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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 안보협력의 새 전개(사설)

    전쟁이란 어느 한쪽이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안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대치하는 상황에서 다른 한쪽이 전쟁을 그들의 정치적ㆍ이념적 성취의 수단으로 삼을 경우 전쟁의 위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한반도의 오늘의 긴장상태와 안보 현황이 그러하다. 한반도에 전쟁위험이 있느냐 없느냐의 논쟁은 그런 점에서 무의미하다. 왜냐하면 북한은 아직도 그들의 대남혁명 통일전략을 수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그들 전력의 70%를 휴전선에 전진배치하고 있다. 한반도에서의 상호군비통제 또는 군축논의에 대해 북한은 아직 폐쇄적이고 거부적인 입장이다. 한반도의 안보현실은 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한반도에서의 한미 공동안보협력에 대한 한미 양국정책 당국자들의 공통된 인식에 공감하고자 한다. 이상훈국방장관과 리처드 체니 미국방장관은 15일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마친후 「한반도 긴장상태」에 대해 인식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물론 이번 단시간에 걸친 양국 국방책임자회담은 한미간 현안인 주한미군 감축,작전권,방위비 분담증액 및 미군기지 이전문제 등에 대한 원칙 논의였다. 감축논의의 공식창구가 마련됐고 방위비 분담증액엔 이견 속에서도 증액원칙은 합의됐다. 그러나 이 모든 현안들이 한반도 전쟁위험 상존론 위에서 이뤄졌고 앞으로의 논리도 이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강조하고자 한다. 한미 양쪽이 공동으로 인식한 「한반도 긴장상태」에 유의한다면 한반도의 군사력균형은 현재 상태로 유지돼야 한다. 주한미군의 전쟁억지력 역할은 아직 변함 없다. 이런 경우 주한미군의 감축 또는 철수는 곧 한국군의 대체전력확보 즉 군비증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측으로서는 분단상태를 극복하고 대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긴요한 「군축논의」라는 이중의 부담을 안지 않을 수가 없다.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전쟁에 대비해야 하지만 통일을 위해 군축이나 대화를 유지해야 한다. 얼핏보아 그것은 모순이다. 그러나 분단민족으로서 감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번 회담내용에서 보듯이 주한미군과 방위비분담증액에 대해 우리가 일방적이고 폐쇄적인 입장은 아니다. 지난번 주한미공군기지 통폐합 발표가 있었지만 미군의 감축은 예견되는 것이다. 세계적인 군축과 화해,그리고 미국의 세계전략 측면에서도 그러하다. 방위비분담증액문제에 있어서도 독립주권 국가로서의 자주국방,즉 한국방위의 한국화를 위해 현실국력에 상응하는 적정규모의 방위비는 분담해야 할 것이다. 그러날 이에는 전제가 따른다. 한미간 여러 현안들은 오는 6월의 한미 연례안보회의에서 구체적인 결론에 이를 것이지만 그것들은 모두 작전권의 완전 확보,용산기지 이전에 앞서는 한미행협의 개정등 전제조건과 연계,처리돼야 할 것으로 본다. 이제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정신과 전통적인 맹방구조에 입각한 한미 공동안보협력은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군축시대에 함께 대처하는 지혜를 나누며 상호주의와 실리추구를 근간으로 하는 수평적 협력관계를 더욱 다져나가야 할 것이다.
  • 가속되는「통독」기류… 그 진로와 파장/독일문제 전문가 3각 인터뷰

    ◎“「하나의 독일」 최대 고비는 4강 합의”/「이념」보다 「경제격차」가 더 큰 장애물/안보위협 없는한 「헬싱키체제」 유지/대결상황 극복… 「통합유럽」 형성에 큰 기대/양독 국민의 열망이 「통일 기운」 무르익게/한반도에 큰 영향 파급될듯…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최근 통독 움직임이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앞질러 뜀박질하고 있다. 또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움직임과 남북 대치상황에도 변화의 싹이 엿보이고 있다. 독일 문제 권위자인 정용길교수(동국대ㆍ정치학),이삼열교수(숭실대ㆍ정치철학)와의 삼각 인터뷰를 통해 통독 움직임의 배경과 문제점,통일독일의 모습,그리고 통독문제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등을 다각적으로 조망해 본다. ­통일문제가 왜 이토록 숨가쁘게 진행되는가. ▲정교수=최근 동독의 주요도시에서 통일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이에 3월18일로 예정된 동독총선에서 현 모드로브 총리가 이끄는 독일사회주의당(공산당 후신)은 승리를 위한 포석으로 종전의 소극적 입장에서 적극적 입장으로 돌아섰다. 여기에 통일의꿈을 버리지 않던 서독이 범세계적인 화해분위기와 소련ㆍ동구의 개혁등에 적응하여 다시한번 그들의 강력한 통일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덧붙여 그동안 양독은 교류를 통한 공존ㆍ신뢰 기반을 구축해 통일에 대해 거부감이 전혀 없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이교수=독일 통일이 가시권내에 들어오게 된것은 동서독 정부도 미소 등 강대국도 아니요 오로지 동서독 국민들의 힘이었고 의지였다. 아무리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이 동독을 민주화 시키고 개방화 시켰더라도 소련이나 미국은 독일의 통일까지 원했던 것은 아니었다. 베를린 장벽을 헐고 몸으로 통일을 실천한 독일의 민중들이,특히 동독의 민중들이 냉엄한 국제정치의 현실을 변화시켜 이제 통일을 가능한 것으로 만들었다. 동서독 국민 모두가 지금이 통일을 위한 최선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 못하면 상당히 오랜동안 통일을 이룰 수 없다는 관점을 갖고 통일을 서둘게 된 것이다. ­독일이 통일되는데 있어 장애요인과 극복해야할 문제점은. ▲정교수=독일통일은 유럽의 안정과 평화를 해치지 않는 범위안에서,또 나토와 유럽공동체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안에서,그리고 현 국경선의 존중이 포함된 유럽안보협력회의의 헬싱키선언을 따른다는 조건하에서만 가능하다. 독일내 상황을 보면 동독은 경제문제가 시급한데 시장경제에 너무 취약해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최근 동독 이주자들로 인해 서독은 실업ㆍ주택ㆍ교육ㆍ이념의 문제로 갈등현상이 빚어지고 있는데 통일논의가 시작되면 이밖에 많은 문제가 나타날 것이다. ○동서 일방밀착 우려 ▲이교수=내ㆍ외적 요인이 있다. 독일의 주변 강대국들은 통일독일이 너무 큰 세력이 되는 것을 두려워할 뿐 아니라 동서유럽 어느 한쪽에 밀착되는 것을 염려하고 있다. 따라서 4강의 합의나 유럽안보협력회의의 결의를 거쳐서만 통일이 가능할텐데 양진영에서 동의를 어떻게 얻어내느냐가 최대의 난관이다. 내적인 장애요인으로는 이념문제보다는 경제문제일 것이다. 당분간 상품교역과 물가에 혼란이 생길 것이다. 또 서독경제가 여력이 있다해도 1천8백만 동독인에게 서독시민과같은 사회보장ㆍ복지혜택을 주기는 역부족이다. 화폐나 경제통합에서 단계적 조치가 불가피한데 이를 어떻게 양쪽 경제에 큰 타격과 혼란을 주지 않으면서 추진하느냐가 최대의 어려움일 것이다. 집이 부동산으로 재산이 되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의 통합은 과도적인 단계와 과정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통일후 독일의 정치ㆍ경제체제는 어떤 모습을 띨 것인가. ▲정교수=통일독일의 정치체제는 국가연합단계를 넘어 연방제가,경제체제는 서독 또는 유럽공동시장이 추구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오는 3월 동독 총선에서 사회민주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크며 동독 공산당은 차츰 약화돼 오랜 시일이 지나면 서독 공산당처럼 될 수도 있다. 서독의 정치제도는 통일 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나 동독에서는 기반이 약한 기민당ㆍ자민당보다는 사민당이 통일후 세력확장의 가능성이 높다. ▲이교수=이 문제는 아직 전혀 예측할 수가 없다. 지금으로서는 양독 모두 연방제를 선호하기 때문에 복합국가나 복합체제의 양태를 띠게 될것 같다. 동독의 총선결과가 나오면 보다 뚜렷이 예측할 수 있을것 같다. ­독일통일이 유럽정세에 미칠 영향은. ▲정교수=당분간 헬싱키체제가 지속될 것이다. 동구의 다른나라들에 안보적 위협이 없는 상태로 독일이 통일된다면 동구국가들은 이념보다는 경제발전에 주력할 것이고 따라서 EC나 서방과의 관계가 밀접해질 것이다. ○중부유럽시대 도래 ▲이교수=독일의 통일방식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유럽의 질서나 동구권에 주는 영향이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되든 2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첫째 유럽에서의 독일의 위치와 세력이 크게 강화될 것이며 중부유럽이 유럽의 핵을 이루는 역사가 다시 찾아오게 될 것이다. 둘째,독일통일은 하나의 유럽을 만들어 가는데 크게 기여하게 돼 유럽의 분단과 대결 상황이 크게 극복될 것이다. ­한반도 분단상황과 관련,독일의 통일이 갖는 의미는. ▲정교수=독일은 1ㆍ2차대전의 전범국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통일을 떳떳히 주장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꾸준히 인적ㆍ물적 교류를 해 결국 베를린 장벽을 헐어내고 사람들이 오고가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독일 역사를 보면 그들은 항상 국가연합 또는 연방제를 채택했기 때문에 오늘의 독일 상황은 거의 통일된 것이나 다름없다. 독일국민들은 통일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고 또 통일을 쟁취할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통일이 어려운것을 알기때문에 우선 실현 가능한 교류부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렀고,또 통일은 쟁취할수 있는 대상이라는 것을 알고있기 때문에 꾸준히 노력하여 이제 통일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것은 맹목적 통일지상론이나 패배적 분단고정론에 빠져있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더욱이 한반도의 분단은 우리의 죄값이 아니기 때문에 분단극복을 위한 노력이 아쉽다. 우리가 독일로부터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은 우선 남북한은 이제부터라도 동서독과 같이 상대방을 아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서독은 인적ㆍ물적 교류는 물론 상대방측 TV까지 시청함으로써 공동문화권ㆍ생활권을 향유했다. 이것이 독일인들로 하여금 큰 충격없이 통일을 받아들이게 하는 힘이 됐다. 이에 비해 남북한은 이데올로기를 통해 상대방을 보기 때문에 실체와 거리가 먼 것을 보게 되고 있다. 당장 통일이 다가와도 굉장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생길 정도다. 또 하나는 정치지도자들의 역할 문제다. 동서독 관계에서는 서독의 브란트가,베를린 장벽 제거에는 크렌츠의 역할이 컸다는 것을 생각할때 남북한 정치 지도자들의 교류 및 통일의지가 아쉽다. ○남북 공존체제 절실 우리 민족은 강대국에 의해 국토가 점령되자 점령국을 추종하는 엘리트간에 분열이 있었고 결국 전쟁을 치렀다. 이제부터라도 분단으로 고통받는 남북한 국민을 위해 남북한 정치 지도자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무엇인가를 해야 된다. ▲이교수=독일의 통일과 화해는 한반도 통일에 큰 영향을 주게될 것이며 많은 자극과 희망을 가져다 줄 것이다. 무엇보다 통일이 가능하다는 희망과 국민적인 의지를 심어주게 될 것이다. 다만 한반도에서는 아직 독일방식의 통일을 성급히 기대할 수 없다고 본다. 북한의 국민들이 동독의 국민들처럼 개방과 민주화를 실천할만큼여건이 성숙하지도 않았고 그 이전에 이뤄져야 할 남북한의 평화적 관계가 수립되지도 못했다. 독일의 경우를 보면서 다시 한번 평화가 통일의 필수적인 조건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따라서 남북한은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공존과 평화체제 수립에 매진해야 한다. 북한에 앞서 우리측이 과감하게 먼저 평화적 제안들을 하는것이 필요하리라 본다.
  • 동구변혁과 한반도의 앞날 진단/특별대담(벼랑에 선 공산주의)

