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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언대] 탈북자들의 손을 잡아주자/조순환 서울 노원경찰서 보안과 경위

    “안녕하십네까? 반갑습네다.” 통일부 산하 탈북자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정착교육을 마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는 탈북자들과 신변보호담당관의 첫 만남에서 듣는 북녘 사투리다. 같은 민족 형제자매이면서도 이방인 같은 그들을 대할 때마다 “오랜 분단의 역사가 같은 민족도 이렇게 다른 모습으로 변하게 하는구나.”하고 느끼게 된다.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생활고와 억압된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부모형제, 처자식과의 인연도 끊은 채 돈을 벌겠다는 욕심으로 북한을 탈출하여 중국 공안들의 눈을 피해 떠돌게 되고 그 과정에서 몸도 마음도 피폐해져서 남한에 입국하게 된다. 그들은 우리가 어렸을 적 생각했던 뿔달린 공산당도, 우리에게 직접 총부리를 겨누었던 적도 아니다. 헤어져 있던 시간만큼 너무 다른 체제에서 살아온 우리의 형제자매들일 뿐이다. 월남이 패망한 후 돌아갈 조국이 없어 이국을 떠돌던 베트남 난민들을 떠올려 보면서 부모형제와 처자식을 떠나 낯선 남한을 찾아온 탈북자들을 관심있게 바라 보자. 탈북자 1만명 시대 탈북자들이 외로움을 이겨내고 하루빨리 우리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신변보호담당관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 모두 그들의 손을 잡아 주자.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통일로 가는 길이며 우리들이 반드시 해야 할, 아름다운 사랑의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조순환 서울 노원경찰서 보안과 경위
  • [新 라이벌전] (13) 그리말디 GM대우 사장 vs 위르티제 르노삼성 사장

    [新 라이벌전] (13) 그리말디 GM대우 사장 vs 위르티제 르노삼성 사장

    GM대우 마이클 그리말디(55) 사장과 르노삼성 장 마리 위르티제(56) 사장. 각기 미국인과 프랑스인으로 한국내 글로벌 자동차회사를 대표하는 두 사람은 똑같이 한국생활 2년째다. 이역만리 타향에서 본사의 명예를 짊어지고 겨루는, 흔치 않은 경쟁의 연(緣)을 맺었다. 한국생활은 위르티제 사장이 5개월가량 먼저 시작했다. 루마니아에서 르노그룹의 저가차 ‘로간’의 프로젝트 디렉터로 일하다가 지난해 3월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그리말디 사장은 5년간의 GM캐나다 사장을 마치고 지난해 8월 GM대우로 부임했다. 두 사람 모두 자기 회사의 두번째 사장이다. 그리말디 사장은 미국 퍼듀대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하고 1976년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은 뒤 제너럴모터스(GM)에 입사했다. 연구개발, 생산, 기획, 재무, 마케팅 등 각 부문을 두루 섭렵하며 일찍부터 경영인의 자질을 닦아왔다. 73년 프랑스 국립 교량·도로대 토목학과를 졸업한 위르티제 사장은 철도·발전소·댐·정유공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토목 전문가로 일한 뒤 88년 르노그룹에 들어왔다. 이후 줄곧 기획, 영업, 해외 프로젝트 등을 맡아왔다. 두 사람의 부임 이후 회사는 괄목할 만한 실적향상을 보여 왔다. 올 상반기에 GM대우는 내수시장에서 전년 동기보다 24.8% 많은 6만 9404대를 팔았다. 수출은 41만 4251대로 34.2% 증가했다. 르노삼성은 내수 5만 6824대, 수출 2만 5639대 등 8만 2463대로 전년보다 9.2%가 늘었다. 두 사람 모두 엔지니어 특유의 꼼꼼하고 치밀한 스타일이다. 지나치게 깐깐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체적인 이미지에서는 위르티제 사장이 그리말디 사장보다 부드러운 편이다. 전임자 시절에는 거꾸로 GM대우 닉 라일리 사장이 르노삼성 제롬 스톨 사장보다 온화한 이미지가 강했다. 위르티제 사장은 꾸준히 한국어를 배워왔다. 바빠서 1주일에 2시간밖에는 시간을 못 내지만 이제 약간의 의사소통은 가능하다. 한국 고유문화 체험 프로그램도 마쳤고 분단의 현실을 느껴보겠다며 판문점도 돌아봤다. 폭탄주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국 부임 초의 일. 한식당에서 임원회식을 하며 꼬박 두어시간을 양반다리로 앉아 있었다. 큰 키에 오그리고 앉아 있느라 욱신욱신 다리가 저려 왔지만 한국식으로 하겠다며 끝까지 다리를 펴지 않았다. 결국 주위 사람의 부축을 받고 일어나야 했지만 이는 자신의 이미지를 임직원에게 좋게 심은 계기가 됐다. 지난해 10월에는 부산공장에서 차세대 엔진 개발 성공기원 고사를 지내면서 자청해 두루마기를 입고 돼지머리에 큰 절을 올리기도 했다. 한국에 와서 들은 말 중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제일 좋아한다. 화목한 가정이야말로 회사에 대한 애정의 출발점이라고 틈만 나면 강조한다. 이탈리아계 미국 이민 3세인 그리말디 사장은 “한국인과 이탈리아인의 기질이 비슷해 고향에 있는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한다. 감정이 풍부한 것도 그렇고 음식도 입에 잘 맞는다고 한다. 술은 잘하지 못하지만 가급적 참석하려고 애쓴다. 지난해 12월 송년모임에서의 일. 국악공연이 끝난 뒤 국악인이 그리말디 사장을 불러 간단하게 가야금 뜯고 장구 치는 법을 가르쳐 줬다. 처음 해 보는 것치고는 놀랄 만큼 잘 소화해 냈다. 대단하다고 임직원들이 치켜세우자 “미국에서 연주는커녕 노래도 못 불러서 많이 괴로웠는데 이렇게 한국에 와서 나의 재주를 새롭게 발견할 줄은 몰랐다.”며 즐거워했다. 그리말디 사장은 신뢰와 협력을 강조한다.“전국의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이를 통해 신뢰를 쌓아갈 때 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자주 강조한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5일 TV 하이라이트]

    ●TV쇼 진품명품(KBS1 오전 11시) 천하제일의 절경으로 민족의 명산인 금강산.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금강산. 오랜 세월을 지나며 자연이 빚어놓은 비경, 분단 이후 베일에 싸여 있던 내금강의 비경이 공개된다. 다른 도자기와 달리 납작한 형태가 눈길을 끌고, 어떤 용도로 사용된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내는데…. 이 도자기의 진가를 알아본다. ●최강! 울엄마(KBS2 오전 8시55분) 방학도 끝나가고, 최강 일행은 부모님들의 허락을 받아 우정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훈의 옆자리에 앉은 은기는 훈의 이어폰을 하나 빼서 자신의 귀에 꽂아보는데, 잭 존슨의 ‘Better Together’. 혼자보단 함께 있는 것이 좋지 않으냐는 은기의 물음에 훈은 아직은 혼자가 편하다며 밀어낸다. ●신비한TV 서프라이즈(MBC 오전 10시50분) 1978년 가이아나 존스타운에서 벌어진 대 참극.900여명이 집단 자살한 그곳은 짐 존스가 이끌었던 신흥종교 집단의 본거지였다. 세상은 그들의 죽음을 광신도들의 비뚤어진 단체행동이라 결론짓는데…. 단순한 집단자살로 보기엔 풀리지 않는 의혹들. 존스타운에서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SBS스페셜-미인(SBS 오후 11시5분) 우리 여대생의 52.5%는 미용성형 유경험자로 82.1%는 한 군데 이상의 미용성형을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성형수술을 희망하고, 실제로 하고 있는 것일까? 미인의 기준은 개인마다, 사회마다, 시대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이 시대 우리가 기준으로 삼는 미인의 특징을 분석해 본다. ●죽마고우(EBS 오전 7시20분) 잔혹했던 한국전쟁의 폭풍우가 지나가고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던 할아버지의 뒤늦은 도전이 시작된다. 양팔을 잃고도 나무뿌리 공예라는 조각가의 인생을 사는 75세 정운재 할아버지. 세상은 재미있고, 생각하기에 달렸다는 할아버지의 말처럼 멀어졌던 세상과 다시금 손을 잡은 그의 조각 세계로 들어 가보자. ●인사이드 월드(YTN 오전 8시30분) 무분별한 토지 개발과 수자원 고갈로 중국 알라샨 고원이 사막으로 변해가고 있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해마다 인도네시아 발리섬 크기의 땅이 황무지로 변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사막화를 막고자 엄청난 인력과 자원을 동원하고 있다. 중국은 2020년까지 사막이 되어버린 25만㎢ 정도를 녹지로 되돌릴 계획이다. ●사랑의 공부방-네발 자전거(EBS 오후 6시)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종현이는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남동생과 살고 있다. 부모의 이혼과 갑작스러운 아빠의 죽음을 한꺼번에 감당해야 했던 종현이. 그가 간절하게 꿈꾸는 것은 하루빨리 멋진 축구 선수가 되어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효도도 하고 싶다는데…. 과연 종현이의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TV탐험 멋진 친구들(KBS2 오전 9시45분) ‘TV탐험 멋진 친구들’이 이번 주 시청자를 사로잡은 명장면을 찾아 떠난다.60년 전통 족발집을 중심으로 3대에 걸친 고부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코믹하게 그려낸 주말 드라마 ‘며느리 전성시대’의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는 촬영 현장으로 출발한다.
  • ‘한국전쟁 본질’ 동화로 풀다

