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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르웨이 보물상자 ‘피오르’

    노르웨이 보물상자 ‘피오르’

    │오슬로·플롬 손원천특파원│‘노르웨이 인 어 넛셀’(Norway in a nutshell)이라 부릅니다. 깊고 장엄한 피오르와 아름다운 산간 마을, 그리고 고색창연한 도시 등 노르웨이에서 가장 빼어난 경치를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는 알짜배기 여행 코스를 일컫는 말입니다. 101년 된 471㎞ 길이의 철도, 베르겐 레일웨이를 타고 수도 오슬로에서 뮈르달과 플롬, 구드방엔, 보스를 거쳐 노르웨이 제2의 도시 베르겐까지 가는 여정입니다. 가는 길에 피오르 선상 유람을 즐기거나, 산악열차를 타고 트롤(요정)이 살고 있는 험준한 산자락도 둘러 봅니다. 장소를 달리할 때마다 빼어난 풍경을 쏟아내는 보물상자 같습니다. 그러나 풍경은 달라도 노르웨이 인 어 넛셀을 관통하고 있는 정신은 하나입니다. 자연에 대한 경외지요. 그 중심에 빙하가 만든 거대한 협만(峽灣), 피오르가 있습니다. ●장엄하고도 동화 같은 풍경과의 조우 오슬로에서 베르겐 레일웨이를 따라 5시간 남짓 달려온 기차가 뮈르달에서 가쁜 숨을 내쉬며 승객들을 쏟아낸다. 노르웨이 인 어 넛셀의 실질적인 하이라이트가 시작되는 곳.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플롬바나라는 산악열차로 갈아탄다. 뮈르달에서 플롬까지 6㎞ 구간을 오간다. 소요시간은 50분가량. 거대한 바위산을 따라 철길을 낸 터라 터널만도 20개에 달한다. 플롬바나를 탄 승객들은 누가 일러주지 않아도 왼쪽과 오른쪽 창문을 분주히 오간다. 열차가 터널에서 빠져 나올 때마다 번갈아 가며 창문에 절경을 매달아 놓기 때문이다. 느린 속도로 아슬아슬하게 내려가던 열차는 키요스포젠 폭포 앞에서 5분 남짓 멈춰 선다. 폭포는 아직 얼어 있는 상태. 하지만 눈짐작만으로도 거대한 폭포의 위용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20개의 터널 중 최장인 날리터널(1342m)에 들어서기 전 차창은 또 다른 풍경화를 내건다. 철로 위쪽 뮈르달산을 향해 21번이나 지그재그를 그리며 오르는 ‘랄라르베겐’ 도로가 그것. 거친 자연과 맞서는 노르웨이인의 의지가 오롯이 전해온다. 카르달과 베르트얌 등 그림 같은 산간마을을 줄줄이 지나면 산악열차의 종착지 플롬이다. 송네 피오르 유람선이 출발하는 곳 중 하나. 인구 400명 남짓한 작고 아름다운 마을이다 ●피오르라 쓰고 풍경의 보물상자라 읽는다 피오르는 빙하가 만든 걸작이다. 빙하시대 노르웨이 서부 해안지역을 가득 메웠던 얼음덩어리가 내려앉으면서 깊은 골짜기를 남겼고, 그 사이로 바닷물이 들어차 만들어졌다. 캐나다와 뉴질랜드, 칠레 등에도 피오르는 있지만, 거대한 산을 덩어리째 뭉텅 썰어낸 것 같은 경이로운 풍경은 노르웨이 서부 해안에서만 볼 수 있다. 송네 피오르는 그중 제일 깊고(1309m), 가장 긴(204㎞) 피오르다. 장대한 송네 피오르를 보기 위해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선택하는 방법은 크루즈다. 플롬을 출발해 송네 피오르의 수많은 지류 중 하나인 아우랜드 피요르와 네뢰위 피요르를 감상한 뒤 구드방엔까지 간다. 두 피오르 모두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에 등재돼 있다. 송네 피오르를 돌아보는 여정은 경이로움의 연속이다. 짙은 코발트빛 바닷물과 양 옆의 거대한 산, 그리고 산정의 눈녹은 물이 폭포가 되어 떨어지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이 계절에 볼 수 있는 비경이다. 백야(白夜)가 가까워지면서 요즘은 14시간가량 낮이 계속된다. 오랜 시간 이런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가. 경사가 심한 산자락에도 주민들은 유실수를 심고 양과 염소를 기른다. 오래 전 이곳에 살던 주민들은 세리(稅吏)들이 세금을 걷기 위해 방문할 때 절벽을 오르는 사다리를 몰래 치워버리며 버텼다고 한다. 어렵고 곤궁한 시기를 보낸 것은 그들도 우리와 그리 다르지 않은 듯하다. ●피오르의 여왕, 하당에르 현지 관광안내 책자는 ‘송네 피오르는 왕, 하당에르 피오르는 여왕’이라 적고 있다. ‘왕의 비’가 아닌 당당한 ‘여왕’이다. 송네 피오르가 거대하고 험준하다면, 하당에르 피오르는 부드럽고 목가적이다. ‘솔베이지의 노래’를 작곡한 에드바르 그리그가 음악적 영감을 얻곤 했다는 울렌스방, ‘이곳을 방문하지 않고 일생을 마칠 순 없다.’는 상찬을 받는 노르헤임순 등이 유명한 지역들. 그러나 단언컨대 울빅을 빼고 하당에르 피오르를 말할 수는 없다. 마을 초입의 산자락에서 울빅을 바라보면 어디선가 본 듯한 데자뷔(기시감)를 경험한다. 책이나 풍경화, 혹은 달력 등에서 한번쯤 마주쳤을 풍경이다. 갈길 잃은 바닷물이 둥근 호수를 이루고, 만년설을 이고 있는 거대산 산이 교회 종탑 너머 마을을 든든하게 에워싸고 있다. 완벽한 구도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예술가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산간마을인데도 아이들 웃음소리가 호수 같은 바다 위를 흐른다. 아이들 보기 어려운 우리 농촌과는 확연히 다르다. 재잘대는 아이들 소리는 주변의 그 어떤 새소리보다 감미롭다. 산자락 대부분은 사과나무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곳 사람들이 ‘사이다’(sider)라고 부르는 감미로운 와인이 탄생한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풍경의 절반은 거울처럼 맑고 잔잔한 바다의 몫. 주변 풍광들을 고스란히 수면 위에 담아 낸다. 바람이 잦아드는 아침과 늦은 오후라면 십중팔구 마주할 수 있다. 이 장면을 놓친다면 미완성의 풍경화를 보고 온 것과 다를 바 없을 터. 5월이면 울빅은 하얀 사과꽃으로 분단장을 한다. 지금은 볼 수 없지만,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진다. 글·사진 angler@seoul.co.kr 취재협조 스칸디나비아관광청 # 여행수첩 →화폐는 크로네(NOK)를 쓴다. 1NOK는 약 200원. 유로를 받는 곳도 없진 않으나, EU 회원국이 아닌 탓에 불편할 때가 많다. →한국에서 노르웨이로 연결되는 직항편은 없다. 핀에어를 타고 핀란드 헬싱키를 거쳐 오슬로까지 간 뒤 ‘노르웨이 인 어 넛셀’을 체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플롬바나 열차와 플롬~구드방엔 간 크루즈 등을 포함해 어른 2135 NOK, 어린이(4~15세) 1080 NOK다. 이 밖에 다양한 코스가 준비돼 있다. www.fjordtours.com 참조. →물가는 말 그대로 ‘살인적’이다. 생수 한 통에 5000원, 햄버거는 2만원을 훌쩍 넘는다. 팁은 요구하지도, 주지도 않는다. →전기는 220V다. 국내 가전제품을 그대로 쓸 수 있다. →오슬로 시내 관광을 할 경우 ‘오슬로 패스’를 사용하는 게 유리하다. 트램 등 시내 교통과 33개 박물관, 식당 등에서 할인혜택을 받는다. 1~3일짜리 세 종류. 230~430 NOK. 5월1일~9월31일 시티투어도 운영된다. 어른 225, 어린이 110 NOK.
  • [사설] 2차 핵정상회의 유치, 평화의지 보일 기회다

