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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00년간 佛에 비친 한국의 정체성

    흔히 유럽에서 ‘은자(隱者)의 나라’로 불리는 한국·한국인의 정체성은 언제,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된 것일까? 이 물음에 속시원한 답을 던져주는 연구서가 출간됐다.한국외국어대 불어과 프레데릭 불레스텍스 교수의 ‘착한 미개인동양의 현자’(청년사 펴냄)가 그것.비교문학자이자 문화과학자인 불레스텍스 교수는 지난 16년동안 한국에 살면서 한국의 정체성,즉 ‘한국성’에 대해 인상적인 차원을 넘어학술적 과업으로 이를 천착해왔다.이번에 그가 펴낸 책은소르본대학에서 받은 박사학위논문 가운데 전문적인 내용을 뺀 것이다.대상시기가 13세기부터 현대까지 무려 8세기에걸쳐 있다는 점이 독자를 압도한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을 서양에 처음으로 소개한 사람은 1254년 유럽 성직자들과 함께 선교활동차 몽골에 들렀던 기욤드 루브룩.그는 당시 몽골의 제4차 고려 침입 후 끌려온 고려인 포로들을 만났다.드 루브룩은 ‘몽골제국 여행기’에서 고려인에 대한 인상을 ‘미개한’,그러면서도 ‘문명화한’민족으로 기록했다.구체적으로는 “체구가 작고 스페인 사람처럼 까무잡잡한 피부의 사람들이 사제들처럼 갓을 쓰고 다니는데 검은 니스를 칠해 뻣뻣해진 외올베로 만든 갓들은 어찌나 윤을 냈는지 햇빛에 반사되면 마치 거울이나잘 닦은 군모처첨 반짝인다.” 한국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이야기와 묘사는 네덜란드인상인 헨드릭 하멜에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1653년 제주도남쪽 해안에 표착한 하멜은 일본으로 탈출하기까지 13년간한국에 머문 후 ‘제주도난파기’‘조선왕국기’등을 남겼다.이는 한국에 관한 최초의 ‘인류학적’ 자료다.한국에대한 하멜의 생각과 관찰은 ‘착한 미개인’‘동양의 현자’라는 두 이미지가 형성되는 출발점이 됐다. 프랑스가 한국과 직접적이고 파격적인 접촉을 이룬 계기는 1866년 ‘병인양요’였다.프랑스 제국주의가 파견한 프랑스인(주로 선교사)들에 의해 한국은 서서히 국제사회에 노출되기 시작했다.당시 프랑스는 한국인들의 높은 교육열,뛰어난 손재주,예술적 취향 등을 특징으로 꼽았다.이어 20세기를 전후하여 한국을 찾는 유럽인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한국은 ‘조용한아침의 나라’와 ‘은둔의 왕국’이라는상반된 두 가지 이미지를 굳히기 시작했다.현대에 들어 한국의 이미지는 또다른 모습으로 비쳐졌다.해방과 독립,한국전쟁으로 인한 분단과 현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한국은 동아시아에서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국가로 다시 자리매김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한국은 과거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는 이미지가 퇴색하고,전쟁을 거친 후 북한의 모습을 통해 ‘은둔의 왕국’이란 이미지로 재구성되기 시작했다.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프랑스에 비친 한국·한국인의 이미지를 연구해온 저자는 “한국은 프랑스와 극동지역의 종교·상업·학문적 이해관계와 인접국과의 지정학적 균형관계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해 왔다”고 결론내렸다. 지난 85년 파리 국립도서관 지하열람실에서 한 고서를 통해 우연히 ‘미지의 국가’ 한국을 처음 만난 이후 저자는센 강변의 고서점,런던·로마도서관,박물관은 물론 여행객,산책가,옛 지도제작자,호기심 많은 지리학자,인류학자,판화가,사진작가 등의 발자취를 찾아 상상 속의 한국의 이미지를 추적해 왔다.저자는 이번 연구를 토대로 2단계로 ‘한국성(Koreanity)’의 개념을 이루는 요소들에 대한 탐험에 나설 계획이다. 정운현기자 jwh59@
  • [사설] 北 상선 ‘무해통항’의 전제

    북한 상선 3척이 2일 제주해협을 무단 통과해서 서해와 남해 공해상으로 빠져나간 데 이어 4일 또 다른 상선 1척이 소흑산도 인근 영해를 침범했다.정부는 당초 북한 선박들이 생필품을 실었고 적대행위를 하지 않았음에 비춰 6·15공동선언의 정신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영해통과를 허용했다.그러나 북 상선의 재차 영해침범이 확인되자 앞으로는 사전통보와 허가요청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같은 사건이 재발할 경우 교전규칙 적용 등 강력 대응키로 하고 이를 대북통지문을 통해 북측에 전달하는 한편 유사사태 방지를 위한해운합의서의 조속한 체결을 제의했다. 우리는 남북 직항로가 개설되고 금강산 관광선이 운항되는현실에서 북한 상선에 대한 영해 통과 허용을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북한 선박이 제주해협을 통과하면 시간과 경비를 절감할 수 있고 남북화해에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이 사안에 대해 몇가지 짚고 넘어갈 대목이 있다. 첫째,분단 이후 최초로 제주해협 통과를 시도한 북한의 의도다.북한 선박들은 우리 해군의 통신 검색에는 순순히 응하면서도 “상부의 지시에 의한 항로”라며 퇴거 지시에 불응했다.국제법상 ‘무해(無害)통항권’을 주장한 것으로 풀이된다.게다가 선박 2척은 우리 북방한계선(NLL)을 무단 통과했다.정전협정과 직접 관련되는 문제다.국제법상 인정되는 무해통항권은 평시(平時)를 전제로 하는 것으로 남북한은 정전상태라는 특수상황에 있다.따라서 북한 선박에 대한 영해 통과 허용은 두가지 사항을 전제로 해야 한다.먼저 남북 당국간의 협의를 거쳐야 하고 남북한 상호주의가 적용돼야 한다. 또 현존 정전협정에 영향을 미치지 말아야 한다. 남북 당국간 협의를 통해 인천항∼남포항·해주항 항로가이미 개설돼 있는 마당이다.이같은 사실을 모를 턱이 없는북한이 당국간 협의도 거치지 않고 우격다짐으로 무해통항권을 주장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더구나 북방한계선 무단 통과는 남북한 사이에 새로운 문제를 야기해 일을 더욱꼬이게 할 뿐이다.북한은 이성적인 자세로 우리 당국과 협의에 나서기 바란다.정부도 공식 협의와 함께 북한에 대해 추궁할 것은 추궁해서 영해 침범이나 무단 통과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지구촌 문제 인간이 해결해야”

