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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한 틱 낫한 스님 반전메시지 - “부시˙블레어는 평화수행 부족”

    “내 안의 평화가 있어야 바깥의 평화를 이룰 수 있다.” ‘평화를 노래하는 살아있는 부처’ 틱 낫한(77) 스님은 평화와 화해의 화두를 강하게 던졌다.방한 중인 스님은 1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시간여 동안 시종일관 ‘깨어있는 마음(mindfulness)’을 역설하면서 이땅과 세계의 평화를 기원했다. 수행한 비구,비구니 15명과 단상에 마련된 좌복에 앉아 10여분간의 ‘나무관세음보살’독송과 명상으로 시작한 기자회견에서 스님은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머물며 나를 바라볼 때 세상의 진정한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나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정치를 배우고 단련됐지만 평화 만들기 수행은 하지 않은 사람들입니다.지도자들이 화와 두려움에 빠지지 않고 마음 속 평화를 통해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가야 할 것입니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과 북한 핵을 둘러싼 집중적인 질문에 “나는 불교 수행자이지 정치인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한 스님은 미국을 겨냥해 “남에게 고통을 준다면 자신도 고통을 받게 될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분단상황에 대해 “남북한 사람들의 가슴 속에 형제애의 씨앗이 깃들어 있음을 안다.”며 “그 씨앗에 자비로운 마음으로 물을 준다면 분명히 평화와 화해의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지금 상황에서 남한 정부와 국민은 북한에 어떤 형태의 전쟁도 원치 않으며 북한 동포를 끝까지 도울 것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천명해야 합니다.이런 선언은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인간애와 동포애에 바탕해야 합니다.” 선수행으로부터 불교와 인연을 맺었다는 스님은 한국 선(禪)불교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불교는 재가자건 출가자든 누구나 수행할 수 있는 가르침입니다.변화하는 시대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선 불교도 꾸준히 변해야 합니다.한국에서 맥이 온전하게 이어진다는 선불교도 누구가 쉽게 수행하고 누구에게나 다가갈 수 있는 불교가 돼야 합니다.불교를 일상의 수행으로 받아들이는 서구의 많은 사람들은 평소 생활에서 많은 이익과 공덕을 받는다고 말합니다.” 그동안 수행을 통해 배운 것은 ‘우리 안의 평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라는 스님은 “일상 속에서 수행을 통해 평화를 경험하고 어떻게 평화를 전파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끊임없이 이 ‘깨어있는 마음’을 가질 때 우리 자신의 고통과 화를 순화시키고 모든 인간관계의 갈등을 푸는,기적처럼 아름다운 일이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스님이 프랑스 보르도에 세운 수행공동체 플럼 빌리지(자두마을)엔 세계 35개국에서 온 수행자들이 의식적인 걷기와 호흡으로 내면을 가꾼다.‘바쁜 일상에서 이런 의식적인 관찰수행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스님은 이렇게 말했다.“한 잔의 차를 마실때 마음을 모아 마신다면 더욱 그윽하게 느끼고 즐길 수 있습니다.식사할 때나 차를 타고 갈 때,설겆이를 할 때도 순간순간 마음을 챙겨서 자신을 관찰한다면 더욱 즐거운 일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기자들에게 법문할 기회를 많이 가졌다는 스님은 한국 언론에도 한마디를 던졌다.“기자들이 마음 속에 화와 두려움을 갖고 있다면 결코 사회에 바람직하지 않습니다.수행과 마음챙기기를 통해 마음을 잔잔하게 가라않힌다면 모든 상황을 더욱 직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금에 머물지 못한채 미래를 걱정하며 달려가기만 한다.”는 스님은 한걸음 한걸음을 깨어있는 마음으로 응시한다면 옆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수 있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과거와 미래는 현재와 맞닿아있습니다.마음을 변화시킴으로써 악업도 선업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지요.지금 깨어있다면 미래에 대한 걱정없이 더 현실에 충실할 수 있습니다.” 기자회견은 합장한 비구 비구니들의 ‘우리는 지금 진정 깨어있는가’라는 노래로 마무리됐다.‘깨어 있는가’라는 화두는 그렇게 잔잔하지만 강한 메시지로 풀어졌다. 글 김성호기자 kimus@ 사진 이언탁기자 utl@ ◆도올 김용옥씨 쓴소리 문화일보 기자로 일하고 있는 도올 김용옥씨는 지난 17일 서울 인사동의 한 식당에서 어렵게 만난 틱 낫한 스님에 대해 “훌륭한 스님이라고 믿는다.”면서 “그러나 매우 평범한 사람이었고,내가 받은 스님의 인상은 거리낌과 구속,그리고 회피였다.”고 주장했다. 도올은 틱 스님이 말없이 식사를 마친 뒤 “밥 먹는 순간에 말을 한다는 것은 밥을 먹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히자 “불교는 선·악을 초월하는 초윤리적 종교인데,당신의 가르침은 너무 사소하게 윤리적입니다.”라고 응대했다. 도올은 “당신의 평화·환경 시위를 빙자해서 많은 기금을 조성하려는 계획도 있다는데….이런 상업주의가 과연….”이라고 질문하는 도중 통역원이 가로막았다고 전했다. 도올은 “스님이 매우 평범하기에 사소하기 쉽고 또 원시불교의 본질에 가까운 메시지를 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우리 국민이 새겨야 할 것은 종교사대주의,문화사대주의로부터의 해방”이라고 말했다. 도올은 “우리나라야말로 세계 어느곳보다도 원시불교의 공동체정신이 잘 보존돼 있다.”며 “틱스님의 열풍도 좋지만 산사에서 홀로 정진하고 있는 우리나라 수행승의 진실이야말로 더 고귀한 평화의 길이라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호기자
  • 김영진 농림부장관 단독 인터뷰/농가대출 15조 금리 절반 낮춘다

    정부는 농가부채로 겪는 농민들의 시름을 덜어주기 위해 농가 전체 부채 가운데 이미 대출받은 15조원대의 농업정책자금 금리를 현 수준의 절반 이하로 파격적으로 낮추고,대출상환 조건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또 현재 기업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워크아웃제도(신용회복지원제도)를 농민들에게도 적용키로 했다. 김영진(金泳鎭·사진) 농림부 장관은 7일 대한매일과의 단독인터뷰에서 “획기적인 농가부채 경감대책의 하나로 지난해 말 기준 15조원대인 농업정책자금의 대출금리를 현행 연 3∼4%에서 1.5%로 낮추고,상환조건도 5년 거치 15년 분할상환으로 대폭 완화하겠다.”고 밝혔다.만기도래를 앞두고 있는 정책자금은 이같은 방법으로 농민의 부담을 덜어주고,신규 정책자금 대출은 심사를 까다롭게 해 빚더미에 허덕이지 않게 하겠다는 복안이다. 김 장관은 또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농민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 상환의무를 일시 정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현재 농협중앙회를 통해 지원되는 농지구입자금 등의 정책자금은 100여가지가 있다.상환조건은 3년 거치 7년 상환과 5년 거치 10년 상환이 주를 이룬다.15조원대의 농업정책자금을 포함한 지난해 말 기준 농가 전체 부채는 27조 5800억원으로 거의 대부분 악성 채무로 분류됐다.김 장관을 만나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협상 대책과 농가부채,추곡수매가 및 농협개혁 등을 들어보았다. ●국회의원 시절 농민의 입장에서 농산물 시장개방에 반대했는데 이제 농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시장개방에 어떻게 대처할 예정입니까. 고민이 많습니다.지난 15년간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서 UR(우루과이라운드)협상,쌀시장 개방압력,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경험했습니다.UR협상 당시엔 스위스 제네바의 협상 현장에서 농민을 대표해 삭발을 하며 강대국들의 자국 이기주의에 맞섰습니다.이제 주무 장관으로 우리 농업을 지키기 위해 국제 농산물협상에서 선진 강대국의 거센 도전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숙고하고 있습니다.국회와 농민단체,NGO(시민단체) 등이 지혜를 모아 난제를 극복할 것입니다.우리와 입장이 같은 나라와 연대하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부는 DDA 농업협상에서 개방 압력을 줄이기 위해 개발도상국 지위를 주장할 방침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미국 등이 납득할 수 있는 협상 전략인가요. 곤혹스럽습니다.선진국들은 분명히 협상 테이블에서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점,세계 12위의 교역규모,신용평가기관의 경제분석 자료 등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압박할 것입니다. 한국의 농업은 선진 수출국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입니다.특히 우리나라만큼 쌀을 주식으로 여기고 소비하는 나라가 또 어디에 있느냐고 말할 것입니다.남북분단이라는 안보현실 속에서 식량문제는 중대한 국가전략이라는 점도 이해해 달라고 설득할 것입니다. ●추곡수매가를 2% 인하하는 문제도 야당의 반대로 국회통과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됩니다. 지난 정부에서 제시한 안건으로 현재 국회에 계류중입니다.DDA협상을 감안해 인하가 불가피한 것인지,동결하는 것이 나을 지 냉철하게 따져 봐야 할 사안입니다.때문에 답변을 유보하겠습니다. ●농가부채 탕감 대책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의 부채를 획기적으로 경감시키는 방안을 내놓을 것입니다.1000만원을 빌린 농민이 연 1.5%의 금리로 5년이 지난 뒤 15년 동안 조금씩 갚으라고 한다면 이는 역대 농가부채 경감대책 가운데 가장 획기적인 것입니다.노무현 대통령이 후보시절 “과거 정부에서 여섯차례나 부채탕감 대책을 발표했는데,찔끔찔끔 발표하고 시행하는 바람에 실효성이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DDA협상을 앞두고 있어 회생대책은 대통령 집권 후반기로 미룰 사안이 아닙니다. 오승호 김경운기자 osh@
  • 요즘 어떻게/ 광주항쟁 산 증인 송기숙 前 전남대 교수