    미국에서 열리고 있는 제1차 핵안보정상회의에 이어 어제 한국이 오는 2012년 2차 회의 유치에 성공했다. 이 회의는 핵클럽에 가입한 초강대국을 포함해 국제정치의 지도급 국가로 꼽히는 50여개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최고위급 회담이다. 그런 만큼 우리가 핵 폐기에서 핵의 평화적 이용에 이르기까지 범세계적 이슈인 핵문제 해결에 주연으로서 당당하게 이니셔티브를 취해야 할 무대로 기대된다. 올해 서울에서 G20 정상회의를 여는 우리는 이미 아셈(ASEM)·에이펙(APEC) 등 굵직한 정상회의를 유치한 경험이 있다. G20 정상회의가 주로 경제이슈를 논의한다면, 2차 핵안보정상회의는 안보분야의 핵심 의제인 핵문제를 다루게 된다. 잘만 하면 G20 회의 이상으로 국격 제고의 결정판이 될 개연성이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북한의 위협으로 늘 정정이 불안한 분단국이라는 선입견을 털어낼 호기다. 우리가 범세계적 비핵화 의지를 이끄는 마중물 역할을 제대로 한다면 한반도가 평화의 메카로 자리잡게 되는 행복한 기대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당국자들이 남다른 정책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주도로 시작된 이번 1차 정상회의는 ‘현존하는 핵안보 관련 모든 의무의 전면적 이행을 위해 노력한다.’는 등 12개항의 정상 성명을 채택했다. 이에 앞서 우크라이나는 고농축우라늄(HEW)을 전량 폐기하겠다고 여기에 발을 맞췄다. 이런 소식들이 ‘핵무기 없는 세상’이라는 오바마 독트린이 어느 정도 주효했다는 방증이라면, 2차 회의에서 ‘이명박 독트린’을 어떤 콘텐츠로 채울 것인가는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 우리로선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최상의 목표일 게다. 국제적 핵 폐기 의지를 결집해 북핵 폐기를 견인하는 지렛대로 활용하면서 원전 강국으로서 핵의 평화적 이용도 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외교적 정지작업이 긴요하다. 우선 한·미 간 북핵 공조에 틈이 없어야 한다. 혹여 미 조야에 핵 폐기 아닌 비확산에 방점을 찍으며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암묵적으로 인정하려는 기류가 있다면 미리 쐐기를 박아야 한다. 평화적 목적의 핵폐기물 재처리가 가능토록 미국을 설득하는 것도 과제다. 2012년까지 남은 2년은 그리 길지 않다.
  • [씨줄날줄] 천안함과 철새/이춘규 논설위원