    [새천년평화재단 이승헌 총재] “현재 지구촌이 당면한 평화,환경문제의 해결자는 다름아닌 인간입니다.그동안 문제해결 과정에서 정작 해결주체인인간이 소외된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서울에서 제1회 ‘휴머니티 컨퍼런스-지구인선언대회’를 개최하는 새천년평화재단 이승헌총재는 4일 기자회견을 갖고 지구촌 문제의 해결에는 인간이 중심이 되어야 하며 우리 전통사상인 홍익인간 사상이바로 그 요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최근 미국에서 각광받고 있는 그의 저서 ‘힐링 소사이어티’도 다름아닌 인간중심의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간,국가,종교끼리의 무한경쟁 속에서 대립을 극복할가치의 중심은 바로 인간입니다.특히 지구촌의 마지막 분단국가이며 많은 문제를 갖고있는 나라로 인식되고 있는 한반도에서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것입니다.” 이 총재가 주장하는 해결책은 바로 우리 건국철학인 ‘천지인’의 홍익인간 사상.자신이 홍익철학의 진정한 의미를깨달은뒤 한국인의 긍지를 느꼈고 그 긍지가바로 자신이창시한 단학의 세계화로 이어진 원동력이라고 귀띔했다. 김성호기자 kimus@
  • 北상선 3척 영해 침범

    쌀과 소금을 실은 북한 상선 3척이 지난 2일 제주해협을무단 침범,최대 27시간여 항해한 뒤 서·남해 공해상으로각각 빠져 나갔다. 3일 합참에 따르면 지난 2일 선원 30∼40명이 탄 청진2호(1만3,000t급)와 령군봉호(6,700t급),백마강호(2,700t급) 등북한 상선 3척이 동·서해 공해를 항해하던중 각각 남해안영해를 침범했다. 북측 선박이 제주해협을 무단 통과한 것은 분단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이날 임동원(林東源)통일부장관 주재로 청와대에서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열고 정부대책을 논의,황의돈(黃義敦) 국방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는 성명에서 “6·15공동선언의 정신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금번에 한해 영해통과를 허용했다”면서 “향후에는사전통보 및 허가요청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차후재발시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같은 입장정리는 향후 북한이 협의에 응해올 경우 선박의 영해 통항을 허용하겠다는 것으로도 해석돼 냉각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에 새로운 전기가 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제주해협은 국제법상 ‘무해(無害)통항권’이 인정되는지역으로 군함을 제외한 외국 상선은 연안국에 해를 끼치지않는한 사전 통보 없이 통과할 수 있다. 군 당국은 그러나정전상황이라는 특수성에 따라 북한선박의 운항을 규제해왔다. 이날 해군은 북한선박을 나포하거나 정선시키는 등 강제조치를 취하지 않고 P-3C 해상초계기와 초계함,경비함 등을긴급 출동시켜 경계,감시활동을 펴는 한편 무선교신을 통해영해이탈을 유도했다. 군당국은 북한이 민간선박의 운항 경비 및 시간절감을 위해 ‘무해통항권’을 인정받겠다는 의도로 파악하고 있다. 노주석기자 joo@
  • 법원, 북한에 첫 재판자료 요청

    법원이 “북한에 살고 있는 가족들을 호적에 올려달라”는 이산가족의 취적허가 신청을 받아들여 역사상 처음으로 북 한 이산가족의 인적사항 조회를 통일부를 통해 북한측에 공 식 요청한 사실이 밝혀졌다.우리 법원이 북한에 재판 자료 를 요청한 것은 분단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부장 高毅永)는 지난달 18일 “S씨 의 취적허가 사건 심리에 필요하다”며 통일부를 통해 북한 에 살고 있는 S씨의 어머니 J씨(84)와 동생 3명에 대한 사 실조회를 북측에 요청했다. 이에 따라 통일부는 북측에 관련 자료를 요구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북한이 이번 요청을 받아들여 자료를 보내준다면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호적에 넣어달라는 이산가족들의 신청이 봇 물을 이룰 전망이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이산가족 상봉 등으로 조성된 남북화 해 분위기를 적극 반영한 것으로,남북 이산가족간 상속과 호적 정리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보 인다. 법원은 요청서에서 S씨가 생존 사실을 확인한 가족 4명의 이름과생년월일,주소와 본적 등 인적사항을 명시한 뒤 ▲ 북한 주민 여부 조회 ▲인적사항 사실 여부 조회 ▲신분관 계와 거주관계를 증명하는 서류의 사본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우리 헌법상 북한지역은 대한민국의 영토이며 북한 주민도 우리 국민”이라면서 “S씨가 북측의 어머니와 형제들을 호적에 올리려는 것은 아버지의 유산을 나눠주기 위한 것인 만큼 실제 가족들이 북한에 거주하는지를 확인 할 필요가 있어 사실조회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대리하고 있는 배금자(裵今子)변호사는 “법원 에 6·25 당시 월남해 호적신고를 하면서 누락된 가족들의 추가 등재 방법과 절차를 문의한 결과,북측에 가족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자료를 첨부해 제출하면 된다는 회답 을 듣고 사실조회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S씨의 아버지는 북한에서 J씨와 결혼해 3남2녀를 낳았으나 6·25때 두 아들만 데리고 월남한 뒤 L씨와 재혼, 다시 아 들 둘을 낳았다.S씨는 남한에서 새 호적을 만들면서 연좌제 에 따른 불이익을 걱정해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을 호적 에 올리지 않은 채 지난해 사망했다. S씨의 장남은 “북측 가족들에게도 재산을 물려주라”는 아버지의 뜻을 이루기 위해 법원에 L씨와 아버지의 혼인무 효소송과 취적허가 신청 등을 제기했다. 이상록 조태성기자 myzodan@
  • 철원군, 3일 금강산서 남북 벼품종 공동개발 실무접촉

