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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눈] 개성을 상상하며/박찬구 정치부 기자

    왜 대통령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개성공단으로 상징되는 한반도 평화담론에 매달리는 것일까. 진보성향의 표심에 호소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계승하려는 정치행보라고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힘에 의한 평화’가 아니라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를 추구하는 탈(脫)분단식 접근이라는 평가에 굳이 인색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남북열차가 반세기 만에 개성에 간다. 끊어진 철로를 잇는다는, 그 이상의 의미를 두고 싶다. 역사적으로 개성은 복식부기 방식을 서양보다 200년 앞서 사용한 국제무역의 중심지였다. 현재는 금강산과 함께 북한 개방의 바로미터가 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개성의 미래는 어떨까. 어느 학자는 개성과 서울, 인천을 묶는 복합경제특구를 제안한다. 개성은 생산, 서울은 기획과 금융, 인천은 물류를 담당토록 하자는 발상이다. 또 다른 전문가는 개성·파주 경제권을 형성해 북한을 개방으로 이끌자고 주장한다. 서울에서 60㎞ 거리에 불과한 개성에 일일 관광열차를 운행하자는 의견도 있다. 모두 한반도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어 동북아 평화와 통일시대의 주도권을 회복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냥 될 일은 아닐 것이다. 자유무역협정(FTA)이 거부할 수 없는 국제사회의 현실이라면, 개성공단 원산지 규정처럼 FTA를 남한식이 아니라 한반도식으로 풀어나가는 게 단초가 될 수 있다. 남북이 FTA를 체결해 북한을 국제 경제질서에 ‘연착륙’시키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6자의 틀에 얽매이기보다 ‘남북이 한반도 평화논의의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는 의지를 확인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남북의 정상이 악수하고, 우리 중소기업이 개성에서 물건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이나 했는가. 개성행 열차에 오를 각계 인사들이 함께 고민하고 상상하길 기대한다. 박찬구 정치부 기자 ckpark@seoul.co.kr
  • DJ 베를린 자유대 ‘자유상’ 수상

    김대중 전 대통령이 16일 베를린 자유대학이 수여하는 ‘자유상’을 수상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베를린 선언과 한반도 평화’라는 제목의 수상 연설에서 베를린 선언이 있은 지 3개월 후 분단 55년만에 처음으로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으며 이후 남북 관계는 크게, 그리고 본질적으로 변화했다.”고 말했다. ‘자유상’은 베를린 자유대학이 정치, 사회, 학술분야에서 자유의 이상 실현을 위해 헌신한 인물에게 수여하기 위해 올해 제정한 것이다. 베를린 자유대학은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 전 대통령을 한국 민주주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 증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제1회 수상자로 결정했다.베를린 연합뉴스
  • ‘통일의 철마’ 탑승자들 기대와 소회

    ‘통일의 철마’ 탑승자들 기대와 소회

    남북을 가르는 ‘통일의 철마’에 몸을 싣게 된 행운의 주인공들은 전날 밤 어떤 꿈을 꿀까. 탑승을 하루 앞둔 16일 그들의 기대와 소회를 들어봤다. ●“친구들이 부럽다며 사진 찍어오라 난리” “수학여행 버스에서 노래하고 수다를 떨 듯이 통일열차에서도 북한 친구들과 놀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동해선 최연소 탑승자 홍지연(13·인천용현여자중학교)양은 “이렇게 빨리 통일 열차를 타게 될지 몰랐다.”며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한 방송사의 통일 퀴즈를 맞춰 탑승의 행운을 얻게 된 홍양은 “친구들이 모두 부럽다면서 사진 찍어오라고 난리다.”고 말했다. ●장진구군 “유럽까지 달리고 싶어” 문산역에서 출발 예정인 남북시험열차에 연소 탑승자로 초청받은 울산 제일중학교 1학년 장진구(14)군도 “남북한 길이 열려 울산에서 유럽까지 기차로 여행을 해보고 싶어요.”라고 소망을 피력했다. 장군 역시 모 방송사의 통일관련 퀴즈 프로그램에 출연한 인연으로 통일부로부터 초청을 받았다. ●“불안했던 장벽 하나하나 걷어내야” 개성공단입주자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기문 로만손 사장은 경의선 열차 탑승 소식을 듣고 개성공단 초창기를 떠올렸다.“처음 개성공단에 들어갈 때 주위에서도 걱정을 많이 했고 저 자신도 불안을 안고 있었습니다. 이제 그런 장벽들이 하나씩 걷히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는 시험운행을 넘어서 개통 가능성을 희망적으로 내다봤다. 김 사장은 “개성공단이 한참 개발단계인데 남북 철도 개통은 물류나 북측 근로자의 출퇴근이 획기적으로 진일보하는 것”이라면서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특히 “개성공단으로 출퇴근하는 근로자가 대부분 버스나 화물차로 이동했는데 기차로 하면 물류 비용이 절약될 뿐만 아니라 많은 양의 물류를 한번에 이동할 수 있어 효과적이다.”고 강조했다. ●“문학·삶의 무대 57년만에 되찾는 기분” “한국전쟁 때 인민군에 동원돼 동해선을 타고 내려왔지요. 그것으로 가족과 이별하게 됐고, 그때 경험은 문학으로 나타났어요. 제 문학과 인생의 큰 무대를 57년 만에 찾아간다고 생각하니 흥분되고 감동스럽습니다.”원산 출신 작가 이호철(75)씨는 자신이 체험한 남북 분단의 아픔을 문학으로 형상화한 대표적 소설가로 동해선에 탑승한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인민군에 동원돼 동해선을 타고 남측으로 내려온 그는 포로로 잡혔다가 풀려났고 이 때의 경험을 소설 ‘남녘사람 북녁사람’으로 풀어냈다.“제 문학의 무대이기도 하지만 삶의 무대이기도 하지요. 지금도 원산을 출발해 갈마, 배화, 안변, 오계, 상음, 자산, 흡곡 등 기차역 이름을 모두 외우고 있습니다.”이씨는 시험운행에 대해 “우선 기쁘면서도 기차 타고 아예 고성까지 갔으면 하는 생각에 자꾸 아쉬운 마음이 든다.”면서 “이렇게 된 것만 해도 어려운 협상을 거쳐 이뤄낸 결과이니 상징적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고 의미를 부여했다. 울산 강원식기자 서울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2900억 지원하는 경기도민 무시”

    “2900만원도 아니고 2900억원이나 부담하는데….”경기도가 경의선 남북철도 연결사업에 거액의 예산을 지원하고도 정작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시험운행에 참여하지 못하자 발끈하고 나섰다. 경기도는 김 지사의 17일 열차 시험운행 탑승을 통일부 등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16일 밝혔다. 도 관계자는 “최근 도 관계자가 통일부를 방문해 김 지사를 경의선 시험운행 탑승자 명단에 포함시켜줄 것을 요구해 긍정적 답변을 얻었지만 청와대의 결정 과정에서 배제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도는 경의선 철도연결 사업 가운데 서울 용산∼파주 문산간 단선 철로의 복선화 등에 오는 2010년까지 전체 사업비의 25%에 이르는 2972억원을 부담하기로 하고 현재 900여억원을 투입했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세계 유일의 분단 도(道)의 도지사를 참석 못하게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통일 관련 행사를 쇼나 이벤트로 바라보는 시각에 문제가 있으며 특히 3000억원 가까운 예산을 부담하는 자치단체 책임자를 못 가게 하는 것은 경기도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최우영 대변인도 “경기도가 막대한 예산 지원을 했을 뿐만 아니라 경의선이 경기 지역을 지나기 때문에 지사가 탑승하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면서 “이 정부의 생각을 납득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2900억 지원하는 경기도민 무시”

