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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玉 ‘아데나워재단 한국지사’ 토마스 아베 소장/“조급함 버리고 통일비용 나누세요”

    1989년 동독 주민들이 헝가리를 경유해 서독으로 탈출하기 위해 헝가리 대사관 앞에 장사진을 쳤고,헝가리 정부는 무제한 비자발급을 허용했다.이후 봇물이 터진 듯 동독 주민들은 헝가리·오스트리아 국경으로 몰려들었고 마침내 동독은 무너졌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탈북 러시가 제2의 동독사태의 재연 조짐일까.독일 기독민주당(CDU)의 국제협력 정치단체인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 한국지사의 토마스 아베(48) 소장을 만나 탈북사태를 어떻게 보는지,동·서독 탈출주민과 우리의 차이는 무엇인지를 들어봤다.그는 한국인들이 조급함을 버리고 통일문제를 바라봐야 하며 부를 나누는 데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탈북자들이 주중 한국대사관에 진입,한·중간 외교 마찰을 일으켰는데…. 탈북자 문제는 물론 북한 내부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서 일어난 일이다.탈북자 문제는 인권의 문제다.이런 점에서 중국 정부가 한국의 주권이 미치는 한국대사관 영사부에서 행한 일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중국이 강변하고 있는데,자기중심적인 입장에서 이문제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중국측이 이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실망스럽다.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고,올림픽을 유치하는 나라가 됐는데 이는 국제적인 기구·사회에 공식적으로 참여한다는 의미다.이번 북한 이탈자 문제와 인권상황에 대해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밖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중국정부의) 그간 노력이 허사로 돌아갈 것이다.외양만의 강대국으로 변화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탈북행렬이 계속 이어질 것인지.독일 통일 당시 주민 탈출과 지금 탈북자를 비교하면. 동서독은 한국의 모델이 될 수 없다고 본다.동서독의 통일은 빌리 브란트 총리가 동방정책을 펴면서 시작한 지 20년 동안 방송을 개방하는 등 서로를 이해하는 정책을 실시한 뒤 이뤄낸 통일이다.20년이 걸렸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그러나 남북한은 동족상잔이라는 6·25전쟁을 겪은 나라다.그리고 남북간 직접 대화가 필요하다.남북한은 항상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을 끼고 이야기한다.효과가 있으면 계속해도 되지만,너무 매개를 끼는 쪽을 선택하는 것 같다. ◇탈북행렬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는가. 나는 지난 82년부터 90년까지 한국에 있으면서 한국 민주화의 거대한 물결을 봤다.이같은 상황은 북한에서도 일어날 것으로 본다.따라서 좀더 나은 삶을 찾아,자유를 찾아 나서는 탈북자들은 더 늘어날 것이다. ◇독일과 한국의 다른 점은. 19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에 걸쳐 동독에서 서독으로의 이탈자가 많이 생겼고 (이 과정에서 서독이) 굉장히 많은 돈을 썼다.또 신중하게 대처했다.한국 역시 그런 정책이 필요하다.구동독인들은 많은 정보를 TV를 통해 얻을 수 있었다.그러나 북한은 바깥세상을 알 수 없다.상대방 감정과 삶의 조건에 대한 이해 없이는 (통일이)힘들다. ◇탈북자가 북한체제에 영향을 끼치겠는가. 당장은 아니다.북한체제의 약화를 갖고 오는 것은 틀림없지만 전적인 붕괴로 이어질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독일과 달리 북한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주민들은 중국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따라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중국은 한국전쟁 때부터 한반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남북교류시 북한주민들을 어떻게 대해야 한다고 보는가. 아데나워 재단은 지난해 초 북한언론인 2명을 초청,2개월간 독일 연수를 시켰다.그들에게 ‘가르치는’입장에 서지 않았다.그들에게 직접 현실을 보고 현실을 쓰게 만들었다. ◇한국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인내심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대화를 하는 사람들은 서로 총을 겨누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한국인들은 지난 2000년 남북한 정상회담 이후 김정일(金正日)의 답방이 언제 이뤄지느냐에 초점을 맞추는데 너무 조급하고 정치적이다.장기적인 인내가 필요하다.인내심을 갖는 것은 게으르거나 소극적이라는 말이 아니다. ◇한국에서의 통일 준비 자세를 비판적으로 짚어달라. 지난해 2월 다시 한국에 부임한 뒤 놀란 것은 40·50대 10명 중 9명이 통일 비용에 돈을 내겠다는 사람이 없었다.깜짝 놀랐다.분단은 부를 나눔으로써 극복될 수 있다.독일의 경우 중산층이 지불한 대가가 많았다.한국민들도 지금은 나누어야 한다.그래서 하나원과 같은탈북자 적응시설을 늘리는 등 탈북자들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김수정기자 crystal@
  • [대한광장] 선진국민의 조건

    이겼다.또 이겼다.15년 전 1987년 6월항쟁 당시 가두를 가득 채웠던 시민들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전국의 주요 거리를 뒤덮었다.붉게 파도치는 사람들,휘날리는 태극기의 물결 속에서 사람들은 모두 하나가 돼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를 외쳤다.그렇게 우리는 승리했다. 전 국민이 대(對) 이탈리아 축구시합 승리의 감격에 겨워 밤잠을 설치고 있다.우리는 피식민,동족상잔,분단과 이산의 아픔,국가부도 직전까지 치달았던 경제위기의 상처 등 20세기의 질곡을 슬기롭게 극복한,저력있는 국민임을 확인하며 감격하고 있다. 한국전쟁 직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으나,불과 50년 사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또한 한국은 10여년 사이에 권위주의적 통치체제에서 벗어나 절차적 민주주의를 달성했다.세계 시민들은 한국이 이룩한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과 민주화에 경외(敬畏)와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전 세계 대학의 주요교과서에 한국의 경제·정치·사회발전이 포함된 것은 물론이다. 한국인들은 그 날의 승리를한(恨) 맺힌 현대사의 상처를 완전히 치유하고 새 출발하는 전환점으로 간주하고 있다.우리의 승리는 축구경기가 끝난 후 더욱 빛나고 있다.상대가 반칙을 하더라도 축구규칙을 지키며 신사적 태도를 버리지 않은 선수들,그들에 대한 전폭적 응원을 아끼지 않은 관중들,전국 거리를 가득 메운 국민들.그들은 성숙한 시민의식이 무엇인지를 전 세계에 선보이고 있다.수백만명이 운집해 열광하는데도,무시무시할 정도로 정돈된 질서를 보이는 한국인의 모습에 우리 스스로 놀라고 있다. 우리는 목적한 바를 이루는 집중력과 끈기를 갖고 있다.배고픔에서 탈피하기 위해,권위주의적 폭압을 뚫기 위해 정열을 결집해 온 한국인은 이제 그것을 질서 잡힌 시민의식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다시 말해 ‘문화적 여유와 자부심’으로 충만한 선진국민의 기초 조건을 이룬 것이다. 그러나 명실상부한 선진국민이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핵심과제가 남아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첫째는 부정부패 척결이다.부정부패 척결에는 현직 대통령의 아들까지도 예외가 아니라는것은 한국 민주주의의 성과다.그러나 그것은 두 번이면 충분하다.이제는 사회 제반영역의 투명성을 높이는 일이 남아 있다. 둘째는 온정주의 형태로 잔존하고 있는 비합리성의 극복이다.최근 거스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에 대한 분석이 널리 회자되고 있다.나는 그의 리더십의 핵심이 연고주의와 위계주의적 문화를 탈피한,합리적인 선수기용이라고 본다.이러한 원리를 한국사회 일반에도 도입해야 한다. 셋째는 각종 차별의 철폐다.그것은 제도적인 것뿐 아니라 마음 속에 남아 있는 편견까지 제거하는 것을 뜻한다.여성·장애인·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차별대우가 한국사회에 남아 있는 한 ‘졸부’와 같은 처신을 한다는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은 한국이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룬 모범국가라는 점 때문에 다른 선진국들이 아니라 한국에 왔다고 말한다. 그들의 모국에 ‘졸부국가 한국’의 이미지가 전파되기를 바라는 국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간 꿈꿔 왔던 밝은 미래를 실현할 첫걸음을 내디딜 때다.선진국민으로서 갖춰야 할 조건을 확인하고,우리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자.전 세계 어느 나라 사람도 이루지 못한 성과를 우리는 이뤘다.한국인이 이룩한 경제성장은 다른 나라 민중들의 피와 땀을 착취해 달성한 제국주의 국가와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다른 어느 나라도 이루지 못한,평화와 화해와 관용의 정신이 가득한 선진민주주의 사회 건설의 가능성이 우리 눈앞에 있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루어 왔고,또 앞으로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토대로 힘차게 정진하자. 설동훈/ 전북대교수. 사회학
  • [대한포럼] 레드 콤플렉스

