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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0명 성황… MB “올드·베스트 프렌드” 격찬

    |뉴욕 진경호특파원|미국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의 첫날 일정 가운데 하이라이트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소사이어티 초청 만찬이었다. 이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오후 7시 정각 검은색 연미복에 나비 넥타이를 매고, 부인 김윤옥 여사는 연분홍색 한복을 입고 만찬장에 나타났다.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도널드 그레그 이사장과 에번스 리비어 회장, 한반도 문제 전문가 돈 오버도퍼 교수,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 등 미국측 참석자와 일일이 악수를 나눈 이 대통령 내외는 이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가수 박진영 등 한국인 참석자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또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과 구티 에레즈 미 상무장관이 예정에 없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힐 차관보는 이 대통령에게 “우리는 비자면제 프로그램에 대해 모든 힘을 다해 돕고 싶다.”고 말하고 “북한 주민들도 이 자리에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한반도에서 핵무기가 사라지고 함께 공존공영의 길을 걷자.”라고 말했다. 이날 만찬에는 참석비가 400달러였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600여명이 몰렸으며 200여명은 자리를 얻지 못했다고 청와대 측은 밝혔다. 이 대통령은 만찬 후 연설에서 “좋은 친구란 어떤 친구인가에 대해 동서양을 막론하고 두 가지 기준이 있다.”면서 “하나는 오랜 친구가 좋은 친구이고, 또 하나는 어려울 때의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것”이라면서 한·미 두 나라의 우정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여기 계신 여러분이야말로 우리 한국인들의 오랜 친구(Old Friends)이자 어려울 때도 항상 같이한 최고의 친구(Best Friends)라고 생각한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코리아 소사이어티로부터 한·미관계 우호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밴 플리트 상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공동 수상자인 미국 평화봉사단원들과 돈 오버도퍼 교수에 대해 “한·미 우호협력의 역사를 써온 많은 공로자들의 실제 사례”라고 말하고, 차기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된 캐슬린 스티븐스에 대해서는 1975년 충남 부여에서 평화봉사단원으로 활약한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또 오버도퍼 교수의 저서 ‘두 개의 한국’(Two Koreas)을 “한반도와 남북관계를 다루는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한·미동맹은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는 계기를 맞이하고 있다.”면서 “한반도가 분단의 역사를 극복하고 새로운 동아시아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jade@seoul.co.kr ■ 친선 목적 대표적 지한파 단체 ●코리아 소사이어티는 뉴욕에 본부를 둔, 한·미 상호간의 이해와 협력증진을 위한 비영리 단체로 미국 주류 사회의 대표적인 친한 단체로 꼽힌다. 1957년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의 제안으로 창설되었으며, 현재는 개인 및 기업 회원들이 지원하고 있다. 중간에 한·미상공협회, 미·한경제협의회 등으로 명칭이 바뀌어왔으나 현재는 한·미 양국의 정책, 기업, 경제, 교육, 예술 등 전분야에 걸쳐 상호 이해와 친선을 증진시키는 것이 이 단체의 취지이다. 특히 이 단체는 한·미관계 우호 증진에 기여한 사람을 매년 한 명씩 선정해 밴 플리트 상을 수여하고 있다.2007년 김대중 전 대통령,2006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2005년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등이 차례대로 상을 받았다.
  • 이명박 대통령“탈북자 깊은 관심 가져달라” 반기문 총장“유엔도 북핵문제 예의 주시”

    이명박 대통령“탈북자 깊은 관심 가져달라” 반기문 총장“유엔도 북핵문제 예의 주시”

    |뉴욕 진경호특파원·서울 이영표기자|미국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오전 유엔본부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30여분간 공식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대통령은 북한 탈북자 문제에 대한 관심을 요청해 주목을 끌었다. 반 사무총장은 이날 38층 사무총장 회의실 앞에 나와 이 대통령을 영접했다. 반 총장이 면담에 앞서 이 대통령에게 “개인적으로는 한국말을 쓰겠지만 양해해 주시면 영어로 하겠습니다.”라고 말했고, 이 대통령은 “그렇게 해야죠.”라고 이해를 표시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과 유엔은 뗄 수 없는 관계”라면서 “분단된 한반도에서의 핵과 인권문제에도 많은 관심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거듭 주문했다. 한국 대통령이 유엔에 북한 탈북자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가져줄 것을 공식 요청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에 반 총장은 “이 대통령이 특별히 주문한 난민 문제는 유엔고등판무관실과 논의해 유엔헌장이 규정한 자유와 인권을 탈북자들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특히 “(북한)핵 문제 상황에 대해 유엔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6자회담의 순조로운 진행을 유엔 차원서도 돕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대통령은 반 총장과 악수한 뒤 방명록에 ‘세계평화 인류의 미래,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큰 역할을 기대합니다.’라고 쓴 뒤 ‘대한민국 대통령 이명박’이라고 서명했다. 앞서 이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는 미국 경제의 심장부인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방문했다. 이 대통령은 뉴욕증권거래소의 던컨 니더아워 유로넥스트 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9시 30분 정각에 뉴욕증시 개장을 알리는 벨을 힘차게 울렸다. 니더아워 회장은 이날 주식시장을 상징하는 ‘황소와 곰’ 상을 기념품으로 전달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방명록에 ‘NYSE가 世界中心의 역할을 해주시고 世界經濟가 빨리 회복 되기를 바랍니다.2008.4.16 대한민국 대통령 이명박’이라고 썼다. 이어 이 대통령은 객장으로 이동해 현지에 상장된 포스코의 시세를 살펴보다 이날 하루 포스코 주가가 115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자 부인 김윤옥 여사를 돌아보고는 주가가 올랐다는 손짓을 해보이며 밝게 웃었다. jade@seoul.co.kr
  • 남남북녀… 통일 땐 성비 균형

    남북한 통일이 이뤄지면 남녀간 성비가 균형을 이룰 것으로 추정됐다. 현재 남한은 남자가, 북한은 여자가 더 많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2006년 남한 인구 4829만 7000명 가운데 남자는 2426만 8000명, 여자는 2402만 9000명이다. 이에 따라 여자 100명당 남자 수인 ‘성비’는 101.0으로 ‘남초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반면 북한의 인구는 2307만 9000명으로 남자가 1136만 4000명, 여자가 1171만 5000명이다. 성비는 97.0으로 ‘여초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2006년 기준으로 남북한 인구를 합치면 남자가 3563만 2000명, 여자가 3574만 4000명으로 성비는 99.7이다. 여자가 조금 많지만 성비는 균형에 근접하게 된다. 또한 2010년 기준으로 남자의 기대 수명은 남한이 76.2세, 북한이 67.9세로 남한 남자가 8.3세 오래 살 것으로 추정됐다. 여자의 기대 수명도 남한이 82.9세, 북한이 72.4세로 남한 여자가 10.5세 장수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편 2006년 현재 분단 이후 태어난 인구가 남북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남한이 87.3%(4218만 4000명), 북한이 88%(2031만 5000명)로 조사됐다.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베이징올림픽 南北 단일팀 구성 ‘적신호’

    분단 국가의 첫 올림픽 단일대표팀 구성과 남북 공동응원단 구성이 난관에 부닥쳤다. 지난 7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제 16차 국가올림픽위원회 총연합회 총회에 김정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과 박학선 신임 북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 함께 참석했음에도 관련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단일팀 구성은 물론, 공동응원단 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지난 2월 말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6·15선언과 10·4선언의 이행이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확산되면서 남북 관계가 급격히 경색됨에 따라 민간 교류 협력 활동에도 그 불똥이 튄 것으로 파악된다. 김 위원장은 9일 “계속 접촉을 시도하겠지만 시간적인 문제나 남북관계 현 상황 등을 고려하면 단일팀 구성논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총회에 참석한 북한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역시 “이번 올림픽에서 남북단일팀 구성은 어렵지 않겠냐.”면서 회의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KOC 고위 관계자는 “북측 박 위원장이 국제 스포츠무대에 처음 등장하는 것이라 조심스러워하는 듯하다.”면서 “단일팀 구성에 있어 구기종목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종목에서 실무적으로 그리 어렵지 않은데다 IOC측에서도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한 바 있어 극적 타결 가능성도 있다.”고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지난해 남북 정상은 ‘10·4 공동선언’을 통해 부산∼서울∼평양∼신의주로 이어지는 경의선 열차를 처음으로 이용, 공동응원단을 꾸리기로 합의했다.또한 단일대표팀 구성과 관련해 한반도기를 국기로,1920년대 아리랑을 국가로 하기로 합의했다.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강화 총기탈취범 사형선고

    지난해 12월 인천 강화에서 초병을 살해하고 군용 무기를 탈취, 초병 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모(35)씨에게 사형이 선고됐다. 해병대사령부 보통군사법원 심판부는 3일 오후 이 법원에서 열린 피고인 조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의 범행 동기, 죄질, 범행 후 증거인멸 등 여러 정황 등에 비춰 극형이 불가피하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분단 국가라는 안보 현실에서 경계근무 중인 초병을 상대로 한 범죄는 국가안보의 기초를 흔든다는 점에서 죄질이 중하다 할 수 있다.”고 밝혔다.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정종욱 월드포커스] 중국 샤먼에서 본 한반도 사태