    “2900만원도 아니고 2900억원이나 부담하는데….”경기도가 경의선 남북철도 연결사업에 거액의 예산을 지원하고도 정작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시험운행에 참여하지 못하자 발끈하고 나섰다. 경기도는 김 지사의 17일 열차 시험운행 탑승을 통일부 등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16일 밝혔다. 도 관계자는 “최근 도 관계자가 통일부를 방문해 김 지사를 경의선 시험운행 탑승자 명단에 포함시켜줄 것을 요구해 긍정적 답변을 얻었지만 청와대의 결정 과정에서 배제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도는 경의선 철도연결 사업 가운데 서울 용산∼파주 문산간 단선 철로의 복선화 등에 오는 2010년까지 전체 사업비의 25%에 이르는 2972억원을 부담하기로 하고 현재 900여억원을 투입했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세계 유일의 분단 도(道)의 도지사를 참석 못하게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통일 관련 행사를 쇼나 이벤트로 바라보는 시각에 문제가 있으며 특히 3000억원 가까운 예산을 부담하는 자치단체 책임자를 못 가게 하는 것은 경기도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최우영 대변인도 “경기도가 막대한 예산 지원을 했을 뿐만 아니라 경의선이 경기 지역을 지나기 때문에 지사가 탑승하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면서 “이 정부의 생각을 납득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지방시대] 5·18정신의 진정한 의미/김준태 시인·조선대 교수

    ‘역사는 발전한다’는 말을 예증하듯이 5·18은 엄청난 상처였으나 마침내 민주주의의 승리로 이어졌다.12·12와 5·17 쿠데타에 이어 광주학살을 자행한 신군부 세력이 민족과 민주주의에 준거한 역사적 단죄를 피할 수 없었음이 그것이다. 이른바 전직 두 대통령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세기적 재판’을 받기 위해 ‘나란히’ 법정에 서야 했다. 1996년, 대법원은 피고들을 판결하면서 “우리나라는 제헌헌법의 제정을 통하여 국민주권주의, 자유민주주의, 국민의 기본권보장, 법치주의 등을 국가의 근본이념 및 기본원리로 하는 헌법질서를 수립한 이래…. 헌법에 정한 민주적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폭력에 의하여 헌법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정권을 장악하는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는 것”이라고 명백한 선언을 했다. 1980년 5월 이후 계속되어온 ‘5월싸움’은 어김없이 모든 시민운동의 중심에 서 있었다. 먼저 5·18은 시인 김정환이 노래했듯이 ‘끝까지 우리들 인간성을 배반하지 않았던’ 나눔과 베풂의 문화를 창출한 공동선의 전범(典範)을 보여주었다. 계엄군이 투입된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광주시민들끼리는 살인·강도·절도사건 하나 없이 모두가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운명공동체를 아름답게 재현했는데 그것이 이후 한국사회 시민운동의 도덕적 모델이 되었다. 둘째로 분단국가에서는 여차하면 군부세력이 출몰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5·18의 경험을 통해서 터득한 시민대중은 국토와 민족의 통일에 대한 열망을 저버리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다. 셋째는 외세에 의존하는 단순한 환상에서 벗어나 ‘주권국가’로 일어서자는 의지가 확실한 목소리로 표출되었다는 것이고 넷째는 서로 다른 성격의 부문 운동이 종국엔 하나로 만나는 연대운동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다섯째로는 1948년의 여순사건과 제주 4·3사건, 거창민간인학살사건의 재조명과 역사재평가운동 등이 그것이다. 여섯째로는 불교·천주교·개신교 등이 각 종파를 초월하여 ‘함께하는 나라사랑운동’이 우선 큰 족적을 남겼다. 그렇다. 이 땅의 민주주의운동과 통일운동에 온몸을 바친 젊은 영혼들을 잊어서는 안 되리라. ‘잊지 말자 그리고 기억하자’는 경구가 말해주고 있듯이 한국의 민주주의가 이만큼이라도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한 사람들은 바로 그들이었으니 말이다. 5·18의 연장선상에서 촉발된 1987년 ‘6월항쟁’에 동참한 대다수 국민들의 결집된 역량이 마침내 나라발전에 커다란 활력소를 불어넣었다는 사실 또한 역사의 소중한 자산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제 5·18은 우리나라 전체구성원과 해외 700만 동포,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의 민주주의의 교과서로 읽혀지면서 자유와 평화, 인권운동으로 보편성과 영원성을 부여받고 있다. 해마다 5월 그날이 돌아오면 노래처럼 입술에 올리고 싶은 슬로건이 있다.‘5월에서 민주주의로,5월에서 통일로’가 그것이다. 결국 이 말에서 찾아지는 5·18의 진정한 의미는 갈라짐이 아니라 우리 모두 ‘하나됨’ 속에서만이 완성될 수 있다는 얘기다. ‘서로 손잡고 서로를 위로하며 어루만져주는 세상’그것이 5월정신이기 때문이다. 김준태 시인·조선대 교수
  • [사설] 남북 열차운행 일회성 안돼야

    어제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장성급회담에서 양측은 경의선·동해선 열차시험운행을 위한 군사보장에 의견 접근을 봤다.17일 시험운행에 한정해 군사보장을 하겠다는 북측 때문에 양측은 오늘 새벽까지 공동보도문 작성에 진통을 치렀다. 한차례 시험운행에 그치더라도 분단으로 끊어진 남북의 혈맥을 잇는 역사적인 첫 장을 열게 된다면 그 의의는 작지 않다. 철도 시험운행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3대 경협의 하나로 추진돼 왔다. 정부의 끈질긴 설득과 노력으로 철도·도로를 연결한 데 이어 56년 만에 휴전선을 넘어 열차가 북녘땅을 밟는 감격스러운 광경을 7000만명이 지켜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차량과 배, 비행기에 이어 마지막 남은 운송 수단인 열차가 남북을 오가게 된다면 인적·물적 교류의 인프라 구축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열차 시험운행이 예정대로 이뤄지면 이달 말부터 우리측은 대북 쌀차관 40만t을 제공한다. 또한 남북이 지난 4월 남북경제협력추진위에서 합의한 경공업·지하자원 협력사업도 개시된다. 우리측은 8000만달러 상당의 의류, 신발, 비누 등 경공업 제품 생산용 원자재를 6월부터 북측에 유상제공할 것이다. 북측 자원개발 대상지역에 대한 현지 조사도 공동으로 실시한다. 이로써 일방적 퍼주기라는 지적을 받아온 경협은 개성공단사업과 더불어 주고받기식 협력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남북관계와 경협이 탄탄한 행보를 하려면 열차운행이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 된다. 철도·도로를 통해 사람과 물자의 소통이 활발해지면 북측도 실리와 명분을 챙길 수 있다. 북측이 막판까지 고집한 서해 북방한계선(NNL) 문제는 차후 군사적 신뢰를 쌓아가면서 풀어가되, 철도·도로 운행의 항구화를 위해 남북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당부한다.
  • [박성서의 7080 가요 X파일] ‘아빠의 청춘’ 부른 오기택(Ⅰ)