    5공화국 시절 민족해방(NL),인민민주주의(PD)계열 운동권 학생들을 취재하면서 “”이제 레드 콤플렉스를 극복할 때가 됐다.””는 얘기를 접하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1960,70년대 냉전시대에 우리는 붉은색은 공산주의자,즉 빨갱이를 연상하도록 교육을 받았다.빨갱이는 '6.25사변'을 일으켜 생명과 재산을 빼앗은 원수요,호시탐탐 쳐부숴야 할 악한이자,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었다. 광복 이후 이승만 정권과 박정희 정권은 분단된 땅에서 북한과 적대관계를 유지하며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심을 조장해 체제 안정의 수단으로 이용해 왔다.그러다 보니 우리의 마음 한 구석에는 알게 모르게 공산주의에 대한 두려움이 뱀이 똬리를 틀듯 자리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월드컵 대회를 계기로 붉은 색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은 사라질 것 같아.우리 경기가 열릴 떄마다 전국 방방곡이 붉은 물결로 넘실댔다.18일 이탈리아 전에서는 400만명의 붉은 응원단의 함성이 전국을 뒤덮었다.길거리 응원은 한국의 브랜드이자 자랑스러운 문화 자산으로 자리잡았다.이제 주요 국제 경기가 열릴 때마다 광화문 일대는 붉은 물결이 가득할 것이다.앞으로 우리 젊은이들은 붉은색을 보면 '붉은악마'를 연상할 것이다.길거리 응원이 붉은색에 대한 우리 내부의 강박관념과 심리적 억압을 깨는 축제였다면 지나친 말일까. '블루,색의 역사'라는 책을 펴낸 프랑스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학교의 미셀 파스투로 교수는 색에 대한 우리의 느낌은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 현상이라고 설명한다.로마인들은 붉은색을 사랑했다.악마를 파랑색으로 그렸다.'미개한'파란색이 사랑받기 시작한것은 12세기 성모 마리아가 청색 옷을 입고 난 이후이다.앙시앵 레짐하에서 적색기는 사전예방 또는 공공질서의 상징이었다.그러던 것이 프랑스 혁명이 진행되던 1791년 7월17일 파리에서 왕정폐지를 주장하는 공화주의자 50여명이 질서의 상징인 적색기 아래에서 총에 맞아 사망한 뒤부터 억압받는 민중,반기를 드는 민중을 상징하게 되었다.동양에서 붉은색은 권력의 상징이었다.중국 역대 왕조는 물론 우리나라도 삼국시대 이후 최고 벼슬아치의관복은 자주빛을 띤 붉은색이었다. 이제 붉은색에 대한 우리의 이미지는 열정,사랑 ,나눔 등으로 바뀔지도 모른다.붉은 물결의 역동성은 우리 사회 발전의 축이 될수 있다.그만큼 잠재력을 갖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동구권이 붕괴된 이후 레드 콤플렉스가 서서히 희석돼 왔다.6.13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광역 시·도의원 비례대표 의원을 뽑는 정당명부식 투표에서 전국적으로 8.1%의 정당 득표율을 얻어 자민련을 제치고 제3당으로 약진한 것도 레드 콤플레스가 극복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레드 콤플렉스를 극복해야 남북 교류도 활성화된다.방한한 노벨상 수상작가 독일의 권터 그라스는 동서독 통일 과정을 설명하며 “”남북한이 이성적인 태도로 서로 존중하며 대화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자본주의 체제는 일정 부분 사회주의적 요소를 받아들여 자체 모순을 시정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다.사회민주주의자임을 자처하는 이영희씨는 미국의 제시 잭슨목사가 대통령 후보경선에서 '좌'라는 비난을 받자””당신네들,하늘을 나는 저 새를 보시오.저 새가 오른쪽 날개로만 날고 있소?””라고 물었다고 했다.이씨가 1994년 잭슨 목사의 일화를 소개한 책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라는 제목은 바로 레드 콤플렉스를 극목해야 하는 이치를 웅변해주고 있다. 황진선 논설위원
  • 책/ 유종호교수 평론집 ‘다시 읽는 한국시인’

    20세기 전반기에 ‘비범한 문학적 성취’를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사상 혹은 이념적인 문제로 금기의 울타리에 갇힌 임화 오장환 이용악 백석 등 ‘잊힌’네 시인의 시세계를 조감해 볼 수 있는 유종호 연세대 교수의 평론집 ‘다시 읽는 한국시인’이 출간돼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일제강점기와 해방공간을 헤쳐 오면서 엄연히 우리 문학사의 한 축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사상 혹은 정치적 이유 때문에 ‘망실된 시사(詩史)’의 일부로 치부돼 왔다. 실제로 카프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한 임화와 오장환은 6·25 전에,이용악은 전쟁 중에 월북했고 백석은 광복과 함께 귀국한 뒤 고향인 평북 정주에서 분단을 맞았다. 유교수는 이 책에서 기존 방식과는 다른 접점을 통해 이들의 문학적 실체에 접근해 간다.텍스트는 물론 그들이 산 당시의 사회·시사적 맥락까지도 이해의 대상으로 삼아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흐름을 포착한 것. 예컨대 ‘평론가’의 그늘에 가려진 ‘시인’임화의 진면목이라든가,정지용의 시를 야유조로 인용한 임화의 속뜻,이용악의 절창으로 평가되는 ‘오랑캐꽃’에 대한 해석상의 오류 등을 낱낱이 짚어 이들의 문학세계를 치밀하게 해부하고 든다. “시와 혹세무민의 수사학을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은 시민적 자질에 속한다.”는 유 교수의 지적은 “조심스러운 글읽기란 말을 따지는 일을 넘어 사실에 대한 날카로운 기율,그리고 바른 사회가 존립하는 기틀에 이어져 있는 것”이라는 김우창 교수의 그것과 한 축을 이뤄 이 책이 내포하는 시대적·문학적 의미를 가늠하게 해준다.우리 문학사에서 과연 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부활할까. 심재억기자
  • [씨줄날줄] 쓸쓸한 6·15 2주년