    ◎“개혁열풍 90년대 중반 북한에 상륙한다”/한반도군축ㆍ내부여건 성숙이 가장 큰 변수/「북방정책과 남북한 관계」 연계발상 버려야/“사회주의냐 자본주의냐”2분법적 시각 곤란… 「변화과정」주시해야 동구 공산정권의 잇따른 붕괴에 이어 최근 소련공산당은 중앙위를 소집,공산 일당독재를 포기하는 역사적 조치를 취했다. 소ㆍ동구변혁과 관련,그것이 극동 및 한반도 분단구조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그리고 북한의 장래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등을 소련 및 동구전문가인 하용출(서울대교수) 서병철(외교안보연구원교수ㆍ본사논평위원)두학자의 대담으로 진단해 본다. ▲서병철교수=소련 및 동구사회주의 국가들의 대변혁은 금세기 최대의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우선 극도로 침체된 경제상황이 장기화 되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일보전에 이르렀으며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개혁없이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을 느낌으로써 그 변혁의 원동력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볼수 있습니다. 또한 서방진영을 좇으려는 집권층의 정책의욕과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 열망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이번 공산권 개혁은 그 누구도 되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인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모든 동유럽 국가들이 오는 상반기까지 선거에 의한 다당제도입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는 이제까지의 개혁열기를 구체적으로 정치체제화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것입니다. ▲하용출교수=공산권의 대변혁을 놓고 한편에서는 새로운 사회주의의 탄생이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또 다른 편에서는 자본주의로의 선회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극단적인 양극론은 잘못된 시각이라는 점을 강조해 두고 싶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산권변혁의 흐름은 크게 3단계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먼저 당의 정치권력독점과 관료화가 빚어낸 병폐를 청산하는 과거청산단계로서 소련 및 동구 공산국가들의 일당지배 포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다음은 개혁을 위한 체제정비 단계이고 마지막은 개혁후 새로운 체제를 형성하는 단계입니다. 소련은 현재 제1단계를 지나 개혁을 위한 체제정비 단계에 돌입한 것으로,동구 공산국가들은 이제 과거청산단계에 놓여있다고 볼수 있습니다. 특히 소련이 최근 폐막된 공산당중앙위 전체회의에서 당의 권력독점 조항의 폐지를 골자로 한 개혁안을 채택한 것은 지난 몇년간 소유권 개혁이나 국가기업의 자주권 확대등 개혁조치를 취했으나 이것들이 집행단계에서 무산되거나 보수적으로 수정됨으로써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체제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정치체제 개혁이 불가피하게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한편 우리는 고르바초프가 처음 집권했을때 현재와 같은 변화를 예측하지 못했듯이 개혁의 리듬을 타고 있는 공산권을 경직된 고정관념으로 재단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됩니다. 최근 소련에서 개혁을 둘러싸고 갈등과 혼란이 야기되고 있는 듯하지만 이는 개혁을 위한 체제정비단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에 불과합니다. 소수민족문제등 개혁정책추진과정에서 예기치 않았던 문제들이 새로 표출되면서 전통적인 일당지배체제가 안고있는 문제들이 맞물려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을 뿐입니다. ▲서교수=고르바초프가 페레스트로이카를 내세웠을때 서방진영은 두가지 반응을 보였습니다. 소련 또는 동유럽국가들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서유럽국가들은 처음부터 호의적으로 받아들인 반면 미ㆍ일은 소련이 과거 평화공세를 펴는 이면에 군비를 증강해 왔던 점을 상기,회의적인 태도를 보였지요. 그러나 미ㆍ일도 개혁을 거부해 왔던 동독의 호네커가 축출되는 상황에 이르자 고르바초프의 진실을 믿고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자는 입장을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서유럽국가들은 유럽공동체의 결의로 개방ㆍ개혁정책을 추진하는 나라에 우선적으로 경제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고 더 나아가 긴장완화를 통한 하나의 유럽을 결성한다는 원대한 목표를 향해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하교수=일부에서는 고르바초프의 개혁정책이 4∼5년이나 지났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면서 실패를 우려하기도 하는데 이같은 시각은 공산권을 보는 우리의 태도가 지나치게 「국내정치화」되어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소련의 경우 73년,동유럽국가들은 40∼50년이상 공산당 일당지배체제가 계속되어 왔다는 점을 감안할때 체제개혁운동기간이 길게 4∼5년,짧게는 1년미만에 불과한데 묵은 때를 쉽사리 씻어낼 수 있겠습니까. ▲서교수=소련과 동구에서 불고 있는 개혁 열풍으로 북한지도부는 상당한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북한은 1인당 GNP 1만2천달러인 동독을 경제대국으로 서방진영과 유일하게 경쟁할 수 있는 나라로 인식했다고 합니다. 김일성은 사회주의 경제의 성공모델로 동독을 꼽아 왔으니까요. 동독의 호네커정권이 소련과 동독주민들의 개혁요구를 무시하다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을 보고 북한의 지도부가 느꼈을 충격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습니다. ○즉각적 개혁은 난망 루마니아도 정치적 지도이념이 북한의 주체사상과 흡사한 일면이 있습니다. 극도의 폐쇄체제를 고집해 왔다는 점에서도 북한과는 유사한 나라입니다. 특히 루마니아는 동구권내에 일고 있는 개혁요구에 대해 공산주의 타도 음모로 규정,북한ㆍ중국 등과 함께 개혁차단을 위한 공동전선을 형성해 왔다고 볼 수 있지요. 동독과 루마니아에서 일어난 혁명은 북한의 김일성정권에게도 위기의식을 느끼게 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북한이 즉각적인 개혁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북한은 단기적으로는 밖으로부터의 자유화 물결이 내부로 침투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서서히 개혁의 준비를 해나갈 것으로 전망합니다. 두렵지만 변화를 추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북한지도부가 처한 고민이라고 할까요. ▲하교수=소련과 동구권의 개혁추진은 크게 네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첫째는 동서 신데탕트시대로의 세계질서 변화를 지적할 수 있습니다. 그다음으로는 아시아지역 질서의 변화와 사회주의권 내부의 변화를 들 수 있고 마지막으로 남북한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이냐는 순으로 관찰해야 할 것입니다. 이가운데 아시아지역 질서의 변화와 사회주의권 내부의 변화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사회주의권 내부질서는 당대당의 유대를 통해 소련식 개발모델을 주변 사회주의 국가들에 강요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이론적으로는 사회주의적 국제주의라고 합니다. 소ㆍ동구권의 개혁은 이러한 사회주의적 국제주의의 퇴조와 함께 사회주의국가들 내부에 민족주의적 성향을 증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동독과 루마니아에서 공산당 권력독점 체제가 붕괴되고 권력이 상대화함으로써 이들 국가와 같은 권력체제 형태를 갖고 있는 북한에게는 체제유지의 이론적 기반을 흔들리게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일 것입니다. 그러나 아시아권 공산주의 국가의 경우는 동양적 정치문화의 특징도 함께 고려돼야 할 것입니다. 즉 동양적 정치문화는 전통적으로 서양에 비해 정치개혁에 대한 인식이 취약하다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아시아권 공산주의 국가들의 개혁속도가 동구보다는 더딜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합니다. 또 북한의 체제변화는 북한이 1차적 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미국을 포함,극동지역 및 남북한간의 군축회담의 진전 여하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서교수=급변하는한반도 주변정세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도 새롭게 정립돼야 할 것 같습니다. 북방정책은 모든 공산주의 국가와 적극적인 관계수립을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 들이자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지금 궁지에 몰려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에도 적절한 계기만 주어진다면 자신들의 체제유지를 위해서라도 변화를 시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보여집니다. 동ㆍ서독 관게가 급속한 진전을 보이게 된 역사적인 배경과 과정을 고찰해 보는 것은 우리의 대북관계 진전의 방향에도 좋은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생각합니다. 베를린협정은 양독간의 무관세 협정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이것은 경제교류를 활성화해 72년 양독관계 기본조약을 체결하는 밑바탕을 제공했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즉 서독은 자본과 기술을,동독은 저렴한 노동력을 각각 제공해 에티오피아ㆍ시리아ㆍ리비아 등의 제3국에 공장을 건설하는 식의 3각협력이 동ㆍ서독간의 실질적인 관계증진에 크게 기여했던 것입니다. ○파격적 제의 필요 우리도 지금까지의 방식에서 보다 진일보한 아이디어와 북의 흥미를 끌어낼 수 있는 파격적인 제의가 필요한 시점에 왔다고 생각합니다. ▲하교수=저로서는 북방정책과 남북한 관계를 연계시키는 발상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보다는 사회주의권 내부에 일고 있는 변화에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따라서 북방정책은 북한을 제외한 사회주의권 국가들과의 고유한 외교관계의 수립을 추진하는 것이 되어야 하고 이와는 별도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남북한관계에 대한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북방정책을 대북관계에 이용하려는 목적을 강조할 경우 북방정책 자체가 뿌리 내리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서교수=북한의 변화 가능성을 결정짓는 요인은 사회주의권 내부의 변화,남한의 국내 정치여건의 변화,남북한군축회담의 진전 정도,북한내부의 개혁세력의 입지 등일 것입니다. 당장 북한이 변화하리라고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김일성의 주체사상이 북한사회 전반에 깊숙이 뿌리 내리고 있고 매우 경직된 체제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루마니아에 민중봉기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던 것처럼 북한에도 그같은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희박한데 주변여건과 북한내부의 조건의 성숙이 맞아 들어간다면 90년대 중반에는 어떤 형태로든 변화할 것이라는 예상을 해봅니다. ○우리식 예단은 금물 ▲하교수=동구사태를 보는 우리의 시각에도 상당한 문제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너무 아전인수격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동구의 내부사정에 대한 정확한 인식도 없이 편의대로 결론을 내려서는 안될 것입니다. 동구의 변화는 「사회주의냐 자본주의냐」라는 이분법적인 시각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우선은 동구가 변화해 가는 과정 자체를 주시하고 그것이 갖는 중요한 의미를 파악해야 할 것입니다. 흔히 동구를 둘러보고 우리보다 못하는 나라라는 인식을 갖기 쉽지만 그들의 문화적 축적은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시아권에서 마오이즘(모택동주의)을 제외하면 새로운 근대정치사상이나 이데올로기가 제시돼 본 적이 있는지 반문하고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동구의 사람들은 자기변화를 위한 고통스런 과정을 겪고 있고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창출해 가는 과정에 있다는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남북 공동 민속 잔치 추진 정부/「문화교류 5원칙」마련