    ‘저음의 마법사’라 불리는 중후한 목소리의 가수 오기택씨. 목소리 자체에 그윽하고 중후한 감정이 배어 있어 흡인력 또한 대단하다. 그는 이력서가 두장이다. 가수이력서와 골프이력서가 그것. 특이하게도 가수이력서는 두장인데 반해 골프이력서는 무려 네장 정도의 분량에 별지까지 첨부되어 있을 정도로 수상 기록이 화려하다. 1939년 11월18일, 전남 해남의 한 바닷가에서 부친 오월봉씨와 모친 주장악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사업하시는 부친을 따라 해남과 목포를 오가며 초등학교를 세번이나 옮겨야 했을 정도로 환경변화가 많았다. 고등학교 때 상경해 성동공고 기계과를 졸업한 후 가수들의 등용문이었던 동화예술학원에 입학한다. 가수 고복수씨가 운영하던 동화예술학원 시절인 1961년 12월, 그는 제1회 KBS 직장인 콩쿠르에 동화백화점(현 신세계백화점)의 대표로 출전,1등을 차지한다. 이때 부른 노래가 창작곡 ‘비극에 운다’. 지도교사였던 작곡가 장일성씨가 대회 출전용으로 만들어 준 노래다. 아마추어 콩쿠르라 하면 일반적으로 관객이나 심사위원들에게 친숙한 곡을 부르게 마련이지만 이 예비가수가 창작곡을 가지고 출전했다는 것은 그만큼 가창력에 자신이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대회를 TV 중계로 지켜본 작곡가 김부해씨가 오기택씨를 찾아온다. “당시 ‘대전블루스’ ‘댄서의 순정’ 등으로 대단한 인기를 누리던 김부해 선생은 만나자마자 원로들의 모임인 한국작가동지회 사무실로 데리고 갔어요. 그 사무실에는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가요작가들이 모여 있었죠. 전수린, 형석기, 손목인, 박시춘, 반야월, 조춘영 선생….” 결국 이 가수지망생은 쟁쟁한 실력자들에게 단숨에 인정받은 후 곧바로 김부해씨가 문예부장으로 있던 메이저 음반사, 신세기에 전속가수 계약을 맺는다. 이를 테면 음반 취입 없이 테스트만으로 전속이 된 독특한 케이스이다. 그는 1962년 4월20일, 계약금 5000원을 받고 전속가수가 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우중의 여인’ ‘영등포의 밤’ 등을 잇달아 취입하며 신세기의 간판스타로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그의 이름이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할 무렵인 1963년 4월, 해병대 군예대에 입대한다. 그러나 입대 후에도 그의 노래들은 계속 방송되고 있었고 또한 군복을 입은 채 틈틈이 음반을 취입, 공백기 없이 히트곡을 계속 발표했다. 영화 ‘모녀기타(강찬우 감독,64년)’에 이어 영화배우 박노식의 대표적 캐릭터로 알려진 ‘마도로스 박(신경균 감독,64년)’ ‘바람아 말하라(이형표 감독,65년)’ 등의 주제가를 비롯해 1964년 동경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마라톤선수 신금단과 남측에 있던 부친 신문준씨가 분단 15년 만에 극적으로 상봉하는 장면을 담은 ‘눈물의 십분간’을 발표한다. 신금단 부녀가 헤어질 때 외친 “아바이…” “금단아!”라는 대사는 분단의 아픔을 상징하는 단어로 금세 유행어가 되었고, 아울러 오기택씨와 최숙자씨가 함께 부른 노래에 실려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제대 후에는 ‘고향무정’ ‘남산 블루스’ ‘충청도 아줌마’ ‘비 내리는 판문점’ 등을 잇달아 발표, 히트시킨다. 한달 평균 20여곡 이상씩 취입할 정도였다. 그러나 톱 가수 대열에 서 있던 그의 노래가 일순간, 모조리 방송에서 자취를 감춘다.(계속) 대중음악평론가 sachilo@empal.com
  • 남북 노동형제 8년만에 ‘통일축구’

    남북 노동형제 8년만에 ‘통일축구’

    경남 창원시에서 열리는 ‘6·15 공동실천을 위한 5·1절 남북노동자통일대회’에 참석한 남북 노동자 대표단은 30일 대회 이틀째 행사로 상봉모임,3·15묘역참관, 통일축구 대항전 등을 가지며 우의를 다졌다. 창원에서 열리는 이번 5·1절 남북노동자통일대회는 분단 이래 처음으로 북한 노동자들이 남측을 방문해 남북 노동자들이 함께 개최하는 노동절 행사다. 북한에서는 2001,2004년 두 차례 남북노동자통일대회가 열렸다. 남북노동자통일축구는 1999년 8월14일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이후 8년 만이다. ●축구 북측 1대0 승리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북측 조선직업총동맹 등 남북 3개 노동단체는 이날 오후 7시부터 창원종합운동장에서 남북노동자통일축구 경기를 벌였다. 남측에서는 민주·한국노총 소속 노동자 대표 선수, 북한은 평양철도노동자축구단이 출전했다. 축구경기행사 시작 전부터 비가 내려 관중은 2000여명에 지나지 않았지만 남북한 대표단과 노동자들은 한반도 단일기를 들고 ‘조국통일’을 외치며 하나되는 시간을 가졌다. 경기는 북측 노동자 대표팀이 후반 막판에 한 골을 넣어 1대0으로 이겼다. 경기가 끝난 뒤 남북노동자대표단은 창원호텔 3층 목련홀로 자리를 옮겨 지역 기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축하만찬을 가졌다. 앞서 남북 3개 노동단체 임원 등 15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40분쯤부터 창원호텔 2층 동백홀에서 ‘남북노동자대표 상봉모임’을 가졌다. 상봉모임에는 민주노총에서 이석행 위원장 등 임원 70여명과 한국노총 정광호 부위원장 등 60여명, 북측은 원형국 조선직총 부위원장 등 20여명(여성 6명)이 참석했다. ●북측 대표단 “자리 같이해 기쁘다” 원형국 조선직총 부위원장은 공개발언을 통해 “남북 노동자 대표들이 겨레의 관심 속에 자리를 같이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북남 전체 노동자들이 동족으로 굳게 뭉치자.”고 말했다. 원 부위원장은 이념적인 내용을 섞어 10여분간 연설조로 발언해 한때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상봉모임은 당초 예정(오전 10시)보다 북측 대표단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40분쯤 늦게 시작됐다. 상봉모임에 이어 이충복 6·15 공동선언 실천 북측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측노동자대표단은 오후 2시30분쯤 마산 3·15민주묘지를 방문, 방명록 서명과 헌화, 묵념을 했다. 대회 사흘째인 1일에는 오후 3시 창원종합운동장에서 이번 대회 중심행사인 5·1절 남북노동자통일대회·통일축구단합경기·축하공연 등이 열린다. 한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경남도에 4억 1000만원, 창원시에 5000만원의 행사지원금을 요구해 물의를 빚고 있다. 경남은 1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창원시는 결정을 못하고 있다. 이날 5·1절 남북노동자통일대회를 알리는 현수막을 시 당국이 철거한 것과 관련, 주최측 자원 봉사자들이 시청에 몰려가 집단 항의하면서 시청 현관 대형 유리창 1개가 깨졌다. 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이병주 문학은 아시아를 잇는 고리”

    ‘태양에 바래지면 역사가 되고 월광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이병주 소설 ‘산하’에서) 한국 현대문학사에 독특한 위상을 정립한 소설가 나림(那林) 이병주(1921∼1992) 선생의 풍부한 문학세계가 아시아 문학을 자신의 고향인 경남 하동으로 불러모았다. 27일부터 3일간 하동 일대에서 열린 ‘2007 이병주 하동국제문학제’는 아시아 8개국의 저명한 작가들이 대거 참석해 ‘이병주 문학’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자리가 됐다. 올해로 여섯 번째인 이병주 문학제는 지역 행사에서 지난해 전국 규모 행사로 커진 뒤 15주기를 맞은 올해 또 다시 국제문학제로 확대됐다. 27일과 28일 두차례에 걸쳐 열린 ‘아시아 현대사와 문학’ 주제의 심포지엄에서 국내외 작가들은 분단, 식민지배 등의 아픈 상처와 이런 상처를 드러내고, 보듬고, 치유하는 문학의 역할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파블로 네루다 문학상 등을 수상한 필리핀의 원로작가 시오닐 호세는 ‘나의 이야기’라는 발표문에서 수백년에 걸쳐 제국주의 지배를 받은 필리핀의 근현대사를 소개한 뒤 해방 공간을 소설의 주 무대로 삼은 이병주 등 한국문학의 강건한 전통을 부러워했다. 태국작가협회장인 차마이펀 방콤방은 “모든 문학은 역사를 반영한다.”며 역사를 외면한 문학의 존재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내다봤다. 하노이작가협회장을 역임한 베트남 작가 호 안 타이는 ‘분단을 치유하기’라는 주제발표에서 “베트남전이 끝난 뒤 문학은 국민을 분열시켰던 지형적 경계와 이데올로기, 편견과 증오를 극복할 수 있었다.”면서 “소설가는 그 나라 역사의 동반자”라고 말했다. 기자 출신 중국 작가인 한 샤오쳉은 “이병주 선생의 영문 번역 작품을 중국에서 찾지 못해 아직 그의 작품을 읽지 못했지만 이번 국제문학제 행사 참석을 준비하면서 이병주를 비롯한 한국 문학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윤식, 박완서, 임헌영, 최동호, 서영은, 김인환, 박덕규, 방현석씨 등 한국 문인들은 외국 작가들과 아시아 문학의 미래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정구영 전 검찰총장과 함께 이병주기념사업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병주 문학의 핵심은 ‘학병세대’라는 것”이라면서 “당시 아시아 각국이 식민지배의 고통을 받았다는 점에서 아시아 작가들을 연결시킬 수 있는 고리가 바로 이병주 문학”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내외 작가들은 쌍계사에서 하룻밤 묵으면서 한국문화의 원류 등에 대해서도 깊이있는 토론을 진행했다. 앞서 27일 오후 3시 섬진강변 이병주 문학비 앞에서 열린 15주기 추모제에는 각국 작가 100여명과 정 전 총장, 김 명예교수, 한길사 김언호 대표, 유족 대표인 이권기 경성대 교수, 박종렬 변호사, 조유행 하동군수 등 각계 인사 200여명이 참석했다. 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인 김종회 경희대 국문과 교수는 “내년부터는 국제 규모의 문학상을 신설해 문학제 기간 중 시상하게 될 것”이라면서 “국제문학제로의 확대는 이병주 문학을 세계에 알린다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나림 이병주 선생은 교육계와 언론계에서 활동하다 44세때인 1965년 월간 ‘세대’에 ‘소설 알렉산드리아’를 발표하면서 뒤늦게 문단에 입문해 ‘산하’ ‘지리산’ ‘그해 5월’ 등 80여권의 방대한 작품을 남겼다.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 사람] 세계효문화본부 홍일식 총재

