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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광장] 가을 단풍과 비움의 삶

    세상이 난리가 난 듯 시끄럽다.오대산을 다녀왔다.가을 산은 산사 음악회를 찾은 사람들로 붐볐다.온통 단풍이 지천인 그곳에 사람들은 형형색색으로 또 하나의 단풍의 물결을이루고 있었다. 산사에서 개최되는 음악회, 그것은 확실히색다른 맛이 있는 것만 같았다.사람들은 색다른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서 먼 길을 마다 않고 오대산을 찾아왔다.단풍으로 붉게 물든 가을 산 안에서 사람들은 모두가 하나같이기쁜 표정으로 ‘산사 음악회’가 열리는 오대산문을 즐겁게 넘어 서고 있었다. 음악회 예정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나는 오대산 전나무 숲길을 걸었다.여름에는 푸른 숲으로 하늘을 가렸던 그길이,지금은 단풍의 붉은 색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단풍의 붉은 향연을 넘어 보이는 하늘,그것은 가을 산의 붉은대기가 만들어 낸 하늘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조금은 우울하면서도 인간적인 고뇌의 모습을 지닌 듯한 하늘이 친근하게 다가서는 것은 하늘이 우리네 삶을 이해하는 듯한 표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전나무 숲길을 천천히,아주 천천히 걸었다.물씬 풍겨오는 나무의 냄새를 내 전신에 가득 채우기 위해 나는 조심스럽게 걷다가 이따금 눈을 감고 걸음을 멈추어 서서 깊게심호흡을 했다.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나무의 냄새.그것은이미 언어의 범주를 벗어난 신령스러운 것이었다. 신령스러운 자연의 냄새 안에서 나는 행복했다.감았던 눈을 뜨지 않고 오래오래 그 냄새 안에 머물러 있고만 싶었다.나무의 냄새 하나에도 행복해지는 참 소박한 자신의 모습을 나는 실로 오랜만에 만난 것이다.아이처럼 맑고 순진해지는 그 순간의 내 모습이 나는 좋았다.성취만이 최상이 아니라 때로는 자신을 잊고 자연과 하나되는 순간이 더 큰 위안과 기쁨이라는 것을 전나무 숲길 위에서 나는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자연 안에서는 분쟁과 다툼의 인간사란 덧없는 것이었다.한없이 순해져 오래도록 기대고픈 자연의 품 안에서 나는모든 욕망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산중의 어둠은 참 빨리 찾아왔다.산사 음악회가 열리는 월정사 경내에는 사람들이 손에 손에 촛불을 들고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법당에서 시작해 팔각구층석탑을 지나 무대로이어지는 빛의 행렬은 수천개의 촛불과 어울려 빛의 장관을이루었다. 그 빛 안에서 사람들은 모두가 하나였다.어른도아이도,남과 여도,그 모두가 모든 차별을 벗어나 ‘하나’가 되는 아름다움이 넘치고 있었다.분단을 넘어 백두에서한라까지,시간을 넘어 산사에서 세상으로,산사는 그 천년의문을 열며 통일과 화합과 평화의 큰 발원을 말하고 있었다. 산사 음악회,그것은 순한 마음들을 모으는 자리였다.탐욕과 대립에 물든 마음을 씻어내고 맑고 순한 마음들을 모아아름다운 세상을 열고자 하는 발원이 그 곳에는 강물처럼흐르고 있었다.나는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그 자리에 모여 촛불을 손에 들고 행복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그리고종교는 그 마음들 앞에서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지 생각해보았다. 종교는 언제나 뗏목과 같은 것이어야만 한다.강을 건넜으면 뗏목은 버리고 가야할 것에 지나지 않는다.강을 건너고도 뗏목을 머리에 이고 가는 자는 뗏목의 무게로 결코 가고자 하는 목적지에 이르지 못할 것이다. 뗏목을 머리에 이고 가는 역사가 진행될 때 인간의 삶을불행해진다.종교간의 대립으로 인하여 인간이 삶이 위협받는다면 뗏목처럼 종교마저 버려야만 한다.세상의 평화와 인간의 행복을 위해 복무할 수 없다면 그것은 참다운 종교가될 수 없다.순한 마음들의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이제 종교는 물과 같이 순해져야만 하다.스스로 교조적인 틀을 부수고 가을 산의 단풍이나,계곡의 물과 같은 종교가 될 때우리들의 삶은 보다 행복할 수 있을 것만 같다.가을 산사음악회에서 나는 단풍이나 물과 같은 종교의 시작을 보았다. 성전 옥천암 주지
  • 고이즈미 “식민지배 사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 단독 및 확대정상회담을 잇따라 갖고 ‘꽁치분쟁’과 일본의 역사인식,반 테러대책,남북관계,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 문제 등 양국간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김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가 회담에 앞서 서대문 독립공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일본의 식민지 지배로 인해 한국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준 데 대해 진심으로반성하고 마음으로부터 사죄한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한 것을 평가하며,이것이 구체적 실천으로 옮겨져야 한다”고 기대했다고 오홍근(吳弘根)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일본은 전쟁을 다시 일으키지 않는다는 반성위에서 98년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의 정신을 공유하고 있으며 앞으로 역사를 직시해 나가겠다”면서 “양국의 역사학자와 전문가로 구성된 역사공동연구기구를 설치하고 이 기구를 통해 한·일간 교류에 기여하는 역사기술이 이뤄지도록 연구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양국 정상은 과거사에 대한 올바른 기술이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하에 ‘역사공동연구기구’를 설치하고 구체 방안에 대해 외교 당국간 협의를 조기에 개최키로 합의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또 “지금까지 외국으로부터의 침략,조국분단 등 참기 힘든 곤경과 수난 속에서 (한국국민이) 받은고통은 저의 상상을 초월한다”면서 “한일관계는 이런 과거역사를 기초로 반성하면서 고통스러운 고난을 두번 다시겪지 않도록 서로 협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이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문제에 대해 “침략전쟁을 일으켜 일본 사람에게도 고통과희생을 강요한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것이 문제”라고 지적하자 고이즈미 총리는 “전 세계의 누구라도 부담없이 전몰자에 대한 참배가 가능한 방향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꽁치분쟁’에 대해서도 언급,“남쿠릴 열도에서 우리 어선의 조업문제는 영토주권 문제와는 무관한 순수한 상업적 문제이며 일본과 러시아간 협의에서 우리의 전통적 어업이익이훼손돼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고이즈미 총리는 “이 문제는 일본에게는 영토주권에해당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전제한 뒤 “금후 서로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해결이 가능하도록 고위 외교당국간 진지한 협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이와 함께 ▲2002년 월드컵 공동 개최 ▲입국비자(사증) 면제 ▲재일 한국인 지방참정권 ▲경제·통상협력 ▲사할린 한인 지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및 ASEAN+3 회의 협력 문제 등을 논의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오후 이한동(李漢東) 총리를 면담한 뒤일본으로 돌아갔다. 당초 예정됐던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 예방은 취소됐다. 오풍연 김수정기자 poongynn@
  • 사죄표현 95년보다 후퇴

    15일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한 고이즈미 총리의 과거사 발언의 진의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문제가 되고 있는 일부 표현을 정리한다. [반성과 사죄(오와비)의 마음을 갖고] ‘오와비’ 표현은 95년 무라야마 총리 방한때도 사용됐다.당시 양국은 ‘사죄’로 표기하기로 합의했다.그러나 ‘사죄,반성한다’가 아니라 ‘반성하는…마음으로’란 표현은 95년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이다. [한국도 외국의 침략, 조국분단 등 매우 쓰라린 경험과 상상을 넘는 고통을 견디고] 명확한 일본의 침략이란 표현을 회피, 외국의 침략으로 얼버무렸다. [총리대신이라기보다는 정치인,한명의 인간으로서] 정부대표가 아닌 개인자격을 강조했다. [앞으로 서로 반성하면서 두번다시 고난의 역사를 밟지 않도록] ‘서로’ 반성이 문제.일본측은 ‘반성하고’ 뒤에 ‘서로’가 들어가야 하나 실수로 순서가 바뀌었다고 해명했다. 김수정기자
  • 민족시인 박봉우 시비 건립