    ◎새달 구체방안 대북 제의/“문화 주체성 확립을 ”노대통령 지시 정부는 남북간 국내외간 개인간의 이질화및 갈등현상을 문화적으로 접근,동질성을 회복시키고 일체감을 조성하여 통일여건을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한국인의 문화적 동질성 회복,국민문화의 향수권 신장,문화의 참여권 유도,창작지원,미래문명의 주역이 되는 한국문화의 창조를 위한 시책을 적극 펼쳐나갈 계획이다. 이어령문화부장관은 12일 노태우대통령에게 올해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고 『한국인의 문화적 동질성 회복을 위해 분단 이전의 민족공동체로서의 민족문화교류를 추진하고 통일민속잔치를 개최하며 자연사박물관의 건립,상해임시정부청사 등 역사적 기념물의 국내복원등 우리민족의 원형을 발굴ㆍ보존해 나가는 데 힘쓰겠다』고 보고했다. 이장관은 또 국민의 문화향수권 신장과 관련,『고지대등 문화소외지역에 「쌈지공원」「쌈지마당」을 만들고 산재해 있는 문화적 요소들을 결집,문화벨트를 조성하는등 전국토의 문화공간화를 이루도록 하겠다』고 보고하고 『문화의 지방화를 위해 지방도시나 읍면지역 자연부락 등의 폐교된 국민학교 시설 등을 활용,시범문화마을로 가꿔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에 앞선 11일 하오 8시 통일민속잔치가 열린 임진각에서 이어령문화부장관과 이홍구통일원장관은 기자회견을 갖고 ▲분단이전 민족 전통문화의 우선교류 ▲남북 상호간의 승부및 경쟁적 분야의 교류 배제 ▲전통문화의 원형을 변형,훼손한 표현방식 지양 ▲쉽고 작은일에서부터 시작 ▲공동실행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 등을 골자로 하는 「남북 문화교류 5개원칙」을 발표했다. 이들 두 장관은 또 『이같은 정부의 문화교류 5개원칙에 따른 후속 방안으로 앞으로 정월대보름과 단오절 추석명절 등에 통일 민속잔치를 계속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히고 『문화재의 보호와 교환,어문자료와 연구 등 남북 문화교류의 여러 사업도 펼칠 것이며 전반적인 남북 학술문화교류에 대한 방안및 대북한 제의는 오는 3월에 종합적으로 밝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부 업무보고 받아 노태우대통령은12일 하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이어령문화부장관으로부터 새해 업무계획을 보고받고 『전통문화속에서 우리가 전승할 가치관과 주체적인 이념을 정립하여 문화적 주체성을 확립하는 일이 시대적 과업』이라고 지적,『언어문화와 우리민족의 사상을 창달할 정책을 강구,범국민적인 운동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노대통령은 남북한의 문화교류를 통한 문화적 동질성회복은 정부의 확고한 정책방향이라고 말하고 『실현가능한 사업을 검토하여 착실히 이뤄지도록 하고 문화예술계가 공감대와 합의를 이루어 나가도록 적극적인 대책을 수립,추진하라』고 당부했다. 노대통령은 그러나 특정개인이나 단체가 중구난방으로 대북 문화교류를 제의하는 것은 좋지 못하며 특히 예총산하단체와 재야 문화예술계가 서로 경쟁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 “소의 한반도 장벽 철거 촉구/남북한 관계에 긍정적 영향

    ◎외무부,콘크리트벽 지칭 했다면 유감” 외무부 당국자는 12일 셰바르드나제 소련외무장관이 지난 10일 미소 외무장관회담을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한반도장벽철거」를 촉구한 것과 관련,『셰바르드나제외무장관이 언급한 장벽은 분단이후 40년 넘게 계속돼 온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의미의 장벽으로 볼 수 있다』고 밝히고 『그의 발언은 한반도 긴장완화및 남북간 직접대화 지지 등 한반도문제 해결발언과 함께 향후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그의 발언이 북한측 주장대로 휴전선 남쪽의 콘크리트장벽을 지칭한다면 이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이럴 경우 한소간 영사처 교환설치 합의에 따른 공식외교 경로를 통해 콘크리트장벽이 실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소측에 납득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 미8군 부지에 「자연사 박물관」/문화부 업무보고 내용

    ◎전국을 문화공간화… 서울ㆍ지방간 문화벨트 조성/1백만 문화가족운동ㆍ사랑의 편지보내기도 추진 문화부가 12일 올해 업무보고에서 밝힌 주요사업계획의 항목별 추진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문화적 동질성회복◁ 가,원형발굴과 보존화 작업=자연사 박물관을 용산 미8군 이전부지내에 건립추진(90∼98년),상해임시정부 청사등 역사적 기념물의 복원검토,한국상징신화사전 편찬및 문화지도 제작,역사적 문화현장 되가꾸기. 나,표준화 작업=한국어 표준어법의 기준화,산업화에 따른 한글 글씨체 연구개발,우리고유의 색상및 색명정하기,전통 기본음의 표준화,생활습성의 변화에 따른 기준제시. 다,남북한 문화의 동질성회복=분단이전의 민족공동체로서의 민속문화교류등 문화교류 원칙제정,통일탑 건립및 통일민속잔치 개최(정월대보름ㆍ단오절ㆍ추석),어문ㆍ학술자료의 교환과 문화재 등 교류전시. ▷문화향수권 신장◁ 가,전국토의 문화공간화=서울및 지방에 문화벨트 조성,기존시설의 문화공간화,아름다운 도시,밝은 도시 가꾸기의 일환으로 환경문화 시장제도신설및 고지대등 문화소외지역에 쉬어갈 수 있는 「쌈지공원」과 50∼1백평 규모의 유휴지에 놀이시설을 갖춘 「쌈지마당」만들기. 나,문화의 지방화=지방의 폐교된 국민학교 시설등을 활용한 시범문화마을 가꾸기,문화사랑방운동을 통한 내고향문화 일으키기,지역문화시설 확충및 공공문화시설의 연계. 다,기업문화육성=시범기업 문화조성등 기업문화의 모형을 만듦. ▷문화참여권 유도◁ 가,까치소리전화운영 적극 추진. 나,1백만 문화가족운동=문화가족 자원봉사자 구성,좋은 문화프로그램 참여유도,「멋진 생활,신나는 생활」운동 전개. 다,문화그림엽서 보내기=청소년에게 「사랑의 편지」「희망의 편지」보내기 운동 적극 전개. ▷창작지원정책◁ 가,창작지원공동시설 조성=충남 아산 외암리등 6개 민속마을을 예술창작마을로 활용,예술인의 집(서울 동숭동 홍릉 90∼92년),종합영화촬영소(경기도 남양주군 45만평 90∼92년),무대미술지원회관(경기도 고양군 2천3백평 90∼91년)건립. 나,예술인 창작활동 지원=엘리트 예술인 조기발굴 지원,유명예술인지원 제도화,문화예술인 연금제도 운영. ▷한국문화의 세계확산◁ 가,교민주축 한국문화의 세계화=「한민족 문화대축제」순회개최,중소거주 교민대상 예술단 파견,해외동포 예술가의 활동지원,해외 지역별 소수민족 문화행사 참가지원. 나,한국문화의 세계화=왜곡사례 수집등 「우리문화 바로잡기 운동」전개,한국어의 세계적 보급확대,전통문화 상품의 국제적 보급확대,90북경아시안게임,93대전무역박람회 등 주요 국제행사를 계기로한 한국문화 수출 추진. 다,국제화의 시각을 통한 민족문화의 새로운 조명=광복절등 민족절을 세계적인 문화이벤트로 승화,91년중 대합창등 각종 공연및 이벤트 창출. 라,비동양인 대상 국제전 신설추진=서양인을 대상으로 동양화 서예 도예 국제전 등을 개최,한국이 동양문화의 중심국이 되도록 함. 마,뉴미디어시대의 문화적 대응=한글 어문소프트웨어 개발,전산화 통한 문화예술정보 전달체계 확립,과학화시대의 놀이문화 조성.
  • 소 외상의 「한반도 장벽」제거 촉구(사설)