    강원도 철원군이 남·북 공동의 벼 품종개발과 학술조사등을 위해 3일 북한 금강산에서 첫 실무접촉을 갖는다. 철원군은 “분단된 남·북 철원지역에 벼 우량품종 전시포 설치와 농자재 북한지원 등 교류협력의 물꼬를 트기로 했다”고 31일 밝혔다. 실무협의는 철원군이 교류의사를 북측에 타진하고 북한의대남 교류담당기구인 민족화해협의회가 초청장을 보내오면서 급진전됐다.6일까지 3일동안 열리며 철원군 기획감사실장과 남북강원도문화교류재단 이사장 등 남측 2명이 방북한다. 철원군은 이번 실무접촉에서 분단된 남·북 철원지역에 각각 1곳씩의 벼 우량품종 전시포를 설치하는 것을 비롯,북철원에서 생산되는 삼지구엽초(음양곽)를 남한에서 명품화하는 사업과 북한에 농자재 지원 등을 제의할 예정이다. 철원 조한종기자 bell21@
  • 독도박물관서 일제강점 남북공동자료展

    평양에서 열린 바 있는 ‘일제의 한국강점 불법성에 대한남북공동자료전시회’가 독도박물관에서 열린다. 독도박물관은 지난 3월 평양 인민대학습당에서 소개됐던 일제의 한반도 침탈의 불법성을 뒷받침하는 생생한 자료들을오는 23일부터 박물관에 전시하기로 했다. 전시자료들은 일본의 메이지(明治)시대 이후 제기된 정한론과 강화도조약에서부터 국권침탈까지 일제의 치밀한 준비 및 무력을 앞세운 강압행위 등을 폭로하는 것들이다. 또 이번 전시회에는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을 규탄하는남북 역사학자들의 공동성명’ 전문과 평양에서 전시된 북한의 사진 및 신문,독도의 영유권에 대한 일본의 억지를 구체적으로 반박하는 자료들이 함께 전시된다. 이 전시회는 국치일인 8월 29일 서울로 이동,북한 학자들이 참여하는 학술토론회와 병행해 개최되는 등 오는 10월까지계속될 것이라고 독도박물관측은 밝혔다.박물관 관계자는 “독도박물관이 영토수호의 역사적 소명을 바탕으로 건립된 만큼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이 공동으로 참여한 평양전시회의 연장선상에서 전시회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울릉 김상화기자 shkim@
  • 비무장지대 녹색순례 르포

    비무장지대(DMZ)의 하늘은 참으로 푸르렀다.남북도,분단도 따로 없었다.백로 몇 마리만 한가로이 자리를 지키고있을 뿐이었다. ‘2001 생명과 평화의 DMZ 녹색순례단’은 지난 14일 임진각을 출발,22일 통일전망대까지 휴전선 155마일을 도보로 횡단한다. 순례 이틀째인 15일 경기도 연천군 삼곶리 태풍전망대에서 시작된 일정은 험난하기만 했다.비바람과 구름에 가려끝이 보이지 않는 급경사가 이어졌다.순례단은 비무장지대에서 한가롭게 서있는 고라니 3∼4마리와 멀리 보이는 북한군 병사를 향해 두손을 힘껏 흔들었다.곧이어 중면 합수리에 펼쳐진 엄청난 규모의 습지.김경화 대안사회국장(30·여)의 설명이 시작됐다. 김 국장은 “습지가 있어야만 다양한 동·식물의 형성과보전이 가능하다”면서 “경제적인 가치로는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값어치가 무궁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계속된 강행군 속에서도 노루오줌 등 식물도감에서만 봤던 진귀한 식물들이 순례단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부산녹색연합 김은정 간사(29)는 “지표식물인 관중 무더기와난쟁이붓꽃,둥글레의 군락을 보고 너무 반가웠다”고 말했다. 오후 6시30분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대광2리 마을회관에도착한 순례단은 저녁식사와 평가시간을 가졌다.순례 사흘째인 16일 단원들은 어느 누구도 오전 6시 기상시간에 늦지 않았다.도보행진의 시작은 강원도 철원군 노동당사. 녹색순례단 깃발과 녹색연합 깃발을 앞세우고 민통선 안으로 들어섰다. 민통선 안에서 2만여평의 벼농사를 짓는다는 손용목(孫容睦·68·강원도 철원군 동성읍)씨는 논에물을 대기에 바빴다.손씨가 모는 트랙터 옆으로 백로 한마리가 날아들었다. 지난 1월 명지대에 교환학생으로 온 에반 초크(25·호주)는 “비무장지대는 50년 넘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천혜의 보고”라면서 “행운이라 생각하며 흔쾌히 녹색순례대열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출정식에서 자유의 다리‘소원의 벽’에 소망을 적은 단체옷 한벌을 내건 뒤 대장정을 시작한 이들은 평화의 댐 등을 거쳐 22일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통일전망대에 다다른다. 철원 박록삼기자 youngtan@. *한상민 순례단장 “값진 보물 확인 감동의 연속”. “생태계의 보고(寶庫)를 직접 발로 누비면서 가슴 벅찬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2001 생명과 평화의 DMZ 녹색순례단’ 한상민(韓相民·28) 단장은 17일 “단원들이 지난 4일 동안 하루 평균 30여㎞를 강행군하느라 많이 지쳤지만 ‘값진 보물’을 접하는 기쁨에 다들 들떠있다”고 전했다. 한 단장은 “비무장지대의 생태계가 더욱 풍요로운 것이사실이지만 민간인통제구역(CCZ) 안의 생태계도 감동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순례는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내의 생태계에대한 기초 조사라는 점 외에 DMZ가 부분적으로나마 민간인에게 열리는 순간이라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면서 “전세계가 주목하는 이곳에 대한 관심이 한반도에서도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장담했다. 박록삼기자
  • 국내·日총련계 초등교 첫 결연

