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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드로 읽는책] 남북통일말사전/관정종환교육재단 엮음

    “이쪽으로 돌아누웠다 저쪽으로 돌아누웠다 하여도 잠은 여전히 오지 않았다. 어느덧 유리창으로 달빛이 교교하게 비쳐들면서 눈이 더욱 마롱마롱해왔다.” 북한 작가 황건의 소설 ‘새로운 항로’의 한 대목이다. 남한 사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마롱마롱이란 도대체 무슨 뜻인가. 작은 눈알이 생기 있는 모양을 북한에서는 마롱마롱 또는 마록마록이라고 한다. 우리말로 치면 말똥말똥 정도의 표현으로 바꿀 수 있다. 북한에서 소꿉동무를 송아지동무라고 한다든가, 초조할 때 손톱을 물어뜯는 것을 손톱여물 썬다고 말한다든가 하는 것도 우리에게는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일. 북한에서 흔히 쓰는 매생이 같은 말도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매생이는 노로 젓도록 돼 있는 작은 배를 가리킨다. 요컨대 더이상의 남북 언어 이질화를 막고 민족어의 풍요로운 미래를 위해서도 남북 말의 통합 내지 통일 작업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관정(冠廷)이종환교육재단에서 엮어 낸 ‘남북통일말사전’(두산동아)은 그런 점에서 적잖은 의미를 지닌다. 남북말사전과 북남말사전 편으로 나눠 각각 5000 단어씩 모두 1만개의 낱말을 싣고 해설을 붙였다. 그동안에도 남북의 서로 다른 말들을 단편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풀이한 책들이 출간된 적은 있지만, 이처럼 방대한 어휘를 체계적으로 소개한 사전이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2000년 설립된 관정교육재단은 출연재산이 5000억원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장학재단. 우리 겨레가 하나 되기 위한 교육·문화사업의 일환으로 수년간의 작업 끝에 이 남북통일말사전을 펴냈다. 관정교육재단 이종환 이사장이 편찬인으로 나섰고 심재기 서울대 국문과 명예교수가 대표집필자로, 이청수(전 KBS해설위원장) 재단 고문이 편집 실무자로 참여했다. 심재기 교수는 “남북의 말이 완전히 하나로 통일되는 사전이 나오려면 분단사 이상의 기간이 더 필요할 수도 있는 만큼 먼저 남북이 서로 다른 말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남북통일말사전은 북녘 땅에도 전달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이청수 고문은 “이 겨레말사전은 체제와 이념성을 배제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서도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에 무상 제공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2만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책꽂이]

    ●핑거스미스(새러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열린책들 펴냄) 영국 웨일스 출신 여성작가가 쓴 레즈비언 역사소설. 소설의 제목인 핑거스미스(finger smith)는 소매치기를 뜻하는 19세기 영국의 속어. 소매치기들 틈에서 자란 주인공과 유산상속을 노리는 사기꾼 등의 모습을 통해 도덕적인 것으로 비쳐진 빅토리아 시대의 어두운 사회상을 고발한다. 찰스 디킨스 작 ‘올리버 트위스트’의 21세기판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평. 추리소설로는 드물게 부커상 후보에도 올랐다.1만 5000원.●케네디와 나(장 폴 뒤부아 지음, 함유선 옮김, 밝은세상 펴냄) ‘프랑스적인 삶’‘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 등으로 친숙한 프랑스 작가의 소설. 우스꽝스러운 일탈과 방항을 통해 무기력한 삶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꾸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프랑스 소설은 흔히 관념적이며 지적 유희에 매몰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만국 공통어인 유머를 능란하게 구사하는 이 작가의 작품은 그런 통념을 무색케 할 만큼 친근감을 준다. 제목의 ‘케네디’는 케네디 대통령이 아니라 케네디가 댈러스에서 암살당할 때 차고 있던 시계를 가리키는 말.9800원.●수레바퀴 길(울리 올베디 지음, 김인순 옮김, 조화로운 삶 펴냄) 독일 문단에서 명상 구도소설로 명성을 얻고 있는 작가의 첫 소설. 만년설을 머리에 인 히말라야를 배경으로 삼았다. 수레바퀴, 즉 불교를 의미하는 법륜(法輪)에 들어선 여주인공의 구도여행을 통해 인간 삶의 본질에 다가선다.‘모든 현상은 마음의 놀이에 지나지 않는다’‘내면의 허공에서는 그 무엇도 두려울 게 없다’는 등의 메시지를 전한다.1만 5800원.●아우라지 가는 길(김원일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1996년 초판이 나온지 10년만에 다시 펴낸 전면 개정판.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주변 사람들에 의해 이리저리 쏠리면서도 늘 고향 아우라지를 그리워하는 자폐증 청년 마시우의 삶을 그렸다. 등단 이후 분단문학, 실존과 역사, 기억의 굴레, 이데올로기 등의 수식어가 관용구처럼 따라붙었던 작가의 작품경향과는 일정하게 구분되는 세태고발 소설. 작가는 “4할 가량 가지를 쳐냈으나 줄거리는 손보지 않았다.”고 밝힌다.1만원.
  • 김규식 선생 차남등 임정요인 유가족 26명 분단이후 첫 北국립묘지 성묘간다

    남북 분단 이후 처음으로 임시정부 요인 유가족이 추석을 맞아 북한의 국립묘지에 안치된 조상들을 성묘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다고 통일부와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가 28일 밝혔다. 항일 독립운동을 해온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의 유가족 등 50여명은 자신들의 조상이 안치돼 있는 북한 애국열사릉과 재북인사릉을 방문하기 위해 30일 방북해 다음달 4일 귀국한다. 애국열사릉은 김일성 주석의 가계인물과 ‘항일 빨치산’ 1세대가 묻혀 있는 혁명열사릉과 함께 북한의 ‘국립묘지’로 분류되고 있으며, 재북인사릉은 납북 인사들이 안치돼 있는 곳이다. 재북인사릉은 방문에 별다른 제한이 따르지 않지만 애국열사릉은 남한 당국이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금수산기념궁전, 혁명열사릉 등과 아울러 ‘참관·참배 금지’ 리스트에 올라 있다. 북한은 장관급 회담 등을 통해 ‘상대측 지역을 방문하는 자기 측 인원에 대해 참관지 자유방문을 허용하라.’고 요구해 왔다. 지난해 8·15 행사 참석차 서울을 방문했을 때는 북측 당국. 민간 대표단이 우리측이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기도 했다. 따라서 임시정부 요인들의 남한 유가족이 남북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한에 안치된 조상을 성묘하면서 이산가족들의 방북 성묘와 남북 간 참관지 논의에 새 전기가 될 전망이다. 임정요인 유가족 성묘단은 이런 점을 감안해 애국열사릉에 모셔진 인사의 가족들은 집단적으로 묘역 제단에 참배를 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해당 조상묘를 찾아 성묘하기로 하고 정부의 공식 승인을 받았다. 통일부 관계자는 “임시정부 요인들의 독립정신을 추모하고 후손들이 조상의 묘소를 찾는 순수한 의미를 고려해 방북을 승인했다.”면서 “성묘 이외의 단체 참배 등 행위가 이뤄지지 않도록 각별히 강조했다.”고 밝혔다. 성묘 대상은 김규식 부주석, 김상덕 문화부장, 김의한 외교위원, 안재홍 청년외교단 총무, 윤기섭 군사위원장, 장현식 자금조달, 조소앙 외교부장, 조완구 내무부장, 최동오 법무부장 등 임정에서 요직을 맡았던 9명이다. 이들은 모두 정부가 독립장, 애국장, 대통령장 등 훈·포장을 주고 조국의 독립을 위한 공적을 기리고 있는 인물이다. 이번 성묘단에는 김규식 선생의 차남인 진세(78·미국 거주)씨를 비롯해 26명의 유가족들이 참가한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2007대선과 시대정신] ‘선진화·통합 리더십·민주개혁 평가’ 화두로