    2년 전 오늘 역사적인 남북 공동선언이 발표됐다.남북 두 정상들은 “분단 역사상처음으로 열린 상봉과 회담이 서로 이해를 증진시키고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며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데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자주통일,이산가족 상봉,경제 문화 교류 등 5개항의 합의사항과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을 명기한 것이다.공동선언 발표는 전국을 설레게 했다.‘설마’하던 정상회담이 실제로 이뤄진 것도 놀랍고 무엇보다도 베일에 가려진 채 설만 난무했던 김정일 위원장의 파격적인 언행이 인구에 회자되기도 했다.물론 한 켠에서는 딴소리도 나왔다.정상회담 성사 사실이 하필이면 16대 총선을 3일 앞두고 발표된 것도 빌미가 됐고, “김 부자와는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다.”는 사람들의 극렬 행동도 있었다.하지만 그때만 해도 민족의 화해와 공존이라는 대의에 그런 것쯤은 묻힐 수 있었다. 그로부터 2년,전국은 월드컵 열기로 들 떠 있다.2년 전 설렘과 감격은 붉은 악마의 함성에 묻혀 버렸다.아니 설렘과 감격 자체가 식어 버렸다.정부가역사적인 정상회담 공로자들에게 훈장을 주겠다는 것마저 “정권말기 훈장 나눠먹기냐.”며 질책하는 마당이다.그래 그런지 관계자 150명을 초청한 6·15 두 돌 청와대 오찬이나 기독교,불교 등 일부 종교계와 민화협 등에서 6·15 두돌 행사를 갖지만 왠지 썰렁하다.김대중 대통령의 소회에서도 쓸쓸함은 묻어난다.“남북관계의 현실이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까운 점이 많다.합의된 것이 실천되지 못한 채 가다 막히고,가다 막히고 하는 것은 남북 어느 쪽을 위해서나,또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나 좋은 일이 아니라고 본다.” 지난 11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토로한 안타까움이다. 김 대통령의 토로는,약속한 답방은 의부 제사 미루듯 미루기만 하고 사안마다 엇박자로 나오는 북한의 태도에 대한 실망도 있어 보인다.그러나 남쪽의 햇볕은 필요하고 햇볕과 함께 들어올 자본주의 바람은 두려운 것이 북한의 입장이고 보면 애초에 ‘햇볕정책’속에는 참고 기다리는 것까지 계산에 넣었어야 하지 않을까.아직까지 남·남 이견도 해소되지 못한 현실이라면참고 기다리는 것이야 말로 숙명처럼 보인다.어쩌면 지금 쓸쓸하기 때문에 먼 훗날 6·15 선언이 더 빛날 수 있을 것이다. 김재성/ 논설위원
  • [오늘의 눈] 16강 새로운 시작이다

    태극전사들이여,들었는가.4700만 겨례가 외치는 저 승리의 함성을. 태극전사들이여.보았는가 월드컵 16강이 확정된 그 순간,4700만 겨례가 한몸으로 엉킨,기쁨의 군무(群舞)를. 2002년 6월 14일.태극전사들이여,그대들이 해낸 것은 단순히 16강 진출만이 아니다.48년 우리의 월드컵 역사와 함께한 현대사의 아픔을 그대들은 한 순간에 넘어섰다. 굴종과 억압으로 점철된 한반도의 역사를 새롭게 쓰면서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회복한 것이다.외세에 찢기고 IMF에 멍들고,남북 분단도 모자라 동서분열로 치닫는 우리 민족의 비극을 역사의 뒤안길로 만들었다. 태극전사들이여,광화문에 운집한 45만 붉은 악마들,전국 300만 길거리 응원단들의 외침이 들리는가. 한몸으로 부둥켜 안은 이들에겐 남북도,경상도도,전라도도 없었다.정치판에 난무한 추잡한 ‘색깔’도 보이지 않는다.오직 순수의 열정으로 뭉친 ‘하나’만이 있었다. 자정을 넘어 광화문에 모인 45만의 붉은 악마들이 외치는 ‘아리랑’의 함성은 밤새 멈출지를 몰랐다. 더 이상 100년전 북간도를 넘는,50년전 남북분단의 비극을 한탄하는 그런 아리랑이 아니었다.불과 15년전 광화문 네거리를 가득 메운 데모대들의 처절한 민주화 외침 대신,승리의 노래로 가득했다.바로 세계로 웅비하려는,젊은 한국,새로운 한국을 만들려는 절규인 것이다. 자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4000만 민족이 함께 일궈낸 16강을 한 순간의 ‘한풀이’로 끝내지 말자.오늘 어렵사리 하나로 뭉친 ‘우리가’ 내일 또다시 분열과 비방의 주체로 변할 것인가. 태극전사들이여,그대들은 기억하라.최대 위기였던 지난 10일 미국전,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과 국민들의 열망이 기적을 이뤘다는 것을.4700만 겨레가 온몸으로 표출한 에너지를 새로운 한국 건설로 이어가는 것 또한 우리의 몫일 것이다. 오일만/ 사회교육팀기자oilman@
  • [월드컵 뷰] ‘대한민국 브랜드’ 업그레이드

    공을 몰고 갈 땐 조마조마하고,골이 들어가지 않을 땐 발을 동동 굴렀다.상대 팀 선수가 슛을 할 땐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골을 넣었을 땐 아,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따지고 보면 단순한 축구경기에 불과하다지만 나는 어느새 우리 선수들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며 그 시간 속으로 풍덩 빠지고 만 것이었다. 어디 나뿐이었을까.우리 팀 선수가 골을 넣을 땐 ‘삼천리 금수강산’이 출렁였다.그 순간,경기장에서의 함성은 거대한 파도와 같았고,거리에서 내지른 시민들의 환호성은 텅 빈 빌딩들을 뒤흔들었다.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껑충껑충 뛰고,젊은이들은 젊은이들대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고,어른들은 어른들대로 ‘골인이야 골인’하며 소리를 질렀다. 우리 국민들이 이렇게 혼연일체가 되어 기쁨과 아쉬움을 함께 만끽한 적이 있었던가.어떤 이는 ‘8·15해방’이후 처음이라고도 하고,어떤 이는 단군 이래 처음이라고도 한다. 하긴 외침과 폭압적인 정권에 시달려온 우리 국민들로서는 ‘방어적 단결력’을 보여주는 데 익숙해 있을 뿐 그 어떤 순수한 의미에서의 ‘단결력’을 과시할 기회가 없었다.멀리 갈 것도 없이 최근 백년을 돌아보더라도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으로 인해 이 땅은 전쟁터가 되었고,곧이어 나라가 일본의 손아귀에 들어감으로써 나라없는 고통을 겪었다.해방이후 6·25전쟁의 비극이 있었고,이어서 독재 등 정치적 후진성으로 인한 고통이 뒤따랐다. 우리 속담에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와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는 말이 있다.전자는 주변국에 의해 억압받고 짓밟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고,후자는 계속되는 시련 속에서 저항하는 심정을 암시하는 표현이다.이러한 상황에서 나라 밖에 비친 한국의 이미지는 당연하게도 ‘가련한 나라’‘분단의 나라’‘독재의 나라’등 부정적인 것일 수밖에 없었다.개발도상국 과정에서의 고도성장과 더불어 88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나 오랜 세월 부정적 이미지로 각인된 국가이미지를 탈바꿈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바로 얼마 전,통계상의 경제적 성취만으로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고 자위하는 순간 전대미문의 환란을 맞게 되었고,그로 인해 실추된 부정적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우리는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만 했다.이런 우리에게 월드컵은 새로운 국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다시 없는 기회다. 요즘 우리 국민들은 한국이 더 이상 ‘고요한 아침의 나라’가 아닌 ‘역동적인 나라’임을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전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열광적으로 응원을 하는 나라,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예의바른 민족임을 과시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지칠 줄 모르고 상대를 몰아붙이는 한국 축구의 역동성에 놀라고,온나라가 한 덩어리로 움직이는 응원열기에 놀라고 있다.그러나 이것이 어찌 우리 민족이 가진 저력의 ‘전부’일 수 있겠는가. 예부터 우리 민족은 시를 사랑하고,음악을 사랑하는 민족이었다.월드컵 기간에도 영화관이 만원사례를 이루고,오나가나 책을 읽는 ‘문화민족’의 이미지도 이 역동성에 섞어 함께 보여주었으면 한다. 오봉옥/ 시인
  • [씨줄날줄] ‘포르투갈을 넘어’