    전교조 출신 첫 초등학교 교장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조총련계 초등학교와 자매결연을 맺는다. 경기도 성남시 은행초등학교 이상선(李相善·61) 교장은16일 “우리 아이들에게 북한과 총련 재일동포 친구들도 우리와 함께 살아갈 ‘형제’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18일일본을 방문,에히메(愛媛)현 마쓰야마(松山)시의 조총련계시코쿠(四國) 초등학교와 결연식을 갖는다”고 밝혔다. 내년 8월이면 정년이 되는 이 교장은 지난 87년 6월 항쟁때 전교조의 전신인 ‘전국교사협의회’를 시작으로 교육운동에 뛰어들었다.그는 지난 98년 전교조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교장에 임명됐다. 이 교장이 총련동포 학교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3월말 마이러브코리아(www.mylovekorea.net)라는 재일동포 인터넷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송재근(宋在根·27)씨의 제의를받으면서.학생수 부족과 재정난,정보 부족으로 우리말과 우리문화에 대한 교육이 어려워 나날이 일본화되어가는 총련학교와의 교류를 통해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는 데 도움을주자는 송씨의 제의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이 교장은 “일본 사회에서 온갖 멸시를 견디며 우리글과우리문화를 지키고자 노력해온 총련학교 선생님,학생들과함께 독도·위안부문제·역사교과서 왜곡문제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남북이 화해와 협력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나유달리 교육분야만은 협력이 부진했다”면서 “우리 아이들은 어른들이 고착화시킨 사상의 벽을 넘어 함께 어깨동무할친구가 됐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소망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
  • 서울 고교생 285명 금강산서 통일 글·그림대회

    ‘기쁜 우리의 만남이 슬픈 잿빛을 띠지 않기를… 지금수줍게 내민 너의 손을 힘있게 잡아 놓지 않게 하소서.’(반포고 김성한군·‘만남’·운문 금상) 지난 13∼16일 금강산에서 열린 ‘서울학생 통일 체험 한마당’에 참가한 서울시내 고교생 285명은 “금강산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또 북쪽 동포의 생활상을 보고는 하루빨리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깨닫는 듯했다. 학생들은 14∼15일 이틀 동안 금강산 만물상과 해금강,삼일포 등을 둘러봤다.커다란 바위가 기기묘묘한 형상으로병풍처럼 펼쳐진 만물상,신선이 사는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하늘문,푸른 동해와 해금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망양대….학생들은 눈 앞에 절경이 펼쳐질 때마다 ‘와’하고 탄성을 터뜨렸다.바위와 계곡마다 전설이 깃든 금강산 1만2,000봉우리에 파묻힌 학생들은 북쪽 관리원들과도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눴다.여학생들은 북쪽 여성 관리원들을 ‘언니’라고 부르며 손을 잡고 오르내렸다.14일 밤 금강호에서 열린 ‘선상통일대토론회’에서는 북한땅을 밟은 느낌과 통일에 대한 생각을 풀어냈다.이선국(李先國·동성고 3년·18)군은 “남쪽 관광객과 북쪽 주민을 갈라놓은 철조망에서 분단의 비극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하자 신효자(申曉子·용화여고 3년·18)양은 “통일에 대비해 남과 북의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는 학교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양동엽(楊東燁·중대부속고 3년·18)군은 “북쪽 관리원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 많아 교류를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안타까워 했다.정해림(鄭海林·경기여고 2년·17)양은 “남북 공동 교과서를 만들어 통일을 앞당겨야 하고,북쪽의 또래 친구들과 만나 얘기하고 싶고,안되면 화상 채팅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5일에는 해금강과 삼일포에서 글짓기·사생·사진대회를 치른 뒤 평양모란봉교예단의 공연을 관람했다.박유진(朴有珍·덕원여고 2년·17)양은 16일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멋진 교예를 보면서도 왠지 모를 찡한 감정이 솟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애틋한 감정을 털어놨다. 글짓기대회 산문 대상을 차지한 양재고 3년 정다영양(18)은 통일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펼쳤다. “통일을 하게 되면,당장은 이 물질-통일로 인한 문제점-을 품고 있는 진주조개처럼 아프고 쓰라릴지 모르지만,그이물질을 ‘진주’라는,아니 ‘민족의 발전과 번영’이라는 보석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지 않을까?”금강산 전영우기자 anselmus@
  • ‘역사는 남북을 묻지 않는다’저자 이구영 선생