    지난 90년 타계한 민족시인 박봉우(朴鳳宇)의 시비(詩碑)가 오는 10월 하순쯤 경의선 임진강역 역사(驛舍)플랫폼에 세워진다. 민족문학작가회의는 “분단과 독재에 앗긴 순수와 자유를강렬한 시적 언어로 형상화해온 시인의 정신을 기리고자 시비를 세우기로 했다”면서 “시비엔 56년 신춘문예 당선작이자 박봉우 시인의 대표시인 ‘휴전선’을 새길 것”이라고 9일 밝혔다. 건립 모금운동을 펼치고 있는 시비건립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현기영·김중배·김윤수)는 참가자의 이름을 시비에 새겨 넣을 예정이다.계좌번호 농협 485058-52-180343,예금주 전성태. 이종수기자
  • [김삼웅 칼럼] 뉘라 ‘역사의 가정’을 부질없다는가

    ‘마침내’ 미국의 아프간공습이 개시되었다.지난달 11일무역센터와 펜타곤이 테러공격을 당한 지 28일만에 미국과영국이 아프간공습에 나선 것이다.테러사건과 보복전의 세계적인 전란에도 한반도가 안전지대로 자리잡은 것은 6·15정상회담의 성과라는 평가다. 그동안 소강국면에서 북한상선의 침범과 ‘평축행사’해프닝 등 불상사도 따랐지만 남북정상회담의 큰 틀이 유지되고한반도가 세계적 위기상태에서 한발 비켜선 것은 다행이다. 국제냉전종식 이후에도 이데올로기대립·문명충돌·종교전쟁·영토싸움·자원쟁탈전 등 지구촌의 폭력가능성은 상존한다.여기에 21세기형 ‘추악한 전쟁’으로 불리는 국제테러단의 도발까지 끼어든다.한반도의 안전장치가 필요한 외생(外生)변수들이다. 국제정세가 불안할수록 남북한은 대화와 협력관계에 성실한 자세가 요구된다.국방부는 지난 6일 경의선 관련 군당국간 합의서의 서명·발효를 위해 남북군사실무회담수석대표접촉을 제의했다.경의선철도 연결 및 도로개설 공사를 더이상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러시아철도담당 고위 인사가 평양을 다녀가는 등 러시아의 횡단철도와 한반도의 종단철도 연결에 국제적 관심사가 높다.한반도를 중심으로 남북한과 중국·러시아·일본·몽골 등 동북아 심장부를 관통하는 대륙철도 연결은 우리 물류비용 절감은 물론 북한에도 많은 이익이 따르고 남북평화체제 구축에 기반이 된다. 그런데 우리 내부에는 여전히 쌀이 남아 처치곤란해도 나눠줘선 안되고,대통령의 말꼬리나 잡아 색깔론을 펴고,화해협력을 흠집내는 냉전세력이 여론을 좌우한다.맹자는 식자(識者)중 ‘하지하(下之下)’는 “터럭을 불어 흠집을 찾는(취모멱자:吹毛覓疵)무리”라 했다.세계사의 큰 흐름,분단사의 아픔을 외면하는 소인배들을 일컫는 말이겠다. 역사상 남북분열 시대에 남북은 세차례의 중요한 회담을가졌다.과거 두차례 회담은 실패하여 민족사에 엄청난 재앙을 초래했고,최근의 회담은 진행형이라 아직 속단은 이르다. 제1화:서기 642년 이맘때,신라의 강자 김춘추는 선덕여왕의 내락을 받고 단신으로 고구려 수도 평양성을 방문했다.당시 신라는백제의 침공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김춘추는 연개소문과 만나 ‘양국의 오랜 상쟁 중단’을 제안하고백제공격을 위한 군사지원을 요청했다.이에 연개소문은 90년째 점령중인 구고구려 영토인 죽령 이북의 땅을 돌려주면 구원병을 보내주겠다고 딴죽을 걸었다. 결국 ‘제1차 남북회담’은 결렬되고,구금됐다가 귀환한 김춘추는 당나라 군사를 끌어들여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켰다.7세기 중엽 남북의 두 강자가 대륙정세를 꿰뚫고 협력체제를 구축했다면 고구려·신라의 운명은 물론 한국고대사는 크게 달랐을 것이다. 제2화:1949년 4월 백범 김구는 “통일된 조국을 건설하려다가 38선을 베고 쓰러질지언정 일신의 구차한 안일을 취해 단독정부를 세우는 데는 협력하지 않겠다”면서 38선을넘어 북한에 갔다.김규식과 함께 평양에서 김일성,김두봉과 만나 분단으로 찢어지는 민족을 다시 묶으려 노력했지만성공하지 못했다.얼마후 백범은 암살되고 남북은 6·25전쟁에 이어 반세기 넘는 분단사를 겪고있다. 제3화:2000년 6월13일 김대중대통령은 국적기를 타고평양으로 날아가 6·15남북정상회담을 갖고 5개항에 합의했다.적대관계의 두 정상이 평화와 협력문제를 논의한 것 그 자체가 큰 변화이고 획기적인 일이다. 김춘추와 연개소문,김구와 김일성의 회담이 성공했다면 한국사의 흐름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고구려의 광대한 영토를 잃지 않았을지 모르고,6·25동족상잔을 겪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뉘라 ‘역사의 가정(假定)’을 부질없다 하는가.역사는 부단히 다시 해석하고 가정하고 교훈을 도출해야 한다.역사에서 교훈을 찾지 못하면 역사의 보복을 받는다 하지않던가. 남북회담은 진전돼야 한다.민족문제만큼은 정파를 뛰어넘어야 한다.과거 ‘남북회담’의 실패나 이번 미국 테러와보복전의 교훈이라면 남북한이 점점 벌어지는 의식과 사고,이에 따른 문화와 행동양식이 또다른 ‘문명’의 길로 갈라서기 전에 협력과 공존체제를 만드는 일이다. 김삼웅 주필 kimsu@
  • [기고] 대통령의 역사관 시비

    1990년대초 남북한 유엔동시가입과 남북기본합의서를 체결하면서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전세계를 향하여 남북관계를 ‘상호 동반자적 관계’라고 규정지은 바 있었다.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를 별 무리 없이 받아들였으나 몇몇 보수학자들이 6·25의 전범자를 동반자라고 표현한 대통령의말을 어불성설이라면서 수긍하려 들지 않았다. 김영삼정부에 들어서서는 ‘3단계 3기조통일정책’에서노태우정부의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상호교류·협력’의 단계를 남북한이 적대와 대립의 관계를 청산하였다는 의미에서 ‘화해·협력’의 단계로 용어대체를 하였다. 국정책임자가 남북한이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라는 보다 진일보한 선언을 하였던 것이다.이와 같이 우리의 대북정책은 한반도의 평화정착이라는 역사적 변화를 향한 발전을거듭해 왔다. 최근 대통령의 국군의 날 기념식사를 둘러싼 여야간의 논쟁은 마치 대한민국의 국시가 ‘반공이냐 평화통일이냐’라는 과거 5공시절의 케케묵은 국시론을 연상케 한다.이날대통령은 국군장병들에게 막강한 안보력만이평화통일을담보한다는 내용의 연설을 하였건만 일부 언론과 야당 그리고 전직 대통령까지 가세하여 대통령이 북한의 남침을신라와 고려의 통일시도와 동일시하였다고 확대·재생산하면서 정치쟁점화를 재촉하고 있다.이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원리의 발전을 통해 대북우위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성숙시켜온 국민적 역량을 망각한 시대착오적 냉전적 시비로밖에 볼 수 없다. 우리 역사에 존재하였던 분열과 전쟁의 사례로서 신라와고려의 통일시도,그리고 6·25전쟁을 지적하면서 엄청난대량살상무기를 가지고 대치하고 있는 남북한의 통일을 무력이 아닌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뤄야 함을 강조한 김대중대통령의 치사를 반민족적 범죄집단인 북한에 정통성을 부여하려는 의도로 부각시키려는 것은 지나친 침소봉대이다. 건국이래 헌법상 대북정책의 국시(기본원칙)는 반공이 아니라 평화통일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분단국가의 대통령을 무정부주의적 평화외골수로 몰아붙이는 이들의 태도는 문맥에 대한 고의적 왜곡은 차치하고라도 상대편 흠집내기라는전형적인 구시대적 정치행태에불과하기에 학술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본다. 이 기회에 대북정책에 있어서 통일정책과 안보정책의 관계에 대하여 분명한 선을 긋는 게 필요하다. ‘햇볕정책’ 내지 ‘포용정책’으로 통칭되는 정부의 통일정책은 확고부동한 안보를 바탕으로 할 때 그 위력을 배가시키기 때문에 ‘통일정책’과 ‘안보정책’은 상호의존적이며 ‘통일한국’을 향해가는 통일열차의 두 레일이 되는 것이다.이에 통일정책과 안보정책을 동일시하거나 통일정책의 안보정책화 경향은 경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통일정책의 안보정책화가 보혁갈등에 있어서 보수적 식견의 정책일 순 없고 양 정책을 상호 대립 개념으로 이해하여서도 안된다. 미국이 소련의 체제변화를 이끌어낸 것은 국방정책만의승리가 아닌 탄탄한 국방력을 바탕으로 자신 있고 탄력적인 외교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당시 미국은 미사일 보유의 비교우위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우리의 통일정책에 해당하는 대소 외교정책에 있어서 경제지원, 록그룹공연·햄버거·코카콜라 등의 문화이식,경제봉쇄정책과 같이 강경 및온건전략을 다양하게 구사하였던 것이다.이러한 예에서 보듯이 우리의 대북정책 또한 통일정책과 안보정책의 안정적조화와 탄력적 운영이 요청된다. 요컨대 한국전쟁의 역사적 상흔을 근본적으로 치유하는길은 6·25를 잊지 않으려는 노력보다는 남북평화교류에있어서 해당부처의 치밀한 준비와 추진에 따른 가시적 성과에 달려 있음을 현 정부는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 헌법학
  • [사설] 금강산 육로관광 회담 내실있게

