이제 나는 맨발 등산 덕에 어떤 난관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습니다. 수십억 모두 갚았습니다. 맨발 산행은 건강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내린 처방이었습니다. 맨발 산행 거리를 조금씩 늘려 6년이 지난 2015년에는 20분 만에 포대능선까지 오르는 기록을 세웠죠. 건강을 회복한 것은 물론이고 ‘도봉산 맨발의 사나이’라는 별명까지 생겼습니다. 맨발 산행이 저를 살리고 인생을 바꾼 것입니다. →맨발 등산뿐 아니라 맨발 퍼포먼스를 하고 계십니다. -네. 시작한 지 10년 된 것 같습니다. 겨울 산은 보통 영하 20℃에서 30℃인데요. 젊은이들에게 꿈과 용기, 도전정신을 전해 주고 싶었습니다. 좌절과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의 전도사가 되어 드리고 싶었습니다. 여러 난관이 닥치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꿈과 희망을 가지고 도전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여기에 ‘대한민국은 강하다’는 것도 세계인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특히 겨울 태백산은 6번 오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평화 통일 기원’, ‘국민 대화합’, ‘소년·소녀 가장 돕기’ 같은 문구를 옷에 붙이고 산행해 주목을 끌었습니다. 이 가운데 남북 평화통일을 주제로 한 대표적인 맨발 퍼포먼스를 소개한다면 무엇인가요. -지난해 6월 13일의 일본 후지산 맨발 등정입니다. 후지산 정상을 8시간 35분 만에 맨발로 딛고 서서 ‘남북 평화통일 기원’이라 적힌 플래카드를 펼쳤습니다. 후지산은 해발 3776m 높이로 일본의 상징인데요. 맨발 등정은 제가 세계 최초입니다. 당시 눈이 생각보다 깊어 허리까지 빠지는 곳도 있었습니다. 칼바람 또한 너무 심했습니다. 한 걸음 움직이기도 힘들었습니다만 ‘나는 한국인이다’는 정신으로 올랐습니다. 인간의 한계를 넘는 모습을 세계인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어요. 이를 계기로 분단국가의 현실을 알리고 평화통일을 당기는 초석이 되고 싶었습니다.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지난 4월에 국토 남단에서 분단의 상징인 파주 임진각까지, 전남 광양 배알도에서 경기도 파주 임진각까지 427㎞를 9박 10일간 맨발로 달린 겁니다. 4.27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하기 위해서였죠. 또 G20산악연맹이 2016년 12월 태백산에서 주최한 남북 평화통일 및 소년·소녀 가장 돕기 등반 행사에 참여해 태백산을 맨발 등정했습니다.→남북 평화통일이 주된 주제인 까닭은 무엇인가요. -정치 지도자들, 남북 지도자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이 나라 국민들과 민족이 얼음 위에 서 있는 것과 같다는 것을 기억해서 국민 대화합을 이루고, 남북이 평화통일을 이룰 수 있도록 정치를 해 달라는 겁니다. 얼음 위에 서면 발부터 뼈까지 시리고 얼어붙는 통증이 옵니다. 아픔인 거죠. 내가 아프듯이 국민이 아프다는 것, 민족이 아프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거죠.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도 하셨고, 최근에는 서민경제를 주제로도 하셨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개최를 기원하는 의미로 여러 차례 했습니다. 평창올림픽 개막 100일 앞두고 여주시청을 출발해 서울시청광장까지 약 100㎞의 거리를 맨발로 달리는 상징적인 퍼포먼스를 진행했고요. 그 후로 도봉산에서 광화문까지 25㎞를 맨발로 달린 후 광화문에 도착해서는 얼음 위에서 오래 견디기도 했습니다. 70일 전에는 인간의 한계를 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대한민국에 힘을 실어주고자 맨발로 태백산에 올랐습니다. ‘대한민국 파이팅’ 이었습니다. 그 연장선에 지난 9월 3일부터 5일까지 서민경제 회생기원 맨발산행과 마라톤도 했습니다. 첫째 날인 9월 3일 맨발로 한라산 산행을 시작으로 둘째 날인 9월 4일에는 민족의 영산 태백산 산행했고요. 마지막 날인 9월 5일에는 파주시청을 출발해 임진각까지 19km를 맨발로 달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얼음 위 1인 시위’도 하셨습니다.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첫 증인신문을 하루 앞두고 했었죠. 그때 알림판에 ‘국민 대화합을 위하여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세력은 국민 앞에 사죄하시고, 정치인들은 국민의 심부름꾼이 되어야 합니다. 이게 지금까지 국민의 아픔이고 고통이었습니다’라고 적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조기 탄핵 촉구였죠. 국회 특활비 폐지는 광화문과 국회의사당에서 각각 한 번씩 두 번 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임을 재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제 친 외할아버지 김갑곤 할아버지와 그 동생 김희곤 할아버지는 전남 광양을 대표하는 항일독립운동가셨습니다. 김갑곤 할아버지는 가산을 팔아 독성당이라는 독립운동단체를 설립해 독립운동을 하셨는데요. 친 외할아버지는 옥고를 치르셨지만, 동생 되는 김희곤 작은 외할아버지는 그만 옥사하셨습니다. 이로써 두 분 외할아버지께서는 독립유공자가 되셨고, 건국포장을 받으셨습니다. 저는 나라 사랑, 겨레 사랑의 피가 흐르는 독립운동가 자손으로서 나라와 민족을 위한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할 생각입니다. 특히 남북의 평화통일을 위한 일, 소외계층을 위한 일에 힘쓸 생각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겨울에 ‘서울에서 평양까지’ 평화통일 기원 맨발 달리기를 하고 싶습니다. 우선은 오는 30일 영호남 대구 팔공산 국민대화합 한겨울 맨발 퍼포먼스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화합과 평화를 위해 갈등과 반목을 걷어내고 영호남인들이 손을 잡고 대한민국 희망을 노래하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광주 무등산, 지리산 한겨울 맨발 퍼포먼스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겁니다. 그리고 내년에 개최되는 세계 피트니스 대회에 참여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아울러 ‘고독한 승부사’란 제목의 자전집도 출간할 계획입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서원호 객원기자 guil@seoul.co.kr
  • ‘바위섬’ 부른 가수 김원중 책 출간…北에 빵 보내기 11년 공연 기록 담아