    고르바초프 소련공산당 서기장의 「신사고외교」가 마침내 분단한반도 문제의 해결에도 관심을 돌리기 시작한 것 같다. 셰바르드나제 소외무장관은 한반도 긴장완화와 남북대화 촉진을 위한 공동노력을 선언한 미소 외무장관회담후 가진 회견에서 독일분단의 장벽이 해체되고 있는 지금 「한반도분단의 장벽」도 제거하기 위한 국제적인 공동의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소 외무장관회담이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다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소외무장관이 한반도장벽 문제에 공식적이고도 구체적인 관심을 표시하고 베를린장벽의 제거와 결부시키면서 그 해체를 위한 국제공동의 노력을 촉구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란 점에서 비상한 주목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은 또 독일통일문제가 예상 외의 급진전을 보일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그리고 공산권의 개방과 개혁에 대한 세계적 관심의 초점이 유럽에서 아시아로 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우선 한반도문제가미소의 중요한 외교적 관심사로 부각되었으며 한반도문제에 대한 양대국의 논의가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음을 나타내는 희망적 증거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정부는 이미 여러차례에 걸쳐 북한의 개방과 고립탈피및 국제사회에의 복귀 유도를 지원해 주도록 미일등 우방 정부에 요청했으며 소련ㆍ중국등 북한의 우방들에도 신호를 보내왔다. 이번 일련의 발언이 오는 6월의 미소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외상회담을 계기로 나왔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주한미군 철수논의,팀스피리트 훈련규모 축소,북경에서의 7차례에 걸친 미ㆍ북한의 빈번한 접촉,베이커 미국무장관의 대북한 관계개선 희망 공식표명,영사처개설 등 한소관계의 진전등 일련의 움직임과도 무관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오는 6월의 미소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소등 주변국들의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남북한 교차승인,북한개방 유도 등 일련의 조치가 뒤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하는 사태의 전개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미소의 한반도문제를 둘러싼 막후외교가 남북한 당사자의 노력을 크게 앞지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셰바르드나제외무장관의 회견과 관련,또 한가지 주목되는 것은 소련의 한반도문제에 대한 강한 영향력 행사의 의지를 읽을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소련은 그들의 개방과 개혁이 동유럽에 그치지 않고 아시아공산권에도 확산되기를 바라고 있으며 한국과의 관계개선을 희망하고 있다. 동유럽 민주화 개혁의 배후조종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소련이 정체상태의 아시아,특히 북한으로 눈을 돌렸다면 그것은 북한은 물론 한반도 상황의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동유럽 공산당의 붕괴,베를린장벽 제거와 2년내 독일통일전망,소련공산당 권력독점포기 등등 89년 후반에서 90년초에 걸쳐 세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이 연이어 현실화했다. 한반도라고 해서 반드시 예외여야 할 이유는 없다. 북한은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측면에서 사태를 직시하고 대응해 주기를 촉구하고 싶다.
  • “「개혁바람」 한반도 유도”신호/소 외무의 “장벽제거”발언의 의미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무장관이 지난 10일 제임스 베이커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을 마친뒤 기자회견을 통해 한반도의 「장벽」 제거를 위한 국제적인 노력을 촉구해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데탕트분위기가 무르익은 가운데 소련의 고위관리로서는 처음으로 한반도의 남북교류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은 일단 한반도평화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언의 배경과 의미를 국내전문가들과 도쿄의 시각을 종합해 정리한다. ◎한국정부의 시각/「장벽」보도 엇갈려 공식적 논평유보/대소외교 강화… 새 대북채널도 가동 셰바르드나제 소련외무장관이 10일(현지시간)제임스 베이커 미국무장관과의 양국외무장관회담후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한반도장벽철거」를 촉구한데 대해 외무부와 통일원등 정부관계부처는 「장벽」의 의미가 확인안돼 일단 공식논평을 유보한 채 사태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현재까지 셰바르드나제외무장관의 정확한 발언진의를 알수 없는데다 「한반도장벽」에 대한 APㆍ로이터등 서방진영통신과 소련관영 타스통신의 보도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방통신은 단순히 「한반도장벽」이라고 표현했지만 타스통신은 『한반도를 두부분으로 분할하고 있는 군사분계선지역의 콘크리트장벽 해체와 주민의 자유로운 왕래를 보장하는데 대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북한)의 제의에 적절한 반응이 없다』고 밝혀 북한측이 주장하고 있는 휴전선남쪽의 콘크리트장벽을 지칭했다. 그의 발언에 대한 정부의 시각도 크게 둘로 나뉘어지고 있다. 첫째로는 북한 김일성이 올해 신년사에서 밝혔듯이 휴전선남쪽에 콘크리트장벽이 존재한다는 북한측 주장을 그대로 수용했다는 시각이고,분단이후 40년 넘게 계속돼온 장벽을 단지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분단」의 의미로 언급했을 뿐이라는 다분히 축소적인 해석이 두번째 시각이다. 전자의 경우는 미소 외무장관회담을 앞두고 북한측이 콘크리트장벽철거와 자유왕래문제에 대해 소련측과 사전협의를 거쳐 소련측이 앵무새처럼 북측입장을 대변한 것을 의미하며 국제적인 여론을 유리하게 전개시키기위한 북측의 술책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선 셰바르드나제의 기자회견전문을 미국측을 통해 입수,「장벽」의 의미를 정확히 분석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상호 교환설치된 주소 한국영사처와 주한 소련영사처라는 한소간 공식외교채널을 통해 콘크리트장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명백한 사실을 소측에 납득시킬 방침이다. 또 소련의 고위관리가 때 맞춰 문익환목사,임수경양등 밀입북 인사에게 중형을 내린 남한정부를 비난한 사실도 한반도 문제해결에 대한 소측의 편향된 자세를 보여준다는 것이 정부측의 분석이다. 반면 정부내에서는 셰바르드나제 외무장관의 발언이 대체적으로 한반도 긴장완화와 남북간의 직접대화촉구등 한반도문제해결에 적극성을 띠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기류도 많다. 즉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철수 문제에 대해 「완전철수의 분위기가 아직 조성되지 않았다」고 밝힌 점은 소측이 그전보다 한반도를 바라보는 시각이 점점 균형을 찾아간다고 볼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같은 관점에서 셰바르드나제의 발언은 북한개방을 유도하기 위한 대 한반도정책의 또 다른 표현으로 향후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결국 정부는 셰바르드나제의 이번 발언으로 한반도문제가 베를린장벽과 함께 국제적인 문제로 격상됐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남북관계의 정확한 현실을 알리는 홍보외교에 주력하는 한편 북한개방유도를 위해 기존의 대화와 함께 새로운 대화채널을 가동시키는등 남북회담에서의 이니셔티브를 잡아 남북관계를 주도해 나가기로 했다. ◎일본 언론의 시각/크렘린의 「정치ㆍ경제적 이해」직결/태평양지역서의 군축촉진도 겨냥 합의내용에 있어서 획기적 진전을 가져온 이번 미소외무장관회담에서 지역분쟁문제의 하나로서 한반도문제가 구체적으로 거론됐다는 사실을 일본외교소식통들은 높이 평가하고 있다. 특히 공동성명에서 『미소 양국은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바라며 남북대화 지지를 표명했다. 소련측은 북한이 가까운 장래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보장조치협정을 맺을 전망이라고 말했다』라며 북한의 핵개발문제에 언급한 사실을 중요시하고 있다. 더구나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무장관이 10일상오 모스크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재차 한반도긴장완화에 대해 소신을 밝힌 것은 소련의 한반도정책자체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도쿄(동경)신문은 모스크바 특파원 해설기사를 통해 『셰바르드나제 외무장관이 한반도문제에 관해 국제사회는 남북한간의 벽을 헐기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자유왕래 실현에 강한 의욕을 표명한 것은 한국과의 경제교류를 촉진하고 유럽군축의 흐름을 극동에 파급시키며 남북한의 국경개방,나아가 남북통일을 목표로 하는 소련정책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셰바르드나제외무가 미소 외무장관회담 석상에서 한반도의 벽철거구상에 지지를 요청했을뿐만 아니라 기자회견에서도 그 실현을 위한 여론조성을 당부한 사실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배경에는 크렘린의 정치ㆍ경제적 이해관계가 한반도ㆍ극동지역과 깊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상기시켰다. 고르바초프서기장의 아시아ㆍ태평양지역구상에 따라 시베리아극동부의 경제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소련은 경제대국 일본과의 경제ㆍ과학기술교류를 바라고 있으나 「북방영토 반환문제」가 장애로 되어있기 때문에 급진전의 전망은 없다. 따라서 소련은 극동제2의 경제대국인 한국과의 경제교류를 진행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것을 더 확대시키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사회주의동맹국 북한 김일성정권에의 정치적 배려가 필요하다. 만일 이벽을 헐고 남북교류ㆍ대화가 진행된다면 북한이라는 정치적 걸림돌은 없어지게 된다. 소련의 남북한장벽제거 주장에는 또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라고 일본언론들은 지적한다. 그것은 미제7함대,필리핀,오키나와(충승)등 미측이 압도적 우세에 있는 극동ㆍ태평양 지역에서 긴장완화ㆍ군축을 촉진하겠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베를린장벽의 철거등 동서유럽에서의 긴장완화는 유럽군축을 크게 촉진시켰다. 지금까지 유럽에서 성공한 외교수법을 아시아에도 적용해 온 고르바초프정권은 이와 같은 한반도장벽의 철거에 의해 극동ㆍ태평양군축에 미치는 정치ㆍ심리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일본의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아사히(조일)신문은 11일자 사설에서 『종래 미소간에는 제안­역제안­비난­결렬이라는 패턴이 많았으나 이번에는 그것이 무너졌다』며 양보에 의한 획기적인 미소대화의 전진을 높이 평가하고 한반도를 비롯한 독일재통일문제,아프가니스탄ㆍ중미ㆍ중동ㆍ일본의 북방영토문제등 세계의 지역문제를 또하나의 중요테마로 삼았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요미우리(독매)신문도 사설에서 『베이커 미 국무장관은 북한의 핵개발문제에 관련,우려를 표명했다. 우리들은 이미 이 문제에 관해 북한이 하루빨리 국제원자력기구의 전면사찰을 받아들일 것을 당부했다. 새삼 북한의 조치를 촉구한다』며 북한측에 화살을 겨누었다. ◎미소외무 공동성명 한반도관련 부분 미소 외무장관회담에서 발표된 공동성명중 한반도 관련부분은 다음과 같다. 『미국무장관과 소련외무장관은 태평양 및 동북아시아문제를 논의했다. 이들은 이 문제들에 관해 조속히 미소협상을 벌이기로 합의했다. 양국 외무장관들은 한반도의 긴장을 줄이고 남북대화를 지지하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소련측은 북한이 핵안전문제에 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정을 맺을 직전단계에 와 있다는데 유의했다. 미국측은 이 협정이 속히 체결돼 성실히 이행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표시했다』 ◎국내 전문가들의 반응/대한교류 확대ㆍ대북 개방압력 시도/장기적으론 남북관계의 안정에 기여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무장관이 한반도의 「장벽」제거를 촉구하고 나선 것은 소련이 자유개혁 및 냉전종식의지를 극동으로 확산시켜보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미소간의 핵무기 감축 및 유럽주둔군 대폭 감축에 상당한 의견접근이 이뤄졌고 동구의 민주화개혁과 베를린장벽의 붕괴에 따른 동서독간의 통일논의가 한껏 무르익은 시점에서 이제 유일하게 청산돼야 할 냉전의 유산은 한반도문제 뿐이기 때문이다. 서울신문논평위원 서병철교수(외교안보연구원)는 『소련은 현상태에서 동서독의 경쟁상황이 동구동맹국들의 성장과 소련의 개혁진전에방해가 된다고 판단,통독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자세로 전환한 것과 마찬가지 이유로 한반도에서도 동서독과 같은 진전을 기대하고 있다』고 이번 발언의 의미를 분석했다. 셰바르드나제의 발언은 소련의 최대 관심사를 유럽에서 극동까지 확대한다는 의미와 함께 유일하게 개혁을 거부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개방압력 시도라고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소련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한국과의 교류확대를 절실히 희망하는 소련의 속사정도 이번 발언의 의도에 내포돼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한반도의 긴장완화 및 안정을 통해 소련은 한국과의 교류확대 및 북한에 대한 경제ㆍ군사원조 부담 경감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소련은 이번 발언을 계기로 앞으로 북한에 대한 개혁ㆍ개방 압력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4월초로 예정된 김일성의 방소때도 이같은 문제가 주요관심사로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셰바르드나제의 이번 발언에 대해 로이터통신등 서방언론들은 한반도의 「장벽」을 상징적인 의미로해석,분단상황 그 자체로 전달하고 있는 반면 소련관영타스통신은 김일성이 올해 신년사에서 공세를 폈던 구체적인 콘크리트장벽을 지칭,셰바르드나제의 이번 발언이 북한을 거들어 주기 위해 사전협의를 거친 것이 아니겠느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셰바르드나제가 설령 남한의 콘크리트장벽(실제로 있지도 않지만)을 지칭했다 하더라도 이는 북한의 반발을 다소라도 누그러뜨리기 위한 언어구사일뿐 전체적인 맥락에서는 북한의 개방과 무력도발의지 포기를 통한 한반도의 안정추구가 발언의 주목적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이같은 상황에서 북한의 향후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북한이 당장 개혁정책을 받아들이기에는 지난 40여년에 걸친 강권통치의 유산이 너무 뿌리깊이 박혀있어서 대혼란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단기간내에 북한의 개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일단은 지배적이다. 북한이 소련의 예속국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발언을 계기로 오히려 중국과의 밀월관계 유지쪽으로 돌아서리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그러나 북한경제의정체,국제정치의 변화,김일성사후 격하운동의 소지를 사전에 예방하고 김정일에게도 유리한 여건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라도 북한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게 대두되고 있다. 서울신문 논평위원 최평길교수(연세대)는 『이번 발언은 소련의 한반도개입 및 북한에 대한 개방압력의지를 보인 것이기 때문에 당장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한반도 안정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쨌든 이번 발언으로 한반도문제는 이제 국제적인 최대관심사로 부각됐다. 한반도의 긴장완화는 주변강대국들의 협조없이는 이뤄지기가 쉽지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사자인 남북한 양측의 성실하고도 적극적인 노력과 대화라 하겠다.
  • 우애회복을 위한 문화교류(사설)