    [김문기자가 만난 사람] 세계효문화본부 홍일식 총재

    벌써 5월이라는 생각에 문득 피천득 선생께 안부 전화를 걸었다. 새달 29일이면 백수(百壽)라는 만 99세를 채우는데도 아직 듣고 말하는 데 큰 지장이 없다고 하신다. 지금도 애지중지하는 인형과 함께 눈을 지그시 감고 클래식 음악을 들으신다. 어두워 잠자리에 들 때면 늘 그러했듯 팔베개를 해주며 꿈속을 함께 걸으신다. 또 밝은 낮에는 집 주변에 흐드러지게 핀 꽃들을 감상하며 어린 아이처럼 히죽거리다가 감흥에 젖어 시구도 절로 읊으신다. 이래저래 5월은 많은 생각이 떠오르게 한다. 기념할 날도 많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새삼 가족과 우리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가정의 달’이라고 했던 이유도 아마 여기에 있지 않을까. ●‘가정의 달´ 맞아 되돌아본 효 ‘효행’이 새삼스레 생각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륜의 덕목 중 가장 으뜸으로 여긴다. 하지만 지금은? ‘부모만한 스승 없고, 형만한 아우없다.’는 속담에 얼마나 수긍하고 고개를 끄덕일까. 지난주 홍일식(72) 전 고려대 총장을 만났다. 그는 1999년부터 지금까지 ‘세계효문화본부’ 총재를 맡아 ‘21세기의 효’는 어떠해야 하며, 또 ‘한국인에게는 무엇이 있는가.’에 목소리를 높인다. 서울 성북동 사무실에 들어서자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맞이한다. 젊어 보인다고 하자 “손님을 만나려면 최소한 예의는 갖춰야 하지 않느냐.”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어 자리에 앉더니 “미래는 준비하는 사람의 몫이다. 일찍이 역사의 신은 준비 없는 사람에게 미래의 영광을 준 적이 없다. 미래는 세계화이고 따라서 다음 세대는 세계 시민권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 화두를 던진다. “과거 농경사회 때는 어떠했습니까. 헐벗고 굶주려, 배고파서 못살겠다고 했지요. 그 다음에는 산업사회가 왔습니다. 배고픔은 없었지만 대신 힘들다고 했습니다. 노동시간의 단축을 요구했지요. 정보화시대인 지금은 바빠서 못살겠다고들 난리입니다. 다들 몸은 하나인데 여기저기 불려다니느라 허덕입니다. 각종 스트레스 속에, 시간에 쫓겨 정신없이 떠밀려 가는 사회에 살고 있지요.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인류 문명의 큰 흐름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다가올 전문지식사회의 문제는 ‘고독´ 그러면서 다가올 미래는 ‘고도의 전문지식사회’이며 이때 인간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는 외로움, 바로 ‘대중 속의 고독’이라고 강조했다. 지금만 하더라도 한 지붕 아래, 한 가족끼리도 벽을 쌓은 채 가식화된 인사를 나누며 지내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개인적이고 이기적으로 치닫는 현대사회가 사람을 고독의 늪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으며, 때문에 미래 인간의 최대 과제는 ‘고독 탈출’이라고 역설했다. 따라서 미래사회의 주인공은 바로 이 고독으로부터 해방·탈출할 수 있는 사상과 문화를 창조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캄캄한 밤에 지팡이도 없이 표류하는 인간에게 기댈 수 있는 언덕과 길잡이로서의 철학사상을 만들어내는 사람이야 말로 ‘21세기 리더’라고 부연했다. “우리나라의 경제능력은 지금이 최상이며, 더 떨어지지 않게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분단국가인 데다 지하자원도 없이 세계 10대 교역국이 된 것에 만족하고 더 이상 부의 축적에 욕심 부려선 안 됩니다. 미래의 국가는 민족주의도 사라지고, 세금 받는 영역에 불과합니다.” ●미래 문화시대 대비할 우리 유산 효 결국 미래는 문화의 시대, 즉 문화영토의 사회일 수밖에 없다고 예견한다.“천만 다행히도 우리는 지금 이 미래를 준비할 능력과 함께 사상·문화의 유산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면서 효문화·효사상이 바로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서구인들의 경우 스스로 고독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이미 동양의 철학·사상 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 가족학(Family Science)이라는 새로운 학문분야를 개척하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으며 “이것이 다름 아닌 동양의 혈연·가정학의 변형이요, 우리의 효문화·효사상에 대한 새로운 가치접근”이라고 설명했다. 또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유명한 스웨덴만 하더라도 최근 들어 노인들의 고독 탈출을 위한 데모가 잦다고 했다. 얼마 전 미국에서 생겨난 버지니아텍 사건만 하더라도 현대문명이 빚어낸 ‘고독의 늪’에 그 원인이 있다면서 누구나 다 정도의 차이일 뿐 ‘조승희적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효사상이 인류의 구원인 까닭도 여기에 있단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1950년대에 TV가 나와 1980년대까지 한 지붕 가족관계를 토막냈습니다. 그 이후에는 컴퓨터가 나와 인간관계를 100배나 더 미세하게 단절시켰지요.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선 부모·자식 간의 인간관계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자기희생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미래지향적인 효사상을 정립해야지요. 예컨대 과거 집안의 효자라고 했을 때, 그 집 아들은 부모에 대한 효성은 지극한 반면, 자신의 갈 길을 제대로 가지 못해 사실상 인생의 낙오자나 다름없었습니다. 지금도 그럴 수는 없지요. 현대의 효는 부모를 즐겁게 해주는, 즉 자식이 출세하고 올바르게 잘 살아가면 그게 바로 진정한 효 아니겠습니까.” ●효사상도 혁명적으로 변해야 옛날에는 부모만 한 스승이 없다면서 무조건 따라오게 했으나 이제는 오히려 자식한테 배워야 하는 문명시대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지금의 부모 세대는 도덕적으로 힘든 일을 했을 때 비로소 젊은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면서 “어른들이 담배꽁초도 줍는, 그런 천지개벽하는 대변혁의 가치관이 필요한 때”라고 거듭 주문했다. “효사상은 오늘날 인류문명이 처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자 미래를 이끌어갈 유일한 철학이지요. 우리는 그 사상과 문화영토 개척의 향도로서 앞장서 나가야 합니다.” 고려대를 나와 이 학교 여자교우회장까지 지낸 홍 총재의 부인 역시 평소의 덕행을 인정받아 1996년 ‘신사임당’에 추대됐다. 슬하에 3남1녀를 두었다. 딸은 한서대 교수를 거쳐 지금은 성북보건소 의학과장이다. 장남은 국민대 교수, 차남은 사업가이며 삼남은 경북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홍 총재는 가끔 가족들과 함께 여행한다. 최근에는 중국 ‘열하일기’의 무대를 다녀왔다. 여기에서 홍 총재는 “당시 70만 여진족이 1억이 넘는 한족을 무너뜨려 270년간 꼼짝 못하게 한 비결이 글로벌 리더십”이라고 얘기했더니 자식들이 다 감동했다고 귀띔했다. 이런 테마여행이 올해도 몇 차례 예정돼 있어 부푼 기대감이 어렸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36년 서울 출생 ▲55년 양정고 졸업 ▲59년 고려대 국문학과 졸업, 양정고 교사 ▲64년 동대학원 석사 ▲77∼2001년 고려대 국문학과 교수 ▲80년 동대학원 문학박사 ▲90∼91년 베이징대 교수 ▲92∼94년 성곡학술문화재단 운영위원장 ▲94~98년 고려대총장 ▲97년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공동대표 ▲99년 세계효문화본부 총재 ▲2001년 한국향토사전국협의회 회장 ▲2002∼2004년 학교법인 동원육영회(한국외국어대) 이사장 #주요 저서 육당연구, 한국개화사상사, 문화영토시대의 민족문화, 중한대사전, 한국인에 무엇이 있는가,21세기와 한국문화 외 다수. ■ 세계효문화본부는 현대적 의미의 효개념 재정립과 효문화를 전 세계에 전파하기 위한 목적으로 1999년 12월 사단법인으로 설립됐다(국가 청소년위원회 인가). 주요 사업으로는 효정신 함양을 위한 출판(계간지 ‘헬로 효’ 발행), 효문화 가치의 대중화·세계화를 위한 홍보 및 세미나 개최, 세계 각국과 효문화 사업 교류협력, 효박물관·효문화센터 건립 및 운영 추진 등이다. 그동안 ▲2000년 5월 ‘효의 세계화’ 세미나 개최 ▲2003년 9월 세계효문화축제 개최 ▲2004년 11월 한·중·일 국제청소년 효문화 포럼 등의 행사를 개최했다. 여기에는 정치권 등 각계 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 [책꽂이]