    지난 3월26일 밤 천안함이 침몰한 뒤 현장 인근에 있던 속초함의 76㎜ 함포사격 표적이 새떼였겠느냐는 논란이 진행형이다. 레이더에 잡힌 물체가 새떼였다는 군 발표 때문이다. 3월 말 겨울철새떼가 백령도 상공을, 밤에, 시속 42노트(78㎞)의 속도로 날았다는 발표다. 이에 일부 전문가와 누리꾼이 겨울철새는 이미 시베리아지방으로 돌아갔고, 밤에는 이동하지 않으며,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다며 발표는 허위라고 주장했다. 다수의 조류 전문가들은 당시가 철새의 이동 시기라고 반박했다. 백운기 국립중앙과학관 연구관은 겨울철새들은 대부분 북으로 떠났으나 소규모 무리가 뒤늦게 이동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고, 조류학자 윤무부 전 경희대 교수도 철새의 북상 시기라고 설명했다. 한국조류학회장인 공주대 조삼래 교수도 기러기·백로·해오라기 등 겨울철새들이 주로 야간에, 백령도 부근 해역을 따라 이동하는 시기라고 증언했지만 논란은 이어졌다. 사고 2주를 넘긴 10일 오전 7시 평소 겨울철새들을 자주 봤던 서울 한남대교 남단 1㎞ 한강상공을 관찰해봤다. 한 무리의 기러기떼가 동북쪽으로 쏜살같이 날아갔다. 곧바로 다른 기러기떼가 지나갔다. 초시계로 재보니 채 1분도 안돼 어림잡아 수㎞ 상류 상공으로 사라져갔다. 도심 자동차 이동속도 정도였다. 20여분 새 기러기 10여 무리가 동북, 서북쪽으로 날아갔다. 각각의 무리는 1마리에서 20여마리까지였다. 다른 겨울철새 한 무리는 느릿느릿 이동해갔다. 철새이동의 시기였다. 11일 오전 7시에도 이태원 상공에서 기러기떼가 빠르게 북상해갔다. 이날 오후 7시 충남 천안에서 기러기떼가 북상하는 새마을호 열차와 속도를 다투며 북으로 날아갔다. 어두워질 때까지 30여분간 차창 밖으로 여러 기러기떼를 관찰했다. 겨울철새들이 4월 중순에도 번식지로 북상해 감을 이틀간 확인했다. 백과사전에 나온 대로 시속 80㎞ 이상의 비행능력도 확인할 수 있었다. V자 편대비행이 많았다. 어두워도 이동함을 확인했다. 이틀간 현장 관찰만으로도 겨울철새의 진실을 대부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새떼라면 함포사격에도 흩어지지 않았겠느냐는 등 진실 논란은 여전하다. 그래도 이동시기나 속도 문제, 야간 이동을 둘러싼 비과학적 억지주장은 이제 끝내야 한다. 철새들에게도 분단의 그림자가 드리운 한반도의 현실이 차갑다. 그래도 155마일 휴전선을 넘나드는 자유를 철새만 누리는 것은 조금 가혹하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200여년… 경계인 울린 진혼곡

    200여년… 경계인 울린 진혼곡

    구효서(53) 소설은 경계짓기를 거부하는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소설의 형식 또는 문체는 물론, 주제와 문제의식의 다양한 변주는 결코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신작 장편소설 ‘랩소디 인 베를린’(문학에디션뿔 펴냄) 역시 마찬가지다. 오히려 전작 ‘나가사키 파파’에서 혈육, 국가의 경계 언저리 범주만을 제시하던 그였다면 ‘랩소디’에서는 그 지평을 한껏 넓혔다. 민족의 경계, 국가의 경계, 혈육과 신분의 경계, 이념의 경계, 종교 속 신성(神性)의 경계 등은 그의 작품 안에서 형해(形骸)화된다. 그는 집착과 번민을 낳는 그 경계의 안과 밖을 쉼 없이 보여주며 경계의 끄트머리 지점을 확인시킨다. ‘랩소디’ 속 슬픈 페르소나들을 달래주고 지탱시켜 주는 것은 오로지 웅장한 선율과 상실된 사랑이었다. 소설에는 두 편, 혹은 세 편의 서사(敍事)가 서로 이야기에 파고들며 씨줄 날줄이 되어 교직한다. 액자소설 형식이다. ●조선 짐작하게 하는 디아스포라 ‘아마도’ 조선에서 먼 땅을 건너온 이의 후손인 요한 힌터마이어는 교회 오르간 풀무꾼에서 일약 왕후의 총애를 한몸에 받는 궁정악단의 작곡가로 거듭난다. 그러나 아무리 위장했더라도 비천한 신분에 주어진 음악의 과도한 천재성은 온전히 자신의 몫으로 남기기 어렵고 오히려 자신을 위협할 수밖에 없다. 시대의 경계선을 넘어섰던 열정과 재능은 그를 다시 조선땅으로 돌아오도록 만든다. 그가 남긴 악보마다 조선을 의미하는 ‘선(鮮)’의 문장(紋章)이 남겨져 있는 것으로 그가 조선인이었음을 짐작케 한다. 시대와 공간을 넘나드는 웅혼한 ‘코리안 디아스포라(離散)’ 이야기의 시작이다. ●비운의 천재 김상호 혹은 겐타로·토마스 김 그리고 200년 하고 수십 년이 지난 뒤 또 다른 비운의 천재 음악가 김상호, 혹은 겐타로, 혹은 토마스 김의 이야기가 사이사이 펼쳐진다. 재일 한국인 2세이면서 남과 북, 일본, 독일 어디에서도 환영받을 수 없는 그가 곳곳을 떠돌며 유랑하듯 노마드의 삶을 사는 것은 필연에 가깝다. 비운의 사랑에 내몰려 일본에서 독일로 와 음악에 몰두한 겐타로는 토마스로 살며 힌터마이어의 기록을 좇아 독일에서 평양으로 간다. 그 대가는 가혹했다. 서울 연주에 초청받았으나 공항에서 곧바로 붙잡혀 17년의 감옥 생활을 거친다. 그리고 다시 독일로 돌아간다. 묘비에 첫사랑과 공유했던 강렬한 보랏빛의 배색기호만을 덩그러니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기억의 정리자 하나코·나 여기에 겐타로의 아름답고 강렬한 첫사랑, 그리고 40여년 전 의문의 이별을 나눴던 하나코가 ‘김상호이거나 겐타로이거나 토마스’인 그의 삶의 기억을 하나씩 하나씩 짜맞춰 나간다. 또한 소설의 주변부에 있지만 독일, 일본, 한국에 정주하지 못한 또 다른 경계인인 화자 ‘나’는 하나코와 함께 두 개의 이야기를 넘나든다. 한결같이 폭풍의 삶을 살았고, 살고 있는 이들이니 소설 역시 폭풍 같을 수밖에 없다. 시간의 흐름을 훌쩍 넘나들고, 독일과 일본, 남한, 북한을 쉴 새 없이 오 가는 몇 개의 서사는 그 웅혼함은 둘째치고, 따라잡을 만 하면 저만큼 달아나고, 또 겨우 허덕거리며 손에 잡았나 싶으면 또다시 풀쩍 뛰어 크게 내뺀다. 소설을 읽는 내내 우리 현대사 속 누군가의 신산했던 삶이 어른거린다. ‘동백림 사건’으로 고초를 겪었던 비운의 재독 음악가 윤이상이 떠오르거나, ‘유학생간첩단 사건’의 서승, 서준식 형제가 생각난다. 초청을 받아 독일에서 입국하자마자 연행되며 분단의 질곡을 체감해야 했던 송두율이 떠오르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모든 억압받고 추방당한 경계인들과 노마드들을 위한 진혼(鎭魂) 랩소디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임채무 “해병대가 수다스럽다? 김흥국 때문”