    ‘한국전쟁 본질’ 동화로 풀다

    늙은 종지기는 새벽 4시면 종을 쳤다. 꼬물거리는 벌레와 길가에 구르는 돌멩이, 새벽잠 설치며 노동하는 가난한 이웃에게 들려주려, 그는 날마다 낡은 쇠를 두드렸다. 종지기의 삶과 글은 아름다웠으나, 종지기의 병든 몸이 견디며 산 세월은 고통스러웠다. 어려서 얻은 전신결핵으로 평생 아팠다. 굶주리고 상처난 이를 바라보며 평생 슬펐다. 가족 없이 홀로 평생 외로웠다.“죽으면 아픈 것도, 슬픈 것도, 외로운 것도 끝이니 용감하게 죽겠다.”던 종지기는 죽기 직전 콩팥에서 피를 쏟았다.1초도 참기 힘들어 목숨을 놓고 싶을 때, 신부인 친구에게 편지로 기도를 부탁했다.“제발 이 세상, 너무도 아름다운 세상에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게 해 달라”고. 제발 그만 싸우라고. 그만 미워하고 따뜻하게 함께 살라고. 인세를 북녘 굶주린 아이들에게 보내달라고. 권·정·생. 떠난 지 두 달, 이름 석 자가 먹먹하다. ●80년대 초반 인민군 주인공 삼아 집필 떠난 이의 마음이 오롯이 담긴 동화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보리 펴냄)가 나왔다. 그의 여느 글처럼 아름다우면서, 고통스럽다. 생전 작가가 출간을 준비하던 마지막 책이다. 반공 이데올로기가 극에 달했던 1980년대 초반, 작가는 ‘감히’ 인민군 병사를 주인공으로 전쟁의 실체를 고발했다. 출판사는 옛 간행물 속에 묻혀 있던 작품을 사실적 그림과 함께 되살려냈고, 작가는 책 출간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북한·중동·아프리카·티베트 아이들이 맘에 가시처럼 걸려, 숨을 놓는 순간까지 뒤채었던 작가는 이 책을 남기며 안도했다. 자신의 글을 세상에 내놓을 때마다 주저했던 그였지만, 이 책 출간은 유독 반겼다고 편집자는 전한다. ●“인민을 위한 전쟁서 죽은 건 가엾은 인민뿐” ‘곰이’는 동화지만 사회과학 논문 이상으로 날카롭다. 전쟁과 분단의 본질을 어떤 전문서적보다 예리하게 통찰한다.6·25전쟁으로 죽은 인민군 오푼돌이 아저씨와 피란민 아이 곰이는 1951년 강원도 치악산에 묻혔다.30년이 지난 시점 둘은 영혼으로 만나 지난 일을 회고한다. 곰이가 묻는다.“아저씬 누구랑 전쟁을 하셨어요?” 오푼돌이 아저씨가 대답한다.“나하고 똑같은 사람이야. 나는 북쪽에 살았고, 그들은 남쪽에 살았다는 것밖에 다른 게 없었어.” 곰이의 눈가가 젖는다.“아저씨, 전쟁을 피해 달아나려 했는데도 전쟁은 우리 뒤를 금방 따라온 거예요. 살려고 갔는데도 난 죽은 거예요.” 아저씨도 소나무 둥치에 얼굴을 묻고 운다.“인민을 위해 싸운 건데, 죽은 건 모두가 가엾은 인민들 뿐이었어.” 호랑이 예화는 분단의 감춰진 속살을 드러낸다. 어머니를 잡아먹은 두 호랑이(미국과 소련)가 남매의 집에 도착해 앞문과 뒷문에서 서로 진짜 엄마라고 주장한다. 누나와 동생(남과 북)은 다투다 각기 다른 문을 열고, 결국 둘 다 호랑이에게 잡혀 먹히고 만다. 군부정권은 이성적 사고를 망각시켰으나, 짧은 동화는 분단의 핵심을 꿰뚫었다. 그을린 양은냄비와 석유풍로가 가진 재산 전부였던 늙고 병든 종지기. 많은 인세를 자신을 위해 쓴 적 없는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스테디셀러 작가.2년전 쓴 유언장에서 그는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고 썼다.25살이 되면 22살이나 23살 쯤 되는 아가씨와 연애를 하고 싶다고 했고, 벌벌 떨지 않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지금 그는 먼저 간 이오덕 선생과 감자를 구워먹으며 선생의 연애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유언장을 보면 환생은 영영 어려울 것만 같다. “다시 환생했을 때도 세상엔 얼간이 같은 폭군 지도자가 있을 테고, 여전히 전쟁을 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환생은 생각해 봐서 그만 둘 수도 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신사임당 끊임없이 ‘상징조작’

    신사임당처럼 시대적 필요에 따라 상징조작돼 온 인물도 흔치 않다. 김수진 연세대 교수는 19일 연세대 국학연구원이 이 대학 광복관에서 개최한 ‘분단체제하 남북한의 사회변동과 민족통일의 전망’이란 학술대회에서 ‘민족의 영웅’에서 ‘군국의 어머니’로, 다시 ‘현모양처’와 ‘한국의 여성’으로 끊임없이 ‘활용’돼 온 신사임당의 불행한 사후 역사를 조명했다. 김 교수의 발표문 ‘전통의 창안과 여성의 국민화:신사임당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신사임당은 1900년대 애국계몽운동 시기 국권박탈의 위기 대응 차원에서 계몽 여성의 모델로 주목받았다.그후 식민지 시기로 접어들며 신사임당은 ‘군국의 어머니’로 재탄생한다. 전쟁에 필요한 병력과 노동력을 낳고 기르는 기능주의적 여성이 필요했던 일본과 친일지식인은 조선 역사에서 적절한 모델을 찾던 끝에 신사임당을 발견한다. 김 교수는 “식민지 조선 여성에게 자식을 국가에 바친다는 것, 국민으로서 자각을 가진다는 것은 매우 낯선 것이었다.”면서 “황민화의 길에 동참한 친일 지식인들이 식민지 조선에서 군국의 어머니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역사의 재해석이 필요했다.”고 분석했다.1945년 동양극장에서 공연되며 폭발적 반응을 불러일으킨 연극 ‘신사임당’은 신사임당 상징조작에 적극 활용된 예다. 60∼70년대 박정희 정권은 신사임당을 국가주의 이데올로기 강화에 동원했다.1976년 대통령령으로 개원한 사임당교육원의 원훈 ‘충(忠)·효(孝)·예(禮)·지(知)·신(信)’ 또한 성리학의 오덕(五德) 중 ‘인’과 ‘의’를 ‘충’과 ‘효’로 바꾼 것으로, 이데올로기화의 도구가 됐다는 분석이다. 신사임당상을 제정해 자녀교육과 가계부기록 등의 실천을 강조한 주부클럽연합회 활동도 마찬가지다.김 교수는 “군사정권 시기 신사임당은 단지 역사 속의 뛰어난 여성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한국의 민족적 주체성을 구현한 여성이자 국가적 인물이 됐다.”고 평가했다.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한강 뱃길 100리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한강 뱃길 100리

