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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 화해시대/ 수행원이 전하는 평양소식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역사적인 평양 방문을 수행한 130명의 공식·비공식 수행원들도 얘기 보따리를 한아름씩 들고 왔다.수행원들이 전해온 생생한평양 소식을 모았다. ◆만찬장서 자잣기 낭독 고은시인. 시인 고은씨(高銀·67·민족문학작가회의 상임고문)는 15일 “북한도 이제까지의 대결구도로는 도저히 살 수 없다는 각성을 보여준 것 같았다”고 2박3일 동안의 방북소감을 밝혔다.이날 저녁 서울에 도착,청와대 연무관 뒷뜰에서 북한을 함께 다녀온 특별수행원들과 기념촬영으로 해단식을 대신한 뒤 상기된 얼굴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그동안 남북 사이에 몇차례 합의서 작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하나의‘언어’로만 남았지 진전이 없었지 않느냐”면서 “그러나 이번 방북에서채택한 남북공동선언은 공존의 인식을 새로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밤 김대중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위해 만찬을 베푼 자리에서 ‘대동강 앞에서’라는 제목의 장시(전문32면)를 낭독하여 분위기를 숙연케 했었다.“시는 그날 아침에 쓴 것”이라면서 “당초에는 낭독할 계획이없었으나 시를 썼다는 사실을 강만길(姜萬吉)고려대 명예교수가 좌중에서 얘기하는 바람에 급작스럽게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15일 동명왕릉을 방문했을 때 큰절을 올린데 대해서는 “고구려를 세운 고주몽은 우리 시조”라며 자신이 동명왕과 같은 고씨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환히 웃었다.특히 북한에 머무는 동안 사회문화단체를 총괄하는 김영대 민화협위원장 겸 사회민주당 위원장과 만났다고 소개하고 “그에게 ‘통합문학독본’같은 것을 만들어 남북이 함께 공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통합문학독본’을 만드는 공동작업의 가능성에는 “8·15 이산가족상호방문이 성과를 거두고 양쪽이 공명을 얻으면 쉽게 이루어지지 않겠느냐”고 낙관하는 표정이었다.김정일위원장의 인상은 “처음 만났지만 생각과는전혀 다른 느낌이었다”면서 “속에 있는 말을 결코 에두르지도,꾸미지도 않는 허심탄회하고 인간적인 풍모를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지난 98년7월 보름 동안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는 고씨는 “그 때와 지금은느낌이 완전히 다르다”면서 “이번에는 민족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역사적순간에 동참했다는 감격을 느꼈다”고 말했다. 서동철기자 dcsuh@. □최학래(崔鶴來) 한국신문협회 회장. 한마디로 엄청난 변화를 목격하고 왔다.두 정상의 만남은 오래 전부터 사귀어 온 사람들의 일처럼 여겨질 정도였다.지난 90·98년 방북 때 주민들이 ‘천편일률’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었던 반면,이번에는 그들 모두가 남측 인사들에게 거칠 것 없이 자연스럽게 대했다는 점에서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개인적으로는 남북간 언론교류의 물꼬를 틀 계기를 마련한 것이 최대의 소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측 언론 3단체(신문협회,편집인협회,기자협회)가 계획한 남북간 언론교류 제안서를 북측 기자동맹에 전달했는데 곧 답변을 줄 것이라는 전언을 들었다. □이해찬(李海瓚) 민주당 정책위의장. 김영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과 만나 국회 회담 재개 문제를 요청했었다.그때는 남북회담 합의문이나오기 전이어서 회담 결과가 나오면 대답하겠다고 했었다. 양형섭 부위원장과도 같은 얘기를 했는데 노동당 쪽에서 협의해 회답을 주기로 약속했다.앞으로 의장단 선에서 서로 연락을 할 것이다.이번에 내가 방북한 것도 이만섭 국회의장의 남북 의회교류 당부 때문이기도 하다. 김정일국방위원장은 신문에 난 것처럼 활달하고 소탈했다.식량난 등 북쪽 사정이한결 나아짐을 느꼈으며 북 인사들의 태도가 진지하고 성실했다. □장상(張裳) 이화여대 총장. 남북한 여성이 갈라진 한반도를 잇는 연결고리가 되자고 다짐했다.또 삼천리 금수강산을 지키는 환경운동 협력 등 여성교류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눴다. 북한의 탁아소시설은 남한에 비해 너무나 잘 돼 있었다.덕분에 여성의 49%가 직장에 다닌다고 했다.북한여성들이 너무나 활동적이고 일인다역을 당차게 해내는 모습이 참 인상깊었다. 여원구 최고인민회의 부의장,홍선옥 종군위안부 및 태평양 전쟁 피해자 보상대책위원장,천연옥 여맹위원장은 자신의 힘으로 최고위치에 오른 유능한여성지도자임을 느낄 수 있었다. □장치혁(張致赫)고합 회장. 머리로만 생각하다가 직접 가서 보니 마음이 열리는 것 같았다.가슴과 가슴이 통하는 느낌을 받았다. 평양을 떠나오기 하루 전날인 15일 자정 청룡호텔에서 친척 2명을 극적으로상봉했다. 사업차 북한을 몇차례 방문한 적은 있지만 가족을 만난 것은 처음이다.생각했던 것보다 잘 지내고 있더라. 방북일정이 빠듯해 고향땅(평북 영변)엔 못갔다. 이제 이산가족 만남이 테이프커팅된 거나 마찬가지다.북한 경제인 대여섯명과 한차례 경제인 회담을 가졌다.투자보장·이중과세방지 등 제도적 장치 마련에 합의를 보았다. □김민하(金玟河)민주평통 수석부의장.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에 머물렀던 2박3일은 감격과 영광의 연속이었다.북측 동포들을 만나보니 남북 통일에 대한 큰 희망과 우리 민족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졌다.회담은 김대중 대통령의 통일 철학이 가져온 진효(眞效)다.남북한 7,000만 동포는 물론 전 세계인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다.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북측의 지도자들이 김 대통령의 통일 철학에 신뢰를 가졌다는 확신이들었다.작심하고 회담에 나온 것 같았다.대화 의지가 역력했기 때문이다. 남북간에 서서히 화해의 기운이 싹트고 있다. □이완구(李完九)자민련 의원. 이번 평양 방문은 한마디로 충격이었다.내 생애 최대의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서독의 브란트 전 총리가 말했듯원래 하나였던 것이 다시 하나가 되는 과정이었다.순안 비행장에서 김대중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나 뜨겁게 악수를 나눴던 순간은 마치 정지된 활동사진을 보는 듯했다.회담의 명칭은 남북정상회담이라기보다 가족상봉회담이라고 불렀어야 맞다.한 민족이라는 강한 형제애를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북측 인사들은 우리를 따뜻하고 정성어린 진심으로 환대했다.통일을 바라는 의지였다.그동안 북측에 가졌던 이미지는 모두 잘못된 선입견이었다. □차범석(車凡錫) 예술원 회장. 55년을 기다려온 보람이 있었다.서로 머리맞대면 실마리가 풀릴 일을 왜 그렇게 오래 먼길을 돌아왔는지 돌이켜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이번 방북의 성과물은 ‘통일문학전집’ 발간이다.남북한 작가의 작품100권을 싣는 전집발간은 북측 민화협과 협의를 끝냈다.예정했던대로 2002년까지는 완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방북길에서 두고두고 잊지 못할 장면이 있다면,그것은 환영·환송식에나온 시민들의 열광적인 표정들이다.우는 사람도 많이 봤다. 나는 그들의 눈물이 모두 진심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강만길(姜萬吉)고려대 명예교수. 분단 55년만에 남북정상이 만난 역사적 현장을 목격한 것은 한마디로 엄청난 감격이었다.이번 정상회담은 끊어진 국토와 민족의 핏줄을 잇는 초석이 된 사건이다.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예의를 갖추어 파격적으로 환대했다.그동안 알려진 부정적인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김 위원장은 대단히 이활하고 소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또 악수를 하는 손에 힘이 들어 있었다.평양시내는 차분하고 조용한 모습이었으며 궁핍해 보인다는 인상은 느끼지 못했다.출발전 북한 역사학자들과의 만남을 기대했으나 이번 일정이 너무 빡빡해 이뤄지지 못해 아쉽다. □김재철(金在哲)무역협회 회장.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경협의 확실한 물꼬를 튼 것 같아 경제단체장의 한사람으로 성과를 높이 평가한다.투자보장 및이중과제방지,분쟁조정절차 등 제도적 뒷받침만 된다면 경제단체든 기업이든협력할 준비가 다 돼있음을 함께 확인했다.북한 관계자들은 “외세를 배격하고 자주적 남북 경협을 통해 강대국으로 거듭나자”고 말했다.특히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의 정운업(鄭雲業)회장은 남북경제협력공동위를 통해경제협력을 구체화시키자고 강조해 인상적이었다.앞으로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진다면 구체적인 남북경협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