    임채무 “해병대가 수다스럽다? 김흥국 때문”

    영화 ‘대한민국1%’에 특별출연한 배우 임채무가 영화 출연 동기에 대해 입을 열었다. 8일 오전 11시 명동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 열린 영화 ‘대한민국1%’의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임채무는 “평생에 못 달아 볼 별 세 개를 달아 준다기에 출연했다.”고 출연 동기를 밝혔다. 실제 해병대 출신이며 해병전우회 부총재이기도 한 임채무는 “현역 근무할 때 하사관 소위만 봐도 하느님 같았다. 배우들이 고생했다고는 하지만 실제 해병대 훈련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임채무는 또한 같은 해병대 출신이자 고등학교 후배이기도 한 가수 김흥국에 대해 “김흥국 때문에 해병대 출신이 수다가 세다는 말이 나왔다.”는 말도 전했다. 분단의 현실과 실향민의 슬픔을 코믹하게 풀어내 흥행에도 성공한 영화 ‘간 큰 가족’을 만든 고 조명남 감독의 유작인 ‘대한민국1%’는 오는 5월 6일 개봉한다. 서울신문NTN 이재훈 기자 kino@seoulntn.com / 사진=현성준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대한민국1%’ 손병호 “고 한주호 준위와 동질감 느껴”

    ‘대한민국1%’ 손병호 “고 한주호 준위와 동질감 느껴”

    배우 손병호가 초계함 침몰 사건으로 슬픔에 빠진 유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했다. 8일 오전 8시 명동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 열린 영화 ‘대한민국1%’의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손병호는 “아들같은 장병 구하려고 물에 뛰어들었다 숨진 한주호 준위와 영화 속에서 내가 맡은 강철인 중사라는 캐릭터 사이에 동질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고 조명남 감독의 유작이 된 영화 ‘대한민국1%’에서 손병호는 특수수색대 최고의 스나이퍼 강철인 중사로 분했다.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처음으로 스나이퍼용 총으로 사격을 해보았다는 손병호는 “나와 잘 맞았다.”며 만족해 했다. 그는 “스나이퍼들이 사격할 때 이런 맛에 하는구나를 느꼈다. 주위에서 사격 잘 한다는 칭찬도 들었다.”는 자랑도 늘어 놓았다. 분단의 현실과 실향민의 슬픔을 코믹하게 풀어내 흥행에도 성공한 영화 ‘간 큰 가족’을 만든 고 조명남 감독의 유작인 ‘대한민국1%’는 오는 5월 6일 개봉한다. 서울신문NTN 이재훈 기자 kino@seoulntn.com / 사진=현성준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문화마당] 기억, 서사, 시뮬라시옹/신동호 시인