    금강산 관광 활성화를 위한 남북 당국회담이 3일부터 5일까지 금강산에서 열리고 있다.이번 회담에서 남북은 금강산관광을 살리자는 대전제 아래 육로관광 및 특구지정을 주의제로 삼고 있다.남북 당국은 금강산 육로관광 및 특구지정의 원칙에는 이미 합의한 바 있다.그러나 그 절차나 방법등의 이견으로 육로관광 실시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금강산 육로관광이 실시되려면 비무장지대(DMZ)를 관통하는 도로가 뚫려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남북 군사당국자와 정전협정을 관리하는 유엔군사령부와의 합의가 필요하다.남북과 유엔사는 지난해 이미 경의선 연결작업에 따르는 비무장지대의 개방 절차와 규정을 마련해 놓고 있어비무장지대를 개방하는 문제는 법적으로 그리 어려울 것이없을 것이다.따라서 남북 당국간의 결심만 있으면 금강산육로관광은 당장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그런 차원에서 이번 당국회담에서 금강산 관광 활성화 일정을 합의하고 빠른시일내에 군사당국자 회담을 열어 비무장지대의 개방에 대한 군사적 합의에 이르기를 촉구한다. 현재 남한은 비무장지대를 관통하는 7번 국도에 임시도로를 개설해 올해 안에 시범 육로관광을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13.7㎞에 불과한 도로를 연결하는데는남북의 의지와 군사적 조치만 있으면 그다지 힘든 일이 아니다.북한도 사정은 있겠지만 육로관광을 위한 군사회담의개최에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육로관광은 남한만 좋자고 하는 일이 아니라 남북이 화해하고,경제적 실리도 얻고,또 무엇보다 분단후 최초로 민간인이 다니는 도로를 연결한다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민족의 상징적인 사업이다.작은 절차에 얽매이지 말고 멀리 앞을 내다보는 선택이뒤따라야 할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밝혔 듯이 북한도 금강산 관광 활성화에는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우리는 이해하고있다.그 의지를 실천하는 금강산 육로관광 및 특구지정에성의를 보여야 한다.그래야만 북한이 요구해온 밀린 관광대가뿐 아니라 앞으로의 경제적 이익도 늘어날 것이다.덧붙여남북 당국은 이번 회담부터는 이것한가지만은 명심하기 바란다. 남북이 명분 내세우기나 실천이 뒤따르지 않는 성과과시용 회담보다는 반드시 실천하겠다는 실천방안을 담보하는 회담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말과 문서로만 수백번약속하면 무엇하는가.실천이 없으면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다.금강산 관광의 활성화를 평화의 통로로 삼아 한걸음 한걸음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 행자부 국감 2題

    ●공무원노조 찬·반 논란. 공무원 노조 도입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입장이 여·야를떠난 찬반 대립구도로 드러났다. 27일 행정자치부 국감에서 일부 의원들은 정부가 공무원노동조합 결성을 억압하기보다는 행정개혁 의제와 연계시켜 노조허용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여건이 성숙되지 않은상태에서 성급한 노조설립은 불행한 사태를 초래한다고 주장한 의원도 있었다. 민주당 이강래(李康來) 의원은 ▲그동안 공무원 노조 불허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분단 상황’에 대해 긴장이 많이 완화됐고 ▲노조결성이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사항인 만큼 유보로 일관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으며 ▲정부의 일방적인 억제책은 공무원직장협의회의 존립근거와 전투의지만을 더욱 키워줄 것이라면서 “공무원 단체들 스스로가 공직개혁을 천명하고 있으니 행정개혁의제를 연계시켜 노조허용일정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민봉기(閔鳳基) 의원도 “공무원직장협의회가 공무원노조 전단계로 인정된 것이므로 공직협 활동범위를 폭넓게 해석하고 활동을지원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는올해 말까지 공무원 노동3권을 완전히 보장할 의지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원창(李元昌) 의원은 “공무원노조를추진하는 직장협의회의 활동이 순리와 절차에 따르기보다는 벌써 집단행동에 의한 의사관철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여건이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한 노조설립은 불안감조성,국가권력과 공무원 집단의 충돌 등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한나라당 목요상(睦堯相) 의원은 “지난 지방 국감 당시 여러곳에서 많은 공직협 소속 공무원들이 근무시간에 시·도청 정문앞에서 국감반대 시위를 벌였다”면서 “이것이 직장협의회 시행령과 공무원법에 정면 대치되는 위법행위가 아닌지,만일 법에 어긋난다면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밝혀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행자부는 “현재 노사정위에 분과위원회를 구성해 노조도입의 장단점,직장협 활성화 방안 등을 연구·논의하고 있으며 앞으로 국민여론을 진단하는 과정도 거칠 것”이라면서 “앞으로 노조도입 시기,허용대상 공무원 및 기본권 인정범위,설립형태,노조관련 법적제도와 형식 등에 대해 충분히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고 답변했다. ● “지방재정 갈수록 취약”. 27일 국회 행정자치위의 행정자치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지방재정 부실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한국신당 김용환(金龍煥) 의원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92년 약 70%였으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평균 6%씩낮아져 현재는 평균 57.6%에 불과하다”면서 “이는 세입중 지방의 자체재원 비중이 줄고 교부세 등 이전재정의 증가에 따른 지방 재정운영의 불안정성에서 초래된 것으로 이를 바로잡기 위한 재정수단이 있느냐”고 물었다. 민주당 김옥두(金玉斗) 의원은 “지방재정의 확충과 건전화를 위한 각종 시책에도 불구하고 지자체의 재정자립 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면서 “행자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자립기반 강화를 위해 지방재정 확충 및 건전화를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중앙정부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교부금 산정 문제를 놓고 야당의원과 행자부간 논란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권태망(權泰望)의원은 “96년부터 3년동안과 99년부터 3년간의 자료를 비교해보면 전남도에 지원된 교부세가 2,010억원에서 2,181억원으로 8.5% 증가한 반면,경남도는 2,153억원에서 1,952억원으로 9.3% 감소했다”며 “교부세의 지역별 불균형 배정원인이 무엇이냐”고 따졌다.같은당 윤두환(尹斗煥)의원도 “행자부는 올들어 지난 6월말까지 전남도에 대해 전체 지방교부금 10조원의 16%에 달하는1조5,558억원을 교부해 16개 지방자치단체 중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돼있다”면서 교부금 산정의 기준을 질문했다. 행자부는“전남의 경우 재정자립도가 전국 광역단체 중에서 14.7%로 가장 낮고 교부세법령에서 정한 기준과 배분방식에 따라 산정한 기준 재정수요액에서 수입액을 공제한 재정부족액이 상대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여경기자 kid@
  • 내년 추석엔 부모님 뵈려나…

