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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경의·동해선 조기 개통돼야

    오는 14일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가 분단 반세기만에 연결된다.남북이 6·15 정상회담의 후속조치로 2000년 9월 2차 장관급회담에서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에 합의한 지 3년여만이다.군사분계선에서 남북 양측으로 각각 25m 구간에 레일을 까는 연결식 행사는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 일부 구간을 관통한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의를 지닌다.물론 이번 행사는 ‘중간 개통식’으로 열차 운행까지는 갈 길이 멀다.‘민족의 혈맥’이 완전히 이어지려면 경의선은 북측 13.1㎞,동해선은 북측 18.1㎞와 남측 126.9㎞ 구간을 공사해야 한다. 우리는 연결식을 계기로 남은 작업에 박차를 가해 경의선은 오는 9월,동해선은 연말쯤 개통할 수 있기를 바란다.그래야만 경의선의 경우 남북이 지난 3년여간 ‘말로는 열번도 더 이었다.’는 일각의 비아냥을 떨칠 수 있다.경의선과 동해선 연결사업은 당장 개성공단 개발,금강산관광사업 활성화 등에 도움이 되며,장기적으로는 시베리아철도 등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동북아지역 전체에 심대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파급 효과를 미칠 것이다.특히 사람과 물자,정보가 오고 가면서 북한 사회의 개방이 더욱 촉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핵 문제로 민감한 시기 남북관계에서 합의보다 더 긴요한 것은 실천이다.이 점에서 남북이 지난달 제5차 경제협력추진위의 합의대로 철도연결식을 갖게 된 것은 의미가 있다.개성공단 착공,금강산관광사업,임진강수해방지사업 등에 관한 합의사항도 제대로 이행될 것이란 기대를 낳는다.우여곡절이 있더라도 남북 교류협력은 계속돼야 한다는 쌍방의 의지를 확인한 것도 성과다.
  • “분단이 빚어낸 민중의 고통 슬픈 그림자 아직 어른어른”/ 14년만에 소설집 ‘들국화 송이송이’ 출간 송기숙

    “그동안 (민주화)운동하느라 소설쓰는 데 게을렀습니다.해서 6년전 글만 쓰려고 광주에서 화순으로 내려왔지만 여기저기 불려다니다 보니 장편 ‘오월의 미소’와 이번 소설집 쓴 게 전부네요.그것도 재작년부터 어느 정도 일이 정리됐기에 가능했죠.” 14년만에 작품집 ‘들국화 송이송이’(문학과경계사)를 낸 소설가 송기숙(68)은,작가로서는 불행한 사람일지 모른다.그의 말대로 “작가에겐 금쪽 같은 시간”을 글쓰는 데 바친 게 아니라 민주화에 고스란히 바쳤으니 말이다.게다가 소설쓰는 데 비교적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가형이어서,아쉬움이 더 클 것이다. ●이데올로기의 폭력성 적나라하게 그가 모처럼 낸 소설집은 표제작 등 9편이 들어있다.그 가운데 5편은 분단을 소재로 한 것이다.이제까지의 작품에서 보여준 기층 민중에 대한 한결같은 사랑을 분단체제 아래서 펼치고 있다. “민중과 분단은 밀접한 연관성이 있습니다.분단 상태로 50여년이 지나면서 ‘분단체제’가 됐습니다.지배계층이 기득권을 유지하려 분단을 악용한 탓입니다.광복이후 우리 민중이 탄압받은 원인 중 하나는 분단인 셈이죠.” 남북한 정상이 만나고 통일의 기운이 무르익어도 작가에겐 여전히 분단으로 인한 민중의 슬픈 그림자가 어른거렸다.“민중이 자기 권리를 쟁취하는 과정”을 평생 화두로 삼은 그다.당연히 분단으로 인한 현재의 생채기를 다룰 수밖에 없었다. 고향을 찾아가는 노인부부의 이야기를 다룬 표제작은,이데올로기의 폭력성이 어떻게 민초의 가정을 파괴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또 기막힌 반전을 감춰둔 ‘길 아래서’와,한국전쟁때 빨치산으로 입산한 시누이의 영혼을 달래려 묏자리를 마련한 할머니 이야기를 그린 ‘성묘’등도 분단으로 인한 민중의 고통을 묘사한다 .한편 작가는 이윤 창출에 혈안이 된 자본주의의 모습(‘꿈의 궁전’)을 묘사하거나,농어촌의 생활을 통해 공동체의 소중함(‘돗돔이 오는 계절’‘고향 사람들’)을 이야기하면서 민중의 멍든 속내를 달래준다. 65년 문학평론으로,66년 소설가로 잇따라 등단한 그는 스스로에게 진 ‘글 빚’이 무겁다고 한다.“돌아보니 운동한답시고 교수와 소설가라는 두 가지 일에 모두 태만했던 것 같습니다.후회는 하지 않지만 작가로서 마감에 쫓겨 허겁지겁 글을 내놓았던 지난 날을 돌아보니 민망하네요.” 말은 그렇지만,그가 빚어낸 작품은 녹록지 않다.80년대 대학생 농촌활동의 교과서로 읽혔던 ‘자랏골의 비가’‘암태도’를 비롯, 대하소설 ‘녹두장군(1989∼1994)등 걸작을 남겼다.또 독재정권과 맞서 80년 살육의 현장에서 무참히 고문당하고,강단에서 7년동안 쫓겨나기도 했다. 작가의 이런 진정성은 이번 작품집에 잘 스며있다.작가 특유의 구수한 입담을 바탕으로,분단이 어떻게 현실의 질곡을 낳았는지를 들려준다. ●우리 설화 정리작업 몰두할 계획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더니 예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쩡쩡 울린다.“작고한 이문구와 저는 시골정서를 살릴 수 있는 대표적 작가입니다.그 점을 살려 우리 설화를 본격적으로 정리해볼 생각입니다.‘입말’로 남아 있는 설화나 풍속을 본격적으로 정리해 민족의 정체성 확립에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이종수기자 vielee@
  • 104년전 경인선 첫 기적소리 철마는 日帝의 밀정?