    [문화마당] 기억, 서사, 시뮬라시옹/신동호 시인

    진달래가 피었다. 개나리 몽우리가 찬바람에 움츠러든 사이, 급했나 보다, 내 마음을 끌고 참 멀리도 간다. 산기슭의 은사시나무 가지들이 친구들의 메마른 손가락처럼 천천히 나를 부른다. 그랬었지, 사월의 우리는 4·19의 죽음 앞에 진달래보다 붉은 가슴으로 뜨거웠었지. 사월의 우리는 쓰러진 민주주의를 못내 아쉬워하며 자주 하늘을 보았고 또 눈이 부셨지.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어느 봄날, 고만고만한 것들이 잔디밭에 모여 알맹이를 꿈꾸며 신동엽의 시를 읽었다. 지난 일요일 오후 선배가 진달래처럼 찾아왔다. 등산객들로 붐비는 동네 슈퍼마켓 앞에서 불콰해진 얼굴로 그가 말했다, “어찌 사는지 궁금해서….”라고. 사는 이야기를 주워 담더니 불쑥 1980년대로 나를 데리고 간다. 영화 ‘화려한 휴가’로 시작된 넋두리는 이내 오월의 광주 영혼들을 불러들였다. 눈물이 그의 볼로 흘러내렸었던가, 도서관에서 거리로 그를 이끌어낸 것은 바로 광주항쟁의 부채의식이었노라고. 옆자리의 등산객이 힐끗거렸다. “어뢰다.”, “잠수시간은 십이분이란다.”, “배의 두께가 11.6㎜라는데….” 온통 천안함과 관련된 그들의 대화 속에 낯선 소음처럼 들렸나 보다. “그래도 너는 지금도 잘사는지….” 그의 목소리가 꽃샘추위의 개나리처럼 수줍다. 전교조 사태로 해직됐다가 복직한, 영어교사인 그의 머리칼도 옛 기억처럼 듬성듬성 빠져나갔다. 분명 다시 부채의식을 깨우려고 찾아온 게다. 지나간 기억이 과거에 머물면 추억이 되지만, 현실에서 나를 움직이면 서사(敍事)가 된다. 역사의 분명한 존재자가 되는 것이다. 난데없이 일제의 독립운동으로부터 4·19, 5·18, 6월민주화운동과 6·15공동선언의 긴 물줄기가 출렁이는 듯했다. 먼 항해를 마친, 민주주의라는 서사의 배가 항구에 도착해 승선객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1980년 오월, 광주는 감춰졌다. 시민폭도, 간첩의 배후조종, 미디어는 나치의 괴벨스처럼 거짓선전을 일삼았다. 고단했다. 노동자 김종태, 서울대생 김태훈은 그날 광주를 알리고자 목숨을 던졌고, 고신대생 김은숙, 서울대생 함운경은 폭력적인 광주진압의 배후에 미국이 있음을 알렸다. 영화 ‘작은 연못’은 노근리, 미군에 의한 양민학살의 기억을 이제 겨우 서사의 책꽂이에 꽂는다. 광주를 감추었던 미디어가 천안함 침몰에는 속속들이, 전문적으로 모든 걸 공개하려 한다. 30년이 지났건만 여전히 미디어는 진실과 거리가 멀다. 이제 미디어는 진실에 접근하기는커녕 진실을 ‘생산’한다. 수중압력, 초계함의 배수량과 속도, 내부구조까지, 정보의 바다에서 슬픔의 진실은 뒷전이다. 사실과 진실은 무작위로 재생산된다. 암초, 기뢰, 어뢰, 도발…. 설령 실체적 진실을 밝혀낸다 해도 이 해석과 주장의 현기증이 멈추지 않을까 걱정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보드리야르는 시뮬라시옹(simulation)을 통해 상상적인 것에 의한 실재적인 것의 붕괴, 허구에 의한 진실의 붕괴가 온다고 했다. 시뮬라시옹은 사실보다 더 사실적으로 위장하는 행위이다. ‘쇠붙이’들의 시뮬라시옹으로 지난 세월 분단으로 발생한 모든 불행이 위협당한다. 그뿐인가, 국토와 생명 파괴의 행위는 4대강 사업으로 위장된다. 미디어를 통해 사건이 이미지가 되는 순간부터 사람들은 문제제기를 멈추고 위조된 현실에 익숙해지면서 시뮬라시옹에 지배당하고 만다. 보드리야르는 이에 절망하지만 절망의 문 밖에는 다시 꽃이 핀다. 실패의 기억을 되살리려는, 오늘 다시 실패를 반복하려는, 미련한. 나는 어찌할 것인가. 이 아침에도 돈을 벌어야 하지 않는가. 지난 일을 그저 추억으로 삼는, 미디어를 즐기는 지독한 범부(凡夫)이고 싶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전화(戰禍)가 끝나지 않은 분단국가에 살고 있다. 민주주의는 진행 중이다. 이것이 진실이다. 산기슭에 진달래가 피었다.
  • [씨줄날줄] 어군 탐지기/구본영 논설위원

    백령도의 한 어선이 반토막 난 천안함의 함미를 찾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해병대 출신의 선장 장세광씨가 주인공이다. ‘어군(魚群) 탐지기’가 설치된 6t짜리 작은 어선으로 일생일대의 ‘대어’를 낚은 격이 됐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논란이 뜨겁다. 얼핏 보아 250만원짜리 어군 탐지기가 최첨단 군사장비를 누른 꼴이다. 하지만 “‘첨단 해군’이 한낱 낡은 어선보다 못하냐.”는 식으로 폄하할 일만은 아닐 듯싶다. 민·군 간 협력의 성공사례라고 한다면 모르겠지만. 그래서 “평소 군과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는 백령도 주민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란 선장의 겸손한 말이 와 닿는다. 더군다나 민수용 기술과 군사용 기술의 경계가 날로 모호해지는 상황이 아닌가. 어군 탐지기는 배 밑바닥에서 초음파를 쏘아 반사돼 오는 이미지로 물고기떼 등을 포착하는 기기다. 이런 기본 원리는 당초 민수용 빙산탐지기에 원용됐으나, 제2차 세계대전에서 잠수함 탐지 등 군사기술로 발전했다가 전후 어업용 어군탐지기로 진화한 것이다. 군사기술이 산업용으로 활용된 사례는 이외에도 부지기수다. 자동차 길안내에 사용되는 범지구위치결정시스템(GPS·Global Positioning System)이 대표적이다. 위성에서 수신자에게 정확한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이 시스템은 본래 군사용으로 개발됐다. 이후 1983년 KAL 007기 추락을 계기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이 민간용 항공기의 보조항법장치로 사용하도록 허가했다. 군사용으로 시작된 초음파 영상기술도 건강상 부작용이 많은 방사선(X-ray)을 뛰어넘는 의료용 진단장비로 활용된 지 오래다. 최근엔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들이 초음파 센서를 활용해 장애물을 피하는 청소 로봇까지 쏟아내고 있을 정도다. 특히 삼성전자가 개발한 ‘크루보’는 최적의 항로를 결정하는 크루즈 미사일의 순항 원리를 응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우리의 지난해 국방예산은 무려 28조 6000억원 규모였다. 어차피 강대국으로 둘러싸인 분단국이기에 불가피한 지출이다. 그렇다면 민간과 국방 분야의 협력 확대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최선일 듯싶다. 국방과학기술의 민수화 이전(spin off)에 박차를 가한다거나, 그 반대로 민간 첨단기술의 시험대로 군수산업을 적극 활용하는 식으로 말이다. 천안함 참사 수습 과정에서 작은 어선이 큰 공을 세운 사실을 교훈으로 삼으면 불행 중 다행일 것이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이대통령 백령도현장 전격 방문