    [2007대선과 시대정신] ‘선진화·통합 리더십·민주개혁 평가’ 화두로

    ‘시대정신을 읽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 2007년 대선이 1년3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주자들은 저마다 ‘포스트 노무현 시대’를 규정할 ‘시대정신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유권자들의 마음 깊숙하게 자리잡은 정치적 염원을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대선 필승전략으로 직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정신의 실체는 여전히 안개 속에 휩싸여 있는 형국이다. 정치권에서 백가쟁명(百家爭鳴)식 논의는 활발하지만 한 줄기의 도도한 흐름으로 수렴되지는 않은 상태다. ●2007년 대선의 흐름 내년 대선은 ‘민주 개혁세력에 대한 역사적 평가’에 따라 시대정신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YS(김영삼 전대통령) 이후 15년,DJ(김대중 전대통령) 이후 10년간 민주화 운동세력 집권기간에 대한 국민적 평가와도 맥이 닿는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정치적 담론으로 개방화, 세계화, 선진화 등의 시대정신이 복합적으로 결합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민주화와 개혁의 토대 위에 ‘신(新)성장’이라는 경제적 요소가 더해질 수 있고 ‘서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먹고 사는 문제’가 전면으로 도출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야권에서는 일단 ‘노무현 정권’의 반사이익에도 눈을 돌리고 있는 분위기다. 경제성장과 양극화 해소라는 국민적 요구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정치세력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대선주자들의 시대정신 현재 박근혜·이명박과 ‘빅3’로 꼽히는 고건 전 총리는 “우리 사회가 분열과 갈등 속에 빠져 있기 때문에 지금의 시대정신은 국민 사회의 통합”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시대적 과제로 ‘10년내 선진국 진입’을 제시하면서 이를 위해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도 ‘통합’에 무게를 두면서도 ‘경제 어젠다’를 강조했다. 그는 “내년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통합적 경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추가 성장을 통한 복지의 선순환과 한반도와 동북아의 협력과 공동번영을 어떻게 이뤄낼 것인지 비전을 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은 “시대 정신을 찾아 열린우리당은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독일 연수를 떠났다. 정 의장의 한 측근은 이에 대해 “한반도 평화구조를 정착하는 그림과 설계도가 중요한 국민적 의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의장이 분단과 통일의 역사를 경험한 독일로 날아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서민 경제 살리기와 선진사회 진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시대정신의 대전제는 선진사회 진입이며 경제, 특히 ‘서민경제 살리기’가 내년 대선의 주요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역시 ‘선진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선진화를 위한 목표를 향해 국민들의 에너지를 결집해야 하며 경제, 외교, 안보, 교육 등 모든 정책의 초점도 여기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100일 민심 대장정’에 나선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21세기 시대정신의 본질을 ‘신문명 시대’로 규정한다. 그는 “역사는 끊임없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며 “열린우리당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가 자꾸 과거로 돌아가고 집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세계화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실사구시의 실천과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념간·지역간·세대간 반목과 대립·갈등을 치유하고 아우를 수 있는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고 전 총리와 시각이 매우 유사했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송두율칼럼] 일구의 모색

    [송두율칼럼] 일구의 모색

    오래 전부터 기획해왔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아직 실천에 옮기지 못한 계획이 하나 있다. 남북, 그리고 해외에서 활동하는 학자들이 통일문제를 주제로 모여 전문적인 논의를 해왔던 ‘남북해외통일학술회의’와는 다른 형식과 내용의 모임이다. 남과 북, 그리고 해외에서 정치·경제·사회·문화·예술·종교·과학과 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 가운데 몇 사람을 선정, 간담 형식으로 진행하는 모임인데 장소는 판문점이다. 서울이나 평양이 아니라 판문점을 택한 까닭은 판문점이라는 장소가 참석자들에게 주는 민족사적인 무게 때문이다. 또 간담회이기 때문에 학술회의처럼 까다로운 격식을 취하지 않고 자유스럽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그것을 녹음으로 남겨 정리하면 된다. 그러면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나눌 것인가.21세기를 살아가는 현재 우리 민족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라는 질문에 대해서 참석자들은 그 대답을 단지 한 단어로써 표현하라는, 어려운 주문의 간담회를 열게 된다. 전문분야가 다르기에 참석자에 따라 서로 다른 대답이 나올 수 있다. 어떤 참석자는 ‘민주’라고, 다른 참석자들은 ‘정의’,‘평화’,‘사랑’ 또는 ‘아름다움’이라는 식으로, 대답은 여러 가지로 나올 수 있다. 물론 그러한 개념들을 하나하나 정확하게 정의하라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지적처럼 그것은 공놀이하는 어린애들에게 엄격한 규율에 따라 놀이를 해야 한다는 것처럼 부질없는 일일 수도 있다. 일본에서도 1980년대에 비슷한 발상 아래 이른바 사회원로들이 간담회 형식으로 이야기를 나누어 일본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나 이념을 한때 ‘아름다움’으로 정리한 적이 있다. 그 후 ‘아름다움’은 ‘부국유덕(富國有德)’으로 변하였다. 그러나 차기 총리로 거의 확실시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는 최근 ‘아름다움’을 다시 들고 나온다. 일반적으로 ‘아름다움(美)’은 참(眞)이나 선(善)과는 달리 특이한 정치적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강하게 전달한다. 보들레르의 ‘악의 꽃’으로부터 막스 베버는 진위나 선악의 경계를 넘어설 수 있는 ‘아름다움’의 특별한 의미를 읽었다. 또 이른바 탈현대적(脫現代的)인 분위기 속에서 미학과 윤리학의 통일문제도 다시 강조되고 있다. 날로 발달하는 정보매체의 힘을 빌려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상적인 정치가 이미지로 잘 포장되어 대중을 동원하는 정치의 심미화(審美化)도 강조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일본의 보수세력이 또다시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것도 지켜볼 대목이다. 간담회의 기획의도로 다시 돌아가 보자. 일본과 달리 분단 속에서 오늘을 보내는 남북이 함께 동의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나 이념을 도출하는 일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어떤 참석자는 ‘자유’를, 또 어떤 참석자는 ‘주체’를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추구하는 대답은 민족분단의 상황에서 이른바 세계화로 표현되는 엄청난 도전을 맞아 남북이 합의할 수 있는 가치가 진정 무엇일 수 있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대답이기에 더 이상 교과서적인 대답으로 끝날 수는 없다. 어떤 당위적인 전제로부터 하나의 가치를 먼저 확정하는 연역적(演繹的)인 방법이 아니라, 분단이 빚어낸 체험공간 속에서 서로 달리 살아왔기 때문에 서로 다른 기대지평을 가질 수밖에 없는 참가자들이 서로 다른 경험세계로부터 어떤 보편적이고 가능한 원칙을 찾는, 일종의 ‘발견적 교수법(heuristics)’을 필자는 기대하고 있다. 선문답에서 일구(一句)는 가장 중요한 한마디를 뜻하며 만약 우리가 그 것에 집착하다 보면 어느새 늙어버린다고도 가르친다. 그러나 이 분단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민족적 일구는 하나의 업보가 아니겠는가. 일본의 맥락과는 다르지만 필자의 일구는 ‘아름다움’이다. 우리 모두 일상생활에 쫓기지만 각자가 한번쯤은 민족의 미래에 관한 진정한 일구가 무엇일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독일 뮌스터대학 사회학 교수
  • ‘동북공정 저지’ 범국민연대 결성

    대한민국 독립유공자 유족회와 민족진영 총연합 등 30여개 민족·역사단체들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독립유공자 유족회 사무실에서 ‘동북공정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가칭)’를 결성하고 향후 공동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범국민연대는 “한강 이북이 자신들의 국가였다는 중국 주장은 북한을 지배하기 위한 포석으로 한반도를 영원히 분단시키려는 책략”이라며 “현재의 동북공정 사태는 역사에 무지하고 무개념으로 일관해온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했기 때문”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들은 동북공정에 항의하는 1000만명 서명운동을 인터넷에서 전개하고 대규모 결의대회와 학술대회 개최, 동북아 평화와 공존을 추구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범국민연대에는 겨레사랑하나되기운동본부,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광복군 동지회, 신채호선생 기념사업회, 홍범도장군 기념사업회, 여운형선생 기념사업회, 발해 1300년 기념사업회, 한국역사문화연구소 등이 동참했다. 13일에는 국학운동시민연합과 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 등 4개 단체가 서울 종묘공원에서 ‘중국 동북공정 저지 범국민대회’를 개최한다.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스포츠 라운지] 격투기 선수 데니스 강