    부모가 자손에게 남기는 가장 간절한 유언은 『동기간에 서로 사랑하여라』이다. 우리네 조상들은 우애를 신칙하는 일을 자녀교육의 근본으로 삼았다. 분단의 상황이 이렇게 오래되고 서로 눈흘기며 대화를 하는 족족 깨어지기만 하는 오늘의 우리 모습은,동기간에 우애하며 사는 미덕을 모두 상실해버린 희망이 없는 세대다. 이대로 굳어진다면,우리에게 그토록 소중한 생명력의 근원이었던 동기간의 사랑의 능력은 아주 퇴행할지도 모른다. 문화부와 통일원은 11일 「통일소원 민속잔치」를 벌인 자리에서 남북문화교류 5원칙을 내놓았다. 일방적으로 많은 제의를 했지만 그중의 일부도 수용할 태세를 보여주지 않고 있는 상대에게 또 하나의 카드를 내놓은 셈이다. 그러나 새로 내보인 문화교류 5원칙은 좀 다른 데가 있다. 민족은 정의와 감수성을 자극하는 진솔함이 담겨 있어서 희망을 갖게 한다. 흔히 폴란드의 개혁은 노동자가,헝가리는 정당이,그리고 동독의 그것은 민중이 이룬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완고한 분단장벽은 무엇으로 허물 수 있을까. 그건어쩌면 조상 대대로 내려온 정서적 미덕인 형제애의 회복으로 가능할 것이다. 추수한 양식가마를 지고 형제가 밤새도록 서로의 곳간으로 져나르다가 다리위에서 부딪쳤다는 민담이 마을마다에서 채록되는 것이 우리의 전통문화다. 어떤 강건한 장벽이라도 바람처럼 스며서 넘나들게 하는 것,그 정서를 교류하여 정의 온기를 회복하면 효과적인 통일분위기를 성숙시킬 것이다. 「문화교류 5원칙」은 가냘프긴 하지만 가능성을 예감시킨다. 분단이전의 전통문화를 우선 교류한다는 것은 뜻이 있다. 번번이 촉각들을 곤두세워 일을 망치는 정치성을 배제할 수 있고 세월이 지날수록 풍화하고 마모되는 전통문화를 단절상태에서 먼저 구해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뿐만 아니라 민족의 신화에 담긴 세계관이 역사의 벽에 새겨져 전해오는 전통문화는 오늘을 사는 사람들을 일깨워 각성하게 한다. 단절 저쪽에서 사그라질 뻔한 전통이 새로이 다가와 우리앞에 놓인다면 거기 묻어있는 잊혀졌던 정의가 새롭게 살아날 수 있다. 특히 변형되지 않은 원형을 간수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은 불행한 시대에 던져진 우리가 수행해야 할 의무다. 서로 승부와 경쟁심을 유발하는 요소는 배제하자는 생각은 아량있는 동기간만이 보일 수 있는 덕행이다. 대결과 적대감으로 일관해온 남북은 그 덕행을 잃어버려온 타락한 동기간이 되었다. 트집과 억설과 누명으로 피해만 당해왔다고 생각해온 우리에게도 그런 타락한 습성은 오염되었다. 우리쪽에서부터 이 습성을 벗어나려는 노력으로 「문화교류 원칙」은 구상되었다고 생각된다. 할수만 있다면 이 우애의 온기는 얼어붙은 북녘을 녹일 수 있을 것이다. 원래는 우리 모두가 지녔던 것이 지금은 빙면밑에 가라앉은 것,얼음이 녹으면 그것은 수면에 떠오른다. 장벽을 녹일 수 있는 따뜻함으로 솟아 오른다. 체육회담까지 좌절시킨 동토의 땅에 「통일소원」의 희망을 스며들게 할 「문화교류」의 심지에 밝은 불길이 댕겨지기를 기대한다. 꽁꽁 동여맨 폐쇄의 북녘땅을 풀 수 있는 작은 빌미가 되기를 기대한다.
  • “남북한 자유왕래 실현 노력”/미소 외무회담

    ◎북한에 핵안정 협정 준수 촉구/“한반도 긴장완화ㆍ남북대화 지지” 【모스크바 로이터 연합】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무장관은 10일 독일을 분단시킨 베를린장벽이 해체되고 있는 이제 「한국 장벽」을 제거하도록 국제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셰바르드나제장관은 이날 방소중인 제임스 베이커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을 마치면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한 국민을 둘로 나누는 장벽이 한반도에 존재한다』고 지적하고 『국제사회는 이제 이 장벽을 허물고 국민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소 양국은 이날 셰바르드나제­베이커회담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또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바라고 남북간의 대화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소련은 최근 수개월간에 걸쳐 한국과 비공식 교역 및 영사관계를 수립했으며 정부기관지 이즈베스티야는 이번주 이같은 관계가 궁극적으로는 완전한 외교관계수립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공동성명은 또 미국은 북한의 핵안전조치에 관한 협정이 신속히매듭지어져 성실히 준수되기를 희망했다고 밝혔다. 셰바르드나제는 또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제조 잠재력을 우려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 베이커장관에게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핵안전조치에 관한 협정을 거의 마무리했다고 알려줬다고 전했다.
  • 무산된 남북 단일팀 기대(사설)

    북경 아시안게임에 보낼 남북한 단일팀 구성은 그것이 분단극복의 상징적이고 실질적인 진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국민의 관심과 기대를 모아왔다. 그 기대가 무산되고 말았다. 다음 만남의 기약도 없이 회담이 결렬되고 만 것이다. 남북 단일팀이 아리랑가락을 앞세워 북경 메인스타디움에 손을 맞잡고 입장하기가 이토록 어려운가. 45년 갈라진 핏줄 다시 이어 양쪽 젊은이들만이라도 한데 어울려 올림픽을 치른 민족적 기개를 다시 드높일 수 없을까 하는 아쉬움과 탄식만 남는다. 남북 체육회담은 다른 회담에 비해 비교적 정치성이 없었고 만남의 빈도도 잦았으며 쉽게 합의에 이른 때도 있었다. 11개월전 회담이 시작될 때만 해도 북한측은 의외로 성의를 보이는 듯했다. 제6차 회담에서 북한측은 최대 난제로 여겨졌던 1인단장 선임문제와 공동사무국을 서울과 평양에 설치하는 문제등 10개항에 동의했었다. 그러나 엊그제 마지막 9차 회담에서 북한측은 이 합의의 성실한 이행을 보장하기 위한 6개항의 부칙을 거부하여 회담을 끝내 결렬시켰다. 우리는이같은 북측의 완강한 고집과 불성실한 태도가 결국은 단일팀을 이루지 못하는 책임을 우리쪽에 전가하고 북경대회에 양쪽이 다같이 참가할 수 없도록 하려는 의도였음을 확인할 수밖에 없다. 북한측이 10개 합의사항에 대한 보장없이 포괄적으로 북경대회에 별개의 팀으로는 절대로 나가지 않는다고 합의하자고 역습함으로써 끈덕지게 우리의 발목을 잡으려 했던 것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남북 단일팀 구성은 사실 김일성이 신년사에서 주장한 「남북간 자유왕래와 전면개방」의 실현을 위해서 선행돼야 할 상호신뢰구축의 의미도 갖고 있다. 우리가 다른 어느 회담보다도 깊은 연구와 양보를 거듭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신뢰구축을 위해서는 가장 비정치적인 체육회담부터 성사시키는 것이 순리라고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이 신뢰구축 단계마저 스스로 부인하고 포기한 셈이 됐다. 그런 과정을 되돌아보면 우리는 새삼 남북한의 관계개선이 과연 가능한가 하는 물음에 이르게 된다. 매우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우문이 될지 모르지만 최근 일련의대화모양을 보면 그런 물음과 함께 깊은 회의를 가질 수밖에 없다. 남북한간 수백명의 인원교류를 가능케 하는 단일팀 구성은 이산가족의 고향방문을 위한 지름길도 된다. 북한은 그것을 거부하고 책임만을 이쪽에 떠넘기려 했다. 북한은 그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개방압력을 피하고 국제적인 고립을 면하기 위해 간신히 대화의 모습만 갖추다가 세 불리하면 결렬시켜버리는 고질을 되풀이하고 있다. 기존의 대화를 끊일 듯이 잇고 이을 듯이 끊기를 마다하지 않으면서 책임 미루기만 급급해 하는 그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가 묻고 싶다. 북한은 허심탄회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한반도 오늘의 현실을 살피며 세계의 변화에 눈을 돌려야 한다. 남한과의 경쟁의식 따위 강박관념을 버리고 공존의 마당에 나서야 한다. 단일팀 구성의 기회는 아직 있다.
  • “남의 아픔은 나의 아픔” 황산성 변호사(서울시론)

