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슴을 열고
지난 20 세기를 살아온 우리 민족은 역사 속에 많은 아픔을 안고 있다.국권의 침탈과 국토의 분열,동족간의 참혹한 전쟁과 적대관계는 아직도 아물지않은 상처로 남아 있다.5,000년의 민족사에서 가장 한 맺힌 이 고난의 역정은 나라의 안보를 소홀히 한 필연의 산물이었다.20세기,세계를 뒤흔들어 놓았던 이데올로기 싸움은 공산체제의 무너짐으로 종언을 고했으나,한반도는 21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 있다.
인류의 역사는 귀족이 노예를 지배하고 독재자가 백성을 유린하며,심지어신(神)의 이름으로 인간을 억압하던 국가·사회의 계층구조로부터 보통사람이 중심이 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오랜 세월을 딛고 그렇게 사람은 조금씩 인간다워진 것이다.그럼에도 우리와 가장 가까운 땅,북녘에는 한 핏줄을타고 난 2,200만의 동포가 독재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1,000만의 이산가족은 대책없이 50년을 목메어 했으며,10만의 탈북자는 만주와 중국,시베리아동토에서 난민 대우조차 받지 못한 채 강제송환의 불안 속에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남북은 애초에우리가 원해서 갈라선 게 아니다.동북아의 한 가엾은 식민지를 놓고,세계대전에서 승리한 연합국은 강자의 논리에 따라 어느 날 지도의38도선 상에 줄을 그어놓음으로써 잘려진 강토요 통치권의 분할이었다.남들이 쪼개놓은 영토인데 이제는 우리끼리도 합치지 못하는 땅덩이가 되어 버렸다.
지난날의 아픈 상처를 들추는 것은 역사에서 배우고자 함이다.잘못된 역사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자각을 일깨우기 위함이다.나라를 지키는 일의 소중함을 결코 잊어서는 안되겠기에,1,000년전 만주대륙을 지배하고 동북아를 호령하던 배달족은 좁은 나라 땅 마저 두 갈래로 나눠,서로가 먹느냐먹히느냐의 무시무시한 싸움판을 벌려놓고 잠시도 편할 날이 없었다.
하지만 새 천년에는 다르다.역사가 변하고 정세가 바뀌고 있다.21세기에 한반도는 동방의 빛이 되는 세계의 중심에서 스스로의 명운을 열어갈 것이다.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되살리고 아시아의 용으로 다시 부상할 진운의 길에들어섰다.국가 부도위기를 2년만에 복원시켰으며,주변 강대국과 4강외교로한국이 주도적 입장에서 대북정책을 펴나가고 있다.정부는 남북 간에 평화공존을 실현하고 민족공동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포괄적이고 호혜적이며 포용성있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남북기본합의서를 바탕으로,남북경제 협력을정부차원에서 구체화하고,이산가족의 만남을 주선하며,북한의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과,대북경수로사업을 약속대로 이행해야 할 것이다.
한편,포용정책은 무조건 주기만 하고 얻는 게 없는 정책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키는 일이 중요하다.북측은 변하지 않았는데 우리만 일방적으로 짝사랑하면서 그들을 이롭게 해주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귀담아들으면서,온 국민이 장기적 비전을 이해하고 동참하는 대내적 결속을 다지는데도 큰 비중을두어야 한다.대북 포용은 안보와는 수레의 양 바퀴처럼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인식하는데서 출발한다.
공산주의의 담담타타(談談打打) 전술과,북한의 대남 무력적화 통일전략의불변성에 대해서는 철저한 안보태세만이 대응방법이라는 전제 하에 세워진정책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군(軍) 은 포용정책의 가장 든든한 배경이다.포용은 가슴이 넓고 힘이 센 강자만이 할 수 있는 것.그래서 우리의 국군은 튼실한 거인의 모습이어야 한다.믿음직하고 강한 군대 말이다.
6월에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분단 55년사에 새로운 장을 여는 역사적 날이다.국민의 염원을 담아 국민의 정부가 노력한 결과요,세계의 진운이 우리를 돕고 있는 소치이며,민족적 자각이 움트기 시작했음이다.모처럼의 귀한기회다.조급하지 않고,변덕부리지 말며,지혜와 인내와 정성으로 가슴을 여는남북의 만남이길 빈다.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 예비역 육군 준장 정영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