    [스포츠 라운지] 격투기 선수 데니스 강

    ●이소룡이 우상인 하프 코리안 인구 약 5000명의 캐나다 인근 프랑스령 작은 섬 마을. 마도로스였던 한국인 아버지와 학교 선생님이던 프랑스계 캐나다인 어머니 사이에서 그는 태어났다.10대에 접어들었을 때 아버지는 사업차 한국으로 떠났다. 이웃들과 다른 모습을 지닌 사람은 자신과 동생들밖에 없었다. 중국인이냐고, 일본인이냐고 놀림도 많이 받았다. 울면서 집에 돌아오면 어머니는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울지 마라, 넌 중국인도 일본인도 아니란다. 넌 한국인이야.” 그래서일까. 강해지고 싶어서일까. 또래들은 농구, 야구스타를 좋아했으나 그에게는 이소룡이 우상이었다. 소년은 태권도·유도·합기도·레슬링·주짓수(브라질 격투기) 등 격투기에 마음이 쏠렸다. 1998년 즈음 “난 격투기를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며 본격 격투선수의 길을 결심했다. 하지만 배고픈 시절이었다. 나이트클럽 경호원, 관광가이드, 주정부 직원, 주짓수 사범 등 여러 직업을 전전했고 남는 시간에는 링에서 구슬땀을 흘렸다.2년 전 “반드시 우승할 수 있으니 한국에 갈 비행기 값을 먼저 보내달라.”며 국내 종합격투기(MMA)대회인 스피릿 MC를 노크했고, 호언장담은 그대로 이뤄졌다.“내가 하는 것이 싸움질이 아니라는 것을 한국에 있는 아버지와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는 게 한국을 찾은 이유다.‘하프 코리안’이 아니라 스스로를 “슈퍼 코리안”이라고 부르는 그는 세계 최고 MMA 무대인 프라이드와 국내 스피릿 MC에서 함께 활약하고 있다. ●올해 목표는 웰터급 정복 26일 ‘프라이드 웰터급(83㎏ 이하)그랑프리 2006’ 2라운드(8강전)에 나서는 데니스 강(29)을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프라이드 진출 이후 4연승을 질주하는 그의 이번 상대는 에밀리아넨코 표도르와 같은 팀(레드 데빌) 소속인 아마르 슬로예프다. 타고난 성실성으로 자는 시간을 빼면 90% 이상 훈련에 집중한다는 데니스 강은 자신감이 넘쳐났다. 얼굴도 알려지고 인기도 얻었지만 요령을 모른다. 이뤄야 할 과제가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올해 목표는 당연히 프라이드 웰터급을 정복하는 것.“MMA의 전설이 되고 싶다.”는 그는 “기량도 가다듬고, 체중도 늘려 미들급(93㎏ 이하)의 반달레이 실바와 마우리시오 쇼군과도 붙어보고 싶다. 난 언제나 도전을 좋아한다.”며 눈을 번뜩였다. 이왕 시작했으니 표도르처럼 프라이드에 이름을 새기고 싶어하는 그는, 하지만 가장 동경하는 선수는 ‘UFC의 전설’ 프랭크 샴락이란다. 샴락이 불량했던 성장기를 털어내고 최고의 파이터가 됐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지금 성적은 좋지 않지만 프로페셔널한 트레이닝으로 MMA의 전형을 만든 최초의 파이터라고 덧붙였다. 요즘 한국의 역사를 알아가는 재미에 푹 빠졌다. 한국이 왜 남북으로 분단됐는지 알기 위해 열심히 역사책을 읽고 있단다.IMF나 FTA 등 한국 관련 이야기가 나오면 ‘호기심 천국’이 돼 주변에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데니스 강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현역을 떠난다면 아버지의 나라 한국에서 도장을 열고,MMA를 가르치고, 기회가 닿는다면 영화 쪽에도 진출하고 싶다며 싱긋 웃었다. ■ 프로필 ●출생 1977년 9월17일 프랑스령 캐나다섬 생피에르미클롱 ●국적 프랑스·캐나다 ●체격 183㎝,83㎏ ●한국이름 강대수 ●가족관계 아버지 정근(57)씨, 프랑스계 캐나다인 어머니 파울라 강(58). 토마스(26), 줄리언(24) 등 남동생 2명 ●종교 없음 ●취미 역사공부, 강아지와 놀기 ●좋아하는 음식 불고기 ●주량 소주 한 잔 ●흡연 안 피움 ●학교 칼슨그램하이스쿨 졸업 ●소속 스피릿MC ●경력 국내 종합격투기(MMA)대회 스피릿MC 그랑프리 우승(2004), 프라이드 무사도6(오바 다카히로전) 텝아웃승(2005.4), 무사도8(안드레이 세메노프전) 판정승(2005.7), 무사도10(마크 위어전) 텝아웃승(2006.4), 무사도11(웰터급 그랑프리 개막전 무릴로 닌자전) KO승(2005.6) 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책꽂이]

    ●누가 사악한 늑대를 두려워하는가(카린 포숨 지음, 김승욱 옮김, 들녘 펴냄) ‘범죄소설의 여왕’으로 통하는 노르웨이 출신 저자의 작품. 노르웨이 숲 속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추적해 가는 이야기다. 살인 용의자인 주인공은 내면의 목소리하고만 대화를 나누는 정신병자. 저자의 소설은 범죄소설의 공식을 뛰어넘는다. 잔혹한 살해장면이나 스릴 넘치는 추격장면, 치열한 두뇌싸움이 없는데도 숨막힐 듯한 긴박감에 빠져들게 한다. 저자의 또 다른 대표작 ‘돌아보지 마’는 북유럽 최고의 탐정소설에 수여하는 ‘유리열쇠 상(The Glass Key, 진짜 유리열쇠를 수상자에게 준다)을 받았다.1만원. ●매혹(크리스토퍼 프리스트 지음, 김상훈 옮김, 열린책들 펴냄) 이언 뱅크스, 그레이엄 스위프트 등과 함께 영국 문단의 신경향을 대표하는 저자의 대표작. 장르소설과 순문학의 경계점에 위치한 작품들을 소개하는 열린책들의 ‘경계소설’ 시리즈 가운데 하나다. 영국 데번 주의 한 요양원을 배경으로 단조로운 나날을 보내는 주인공의 기이한 심리적 여정을 그렸다.“에세르의 판화처럼 현실을 초월한 현실성을 획득한 작품”이란 평. 저자는 시간여행소설 ‘세뇌자(Indoctrinaire)’,‘어두워지는 섬을 위한 푸가’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독일 쿠르트 라스비츠상 수상작.9800원. ●기황후(제성욱 지음, 일송북 펴냄) 기황후는 ‘고려양’이라는 한류의 씨앗을 최초로 중국 대륙에 퍼뜨리고 꽃을 피웠던 인물. 그녀는 세계역사상 가장 강력한 정복왕조였지만 100여년 만에 수명이 끝난 원나라의 짧은 역사에서 30여년 동안 제국을 실제로 통치했던 ‘군주’였다. 공녀의 불운을 극복하고 무력한 황제를 대신해 원제국을 경영한 기황후의 일대기를 그린 대하소설. 전4권. 각권 9500원. ●한국 소설의 분단 이야기(유임하 지음, 책세상 펴냄) 반공 이데올로기는 분단과 전쟁, 제주 4·3사태와 여순사건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를 ‘장악’했다. 모든 사상을 반공주의와 반(反)반공주의의 틀 안에 가두며 이분법적 선악의 논리로 재단한다. 그 결과 해방 직후부터 1980년대 초반에 이르는 냉전시대의 작품은 분단의 원인이나 본질은 은폐한 채, 동족학살의 참상에 초점을 맞추거나 좌익세력을 부정적으로 형상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 소설의 흐름 속에서 분단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돼 왔는가를 고찰.4900원. ●나나 누나나(김비 지음, 해울 펴냄) 저자는 1998년 국내 최초의 동성애 월간지 ‘버디’에 단편소설 ‘그의 나이 예순넷’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온 커밍 아웃 트랜스젠더 작가. 전작인 장편소설 ‘개년이’가 거칠게 살아가는 한 소녀의 일반적으로 레즈비언 성정체성을 다뤘다면, 이 작품은 트랜스젠더의 성정체성을 정면으로 다룬다. 보통 트랜스젠더는 ‘여자보다 더 여자다운’ 존재로 알려져 있다. 남자이면서 여자이고 여자이면서 남자인 주인공들은 때론 남성으로, 때론 여성으로 삶의 위기에 대처한다.9500원.
  • [씨줄날줄] 직파간첩/육철수 논설위원

    북한에서 보낸 무장간첩과 남한에서 암약하는 고정간첩들 때문에 자나깨나 두려움에 떨던 시절이 있었다.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에는 한 해에 무장간첩이 무려 200∼300명씩 출몰해 국민을 극도의 공포로 몰아넣었다.1968년 1월21일, 북한군 124군 부대에서 특수훈련을 받은 무장공비 31명은 청와대 뒤뜰까지 침투했다. 당시 유일하게 생포된 김신조는 기자회견장에서 “박정희 목을 따러 왔수다!”라고 말해 온 나라를 경악케 했다. 시민 속에 파고든 고정간첩은 더 골칫거리였다. 이마에 ‘간첩’이라고 써붙인 것도 아니고, 얼굴이 ‘빨갛게’ 생긴 것도 아니어서 색출이 여간 쉽지 않았다. 고정간첩 중에는 대학교수, 군장성, 정부 및 검찰·경찰 고위간부 등 믿을 만한 사람까지 끼어있어 더욱 그랬다. 오죽했으면 반공표어 중에는 ‘우리 집에 오신 손님 간첩인가 다시 보자’나 ‘사랑하는 애인도 알고 보니 간첩!’이란 게 있었을까. 체제경쟁에다 군사대립이 첨예한 준전시 상황이다 보니 정권에 의해 억울하게 간첩누명을 쓴 사람도 적지 않았다. 국가정보원과 국방부에 따르면 분단 이후 지금까지 검거 또는 자수한 간첩은 45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사살된 무장공비도 1300여명이나 된다. 남북한간 화해무드로 간첩사건이 뜸했던 1998년 이후 지금까지도 해마다 적게는 1∼2명, 많게는 8∼9명씩 모두 34명이 붙잡힌 걸 보면 북한은 ‘두 얼굴’을 가진 게 틀림없다. 한동안 까맣게 잊었던 간첩 검거 소식이 눈길을 끈다. 국정원은 그제 북한 노동당 35호실 소속 정경학(48)이라는 ‘직파간첩’(북한이 직접 남파한 간첩)이 미군시설과 우리의 원전시설을 촬영했다가 붙잡혔다고 했다. 정씨는 태국·필리핀·방글라데시를 국적세탁의 우회무대로 이용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남북한간 경협이 활발하고 수해지원품까지 보내주는 마당에 실로 뒤통수를 치는 황당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시설물 사진쯤은 사이버 공간에서도 얼마든지 얻을 수 있을 텐데, 요즘 시대에 간첩을 굳이 현장에 접근시킨 점도 석연찮다. 쌀을 줘도, 비료를 줘도, 북한은 틈만 나면 간첩을 침투시키고 있으니 대체 이를 어찌하면 좋을까.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님은 정녕 어둠 속을 밝혀준 큰 별”강원용 목사 영결식