    “광주는 그가 있어 광주였다.”(시인 고은),“교육 민주화의 맨 앞줄에 선 사람”(평론가 백낙청),“한 대학에서 함께 숨쉰다는 것 자체가 설렘”(전남대 독문과교수 김용대). 3년 전,36년 동안 가르치던 일을 접고 물러난 송기숙(68·전 전남대교수·국문학)에 대한 평가다.대학가에서는 ‘그림자도 안 밟는다.’는 이 시대의 스승이자 사회운동가,소설가 등 삼위일체로 지난한 삶을 버텨왔다고 서슴없이 말한다.지인들은 어쭙잖은 옛날의 명성을 팔아 돈과 권력에 자신을 내맡긴 배반의 역사를 경험했던 현실에서,들고 날 때를 정확히 알고 스스로 실천하는 지성인으로 자리를 내줬다. 임 2년 전인 98년부터 광주에서 가까운 전남 화순에 거처를 마련하고 부인 김영애(65)씨와 못다한 오붓함을 즐기고 있다.알맹이 없는 형식에 넌더리를 내는 그이기에 정년 퇴임식도,명예교수직도 마다했다.글을 쓰면서 지인들과 한 달에 한 두번 맥주집에서 만나 소회를 푼다.황석영의 ‘황구라’처럼 그의 별명도 ‘송구라’다.양의 동서를 넘나드는 천변만화로 좌중을 압도하는입담이 걸쭉하다. ●나무꾼은 불이 나면 불부터 꺼야 현대사에서 70년대는 유신독재,80년대는 군부독재로 점철됐다.교정과 거리는 최루가스로 뿌옇고 교단은 무너지고 감옥은 학생들로 넘쳐났다.그는 이 때 두번에 걸쳐 2년 동안 투옥된다.유신독재가 독이 올라 있을 즈음인 78년 6월27일.“교수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자체에 모욕감을 견디지 못하겠다.”며 떨쳐 일어선 그는 ‘교육지표’ 사건 주동자로 붙잡힌다. 백낙청에게 부탁해 기초한 선언문을 연세대 해직교수인 성내운에게 전달하고 동료교수 50여명의 서명을 받아 해외 언론과 대학가에 배포한 죄목이다.선언문 내용은 국가주의적 교육사상을 더 이상 강요하지 말라는 것.자유실천문인협의회(민족문학작가회의 전신)의 지지 성명과 전국 대학가 시위를 촉발하는 기폭제가 됐다.훗날 이 사건은 교육현실의 모순과 교육사상의 흐름을 되짚는 이정표로 자리매김된다.스스로도 “참 대단한 사건이었다.광주민중항쟁의 전사(前史)”라고 의미를 부여했다.이 때 해직되면서 6년만인 84년에야 교단에 돌아온다.두번째 체포는 80년 광주민중항쟁 때 학생수습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한 죄목이다.이 대목에서 그는 담배에 불을 붙여 절반 가량 태운 뒤 말문을 열었다.“분을 삭이지 못할 때였지.일주일 내내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았어.오죽이나 술을 마셨으면 고은 선생이 ‘소주 1000병’이란 별명을 나에게 붙였겠어?” 그는 지독한 애주론자다.말술을 먹고도 건강한 비결을 선친의 덕으로 돌렸다.어쩌면 술만이 지쳐 있던 그의 심신을 지탱해줬을 것이란 생각이 스쳤다.이야기 내내 곧추세운 노익장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에서 그의 젊은 날 혈기가 묻어나온다.“어려운 시절이었지만 기를 펴고 살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스승은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는 5·18 민중항쟁 이후 관련 연구소를 만들어 자료를 정리하고 책으로 엮어냈다.영·호남 지방사회연구회 연합회(현 지역사회학회)도 교수 200여명으로 구성해 지역의 벽을 깨뜨리고자 했다.또 94년에는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장을 맡아 문단에서 할 일을 밀어붙였다.오늘의 교육풍토를 묻자,대번에 위기상황으로 진단했다.대학에서는 교양과목 대신 영어회화가 차지하고 있고 기능인만을 길러내면서 보편적 가치가 홀대받고 있는 점을 꼬집었다.초등학교는 민주 시민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기본자질을 가르치는 데 뒷전이라고도 했다.교수란 모름지기 사람답게 살면서 시대에 맞는 가치를 찾아 의로운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정의를 내렸다. 하지만 우울한 터널에서 빛을 보듯 그는 20∼30세 젊은이들에게서 희망을 찾았다.그는 컴퓨터 도사다.하루에 2시간 가량 인터넷 바다로 들어가 축약된 언어,막힘 없는 쌍방식 토론에 미소짓는다.심지어 이들이 내뱉는 거친 언어도 카타르시스 순기능으로 이해했다.“컴퓨터 세대가 우리 사회의 주류로 올라서면 지역감정이 눈녹듯 사라질 것”이라고 보는 것도 이들의 격의없는 토론과 건강함을 이유로 들었다.투쟁의 역사가 적잖은 한총련이 일본의 적군파(赤軍派)류로 전락하지 않고 균형감각을 찾아가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젊은이들에게는 개인적 관심보다 사회적 관심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글은 역사적 시각이 바탕이다 기숙은스스로도 교수냐,작가냐의 물음에는 즉답을 망설인다.평론가 임환모씨가 “그의 작품은 현실과 인간적 진실 사이의 대립을 바탕에 깔고 전일적 인간에의 열망을 강하게 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시피 때로는 글로써 저항했고,때로는 교육변혁 현장의 맨 앞줄에 섰다. 그는 64년 평론가로 출발했으나 66년 이후 소설가로 각인된다.작품마다 민중의 저력을 담았다.‘자랏골 비가',‘암태도',‘녹두장군'(12권),‘5월의 미소' 등 분단의 애환을 담은 단편작은 가짓수에서 단연 으뜸이다.현장을 중시하는 그가 녹두장군을 쓸 때 일화를 들려줬다.백산전투에 참가한 농민군이 1만명이었으나 전주봉기에서는 그 절반으로 줄었다. 역사학자 누구도 이를 설명하지 못했다고 한다.“백산전투는 음력 4월 말로 보리가 필 때다.민중의 배고픔이 극에 달할 때였다.전주전투는 보리죽이라도 먹을 수 있을 때였다.”라고 결론을 내려 지금도 학회에서 정설로 통한다.‘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말도 민중의 한이 스며 있다.풀죽으로 연명하다 보면 변이 굵어져 실제로 똥구멍이찢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철저하게 역사적 인과관계를 두고 글을 쓴다.그는 얼마전 틈틈이 써오던 단편집 2권의 퇴고를 마쳤다.앞으로 2년을 잡고 국내 설화(說話)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소설적 재미로 덧칠하는 일에 매달리고자 한다.설화에는 민족정신과 의식이 녹아 있고 민족 동질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았다.아름다운 존재로 기억되고 있는 그는 마지막까지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화순 남기창기자 kcnam@
  • [新 엘리트 관료] ⑧ 통일부