    ‘바위섬’ 부른 가수 김원중 책 출간…北에 빵 보내기 11년 공연 기록 담아

    ‘바위섬’, ‘직녀에게’ 등을 부른 가수 김원중(59)이 북한에 빵 보내기 운동의 하나로 시작한 공연의 11년 역사를 책으로 출간했다.김원중은 오는 26일 오후 7시 30분 광주 남구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책 ‘십일 년의 기록’ 출판 기념회와 ‘빵 만드는 공연·김원중의 달거리’ 103회 무대를 선보인다고 14일 밝혔다. 김원중은 분단의 현실 속에서 북한 어린이를 돕기 위해 2003년과 2004년 ‘북한 어린이를 위한 사랑 모으기’ 공연을 시작했다. 남북관계 경색 등으로 한때 중단됐던 공연은 2010년 재개해 올해까지 매월 1차례 열며 11년 동안 100회의 공연을 펼쳤다. 책은 ‘김원중의 달거리’ 11년 기록이 고스란히 담겼다. 리일천 작가의 사진을 통해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느낄 수 있고 공연해 함께한 1000여명의 출연진과 스태프, 연인원 3만여명의 관객의 모습도 담겼다. 김원중의 글 110편과 해마다 진행된 공연의 아카이브 자료, 대중음악 평론가와 음악인 등의 추천 글도 포함됐다. 김원중은 그간 달거리 공연을 통해 모두 1억 1800여만원을 모아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북녘어린이영양빵공장사업본부에 전달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떠날 수도 머물 수도 없었다…해방촌, 찬미와 절망의 동거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떠날 수도 머물 수도 없었다…해방촌, 찬미와 절망의 동거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8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28회 서울의 영화1(유현목의 오발탄) 편이 지난 10일 용산구 용산2가동 해방촌 일대에서 진행됐다. 서울미래유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영화인이 뽑은 ‘한국영화 100선’ 중 당당히 1위로 뽑힌 유현목 감독의 영화 ‘오발탄’의 무대를 누볐다. 영화의 원작인 이범선의 1959년작 단편소설 ‘오발탄’과 1961년작 영화 두 편 모두 서울미래유산 무형유산이다. 영화를 주제로 삼은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는 처음이다. 1950~60년대 한국전쟁 전후 오발탄의 무대인 해방촌이란 지명은 동네의 이미지일 뿐 행정지명이 아니지만 아직도 우리에게 익숙하다. 외국인 거주자와 젊은층을 중심으로 HBC(해방촌의 영문 이니셜)라는 전혀 다른 이름으로도 불린다.●한때 서울에만 20만채 판잣집 이날 오전 10시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2번 출구에 집결한 투어단은 해방촌 입구의 명물 한신옹기를 지나 보성여고~해방촌 성당~해방촌교회~해방5거리~신흥시장~108계단~용산중·고교 간을 2시간여 동안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내리며 해방과 한국전쟁 전후 시기의 삭막한 풍경을 상상했다. 해설을 맡은 김미선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처음 시도한 영화투어에 현장감을 불어넣으려고 안간힘을 쏟았다. 설문응답자들은 “해설 없이 걸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감상에 빠졌다”, “몰라보게 변해버린 서울의 과거사를 떠올린 시간”, “불후의 소설과 영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소감을 남겼다.서울은 초거대 도시이다. 1000만명이 606㎢ 안에 살고 있다. 1㎢에 1만 7000명꼴이다. 국토의 0.6%에 인구의 20%가 몰려 있고, 인구의 절반 이상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생활권역에 묶여 있다. 서울은 메가시티(Mega City)이면서 인접 대도시와 띠로 연결된 메갈로폴리스(Megalopolice)이기도 하다. 1935년까지 30만명 선에 머물던 서울인구는 일제강점기 대륙침략을 위한 거점도시화하면서 1942년 100만명까지 늘었다. 불과 반세기 만에 10배로 팽창했다. 해방과 한국전쟁 이후 100만명이 넘는 월남피난민, 중국과 일본으로 떠났던 해외동포의 귀환, 학교와 일자리를 찾아 상경한 농민들이 마구잡이로 유입됐다. 1959년 수용한도를 초과해 200만명이 몰려들면서 도심과 남산, 인왕산, 북한산, 관악산 아래와 한강 주변에 난민이 대거 자리잡았다. 서울 인구는 1972년 600만명을 돌파한 뒤 1988년 1000만명 시대에 접어들 때까지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 마냥 마구 몸집을 불렸다. 판자촌은 북한에서 내려온 월남민들이 미군이 가져온 나왕, 미송 등 목재와 루핑, 깡통 등을 이용해 임시거처를 지은 데서 유래했다. 한때 20만채의 판잣집이 서울 곳곳에 달동네를 이루고 있었다. 한 맺힌 디아스포라의 절규이며 우리가 겪은 주거의 사회사이다. ●영화 속 판잣집 소통 불가의 현실 “해방촌 고개를 추어 오르기에는 뱃속이 너무 허전했다. 산비탈을 도려내고 무질서하게 주워 붙인 판잣집들이었다. 철호는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레이션 곽을 뜯어 덮은 처마가 어깨를 스칠 만치 비좁은 골목이었다. 부엌에서들 아무 데나 마구 버린 뜨물이, 미끄러운 길에는 구공탄 재가 군데군데 헌데 더뎅이 모양 깔렸다. 저만치 골목 막다른 곳에, 누런 시멘트 부대 종이를 흰 실로 얼기설기 문살에 얽어맨 철호네 집 방문이 보였다.…비틀어진 문틈으로 그의 어머니의 소리가 새어 나왔다. ‘가자! 가자!’” 원작 소설 속 해방촌 묘사이다. 그러나 백 마디 글보다 영화 한 컷이 더 웅변적이다. 영화에서 보여 주는 철호의 판잣집은 소통 불가의 현실이며, 안식처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공간이다. 로케이션 장면이 많은 영화는 근대적인 거리와 판자촌의 구불구불한 골목길, 공동수도 터, 푸세식 공동변소 등 당시의 모습을 생생히 눈앞에 펼쳐 보인다. 유현목 감독의 리얼리즘은 필설로 설명하기 어려운 해방촌의 가난과 절망을 영상으로 보여 준다. 영화는 군사혁명 당국으로부터 ‘상영 불가’ 판정을 받았다.●해방 후 이북·해외서 온 동포들 용산으로 당시 용산은 일본인의, 일본인에 의한, 일본인을 위한 도시였다. 한양도성 남산구간 바깥에서 한강까지 용산 전체의 20% 가까이 일본군영이 자리잡았고 나머지 지역은 철도부지와 일본인 거주지였다. 해방 이후 이북과 해외에서 들어온 동포와 월남민을 구제하기 위해 이 구역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남산 서쪽 기슭인 용산2가동 일대의 국유림에 정착지를 조성했다. 이때 38선 이북에서 내려온 사람들을 ‘삼팔따라지’라고 냉대했다. ‘3·8’은 화투 도박에서 끗발이 가장 낮은 한 끗이므로 이를 비하해 한 끗짜리 인생이라는 뜻에서 따라지라고 한 것이다. 이들은 해방촌을 비롯해 이촌동, 용두동, 마장동 등지의 피난민촌에 모여 살았다. 해방촌이 자리잡은 남산 서쪽기슭은 인적이 없는 고요한 목장이었다. 김정호의 ‘경조 5부도’에 기록된 것처럼 갑오개혁 때까지 왕실 제사에 사용할 소와 양, 돼지를 키우던 전생서(典牲署) 터였다. 왕이 기우제를 지내던 남단(南壇)이 지척이었다. 이후 일제강점기 일본군 20사단의 사격장으로 변했다. 해방촌의 기원은 해방 직후 용산동 4가 일본군 관사에 무단 거주하던 월남 피난민 50여 가구가 서울에 진주한 미군에게 관사를 비워주고 미군 트럭에 실려 이곳에 내리면서 시작됐다. 1947년 평안북도 선천군 군민 400여 가구도 집단이주, 일본군이 관리하던 경성호국신사를 중심으로 피난살이가 본격화됐다. 일제가 패망하기 직전인 1943년 대륙침략전쟁 당시 전쟁전사자를 추모하고 승전 분위기를 고취시키고자 마지막 발악처럼 건설한 신사가 바로 108계단으로 남은 경성호국신사다. 판잣집은 호국신사 간판과 건물을 떼어다가 지었다고 한다. 당시 신문기사에 따르면 호국신사 자리에 대형 천막을 세워놓고 천막 1개에 5~6가구씩 들어가 생활하다가 한 가구당 5~6평씩 불하를 받았다.●서북청년단·영락교회 영향력으로 탄생 1949년 주민들은 용산동이라는 동명을 해방동으로 바꿨다. 반공으로 똘똘 뭉친 서북청년단의 기세가 해방촌 건설에 한몫했다. 서북청년단의 비호 아래 해방촌은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해방구가 됐다. 해방촌 형성과정에 영락교회의 영향력이 컸다. 영락교회는 분단과 전쟁 과정에서 월남민들 사이에서 ‘이북5도청’이나 마찬가지였다. “산등성이를 악착스레 깎아 내고 거기에다 게딱지 같은 판잣집을 다닥다닥 붙여 놓은 이 해방촌이 이름 그대로 해방촌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멀리 고향 쪽을 바라보며 떠날 수도 머물 수도 없는 철호 가족의 절망이 안타까운 영화에서 해방과 해방촌에 대한 역설이 등장한다. 당시 서울 인구의 반이 정부로부터 극소량의 식량을 배급받아야 하는 절대 빈민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해방촌이라는 지명은 해방을 맞아 몰려든 사람들이 만든 마을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주민들 스스로 이곳에서 벗어나는 걸 해방됐다고 표현할 정도로 터부시 됐던 마을이라는 이중적인 의미로 쓰였다. 해방촌은 디아스포라의 섬이다. 걸어다니는 사람들의 눈에는 차를 타고 풍경을 요약하는 사람들에게서 보이지 않는 것들이 들어온다. 골목길을 어슬렁거리는 도시의 만보객은 현대문명에 반하는 오래된 것들을 찬미함과 동시에 도시 근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낙오된 것들에 대해서도 절망감도 느낀다. 해방촌은 찬미와 절망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우리는 걸으면서 그 시간 속으로 걸어서 들어갔다가 나왔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원장 사진 문희일 연구위원 ●다음 일정 : 가리봉동(구로공단의 신화) ●일시 : 11월 17일(토) 오전 10시~낮 12시 ●집결장소 : 1호선, 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7번 출구 ●신청·안내 :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http://futureheritage.seoul.go.kr)
  • “北, 최소 13곳 미신고 미사일 기지 확인…휴전선 50마일 밖 삭간몰 기지 운영중”