    [정종욱 월드포커스] 중국 샤먼에서 본 한반도 사태

    모처럼 중국의 남쪽 지방을 둘러보았다. 베이징에서 중국 인민외교학회와 서울국제포럼이 개최한 세미나가 끝난 후 비행기로 3시간 거리인 푸젠성(福建省)의 샤먼(廈門)에 도착했다. 샤먼은 30년 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 정책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경제특구로 지정되어 외국의 자본을 받아들이는 창구가 되었고, 그 덕에 중국에서도 가장 잘사는 부자 도시가 된 개혁과 분단의 상징이다. 최근에는 타이완 대선에서 국민당의 마잉주(馬英九)가 총통에 당선되는 바람에 양안관계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마잉주 특수’에 잔뜩 들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마잉주의 압승을 예언한 게 바로 샤먼대학교의 타이완연구소였다는 이 대학 주충시(朱崇實) 총장의 말에도 힘과 기대가 잔뜩 실려 있었다. 샤먼 쪽에서 바라본 진먼다오(金門島)는 손에 닿을 듯 가까웠다. 타이완해협을 가로지르는 직선거리는 2㎞. 걸어가도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가까운 거리이다. 하루 여섯차례 왕복하는 여객선을 이용하면 45분이 소요된다. 수속도 복잡하지 않다. 비자를 받을 필요도 없고 여행증명서 한 장이면 된다. 그것도 여행사에서 알아서 해준다. 오전에 샤먼을 떠나 진먼다오에서 점심 먹고 오후에 다시 돌아오는 하루짜리 관광이 인기를 끌고 있다. 타이완 사람들이 소유한 고급빌라도 해안선을 따라 줄지어 늘어서 있다. 마치 남부 프랑스의 고급 해안 별장지대에 온 착각마저 들 정도이다.‘일국양제(一國兩制)로 통일을 이룩하자’라는 간판과 이제는 용도폐기된 확성기가 진먼다오를 향해 흉물처럼 서 있는 것을 제외하면 이곳이 중국 분단의 최전선이라는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침 베이징에서 세미나를 하는 동안에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남한측 상주인원들의 퇴거를 요구했고 서해상에서 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원래 세미나의 주제는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한·중관계와 동북아 평화’였고 분위기는 대체로 낙관적이었다. 한·중관계에 대해서는 한·미관계를 강화한다고 해서 한국 정부가 최대의 교역 투자 대상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희생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남북한 관계에 관해서도 북한내 정치·경제적 사정을 고려하면, 미국이 북한의 체면을 살려주는 선에서 신고를 받아주면 핵 문제도 순조롭게 풀릴 것이고 이명박 대통령이 제시한 ’비핵 개방 3000‘ 구상 역시 북한이 결국은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했다. 그런 분위기가 북한의 돌발행동이 보도되면서 다소 달라지기는 했지만 앞으로의 사태를 크게 걱정하거나 비관하지는 않았다. 세미나에 참석한 중국측 전문가들이나 샤먼에서 만난 한반도나 양안문제 전문가들은 좀더 지켜보자는 신중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심각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들을 피력했다. 북한의 의도가 아예 판을 깨려는 게 아니라 이명박 정부를 시험하려는 계산된 행동이라는 게 주된 시각이었다. 그러면서 샤먼 전문가들은 원칙·신축성·자신감 그리고 인내라는 네 가지 처방을 제시했다. 그것이 타이완에서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분리 독립정책을 추구했을 때 샤먼 사람들이 취한 일관된 선택이었다고 한다. 상대가 불만을 가진다 해서 원칙을 훼손하는 짓이 가장 어리석고, 강경일변도의 대응을 고집하는 것이 두번째로 어리석고, 자신감과 인내심을 잃고 허겁지겁 덤비는 것이 또 다른 어리석은 짓이라 했다. 그러고는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덧붙였다.“분단 극복은 가슴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 하는 것입니다.” 정종욱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 파주시, 임진각 ‘자유의 다리’ 철책 통일염원 현수막 ‘지저분하다’ 철거

    경기 파주시가 임진각 ‘자유의 다리’ 철책에 망향의 설움과 통일을 염원하는 글을 모두 치워 관광객들에게 큰 비난을 받고 있다. 30일 파주시 등에 따르면 파주시 시설관리공단은 이들 글이 “지저분하다.”는 파주시의 지시에 따라 자유의 다리 철책에 달려 있던 쪽지와 현수막 등을 모두 떼어 냈다. 임진각을 찾은 실향민과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자유의 다리 철책에는 한 실향민이 달아 놓은 태극기 2개와 6개의 글이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실향민으로 자유의 다리 입구에서 기념품을 팔고 있는 정모씨는 “분단의 아픔을 달래거나 통일의 염원을 담은 쪽지들은 지저분하기보다는 그 자체가 하나의 볼거리였다.”며 “너무 허전해 보여 얼마 전 태극기 2개를 달아 놓았다.”고 아쉬워 했다. 관광객들도 “통일염원 쪽지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한국의 분단상황을 잘 보여 주는 것 중 하나였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시설관리공단 직원은 “담당부서에서 민원이 많다며 모두 치우라고 해 치운 것”이라며 “쪽지가 너무 많이 붙어 있으면 지저분해 몇 년 전에도 한 번 치운 적이 있다.”고 해명했다. 파주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임진각 ‘자유의 다리’ 철책 통일염원 현수막 파주시 ‘지저분하다’ 철거

    경기 파주시가 임진각 ‘자유의 다리’ 철책에 망향의 설움과 통일을 염원하는 글을 모두 치워 관광객들에게 큰 비난을 받고 있다. 30일 파주시 등에 따르면 파주시 시설관리공단은 이들 글이 “지저분하다.”는 파주시의 지시에 따라 자유의 다리 철책에 달려 있던 쪽지와 현수막 등을 모두 떼어 냈다. 임진각을 찾은 실향민과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자유의 다리 철책에는 한 실향민이 달아 놓은 태극기 2개와 6개의 글이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실향민으로 자유의 다리 입구에서 기념품을 팔고 있는 정모씨는 “분단의 아픔을 달래거나 통일의 염원을 담은 쪽지들은 지저분하기보다는 그 자체가 하나의 볼거리였다.”며 “너무 허전해 보여 얼마 전 태극기 2개를 달아 놓았다.”고 아쉬워 했다. 관광객들도 “통일염원 쪽지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한국의 분단상황을 잘 보여 주는 것 중 하나였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시설관리공단 직원은 “담당부서에서 민원이 많다며 모두 치우라고 해 치운 것”이라며 “쪽지가 너무 많이 붙어 있으면 지저분해 몇 년 전에도 한 번 치운 적이 있다.”고 해명했다. 파주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CEO칼럼] 사무여한(死無餘恨)/윤만준 현대아산 사장

    [CEO칼럼] 사무여한(死無餘恨)/윤만준 현대아산 사장

    개성관광을 시작한 지 100여일 만에 관광객이 3만명을 훌쩍 넘었다. 한겨울에 시작한 관광인지라 추위에, 매서운 바람에, 잦은 눈비로 궂은 날씨 때문에 어디로든 관광길에 나서는 것 자체가 머뭇거려질 법도 한데, 개성을 향하는 이들의 발걸음엔 주저함도 찾아 보기 어려웠다. 봄의 문턱을 넘어선 지금은 그래도 많이 수월해진 편이지만, 지난 겨울엔 채 동이 트기도 전에 새벽잠도 식사도 거르고 길을 재촉했을 관광객들을 보며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 죄송한 마음이 앞서곤 했다. 특히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께는 더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새벽부터 고생이십니다.”라고 인사를 건네면,“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이까짓 고생이 무슨 대수냐.”며 호통 아닌 호통을 치시던 모습에서 가슴이 찡해 왔다. 어르신들께서 이렇게 좋아하시는 일을 왜 진작 성사시키지 못했을까하는 죄스러움과 미안함이 밀려 오면서 앞으로의 각오를 다시 한번 새롭게 다지게 된다. 속내를 다 들여다 보기는 어렵지만 사연도 각양각색이다. 하루만 시간을 내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에 다녀올 수 있다는 생각에 개성행을 결심하신 분들, 박연폭포며 선죽교며 그저 말로만 듣던 고려 500년 도읍의 자취와 유산을 찾아 삼삼오오 길을 나선 분들, 개성공단 현장을 둘러보기 위한 기업인들, 기왕이면 의미 있는 가족여행을 위해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선 부모님들, 그 아이들에게 민족의 역사와 분단의 현실을 가르쳐야 하는 선생님들…. 관광이라고 하기 힘든 관광길에 나선 분들도 적지 않다. 태어나 자란 고향땅을 지척에 두고도 수십 년 동안 그저 먼발치에서 바라만 봐야 했던 분들, 혹은 더 늦기 전에 헤어진 부모형제의 흔적이라도 찾을 수 있을까 하여 서둘러 개성을 찾는 분들의 사연은 들을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평안남도가 고향이라던 한 관광객. 혈육의 이름과 주소를 써서 관광버스 창에 붙여 놓고, 누군가 알아봐 주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던 모습이 주위의 모두를 안타깝게 했다고도 한다. 근본에 충실하고자 하는 본성에는 어떤 논리도, 어떤 이념도 끼어들기 어렵다는 이치를 보여 주는 개성의 풍경이다. 지난해 12월5일 개성관광 첫날, 스쳐 지나듯 만났던 한 노인에 대한 기억이 가끔 떠오른다. 많은 사람들 틈에 유난히 병약해 보이던 어르신이 걱정스러워 “혼자 오셨느냐.”고 묻자 이내 손짓으로 숭양서원 뒤편을 가리키며 말씀을 이어갔다.“저기 저 뒤가 제가 살던 집입니다. 제가 얼마 살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죽기 전에 한 번 와봤으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했다.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을 빗대어 그렇게 이야기하곤 한다. 그런데 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자주 붙여 쓰다 보니, 본뜻과 다르게 의례적이고 때로는 가볍고 진부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 말이 되었다. 개성에서 만난 노인은, 죽을지라도 남은 한이 없다는 사무여한(死無餘恨)의 심정이 얼마나 무겁고 절실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해 주었다. 멀리 어깨너머로 고향집을 어렴풋이 본 것으로 소원을 이루셨다는 어르신. 말씀은 그렇게 하셨지만 아마 고향집 목전에서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리시며 또 하나의 아쉬움을 마음속에 담아가셨을 것이다. 언젠가 고향집 대문을 열고 들어가 마음속에 남아 있는 그 마지막 한까지 내려 놓으실 수 있도록 부디 건강하시기를 바랄 뿐이다.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
  • 키프로스 남북 정상 통일협상 재개 합의