    매혹의 질주, 근대의 횡단 산처럼 펴냄 박천홍 지음 1899년 (광무3년) 9월18일 오전 9시.‘고요한 아침의 나라’ 조선에 철마(鐵馬)가 날카로운 일성을 토해냈다.노량진과 제물포를 잇는 경인철도의 첫 기적소리.그것은 이 땅에 근대의 여명을 알리는 소리이자 식민지의 어둠을 예고하는 불길한 소리였다.당시 경인선 열차에 탑승한 ‘독립신문’ 기자는 그날의 감격을 “나는 새도 미처 따르지 못하더라.”라고 적었다.고작 시속 20∼30㎞ 정도였지만 ‘나는 듯한’ 기차는 사람들에게 놀라운 신세계를 열어줬다.그러나 비싼 기찻삯,그보다도 점증하는 배일감정은 철도를 멀리하게 만들었다.새로운 문명의 빛에 매혹당했지만 점차 철도가 자신들을 고난의 땅으로 실어나르는 괴물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문명의 축복이자 오욕의 역사' 였던 철도 ‘매혹의 질주,근대의 횡단’(박천홍 지음,산처럼 펴냄)은 우리에게는 근대문명의 축복이자 제도적 폭력의 상징인 철도가 그려놓은 오욕과 수치의 한국 근대사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서양에서 철도의 출현은 위대한진보를 상징하는 사건이었다.철도로 말미암아 진정한 의미의 ‘세계사’가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철도는 각자 독립적으로 존재하던 비서구권 국가에 산업혁명의 결과를 실어 날랐다.마르크스가 간파한 대로 철도는 가장 미개한 민족까지도 문명 속으로 끌어들였다.역사가 에릭 홉스봄은 자신의 저서 ‘자본의 시대’에서 “철도의 도래는 그 자체가 혁명적 상징이자 혁명적 성취였다.”고 말한다.단일 경제체제의 출현을 염두에 둔 말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철도는 환희나 경탄보다는 비애 혹은 탄식의 의미로 다가온다.일본의 강력한 식민지 수탈의 수단이 됐기 때문이다. 조선 철도사업은 일본의 한국경영의 골자였다.저자(전 ‘출판저널’ 편집장)는 “일본 제국주의는 한반도 전역에 기차라는 ‘밀정’을 파견하고 식민지 주민을 얽어맬 촘촘한 그물을 짰다.”고 말한다.일본은 철도를 조선 식민지 지배뿐만 아니라 중국대륙과 러시아 침략을 위한 발판으로 인식했다.경인선 개통 이후 일본은 대륙침략의 병참로인 경부선과 경의선을 뚫었다.한반도의 남북을 관통하는 종관선인 경부·경의선은 긴박한 군사적 요청에 따라 속전속결로 완성됐다.그런 만큼 철도 공사장의 횡포는 극에 달했다.당시 아이들 사이에서는 “양귀(洋鬼)는 화륜선을 타고 오고 왜귀(倭鬼)는 철차타고 몰려든다.”는 동요가 나돌았을 정도다. ●일본 식민지 수탈의 수단으로 사용 1930년대 중일전쟁 이후 일본은 대륙침략을 본격화했다.일본의 수탈에 못이겨 조선에는 조국을 등지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그들의 비극을 실어나른 것이 바로 기차였다.김기림의 시 ‘심장 없는 기차’(1933년)는 국경을 넘는 간도 이민들의 처참한 상황을 이렇게 그렸다.“…기차가 어둠을 뚫고 북으로 뛰어간 뒤에는 검은 철길이 우루루 울었오.남폿불이 조으는,시골 정거장에서 우리들의 그림자는 움직이지 않았오….” 기차가 그들을 “두만강 밖에 배앝아버리”는 사이,일본인들은 조선땅으로 슬금슬금 흘러들었다.대부분 규슈와 도호쿠 지방의 영세 농어민이나 상인,식민지에서 한몫 잡기 위해 부나방처럼 몰려든 건달패들이었다.그들은 그야말로 ‘반상반적(半商半賊)’의 무리였다. 이 책은 ‘공간의 살해’‘공간의 정치,정치의 공간’이라는 별도의 항목을 둬 철도가 어떻게 도시의 지형을 바꿔놓았는가를 살핀다.우리의 근대도시 형성과정과 공간배치 원리는 서구의 그것과 달랐다.서구의 근대도시들이 산업혁명을 통해 중세 성곽도시로부터 점진적이고 자생적인 변화를 겪으며 발전한 반면,우리나라에서는 폭력적인 식민화과정을 거치면서 전통도시가 몰락하고 식민통치 목적에 적합한 신흥도시가 탄생했다.일본인이 중심인 번화가와 조선인이 모여 사는 빈민가가 대비를 이루며 전형적인 ‘이중도시’가 형성됐다.한국의 근대도시 형성과정에서 철도는 공간의 파괴자이자 창조자였다. 식민지의 경우 기차역은 흔히 제국의 욕망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이탈리아 작가 마리네티가 “뱀 같은 연통을 삼키고 있는 욕심 많은 기차역”이라고 한 것도 그런 의미에서다.일제시대 경성역은 제국의 심장부에 자리잡은 근대성의 공간이었다.일제 때 도로정비사업은 이 경성역으로부터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직선 상징축’을 형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조선총독부 청사,경성부청,조선호텔,조선신궁,경성역사 등이 이 상징축을 따라 세워졌다.일본인의 집단 거주지였던 남대문 시장과 충무로,을지로의 교통편의도 고려에 넣은 것은 물론이다. ●맥 끊긴 한반도 ‘경의선 복원'으로 이어지려나 저자는 책을 끝마치며 남북분단으로 반신불수가 된 한국철도의 현실을 안타까워한다.삼팔선에 가로막힌 경의선·경원선·동해북부선·금강산 전기철도….그러나 저자는 최근의 경의선 복원사업에 희망을 건다.한반도 전체가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이어지는 ‘철의 실크로드’의 중심축으로 거듭나는 시발점이 될 수 있기때문이다.1899년 첫 울음을 토하며 달리기 시작한 한국 철도의 고단한 역정을 담은 이 ‘오욕의 연대기’는 그런 배경에서도 흥미롭게 읽힌다.1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이런 책 어때요 / 조명암 시전집

    이동순 엮음 선 펴냄 ‘선창’‘꿈꾸는 백마강’‘알뜰한 당신’‘낙화유수’‘고향초’ 등 수많은 가요명곡을 작사한 월북시인 조명암(본명 조영출·1913∼1993)의 시전집.충남 아산 출신인 조명암은 일제 강점기에 우울한 분위기의 모더니즘 시를 창작했고,광복 전에 이미 500편이 넘는 노래가사를 지음으로써 우리 나라 현대시사와 가요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그러나 그는 월북시인이란 이유로 한국문학사에서 ‘잊혀진 인물’로 남아 있었다.이번 시전집엔 광복 전 발표한 작품과 분단 이후 북한에서 발간한 ‘조영출 시선집’에 수록된 시작품과 가요시들이 실렸다.3만 5000원.
  • 오피니언 중계석/ 주한미군의 위상과 미래 학술회의

    경희대와 국방대는 26일 한국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실에서 ‘주한미군의 위상과 미래’를 주제로 공동 안보학술회의를 열었다.학술회의에서 발표된 주요 내용을 간추린다. ●양준희 경희대 교수 현재 주한미군의 병력감축 및 배치 변화,정전협정 관리체제나 연합 지휘체계 등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고,많은 연구들도 나와있다. 하지만 우리가 인식해야 할 부분은 주한미군의 재편에 대한 논의는 기술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지금 남·북한,미국의 관계는 과거 냉전시대 미·소의 관계와 비슷하다.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아주 사소한 기술적인 문제도 목숨이 걸린 것처럼 다투고,상대방이 무엇을 제안하면 무조건 반대하는 그런 상황이다. 따라서 주한미군 재편에 관한 기술적 논의보다는 남·북한과 미국이 서로에 대한 관념을 근본적으로 어떻게 바꾸어야 한반도에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를 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주한미군 철수 뒤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전쟁 가능성을 부각시키지만,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지나친 공포심을가질 필요는 없다.한국이 자주국방 잠재력을 가진 데다 유사시 자동개입 약속 등 우호적 상황에서 미군 철수가 이뤄진다면 한반도 전쟁 발발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김열수 국방대 교수 올해는 한·미동맹 50주년,월남 패망 30주년,그리고 독일 통일 13주년이 되는 해이다.한국과 북한,월남과 월맹,서독과 동독은 모두 체제모순과 분단모순의 구조를 가졌지만 세 나라의 운명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세 나라 운명의 중심 축에는 미국이 있는데 그 이유는 세 나라 모두 문서상이든 실질적이든,미국과 동맹관계를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한반도의 평화시계는 점점 위험쪽으로 기울고 있다.북한 핵보유 발언과 아직 가시지 않은 한국내 반미정서,미국의 군사력 재편성 정책으로 인한 전반적인 한·미동맹 관계의 재검토와 북한핵 문제 해결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이견 등으로 인해 한반도 상황이 난마처럼 얽혀버렸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북한은 ‘피뢰침 효과’와 ‘인계철선 효과’,그리고 ‘바그다드 효과’를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서로가 상대방에자신의 주파수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강대국 중에서 한국의 통일을 지원해 줄 수 있는 국가는 미국이 유일하다.독일이 부러운 것은 서독과 세계를 대량살상무기로 위협하지 않았던 동독이 존재했다는 점이고,미국이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독일의 통일을 지원했던 점이다.한반도의 현재·미래를 위한 주한미군의 군사적 역할은 계속되어야 한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 주한미군은 한·일간 긴장완화나 중·일간 군비경쟁 억지 등 동북아의 세력균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고,한·미동맹의 역할을 기능적으로 확장해 지역안보 위협을 저지하는 역할도 맡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중장기전략이 중국을 국제사회에 포용하는 것보다 전략적으로 봉쇄하는 것에 중점이 주어지는 한 한·미동맹을 지역안보동맹으로 군사협력의 적용범위를 확장하는 것은 국익에 비춰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한다. 우리는 미국이 원하는 한 한·미동맹의 우의를 굳건히 지켜나가되 우리가 미국에 신세지고 있는 정보력 등에서 자주국방 능력을 확보해 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의 실질적인 적이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있는 북한뿐이라는 점에서 미국에 전시작전통제권을 계속 맡기고 있다는 것도 시대착오적이다. 미국의 주한미군 재배치 및 부분 철수 요구에 대해 전향적으로 이를 수용하고,전시작전통제권의 회수 시점을 정해놓은 뒤 이를 단계적이고 점진적으로 추진하면서 정보력과 작전능력 등 우리의 부족한 군사력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 정리 조승진기자 redtrain@
  • NGO / 흥사단, 인터넷 신문·방송 추진