    ◎모순투성이 현실 모두가 책임져야 남북이 갈린지 42년이 흘렀다. 재작년 북한의 김일성이 자기는 동방의 초소로서 사회주의를 잘 지킬 터이니 동독에게 서방의 초소로서 같이 잘 지켜 나가자고 격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서방의 초소가 무너지자 김일성은 신년메시지를 통하여 남한에 대하여 『최고위급 당국자와 각 정당의 수뇌들이 참석하는 협상회의』를 소집하자고 제의하면서 미군철수와 팀스피리트훈련 중지를 주장하지 않아 우리는 갖가지 추측과 예상을 희망해 보았다. 북경아시안게임 출전에 단일팀 구성은 가능하리라는 전망도 꿈꾸어 보았다. ○농촌은 빚더미서 허덕 60년대부터 해외거주 가족간 서신왕래,민자물자교류,원자재 간접교역은 있었고 7ㆍ7선언 이후 해외동포들의 북한방문의 숫자도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42년간의 분단고착화 현상은 변화의 징조가 희미하다. 그래서 「고향ㆍ가족ㆍ이별ㆍ통일」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면 눈물을 흘려야 하는 이산가족이 우리 주변에 무려 1천만여명이 있다. 인구의 25%,이산가족은민족적 비극의 주인공인 셈이다. 우리 민족은 오천년 역사를 지닌 농경민족이요,「농자천하지대본」이 우리 삶의 표현이다. 농가의 주요소득원이 쌀농사이며 연간 2조원에 상당하는 쌀시장 거래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지난 9년동안 풍작으로 인하여 쌀이 1천만섬이 남아돌고 있으나 국민식생활이 변하여 쌀 소비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해마다 추수에 대한 감사의 잔치로 기쁨이 충만해야 할 농촌에서 「답답하다」는 탄식소리만 들려온다. 가가호호 3백만여원씩 채무를 부담하고 있고 해마다 농사짓는 경비는 올라가고 있으며 젊은이들은 농촌을 떠나고 있다. 농사의 평균 순이익의 정부보조 비율은 미국 28%,일본 36%,EC 32%,우리나라 12%이다. 인구의 28%에 해당하는 농민이 결실의 보람을 느끼지 못하고 빚더미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인구의 7.2%에 해당하는 약 3백만여명의 노인층이 있고 이들중 56%가 자녀와 함께 살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돌보아주는 가족이 없거나 가족이 있어도 함께 살 형편이 못되는 무의탁 노인이 약 9만명에 달한다. 신체적 정신적 능력저하와 배우자ㆍ친구들의 죽음으로 불안을 느끼며 고독과 질병과 빈곤에 시달리는 노인의 숫자는 점점 늘어나 2000년대에는 인구의 약 10%에 이르러 고령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고한다. 우리의 경제가 가장 활발하였다는 80년도에 들어서서는 우리는 무려 12만명의 어린아이를 해외입양시켰고 해마다 1만여명이 계속 팔려 나간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가치관의 혼란과 사회제도,특히 가족법의 모순(1991년부터는 다소 개정되었음)으로 인하여 태어나면서부터 권리의무의 주체인 인간이 물건처럼 팔려간 것이다. 버리지 않아야 할 자녀들을 마구 버렸고 버림받은 아이들을 잘 보살펴야 될 우리 사회가 전근대적 혈통계승이라는 장애물을 뛰어넘지 못하여 국내입양이 잘 성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제적 무능력자인 어머니가 아이를 맡아 키우면 적정한 양육비를 인정해 주어야 할뿐 아니라 그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에는 벌금 또는 구류,징역형이든 강제적 제재수단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그런 제도가 없기 때문에무책임한 부모를 장려한 꼴이 된다. 그 뿐인가,건강한 산모를 통한 출산이 국가재생산을 가능케 하고 가장 도덕적이어야 하는 여자들이 퇴폐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며 누구의 탓으로 돌릴 것인가. 전국에 향락업체가 무려 40만 곳이 된다. 인구 1백명에 한 곳이 있는 셈이다. 더욱이 15세부터 29세까지 근로여성 6백20만명중 5분의1인 1백30만명이 유흥업소에서 일한다고 한다. 무한한 가능성과 미래지향적이어야 하는 우리의 청소년들이 공부와 성적위주의 입시현실 때문에 병들어가고 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민주화를 지향하면서 백년대계이어야 하는 학교 교육제도가 가장 비민주적으로 낙후된 곳이다. 80만여명 고졸학생중 20만여명만 전문대 이상의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고 나머지 60만여명의 진로는 막연하다. ○해외입양 한해 1만명 4분의1에 해당하는 학생들을 위한 학교 입시교육에 4분의3 학생들은 무엇을 배우며 수업시간마다 얼마나 마음에 상처를 입을까. 그래서 지난 5년간 7백여명의 중고등학생들이 자살하였고 88년 3월부터 89년 2월까지는 1백26명으로 공식집계되었다.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자도 2백여만명 이상이라고 한다. 나의 짧은 식견으로 계산해 보아도 슬픔과 고통 속에서 나날을 사는 우리 이웃의 숫자는 엄청나다. 1천만(이산가족)+1천만(농민)+3백만(노인)+12만(80년도 해외입양)+1백30만(유흥업소 종사자)+60만(대학미진학자)+2백만(알코올 및 마약중독자)=2천7백2만여명,즉 인구의 절반이 훨씬 넘는 숫자가 성장과 발전을 향한 자의에 따른 각고의 노력보다는 타의에 의하여 씌워진 멍에에 짓눌려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청소년 자살도 잇따라 과거 우리는 밤에도 안심하고 걸어다닐 수 있는 조용하고 예절바른 민족이었다. 그런데 요즘 혼자 걷기가 무섭고 밤에 집에 있어도 마음놓지 못하는 실정이 되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기동성과 치밀한 계획하에 범죄를 저지르는 깡패집단과 떼강도들에 의하여 공포분위기 속에서 하루하루를 넘긴다. 게다가 국가가 나아가는 방향과 역사적 책임의식까지 덧붙여 사회적 제 모순을 다 들추어 내다보면 우리 국민 모두가 마음아픈 사람들이다. 상처가 깊고 넓게 퍼지면 결국은 치명적이다. 이제는 의인 몇 사람의 손에 의하여 지도되거나 변화되는 시대와 상황은 지났다. 국민적 결단이 필요한 때이다. 그 결단은 위대하거나 무섭고 어려운 것도 아니다. 조금 더 정성을 기울이고 지혜를 모으면 된다. 우리의 입장과 위치를 잘 파악하고 분수에 맞게 살고 행동하면 된다. 가족간에 기본적 예절을 갖추고 남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랑이면 더 완벽한 치유방법이 될 것이다.
  • “동서유럽 분단 종식”/체코ㆍ서독인들 시위

    【프라하 AP 연합 특약】 수천명의 체코인과 서독인들이 3일 동ㆍ서구를 분단하고 있는 「철의 장막」을 거부하고 자유를 갈망한다는 표현으로 국경에서 인간사슬 시위를 벌였다. 체코 국영통신에 따르면 양국에서 온 수천명의 시민들중에는 지리 딘스트비어 체코 외무장관도 끼여있다. 딘스트비어 장관은 양국간의 국경통행 개방문제를 논의할 합동위원회가 내주중 개최될 것이라고 말했다. 체코와 헝가리 국경에서도 다뉴브강의 합동댐 건설 계획설에 항의하기 위한 인간사슬 시위가 금주중에 열릴 예정이다.
  • 한반도 안보에 대한 공동인식(사설)

    한국과 미국간의 안보협력 관계에 있어 핵심적인 두 현안이 주한미군과 작전통제권의 문제이다. 주한미군 감축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단계에서 이 두 현안은 한반도 한미 공동안보협력 논의의 전부이기도 하다. 바로 이 시기에 한반도 안보와 관련된 한미간 공동인식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하게 된다. 그 하나가 작전통제권 이양 논의이며,다른 하나가 한반도 전쟁위협 상존론이다.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의 감축을 계기로 현재 미국측(한미연합사령부)이 갖고 있는 작전통제권을 평시에는 한국측이,전시에는 미국측이 맡도록 하되 궁극적으로는 한국측이 관장토록 한다는 데 의견이 접근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작전 통제권의 이양문제는 오래전부터 미국보다 우리 스스로의 관심사였다. 독립주권 국가로서 그러나 분단국가로서의 군사적 대립상태에서 군 작전권은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순수 내셔널리즘의 입장에서는 물론 독립국가로서의 자주국방면에서도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부분적인 대화와 교류가 진행되고 있기는 하나남북한은 아직도 군사적인 대치상태에 있다. 게다가 형식상 한국은 적대관계를 잠정적으로나마 멈추게 하고 있는 유일한 장치인 휴전협정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있다. 바로 여기에 한미간 작전통제권 논의의 복잡성이 있다. 그것을 이양받기 전에 먼저 현행 협정 또는 그에 대체될 새로운 안전장치의 주체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문제 제기는 이에서 비롯된다. 전시와 평화시라는 이분론적 규정에도 난점이 있다. 자주국방이나 내셔널리즘을 부르짖기는 쉽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은 대체로 한미간 공동안보협력에 의해 유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인식이 중요하다. 우리는 이 시기에 전통적인 맹방이며 한반도 안보의 한쪽 기둥인 미국의 국방외교 전략가들이 갖고 있는 공동인식에 대해 주목하고자 한다. 그들이 바로 미국의 제임스 베이커국무,딕 체니국방장관과 콜린 파월합참의장이다. 그들은 미국의 대한 안보공약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긴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파월장군은 북한이 계속 가공할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으나 「한미안보관계」가 그들의 도발을 계속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약하면 한반도에 전쟁위협이 상존한다는 얘기다. 세계적인 군축과 화해 추세속에서도 한반도의 군축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그것이 한반도의 전쟁위협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명백하고 유일한 증거이다. 미소 양대국은 국방비를 삭감하고 군축을 협상하면서도 각기 그들의 군사력을 축으로 한 세계전략을 크게 변경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소련이 동구주둔군의 전면 철수 용의를 밝히면서도 5년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철군을 조건부로 내세운 것이 이를 말해준다. 부시 미대통령의 유럽주둔 미소군 19만5천명으로의 감축제의도 주시의 대상이다. 작전통제권의 이양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잠깐 숨을 멈추고 한반도 전쟁위협론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결코 단순논리로만 갈 일이 아니다. 조기 경보체제,명확한 보장 등 안전판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 통독의 최대장애 “연방제중립화”/모드로브 4단계안 제시로본 가능성