    “北, 최소 13곳 미신고 미사일 기지 확인…휴전선 50마일 밖 삭간몰 기지 운영중”

    CSIS, 위성사진 분석 통해 확인…NYT는 16곳 확인 보도NYT “北, 큰 속임수…10개 이상의 기지 개선 작업”북한 내에 미신고된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기지 20곳 가운데 최소 13곳을 확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확인한 것으로,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이 큰 속임수(great deception)를 쓰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CSIS는 ‘분단을 넘어’라는 프로그램 보고서를 통해 북미 협상이 진행 중임에도 이들 기지 몇몇에서는 유지·보수 및 사소한 인프라 개선 등의 활동이 관측됐다고 로이터가 12일(현지시간) 전했다. 위성사진은 지난 3월 촬영된 것이다. NYT 역시 CSIS 보고서를 보도하면서 북한이 16곳의 비밀 기지에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하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상업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됐다고 보도해 비밀 미사일 기지 숫자에서 차이를 보였다. CSIS는 이들 가운데 과거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던 황해북도 황주군 삭간몰 일대의 미사일 기지가 현재 운영 중(active)인 것으로 보이고, 상당히 잘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 기지는 주변에 60피트(약 18m) 높이의 둔덕과 폭 20피트(약 6m)의 밖 여닫이문 2개에 둘러싸여 있다. 이는 공습으로부터 갱도 입구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서는 전했다.삭간몰 미사일 기지에는 7개의 긴 터널이 있고, 여기에는 최대 18대의 미사일 이동용 차량이 들어갈 수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NYT는 삭간몰 기지는 비무장지대(DMZ) 북방으로 약 50마일(약80.4km) 이상 지점에 있으며, 산악의 좁은 계곡 지역에 3스퀘어 마일에 걸쳐있다고 전했다. CSIS의 빅터 차 석좌는 NYT에 “이런 (미사일) 기지들은 동결된 것 같지 않다. 작업이 계속 진행 중”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CSIS의 조지프 버뮤데즈 연구원은 확인된 미사일 기지는 북한 내 산악지역과 계곡 등지에 산재해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사거리의 탄도미사일 보관 장소로 쓰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국방정보국(DIA) 분석관 출신으로 최근까지 미국의 북한 전문 사이트인 38노스 연구원으로 있었던 버뮤데즈 연구원은 “북한이 (핵·미사일) 역량을 최대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 기지에선 어떤 미사일이라도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NYT는 “위성사진은 북한이 큰 속임수를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북한은 주요 (미사일) 발사장의 해체를 제시했지만, 재래식 및 핵탄두 발사를 강화할 수 있는 10여 개 이상의 다른 기지에 대한 개선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절대 인정하지 않았던 미사일 기지의 존재는 북한과의 기념비적 외교가 핵, 미사일 프로그램 제거로 이어지고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과도 모순된다고 평가했다.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을 하고 이튿날 트위터에 “더는 북한으로부터 핵 위협은 없다”고 밝혔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현장 행정] “수색역·제2통일로 잰걸음…남북 교류의 門 활짝 열 것”

    [현장 행정] “수색역·제2통일로 잰걸음…남북 교류의 門 활짝 열 것”