    우리나라 시민단체의 원조격인 흥사단이 창립 90주년을 맞아 ‘대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21세기에 걸맞은 시민운동단체로 거듭나기 위한 시도다. 1913년 5월13일 도산 안창호 선생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창립한 흥사단은 일제 강점기는 물론 해방 이후 줄곧 인재양성과 민주화 사상을 전파하는데 주력해 오면서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앞당기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흥사단은 10년 뒤인 100주년을 앞두고 ‘사이버시대’에 걸맞은 시민운동 단체로 다시 태어나려는 활발한 개혁작업을 준비하고 있다.실천적 참여와 봉사를 위한 시민 실천운동 등 구체적인 청사진은 최근 발표한 ‘비전 2013’에 담겨져 있다. 사이버 흥사단활동을 강화하고 사이버신문 등의 미디어사업에도 눈을 돌리는 등 시대변화에 능동적으로 발맞춰 나가겠다는 게 골자다.우선 젊은이들이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고,21세기에 걸맞은 흥사단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각종 용어,의식과 상징,절차 등의 현대화 작업에 나선다는 것이다. 또 10년 동안 지방 지부 및 해외 지부,학생아카데미 조직도 획기적으로 늘려 나간다는 복안이다.사이버 흥사단 운동을 활성화하고,사이버 공간에서의 흥사단 운동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사이버 신문,잡지, 방송 등의 미디어사업도 추진키로 했다. 세계화 시대의 흥사단 운동을 위한 국제교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부설 ‘도산아카데미 연구원’ 등의 사회교육 기능을 확대 발전시키는 한편 ‘도산대학’의 설립도 추진할 방침이다. 부설 ‘도산청소년재단’을 기초로 장학기금 등 관련 재원을 통합하고 기금을 확충해 청소년 육성과 지도자 양성 및 우수학생 장학사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재단도 만들기로 했다. 이와 함께 흥사단 100주년 기념회관도 새로 짓는다.현재의 서울 동숭동 ‘도산회관’을 매각하고 새로 짓는 방안과 현 부지를 활용해 새 건물을 신축하는 방안 중에 하나를 선택할 방침이다. 기업의 윤리경영을 촉구하는 등 부설 ‘투명사회운동본부’에서 지금까지 주창해온 대로 정직하고 깨끗한 사회 건설을 위한 투명 사회운동도 계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흥사단은 지금까지 외연의 확대를 목표로하는 일반 시민단체와 달리 인재양성 등 내실에만 주력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비전 2013에 담긴 10대 과제에서 드러나듯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가장 오래된 순수 시민운동단체로서의 역할을 보다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김소선 이사장은 “조직강화를 위한 단우(團友)수 배가운동 등에도 박차를 가해 100주년을 준비하겠다.”면서 “우리 사회는 원칙과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편법과 눈가림,분단의 장기화로 인한 남북한 경제적 격차와 문화적 이질성 심화,세대·이념·지역·계층간 갈등 격화 등의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다.”고 흥사단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김성수기자 sskim@
  • [씨줄날줄] 문화 충돌

    노무현 대통령의 ‘문화 충돌’이라는 말이 화제다.노 대통령은 22일 해외 공관장 만찬에서 이 말을 했다.그는 한총련의 5·18 시위 뒷얘기를 소개하면서 “요즘 문화의 충돌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대통령의 문화 충돌은 매우 심각하고 위험한 일이다.대통령이 국민의 정서와 괴리돼 있다는 것을 나타내기 때문이다.한총련 시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문화 충돌이라는 말은 대통령이 가볍게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대통령은 어느 일부 세력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다. 노 대통령은 21일 “전부 힘으로 하려고 하니 대통령직을 못해먹겠다는 위기감이 든다.”는 말도 했다.집단행동을 앞세운 집단이기주의가 판치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국가 지도자로서 너무 경솔한 발언이다.대통령의 절제되지 않고 직설적인 화법은 많은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품위없는 말들은 대통령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있다. 그러나 좋은 의미로 권위주의를 청산하는 과정이라 볼 수도 있다.합리적 근대화 과정을 거치지 못한 우리나라에는 강요된 권위주의가지배해 왔다.권위주의는 분단과 전쟁,독재과정 등에서 나타난 역사적 모순과 불의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억압해 왔다.노 대통령은 이러한 권위주의에 반발해 왔다.그는 공관장 만찬에서 “경호가 삼엄하지 않은 사회,두렵게 느껴지지 않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그의 탈권위주의적인 열린 리더십 지향은 시대흐름과 맞는 바람직한 일이다. 민주적 리더십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신념은 확고한 것 같다.그는 “국외에서 볼 때 한국이 개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도 이런 민주주의를 한번 해 보자는 게 내 소망이다.”라고 말했다.‘한국이 개판’이라는 말은 대통령이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말이다.그러나 혼란을 겪더라도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한 신념을 읽을 수 있다.문제는 대통령의 낭만적 이상주의다.인간은 탐욕적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탐욕이 사회의 혼란을 가져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민주적이지만 권위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권위있는 지도력과 권위주의는 다르다.권위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지도력을 발휘할 때 강화된다.정치는 이상이 아니라 현실에서 피어나는 꽃이다. 이창순 논설위원
  • 보러 갑시다

    [미술] ■ 송영수 조각전 31일까지 모란미술관(031)594-8001.철조각의 개척자인 작가의 대규모 유작전.40살로 요절한 작가는 김세중·최만린·최의순 등과 함께 한국 조각계 전후 1세대작가. ■ 제5회 김동희 사진강좌 전시회 27일까지 코닥포토싸롱(02)2264-9066.고성 통일전망대·화천 평화의 댐·철원 월정리전망대·임진각 망배단·백령도 등 분단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장소를 담은 다큐멘터리 사진.김동희·강경아·강대용·김미자 등 출품. ■ 박영대 작품전 28일∼6월3일 인사아트센터(02)736-1020.보리와 멍석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현대 수묵화. ■ 가정오락전 6월1일까지 가나아트센터(02)720-1020.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기획전.회화·만화·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의 80점. ■ 이만익 개인전 6월5일까지 송미령갤러리(02)540-8404.오방색으로 그린 단순한 구도의 유화. ■ 강요배 작품전 6월11일까지 학고재화랑(02)720-1524.‘물매화 언덕’등 제주의 자연을 그린 풍경화. [무용] ■ 동양 춤속의 여형(女形) 25일 오후 5시,26일 오후 7시30분 국립국악원 우면당(02)520-8137.세계 민족무용연구소가 주최하는 세계 무형문화재 초청시리즈.한·일 양국 명무 이매방과 후지마 란코 출연. ■ 백조의 호수 6월1일까지 화∼금 오후 8시,토 오후 3시·8시,일 오후 2시·7시 LG아트센터(02)2005-0114.영국 안무가 매튜 본의 댄스 뮤지컬. ■ 춤추는 봄날의 풍경 25일 오후 8시 가나아트센터 야외극장(02)760-4104.지구댄스시어터 10주년 기념공연. [뮤지컬] ■ 마네킹 23일∼7월13일 화∼목 오후 7시30분,금·토 오후 4시·7시30분,일 오후 3시·6시 연강홀(02)3675-2275.오은희 작,배해일 연출.백화점 마네킹을 소재로 한 창작 탭뮤지컬. ■ 그리스 29일까지 월∼금 오후 7시30분,토 오후 4시·7시30분,일 오후 3시·6시 대학로 폴리미디어씨어터(02)552-2035.이지나 연출.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의 열정과 좌절을 로큰롤 음악으로 표출. ■ 지하철 1호선 9월14일까지 화∼금 오후 7시30분,토 오후 4시·7시30분,일·공휴일 오후 3시·7시 학전그린소극장(02)763-8233.김민기 번안·연출.중국 옌볜 처녀의 시선으로 바라본 서울의 명암. ■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23일∼6월5일 화·목 오후 7시30분,수·금·토 오후 3시·7시30분,일 오후 2시·6시 문화일보홀 1588-7890.이윤택 재구성·연출.신파극 ‘홍도야 울지마라’를 새롭게 꾸민 대중극. [연극] ■ 당나귀들 30일까지 평일 오후 7시30분,토 오후 4시·7시30분,일 오후 4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02)2274-3507.정영문 작,김광보 연출.긴박한 전쟁상황에서 사태파악을 못한채 공허한 말장난뿐인 신하들을 주인공으로 한 부조리극. ■ 날 보러와요 6월12일까지 화∼금 오후 7시30분,토·일 오후 4시30분·7시30분 동숭아트센터 동숭홀(02)764-8760.김광림 작·연출.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코믹형사극. ■ 기차 27일∼6월22일 화∼금 오후 7시30분,토·일 오후 4시30분·7시30분 축제소극장(02)744-6411.박정의 구성·연출.마법사 부부가 벌이는 엉뚱하고 익살스러운 무언극. ■ 조통면옥 6월29일까지 화∼금 오후 7시30분,토·공휴일 오후 4시30분·7시30분,일 오후 4시30분 동숭아트센터소극장(02)762-0010.오태영 작,민복기 연출.조통면옥 간판을 단 냉면집이 알고보니 월남·월북자의 비밀통로.통일을 소재로 한 풍자코미디. ■ 늙은 부부이야기 6월1일까지 화∼금 오후 7시30분,토·일 오후 4시30분·7시30분 아리랑소극장(02)766-1483.오영민 작,위성신 연출. 황혼기에 찾아온 사랑.손종학 김담희 출연. [클래식] ■ 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 23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781-2242.지휘 장-폴 페닝,피아노 김정원. ■ 동심으로 두드리는 소리의 세계-유아음악회 23일 오전10시30분·오후 3시 부암아트홀(02)391-9631. ■ 하늠 체임버 앙상블-사랑과 평화를 위한 콘서트 25일 오후 7시30분 금호아트홀(02)3436-5222. ■ 임종필 피아노 독주회 25일 오후 7시30분 한국예술종합학교 KNUA홀(02)497-1973. ■ 이화여대 음대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공연 25·26일 오후 7시30분,27일 오후 4시·7시30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02)3277-2423. ■ 국제오페라단 도니제티 ‘사랑의 묘약’공연 27∼31일(29일 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02)516-0896.예술총감독 김진수,연출 박성찬,최승한 지휘 강남심포니.국민대 합창단. ■ 즐거운 민속음악과 비하우스 첼로 앙상블 26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593-8009.음악감독 이종영. ■ 한국오페라연구회 정기연주회 27일 오후 7시30분 명동성당 꼬스트홀(02)2265-9235. ■ 하워드 창 바이올린 리사이틀 27일 오후 8시 호암아트홀(02)751-9606.피아노 김원민. ■ 김성미 피아노 독주회 29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02)586-0945. [콘서트] ■ 리얼그룹 내한공연 23일 오후 7시30분 울산현대예술관,24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26일 오후 8시 대전 정심화문화회관 1588-7890. ■ 이정선 콘서트 23일 오후 7시30분,24일 오후 4시·7시30분,25일 오후 5시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02)355-5720 ■ 전인권 록 콘서트 24일 오후 7시 장충체육관(02)3272-2334. ■ 활 ‘세이 예스’콘서트 24일 오후 4시30분·7시30분,25일 오후 6시 대학로 라이브극장(02)392-5053. [국악] ■ 여민동락(與民同樂)-공경과 나눔 6월1일까지 평일 오후 7시30분,토·일 오후 5시 국립국악원 예악당(02)580-3300.조선 숙종조의 기로연(耆老宴) 재현. ■ 두레예술단 ‘가족사랑 풍물 기원굿’ 23일 오후 7시30분 국립국악원 별맞이터(02)599-6268. ■ 천안시 충남국악관현악단 정기연주회 23일 오후 7시30분 천안시민회관 대강당(041)550-2496.지휘 홍종진.
  • 기고 / ‘동아시아 정체성’ 함께 찾아야