    통일부는 오랫동안 ‘소외의식’을 가져왔다.남과 북이 분단된 현실에서 이상은 높았지만 현실이 뒤따라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통일부의 주요 업무인 통일정책은 청와대가,정책의 실행은 국가정보원이 사실상 주도해 왔다.통일부의 전체 직원 수는 한때 비슷한 일을 하는 기관의 한 국(局)보다 적었고,‘맨 파워’는 외교부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1963년 창설 이후 40년이 지난 2002년에야 처음으로 통일부 출신의 장관이 탄생했다. 국민의 정부에서 남북관계가 급격히 개선되면서 통일부의 입지도 강화됐다.남북관계가 공식화되고 공개화될수록 공식창구인 통일부의 역할이 커가고 있는 것이다. 정세현(丁世鉉) 장관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조각에서 유일하게 유임된데서 알 수 있듯 참여정부의 대북 정책은 기본적으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정부의 포용정책을 승계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노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평화번영정책으로 전환함에 따라 정책의 방향 설정과 실행의 과정에서 이런저런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정책의방향과 관련,통일부 내의 대표적 이데올로그로 꼽히는 인물이 이봉조(李鳳朝) 통일정책실장이다. 80년 특채된 이 실장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 등 국제정세 전반에 대한 이론적 틀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남북간 각종 합의 문안 작성에 깊숙이 참여하는 등 실무경험도 많다.또 남북 장관급 회담 남측 대변인 역할을 맡아 국민들에게도 얼굴이 많이 알려진 편이다. 천해성(千海成) 통일정책실 정책기획과장은 인수위에 파견돼 양측간 연락망 역할을 했기 때문에 새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흐름을 파악하고 있다. 통일부의 ‘싱크 탱크’ 역할을 해야할 통일연구원에는 안타깝게도 이데올로그의 평판을 들을 만한 학자가 남아 있지 않다.정권이 몇번 바뀌는 과정에서 연구원내에 정치적 줄서기와 보복이 이뤄졌다고 한다.특히 3년전 정부산하 연구기관의 관리감독권이 총리실로 넘어감에 따라 통일부와 연구원의 관계는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다만 남북관계는 허문영 박사,국제관계는 박용오 박사,북한내 문제는 전현준 박사 등이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고한다. 노 대통령의 새 정부는 남북관계를 안보 논리뿐만 아니라 경제논리로도 풀어가려는 의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남북 경제협력의 창구인 교류협력국 쪽의 인재풀에도 관심이 쏠린다. 조명균(趙明均) 국장은 교류협력 정책,협상 전반에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다.임동원(林東源) 전 통일부 장관과 함께 두 차례나 북한을 방문했고,특히 임 장관이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는 자리에 배석했던 소중한 경험을 갖고 있다. 85년 박동진 장관의 비서관으로 통일부에 들어온 김중태 교류협력국 총괄과장은 실행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탈북자 지원 기관인 ‘하나원’을 오랫동안 운영하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적극성 있게 업무를 추진해왔다. 이덕행 교류1과장도 금강산 사업 등 남북 경제협력 현안을 매끄럽게 실무조정,지원해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북한을 분석하는 정보분석국은 통일부 내에서도 단연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다.그러나 최근 몇년간 오래 근무해온 분석 전문가들이 공직을 떠났다고 한다. 인수위에 파견됐던 이관세(李寬世) 정보분석국장은 통일부 각 분야의 업무를 두루 거쳐 일처리가 빠르다는 평을 듣는다.정치적 감각도 갖췄다는 평이다. 고경빈(高景彬) 심의관도 정보분석 전문가는 아니지만 늘 남북 관계 흐름을 머릿속에 정리하고 있다.합리적인 성격이어서 대화를 잘 이끌어가는 장점도 있다. 남북 당국간 회담을 지원하는 남북회담사무국의 역할도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신언상(申彦祥) 국장은 통일정책과 정보분석,공보 업무를 두루 거쳤다.또 조건식(趙建植)·김경웅(金京雄)·홍흥주(洪興柱) 상근 회담대표와 김천식(金千植)회담운영부장 모두 남북 관계에 대해 깊이있는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 이도운기자 dawn@
  • 3·1절 행사 남북 첫 공동개최,남북 노동절 공동행사 논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3·1민족대회’에 참석한 남북한 단체 대표들은 2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부문별 모임을 갖고 향후 교류 일정과 연대방안을 논의했다. 남북 노동 단체들은 이날 모임에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관계자 15명이 오는 10일부터 6일 동안 평양을 방문해 5·1노동절 공동행사를 치르는 문제를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남측 문예분과 참가자들은 북측에 남북문화예술인 대회를 개최하자고 제의한 뒤 자주와 창작,사람,평화,민족 등 5개항의 문화교류 원칙을 북측에 제시했다. 이에 앞서 남북한 종교인 대표는 1일 오후 워커힐호텔에서 민족자주,반전평화 등을 주창하는 4개항의 3·1 민족선언을 발표했다.공동선언문은 “오늘의 난국을 걱정하는 민족 성원 모두가 애국의 단심으로 거족적인 반전 평화운동에 떨쳐나서야 할 것”이라며 남북한이 화해와 협력,교류를 확대,민족공조의 기반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분단사상 처음으로 남북이 함께 개최한 3·1절 행사에는 김철 천도교 교령,유병택 유교회 상임고문,백도웅 한국기독교회협의회 회장 등남측 각 종단 및 민간단체 관계자 700여명과 장재언 조선종교인협의회 회장 겸 조선가톨릭교협회 중앙위원장 등 북측 대표단 105명이 참석했다. 장재언 북측단장은 연설을 통해 “(최근) 한반도에 핵전쟁의 검은 구름을 몰아오는 것도 외세”라면서 “민족 자주로 전쟁을 막고,평화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측 대표단에는 이문환 천도교 중앙위원회 부위원장,황명준 조선불교도연맹중앙위 부위원장,강지영 조선카톨릭교협회 중앙위 부위원장,오경우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중앙위 서기장,유영선 조선종교인협의회 상무위원 등이 포함됐다. 북측 대표단은 3일 오후 행사를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한다. 이도운기자 dawn@
  • [취재24시]조국서 버림받은 항일운동가들

    젊은 세대들에게 3·1절은 점점 잊혀져가는 존재가 됐지만 기억의 편린조차 남아 있지 않은 이역 땅의 한국인들이 많이 있음을 취재하면서 알게 됐다. 이경태·한종석·곽동의·신귀성·김창오.이름도 생소한 이들은 항일·반독재운동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고 있는 재일동포들이다.이 선생은 지난 99년 사망했고,다른 네 사람은 아직도 활동 중인 요즘 사람이다. 조선인 1세로 일제 말 최초의 일본 문부성 인정 조선학교인 ‘건국학교’를 설립한 이경태 선생.학교폐쇄령으로 일본이 민족학교들의 문을 닫도록 압박할 때도 항일운동의 근본은 교육이라며 끝까지 학교를 지켰던 민족교육자였다.한종석 선생은 지난 80년 일본 최초로 외국인등록증 지문날인을 거부해 민족의 자존심을 지켰다.서슬퍼런 일본 법정에서 재판을 받을 때도 한국인에 대한 차별에 당당히 맞서 결국 일본이 외국인 지문날인제도를 없애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곽·신·김 선생은 해외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한국민주회복통일촉진회의’(한통련)를 이끌고 있다.유신독재의 실상을 전세계에 알리며 국내 정치범 석방과 독재정권 퇴진운동에 앞장섰던 주역들이다. 이들이 이역만리에서 조국과 민족을 위해 몸을 던질 수 있도록 이끌었던 것은 바로 ‘3·1정신’이었다. 그러나 이들에게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기억 속에서 지워졌거나 이데올로기와 냉전논리에 고국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 다행히 이들의 존재를 되새겨보기 위한 움직임이 민변 등 단체를 중심으로 국내에서 일고 있다고 한다. 이경태 선생의 업적을 그린 ‘분단과 대립을 넘어’라는 책이 최근 국내에서 출간됐다. 한종석 선생은 국내 시민단체의 초청으로 강연을 하기도 했다.한통련 3인은 민변 등 단체에서 입국을 추진하고 있다.그러나 여의치 못하다.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식에 초청하려 했지만 당국은 허락하지 않았다. 3·1절 또는 3·1정신 하면 84년 전 그날의 함성만 떠올리게 된다.후대에 한국과 한국인을 위해서 숨은 곳에서 활동해온 이들을 찾아내고 그들이 마땅한 대접을 받게 해주는 것이 3·1정신의 진정한 계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혜영기자 koohy@
  • 분단 이겨낸 혼란시대의 파수꾼-故 이문구 영전에

    길고 긴 그림자를 무거운 짐처럼 짊어지고 한 시대의 앞장을 헤쳐왔던 거인 이문구가 어디로 갔는가.한 시대가 그 시대로써 떠맡아야 하는 장엄한 역사행보는 계속 앞길을 가야만 하는 중인데 이 세상이 텅 비어버렸다. 님의 그림자를 먼 발치에서 따르던 자들은 눈 앞이 캄캄한데 저 푸른 산 빛을 깨치고 차마 떨치고 나선 청산을 소리쳐 부른다.오늘을 주저앉히고 슬픔의 힘을 옮겨서 거대서사의 문학인을 우러르는데,그는 갔어도 그가 남긴 문학의 수풀이 울창하구나. 1941년 충남 보령의 척박한 땅에서 태어난 한 생명이 문학으로 추구해보고자 했던 문구(文求)의 가시밭길.1972년 5월 이문구와 내가 전국 방랑의 길에 나섰을 때였는데,경북 선산·구미를 거쳐 안동으로 향하던 버스 안에서 내가 그에게 물었다.“‘관촌수필’이 엄청난 소설인데 어째서 수필이냐”고. ‘관촌수필’은 ‘멸문지화’라는 전통시대의 표현법에 해당될 그 자신의 가문사를 어떻게 하든 복원시켜야겠다는 1차적인 창작동기에 의해 쓰여진 ‘수필’이었지만 그의 문학적인 각오는 대단했었다.분단이 남긴 고통과 절망,산업화 시대의 모순과 갈등이 그의 고향 농촌을 거대 서사공간의 입체화면으로 비추어내고 있었다. 1974년 11월18일 발족된 ‘자유실천문인협의회’(민족문학작가회의 전신)는 광화문 네거리에서 문인들이 가두시위를 벌여 탄생시킨 것이었는데,이문구가 ‘관산추정(關山芻丁)’이었다.고향을 지키는 산인 관산,바로 그러한 관산을 지키고 있는 사람.그는 문학동네의 온갖 뒤치다꺼리와 설거지마저 자진해서 떠맡아야 하는 ‘한국문학의 상머슴꾼’ 노릇에 일차적으로 충실하였지만 이로부터 그는 ‘진보’를 보수(保守)하고,‘보수’를 진보(進步)시키는 참으로 힘든 역할 쪽으로 나아갔다. 혼란과 고통의 시대의 파수꾼이었던 이문구는 한 세상 속에서 두 세계를 떠받치고 있었다.풍요로운 민족생활양식의 정통 상속자로서 그는 농민문학의 체통을 새롭게 세운 민족문학인이었고,산업시대 사회생산양식의 엄청난 문화변동에 맞닥뜨린 그는 반독재민주화의 시대정신을 자신의 문학실천으로 구현시켜 나갔던 근대문학인이었다.민족과 근대의 두 문학을 그는 하나의 이문구문학으로 우뚝 세워놓았던 것이니,벅찬 것이었기 망정이로되 그것이 실로 얼마나 영광된 문학위업이었던 것인가. ‘내 몸은 너무 오래 서있거나 걸어왔다’라는 벅찬 제목의 소설집을 만년에 남기고 그는 우리 곁을 떠나 현대문학의 청산이 되었다.그는 분단을 이겨냈고 독재를 극복해냈다.지나가는 이들이 어찌 이 숲 앞에서 머리 숙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박태순(소설가)
  • 특별기고/ ‘48체제’ 닫히고 ‘02체제’ 열렸다