    “요즘 한반도는 평화의 바람과 더불어 전에 없는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남북 철도, 육로가 연결되면 더이상 경계로 닫혀 있는 영토가 아닌 유라시아로 나아가는 열린 땅이 됩니다. 새로운 도전과 도약을 마주하는 시대에 은평이 중심에 서겠습니다.”김미경 서울 은평구청장이 지난 7일 녹번동 서울혁신파크 미래청에서 열린 국제정책포럼에서 은평의 미래에 대한 구상을 펼쳤다. ‘한반도평화공동체 실현을 위한 상상과 미래-통일의 관문 은평’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은 급변하는 남북 관계와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정세를 조망하고 은평구의 역할과 변화를 짚어 보는 자리였다. 특히 참석한 청중 200여명은 김 구청장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교통망 정책에 갈채를 보냈다. 김 구청장은 “남북을 잇는 경의선 철도의 관문인 수색역과 통일로를 품은 은평은 과거부터 남북 교류의 중심이었다”며 “수색역을 국제 화물 운송의 거점으로 개발해 ‘통일의 상상기지 은평’을 현실화하는 한편 제2통일로를 착공해 남북 경제 교류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1부 은평미래포럼에서 토론자로 나선 학자들도 필요성을 인정했다. 오재학 한국교통연구원장은 “수도권 철도 용량은 이미 심각한 포화 상태여서 앞으로 남북 및 대륙철도 화물 수요를 처리하는 데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며 “수도권 서북부 균형 발전이나 남북 경협에 대비한 교통 인프라 확충이 절실한 만큼 수색역, 제2통일로 건설 등에 최적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수 국토연구원장도 “국제 화물 운송의 중심지로 은평구와 같은 지방자치단체를 개발하는 것은 현재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포화 상태인 물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힘을 실었다. 은평구는 최근 문학계의 오랜 염원이던 국립한국문학관을 옛 기자촌에 유치하면서 ‘문화·예술의 요람’으로 성장하게 됐다. 포럼에서 한 구민은 “문학관이 남북 문화 교류의 거점이 됐으면 한다”며 김 구청장의 의견을 물었다. 김 구청장은 “국립한국문학관으로 우리 민족의 얼을 세계인에게 알리는 것뿐 아니라 분단의 역사를 조망하고 통일의 미래를 상상하는 통일박물관, 분단 문학을 대표하는 고 이호철(1932~2016) 작가를 기리는 이호철문학관 등도 함께 세워 은평을 평화와 예술의 가치를 전파하는 문화기지로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서울광장] ‘진정한 양심’을 검증하려면/임창용 논설위원

    [서울광장] ‘진정한 양심’을 검증하려면/임창용 논설위원

    지난 1일 대법원이 종교적 신념을 내세워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모씨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뒤 후폭풍이 거세다. 대법원이 논란을 종결지은 게 아니라 외려 불을 붙인 모양새다. 재판부는 “진정한 양심에 의한 병역거부라면 이는 병역법 제88조 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 조항은 입영 통지를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응하지 않으면 형사처벌토록 규정하고 있다. 오씨에 대한 무죄 판단은 그의 신념이 진정한 양심에 포함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의 처벌 여부는 대체복무제 도입과 별개란 의견까지 제시했다. 즉 대체복무 여부는 현역 입영과의 형평성 문제일 뿐 헌법상 양심의 자유 침해 여부와는 관련이 없다고 본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3개월 전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고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것에서 한참 더 앞으로 나갔다. 논란은 우선 재판부가 강조한 ‘진정한 양심’에서 출발한다. 헌법 제19조에 ‘양심의 자유’는 명시돼 있지만 진정한 양심이란 말은 없다. 진정하지 않은 양심은 이미 양심이 아니라는 점에서 굳이 대법원이 ‘진정한’이란 수식어를 붙인 것 자체가 억지스런 면이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반대하는 이들이 우려하는 ‘가짜 양심’과의 차별성을 내세우려 했겠지만, 그냥 ‘양심에 의한 병역거부’라고 해도 무죄 판단 취지를 전달하는 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양심은 어떻게 판단할까. 앞으로 종교적 신념뿐만 아니라 전쟁 반대 등 다양한 신념을 내세운 병역거부가 쏟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미 각급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만 989명이다. 대법원은 ‘진정한’이란 애매한 기준만 제시했을 뿐 그 내용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소수의견을 낸 대법관들 사이에서 “양심을 심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왔다는 걸 보면 앞으로 누가 그 역할을 맡든 양심검증 작업은 험난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과 사회적 갈등이 빚어질 게 불 보듯 뻔하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국제적 인권 기준과 헌법에 명시된 양심의 자유를 위해 보장되는 게 마땅하다. 남북 분단이란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그렇다. 일각의 주장처럼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면 병역체계가 붕괴될 정도로 대한민국 국력은 허약하지 않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합리적인 대체복무제가 도입된다는 전제 아래서다. 헌재가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 조항은 합헌으로 판단하고, 단지 대체복무제가 빠진 병역의 종류 조항을 헌법불합치 판단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법원이 병역거부자 처벌과 대체복무제가 무관하다고 선을 그음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자 문제는 현실적으로 더 꼬일 가능성이 커졌다. 극단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대체복무마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처벌할 근거가 마땅치 않게 됐다. 대법원으로선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보다 확실하게 보장하기 위한 판단을 내렸겠지만, 앞으로 국방부나 검찰, 법원에선 대체복무와 무관하게 진정한 양심을 판정하고 ‘가짜 양심’을 처벌해야 하는 난제를 떠안게 됐다. 그나마 혼란과 갈등을 줄이기 위한 방법은 대체복무제를 제대로 설계해 시행하는 일이다. 정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교정시설에서 현역 복무 기간의 2배인 36개월간 복무하게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를 두고 “징벌적이다”, “더 길어야 한다”는 등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어떤 게 합리적인지는 시행해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일단 헌재 결정의 취지와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해 설계할 수밖에 없다. 한시적 시행 후 특정 종교 신도가 폭증한다든가, 아니면 너무 가혹해 병역거부자가 대체복무마저 거부하는 사례가 빈발한다든가 하면 그때 다시 제도를 손보면 된다. 병역거부 시 대체복무를 강제할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 대법원이 대체복무제 도입과 무관하게 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하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릴 때부터 필요한 ‘스펙’을 쌓는 등 교묘한 방법으로 ‘양심의 진정성’만 검증받고 대체복무까지 거부한다면 대처하기 어렵다. 자칫 병역기피 시비가 지금보다 더 심화되고 대다수 군 복무자들의 박탈감만 커질 수 있다. 대체복무제가 단순히 병역 대체 수단을 넘어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검증받는 시험장이 돼야 하는 이유다. sdragon@seoul.co.kr
  • 한국문학관 품는 은평, 예술 메카로 떠오른다