    “뭔가 뚜렷한 일도 하지 못한,남 부끄러운 과거이지만,남들이 겪지 못한 경험이 많아 자료적 측면에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올해로 만 81세를 맞은 노촌 이구영 선생.그는 이같이 겸손한 한마디로써 자신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책에 담게 된배경을 압축했다.책 제목은 ‘역사는 남북을 묻지 않는다-격랑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살아온 노촌 이구영 선생의 팔십년 이야기’(소나무).선생의 구술을 심지연 경남대 교수가 옮겼다. 이구영 선생은 1920년 의병장 유인석의 활약이 돋보이던충북 제천의 양반집에서 태어났다.자라면서 자연스레 항일운동에 참여했고 청년기에 사회주의 사상을 만났다.이어 8·15 광복을 맞으면서 사회주의 활동에 나섰고 한국전쟁때 월북,58년에 남파됐다가 경찰에 붙잡혀 22년간 감옥에서 지냈다.80년 가석방된 뒤 서울 홍제동에 이문학회 사무실을 차리고 한문을 가르치고 있다.그의 이런 인생역정은우리나라가 그동안 겪은 질곡을 한눈에 보여준다. 그가 일생동안 만난 사람은 무수히 많다.의병장 유인석의 종사관이 작은 아버지였기에 의병들에 대해서도 면식과기록을 갖고 있다.벽초 홍명희로부터 글을 배웠고,사회주의에 빠져들면서 박헌영 등도 알았다.광복 후에는 김구선생을 찾아가 말씀을 들었고,시인인 육사 이원록,지훈 조동탁 등과도 알고 지냈다. 그는 책을 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신식공부도 못한 채 커서 세상에 나와 어리둥절하다가 순수한 의미에서 사회주의를 배웠으나 그것도 갈래가 많고,파생되는 일들을 격랑속에서 겪었고 전쟁도 지냈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게 신기하다.” 그는 이번 책을 내자마자 새로운 저술에 나섰다.자신이겪은 사회주의 운동에 대해 글을 써보려 했지만 그보다는의병사를 다루기로 했다.지난 93년 ‘호서의병사적’을 출간했으나 의병의 전모를 밝히기에 미흡하다는 안타까움에서다.“사회주의에 대해 실제 겪으면서 갖게 된 생각을 풀어내야 하는데 아직 관련자들의 자제들이 많이 살아있어서….의병활동은 집안에 자료가 있어 먼저 정리하려는 겁니다.” “작년 남북정상회담에 쏟은 국민의 관심을 잊지 말아야한다”는 그는 “우리나라는 외세에 의해 분단됐고 외세가 해독을 끼쳤고,옳은 말을 하는 사람들의 자손들이 좌절하고 피어나지 못했으며,이런 맺힌 것들이 풀려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책에 담았다”고 강조했다. 박재범기자 jaebum@
  • 박정희시대 유산 어떻게 극복하나