    냉전의 빙하 속에 갇혀 있었던 애국 에너지가 청아한 애국가 선창소리,자원입대를 위해 미국에서 달려온 국민대표를 포함한 이색적인 국민대표들과 함께 입장한 제16대 대통령과 함께 폭발하였다.쌀쌀하지만 결코 맵지 않은 봄바람도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사당을 가득 메워 한반도 자연의 대표단 역할을 당당하게 수행하고 있다. 제16대 대통령 취임식장인 국회의사당은 당면한 위기에 대한 긴장감을 압도하는 희망과 비전으로 가득 찼다.노무현 대통령은 취임사의 서두를 평화와 번영으로 가는 길과 폭력과 침체로 떨어지는 갈림길에 있다는 것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으로 열었다.당면한 북핵 위기,무한경쟁의 세계로의 개방 압력,안보위기와 경제위기가 겹쳐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장밋빛 미래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처한 냉엄한 현실을 확인하는 출발이 오히려 믿음직스럽다. 갈림길에서의 올바른 선택은 지식과 정보의 문제가 아니라 험하지만 보람 있는 길을 택하려는 에너지가 동반되어야 한다.평화와 번영이라는 길로 나아가기위해서는 국민참여가 절대적인 것이다.참여에는 물론 고통분담이 따른다.노무현 대통령은 참여와 더불어 살기를 통해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맞이하자고 취임사에서 밝히고 있다. 냉전과 남북분단 단정 수립으로 출발한 1948년의 ‘48체제’가 공과 과의 자기 사명을 다한 채 막을 내리고 ‘02체제’가 들어선 것이다.냉전시대는 남을 죽여야 내가 살았고 존엄을 말하기에는 생존이 너무 급했다.애국심은 독점되었고 모든 사람은 한두 명의 주인공을 위한 들러리에 불과하였다.애국 에너지를 감금한 상태에서 제2의 개항,제2의 강화도 흑선이 출몰한 상태나 마찬가지인 글로벌리제이션의 파고를 이길 수는 없었다.남들은 국민국가를 새로운 애국 에너지로 다지고 있었다. 블레어 영국 총리는 쿨 브리타니아를 호소했으며 프랑스는 르몽드라는 신문을 중심으로 문화적 예외를 강조하면서 자본만의 세계화를 막는 지성과 지혜의 방패를 마련하고 있었다.민주화가 무조건의 탈 규제와 시장 만능주의로 오해되고 오랜 민주화투쟁을 통해 탄생한 정권이 부패의 회전문에 불과하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냉전의 철벽은 요지부동으로 보였다.민주화와 공동체 애국심은 냉소의 대상이 되는 것 같았다. ‘02체제’는 언 땅 밑에서 준비되고 있었다.집에서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아도 민주주의를 위해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마른 자리를 버리고 어둡고 험한 길을 택하는 사람들은 줄을 이었다.민주화운동의 긴 장정이 왜곡되고 좌절되고 더 나아가 남들의 냉소거리가 될 때도 우직하게 그 자리를 지킨 사람들이 있었다. 그것은 그들이 우직해서가 아니다.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이 땅을 버리고 이민을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생존만을 위해 인간됨을 포기할 수도 없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현실에 지치고 실망하였지만 그들은 그들이 만든 공간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했고 혼자가 아니라는 확인만으로 그들의 감금된 에너지는 폭발하였다.그것은 초여름 붉은악마의 함성으로,한겨울 촛불 시위로,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대통령을 만들기 위한 행진과 토론으로 이어졌다.2002년은 그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만들어져 제 스스로 ‘02체제’의 꽃봉오리를 피운 것이다.노무현 대통령은 ‘02체제’의 꽃봉오리 중의 하나이다. 우리 앞에 놓인 개혁의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일 각오를 해야만 ‘02체제’의 꽃봉오리를 활짝 피워 아름다운 사람 꽃이 피어나는 나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각오와 결의,긴장이 함께한 출발이었다. 이 정 옥 대구 가톨릭대 교수 위클리솔 편집위원장
  • 28일 정년퇴임 ‘창비’ 창간 백낙청 서울대 교수 “민족문학론은 아직도 유효 서울대 개혁 장애는 교수들”

    6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문단은 순수 문학이라는 협소한 테두리 안에 주로 머물러 있었다.그러나 66년 계간지 ‘창작과 비평’이 출간되면서 사회학·정치학 등 사회과학과의 접목을 통해 진정한 인문 과학으로 탄생하게 된다.창비를 만들고 ‘민족문학과 세계문학’을 집필,현대문학론의 물꼬를 튼 이가 바로 백낙청(白樂晴·65·서울대 영문학과)교수다. 백 교수는 교수 출신 문학평론가에만 머물지 않았다.1974년에는 유신 독재에 항거하다 해임되는 등 사회의 개혁을 위해 헌신해 온 실천적 지식인이다.그동안 ‘문학적 정부’의 수장으로 우뚝 서 있던 그가 오는 28일 정년 퇴임한다.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25일 오전,서울 마포구 창작과 비평사 건물 3층 사무실에서 백 교수를 만났다. ●서울대를 떠나는 심정은 제대로 정년을 마친 데 우선 감사한다.후진 중에도 중간에 작고하는 사람도 있고,나 역시 70년대에 해직되는 우여곡절을 겪지 않았나. ●교수로 재직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교수이기 때문에 행동에 제약이 있었다.서울대 교수는 사회적으로 대접받고 똑똑한 학생들이 떠받들어 준다.자칫하면 온실 속에서 자기 반성 없는 인생을 살 우려가 있다.어떤 사람이 “서울대 교수처럼 생각한다.”고 뼈아프게 충고하더라. ●최근 제기되고 있는 서울대 폐지론에 대한 생각은 서울대로 대표되는 학벌 사회의 가장 큰 폐단은 국민의 신분이 입학과 더불어 결정되고,학문적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서울대의 독보적 지위는 강화되지만 결국 불리하게 작용한다.서울대는 재벌과 비슷하다.분명 문제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재벌을 없앨 수 없듯이 서울대를 폐지하는 것 역시 어렵다고 본다. ●몇 가지 개혁으로 서울대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을까 서울대가 학벌사회가 갖는 문제의 근원은 아니다.서울대로 학벌 사회의 모순이 집약되고,서울대가 커짐에 따라 모순이 더 심화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악순환의 고리를 깨기 위해 서울대 안팎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서울대가 현재 검토중인 지역할당제나 학부 정원 축소,지방 이전안 등을 계속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그러나 서울대 개혁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서울대 교수들이다.대부분 지역할당제에 대해 “안은 좋은데 현실성이 없다.”며 반대한다.하지만 교수들이 찬성하고 추진하면 현실성이 없을 이유는 없다. ●노무현 정권에 참여할 생각은 없나 국방부 장관직은 고려하겠다고 말한 적은 있다(웃음).80년대 초반부터 노무현 대통령을 알고 지냈다.통추 시절엔 고문까지 맡았다.그런 이유로 최근 몇몇 언론에서 문화관광부 장관 후보로 거론된 것 같다.그러나 언론 기관인 시민의 방송 이사장을 맡고 있는 만큼 공직에 나갈 의사가 없음을 대통령직 인수위에 알렸다. ●창비가 하나의 권력이 됐다는 비판이 있는데 권력은 힘을 갖는 것이다.무엇이든 이루려면 힘을 키워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권력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권력으로 군림하거나 그 자리에 안주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최근의 비판은 옥석을 가리지 않고 진행되는 것 같다. ●민족문학론이 세계화 시대인 21세기에도 의미가 있나 민족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도처에 있는 구체적인 현실이다.또 우리는 분단 체제를 현실적으로 극복해야 하며,세계도처에 흩어져 있는 우리 민족 안에 남아 있는 문화적 유대나 혈연적 동질감을 가꿔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민족문학론은 아직도 유효한 개념이다.물론 민족주의와 국민국가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찬성하지 않는다.하지만 민족에 대한 냉소를 첨단 이론처럼 대접하고,민족에 대한 강조를 촌놈들이 낡은 이야기를 한다는 식으로 치부하는 것은 현실 감각이 모자란 것이다. 이두걸기자 douzirl@
  • 노무현대통령 취임/취임사 전문