    “1분 후 갑문이 열리면 경인운하에서 한강에 들어섭니다. 유속이 달라 배가 잠시 출렁일 수 있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해외 동포인 서한강씨는 배를 타고 서울로 가자는 아홉살 아들 녀석의 성화에 못이기는 척하며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카페리에 몸을 실었다. 경인운하를 따라 40여분이 지나자 넓은 한강 하구가 눈에 들어온다. 오늘이 2022년 7월16일이니 이민생활 15년 만에 다시 보는 서울이다. 경인운하 개통 후 열린 인천공항과 서울간 뱃길은 모두 1시간 10분가량 걸린다. 자동차나 기차를 타고 도심으로 들어오는 것보다 시간은 조금 더 걸리지만 볼거리가 많아 여행객에겐 인기다. 익숙하다고 생각한 한강의 모습이 생경하다. 강 주변은 거대한 녹색 띠를 두른 듯하다.15년 전 8m에 달하던 회색 시멘트 경사면이 사라지고 수초와 야생화가 자리를 잡고 있다. 덕분에 갑판 위까지 풀내음이 전해온다. ●3000t급 유람선 타고 서울 나들이 ‘부∼앙’. 경적과 함께 상하이에서 중국 관광객을 태우고 들어오는 3000t급 유람선이 모습을 보인다. 총 길이만 110m, 한번에 900명까지 탈 수 있는 이 배는 평균 수심 4m인 한강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배다. 한강에서 이렇게 큰 배를 보리라곤 기대하지 못했다. 승객은 금요일 밤 상하이를 출발해 서울에서 관광과 쇼핑을 즐긴 뒤 월요일 새벽에 돌아가는 젊은 중국인 ‘밤 도깨비’ 여행객들이 대부분이다. 서씨가 한국을 떠나기 전인 2006년 한 해 89만 7000명선에 머물던 중국 관광객 수는 15년 만에 무려 200만명까지 늘어났단다. 한강르네상스가 관광 기적을 일궈낸 것이란 평이다. 김포공항 인근인 서울 강서구 마곡지역을 지나니 안내방송이 나왔다. ●‘동양의 베네치아´ 마곡워터프런트 “오른쪽이 ‘동양의 베네치아’ 마곡 워터 프런트입니다. 고급 카페들과 연구시설, 다양한 주거단지가 있는 곳이죠. 한강엔 마리나(요트 계류장)가 3곳이 있는데 이곳이 4만㎡로 가장 큽니다.” 안내방송을 듣기라도 한 듯 70m 너비의 인공 물길 사이로 개인 요트들이 미끄러지듯 빠져나온다. 안내요원은 한강을 출발해 서해로 세일링과 바다낚시를 즐기러 나가는 배라고 설명했다. 유유히 바다로 향하는 요트의 행렬이 미국 보스턴의 찰스강을 보는 듯하다. 여의도 주변에 이르자 닻으로 물 위에 고정시킨 인공 섬들이 눈에 들어왔다. 물위를 걷듯 수면 위에 자리잡은 인공섬으로 들어가면 수상 정원이 펼쳐지는데 야외 조각작품과 놀이터, 수상카페 등이 있다. 이상하게도 새로 지어진 한강 주변 아파트들은 강을 향해 사선 모양으로 듬성듬성 자리를 잡았다. 전체적인 조망권을 고려하고 바람길도 열어주도록 주변 건축 허가가 강화됐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한강변 풍경에 감탄하는 사이 어느덧 배는 한강의 중심인 여의도 방향으로 향했다. 여의도와 노들섬, 용산으로 이어지는 세 지역은 한눈에 보기에도 한강을 대표하는 중심부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문화와 예술, 엔터테인먼트, 교통, 금융, 국제업무 지역으로 자리잡은 세 지역만으로도 어지간한 도심 구성이 가능할 정도다. 여의도 공원과 용산 선착장 그리고 노들섬 사이엔 전에 보지 못한 가느다란 다리가 생겼다. 모노레일이다. ●한강변 접근 쉽게 강북로 지하로 강변북로를 달리던 차량들이 갑자기 사라졌다가는 한참 뒤 나타난다. 시민들이 한강변을 오가기 쉽도록 강변북로를 지하화 한 것이다. 이런 작업은 올림픽대로에서도 진행됐다. 바로 여의도 선착장에 내렸다.‘SEOUL INTERNATIONAL PORT’(서울국제항)란 낮선 간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서울이 항구도시로 변했단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여의도에서 인터넷으로 예약해 둔 뮤지컬 티켓을 받기 위해 모노레일을 타고 노들섬으로 들어갔다. 노들섬 오페라하우스에선 12월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유작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Ⅱ’의 공연이 한창이다. 영국 웨스트엔드와 동시공연 중인 이 작품은 뮤지컬의 거장이 노들섬 오페라 하우스 건립을 기념해 브로드웨이 대신 한국공연을 택한 작품이다. 극장 앞에는 표를 구하려는 외국인이 줄을 서 있다. 용산에 새로 생긴 120층짜리 호텔에 짐을 풀었다. 석양이 드리워지는 한강의 야경은 ‘낮’보다 아름답다. 첫날부터 서울에 취한 듯하다. 떠날 발걸음이 더 무거워질 것만 같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8대 워터프런트타운 개발 서울시가 이달 초 발표한 ‘한강르네상스 마스터플랜’은 지금까지 단순히 보는데 그쳤던 한강을 즐기는 한강, 함께하는 한강으로 되돌리기 위한 중장기 계획이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한강 주변 8대 거점을 워터 프런트 타운(Waterfront town·수변도시)으로 개발하겠다는 것과 한강을 통한 주 운하를 열겠다는 것이다. ●용산 등 8곳 수변도시로 변신 마곡·상암·당인리·여의도·용산·흑석·행당·잠실 지구 등 한강변 8곳을 수변도시로 개발한다. 이 가운데 336만㎡ 규모의 마곡지구에는 한강물을 끌어들여 수로를 조성하고 수변에 컨벤션센터, 상업·문화·주거·연구시설 등 다양한 복합 시설물이 들어선다.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는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면서 강변북로를 지하화해 그 위로 공원과 보행 통로를 낸다. 한강물을 끌어들여 배가 지날 수 있는 뱃길을 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잠실은 서울의료원 이전과 잠실운동장 리노베이션, 강변북로 지하화를 통해 수변도시로 탈바꿈한다. 특히 코엑스∼서울의료원∼종합운동장∼한강을 잇는 보행 네트워크가 갖춰진다. 한국토지개발공사가 도시개발사업을 진행하는 7만 2000㎡ 규모의 행당지구는 한강 본류와 지천을 잇는 광역적 수상이용 기지로 육성한다. 흑석지구는 뉴타운과 연계해 수변문화공간을 조성한다. 이전 예정인 흑석 빗물펌프장 상부에 공원을 조성하고, 수상지원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인근의 흑석뉴타운도 확대하기로 했다. 지금부터 60여년 전까지만 해도 한강에는 배가 다녔다. 하지만 1943년 청평댐 건설로 상류 뱃길이 끊어졌고, 하류는 한국전쟁이 끝나던 1953년부터 군사적인 이유 등으로 중단됐다. 이런 뱃길이 다시 이어져 국내 각 항구는 물론 중국으로도 이어진다. 이를 위해 용산과 여의도에 한강∼황해 뱃길을 여는 국제광역터미널을 건설한다. 또 잠실과 김포 신곡 수중보에 갑문을 설치하고, 정부가 추진 중인 경인운하와 연계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한강 경관이 달라진다 건물이 제멋대로 들어선 한강변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방안을 수립해 지어지는 건물은 수변공간과의 조화를 이루도록 할 계획이다. 콘크리트로 된 한강 호안을 단계적으로 자연형으로 바꾼다. 오세훈 시장 임기 내인 2010년까지 전체 62㎞ 가운데 18㎞를 마무리짓는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최종협 한강사업본부장 “자연성 회복 숨쉬는 한강으로” 서울시가 야심차게 내놓은 ‘한강 르네상스’의 기획과 구상, 현실화 과정에는 올 1월7일 출범한 한강사업본부의 역할이 컸다.6개월간 거대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해 온 최종협 한강사업본부장에게 한강르네상스에 대해 들어봤다. ▶한강 르네상스 사업에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자연성 회복이다. 시멘트 인공 호안을 중심으로 치수기능에 중점을 두었던 한강을 생태가 숨을 쉬는 곳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목표다.1986년 완성된 한강 계획이 치수에 치중했다면 이젠 한강을 자연 친화적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또 수중보에 갇혀 호수로 전락한 한강을 강으로 이용하자는 것이다. 경인운하 등의 개발과 맞물려 뱃길을 열면 서울이 항구도시로 변화할 수 있다. ▶개발이 안정세로 들어선 부동산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여의도, 용산, 난지, 뚝섬 등 한강르네상스 주요 중심지는 이미 여타의 요인에 의해 부동산 값이 움직인 곳들이다. 한강르네상스로 다시 영향을 받지 않으리라고 본다. ▶충분한 준비 과정이 있었나. -그간 학계와 시정개발연구원에서 한강개발에 관한 연구들이 꾸준히 준비해 왔다. 수상교통부터 환경문제까지 심도깊은 논의를 진행했고 전문가부터 일반인까지 각계를 아우르는 자문위원회를 구성, 다각도의 자문도 받았다. 한강르네상스 안이 단기간에 나온 것은 결코 아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서울서 쾌속여객선 타고 中간다 서울과 중국을 잇는 ‘한강 뱃길 재개통’은 언제 실현될까. 연구는 한창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는 시정개발연구원의 연구 용역안이 나오는대로 건설교통부, 환경부, 국방부, 인천시, 경기도 등과 본격적으로 협의하기로 했다. 이는 반세기 동안 끊어진 한강의 운송 기능을 되살리려는 역사적인 작업이다. ●단둥 등 3개 항로 ‘구상´ 18일 서울시 한강사업기획단에 따르면 한강 뱃길은 임진강을 끼고 강화도 북쪽을 돌아 교동도를 거쳐 중국으로 향하는 항로와 신곡 수중보에서 굴포천을 지나는 이른바 ‘경인운하’를 거쳐 강화도 남쪽으로 황해에 진입하는 항로가 있다. 아울러 경인운하를 빠져 나와 막바로 남중국해 방향으로 가는 항로도 개발을 염두해 두고 있다. 우리나라 해역을 벗어난 항로는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중국 웨이하이(威海)부터 단둥(丹東), 칭다오(靑島), 상하이(上海)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길이 300∼500㎞ 구간이다. 서울시는 서울∼중국 항로를 운항할 배로 크기 3000t급 안팎의 여객수송선으로서 45노트(시속 81㎞) 이상의 속도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 정도 속도이면 현재 인천에서 중국을 오가는 여객선의 두배 속력이다. 따라서 편도 4∼7시간이면 목적지에 닿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천국제공항에서 산둥반도 최동쪽 항인 웨이하이까지 비행기로 45분쯤 걸린다. 항공료는 대체로 편도 15만원 안팎이다. 따라서 서울∼중국 여객수송선의 운임은 3만∼4만원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터미널은 지난 3일의 서울시 발표대로 용산과 여의도를 우선 광역터미널로 정했다. ●준설·수중보 갑문 확장이 관건 시정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중국 뱃길을 잇는 공사 중 가장 큰 것은 한강 바닥 준설과 신곡 수중보의 갑문을 확장하는 공사다. 강 바닥에는 남북 분단 이후 배가 다니지 않고, 신곡 수중보의 갑문이 잠정 폐쇄된 뒤 모래가 많이 싸여 있다. 수로의 강폭은 현재 정도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큰 배가 다니려면 수심이 한강 본류(신곡∼잠실 수중보)는 4.0m 이상 필요하고 지류도 2.8∼3.0m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신곡 수중보는 한강과 임진강 등의 수면 높이를 맞추는데 꼭 필요한 시설이다. 예를 들면 용산이나 여의도에서 배를 타고 황해로 나갈 때 신곡 수중보 앞에서 한강 하류의 낮은 높이를 상류의 높이와 맞춰야 한다. 빠른 시간 안에 물 높이를 맞추려면 수문의 용량이 지금보다 훨씬 커야 한다. 서울시는 준설과 수중보 개량에 약 500억∼70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한강의 동쪽에 있는 잠실 수중보의 확장은 우선 급하지 않다. 큰 배가 한강다리 밑을 통과하는데 반포대교 서쪽의 다리도 큰 걸림돌이 아니다. 동작대교, 한강대교 등은 현재 규모로도 배가 통과할 수 있다. 정부가 준설작업을 시작하면 서울시는 이에 맞춰 수중보 개량 작업을 하면 착공 4년안에 모든 공사를 끝낼 수 있다. 정부가 언제 준설을 결심하느냐에 재개통 시점이 달린 셈이다. ●서울·인천 등 이해관계 조율 중 한강 뱃길 재개 사업은 서울시와 인천시, 경기도, 정부도 원한다. 경인운하는 현 정부를 포함해 역대 많은 대통령들도 한번쯤 경제성을 검토했던 사업이다. 경인운하 사업이 마침 서울시의 한강르네상스 사업과 맞물려 있어 이해 관계를 조율하고 있는 중이다. 환경단체와 국방부 등의 반대를 설득하는 게 난제로 보인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한강 개발 난제 ‘한강변의 경관을 개선하고, 곳곳에 친환경 수변도시를 만든다. 서해 뱃길을 만들어 서울을 국제항구도시로 재탄생시킨다.’ 서울시의 ‘한강르네상스 마스터 플랜’의 큰 그림이다. 계획만 보면 더이상 좋을 수 없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문제점이 예상된다. 환경 파괴와 개발에 따른 침수 피해, 남북 관계, 사업 연속성 등이 바로 그것이다. 환경론자들은 뱃길을 내기 위해 바닥을 준설하면 하천의 생태가 파괴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중랑천과 탄천까지 준설하면 환경생태의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환경연합 초록정책국 한숙영 간사는 “개발의 시각이 한강을 경제·사회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자원으로 보는 데에만 쏠려 있는 것이 문제”라면서 “특히 한강 하구는 멸종 위기종의 서식이 보고되는 등 우수한 생태계가 유지되는데 이곳을 준설하고, 선박을 운항하면 우리나라 환경생태가 손실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환경시장을 자임하는 오세훈 시장은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한강 활용을 극대화할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하지만 환경론자들은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80%가 넘는 콘크리트 호안(둑의 침식을 막는 시설물)을 단계적으로 걷어내고 수생식물과 자갈 등을 활용, 자연형 호안으로 바꾼다는 구상도 짚고 넘어갈 대목이다. 이도훈 경희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한강에 뱃길을 내려면 기술·경제·환경·안전상의 타당성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전제한 뒤 “환경을 따진다면 자연형 호안이 바람직하지만 치수 안전성을 놓고 보면 콘트리트 호안이 더 우수하다.”고 말했다. 예산 확보와 사업 연속성도 약점이다.2010년까지 단기·소규모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6726억원에 이른다. 나머지는 서해 뱃길을 준설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임진강 하구 모래를 팔아 개발 비용으로 충당하거나 민간자본을 유치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모든 사업이 맞물려 있어 하나라도 삐걱거리면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한강과 임진강 하루 접경지역을 열어 중국으로 통하는 뱃길을 내 서울을 항구도시로 만든다는 구상은 남북관계가 변수다. 중앙정부, 북한의 판단에 따라 사업이 좌우되는 점은 한강 뱃길 사업이 구상 단계에서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한강의 어제와 오늘 새우젓으로 유명했던 마포나루. 밤섬은 배 만드는 마을로 통했다. 광나루와 양화나루터에 펼쳐진 은빛 백사장과 뚝섬 버드나무 숲은 1945년 해방 전후로 보던 한강의 모습이었다. 한강 뱃길을 따라 곡물과 소금, 젓갈류, 뗄감 등을 실어나르던 황포돛단배도 흔했다. 한국전쟁 시절 한강은 피란민의 삶과 죽음을 가르기도 했다. 사람과 더불어 호흡하던 한강이었다. 그런 한강이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관상용’으로 전락했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뱃길은 1970년대 팔당댐 건설로 끊겼다. 밤섬 주민들은 쫓겨났다. 옛 나루터 자리에는 다리가 들어섰다. 1960년대 말 1차 한강개발은 한강과 시민 사이에 둑을 만들어 소통을 단절시켰다.1980년대 2차 한강개발은 회색 콘크리트로 한강을 도배질했다. 또 한강 수질을 개선하기 위한 환경 관련 규제들도 한강과 시민을 멀어지게 했다. 개발은 한강둔치 주변 곳곳에 ‘아파트 숲’을 세웠다. 또 강남쪽으로 올림픽도로를, 강북쪽으로는 강변북로를 새로 뚫었다.60년대 한강철교와 한강대교, 양화대교, 한남대교 등 4개에 불과했던 한강 다리는 1970년 마포대교를 시작으로 무려 10여개가 더 세워졌다. 그나마 잠실과 여의도 등 둔치 주변에 조성된 시민공원들이 소통의 숨통을 트이게 했다. 1990∼2000년대는 한강 난개발의 후유증을 치유하기 위한 여정이었다. 한강을 시민 곁으로 돌려놓는 작업이었다. 최근 서울시가 내놓은 ‘한강 르네상스’ 사업도 한강 복원을 위한 개발이 중심이다. 복원은 한강의 물류 기능 회복에 맞춰져 있다.‘한강의 물길’이 도심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과거 서울의 교통로로서 큰 역할을 맡았던 한강이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올까.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황석영 새소설 ‘바리데기’ 출간