    한국문학관 품는 은평, 예술 메카로 떠오른다

    북한산 1만 5136㎡ 공간 둘레길과 연결 진관사·미술관 등 주변 문화 콘텐츠 풍부 예술인마을 조성되면 시너지 효과 기대 신분당선·GTX A 예정 돼 접근성도 개선 “2025년이면 문화 르네상스 중심지 될 것”서울 은평구가 국립한국문학관을 품으면서 우리 정신의 요람이자 예술의 메카로 우뚝 서게 됐다. 앞으로 남북 교류의 관문 역할을 할 은평은 문학관, 예술인마을, 다양한 문화 시설이 어우러져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는 ‘한국 문화의 최전선’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국립한국문학관 부지인 은평구 진관동 기자촌 주변에 신분당선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이 들어오는 2024~2025년이면 접근성도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3년여의 치열한 노력 끝에 국립한국문학관 유치에 성공한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8일 “2025년쯤이면 은평구 진관동에는 국립한국문학관을 필두로 예술인 마을, 통일의 염원을 담은 통일 박물관, 고 이호철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이호철 문학관 등이 함께 자리하게 된다”며 “‘양천리’(의주에서 천리, 부산에서 천리라는 뜻)라는 지명처럼 한반도 정중앙이자 경의선 출발지인 은평구는 앞으로 평화통일시대 문화 르네상스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큰 구상을 밝혔다.은평은 과거부터 우리 문학의 뼈대를 이뤄온 문인들이 움트고 작품 활동을 해온 거점이었다. 해방과 전쟁 전후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았던 문인들이 은평구에 모여들어 터를 잡았다. 현대시의 새 시대를 연 정지용 시인은 납북되기 전인 1948~1950년 녹번동에 살며 시 세계를 일궜다. 한국 문학의 거장 최인훈과 이호철은 은평에서 각각 ‘광장’, ‘남과 북’ 등 현대사를 응축한 역작을 써냈다. 1969년에는 정부가 집이 없는 기자들을 위해 보금자리를 내주며 기자촌이 만들어졌고 이곳에서 기자 출신 문인들이 다수 배출됐다. 김훈 작가 역시 이곳에서 살며 소설가인 아버지 김광주에게서 문학 수업을 받았다. 국립한국문학관이 들어설 자리는 수려한 산세를 펼치는 북한산 자락을 배경으로 부지가 1만 5136㎡에 이르는 드넓은 공간이 큰 장점이다. 북한산이 문학관을 감싸는 병풍이자 안뜰이 되는 셈이다. 문학관 부지에서 10m도 채 안 되는 거리에 바로 북한산 둘레길이 연결돼 문학관을 찾은 방문객들은 둘레길 산책도 즐길 수 있다.부지 주변에는 이미 다양한 장르의 문화 콘텐츠를 내세운 자원이 풍부하다. 이미 천년 고찰 진관사를 중심으로 한 북한산 한(韓)문화체험특구가 조성돼 있다. 한옥의 내부를 들여보내 한옥의 정교한 과학성과 아름다움을 일깨우는 은평역사한옥박물관, 금암미술관, 전통 한복을 체험할 수 있는 너나들이센터, 천상병 시인과 중광 스님, 이외수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셋이서문학관 등의 분야를 가로지르는 다채로운 문화 시설이 자리해 있다. 여기에 지난 8월에는 국립한국문학관과 연계할 수 있는 기능을 지닌 한국고전번역원이 종로구 구기동에서 이전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지난달 말에는 사비나미술관이 인사동 시대 22년을 마무리하고 진관동에 새 터를 잡았다. 문학관 부지 바로 밑에는 예술인마을이 꾸며진다. 특히 이번 문학관 유치가 확정되면서 예술인마을 조성도 속도를 내게 될 전망이다. 정감 넘치는 골목길 곳곳에 문화 예술인들이 살면서 창작 활동을 펴는 곳으로, 구는 길을 따라 1층은 공방, 작업실로 활용해 시민들이 직접 예술 체험도 할 수 있는 문화 아지트로 키울 방침이다. 분단 역사를 조망하는 통일박물관과 분단 문학의 대가 이호철 문학관도 2022년이면 나란히 진관동에 세워질 예정이다. 기독교연합회에서 주도하는 기독교박물관과 동북아역사재단이 추진하는 동북아역사관도 기자촌을 부지 물망에 올려놓고 있다. 김 구청장은 “국립한국문학관이 은평에 자리잡게 된 것은 한마음 한뜻으로 문학관 유치를 위해 격려와 지지를 보내주신 구민들의 값진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우리 민족의 정신을 담는 문학관 건립이 순조롭게 추진될 수 있도록 문화체육관광부, 문인들과 적극적으로 협조해 나가겠다”고 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다시 달리려고 멈춘다/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다시 달리려고 멈춘다/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그의 심정이 어떨지 짐작조차 못 하겠다. 지난해 9월 네덜란드 헤이그를 출발해 16개국 1만 6000㎞를 내처 달려 압록강 너머 북녘이 훤히 보이는 중국 단둥에 지난달 6일 이른 뒤 한 달 넘게 ‘통일 떠돌이’를 자처하고 있는 강명구(62)씨 얘기다. 1년 1개월을 오롯이 두 다리로만 매일 40여㎞를 달려오다 잠시 멈춰 섰는데 정작 북한 입경 허가가 떨어지지 않아 ‘통일 마라토너’란 타이틀을 버렸다.누군가의 말대로 무모했는지 모른다. 그는 헤이그로 떠나기 전 만난 서울 강북구 수유동 이준 열사 묘역에서도 무모했고 한없이 단순했다. 그가 한참 유럽을 관통하던 지난해 가을, 겨울은 특히 더 그랬다. 날 선 미사일 발언이 오갔고, 한반도에는 한 뼘 따스한 기운조차 스며들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가 시작되며 기적과 같은 변화가 찾아왔고 현재 남북은 해방 이후 어느 때보다 많은 접촉과 대화로 갈등과 긴장의 빗장을 풀어내고 있다. 그래서 그의 질주를 응원하던 이들은 그가 신의주 땅을 밟고 평양에서 한바탕 신명나는 축제를 벌인 뒤 황해도의 할아버지 묘소를 참배하고 판문점을 통과해 남녘에 들어선 뒤 경기 파주 임진각부터 서울 광화문까지 내달려 기나긴 유라시아 횡단 마라톤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염원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에 부풀었다. 그동안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장희 ‘평마사’ 상임공동대표 등이 나서 우리 정부 관계자나 북측과 중국에 강씨의 입경 허가가 떨어질 수 있도록 집요한 노력을 펼쳤고, 평마사 회원 등 30여명이 단둥 등에서 북한 입경 허가를 촉구하는 동반 달리기 등을 했으나 북측은 이렇다 할 답을 들려주지 않았다. 강씨는 북한 땅에 발을 들이지 않은 채로 서울에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호했지만 중국 비자가 15일 만료된다. 남북이 해결해야 할 조금 더 커다랗고, 더 민족적인 과제 앞에 어쩌면 그는 너무 나약하고 한없이 무모했던 개인에 불과한지 모른다. 끝내 강씨는 독립과 항일운동의 근거지들을 달려서 돌아본 뒤 14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해 15일 강원 동해항에 도착하고, 다음날부터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달린 뒤 20일 고성을 출발해 30일 경기 파주 임진각에 이르는 DMZ 마라톤으로 북한 일정을 대체한다. 물론 그 뒤 입경 허가가 떨어지면 다시 북녘 땅을 밟는다는 각오다. 근래 부쩍 마라톤에 관심을 보여 온 박원순 서울특별시장도 그의 여정에 기꺼이 함께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압록강을 따라 걸으며 눈물을 삼키고, 백두산에 올라 울고, 윤동주 생가를 돌아보며 눈시울을 적시며 무오독립선언을 새로 발견한 강씨는 두만강을 따라 동진(東進)한 뒤 고성에서 임진각까지 DMZ을 따라 서진(西進)하며 북녘 땅으로 남하하지 못한 울분을 삼킬 것이다. 해방과 분단으로 가름된 선을 따라 달리는 그의 여정에 북녘을 달리는 것 못지않은 각별함이 묻어난다. 어쩌면 할아버지 묘를 참배하겠다며 한사코 무모했던 개인과 하나 됨을 향해 도도히 흐르는 민족의 기운이 함께 만나는 일일지 모른다. bsnim@seoul.co.kr
  • 李총리가 달아준 명패… “국가가 인정해주는 것 같아 감격”