    마침내 월드컵 16강 진출 여부를 판가름하는 결전의 날은 밝았다.‘포르투갈을 넘어 16강으로’ 가는 것은 ‘붉은 악마’뿐 아니라 온 국민들의 한결같은 소망이다.또다시 4년을 기다리기에는 48년에 걸친 인고(忍苦)의 세월이 너무나 길었다. 더도덜도 말고 한국 선수들이 폴란드와 미국전에서 보였던 자신감과 기량만 발휘한다면 포르투갈이라는 높은 문턱도 무난히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가 16강에 올라야 할 이유는 너무나 많다.16강에 오르게 되면 당장 한국을 대하는 외국의 시선이 달라지게 될 것이다.‘분단과 개고기의 나라’에서 ‘월드컵을 개최한 축구 강국’‘희망과 열정의 나라’로 각인된다.또 외환위기,고실업,각종게이트 등으로 삶에 지쳤던 국민들에게 다시 뛸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줄 것이다. 한 민간경제연구소가 추산했듯이 월드컵 개최에 따른 부가가치 효과는 11조원인 반면 16강 진출은 18조원에 이를 정도로 경제적인 파급 효과도 엄청나다.우리 기업의 이미지와 수출상품의 경쟁력도 자연스레 업그레이드되기 때문이다.온 국민이 함께 염원하고 성원한 목표를 달성한 데서 오는 자긍심과 국민 통합이라는 무형의 자산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값어치가 있다.이는 돈이나 권력으로도 얻을 수 없는 자산이다. 월드컵을 계기로 붉은 응원 물결이 펼치는 파노라마는 한국을 상징하는 소중한 문화자산이 됐다.앞으로 어떤 축구경기에서도 붉은 악마의 열정적인 응원은 빠트릴수 없는 화두(話頭)로 자리매김하게 됐다.따라서 오늘 한국과 포르투갈의 경기가 열리는 인천문학경기장을 비롯,서울의 광화문과 시청 등 전국의 길거리에서 응원전을 펼칠 국민들은 한국 신(新)문화의 전도사라는 위치를 한순간이라도 망각해서는 안된다.한순간의 실수나 방종이 전 세계의 매체를 타고 전파될 경우 그동안 힘겹게 쌓아올린 공든 탑이 일시에 무너질 수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속출하는 ‘이변’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 경기의 결과가 응원의 강도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하수가 고수를 꺾는 이변이 있기 때문에 휘슬이 울릴 때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는 것이다.마지막 순간까지 ‘정정당당 코리아’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 [일본에선] “”통일조국 축구 세계 No.1 소망””

    ■북한 국가대표 출신 재일조선인 김종성씨 [오사카 김현 객원기자] 한국 대표팀 미드필더 윤정환이 소속된 일본 J리그 세레소 오사카에 월드컵 출전을 꿈꿨던 또 한 사람의 ‘우리 축구인’이 있다.북한 대표 출신인 김종성(金鍾成·38)이다.그는 지난 1월부터 이 팀의 코치를 맡고 있다. 재일본 조선축구협회 기술부장이라는 직함도 갖고 있는 그는 도쿄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민족학교 축구부에 몸담았던 재일 조선인 3세이다. “어릴 때는 조국(북한)의 강한 축구가 마음의 의지가 됐다.”는 그는 “대표팀에 들어간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민족학교가 일본에서 차별을 받고 따돌림을 당해도 참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1989년부터 3년간 북한 대표로 활약했던 그는 1992년 일본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터뜨렸다.‘50m를 5초8에 주파하는’ 경이적 스피드가 눈에 띄어 J리그‘주빌로 이와타’에 스카우트됐다. 북한 대표 시절 이탈리아 월드컵 아시아 예선전에서 뛰기도 했지만 예선 통과의 꿈은이루지 못했다.그렇다고 꿈마저 접은 것은 아니다.“월드컵을 목표로 하지 않고서는 진짜 축구선수가 아니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그는 “궁극적인 꿈은 통일 조국의 축구가 세계 정상에 오르는 것”이라면서도 “그 전에 나를 키워준 북한 축구를 강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다.그러나 언제쯤 북한 축구 발전에 공헌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른다.1966년 월드컵 8강 진입을 자랑했던 북한 축구가 지금은 국제교류 부족으로 부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월드컵에서 의욕을 불태우고 있는 윤정환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솟아오르는 생각도 있다. “한국 대표가 우리 축구의 참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는 그는 “남과 북,그리고 일본에 있는 동포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열심히 싸운다면 그것을 통해 모두의 마음을 통일 조국의 축구로 모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kmhy@d9.dion.ne.jp ■월드컵 외국인 홈스테이 [도쿄 간노 도모코 객원기자] 일본인 오노 도루(小野亨·30) 집에 1박2일간 홈 스테이를 하고 있는중국계 캐나다인 장 캐서린(35·여)은 점심은 우동,저녁은 다코야키를 대접받았다.간사이(關西) 출신인 부인 미유키(美由起·35)의 아이디어였다. 낙지를 넣어 만든 간사이 명물 다코야키는 먹어 본 적이 있지만 집에서 만든 것은 처음이라는 캐서린은 “만들기 어려웠지만 맛있었다.”고 기뻐했다. 세살배기 쓰구메(緖芽)와 3인 가족인 오노는 도쿄 이타바시(板橋) 구청이 월드컵행사로 마련한 외국인 홈 스테이에 응모했다. 오노는 응모 이유에 대해 “축구를 너무 좋아해 외국에서 오는 응원객들에게 일본의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어 응모했습니다.딸에게도 좋은 추억을 갖게 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고요….”라고 말했다. 캐서린은 지난 4월부터 일본어학교에 다니고 있는 유학생.학교의 소개로 일본 가정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오노 집에 홈 스테이를 하게 됐다. 캐서린은 “매일 밤 목욕을 하는 습관을 비롯한 보통 일본인의 생활을 알 수 있어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인 미유키도 “홈 스테이 기간이 좀 더 길었다면 여러가지 얘기도 나눌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이타바시 구청측은 당초 월드컵 입장권,추천장을 가진 외국인에 한해 홈 스테이 응모를 받았으나 까다로운 조건을 싫어하는 외국인들의 응모가 없자 조건을 완화했다. ktomoko@muf.biglobe.ne.jp ■동경신문에서/ ‘첫승 골' 이나모토 英아스날서 방출 ●일본 영웅 영국팀서 방출= 일본의 영웅으로 떠오른 이나모토 준이치(사진·23·아스날)가 정작 소속팀에서 버림을 받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아스날은 2002∼2003시즌을 앞두고 이나모토와의 재계약을 포기,방출대상 명단에 올리고 10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수협의회(PFA) 공식 사이트에 공시했다. 이에 앞서 아스날의 아르센 웽거 감독은 “이나모토가 월드컵에서 두 골을 넣었다고 해서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뛸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해 의문을 자아냈다. BBC와 스카이스포츠,로이터 등 영국 언론들은 이날 전격적으로 이뤄진 아스날의 방출 결정을 비중있게 보도했으며 이를 접한 일본 언론들은 “일방적인 해고 통보”라며 공분을 표시하고 있다. 이나모토는 지난해 7월 감바 오사카에서 아스날로 옮길 당시 ‘1년 임대 후 활약여부에 따라 완전 이적한다.’는 조건으로 5년간 계약했지만 기량을 인정받지 못하고 1년 만에 방출됨에 따라 월드컵을 통해 월드스타로 떠오른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일본대표팀 부동의 수비형 미드필더인 이나모토는 월드컵 H조 벨기에,러시아전에서 연속골을 작렬하며 플레이메이커 나카타 히데토시(파르마)와 견줄 일본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월드컵 방한 재일 조선인 1300명 넘어= 월드컵 관전을 위해 한국을 찾게 될 재일조선인(북한 국적)이 1300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이 가운데 800여명은 개인 관전 그룹으로 대부분이 분단 이래 처음으로 한국을 찾게 된다. 하나의 이벤트로 이처럼 많은 재일 조선인이 한국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월드컵을 계기로 재일 동포 사이에 남북 우호 무드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월드컵 관전에는 10∼20명 단위로 민단을 통해 임시 여권을 발급받아 방한한다.앞서 민단과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는 400여명의 월드컵 응원 방한단을 구성한 바 있다. 정리 도쿄 황성기특파원
  • 통일교육 홍보만화 무료배포