    지중해의 분단국가인 키프로스의 남북 정상이 21일 통일 협상 재개에 합의했다고 BBC 등 외신이 일제히 전했다. 드리트리스 크리스토피아스 남키프로스 대통령과 메흐메트 알리 탈라트 북키프로스 최고지도자는 이날 수도 니코시아 인근 유엔 완충지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이같이 합의했다. 두 정상은 또 니코시아를 남북으로 가르는 레드라 거리의 통행을 재개하는 데 의견일치를 보았다. 양측의 통일 협상은 2004년 유엔의 통일안이 그리스계 남키프로스에 의해 부결된 이래 중단됐다. 두 정상이 통행재개에 합의한 레드라 거리는 키프로스 분단의 상징적 장소이다. 탈라트는 이번 회담에 대해 “키프로스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진전”이라고 말했고, 크리스토피아스는 “남북 키프로스 국민 모두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이번 정상회담은 그간 통일의 필요성을 역설해온 남키프로스의 드리트리스 크리스토피아스 공산당 대표가 지난달 24일 대선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역사적 단초가 마련됐다. 키프로스는 주민 80%가 그리스계,20%가 터키계로 지난 1974년 그리스계 장교들이 쿠데타를 일으키자 터키가 북부를 침공, 점령한 이래 터키의 통치를 받는 북부와 그리스계의 남부로 갈라졌다. 이후 남북은 유혈충돌을 거듭했으며 북측은 1983년 북키프로스공화국을 수립, 독립을 선언했다. 남측은 2004년 유럽연합(EU)에 단독 가입했으나 북측은 그리스를 비롯한 서방의 견제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왔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서울광장] 임진강 봄물은 남북을 넘나들건만/황성기 논설위원

    [서울광장] 임진강 봄물은 남북을 넘나들건만/황성기 논설위원

    임진각에 다녀왔다. 지난겨울 꽁꽁 얼어붙은 임진강이 봄 햇살을 잔뜩 머금고 녹아, 가는 듯 멈춘 듯 유유히 서해로 흐르는 광경이 나른할 정도로 정겹다. 남북을 가르는 분단의 물길이지만 남북을 잇는 소통의 물길이기도 한 임진강.‘임진강 맑은 물은 흘러 흘러 내리고/뭇새들 자유로이 넘나들며 날건만/내고향 남쪽땅 가고파도 못가니/임진강 흐름아 원한 싣고 흐르느냐’ 북한의 박세영이 가사를 짓고 고종환이 곡을 붙인 ‘임진강’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지난해 연말 창간호를 낸 ‘림진강’의 2호가 며칠 전 나왔다.‘북녘 내부인들이 만드는 소식지’의 첫 시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 잡지다. 북한 주민의 눈으로 때로는 장마당을 훑고, 때로는 당 간부와 만난 얘기를 얽은 일종의 지하 언론이다. 창간호는 186쪽에 불과하지만 북한 말투와 어법이 그대로 배어있어 독해에 상당한 인내심을 요한다. 하지만 다 읽었내렸을 때의 느낌은 “재밌다.”였다. 핵실험을 긍지로 여기는 주민들이 있는가 하면, 인민의 생활과는 관계없는 선군정치에 진저리치는 주민들도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같은 민중일화에서는 고난의 삶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북한 민중의 생명력이 느껴진다.2006년의 핵실험을 특집으로 다룬 창간호와는 달리 이번 호는 지난해 10월의 남북 정상회담과 정치범 수용소 등이 눈에 띈다. ‘림진강’의 필진으로 참가하고 있는 기자 심의천이 당 일꾼과 나눈 대화록.“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하여 당일꾼끼리는 욕을 좀 하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에 당 일꾼은 “욕 안 하는 사람 어디 있냐구, 속상해서 입 가진건 다 하디. 거저 ‘빨리 통일을 하라.’는 거, 또 ‘개방하라.’는 그거지 뭐.”라고 푸념한다. 이어 “김정일이 정치를 못한다, 이렇게 말 하는가요?”라고 묻자 “정치 못한다구까지야 직접 표현 못하디.‘수령님(고 김일성 주석) 있을 때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대체루 이런 식으로 말 하디요.”라고 응수한다.‘장군님’이란 호칭 대신 ‘조꼬만 사람’,‘21세기 태양동지’라는 별명으로 불린다는 당 일꾼의 귀띔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얼핏 냉전형 ‘북한 붕괴론자’들의 북한 흔들기를 배경에 깔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주 테마는 소통이다.‘림진강’을 제작하는 탈북 시인 최진이씨는 “권력과 민중 사이의 단절이 심각한 북한에서 민중이 주체가 되도록 하자는 발상”이라고 말한다. 창간호 50부가 얼마 전 북에 들어갔다.CD로도 제작해 보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폐쇄 사회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장마당처럼 소통의 장마당을 만들자는 뜻일 것이다. 나아가 남북 간에 놓여진 물리적 장벽보다 더 심각한 몰이해의 장벽을 ‘림진강’을 통해 낮춰보자는 소박한 희망도 담겨 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 한달이 다가온다. 지난해 10월 정상회담으로 활발해질 것 같던 남북의 소통이 겨울의 임진강인 듯 꽁꽁 막혀 있다. 대선 이후 북은 북대로 남은 남대로 서로를 탐색하느라 겨울을 다 보내고도 여전히 겨울이다. 남쪽 정권의 출범 초기에 있어온 북한의 ‘도발설’이 다시 흘러나온다. 도발은 있어서도 안 되지만 도발을 기다리는 듯한 태도도 바람직하지 않다. 소통의 문은 남쪽이 먼저 여는 게 어떤가.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李대통령 “경제 살려야 强軍 가능”

    역시 화두는 ‘경제’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12일 경기도 용인의 3군사령부를 방문해 국방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도 경제살리기를 강조했다.“경제를 살려야 강군(强軍)도 가능하다.”는 지론을 역설했다. 특히 눈길을 끈 부분은 ‘군심(軍心)잡기’. 앞서 기획재정부와 외교통상부를 향해 쏟아냈던 송곳 같은 질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사기진작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강했다. 참여정부 시절 ‘보수적’인 정책 운영을 한 국방부에 상대적으로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는 반증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고도 성장을 해야만 하는 당위성 중 하나가 국방력 강화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경제성장을 이뤄야 강한 군대도 만들고, 국민들에게도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며 ‘경제성장→강한군대→일자리창출’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강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군에서 제대했을 때 일자리가 있어야 군복무도 충실할 수 있다.”면서 “‘내가 제대하고 나면 일자리가 있을까.’,‘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불안감이 있으면 자신감을 갖고 군복무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군의 사기를 다독이기 위해 외아들인 시형씨 얘기를 꺼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막내아들이 전방에서 근무했는데 들어갈 때 싫어하더니 6개월까지도 불만이 많았다. 한 1년쯤 지나니 편지 내용이 달라지더라. 이젠 보람도 느낀다고, 남자로 태어나면 군대 와야 한다고 하더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세계 유일 분단국으로서, 또 불과 40마일 앞에 세계 최강의 하나라는 북한의 군사력을 두고 수도권이 세계에서 자랑할 만한 도시가 됐다는 것은 세계사에서 드문 일”이라면서 “많은 국방비를 쓰면서도 우리 경제를 선진화시킨 데 대해 국민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군의 변화를 주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전쟁을 예방하고 남북 평화를 유지, 발전하기 위해 군의 체질을 끊임없이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의 튼튼한 안보의식과 미국과 협력의 중요성도 빼놓지 않았다. 보고 전 이 대통령은 사령부가 위치한 용인의 ‘초호화 시청 건물’을 화제에 올려 “서울시청보다 좋더라. 관청 건물은 너무 좋게 지으면 안돼요. 민간건물보다…. 서울시내 구청도 서울시청보다 더 잘 지어. 그게 다 낭비다.”라고 지적했다. 국방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사상 처음으로 ‘야전’에서 개최됐다. 참모식당이 회의장으로 급조됐고, 식당테이블과 바퀴 달린 의자, 빔 프로젝트가 긴급 투입됐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동아시아론은 확대된 민족주의”

    “동아시아론은 확대된 민족주의”