    동아시아 지역 정체성의 필요성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가장 긴박하고 가시적인 필요성으로 ‘위기의 지역화’에 대한 공동대응의 필요성이다.정치·경제적인 문제가 일국적인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는 많이 있어 왔다. 그러나 세계화의 조류와 더불어 국가적인 차원은 물론 그 하위 단위에서의 잦은 접촉과 협력을 가져옴으로써 문제의 발생과 해결에 있어 지역적 차원의 시각을 요구하게 되었다. 1997년의 아시아 금융위기가 경제영역에서 이런 새로운 흐름을 가장 긴박하게 보여준 예라면,황사현상에 대한 중국과 한국의 공동대응 요구나 탈북난민에 대한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관련국들의 공동대응 필요성 등은 환경과 정치영역에서 지역화의 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 문제들은 문제 자체가 전통적인 정치 주체로서 일개 국가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일 뿐만 아니라 그 해결에서 단순히 국가간의 외교적인 차원을 넘어 장기적인 협력과 지속적이고 제도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둘째,동아시아 지역이 공유한 역사의 해석과 이해를위한 전제이자 동시에 결과로서의 지역 정체성이 요구된다.지역이란 잦은 접촉과 빈번한 교류에 의해 자연스럽게 협력이 발생함과 동시에 갈등과 분쟁도 일어나는 일정 영역을 일컫는다. 즉 오랜 시간 동안의 접촉은 역사적 체험에 있어서도 공동의 과제를 낳는다.동아시아는 무엇보다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접어들자 서구의 충격에 대해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지역적인 위기를 겪으면서 서로 갈등하고 대립하게 되었다. 한·중·일 3국은 이후 서로가 소원한 채 냉전의 상황을 견디면서 각 국은 서로 다른 방법을 통해 근대화의 길을 걸어왔다.이제 탈냉전과 탈이데올로기 시대를 사는 동아시아는 지난 역사적 경험에서 서구와의 대결이라는 문제와 그에 연관된 근대화의 문제,그 근대화의 방법을 둘러싼 적대적 이데올로기 문제를 어떻게 독자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서구에 의해 강요된 근대화의 와중에 겪게 된 식민지와 전쟁,분단,이데올로기의 대립이라는 문제는 동아시아 지역이 공동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역사적 과제로남아 있다.동아시아의 정치·경제 협력의 과제와 더불어 역사 해석의 문제도 동아시아가 무엇이며,무엇이어야 하느냐라는 동아시아 정체성의 문제가 선결될 것을 요구한다. 정치·경제 협력도 기술적인 것만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동아시아지역이 지향하려는 공동의 가치에 기반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 공동의 가치 창출은 근대 동아시아의 역사적 경험에 대한 해석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럼 동아시아의 지역 정체성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형성될 수 있고,형성되어야 하는가? 우선은 일국적으로 정치·경제적인 면에서의 민주화를 통한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동아시아 지역에 대해 개방적일 만큼 정치와 경제에 있어 서로의 수위가 맞춰져야 하겠다. 마지막으로 지역 정체성의 형성에서 한국의 역할이다.지난 150여 년간의 동아시아를 결정지어온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식민지와 전쟁,분단,압축 근대화와 민주화라는 한국의 경험은 그대로 근대 동아시아의 역사적 경험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동아시아 지역화와 그 토대로서의 동아시아 지역정체성의 모색에서 한국은 지역화의 보편적 가치를 창출해 내고 동아시아적 시각을 계발하는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오 향 미 서강대 사회과학硏 연구 교수
  • [오늘의 눈] 민족이냐 동맹이냐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 이후 던져진 우리사회의 논쟁거리다.좀더 적나라하게 들어가 보자. “만일 북한과 미국이 전쟁을 한다면 우리는 누구 편을 들 것인가?” 북한 편도 있고,미국 편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대다수의 대답은 이럴 것이다.“질문 자체가 엉터리다.절대로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그렇다.그것이 정답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답이 아니라 어리석은 이분법으로 우리를 내몰고 있다.북한은 민족공조로 ‘미제’에 대항하길 갈구하고 있고,미국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뒤 우리가 어느 쪽에 설 것인지 확실하게 선택하라고 강요하고 있다.어려운 상황이다.한가닥 교훈을 역사로부터 얻어보자. 건국 이후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 대통령 시절까지는 논란의 여지가 없었다.동맹이 절대선이었다.민족공조는 소수의 절규였고,정권의 이벤트였을 뿐이다.김영삼 전 대통령은 야심찬 변화를 시도했다.“민족에 우선하는 우방은 없다.”고 선언했다.그러나 일관성 없는 대외정책으로 민족도 잃고 우방도 잃었다.김대중 전 대통령은 꾸준하게 민족의 화해·협력을 밀고 나갔다.미국과의 동맹에도 늘 신경을 썼지만 클린턴 정권이 물러가고 부시 정권이 들어선 뒤에는 동맹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결국 역사는 동맹과 민족을 동시에 만족시킨다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노무현 대통령은 민족 대신 동맹을 택한 것 같다.우리나라의 명운이 걸린 경제와 안보 양쪽에서 칼자루를 쥔 것은 결국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적지 않은 국민이 실망하고 있다.노 대통령의 변신이 밉고,강단없는 정부가 원망스러울 것이다.그러나 괴롭지만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우리 민족은 늘 가슴 속에 분단의 짐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그리고 그 무거운 짐을 벗기 위해 우리는 이토록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도운 정치부 기자dawn@
  • 2010 동계올림픽 개최지결정 D - 50/ ‘평창 코리아’ 부동표 공략에 달려