    황석영 새소설 ‘바리데기’ 출간

    뿌리 뽑힌 자의 허망함은 뿌리 뽑힌 자가 가장 잘 안다. 굶주린 자의 허기는 굶주려 쓰러져 본 자가 가장 잘 알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자의 슬픔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가슴 속까지 쩍쩍 갈라터진 자가 가장 잘 안다.‘바리’는 그런 여자다. 뿌리 뽑혀 북한 청진에서 중국으로, 중국에서 영국으로 부초처럼 떠밀려 다녔다. 한 끼 밥 걱정 없이 하루를 살지 못했고, 부모는 생사조차 모르며, 동생 현이는 얼어 죽었고, 할머니도 딸 홀리야 순이도 떠나보내기만 했다. 소설가 황석영(64)은 새 소설 ‘바리데기’(창비 펴냄)의 주인공 바리를 그렇게 창조했다. 누구보다 아팠고 누구보다 억울했기에 누구든 공감하고 어떤 이의 억울함도 풀어줄 수 있는 사람. 황석영은 ‘만신 바리’를 만들기 위해 어린 바리에게 세상의 모든 고통을 안겼다. ●문장은 인테리어 불과… 구성이 중요 작가가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소설 구성이다.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황석영은 “요즘 문장 문장 하지만 문장은 인테리어일 뿐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 곧 자기형식”이라고 강조했다. 작가의 펜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든다. 환상이되 현실이고, 설화이자 실화며, 은유이되 직설이다. 소설은 바리데기 설화를 원용했다. 설화 속 바리데기는 무당의 원형이다. 오귀대왕의 일곱째 공주로 태어나 버려진 바리데기는 서천 생명수를 구해와 병들어 죽은 부모를 살린다. 소설 속 바리도 일곱째 딸이고, 버려졌다. 바리가 넋을 띄워 만나는 모든 헛것들은 황망하고 쓸쓸한 것들뿐이고, 우는 사람들뿐이다. 황석영의 손끝을 거친 후 바리는 ‘가장 고난 받는 자’와 ‘가장 고난 받는 자의 치유자’로 재해석됐다. ●90년 이후 세계사 소용돌이에 휩쓸려 ‘이동과 조화’. 작가가 집약해 표현한 작품주제다. 바리의 인생역정엔 영국과 프랑스에서 생활하며 세계화의 격랑을 관찰한 작가의 고민이 배어 있다. 바리는 90년 이후 세계사의 모든 소용돌이에 휩쓸린다. 이동을 강제하는 소용돌이의 핵으로 작가는 신자유주의를 지목한다. 바리는 중국으로, 식민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심장 런던으로 떠밀려가고,‘뱀단’(밀항자) 브로커에 걸려 인신매매 당한다. 이주노동자 단속에 하루하루 떨고,9·11 사태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발발 후엔 파키스탄인 남편 알리까지 쿠바 관타나모 감옥에 갇힌다. 이동이되 ‘유목’이 아닌 ‘유랑’이다.‘주체적 노마드’가 아닌 ‘주체가 원치 않는 유랑’이다.‘공존의 조화’가 아닌 ‘온갖 상처로 얼룩진 섞여듦’이다. ●올해 10월 파리서 귀국 “누구에게나 평범한 보통 여자아이로 보여지길 진심으로 원했던” 바리, 남을 위로하기 전에 “슬퍼 살 수가 없어.”라며 자신부터 위로받기 원했던 10대 소녀 바리. 바리에게 ‘잔인한 고통’을 안기면서 황석영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불바다→피바다→무쇠성→서천으로 이어진 여정 끝에 바리 입에서 ‘공수’가 터지는 과정에 꾹꾹 집약돼 있다. 굶어 죽고 병들어 죽고 맞아 죽고 애달아 죽은 세상의 넋들과 팔 떨어지고 목 떨어지고 붕대 매고 의족 짚은 사람들이 묻는다.“우리가 받는 고통은 무엇 때문인가.” “어째서 악한 것이 세상에서 승리하는가”…. 바리가 답한다.“사람들 욕망 때문이래.” “전쟁에서 승리한 자는 아무도 없대, 이승의 정의란 늘 반쪽이래….” “남북 분단과 정치적 문제에서 이제야 한 걸음 벗어난 것 같다.”는 작가는 오는 10월 4년간의 외국생활을 끝내고 파리에서 귀국한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美 네오콘 ‘이라크 철군론’ 대반격