    ‘동아시아론’은 민족주의의 변종? 대표적인 탈민족주의 역사학자로 일국적 국사(國史)의 해체를 주창해온 임지현(50) 한양대 사학과 교수가 이번엔 동아시아론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족주의 극복을 지향하는 것으로 알려진 동아시아론조차 민족주의의 지역적 확장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7일 ‘밑으로부터의 세계화:트랜스내셔널리즘의 이론과 실천’이란 주제로 한양대에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논쟁적 주장을 펼친다. 학술대회는 임 교수가 소장으로 있는 비교역사문화연구소가 주최한다. ●한·중·일 미래개척 이론 및 전략으로 제시 현재 동아시아론은 만개 상태다. 국내는 물론 해외 학계에서도 동아시아론은 한중일 3국의 오늘을 해석하고 내일을 개척하는 이론 및 전략으로 제시돼 왔다. 한국 지식인들 사이에서 동아시아론이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중반이다. 일본과 중국은 자국의 패권적 지위를 구축하기 위해 동아시아론을 활용하는 경향이 강했던 반면, 한국은 동구 사회주의권 몰락 이후 새로운 대안 이념을 갈구하던 비판적 지식집단이 주로 동아시아에 주목했다. 한반도 분단체제 극복과 연계해 동아시아의 평화 확보와 서구 근대 극복을 추구하는 계간 ‘창작과비평’ 그룹의 진보담론, 동아시아 신흥공업국의 경제적 성공 원인을 유교의 전통적 가치관에서 찾는 유교자본주의론, 유·불·선과 한자문화라는 경험을 공유하는 동아시아를 상정하고 서구 중심의 사유 극복을 강조하는 탈근대담론 등이 모두 동아시아론으로 표현됐다. 이들은 서로의 이론에 각주를 붙이며 상호 비판과 검증작업을 거쳐왔지만, 동아시아론이 민족주의 극복을 지향한다는 전제만큼은 크게 의심받지 않았다. 반면 임 교수는 ‘동아시아론=민족주의 극복 담론’이란 전제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특정 동아시아론이 아닌 동아시아란 틀거리로 사고되는 담론 전반을 겨냥한다. 임 교수는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의 민족주의적 갈등구조를 넘어서려는 담론적 시도로써 동아시아론은 오히려 국민국가의 확대된 외연으로서의 동아시아를 본질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여타국가 배제, 3국의 이해관계만 반영 한중일로만 동아시아를 상정하고 타이완이나 필리핀 등 여타 국가를 배제하는 전략은 3국의 국가적 이해관계가 반영된 ‘확대된 민족주의’일 뿐이란 것이다. 동아시아론자들에게 동아시아는 ‘한중일을 하나의 벨트로 묶은 실체’이나 임 교수에게 동아시아는 ‘한중일 3국으로만 가정한 상상의 구성체’일 뿐이다. 임 교수는 “크고 작은 영토분쟁이 끊이지 않는 동아시아에서 동아시아론이 한중일의 평화공존에 기여할 것이란 사실을 부정하진 않는다.”면서도 “서로 다른 역사적 경험을 가진 지역을 억지로 하나의 관념으로 묶으려 할 경우 유럽의 패권국들이 하나의 유럽을 설정한 뒤 터키 등 이슬람 유럽을 비유럽으로 배제해온 행태를 반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 사회현상을 국민국가 경계 내에서만 바라보는 패러다임 극복 이론인 트랜스내셔널리즘(초국가주의)을 통해 미국과 유럽 중심의 패권적 세계화 논리를 넘어서려는 시도로 기획됐다. 영국 리즈대 동아시아센터 연구원 알리사 존스는 ‘트랜스내셔널리즘과 동아시에서의 (탈)근대 시민 만들기’란 논문에서 국민국가 경계를 벗어난 국제적·초국가적 민족주의 개념과 이를 강화해온 대중교육체계 사이의 관계를 밝힌다. 데니스 갤번 미국 오리건대 교수는 ‘서아프리카에서의 트랜스내셔널리즘과 후기식민지’란 논문에서 인종적·문화적·역사적 공동체의 일상을 재구성해 서아프리카 지역에서의 트랜스내셔널리즘 연구와 후기식민주의적 상황 사이의 긴장 구조를 탐구한다. 또 윤성호 한양대 교수의 논문 ‘아시안 아메리칸 연구의 안과 밖’은 미국 중심의 패권적 국가주의의 비판자 역할을 해온 아시안-아메리칸 연구가 환태평양적 상상력을 강조하면서 은밀히 아시아를 타자화시키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구청장 현장브리핑] 박장규 용산구청장 철도 지하화

    [구청장 현장브리핑] 박장규 용산구청장 철도 지하화

    “용산을 가로지르는 철도만 보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서울시가 용산 국제업무지구를 개발해 세계적 도시로 도약하겠다고 하지만 서울 중심을 통과하는 철도를 그대로 둔 상태에선 어림없습니다.” 용산은 ‘분단구’다. 경부선이 동서를 나누고 경원선이 남북을 가른다. 과거 철도는 용산에 축복이었다. 서울역과 남영역, 용산역을 둘러싸고 상권이 형성됐고 적잖은 주민들이 철도 덕분에 일자리를 얻었다. 하지만 인구가 늘고 교통량이 폭주하면서 철도는 도시의 균형발전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3.2㎞ 구간에 횡단로 겨우 6곳 5일 용산의 ‘동서 분단’ 현장인 백범로 고가차로를 찾은 박장규 용산구청장은 발밑을 지나는 7개의 철로를 바라보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서울역에서 용산역에 이르는 3.2㎞ 길이의 철도부지는 폭이 40∼120m에 이른다. 철길로 가로막혀 개발이 늦어지는 바람에 부지 양편에는 적산가옥 풍의 낡은 벽돌집들이 거대한 슬럼을 형성하고 있다. 또 전체 구간을 통틀어 동·서간 통행로가 남영역 굴다리와 백범로 고가차도, 전자상가 굴다리 등 6개밖에 없는 탓에 출퇴근 시간이면 상습적인 교통정체가 빚어진다. 실제 3.2㎞ 구간을 관통하는 차로 수는 15개. 전체 차로 폭을 더하면 50m 정도에 불과하다. “동·서간 교통량 분산이 이뤄지지 않아 출퇴근 시간 간선축인 한강로의 정체가 극심합니다. 삼각지에서 한강대교까지 30∼40분이 걸릴 정도면 걷는 것보다 느린 수준입니다.” 용산에서만 내리 3선을 기록 중인 박 구청장은 10여년 전부터 철도를 지하화하거나 부지 위에 데크를 놓아 복개하는 방안을 구상해 왔다. 철길을 덮어 도로를 놓고 녹지를 조성하면 동·서간 흐름이 살아나 남·북 교통축의 정체도 완화되고 주변 경제도 활성화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다. 문제는 7000억원대로 추산되는 공사비였다. 박 구청장은 지난해부터 철도부지 소유주인 철도공사를 상대로 압박과 설득을 병행하고 있다. 공사측도 국제업무단지 시행사에 이촌2동의 철도공작창 부지 56만㎡를 8조원에 매각하기로 해 어느 때보다 자금 사정에 여유가 생길 전망이다. ●“개발이익 환원 당연… 철도공사가 재원 부담해야” “8조원이면 철도공사의 수십년된 부채를 다 갚고도 3조원 이상이 남는 규모입니다. 용산에 터를 잡고 성장해 온 공기업인 만큼 이익의 일부를 당연히 지역사회에 환원해야지요.” 주민들 역시 철도공사가 지가상승으로 막대한 개발이익을 얻게 된 만큼 일부를 사회 환원 차원에서 철도 지하화 재원으로 내놓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사측은 아직까지 묵묵부답이다. 박 구청장은 어떻게든 올해 안에 확답을 받아내겠다는 입장이다.2012년부터 국제업무단지 착공 전 공사를 마무리 짓기 위해선 지하화든 복개든 올해 안으로 결론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박 구청장은 “구의 힘만으로 거대 공기업을 움직이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 “서울시장, 국토해양부 장관은 물론 대통령도 만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국민·현장과 격리된 靑 안된다”

    “국민·현장과 격리된 靑 안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새 정부 첫 확대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명박 스타일’의 키워드들을 쏟아내며 ‘일하는 관료상(像)’을 제시했다. 국정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 청와대의 솔선수범을 통해 공직사회와 민간부문의 변화를 견인하도록 청와대 비서관들의 의식 개혁을 강도 높게 주문했다. ●솔선수범·의식개혁 강도 높게 주문 이 대통령은 먼저 ‘열린 청와대’를 강조했다.“청와대라는 곳에 들어와보니 자칫 잘못하면 현장감각을 잃을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매우 위험하다. 국민과 현장과 격리된 청와대는 안 된다. 국민의 목소리가 안 들리는 일이 없도록 특별히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추상적 업무계획은 필요 없다.”고도 했다.“일하는 과정에서 실천 가능한 액션플랜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부터 말단 직원까지 국정철학을 공유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이 추구하는 것이 뭔지 비서관들이 확실하게 꿰뚫어야 한다.”며 “앞으로 비서관들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하겠다. 수석들도 왜 자신을 통하지 않고 대통령이 비서관과 통화하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형식에 매달려 의사소통에 장애가 생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얘기다. 현대건설 회장과 서울시장 시절 직원들로부터 직접 보고받고 지시했던 업무스타일을 청와대에서도 그대로 이어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발로 뛰는 행정’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여러분들은 맡은 업무의 최고 프로가 돼야 한다. 제너럴리스트가 돼선 안된다.”면서 “건국 이래 60년간 많은 지침이 내려갔지만 비서관들이 끝까지 추적한 정부는 성공했고, 아닌 정부는 말만 요란하고 실제로 이룬 게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업무보고도 가급적 현장에서 받겠다. 경호 문제가 있지만 앉아서 보고받지는 않겠다.”고 했다. ●“업무보고 현장서… 프로가 돼라” 이 대통령은 김인종 경호처장을 바라보면서 ‘친근한 경호’를 주문했다.“분단국가에서 경호를 철저히 해야 함은 틀림없다. 그러나 국민에게 거부감을 주는 경호는 안 된다.”면서 “일하기 위해 경호가 필요하지, 경호 때문에 일을 못해서는 안 된다. 경호가 아니라 일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측근들의 호가호위(狐假虎威)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나타냈다. 먼저 곁에서 보좌하는 부속실의 신중한 처신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전에 보니 청와대 부속실이 세더라. 이해 못하겠다.”면서 “앞으로 부속실이 권한을 휘두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더 이상 부속실이 대통령 집무실의 문고리를 틀어잡고 청와대의 핵심권력으로 행세하도록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이어 “나와 오래 일했던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의 눈치를 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 나는 일 중심으로 생각한다. 사람 중심이 아니다. 나와 오래 알았던 사람들이 더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행된 비공개회의에선 현대건설 시절 말레이시아 페낭대교 건설공사 때의 일화를 소개하며 격식 파괴와 솔선수범을 강조했다. “마하티르 총리의 공사현장 방문을 앞두고 우리 대통령에게 하듯 큰 의자를 준비했더니 한 관리가 전날 찾아와 ‘총리는 엉덩이가 더 크냐. 다른 사람과 같은 의자로 하라.’고 말해 충격을 받았다.”면서 “당시 ‘앞으론 나도 이렇게 해야지.’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남과 북의 현재를 만든 사람들 분야별 양측 주요인물 재조명