  • 남북 화해시대/ 연도 환영 스케치

    2박3일의 역사적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15일 오후 서울로 돌아온 김대중 대통령은 서울공항에서 청와대로 가는 길가에 나온 수많은 시민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오후 6시10분쯤 ‘대국민 보고’를 한 뒤 서울공항을 나선 김대통령은 공항을 나오다가 입구에서 차를 세우고 환영나온 시민,어린이들과 손을 맞잡고기쁨을 함께 했다.‘대통령 할아버지 사랑해요’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나온 어린이들은 “만세”를 부르기도 했다. 대통령 일행의 차량이 양재 네거리,강남대로 등을 지날 때도 시민들은 활짝웃으며 대통령에게 손을 흔들었다.서울시청 앞에서도 퇴근길의 시민,직장인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대통령 일행에게 환호를 보냈다.육교와 건물에서도 직장인들이 창문 너머로 혹은 옥상에서 대통령 행렬을 환영했고,건너편 차선으로 달리던 차량 운전자들도 차를 세워 박수를 보냈다.김대통령 부부는 달리는 차창 너머로 환영인파에 화답했다. 길가에는 ‘햇볕정책,통일의 서곡입니다’ ‘햇볕정책의 결실,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왔다’ 등이적힌 축하 현수막들이 내걸렸다.대표적 우익단체인 자유총연맹이 내건 ‘축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라는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김대통령은 오후 7시5분쯤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차량에서 내려 5분 가량 시청앞 분수대를 돌며 손을 흔들어 대통령 이름을 큰 소리로 외치는 수많은 환영 인파에 답례했다.일부 시민들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부르며열광했다.이 때 분단 55년에 365일을 곱한 숫자인 2만75개의 5색 풍선과 비둘기가 하늘로 날아올라 환영분위기는 절정에 이르렀다. 이창우(李昌雨·서울 도봉구 창동)씨는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은 감동을누를 길이 없어 시청 앞까지 일부러 나왔다”면서 “남북공동선언이 잘 실행돼 하루빨리 통일의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버스를 세내 시청 앞으로 나온 유순덕(柳順德·62·여)씨 등 실향민 45명은 “장한 일을 하신 대통령을 환영하고파 함께 나왔다”면서 “어서 고향에 가고 싶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대통령은 광화문 4거리 교보문고 앞에서도 차량에서내려 이희호 여사와함께 100여m를 걸어가며 환영인파에 화답했고,오후 7시35분쯤 효자동을 거쳐청와대로 들어가 남북 정상회담의 여정을 마쳤다. 전영우기자 ywchun@
  • 대학생 72% “남북회담 큰 성과”

    대학생들은 남북정상회담에 성과가 있고 회담이 통일을 앞당기는 촉진제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대전 배재대가 15일 교내 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발표한 자료에서 밝혀졌다. 자료에 따르면 큰 성과 있다가 72.6%,약간 있다가 27.4%로 전혀 없다고 답한 학생은 한명도 없었다. 성과로는 47.4%가 통일에 대한 인식변화를,97.6%가 남북관계 개선을 꼽았다. 회담이 통일을 앞당길 것으로 본 학생은 96%에 달했으나 시기는 57.6%가 10년 후로 예측했다. 통일은 남북협력에 따른 경제 강대국화로 국민생활의 질 향상(41.8%),한 민족이기 때문에(30.27%),이산가족,장기수 등 민족분단의 고통해소를 위해(26. 49%)필요하다고 답했다. 학생들은 현재 통일의 장애물로는 남북을 둘러싼 미·러 등 열강(47.03%)과 남북의 인식차이(36.14%)를 가장 많이 들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
  • 고은 시인『대동강 앞에서』

    무엇하려 여기 왔는가 잠 못 이룬 밤 지새우고 아침 대동강 강물은 어제였고 오늘이고 또 내일의 푸른 물결이리라 때가 이렇게 오고 있다. 변화의 때가 그 누구도 가로막을 수 없는 길로 오고 있다 변화야말로 진리이다 무엇하러 여기 강물 앞에 와 있는가 울음같이 떨리는 몸 하나로 서서 저 건너 동평양 문수릿벌을 바라본다 그래야 한다 갈라진 두 민족이 뼛속까지 하나의 삶이 되면 나는 더 이상 민족을 노래하지 않으리라 더 이상 민족을 이야기하지 않으리라 그런 것 깡그리 잊어버리고 아득히 구천을 떠돌리라 그때까지는 그때까지는 나 흉흉한 거지가 되어도 뭣이 되어서도 어쩔 수 없이 민족의 기호이다 그때까지는 시퍼렇게 살아날 민족의 엄연한 씨앗이리라 오늘 아침 평양 대동강 가에 있다 옛 시인 강물을 이별의 눈물로 노래했건만 오늘 나는 강건너 바라보며 두고 온 한강의 날들을 오롯이 생각한다 서해 난바다 거기 전혀 다른 하나의 바닷물이 되는 두 강물의 힘찬 만남을 생각한다 해가 솟아오른다 찢어진 두 동강 땅의 밤 헤치고 신새벽 어둠 뚫고 동트는 아픔이었다 이윽고 저 건너 불근 솟아오른 가멸찬 부챗살 햇살 찬란하게 퍼져간다 무엇하러 여기 와 있는가 지난 세월 우리는 서로 다른 세상을 살아왔다 다른 이념과 다른 신념이었고 서로 다른 노래 부르며 나뉘어졌고 싸웠다 그 시절 증오 속에서 5백만의 사람들이 죽어야 했다. 그 시절 강산의 모든 곳 초토였고 여기저기 도시들은 폐허가 되어 한밤중 귀뚜라미 소리가 천지하고 있었다 싸우던 전선이 그대로 피범벅 휴전선이었다 총구멍 맞댄 철책은 서로 적과 적으로 담이 되고 물이되어 그 울안의 하루하루 길들여져 갔다 그리하여 둘이 둘인 줄도 몰랐다 절반인 줄도 몰랐다 둘은 셋으로 넷으로 더 나뉘어지는 줄도 몰라야 했다 아 장벽의 세월 술은 달디 달리라 그러나 이대로 시멘트로 굳어버릴 수 없다 이대로 멈춰 시대의 뒷전을 헤맬 수 없다 우리는 오랫동안 하나였다 천년 조국 하나의 말로 말하면서 사랑을 말하고 슬픔을 말하였다 하나의 심장이었고 어리석음까지도 하나의 지혜였다 지난 세월 분단 반세기는 골짜기인 것 그 골짜기 메워 하나의 조국 저벅저벅 걸어오고 있다 무엇하러 여기 와 있는가 아침 대동강 강물에는 어제가 흘러갔고 오늘이 흘러가고 내일이 흘러가리라 그동안 서로 다른 것 분명할진대 먼저 같은 것 찾아내는 만남이어야 한다 큰 역사 마당 한가운데 작은 다른 것들은 달래는 만남의 정성이어야 한다 얼마나 끊어진 목숨의 허방이었더냐 흩어진 원혼들의 흔적이더냐 무엇하러 여기 와 있는가 우리가 이루어야 할 하나의 민족이란 지난 날의 향수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난날의 온갖 오류 온갖 야만 온갖 치욕을 다 파묻고 전혀 새로 민족의 세상을 우러러보며 세우는 것이다 그리하여 통일은 재통일이 아닌 것 새로운 통일인 것 통일은 이전이 아니라 이후의 눈시린 창조이지 않으면 안된다. 무엇하러 여기에 와 있는가 무엇하러 여기 왔다 돌아가는가 민족에게는 기필코 내일이 있다 아침 대동강 앞에 서서 나와 내 자손 대대의 내일을 바라본다 아 이 만남이야말로 이 만남을 위해 여기까지 온 우리 현대사 백년 최고의얼굴 아니냐 이제 돌아간다 한송이 꽃들고 돌아간다. 고은 시인은 남북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참가, 이 시를 14일 밤 평양 목란관의 김대중대통령주최 만찬 석상에서 직접 낭송했다.