    지난 17일 89세를 일기로 소천한 강원용 경동교회 명예목사의 영결식이 21일 서울 장충동 경동교회 본당에서 엄숙하게 열렸다. 오전 10시부터 박종화 경동교회 담임 목사가 집례한 장례예배는 신낙균 선린회장(전 문화관광부 장관)의 성경봉독과 고범서 대화문화아카데미 명예이사의 약력소개, 김수환 추기경·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경동교회 신자대표의 조사에 이어 박원근(기장총회 총회장)목사의 축도, 헌화 순으로 1시간20분가량 진행됐다. 영결식에는 한명숙 총리, 정원식·이수성·이홍구 전 총리,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을 비롯한 각계 인사와 6대종단 대표, 경동교회 관계자및 신도, 유가족 등 6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김수환 추기경은 조사를 통해 “목사님이 추구하신 것은 돈도 명예도 권력도 아니라 오로지 이 땅, 이 겨레가 진리와 정의 및 사랑 안에 살고 번영하는 것, 모든 이가 하느님 모습으로 창조된 존엄한 인간으로 존중되고 완성되는 것이었다.”며 “님은 정녕 어둠 속을 밝혀준 큰 별”이라고 추모했다. 김 추기경은 특히 “지금 우리는 남북분단에다 지역·계층·좌우익의 분열과 적대감 속에 더욱 갈라져 있어 매일같이 주고받는 말은 격하고 나라의 장래가 어떻게 될지 가늠하기 힘들다.”며 “목사님의 깊은 뜻이 실현될 수 있도록 주님께 은총을 구하여 달라.”고 말했다. 고인의 유해는 장례예배를 마친 뒤 경기도 여주군 금곡리 남한강 공원묘원으로 운구돼 오후 3시쯤 안장됐다. 김성호기자 kimus@seoul.co.kr
  • [한민족 문화유전자를 찾아서] (2) 민족·역사상징(하)

    [한민족 문화유전자를 찾아서] (2) 민족·역사상징(하)

    수도(首都)는 나라의 상징이기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당대 최고의 길지(吉地)에 자리잡았고, 그 땅의 기운이 쇠했다고 여겨지면 또 다른 길지로 옮기기도 했다. 한반도 역사상 가장 긴 세월 동안 수도였던 지역은 신라의 경주(慶州)였는데, 이곳이 세운 ‘천년’ 기록은 세계사에서도 그 유사한 경우를 찾기 어렵다. 그 덕이었을까. 경주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도 여럿 있거니와, 눈에 스치는 그 어느 것 하나 소중한 민족문화유산이 아닌 것이 없다. 평양(平壤) 또한 길지를 거론하는 자리라면 결코 빠질 수 없는 곳이다. 아직은 명확한 역사적 사실이 입증되지 못했으나, 개국시조 단군(檀君)이 처음 나라를 연 곳으로 전해지는 성지(聖地)일 뿐 아니라, 고구려 장수왕이 천도하여(427년) 오래 전에 잃어버린 생기를 되살렸던 곳이기도 하다. 광복 직후, 분단된 국가의 한쪽 수도가 되어 또 다시 그 명맥을 이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실로 평양은 질긴 생명줄을 안고 태어난 것 같다. 정치적 논리와 이유를 떠나 단순히 땅의 기운으로만 볼 때….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다.’. 이러한 문장이 주어졌을 때, 많은 사람들은 헌법 조문에 나오는 듯 착각할 정도로 당연시한다. 사실 사전적으로 보거나 논리적으로 볼 때, 이는 당연한 명제이다. 서울이란 말의 어원은 높고 신령하다는 우리말 ‘솔’에 벌판·큰 마을을 의미하는 우리말 ‘벌’이 합쳐져 변한 것이라 한다. 따라서 이 말은 나라의 ‘가장 높고 신령한 벌판’, 즉 수도를 일컫는 보통명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는 서울을 특별시 ‘서울’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하고 있다. 즉 보통명사가 고유명사로 변질된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우리는 변질된 것을 당연시하고 있는 셈이라 하겠다. 우리가 ‘서울’로 부르고 있는 곳의 원래 이름은 한강(漢江)의 북쪽이라는 뜻을 지닌 ‘한양’(漢陽)이었다. 이 땅의 역사 또한 평양과 마찬가지로 부침이 잦았다. 일찍이 온조가 남하하여 이 일대에 백제를 세웠다가(BC18년) 고구려에 빼앗겨(475년) ‘남(南)평양’으로 불렸고, 그로부터 900여년이 지난 1394년에 이르러 다시 조선의 수도로 정해졌던 것이다. 이후 일제 강점기가 끝난 1945년에 비로소 ‘서울’로 불리며 대한민국의 수도가 되어 오늘 날까지 그 영화를 이어 오고 있는 중이다. 그러고 보면 ‘서울’ 역시 보기 드문 길지임에 틀림없다. 이곳에서 벌어진 수많은 영욕을 간직한 채 굳건히 맏형으로서의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앞으로 ‘서울’을 서울로 되돌리는 과감한 결단도 생각해 볼 일이다. 경주로 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석굴암(石窟庵)의 아름다움과 정교함, 그리고 역학적 구조에 매료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또한 석굴암 창건과 관련한 김대성(金大城)의 효행과 인연도 잊지 못할 감동으로 자리잡았을 것이다.‘삼국유사’에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석굴암은 전생의 부모를 위해서, 불국사는 현생의 부모를 위해서 짓기 시작했다고 한다. 전설이 말해주듯이 석굴암과 불국사는 과거와 현재라는 시공간을 잇는 타임머신이다. 그래서 일까. 석굴암과 불국사 관람 중 하나를 놓치면 아쉬움과 허전함이 오래 남는다. 시간 여행이 끊긴 탓이겠다. 실제 불국사를 둘러 본 후 석굴암에 오르는 산행은 현생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주는 코스이기도 하다. 인도나 중국의 웅장한 석굴 사원을 보고 와서 석굴암의 초라함을 빗대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인류 유산의 가치 판단이 꼭 규모로만 기준 되는가를 묻고 싶다. 비록 석굴암은 상대적 규모가 작으나 그 예를 찾아보기 어려운 인공 석굴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더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더군다나 석굴암 안에 질서있게 배치된 38구의 석불들은 그 어느 것 하나 눈 여겨 보지 않을 수 없는 각각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어릴 적 즐겨 부르던 노래 중에 ‘단군의 자손’이라는 가사가 들어있는 것이 기억난다. 노랫말처럼 한민족은 동질성과 혈통성을 지닌다. 물론 상징체계에서 볼 때 그러하다는 것이다. 곰이 여인으로 변하여 단군(檀君)을 낳았다는 신화를 그대로 믿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렇지만 단군할아버지는 우리 민족이 수난을 당하고 위기에 처할 때마다 늘 자리를 같이하여 민족의 단합을 요구하였다. 그런 점에서 단군이 지닌 민족적 상징성은 역사적 가치가 충분하다. 세계 대부분의 민족·국가마다 개국신화가 구심체 역할을 하듯이, 우리도 단군할아버지를 그렇게 활용(?)하고 대접해 드리면 될 일이다. 근래, 초등학교 교정에 세워진 단군상(像)의 목이 훼손당하는 사건으로 민족화합이 분열되면 큰 일 이라는 기우에서 덧붙이는 말이다. 단군에 비하면 광개토대왕(재위 391∼413)에 대한 시비는 없는 듯하고, 또 없을 것이다. 앞으로 10만원 권 지폐가 발행된다면 그 모델로 광개토대왕을 넣어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인 것을 보더라도 그러하다. 과연 광개토대왕의 인기 비결은 무엇인가 생각해 봤다. 아무래도 그 이름이 말해주듯이 우리 강토를 크게 넓힌 업적이 첫째 이유가 되겠다. 반만년 우리 역사상 주변국을 상대로 이런 호기(浩氣)를 부렸던 적이 어디 있었는가. 간혹 호기를 부리자면 주위를 평안(平安)치 못하게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런데 광개토대왕은 두 가지를 모두 이룬 성군(聖君)이었다. 이에 사후, 그 업적을 기려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國岡上廣開土境平安好太王)으로 불렸던 것이다. 후대에까지 성군으로 길이 추앙되는 왕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런 점에서 세종대왕(재위:1418∼1450)은 이루 형언하기 힘들 만한 성군 중의 성군이었다.31년의 재위 기간 동안 한글 창제, 측우기와 해시계, 물시계의 발명,‘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농사직설(農事直說)’ 및 지리지(地理志)의 편찬,4군 6진의 개척, 대마도 정벌, 아악(雅樂)의 부흥과 제정 등, 어느 왕이 평생 이루기 어려운 업적을 수없이 이루어 냈기 때문이다. 앞에서 지폐의 모델 이야기를 언급했는데, 아직까지는 세종대왕이 최고의 영위를 누리고 있다. 돈의 액수 차이가 모델의 평가 기준이 되어서는 안되겠지만, 아무래도 국민 정서상 세종대왕을 누르고 1위 자리에 오를 역사적 인물을 찾는 일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원효와 이황, 정약용은 각기 그 시대를 달리했지만 종교와 철학, 사상으로 민족문화를 살찌우고 꽃피운 인물들이다. 원효(617∼686년)는 불교로써, 퇴계 이황(1501∼1570년)은 성리학으로써, 그리고 다산 정약용(1762∼1836년)은 실학(實學)으로써 최고를 이루어냈던 것이다. 당나라로 유학을 가던 도중 오래된 무덤에서 진리를 체득했다는 유명한 일화를 만든 원효는 우리 역사상 최고의 불교사상가로 평가된다. 더욱이 귀족보다 일반 백성을 위한 설법·교화에 치중한 그의 행적은 친근감마저 더 해 준다. 퇴계는 조선 성리학의 태두로 칭송될 만한 인물이다. 비록 그가 평생을 바쳐 궁구(窮究)한 학문은 중국에서 들여온 성리학이지만, 오히려 중국의 어느 학자보다 성리학을 발전시켰다고 이해된다. 한 점 흐트러짐 없이 꼿꼿하게 살다 간 퇴계 선생!그 자세와 사상은 대대손손 흠모되고 존숭될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웅지와 실기의 파란을 겪은 인물이다. 어찌 보면 그 스스로 편함에 안주하지 않은 때문이겠다.‘실용지학’(實用之學)과 ‘이용후생’(利用厚生)의 학문인 실학을 집대성한 그는 성리학의 공리공담을 배격하고 조선 사회의 각종 폐단을 개혁하는 여러 개혁안을 제시했던 것이다. 정조 임금의 사후, 그에게 닥친 17년 간(1801∼1818년)의 유배 생활은 고난의 세월이었지만, 오늘 날 그가 민족 최고의 지성으로 평가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잘못을 쉽게 고칠 수 없는 작금, 다산 선생의 시대는 여전히 지속되는 것 같다. 이번 민족문화의 100대 상징 중에는 일본에 맞서 나라를 지키고, 평화와 독립을 외친 인물들이 들어 있다. 이순신(1545∼1598년) 장군과 안중근(1879∼1910년) 의사, 유관순(1902∼1920년) 열사이다. 이들 선각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요하지 않을 것이다. 어릴 적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에 대한 이야기나 드라마는 아무리 보고, 들어도 지겹지 않다. 민족 정서의 코드(?)가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이겠다. 임진왜란 때 필승의 전략으로 왜적을 물리치고 장렬히 순국한 충무공. 한말, 제국주의 식민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함으로써, 애국을 넘어 만국의 평화를 지키려 한 안중근. 어린 여학생의 몸으로 일제에 항거하다 꽃으로 승화한 ‘아우내’(병천 竝川)의 상징 유관순. 숙연한 마음으로 함축적 의미만을 적어 본다. 임학성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 종교계 표정