    ‘박정희시대’는 과거사인가,동시대사인가. 박정희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차치하고라도 ‘박정희시대’는 여전히 ‘현재적’의미로 규정되고 있다.이는 그 시대의 유산이 우리사회 곳곳에 산재해 있으며,우리는 여전히 그와의 ‘연속’선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박정희 흉상 철거,‘박정희기념관’ 건립을 둘러싼 논란 등 박정희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16일로 5·16쿠데타 40주년을 맞았다.한국정치외교사학회가 ‘5·16의 정치외교사적 평가’를 주제로 지난 10일 토론회를 개최한 데 이어 14일에는 성공회대 민주화운동자료관이 ‘박정희·박정희체제의 평가와 극복’을 주제로 학술토론회를 열었다.이날 토론회는 평소 박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펴온 학자들이 주제발표와토론의 주류를 이뤘다. 흔히 박정희를 ‘위인’으로 평가하려는 부류들이 내거는 ‘깃발’은 단연 경제개발이다.이에 대해 김대환 인하대교수는 ‘박정희식 경제개발의 공과’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그 허구성을 지적했다.김교수는 “박정권의경제개발은 근대화 신화의 중심테제이자 유일한 요소였다.정치·사회 등 다른 근대화 조건들이 척박하여 신화의 깃발을 경제개발밖에 꽂을 데가 없었다”면서 “대부분의 동시대인들의이 신화의 위력에 빨려들어간 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또 한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인 대외종속현상은 박정희의 개발정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심화됐다고 비판했다. 박정권의 남북관계·통일문제에 대해서도 통렬한 비판이제기됐다.강정구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간차원의 통일운동·논의를 모두 반공법으로 처벌하였고,‘선건설 후통일’또는 ‘승공통일’로 실질적인 분단고착화 내지 반통일 기조를 지속시켰다”며 “4·19 후 고조된 시민사회의 통일역량을 이승만시대로 되돌려 민족사적으로는 반통일·반민족의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인간 박정희 평가’에서 조현연 성공회대 연구교수는 박정희가 ▲항일독립군 출신 ▲청렴한 서민형 정치지도자 ▲용인술의 천재이자 의리의 정치지도자라는 등 세가지 ‘신화’를 하나씩 벗겨냈다.조교수는 오히려 세간의평가와는 정반대의 ‘사실’을 내세워 ‘신화의 허구’를역사의 진실 앞에 드러내 보였다.독립군이기는 커녕 오히려 만주군 장교였으며,일본은 그에게 개인적 출세의 발판이자 정신적 고향이었다고 비판했다.또 박정희는 권력유지를 위해 각종 권력형 비리를 주도하였으며,말년에 향락과방종한 생활을 한 것은 물론 사상적 변절,인간적 배신으로 얼룩진 삶을 산 장본인이라고 혹평했다. 마지막으로 박정희시대의 부정적 유산 극복방안과 관련,주종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박정희시대는 총체적으로 외세에 대한 굴종과 종속,남북대립 극대화·분단고착화로 규정할 수 있다”며 “민족·민주·민중진영의 대연합과 올바른 민주철학 확립만이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주장했다. 정운현기자 jwh59@
  •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 평화’포럼 요지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에 대응,중국과 북한의 군사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분석됐다.이종석(李鍾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11일 남북정상회담 1주년에 즈음해 세종연구소가 마련한 정책포럼에서 이같이 주장하며 “한·미·일 공조체제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불식하고 한·중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서울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포럼의 주제발표 내용을 간추린다. ◆정세현(丁世鉉) 전 통일부차관=햇볕정책은 민족사적 당위성을 지닌 정책으로,정권과 무관하게 유지돼야 한다.남북화해와 협력을 지속할 정도의 대북지원이나 경협이 불가피하다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시급하다. ◆이장희(李長熙) 한국외대 교수=6·15남북공동선언을 효과적으로 실천하려면 남북이 함께 냉전적 법령을 정비하고 남북교류협력법을 ‘남북화해협력기본법’으로 대체해야 한다.대북정책 결정에 민간단체의 참여를 넓혀 당국 중심주의를 막아야 한다. ◆백학순(白鶴淳) 세종연구소 연구위원=부시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도결국 클린턴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의 틀과 기본방향을 지속할 것이다.우리 정부는 외부 상황의 변화와 관계없이 남북관계를 꾸준히 개선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특히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우리 국민과 미국 정부로 하여금 북한에 대한 신뢰를 쌓는 중요한 계기인 만큼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 ◆진창수(陳昌洙)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남북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북·일 국교정상화에 소극적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우선 부시 미 행정부가 미·일동맹을 중시함에 따라 일본은 국제질서에서 뒤처질 우려에서 벗어났다.북·일 국교정상화에 적극 나서야 할 이유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특히 미사일 문제는 한·미·일 공조와 보조를 맞추지 않을 수 없으므로 일본이 돌출적으로 북·일 교섭을 추진하기 힘들게 됐다. ◆이종석 연구위원=미국의 MD 추진에 대응해 북한과 중국이 군사협력을 증대,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있다.따라서 한·중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특히 한·미·일 공조체제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불식해야한다.한·중 군사협력관계를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함택영 경남대 교수=남북평화를 통일과 별개로 보거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소극적 평화관은 지양돼야 한다.남북한 평화체제는 평화협정 체결,군비통제 및 군축 등 분단체제의 안정화와 남북한 공동체 수립을 포괄한다.군사적 억지력에 기반한 안보위주의 소극적 자세로부터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공동안보와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발상전환이 요구된다. ◆김경수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진정한 군사적 긴장완화는 다각도의 교류와 군축이 이뤄질 때 가능하다. 91년 체결된 남북 불가침합의를 국제적으로 제도화하고 다자간 협력안보체제를 갖춰야 한다. 진경호기자 jade@
  • 한국전 상징 조형물 선정

    6·25전쟁 50주년 기념사업위원회는 8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안에 설치할 6·25전쟁 상징조형물에 대한 현상공모를 실시해 신한철씨(43·인하대 미대강사)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전쟁기념관 광장 중앙에 37m 높이로 세워지는 주 조형물은 상무정신을 상징하는 청동검과 생명수를 형상화했다.주변의 병사와 어린이상은 분단의 극복을 의미하며 청동검신에는 전후 50년사가 부조로 새겨진다. 새 조형물은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를 거쳐 올 10월쯤 건립 공사에 들어가 휴전 50주년이 되는 2003년 7월27일 전쟁기념관의 새로운 명물로 태어난다. 노주석기자 joo@
  • 135개동 61만세대 20일 부분단수

    종로구 등 9개 구 135개 동 61만7,000세대에 대한 수돗물이 20일 오전 9시부터 16∼20시간 동안 나오지 않는다. 서울시의 이번 단수조치는 취수·정수장 전기설비 정기검사와 송배수관 연결공사에 따른 것이다. 20시간 단수지역(20일 오전 9시∼21일 오전 5시)은 종로구 청운·삼청동 등 35만7,000세대이며 16시간 단수지역(20일 오전 9시∼21일 오전 1시)은 용산구 보광동 등 26만세대이다. 최용규기자
  • [김삼웅 칼럼] 미국과 사대언론의 인식전환을