    ◎“통일 요구는 거역할수 없는 대세” 인식/주변 당사국들의 이해 얽혀 고비 첩첩 동서독의 통일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베를린 장벽의 개방이후 뜨거운 국제적 이슈로 등장한 통독문제가 한스 모드로브 동독총리의 4단계 통독안 제시로 구체적 현실과제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모드로브 총리의 통독안 제시는 지난해 11월 헬무트 콜 서독총리의 3단계 10개항 통독안과 함께 본격적인 통독논의가 이제 피할수 없는 시대적 흐름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모드로브 총리의 통독안은 지금까지 독일의 재통일에 반대해온 동독 지도부의 획기적 자세전환이라는 점에서 독일통일이 한발 더 가까워지고 있음을 나타내주고 있다. 동독 지도자들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통일은 서독으로의 흡수통합일 뿐이라며 서독의 통일요구를 일축해 왔었다. 동독 지도부의 이같은 태도변화는 민주화 열기속에 점증하는 국민들의 통일요구를 더이상 회피할수 없다는 현실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동독 정부는 또 동독인들의 통일시위외에도 악화되는 경제난과 계속되는 기술인력을 포함한 많은 동독인들의 서독행렬등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때문에 비록 모드로브 총리는 부인하고 있지만 이번 통독안 제시는 오는 3월18일로 다가온 자유총선에서 동독 사회주의 통일당(공산당)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선거전략」이라는 인상이 짙은게 사실이다. 그러나 공산당이 선거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의 일환이라고 하더라도 모드로브 총리의 통독안은 독일통일문제가 이제는 거역할수 없는 「대세」임을 반영하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모드로브의 통독안은 콜 서독총리의 3단계 10개항 통독안을 발췌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매우 중요한 접근방법상의 차이가 있다. 동독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바르샤바조약기구에서의 탈퇴와 함께 연방제 중립국을 지향하고 있으나 서독은 독일의 중립화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르바초프는 모드로브 총리와 만났을때 통독을 인정하면서 그 대가로 중립화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소련은 독일의 중립화는 동유럽과 소련의 안정을 위해 필수적이며 군사적으로 강력한 통일독일은 소련안보의 심각한 위협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중립화 통일방안은 그러나 서독의 반대로 앞으로 통독논의의 최대의 걸림돌이자 핵심적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독의 중립화는 유럽을 양분하고 있는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의 근본적인 위상변화뿐만 아니라 국제정세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미묘하고 복잡한 문제다. 통독문제는 이같은 접근방법상의 차이외에도 주변 당사국의 이해관계등 넘어야할 고비가 적지 않다. 독일의 분단은 세계대전을 두차례나 도발한 데 대한 일종의 「응징」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통독은 미국ㆍ영국ㆍ프랑스ㆍ소련 등 독일분단과 관련돼 있는 국가들의 권리와 이익이 존중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의 재통일은 시기가 문제일뿐 필연적인 「역사적 과정」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통독문제는 90년대 국제정치 무대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과제로 떠오르게 됐다. □동ㆍ서독 통독안 비교 ◇골격 ●서독안 동독의 자유총선거→양독 공동위원회 설치(경제ㆍ사회문제 상호협력 )→단일국가 건설 ●동독안 양독의 군사중립→경제ㆍ사회제도 통합→공동정책기구 설치→양독 주권이양,통일 ◇구체적 내용 ●서독안 동독에 대한 의료ㆍ재정의 다각적 지원 통신망 확충ㆍ고속전철 부설 등 환경개선을 위한 지원 동독내 정치범 석방과 시장경제 도입 「공동 동반자」 관계 유지 연합구조를 형성,이를 바탕으로 연방구축 의회공동협의체등의 자문위 설치 유럽통합 및 동서관계 개선 EC의 동독 문호개방 및 동독과의 무역협정 체결 유럽안보협력회의를 무역협력기구 등으로 성격 전환 양독의 군비축소 ●동독안 양독이 통일연방국가 결성을 위해 나토ㆍ바르샤바 탈퇴를 통해 군사중립 양독이 화폐등 경제부문과 교통망ㆍ법률제도등을 통합하는 연방을 구성 중앙 및 지방의회와 정부기구 등을 묶는 공동정책기구 설치ㆍ운영 공동정책기구에 양독 주권을 이양,통독실현
  • 평민당의 “중도 선택” 구본영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평민당은 1일 느닷없이 야권통합을 위한 당내 공식기구인 「범민주통합대책위원회」를 「중도민주세력통합추진위원회」로 개칭해 속사정을 모르는 당내외 인사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이 기구가 민정ㆍ민주ㆍ공화 3당의 합당선언 이후 신당참여를 망설이고 있는 민주당내 일부 이탈자들을 부추기는(?) 역할 외에는 야권통합의 가시적인 성과를 전혀 거두지 못했던 터라 「명칭바꿈」의 진의에 관해 당 주변에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이 기구의 개칭은 지난달 30일 범민주통합대책위(위원장 최영근)가 수동적 이미지를 풍기는 「대책위」를 「추진위」로 바꾸자고 건의한 데 이어 1일 확대간부회의에서 김대중총재가 『민주자유당측이 우리의 중도민주노선을 도용하고 우리를 혁신으로 몰려는 차제에 통합추진위의 이름에 노선을 명시하자』고 제안함으로써 이뤄진 것이라고 평민측은 설명하고 있다. 김태식대변인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중도민주란 용어를 도입한 것은 혁신세력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부연,최근 목소리가 높아진 급진재야등의 평민당해체 주장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배수진이 깔려 있음을 시사했다. 평민당이 급진재야와는 일정한 선을 그어 보수대연합이 상정하고 있는 「보혁구도」에 말려들지 않고 「민주­반민주구도」로 정국을 끌고 가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총재는 「보혁구도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는 듯 그동안 여러 차례 보수대연합 저지를 위해 재야와 협조는 하되 투쟁을 위한 통합기구는 만들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는 국민의 70%가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여기는 저간의 사정과 남북분단 상황에서 국민의식 속에 아직 뿌리깊은 「혁신알레르기」를 감안한 김총재와 평민당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인지도 모른다. 평민당이 스스로를 「중도민주세력」이라고 규정하는 것을 아무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민주­반민주」 구도 속에 내재된 구태의연한 흑백논리에도 국민들은 이미 염증을 느끼고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4당구조는 이미 깨졌다. 『4당구조가 국민의 뜻에 의해 탄생했다』고 강변하고 있는 평민당은 『지역기반이 서로 다른 4당이 국민의 지역의식을 부추김으로써 4당체제가 생성됐다』는 비판적인 시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평민당도 이제 지역당 성격을 청산하고 야권의 대표성 획득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라고 본다. 그러기 위해선 한물간 「민주­반민주」 이분법 투쟁에서 탈피,새로운 정책적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 독일통일의 가능성과 현실(사설)

    소련ㆍ동독 지도자들도 마침내 통독의 불가피성을 인정했다. 고르바초프 소공산당서기장은 『통독의 원칙에 대해선 누구도 의문을 제기할 수 없다』고 했으며 모드로브 동독총리는 『통독이 이젠 시기와 방법의 문제일 뿐』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소ㆍ동독 지도자들이 이번처럼 분명한 어조로 통독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처음이라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분단 독일의 통일을 향한 또 한걸음의 중요한 진전으로 환영할 일이다. 소ㆍ동독 공산당은 그동안 통독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번 일련의 발언은 그러한 입장의 변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5월6일에서 3월18일로 앞당겨진 동독 자유총선실시 결정이 중요한 작용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총선은 동독이 처음 경험하는 복수후보의 자유총선이며 자유화분위기 속에서 이렇다할 조직적 준비없이 치러지는 것이다. 중요한 쟁점은 통일문제 뿐일 것이며 통일을 반대하는 후보의 당선은 불가능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아도 고전을 면치 못할 상황에서 통독문제에 대한 부정적 자세는 공산당의 소멸을 가져올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에 굴복한 전략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소ㆍ동독 공산당 지도자들의 이번 태도변화에서 주목되는 것은 그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대한 굴복 내지는 양보라는 측면이라 하겠다. 그동안 독일통일문제의 진전은 항상 내외여건이라든가 상황ㆍ현실의 실질적 변화가 선행된 연후에 뒤이어 이루어지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번 경우도 예외일 수가 없다. 그리고 이번에 실시되는 총선은 또 하나의 그러한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낼 것이며 그것은 또 소ㆍ동독 지도자들은 물론 서독과 미국 기타 서방세계 지도자들로 하여금 통독문제에 대한 새롭고 중요한 양보를 하거나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들지 모르는 것이다. 동ㆍ서독의 통독문제에 대한 접근방법의 특징은 항상 실질적이고 사실적인 진전에 최우선을 두는 점이라 할 수 있다. 사실상의 진전을 통한 분위기 조성에 노력하면서 비생산적 정치선전이나 비난같은 것은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우리의 경우와는 대단히 대조적이었다. 그 결과가 오늘의 동ㆍ서독이 보여주는 「사실상의 통일상태」라 할 수 있다. 그동안의 인적ㆍ물적 교류가 계속 증대되어 온 것은 물론 작년 11월 베를린장벽 제거 및 동독인 서독 자유왕래 실현에 이은 지난 정초부터의 서독인 무비자 동독 자유방문 실현은 동ㆍ서독 분단을 사실상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는 형편이다. 정당ㆍ기업간의 교류 및 제휴도 활발하다. 오늘의 이런 상황에서 통독의 최대장애는 미 소 및 동서유럽 각국의 통독에 대한 불안과 경계심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의 통일은 2차대전 후 정해진 새 국경선의 변화를 의미하며 동서유럽 및 소련은 그것이 그들 나라의 국경선 변화를 요구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동ㆍ서독을 합친 게르만민족의 거대한 제4 독일공화국의 탄생도 주변국들에 양차에 걸친 세계대전의 악몽을 상기시키는 공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사실상의 통일상태를 심화시키면서 주변국들의 이같은 불안과 경계심을 해소시킬 수 있느냐의 여부가 앞으로 통독달성의 열쇠라 하겠다.
  • “동독 공산당,통독 반대 안해”/기지 당의장

    ◎“통일은 필연적”… 당내서 첫 거론 【모스크바 AP 로이터 UPI 연합 특약】 그레고르 기지 동독공산당 의장은 30일 『통독은 필연적』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끌고 있다. 서독의 빌트지는 이날 기지의장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보도했다. 기지의장은 그 자신과 동독공산당이 서독과의 통독에 반대하고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 대해 『아니다. 이 과정은 더이상 멈춰질 수 없다』고 밝혔다. 기지는 전에 통독에 대해 반대를 표시해 왔었다. 그는 『그러나 당장 내일 통일이 가능한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며 지금 일어나고 있는것은 너무 빨라 혼란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동베를린 AP 연합 특약】 동독 공산당은 30일 처음으로 유권자들의 지지를 위해 통독을 거론했다. 공산당은 이날 장기 목표로 통독을 인정하면서 그러나 유럽의 분단을 극복하는 과정의 일부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산당 이론가인 안드레 브리에는 『통독은 될 수 있는대로 빨리 일어나서는 안되며 두개의 독일은 당분간 유럽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유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다른 공산당 관리는 공산당이 다음주 사회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꿀것 같다고 말했다.
  • “김일성왕조 멸망은 시간문제”/영 카터교수,파이낸셜타임스 기고