    李총리가 달아준 명패… “국가가 인정해주는 것 같아 감격”

    광주학생운동 본받은 항일학생단체 조직 8개월간 옥고… “매일 맞으며 취조당해”광주학생독립운동 89주년인 지난 3일 국가유공자의 명패가 처음으로 광주 남구의 노동훈(91) 애국지사의 자택에 걸렸다. 이날 처음으로 정부 주관으로 치러진 광주학생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용섭 광주시장, 피우진 국가보훈처장과 함께 노 지사의 자택을 찾아 현관문에 명패를 달았다. 노 지사는 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광주시가 여러모로 돌봐 줬는데 이제는 국가 차원에서 나를 인정해 주는 것 같아 감격스러웠다”며 “자식과 손자들이 ‘아버지께서 하신 일을 말로만 들었는데 국가가 직접 명패를 주는 것을 보니 새삼 존경스럽다’고 말해 더욱 기뻤다”고 말했다. 노 지사는 광주학생운동 14년 후인 1943년 3월 광주사범학교 3학년 재학 중 무등독서회를 조직해 항일운동과 식민사관에 대항한 정통역사관 확립에 노력한 공로 등으로 1995년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노 지사는 “일제는 광주학생운동의 역사를 지우려 했지만 선배님들의 의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었다”며 “우리도 선배님들의 활동을 본받고자 항일 학생조직을 꾸렸다”고 말했다. 1929년처럼 대대적인 항일 운동을 전개하고자 조직원을 늘리는 역할을 수행했던 노 지사는 1944년 12월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노 지사는 나주에서 50일간 수감됐다 광주로 이송돼 45년 해방 직전까지 갖은 고문을 받았다. 그는 “8개월 동안 재판 한 번 받지 못하고 거의 매일 두드려 맞으며 취조를 당했다”며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45년 8월 15일 일본이 무조건 항복한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그다음날 출소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무등독서회 조직원은 분단과 6·25전쟁을 거치면서 대부분 행방이 묘연해졌다. 노 지사는 이후 서너 명과 연락이 닿았지만 현재는 그중에서도 1명만 남았다며 안타까워했다. 노 지사는 자신이 뒤따르려 했던 광주학생운동의 기념일에 국가유공자 명패를 받아 영광스럽다고 했다. 그는 “광주학생운동의 뜻을 영원히 잊지 않고 기리고자 앞으로도 국가 차원에서 광주학생운동 기념식을 열고 국무총리께서도 참석해 자리를 빛내 주셨으면 좋겠다”며 소망을 내비쳤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뉴스 in] 남북 첫 한강 공동수로조사

    [뉴스 in] 남북 첫 한강 공동수로조사

    남북이 5일 ‘9·19 군사합의서’에 명시된 한강(임진강) 하구 공동이용을 위해 분단 이후 처음으로 공동수로조사에 착수했다. 올해 말까지 공동수로조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한강 하구 공동이용이 본격화되면 선박의 자유로운 통행과 공동 골재 채취, 관광 사업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 경기도, 캠프 그리브스서 2∼4일 ‘한반도 평화캠프-접경지역 접경지 대학생 토론회’

    경기도, 캠프 그리브스서 2∼4일 ‘한반도 평화캠프-접경지역 접경지 대학생 토론회’

    경기도가 한반도 평화시대를 맞아 경기·강원 접경지역 대학생들과 함께 평화·번영의 지역발전을 고민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도는 2~4일 파주시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북쪽 반환 미군기지 캠프 그리브스에서 ‘한반도 평화캠프 - 접경지역 대학생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통일 미래세대인 청년들의 통일의식을 고취하고 접경지역 평화발전 구상을 위한 소통의 장으로, 경기도와 경기북부통일교육센터가 주최하고 두원공대, 강원대학교, 경동대학교, 대진대학교가 주관했다. 개회식에는 박원석 경기도 평화협력국장과 이대직 파주부시장,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 방효창 두원공대 부총장, 박정규 두원공대 평생교육원장, 이민수 대진대 학생복지처장 등이 참석해 학생들을 격려했다. 박 평화협력국장은 개회사를 통해 “현재 남북관계 개선은 기성세대의 몫이지만 미래의 모습을 어떻게 채울지는 청년 여러분에 달려있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청년들이 열린 마음으로 통일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통일시대를 향해 한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토론회에는 대진대, 두원공대, 강원대, 경동대 등 경기·강원 북부 접경지역 대학생 32명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행사 1일차에는 개회식에 이어 토론 스피치 멘토링과 함께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이 강연자로 나서 ‘접경지역에서 평화와 통일을 잇다’를 주제로 토크 콘서트를 마련했다. 이어 올 3월 평양 ‘봄이 온다’ 공연에 참여했던 최태완 두원공대 교수를 초청해 ‘음악과 함께하는 평양이야기’를 주제로 생생한 평양방문기를 들었다. 행사 이튿날에는 ‘접경지역 대학생 토론대회’를 개최했다. 학생들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남북협력 및 교류, 평화와 번영을 준비하는 접경지역 발전방향 등을 주제로 뜨거운 토론을 펼쳤다. 이후 북한이탈주민 출신 한반도 문제 전문가 주승현 인천대 교수를 강연자로 초청해 ‘분단과 DMZ 그리고 평화’에 대한 특강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행사 마지막 날에는 토론대회 수상자에 대한 시상식에 이어 남북출입사무소, 도라전망대 등 경기북부 DMZ 일원의 평화·안보 명소들을 둘러보며, 분단의 아픔을 되새기고 평화통일을 기원해 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토론대회 최우수상은 두원공대 석민지, 강원대 박효정, 대진대 김정민, 북부통일교육센터 마창(중국인) 등 4명이 수상했다. 토론회가 끝난뒤 ‘소통과 화합의 시간’, 캠프그리브스 미션수행 프로그램 ‘그리브스티어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대학생들 간 소통과 교류, 화합의 시간을 가졌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대화의 희열’ 송해, 92세 이별 이야기에 유희열 눈물 “마지막 소원은”