    남과 북의 현재를 만든 사람들 분야별 양측 주요인물 재조명

    1948년 이후 남과 북은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계간 ‘역사비평’ 봄호는 상이한 경로를 밟으며 남과 북의 현재를 만든 양측의 인물들을 조명했다. 기획의도엔 두 가지 길 중 어느 쪽도 부정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는 ‘역사비평’이 2008년을 지칭하는 용어에서부터 드러난다. 그간 보수진영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발전상에 방점을 찍어 ‘건국 60주년’이란 표현을, 진보진영은 분단이 만들어낸 남북 정부의 불완전성에 주목해 ‘분단 60주년’이란 말을 써왔다.‘역사비평’은 두 용어 모두를 거부하고 ‘남북 정부 60주년’이란 용어를 택한다. 남북 정부를 다 함께 ‘실체’로 인정해야 상호이해 및 공존, 장기적 통일이 가능하다는 관점이다. 특집기획 ‘두 가지 길, 남과 북을 만든 사람들’도 이 같은 문제의식 아래 남북의 기본 골격을 만들어간 인물들을 비교한다. 정치 분야 비교 대상자는 박정희와 김일성. 박명림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만주에서 장교 생활을 한 박정희와 항일운동 지도자로 활동한 김일성이 만주란 동일한 체험공간을 갖는 한편 만주인맥을 정권창출과 유지에 활용한 공통점을 보였다고 지적한다. 반면 집권 이후 자주노선을 택한 김일성이 국가발전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한 것과 달리 박정희는 강대국 의존을 통해 자율성을 확보, 결과적으로 김일성이 박정희에게 ‘영광’을 안겨주는 역설적 현상을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문학 분야에서 김재용 원광대 한국어문학부 교수는 남측의 염상섭을 순수문학이란 외피를 쓴 냉전반공주의에 저항한 소설가로, 북의 한설야를 과잉 계급주의와 항일혁명문학 풍토에 맞선 체제불화적 작가로 재조명한다. 이준식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초빙교수는 주시경의 제자였던 최현배와 김두봉 두 사람이 각각 남과 북에서 한글쓰기와 가로쓰기, 형태주의에 입각한 맞춤법 등 기본 골격이 동일한 언어정책을 이끌어 남북 언어 이질성을 최소화했다고 평가한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 김일수 박사는 남측 이병도의 실증사학과 북측 김석형의 주체사학을 대별해 비교한다. 김근배 전북대 과학학과 교수는 과학의 국제성을 선도한 이태규와 과학의 주체성을 주창한 리승기를 남북에서 다른 길을 간 과학자로 꼽는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이명박대통령 취임] 17대 대통령 취임사