    ●중국 문화읽기(유주열 지음, 이비락 펴냄)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관 총영사인 저자가 쓴 중국 역사·문화론. 저자는 “흔히 외교관은 나라의 ‘눈’이고 ‘귀’이며 ‘입’이라고들 말한다. 이에 하나를 보태자면 나라의 ‘다리’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고 밝힌다. 국익을 위해 뛰고 또 뛰는 것이 외교관의 일이라는 것이다. 이 책엔 저자의 이런 직업정신이 그대로 녹아 있다. 그런 만큼 이야기는 생생하고 현장감이 넘친다.‘자금성 감상법’ ‘왕푸징과 스차하이’ ‘국화술이 익는 타오란팅(陶然亭) ‘투장옌(都江堰)과 산샤댐’ ‘츠판러 메이요’ ‘신차이라이(新菜來)’ ‘건륭제와 거지 닭’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실렸다.1만원.●규장각 교리 성대중이 쓴 궁궐 밖의 역사(성대중 지음, 박소동 엮음, 열린터 펴냄) 조선시대 영·정조의 지우(知遇)를 받고 서얼 신분임에도 벼슬길에 올라 규장각 관원이 된 청성(靑城) 성대중. 그는 당대 문인학자로 이름 높았고, 스스로 고문(古文)에 입각한 순정한 문체를 자임해 문체반정(文體反正)의 모범적 인물로 정조의 칭찬을 받은 인물이다.18세기 일상사의 풍경을 그린 그의 저서 ‘청성잡기’에 따르면 조선왕조는 여성억압의 시대가 아니다.“우리나라는 개가(改嫁)를 금지했으므로 부인들의 기세가 더욱 드세졌다. 그들은 다른 방도가 없었으므로 걸핏하면 죽으려 들었다. 남편에게 화가 날 때마다 죽으려 드니, 이는 신하가 임금에게 은총을 잃으면 떠나려 하고 종이 주인에게 벌을 받으면 도망칠 생각을 하는 것과 같다.”라는 대목이 이를 증명한다.1만 3000원.●황하에서 한라까지(심백강 지음, 참좋은세상 펴냄) 교육인적자원부는 얼마전 고조선에 관한 국사 교과서의 일부 내용을 수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세웠다고 한다.’에서 ‘세웠다.’로 고작 세 글자만 달리 표기했을 뿐, 고조선의 발상지가 한반도의 대동강 유역이라고 보는 데는 달라진 게 없다. 재야 역사학자인 저자는 고조선의 발상지가 한반도가 아니라 중원 대륙의 요서 대릉하 유역임을 ‘사고전서’ 등의 다양한 사료를 통해 분명히 밝힌다. 저자는 한사군을 설치하면서 조선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싫어했던 한 무제가 요락수의 ‘낙’자와 백랑수의 ‘랑’자를 결합해 만든 낙랑군이란 지명을 지었다고 주장한다.1만 3000원.●살아있는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김육훈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청소년 대안교과서로 화제가 돼온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 시리즈의 마지막 책. 국권을 상실한 1910년과 광복의 해인 1945년을 기준으로 하는 대다수의 근현대사 책과 달리,3·1 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구성시기를 시대구분의 기준으로 삼은 것이 특징이다. 김옥균과 전봉준이 함께 할 수는 없었을까. 고종에게 망국의 책임을 묻는 것이 가능한가, 분단을 피할 수는 없었을까 등 토론거리와 ‘그때 세계는’과 같이 한국사와 세계사를 연관지어 풀어낸 코너 등이 눈길을 끈다.1만 9000원.●힐러리와 라이스, 성공 리더십(기시모토 유키코 지음, 한성기 옮김, 김영사 펴냄) ‘고성능 불도저’ 같은 뉴욕주 상원의원 힐러리와 백금으로 만든 ‘정밀기계’ 같은 국무장관 라이스. 이들의 성장과정과 삶의 스타일, 가치관, 종교, 외모를 비교했다. 미국에서 두번째로 가난한 아칸소주의 지사 부인에 불과했던 힐러리는 지금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을 꿈꾼다. 힐러리는 적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친다.171㎝의 키에 근육질 몸매를 뽐내며 늘 다리를 꼬고 앉는 흑진주 라이스는 자기관리의 대가. 각기 다른 경력을 쌓으며 초강대국 미국의 최고 권력에 다가간 두 사람을 통해 이 시대의 진정한 여성리더의 모습을 조명한다.1만원.●주돈이(함현찬 지음, 성대출판부 펴냄) 공자와 맹자를 정점으로 황금기를 구가한 유교철학은 수나라와 당나라를 거치면서 그 영광된 자리를 도교와 불교에 넘겨주고 말았다. 유교철학이 훈고학에 치중, 삶과 괴리된 문제로 논쟁을 일삼는 행태가 민중의 이반을 불러온 것이다. 그러나 송대에 들어 이민족의 잦은 침입은 민족의 위기의식을 불러왔고 주체성을 확립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유학의 바탕 위에 불교와 도교의 내용을 흡수, 새로운 시대에 맞는 신유학(성리학)을 건설하는 운동이 일어났다. 그 선두에 서있는 학자가 바로 주돈이다. 성리학의 비조 주돈이의 사상을 다뤘다.1만 5000원.●북한영화사(이명자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1945년 이후 북한 영화사를 시대와 작품, 영화사적 사건별로 정리. 해방공간에서의 토대 구축기(1945∼1950), 전쟁과 전후 사회주의 영화 건설기(1950∼1955), 천리마 영웅 형상기(1956∼1966), 주체영화 출발기(1967∼1979), 숨은 영웅 형상과 고정 창작단 활동기(1980∼1991), 주체 사실주의와 변화 수용기(1992∼1997), 선군혁명영화기(1998∼) 등으로 나눠 설명한다.1만 8000원.
  • [CEO칼럼] 인재양성이 경쟁력이다/박종원 코리안리 사장