    ‘대화의 희열’ 송해, 92세 이별 이야기에 유희열 눈물 “마지막 소원은”

    ‘대화의 희열’ 92세 송해의 삶이 녹아든 이야기가 시청자의 마음을 울렸다. “대통령은 바뀌어도 이 분은 안 바뀐다”, “모든 MC들의 롤모델”로 소개되는 이 사람. 바로 대한민국 최장수 예능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의 국민MC 송해다. 지난 11월 3일 방송된 KBS 2TV ‘대화의 희열’에는 송해가 9번째 게스트로 출연했다.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 인생 교과서와도 같은 그의 삶은 깊은 감동과 울림을 전했다. 이날 송해는 그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국노래자랑’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30여년간 전국 방방곡곡을 유랑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송해. 그 사람들에게서 몰랐던 것을 배운다는 송해는 “’전국노래자랑’은 나에겐 교과서”라고 말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나 송해는 자신은 단 한 번도 ‘전국노래자랑’의 주인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했다. 송해는 “‘전국노래자랑’의 주인은 여러분”이라고 강조했다. 즐거움을 만드는 것은 여러분들이고, 자신은 그걸 받아서 전하는 사람일 뿐이라는 것. 여전히 ‘전국노래자랑’이 사랑을 받는 이유, 그가 왜 국민MC로 불리는지를 알 수 있었다. 1927년생 송해의 삶은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와도 같았다. 일제시대를 거쳐 해방을 맞고, 6.25전쟁과 분단을 겪는 등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살아낸 것. 어머니와의 생이별 후, 혈혈단신으로 피란 여정을 떠나고,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바다 위에서 어머니를 그리며 지은 이름 ‘송해’의 의미는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또 휴전 전보를 자신의 손으로 쳤다는 송해의 얄궂은 운명은 놀라움을 자아냈다. 아직까지 고향인 황해도 재령 땅을 밟아보지 못한 송해의 한은 모두를 먹먹하게 했다. 송해는 어머니 이름만 불러도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최근 급진전하는 남북 관계에 다시 희망을 꿈꾼다고 말했다. 그의 마지막 소원은 고향 땅 재령에서 ‘전국노래자랑’을 여는 것. 송해는 “고향에 계신 여러분. 복희가 왔습니다. 전국노래자랑”을 외치며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92년의 삶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 송해의 아픔도 있었다. 생이별한 어머니, 교통사고로 갑작스레 떠난 아들, 동료들, 그리고 올해 또 한 번 예고 없이 이별을 한 아내까지. 이러한 송해의 이야기를 듣던 중, 유희열은 아픈 어머니 생각에 울컥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유희열의 손을 꼭 잡아주며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송해의 모습은 따뜻한 위로로 다가와, 시청자들을 감동시켰다. 송해의 굴곡 많은 삶의 길을 함께 따라가며 울고 웃던 시간이었다.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깊고, 그 어느 때보다 진솔했던 송해와의 대화였다. 송해는 국민들의 변함없는 경청과 진심 어린 격려에 “하늘로 뜨는 기분이 난다”고 말했다. 92세라는 나이에도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는 그의 힘의 원천은 바로 여러분이었다. 방송 후 시청자들은 “TV에 더 많이 나오셨으면 좋겠어요”, “오래오래 있어주세요”라고, 한 마음으로 반응을 쏟아냈다. 한편 ‘대화의 희열’ 10번째 마지막 게스트로는 외상외과 의사 이국종이 출연할 예정. 사선을 넘나드는 중증외상센터 속 그와의 대화가 어떤 울림을 전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10일 토요일 밤 10시 45분 방송.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서울광장] 남북관계는 북미관계 종속변수 아니다/오일만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남북관계는 북미관계 종속변수 아니다/오일만 편집국 부국장