    [이명박대통령 취임] 17대 대통령 취임사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700만 해외동포 여러분, 이 자리에 참석하신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전두환 전 대통령, 그리고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엥흐바야르 남바르 몽골 대통령, 삼덱 훈센 캄보디아 총리, 후쿠다 야스오 일본 내각총리대신, 빅토르 줍코프 러시아 연방 총리, 무하마드 유수프 칼라 인도네시아 부통령을 비롯한 각국 경축사절과 내외 귀빈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는 오늘 국민 여러분의 부름을 받고 대한민국의 제17대 대통령에 취임합니다. 한없이 자랑스러운 나라, 한없이 위대한 국민 앞에 엄숙한 마음으로 경의를 표하며 제게 주어진 역사적, 시대적 사명에 신명을 바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국민 여러분께 약속드립니다. 국민을 섬겨 나라를 편안하게 하겠습니다. 경제를 발전시키고 사회를 통합하겠습니다. 문화를 창달하고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겠습니다. 안보를 튼튼히 하고 평화통일의 기반을 다지겠습니다. 국제사회에 책임을 다하고 인류공영에 이바지 하겠습니다. 올해로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을 맞이합니다. 우리는 잃었던 땅을 되찾아 나라를 세웠고, 그 나라를 지키려고 목숨을 걸었습니다. 모두가 하나같이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리하여 세계 역사상 최단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과업을 동시에 이루어 내었습니다. 오로지 우리의 의지와 우리의 힘으로 일구었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습니다.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베푸는 나라로 올라섰습니다. 이제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남들은 이것을 ‘기적’이라고 부릅니다.‘신화’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기적이 아니라, 우리가 다 함께 흘린 피와 땀과 눈물의 결정입니다. 그것은 신화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온 진실한 삶의 이야기입니다.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들, 전선에서 산화한 장병들, 뙤약볕, 비바람 속에 땅을 일군 농민들, 밤낮없이 산업현장을 지켜낸 근로자들, 젊음을 바쳐 민주화를 일구어낸 청년들의 눈물겹도록 위대한 이야기입니다. 장롱속 금붙이를 들고 나와 외환위기에 맞섰던 시민들, 겨울 바닷가에서 기름을 걷고 닦는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사회 각 영역에서 맡은 바 소임을 묵묵히 수행해온 수많은 직장인들과 공직자들, 이들 모두가 대한민국 성공신화의 주역들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내놓고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러나 떳떳이 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자부심이 미래를 여는 대한민국의 힘입니다. 이제 저는 여러분과 함께 자신감을 가지고 미래로 가는 길을 찾아 열어가고자 합니다.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 현실의 제약을 여유롭게 바라보면서, 미래의 가능성을 향해 함께 전진하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새로운 60년을 시작하는 첫해인 2008년을 대한민국 선진화의 원년으로 선포합니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결실을 소중하게 가꾸고, 각자가 스스로 자기 몫을 다하며, 공공의 복리를 위해 협력하는 사회, 풍요와 배려와 품격이 넘치는 나라를 향한 장엄한 출발을 선언합니다. 지난 10년, 더러는 멈칫거리고 좌절하기도 했지만 이제 성취의 기쁨은 물론 실패의 아픔까지도 자산으로 삼아 우리는 다시 시작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로 나가야 합니다. 실용정신은 동서양의 역사를 관통하는 합리적 원리이자, 세계화 물결을 헤쳐 나가는 데에 유효한 실천적 지혜입니다. 인간과 자연, 물질과 정신, 개인과 공동체가 건강하고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삶을 구현하는 시대정신입니다.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이룩하는 데에 나와 너가 따로 없고, 우리와 그들의 차별이 없습니다. 협력과 조화를 향한 실용정신으로 계층갈등을 녹이고 강경투쟁을 풀고자 합니다. 정부가 국민을 지성으로 섬기는 나라, 경제가 활기차게 돌아가고 노사가 한마음 되어, 소수와 약자를 따뜻이 배려하는 나라, 훌륭한 인재를 길러 세계로 보내고, 세계의 인재를 불러들이는 나라, 바로 제가 그리는 대한민국의 모습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이룩하고자 하는 선진 일류국가의 꿈입니다. 기적은 계속될 것입니다. 신화는 이어질 것입니다. 세계를 놀라게 한 발전의 엔진에 다시 불을 붙여 더욱 힘차게 돌아가게 하겠습니다. 제가 앞장서고 국민 여러분이 하나 되어 나서면 우리는 반드시 해낼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이 시점에서 우리 함께 다짐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급변하는 시대 흐름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각오를 새로이 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방심하는 사이, 세계는 우리를 저만치 앞질러가고 있습니다. 후발국들도 바짝 추격해오고 있습니다. 국가경쟁력은 떨어지고 자원과 금융시장의 불안이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국내 사정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중산층은 위축되고 서민생활은 어려워졌습니다. 계층간, 집단간의 관계는 여전히 갈등과 투쟁의 늪에 빠져 있습니다. 시민사회는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권리주장이 책임의식을 앞지르고 있습니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오고 있습니다. 분단국으로서 지고 있는 짐도 무겁습니다. 다음 60년의 국운을 좌우할 갈림길에서, 이 역사적 고비를 너끈히 넘어가기 위해서 저는 국민 여러분이 더 적극적으로 변화에 나서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변화를 소홀히 하면 낙오합니다. 변화를 거스르면 휩쓸리고 맙니다. 변화의 흐름을 타고, 변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어렵고 고통스럽더라도 더 빨리 변해야 합니다. 불합리하거나 시대에 맞지 않으면 익숙한 것들과 과감히 헤어져야 합니다. 방향은 개방과 자율, 그리고 창의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경제 살리기가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신성장동력을 확보하여 더 활기차게 성장하고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정부부터 유능한 조직으로 바꾸고자 합니다.‘작은 정부, 큰 시장’으로 효율성을 높이겠습니다.‘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겠습니다. 앞으로 정부는 잘 하는 곳은 더 잘 하게 해주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힘이 되는 역할을 맡겠습니다. 꼭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닌 것은 민간에 이양하겠습니다. 공공부문에도 경쟁을 도입하겠습니다. 세금도 낮춰야 합니다. 그래야 투자와 소비가 살아납니다. 공무원 수를 점진적으로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는 빠른 시일 내에 혁파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머지않아 새 정부가 효율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기업은 국부의 원천이요, 일자리 창출의 주역입니다. 누구나 쉽게 창업하고 공장을 지을 수 있어야 합니다. 기업인이 나서서 투자하고 신바람 나서 세계 시장을 누비도록 시장과 제도적 환경을 개선하겠습니다. 기술혁신을 추구하는 중소기업들이 활기를 가져야 합니다. 이들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해서 대기업들과 협력하고 경쟁하도록 돕겠습니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경영하는 기업인들이 존경받고,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이 사랑받아야 합니다. 노(勞)와 사(使)는 기업이라는 수레를 움직이는 두 바퀴입니다. 어느 하나가 제 몫을 못 하면 수레가 넘어집니다. 선진국에서는 노사분규가 현격히 줄어들었습니다.“과격한 투쟁은 결국 자멸을 가져온다.”는 인식을 노사 모두가 공유했기 때문입니다. 노사문화의 자율적 개선은 선진화의 필수요건입니다. 이제 ‘투쟁의 시대’를 끝내고 ‘동반의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기업도, 노조도 서로 양보하고 한걸음씩 다가서야 합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업이 힘을 내야 합니다. 기업이 먼저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으로 노동자를 끌어안아야 합니다. 이런 때 노동자도 더 열심히 일해 주어야 합니다. 불법투쟁은 지양하고 생산성을 높여야 합니다. 그래야 노사관계가 건강해집니다. 정부도 원칙과 성의를 가지고 노력하겠습니다. 시장개방은 피할 수 없는 큰 흐름입니다. 수출산업이 경제의 큰 몫을 차지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국부를 늘려가야 합니다. 그러나 개방에 취약한 부문에서는 걱정이 많습니다. 특히 농어민들이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주저앉을 수도 없지 않습니까? 우리 국민 모두가 농어민의 아들딸입니다. 농업, 농촌, 농민 걱정이 곧 나라 걱정입니다.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정부가 함께하겠습니다. 농림수산업이 더 이상 1차 산업으로 머물러선 안 됩니다. 첨단 생산기술을 접목하고 유통 서비스 경영과 결합시켜 경쟁력 있는 2차,3차 산업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합니다. 해외시장 개척에도 발 벗고 나서야 합니다. 농어민과 정부가 뜻을 합치고 지혜를 모으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누구나 인간다운 생활을 누리고, 다 함께 건강하고 편안한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도움이 절실한 사람은 국가가 보살펴야 합니다. 시혜적, 사후적 복지는 해결책이 아닙니다. 능동적, 예방적 복지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래야만 낙오자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됩니다. 여성은 시민사회와 국가발전의 당당한 주역입니다. 여성의 사회참여는 사회를 성숙하게 만듭니다. 양성평등 정책을 추진해서 시민권과 사회권의 확장에 힘쓰겠습니다. 더 많은 여성이 의사결정의 지위에 오를 수 있도록 기회를 늘리고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습니다. 생애주기와 생활형편에 따른 수요에 맞추어 맞춤형 보육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정부가 보육의 짐을 덜어주면 저출산 문제가 개선될 뿐만 아니라 삶의 질과 인적 자원의 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청년세대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국내외에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젊은이들의 사회 진출을 돕겠습니다. 주거생활을 안정시킴으로써 개인 생활은 물론 사회의 안정 기반을 확보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노인복지대책도 시급합니다. 노령연금을 현실화하고, 공공복지를 개선하겠습니다. 고령자를 위한 의료혜택과 시설을 늘리고, 근로의욕이 있는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도 힘쓰겠습니다. 장애인들에게도 더 따뜻한 배려와 함께 더 많은 기회를 주고자 합니다. 일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입니다. 그렇게 할 수 없는 사람들은 국가가 책임지고 보살피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선진화는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을 위해 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선진화는 얼마나 훌륭한 인재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청소년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꿈과 활력의 발전기입니다. 청소년들의 적성과 잠재력을 개발하고 디지털,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는 일에 적극 나서겠습니다. 교육개혁은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획일적 관치교육, 폐쇄적 입시교육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받아들이고 교육현장에 자율과 창의, 그리고 경쟁의 숨결을 불어 넣어야 합니다. 학교 유형을 다양화하고 교사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 주력하겠습니다. 그래야 공교육이 정상화되고, 사교육 열풍이 잦아들게 됩니다. 학생들의 적성과 창의력이 살아납니다. 대학의 자율화는 국가경쟁력뿐 아니라 한국 사회 선진화의 관건입니다. 교육과 연구의 역량을 늘려서 세계의 대학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합니다. 지식기반사회의 전선에 서야 합니다. 교육의 기회를 질적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형편이 어려워도 공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교육복지로 가난의 대물림을 끊겠습니다. 과학이 사회를 합리적으로 바꾸고 선진화시킵니다. 한국의 몇몇 과학기술은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20년,30년을 내다보면서 과학기술의 창의적 역량을 키워 가겠습니다. 우수한 과학도를 길러내고, 과학자를 존경하고 우대하는 사회적 풍토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과학기술이 미래로 가는 문을 열어줍니다. 기초과학과 원천기술, 거대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에 국가가 장기계획을 가지고 밀어 주어야 합니다. 대학과 기업과 정부의 연구개발 협력체제도 보다 실질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겠습니다. 주택은 재산이 아니라 생활의 인프라입니다. 주거생활의 수준을 높이고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는 주거복지정책을 적극적으로 펴나가겠습니다. 국토의 구조를 미래지향적으로 개편하고자 합니다. 해양지향, 광역화는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미래의 생활양식에 필요한 공간 활용 방안도 마련해야 합니다. 어떤 경우든 친환경, 친문화적 기조를 유지하여 국토의 건강성과 품격을 높여나가겠습니다. 환경보전은 삶의 질을 개선하고 환경산업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냅니다. 지구 환경 변화가 인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기상재해가 잦아지고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도 탄소 배출을 줄이는 일에 적극 동참해야 합니다. 우리 경제가 이에 적응하려면 당장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아픔을 참고 창의적으로 적응해야만 합니다. 식량, 환경, 물, 자원, 에너지 등과 관련된 정책 전반을 환경친화적으로 바꿔나가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오랜 역사를 가진 문화국가입니다. 최근 세계무대에서 주목받는 한류는 그런 전통과 맥이 닿아 있습니다. 전통문화의 현대화와 문화예술의 선진화가 함께 가야 경제적 풍요도 빛이 날 것입니다. 이제는 문화도 산업입니다.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문화강국의 기반을 다져야 합니다. 문화수준이 높아지면 삶의 격조가 올라갑니다. 문화로 즐기고, 문화로 화합하며, 문화로 발전해야 합니다. 정부는 우리 문화의 저력이 21세기의 열린 공간에서 활짝 피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은 더 넓은 시야, 더 능동적 자세로 국제사회와 더불어 함께하고 교류하는 글로벌 외교를 펼칠 것입니다. 우리는 인종과 종교, 빈부의 차이를 넘어 세계의 모든 나라, 모든 사람들과 친구가 되겠습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인류 공동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지구촌의 평화와 발전에 동참하겠습니다. 미국과는 전통적 우호관계를 미래지향적 동맹관계로 발전, 강화시키겠습니다. 두 나라 사이에 형성된 역사적 신뢰를 바탕으로 전략적 동맹관계를 굳건히 해 나가겠습니다. 아시아 국가들과의 연대도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일본, 중국, 러시아와 고루 협력관계를 강화하여 동아시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모색하겠습니다. 우리 경제의 엔진을 안정적으로 가동하기 위해 자원과 에너지의 안정적인 확보에도 힘쓸 것입니다. 아울러 평화와 환경을 위한 국제협력에도 앞장서겠습니다. 우리의 경제규모와 외교역량에 걸맞게 인류 보편의 가치를 구현하는 기여외교를 펴겠습니다.UN 평화유지군(PKO)에 적극 참여하고 공적개발원조(ODA)를 확대하겠습니다. 문화외교에 역점을 두어 국제사회와의 소통을 더 원활히 하겠습니다. 우리의 전통문화와 첨단기술이 어우러지면 한국의 매력을 세계로 내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남북통일은 7000만 국민의 염원입니다. 남북관계는 이제까지보다 더 생산적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이념의 잣대가 아니라 실용의 잣대로 풀어가겠습니다. 남북한 주민이 행복하게 살고 통일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비핵. 개방 3000 구상’에서 밝힌 것처럼,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의 길을 택하면 남북협력에 새 지평이 열릴 것입니다.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10년 안에 북한 주민 소득이 3000 달러에 이르도록 돕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동족을 위하는 길이고 통일을 앞당기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북의 정치 지도자는 어떻게 해야 7000만 국민을 잘 살게 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해야 서로 존중하면서 통일의 문을 열 수 있는가 하는 생각들을 함께 나누어야 합니다. 이런 일을 위해서라면, 남북 정상이 언제든지 만나서 가슴을 열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회는 열려 있습니다. 정치의 근본은 국민을 편안하게 하고 살맛나게 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치가 변하지 않고는 선진일류국가를 만들 수가 없습니다. 국가의 발전 방향과 실천 대안을 만들어 제시해야 합니다. 민생고를 덜어주고 희망을 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실용정치의 기본입니다. 길은 멀어 보입니다. 그러나 가능한 일부터 시작해 봅시다. 소모적인 정치관행과 과감하게 결별합시다. 국민의 뜻을 받들고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생산적인 일을 챙겨 합시다. 여와 야를 넘어 대화의 문을 활짝 열겠습니다. 국회와 협력하고, 사법부의 뜻을 존중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끼니조차 잇기 어려웠던 시골 소년이 노점상, 고학생, 일용노동자, 샐러리맨을 두루 거쳐 대기업 회장, 국회의원과 서울특별시장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꿈을 꿀 수 있는 나라입니다. 그리고 그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나라입니다. 저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꿈을 갖게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게 되길 바랍니다. 저는 이 소중한 땅에 기회가 넘치게 하고 싶습니다. 가난해도 희망이 있는 나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나라, 땀 흘려 노력한 국민이면 누구에게나 성공의 기회가 보장되는 나라, 그런 나라를 만들고자 합니다. 국민의 마음속에 있는 대한민국 지도를 세계로 넓히겠습니다. 세계의 문물이 거침없이 들어와서 이 땅에서 새로운 가치로 창조되게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이 세계를 향해 새로운 가치를 내보내는 나라, 선진 일류국가가 되게 하겠습니다. 선대의 기원이고, 당대의 희망이며, 후대와의 약속입니다. 저, 이명박이 앞장서겠습니다. 정부만의 힘으로는 어렵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함께 나서 주셔야 합니다. 각자가 스스로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더 튼튼하게 길러야 합니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더 열심히 가르쳐야 합니다. 기업인과 노동자들은 손잡고 더 진취적으로 매진해야 합니다. 청년들은 자기 개발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합니다. 군인과 경찰은 국가와 사회를 더 성실히 지켜야 합니다. 종교인, 시민운동가, 언론인도 더 무거운 책임을 짊어져야 합니다. 공직자들은 더 성심껏 국민을 섬겨야 합니다. 대통령부터 열심히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의 시대적 과제, 대한민국 선진화를 향한 대전진이 시작되었습니다. 한강의 기적을 넘어 한반도의 새로운 신화를 향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갑시다. 저, 이명박이 앞장서겠습니다. 국민이 합심하여 떨치고 나서면 해낼 수 있습니다. 반드시 그렇게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08년 2월25일 대한민국 대통령 이명박
  • 크리스토피아스, 키프로스 대통령 당선