    [CEO칼럼] 인재양성이 경쟁력이다/박종원 코리안리 사장

    지난 150년간 진행됐던 산업혁명,30여년간의 비약적인 기술혁신, 그리고 최근 10년간의 놀라운 정보기술(IT)혁명은 산업 지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아예 자취를 감춘 업종도 있고 새로운 수요와 새로운 기술을 토대로 한 거대 산업이 출현하기도 했다. 화학, 자동차, 기계 등 전통적 분야에서 수십년간 시장을 지배해 온 기업들이 고전하고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무장한 디지털 기업들이 새롭게 질서를 열어가고 있다. 이처럼 변화의 흐름 속에서 발전을 지속하는 기업들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브랜드 인지도나 자금력, 또는 상품 기술력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경쟁력 있는 인재가 바탕이 된다고 하겠다. 우리나라가 신생 분단국가에서 단기간에 세계 11위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배경에는 가난 속에서도 적극적인 교육투자를 통해 우수한 인재를 양성한 인프라 구축이 선행됐던 것처럼 기업에도 ‘인재’야말로 경쟁력과 생존력 확보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인재를 키운 기업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상품과 시장을 만들면서 국제적 경쟁환경에서 오히려 더 큰 기회를 얻는다. 단기적 경영전략 하에 인재 개발과 연구개발(R&D)투자를 등한시한 기업은 오늘날 원천기술 부족이라는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훌륭한 인재는 조직에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몰고 온다. 따라서 회사의 미래비전과 현실환경에 가장 부합하는 인재를 찾아내고 키워야 한다. 옛 사람들은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 하여, 단정한 용모(身), 논리적 언술(言), 필체와 문장(書), 사리분별력(判)이라는 인재 판별기준을 가졌다. 이제는 창의력, 글로벌감각, 도전의식, 희생정신과 같이 기업에서 요구되는 자질에 대해 다면적으로 평가하여 인재를 선별하고, 내재된 잠재력을 밖으로 끌어내 극대화하는 게 인력 개발의 핵심 과정일 것이다. 디지털시대의 리더는 개인의 가치관과 조직의 비전을 융화시켜 ‘윈(win)-윈’할 줄 아는 인재다. 전체의 관점에서 파악하여 옳으면 전폭적으로 수용하고, 옳지 않으면 거부할 줄 아는 능력이야말로 21세기를 개척하는 데 필요한 인재의 조건이다. 특히 무한경쟁의 환경을 뚫고 나갈 수 있는 ‘야성(野性)’이 중요하다. 온실 속에서 성장한 사람은 조직을 이끌고 풍랑을 헤쳐나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코리안리는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등산과 축구경기 등 야외전형을 통해 팀워크, 인성, 예절, 사회성, 열정 등을 입체적으로 평가한다.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해야 하는 당사로서는 어느 한 부분도 소홀히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석을 갈고 다듬어 보석으로 만드는 과정은 더욱 중요하다. 이제 자유무역협정(FTA)의 파도를 타고 지구촌 전체가 하나의 공동체이자 무한경쟁시장이 됐다. 따라서 거대한 자본이나 아이템도 그 자체로서 기업의 이익을 보장해줄 수는 없으며, 기술력과 전문성을 갖춘 최고 인재만이 세계 무대에서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를 미리 감지하고, 이에 대응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여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다. 훌륭한 인재는 최대의 경쟁력이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어 세계 어느 곳에서든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인재가 기업의 미래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인 것이다.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
  • [씨줄날줄] 임정 88돌/이목희 논설위원

    2차대전 당시 많은 임시정부, 망명정부들이 생겼다.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그리스, 노르웨이, 폴란드, 유고…. 독일과 이탈리아에 의해 점령당한 나라들이다. 거꾸로 일본이 사주해 인도 임시정부가 싱가포르에 세워지기도 했다. 이들 망명정부들은 대부분 옛 집권세력이 주축을 이뤘다. 나치나 파시스트에 의해 영토가 점령당했어도 과거 집권세력이었던 만큼 어느 정도 자금력과 군사력을 갖추고 있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19년 출범했다. 왕조국가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민주공화정을 표방했다. 주도세력은 지식인 민족대표들. 남의 땅 중국 상하이에서 축적한 돈도, 조직도 없이 새 나라 건설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열악한 주변 환경, 내부 분열을 딛고 일제가 패망할 때까지 26년을 싸운 역사는 기적에 가까웠다.2차대전이 끝난 뒤 다른 어떤 임시정부보다 합법정부로 인정받을 위치에 있었다고 본다. 드골 정부처럼 임정이 해방공간에서 역할을 할 자격이 충분했다는 말이다. 그렇게 못 된 데는 미국과 소련의 알력 등 여러 요인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임정의 외교력 미흡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임정 인사들이 조금더 단합해 국제사회로부터 합법정부로 인정받았으면 어찌 되었을까.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한반도 분단, 동족상잔의 전쟁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개인자격으로 귀국한 백범 김구 선생은 환영대회 연설에서 ‘단결’을 반복했다.“민주단결의 정부,3·1혁명의 민족단결 정신 계승, 각 당파의 철과 같은 단결….” 민족이 단결하지 못한 점이 백범 선생에게 얼마나 한이 되었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민족의 단합과 외교력 강화 요구는 현재 진행형이다. 어제는 임정 수립 88돌 되는 날. 미수(米壽)를 맞은 임정의 의미가 점차 잊혀져 가는 게 안타깝다. 국민통합과 남북통일에 임정 정신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아쉬움을 남긴 임정 외교를 후손들이 채워줄 필요가 있다.2010년 상하이에서 세계박람회가 열린다. 상하이 임정 청사를 세계의 관광객이 꼭 들르는 명소로 만들자. 다른 임정유적도 제대로 복원하자. 임정을 공식정부로 인정하지 않은 강대국의 오판을 부끄럽게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데스크시각] 북한 개방과 BDA/박현갑 정치부 차장

    #1.“요즈음 나는 미국, 유럽으로 여행도 다닌단다.” “아버지, 미국으로 꼭 여행 가야 하나요? 이제라도 자주정신을 갖고 똑바로, 떳떳하게 살아야 해요.” 지난달 중순 화상 시스템으로 서울의 김응환(91) 할아버지와 북녘의 두 딸이 나눈 대화다. 분단으로 인한 남북체제 차이가 57년만에 만난 부녀를 고통스럽게 한 순간이었다. #2.“북한에는 계좌 자동이체 시스템이 없나요?” “있긴 있는데 지금은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란다.” 북한이 이산가족 화상상봉용 장비 구입비 40만달러를 우리나라가 전액 현금으로 주었다는 소식에 기자의 딸 아이는 궁금증이 생긴 모양이다. 서울에서는 학교 우윳값이나 야외체험 활동비도 자동이체하는데 거액을 현금다발로 전달하는 게 의아스러웠던 것이다. 우리나라가 북한에 지원하기로 한 이산가족 화상상봉센터 운영에 필요한 LCD 모니터와 컴퓨터 등의 장비는 미국법인 수출관리규정(EAR)상 현물로 주기는 힘들다. 미국의 장비나 기술이 10% 이상 포함된 물자는 북한 등 테러지원국에 함부로 반출할 수 없기때문이다. 그래서 돈으로 주려 했다. 하지만 이를 받을 북한 계좌가 없어 현금으로 전달할 수밖에 없었다. 북한의 외환결제 창구는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 계좌 등 10여개국에 20여개 정도 있었다. 하지만 BDA의 북한계좌가 미국에 의해 묶이면서 중국·러시아 계좌를 제외하곤 거의 다 폐쇄된 상태다. 한반도 평화체제 로드맵 추진이 난관에 봉착했다.BDA북한자금 송금이 지연되면서부터다. 때문에 영변 핵시설 폐쇄 등 북측이 취할 초기이행조치가 언제 이뤄질지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어렵게 2·13합의를 도출한 우리로서는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여건상 좀 더 인내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선 전술적 변화겠지만 미국의 대북 기조가 유연해졌다. 미국은 재무부의 글레이저 부차관보의 베이징 방문에 이어 국무부의 힐 차관보도 서울, 베이징을 오가며 BDA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 특사를 지낸 바 있는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도 평양을 방문 중이다. 북한을 악의 축이라며 무력응징도 불사할 것 같던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 나선 것이다. 북한에도 더디지만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한류열풍에 빠진 젊은이들이 많다는 소식이나 외교관이나 해외주재원 자녀의 평양소환설 등은 변화의 강도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정부 관측대로 북한이 BDA에 묶인 2500만불을 찾는 것뿐만 아니라 국제금융거래 질서 편입을 목표로 한다면 이번 BDA 교착상황은 장기적으로는 남북관계, 특히 북한의 개방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본다. 미국은 BDA의 북한자금을 돌려주는 것에 동의했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큰집’이나 다름없는 중국 은행조차 자본주의 시스템에 익숙해진 까닭인지 말을 듣지 않는다. 러시아도 손사래치는 형국이다. 북한은 ‘형들이 동생 고충을 나몰라라 한다’고 삐쳤을까. 북한 지도부는 이번에 비핵화하고 개방하지 않으면 더 이상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살아갈 수 없음을 실감했으리라 본다. 마약이나 위조지폐 거래 시도는 이미 ‘위험한 불장난’으로 판명났다. 북한이 대외거래로 활로를 모색하려면 국제사회 주문에 부응하는 시스템 개조가 필요하다. 우리는 남북간 화해협력을 도모해야 할 처지다. 더 이상 김응환 할아버지와 북녘 딸들간의 안타까운 대화는 없어야 한다.BDA문제는 북한을 국제무대로 끌어내면 낼수록 개방과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 평화에 ‘쓴 약’이다. 박현갑 정치부 차장 eagleduo@seoul.co.kr
  • [한국 전기역사 120년] (상)어제와 오늘