    오늘 저는 대한민국의 제16대 대통령에 취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위대한 선택으로,저는 대한민국의 새 정부를 운영할 영광스러운 책임을 맡게 되었습니다.국민 여러분께 뜨거운 감사를 올리면서,이 벅찬 소명을 국민 여러분과 함께 완수해 나갈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아울러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한 전임 대통령 여러분,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경축 사절과 내외 귀빈 여러분께도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특별히 이 자리를 빌려,대구 지하철 참사 희생자 여러분의 명복을 빌면서,유가족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다시는 이런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게,재난관리체계를 전면 점검하고 획기적으로 개선해 안전한 사회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의 역사는 도전과 극복의 연속이었습니다.열강의 틈에 놓인 한반도에서 숱한 고난을 이겨내고,반만년 동안 민족의 자존과 독자적 문화를 지켜왔습니다.해방 이후에는 분단과 전쟁과 가난을 딛고,반세기만에 세계열두 번째의 경제 강국을 건설했습니다. 우리는 농경시대에서 산업화를 거쳐 지식정보화 시대에 성공적으로 진입했습니다.그러나 지금 우리는 다시 세계사적 전환점에 직면했습니다.도약이냐 후퇴냐,평화냐 긴장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세계의 안보 상황이 불안합니다.이라크 정세가 긴박합니다.특히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습니다.이럴수록 우리는 평화를 지키고 더욱 굳건히 뿌리내리게 해야 합니다. 대외 경제 환경도 어려워지고 있습니다.선진국들은 끝없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뻗어가고 있습니다.후발국들은 무섭게 추격해 옵니다.우리는 새로운 성장 동력과 발전 전략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내부에도 국가의 명운을 결정지을 많은 문제들이 가로놓여 있습니다.이들 과제는 국민 여러분의 지혜와 결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모든 도전을 극복해야 합니다.우리는 해낼 수 있습니다.우리 국민이 힘을 합치면,못할 것이 없습니다.그런 저력으로 우리는 외환 위기를 세계에서 가장 빨리 벗어났습니다.지난해에는 월드컵 4강 신화를 창조했습니다.대통령선거의 모든 과정을 통해 참여 민주주의의 꽃을 피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제 우리의 미래는 한반도에 갇혀 있을 수 없습니다.우리 앞에는 동북아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근대 이후 세계의 변방에 머물던 동북아가,이제 세계 경제의 새로운 활력으로 떠올랐습니다.21세기는 동북아 시대가 될 것이라는 세계 석학들의 예측이 착착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동북아의 경제규모는 세계의 5분의1을 차지합니다.한·중·일 3국에만 유럽연합의 네 배가 넘는 인구가 살고 있습니다. 우리 한반도는 동북아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습니다.한반도는 중국과 일본,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다리입니다.이런 지정학적 위치가 지난날에는 우리에게 고통을 주었습니다.그러나 오늘날에는 오히려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21세기 동북아 시대의 중심적 역할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고급 두뇌와 창의력,세계 일류의 정보화 기반을 갖고 있습니다.인천공항,부산항,광양항과 고속철도 등 하늘과 바다와 땅의 물류기반도 구비해 가고 있습니다.21세기 동북아 시대를 주도적으로 열어 나갈 수 있는 기본적 조건을 갖추어 가고 있습니다.한반도는 동북아의 물류와 금융의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동북아 시대는 경제에서 출발합니다.동북아에 ‘번영의 공동체’를 이룩하고 이를 통해 세계의 번영에 기여해야 합니다.그리고 언젠가는 ‘평화의 공동체’로 발전해야 합니다.지금의 유럽연합과 같은 평화와 공생의 질서가 동북아에도 구축되게 하는 것이 저의 오랜 꿈입니다.그렇게 되어야 동북아 시대는 완성됩니다.그런 날이 가까워지도록 저는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임을 굳게 약속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정한 동북아 시대를 열자면 먼저 한반도에 평화가 제도적으로 정착되어야 합니다.한반도가 지구상의 마지막 냉전지대로 남은 것은 20세기의 불행한 유산입니다. 그런 한반도가 21세기에는 세계를 향해 평화를 발신하는 평화지대로 바뀌어야 합니다.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잇는 동북아의 평화로운 관문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합니다.부산에서 파리행 기차표를사서 평양,신의주,중국,몽골,러시아를 거쳐 유럽의 한복판에 도착하는 날을 앞당겨야 합니다. 이제까지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증진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성과는 괄목할 만합니다.남북한 사이에 사람과 물자의 교류가 일상적인 일처럼 빈번해졌습니다.하늘과 바다와 땅의 길이 모두 열렸습니다.그러나 정책의 추진과정에서는 더욱 광범위한 국민적 합의를 얻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습니다.저는 그동안의 성과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면서,정책의 추진방식은 개선해 나가고자 합니다. 저는 한반도 평화증진과 공동번영을 목표로 하는 ‘평화번영정책’을,몇가지 원칙을 가지고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첫째,모든 현안은 대화를 통해 풀도록 하겠습니다. 둘째,상호신뢰를 우선하고 호혜주의를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셋째,남북 당사자 원칙에 기초해 원활한 국제협력을 추구하겠습니다. 넷째,대내외적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참여를 확대하며 초당적 협력을 얻겠습니다.국민과 함께하는 ‘평화번영정책’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의혹은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북한의 핵 개발은 용인될 수 없습니다.북한은 핵 개발 계획을 포기해야 합니다.북한이 핵 개발 계획을 포기한다면,국제사회는 북한이 원하는 많은 것을 제공할 것입니다.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할 것인지,체제안전과 경제지원을 약속받을 것인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아울러 저는 북한 핵 문제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자 합니다.어떤 형태로든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어서는 안 됩니다.북한핵 문제가 대화를 통해 해결되도록 우리는 미국,일본과의 공조를 강화할 것입니다.중국,러시아,유럽연합 등과도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겠습니다. 올해는 한·미동맹 50주년입니다.한미·동맹은 우리의 안전보장과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습니다.우리 국민은 이에 대해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우리는 한·미동맹을 소중히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호혜평등의 관계로 더욱 성숙시켜 나갈 것입니다.전통우방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도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동북아 시대를 열고,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려면,우리 사회가 건강하고 미래지향적이어야 합니다.힘과 비전을 가져야 합니다.그러자면 개혁과 통합을 위한 지속적 노력이 필요합니다.개혁은 성장의 동력이고,통합은 도약의 디딤돌입니다. 정부는 개혁과 통합을 바탕으로,국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더불어 사는 균형발전사회,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열어 나갈 것입니다.이러한 목표로 가기 위해 저는 ‘원칙과 신뢰’,‘공정과 투명’,‘대화와 타협’,‘분권과 자율’을 새 정부 국정운영의 좌표로 삼고자 합니다. 우리는 각 분야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해야 합니다.외환위기를 초래했던 제반 요인들은 아직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시장과 제도를 세계기준에 맞게 공정하고 투명하게 개혁해,기업하기 좋은 나라,투자하고 싶은 나라로 만들고자 합니다. 정치부터 바뀌어야 합니다.진정으로 국민이 주인인 정치가 구현되어야 합니다. 당리당략보다 국리민복을 우선하는 정치풍토가 조성되어야 합니다.대결과 갈등이아니라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푸는 정치문화가 자리잡았으면 합니다.저부터 야당과 대화하고 타협하겠습니다. 과학기술을 부단히 혁신해 ‘제2의 과학기술 입국’을 이루겠습니다.지식정보화기반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신산업을 육성하고자 합니다.문화를 함양하고 문화산업의 발전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이러한 국가목표에 부응할 수 있도록 교육도 혁신되어야 합니다.우리 아이들이 입시지옥에서 벗어나 저마다의 소질과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도,사회의 건강을 위해서도 부정부패를 없애야 합니다.이를 위한 구조적 제도적 대안을 모색하겠습니다.특히 사회지도층의 뼈를 깎는 성찰을 요망합니다. 앙 집권과 수도권 집중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습니다.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은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습니다.중앙과 지방은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발전해야 합니다.지방은 자신의 미래를 자율적으로 설계하고,중앙은 이를 도와야 합니다.저는 비상한 결의로 이를 추진해 나갈것입니다. 국민통합은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숙제입니다.지역구도를 완화하기 위해 새정부는 지역탕평 인사를 포함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갈 것입니다.소득격차를 비롯한 계층간 격차를 좁히기 위해 교육과 세제 등의 개선을 강구하고자 합니다. 노사화합과 협력의 문화를 이루도록 노사 여러분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노약자를 비롯한 소외받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이를 위해 복지정책을 내실화하고자 합니다.모든 종류의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 나가겠습니다.양성평등사회를 지향해 나가겠습니다.개방화 시대를 맞아 농어업과 농어민을 위한 대책을 강구하겠습니다.고령사회의 도래에 대한 준비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반칙과 특권이 용납되는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합니다.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가 득세하는 굴절된 풍토는 청산되어야 합니다.원칙을 바로 세워 신뢰사회를 만듭시다.정정당당하게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로 나아갑시다.정직하고 성실한 대다수 국민이 보람을 느끼게 해드려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랜 세월 동안 우리는 변방의 역사를 살아왔습니다.때로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의존의 역사를 강요받기도 했습니다.그러나 이제 우리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습니다.21세기 동북아 시대의 중심국가로 웅비할 기회가 우리에게 찾아 왔습니다.우리는 이 기회를 살려 나가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수많은 도전을 극복한 저력이 있습니다.위기마저도 기회로 만드는 지혜가 있습니다.그런 지혜와 저력으로 오늘 우리에게 닥친 도전을 극복합시다.오늘 우리가 선조들을 기리는 것처럼,먼 훗날 후손들이 오늘의 우리를 자랑스러운 조상으로 기억하게 합시다. 우리는 마음만 합치면 기적을 이루어 내는 국민입니다.우리 모두 마음을 모읍시다.평화와 번영과 도약의 새 역사를 만드는 이 위대한 도정에 모두 동참합시다. 항상 국민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 2003년 2월25일 대통령 노무현
  • 계간 황해문화 봄호 특집 “한국적 보수는 와해중”