    이대통령 백령도현장 전격 방문

    이명박 대통령이 30일 천안함 침몰 사고 현장인 백령도를 전격 방문했다. 역대 대통령 중 백령도를 방문한 것은 이 대통령이 처음이다. 백령도는 인근에 북한의 지대함 유도탄과 해안포가 집중 배치돼 있는 접경지역이다. 이 대통령은 오전 전용헬기 편으로 청와대를 출발, 낮 12시5분쯤 사고 현장에 출동해 있는 독도함에 내려 해군 관계자들로부터 현황을 보고받았다. 이어 고무보트를 타고 독도함에서 2.3㎞ 떨어진 광양함에 도착, 구조상황을 지켜보고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 위로했다. 이 대통령은 다시 고무보트 편으로 독도함에 돌아왔다가 헬기 편으로 백령도에 주둔한 해병 6여단에 도착해 관련 보고를 받았다. 이 대통령은 “가족뿐 아니라 전 국민이 귀한 생명을 한 사람이라도 빨리 찾아내길 기다리고 있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체를 건지는 것보다 46명을 먼저 구조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흘렀다고 하지만 기다리는 가족과 국민을 봐서라도 이 자체(구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최전방 분단지역 북방한계선(NLL), 가장 위험한 지역에 근무하는(병사는), 전시체제에서 전쟁에 참여하는 병사와 똑같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실종자도) 최전방 위험지역에서 국가를 위해 전투하다 희생된 병사와 같이 인정하고 대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가 존립하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한 사람의 생명을 지키고, 그 다음에 재산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은 탄약고 폭발 여부를 묻는 이 대통령의 질문에 “탄약고 폭발 정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탄약은 폭발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답변했다. 다른 해군 관계자도 “함수 쪽 절단 부위 사진 촬영과 떠오른 물체를 보면 폭발이나 그을음 흔적은 없고 불에 탄 물체도 없다.”며 “내부 폭발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해병 6여단을 방문해서는 “앞으로 북한이 6자회담을 통해 핵을 포기할 때까지 철통 같은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 우리가 강할 때 방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라 위해 희생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특별한 관심을 갖고 끝까지 보호하고 예우를 강화하려고 한다.”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만일 사상자가 생긴다면 앞으로 나라 위해 목숨 바친 사람들에 대한 예우를 높여야 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백령도 방문이 ‘깜짝 방문’으로 해석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오늘 방문은 이 대통령이 이번 사고를 보는 인식의 위중함, 여전히 실종상태에 있는 병사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사진] 실낱같은 희망이라도…천안함 침몰 그후
  • 문성근 “작은 연못에서 한국영화 미래 봤다”

    문성근 “작은 연못에서 한국영화 미래 봤다”