    17일 강원용 목사의 타계 소식이 알려지자 천주교, 개신교, 불교 등 종교계는 각각 애도문을 발표하는 등 고인의 소천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은 “강원용 목사님은 우리 사회의 어려운 고비마다 큰 빛을 보여주셨다.”면서 “우리 사회의 큰 어른인 강 목사님의 소천을 진심으로 애도하며 목사님께서 하느님 나라에서 영복을 누리시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김수환 추기경은 오전 11시쯤 강원용 목사가 입원한 강남 삼성의료원 중환자실을 찾았으나 뇌사상태였던 강 목사와 대화는 나누지 못한 채 강 목사의 귀에 대고 “하느님의 자비를 믿으세요. 하느님께 다 맡기시고 편안히 가세요.”라는 말을 남겼다. 김 추기경은 21일 장례식에서 고인을 위한 축복의 말씀을 할 예정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강 목사님이 사회민주화에 끼친 남다른 정의심과 열정은 오늘날의 한국사회를 이루는 밀알이 되었고, 종교간 화합이나 분단된 민족의 갈등을 통합하는 데 종교인으로서 주어진 사명을 다했다.”고 추모했다. 지관 스님은 18일 오후 강 목사의 빈소를 조문할 계획이다. 전 조계종 총무원장 송월주 스님도 “강 목사님은 기독교 지도자일 뿐 아니라 민중과 민족지도자로서 목회활동을 펴며 종교간, 도농간, 노사간, 종파간 대화를 이끌었고 남북문제에 있어서도 대화와 평화적 방법에 의한 통일 기반을 조성하려 노력해온 민족의 스승”이라며 명복을 빌었다. 한편 강 목사의 임종을 지킨 박종화(경동교회 담임) 목사는 “전체 기독교계 입장에서 볼 때 큰 별이 졌다.”며 “강 목사님의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공동체적 리더십으로 계속 받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호기자 kimus@seoul.co.kr
  • [16일 TV 하이라이트]

    ●클로즈 업(YTN 오후 1시20분) 한반도가 남북으로 갈라진 지도 61년이 흘렀다. 두 세대를 넘겨 지속되고 있는 이 분단체제를 극복하는 문제는 늘 우리 사회의 중심 담론이 되어 왔다. 광복 61주년을 보내며 최근에 ‘한반도식 통일, 현재 진행형’이라는 저서를 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함께 우리의 분단체제에 관해 생각해 본다.   ●문화 예술 36.5(EBS 오후 10시5분) 새로운 문화예술 단지로 떠오르고 있는 장흥 아트파크. 극단 사다리와 함께 동화 구연도 하고, 가족과 함께 가구 만들기 체험 등 문화 예술 공간에서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장흥 아트파크를 찾아가 본다. 또 90년대 말 문학계에 혜성처럼 나타나 주목을 받은 소설가, 김영하의 작품 세계를 만나본다.   ●돌아와요 순애씨(SBS 오후 9시55분) 순애는 현우가 초은이 문제로 상의할 일이 있다고 연락을 하자 가슴이 뛴다. 하지만 순애는 현우가 자신을 누나로 부르며 도움을 요청하자 자신을 몰라보는 현우를 안타깝게 바라본다. 한편, 순애는 초은이 스튜어디스 경력직 모집에 원서를 제출하자 찬이와 집안살림은 어떻게 할 거냐며 따진다.   ●오버 더 레인보우(MBC 오후 9시55분) 상미는 다른 연습생들과 함께 심사위원들 앞에서 춤추고, 렉스는 무심히 낙서만 하고 있다. 렉스는 전화를 받으며 밖으로 나가고, 최사장과 곡 선정 문제로 말다툼한다. 상미를 중간평가에 합격시키라는 최사장의 말에 렉스는 얼굴이 굳어버린다. 상미는 최사장이 렉스를 협박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여자의 선택(KBS2 오전 9시) 사채업자들의 횡포 탓에 만신창이가 된 주리는 창안을 찾아와 돈을 빌려 달라고 부탁하지만 그 자리에서 쫓겨나고, 고민끝에 선영의 병실까지 찾아 가지만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고 돌아선다. 한편, 진진의 뒷조사를 통해 집안을 알게 된 영규어머니는 진진을 만나 돈을 줄테니 그만 떨어지라고 말하는데….   ●수요기획(KBS1 오후 11시40분) 네팔을 신혼여행지로 선택한 스물아홉 신랑 이승복과 스물여섯 신부 이정여. 결혼하자마자 네팔로 4개월간의 신혼여행을 떠난 그들의 목적은 여행이 아니라 봉사다. 허니문의 달콤함보다는 앞으로 함께 할 인생설계를 신혼여행의 목적으로 선택한 별난 젊은이들. 그들의 신혼여행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 [발언대] 현충기념물 자녀와 함께 체험을/정종기 서울북부보훈지청장