    크리스토피아스, 키프로스 대통령 당선

    24일(현지시간) 실시된 분단국 키프로스의 대통령 결선투표에서 좌파인 드미트리스 크리스토피아스(61) 공산당(AKEL) 대표가 당선됐다.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공산당 지도자가 대통령에 선출된 것은 처음이다. 이날 결선투표에서 크리스토피아스는 53.36%의 득표율로 임기 5년의 새 대통령에 뽑혔다고 CNN,BBC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남북통합을 주창해온 크리스토피아스는 당선 직후 지지자들 앞에서 “동족인 터키계 북키프로스 주민과 그들의 지도층에 평화국가를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터키계 키프로스 지도자인 메메트 알리 타라트도 크리스토피아스에게 당선 축하전화를 걸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주민 80%가 그리스계,20%가 터키계인 키프로스는 1974년 그리스계 장교들이 쿠데타를 일으키자 터키가 북부를 점령하면서 남북으로 나뉘었다. 북측은 1983년 북키프로스공화국으로 독립을 선언했고, 남측은 2004년 유럽연합(EU)에 단독 가입했다. 키프로스 문제는 터키의 EU 가입에 최대 장애 요인으로 간주돼왔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독립운동의 완결은 통일”

    “독립운동의 완결은 통일”

    “독립운동사 총서를 쓴다는 의지로 몸 아픈 줄도 몰랐습니다.” 조동걸(77) 국민대 명예교수가 최근 ‘한국 독립운동의 이념과 방략’(경인문화사)을 펴냈다. 독립기념관이 광복 60주년을 맞아 2005년부터 기획, 총 60권으로 발간하는 ‘한국 독립운동의 역사’ 시리즈의 첫 책이다. 학문에의 의지는 무서운 병마저 잊게 했지만, 아픈 몸을 추스르기엔 의지만으론 벅찼다.20일 서울 방학동 자택에서 만난 조 교수는 인터뷰 중에 몸을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말은 더뎠고, 한 마디 뱉는 데도 한참을 생각했다. 살집이 넉넉했던 얼굴엔 광대뼈가 가팔랐다. 2004년초 위의 3분의2를 잘라내는 대수술 이후 그는 힘겨운 투병생활을 해왔다. 뇌경색으로 우반신 마비가 왔고, 평지낙상으로 다리가 부러지기도 했다. 집 밖에선 지팡이를, 집안에선 보행기를 사용했다. 일주일에 세 번 병원에서 받는 운동치료가 요즘 그의 주요 일과다. ●독립운동사 연구 한계 극복 작업 ‘한국 독립운동의 역사’ 편찬은 모두 84명의 독립운동 전공자가 참여하는 대기획이다.‘한국 독립운동의 이념과 방략’은 제1권 총론격에 해당한다. 조 교수의 말로 “지금까지 쓴 책에 번호를 붙인다면 20번째쯤 되는 책”이다. 위암 수술 후 퇴원한 2004년 가을부터 6개월간 강행군으로 써냈다. 병상에서 끝낸 원고는 애초 청탁 분량인 1500장을 훌쩍 넘겨 1900장에 이르렀다. 힘든 글쓰기를 견뎌낸 것은 이번 편찬 작업이 과거 독립운동사 연구의 한계를 뛰어넘는 시도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1949년 ‘6월 사태’(반민특위 해체, 백범 김구 암살) 후 지하로 숨어들었던 독립운동사 연구는 이승만 정권 몰락 후 활기를 되찾았다.1960∼70년대 국사편찬위원회의 ‘한국독립운동사’ 5권과 원호처(현 보훈처) 산하 독립운동사편찬위원회의 ‘독립운동사’ 10권으로 활기는 결실을 맺었다. 조 교수도 독립운동사편찬위에 참여해 책 편찬에 앞장섰다. 두 연구는 그러나 반쪽의 성과였다. 반공 이데올로기로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은 배제됐고, 유림과 양반 중심의 의병사에서 평민 의병의 활동은 과소평가됐다. 조 교수 책의 중심 메시지는 “독립운동 이념과 방략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분단과 대립은 남북이 상대방의 독립운동을 앞다퉈 격하시키도록 만들었고, 결국 북에서는 김구 선생의 독립운동을 없었던 일로 치부하고 남에서는 김일성을 가짜라며 역사를 왜곡했다.”면서 “사상이 달랐다는 이유로 서로의 독립운동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가 “독립운동의 완결은 통일에 있다.”고 말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평민 의병장 신돌석과 머슴 출신 의병장 안계홍의 활약상을 복원하는 것도 젊은 시절부터 그가 전국을 누비며 이름 없는 이들의 독립운동을 발굴해온 문제의식의 반영이다. ●“공세적 식민지근대화론 우려스럽다” 기능을 잃어가는 몸과 달리 조 교수의 시대 인식은 여전히 일관되게 살아있다.‘해방전후사의 재인식’ 출간과 민족주의 사학계와의 사상투쟁,‘교과서포럼’의 교과서 다시 쓰기 등 일련의 식민지근대화론 공세를 그는 우려했다. 조교수는 “식민지가 아니었다면 근대화의 기초를 다지지 못했을 것이라는 실증사학의 주장 또한 역사의 이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참여정부의 과거청산 작업이 서툴렀지만 과거사위를 없애는 것은 잘못”이라며 대통령직 인수위의 과거사위 통폐합에도 반대했다. 인터뷰를 마치기까지 그는 담배를 세 대 피웠다. 수술 후 끊었던 담배를 지난해 11월부터 다시 입에 물기 시작했다. 그를 간호하던 부인이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사망하면서부터다. 그는 “밤중에 자주 잠을 깬다.”고 했고 “깜깜한 밤에 혼자 앉아 있으면 생각이 천만 갈래로 내달린다.”고 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여성&남성] 軍가산점 부활, 총성없는 전쟁