    경기도 파주의 북녘땅이 바라다 보이는 임진각.21일 오전이곳 망배단에서는 조촐한 차례상이 차려진 가운데 서울 동작구가 실향민을 위해 마련한 ‘망향제’가 올려졌다. 미리 한가위 차례를 올리는 300여 실향민들은 곧 눈물에젖어들었다.이들은 먼발치로 갈수 없는 북녘땅이 바라다보이는 망배단 주변을 서성이며 분단의 아픔을 곱씹는 모습이었다. 전쟁과 분단을 남의 일로만 여겼던 분단 2세들도 실향민들이 눈물을 훔쳐내는 모습을 보고는 덩달아 눈자위를 붉혔다. “올해는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된 가운데 망향제를 올리게돼 그나마 나은 편”이라는 실향민 이희세씨(80)는 “부모님이 살아계셔도 워낙 연로해서 오늘·내일 무슨 일을 당하지 않을까 잠을 이루지 못한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심재억기자
  • 암사동 선사주거지 세계가 주목

    6,000년 역사의 현장인 서울 강동구 암사동 선사주거지가국제 학술토론과 역사문화교육장으로 거듭난다. 선사문화를 매개로 한 북한 강동군과의 남북학술대회가 착실히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고고학계 거물이 참석하는 국제 선사문화 심포지엄 등이 잇따라 열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김충환(金忠環) 강동구청장은 19일 “암사동 선사주거지의 학술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국제선사문화 심포지엄이 다음달 22일 서울에서 개최된다”고 밝혔다. 심포지엄에는 세계 동아시아고고학회장인 사라 넬슨 미국덴버대 교수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의 고고학자가 참석한다. 강동구는 앞서 신석기 및 청동기시대의 유적이 많은 북한평양시 강동군과 학술문화교류를 갖기로 하고 행정자치부로부터 지난달 승인을 얻어냈다. 김 구청장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 고고학자들이 서울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동구는 암사동 선사주거지 원시생활전시관 영상실에서 선사문화를 중심으로 한 역사문화교실을운영중이다. 최용규기자 ykchoi@
  • [사설] 北, 경의선 연결 서둘러야

    제5차 남북 장관급회담이 5개항의 공동보도문을 발표하고3박 4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남북은 회담에서 다음달이산가족 방문단 교환,금강산 육로관광을 위한 당국자 회담,경의선 연결 등을 위한 경협추진위 재개,평양에서의 제6차 장관급회담 개최 등에 합의했다. 이번 남북 장관급회담은 현안들을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그 가운데 실천가능한 것부터 합의를 이끌어 냈다는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우리는 남북이 실리를 챙기는 이런 성과를 거둔 것이,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차원 성숙해진 데 따른 것으로 평가한다.무엇보다 이번 회담의 성과는 남북접촉의 전면 재개일 것이다.특히 경의선을 내년초까지 개성공단과 연결시키기로 한 합의는 남북화해와 경제협력의 상징으로서 그 의미가 크다. 경의선이 연결되면 ‘분단된 국토를 반세기만에 연결한다’는 역사적 의미에 덧붙여 경제협력의 고정 통로가 마련된다.남한쪽은 경의선 연결을 위한 도로복구 작업과 지뢰제거 작업이 이미 마무리된 상태다.북한 지역과 비무장지대의 복구사업은 그동안 북한의 무성의로 지지부진한 상태였다.남북이 이번에 ‘내년 초 개통 원칙’을 확인한 만큼북한은 맡은 지역의 공사에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남북문제가 어느 하나 급하지 않은 것은 없다.그러나 남북관계는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평화가 정착될 때까지 끊임없이 이어져야 하는 계속사업이기 때문에 실천을 통해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그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이번회담을 계기로 이제부터는 신뢰를 깨뜨리는 고집을 버리고무엇이 한반도에 평화와 경제적 실리를 가져오는가, 무엇이 조금이라도 분단의 아픔을 덜 수 있겠는가 하는 차원에서 합의 사항들을 착실하게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북한조선중앙방송도 지난 18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북한대표단 접견을 보도하면서 “김대중 대통령은 세계정세가복잡할수록 남과 북이 화해와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복잡한 세계정세 속에서 화해와 협력은 지금 남북이 선택해야 할 유일한 해답이라는 점을 다같이 명심해야 하겠다.
  • 신간 맛보기

    ◆문둥이 성자 다미안(가반 도우즈 지음,강현주 옮김,바다출판사 펴냄)=“1889년 4월15일 월요일 아침 8시.다미안 신부는 마흔 아홉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25년 동안 로마 가톨릭 교회의 신부로,그 중 16년은 나환자들이 사는 교구의주임사제로,그리고 4년 동안은 나환자로 고통받다가,결국죽음을 맞이했다”. ‘문둥이 성자’로 불리는 다이안신부의 일대기를 다룬 책. 하와이에서 나병환자들을 격리 수용한 칼라와오리에 기도서 한 권만 달랑 들고 나환자들의 목수이자 벽돌공,농부,제빵사,의사,간호사로서 살아간 거룩한 자취를 그리고 있다.나병에 걸린 것을 알면서도 담담하게,그리고 즐겁게 봉사를이어가는 대목을 담았다.단순한 생애 조명에 머물지 않아당대의 사회·문화사를 읽는 맛도 있다.9,000원. ◆20세기 한국의 야만 2(참여사회연구소 기획,이병천·이광일편,일빛 펴냄)= ‘진정한 역사세우기’를 내걸고 20세기의 폭력과 야만의 역사를 추적해온 기획의 두번째 결산.일제시대부터 1960년까지를 다룬 1권에 이어 박정희정권의 등장 이후 ‘국민의 정부’까지의 얼룩을 까발리고 있다. 먼저 베트남 참전과 민간인 학살을 들춘다.‘왜 한국군이있어야 했는가’란 질문을 통해 ‘멈춘 이성’을 돌이켜보게 한다.이어 ‘김대중 납치사건’은 59년의 ‘조봉암 사형’과 연결시키면서 냉전분단체제의 허실을 보여준다.용공조작은 ‘인혁당 사건’에서 극에 달한다.자본주의의 본질‘계급 모순’을 건드린 전태일 분신과 YH노동조합 투쟁 등을 논한 뒤 저자들의 날카로운 시선은 ‘분신 정국’과 의문사 등으로 이어진다.1만4,000원. ◆아미쉬(린다 에겐스 지음,조연숙 옮김,다지리 펴냄)= 21세기의 길목에서 18세기의 삶을 고집하고 있는 곳이 있다.텔레비전과 라디오는 커녕 전기도 없다.자동차는 물론 필요없다.미국 땅에 살면서도 대통령 선거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북미 전역에 흩어져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아미쉬인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았다. 지난 86년부터 이들을 방문하면서 글을 써온 지은이도 반은 아미쉬인이 된듯 따뜻한 시선이 들어 있다.지은이는 “그들에게서 배운 것은 겸허”라면서 “그것은 현대문명이아무리 편리해도 그것이 가족과 공동체에 해를 끼친다면 과감히 거부하는 의지”라고 말한다.뒤돌아 볼 줄 모르는 시대에 아미쉬인들의 “느리게 살아가는 삶과 열린 마음으로믿음을 주는,웃는 얼굴”을 만나보면 어떨까.8,000원
  • ‘한국사회 재인식’ 시리즈 3권 첫 출간