    일찍이 백범 김구 선생은 “죽으나 사나 나의 소원은 조선의 자주독립이며 그러한 독립된 나라에서 청지기가 되길 소원” 하셨습니다. 침략의 원흉 이토히로부미를 폭살하고 순국하던 순간까지도 의연한 기개와 절개를 지켜 지켜보던 일본인까지도 감동시킨 안중근 의사의 위국·헌신정신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조국과 민족의 위대함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광복 이후 60여년동안 우리는 6·25전쟁의 폐허속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정치·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의 나라사랑 정신이 우리들 가슴속에 면면히 이어져왔기 때문임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광복 이후 6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는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으로 남아 있으며, 북한의 미사일과 핵 개발은 민족 모두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일본은 독도분쟁과 역사교과서 왜곡 등으로 과거 식민지 정책을 합리화하고 있으며, 중국도 우리의 고대사를 중국변방의 소수민족 역사로 왜곡해 중국역사에 포함시키는 동북공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 내부를 들여다보면, 지역·계층간 이념대립과 가치관 혼재, 노·사문제,2분법 사고 등 갈등관계로 인한 혼란상태가 지속되고 있으며, 원유가 폭등 등 국제적 환경의 급속한 변화가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제반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 모두 순국선열·애국지사들의 공헌과 희생에 감사하고, 그 분들의 숭고한 나라사랑 정신을 위대한 민족유산으로 계승·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진정한 제2의 광복을 위하여 우리 모두의 힘을 결집해야 할 것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여름방학 잠시 시간을 내서 자녀들과 함께 순국선열 및 애국지사의 묘소, 독립기념관 등 현충시설물을 찾아 올바른 역사인식을 고양하는 소중한 체험의 기회를 갖기를 당부합니다. 정종기 서울북부보훈지청장
  • [씨줄날줄] 대∼한민국 대한민국/진경호 논설위원

    수백만명이 쏟아져 나온 월드컵 거리응원에 놀란 집단이 둘이다. 세계가 그 하나고, 하나는 우리 자신이다.‘이게 우리였나?’하며 놀라고,‘이게 우리다.’라며 어깨를 폈다. 수백만명이 일제히 외친 ‘대∼한민국’에 담긴 자화상, 즉 시대의 코드를 찾아내려는 사회학자와 문화평론가들의 담론도 쏟아졌다. 대략 ▲신(新)애국주의 ▲열린민족주의 ▲광기적 파시즘 ▲단순한 재미 추구 등 넷으로 정리된다.‘카니발 민족주의’‘오렌지 민족주의’라는 융합적 개념도 있기는 하다. ‘신애국주의’로 해석하는 쪽에선 거리응원을 ‘젊은이들의 잠재된 애국심의 폭발’로 본다. 한국민의 잠재력, 공동체 의식, 국가발전, 자랑스러운 조국 등의 키워드가 논거를 형성하는 데 주로 동원된다. 대개 보수진영의 시각이다. 반면 ‘열린민족주의’는 거리응원을 저항의 산물로 본다. 분단과 독재 등 불행한 역사를 털어내는 ‘씻김굿’이고, 자연히 반독재 민주화 운동과 접목된다는 시각이다.‘광기적 파시즘’으로 보는 쪽은 두 해석을 비웃는다. 그저 권력과 자본이 만들어낸 집단 히스테리(박노자)라는 것이다. 한 인권단체는 “붉은악마 현상은 파시즘을 가능케 하는 병적 현상”이라고까지 비난했다. 마지막 담론은 민족주의나 전체주의의 틀로 해석하려는 시도 자체를 거부한다. 그저 한바탕 신나게 놀자는 축제일 뿐, 애당초 애국심이나 민족주의와는 별다른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엊그제 나온 한·중·일 세 나라 청소년 의식조사 결과가 화제다. 일본 청소년의 41%가 ‘전쟁이 나면 앞장서 싸우겠다.’고 한 반면 우리는 10%에 그쳤다고 한다. 태극기로 치마를 만들어 입고, 애국가를 록 버전으로 불러제친 청소년의 상당수가 전쟁이 나면 피하고 보겠다고 답한 것이다. 거리응원을 애국심의 발로라고 미화하고 찬양한 사람들의 뒤통수를 후려친 격이다. ‘대∼한민국’과 ‘대한민국’의 거리를 다시금 꼼꼼히 살펴야 한다. 서울시청 앞을 메운 ‘거리의 애국심’에 감격하거나 ‘아이들 애국심이 없어서 큰 일’이라고 개탄하는 자세로는 답을 찾기 어렵다.‘국가가 뭘 해 줄 건가’부터 찾는 아이들이 국가를 위한 일을 찾도록 하자면 기성세대의 코드가 더 복잡해져야 할 듯하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한국인인 나는…태극이요… 무궁화요… DMZ이다

    ● 고종이 태극 고안…본지 특종 세계 모든 나라가 자국을 상징하는 국기를 갖고 있으나, 우리나라처럼 그 상징에 우주만물과 철학을 담고 있는 예는 찾기 힘들다. 바로 태극(太極)과 괘(卦)가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청홍으로 이루어진 태극은 음(청색)과 양(홍색)의 상호 작용에 우주만물이 생성·발전하는 대자연의 영원한 진리를 형상화한 것으로 창조와 발전을 의미한다. 태극은 우주자연의 생성근본원리이며, 창조적 우주관을 담고 있다. 이러한 태극기는 1882년 8월9일 박영효(朴泳孝)가 특명전권대사 겸 수신사로 일본에 갈 때, 배 위에서 만들었고, 이를 8월14일 고베의 숙소 니시무라야에 게양한 것이 효시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1997년 10월9일 서울신문사에서 발행한 ‘뉴스피플’ 제288호에 실린 특종 기사에 따르면, 태극기를 직접 도안하고 색깔까지 지정한 인물은 고종(高宗) 임금이라고 한다. 박영효는 고종의 지시에 따라 일본으로 가면서 단순히 그림만 그리는 역할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태극 문양을 사용한 연원은 매우 오래 되었다. 우선 선사시대 때의 고령과 울산 암각화에서도 발견되며, 고구려의 고분벽화 사신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아울러 682년(신라 신문왕 2년) 경주 감포에 세운 감은사의 기단석에도 태극 문양이 뚜렷이 새겨져 있다. 조선시대에 들어오면 태극 문양은 종묘와 궁궐 및 왕릉, 사찰 등 도처에서 다양하게 발견된다. 특히 서울대 규장각도서관에 소장된 어기(御旗) 채색도를 보면, 중앙에 4개의 동심원을 수직으로 나눈 태극과 그 주위에 8괘를 배치한 그림을 조선시대의 임금을 표상하는 깃발로 사용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굳이 의미를 달자면 태극기의 시조쯤 되지 않나 생각된다. 2002년에도 그랬지만, 석 달 전 밤잠을 설치게 했던 2006년 월드컵 때에도 변함없이 태극 문양은 붉은색과 함께 하나의 패션이 되었다. 상하와 좌우가 융합하지 못하고 커다란 장막에 꽉 막힌 듯한 세상, 태극 창제의 정신으로 극복해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여겨진다. ● 산해경에도 ‘훈화초가 아침에 피고… ’ 기록 애국가를 보면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 후렴의 첫 구절을 장식하고 있다. 매사 따지기를 좋아하는 혹자는 이 구절이 잘못됐다고 열변을 토하기도 한다. 노랫말처럼 무궁화가 우리 강산 삼천리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지 못한 까닭이겠다. 그런데 옛 기록들을 보면 한반도가 무궁화 자생지였고, 한반도의 특징으로 인식될 만큼 도처에 만발했음을 알려준다. 무궁화가 한반도와 관련된 사실을 알려주는 가장 오래된 기록은 중국의 ‘산해경(山海經)’이다. 이 책의 ‘해외동경’편에 “군자의 나라가 북방에 있는데…훈화초가 아침에 피고 저녁에는 시든다.”고 하였다. 북방에 있는 군자의 나라는 한반도이며, 훈화초(薰花草)는 무궁화를 일컫는 중국의 옛 명칭이라 한다. 또한 신라의 효공왕이 897년 7월 당나라의 광종에게 국서를 보낸 일이 있는데 그 국서 가운데 신라를 자칭하여 근화향(槿花鄕)이라고 한 사실도 확인된다.‘근화’ 또한 무궁화의 또다른 이름이다. ● 한국인 뿌리 밝혀주는 단서 역사상징 가운데 선사시대의 것은 빗살무늬토기와 고인돌을 우리의 민족문화상징으로 삼기에 가장 적합할 듯하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 출토·발굴된 수많은 선사 유물과 유적 중 이들만큼은 한반도가 주인역할을 하였기 때문이다. 빗살무늬토기는 신석기시대 우리나라 전역에서 만들어 쓴 토기에 대한 통칭으로, 한국인의 뿌리를 밝혀주는 단서가 된다는 데서 그 중요성을 더한다. 빗살무늬토기 발견 분포도를 보면, 바이칼호 일대가 빗살무늬토기 문화의 중심지이며 빗살무늬토기는 여기로부터 동으로는 만주를 거쳐 한반도까지, 서로는 볼가강 유역을 거쳐 북유럽의 스칸디나비아반도까지 전해졌다는 것이 세계 고대사 학계의 정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고대 문명의 발상지를 바이칼호 일대로 보는 근거가 된다. 발굴 현장에서 깨진 토기 조각들이 출토되고, 그 파편들을 하나하나 정성껏 맞추어 원래의 형체를 되살린 빗살무늬토기가 이처럼 장구한 민족의 비밀을 풀어주는 열쇠가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파편 어느 것 하나조차 조상의 신주 모시듯 소중히 여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민족상징 고인돌은 청동기시대의 사회구조와 문화를 단적으로 대변해 주는 거석(巨石) 문화유산이다. 한자로 지석묘(支石墓:일본), 석붕(石棚:중국)으로 표현되는 고인돌은 아시아를 비롯하여 유럽·아프리카 등에서 약 5만 5000여 기가 확인되는데, 그 중 약 3만여 기가 우리나라에 분포하고 있어 우리나라가 전세계 고인돌의 중심국가로서 중요한 위치에 있음을 말해준다. 이처럼 한반도에 그 분포가 집중되어 있는 고인돌의 기원에 관해서는 동남아시아 또는 중국 동북부지역에서 바다를 통해 전해졌다는 전파설과 함께, 주변지역과 관련 없이 자체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자생설이 맞서고 있다. 자생설은 한반도가 동남아시아나 중국 동북부지역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고인돌이 많다는 점, 그리고 축조 연대가 이들 지역의 것보다 앞선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고인돌은 선돌(立石)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거석문화의 요체이며, 조상들의 정신세계가 구현된 귀중한 민족상징이다. 이에 2000년 11월 29일 호주 케언스에서 열린 제24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우리나라의 고창·화순·강화 등 3개 지역의 고인돌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 민족의 상처…지금은 희귀동물 서식지로 비무장지대(DMZ)와 길거리응원은 어찌 보면 우리 민족의 상처와 냄비 기질을, 또 어찌 보면 우리민족의 기회와 가능성을 지니고 있어 마치 야누스와 같다고 하겠다. 비무장지대는 민족의 아픔인 ‘한국전쟁’에 직접 참여한 유엔군과 북한·중공군이 1953년 7월27일 휴전협정에 합의하면서 한반도 중앙의 동서 248㎞ 길이를 군사분계선으로 삼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런 점에서만 본다면 비무장지대는 우리 민족이 입은 커다란 상처덩어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이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자유로운 출입이 막힌 결과 비무장지대는 희귀동식물들의 주요서식지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생태를 조사하기 위한 남북학술조사단의 구성과 활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비무장지대는 민족분단의 아픔은 물론, 자연 생태의 보고(寶庫)와 민족화합, 평화공존의 현장성을 함께 간직하고 있는 주요 문화상징임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 ● 문화국민으로서 성숙된 질서의식 표출 2002년뿐 아니라 2006년에도 세계를 놀라게 한 길거리응원은 남녀노소가 너나할 것 없이 공간과 시간에서 동질화되고 균일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문화행위였다. 서울 광화문과 시청을 비롯하여, 부산·대구·광주·인천·대전·울산·전주·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적게는 수만명에서 많게는 수십만명이 ‘애국’으로 하나 되어 우리 축구대표팀을 함성과 율동으로 응원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길거리응원은 오직 신기록 수립과 문화국민으로서의 성숙된 질서의식만이 관심사였지 이를 가능케 한 ‘변화’에 대한 인식은 가려져 있었던 듯하다. 예전 같으면 수십만명이 한 곳에 모이는 사건(?)이 어찌 가능했을까. 우리의 기억에는 ‘집시법’이라는 반(反)민주적 잣대를 들이댄 강제해산만이 남아 있다. 한국 정치사에서 이보다 더 큰 변화는 아마도 찾기 힘들지 않나 생각된다. 길거리응원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또 내후년, 또 그 다음해에도 계속될 것이다. 이에 더해 자부심을 갖게 되는 점은 이번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도 나타났듯이 우리의 길거리응원이 세계 각지에서 벤치마킹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 [작통권 논란 일파만파] 우리나라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시각