    문성근(57)은 미안하다고 했다. 한국 영화 발전을 위해 제대로 역할을 해냈는지 항상 가슴이 쓰리다고 했다. “후배들을 볼 면목이 없다. 우리 영화판을 지켜내는 데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담배 한 대를 꼬나물고 긴 한숨을 내쉰다. 새달 15일 개봉하는 영화 ‘작은 연못’으로 돌아온 문성근을 만나봤다. 무엇이 그를 고개 숙이게 만들었을까. ●작은 연못은 전쟁 그 자체에 대한 반성 작은 연못. 전쟁 영화다. 1950년 7월. 한반도 허리에 있는 충북 영동군 산골짜기 대문바위골. 미군이 패하면서 전선은 읍내까지 내려오고 마을에 피란령이 내려진다. 주민들은 피란길에 오른다. 미군이 보호해 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7월 땡볕 아래 꾸역꾸역 남하하는 사람들. 하지만 믿음과 달리 그들 머리 위로 폭탄이 떨어지고 병사들은 이들을 향해 난사를 시작한다. 마을 사람들은 도대체 총구가 왜 자기들에게 향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쓰러져 간다. 한국 현대사의 씻을 수 없는 상처 ‘노근리 학살 사건’이다. 이데올로기가 뭔지도 몰랐던 우리 농민들. 하지만 그들은 피를 흘려야 했다. 그렇다. 전쟁은 끔찍했다. 종족 싸움이든, 종교 분쟁이든, 이권 혈투이든, 이데올로기 대립이든,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다. 문성근은 말한다. “충돌이 일어나면 민간인이 가장 많이 죽는다. 어떤 형태의 전쟁이든 정당성은 없다. 그게 작은 연못의 메시지다.” 문성근은 원래 노근리 참사에 관심이 많았다. 평소 알고 지내던 AP통신 기자는 “노근리 보도로 퓰리처상을 받은 동료 기자(AP통신 기자)가 왜 한국에서 노근리 참사를 다룬 영화가 나오지 않는지 의아해하더라.”고 전했다. 때마침 이상우 감독이 노근리 영화를 만든다고 했다. “이 감독 자신도 실향민이라 그 누구보다 분단의 현실에 가슴 아파했다. 그래서 좋은 영화가 만들어질 거라 믿었다.” 노근리 유족들을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눴다. 참사 때 눈이 먼 할머니 이야기, 부모를 다 잃고 혼자 살아온 사람의 사연…. 영감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영화를 찍었다. 송강호, 문소리, 유해진 등 특급 스타들이 출연료를 받지 않고 함께 하겠다고 나섰다. 동지애였다고 했다. “제작비가 부족하다 보니 도움이 절실했다. 자연히 배우들도 찾기 어려웠고. 뜻밖에 충무로를 이끌어가는 간판 배우들이 나서줬다. 특히 출연배우 중의 한 사람인 김뢰하의 공이 컸다. 자신의 친정인 대학로 연극계에 ‘좋은 영화를 만든다. 도와달라.’고 일일이 전화를 돌렸다. 모두 흔쾌히 와 줬다.” 영화가 ‘반미’(反美) 느낌이 난다고 슬쩍 찔렀더니 문성근은 이내 진지해진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더니 “정말 그렇다면 그 사람은 편협한 관점을 지닌 것”이라고 점차 목소리를 높인다. “공격하는 미군들도 고민한다. 그들도 평생 무거운 짐을 가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지만 문제는 전쟁이다. 총을 쏜 사람이 중국군이든, 북한군이든 뭐가 달라지나. 누구를 대입해도 똑같다. 그 잔혹성을 말하고 싶었다.” ●송강호·문소리 등 톱스타들 노개런티 자진합류 문성근은 지금의 영화판에 아쉬움이 크다. 책임 의식도 느낀다. 1999년 영화진흥공사가 영화진흥위원회로 재탄생했을 당시 그는 부위원장을 맡았다. 어떻게 하면 한국 영화산업을 부흥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다. 특히 2000년대 초반부터 중·후반까지 한국 영화가 전성기를 누렸을 당시, 그 전성기의 좋은 산업 구조를 발전시키지 못했다는 점이 후배들에게 못내 미안하다. “대형 배급사가 밀려 들어오자 영화인의 힘이 약해졌다. 이걸 막지 못했다. 결국 영화인은 계약 관계에서도 항상 약자가 돼 버렸다. 산업구조 안에서 하부구조로 전락해 버렸다. 힘의 균형이 무너져 버린 거다.” 그는 항상 영화인들이 뭉쳐 그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영화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배급사가 있어야 한다는 구체적인 방향도 제시했다. 하지만 잘 안 됐다. 영화인들이 안주했던 것도 문제였지만 대형 배급사의 힘이 너무 강했다. “결국 그 문제점이 지금 드러나고 있다. 영화계의 다양성이 죽어가고 있지 않나. 영화인들은 이런 현실에 질려 버렸다. 그래서 다들 힘이 빠졌다.” 하지만 문성근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문성근은 작은 연못이 만들어져 가는 과정 속에서 한국 영화의 미래를 봤다고 했다. 영화인들의 구애 속에 국내 최고의 컴퓨터그래픽(CG) 회사인 ‘모팩 스튜디오’에서 무보수로 작업을 해줬다. 물론 개봉 뒤 수익은 흥행성적에 따라 나눠 갖는다. 촬영장비 업체들도 선뜻 나섰다. 덕분에 40억원 규모의 영화를 10억원에 해결했다. “작은 연못을 찍을 때 후배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했다. 하지만 좋은 대본을 가지고 영화인들 스스로 투자를 받고 이렇게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했다. ‘우리가 집단으로 붙어보자. 무슨 영화인들 못하겠냐.’고 말하면서.” ‘4대강 사업’ 반대 다큐멘터리를 찍는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문성근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하고 싶은 말은 많다고 했다. “정부를 믿고 싶다. 하지만 더 시급한 사안이 있지 않을까. 아직도 배고픈 아이들을 위해 무상급식도 해야 하고…. 할 일이 많다. 그걸 먼저 생각해 주길 바랄 뿐이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열린세상] 시대적 변화의 속성과 필요조건/허증수 경북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열린세상] 시대적 변화의 속성과 필요조건/허증수 경북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우리는 개발도상국은 물론 선진국마저 부러워하는 성공 신화를 가지고 있다. 조국 분단으로 광복을 맞으며 1950년대의 남북 간 극한적 대립이 1960년대에는 좌우의 분열로 이어졌다. 1인당 국민총생산(GNP) 1000달러에 못 미치는 극심한 빈곤 속에서 매년 이맘때면 보릿고개라는 굶주림의 시련에 몸서리를 쳐야 했다. 그러나 우리의 아버지 세대는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도 새로운 꿈을 꾸어 왔고, 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결코 멈추지 않았다. 남들은 감히 상상조차 못했던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해 에너지 자립과 안정을 이룩했고,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포항제철소를 당당히 건설함으로써 산업건설의 초석을 다진 우리였다. 선진국을 찾아 구걸하다시피 돈을 빌려다 조선소를 세웠고 이미 때를 놓쳤다는 반도체 산업을 일구었던 우리였다. 이념적으로 대립을 하든 정치적으로 다툼을 벌이든 그 무엇을 하든지 한 손에는 망치를 쥐고 있었던 우리였다. 국가의 비전은 빈틈이 없었고 국민들은 그 비전을 실천했다. 그리고 세계 12위권의 경제대국을 이룩하고, 세계 국가들의 경제발전 역할모델(role model)이 될 수 있었다. 우리는 반세기 지나 그 아버지가 되어 2010년을 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완전히 털어내지 못하고 있고, 북핵이라는 2000년대판 민족적 대립은 1960년대에 그랬던 것처럼 발목을 잡고 있다. 그 시대의 좌우 대립은 보수와 진보로 모습을 살짝 바꿔 사회적 분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15년 동안 1인당 GNP 2만달러 벽을 넘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이제 우리 아버지 세대들이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꿈과 비전을 가다듬고 또 다른 차원의 변화를 실천해야 할 때가 왔다. 인류 역사를 더듬어 보면 강한 자가 살아남은 게 아니라 변화에 생산적으로 적응한 자가 살아남아 역사의 승자가 되었다. 성장경제와 환경경제를 아울러 상승효과를 일으키고자 하는 녹색경제의 비전은 녹색세탁, 녹색격차로 이루어진 녹색 버블로 인한 피로를 극복하면서 이제 막 새로운 변화에의 갈망을 실천할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에 서 있다. 녹색성장 국가전략이나 4대강 살리기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엿볼 수는 있지만, 아직도 변화에 대한 방법론과 액션 플랜에 2%가 부족한 것이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아직 우리의 스트레스와 걱정을 새로운 희망으로 완전히 전이시키지 못한 탓이다. 국가 비전은 한 치의 틈도 있어선 안 된다. 그 방법론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얻어 내야 하고 부족한 2%를 채워야 한다. 옹색한 현실에서 새로운 변화를 이룩해 내려면, 우리는 1960년대 아버지 세대의 국가 비전에 대한 헌신과 인내를 실천해야 한다. 우리의 아들딸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동인(動因·driving force)을 이루어 가야 한다. 입으로 무엇을 외치든, 다른 손으로 무엇을 만지든 또 다른 한 손에선 망치를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이념적으로 엇갈리더라도, 지역적으로 빗나가더라도, 정파적으로 충돌하더라도 국가를 위해 몸과 마음을 헌신할 수 있을 때 우리 자신의 변화뿐 아니라 세상까지도 변화시키게 될 것이다. 우리 아버지 세대가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의 싹을 키우며,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룰 수 있었듯이, 오늘날 우리가 다음 세대의 비전을 위해 사랑과 노력을 매진해 가야 할 것이다. 인생목표나 미래에 대해 현재 보장받을 수 없기에 우리는 걱정을 한다. 오늘의 직장이, 건강이 내일의 직장과 건강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 우리가 원하는 평화는 전쟁이 없는 조용하고 시끄럽지 않은 사회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위험이 있는 시끄러운 사회 안에서도 가질 수 있는 내적인 희망과 태도를 포함한다. 물리적 에너지와 정신적 에너지를 함께 재생함으로써 사랑과 인내와 배려를 통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도시와 농어촌, 영남과 호남, 보수와 진보 간의 갈등을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을 다음 세대에게 전해 주자.
  • “DMZ 주인이 한반도 지배한다”