    한국의 보수주의,종언의 조짐인가,변신의 기회인가.계간 황해문화는 봄호에 ‘한국 보수주의,하나의 종언과 새로운 시작’이라는 제목의 특집을 싣고 이회창 전 한나라당 후보의 대선 패퇴를 계기로 대두하고 있는 ‘한국 보수주의의 위기’를 조명했다. 이봉희·홍윤기·홍덕률·홍성태 교수 등은 특집 기고문을 통해 “식민지 경험과 냉전·분단이라는 특수성에 기대어 성장해 온 ‘한국적 보수주의’는 냉전질서의 와해,정치적 민주화와 시민운동의 성장,산업·정보화와 인터넷의 발달,새로운 세대의 등장에 의해 점차 기반이 와해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이 공백을 합리적 혹은 일상적 보수주의라고 부를 수 있는 새로운 흐름이 메울 것”이라고 주장했다.다음은 각각의 연구 결과를 요약한 것이다. ●이봉희(한국과학기술원 명예교수) 한국에서 보수주의는 반개혁주의,반동주의,혁명적 반동주의 등 퇴폐적 이념으로 오도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심지어 ‘바보들의 집단’으로 저주받기도 했다.이런 점에서,과거의 보수주의자들이 보수주의 이념에 접근함에 있어 과학적 방법론을 거부한 점은 스스로 생태적인 운명을 포기한 것으로,보수주의 이론 발전에 자해행위를 한 것이다.오늘날의 신보수주의는 진보적 이상주의에 반론을 제기했던 과거의 보수주의와 별반 차별성이 없다.현대 보수주의는 재정립되어야 한다. ●홍윤기(동국대 철학과) 한국에서의 보수독점 정당체제는 대중적 차원에서 표를 수집하는 데 유리할 때만 체계적으로 냉전·반공주의적 공포를 조장하는 권력기회주의의 기제일 뿐이다.현재 한국에서 정치적 보수주의의 성립 가능성이 거의 전무한 까닭은,개혁세력과 개혁을 주제로 논의하거나 경쟁할 수 있는 쟁점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자신들이 집권하는 동안 이룩해 놓은 치적들이 개혁의 대상이 되어 있는 현실 때문이다.이런 점에서 냉전반공주의 세력을 한국 보수주의의 원류로 인정할 수는 없다.이들이 제시한 어떤 통일안도 냉전과 반공을 통일 후까지 유지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지도 이념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홍덕률(대구대 사회학과) 한국전 이후 남한사회의 지배이념이자 지배세력으로 군림해 온 ‘한국적 보수’의 수명이 다한 것처럼 보인다.냉전 질서의 와해와 세대교체,그리고 정치민주화와 정보화와 같은 거시사회적 변화의 영향이다.지난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로 대표되는 ‘한국적 보수’ 진영은 역사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해 결정적 일격을 맞았다. 이제는 합리적 보수가 진용을 갖추는 일이 과제다.돈과 지역감정에 기대지 않고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에 입각해 합리적 정책대안을 제출하는 정치집단,민족의 이익과 평화유지의 관점에서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준비하는 열린 보수주의자들이 한국의 건강한 보수세력으로 자리잡아야 한다.이런 점에서 노무현 정권의 출범은 새로운 보수주의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홍성태(상지대 교양과)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즉 기존 체제의 유지를 원하는 보수파와 변화를 원하는 진보파가 있다.기존 체제의 변화와 유지는 이 세상이 작동하는 두가지 근원적인 방법이다.문제는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에 있다.이분법은 흑백논리로 귀결되기 쉽고,흑백논리는 폭력이 되기 십상이다.이런 문제를 줄이기위해서 보수와 진보의 분화를 좀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수구-보수-진보-급진’의 틀이 그것이다. 수구와 급진을 구별해 내는 것은 보수와 진보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다.진보와 급진을 구분하는 것만큼이나 보수와 수구를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다.급진을 진보와 동일시하고,수구를 보수와 동일시하는 것은 잘못이다. 한국 사회는 보수주의의 이중적 변화와 일상적 보수주의의 등장이라는 변화를 겪고 있다.일상적 보수주의는 ‘냉전 수구세력’보다 진보적이지만,승자독식적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이런 문제가 ‘풍요사회’에서 비롯되는 만큼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심재억기자 jeshim@
  • [데스크 시각]햇볕과 강풍 사이

    대구 지하철 참사로 우리는 새삼 자신을 되돌아보며 소스라치게 놀랐을 것이다.정신이 온전치 못한 듯한 인물의 방화가 빚어낸 아수라장 때문만이 아니다.재난에 무방비한,아니 무신경한 채 벌거벗은 저마다의 자화상을 재확인한 까닭이다. 가슴 조일 일이 어디 이같은 우발적 사건만이랴.외교안보 정책상의 작은 실책은 온 국민의 안위에 결정적 타격을 입히는 일이 아닌가.그래서 국민들은 거액 대북 송금파문이나 북한 핵문제니,주한미군 철수문제니 하는 논란을 적잖게 불안한 눈길로 지켜보고 있다. 이 쟁점들은 모두 우리의 반쪽인 북한을 어떻게 보고 다루느냐와 직결돼 있는 사안이다.자칫하면 우리 내부의 이른바 남남 갈등만을 촉발하면서 궁극적으로 분단의 해소로 가는 길과는 거리가 먼 선택을 하기 십상이다.그만큼 대북 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절실히 요구된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직인수위측이 새 정부 대북 정책의 명칭을 햇볕정책 대신 평화번영정책 등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주목한다.“북한에 일방적인 시혜를주는 느낌을 줘 논란이 있는 만큼 좀 더 미래지향적인 용어를 쓰기로 했다.”는 전문이다.노무현 당선자도 후보 시절 “햇볕정책이란 명칭은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사실 햇볕 일변도의 시각은 현정권이 대북 송금 파문으로 임기말 곤욕을 치르게 한 주요인인 듯싶다.대북 지원을 국민적 합의없이 불투명하게 추진,역풍을 맞고 있다는 점에서다. 물론 상당한 평화비용을 쓰더라도 민족의 대재난인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햇볕정책의 근본취지 그 자체를 누가 비난하겠는가.“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것은 강풍이 아니라,햇볕”이라는 우의(寓意)도 언제나 새겨들을 만한다. 다만 비유는 비유에 그쳤어야 했다.외투 속의 인민들이 외부사정에 노출되는 게 체제유지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하는 북한정권으로 하여금 햇볕이 속옷 단추를 더욱 단단하게 채우면서 핵개발·군비증강 등으로 엇나가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전 기자는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인 상하이에서 ‘상하이 사회과학원’ 인사들과 북한 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인 적이 있다.사회과학원측의 한결같은 전망은 북한이 체제의 안위를 염려해 제한적 개혁만을 추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었다. 그 점에선 과거 동독도 마찬가지였다.때문에 행여 통독의 교훈을 곡해해선 안될 것이다.교류와 협력의 확대를 근간으로 하는 서독의 동방정책도 통독의 견인차였지만 통합의 더 큰 원동력은 다른 데 있었다는 사실이다.그것은 사회주의체제의 동독보다 월등히 강력한 서독의 경제력과 사회보장제도였다. 요컨대 브란트의 동방정책은 동독과의 국력의 격차를 크게 벌린 아데나워의 서방정책의 긍적적 토대 위에서 추진함으로써 동독 인민들의 마음을 열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저간의 사정을 감안한다면 대북 정책에 관한 한 강풍일변도도,햇볕일변도도 곤란하다.노 당선자측이 결별해야 할 것은 햇볕정책이라는 용어만이 아니라 그 방향이 어디든 과거 정권들의 경직된 대북 시각이다.주한미군문제 등 국제정세를 읽는 감각에서도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균형잡힌 시각이 절실하다.북핵문제나 대미 외교정책을 다루는 과정에서 국민적 합의를 무시하거나 스스로 무오류라 자만하는 교조적인 자세야말로 장차 대재앙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구 본 영 kby7@
  • 로또도 모자라 ‘소싸움’ 까지,정부, 우승소 맞히는 牛券 9월 도입