    1980년 인문·사회과학계에서 광범위하게 전개됐던 ‘사회구성체 논쟁’이 학제간 통합연구의 형태로 재연되고 있다. 이는 유례없는 경제적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권력집중,정경유착,계층·지역간 불균형 발전 등 숱한 사회문제를배태시켜온 한국사회에 대한 재인식 차원에서 비롯한 것이다. 성공회대 사회문화연구소(소장 이영환)는 최근 ‘한국사회재인식’시리즈 프로젝트의 첫 결실로 ‘한국자본주의 발전모델의 형성과 해체’(김진업 편)‘한국민주주의와 사회운동의 동학’(조희연 편)‘한국시민사회의 변동과 사회문제’(이영환 편) 등 세 권을 출간했다.지난 99년말부터 총 6년간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중인 이 연구프로젝트는 경제·정치·사회 등 3영역에 걸쳐,세부과제별 연구는 각 2년씩 3단계로 나뉘어 추진된다.우선 제1단계는 ‘역사적연구작업’,2단계는 ‘담론분석’,3단계는 ‘대안분석’에초점을 맞추고 있다.이번에 출간된 3권의 단행본은 각 세부과제별 제1단계 작업성과의 일부이다. 40명에 가까운 학자들이 참여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성공회대 사회문화연구소 소속 교수 이외에 외부연구자들도 대거참여하고 있다.경제학·정치학·사회학 및 여타 사화과학분야 전반을 아우르는 학제간 통합연구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주요골자는 기존의 권력엘리트나 정책입안자 또는 국가의 관점에서 벗어나 사회운동의 시각,또는 시민사회나 NGO의 시각에서 ‘밑으로부터’ 접근하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다시말해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의 사회과학이 회피할 수 없는 ‘80년대의 남겨진 연구과제’들을 복원,이를 시민사회가 주체적인 입장에서 평가한 결과라고 하겠다. 프로젝트의 성과물 제1권인 ‘한국 자본주의 발전모델의 형성과 해체’는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누적돼온 사회문제의전면적 혁신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진단한 것이다.연구자들은 해방 이후 현재까지의 한국 자본주의사를 국가동원체제형성기(1945∼72년),국가동원체제 성숙기(72∼87년),국가동원체제 해체기(87년∼현재)로 설정하고 산업화 과정에서의역사적 검토를 통해 한국자본주의의 뿌리를 찾아가고 있다. 성공회대 조희연 등이 집필한 ‘한국민주주의와 사회운동의 동학’은 분단·독재·민주화·경제위기의 숨가쁜 역정을지나온 한국민주주의의 재인식·재해석을 기본축으로 하고있다.조희연 교수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정치는 불구화된후진적 질서에 의해 발전의 병목지점을 통과하지 못한 채로고착되어 있다”고 분석한다.그는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과제로 첫째,지역주의적 정치구도를 극복한 ‘근대적’인 개방정치질서의 실현,둘째,제도정치와 운동정치의 새로운 관계설정,세째,시민사회 내부에서의 이익집단정치를 공적으로 규율하는 공익적 운동정치의 실현,네째,신자유주의의 위협에 대응하는 민주주의의 글로벌한 차원에서의 대응 등을 들고 있다.특히 그는 한국사회의 ‘반공규율사회’적 조건에서 비롯된 극우 반공주의적 구조자체의 일대전환이 요구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 시민사회의 변동과 사회문제’는 경제성장의 이면에서 싹튼 불평등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경제성장을 위해사회구성원 전체가 동원됐으나 ‘열매’를 나누는 데는 ‘공정원칙’이 무시됐다는 것이다.생산능력 확대와 동시에 불평등과 사회적 위험도 확대됐으며,성차별,소수집단 소외,문화적 억압 등 다종다양한 문제들이 누적되기 시작했음을 지적하고 있다.결국 그간의 ‘성장신화’는 민중·소수집단의 희생과 소외의 대가로 성취된 것으로 보고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해결노력이 시도돼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골자라고 할 수 있다.도서출판 나눔의 집 펴냄,각권 1만2,000∼1만4,000원. 정운현기자 jwh59@
  • 2001 길섶에서/ 백령도

    “온종일 바라보면서 몸부림쳐 그리워하면서,부둥켜 안고입맞추지 못하는 우리,시린 북풍에 섬은 밤새워 울고…”-백령도를 읊은 누군가의 노래 한 구절이다. 백령도는 북한 땅과 가장 가까운 섬.인천에서 서북쪽으로229㎞,북한 장산곶까지는 불과 16㎞ 떨어진 거리에 있다.맑은 날이면 몽금포타령의 장산곶이 눈앞에 펼쳐지고 효녀 심청이 몸을 던진 인당수의 넘실거리는 파도가 손에 닿을 듯하다.서해의 해금강이라고 불리는 두무진의 기암절벽과 함께 천연기념물인 사곶해수욕장,콩돌해안 등을 자랑하기도한다.국내 유일의 물범 서식지이며,물가마우지,괭이갈매기,노랑부리 백로,황금풍뎅이 등도 백령도에서만 볼 수 있는희귀생물이다. 하지만 천혜의 절경 곳곳에는 지뢰가 묻혀 있고 산꼭대기마다 군부대가 자리잡고 있다.그 사이 한 언덕에 ‘통일기원비’가 장산곶을 바라보며 외롭게 서 있다.분단의 아픔이자연을 뒤덮고 있는 백령도를 둘러보면서 역사에 대한 무거운 책임이 우리에게 지워져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김경홍 논설위원
  • [편지로 본 1940년대 문단秘史] (10.끝) 해방과 전쟁