    美 네오콘 ‘이라크 철군론’ 대반격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내에서 이라크 주둔군의 철수를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신문 10일자 1면 참조> 이라크전쟁을 주도해 온 네오콘(신보수주의자) 등 보수강경파들은 “지금 물러서면 끝장”이라며 “버티는 게 최선”이라고 조지 부시 대통령을 다그치고 있다. 네오콘을 대변하는 위클리스탠더드의 윌리엄 크리스톨 편집장은 9일(현지시간) 이 잡지의 웹사이트에 게재한 글에서 “부시에게 이라크 조기 철군 결단을 압박하는 논의가 백악관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다.”면서 “대통령은 철군 주장을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톨은 의회에서 이라크 철군 논란이 증폭되는 가운데 백악관 내부에서 미군 철수 “대타협”을 조언하는 목소리가 제기됨에 따라 이번 주는 부시 대통령에게 이라크 미군에 다시 한번의 기회를 주느냐, 철군 요구를 수용하느냐의 ‘결단의 순간’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대통령이 지금 철군 요구에 굴복한다면 좌파들은 잘못된 전쟁을 벌였다고 공격하고 우파들은 전쟁에 실패했다고 추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럴 경우 그는 “부시는 남은 임기동안 피범벅이 된 물 속에서 상어떼들이 죽이려 달려드는 것과 같이 의회조사를 받느라 허우적거려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금 철군 결정을 내리면 대통령은 철군 부작용을 완화하거나 관리할 능력을 잃고, 알 카에다와 이란에 승리를 안겨 주고 미국에는 도덕적·지정학적 재앙을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샤르 제바리 이라크 외교장관도 미국내 철군 논의와 관련,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재 미군이 철수하면 무덤을 파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내전이 일어나 이라크가 분단되고 더 나아가 중동지역 내에 분쟁이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이날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에서 철군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와 관련,“현재로서는 이라크 철수 논의가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정치적 판단이 아닌 군사적 결정에 따라 이라크 미군을 철수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스노 대변인은 오는 11월까지 이라크 전역의 치안권을 현지 병력에 이양하겠다는 당초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아마도 거기에 이를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비관적인 이라크 상황을 부인하지 않았다.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과 미국의 주요 언론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에서의 실패를 인정하고 현지에 주둔 중인 미군을 즉각 철수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dawn@seoul.co.kr
  • [8일 TV 하이라이트]

    ●일요다큐 산(KBS1 오전 7시) 분단 이후 베일에 싸여 있던 내금강의 비경이 59년 만에 공개됐다. 금강산은 비로봉이 솟아 있는 중앙 연봉을 경계로 서쪽은 내금강, 동쪽은 외금강, 동단의 해안부는 해금강이다. 외금강은 각양각색의 기암괴석이 마주하며 남성미를 뽐낸다면, 내금강은 부드러운 능선과 청량한 계곡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여성미를 자랑한다. ●개그콘서트(KBS2 오후 8시55분) 400회 특집으로 연기자의 잼 콘서트와 비보이 댄스로 오프닝 무대가 꾸며진다. 기존 코너는 물론 다시보고 싶은 코너와 세바스찬, 복학생, 출산드라 등 ‘봉숭아 학당’의 졸업생들이 ‘봉숭아 학당 총동창회’를 갖는다. 그리고 개그콘서트 400회를 축하하는 강호동, 인순이,DJ DOC 등 게스트도 만나본다. ●신비한TV 서프라이즈(MBC 오전 10시50분) 1911년 이탈리아를 출발해 러시아로 가던 관광열차가 갑자기 사라졌다. 그런데 이 열차는 실종 당시 모습 그대로 러시아와 유럽 등지에서 목격된다고 한다. 놀랄 만큼 정교하고 과학적인 유물을 남기고 사라진 마야문명. 마야인의 달력은 2012년까지만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일요일이 좋다-옛날TV(SBS 오후 5시30분) 1980년대 대표적인 미녀스타인 금보라. 그녀가 ‘일요일이 좋다-옛날TV’에서 24년 만에 드라마 ‘안개’를 완벽하게 재현한다.1980년대 초반, 국내를 강타했던 추억의 외화 ‘V’를 선보인다. 또 1970년대 미니스커트를 단속하는 모습도 향수 가득한 ‘오늘의 늬우스’에서 공개한다. ●사랑의 공부방-네발자전거(EBS 오후 6시) 갖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도곡숲정이 공부방 아이들을 만난다. 특히 엄마는 집을 나가고 아빠는 일거리를 찾아 전국을 떠도는 6학년 민호는 할머니와 살아가고 있다. 늘 기죽어 지내던 민호는 공부방에 다니면서부터 씩씩해진 것은 물론, 공부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다. ●인사이드 월드〈다이너마이트 피싱〉(YTN 오전 8시30분) 필리핀 제도 중앙에 위치한 비사얀 해에는 엄청난 종류의 해양 생물체가 서식하고 있다. 하지만 폭발물로 고기를 잡는 ‘다이너마이트 피싱’으로 풍부하고 다양한 해양 생물 자원이 고갈될 위기에 처했다. 어부들은 스스로 자신의 앞날과 가족의 생계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TV쇼 진품명품(KBS1 오전 11시) 조선시대 여성 관련 의뢰품으로 당시 여성들의 삶에 담긴 비밀을 풀어본다. 여성의 권력을 상징하는 열쇠패. 화려함과 멋스러움 속에 숨겨진 조선시대 여성들의 숨겨진 삶이 공개된다. 우리나라 최초 기생 출신 가수 왕수복. 당시 잡지 ‘삼천리’에서 실시한 인기투표에서 매번 1위를 놓치지 않았던 왕수복은 누구인가? ●TV탐험 멋진 친구들(KBS2 오전 9시45분) 1990년 9월 ‘소문난 사람들’편으로 방송을 시작한 이래 16년 동안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그려온 최장수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화려한 스타나 자극적인 갈등 구조 없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MC 전현무와 함께 촬영 현장을 찾아가본다.
  • 한나라, 파격적 대북정책 ‘한반도 평화 비전’ 발표

    한나라당이 4일 서울·평양간 경제대표부 설치, 북한 방송·신문 전면 수용 등을 골자로 한 새로운 대북정책 ‘한반도 평화 비전’을 발표했다. 북핵문제 해결 가시화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 변화에 부응하는 한편 대선을 맞아 진보성향의 유권자를 고려한 시도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김용갑 김기춘 송영선 의원 등 당내 보수성향 의원들은 이에 반발해 정체성 논란도 제기할 전망이다. 한나라당 평화통일정책특위 위원장인 정형근 의원은 이날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정착 및 통일기반 구축 등 ‘평화 비전’ 7대 목표와 실천방안으로 비핵평화체제 착근, 경제공동체 형성 등 5대 중점과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한 실천방안으로 서울·평양간 ‘경제대표부’ 설치 및 경제협력관 상주계획이 포함됐다. 연 3만명 규모의 북한 산업연수생 도입, 서울∼신의주간 신(新)경의고속도로 건설, 김포∼순안간 남북 정기항공로 개설과 한강∼예성강, 한강∼임진강 뱃길 개설을 통한 ‘하늘길과 바닷길’을 연다는 계획도 있다. 특히 비핵평화체제 착근을 위한 구체적 실천방안으로 남북 정상회담 개최 및 남북 핵통제 공동위원회 재가동을 제안했다. 남·북·미·중 4자간 종전선언, 남북총리급 회담 정례화와 군축논의를 위한 남북한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마련 검토, 한·미 ‘신안보동맹’ 선언과 동북아 평화체제를 위한 다자안보협력체 구축을 제시했다. 나아가 남북한판 FTA를 추진하고 철원·파주 등에 개성공단형 ‘경제특구’, 속초·거진항을 ‘대북특구’, 금강산·설악산을 연계해 ‘관광특구’로 조성하는 북한 경제발전을 위한 종합계획 구상도 제시했다. 또한 북한의 국제사회 편입을 위해 러시아 극동지역 가스전 한반도 연계사업과 한반도종단철도(TKR), 중국횡단철도(TCR도),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연결하는 북한 철도 현대화 및 국제 철도 시스템 연계도 추진한다. 남북간 통행·통신 협력체제도 구축한다.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른 인적교류를 확대하고 남북간 자유왕래를 이산가족, 남북경제특구, 전면 자유왕래 등 단계별로 추진한다. 아울러 남북 국회회담 정례화와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남북 공동 프로젝트를 가동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방송·통신 부문도 개방해 우리가 먼저 북한의 방송과 신문을 전면 수용할 것을 제시했다. 남북한 유무선 통신도 개통하고 개성과 금강산에 인터넷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 인도적 협력과 지원을 위해 북한의 300만명의 극빈계층에 연 15만톤의 쌀을 무상지원하고 그외에는 유상 차관 형태로 식량과 비료지원을 한다. 인권공동체 실현을 위한 실천방안으로는 분단 1세대 상호 고향방문을 추진하고 국군포로·납북자 송환시 현금 또는 현물 제공 및 비전향 장기수와의 맞교환도 검토한다.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북한인권침해 기록보존소를 설치하고 대북지원과 연계해 정치범 수용소 해체 등을 요구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서울의 한강’을 ‘한강의 서울’로