    통일부는 6·15남북정상회담 2주년을 기념해 11일 홍보 만화 5만부를 발간,일선초·중·고교와 공공기관 등에 무료로 배포한다.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창작만화팀이 만든 ‘해피 투게더’(96쪽)는 만화의 주인공 ‘토리’가 태양계 우주선레이스에 출전,경기중 충돌사고를 일으켜 외딴 행성에 추락한 뒤 이 행성의 외계인들을 통해 분단의 현실을 경험한다는 내용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영상 매체에 익숙한 학생과 국민을 대상으로 남북관계와 통일문제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김수정기자
  • “남북학술교류의 주춧돌 역할 하겠다”

    다음달 1일.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한의 대학교수 2명이 북한의 대학 강단에 선다.주인공은 한양대 오희국(吳熙國·41·전자컴퓨터 공학부) 차재혁(車宰赫·38·정보통신학부)교수.한양대(총장 金鍾亮)와 북한의 김책공업종합대(총장 홍서헌)가 최근 체결한 학술교류협정에 따라 조교 2명과 함께 두달간 평양에 체류하며 컴퓨터 및 정보구축 관련 강의를 하게 된다. “혹시나 우리가 북한에 안보와 관련된 고도의 정보 기술을 제공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우리가 하는 강의는 정보기술(IT)과 관련,인재양성을 위한 내용으로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희국 교수는 북측에 고도의 정보기술을 빼앗기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 “걱정말라.”고 재차 강조했다.정보기술을 배양할 수 있는 능력과 학습 바탕을 길러주는 보편화된 대학원용 학습 커리큘럼이라는 설명이다. “개인이 추진한 것이 아니고 학교가 나서서 이뤄낸 결실인 만큼 거창한 포부를 밝히는 게 쑥스럽다.”는 오 교수는 “남북 학술교류의 첫 돌을 놓는다는 심정에 하루하루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재혁 교수도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통일의 그날까지 자연스럽게 꾸준히 추진해야 할 사업”이라면서 “어떻게 하면 충실하게 강의를 할 것인가만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오 교수와 차 교수가 각각 강의할 과목은 컴퓨터 운영체계 구현과 데이터베이스운용개발 및 시스템 구현.두 사람은 하루 3시간씩 1주일에 나흘간 강의를 맡는다.김책대학의 대학원생들이 이들의 첫 ‘제자’다.두팀이 1개월씩 강의를 듣는다. “남한의 중급 실력의 대학원생들이 1학기 동안 공부하는 내용을 한달 안에 소화하려 합니다.북측 학생들에게 부담이 될 것 같기도 합니다.” 북측 학생들이 어느 수준인지 아직 감이 안잡혀 현장에서 부딪히며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두사람은 사례를 곁들인 수업으로 최대한 수업을 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IT 용어들이 대부분 영어란 점도 유의해 북측 학생들을 자극하지 않도록 할 겁니다.” 차 교수는 북측이 이번 교류를 받아들이는데 있어 큰마음을 먹었고 내부에서 반대하는 분위기도 있었을 것이라며 첫 사업을 반드시 성공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두 교수와 조교 등 네명은 모두 평양시 보통강호텔에서 묵을 예정이며 일체 편의는 북측이 제공한다.두달 간의 강의가 끝나면 한양대 김 총장이 평양을 방문,김책공업종합대학 총장 공동명의로 수료증을 내줄 계획이다.한양대측은 앞으로 김책공대내에 남한측 교수동(棟)을 건설할 계획도 갖고 있다. 김수정기자 crystal@
  • 평양서 첫 남북 연합예배

    남북 기독교인들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오는 14일 서울-평양 직항로를 이용해 방북,평양 봉수교회와 칠골교회에서 남북 연합예배를 갖는다. 한민족복지재단(사무총장 김형석)은 11일 “재단 회원으로 활동중인 전국의 목사와 신자,그리고 일반 회원 337명이 5박6일의 일정으로 방북한다.”며 “16일 봉수교회와 칠골교회에서 연합예배를 갖고 평양시내를 돌아본 뒤 백두산과 개성,판문점 등을 관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기독교인 연합 예배는 6ㆍ15남북정상회담 2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개최되며 민간인이 직항로를 이용,북한을 방문하기는 제주도민의 방북에 이어 두번째이다. 김경운기자 kkwoon@
  • [기고] 월드컵과 우리경제

    월드컵에 대한 온 국민의 관심이 뜨겁다.우리는 경기장에서, 그리고 TV로 즐길 것이고,또 한국 대표팀을 응원할 것이다. 그러나 잠시 눈을 돌려 월드컵이 우리 경제에 주는 의미를 짚어보자. 월드컵을 치러내기 위해서는 최신 축구 경기장 건설과 같은 명시적 비용뿐 아니라 자가용 홀짝 운행제에 따른 시민들의 불편 감수와 같은 묵시적 비용이 들어간다.그런 만큼 입장권 판매와 관광수입을 늘리고 향후 월드컵 개최 구장의 활용을 통한 수익 창출에도 노력해야 한다.그래야 월드컵이 외화내빈의 잔치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월드컵을 잘 치러낼 때 이로 인해 얻게 될 가장 큰 이득은 입장권 수입이나 관광수입이 아니다.한국에 대한 이미지 개선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큰 소득이다. 한 기업뿐 아니라 국가별로 신용등급이 매겨지고 이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에서 빌리는 이자율도 차별화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러한 이미지 개선을 통해 개별기업이 해외시장에서 받게 될 혜택은 뜻밖에 클 수 있다. 최루탄이 난무하는 파업시위 장면이 외신을타게 되면 많은 사람들은 그 나라 산업 전체가 노사분규의 와중에 있는 것처럼 착각하기 쉽다.뉴욕시 할렘지역에 대한 나쁜 소문은 뉴욕시 전체가 주거 부적합지라고 단정케 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때로는 이러한 직관적 인상은 막상 살 곳이나 투자할 곳을 선택해야 할 때 의사결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그런 만큼 월드컵을 통해 다수의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좋은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다면 이는 분명 우리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88올림픽을 통해 지구촌 사람들에게 분단국 정도로만 알려졌던 우리나라를 널리 알렸듯이 우리는 이번 월드컵을 우리의 기술과 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리가 월드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소득은 한국과 전 세계가 서로 종전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상대로 여기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협력의 폭은 서로에 대한 신뢰에 크게 좌우된다.투자, 특히 장기투자는 최소한의 신뢰가 확보되지 않으면 성사되기 어렵다.만약 신뢰부족 때문에 서로 이득이 될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면그만큼 손실을 보는 것과 같다. 이런 점에서 외국, 특히 일본과의 신뢰 쌓기는 중요하다.우리는 일본에 의한 식민지배라는 아픈 상처가 남아 있다.그래서 일본이 인접국이어서 경제통합에 따른 이득을 누리기가 쉽지만 실제로는 미국과 캐나다,미국과 멕시코,혹은 유럽연합(EU)국가들과 달리 그 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중국도 이번 월드컵에 참가하고 있으므로 이것이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이 경제협력을 확대하는 촉매제가 돼야 한다. 한국 대표팀이 16강,8강,4강에 오른다면 얼마나 좋을까.그러나 승부에 집착하거나 거기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다른 팀들의 멋진 플레이도 보면서 우리 선수들의 기량을 한껏 뽐내주기를 목청껏 응원하자.코리아 파이팅. 김이석/ 국제문제조사硏 연구위원
  • EBS, 귄터 그라스 초청 통일심포지엄