  • 정상회담 결산 좌담/ “통일문제 자주적합의 큰 성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14일 밤 합의, 서명한 5개항의 남북공동선언에 7,000만 민족과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대한매일은 좌승희(左承喜) 한국경제연구원장,전인영(全寅永) 서울대 사범대교수(국제정치학)의 긴급 좌담회를 마련,남북공동선언의 의의와 각 분야별 실천방안을 짚어봤다.좌담은 김삼웅(金三雄) 대한매일 주필의 사회로 진행됐다. □김삼웅 주필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5개항은 무엇보다 한반도 문제를당사자간에 해결하자는데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한번의 만남으로 이런 정도의 합의가 도출된 것은 세계 정상회담 역사상 초유의 일입니다.더 이상 분단과 분열의 역사를 원하지 않는다는 7,000만 민족의 염원과 소망이 담보돼 이런 결과를 도출해 낸 것으로 생각합니다.공동선언의 의의부터 말씀해 주시죠. □전인영 교수 말씀하신대로 사상 초유의 정상회담이 성사됐다는 데 의미를부여할 수 있습니다.게다가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내 앞으로 통일의 중요한초석이 될 수 있는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특히김정일이라는 북한의최고 지도자가 전면에 나섰다는 점에 의의를 둘 수 있습니다. □좌승희 원장 남북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남북이 적대관계에서 협력관계로 바뀌고,그동안 한반도는 주변 강대국의 입김에 좌우됐으나 이제 당사자 문제로 전환됐습니다.북한 입장은 불투명하지만 남한은 북한을 대화의 실체,대화 파트너로 인정하는 새로운 사회적합의가 이뤄졌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김 주필 각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5개항 중 가장 중요한 문제가 통일문제의 자주적 해결이 아닐까 합니다.이는 한민족이 ‘민족 자주’라는 차원에서남북이 통일과 협력관계를 유지하고,배타적인 의미가 아닌 자주적으로 통일문제를 풀어 나가자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전 교수 중요하지만 어려운 문제입니다.한반도의 통일과 평화는 주변국과미묘하게 얽혀 있고,주한미군 문제는 섣불리 다룰 수 있는 사항은 아니라고생각합니다.이 문제는 시간이 걸리고 많은 진통이 따를 것입니다.자주적 해결을 선언했다고 해서 미국이나 주변국을 배제한다는 자주선언으로 봐선 곤란할 것으로 보입니다. □좌 원장 그렇습니다.분단의 역사에서 보면 주변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선언적 의미가 있다 하더라도 남북 문제를 새롭게 이끌어가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으로 봅니다.그러나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는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고 평화 공존을 하겠다는 내용이 빠져 아쉽습니다. □김 주필 남한의 연합제(Confederration)와 북한의 낮은 연방제(Loose Form of Federration)가 공통점이 있다고 합의했습니다.남측이 주장하는 ‘국가연합→연방국→통일국가’로 이어지는 3단계 통일론의 첫 단계와 북한의 고려연방제의 초기 단계가 비슷하다고 해서 ‘1단계 연합-북한의 낮은 연방제’의 통일을 지향하겠다는 것인데요. □전 교수 두 방안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에 이상할 것이 전혀없습니다.이 문제는 초기 단계에 서로 공통점이 많습니다.어차피 이질적인 요소가 많고 특수성을 인정하려면 연방제를 해야거든요.지방자치제도 연방제 요소가 있습니다.앞으로 교육 등 문제가 있고,우리도 많은 연구를 해야 할 것입니다.그동안 터부시하고 우리가 너무 소홀히 해 왔습니다.남북이 서로의공통점을 연계하는 선에서 결과가 나왔다는 데 큰 의의가 있습니다. □좌 원장 우리측의 연합과 북측의 연방제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전자는 2국 체제를 인정하는 것이고 연방제는 1국가에서 인정하는 것 아니겠습니까.북한의 주장은 정치적 통일을 빨리 하자는 내용이 강하고 연합체는 정치적인 통일이 안돼도 경제 문화 등의 연합이 가능하다는 말입니다.중국과 홍콩간은 ‘1국 2체제’인데 연합과 연방제를 절충하다 보면 그런 형태로 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통일을 지향하는 데 있어서 큰 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주필 가장 시급하고 실천 가능성이 큰 것이 8·15 이산가족 만남과 비전향 장기수 문제입니다.현재 70세 이상 이산가족은 한해 1만명 이상 사망하고 있어 현실적이고 시급합니다.또 장기수 송환은 이미 상호 공존적인 관계가 이뤄진 만큼 송환에 국민적인 비난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만. □전 교수 이산가족 문제는 이번 회담에서 가장 기대했던 문제입니다.만일김대통령이 해결을 못했으면 ‘뭣하러 갔냐’는 비난이 쏟아질 수 있었습니다.얼마나 빠른 속도로 이뤄질 것인가의 문제가 남았습니다.또 납북어부 문제도 함께 거론돼야 합니다.장기수는 보수적인 세력도 비판할 수 없는 성격의 문제로 조속히 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이산가족 문제는 제도화 시켜야합니다.한번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금강산 관광처럼 어떤 일이 있어도 진행시키는 제도화가 필요합니다.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것도 안될것입니다. □좌 원장 이번 정상의 만남이 너무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 보여줘 명분론이라든지 서로의 자존심을 뛰어넘는 민족의 통합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만큼 생각보다 쉽게 풀릴 것입니다. □김 주필 이번 회담의 성사에는 경제문화교류 활성화가 촉매제가 됐다고 봅니다. 앞으로 민간협력이라든지 해외동포 투자 등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이중과세 방지문제,투자문제,상거래 투자협정 등이 마련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습니다. □좌 원장 경협은 정부차원이 아니라 민간주도로 이뤄질 수 밖에 없습니다.남한은 북한과 달리 시장경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기업 의사에 반해 경협을강요할 수 없다는 것을 북한도 인식해야 합니다.기업들의 불확실한 진출과관련해 위험부담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업의 위험을 완화하는 장치를 남북 공동으로 만들어야 합니다.중요한 것은 균형발전입니다.종속관계가 아닌 남북 상호 발전 문제인데 이는 정보화·인터넷·벤처산업이 이끌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북한이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앞서 나가는데경제 교류협력이 기존 전통산업보다는 새로운 IT산업에서 장려돼야 합니다. □전 교수남북 균형발전은 통일의 기반 조성과 이질감·적대감 해소에 중요한 요소인데 문제는 재원입니다.10조원을 10년간 투자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해외 자본을 끌여들여 추진하는 방법도 있지만 북한은기대를 많이 하고 우리 능력이 한계있을 때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좀더자유롭게 민간기업이 북한에 들어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곧 실무적으로이뤄질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김 주필 문화교류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독일은 통일 이전에 브레히트전집을 공동으로 출간했습니다.70년초부터 시작한 이 전집은 이제 34권째 나올 예정입니다.우리도 신채호 전집을 출간한다든지 남북간에 정신적인 교류가 선행돼야 일체감이 형성된다고 보는데요. □전교수 활발한 교류가 예상됩니다.평양교예단이 오고 체육교류가 이뤄 지는 등 이미 시작됐습니다.학술분야도 활발하게 이뤄질 것입니다. □김 주필 조속한 당국간 대화를 개최해야 합니다.상호 비방 중단,연락사무소와 핫라인 설치 등 당국간의 회담이 실천돼야 하는데요. □전 교수 각 분야별 후속조치를 취해 나가야 합니다. 남북기본합의서에서 이미 주장한 것을 이행하는 단계로 들어갈 것입니다.앞으로 양측 정상이 물꼬를 튼 만큼 이제는 직접 가서 대화를 하는 게 중요합니다. □좌 원장 두 정상이 쉽게 대화하고 마음을 열어 앞으로 당국 대화도 쉽게풀릴 것입니다. □김 주필 김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제안했고 신뢰구축을 위해답방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전 교수 이번 회담에서 가장 놀랐던 것은 북한의 새로운 면을 발견한 것입니다.북쪽도 남한이 열심히 살려고 뛰는 모습을 보면 더욱 달라질 수 있습니다.가능하다고 봅니다. □좌 원장 우리 국민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김정일 쇼크’에 빠져 있습니다.답방은 김 위원장의 위상을 다시 한번 세계에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당국 대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적당한 시점을 봐 답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 주필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에 신 질서가 형성되고 있습니다.‘한반도문제의 한반도화’가 핵심고리인데 주변 4강의 움직임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십시오. □전 교수 새로운 역학 구도형성의 시작 단계입니다.주변 4강은 자국의 국익이 어떻게 영향 받을까 신경쓰고 있습니다.미국은 그동안 추진한 세계 전략구도가 흐트러지는 난처한 입장일 것입니다.기득권자인 미국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행정협정개정에 대한 요구에 대한 처리가 주목됩니다.중국은 다소 여유가 있습니다.김 위원장이 회담에 앞서 중국을 방문,상호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일본은 이번 회담으로 소외되는 것이 아닌가 초조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일본으로서도 그냥 앉아만 있을 수 없다는 압박에 시달릴 것이고,러시아는 태평양 세력인데도 한반도에서 정책실패로 상실한 영향력을회복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좌 원장 자주적 해결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천명함으로써 ‘승자는 우리’라고 선언한 것입니다.이번 기회로 미국과 일본은 북한과 가까워질 것입니다.미·일로부터 경제제재 해제 등 수혜를 받을 가능성도 큽니다. □김 주필 통일시대로 가는 과제는 무엇일까요. □좌 원장 논의한 모든 이야기가 한반도에 더이상 전쟁은 없다는 가능성을보여 주었습니다.이 점을 분명히 부각시키고 서로를 인정해서 남북 국민에게공존공생(共存共生)의 희망을 안겨주는 것이 필요합니다.비록 산업사회에서뒤졌지만 국가 정보화에 앞서면 선진국이 될 수 있습니다.앞으로 전쟁의 불안이 없고 평화공존의 기틀을 마련하면 세계의 주도국이 될 수 있습니다. □전 교수 우리에겐 참 오랜만의 낭보였습니다.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면 안됩니다.과거 7·4 남북공동성명이라든지 남북공동선언 등이 ‘악재’가나타나면 힘을 잃는 악순환을 되풀이 했습니다.7,000만이 안심하고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살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원합니다. 정리 강동형 조현석기자