    ‘서울의 한강’을 ‘한강의 서울’로

    서울시가 3일 발표한 ‘한강르네상스 마스터플랜’은 한강을 시민들 곁으로 되돌리기 위한 중장기 밑그림이다.21년 전(1986년) 치수위주로 짜여진 한강정책으로 인해 그동안 시민과 유리돼 있던 한강을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바꾸고, 뱃길을 열어 서울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수변(水邊)도시(Waterfront town)의 조성이나 국제터미널 건설 등은 이를 위한 구체적인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강 개발에 따른 부동산 문제나 다른 지역과의 위화감, 관계부처의 협조 등은 한강르네상스 추진에 앞서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8개 거점 수변도시 개발 한강을 뱃길로 활용하는 방안과 연계해 마곡, 상암·난지지구, 당인리지구, 여의도지구, 용산국제업무지구, 흑석지구, 행당지구, 잠실지구 등 한강변 8곳을 수변도시로 개발한다. 이 가운데 100만평 규모의 마곡지구에는 한강물을 끌어들여 수로를 조성하고 수변을 따라 컨벤션, 상업·문화·주거·연구시설 등 다양한 복합 시설물을 배치한다. 또 마리나 시설도 설치해 수상레저의 거점으로 육성한다. 용산구 철도정비창 부지는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면서 강변북로를 지하화해 그 위로 공원과 보행통로를 낸다. 잠실은 서울의료원 이전과 잠실운동장 리노베이션, 강변북로 지하화를 통해 수변도시로 탈바꿈한다. 행당지구와 흑석지구는 재개발사업과 연계해 수변문화공간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이 가운데 흑석지구는 인근 뉴타운을 확대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배타고 상하이 간다 용산과 여의도에 한강∼황해 뱃길을 여는 국제광역터미널을 건설해 분단 이후 끊어졌던 한강 뱃길을 복원한다. 이를 위해 잠실과 김포 신곡 수중보에 갑문을 설치하고, 정부가 추진 중인 경인운하와 연계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이렇게 되면 인천공항에서 배를 타고 서울로 올 수 있다. ●한강호안 자연형으로 바꿔 콘크리트로 된 한강 호안을 단계적으로 자연형으로 바꾼다. 오세훈 시장이 임기내인 2010년까지는 전체 62㎞ 가운데 18㎞를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또 압구정지구나 반포지구 등 한강변의 아파트 단지 재건축시 한강과 관련된 시설을 확충하도록 하고, 도로 지하화 등의 경우 수익자인 주민들의 부담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집값 등 극복이 관건 한강르네상스 마스터플랜은 한강변을 집중 개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2030년까지 장기계획이기는 하지만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8개 워터프런트 타운이 들어서거나 한강과 연결하는 데크가 건설되는 용산의 서부이촌동 재개발지구나 반포·압구정·잠실 등 강남축 재건축 아파트의 집값이 요동칠 수 있다. 게다가 이들 지역은 이미 어느 정도 개발이 이뤄진 지역이다. 여기에다 한강르네상스 마스터 플랜에 따라 각종 시설들이 들어서게 되면 다른 지역과 개발 격차가 커질 수 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사설] IOC가 평창을 택해야 하는 까닭

    근대올림픽을 부활시킨 프랑스의 피에르 쿠베르탱은 스포츠를 통한 인간의 완성과 국제평화의 증진을 올림픽정신으로 삼았다. 내일은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결정되는 날이다. 유치 후보도시는 한국 평창과 러시아 소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등 세 곳이다.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평창은 최선의 준비를 기울여왔다. 거기에 더해 올림픽정신이 가장 충실하게 구현될 적지라고 본다. 평창 유치 지원을 위해 과테말라를 방문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면 남북한 단일팀이 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도 노 대통령의 언급에 즉각 호응하고 나섰다. 한반도는 남북이 분단되어 있고, 북핵 문제로 지구촌에서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는 지역이다.1988년 하계올림픽이 남한의 발전을 가속시켰다면,2014년 동계올림픽은 동북아 평화를 촉진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이것보다 더한 올림픽정신의 구현이 있겠는가. 평창 유치단의 막바지 분발과 함께 투표권을 가진 각국 IOC 위원들의 자각이 있어야 한다. 그동안 준비상황을 객관적으로 봐도 평창이 앞선다는 게 IOC 안팎의 평가다. 러시아 소치가 막판 물량공세를 벌이며 ‘깜짝 제안’을 공언함으로써 국제 스포츠계를 혼탁하게 만든다는 걱정을 갖게 한다. 대회 준비에 충실하기보다는 선심공약으로 IOC 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려 해서는 안 된다.IOC측도 유치계획서 내용 이외의 ‘깜짝 제안’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래도 우리 유치단은 경계심을 풀지 말고 러시아의 움직임을 견제해야 한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유치되면 한반도 평화증진은 물론 우리 경제가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진입하는 시기를 앞당길 것이다. 내일 아침 출근 길에 ‘축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지 확정’이라는 기쁜 소식을 온 국민이 듣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 [Zoom in 서울] 한강~서해 뱃길 연다

    [Zoom in 서울] 한강~서해 뱃길 연다

    서울 용산·여의도·마곡·상암·반포·흑석·행당·잠실 등 한강 주변 8개 지역에 선착장이 생기는 등 ‘워터프런트 타운(수변도시)’이 조성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3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한강 르네상스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서울시는 한강을 시민과 친숙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주요 거점별로 워터프런트 타운을 조성하고, 국제터미널 등을 건설해 한강의 뱃길을 열 계획이다. 특히 마곡지구와 용산 서부이촌동, 상암지구, 여의도, 반포, 뚝섬, 잠실, 흑석 등 8곳에는 선착장과 함께 한강으로 물길을 내 워터프런트 타운으로 조성, 문화·상업·업무·관광·레저 중심지로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시는 이들 지구를 개발할 때 한강을 볼 수 있도록 건축물의 개방감을 높이고 한강 교량과 교각·공원·건축물·옹벽 등이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경관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또 용산과 여의도에 서해∼한강 뱃길을 잇는 국제광역터미널을 조성, 분단 이후 끊어진 한강 하구 뱃길을 복원한다. 중국의 톈진이나 상하이 등 외국의 항구까지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는 정부가 추진 중인 경인운하사업과도 연계하고, 이들 터미널 배후지에는 경제·문화기반시설을 대폭 확충하기로 했다. 오 시장은 “한강을 서울의 대표 관광상품으로 만드는 동시에 서해 뱃길을 회복시켜 항구도시로서의 미래를 준비하겠다.”면서 “서해 뱃길이 조속히 열릴 수 있도록 정부측의 적극적인 협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강르네상스 마스터플랜은 시민·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과 중앙부처, 인근 자치단체 등의 협의를 거쳐 연말에 확정돼 오는 2030년까지 추진된다. 이 가운데 2010년까지 33개 사업에 6726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노대통령·이건희 위원도 프레젠터로

    |과테말라시티 임병선특파원| 강원 평창의 2014년 겨울올림픽 유치 여부가 사흘 뒤 결정되는 가운데 평창이 그동안 갈고닦아온 최종 프레젠테이션(PT)의 윤곽이 드러났다. 평창유치위원회는 1일(현지시간) 4시간에 걸쳐 최종 PT가 열릴 웨스틴카미노레알 호텔의 그란살론 레알홀에서 일반 리허설을 진행했다. 최종 PT는 4일 낮 12시15분(한국시간 5일 새벽 3시15분)부터 1시간 동안 펼쳐진다.●이영희 할머니 얘기로 표심잡기 단상 앞줄 맨 왼쪽부터 쇼트트랙 스타 전이경, 김정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 김진선 강원지사, 노무현 대통령, 한승수 유치위원장, 이건희·박용성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장애인 스키선수 한상민이 앉는다. 뒷줄엔 왼쪽부터 평창의 겨울스포츠 후진국 청소년 양성을 위한 ‘드림 프로그램’에 참여한 브리아, 자문교수 전용관(연세대 사회학과)씨, 프리랜서 방송인 안정현씨, 권혁승 평창군수 순으로 앉게 된다. 권양숙 여사를 비롯,48명의 지원단이 PT를 지켜본다. 프레젠터로는 이미 알려진 전이경·안정현씨 외에 노 대통령이 분단극복과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는 7번째 프레젠터로 나서고 삼성그룹의 정보기술(IT)로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보장하는 이건희 위원의 연설로 대미가 장식된다. 정상의 PT 주도는 98명 안팎의 위원들 가운데 3분의1 정도가 마음을 정하지 못한 데다 표심이 적잖게 흔들리는 상황을 타개하려는 몸짓으로 해석된다. 평창유치위는 PT 내용을 함구하고 있지만 겨울올림픽을 개최하는 명분과 비전, 올림픽정신을 강조하며 ‘뭔가 다른 평창(Something different)’을 호소할 예정이다.4년 전 프라하총회 때 1차투표 1위를 이끄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이영희 할머니(총회 얼마 뒤 작고)의 그 뒷얘기로 분단 극복의 메시지와 ‘왜 평창인가’를 결합한다. 당시 PT에서 한국전쟁 때 잃어버린 아들을 이산가족 상봉으로 반세기 만에 만났지만, 사흘 뒤 북으로 보냈던 이 할머니의 비극은 위원들의 가슴에 파문을 일으켰다. 다시한번 이들의 심금을 울려 표심으로 연결한다는 것.●“특정 장소만 위원 접촉 허용” 이날 리허설은 3차례나 PT를 실시한 뒤 30여분간 입·퇴장 때의 보폭과 걸음걸이까지 점검할 정도로 세밀했다. 1일 입성한 노 대통령과 이건희 위원, 미리 도착한 박용성 위원이 역할 분담해 이날까지 도착한 60여명의 IOC위원을 맨투맨 설득한다.IOC는 총회장 근처의 레알인터콘티넨털 호텔 객실 10개 이상을 임대, 이곳에서만 위원들을 접촉하도록 허용했다. 알프레트 구센바우어 오스트리아 총리도 “평창과 소치만큼 돈은 없지만 잘츠부르크는 훌륭한 대회를 치를 능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의 스포츠 도박업체 윌리엄힐이 투표 직전까지 진행하는 온라인 베팅에서는 2일 오전 11시(한국시간)까지 평창이 1.5대1로 소치(4대1)를 많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bsnim@seoul.co.kr
  • “명품 신도시 2곳 더 건설”

    “명품 신도시 2곳 더 건설”