    ‘로또광풍’이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르면 오는 9월부터 전통 소싸움도 경마처럼 돈을 걸고 관람하는 방식이 도입돼 정부가 앞장서서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농림부는 지난해 8월말 국회본회의를 통과한 전통 소싸움 경기에 관한 법률(소싸움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27일부터 시행한다고 19일 밝혔다.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농림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 상설 소싸움장을 개설하고,경마의 마권과 비슷한 우권(牛券·소싸움 경기 투표권)을 발매할 수 있다.경기방식은 어떤 소가 이길지와,승리하는데 걸리는 시간(5분단위)등을 조합해서 알아 맞히는 4가지로 운영된다. 현재 경북 청도군은 상설 소싸움장을 짓고 있는데 공사가 80% 가까이 진행돼 이르면 오는 9월부터는 경마처럼 주말마다 우권을 발행할 계획이다.농림부는 청도의 경우,연간 우권매출액이 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우권 발매액 가운데 72%는 우승소를 알아맞힌 사람에게 환급금(상금)으로 지급한다.10%는 지자체가 수입으로 거둬들이고 나머지는 지자체 레저세(10%),지방교육세(6%),농어촌특별세(2%) 등으로 흡수된다. 과도한 투기를 막기 위해 한 경기에 걸 수 있는 돈을 1인당 10만원 미만으로 제한하고,우권 장외발매소 설치도 금지했지만 일부에서는 자칫 ‘투전판’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농림부 최형규(崔亨圭) 축산정책과장은 “ 소싸움을 지역축제행사로 벌이고 있는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바라는 사업”이라면서 “관광객이 주요 타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수기자 sskim@
  • 백기완씨 가족의 슬픈 인생역정…형제 4명은 北으로 4명은 南으로

    “큰형의 죽음은 단순히 우리 가족의 비극이 아니고 우리 민족에 분단을 강요한 외세의 폭력이자 역사의 비극이야.” 재야운동가인 백기완(白基玩·사진·71) 민족문제연구소장은 17일 새벽 큰형 기성(78)씨를 폐질환으로 잃은 슬픔 앞에서 한맺힌 가족사를 읊어내려 갔다. 백 소장은 “우리 식구는 북에 4명,남에 4명으로 나뉘어져서 60년 가까이 서로 편지조차 주고받을 수 없었다.”며 애통해했다. 특히 백 소장의 큰형 기성씨와 한국전쟁 당시 산화한 둘째형 기현씨 형제는 한국전쟁 당시 총칼을 겨눌 정도로 분단된 조국의 고단한 삶을 살아야 했다.기성씨는 분단 이후 홀로 북에 남아 황해민보기자 생활을 한 반면 기현씨는 24세이던 지난 51년 한국전쟁 당시 국군으로 참전해 강원도 금화지구 전투에서 산화,형제가 엇갈린 운명의 길을 걸었다. 기성씨는 한국전쟁 후 57년 월남했지만 곧바로 체포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0여년간 옥살이를 했다.이후 통일에 대한 염원을 민족의 상징인 ‘백두산 호랑이’를 통해 나타내겠다는 생각으로 사진과 자료,관련 민족신화를 30여년간 수집해 ‘민족서’를 내려고 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백 소장은 “큰형이 죽기 며칠 전에 전화를 해서 금강산 육로도 뚫렸는데 한번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면서 “국가보안법 위반자라는 이유로 평생 마음 속으로만 통일을 염원할 수밖에 없어서 가슴이 아팠다.”고 울먹였다. 백 소장 역시 지난 67년 고(故) 장준하 선생 등과 함께 ‘백범사상연구소’를 출범시켰고,현재 그 맥을 이은 민족문제연구소장으로 일해오고 있다. 백 소장은 “통일을 위해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사람인데 몸이라도 기증하겠다는 형의 뜻을 따라 19일 발인 후에 형의 시신을 강남성모병원에 기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혜영기자 koohy@
  • 금강산 육로관광 4월까지 예약 밀려

    금강산 육로 시범관광단이 1박2일과 2박3일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옴에 따라 본격적인 금강산 육로관광시대가 열리게 됐다. 오는 21일부터 2∼3일 간격으로 매회 400∼500명이 금강산을 찾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금강산 관광이 상품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13시간에서 1시간대로 배를 이용하던 금강산 관광 초기에는 동해항에서 장전항에 도착하는데 13시간여가 걸렸다.이후 직선항로를 이용하면서 4시간 남짓으로 줄었지만 뱃길은 여러 면에서 불편했다.그러나 육로 시범관광단은 불과 1시간 20여분 만에 장전항에 도착했다.오가는 시간이 단축됨에 따라 요금도 25만원선으로 내려 금강산을 찾는 관광객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금강산 육로관광객은 오는 4월까지 이미 예약이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현대아산에서는 1∼2년 후에는 100여만명 가량이 육로로 금강산을 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남은 과제는? 셔틀버스가 30분단위로 운행돼 자유롭게 숙소와 온정각,금강산 등산로를 오갈 수 있게 됐다. 그러나쇼핑시설이나 골프장 등 놀이시설은 여전히 부족하다.관광객들은 돈을 쓰려 해도 쓸 곳이 없는 것이다. 북핵문제로 국내외에서 투자자를 모집하기가 어려운 것도 난제로 꼽힌다.김윤규 현대아산 사장도 “최근 사태로 해외투자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만약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면 다양한 금강산 상품을 내놓기가 어려워진다.그만큼 관광상품으로서의 매력은 반감되는 것이다. 현대아산 관계자도 “육로관광이 금강산 관광사업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투자가 뒤따르지 않으면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
  • 400여명 첫 육로관광

    |금강산공동취재단| 남북 분단 반세기 만에 금강산 관광을 위한 육로가 열렸다. 금강산 육로 시범 관광단 400여명은 14일 낮 1시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MDL)을 지나 북측 지역으로 들어갔다. 관광단은 금강산콘도에서 남측 임시 출입국관리연락사무소(CIQ)∼남방한계선∼군사분계선∼북방한계선∼삼일포 주차장∼온정리 태창샘물공장 부지∼장전항 북측 CIQ에 이르는 39.4㎞를 버스로 이동,오후 금강산에 도착했다.오후 4시 북한 금강산 문화회관에서 열린 ‘금강산 육로관광 기념행사’에는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조홍규 관광공사 사장,이종혁 조선 아태평화위 부위원장,방종삼 금강산관광총회사 총사장 등 남·북측 인사가 참석했다.
  • [공직자 에세이]21세기 ‘신 유목민시대’의 꿈

    제주도지사 제주도에서는 해마다 2월이 되면 두 가지 독특한 행사가 펼쳐진다.하나는 ‘정월대보름 들불축제’이고 다른 하나는 ‘시로 봄을 여는 서귀포’행사이다. 일년 중 가장 큰 달이 뜬다는 정월대보름은 우리 민족의 ‘밝음사상’을 이어오는 명절로,이 날만큼은 아이들도 ‘귀밝이술’을 마실 수 있다.민족 최대의 명절 설날이 ‘피붙이들의 명절’이라면 정월대보름은 ‘마을공동체의 명절’이다. 해마다 정월대보름이 되면 탐라섬 사람들은 오름 하나를 모두 태우는 ‘들불축제’를 연다.올해로 일곱번째를 맞는 이 축제는 목축문화가 발달했던 제주도에서 예로부터 해묵은 풀을 태우고 이듬해 좋은 풀을 얻기 위해 들판에 불을 놓았던 것에서 비롯되고 있다. 10만평 넘는 거대한 오름 전체가 마치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광경은 로마의 네로가 온통 불길로 뒤덮인 로마시를 바라보던 광란의 그 현장과는 분명히 다른,신성하고 환희가 용솟음치는 평화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이 신성한 불길 너머로 둥근 달이 선연히 피어오르기 시작하면 축제에 참가한사람들은 모든 근심과 걱정을 훨훨 태워버리고 저마다 한 가지씩의 소망을 하늘로 실어 보낼 것이다. 현존하는 프랑스의 최고 지성으로 일컬어지는 자크 아탈리는 “21세기는 신유목민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이 얘기는 과거 유목민들이 풀을 찾아 방랑했듯 21세기에는 모든 경계를 넘어 자유로운 이동이 이뤄지게 된다는 뜻이다. 나는 정월대보름 들불축제를 통해 우리 제주가 세계인들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신유목민시대 ‘약속의 땅’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겨울의 맨 끝인 오는 28일에는 도내외 문인과 예술인들,그리고 서귀포시민과 관광객들이 한데 어울려 ‘시로 봄을 여는 서귀포’ 행사를 갖는다. 해마다 한국문인협회 서귀포지부 주최로 열리는 이 행사는 바다에서 오는 봄을 마중하는 길트기를 시작으로 새봄을 주제로 작가들의 신작이 발표되는 무대이다. 이 행사는 그저 단순한 시낭송 행사가 아니라 첼로,대금,기타,무용 등이 어우러져 흥을 한껏 돋우게 된다.올해는 특히 한국 시단의 원로이자,제1회 미당문학상 수상자인 황동규 시인을 비롯,많은 예술인들이 우정의 발걸음을 한다. 한반도 최남단 도시 서귀포시의 봄기운은 땅끝마을 해남과 부산을 거쳐 수도 서울,그리고 민족 분단의 상징인 휴전선 철조망을 넘어 평양과 신의주,백두산까지 한숨에 치달을 것이며,마침내 시베리아의 깊숙한 골짜기 잔설을 녹이고 찬연한 들꽃들을 피워낼 것이다.이렇듯 제주는 한반도의 봄을 여는 진원지이다. 해마다 봄은 찾아오게 마련이다.그러나 올해의 봄은 여느해 봄과는 다른 매우 각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새봄이 찾아오는 이 땅 제주에서는 지금 변화와 개혁,그리고 지방분권이라는 시대정신에 부응키 위한 행정구조 개편 논의가 점점 무르익고 있다.이는 더 이상 과거의 틀에 얽매이다가는 세계정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자각에서 출발한다. 저마다 새봄을 맞는 마음은 분명 다르겠지만 많은 분들이 새봄을 여는 제주의 축제와 함께하기를 소망해 본다.
  • ‘‘北송금 파문 해법’ 전문가진단