    EBS는 6일 낮12시부터 3시간 동안 ‘귄터 그라스 초청 통일심포지엄’‘통일과 문화’를 현충일 특집으로 방영한다. 이번 심포지엄은 국내 통일 논의에서 사각지대에 머물던 문화적 국면을 깊이있게 논의하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1부에서는 ‘한반도 통일의 구상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귄터 그라스의 ‘독일 통일에 대한 성찰’,백낙청 서울대 교수의 ‘분단체제 극복을 위한 지구적 시각을 찾아서’,최정호 울산대 석좌교수의 ‘독일의 동방정책과 한국의 대북정책’등의 강연에 이어 주제 토론이 이어진다. 2부에서는 ‘언론정책과 통일의 문학’을 주제로 외르크 디터코겔 독일 브레멘 방송국 문화부장의 ‘통일을 위한 언론의 역할’,김문환 서울대 교수의 ‘통일과 문화정책,햇볕정책을 중심으로’,작가 황석영의 ‘남북 통일문학의 전망’,동독출신시인 우베콜베의 ‘독일통일과 작가의 역할’등의 강연이 계속된다.
  • [대한광장] 조용한 함성 ‘인권영화제’

    온누리가 축제의 열기로 가득하다.청춘의 건각이 뿜어내는 싱싱한 기운이 이를 지켜보는 이들에게 전염되어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피가 뜨겁다.아니,60억 지구촌 사람들은 인종,국경,종교,빈부의 격차에 아랑곳없이 함께 축제를 즐긴다.식민 종주국을 ‘찍어낸’ 아프리카 작은 빈국의 쾌거를 다같이 기뻐한다.아! 축제란 원래부터 이다지도 설레는 것이었다. 알다시피 인류의 예술과 문화가 발원한 곳은 신에게 올리는 제의의,함께 어울려 춤추고 노래하고 마시는 축제의 마당이었다.21세기 들어 발생한 첫 전쟁은 세계 자본주의의 본거지를 향한 ‘자기의 땅에서 유배된 자’들의 자살테러로부터 비롯했다.그러나 새 세기의 첫 축제는 지구상 마지막 분단국의 남쪽에서 시작했다.개막축제에서 서울은 세계를 향해 ‘환영’과 ‘소통’과 ‘어울림’,그리고 ‘나눔’의 고귀하고 장려한 메시지를 날려보냈다.최초로 민간이 기획하고 주도한 축제의 컨셉트는 조화와 상생(相生)의 동양정신이었다.장중하고 세련된 미의 극치가 참으로 자랑스럽고 감격스럽다.테러의 동력이 절망과 단절이라면,평화의 환경은 마땅히 소통과 나눔일 터이다. 이 장엄한 축제가 시작되는 날,같은 시각에 조용한 함성이 있었기에 이를 알리고자 한다.‘인권영화제’는 인간을 위한 영상을 찾아나선다.행복하고 부유하고 힘센 인간이 아니라,억눌리고 가난하고 소외된 인간의 세상을 담고 있다.문명세계의 뒤편에 난무하는 야만을 고발한다. 머리속의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재판도 없이 검사의 청구에 의해 죽는 날까지 사람을 가두어 둘 수 있었던 ‘사회안전법’에 걸려 청춘을 고스란히 감옥에서 보내야 했던 이가 결성한 ‘인권운동사랑방’이 주최하는 영화제다.놀랍게도 무료로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다. 올해로 6년째인데,해마다 대학 총학생회가 파트너십을 발휘한다.96년 첫해에 표현의 자유를 몸소 실천하는 의미로 사전심의를 거부한 채 상영에 돌입하더니 올해는 겁도 없이 월드컵 기간과 대칭으로 일정을 잡았다.월드컵 축제 기간이라 해서 우리 사회의 인권 현안이 숨는 것은 아니다.장애인의 이동이 도무지 불가능한 현실을 항의하는 장애인단체가 시청 앞에서 일전의 리프트 추락사를 계기로 집회를 갖는가 하면 모진 아동학대의 현장이 드러나기도 한다. ‘인권영화제’의 영상은 대체로 끔찍하다.그래서 보는 이를 고통스럽게 한다.분쟁지역에서 발생하는 일상적 폭력,자카르타 철로변에 사는 빈민들의 처참한 생활,실종되는 여성들,쓰레기 더미 위의 삶,베트남 참전 군인들의 살인 경험담 등 인권영화제의 시선은 인간의 악마성과 집단의 가학성이 일으키는 야만을 쫓아다닌다.그러니 영화로부터 단 한시간 남짓이나마 위안과 오락을 구하고자 하는 고달픈 인생들이 제발로 걸어들어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국제사면위원회는 ‘2001년 세계인권상황’보고서에서 한국의 인권상황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평가하고 있다.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전혀 없는 노조지도자들이 구속돼 있으며,비폭력 평화노선을 신봉하는 신앙 때문에 집총을 거부한 젊은이들의 양심을 범죄시하여 예외없이 감옥에 넣는가 하면 그 안에서의 예배조차 철저히 봉쇄하는 등 한국은 스스로 비준하거나 가입한 인권규약에 반하는관행을 지속하고있다고 앰네스티는 보고 있다. 현실을 직시하는 자는 고단하다.현실의 부조리를 개선하고자 하는 이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된다.지난 세기 내내 유혈을 불러왔던 제3세계 파시즘과 그 아류들은 깨어나 있는 자들의 고통과 그 감염을 막기 위해 손쉬운 마약을 분사했다.3S(sports,screen,sex)정책이 그것이다. 이제 이땅의,충분히 교육받은 국민에게 그것은 효험없는 처방이 되었다.월드컵은우리의 손색없는 고품질의 축제마당이다.대칭으로 ‘인권영화제’ 역시 그러하다.다만,인권영화제는 조용한 함성이며 잠들지 않는 의식의 축제이다.궁금하시면 점심시간에 샌드위치 싸들고 자투리 관람을 해도 당신은 충분히 인간미를 발휘할 수 있다. 유시춘/ 국가인권위원·작가
  • [사설] 세네갈 감격 우리도 할 수 있다