    ‘남은 50일이 평창의 운명을 좌우한다.’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이 13일로 꼭 50일 앞으로 다가왔다.오는 7월 2일 체코 프라하에서 ‘평창 코리아’가 울려 퍼질 수 있도록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는 물론 정부와 체육계 모두 총력전에 돌입했다. ●안개속 판세 강원도 산골 평창은 초반에는 세계적인 휴양도시 캐나다 밴쿠버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견줘 인지도가 떨어져 고전했다.그러나 지난 2일 공개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평가보고서에서 보듯 3개 도시가 순위를 매기지 못할 만큼 접전을 펼치고 있다.중앙정부의 지원과 국민의 열기는 평창이 단연 앞선다. 유치위원회의 최종 득표전략은 부동표와 제3세계 공략이다.126명의 IOC 위원 중 프라하 총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위원은 115명 안팎이다.57∼58표만 얻으면 개최권을 확보할 수 있다. 유치위원회는 부동표가 대략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한다.부동표 흡수를 위해 오는 15∼17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IOC 집행위원회에서 위원들을 상대로 치밀한 홍보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동계종목이 낙후된 아열대 지역 중심의 제3세계 IOC위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평창은 매년 겨울 250만달러를 투자해 꿈나무들을 초청,겨울스포츠를 접하는 기회를 제공해 왔다. ●북핵 변수 전세계가 북한 핵문제를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부정적인 요소다.IOC 위원들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평화의 제전을 열어야 한다는 명분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북핵과 전쟁 가능성을 걱정해 왔다.그러나 북한 중국 미국의 3자 회담과 한미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리면서 상황이 많이 호전됐다. 서구의 전유물처럼 여겨져온 동계올림픽이 아시아에서도 뿌리를 내려야 함은 물론 올림픽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한반도 개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평창의 주장에 점점 힘이 실리고 있는 느낌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
  • “100시간의 통일 교육보다 한번 금강산 관광 더 효과”한국청소년개발원 길은배 연구위원

    “이제는 청소년의 코드에 맞는 통일교육이 필요한 때입니다.” 한국청소년개발원의 길은배 연구위원은 5일 통일시대의 주역인 청소년들에게는 ‘맞춤형’ 통일교육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그는 우리 사회에서 몇 안 되는 청소년 통일의식 전문가로 통한다. ●구체적인 통일교육 필요 길 연구원은 먼저 청소년 문화에서부터 통일교육 접근을 시도했다.“과거에도 청소년 문화는 독특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들의 문화는 세밀하고 정밀해진다.”면서 “이처럼 다양해진 그들의 문화코드에 맞추지 못하면 무엇이든 외면당하고 만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한 통일 관련 토론회에서 이화여대 북한대학원생으로부터 들은 얘기를 소개했다. 우리 통일교육의 현 주소가 읽혀지는 대목들이다.“학교 통일교육은 아무런 필요가 없어요.수능시험에 통일과 관련된 문제가 몇 개 나왔어요.하지만 누구도 통일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을 거예요.다만 정답을 골랐을 뿐이죠.무슨 문제가 나왔는지 이제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아요.” 수능시험의 통일 관련 문제는2000년 2개에서 2001년에는 5개로 늘어났다.하지만 수능문제는 기성세대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길 연구원은 “남북은 한민족이므로 통일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는 좀 빈약하다.”면서 “통일의 역사적·경제적·문화적 당위성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소년들의 북한 바로 알기 청소년들의 북한에 대한 관심사는 기성세대와 다르다.“북한 아이들도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을 먹나요?” “평양에도 맥도널드가 있나요?” “북한 학생들도 수업시간에 땡땡이를 치나요?” “북한에도 학교주변에 돈을 뺏는 불량배가 있나요?” 이런 것들이 우리 청소년들의 일반적인 관심사라고 한다. 길 연구원은 청소년들과의 대화를 통해 “100시간의 통일교육보다 금강산 관광 한번이 훨씬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청소년들은 금강산에서 북한 청소년을 만났든 못 만났든 관계없이 통일문제에 대해 보다 깊은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길 연구원은 통일을 위해서는 우리 청소년뿐만 아니라 북한의 청소년에 대한 연구도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그 첫 단계로 탈북 청소년들에 대한 교육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현재 북한에서 탈출해 한국에 온 청소년은 800명 정도.이들도 학교에서 우리 청소년과 함께 통일교육을 받지만 대부분이 코웃음을 친다고 한다.우리의 통일교육이 너무 현실과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우리 청소년에게도 희망 보여 1989년 독일 통일의 한 당사자인 호네커 전 동독 공산당서기장은 1940년대부터 동·서독 청소년 교류의 선봉장 역할을 해왔다고 한다.그런 경험이 호네커 서기장으로 하여금 서독과의 통일을 적극 추진할 수 있도록 만든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월드컵 4강전에서 한국팀이 독일에 아깝게 패한 뒤 많은 청소년들이 “실력 때문이 아니다.분단된 한국이 통일된 독일에 진 것”이라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통일된 조국이 모든 면에서 낫다는 얘기다. 길 연구원은 “우리 청소년들에게도 그런 희망을 본다.”고 말했다. 이도운기자 dawn@
  • KNCC 석탄일 축하메시지

    백도웅(사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총무는 2일 조계종 법장 총무원장에게 부처님 오신날 축하메시지를 보내 “부처님 오신 날에 넘쳐나는 기쁨이 평화와 협력의 초석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백 총무는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찾을 수 없어서 낙심하고 있는 형편이며 이는 우리 사회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며 “분단된 민족이 평화와 통일의 민족으로 되어가는 일에 종교인들이 함께 협력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imus@
  • “北과 합작영화 의사타진중”/ 23일 남북 동시개봉 ‘아리랑’ 제작팀

    “비극적 삶의 희로애락을 흑백필름에 담아보고 싶었습니다.”(이두용 감독) “처음엔 춘사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을 복원하겠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자꾸 욕심이 생겼습니다.내친 김에 북한 개봉까지 추진하겠다고 작정했지요.”(이철민 시오리엔터테인먼트 대표) 오는 23일 남북에서 동시개봉될 예정인 영화 ‘아리랑’의 이두용(61) 감독과 제작사 시오리엔터테인먼트의 이철민(32) 대표는 요즘 들떠 있다.국내 영화의 동시개봉 사례가 분단 이후 처음인 데다 지난달 29일 첫 시사회에서 반응이 기대보다 뜨거웠기 때문이다. 원작은 1926년 제작된 나운규의 ‘아리랑’.이후 지금까지 국내에서만 이미 7차례나 영화화된 ‘고전’이다.이번 영화는 그중에서도 가장 복고풍에 가깝다.흑백화면에 변사를 썼으며,18프레임(보통은 24프레임)으로 찍어 분절되는 동작 등이 그 옛날 무성영화 느낌 그대로다. 북한 개봉을 추진한 것도 그런 민족적 정서를 믿었기 때문이다.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필름을 갖고 북한에 가서 평양시민들을 대상으로 첫 시사회를 열었는데,반응이 아주 좋았다.”면서 “사스가 진정되는 대로 입북해 정식 합의서를 작성해야 하지만,지난달 22일 주중 북한대사관 영사로부터 동시개봉 사실을 재확인받았다.”고 말했다.현재 북한에 보낸 필름은 2벌.“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도 영화 감상평을 말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이 대표는 “합의서가 작성되면 개성영화관과 평양국제회관에서 상영될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회사 창립작품으로 위험천만한(?) 실험을 감행한 이 대표만큼이나 이 감독에게도 영화의 의미는 각별하다.“70년도 더 된 영화를 리메이크한다는 사실이 솔직히 처음엔 내키지 않았습니다.그런데 가만 생각하니 의미가 큽디다.완전 복고를 지향해서 기본적인 정서까지도 ‘신파’로 한번 돌려보자 싶었지요.해학과 풍자로 뒤범벅된 신파.웃음의 참의미를 안다면,제 생각엔 요즘 젊은 관객들도 외면하지 않을 거라 믿어요.” ‘피막’ ‘물레야 물레야’ ‘뽕’ 등의 히트작으로 70,80년대를 풍미한 노장 감독의 말에 자신감이 묻어 있다. 제작비는 13억원.대형 투자사를 등에 업고 뭉칫돈을 들이는 블록버스터에 비하면야 ‘껌값’이지만,이 대표에겐 집 팔고 사채까지 끌어댄 거액이다.“제작공부 10년할 것을 이 영화 한편으로 끝내겠다.”는 이 대표가 열심히 평양의 극장을 노크하는 진짜 속내는 따로 있다.조만간 북한과 합작형태의 영화를 찍기 위해서다.그는 “남북이 공감할 수 있는 역사를 소재로 판타지가 가미된 시나리오 몇 편을 북측에 넣어놓고 의사를 타진 중”이라고 조심스럽게 귀띔했다. 황수정기자 sjh@
  • [열린세상] 북한문제와 일관성