    김문수 경기지사는 28일 “집값 폭등과 주거문제를 해결할 곳은 경기도밖에 없다.”며 “명품신도시 건설과 뉴타운 사업 등 공급 위주의 주택 정책을 지속적으로 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날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경기도는 서울보다 17배나 넓고 좋은 땅과 우수한 건축기술, 도시계획능력, 수요까지 갖추고 있는 만큼 임기중 광교·동탄 제2신도시를 포함해 4곳의 명품신도시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집값을 잡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중·대형 평수의 명품 아파트를 많이 지어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라며 “경기도는 앞으로 소형 임대주택 위주의 주택공급 정책을 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발표한 수원‘광교신도시’를 강남을 대체할 만한 최고의 명품신도시로 만들고 ‘제2 동탄신도시’조성 사업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양·부천·안양·의정부·군포 등 9개시 11개 지구에서 시작한 뉴타운사업도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김 지사는 최근 대선을 앞두고 제기되고 있는 분도(分道) 주장을 의식한 듯 “전쟁과 분단의 피해 지역인 경기북부 지역을 ‘기회와 희망의 땅’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와 함께 “민간과 함께 1000억원 규모의 ‘문화콘텐츠 펀드’를 조성해 문화 콘텐츠의 기획·제작·유통·소비를 전방위적으로 지원할 생각”이라며 “경기도에 흩어져 있는 문화 콘텐츠 관련 대학·산업·연구를 연계, 문화콘텐츠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특별기고] 한국의 20년, 스페인의 30년/ 송두율 독일 뮌스터대학 사회학 교수

    [특별기고] 한국의 20년, 스페인의 30년/ 송두율 독일 뮌스터대학 사회학 교수

    서울신문이 지난 4월부터 12회에 걸쳐 연재한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기획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즈음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독일 뮌스터대학 사회학)가 특별기고를 보내왔다.1987년 6월 항쟁을 독일에서 지켜봐야 했던 송 교수는 “일반적으로 지난 일을 수직적으로 고찰하는 글들이 많아 수평적인 비교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싶었다.”며 스페인 민주화 30년을 통해 한국 민주화 20년을 성찰했다. 특히 그는 “6월 항쟁 20주년은 서울 땅을 37년 만에 밟았던 2003년 당시 절박하게 느꼈던 ‘더 많은 민주주의’의 과제를 상기시킨다.”고 역설했다. ●다방(茶房)의 광고문과 오웰의 기록 20년전 6월 민주항쟁을 뒤돌아보게 만드는 사진이 한 장 있다. 어느 다방에서 “오늘 기쁜 날, 차 값은 무료입니다.”라고 내건 광고를 담은 사진이다. 이 사진을 보면서 나는 ‘동물농장’,‘1984년’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영국의 작가 조지 오웰(1903∼1950)을 떠올렸다. 조지 오웰은 스페인시민전쟁(1936∼1939)에 ‘공화파’를 지원하기 위하여 참전, 목에 관통상까지 입었다. 프랑코가 이끄는 파시스트들에 의하여 압살되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하여 총을 들었던 ‘인민전선’의 초창기 승리를 추억하며 그가 남긴 글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우리는 드디어 자유와 평등의 시대에 와 있다. 인간적 존재는 인간적 존재로서, 그래서 더 이상 자본주의의 부속품으로 남아 있지 않으려 했다.” 스페인도 독재의 어두운 길을 벗어나고 내전의 상흔을 치유할 수 있는 전기(轉機)를 마련한 1977년 6월을 지금 기념하고 있다. 올해로 스페인의 민주화가 30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본고장이라고 불리는 서유럽에서 스페인뿐만 아니라 그리스, 포르투갈에서도 한국처럼 불과 20∼30년 전까지만 해도 민주주의는 많은 시련을 겪었다. 이 사실은 한편으로는 자기위안도 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주의의 확립이 얼마나 힘든 과제라는 것도 상기시킨다. 이러한 나라들과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의 성숙 과정과 조건들은 달랐지만 타산지석(他山之石)의 의미는 분명하다. ●정책에 기초한 중도통합의 정치 한국 사회의 지난 20년 민주화과정 자체를 아예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세력이 엄존하고 있다. 현실과 시대가 요구하는 감각을 잃고 ‘유신’의 향수에 완전히 젖어 지난 20년의 시간을 단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해온 역사로 폄하하는 세력도 있다. 이 세력은 특히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시간을 순전히 ‘잃어버린 10년’으로만 평가하려 든다. 2005년 봄 의회의 결정으로 마드리드시내에 있는 7m 높이의 프랑코동상 철거와 함께 프랑코 시절의 흔적들이 공공장소나 공공건물로부터 지워졌으며 정치 무대에서도 프랑코 지지세력(팔랑헤)도 이미 사라진 사실과 비교해 보면 한국사회의 민주화의 현주소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무엇보다도 민주화의 과정이 가져오는 혼란과 충격을 완화하며 중심을 잡는 중정무편(重正無偏)의 개인이나 정치 집단의 역할에 달려있다.1977년 12월에 사망한 프랑코를 추종했던 일부 민병대 대원들이 일으킨 1981년 2월 쿠데타 시도를 단호하게 좌절시켰던 후안 카를로스 국왕의 역할은 컸다. 또 비록 의회의 과반수에 항상 미달하지만 국민당(PP) 중심의 중도우파와 사회노동당(PSOE) 중심의 중도좌파는 정권 교체를 이루면서 정치사회의 균형을 이루어 왔다. 스페인도 지역주의 또는 지방주의가 강하다.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비록 남북한의 분단 정도는 아니지만 그 정도는 심하다. 특히 바르셀로나를 수도로 하는 카탈루냐 지역이나 바스크 지역은 중앙 정부와 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바스크 지역의 일부 분리주의자들은 테러를 수단으로까지 삼고 있다. 이런 불안한 상황에서도 위에 말한 정권 교체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좌우세력이 중도를 합리적으로 견인해내는 데 있다.200명 이상의 무고한 시민이 사망한 2005년 3월의 마드리드 테러사건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반(反)테러정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곧장 걷잡을 수 없는 정치사회의 불안정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한국사회에는 테러문제가 아니라 햇볕정책이나 포용정책을 둘러싼 이른바 남남갈등이라는 문제가 있다. 냉전시대의 색깔론에 갇혀 있는 사회적 갈등이 어떻게 합리적 정책에 기초한 중도통합의 길을 열어줄 수 있는지는 한국사회가 직면한 숙제다. 또 과거와는 달리 북의 핵실험에 대해 남쪽 국민이 차분하게 대응했던 것을 예로 들면서 남쪽 사회도 이제는 분단 문제에서 파생된 갈등으로부터 자유스러워졌다는 낙관론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도 현재의 남남갈등의 심각성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결국 중도통합의 과제를 지나치게 만들 수 있다. ●신자유주의와 민주화 자유무역협정과 사회 양극화로 집약해서 표현할 수 있는 신자유주의의 결과물이 지금까지 구축해온 민주화의 구조를 허물 수 있다는 우려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세계화는 피할 수 없는 추세이기 때문에 이를 오히려 하나의 기회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계몽적인 주장이 많다. “민주화보다 경제가 중요하다” “분배보다 성장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여기에 속한다.“민주화가 밥을 먹여주는가.”라면서 개발독재의 향수에 젖어있으면서도 세계화 시대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민주화가 바로 경제발전을 추동(推動)하였던 스페인의 경우를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인구는 남한보다 조금 적지만 지금 국내총생산은 더 큰 스페인은 민주화 과정 속에서 유럽연합의 평균 성장률보다 높은 착실한 경제성장을 해왔다. 현재 진행 중인 유럽통합과 세계시장이라는 이중적 세계화의 과제 앞에 선 스페인은 기술개발, 높은 실업률과 이주민 문제를 안고 있다. 영미나 북구와는 달리 사회 성원의 안전을 지향하는 보수주의적인 복지체계를 구축해온 스페인도 세계화의 도전을 받고 있다. 또 농업과 관광, 서비스분야 중심의 스페인이 세계화에 대처하는 전략은 자동차·선박·전자산업 위주의 남한과는 다르지만 비슷한 경제규모를 지닌 두 나라의 경제사회의 미래를 서로 비추어 볼 수 있다. ●자만과 자조를 넘어 프랑코독재의 잔영(殘影)이 드리웠던 1981년 봄, 국방색 전투복에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민병대가 순시를 했던 바르셀로나시의 중심가 람브라스를 필자는 2001년 봄 꼭 만 20년 만에 다시 찾았다.1992년 올림픽을 치렀던 바르셀로나의 분위기는 너무나 부러웠다. 자유스러운 사회의 숨결이 도시의 곳곳에 스며들어 만들어 낸 발랄한 분위기와 화려한 색조에 깊은 인상을 받았던 필자는 2003년 가을 37년 만에 서울 땅을 밟았다. 당시 쓰라렸던 경험 속에서 필자가 절박하게 느꼈던 ‘더 많은 민주주의’의 과제를 6월 민주항쟁 20돌이 상기시킨다. “이미 민주화됐다.”라는 자만이나 “엽전이 별수 있나.”라는 자조를 넘어 자신을 비추어 볼 수 있는 하나의 거울로서 스페인의 지난 30년을 떠올리게 된다. 송두율 독일 뮌스터대학 사회학 교수
  • [기고] 전기도 국경이 없어진다/이원걸 한국전력 사장