    월드컵 개막전에서 세네갈의 승리는 16강 진출에 조바심하는 우리에게 능히 해낼수 있음을 일깨워준 격려의 계시다.세네갈 대표팀의 객관적인 실력은 세계 랭킹 42위다.월드컵에는 처음 출전해 보는 말하자면 ‘월드컵 촌닭’인 셈이다.이에 반해프랑스는 부동의 세계 1위요,스타 군단의 실력이 최고의 경지에 다다랐다 해서 예술 축구라고 칭송을 받아온 터였다.처녀 출전팀이 개막전에서 바로 직전 대회 우승팀을 ‘격침’시키기는 72년 월드컵 사상 세네갈이 처음이었다.세상 사람들은 하나같이 대이변이라고 했다. 세네갈 승리는 감격이었다.단순히 강적을 이겼기 때문이 아니다.세네갈은 1960년까지만 하더라도 프랑스의 통치를 받는 식민지였다.면적이 20만㎢로 한반도만한 작은 나라다.인구는 서울에도 못 미치는 1000만명 남짓하고 국민 소득은 1600달러로월드컵 참가국 가운데 가장 낮다.지구 저편 서아프리카에 자리한 초라해 보이는 세네갈이 유럽 맹주를 자부하는 프랑스를 제압했다.새로운 도전을 꿈꾸면서도 실천하기를 머뭇거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불러일으켜 준 한편의 역사 드라마였다. 세네갈 대표팀은 경기 운영에서도 칭찬받기에 충분했다.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지단 선수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허둥대는 프랑스 팀의 모습은 안쓰러웠다.선수들은 경기가 진행되면서 스피드와 체력이 현격하게 떨어지는 약점을 내보였다.세네갈은 달랐다.처음엔 다소 긴장하는 듯했으나 결코 위축되지 않았다.11명의 선수가한몸처럼 움직이는 조직력이 돋보였다.끈질긴 근성에서도 프랑스를 이기고 있었다.세네갈 선수들은 선취골을 성공시키고도 자만하지 않았다.완급을 조절해가며 서두르거나 멈칫거리지도 않았다.경기를 끝내고서야 그동안 감춰왔던 격정을 특유의 몸짓으로 맘껏 발산했다. 한국 대표팀이 축구 경기에서 이겨줬으면 좋겠다.한국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절호의 기회를 살려야겠다.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완전히 털어냈음을 일깨워야한다.개고기로 이름이 오르내리고,분단으로 위축된 나라가 아니라 세계를 감동시킬 수 있는 전통 문화의 나라임을 알려야 한다.철강의 나라,초일류 정보통신의 나라그리고 민족통일을 일궈가는 나라임을 축구로 말해주어야 한다.한국 축구팀은 세네갈팀처럼 상대가 강팀이라고 위축되어서는 안된다.설혹 선제골을 당했다고 당황해서도 안된다.선취골을 얻더라도 자만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대표팀의 한국판 ‘세네갈의 감격’을 기대해 본다.
  • 월드컵/ 소설가 이순원의 개막전 관람기 - 그대 저 함성 들리는가

    지금 내가 노트북을 펼치고 앉아 있는 곳은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이다.관중 수용규모 6만3691석.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구름 아래 그림처럼 낮게 떠 있는 방패연같은 경기장 안에서 순간의 감동과 순간의 환호를 내가 자랑하는 1분 600타의 고속타로 찍어 전국의 대한매일 독자들에게 전한다. 이렇게 말하는 순간,그대 들리는가.저 함성,저 우뢰 같은 박수소리가.이제 막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회의 개막식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리고 FIFA기와 이번 대회를 공동개최하는 한국과 일본의 국기가 입장한다.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또 21세기 들어 처음 열리는 세계 축구제전이 한국과 일본에서 열리고,그 축제의 개막을 알리는 북소리가 바로 이곳 서울에서 울려퍼지고있는 것이다.이제 세계의 눈과 귀는 앞으로 한달간 우리 한반도와 일본열도를 향해 열려 있을 것이다.지난 세기는 놀라운 과학문명의 발전 속에서도 세계는 두 번의큰 전쟁과 오랜 냉전기간을 거쳐왔다.아직도 그때의 불신과 갈등은 인종과 종교,문명간의 마찰로 남아 있다.지구상에 남아있는 마지막 분단국인 한국 서울에서부터울려퍼지는 북소리는 단순히 세계 축구대회의 개막만을 알리는 북소리가 아니다. 지난 세기가 서구 중심의 세기였다면 새로운 천년의 새로운 세기는 경제,문화 모든 면에서 아시아 중심의 세기가 될 것이고,그 중심이 바로 우리가 있는 자리 동북아시아인 것이다.지금 내가 눈과 손끝으로 ^^고 있는 이번 월드컵 개막식의 테마역시 ‘동방으로부터(From the East…)’이다. 공식행사가 끝나고 바로 문화행사가 펼져진다.10분씩 네 개의 마당으로 펼쳐지는문화행사의 메시지 역시 평화와 화합의 바람이 그 테마를 이루고 있다.축무단과 취타대가 펼지는 첫째마당 메시지는 세계각국에서 동방으로 온 손님들에 대한 ‘동방으로부터의 환영’을 담고 있다.둘째마당은 세계평화의 ‘대소통’을 위해 우리의귀여운 아이들이 세계의 모든 사람들 가슴에 조각배를 띄우고 열림패와 어울린 세계 최첨단의 디지털 기술이 그것의 화려한 소통을 시작한다.이제 환영의 인사를 나누고 소통하였으면 서로 어울려야 한다.셋째마당은 관중까지 참가하여 객석에서 ‘어울림’천을 그라운드로 옮겨 세계 평화를 상징하는 문양들을 그려낸다.그리고 평화의 기원과 풍요로움의 ‘나눔’을 주제로 이어지는 넷째 마당. 그 열광의 도가니 속에 세계인의 축제 2002년 한일 월드컵의 막이 이곳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올랐다.세계는 오늘 우리가 보낸 ‘새로운 세기에 동방에서 새롭게시작되는 평화의 메시지’를 들었을 것이다. 그 감격이 가실 사이도 없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푸른 잔디 위로 개막전의전사들,프랑스와 세네갈 선수들이 몸을 풀며 나온다.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는 시작되었다.저 휘슬은 앞으로 펼쳐질 64경기의 첫 휘슬이다.공은 둥글다.모든 경기는 공이 멈추어야만 그 승부를 알 수 있다. 한국 관중들은 북을 울리며 일방적으로 세네갈을 응원한다.사자같은 세네갈 전사들이 여러번의 위험한 고비를 이겨내더니 역습,단 한번의 기회를 살려 프랑스의 골문을 갈랐다.이 때 6만 3000여 관중들은 하나로 응원의 북을 울리며 세네갈의 선전을 응원했다. 후반전에도 프랑스는 일방적인 공격을 펼쳤으나 번번히 수비에 걸리거나 세네갈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종반들어 프랑스의 공격은 더욱 거셌으나 아프리카의 빗장은 열지 못했다.골도 실력이라면 세네갈팀은 오늘 150%의 실력을 발휘한 것이다.경기 종료 직전 관중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북을 울리며 ‘테랑가의 사자,세네갈’의 승리를 축하했다.역사적인 월드컵의 첫 경기는 이렇게 뜨거운 이변과 파란의역사를 남긴채 막을 내렸다.여기에 승패를 떠나 모두가 서울에서 하나가 됐다. 우리는 보자! 즐기자! 그리고 마음으로 함께 뛰며 응원하자!우리 월드컵! 이순원/ 소설가
  • 월드컵 전야제 이모저모/ ‘평화의 불빛’ 세계를 밝히다