    신의 없기로는 정치가의 말이 으뜸이라고 하지만,링컨은 국민을 영원히 속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 했다.결국에는 경험을 통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게 되기 때문이다. 당사자가 국정을 책임진 위치에 있는 사람쯤 되면 정직한 사람이라는 말보다는 오히려 원칙있는 사람이라는 말이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원칙이라는 큰 틀 안에서라면 거짓도 정직도 모두 국민을 위한 것으로 수렴될 수 있어서다.대저 원칙을 지키는 것이 원칙을 위해 싸우는 것보다 어렵다고 했는바,그것은 위정자가 되고 난 다음의 어려움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데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이 배제된 북핵 회담을 둘러싸고 달라진 노무현 대통령의 말들 가운데 내면적으로 어떤 연결점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나름대로 원칙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바람이다.북핵 문제에 관하여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했을 때 기실 아무런 내용이 없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형식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다는 수사에 이르러서는 다소 허탈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더욱이 북핵회담에서 북한만 한국을 배제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미국도 한국이 북한편을 들지 모른다는 의구심에 내심 이를 원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는 마당이다. 일부 논자들이 굴욕에 가까울 만큼 북한에 무한한 양보를 하는 것이 어떤 일이 있어도 전쟁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인지,같은 동포로서의 형제애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하지만 중요한 것은 북한의 생존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생존이 최우선이라는 점이다. 분단이라는 모순은 우리가 풀어내야 할 지상 과제임이 틀림없다.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역사적 안목으로 보면 극히 짧은 순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우리는 과거 통일신라 전후에도 분단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여기에 남북조나,송(宋) 등 중국의 경험을 보태어보면 적어도 민족의 분단은 결코 영원할 수가 없다는 점은 확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있었던 통일 시도는 최근 독일의 예를 제외하고는 평화적으로 해결된 적이 없다는 점이 하나의 걸림돌이자 향후 정책방향의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북한은 형제이자 무기를 맞대고 있는 적이라는 양면성이 있다.어느 측면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대응방안이 달라지겠지만,결코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전쟁가능성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여기서 누가 형제를 죽인 카인역을 맡을 것인가는 6·25의 생생한 기억이 말해준다. 니알 퍼거슨은 ‘현금의 지배’라는 책에서 다양한 다른 동인과 함께 경제가 세상을 돌아가게 한다는 기본관념을 시인했다.그중에서도 전쟁은 특히 경제의 뒷받침이 없이는 수행될 수 없는 아주 값비싼 행위라고 말한다. 요컨대 돈 없으면 전쟁도 없다는 것이다.북한이 경제적으로 피폐하면 할수록 전쟁위협도 적을 수 있다는 역설도 성립할 수 있는 대목이다.퍼거슨은 이어 민주국가는 제도상,의사 결정상의 특성으로 잠재적인 힘을 행사할 수 없으면 경제적·생산적으로는 열등하지만,파괴적으로는 보다 우월한 독재체제의 군사적 도전에 내몰리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북한에 형제애를 내세우더라도 이에 대한 대책이 있은 뒤에 하는 것이 순서에 맞는다고 본다.그리고 진심으로 북한을 돕고 싶다면 누구도이를 반대하지 않겠지만 지금보다 더 투명하고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의 인권만큼 북한동포의 인권도 중요한 것이고,따라서 이에 관해 잘못이 있으면 지적해 주는 것이 진정한 형제애요 일관된 원칙이다.인권에 대하여 목청을 높이던 사람들이 북한의 인권에 대하여는 계량화된 자료가 없어서 모르겠다고 하는 것은 이중적이고도 위선적인 처사라는 생각이다.물론 그들은 분명히 자신들이 생각하는 일관성은 종류가 다르다고 강변하겠지만. 김 형 진 변호사
  • ‘카프´ 주역 탄생 100주년 윤기정 외아들 화진씨

    “소학교 3학년 때인 46년 서울역에서 ‘내 잠깐 다녀올게.’라고 하시며 떠난 게 마지막이었죠.가족을 버리고 어떻게 떠날 수 있었을까 지금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카프(KAPF,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의 대표적 이론가로 활동하다 월북한 아버지 윤기정(1903∼?)을 생각하면, 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전문위원 윤화진(67)박사의 가슴은 꽉 막혀온다.열살 이후 부르지 못한 아버지란 말은 그리움과 갈등으로 얼기설기 얽혀 있다.윤기정은 1925년 카프 초대국장을 지낸 뒤 계급문학으로서 목적의식을 강화한 1,2차 방향전환을 주도해 2차례나 투옥됐으며,광복 후 소설가 이기영 주도의 조선프롤레타리아문예동맹의 서기장으로 활동하다가 월북했다.이후 조소문화공동협력위원장 등을 지낸 뒤 숙청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 얘기 나오면 요즘도 소화안돼 분단의 상처로 신음하는 불구의 조국은 월북작가의 아들에게 한을 안겨주었다.“아버지 얘기만 나오면 요즘도 소화가 안 된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의식은 무겁다.그 때문에 대산문화재단과 민족문학작가회의 주관으로 24,25일 열리는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에서 자신의 부친이 새롭게 조명받는 것과 관련한 인터뷰도 처음엔 한사코 거절했다. 힘들게 연 그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드라마의 대상이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근본적 치유보다는 몇몇 가족이 만나서 울고불고 하는 장면의 연출만으로 쓰라림을 달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50년 넘게 가족을 만나지 못하게 하는 정치논리의 희생양이 된 게 분하고 억울하다는 것이다. “피해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 문제는 하나의 사회 캠페인 차원으로 승화해야 합니다.가족이었다는 이유로 인해 평생 가슴 졸여온 ‘고난의 연대’를 그 후손들에게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지요.말하자면 법적인 해방에서 나아가 심리적 자유까지도 보장해야 합니다.” 한번 트인 말꼬는 그동안 살아온 숱한 어려웠던 이야기로 이어졌다.34년 카프2차 검거 때 투옥돼 전주에서 출옥한 뒤 낳은 외동아들이 그였다.당연히 그에 대한 사랑은 남달랐다.그러나 그 내리사랑과는 별개로, 아버지는 자신의 사상적 자유와 이상을 위해 월북했다. 다행히 집안에는 재산이 많았다.“할아버지가 일찍 사금융에 눈을 떠 돈을 버셨고,어머니가 시집올 때 경기 파주 일대의 많은 땅을 갖고 오셨습니다.광복전 해마다 추수 때면 쌀을 가득 실은 소달구지 10여대가 집앞에 늘어섰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부 덕분에 아버지 윤기정을 비롯,카프의 맹원들이 일제의 감옥에 갇히면 변호사 비용을 댔다고 한다.또 박세영이나 송영 등이 자기 집으로 찾아와 기댈 수 있는 둥지가 되었다는 것이 윤씨의 기억이다. 그러나 광복 후 토지개혁으로 땅은 다 날아갔고 가재도구 등을 팔아가면서 살아갔다.윤씨는 어쩔 수 없이 소년가장이 되었고 안 해본 일이 없다.할아버지의 피를 이어 받았는지 이재에도 밝아 조부모는 “공부는 접고 장사를 해보라.”고 권유했다. ●‘가족만을 위해 살자’ 결심 윤씨가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경제적 어려움보다는 정신적 고통이었다.6·25 직전까지 1주에 한번 꼴로 급습해서 집안을 뒤지는 ‘권력의 감시’는 한창 자라나는 윤씨의 예민한 의식을 어두움으로 채색했다. “굉장히 많던 책과 아버님 사진 등을 모두 불태웠어요.조부모님은 “너는 사상의 ‘사’자 근처에도 가지마라.”고 타일렀어요.” 그는 “가족만을 위해 살자.”고 결심했다.역사에 남을 인물은 못 되더라도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인한 멍에를 가족들에게는 씌우지 않겠다고 독하게 다짐했다. “그런 상황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를 못한다.”는 윤씨가 잊지 못할 사건은 두가지.첫 사건은 그가 고교 3학년 때 아버지가 대남방송을 통해 안부를 물은 것.“북에 계신 아버지가 대남방송을 했어요.그 대응으로 육군정보국의 장교가 찾아와 ‘네가 대북방송으로 회답을 해야겠다.’고 말하더군요.집안에선 야단이 났지요.그래서 ‘지금 내 주위에선 아무도 아버지의 월북을 모르는데 그 사실이 알려지면 곤란하다.’고 했지요.천우신조일까요?이해심 깊어보이는 그 장교는 ‘열심히 살아라.’라며 돌아갔어요.지금도 그분께 감사하고 있어요.” 두번째 일은 유학과 관련돼 있다.윤씨는 62년 방한한 미국 경제학자 로스토의 서울대 강연을 듣다가 영어로 공격적인질문을 던지면서 벌인 논쟁이 계기가 돼 미국 정부 장학생으로 발탁된다.그러나 반공 이데올로기의 서슬이 시퍼런 시대에 월북작가의 아들에게 외국행을 허락할 리 만무였다.하지만 집안 사정을 잘 아는 고교 동창생이 마침 치안국 정보과 경위로 있어서 미국 길을 터주었다. ●잠재의식은 여전히 검열받는 중 우여곡절 끝에 64년 미국으로 건너가 예일대에서 학위를 받고 67년 귀국해서 연세대 강사,한국투자금융 심사담당관 생활을 지낸 뒤 68년 아시아개발은행 전문위원에 발탁,27년 동안 경제개발 전문가로 일했다.95년 귀국해 재벌그룹 고문,중견건설회사 회장을 지낸 뒤 지금은 미국계 벤처기업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체험에서 우러나온 말로 인터뷰를 정리했다.“역경도 많았지만 열심히 노력한 결과,나름대로 만족도 하고 보람도 있었다.그러나 가족이나 친지의 일로 불이익을 받는 일은 문명국인 법치국가에서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이제 법적인 불이익은 주지 않지만 당사자들의 잠재의식은 여전히 검열받는 ‘심리적 속박’에서 벗어나게 해주어야 한다.”고 말끝을 흐리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종수기자 vielee@
  • [시론] 北核회담 관전법