  • “공동선언 실천 힘 모으자”

    시민·노동단체들은 15일 일제히 남북공동선언 채택을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참여연대는 성명을 통해 “남북 정상이 상당한 합의에 도달한 것은 냉전적대결의식과 적대감을 넘어서겠다는 전향적인 태도로 받아들여진다”면서 “작은 차이에 연연하지 않고 5개항의 합의사항을 이끌어낸 것은 한반도 평화정착의 획기적 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실련 통일협회는 “전쟁의 위협을 제거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하려면군비축소 등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면서 “국가보안법을 비롯해 우리 사회의 냉전적 요소들을 과감히 청산하는 후속작업도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는 “남북정상회담은 민족의 최대 아픔인 분단을 극복하는 데 있어 전환점이 됐다”면서 “남북 동포 모두는 남북공동선언을 실천하기 위해 지혜와 힘을 모으자”고 호소했다. 한국노총은 “민간 차원의 교류 확대를 상호 신뢰회복의 첩경으로 보고 북한 노동계와의 다각적인 교류를 추진하겠다”면서 “해상산업노련의 외국인선원을 북한선원으로 대체하는 사업,철도노조를 중심으로 한 남북철도사업,예능인노련을 중심으로 한 남북한 예능인 교류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오는 8월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2000 통일염원 남북노동자축구대회’ 성사 등 남북 노동자의 자주교류와 통일의 밑거름을 마련하는 데 적극 나서겠다”면서 “북쪽의 조선직업총동맹과 남북노동자축구대회를 협의하기 위한 회담을 열어 추진계획을 합의할 것이며,축구대회 이전에 남북노동자 통일토론회를 여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 남북노동자 자주교류의 폭을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온겨레평화대행진 행사준비위원회,정치개혁시민연대,전국철거민협의회 등도 환영성명을 발표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
  • [남북이 함께 뛴다](1)스포츠교류 무엇을 어떻게

    남북간 스포츠 교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김대중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경제·사회·문화·체육 등 다방면에 걸친 교류에 합의하고체육 실무자들이 스포츠 교류를 성사시키기 위한 세부 사안에서 상당한 의견일치를 본 데 따른 것이다.북한측과 의견접근을 이룬 스포츠교류 내용과 역사적 의의,세부 추진 사항,전망과 기대효과,북한 스포츠의 현주소 등을 시리즈로 싣는다. 김대중 대통령을 수행한 김운용 대한체육회장과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은 14일 인민문화궁전에서 가진 분야별 실무협의회에서 각종 스포츠교류를 제안해 북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냈다. 김 회장은 우선 이 자리에서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 내용대로 오는 9월15일 시드니올림픽 개막식에 남북한이 동시에 입장할 것을 제의했다.종목별 경기단체의 예선이 거의 끝나 단일팀 구성이 시간상·기술상 어려운 만큼 파급효과가 크면서도 절차상 복잡한 문제가 적은 동시입장을 제안한 것이다. 김회장은 구체적으로 남북 선수단이 오륜기를 앞세운 뒤 각자의 국기 대신국가올림픽위원회(NOC)기를 들고 입장하는 한편 국가(國歌) 대신 ‘아리랑’을 쓰자고 제안했다.이밖에 2001년 오사카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남북한이단일팀을 내보낼 것과 북한의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참가를 제의했다.부산아시안게임 때는 백두산에서 성화를 채화하자는 의견도 내놓았다. 김회장의 이같은 제안에 대해 북한의 장웅 IOC위원은 세부적·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으나 “남측의 제안이 성사될 수 있다고 낙관한다.시드니올림픽의 남북 동시입장 역시 좋은 결실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리를 함께 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은 그간 꾸준히 제기해왔던 오는 10월의 아시안컵축구선수권대회(레바논)와 2001년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아르헨티나)에 단일팀을 참가시키자고 제안했고 2002년 월드컵대회의 남북분산개최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여러 제안 가운데서도 가장 가까운 시일 안에 실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는 올림픽 동시입장이 꼽힌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특히 장웅 위원이긍정적인 답변을 했고 그 파급 효과 또한 클 것으로 기대된다.또 두개 NOC의 동시입장은 1956년 멜버른올림픽 당시 동·서독이 함께 입장한 선례도 있어 최종 합의만 도출해낸다면 별다른 걸림돌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동시입장은 남북한이 서로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세계 만방에 남북이 한마음 한뜻이 됐음을 알림으로써 지구촌 전체에 감동을 안겨줄 가장 좋은 이벤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또 동·서독의 멜버른올림픽 동시입장이 1970년 분단 23년만의 첫 정상회담을 있게한 밑거름이 됐듯이 남북 동시입장도 스포츠는 물론 다방면의 교류 본격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정동구 올림픽성화회 회장(59·한국체육대학 교수)은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해 “과거에도 회담은 많았지만 결실은 별로 없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스포츠 교류의 물꼬가 터졌다고 본다.이는 곧 민족 동질성을 회복해가는 과정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정회장은 그러나 “너무 조급하지 않으면서 북한의 행동을 지켜보면서 차분하게 일을 처리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해옥기자 hop@
  • [사설] 평화선언, 남북지도자를 성원한다

    통일이 이뤄진 한반도에 사는 우리 후세대는 2000년의 6월을 뭐라고 부를까?‘평화’또는 ‘통일’이라고 부를지 모른다.아니면,평화와 통일의 ‘물꼬를 튼 그해 6월’이라고는 부를 것이다.그러나 분단을 안고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는 2000년 6월을 ‘감격’이라고 부르자.남과 북으로 갈린지 55년만에 두 정상이 처음으로 만나 ‘6·15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하는 ‘기적적인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민족사적으로 한 획을 크게 긋는 이 선언을 우리가 굳이 기적적이라고 표현하는 까닭은 우리가 그동안 역사적 또는 민족사적이라는 용어를 함부로 써왔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한 끝에 내놓은 이 ‘6·15선언’은 참으로 ‘역사적’이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새삼스럽게 깨달은 사실이지만 ‘평양’은 비행기로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곳이다.그럼에도 김 대통령은 지난 13일 대한민국과 조선인민공화국의 항공정보기구의 ‘인수’·인계’를 거쳐 평양에 갔다.“민족에 대한뜨거운 사랑과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가지고 평양에 간다”는 김 대통령을 환송하면서 대다수 국민들은 남북 정상이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의미를 두었던 게 사실이다.물론 이러저러한 기대도 있었다.분단 55년인데어찌 그러지 않겠는가.청와대 인근 효자동에서 이북에 고향을 둔 한 노인이김 대통령에게 ‘빛바랜 흑백사진’을 내보이며 “이산가족이 상봉하거나,생사여부라도 확인할 수 있도록 애써 달라”며 울먹이는 광경을 텔리비전을 통해 지켜보았던 국민들 가운데 콧날이 시큰하지 않았던 사람이 있었겠는가.김 대통령의 말 그대로 통일은 우리 남북 동포 모두의 절대명제이자 민족적 숙명이다.김 대통령은 이번 평양회담에서 우리 겨레가 통일로 가는 이정표를세운 것이다. 6·15선언은 통일문제의 자주적 해결·양쪽 통일방안의 공통성 인정·이산가족 8·15 교환방문·경협과 민족경제 균형발전·합의 실천을 위한 당국간대화 조속개최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이번 ‘평양회동’을 남북 정상이 처음으로 만나 서로 의중을 탐색하는것 만으로도 성공으로 기대했던 국민들로서는 남북공동선언은 엄청난 성과가 아닐 수 없다.특히 두드러지는 대목은자주적인 통일문제해결을 비롯하여 이산가족의 교환방문과 당국간의 조속한대화개최,그리고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答訪)약속이다.이같은 가시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선언 내용이 과연 실천될것인가’에 있는 것 같다. 실제로 남북문제에 있어 ‘역사적 문건’은 한 두개가 아니다.72년 ‘7·4공동선언’도 있고 92년 ‘남북 기본합의서’도 있다.그러나 그러한 역사적 문건들은 당장은 역사 속에 머물러 있다.그렇게 된 배경에는 남북 대표들이 ‘상부의 명에 의하여’서명했다는 형식상의 문제도 있지만,남북 정권 담당자들이 남북문제를 정권 유지의 방편으로 써먹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6·15선언’은 다르다.남북 정상이 직접 얼굴을 맞대고 오랜시간 논의를 한 끝에 우리민족과 세계 앞에 내놓은 문건이기 때문이다.정부당국은 선언 내용을 차질 없이 실천하기 위해 정치(精緻)한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통일을 향한 희망의 씨앗을 소중하게 키워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6·15선언’을 두고 민주당과 자민련은 물론 한나라당도 “평화와통일을 위한 남북정상의 분위기 조성 노력을 높이 평가하며,이러한 노력이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는 성명을 냈다. 김 대통령은 평양으로 가기 앞서 “본인의 임기중에 통일을 기대하지 않으며 통일문제에 있어 다음 정권의 몫을 남겨 두겠다”고 확언한 바 있다.‘6·15선언’은 김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의 가시적 성과임이 분명하지만,그 밑바탕에는 오늘날 한반도에 살고 있거나 분단의 한을 품고 이미 세상을 떠난동포들의 염원이 깃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통일문제는 남북 모두 정권 차원에서 다룰 사안이 아니며,하물며 당리당략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뜻이다.그럼에도 한나라당은 ‘6·15선언’의 ‘자주적 통일’부분과 관련해서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과 연계된 것은 아닌지 의혹을 제기하고 나왔다.국민들이 보기에 한나라당의 그같은 의혹 제기는 김 대통령의 통일 노력의 발목을 잡는느낌을 준다.국민들은 통일을 향한 노력에 관한 한 초당적인 뒷받침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6·15 평화선언’의 기적을 이뤄낸 남북 두지도자의 용기와 민족애에 힘찬 박수와 성원을보낸다.