    10,9,8,7,6….손에 땀을 쥐게 하는 카운트다운이 끝나고무대에 2002 월드컵 마스코트 ‘아토’가 등장하자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염원하는 함성이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에 메아리쳤다. 월드컵 전야제 행사가 열린 30일 밤 월드컵공원에 모인 5만여 시민들은 생명의 태동과 태평성대를 의미하는 불춤과 태평무로 첫째마당 ‘설렘’의 막이 오르자 빗줄기 속에서도 일제히 환호함으로써 월드컵 개막을 축하했다. 200여 무용수들이,박찬수 목조각장이 직접 조각한 목어를 두드려 낮은 타악기 소리로 삼라만상을 일깨우고,100여명의 전통 연희단은 대나무·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자연과한데 어우러진 한국의 멋을 한껏 펼쳤다. 이어 김덕수패가 신명나는 사물소리로 둘째마당 ‘어우름’을 열었다.그 다음 무대에 한국을 대표하는 조용필,중국의 송조영,우루과이의 하이메로스,스웨덴의 리얼그룹,세네갈의 이스마엘로 등이 잇따라 출연해 각 나라의 다양한 팝음악으로 화합의 정신을 지구촌에 전달했다. 그러나 하이라이트로 예정된 조수미,사카모토 아케미등세계 정상급 성악가들의 클래식 콘서트는 비 때문에 취소됐다.대신 조수미씨는 따로 전야제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해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제임스 본드’역으로 유명한 배우 로저 무어와 세계평화아동사절단이 ‘평화의 공’을 안치하고 세계적인 축구스타들의 축하무대도 큰 박수를 받았다.독일의 문호 귄터그라스가 비디오를 통해 월드컵 축시 ‘밤의 경기장’을낭독하자 경기장은 일순 숙연해졌다.11명의 축구선수를 상징하는 로봇 새가 밤하늘로 날아올라가면서 둘째 마당은마감됐다.마지막 마당 ‘어깨동무’는 증오의 벽을 깨뜨리고 모두 친구로 나란히 어깨동무를 하자고 제안한다는 의미.모델 70여명이 ‘분단의 벽’을 열고 그 사이로 조용필씨와 합창단 2002명이 걸어나와 ‘꿈의 아리랑’을 열창하자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공연 내내 무대를 비추는 형형색색의 레이저 빔은 빗줄기를 가르며 화려한 무대를 더욱돋보이게 했다. 전야제에 앞서 이날 낮 12시부터 한강을 따라 진행된 ‘세계 민속 한마당’과 ‘평화의 배’ 행사에서도 서울시민을 비롯한 국내외 관람객들이 세계인의 잔치를 즐겼다. 또 유니세프 친선대사인 로저 무어 부부,세계평화아동축제에 참가한 49개국 어린이 250여명 등을 태운 ‘평화의배’가 오후3시 잠실 선착장을 떠나 상암동까지 항해하는동안 주변을 오가던 시민들은 걸음을 멈추고 함께 세계평화와 월드컵 성공을 기원했다. 김소연기자 purple@
  • 도라산역 국제안보관광지로

    경기 파주시 도라산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한평화관광벨트 조성사업 중 도라전망대·제3땅굴 시설확충,영상관 건립 등 1단계 사업이 30일 마무리됐다. 이날 파주시 제3땅굴 앞 광장에서 열린 준공식에는 이근식(李根植) 행정자치부 장관을 비롯,임창열(林昌烈) 경기지사,파주시민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도라산역은 세계 유일의 민족 분단 현장으로 지난 2월 한·미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조지 부시미국 대통령이 함께 방문,세계적으로 관심을 끌었던 안보관광지이다.하루 평균 7000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으며,월드컵 기간 중에는 1만여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라산 평화관광벨트 조성사업은 임진각 주변 관광시설을 정비하고 도라산역에 평화공원 및 평화생태공원을 조성해 세계적인 평화·안보·테마 관광명소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다.2010년까지 총 9000여억원이 투입된다. 이번에 완료된 1단계 사업은 도라전망대 망원경시설 확충,제3땅굴 셔틀엘리베이터 설치,DMZ영상관 설치,기념품 판매장 및 화장실 확충 등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총 54억원이 투입됐다. 김용수기자
  • “통일 너무 서두르지 말라”

    1999년 나치즘의 광기를 비판한 소설 ‘양철북’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독일의 대표적인 참여지식인 귄터 그라스가 한국을 찾아 29일 ‘통일은 지속적으로 풀어가야할 과제’라는 주제로 중앙대에서 강연을 했다. 그라스는 이 강연에서 “설사 통일의 길이 열리더라도 독일처럼 단숨에 이를 성사시키는 것보다는 두 국가 연합체제(연방제)라는 과도기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데올로기와 경제적 수준이 다르고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지만 문화적 실체만은 결코 분단되지 않는 만큼 작가를 비롯한 한국의 많은 지식인들이 장소와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북한측 인사와 대화하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귄터 그라스 獨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내가 지난 95년 펴낸 소설 ‘광야’는 엄청난 비판과 분노를 몰고 왔다.이유는 간단했다.내가 통일로 혼돈을 겪는 동독인의 시각에서 이 소설을 썼기 때문이었다.나는 이소설에서 40년간 일당독재를 겪은 동독인들이지만 그들이역사의 실패자라거나,서독에 진 패자로서가 아니라 당당한 통일의 주체로 대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동독인들은 당당한 주체로 대접받지 못했다.그들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아무도 묻지 않았다.그럼에도 서독인들은,모든 것을 자신들이 더 잘 알고 또 우월하다는 듯이 굴었다.이런 태도는 헌법 제정을 위한 동·서독인들의 토론 가능성까지 차단해,결국 국민 의견이 통일되기도 전에 먼저 서류상의 통일이 이뤄지고 말았던 것이다.결과적으로 서독은 동독인들이 스스로를 추스를 기회를 박탈했고,그 후유증은 지금 실업사태 등으로 고스란히독일인 전체의 과제로 넘어왔다. 통일은 시지푸스의 과제처럼 여겨진다.바위는 꼭대기에머무르는 법이 없이 언제나 굴러내리려 한다.독일과 달리한국은 300만이 넘는 인명을 앗아간 격렬한 전쟁을 치렀으며 한국 바깥에 이 나라 통일을 장려할 강대국이 있는지도 확신할 수 없다.독일 통일에 고르바초프가 도움이 됐듯이제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한국인들이 원하는 대로 통일을하게끔 눈감아 줘야 한다.그러나 상황은 별로 희망적이지않다.미국은 자신의 위력과 전권(全權)을 확인하기 위해늘 새로운 적을 만들어 내지 않았는가. 한국에서도 언젠가 통일이 되면 한국 국민들은 잠깐 동안의 기쁨과 함께 지금까지는 알지 못한 새로운 고민거리를안게 될 것이다.통일을 향해 나아가는 힘겨운 그 노정에서,독일이 겪은 실수를 한국민이 꼭 반복해야 할 이유는 없다.그런 의미에서 몇가지를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북한 사람들을 동등한 시민으로서 존경해야 한다.서독인들은 동독인을 늘 징징거리는,그래서 점점 부담스러워지는 가난한 친척쯤으로 여겼다.그 결과는 오늘날까지도이어져 대부분의 동독인들이 스스로를 독일의 이등시민으로 여기고 있다.한국에서는 상대방의 체면을 유지시켜 주면서 대화할 수 있도록 항상 남에 대한 존중심을 가지기를 바란다. 둘째,통일의 가능성이 열린다 해도 너무 서두르지는 말라.독일에서도 단숨에 통일을 하지 않고 두 국가의 연합체제(연방제)라는 과도기를 거쳐야만 했다.서독 통화를 성급히 도입함에 따라 많은 것이 파괴됐고,그 결과 행복한 시간은 잠깐이었다.일단 연합체제 안에서 남한이 북한에 경제적인 지원을 해준다면,훗날 두 국가가 완전히 하나로 통일될 때 북한인들은 남한 사람들과 대등한 파트너로 등장할수 있을 것이다. 셋째,두 국가로 분단된 한민족에게는 문화적 토대가 중요하다.독일의 경우 동·서독이 이데올로기와 경제적 수준이 서로 달랐지만,문화적 실체만은 결코 나뉘어지지 않았음을 보여 주었다.통일후 서독에선 동독의 예술을 어용예술이라고 비방하며 역사의 쓰레기더미에 던지려고 했다.그러나 이러한 검열은 문화예술인의 저항으로 관철될 수 없었다.동독과 서독의 펜클럽도 오랜 논쟁끝에 결국 하나가 되었다. 남북한 간에도 모든 것은 분단됐지만 문화만은 분단에 저항해야 하고 유대감을 지속해야 한다.이게 진정한 통일의 기초가 될 것이다. 정리 임창용·심재억기자 s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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