    북핵 위기를 협의하기 위한 베이징회담을 앞두고 북·미 당사자간에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샅바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미국이 베이징 회담의 성격을 3자회담이라고 못박으며 ‘북한의 핵폐기 보상이 없다.’고 선수를 치고 나가자 북한은 3자회담이 아닌 북·미회담이라고 응수하며 ‘핵연료봉 재처리 진행중’이란 강수를 구사하며 정면대응하고 있다. 미국의 강경파들은 이라크 전쟁 승리의 여세를 몰아 북한을 완벽하게 압박하여 핵 동결이 아닌 포기시킨다는 적극 공격자세로 상대방이 백기를 들도록 회담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반면 북한은 샅바싸움에서부터 밀리면 회담은 하나마나라는 절박감 속에서 보내기번트보다는 강공전략을 채택하고 있다.이러한 신경전은 향후 회담의 갈 길이 만만치 않으며 모든 의제와 안건이 회담장에서 결정되어야 하는 어려운 회담이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회담을 둘러싼 북·미간 신경전이 치열해지면서 한국의 불안감은 깊어만 가고 있다.야당에서는 한국이 회담 당사자로서 참여하지 못하고 경제적 부담만 감당하였던 제네바합의의 재판이라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북핵위기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나면서 평화적 해결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는 3자회담으로 가닥이 잡혔으나 국내 분위기는 어수선하기만 하다.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정부와 국민들은 베이징 회담에 대한 바람직한 관전법은 무엇인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 같다.국익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관전전략이 필요하다. 첫째,회담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현재 시점에서 성급한 낙관도,비관도 현명치 않다.한두 차례 회담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고려하여 중장기 대응전략을 수행하여야 한다.베이징 회담은 길고 지루한 회담 장정(長征)의 시작일 뿐이다.어차피 양측의 사활적 국익이 걸린 이상 토씨 하나를 수정하는 데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전제하에 대응전략을 세워야 한다. 둘째,북한이 다자간 회담의 틀을 수용하였으나 회담은 기본적으로 북·미 양자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북측이 금번 회담에서 중국은 장소국(場所國)으로서의 해당한 역할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은 회담의 성격을 규정하는 데 중요한 변수다.중국 역시 이러한 역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미국의 희망대로 한국과 일본이 참여하는 다자틀로 확대된다고 하여도 한·일의 역할은 경제적 부담에 초점이 맞추어지기 때문에 양자틀의 회담포맷을 이해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다.마지막으로 회담이 국론 분열과 정쟁의 소재로 비화하지 않도록 신중하여야 한다.냉정하게 판단해 볼 때 평화적 해결의 구도가 형성되면서 고조되던 전쟁의 분위기가 가라앉음에 따라 국민들에게 여유가 생기면서 모두가 너무 이상적인 해결을 그리고 있지 않은지 심사숙고하여야 한다. 물론 북한의 무리수로 사태가 발생하였기 때문에 결자해지 차원에서 북한이 협상에 나오는 것은 순리이며 한국이 참여하지 못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다.그러나 한국전쟁 이후 그간 한반도 관련 회담에서 한국이 당사자로 참여한 회담은 소수에 불과하다.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은 어제오늘의 전략이 아니며 역사성을 가지고 있다. 한반도 분단 상황은 현실이며 북측에 우리와 다른 체제가 57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는 것도 엄연한 실존이다.결국 냉혹한 국제정치 현실 인식하에서 베이징 회담을 관전하는 것이 실망과 좌절을 사전에 예방하는 첩경이 될 것이다. 남 성 욱 고려대교수 북한학
  • 아버지도 아들도 시국사건 공안수 / 굴절된 현대사에 맞선 父子

    아버지는 무기수였다.삶의 원형질도 유전되는가.아들의 삶도 편편치 않았다.아버지처럼 공안수가 되어 푸른 한때를 갇혀 지냈다.‘아버지,당신은 산입니다’(아름다운사람들 펴냄)는 백발의 노부(老父)와 그의 아들이 세상을 향해 함께 띄우는 연서(戀書)다. 자전적 수필형식으로 책을 엮은 주인공은 안재구(70)박사와 안영민(35)씨.미분기하학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았던 안 박사는 1979년 남민전 사건에 연루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영민씨도 1994년 구국전위 사건으로 구속돼 2년 반의 옥고를 치렀다. 안 박사가 형집행정지로 가석방된 것은 1999년.책은 반평생을 꼼짝없이 수의에 실어보낸 노 학자의 깊은 사색과 후일담을 담담히 펼친다.애타는 가족사랑,절절한 민족애가 행간행간에서 돋을새김되는 글들이다. “나는 징역살이를 많이 했습니다.그것도 무기징역을 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말입니다.”로 운을 뗀 아버지는 서울구치소와 전주교도소를 오가며 죽음과 직면한 지난 삶의 편린들을 현장수기처럼 찬찬히 들춰낸다. 교도소 인권개선을 위해단식투쟁을 불사한 기억,임진강에서 수영하다 공안사범으로 잡혀온 아들같은 청년과의 인연 등을 소개하는 그의 글에서 가슴이 신산해지는 까닭은 뭘까.반평생의 억울한 수형도 무가치한 것만은 아니라고 에둘러 말하는 여유에 오히려 코끝 찡해진다.“사회의 민주화는 교도소에서 먼저 감지됩니다.사회개혁이 정말로 이뤄지고 있다면 교도소의 개혁도 함께 이뤄지게 됩니다….”(제2장 ‘정지된 시간과 상처’중에서) 아들은 초등학교 5학년 가을 아버지를 감방으로 떠나보냈다.이제 그 아들이,깊고 은근한 존경의 시선으로 아버지의 삶에 박수를 보낸다.“역사의 길을 간다는 것은 어쩌면 바보처럼 사는 일이기도 합니다.정글과도 같은 자본주의사회에서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하고,분단과 대결의 민족사를 앞에 두고 평화와 통일의 길을 헤쳐가는 바보같은 이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제1장 ‘아버지의 이름으로’중에서) 굴절된 한국 현대사를 부자(父子)의 후일담으로 풀어놓던 책은,맨마지막장에 둘의 대담을 실어 ‘오늘과 내일의 우리’를 고민했다.한미동맹과 민족동조의 어느쪽이 우위여야 하는지,노무현 정부의 역사적 한계와 우리 세대의 가능성 등을 신랄하게 모색했다.안 박사는 현재 범민련·전교조 수학교사모임 고문 등으로,영민씨는 ‘민족21’지에서 민족·통일문제 전문기자로 각각 활약하고 있다.9500원. 황수정기자 sjh@
  • 근대문학 논쟁 주역의 삶과 작품