    [한국 전기역사 120년] (상)어제와 오늘

    우리나라에 전기가 들어온 지 올해로 꼭 120년이 됐다.1887년 3월 초 저녁 경복궁 내 건천궁. 작은 불빛 하나가 깜빡깜빡하는가 싶더니 처음 보는 눈부신 조명이 갑자기 주위를 밝혔다. 개화의 바람을 타고 온 문명의 빛은 그 후 국가경제발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시련을 딛고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한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역사와 과제, 전망 등을 살펴본다. 전기에 대한 고종 황제의 사랑은 각별했다. 고종의 지대한 관심은 1898년 1월 한성전기회사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 최초의 전력회사인 한성전기는 황실에서 출자한 국영기업 형태로 운영됐다. 오늘날 한국전력의 모태가 됐다. 경복궁에서의 시등(始燈)이 조그마한 자가발전설비로 이뤄진 것이라면 한성전기 설립은 본격적인 전력사업의 시작을 의미한다. 초기의 전력사업은 전차사업으로 나타났다.1899년 5월4일은 전차가 동대문과 흥화문(옛 서울고 자리) 구간을 시험운행한 역사적인 날이다. 한성전기는 이어 전등사업에도 관심을 돌렸다. 최초의 민간전등은 1900년 4월10일 종로네거리 정거장과 매표소 주변 가로등에서 켜졌다. 이날을 기념해 지난 1966년부터 해마다 4월10일을 ‘전기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국가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전력사업은 해방 후 큰 위기를 맞았다. 발전설비의 약 90%가 북한에 있었기 때문이다.6·25전쟁을 거치면서 전력난은 더 심각했다. 공장을 돌리기조차 어려웠다. 민간 가정에서 전깃불은 켠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당시 남한에는 조선전업 등 전력 3사가 있었으나 만성적인 적자운영으로 전력난을 해소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풀기 위해 1961년 7월 한전이 창립됐다. 한전은 1964년 4월 역사적인 ‘무제한 송전’을 실시했다. 해방 후 되풀이됐던 전력난이 해소됐다. 한전은 1965년 12월부터 농어촌전화(電化)사업에 매진,1979년 98%의 전기보급률을 달성했다. 부잣집의 전유물이던 전기가 거의 모든 일반 가정으로까지 보급된 것이다. ‘국내용’이던 전력사업은 1990년대부터 세계 무대로 활동범위를 넓혔다. 한전은 1995년 2월 필리핀 말라야 화력발전소 성능복구 사업을 따냈다. 이듬해에는 필리핀 일리한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운영사업 수주에도 성공했다. 전력수출시대를 연 해외사업은 순항 중이다. 중국, 레바논, 미얀마, 리비아, 캄보디아, 우크라이나 등에 진출, 고부가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다. 남과 북의 전기도 하나로 이었다. 한전은 2004년 12월 북한과 개성공단 전력공급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2005년 3월 개성공단에 전기를 공급했다.1948년 5월 전력교류가 단절된 지 57년 만에 분단의 벽을 넘는 쾌거였다. ●세계 수준으로 성장한 전력산업 이 땅에 전등이 밝혀진 이후 120년간 우리나라의 전력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경제성장의 버팀목이었던 한전은 세계가 인정하는 전력회사로 성장했다. 글로벌 종합에너지 그룹으로 비상하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한전의 전기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호당 정전(停電)시간은 2006년 18.8분. 타이완(30분), 미국(122분), 프랑스(51분)보다 휠씬 짧다. 규정전압 유지율은 99.9%, 주파수 유지율은 99.7%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전은 지난해 포천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 파이낸셜 타임스가 꼽은 500대 기업, 포브스지 2000대 기업에 모두 선정됐다. 미국 에너지 분야 전문기관인 플래트(Platts)는 한전을 전력산업 부문 세계 6위, 아시아·태평양 최고의 전력회사로 선정했다. 이원걸 한전 사장은 “‘글로벌 한전’이 될 수 있도록 첨단 전력기술 개발과 해외전력 시장 진출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전기 역사 120년 발자취 -1887:경복궁 내 건천궁에서 시등(始燈)-1899:대중교통의 혁명, 첫 전차시대 개막 -1964:전력 무제한 송전, 한강의 기적 -1978:제3의 불, 원자력발전시대 개막 -1979:농어촌전화(電化)사업 완료 -1995:전력도 수출역군, 필리핀 말라야 발전소 운영 -2005:남과 북의 전기 하나로 잇다. 개성공단 전력공급 개시 자료:한국전력공사
  • [열린세상] 21세기 외교시대를 준비하자/ 전봉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한·미 FTA는 한국의 경제와 안보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 받는다.6자회담과 2·13 합의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정착시키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촉진할 것이다. 반기문 전 외교부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에 취임하여 한국의 위상을 크게 높였다. 세 건의 외교적 성공으로 우리는 탈냉전의 혼돈기를 극복하고 통일과 번영의 21세기로 나아가는 데 유리한 출발선에 섰다. 이렇듯 외교역량이 우리의 명운을 가르는 핵심 요인이 되었다. 세계는 나날이 치열해지는 개방과 경쟁과 협력의 시대를 맞이하였다. 외교역량이 절실한 시대가 되었다. 한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욱 그렇다. 우선 한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평화유지와 통일을 위해 막대한 외교역량을 끊임없이 투입해야 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더욱이 한국은 세계 최고의 정치·군사·경제 강국들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이들과 협력하고 경쟁하기 위해서 이에 버금가는 외교력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은 또한 대외의존도가 70%를 넘는 통상국가이며, 필수자원을 해외에 의존하는 자원빈국이다. 중규모 국가의 대외의존도가 보통 30~40%에 불과한 데 비해 우리 경제는 지나치게 대외 의존적이다. 한국이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안정적인 교역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세계적 수준의 통상외교, 자원외교, 에너지외교가 필요하다.FTA 협상도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며, 더 많은 통상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세계화시대 들어 급격히 늘어난 해외여행자 수가 연간 1000만명을 넘어섰고, 재외동포는 700만명을 헤아린다. 그만큼 영사외교 수요도 늘었다. 전통적 안보과제에 더하여 테러, 환경, 난민, 마약 등 비전통적 안보 현안이 쌓이고 있다. 앞으로 6자회담뿐만 아니라,5개 실무그룹회의, 한반도 평화포럼, 동북아 안보협력대화 등이 상시 가동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할 이 회담에서 한국이 최대 이해관계자로서 적극적이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가 100년을 기다려 온 역사적인 외교의 기회가 아닌가. 외교 수요가 이렇게 폭증하는데도 우리의 외교 공급은 아직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인력과 예산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우리 외교안보팀은 다행스럽게도 6자회담과 FTA 협상에서 개가를 올렸다. 소수 우수한 외교관이 주도한 엘리트 외교의 성과이다. 그런데 소수 엘리트 외교관만으로는 물밀듯 밀려드는 21세기적 외교 과제를 감당할 수 없다. 우리도 전방위적 대량외교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외교 수요 증가에 맞추어 충분한 규모의 외교인력을 갖추어야 한다. 우리와 유사한 규모의 국가들이 우리보다 적은 외교 수요에도 1.5배가 넘는 3000명 이상의 외교인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둘째, 범정부, 국회, 지방자치단체,NGO, 기업, 개인 등 다양한 외교주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외교자산관리위원회를 두거나, 외교부의 격상으로 총괄조정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도 있다. 셋째, 외교인력 양성과 정책개발 체제를 개선해야 한다. 외교는 협상, 대표, 위기대응, 의전 등 특별한 직무기술과 지식이 필요한 특수직종이다. 최근 중앙정부, 지자체,NGO, 기업에서 외교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 우린 아직 변변한 외교인력 양성학교가 없다. 외교대학원의 설립이 대안이다. 또한 현재 외교안보 정책수요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정책공급을 늘리기 위해 국책연구를 활성화하고 민간 싱크탱크도 육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외교시대에 대비하여, 위의 외교역량 강화방안을 담은 ‘외교발전법’ 제정을 제안한다. 전봉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 [아하! 이 그림] 화가 사석원의 ‘쪽빛 일만이천’