    김동리(金東里)의 편지 중 주목할 점은 발신지가 ‘하얼빈역’으로 되어있는 봉투이다.하얼빈은 러시아가 1902년 개통한 동청(東淸)철도의 거점이었고 1934년 일본이 개칭한북만철도의 중심지다.안중근 의사의 총성이 울렸던 곳이고백계 러시아 여인들의 유혹과 국제 첩보전이 공존했던 사연 많은 이국 풍정의 관광도시가 바로 하얼빈이다.“불의에이곳까지 오게되었습니다”고 했는데,김동리 연구자들은 이 여행 시기가 광명학원이 폐쇄(1942년경)당한 뒤 울적한 기분에서 떠난 것으로 기록하기도 한다.하지만 만주 여행 증거가 없기에 이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이 편지로 김동리는 분명히 만주 여행을 했다는 사실과,단순히울적해서가 아니라 매우 중요한 용건이 있었음이 밝혀진다. 모처럼 원고청탁을 받고도 쓰지 못한 채 황황히 떠난 사연이 소략하게나마 적혀있다. “친절하신 편달과,아울러 분부에 못내 감사하오며 일면 송구하옵니다.즉시로 제대로 좋은 글을 써보려고 했더니 그날 오후로 불같이 이번 여정을 떠난 것이옵니다.차중에서와객사에서 두어 번 붓을 들어보았으나 이번 볼일이란 것이좀 절박한 것이 되어 좀처럼 저에게 그러한 마음의 여유를주지 않았습니다.” 울적함을 달래기 위한 여행을 고의로 절박한 척 하진 않은 것 같다.그는 귀국해서 “만주선 그곳 우표를 붙여야 한다는 걸 접땐 깜빡 잊고 참 실례했습니다”란 편지를 보낸다. 이 글에서 검열에 걸려 못 나오는 것 같다고 지레 넘겨짚었던 ‘소녀’(‘인문평론’,1940년 7월)가 발표된 걸 보면이 편지가 언제 씌어졌던가를 짐작할 수 있다.두 통의 편지로 미뤄볼 때 김동리는 1940년경 광명학원에 나가고 있을때 절박한 일로 만주에 잠시 급히 다녀온 것으로 보인다.당시 만주 여행은 그리 쉽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대목은 김동리 연구의 새로운 과제로 남는다. 사천읍에서 양곡조합 촉탁으로 해방을 맞은 김동리는 발빠르게 인민위원회 결성을 반대하다가 몰매를 맞았지만 그의 앞길은 탄탄대로였다.역사의 탁류 속에서 그는 기혼녀손소희(孫素熙·본명 貴淑·1917∼1987년)와 내연의 관계를 가졌다가 부산 피난지에서 특종기사가 될 정도로 소란을피웠으나,문단에서의 위치는 더욱 공고해졌다.최정희에게보낸 편지를 보노라면 자신의 글을 게재해 주기를 기다리던 자세에서 어느새 거꾸로 그녀의 원고 게재 여부를 결정하는 자세로 뒤바뀌어 버린 격세지감이 있다.글에 등장하는인물도 바뀌는데,바로 박목월(朴木月·본명 泳鍾·1917∼1978년)이 부각할 시기가 된 것이다.그리고 본격적으로 문단주역이 남도 출신으로 바뀌게 된다.“여행은 바로 죽음이이끄는 목소리에 젖어가는 길”이라든가,“바다가 있다는것이 아무런 위안을 가져오지 못합니다”는 등의 감각적인청록파풍 문장으로 채워져 있는 편지 수신인 최정희의 주소는 동숭동 5-1.그녀가 1949년부터 1957년까지 전쟁중 피난을 빼곤 줄곧 거처했던 곳이니 목월의 집필시기는 이 기간의 것이다. 수채화처럼 담백한 이 시인의 편지는 서정적 실용문의 전형이 됨직하다.계성학교를 나와 경주군 동부금융조합에 다니다가 맞은 해방은 박목월에게도 운명의 탄탄대로였다.모교 교직에서 이화여고로 초빙된 게 1949년.한국전쟁 때는공군 종군작가단이었지만 그 난리통에도 깔끔해서 별 요란한 일화를 만들진 않았다.작가 박영준(朴榮濬·1911∼1976년)에게 “연애를 가장 잘하는 사람”이란 말을 남긴 게 파격이라면 파격일까.칙칙한 분위기로 유도해 내는 듯한 박영준의 편지는 피난시절 문인들의 삶이 점묘파식으로 채색되어 있다.급작스런 후퇴와 한강인도교 폭파로 서울에 잔류했던 문인들 중 일부는 북행 도중 탈주했는데,박영준도 여기에 속한다.1·4후퇴 때는 전원이 남하했는데,박영준은 육군 종군작가단 사무국장직을 맡았다.공군 종군작가단이었던최정희는 박영준에게 은근히 창공구락부 가입을 권유했으나 거절한 내용인데,이상한 것은 박의 발신지 주소가 육군과공군이 뒤섞여 있어 양다리 작전을 했던 것 같다. 두 단체가 다 대구에 머물면서 1952년 공군종군작가단과합동으로 ‘고향 사람들’(김영수 작)이란 연극을 공연했는데 이 때 대학을 마치고 귀향한 딸 역에 최정희,그녀가 여러 구혼자 중 선택한 애국적이며,성실한 상이군인 역을 박영준이 맡았다.그런데 문제가 생겼다.“정옥(딸)을 맡은최정희 여사가 맨 마지막 장면에서 만수(상이군인) 역을 맡은 나에게 안겨야 하는데,최여사가 그것을 반대했다.연극인데 어떠냐고 해도 말을 듣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극적인효과는 줄어들지만 서로 맞절로 대신키로 했다.“고집 부리는 최여사가 얄밉기도 했고 그래서 연습할 때는 맞절을 하다가 정작 무대에서는 내가 최여사를 그냥 껴안아 버렸다. 무대에서 껴안았는데 어떻게 하겠는가? 꼼짝 못하고 당해버린 최여사도 그냥 웃고 말았다.”(박영준 ‘종군작가 시절’). 문인극은 인기를 끌어 그 뒤에도 계속해서 “세번의 연극으로 최 여사를 가깝게 사귈 수 있었다”고 박영준은 썼는데,이것 말고도 공군 소속이었던 최정희가 육군에 함께 종군하기도 했었기에 그들은 더욱 친밀해졌을 것이다.너무 비약할 필요는 없지만 편지 문맥을 따라 읽노라면 박영준은최정희에게 지나치게 자상할 뿐만 아니라 미리 상경한 그녀를 만나고자 그 먼 길을 오르내리기도 했었고,그녀 쪽에서도 적잖은 편지를 보낸 것으로 보이기에 예사롭진 않다.최정희가 장편 ‘녹색의 문’(편지에서는 ‘푸른 문’이라고도 쓴다)을 서울신문에 연재한 게 1953년 2월부터 7월까지이고,박영준이 기뻐하는 상은 바로 단편집 ‘그늘진 꽃밭’(1953)으로 받게된 제1회 아시아 자유문학상이다.제2회 수상자가 황순원,3회에 김동리·서정주·박목월이 수상한 것을 볼 때 약간은 파격적이었고,그런 분위기가 편지에 스며있음을 감안하고 읽어야 할 것이다.거명된 여럿 중 서임수(徐壬壽)는 강신재(康信哉·1924∼2001년)의 부군으로 후기에 공군작가단을 통괄하는 정훈감이 되어 문인들에게 인심을 얻은 주인공이다. 박영준의 편지에는 최정희와 첫 남편 김유영과의 아들인익조와 아란(김지원의 아명) 항란(김채원의 아명)의 이름까지 두루 거론될 뿐만 아니라 자질구레한 일상사들이 다 언급되어 있어 다른 용건식 편지와는 격이 다름을 느끼게 한다.“지난 밤 처음으로 최선생의 복면 벗은 진정한 모습을볼 때 그것이 비록 말할 수 없이 슬픈 눈물이었다 해도 커다란 새것을 발견한 듯 즐거웠다는 것은 내가 잔인하기 때문은 아니었습니다.그러나 자신에 대한진실이 너무나 컸기 때문인지 그렇지 않으면 그러한 최선생의 진실을 옆에서보기만 하여야 하는 것이 나의 위치여서 인지는 몰라도 나는 복면 벗은 최선생의 모습에 도리어 알은 척을 할 수 없었습니다.” 이 문장은 문학적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데,‘어제 저녁’이란 바로 최정희가 서울로 떠나기전날 밤이기에 이별의 만남이 있었던 것으로 보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이별의 아픔이 전해오는 편지다. 전혀 뜻밖의 인물이 보낸 편지로 시인 박기원(朴琦遠·1908∼1978년)의 것이 있다.강릉에서 태어나 니혼(日本)대학수학 후 언론계에서 활동하다가 예술원 사무국장을 지낸 바 있는 이 시인은 고전적인 그리움을 바탕색 삼아 노골적인연심을 고백한다.“그리운 마음이 죄가 될 수 없는 법입니다.별이 한 점 깜빡 창가에 떨어져 옵니다.별마저 견딜 수없는 듯이 다시 은하로 돌아가 버린 자정입니다.…별이 돌아가고 먼데서 닭소리가 들려오는 이 자지러지도록 무서운고요 속에서 나는 환한 푸른 빛 속에 몸둥이를 적시고 있습니다.그것은 분명 당신의 뜻입니다.당신의 사랑입니다.그렇기에 메마른 영혼이 이토록 즐거운 것입니다.” 낭만주의풍 연가는 이렇게 계속된다.“꽃은 님의 고운 웃음 짓는 시간에만 피어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이제 님의웃음 대한지 오래이매 꽃마저 낙화되어 산산이 떨어져갑니다.그러나 푸른 잎새 바다처럼 넘실거리는 복된 태양 아래아! 나는 님의 모습 보고싶어 그 마음 애달파 한 마리 꾀꼬리 되어 훌쩍 날아가고 싶은 마음이여.”아무리 미운 상대일지라도 이 정도의 정감 넘치는 편지라면 보관하지 않을 수 없는,현대 문학사의 막차에 가까운 연서(戀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여 한 시대,식민지의 암울했던 고통과 해방의 환희,그리고 분단과 민족 상잔의 전쟁을 겪으면서 우정과 사랑이 역사의 소용돌이에 마모되어 갔다.편지의 주인공들은 이제 다 세상을 떠났으나 그들이 남긴 문학과 문단적인 우애는 전화와 전자통신의 등장으로 줄어든 친필·서간문 시대에 대한 추억으로 길이 남을 것이다. 임헌영 /문학평론가·중앙대 겸임교수
  • [대한광장] 변화를 희망의 기회로