    오늘날 세계경제는 공동의 이익을 위한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하나로 통합되고 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칠레의 농민이 생산한 포도주와 농산물을 우리 안방의 식탁에서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세계경제의 글로벌화·통합화는 경제분야는 물론이고 국가간 상호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모든 분야로 점점 확대되어 가고 있다. 그렇다면 국가 경제발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전력산업분야는 어떨까? 농산물이나 공산품과 같이 전기를 생산하고 사용하는 것도 국경이 없어지고 있다. 단적인 예로서 여름철에 캐나다의 풍부한 수력자원을 이용하여 생산된 전기는 미국 국민들이 값싸게 사용하고 있으며, 반대로 겨울철에는 미국의 화력발전으로 생산한 전기가 캐나다에서 사용되고 있다. 북미의 경우는 약 100년 전인 1901년부터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하여 캐나다∼미국∼멕시코간 전력계통망을 연결해 전력을 공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국가들도 오래전부터 국가간에 전력계통망을 연결하여 전력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와 남아프리카 지역에서도 활발한 전력계통망 연결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국가 경제발전을 견인하는 중요한 전력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보다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에너지안보를 확립하며 국가간 상호협력을 통해 상생을 도모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우리나라가 속한 동북아지역에서도 이러한 국가간의 공동이익을 추구하고 전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전력계통망의 상호 연결이 긍정적으로 고려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남북 분단으로 인한 지역적인 특수성 때문에 전력을 독자적으로 생산하고 소비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고 이는 전력의 효율적인 이용에 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향후 우리나라의 인접국가인 중국·일본·북한·러시아 등과 협력하여 상호 전력계통을 연결함으로써 전력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발전설비의 신·증설을 억제할 수 있고 투자비 절감은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어 막대한 환경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동북아지역은 에너지 자원의 지역적 편재가 심해 전력계통망 연결에 상당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러시아는 극동지역의 풍부한 천연가스와 수력발전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중국은 동북부에 충분한 양의 석탄을 갖고 있는 반면 한국·일본·북한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거의 없어 해외에서 연료를 조달해야 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서로 다른 전력수요의 특성(하계 최대부하형-한국·중국·일본/동계 최대부하형-러시아·북한)과 국가간 상당한 경제수준의 차이로 동북아지역의 전력계통망 연결은 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양호한 여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동북아지역은 국가간 전력계통의 특성(전압, 주파수 등)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국가간에 보다 안정적으로 전력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직류 송전기술의 발전이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가 동북아 전력계통 연결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100년 이상 축적된 세계 최고 수준의 우수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직류 초고압 송전기술에 대한 향후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개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동북아지역의 전력계통망 연결은 에너지의 효율적인 이용을 통해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상생협력의 틀을 구축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으로 국가간 윈-윈을 통해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전략적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원걸 한국전력 사장
  • [22일 TV 하이라이트]

    ●좋은 나라 운동본부(KBS2 오후 8시50분)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 중심가의 한 제과점. 세대를 건너 추억을 나눈 장소로 유명한데, 제과점의 위생 상태는 그 명성에 걸맞은지 점검해 본다. 두 번째 점검한 곳은 팥빙수에 빠질 수 없는 팥 앙금을 만드는 공장이다. 알고는 절대 먹을 수 없다는 부정·불량 식품의 제조현장을 추적한다. ●라이프n조이(YTN 오후 8시35분) 강릉 바닷가 안인진에 세워진 통일공원에서 호국의 얼을 되새겨 보고 분단의 아픔이 낳은 전쟁의 상흔을 돌아본다. 자연의 휴식처 친환경 복합 예술 공간에서는 산과 바다, 하늘, 나무가 만든 자연의 길을 따라 예술의 아름다움을 접한다. 여름을 식히는 시원한 동해 바다여행, 강릉으로 떠나본다. ●특별기획 ‘대화’-미래를 준비하는 교육(EBS 오후 10시50분) 우리의 미래를 위해 지금 준비해나가야 할 교육의 방향이 무엇인지, 우리 교육의 패러다임은 어떤 방향으로 바꿔야 할 것인지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이 전문가들이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들이 진단하는 우리 교육의 미래와 현실을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다. ●신동엽의 있다!없다?(SBS 오후 6시50분) ‘생얼’ 열풍에 빠져 있는 대한민국에 놀라운 가족이 탄생했다. 고등어 모양의 비누가 아닌, 진짜 고등어로 아이의 얼굴을 닦는 모습. 맛도 좋고 영양도 만점인 고등어를 본격적으로 세수에 활용한 가족을 찾아본다. 세안제로도 사용되는 등 비린내 나는 고등어가 어떤 효험이 있는지 알아본다. ●나쁜여자 착한여자(MBC 오후 7시45분) 봉달은 소영이 거짓말한 사실을 알고는 태현이 혼란스러워할 것 같아 걱정이 된다. 말자는 소영의 편을 들어주며 결혼식을 올리자고 한다. 봉달은 두 사람의 결혼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태현의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한다. 한편 태현은 소영과의 결혼식을 취소하고, 분노한 소영은 서경의 뺨을 때린다. ●하늘만큼 땅만큼(KBS1 오후 8시25분) 명태는 노래방을 개업하는 꿈에 부풀어 덤비지만 최종 결정권은 물주인 봉례에게 있는 만큼 봉례의 눈치를 살핀다. 은주는 창고에 뒀던 결혼 사진을 벽에 걸며 상현을 맞을 준비를 한다. 짐을 가지러 식당에 들른 상현의 죄송하다는 말에 명자는 웃는 얼굴로 보내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차갑게 돌아선다.
  •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1970년대 3대 저항가수 양병집(Ⅱ)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1970년대 3대 저항가수 양병집(Ⅱ)

    아메리칸 포크에 당시 한국 현실을 빗댄 가사로 대부분 채워져 있는 양병집의 첫 음반 ‘넋두리’의 금지 사유는 ‘가사와 창법 저속’이었다. 결국 ‘저주받은 걸작’이 되어버린 이 음반에는 대체 어떠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을까. 첫 곡은 우디 거슬리의 ‘뉴욕타운’을 개사한 ‘서울하늘’이다.‘내 안경이 졸도할만한 서울에 올라와 나도 한번 벌고 싶어 헤매 다녔으나 내 맘대로 되지 않더라.’는 푸념은 1970년대 이농(離農)의 드림과 좌절이다. 그럼에도 ‘노래나 한 번 불러 보자.’는 식의 자조 섞인 넋두리가 바로 1970년대 젊은이들의 또 다른 자화상이었던 것이다. 이것은 산업사회로 넘어가던 과정에서 벽이 되어버린 문턱에서의 어쩔 수 없는 넋두리인 셈이다. 피터 폴 앤드 메리가 발표한 미국민요 ‘위프 포 제이미’를 전혀 다른 내용의 우리말로 개사한 ‘잃어버린 전설’은 또 어떤가.‘휘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참다, 참다 스러져간 꽃’으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이른바 최루탄 가득한 거리에서 이미 사라진 젊은이들을 애도하는 노래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동시에 사회 전반에 드리웠던 월남 파병문제, 그리고 산업화의 그늘을 떠올리게 한다. 전래가요 ‘타복네’는 어머니로부터 들으며 자란 노래다. 모친 김경패(金景貝)여사는 정태춘 곡인 ‘양단 몇 마름’의 2절 가사를 직접 만들어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후에 ‘다시 부르고 싶은 노래들(88년)’ 음반을 통해 발표하는 ‘엄마엄마 아 엄마’와 독립군가였던 ‘부활가’ 등도 그의 모친이 유년시절에 귀동냥으로 배웠던 노래를 소중한 패물 건네듯 아들에게 물려준 유산들이다. 한때 새로운 미국국가로 추천되기도 했던 유명한 곡 ‘디스랜드 이즈 유어 랜드’는 분단국가, 한국의 젊은이 양병집에게로 와서 ‘너와 나의 땅’이 된다. 이 노래가 나올 즈음, 거리마다 마을마다 나붙은 구호는 온통 반공·방첩이었고 분골쇄신이었다.‘빨갱이’라는 용어가 그러했듯 온 국민 전체가 집단으로 레드 콤플렉스에 시달렸던 때로 이남과 이북에서 제각기 불리는 노래는 똑같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었으되 그 통일에 깊이 박혀 있던 서로간의 공통 인식은 전혀 달랐다. 때문에 ‘백두산에서 제주도까지, 너(이북)와 나(이남)의 땅’이라는 노랫말 주장은 이데올로기라는 이념 아래 금기시된 논조였고 언어였다. 음반은 ‘노래나 불러보자’는 ‘서울하늘’에서의 넋두리로 시작되어 풍자, 관조 등을 거친 뒤 ‘나는 다시 기타를 집어 들고 그 다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는 자조 섞인 말로 끝맺는다. 과거형의 시제를 사용했지만 노래만큼은 현재진행형이 되어주길 바라는, 그래서 그는 노래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다분히 포함시키고 있다.(계속) 대중음악평론가 sachilo@empal.com
  • 민노당 첫 정책토론회

    민주노동당은 14일 경의선 도라산역에서 대선 예비후보인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통일·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첫 정책 토론을 가졌다. 권영길 후보는 “한나라당마저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며 “이 공약은 권영길의 것이고, 민주노동당의 것이었다. 점심 한 끼를 먹어도 원조집을 찾아가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권 후보는 토론회 마무리 발언에서 노회찬, 심상정 후보에게 북한 ‘혁명열사릉’ 방문을 제안했다. 권 후보는 “민노당 대선 후보가 되면, 혁명열사릉을 방문하겠다.”며 “그것(혁명열사릉 방문)이 화해, 상생의 길인 동시에 분단을 이기고, 평화를 만들고, 통일을 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노회찬 후보는 “10년 이상 일한 환경미화원의 월급이 75만원이고, 사교육비 부담은 세계에서 가장 높고, 대학 등록금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며 참여정부의 복지정책을 비판한 뒤 “민노당 대선후보로 선출되면 근본적인 변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는 “대부분의 나라가 군비 감축을 하는 중에도 우리나라는 국방비를 대폭 증액했고, 향후 2020년까지 620조원을 투입하려 한다.”며 “올해 국방비 예산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두배가 넘었다.”며 과도한 국방비 지출을 막아 통일지향적인 평화체제를 실현할 뜻을 밝혔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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