    [아하! 이 그림] 화가 사석원의 ‘쪽빛 일만이천’

    금강산은 화가라면 누구나 한번쯤 붙들고 싶은 소재입니다. 단원 김홍도, 겸재 정선, 소정 변관식 등 대가들이 금강산 그림으로 이름을 날렸지요. 남북분단 이후에는 금강산을 그린 작가가 드물었습니다. 그런데 북한 관광이 시작되고 나서 2005년부터 여러차례 현지를 다녀온 사석원(47)이 크게는 1000호에 이르는 금강산 그림을 그렸습니다. 오는 22일까지 가나아트갤러리에서 열리는 ‘만화방창 사석원전’에서 ‘쪽빛 일만이천’을 한번 구경하시지요. 이는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와 구도면에서는 일견 비슷해 보입니다. 겸재는 먹으로 일만이천봉을 그렸지만 사석원은 유럽산 물감으로 그렸지요. 사석원의 일만이천봉 역시 겸재 못지 않은 오라(기운)를 뿜습니다. 실제로 높이 솟은 봉우리를 그림과 같은 구도로 보기는 힘들지요. 금강산 실경(實景)에 태극의 S자 곡선을 살려 한국인의 이상향을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화면 왼쪽의 낙관도 눈길을 끄는데요. 사석원은 대부분의 그림에 ‘SA.SW’란 영문 서명을 합니다. 작가는 ‘쪽빛 일만이천’에 대해 “마흔살이 되어서 팠던 ‘석원불혹’이란 낙관이 이 그림에 어울릴 듯해서 찍었다.”고 말했습니다. 원숭이피로 만들어 1000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다는 중국산 인주로 찍었다고 하네요. 사석원의 금강산 그림은 튜브로 된 물감을 캔버스에 뿜듯이 짜거나, 큰붓으로 획을 쭉 그어서 그린 것들입니다. 눈보라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붓을 캔버스 위에다 털기도 했습니다. 소위 액션 페인팅 기법으로 그려낸 금강산은 유화지만 전통적 필치의 기운이 선명히 나타납니다. 팔레트를 쓰지 않고 물감을 화폭에 직접 짠 탓에 두꺼운 색들이 용틀임을 하는 듯합니다. 작가는 물감이 다 마르려면 4년은 걸릴 거라고 하더군요.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정치 아닌 사회 세력화에 초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독자적인 세력 결집에 나선 ‘397세대’ 모임인 청년세대 네트워크를 준비하는 안진걸 희망제작소 사회창안팀장은 2일 한·미FTA 체결에 대해 “한·미FTA는 체결이 끝이 아니다. 체결 결과에 대해 앞으로 국회와 시민사회가 꼼꼼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서울신문 4월2일자 8면 보도> ▶한·미FTA 체결에 대한 평가는. -개방과 교류, 세계화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개방을 하더라도 그에 따른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가야 한다는 점이다. 한·미FTA는 엄청난 빅딜인데 과연 그게 필요한지, 필요하더라도 지금처럼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이 해야 하는 건지 의문이다. 앞으로 국회와 시민사회가 실익을 따져 꼼꼼하게 검증해 나가야 한다. ▶청년세대 네트워크가 지향하는 것은. -공공성과 시민사회 가치가 우리의 지향점이다. 이를 위해 청년 세대의 힘과 열정을 모아나갈 것이다. 이 사회의 허리로서 한·미FTA와 대선, 사립학교 문제 등 다양한 쟁점에 대해 가감없이 목소리를 낼 것이다. 또 신자유주의 반대와 남북화해 지지를 천명한다. 고용과 복지가 늘어나지 않는 성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청년세대는 고용불안과 실업으로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복지, 고용, 노동보호 강화다. 또 분단으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국방비를 줄여 교육과 연구개발(R&D), 복지 예산으로 써야 한다. ▶올 대선 참여는. -정치 세력화를 목표로 하지 않기 때문에 정교한 대선 참여 전술은 없다. 다만 큰 원칙에서 말한다면 시민사회 가치에 충실한 정책이 많이 나오도록 노력한다는 것이다. ▶현 여야 정당에 대한 평가는. -열린우리당 등 범여권은 기대할 게 별로 없다. 범여권은 상대적으로는 시민사회 가치와 소통하려는 면이 없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시민들의 기대에는 한참 못 미쳤다. 한나라당은 평화, 신자유주의, 공공성 등 무엇 하나 미래지향적인 게 없다. 부동산 투기에 세금을 거두는 것조차 세금폭탄이라 비난하면서 사실상 부동산 투기를 옹호한다. 민주노동당이 진보정당으로서 나름대로 애써온 건 사실이지만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대중적인 정당을 만드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시민사회운동이 위기라는 얘기가 많은데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시민들과 멀어진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시민단체를 보면 일반 시민은 없고 시민운동가, 교수, 변호사, 전문가만 남아 있다. 시민운동가들이 항상 만나는 사람은 활동가, 관료, 기자, 고액후원자, 변호사, 교수, 전문가 등 각종 전문집단이다. 그 속 일반 서민은 없다. 거기서부터 시민단체들이 시민들 사이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이산의 벽’

    “아버지, 꼭 미국으로 여행을 가야 하나요? 이제라도 자주정신을 갖고 똑바로, 떳떳하게 살아야 해요.” 김응환(91) 할아버지는 28일 화상상봉을 통해 57년 만에 마주한 북녘 딸들로부터 ‘씁쓸한 충고’를 들었다. 이날 서울 남산동 대한적십자사 상봉실에 나온 김 할아버지는 북녘에 두고 온 두 딸 영순(69), 영숙(67)씨를 만났다. ●화상상봉 이틀째… 씁쓸한 부녀간 만남 1950년 북한 인민군으로 참전, 남쪽에서 전쟁포로가 된 김 할아버지는 화면에 두 딸이 보이자 “내가 아버지”라며 반겼고 딸들은 큰절을 올렸다. 그러나 남녘의 동생 가족이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소식에 북녘 누나들의 표정이 변했다.“꼭 미국에 가서 공부해야 하나요.” 김 할아버지가 “요즘은 미국이나 유럽으로 여행도 다닌다.”고 하자 딸들은 “미국에 안 나가면 못 사나요. 여행을 거기까지 가야 하나요.”라면서 “조국과 민족을 사랑해야 한다.”고 핀잔을 줬다. 대화 도중 ‘북한’이라는 말이 나오면 “우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정식 명칭이 있다.”고 했다. 분단이 가져온 남북간 체제 차이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은 부산에서도 있었다. 부산 상봉장에서 57년 만에 딸의 목소리를 들은 한방서(95)씨의 가슴도 무너져 내렸다. 북한의 막내딸 금녀(61)씨는 “아버지,60년 세월 어디 갔다가 이제 오셨냐.”면서 “어머니는 평생 아버지를 그리워하다 눈도 제대로 감지 못하고 돌아가셨는데 너무 무정하다.”고 쏘아붙였다.1·4후퇴 때 ‘3일만 피신했다가 돌아와야겠다.’며 피란길에 올랐다가 생이별을 하게 된 한씨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금녀씨는 ‘고향의 봄’을 부르는가 하면 열 번도 넘게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찬양하며 한씨가 귀환하지 않은 것을 다그쳤다. 한씨는 “어린 자식들을 두고 나온 것이 평생의 한이 됐는데…”라며 비통해했다.28일 이틀째 진행된 제5차 이산가족 화상상봉을 통해 남북한 각각 20가족이 스크린으로 만났다. 그러나 체제 장벽을 확인한 이들이 화면으로 어색한 대화를 나누는가 하면 행정 착오로 가족을 보지 못한 안타까운 상황도 벌어졌다. ●동명이인 판명 상봉취소도 28일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에서 북한에 있는 동생 재만(77)씨를 화상상봉하기로 예정됐던 김봉조(83·경남 진주시 초장동)씨는 25일 동생이 다른 사람의 가족이며 동명이인으로 판명돼 화상상봉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김씨는 “마지막으로 얼굴이라도 보는 줄 알았다.”면서 “이산가족의 마음을 감안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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