    우리는 지금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세기적 변화의 격동기에 살고 있다.국제적으로는 세계화와 정보화,국내적으로는 민주주의와 남북 화해협력의 격랑 속에 있다.이러한변화의 물결은 우리에게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그러나 우리는 IMF경제위기의 처참한 아픔을 겪고도 변화를 거부하고 과거에 사로잡혀 소탐대실(小貪大失)하는 아귀다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변화를 희망의 기회로 만들지 못하고다시금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세기적 변화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기 위해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을 하고 있다.유럽연합만 보더라도 영국,프랑스,독일 등이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경을 초월해서 하나의 경제국가와 같은 시스템을 만들고 더나아가 단일 정치공동체로서의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또한선진국들은 나라가 어려울 때는 정파를 초월해서 국가를 먼저 생각한다.우리는 작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이런 모습을잘 보았다.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의 힘이 어디에 있는가를똑똑히 알게된 것이다. 우리는 이제 모든 것을 세계적으로사고하지 않으면 안된다.특히 남한만의 사고에서 남·북한을 아우르는 사고,서구만의 사고에서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등 3·4세계를 아우르는 사고,자본주의만의 사고에서 사회주의를 아우르는 제3의 길과 같은 사고가 필요하다.우리는 지난 100년을 일제식민지배,분단,전쟁,군사독재 등으로 왜곡된 역사의 삶을 살았기 때문에 우리 자신을 인식하는 것이나 세계를 인식하는것에서 너무 편협한 경우가 많다. 현재 새삼스럽게 벌어지고 있는 이념적 갈등도 이런 편협성에서 비롯된다고 본다.우리는 공산주의를 사상적으로 자유롭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고 6·25전쟁과 군사독재의 정치적 반공이데올로기에 의해서만 알고 있기 때문에 공산주의에 대한 흑백 콤플렉스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북한을 비롯해 한두나라를 제외하고 공산주의 국가들은 이미 세계에서 사라졌다.공산주의이론의 이상과 체제의 현실이 달랐기 때문에 스스로 무너진 것이다. 이런 면에서 북한도 변하지 않을 수 없다.이미 중국도 러시아도 변하고 있지 않은가.그것도 무서운 속도로 변하고있다.그러므로 진보든 보수든 과거의 공산주의 족쇄에서 벗어나야 한다.보수와 진보라는 과거의 이분법도 달라져야 한다.세계를 새로운 눈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우리는 세계와 경쟁하고 협력하는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이제는 모든 것을 세계와 경쟁하지 않으면 안된다. 국민경제,민족경제의 울타리가 없어졌다.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서민경제는 중소 유통업이 근간을 이루고 있는데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가진 대형 할인 유통산업이 전국 곳곳에생기면서 중소유통업이 경쟁력을 잃고 죽어가고 있기 때문에 서민경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그러므로 경제에 대한발상을 바꿔야 한다.정보화와 네트워크에 의한 새로운 시장경제적 발상을 해야 한다. 그런데 시장의 세계화는 새로운 기회이면서도 더욱 약자를희생시키는 악마적 속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 악마적인것을 이기는 새로운 협력체제도 만들어야 한다. 산업사회는제로섬 게임의 사회였지만 정보 네트워크 사회는 나와 네가서로 이기며 사는 윈-윈(win-win) 게임의 사회이기 때문에이점을 잘 살리는 윈-윈의 사고와 사회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민주국가사회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와 이기주의를 분명히 구별해야 한다.민주주의란 미명하에 이기주의가 너무 극심하게 만연되고 있다.민주주의의 꽃이라는지방자치제가 지역이기주의로 왜곡되고 있다.법과 원칙을무시한 개인,집단,지역,계층,세대간의 이기적 갈등이 사회적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 군사독재정권에 대한 향수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민주주의를 말하면서 권위주의적인 이율배반의 모순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그러므로 민주적으로 생각하고생활하는 새로운 민주적 삶의 변화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결론적으로 우리는 세계의 변화를 바로 인식하고 한발앞서 능동적으로 변화할 때만이 희망이 있다. 김성재 한국학술진흥재단 이사장
  • 北·中회담 이모저모/ 장쩌민, 서울答訪 간접 촉구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 주석은 4일 “남북한 정상회담이 한반도와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유리하다”고언급함으로써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한국 답방을우회적으로 촉구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장 주석은 이날 오전 만수대의사당에서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김영남(金永南) 위원장과 북한 내각 홍성남(洪成南) 총리를 만나 “지난해 6월 남북한 쌍방은 한반도분단 후 최초의 정상회담을 개최하여 남북관계의 새로운국면을 창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한반도 남북 쌍방 인민의 공동의 소망과 이 지역 각국 인민의 근본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며,한반도와 이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유리한 것이다”고 밝혔다. 장 주석은 또한 “중국공산당과 정부는 종전처럼 한반도남북 쌍방이 대화를 계속하고 관계를 개선하고 최종적으로자주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을 이루는 것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주석은 이에 앞서 3일 오후 북한에 쌀을 비롯한 양곡,석유,화학비료 등에대한 무상 지원과 경제 협력을 약속했다고 중국 소식통들이 4일 말했다.이같은 약속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 주재로 열린 확대 정상회담과 단독정상회담에서 이루어졌다. 장 주석의 북한 방문을 통해 중·북한 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홍콩의 중국계 일간 문회보(文匯報)가4일 논평. 문회보는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북한을 방문한 점을 상기시킨 뒤 중국의 대한(對韓) 접근으로 한 때 금갔던 중·조(朝) 혈맹관계가 이제 완전히 회복돼 발전 국면으로 진입하게 됐다고 논평했다. 베이징 김규환특파원 khkim@·연합
  • 화제의 학술신간 3권

    ●역사속의 대구,대구사람들(대구·경북역사연구회 지음,중심 펴냄)= 흔히 ‘TK정서’의 본고장으로 일컬어지는 대구·대구사람들은 오늘날에 와서 가장 보수적·배타적·폐쇄적인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다.그러나 조금만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의외로 대구사람들이 진보적이었음을 알수 있다. 해방후 미군정의 한반도 분단정책과 친일경찰들의 횡포에항거에 ‘10·1항쟁’을 일으킨 곳이 바로 대구였으며,1956년 재3대 대통령선거에서 평화통일론을 내세운 진보당의조봉암 후보에게 72.3%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사람들역시 대구시민이었다.이처럼 대구는 196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전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도시였다.한때 ‘한국의 모스크바’로 불린 대구가 수구적 이미지로 바뀐 것은 5·16쿠데타 후 30년간 ‘영남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라고 필자들은 진단한다.1만원●한국사의 근대성 연구(권희영 지음,백산서당 펴냄)= 한국역사학계의 대표적 논쟁 가운데 하나가 ‘근대화’를 둘러싼 논쟁이다.근대화가 시작된 시기를 언제부터로 볼 것이며,근대화의 주체는? 또 근대화에 관한 해석은? 등이다. 우리역사의 근대성 문제를 천착해온 저자는 이데올로기에감염된 프리즘으로 우리역사를 바라보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즉 남에서는 민족주의,북에서는 유물사관이라는 ‘대롱’을 통해 역사를 봐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특히 민족주의 사학이 한국역사를 보는데 기여한점도 있지만 이 시각만 가지고는 21세기 지구촌시대의 역사관으로 부적합하다며 국사학계를 꼬집고 있다. 근대성의 한 기점을 조선 중세 유교문명과 프랑스 근대문명의 ‘충돌’로부터 찾고 있는 저자는 병인양요,동학농민전쟁,일제강점기,3·1의거와 해외에서의 사회주의와의 만남 등을 통해서 실증하고 있다.1만3,000원●신화학 강의(안진태 지음,열린책들 펴냄)= 요즘 세상에신화(神話)를 믿는 사람은 없다.즉 근대 세계에서 신화라는 개념은 낡아빠진 것이 되었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라고생각하기 쉬운데 여기에는 근대세계가 찾아낸 형이상학적지식이 신화를 더이상 믿을 수 없는 것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편 국내외출판가에서는 신화와 관련된 책은 꾸준히 팔리고 있다.또 종교,인류학,사회학,정신분석학,미술 등에서즐겨 응용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이 책은 그간 신화연구의 불모지인 국내 학계에 독문학자인 저자가 처음으로학술적 정리한 성과물이다.그리스,로마 신화를 비롯해 신화 전반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에 부족함이없다. 수 년전 학술진흥재단은 신화학 등 몇몇 분야의 학문을 ‘보호학문’으로 지정,연구를 지원해 오고 있다.신화의 이론,그리스 신화,천사의 신화,민담에서의 인간과 동물의 신화,여신 헤카테의 신화,점성술과 고대 플루토신화,신화의현대적 사상 등이 주요 내용이다.1만8,000원. 정운현기자
  • [김삼웅 칼럼] 다시 침뱉고 욕할 역사인가