  • 방송사 6·25 50주년 특집 고민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로 각 방송사의 6·25 특집이 예년과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북한에 대해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새로운 시각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예년에 비해 특집 프로그램의 수가 크게 줄었다.이는 남북정상회담이성공을 거두면서 냉전의 유산인 한국전쟁을 종전처럼 다루기 어려워진 탓이다.아울러 6·25를 불과 10여일 앞두고 새로운 역사적 상황이 전개됨에 따라남북화해의 시각을 담은 특집 프로그램을 제작하는게 시간적으로 힘들게 됐다. 드라마는 KBS의 ‘유리구슬’이 유일하다.그나마 6·25 전후에 방송될 예정이었으나 7월3일과 4일(밤9시50분)로 날짜를 늦춰 방송된다.예년의 6·25 특집극이 6·25 전에 방송됐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유리구슬’은 한국전쟁당시 양민학살 현장에서 살아남은 이풍우(정은표)가 베트남전에 참전, 양민학살을 하게 되고 나중에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생하면서 반전운동가가 돼 숨을 거둔다는 내용이다. 다큐멘터리 방송에도 비상이 걸렸다.KBS가 지난해부터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12부작 ‘다큐멘터리 한국전쟁’은 아직 방송시각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남북한의 분단을 세계 역학구도와 한반도 정치세력의 대결 등에서 풀어나간 1편 ‘분단’은 KBS1에서 25일부터 매일 방송하기로 두달 전부터 확정돼있었다.그러나 18일 방송하기로 예정됐던 KBS1 ‘일요스페셜-6·25 전사자들의 유골찾기’가 25일로 늦춰짐에 따라 방송연기가 논의되고 있다.18일 ‘일요스페셜’에서는 남북정상회담 기간동안 남과 북의 다양한 표정을 담은 ‘서울-평양,2000.6.13-15’가 방송된다. MBC가 23일 방송할 ‘6·25 50주년 특집­한국전쟁’은 내용이 훨씬 늘어났다.프로그램 촬영은 방북단이 돌아온 15일 끝났지만 한국전쟁 참전국을 돌며6개월 정도 해외촬영을 한 부분은 현재 편집과정까지 끝나 손을 쓸 수 없는상태다. 대신 프로그램 말미에 성공적인 남북정상회담의 3일간 일정을 담고내레이션을 현재 시점으로 바꾸는 등 대폭 수정할 예정이다.외국인 전문 케이블방송인 아리랑TV에서 제작하는 이 프로그램은 한국전쟁 참전국에도 배포돼 해당 국가에서도 방송될 예정이다. 전경하기자 lark3@
  • [대한시론] 남북 대결구도 이제 허물때

    분단 반세기가 지난 시점에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 방문은 우리가 지금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음을 알리는 중대한 사건이다.세상은 달라지고,또 달라질수밖에 없다.1945년의 분단,1948년의 남북 이질체제의 공식화,1950년의 전쟁과 1953년의 정전을 거치면서 세계에서 남북의 장벽처럼 철벽으로 분단체제를 고정해온 비극의 현장도 없다.같은 겨레이면서 정전 이후 서신교류나 왕래가 범죄로 금압되어왔다.양측은 서로가 소모적 자멸적 군비경쟁을 해오고있다.결국 그러한 대결구조는 양쪽 모두에게 민주와 복지를 희생시키는 결과를 떠안게 했다. 지금 온 세상이 정보기술혁명으로 탈바꿈하고 21세기의 새로운 구상을 추진해 적응하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때에 우리만이 남북으로 갈려 소모적인 낭비의 자멸을 향한 군비경쟁과 상호불신과 증오의 확산을 꾀해 가서는 살아남을 수 없게 되어 있다.남북의 지도자가 7,000만 동포에게 전쟁의 공포를 걸머지고 살아가게 하는 정책을 그대로 밀고 나갈 순 없다. 김대통령이 통일과 안보의 문제를 특정 정파의 정치적인 이용물로 해선 안된다고 한 것은 일대 결단이다.정권유지나 정권탈취를 위해 수다한 야심가나 정상배가 통일과 안보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난도질을 해왔다.앞으로 더이상 그러한 반민족적 행위는 누구도 할 수 없게 해야 한다. 반백년 만에 남과 북의 책임있는 지도자의 만남이 이루어졌다.그 자체 만으로도 가슴이 터질 듯 감격에 벅차다.나같은 실향민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아할 말을 잃을 지경이다.그래서 기대도 크고,주문도 많게 되리라는 것은 당연하다.그런데 한편으론 냉전시대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세대는 왠지 불안하고 의심스럽기도 하리라.기존 체제에서 최대의 수익자인 기득권층으로선 북쪽 때문에 짊어질지 모를 부담 때문에 심사가 뒤틀릴 수도 있으리라.여기서우리는 바른 세상을 만들려면 남북 사이의 불신과 증오로 서로 소모적인 군사적 대결을 하는 일은 끝장을 내야만 한다.무력에 의해서 남북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은 1953년 정전협정에서 이미 확인된 것이 아닌가? 더욱이지금 분단의 소모적인 남북대결을 지속시킨 채 21세기에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지 않은가?제살 깎아먹기식의 남북간의 대결구도는 겨레의 이름으로 남북 양측 지도자가 해소토록 결단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른 것이다. 남과 북의 교류와 긴장의 완화,나아가서 공존과 분단 해소의 모색은 우리의 일이다.그런데 한편 그것은 우리 주변 나라들과의 일이기도 하다.6.25전쟁당시 중국 참전은 자기나라 주변에 적대국가의 존립과 위협을 용납할 수 없다는 중국나름의 자위책의 성격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지금 북측의 국제관계상의 지위는 정치,군사 이외에 경제면에서도 복잡 미묘하다.미국은 이미 북측과 교류에 꾸준히 노력을 경주해오고 있으며,일본도 북측과 국교정상화를위한 준비를 마무리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의 보수 지배세력은 남북주도의 자주적 교류를 호의적으로만 보고 있지 않은 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러시아도 푸친 대통령의 평양방문을공식일정에 올림으로써 동북아시아에서 그들의 입지를 세워나가고 있다.특히 북측에는 경제면에서 동해안의 철도가 구라파직통의 요지가 되는 지점이고북쪽에 매장된 전략물자인 희귀금속과 천연가스와 석유는 주변국가들의 중대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뿐만 아니라 북쪽의 우수한 노동력,기능공과 기술인력은 선진국 기업의 투자가가 군침을 흘릴 수 있는 인적 자원이다.남북문제는 이처럼 주변당사국이나 제3국의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이다.결국 남북문제는 우리에겐 민족문제인 동시에 국제문제이다.단순치 않고 실마리를 풀기가대단히 어렵다.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역사를 돌아보면 어떻게 하면 우리가의연하고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지금 남북 정상의 만남 자체가 새 역사의 시작을 여는 것만은 틀림없다.그자체로서 크나 큰 의의가 있다.그래서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하면 보다 차분하게 현실감각을 지니고 멀리 바라보며 참을성 있게 나가자.김대통령 말대로 50여년을 기다려
  • 남북공동선언 전문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염원하는 온 겨레의 숭고한 뜻에 따라 대한민국 김대중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6월 13일부터 6월 15일까지 평양에서 역사적인 상봉을 하였으며 정상회담을 가졌다. 남북 정상들은 분단 역사상 처음으로 열린 이번 상봉과 회담이 서로 이해를증진시키고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며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데 중대한 의의를가진다고 평가하고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1.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 2.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3.남과 북은 올해 8·15에 즈음하여 흩어진 가족,친척 방문단을 교환하며비전향장기수 문제를 해결하는 등 인도적 문제를 조속히 풀어 나가기로 하였다. 4.남과 북은 경제협력을 통하여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사회,문화,체육,보건,환경 등 제반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서로의 신뢰를다져 나가기로 하였다. 5.남과 북은 이상과 같은 합의사항을 조속히 실천에 옮기기 위하여 빠른 시일 안에 당국 사이의 대화를 개최하기로 하였다.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도록 정중히 초청하였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앞으로 적절한 시기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2000년 6월 15일
  • 특별기고/ 화해·협력의 시대 열었다

    남북한의 두 정상은 14일 평양에서 정상회담 합의문을 이뤄내는데 성공했다.화해·통일,긴장완화및 평화정착,이산가족 상봉,경제·사회·문화를 비롯한다방면의 교류 등 4개 분야에 걸친 합의문은 남북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남북이 손을 잡고 갈등과 적대를 넘어 화해협력의 새로운 시대로 넘어섰다.평화정착과 교류협력도 본격화되고 실천단계로 넘어선 것이다. 분단 55년만에 평양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적극성을 보였고 여러차례에 걸친 환담과 회담 등으로 각종 의혹을 불식시켰다.14일에는백화원영빈관으로 김 국방위원장이 찾아와 두번째 정상회담을 가졌다. 3시간을 넘기는 등 진지함속에 두 정상은 남북관계사의 분수령을 긋는 합의서를마련했다. 이번 회담으로 남북한 국민들은 한반도에서 대결시대가 끝나고,화해와 협력의 시대가 열리기를 소망한다.또 앞으로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는 좋은 관례의 계기로 정착하기를 기대한다.남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현안문제에대해 허심탄회하게 진솔한 의견을 교환,쌍방의 진의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기회를 가졌다. 화해와 협력은 서로에 대한 정확한 이해로부터 출발한다.지난 시절 우리는서로 조작된 잘못된 정보로 인해 서로 오해하기도 했다.그러나 이제 직통전화를 설치해 남북한의 긴급한 문제는 상호 직접 의견을 교환할 수 있게 됐다.이것이 바로 오해와 불신을 없애고 신뢰를 쌓아가는 첫 출발이다.국가적·제도적인 거창한 통일은 일단 접어두자. 그러나 적어도 이 지구상에서 가까운 혈육이 55년 동안 상봉도 하지 못하고서신 한장도 자유롭게 나누지 못하는 비극의 분단역사는 마감하자는 것이민족의 뜻이다.전세계는 지금 우리 민족을 지켜보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7·4공동성명의 정신과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에 입각해 성공적으로 이 역사적인 만남을 생산적으로 발전시키기로 약속했다.양 정상은 기본합의서에서 합의한 화해·교류·협력 불가침 약속사항에 대해 강한 실천의지를 정치적으로 재다짐했다.드디어 외세에 의해분단된 분단사를 우리의 힘으로 마감하는 화해와 협력의 시대의 문이열리기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남북한 내부에 냉전의식을 가진 사회의 여러세력에 대한 설득 작업이다.북한에는 군부 강경세력이 그것이고 남한에는 분단으로 인한 보수 기득권 세력이 그것이다.그래서 우리 국민 모두가 향후 정상회담의 소중한 합의정신을 살리기 위해 지속적인 통일교육과 평화교육을 전국 방방곡곡에서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그 교육내용 중에는 북한사회에 대한 선입견 없는균형감각 있는 교육은 물론이고 가장 좋은 방법은 북한을 직접 방문하고,모든 방면에서의 인적,물적 교류를 체험케 하는 일일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정상회담의 시작도 중요하지만 회담후 대내적으로는 야당과 국민에게,대외적으론 우방국에게 그 결과를 소상히 알리고 향후 후속작업에 필요한 참여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동서독 정상회담에서도 회담후 빌리브란트 총리는 연방의회와 서방 4대국 협의체(미국,영국,프랑스,서독)에 정상회담 진행과정을 보고하여 공감대 확산에 노력했다. 우리 국민들도 정상회담의 성과를 너무 산술적으로 따지지 말아야 한다.민족공동체 회복이란 긴 역사적 관점에서 보는 현명하고 성숙된 자세를 가져야한다. 이제 화해와 평화의 불씨를 지핀 정상회담의 귀중한 정신을 우리 내부에서 실천하기 위해서 여야 정파를 초월하고 보수,혁신을 뛰어넘어 온 국민이 나서야 한다.갈등과 분단의 역사를 종결짓고 화해와 통일의 역사로 바꾸는 이 시점에 우리 온 국민의 지혜와 적극적인 참여가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이장희 한국외대교수 국제법.