    [작통권 논란 일파만파] 우리나라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시각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관련한 논란이 지난 9일 노무현 대통령의 회견을 계기로 다시 증폭되고 있다. 노 대통령의 회견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전시 작전 통제권 환수의 당위성 여부와 시기, 논란 자체 문제점은 뭔지를 전문가들로부터 들어봤다. 이들은 전시 작통권 문제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제시했다. 하지만 현재 논의가 치밀한 국익에 기반한 안보적 관점보단 ‘정치이슈화’돼 있다는 점, 그리고 노 대통령의 ‘갈등유발식’회견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에 는 대체로 입을 모았다. ●류길재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 전시 작통권 논의 바탕부터 잘못됐다. 노 대통령도 여러 차례 북한의 위협 감소를 예로 들며 전시 작통권 환수의 당위성을 강조했는데, 최근 이 논란은 21세기 한·미동맹을 어떻게 꾸려가고 우리의 외교안보적 전략차원에서 작통권 환수가 필요하냐 마냐를 먼저 치밀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20세기 한·미동맹은 분명 북한의 위협에서 출발했고 대북 군사력·경제력 측면에서 우리가 앞선다. 하지만 21세기 탈냉전 시기는 다르다. 우리는 일본 중국이라는 초 강대국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환경을 고민해야 한다. 그 후에 작통권 문제를 다뤄야 한다. 북한에 대한 위협에 대비할 수 있느냐 아니냐를 변수, 즉 기술적인 차원으로 폄하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미·일 동맹 강화를 우리는 봐야 한다. 우리가 고민 끝에 대체 가능한 것이 있으면 작통권을 환수하고 약화된 동맹의 형태로 갈 수도 있다. 거기에 ‘주권’이라든가,‘북한의 위협’이런 것을 강조하다 보니 국론이 엉뚱한 쪽으로 불붙는 것이다. 남북 대화의 발언권 강화를 위해 작통권을 가져야 한다고 노 대통령이 강조했다. 역설적으로 북한의 입장에선 한국이 미국의 이른바 ‘괴뢰정부’로 남아 있는 게 좋을 것이다. 북한의 요구는 미군 철수이지 군사주권이 아니다. 그 정도로 남북 대화와 작전권은 상관 없다는 얘기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소장 기본적으로 대통령 말씀은 공자님 말씀이다. 아쉬운 것은 이 문제가 정치 쟁점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각을 세우기보다는 차분히 국민들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 것이 좋지 않았나 한다. 보수진영과 언론에 대해 ‘맞짱 떠보자.’하는 식의 모습이 재연되면서 이번에도 본질은 멀어지고 지엽적인 것 갖고 싸우는 식이 돼간다. 보수진영에서 안보 문제를 침소봉대하는 측면이 있으나 대통령이 의연하게 논란을 최소화하고 정책적으로 잡아주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대통령 얘기에 틀린 얘기가 없다. 단지 스타일과 방식이 갈등을 유발하고 유도하는 것이어서 문제다. 우리의 국방 능력이 안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북한보다 우리가 지난 수십년 동안 국방비를 7∼8배 쏟아 부었는데 능력이 안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전직 국방장관들이 오히려 곱씹어 봐야 할 문제다. 어느 나라든 군대가 가장 자주적이어야 하는데 우리군은 미군에 오랫동안 의존해와서인지 아주 비자주적이다. 오히려 걱정은 전시 작통권 환수를 추진하는 과정에 추진될 남한의 대규모 군사력 증강이다. 전쟁 억지력을 이야기 하는데, 미국이 작통권을 갖고 있다고 전쟁이 안난 것도 아니고 다른 지역의 예도 봐라. 우리가 작통권을 갖고 있다고 남북대화에서 발언권이 높아진다는 주장에 일리는 있다. 하지만 한반도 문제의 핵심은 북·미간 갈등구조다. 북·미간 관계 개선 없는 한 작통권은 지엽적인 문제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북한문제실장 전시작전 통제권 환수 요구는 주권국가로서 당연한 것이다. 단 시기 논란은 있을 수 있다. 아직 우리가 분단국가이고, 북한의 위협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C4I등 핵심 정보 정찰 부분을 충분히 갖추었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시기조절론이 대두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어느 독립된 나라, 어느 정파도 전시 작통권 자체를 반대하거나 할 사안은 아니다. 남북대화를 할 때의 주도권을 쥐거나 남북 관계가 큰 포인트는 아니다. 고려할 필요도 없다. 작통권은 그 논의 자체로 포인트를 맞춰야 한다. 문제는 현재 남북문제나 안보이슈 모든 게 국내 정치이슈화돼 있어서 차분한 논의와 그에 따른 결론을 찾아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정옥임 선문대 국제학부 교수 전시작전통제권은 한·미동맹과 국가안보의 문제다. 단독행사니 환수니 하는 논란이 나오고 국내정치 논란의 대상이 된다는 것 자체가 한국 정치의 한계로 보인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언론과 야당을 상대로 공격하고 또 다시 논란이 양극화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 이슈는 국가 존망의 주제다.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 방위역량이 갖추어졌을 때 확보해야 하는 당위의 사안으로 추진돼 왔고, 역사적으로 맞다. 그러나 현재 흐름은 국내정치적인 복선이 깔려 있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완전히 없어진 것도 아니다. 정보와 정찰 등 핵심 사안을 미국에 의존하고 능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시기 상조다. 미국이 첨단기술 정보를 모두 우리와 공유해온 게 아니지 않은가. 대통령 1인의 세계관 가치체계가 반영돼서 졸속 추진되는 상황, 소위 진보 보수로 나눠서 싸우는 상황이다. 작전통제권 문제는 이념적 요소에 상관없는 문제다. 현실적으로 전쟁이 난다면 우리가 이긴다. 진정한 승리는 싸우지 않고, 상대방이 도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북한의 위협이 우리에게 치명적 손상을 미칠 수 없느냐. 아니다. 작통권을 가져야 남북 대화를 주도한다고 하는데, 언제 우리가 작통권을 못가지고 있어서 북한이 우리를 대화상대로 인정 안한 것으로 보고 있는가.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남북 분단 그린 장편 ‘빛의 제국’ 펴낸 김영하