    남북 관계가 진전되는 상황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가 있다. 바로 ‘한·미 공조 균열’이다. 올 2월 평창동계올림픽은 물론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 과정에서도 보수진영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유엔 대북 제재를 축으로 돌아가는 미국의 ‘압박과 관여’ 정책를 무력화한다는 해설도 곁들였다. 한·미 관계 ‘엇박자, 파열음’ 등의 기사가 쏟아진 것은 당연한 결과다.지난 70여년 동안 남북 분단을 자양분으로 성장한 한국의 보수세력은 ‘북한 악마화’와 한·미 공조 프레임을 두 축으로 삼아 한반도 냉전 체제를 유지했다. 남북 화해 협력의 기운이 고조될 때마다 내부적으로는 위장 평화쇼로 폄하하고, 대외적으로 한·미 공조 균열을 앞세워 미국의 한반도 현상유지 전략을 지탱해 온 측면이 크다. 남북 대결이 격화될수록 정치적 동력이 확산되는 냉전 체제가 그들의 보호막이자 구명대인 셈이다.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4·27 1차 남북정상회담, 5·26 2차 남북정상회담, 평양 9월 남북정상회담 등 냉전 해체의 발걸음이 빨라질수록 ‘위장 평화쇼’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쟁의 기운이 한껏 고조됐던 2017년으로 돌아가 보자. 그해 9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연설을 통해 “북한의 완전 파괴”를 언급했다.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대통령이 2500만 인구의 한 나라를 지도상에서 없애겠다고 위협했다”고 지적하면서 “깡패 두목(mob boss)의 말이나 다름없다”며 혹독한 평가를 내놓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우리 보수 언론들은 한술 더 떠 “김정은이 죽음의 공포를 느낄 의지를 보이라”, “평화에 매달리면 도움이 안 된다”며 극단적인 주장을 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으면 한·미 공조가 균열되고 한·미 동맹이 깨질 듯이 분위기를 잡아 나갔다. 이런 기류는 최근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소나 남북군사합의 등 냉전 해체의 길목에서도 변함이 없었다. 보수세력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한·미 공조 프레임은 사실 미국이 한국 정부를 길들이기 위해 만들어 낸 작품이다. 1차 북핵 위기 당시인 1993년 6월 11일 천신만고 끝에 북·미 공동 성명이 도출됐다.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유보하는 대신 미국은 북한을 무력으로 위협하지 않는다는 합의서가 도출됐다. 전쟁 일보 직전에서 손을 잡은 것이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소외된 당시 김영삼 정부는 ‘미국이 북한에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며 협상 자체에 불만을 드러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미 공조(coordination)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그의 저서(‘담대한 여정’)를 통해 “당시 김영삼 정부는 미국의 대북 정책에 불만을 갖고 사사건건 엇박자를 내는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을 다스리기 위한 프레임으로 한·미 공조를 만들어 냈다”고 증언했다. 한·미 공조(共助)는 말 그대로 서로 돕는다는 의미다. 대한민국이 미국의 정책에 무조건 따르라는 일방적 관계가 아닌, 쌍방향적 성격을 규정한 것이다. 현재 보수 진영에서 쓰는 한·미 공조의 의미는 ‘미국이 움직이기 전에 꼼작도 하지 말라’는 의미나 다름없다. 우리 스스로 미국이 한반도 통치 전략으로 고안해 낸 한·미 공조의 틀에 갇혀 운신의 폭을 좁히는 결과가 된다. 이는 주권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자율성을 포기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한·미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란 공동목표를 향해 함께 가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우리는 북한 비핵화를 통해 냉전을 해체한 뒤 궁극적으로 남북 공동번영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미국은 비핵화를 통한 세계 패권 유지가 목표다. 서로 국익이 다른 만큼 방법론에서 차이가 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남북 관계는 북·미 관계의 종속 변수가 아니다. 1차 북·미 정상회담 도출 과정에서 보듯 우리가 한발이라도 앞서가면서 문제해결 여건을 조성하는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한다. 북·미 비핵화 대화가 난관에 처해 있을 때 남북관계 진전이 돌파구가 돼야 한다. 최근 구성된 한·미 워킹그룹은 보수진영에서 말하는 미국의 ‘감시·단속반’이 아니다. 이는 스스로 국격을 낮추는 전형적인 사대주의 발상이다. 향후 한·미 워킹그룹은 대한민국 위상에 걸맞은, 쌍방향의 한·미 공조를 향한 새로운 이정표가 돼야 한다. oilman@seoul.co.kr
  • 휴전선을 향해 평화를 날린다 - 서울신문·서원힐스 DMZ평화 골프대회 3일 개막

    휴전선을 향해 평화를 날린다 - 서울신문·서원힐스 DMZ평화 골프대회 3일 개막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부대행사도 풍성 서울신문과 서원힐스 컨트리클럽이 공동 주최하는 ‘제1회 서울신문·서원힐스 DMZ평화 골프대회’ 결선이 오는 3일 경기 파주시 광탄면 서원힐스 컨트리클럽에서 막을 올린다.지난 2개월 동안 예선과 본선을 거쳐서 선발된 아마추어 골퍼 120명이 우승트로피를 두고 마지막 경쟁을 펼친다. 신페리오(숨긴 홀을 기준으로 핸디캡을 적용) 방식으로 타수를 계산해 순위를 가리며 우승자에게는 현금 1000만원과 함께 서원힐스 그린피 1년 면제권, 그랜드침대 등 다양한 상품이 부상으로 주어진다. 서원힐스 컨트리클럽은 한반도의 분단 현장을 지척에 두고 있는 골프장. 시시각각으로 실타래 풀리듯 풀려가고 있는 남북관계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이 곳에서 ‘평화’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번 대회에는 이름에 걸맞은 다채로운 행사도 펼쳐진다. 결선 당일 출발 광장에서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풍선날리기 행사’가 치러진다. 또 DMZ조형물과 편지함도 설치됐다. 편지함에 담긴 내용을 심사해서 팀그린피 면제권과 화장품세트 등 푸짐한 선물도 나눠줄 예정이다. 대회를 공동 주최한 서원힐스 이석호 대표는 “나이와 성별 관계없이 전국 각 지역에서 선발된 골퍼들이 건전한 경쟁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대회로 만들겠다”며서 “품격 있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대회로 매년 발전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양심적 병역거부는 정당” 판결에 반박한 대법관들 소수 의견

    “양심적 병역거부는 정당” 판결에 반박한 대법관들 소수 의견

    김소영·이기택 대법관 “서둘것 아냐···대체복무제 입법 기다려야”조희대 대법관 “임란·일제시대 잊었나···국가 무장 해제 주장도”박상옥 대법관 “분단 상황…양심 외부 표현은 헌법 가치 제한”“종교적·양심적 병역 거부는 정당한 병역 거부 사유”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1일 나온 가운데 일부 대법관의 소수 의견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날 판결은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김명수 대법원장 등 9명이 찬성 의견을 냈고, 김소영·조희대·박상옥·이개택 등 4명의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기존 법리를 변경해야 할 명백한 규범적, 현실적 변화가 없음에도 무죄를 선고하는 것은 혼란을 초래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특히 김소영·이기택 대법관은 “대체복무제 도입으로 해결해야 할 국가 정책의 문제”라며 “이 사건은 헌재 결정으로 사실상 위헌성을 띠게 된 현행 병역법을 적용해 서둘러 판단할 것이 아니라 대체복무제에 대한 국회입법을 기다리는 것이 마땅하다”며 다수의견을 반박했다. 조희대 대법관은 “역사와 헌법의 관점에서 살펴보겠다”며 유죄의견에 보충의견을 보태 따로 냈다. 조 대법관은 “우리는 침략전쟁을 한 적 없고 외세침략으로 큰 고통을 겪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에서 수많은 백성이 포로로 끌려갔고, 일제에 나라를 빼앗겨 목숨 걸고 독립운동을 해야 했다. 무방비 상태에서 6·25 전쟁을 당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참혹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우리 헌법은 국방의무를 기본 의무로 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포함해 국방의무 일체의 예외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 여호와의 증인 교리에 따른 국가적 차원에서의 무장해제까지 주장하고 있다. 국군 사기 악영향 등 국가질서에 큰 혼란과 폐해가 있다.”고 밝혔다.검사 출신인 박상옥 대법관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 엄중한 안보상황”을 이유로 유죄를 주장했다. 박상옥 대법관은 “양심의 내면적 자유는 절대적으로 보호되지만 외부로 양심을 실현하는 자유는 다른 헌법적 가치에 의해 제한될 수 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서 엄중한 안보 상황, 병역의무 형평성에 대한 강력한 사회적 요청을 고려하면 양심적 병역거부는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희대·박상옥 대법관도 “(다수 의견의) 심사판단 기준으로 고집하면 여호와 증인신도와 같은 특정 종교에 특혜가 될 수 있다”며 “이는 양심 자유의 한계를 벗어나고 정교분리 원칙에도 위배돼 중대한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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