    권환 김기진 김영랑 김진섭 송영 양주동 윤극영 윤기정 이은상 최명익. 이들 10인은 얼핏 보면 지향한 세계관과 문학세계가 각각 달라 보이지만,그 내면을 들여다 보면 모두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부터 문학 활동을 시작하면서 ‘근대문학의 씨’를 뿌렸다는 점에서 한 곳에서 만난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과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염무웅)가 오는 24,25일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를 연다.탄생 100년이 된 이들 10인의 삶과 작품을 조명하면서 우리 근대문학이 어떤 과정을 겪으며 여물었는지 살피는 ‘문학축제’다. 두 단체 주관으로 심포지엄과 ‘문학의 밤’,학술제 등 다양한 기념행사가 진행된다.기획위원인 황현산 고려대교수는 “현대문학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이들을 기리는 작업은 문학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10인의 작가는 모든 장르에 걸쳐 골고루 활동한게 특징이어서 이들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것은 우리 현대문학의 연원을 살피는 학술회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세번째인 이 ‘문학축제’의 주제는 ‘논쟁,이야기 그리고 노래’이다.세 주제어에는 이들의 문학 인생이 농축돼있다. 먼저 카프(KAPF,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를 둘러싸고 전개된 치열한 논쟁은 근대문학사의 특징이다.일본 유학파 김기진을 비롯해 윤기정,송영,권환,양주동 등은 카프와 직·간접적 관계를 맺고 활발하게 활동했다. 소설가 김기진과 송영은 각각 ‘파스큘라’와 ‘염군사’라는 문인단체를 조직하면서 계급문학의 토대를 다졌다.소설가 윤기정은 아나키스트 논쟁으로 카프의 1차 방향 전환을,시인 권환은 1931년 카프의 볼셰비키화를 내걸고 2차 전환을 이끌면서 계급문학을 강조했다.이들의 시·소설·평론은 ‘문학보다는 삶’에 무게를 두었다. 이에 맞서 ‘문학’에 비중을 두었던 비(非)카프계열 작가들은 시조·외국문학·국문학 등 다양한 ‘이야기’(담론)를 펼쳤다.국민문학파의 이은상은 ‘시조 부흥론’을 주장했고, 해외문학파의 김진섭은 외국문학을 소개하면서 카프 계열의 작가와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또 중간파를 자처한 양주동은 문단의 좌·우파를 통합하려 애썼고, 국문학자로서도 큰 업적을 남겼다.한편 주옥같은 시어를 구사한 서정시인 김영랑과 동시 작가 윤극영은 ‘노래’의 단초를 만들었다. 24,25일 이틀동안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릴 문학제의 심포지엄에서 김대행 서울대 교수가 당시 논쟁을 상세하게 정리한다.또 김영민 연세대 교수는 문학에 대한 당시의 치열한 논쟁이 남북이 분단된 현재에도 유효하다는 논지를 펼친다.각론에서는 한양대 서경석 교수가 ‘카프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원광대 김재용 교수는 송영의 월북 이후의 활동에 대해 조명한다. 한편 25일 저녁 서울 안국동 ‘철학마당 느티나무’에서는 ‘문학의 밤’이 열린다.윤기정의 장남인 윤진화 전 아시아개발은행 전문 수석위원 등이 나와 ‘나의 아버지’코너에서 토크쇼 형식으로 작가들에 얽힌 이야기 보따리를 푼다.이밖에 김영랑·권환의 시를 낭송하고 이은상과 윤극영이 지은 노래를 부른다. 근대문학의 주역을 기리는 문학축제의 내년 무대에는 시인 이육사,소설가 계용묵 박화성 이태준,평론가 조윤제,수필가 이양하 등이 오른다.기획위원인 대산문화재단 곽효환 팀장은 “내년부터는 종합문학제 성격으로 3월에 개최하고,이후 열리는 기념사업회,지방자치단체 주관의 개별 작가 기념문학제와 유기적 관계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종수기자 vielee@
  • [열린세상] 韓美, 명분과 현실사이

    하나.지난 3월 초 미국 출장 길에 20여년 전 미국으로 이민 간 선배의 주선으로 교포들 몇 분과 자리를 함께했다.아무래도 한국에 관한 얘기가 주를 이루었는데 특히 애국심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아 보이는 그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조국’이었다.그들은 대통령 선거결과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시작,대북 비밀송금에 대해 울분을 토로했고,핵 문제에 관해 ‘악의 축’ 북한을 강력히 비난했다. 또 김정일 집단의 핵무기 개발은 세계평화에 대한 도전으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막아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그 대가에 전쟁도 포함되는가.”라는 질문에 그들은 “서울이 피해를 좀 보고 피를 좀 흘리더라도 이번 기회에 화근을 뿌리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러분의 아이들은 미국에 살고 있지만,내 아이들은 서울에 있다.난 어떤 경우에도 내 아이들이 피를 흘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조국에 대한 걱정은 조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맡겨 달라.”는 조심스러운 부탁에 그들은 무척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둘.3월 중순,전직 군 고위인사가 참석한 회식 자리가 있었다.당연히 이라크 전쟁이 화제에 올랐는데,그는 정부의 ‘비전투병’ 파병 결정이 몹시 불만스러운 듯했다.당연히 전투병을 파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는 ‘북한을 적이 아닌 같은 민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내린 결정에 매우 답답해 했다.그는 이렇게 주장했다.“미국만이 우리의 안보를 지켜 줄 수 있다.미군이 철수하거나 재배치되는 경우 안보가 뿌리째 흔들리게 된다.이번에는 우리가 먼저 전투병을 보내 미군과 함께 피를 흘림으로써 우리가 혈맹임을 확인시켜 주어야 한다.” “참 좋은 생각이다.단 이번 전쟁이 피를 흘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지원병을 조직해서 참전하면 어떨까.그러면 미국에 대해서도 면피가 되고,국론의 극심한 분열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제안에 분위기가 썰렁해졌다.참 힘든 자리였다. 셋.3월 하순 미군 고위 장성 한 사람과 기업인 몇 사람이 저녁을 함께하는 자리가 있었다.미군 장성은 두 여학생의 죽음과 그로 인한 촛불시위가 노 대통령의 당선으로 이어졌는데,많은 미국인들이 촛불시위를 본 다음부터 주한미군의 철수를 주장하고 있어서 걱정이라고 했다. 또 이라크 전쟁과 북핵 문제를 얘기하던 끝에 “지구상에는 질서 있는 세계와 혼란한 세계가 있는데,한국은 어느 세계에 속할 것인지를 결정짓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이 말을 받아 기업인 한 사람이 유창한 영어로 말했다.“50세 이상 세대는 노 대통령을 싫어했는데,그를 당선시킨 49세 이하의 세대 중에서도 상당수가 자신들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다.5년만 기다려 달라.우리가 다시 질서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 자리가 끝날 무렵 난 장군과 악수를 나누면서 서툰 영어로 얘기했다.“한국인은 누구나 질서 있는 세계에 살고 싶어 하지만 그 기준은 한국인 스스로가 결정하기를 원한다.” 세상 만사가 그러하듯이 미국과 우리의 국가적 관계에도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공존하고 있다.그러나 남북분단과 혈맹 관계라는 ‘현실’에 가려진 부정적 측면이 남긴 상처도 돌아보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최근의 경험들을 통하여 나는 미국의 시각에 자신의 그것을 맹목적으로 일치시켜 온,이른바 ‘지도층’들이 자신들의 공과를 돌이켜 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미간의 혈맹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며칠 전 비전투병 파병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대통령은 ‘명분 없는 전쟁’이지만 ‘전략적이고 현실적인 판단’에 따라 파병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명분과 현실 사이의 선택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라크전 파병을 계기로 앞으로의 한·미관계에 관한 생각과 논쟁은 보편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하는 우리 자신의 시각과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되기를 바란다. 조 용 경 포스코건설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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