    남북 분단 그린 장편 ‘빛의 제국’ 펴낸 김영하

    소설가 김영하(38)가 장편 ‘빛의 제국’(문학동네)을 냈다.2004년 한해에 이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동인문학상을 독식하며 문단의 스타로 떠올랐던 그가 ‘검은 꽃’ 이후 3년 만에 발표하는 장편소설이다. 흡혈귀, 자살안내인 같은 비일상적인 설정에서 멕시코 이민사의 거대 서사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상상력과 전복적인 글쓰기로 자신만의 문학적 입지를 탄탄히 구축해온 작가는 이번에도 내용과 형식 모두 기존 소설과 차별되는 실험적 작품을 내놓았다. ‘빛의 제국’은 남파 간첩으로 20년을 살아오다 갑작스럽게 북으로의 귀환 명령을 받은 40대 남자의 이야기다. 주인공 김기영은 엘리트 출신 공작원을 남한 대학의 신입생으로 입학시켜 학생운동을 주도하려는 당의 계획에 따라 스물두살이던 1984년 서울로 남파된다. 대학 졸업 후 영화수입업을 하며 임무를 수행하던 김기영은 1995년 북측의 책임자가 실각하면서 잊혀진 스파이가 되어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왔다. 소설은 김기영이 귀환 명령을 받은 그날 오전 7시부터 다음날 같은 시간까지 단 하루 동안 김기영과 그의 아내 마리, 딸 현미에게 일어난 일상을 긴박하게 엮어나간다. 생의 절반은 북한에서, 나머지 절반은 남한에서 지낸 한 남자의 삶에서 남북 분단의 현실과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조명하는 소설의 구조는 최인훈의 ‘광장’과 닮아 있다.“처음부터 ‘광장’을 염두에 뒀다.”는 작가는 “1980년대 이후 달라진 남북의 변화상을 통해 ‘광장’이 지닌 시대적 한계들을 돌파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노동당원인 김기영이 대학 운동권서클에서 주체사상을 학습하는 비극적 아이러니는 ‘빛의 제국’이 ‘광장’과 결별하는 지점이다. 스파이가 주인공이지만 30·40대 남성들의 갈등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보편적인 이야기로도 읽힌다. 작가는 “과거를 잊고 평범한 일상을 지내다 하루아침에 소환명령을 받는 주인공은 언제든 세상으로부터 해고를 당할 수 있는 이 시대 남자들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폴 발레리의 시구처럼 어느 한순간 중심을 잃어버린 채 한치 앞도 예측하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로 추락하는 것이다. ‘빛의 제국’은 계간 ‘문학동네’에 지난해 가을호까지 4차례 연재하다 중단했던 소설이다. 하지만 등장인물만 제외하고 시점이나 구성을 완전히 바꿔 새로 썼다. 지난 겨울부터 칩거하면서 몸무게가 10㎏이나 빠질 정도로 작품에 열중했다.“착상이나 진행방향 등에 자신이 있었고, 쓰여져야 할 책이라는 확신도 컸다.”는 그는 “지금까지 작가로서 쌓아온 모든 역량을 총체적으로 쏟아부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작가 김영하의 모든 것이 담긴 야심작이라는 얘기다. 그의 다른 작품들처럼 소설은 속도감 있고, 재밌게 잘 읽힌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희미해진다. 작가는 “다시 쓰여진 ‘광장’처럼 보이나 뒤로 갈수록 그 의미가 사라지도록 했다. 독자가 책을 읽은 뒤 안개 숲속을 즐겁게 헤맸다는 느낌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가장 잘 팔리는 한국 작가인 그의 신작은 벌써 해외 에이전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영문 시놉시스만 보고 프랑스와 미국에서 먼저 출간 제의를 해올 정도. 작가는 10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빛의 제국’ 해외 출간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발언대] 한반도 통일은 열강들의 책무/정충모 시조시인 캐나다교민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부시 미 대통령, 고이즈미 일본 총리 등의 첨예한 대립이 극에 달하고 있다. 1943년 11월 포츠담선언으로 돌아가 보자.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등은 일본의 무조건 항복과 동시에 대한민국을 통일시키자는 합의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이해관계로 인해 한반도의 분단을 방조했다. 이른바 한반도가 지정학적인 이해관계로 얽히면서 열강들의 각축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므로 열강들이 이면에 숨겨놓은 보따리를 풀지 않고서는 6자회담이니 햇볕정책이니 하는 것들이 실효를 거두기가 어렵다. 예컨대 중국은 유구한 역사속에 한반도가 자신들의 속국이었다는 고정관념을 버리지 않고 북한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일본은 대륙 진출과 영토 확장의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따금 대두되는 독도문제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대한민국과 미국은 상호우방으로 돈독한 유대를 이어왔으나 1970년대 이후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특히 개발도상국들의 급부상으로 미국경제가 흔들리자 미국이 급기야 우루과이 라운드를 비롯해 슈퍼 301조라는 통상법을 앞세워 무역에 있어서 많은 양보를 요구하면서 마찰이 심해졌다. 미국의 치외법권적 요구는 형평성에 어긋났고 이로 인해 먼 훗날 한국은 IMF를 맞았고, 우방의 기능에 대해서 회의가 일기 시작했다. 미국이 우리에겐 은인의 나라임에는 틀림없지만, 미국이 과연 지정학적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우리를 무조건 도와주었을까는 자문해볼 일이다. 물론 거대한 미국을 상대하기란 개미가 정자나무 건드리기이다. 따라서 비굴해서는 안 되겠지만 동맹국으로서의 유대를 돈독히 유지해야 한다. 그 길만이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사실을 신세대는 명심해야 한다. 지엽적인 문제로 상호간에 상처를 입혀서는 안 된다. 한반도 통일은 분단을 고착시키는 데 일조한 주변 열강들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함께 풀어야 할 과제라는 생각이 절실하게 든다. 정충모 시조시인 캐나다교민
  • [사설] KAL기 참사를 대선에 이용했다니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위원회(진실위)가 1987년 115명이 희생된 KAL858기 폭파사건에 대한 재조사 결과를 어제 내놓았다. 그동안 일부 재야진영에서 제기해 온 옛 안기부의 공작설 및 조작설은 일단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당시 5공화국 정권이 이 사건을 13대 대선에 적극적으로 이용한 사실을 분명히 밝힌 점은 성과라 하겠다. 참사 직후부터 범정권 차원에서 이른바 ‘무지개 공작’을 통해 노태우 후보 당선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사건을 적극 이용했다는 것이다. 과거 정권의 부도덕성을 새삼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두환 정권은 사건 직후 안기부를 중심으로 내무부, 국방부 등 10개 기관에 기획팀을 꾸려 대북 규탄대회를 주도면밀하게 펼쳤다고 한다. 또 대선 직전까지 KAL기 폭파범 김현희를 서울로 압송하기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모두가 노 후보 당선을 위해 반북 분위기를 끌어올리려는 전략이었다는 것이다.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상황과 정통성이 취약한 군사정권이 빚어낸, 지난날의 슬픈 자화상이라 하겠다. 비록 법원 판결에 의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으나 훗날 벌어진 ‘총풍’‘북풍’ 논란도 결국은 이런 비도덕적 행태가 빚어낸 소모적 갈등인 셈이다. 이번 조사로 많은 의혹들이 해소되기는 했다. 그러나 여전히 의혹의 눈길을 떨치지 못하는 재야단체들도 있다. 일말의 의구심까지도 털어내려면 추가적인 조사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사건조작 논란은 이제 끝내야 하지 않을까. 이를 위해 폭파범 김현희의 고해가 뒤따를 차례라고 본다. 사면으로 법적 책임을 면한 자연인이지만 그가 동족에게 해야 할 일은 남아 있다. 그가 입을 열고 이를 통해 사건의 아픔도 역사로 넘길 날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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