    ◎루마니아사태는 평양정권에 대한 경종/붕괴는 필연적… 「언제 어떻게」가 주목거리 영국 리즈대학의 국제정치학교수인 아이단 포스터 카터씨는 29일 동독과 루마니아에서의 혁명적 변화가 북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북한 공산정권의 붕괴는 필연적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김일성에 대한 동구의 경고」라는 제목으로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지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내다보았다. 포스터 카터교수는 리즈대학에서 한국문제 주임교수를 맡고 있으며 중국내에서도 국제정치와 한국관계에 정통한 학자로 알려져 있다. 포스터 카터 교수의 기고문 전문은 다음과 같다. 동구에서의 공산주의 붕괴는 여타 지역에서도 이것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김일성이 45년간이나 통치해 온 북한만큼 공산주의를 고집하고 있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지난해에 일어난 여러가지 결정적인 사건중에서도 특히 동독과 루마니아에서 일어난 일들은 북한에도 큰 영향을 주었음이 분명하다. 베를린장벽이 철거됨에따라 양독간의 통일은 소원의 차원에서 정치의제로 바뀌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은 그들의 상황과 독일을 비교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 남북의 분할이 1945년 연합군에 의해 잠정적으로 이루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독일이 패전국이었던 반면에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로부터 독립을 얻은 입장이었다. 차이는 있지만 독일에서의 변화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베를린에 거주하는 한국 교포 2천명 가운데 일부는 지난번 브란덴부르크문 근처에서 「한국은 하나」라고 쓴 깃발을 치켜 올렸으며 북한 학생 2명은 서울로 탈출하기 위해 동베를린에서 서쪽으로 넘어오기도 했었다. 남한이 북한에 대해 동독처럼 개방할 것을 요구하자 북한의 김일성은 완전한 자유왕래와 교류 제의로 응수하여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가지 조건을 붙였다. 하나는 남측이 먼저 휴전선에 있는 콘크리트 장벽을 헐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남측은 그런 것은 없다고 부인했다. 또 하나는 남한의 정치단체들과 이런 문제들을 토의하자고 고집하고 있는데 이는 암암리에 남한정부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 하나 한국과 독일과의 큰 차이점은 바로 이러한 수사들이다. 베를린 공수작전과 베를린장벽 등 분단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동서독은 일종의 공존공생 방식을 누려왔다. 양독 정부는 대화의 채널을 유지해 왔으며 일반 시민들은 편지ㆍ전화ㆍ상호방문을 통하여 또는 단순히 서로의 TV를 시청함으로써 접촉을 계속해 왔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상황은 악화될대로 악화되었다. 동서냉전이 열전으로 돌변한 곳은 베를린이 아니라 바로 한국이었다. 지금에 와서 역사학자들은 한국 전쟁을 김일성의 도박이라고 보고있지만 당시에는 국제공산주의의 진군으로 여겨졌다. 수백만의 한국인이 죽었고 한반도는 잿더미가 되었으며 적대감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이곳에는 아직 평화조약은 없고 서로 편지를 쓰거나 전화를 하거나 찾아갈 수도 없다. 한국인들은 한세대가 넘도록 상대편에 있는 친족이나 친척과의 접촉마저 거부당하고 있다. 남한은 월등한 경제력과외교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벌수 있는 여유가 있으나 문제투성이인 북한은 그렇치가 못하다. 북의 경제는 아주 오랫동안 활력을 잃어버렸으며 20여년간이나 침체 상태를 계속해 왔기 때문에 언필칭 「위대한 영도자」도 시인하고 있는 소비재의 부족을 비롯하여 통제 경제가 빚어내기 마련인 여러가지 문제들을 안게 되었다. 김일성은 이제 그가 딛고 서 있던 외교적 기반도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목격하게 되었다. 헝가리 폴란드 유고 등 동구 3개국이 현재 한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했으며 체코도 그 뒤를 따를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 소련까지도 남한과의 경제적 유대를 확대해 가고 있다. 여기에 대해 북한의 대응은 복합적이다. 한편으로는 다른 나라 문제에 대한 불간섭주의를 표방하면서 루마니아를 비롯한 동구에서의 새 정권 탄생을 보도하고 축하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이 서울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려고 할 때마다 사회주의 배신자라는 등 갖은 비난과 험구를 퍼붓고 있다(특히 체코의 하벨대통령은 김일성의 축하편지를 받고 분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북한이 과연 루마니아가 간 길을 갈 것인가. 개인적으로도 그렇지만 구조적으로도 두 나라는 비슷하다. 경제정책에 있어서 차우셰스쿠나 김일성이나 모두 무자비한 공업화로 밀어붙였다. 그들은 또 경제통계를 조작하였다. 정치적으로는 두사람 모두 공산당원을 대대적으로 확장했다. 살아가기 위해서 당원증을 갖고 있어야 할 정도였다. 그 결과로 최상층에서는 족벌주의가 횡행하고 사회 모든 계층이 부패했다. 북한도 루마니아와 똑같은 비밀경찰제도를 갖고 있다. 즉 김일성에게는 무한히 충성하는 대신 다른것은 증오하도록 길러진 전쟁 고아들로서 특별부대를 만든것이다. 루마니아사태는 김일성에게 경종을 울렸음이 분명하다. 권력을 유지하려는 유혈 참극에도 불구하고 루마니아의 구정권은 결국 허무하게 무너져 버렸다. 따라서 지금은 북한 정권이 멸망할 것인지 아닌지가 문제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망하느냐가 문제라고 하겠다. 독일민주공화국(동독)이 「서서히 사라지는 공화국」이라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필사적으로 저항하다 망하는 김일성정권」이라고나 할까.〈런던 연합〉
  • 멀어지는 남북단일팀/김종일 체육부장(데스크메모)

    열달을 끌어온 남북체육회담이 지난 22일 제6차 실무접촉에 이어 29일 제8차 본회담에서도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하고 공전됨으로써 오는 9월 북경아시안게임에 남북단일팀 출전은 자칫하면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여있다. 지난해 3월 북측의 제의로 시작된 이번 체육회담은 그간 6차례의 실무접촉과 8차례의 본회담 등 모두 14차례 접촉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큰 성과를 거둬 잘만하면 남북한 선수들이 손을 잡고 사이좋게 북경대회에 참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걸게 했다. ○이행보장장치,장애로 그러나 회담은 주요쟁점이었던 ▲호칭 ▲단기 ▲단가를 비롯,▲선수선발 ▲대표선수 선발 ▲단일팀 공동추진기구 등 단일팀 구성에 필요한 기본 10여개항에 의외로 쉽게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합의서 작성과 서명단계에 와서 합의사항에 대한 이행보장장치(부칙)가 걸림돌이 돼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우리측은 합의사항 이행보장방안으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북경대회조직위원회에 합의사항 자체와 단일팀 구성이 실패할 경우 각기 출전한다는 사실을 서신으로 통보하는 한편 구체적으로 일정을 정해 합의사항을 실천에 옮기자는 등 10개 부칙을 제의한 데 대해 북측은 이행보장은 총리 각서 교환으로 충분하니 10개 부칙을 모두 철회하고 합의서부터 작성하자고 주장,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우리측은 지난 18일 제6차 본회담에서 회담의 장애요인이라 생각되던 부칙 10개항중 ▲남북친선교환경기 및 시설답사반 교환 ▲상대방지역 이동시 자기측 교통수단 이용 ▲체육외적인 문제 거론불가 등 3개항을 철회,교착상태에 빠진 회담의 물꼬를 트려 했으나 북측은 10개항 모두 철회의 종전주장을 되풀이 해 회담을 결렬쪽으로 몰고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게하고 있다. 그러면 문제가 된 「부칙」을 왜 우리측은 관철시키려 하고 있고 북측은 전면철회를 요구하고 있나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리측은 79년 평양세계탁구선수권대회 때 단일팀구성을 위해 북측과 회담을 벌이다 단일팀은 물론 개별참가도 못한 뼈아픈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합의사항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없이는 합의서를작성,교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북측은 우선 합의서부터 교환하고 그런 문제는 나중에 토의해도 될 것이라는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리측은 북한이 이행보장을 굳이 반대하며 합의서 교환만 서두르는 것은 일단 합의서를 받은 뒤 이를 대내외에 정치선전의 소재로 이용할 의도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번 체육회담이 결렬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겉으로 보면 걸림돌이 되고 있는 「부칙 7개항」 때문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보면 첫째는 남북이 45년간의 분단으로 상호 불신의 골이 깊고 둘째 양측이 회담에 임하는 기본입장이 다른데다 셋째 체육회담 시작당시인 지난해 3월이후 세계적인 정치상황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보는 편이 옳을 것 같다. ○북측 회담종지부 속셈 당초 우리측은 북한이 체육회담을 제의했을 때 다소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으나 우리가 다소 밑지는 한이 있더라도 단일팀을 구성하게 되면 남북이 45년만에 체육교류를 하게 되고 이것이 계기가 돼서 남북교류의 물꼬가 트이지 않을까 하는 측면에서 적극적인 자세로 태도를 바꾼게 사실이다. 그러나 북측은 북경대회에 자기만의 단일팀으로 참가할 경우 경기력의 열세는 물론 남측의 대규모 응원단이 자신들의 뒷마당이나 다름없는 북경거리를 휩쓸게 될 것을 예상,어떻게 해서든 단일팀을 구성해야겠다는 의도에서 적극적인 자세로 회담에 임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동구에 거센 자유화물결이 일기 시작하면서 북측의 태도가 강경일변도로 바뀐 것은 아이로니컬한 일이다. 체육회담을 추진해온 우리측 담당자들은 북측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은 더 이상 우리측 안을 받아들여 개방할 경우 단일팀구성으로 인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북한은 최근의 동구사태로 인해 체코의 유학생까지 불러들여야 할 정도로 심각한 「개방위협」을 받고 있어 「단일팀구성」이라는 당초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지난 87년 서울올림픽남북분산개최회담과 마찬가지로 그간의 회담을 통해 남한내 여론을 분산시킨 것으로 만족하고 회담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속셈인지도 모른다. 그간 체육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질 때마다 신문사에는 『체육회담을 한민족 동일체 확인 차원에서 파악해야지 지나친 세부문제에 매달려선 곤란하다』라든지 『남북이 단일팀을 구성해 참가한다는 게 중요하지 메달이 중요하냐』는 등 북측의 주장과 비슷한 의견의 전화가 적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곰곰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제 북경아시안게임은 앞으로 2백30여일 밖에 남겨놓고 있지 않아 남북이 단일팀을 구성해 참가한다는 것은 시간적으로 보나 물리적으로 보아도 무리가 아닐 수 없다. 28개 종목에 걸쳐 6백여명의 선수를 선발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들을 훈련시키는 것은 더 크고 어려운 문제다. 우리측은 북경대회에 남북이 단일팀을 만들어 참가하려면 적어도 4월15일 이전에 남북이 합동훈련을 끝내고 5월말까지 선수선발을 마쳐야 한다고 보고 있다. ○우선 종목별 교류 필요 체육회담에 참가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북측의 본심이 드러났다 하더라도 다시 한번 북측의성의있는 태도를 촉구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어 이제 남북체육회담은 북측의 태도여하에 따라 성패가 판가름 날 수 밖에 없게됐다. 56년 멜버른,60년 로마,64년 도쿄 등 3차례 올림픽에서 단일팀을 구성했던 동ㆍ서독이 2백여회의 꾸준한 접촉 끝에 단일팀을 구성했던 사실로 보면 기껏 14차례의 접촉으로 단일팀 구성을 바란다는 것은 무리일 수 밖에 없다. 설령 이번 체육회담이 결실을 보지 못한다 해도 남북은 앞으로 인내심을 갖고 개별종목부터 우선 교류하면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단일팀 구성의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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