  • 파바로티 7년만에 내한공연

    ‘금세기 최고의 테너’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내한한다.30일 저녁8시 잠실올림픽 주경기장 ‘한반도 평화콘서트’에서 7년만에 국내 팬들과 만난다. 이번 공연은 한국전쟁 50주년과 분단후 첫 남북정상회담을 축하하기 위해 MBC가 마련했다. 77년 첫 내한공연,‘국내최다 청중동원 음악회’란 떠들썩한 기록을 남긴 93년 공연에 이은 세번째 무대. 플라시도 도밍고,호세 카레라스와 함께 ‘빅3테너’로 통하는 파바로티는 섬세하고도 웅장한 벨칸토 미성으로 30년 넘게 대중적 사랑을 받고 있다. 파바로티는 1935년 2차대전중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전쟁세대.유년시절 전쟁의 공포와 굶주림에 대한 기억탓인지 그의 평화를 위한 노력은 각별하다.7년째 전쟁고아재단(War Child)을 후원하고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위한 자선콘서트 ‘파바로티와 그의 친구들’을 열어왔다.97년엔 전쟁으로 폐허가 된 보스니아에 음악학교를 세우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지구상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 한반도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지 궁금하다.파바로티는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중 서곡,푸치니 ‘토스카’중 ‘노래에 살고 사랑의 살고’등 20여곡을 들려준다.통일을 향한 뜻깊은 발걸음을 내딛는 이 땅에서 천상의 목소리로 토해낼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염원이 국내 팬들에게 또다른 감동을 줄 듯하다. 이 공연은 TV로 생중계되며 이탈리아 출신의 소프라노 카르멜라 레미지오 등국내외 음악인들이 함께 출연한다.피아니스트로도 유명한 레오네 마지에라 지휘로 수원시립고향악단이 협연한다. 허윤주기자
  • [사설] 남북회담에 쏠린 세계의 눈

    남과 북의 두 정상이 분단 55년 만에 처음으로 만나 뜨겁게 손을 마주 잡으면서 시작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은 7000만 한민족은 물론 세계의 감동과기대를 모으고 있다.지금 세계의 눈은 온통 한반도에 쏠려있다.서울 롯데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는 각국에서 몰려든 세계 유수한 언론매체 기자들의취재 열기로 뜨겁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세계 각국의 반응은 한결같이 환영과 회담성과에 대한 기대로 가득하다.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은 이번 정상회담이 남·북한간의상호신뢰와 협력시대의 시작이 되기를 희망하며 남북한의 통일은 물론 한반도와 주변지역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향한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미국을 비롯한 중국과 러시아,일본 등 주변 4강과 유럽 각국들도 남북정상의 역사적인 첫 만남을 환영하며 남북관계의 새로운 시작을 기대하고 있다.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분단국인 남·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오랜 대립과 갈등에서 벗어나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열어가는 순간을 세계가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고있는 것이다. 남북정상의 역사적인 만남이 아무리 감동적이라 하더라도 한두번의 회담으로 반세기 이상 얽혀온 남북간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만남에서 남·북한이 한 핏줄이며 양측 모두 전쟁과 대립보다는 평화와 협력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확인하고,세계에 확실히 알리는 것만 해도 크나큰 성과라 할 것이다.이번 회담을 시작으로 이제부터 만남을 거듭하며 신뢰를 쌓아가고 교류와 협력을 넓혀나가면 민족의 염원인 통일도 머지않은 장래에 이룰 수 있을 것이다.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말처럼 큰 합의보다는 작은 것이라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부터 실천해나간다는 자세가 중요하다.한반도에 쏠린 세계의 관심에 답해야할 것이라는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다짐도 이번 회담의 성과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한반도 문제의 해결에 국제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도와야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남북분단의 비극도 결국 우리의 의사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외세의 힘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한반도의 분단을 가져왔던 동서냉전체제가 무너진 지 이미 오래이고 이데올로기의 대립도막을 내렸다.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체제는 동북아는 물론 세계 평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국제사회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좋은 결실을 맺고 그성과가 통일로까지 이어지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협조를 아끼지말아야 할 것이다.
  • [사설] 평화정착합의 이룬 정상회담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14일 3시간여에 걸친2차 정상회담을 갖고 ▲화해와 통일 ▲긴장완화·평화정착 ▲이산가족상봉▲경제·사회·문화등 다방면의 교류·협력문제에 관해 의견접근을 이룬뒤합의문에 서명했다. 두 정상은 민족통일을 위해서는 한반도 평화와 교류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실현가능한 부분에서 합의를 도출했다. 이번 남북정상의 합의문 채택은 분단이후 첫 정상회담에서 거둔 결실이라는점에서 매우 값진 성과로 평가된다. 특히 김대통령의 의지와 김위원장의 적극성에 의해 이룩된 성과라는 점에서 실현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고 있다. 김위원장의 김대통령에 대한 이례적인 예우와 남북정상간의 개인적 신뢰조성이 크게 작용한 점도 기대이상의 성과를 이끌어 내는데 큰 도움을 준것으로 지적된다. 이같은 바탕 위에서 김대중대통령은 김영남(金永南)최고 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양측 관계자들이 참석한 확대회담을 갖고 폭넓게 논의했으며 상당부분에서 성공적 합의를 이끌어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평양정상회담에서 주목되는 성과는 남북경협을 당국간 차원으로 격상시키는 부분이다.남북경협과 관련된 투자보장,이중과세방지 등 경제협력의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이에 대한 합의가 이룩되면 민족공동번영을 전제한 대북사회간접자본(SOC)투자문제도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으로보인다.또한 이산가족들의 생사확인 및 상봉 등 인도적 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 합의를 이뤄 이산1세대들의 비극적 고통을 해결해줄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함께 체육분야에서 시드니올림픽에 남북공동입장과 내년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단일팀을 구성,출전하는 문제도 논의할 예정이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체육,문화 등 비정치적 분야에서 교류가 활성화될 것이 자명하다.특히서울·평양간 핫라인과 연락사무소개설 합의에 접근한 것도 남북화해와 협력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남북간의 신뢰구축이 각 분야로 확산되는 토대가 마련될 것은 물론 돌발사태를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있다.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른 경제,사회문화 공동위원회 가동에 의견접근을 확인한 것은 앞으로 남북간의 보다 긴밀한 협력을 보장할 것이란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성과로 인식된다.우리의 최대관심사인 통일 문제는 장기적 해결과제이기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이 통일의 전단계인 평화정착에 대해 의견접근을 이룬 것은 큰 진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이같은 남북간의 현안해결은 우리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는 대북포용정책의 가시적 성과라는점에서 볼 때 매우 값진 수확으로 평가된다.