    한국사의 개혁과 통합과정에는 항상 거대한 저해세력이 작용했다.그것이 외세나 내부에서 나타나기도 하고,반도국가라는 지정학,거듭되는 정쟁에 책임을 돌리기도 한다.국난기나 난국이면 협력하여 위기를 극복하고 개혁을 실천해야 함에도 분열하고 이반하여 민족사에 통한을 남긴 적이 적지않았다.통한과 치욕을 겪고도 되풀이된다는 점에서 우리의비극성은 현재진행형이다. 고조선 확장과정에 중국 연나라의 침입,위만조선 통합과정에 한나라의 침범,삼국의 통합노력에 개입한 수·당,청나라속박에서 벗어날 무렵 청·일의 개입, 일제해방기 미·소의분할점령 등 통합과 독립단계에서는 어김없이 외세가 개입했다.이런 현상은 반도국가의 지정학적인 숙명이란 핑계가가능하다. 묘청의 서경천도 등 국정개혁을 토벌한 김부식의 보수세력,조광조 개혁을 짓밟은 훈구세력,전봉준 동학개혁을 말살하고자 일본군까지 끌어들인 쇄국세력,찬탁과 반탁,남북협상·분단세력의 이전투구 그리고 지금 남북화해 세력과 냉전회귀 세력의 대결은 모두 민족내부에서 벌어진 부끄러운 정쟁의 산물이다.단재 신채호는 민족사의 분열과 관련, 1929년 ‘조선역사상 1천년래 제1대사건’이란 글을 썼다.묘청의 개혁실패가 끼친 결과를 분석한 글이다.“낭불양가(郎佛兩家) 대 유가(儒家)의 전이며 국풍파 대 한학파의 전이며독립당 대 사대당의 전이며 진취사상 대 보수사상의 전이니,묘청은 곧 전자의 대표요 김부식은 곧 후자의 대표다.” 단재가 고려왕조의 ‘변란’인 이 사건을 ‘1천년래 제1대사건’으로 규정한 이유는 무엇일까.“이 전역에 묘청 등이패하고 김부식 등이 승하였으므로 조선사가 사대적 보수적속박적 사상-유교사상에 정복되고 말았거니와 만일 이와 반대로 김부식이 패하고 묘청 등이 승하였다면 조선사가 독립적·진취적 방면으로 진전하였을 것이니 이 전역을 어찌 1천년래 제1대사건이라 하지 않으랴.” 임동원 통일부장관의 거취를 둘러싼 정치권의 대결은 민족사의 뿌리깊은 보혁갈등의 소산이다.장관 한사람의 진퇴문제가 아니라 남북대화-통일정부 수립의지를 꺾으려는 분단-냉전 세력의 집요한 도전이다.자민련이 수구본류로 돌아선것도 이를 입증한다. 평양축전 행사의 돌출행위는 그야말로 해프닝이었다.행사를 주관한 책임자들이 사과하고 관련자들이 구속됐다.더욱이 천주교·개신교·유교·천도교·원불교·민족종교협의회등 7대종단의 대표들이 사과하고 통일부장관의 퇴진불가론을 제기했다.7대종단대표는 전체 종교계를 상징한다.얼마전‘사회원로’들의 발언에 비할 바 아니다. ‘사회원로’들의 발언을 대서특필했던 족벌신문이 종교계대표들의 발언을 묵살한 것은 냉전세력의 본질이, 그들의의도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유엔을 비롯하여 온세계가 햇볕정책을 지지하는데 오로지국내 보수냉전 세력과 족벌신문이 민족문제를 ‘반 DJ정략화’하여 통일부장관을 제물로 삼고자 한다.‘심청전’은청이를 제물로 바쳐 눈을 뜨고자 했겠지만,보수세력은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냉전회귀인가 기득권 사수인가,두가지 다인가. 중국과 일본이 경제대국화에 이어 군사대국화로 치달으면서 동북아질서가 급변하고 있다.언제 다시 한반도를 놓고‘제2차 중·일전쟁’이 벌어질지 우려된다.두나라가 한반도의 통합을 방해하기 전에 민족적 동질성을 회복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북한의 정략성이 보이긴 하지만 다시 당국대화 재개를 제의하고,지금 평양에서 열리는북·중정상회담은 남북직접대화를 지지하고, 10월에 방한하는 부시 미국대통령도 햇볕정책의 지지를 확인할 것으로 전한다.그런데 막상 우리는 냉전회귀의 한파에 휩싸였다.단재는 ‘조선혁명선언’에서 “아!과거 수십년 역사야말로 용자는 침을 뱉고 욕할 역사가 될 뿐이며 인자로보면 상심한역사가 될 뿐이다.”했거늘 지금 그런 심정일 국민이 많을것이다.남북관계의 앞날이 걱정스럽다. 김삼웅 주필 kimsu@
  • [사설] 해임안 표결 당당하게

    국회는 오늘 본회의를 열어 한나라당이 발의한 임동원(林東源)통일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표결 처리할 예정이다.8·15평양 방북단 일부의 돌출행동 파문으로 빚어진 임 장관 거취문제는 가부간에 일단락되겠지만 그 파장은 실로만만치 않을 것이다.민주당과 자민련의 공조 문제를 비롯,정치권이 향후 개혁과 보수로 재편될 가능성에 이르기까지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여야 의석분포 등에 비추어 해임안이 가결될 공산이 크나 만약 그럴 경우,‘2여 DJP 공조’는 사실상 붕괴될 것이다.공동 정부는 와해되고 ‘이적(移籍)의원’들의자민련 탈당 및 민주당 원대 복귀로 자민련의 원내 교섭단체는 해체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존 정치권은 심대한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이번 임 장관 해임안에 대해 청와대와 민주당은 현 정부가 추진해온 대북 포용정책과 남북 화해협력 등 민족의 장래 문제가 걸려있는 중대 사안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반면자민련은 방북단 파문에 대한 주무 장관으로서의 인책이며,내년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 등을 염두에 두고 당의 노선을 보수주의로 분명하게 밝혀두자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보인다.특히 자민련은 ‘표결과 공조’는 별개라면서도 “표결 이후에는 공조가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등 앞뒤가 맞지 않은 말을 하고 있어 이제 2여 공조는 물건너 간것으로 이해된다. 우리는 누차 지적했듯이 햇볕정책은 적대적 관계의 남북분단을 극복하고 민족공동체를 회복하는 거의 유일한 길이다.그런 의미에서 임 장관 해임안 표결 문제는 단순히 여야,정파 간의 국내 정치문제라기보다는 앞으로의 남북관계전개와 직결된 민족문제라고 할 수 있다.또 9,10월은 남북한과 주변 4강의 정상들이 교차적으로 연쇄회담을 갖기로돼 있어 시기 면에서는 국제적인 고려 요소도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제반 사항에 비추어 국회의원들은 각기 민족 앞에서 역사적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표결에 임해주기 바란다. 이번에 경위야 어떻든 여야가 해임안을 당당하게 표결에부치기로 한 것은 의회정치 발전 측면에서 진일보 한 것이다.여야가 대립할 때 당수뇌들끼리의 밀실 흥정이 아니라개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투명하고 떳떳하게 정치적의사를 표결로 밝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차제에 의원각자가 당론의 족쇄로부터 벗어나 양심과 신념에 따라 표결을 하는 자유투표제를 확대해 나갔으면 한다. 집권당인 민주당도 비록 원내 다수 의석을 확보 못한 소수 정권의 한계는 있겠으나 ‘어설픈 공조’에 연연하지말고 국민을 직접 상대하는 정치를 펴야 할 것이다.이렇게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개발하고 공론에 부쳐 여론화하는 등 국정운영의 틀을 일대 전환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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