    거액의 대북 현금 지원을 둘러싸고 지원 방식과 합의 과정 등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서독의 대 동독 통일정책과 비교 논의도 활발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파문을 향후 대북 정책의 투명성과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이참에 북한에 대해 ‘기존방식으론 통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주라는 주장도 많다.인권 등 남한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북한 사회에 이전하고,안보를 담보하기 위한 조건부 지원이 아니라면,이른바 ‘평화 비용’은 구두선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김학성(金學成·통일연구원 북한기초연구사업본부장) 이번 대북 송금 행태는 새로운 형태의 정경유착으로도 볼 수 있다.그러나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향후 대북 협상과 관련,매우 중요하다.북한에 대해 과거에는 대통령의 힘이 막강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었지만,이제는 ‘돈주고는 안 된다.’는 우리 내부 논리를 이해시키는 것이다.지난날 대기업들이 북한에 가기 위해선 입북료를 내야 했다.최근엔 북한도 입북료를 달라고 하지 않는데,이를 확실히 하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와 함께 한·미간 신뢰회복을 위해서도 문제 해결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이런 문제 때문에 한·미간 불신의 관계가 생긴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남북관계 해소를 위해선 한국과 미국간에도 신뢰가 형성되고 이해가 돼야 한다.서로 다른 이익을 가지고 신뢰를 깰 수 있는 원인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서독과 동독의 경우를 단순비교하는 것은 무리다.하지만 분단국가의 경우,국내정치,남북관계,국제적 상황 등 세가지 축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현 정부는 세가지 축 가운데 하나만 갔다.그러다 보니,편법을 동원해서라도 인위적으로 짧은 시간에 가시적 성과를 얻기 위해 급급했다.따라서 대북 포용정책의 성과를 위해선 시민교육·정치교육을 통한 국민적 시각교정이 있어야 한다. ●김광동(金光東·나라정책원장·정치학 박사) 통일정책은 인류 보편사적인 가치 지향적인 방향에서 추진돼야 한다.즉 북한 주민들에게 우리 남한의 자유,민주주의 가치가전해져 그들의 인권이 확보되는 방향으로 돼야 한다는 것이다.대북 지원이 현 정권의 이익과 남북관계의 표피적인 성과만을 얻기 위해서 이뤄져선 안 되고,북한 독재 체제를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돼서도 안 된다. 문제는 안보다.지난 98년 11월 금강산 사업이 시작돼 북한에 현금이 들어간 직후 북한이 카자흐스탄에서 미그기 수대를 구입했다는 보도가 있었고 그 나라 국방장관이 해임됐다. 때문에 ‘평화 비용’이란 현 정부의 변명은 빛을 잃는다.책임있는 정부의 최대 과제는 국민의 안보를 확보하는 것으로 조건이 붙는 협상이어야 한다. 김수정 홍원상 기자 crystal@
  • 北송금파문/‘정상회담 대가’ 논란 증폭

    현대상선이 ‘현대-북한 사업협약서’ 체결 이전에 2235억원을 북한에 건넨 것으로 5일 알려지면서 이 돈의 성격을 놓고 순수한 경협자금이냐,남북정상회담 대가성 자금이냐의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상선이 지난달 28일 감사원에 제출한 소명자료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지난 2000년 6월 북한에 건넨 2235억원은 7개 대북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사용됐으며,이후 7개 대북사업중 첫 협약서는 같은 해 8월12일 체결됐다. 이처럼 현대와 북한간 사업협약서 체결에 앞서 돈이 먼저 북한에 건네졌으며,그 시기가 남북정상회담 직전이라는 점에서 회담성사를 위한 대가성 자금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그러나 “협약서가 정상회담 이후에 체결된 것은 맞지만 1998년부터 고 정주영 회장이 북한을 방문하면서부터 대북사업을 추진해 온 만큼 정상회담 대가라고 볼 수는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현대상선측 관계자도 “이미 같은 해 5월 합의서 초안을 마련한 상태였다.” 면서 “대북사업은 협약서가 체결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북한송금은 협약서 체결을 위한 사전자금 성격”이라고 주장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또 “대북사업은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먼저 대금을 지급한 뒤 차례로 계약을 따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협약서도 체결되지 않은 시점에서 굳이 거액을 먼저 지원할 만큼 급박한 상황이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정상적인 협약체결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북사업과는 별개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 대가라는 해석도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특히 대북지원금의 송금이 회담 나흘전인 6월12일 이뤄졌다는 일부 언론보도가 사실일 경우 이 돈의 일부가 어떤 형태로든 정상회담과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북한이 정상회담 시기를 12∼15일에서 13∼16일로 일방적으로 하루 연기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다.12일 수표로 송금했을 경우 이튿날인 13일에야 입금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측이 지원금을 손에 쥔 다음에 정상회담 일정을 최종 통보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조현석기자 hyun68@
  • 행자부,’접경지역 종합 10개년 계획’발표

    남북분단의 특수성 때문에 그동안 지역개발이 낙후됐던 접경지역의 자연환경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이들 지역에 모두 5조 1278억원이 투입된다. 행정자치부는 5일 접경지역에 대한 친환경 개발과 지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접경지역 종합 10개년 계획(2003∼2012)’을 확정,발표했다.(대한매일 1월6일자 1·25면 참조) 접경지역은 ‘민간인통제선(CCL)’ 남쪽 20㎞ 안에 있는 인천과 경기·강원지역의 강화군과 옹진군,동두천시,고양시,파주시,김포시,양주군,연천군,포천군,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인제군,고성군 등 15개 시·군,98개 읍·면·동 지역으로 그동안 군사시설보호구역 등으로 묶여 각종 규제와 통제를 받아왔다. 종합계획안에 따르면 이들 지역에 올해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산업기반 및 관광개발 등 7개 분야 274개 사업이 추진되며,이를 위해 국비 2조 1642억원과 지방비 1조 4284억원 등을 포함,모두 5조 1278억원이 투입된다. 이들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산업기반 및 관광개발 2조 1731억원 ▲정주생활환경개선 1조 5126억원 ▲지역별 전략사업 5998억원 ▲산림·환경보전 5521억원 ▲사회간접자본 확충 2135억원 ▲남북교류 및 통일기반조성 600억원 ▲문화재발굴 및 문화유산 보존 167억원 등이다.또 각 지역을 보전권역과 준보전권역,성장권역 등 3개 권역으로 구분해 권역별로 특성에 맞는 친환경적 사업이 추진된다. 지역별 주요 추진사업으로는 ▲남북연결 철도망 복원(경기·강원) ▲임진강준설사업(경기·강원) ▲지방생태산업단지 조성(철원·고성) ▲역사박물관 건립(철원) ▲통일·생태교육기관 건립(연천) ▲펀치볼 통일농장 조성(양구) ▲쓰레기매립장 시설(옹진) ▲지방게임산업단지 조성(파주) ▲양촌지방산업단지 조성(김포) ▲삼포·문암관광지 조성(고성) ▲호반관광유원지 조성(춘천) 등이다. 행자부는 종합계획이 모두 시행되면 이 지역의 인구는 1999년 65만 7000명에서 2012년 86만 2000명,지역내 총생산은 13조 128억원에서 22조 1855억원,1인당 지역내 총생산은 671만원에서 957만원,도로포장률은 38.6%에서 55.2%,사회복지시설은 41곳에서162곳으로 각각 늘어나게 된다고 밝혔다. 행자부 관계자는 그러나 “개성∼파주·문산지역의 국제자유무역지대 지정과 남북교류협력단지 조성 등은 이번 종합계획안에서 제외됐다.”면서 “남북교류협력 및 평화통일 기반조성과 관련된 사항은 남북관계의 진전에 따라 통일부 등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변경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장세훈기자 sh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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