  • 남북 정상회담/ 각국 반응

    남북한 정상이 5개항 및 김정일국방위원장의 서울방문에 합의한 14일 밤 러시아·일본·중국등 주요국들은 곧 바로 환영성명을 내고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일 본:일본 정부는 14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5개 항에 합의하는 등 성과를거둔데 대해 한반도의 긴장완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환영을 표시했다. 지구촌유일의 냉전구조가 계속되고 있는 한반도의 긴장이 당사자간의 대화를 통해완화될 경우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의 안전보장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판단 때문이다. 일본은 다음달 오키나와(沖繩)에서 개최되는 G-8(세계 주요 8개국) 정상회의의 의장국으로서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 등 관계 개선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문서로 표시할 방침이다. ■러시아:러시아 외무부는 합의 서명 소식이 전해진 직후 “환영한다”고 밝혔다. 알렉산데르 로슈코프 외무차관은 이타르타스 통신과의 회견에서 남북한의 5개항 합의가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으로서는 합의 사실만 알 뿐 구체적인 내용은 모른다”면서 “그 내용을 검토해야 할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알렉산데르 야코벤트 외무부 대변인은 분단국인 남북한의 두 지도자가만난 것이 한반도의 긴장완화 및 분쟁국인 남북한 화해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한반도가 실질적으로 평화로 나아간다면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도 기여하게 되며 이는 러시아의 국가 이해관계에도 부합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신화통신은 이날 합의문에 서명했다는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오후 8시12분(한국시간 오후 9시12분)제목 한줄만 단긴급 영문 기사에서 “남북한 지도자들이 역사적인 합의서에 서명했다”고평가했으며,이어 9시7분 더 상세한 긴급 영문 기사에서도 ‘역사적인 합의서’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8시19분 평양발 긴급 중국어 기사에서는 “남북한이 원칙성 합의서에 서명했다”는 제목 하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대중대통령이 남북관계의 원칙에 관한 합의서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중국 외교부 주방자오(朱邦造) 수석 대변인도 13일 남북정상회담을환영하고 지지한다고 말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과 궁극적인 통일을 위한 노력들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날 외교부에서 열린 정례 뉴스브리핑에서 “우리는 정상회담이 긍정적인성과들을 거두고,남북한 관계의 진일보한 개선과,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데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 국:미국 정부는 13일(현지시간) 남북한간의 정상회담에 고무돼 있으며이번 회담이 한반도의 긴장을 해소시킬 것이라는 희망을 피력했다.조 록하트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두 지도자가 직접 만나 논의했다는 점 자체만으로도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고 말하고 “우리는 김 대통령이 받은 따뜻한 환영에 고무돼 있다고”고 밝혔다.그러나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 및 주한 미군감축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필립 리커 미 국무부 대변인도 “김 국방위원장이 순안공항에 직접 모습을 나타낸 것은 희망적인 조짐”이라고 평가한 뒤 “회담 결과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이번 회담은 포용을 앞세운김 대통령의 비전이 밑거름이 됐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도쿄·베이징·모스크바 최철호특파원·황성기기자·김규환특파원외신종합
  • 남북 정상회담/ 5개항 합의 전문가 분석

    14일 남북정상들의 역사적인 합의가 이뤄졌다.사회 각계의 전문가들은 이번합의가 한반도 냉전해체와 남북간 화해·협력의 물꼬를 텄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지만 “합의 자체가 포괄적이라 실천 과정에서 문제들이 발생할 수있다”는 일부 우려도 있었다. ■황태연(黃台淵)동국대 교수/ 90년대 남북기본 합의서에 거론됐던 남북간 화해와 통일은 선언적인 의미에 불과했다.그러나 지금은 북한이 우리를 환대해주는 수위와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파격적인 문제 접근 방식 등으로미뤄볼 때 과거 합의서의 수준보다 훨씬 진척된 내용을 담고 있을 것이다.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은 남북간 화해와 통일을 뒷받침하는 중요 의제다.다른분단 국가의 경우 긴장 문제만 언급되는 수준이나 남·북한은 전쟁을 격은나라인 만큼 평화문제를 근본 문제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가 의제로 합의된 것은 역사적인 전환점의 상징이다.이산가족 상봉은 기타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인 전제다.남북 양측의 대북·대남 정책의 정치적 지지 기반을 확보하는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경제 등다방면에 걸친 교류협력은 이번 합의에서 알맹이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전제와 기본 문제들이 원만히 처리되면 지금까지 소규모나 단발적으로 진행되던 남북한 교류가 획기적으로 확대·심화되는 기대를 담을 수 있게 된다. ■송영대(宋榮大) 전 통일부차관/ 전체적으로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평가하자면 55년만에 남북정상이 만났다는 상징적 의미와 외형적으로 남북 ‘화해 무드’를 조성시켰다는 점을 꼽고 싶다.향후 남북협력 사업을 진행하는데 적지않은 자산으로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북정상이 합의한 4개항은 내용면에서 보면 너무나 ‘포괄적’이며구체성이 결여됐다. 앞으로 이를 실현하는데 곳곳에서 문제가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예비접촉에서 남북이 합의한 내용과 비교해 대동소이하지만 ‘이산가족 상봉’을 명기,합의한 것은 상당히 진전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북측의 뜨거운 영접은 있었지만 앞으로 남북 합의사항을 실천하는데 상당한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리라 본다. ■김재한(金哉翰) 한림대 교수/ 남북 두 정상이 서명한 합의문은 지난 91년에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에 비교할 때 내용과 실현 가능성에서 다소 발전된 형태라고 본다.온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북의 두 정상이 합의를 도출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한다. 남북간 화해와 통일은 남북 양측의 공동목표라는 것을 재삼 확인시켜 줬다. 특히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의 경우 지난 합의서가 소극적 의미의 무력충돌 방지에 머물렀다면 이번엔 평화모색을 위한 적극적 의지가 담겨있다. 또 이산가족 상봉문제는 교류협력의 한 부문이었던 것을 별도 의제로 취급했다.그동안 이산가족문제를 꺼려 했던 북측의 태도 변화 가능성을 입증한다.상호 접촉이 전무했던 과거에는 교류협력이 선언적 의미에 그쳤던 반면 경제협력 등 남북간 민간 교류가 이뤄지고 있는 지금에는 실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홍지선(洪之璿)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북한실장/ 두 정상의 합의는체제가 다른 남북한이 경제통합 이전단계인 경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길을 닦은 것이다.남북 경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통신·수송분야에서 우선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전력난을 해결하고 농업기반을 확충하는데필요한 지원도 이뤄져야 명실상부한 경협이 가능할 것이다. 이중과세방지협정 같은 남북간 경협제도를 마련하면서 우리 내부의 많은 제도도 정비해야 한다.복잡하고 이중으로 돼 있는 사업자승인 방식도 고쳐야한다.대북 투자는 그동안 정치적인 요인이 작용했던 측면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기업체의 판단과 수익성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같은 업종의 중소기업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북한에 동반 진출하는 방식이 바람직스럽다. 북한 특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남북경협은 돈을 버는 것보다는북한 경제재건에 모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 각국 언론보도 내용 “남북 지금처럼 평화로운 때 없었다”

    남북한 정상의 역사적 만남을 대서특필한 세계언론들은 방문 이튿날에도 정상회담 관련 사설 및 해설기사들을 실으며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3일자 사설에서 “남북한이 지금처럼 정상적이고 평화적인 관계에 근접한 적이 없었다”면서 이는 “북한의 경제난과 클린턴 행정부가 현명하게 지지한 김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이 빚어낸 결과”라고 진단했다.사설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 및 그 예측 불가능성 등이 클린턴행정부 국가미사일방어(NMD)계획 추진의 주요 원인이었으나 북한이 외교적개방 움직임으로 고립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만큼 ‘불량국가’ 취급을 면할날이 올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 연합]■일본 남북 정상회담소식에 14일자 1면은 물론,수개면을 할애하는 뜨거운관심을 나타낸 일본신문들은 대부분 지속적인 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역사적 악수를 남북공존의 제1보로’라는 제목의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사설은 “55년 분단역사의 상호불신을 한두차례 정상회담으로 풀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정상회담이 김위원장 서울 답방 등으로 계속돼야 한다”고 주문했다.마이니치(每日),도쿄(東京)신문 등도 “미래를 위한 착실한 대화”,“첫 악수를 제1보로 한 지속적인 대화”를 요망했다. 황성기기자 marry01@■유럽 유럽 언론들은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에 새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프랑스 르몽드는 “한국전쟁이후 적대감에 시달려온 한반도로서 이는 새로운 시작”이라 평했다.리베라시옹은 ‘냉전의 마지막 철조망’이라는 해설기사에서 “이번 회담이 국제사회 분쟁의 뇌관을 제거하는 첫단추가 되기를바란다”고 밝혔다. [파리 연합]■홍콩 14일자 홍콩 언론들도 잇단 논평으로 남북정상의 행보에 주목했다.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이 반세기동안의 적대관계 해소에 공동 노력해 갈 것으로 보이지만 북측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은 김대통령 방북 성과에 첫 그림자가 됐다고 논평했다.신보는 “제도와 이데올로기의 큰 차이에 비춰볼때 회담 한번으로 통일이 실현될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 지나친 기대가 금물임을 시사했다.명보는정상회담이 “북한을 비롯한어느 나라도 대외개방을 저항하거나 거부할 수 없음”을 공표한 사건이라고평가했다. 홍콩 연합