    [여성&남성] 軍가산점 부활, 총성없는 전쟁

    군가산점제 부활을 놓고 ‘남녀 성(性)대결’이 한창이다. 지난 13일 군필자에 한해 취업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병역법 개정안이 국회 국방위원회를 통과하자 여성들은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불만을 성토하고 있다. 남성들은 ‘본회의에서 우리의 2년을 확실히 보상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인터넷에는 욕설까지 난무하며 인신공격 일색의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감정의 골은 벌어질 대로 벌어졌다. 이 생각의 차이를 어떻게 좁혀나갈 수 있을까. 군가산점제에 대한 여(女)와 남(男)의 진솔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아울러 군가산점제를 찬성하는 여와 반대하는 남의 조금은 색다른 이야기도 다뤄본다. ■ 남성 “2년 복무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 ● 군대는 취업의 ‘장벽’ “남자가 군대에 2년간 머물며 포기할 게 너무 많은데, 충분히 보상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회사원 권모(34)씨는 군가산점 부활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남자가 군대에 다녀오는 동안 버릴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남성이 말하는 ‘2년에 대한 보상’은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남자가 군대에 가 있는 동안 군 미필자는 자기계발할 시간이 있잖아요.”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이모(29)씨는 ‘공부하고 있는 입장’에서 군필자가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군 복무로 인해 학업의 연속성이 끊기면서 보는 손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여성에게도 사회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군가산점제 사용을 3∼4차례로 제한한다는 조항이 있어 여자에게 크게 불리할 것이라 보지 않습니다. 또 법안을 발의했을 때 사회적 요소를 많이 고려하기도 했고요. 위헌소송으로 갈 것을 예상해 결정했을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법안을 그렇게 허술하게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실제로 장애인을 위한 우대제도도 많이 생겨나는데 군대를 다녀온 사람에 대한 일련의 혜택은 무척 필요하기 때문이죠.” 서울의 모대학병원 레지던트 4년차인 오모(30)씨는 억울한 사연을 털어놨다.4년 전 레지던트 선발 과정을 생각하면 밤에 잠을 설친다. 예전에는 레지던트 선발 과정이나 전문의 스태프 발령시 군필자에게 3년간 가산점을 주는 제도가 있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에서 군가산점제를 위헌이라고 결정한 1999년 이후 이런 혜택이 모조리 없어졌다. 안과, 피부과, 성형외과 등 소위 인기 학과에는 여자가 더 많이 선발되는 등 역차별을 당하는 사례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민간회사에서조차 인정해주는 군필자의 호봉 산정도 의사에게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군대 갔다온 남자에게 레지던트 선발 과정에서 혜택이 있었는데, 이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걸요. 저도 아직 군대를 가지 않았는데 내년쯤 공중보건의로 갈 생각입니다. 군대 가서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바에야, 공중보건의로 지원해서 월급을 받는 게 백배 낫지 않겠어요?” ● “군 가산점제는 국가 안보를 지키는 일” 병원에서 근무하는 김모(30)씨도 같은 생각이다. 김씨는 우리 나라가 분단국가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직 분단국가인 만큼 군대에 대한 젊은이의 인식을 바꾸게 하기 위해서라도 군가산점은 필요하다는 것이다.“젊은이가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것에는 어떤 식으로라도 사회에서 혜택을 주는 부분이 있어야죠.” 만일 군복무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다면 모두 국방의 의무를 소홀히 할테고 결국 국가의 안보에 치명타를 받게 될 것이란 얘기다. 우리 사회는 군필자에 대한 보상이 너무 미약하다는 것이 김씨의 생각이다. 컴퓨터 관련부품 중소업체를 운영하는 임모(30)씨는 군가산점제에 ‘부분 찬성’하는 입장이다. 군대를 다녀왔다고 무조건 군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국가 공무원 시험과 같은 공익적 성격이 있는 것은 군가산점제를 시행하는 게 옳다고 믿는다. “회사 성격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는 둬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무원 시험 같은 국가시험은 경쟁률도 치열하고 공익적인 성격이 있기 때문에 군가산점을 부여해야 하겠지만 민간업체 중에서 군가산점이 큰 의미가 없는 곳은 안 줘도 된다고 봅니다. 국가에서 이 기준을 확실히 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일부 남성들 ‘반대’의견도 대학원에 재학하고 있는 정모(29)씨는 군가산점제 부활에 반대한다. 현재 국회 국방위를 통과한 군가산점 개정안은 공무원시험 등 국가에서 주관하는 시험을 치르는 남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므로 또다른 차별이라는 것이다. 공무원 시험처럼 경쟁률이 치열한 시험에서는 단 몇점 차이만으로 당락이 좌우되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채용시험은 사람 인생이 걸린 문제인데, 군대에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가산점을 부여받는다는 건 좀 위험한 생각인 것 같습니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입사 4년차 김모(30) 대리는 군대를 다녀왔다고 해서 그다지 손해본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군대에서도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못할 뿐, 사회에서 필요한 ‘인생 공부’를 많이 하고 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군대 요즘 좋아졌잖아요. 남자가 군대에 있는 동안 오히려 사회에 필요한 기술을 더 많이 배워 오는 일도 많은 것 같아요. 경제가 침체됐을 때 군대가 오히려 도피하는 창구가 되는 경우도 많지 않나요? 군대를 다녀오는 게 꼭 남자에게 손해가 되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군가산점제요? 분야에 따라 다른 것 아닌가요? 우리 같은 영업사원 중에는 여자가 거의 없어요. 회사에서도 여자를 별로 선호하지 않고요. 그러잖아도 여자가 취업하기 불리한 분야가 많은데 이번에 통과된 법안 때문에 취업하려는 여성이 더 불리해질까 걱정이네요.” 제약업체에 근무하는 성모(30)씨는 영업사원으로 일한 지 3년째이지만 여자사원이 들어오는 일을 본 적이 별로 없다. 제약영업의 특성상 여자가 일하기 힘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도 여자보다는 남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 “유럽의 선진국처럼 육아정책 등 여성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잘 갖춰진 나라에서는 이미 남녀평등이 이뤄진 사회이기 때문에 남자가 군대에서 고생하는 것에 대한 보상을 확실히 해줘야죠. 하지만 우리나라가 어디 그런가요? 아직 여성에 대한 불평등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런 것들을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또 하나의 남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여성 “차라리 취업 뒤 다른 혜택 마련을” ● ‘일상의 차별’ 심각한데 군가산점제가 웬 말? “왜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나요? 군대를 다녀와서 남자만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군가산점제를 찬성하는 남성들이 애용하는 ‘여성 상위시대’란 말의 근거는 무엇인가요?” 서울의 한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있는 김모(27·여)씨는 군가산점제가 국회 국방위를 통과했다는 소식에 밤잠을 설쳤다.“군가산점제 시행의 전제조건은 ‘남성과 여성이 완전히 평등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전제 하에 ‘남성이 군대문제로 차별받고 있기 때문에 군가산점제라는 혜택을 부여한다.’는 거죠. 그런데 그 전제 자체가 맞는 건가요? 여성들은 아직 우리 사회에서 차별받는 ‘소수자’입니다.” 김씨는 여성에 대한 ‘일상의 차별’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여자라는 이유로 취업에서 조직생활까지 냉대받는 현실 속에서 군가산점제가 시행된다는 사실은 김씨의 눈에 그저 ‘모순투성이’로 비쳐질 뿐이다. 직장인 주모(27·여)씨도 분노하기는 마찬가지. 지난 2005년 외국계 회사에 취업한 주씨는 취업하기까지 낙방의 고배를 여러번 마셔야 했다고 말했다. 학점, 토익, 인턴경력 등 취업에 필요한 조건을 거의 완벽하게 갖췄음에도 서류통과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 반면 뒤에서 맴돌던(?) 남자 선배와 동기들은 취업난에도 ‘무사통과’였다.“사실 그 친구들에 비해 떨어질 이유가 전혀 없었어요. 이력서가 무척 화려했거든요. 며칠간 잠을 잘 수가 없더군요.” 유명 대기업을 지원해서 10차례 이상 ‘쓴 맛’을 봤던 주씨는 결국 여성차별이 덜하다는 ‘외국계 기업’에 원서를 제출한 뒤 겨우 회사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취업 시즌만 되면 ‘모든 여성은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말이 있어요. 저 역시 그랬어요. 취업을 준비하는 다른 남자들에 비해 모자랄 게 전혀 없는데 왜 이렇게 홀대를 받아야 하는지 정말 억울했습니다. 이 와중에 군가산점제까지 시행되면 여성들은 어떻게 일하란 소린가요.” ● “남성들의 피해의식 공감하지만….” 일부 여성들은 군 복무에 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에는 생각을 같이 하지만 ‘군가산점제는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남자들 군대 이야기 들으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창 젊은 나이에 자유도 박탈당하고 자기 계발도 못하니까요. 그러나 군가산점제는 좋은 방안이 아닌 듯싶습니다. 취업은 사회생활의 ‘첫단추’인데 시작부터 차별을 해서는 안 되죠.” 취업준비생 안모(25·여)씨는 “사회에 발을 들여놓는 첫 단계부터 차별을 하는 것은 ‘태어날 때부터 차별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푸념했다. 특히 남녀가 모두 취업난을 겪는 상황에서 군필자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은 사회적 위화감만 더 키울 뿐이라는 것이다.“차라리 취업 뒤에 군필자에 대한 다른 혜택을 지원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군가산점제는 많은 여성들을 맥빠지게 하거든요. 남자만 군복무를 할 수 있는데 이게 취업으로 곧바로 연결된다면 곧 생물학적 차별이죠. 민주주의 국가에서 벌어져서는 안 될 일 아닐까요? 다른 보상 방안을 생각해 줬으면 합니다.” 직장인 김모(27·여)씨도 다른 보상 방안을 검토하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이를 취업과 연결짓는 것은 무리가 많다고 말한다. 김씨는 좀 더 ‘근본적인’ 이야기를 꺼내들었다.“남자들 군대 보상해줘야죠. 얼마나 고생인가요. 그러나 여성의 고통도 심해요. 아직 가사와 육아의 부담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남성들도 많이 ‘도와주는’ 분위기라지만 ‘도와주는’ 수준에 불과할 뿐이죠. 결국 여성들은 직장보다는 가정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고 당연히 회사에서는 남성을 선호할 수밖에 없죠. 일에만 몰두할 수 있으니까요. 당연히 채용도 여자보다는 남자를 선호하게 되는 것이고요.” 김씨는 여성이 가사와 육아의 구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암묵적인 ‘남성 우대’ 채용 문화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군가산점제는 이런 채용 문화를 제도적으로 합법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회사에서 남자 간부들은 ‘여자들은 무조건 일찍 퇴근하려 한다.’,‘여자들은 조직에 융화될 줄 모른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이는 여성이 가사와 육아의 부담을 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군가산점제는 이런 비합리적인 의식들을 제도적으로 ‘합법화’시킬 소지가 큽니다. 군대에 대한 보상은 해줘야 하지만 채용과 연결지어서는 안 됩니다. 좀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요.” ● ‘군가산점 찬성’목소리도 그러나 모든 여성들이 군가산점제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여성들은 군가산점제가 군필자들의 ‘잃어버린 2년’을 보상할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보통 군대를 가는 시기가 대학생 시기인데 한창 취업준비할 나이잖아요. 그렇다면 취업 이후보다 취업 이전에 보상하는 게 논리적으로 맞죠.” 직장인 이모(30·여)씨는 군가산점제가 여성에게 불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보상을 위해서는 군가산점제가 가장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남성들이 군대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부분이 취업이기 때문에 여기에 혜택을 주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직장인 손모(27·여)씨는 여성을 위해 군가산점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문제에 수많은 안티 세력이 생긴 근본적인 이유가 군대를 다녀온 남성들의 ‘피해의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피해의식’은 상당부분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솔직히 맞는 소리죠.2년 동안 조선시대 노비나 경험해 볼 수 있는 ‘밑바닥’을 체험하고 오잖아요.” 손씨는 여성의 인권을 위해서는 차라리 군가산점제라는 혜택을 주고 ‘제로 베이스’에서 여성운동을 시작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여성들이 자신의 인권을 말할 때 일단 남성의 군복무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 여성들도 더욱 당당해질 수 있다는 취지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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