    국가에도 시운(時運)이 따르는가. 우리는 가끔 좋은 기회를 놓치면서 좌절과 패배를 신념처럼 안고 살아간다. 1945년해방공간은 한국 현대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시기였다. 일제질곡에서 해방된 겨레는 새나라 건설의 희망에 부풀었다. 우익도 좌익도, 빈부격차도, 지역갈등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애국자와 친일파의 간극이 있었을 뿐이다. 우리는 그 좋은 기회를 놓쳤다. 지도자들이 국제정세를 내다보는 안목과통찰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해방공간의 훼방꾼은 느닷없이불거진 신탁통치문제였다. 1945년 12월27일 전후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모스크바에 모인 미·영·소 외상은 한국문제 4개항에 합의했다. ①임시 조선민주주의 정부를 수립한다. ②조선 임시정부 구성을 원조할 목적으로 미·소공동위원회를 설치한다. ③한국 임시정부 수립을 돕기 위해 미·소·영·중의 4개국이 공동관리하는 최고 5년 기한의 신탁통치를 실시한다. ④2주일 이내에 조선에 주둔하는 미·소 양군 사령부 대표로 회의를 소집한다. 그런데 이 합의문 전문(全文)이 아닌 신탁통치 문제만 국내에 전해지면서 국민의 반발은 마치 벌집을 쑤셔 놓은 듯했다. 즉각독립을 기대했던 국민에게 신탁통치란 상상하기 어려운,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었다. 신탁통치 문제를 둘러싸고 풀리지 않는 하나의 미스터리가있다. 45년 12월27일 동아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서 ‘소련은 신탁통치 주장, 미국은 즉시 독립 주장’이란 제목의 보도를 했다. 이 기사는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3개국 외상회담을 계기로 조선독립문제가 표면화하지 않는가 하는 관측이 농후해가고 있다. 즉 번즈 미국무장관은 출발 당시에 소련의 신탁통치안에 반대하여 즉시 독립을 주장하도록 훈령을 받았다고 하는데, 3국간에 어떤 협정이 있었는지는 불명하나 미국의 태도는 카이로선언에 의해 조선은 국민투표로써 그 정부 형태를 결정할 것을 약속한 점에 있는데, 소련은 남북 양지역을일괄한 한국신탁통치를 주장하여 38선에 의한 분할이 계속되는 한 국민투표는 불가능하다고 하고 있다”면서 ‘소련의구실은 38선 분할점령’이라는 큰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이 보도를 근거로 이승만과 한민당, 김구와 임정세력은 신탁통치를 주장한 장본인이 소련이라 주장하면서 격렬한 반탁운동을 전개했다. 모스크바 3상회담이 진행중인 시점에서 반탁운동에 불을 지른 이 기사는 3상회담의 내용을 신탁통치안으로 국한시켜 보도하면서, 미국은 즉시독립을 주장하고 소련은 신탁통치를 주장한 것으로 왜곡한 것이다. 이 기사의 배경에는 당시 언론을 통제하던 미군정의 단순실수인지, 아니면 반소·반탁감정을 형성하기 위한 모종의 국제음모가 개입된 것인지는 아직도 미스터리다. 문제는 국가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시기에 잘못된 기사 하나가 역사의 물굽이를 바꿨다는 사실이다. 6·15선언 이후 현시점은 해방공간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남북이 적대와 대결을 접고 화해와 통일국가의 기초를 닦는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그런데 미국 부시대통령의 대북강경정책으로 한반도정세가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남북화해를못마땅하게 여기는 수구세력과 사대언론이 부화뇌동하면서포용정책이 위협을 받고 있다. 다행히 페르손 스웨덴총리를통해 북한이 2003년까지미사일 발사를 유예하고 남북공동선언을 이행할 것임이 확인됐다. 이제 부시 미국정부와 한국의 사대언론이 변할 차례다. 한국과 미국은 혈맹관계이다. 우리도 미국의 은혜를 입었지만 미국도 우리에게 빚을 졌다. 분단과 신탁통치문제는 묻어두고라도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일본의 작용으로) 한국을 전승국에서 제외시킨 것은 씻을 수 없는 과오이고 빚이다. 우리 임시정부가 대일 선전포고를 하면서 일제와 싸웠는데 한국을 제외시킴으로써 배상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거듭된 망언과 역사교과서 왜곡의 수모를 겪게 되었다. 이런 사실을 안다면 미국은 남북화해에 협력해야 한다. 언론도 민족적 양심에서 남북문제를 보도해야 한다. 내일(9일) 한국을 방문하는 리처드 아미티지 미국무부 부장관 일행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는 대북 포용정책이외의 대안이 없다는 것을 새롭게 인식하기 바란다. 그것이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김삼웅 주필 kimsu@
  • 민통선 종단 ‘녹색순례’

    남북 분단의 상징이자 생태계의 보고인 비무장지대(DMZ)와인접한 민간인통제구역(CCZ)을 시민단체가 발로 누빈다. 녹색연합은 6일 “시민단체 회원과 시민 60여명으로 ‘녹색순례단’을 구성,오는 14일부터 열흘 동안 민간인 통제구역 도보 종단 행사를 갖는다”고 밝혔다.녹색연합은 또 다음달 18일부터 26일까지 중국 연길녹색연합과 함께 ‘두만강 녹색순례’를 통해 두만강의 오염 실태와 야생 동식물서식처 조사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민통지역 탐사는 DMZ 주변에 대한 종합적인 생태관리 및보전 방안을 마련하기에 앞서 기초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녹색순례단은 14일 오전 경기도 파주 임진각을 출발,연천과 철원∼평화의 댐을 거쳐 23일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 도착한다.하루 8시간씩 도보로 강행군한다. 녹색연합은 이번 탐사를 통해 ▲지형,식생,야생동물의 환경지표 조사 ▲생태계의 보존 및 복원에 대한 시민단체안마련 ▲대인지뢰의 친환경적 철거안 마련 등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녹색연합은 당초 DMZ의 탐사도 계획했으나 군당국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민통지역만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
  • 북한이탈주민후원회, 탈북자들 적응과정 에피소드 소개