  • 남북 정상회담/ 시민 표정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순안공항에서 직접 영접하고 북한 주민들이 열렬히 환영하는 모습을 텔레비전 생중계를 통해 지켜본 국민들은 감동과 놀라움에 휩싸였다. 대다수 국민들은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악수하는 모습을 보고 남과 북이한핏줄임을 새삼 확인하며 회담의 성공을 기대했다.일부 시민들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편길석(片吉錫·67·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씨는 “두 정상이 손을 맞잡은모습을 보니 너무 감격스럽다”면서 “나도 죽기 전에 평양에 한번 가보고싶다”고 활짝 웃었다. 순안공항에서 회담 장소인 백화원영빈관으로 가는 길목에 환영나온 평양시민들의 모습을 텔레비전으로 본 황재환(黃在換·70·경기도 남양주시 오남면)씨는 “벌써 통일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면서 “남과 북이 한핏줄임을 확인했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주부 문은경(文銀景·25·서울 강남구 개포동)씨는 “두 정상이 오랜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얘기를 나누는 모습에 감동했다”고 말했다.김재우(金在雨·51·건축업·경기 용인 수지읍)씨는 “건축현장에서 일을 하다 정상회담이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궁금해서 근처 부동산소개소로 가서 텔레비전을 봤다”면서 “김 위원장이 직접 마중나온 것을 보고 북한이 생각보다 적극적인자세로 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정상회담의 성공을 낙관했다. 유창순(柳昌淳·71·황해민보사 편집국장)씨는 “대통령이 평양에 도착하는모습을 보니 50년 동안 가시지 않았던 응어리가 조금은 풀리는 것 같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통일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향민 2세인 조남일(趙南一·32·변리사)씨는 “두 분이 만나는 모습을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면서 “빨리 북한에 있는 친지들을 만날 날이 오면 좋겠다”고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대전시 동구 성남동 형제의 집 미전향 장기수인 김용수씨(68) 등 3명은 “남북의 정상이 만나는 모습을 보니 그동안 힘들었던 일이 눈녹듯 사라졌다”면서 “정상회담이 분단을 종식하고 통일을 이룰 수 있도록 근본문제부터 차근차근 해결할 원칙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향민 이성만(李成萬·64·평북 중앙도민회 총무부장)씨는 “김 위원장이공항에 나와 대통령을 영접하고 차에 함께 타는 모습을 보니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대통령이 우리를 대신해 고향 땅을 밟아주셔서 망향의 한이 풀리는 것 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소설가 황석영(黃晳暎)씨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두 정상이 서로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황씨는 이날 오전 인천 뉴스타호텔에서 ‘분단시대의 문학’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갖고 “북한이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것은 그들도 인정하는 사실인데 굳이 이를 들먹여 북측을자극하지 않는 것이 좋다”면서 “북측도 남한을 배제하고 미국만을 상대하려는 접근방식을 버리고 남측을 협상의 상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영우기자 ywchun@
  • 남북 정상회담/ 서울서 평양까지(I)

    남북이 분단된 지 55년 만에 한반도의 하늘길이 활짝 열렸다.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전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7,000만 겨레의 통일 염원을 가슴에품고 13일 역사적인 평양 방문에 나섰다.평양 순안공항에서 김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간의 첫 상봉 장면은 감격 그 자체였다.남과북의 한 핏줄들은 뜨거운 동포애를 느꼈다. > 2000년 6월13일 오전 10시37분.대한민국 대통령 전용기의 문이 열리고,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비행기 트랩의 위 아래에서 얼굴을 마주했다.남북을 가로막아 온 분단 55년의 역사가 새로운 장을 여는 순간이었다. 김 대통령을 태운 전용기는 서울공항을 이륙한 지 67분 만인 오전 10시25분평양 순안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순안공항을 감싼 창공 멀리 김 대통령의전용기가 모습을 드러내자 순안공항에 나와 있던 북한측 환영객 1,000여명은들고 있던 꽃다발을 흔들며 환호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전용기의 동체와 날개에 새겨진 국·영문 국호와 태극기는 이제 남북한이 새로운 역사로 접어들었음을 세계에 선명하게 알렸다. 김 대통령의 전용기가 활주로에서 벗어나 계류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순안공항은 또다른 환호성으로 뒤덮였다.10시33분.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항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환영객들은 ‘김정일,김정일’을 연호하며 열광하기 시작했다. 김 국방위원장은 환호하는 환영객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면서 큰 걸음으로김 대통령이 탄 특별기를 향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용순대남담당 비서 등 북한측 고위급 인사들이 그를 따랐다. 김 국방위원장은 붉은 카펫을 따라 김 대통령의 전용기 트랩 앞까지 걸어나갔다.이윽고 10시37분,전용기의 문이 열리고 김 대통령이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밖으로 모습을 나타냈다.일순간 순안공항은 환호의 물결로 뒤덮였다.김 대통령은 평양의 하늘과 바람,그리고 평양 사람들의 환호에 겨운 듯잠시 트랩 위에서 감격에 젖는 모습을 보였다. 김 국방위원장은 10여계단 트랩 아래에서 박수로 김 대통령을 환영했다.곧이어 김 대통령이 트랩을내려서면서 두 정상은 밝은 표정으로 손을 맞잡고인사를 나눴다.순안공항은 ‘김정일’과 ‘만세’를 연호하는 환영객들의 환호로 다시 한번 크게 출렁였다. 이날 김 대통령에 대한 기내 영접은 김일성(金日成) 주석의 시신이 안치돼있는 금수산기념궁전 외사국장 전희정씨가 맡았다. 김 대통령은 김 국방위원장의 소개로 배석해 있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용순 당 대남담당 비서,조명록 군총정치국장,송호경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당·정 고위간부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김 대통령도 한광옥(韓光玉) 비서실장 등 우리측 수행원들을 김 국방위원장에게 소개했다. 순안공항의 환영행사는 의장대 사열과 꽃다발 증정 등 간단한 형태로 10여분간 진행됐다.정상의 외국 방문때 흔히 있는 도착성명 발표나 방문연설은생략됐다.두 정상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북한 의장대를 사열하는 동안 순안공항에는 용진가(勇進歌)가 연주됐다.북측이 국빈방문때 연주하는 노래다.의장대 사열을 마친 뒤 두 정상은 잠시 연단에 올라 사진기자들에게 기념포즈를 취했다.연단을 내려온 김 대통령은 부인 이 여사와 함께 화동들로부터 꽃다발을 선물받았다. 두 정상이 행사장에서 리무진까지 걸어가는 동안 환영행사장 한편에 도열해있던 환영객들은 다시 한번 꽃다발을 흔들며 ‘김정일’과 ‘만세’를 열렬히 연호했고, 김 대통령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어 이들에게 화답했다. 이날 환영행사에는 김 대통령 부인 이 여사의 카운터파트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김 국방위원장의 부인 김영숙씨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 취재진과 수행원들을 태운 아시아나항공 1002편 특별기가 오전 10시16분쯤평양 순안공항에 내리자마자 북측 검색요원들이 일일이 명단을 확인하고 간단한 짐 검색을 실시했다. 북측은 김 대통령 환영행사가 열리고 있는 동안 5대의 X레이 투시기를 설치하고 20여분 동안 취재진 및 수행원의 소지품과 몸을 검색했다.검색은 까다롭지 않았다.북측 검색요원은 한 취재진의 사진기가 무비카메라 모양과 비슷하자 “셔터를 눌러봐도 되느냐”고 물은 뒤 셔터를 눌러 사진기임을 확인하고 되돌려 주었다. 검색대를 통과하자 북측 안내원들이 남측 취재진과 수행원을 맞았다.북측안내원들은 남측에서 보낸 얼굴사진을 사전에 본 때문인지 취재진과 수행원들을 바로 알아차렸다.한 안내원은 “○○신문 기자 아닙니까”라고 물은 뒤자기 이름과 신분을 밝혔다. 북측은 남측의 수행원에 대해서는 집단 안내를 했으나 수행기자 50명에 대해서는 1대 1로 안내했다.북측 안내원들은 수행기자들이 버스를 타고 프레스센터로 오는 동안 바로 옆자리에 앉아 주요 건물을 소개하고 연도 환영인파등을 설명했다.회담 전망 등을 시시콜콜하게 묻기도 했다. 숙소인 고려호텔에 도착해 한 취재기자가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어디라도 안내할 수 있느냐”고 묻자 북측 안내원은 “어디라도 얘기해 달라”면서도 “정상회담 취재가 목적인 이상 여러 곳을 가는 것은 방문 취지와 다른것 아니냐”고 완곡하게 거절의 뜻을 밝혔다. > 김 대통령은 평양 순안공항에서 환영행사를 마친 뒤 10시50분 공항을 출발,연도에 늘어선 평양시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으로 향했다. 김 대통령과 김 국방위원장이 동승한 차량 행렬은 공항을 떠난 지 20분 만인 11시10분쯤 평양시 입구인 연못동에 도착,잠시 머물렀다.두 정상은 차에서 내려 환영나온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답례를 했으며,악수를 나누기도했다. 이곳 평양시 입구에서부터는 수많은 평양시민들이 나와 일행을 열렬히 환영했다.시민들은 연도에 줄지어 서서 진홍색과 분홍색 조화(꽃술) 등을 흔들었다.시민들은 조화를 흔드며 “만세”“김정일 결사 옹위(擁衛)”를 끊임없이외쳤다. 양영식(梁榮植) 통일부차관은 서울 브리핑에서 “60만명의 인파가 남측 대표단 일행을 환영했다”고 말했다. 북측의 한 안내원은 “평양시민들이 대부분 나온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남측의 대통령을 열렬히 환영하기 위한 자발적인 인파”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다른 안내원들은 “어제 김 대통령이 오는 것으로 알고 공(허탕)을쳤다”고 말해 전날에도 사람들이 나왔다가 되돌아간 일이 있음을 실토했다. 또 다른 안내원은 “위대하신 장군님이 여러분을 따뜻하게 환영하기 위해조치를 취했다.소감이 어떠냐”“김정일 장군님이 광폭(廣幅)정치로 여러분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으시는 것이다”“남측 통일사절들이 그런 기대에 보답하지 않으면 정말 안된다”“어제는 날씨가 흐렸는데 날씨도 (김대통령이오시는 것을) 알아 주는 것 같다”“몇 시간 전에만 동원령을 내리면 시민들이 모두 동원될 수 있다.서울에서 출발 할 때도 이처럼 시민들이 환영했느냐”고 묻는 등 관심을 표명했다. 시민들은 남자의 경우 양복을 입거나 셔츠에 넥타이를 맨 차림이었으며,여자들은 대개 한복을 입고 있었다.흰색 저고리와 검정색 치마를 입은 학생들의 모습도 많이 눈에 띄었다. 시민들은 꽃술을 위아래로 흔들면서 “만세 만세”“김정일 김정일 결사옹위 결사옹위”라는 두 가지 구호를 일사불란하게,그리고 끊임없이 반복했다. 차량행렬은 연못동에서 4·25 문화회관까지의 ‘용거리’,전승기념관까지의‘비파거리’, 보통강 강안도로,보통문,만수대 의사당,옥류교,만수대 언덕,개선문 거리,종로거리,김일성 종합대학까지 평양의 주요거리를 10㎞ 정도 순회했는데 환영인파는 단 한 곳도 빠짐없이 연도를 메웠다. 차량행렬은 평균 시속 30㎞ 정도로 달렸는데 연도의 환영인파가 꽃술을 흔들며 함성을 지르는 장면은 11시40분까지 무려 30분 동안 이어졌다.연도 중간 중간에는 학생들로 구성된 악대가 나와 행진곡 등을 연주하며 분위기를돋웠다. 시민들의 표정은 대체로 밝은 편이었으며,행렬이 지나갈 때는 더욱 큰 소리로 함성을 질렀다.일부 시민들은 차도로 몸을 들이밀면서 반가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공식 차량 행렬이 끝나고 기자들이 탄 차량은 백화원 영빈관으로 향한 본대와 분리돼 기자들의 숙소인 고려호텔로 향했다. 고려호텔로 가는 동안에도 집이나 직장으로 되돌아가는 평양시민들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반가운 표정으로 꽃술과 손을 흔들었다.그러나 구호는 외치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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