    “저는 호랑이띤데 선생님은 무슨 띠세요” “난 러시아산 소가죽띠요” 한 탈북자가 남한사회에 적응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한 토막이다.나이를 묻는 질문에 ‘허리띠의 소재’을 답한 이해프닝은 분단 반세기가 빚어낸 남북간 문화와 언어의 차이,이에 따른 탈북자들의 고충을 잘 대변해준다. 지난 3월말 현재 국내에 살고 있는 탈북자는 모두 1,285명.탈북자 수는 99년 이후 해마다 2배 이상 급증하고 있다.북한이탈주민후원회가 최근 펴낸 ‘탈북동포들의 희망찾기’에 실린 남북한 언어이질화 실태를 소개한다. ■난 소가죽이요/ 북한에서 러시아문학과 남북한 언어의 차이를 연구한 정종남씨의 일화.남북한 상용한자의 뜻 차이를 분석한 책을 펴낼 정도로 이 분야에 정통한 정씨조차‘띠’에 대해서는 손을 들었다.지인들과 식사를 하던 중한 사람이 “남한에 오신 걸 축하합니다.건강관리를 잘하신 것 같은데 무슨 띠신지요”라고 물었다.그는 ‘별 사람다보겠네. 잘 살면 잘 살았지,범가죽 허리띠를 맨 것까지자랑할 건 뭔가’라고 생각하며 불쾌했다고 한다.그는 잠시 망설인 끝에 양복 저고리를 활짝 열어 제쳤다. 그리고 “전 러시아에서 산 소가죽 띠를 매고 있습니다”고 내뱉었다.60년 가까이 북한에서 살았지만 ‘띠’에 대해서는 들어보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토로다. ■오징어는 낙지/ 윤철씨는 95년 귀순 직후 수산시장에서오징어를 주문했으나 낙지를 받았다. 북한의 오징어가 남한에서는 ‘낙지’로,낙지는 ‘오징어’로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식당 차림표에서 ‘곰탕’을보고는 ‘얼마나 곰(熊)이 많으면 학생들조차 곰탕을 먹을까’하고 의아해 했다는 그는 지금도 실수할까 싶어 김치찌개,된장찌개처럼 간단한 음식만 주문한다고 했다. ■‘언제예’ ‘지금요’/ 탈북자 이영훈씨가 경상도 사투리 때문에 겪은 일화.차를 태워준 친구에게 밥을 사겠다고하자 “언제예”라고 말하더라는 것. “지금 바로”라고하자 다시 “언제예”라고 하길래 잘 안들리나 싶어 큰 소리로 “지금 가자니까요”라고 외쳤다.‘괜찮다.사양한다’는 뜻임을 몰랐던 그는 그 뒤 같은 뜻의 북한말 ‘일 없습니다’로 곤욕을 치뤘다.출근 첫날 “커피 한잔 하자”는 사장의 말에 “일 없습니다”(괜찮습니다)라고 대답,사장의 얼굴을 벌겋게 만들고 말았다. ■감투와 누명씌우기/ 귀순 후 방송리포터로 활동할 정도로남한사회에 잘 적응하던 김순영씨는 방송녹화 때 ‘감투’라는 단어로 NG를 냈다.‘직함’‘벼슬’이라는 뜻의 이단어가 그녀에겐 ‘억울한 누명을 씌우는 일’이었던 것이다.그렇지 않아도 영어와 한자로 고생하던 그녀는 방송원고에 적힌 이 낯익은 단어가 반가워 신나게 방송을 진행했고,결국 다시 녹음해야 했다. 진경호기자 jade@
  • “”노동절엔 남·북이 따로 없죠””

    분단 이후 첫 남북 공동의 노동절 행사인 ‘남북 노동자 5·1절 통일대회’가 1일 북한 금강산에서 열렸다. 남측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북측의 조선직업총동맹 소속노동자 1,000여명은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금강산 온정각행사장에서 기념식과 통일축구대회 등을 갖고 ‘6·15 공동선언’ 이행과 남북 노동자 교류확대 등을 다짐했다. ◆행사=체육복 차림에 흰색 모자를 쓴 북측 노동자 500여명은 ‘민족 대단결’ ‘자주통일’ 등이 씌어진 깃발을 흔들며 ‘환영’이라는 구호를 연호했다.남측 노동자들도 한반도기 바탕에 참석자들의 이름과 소속 노조명을 새긴 깃발을 앞세우며 입장했고 남북 노동자들은 ‘조국’,‘통일’을번갈아 연호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남북 노동자들은 기념식 후 북측 노동자들의 교예 공연 등 환영행사를 관람한 뒤 남북 노동자 혼합팀인 ‘자주팀’과 ‘단합팀’으로 나눠 축구경기,밧줄 당기기,공 안고 달리기 등 다양한 행사에 참가했다.한편 남측은 승합차 3대와컬러TV 등 3,500만원 상당의 선물을 전달했고 이에 대해 북측은인삼주 등 특산물로 화답했다. ◆환영사=남북 노동자대표들은 ‘6·15 공동선언 이행’을강조했다.북측 직총 중앙위 최창만 조국통일운동부장은 환영사를 통해 “6·15 북남공동선언을 지지·관철하기 위해힘을 합치자”고 호소했고 한국노총측도 “남북 노동자들은 외세의 무력적 위협을 반대하고 남북의 평화체제를 확보하기 위해 공동으로 투쟁해야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행사장에는 북측 직총 중앙위 리진수 부위원장과 박춘근조선 교육·문화직맹위원장을 비롯한 직총 중앙위 집행위원 등과 남측 민주노총 정인숙 여성위원장,한국노총 권원표상임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연합
  • 노동절 방북단 금강산 도착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노조원 520여명이 분단 이후 남북한의 첫 노동절 공동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30일 오후 6시쯤금강산으로 출발했다. 이날 밤늦게 장전항에 도착한 방북단은 조선직업총동맹(직총) 중앙위원회 리진수 부위원장 등의영접을 받았다. 방북단은 이날부터 2박3일 일정으로 금강산에서 북한의 직총 소속 노동자 600여명과 ‘6·15 남북공동선언의 기치 아래 나라의 자주적 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5·1절 통일대회’를 공동으로 개최한다. 류길상기자 ukel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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