    “풀잎을 흔들며 처연히 울리는 바람과 맑은 하늘 구름 곁을 스치듯 나는 새, 숲속을 자유로이 오가는 고라니, 멧돼지들이 비무장지대(DMZ)의 주인이겠죠. DMZ의 진짜 주인은 평화여야 합니다.” ●차지하는 세력마다 역사의 중심에 ‘한국사의 중심 DMZ’(파란하늘 펴냄)를 쓴 최현진(39)씨는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된 국가로 세계에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DMZ(Demilitarized Zone)의 중요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구려 광개토왕을 시작으로 조선왕조까지 이어지는 긴 역사 속에서 DMZ를 차지한 이가 한반도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주인이 된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DMZ는 말 그대로 비무장지대다. 한반도의 허리를 가르고 있는 휴전선으로부터 남북2㎞씩만큼 248㎞ 길이로 펼쳐져있는 곳이다. 한국 전쟁이 멈춘 이후 군인도, 무기도 둘 수 없는, 인간의 발길이 끊긴 공간이다. 엄혹한 분단의 현실을 확인할 수 있으며, 역설적으로 풍성하게 보전된 생태계는 평화가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지역은 누천년의 역사 동안 한반도의 주인을 결정짓는 중심부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고구려 광개토왕은 대륙을 누비면서 한강 지역까지 지배하며 한반도의 실질적인 주인을 자처했고, 그 뒤를 이은 장수왕이 한반도의 주인 역할을 했다. 이후 삼국을 통일한 신라 문무왕, 태봉국 궁예의 꿈을 이어받은 왕건은 통일 국가를 건설했다. 서울에 도읍을 정한 조선은 말할 것도 없음이다. 조선 지배 세력의 중심부에 있던 서인 노론 세력의 지리적 기반 역시 파주DMZ 주변 임진강이었다. ●DMZ서 죽은 인물은 ‘신화’ 돼 한반도의 실질적 지배자가 아니라도 마찬가지다. DMZ 지역에서 죽은 이들은 민간 신앙의 주인공이 돼 신화로서 한반도를 지배하고 있다. 역사와는 별개로 철원에서 죽은 궁예는 미륵으로 구전된다. 신라의 마지막 왕 경순왕은 개성에서 살다가 죽어 연천 임진강가에 묻혔다. 그리고 인제 민간신앙 속에서 김부대왕으로 부활했다. 최영 장군 또한 개성 남쪽 DMZ 주변 덕물산에 묻힌 뒤 널리 알려졌다시피 무속신앙의 신으로 모셔지고 있다. 그가 DMZ를 통해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통일된 한반도의 필요성을 역사 속에서 배웠으면 합니다. 지금 미국과 북한이 관리하고 있는 한반도 역사의 중심지 DMZ를 남북 한민족이 스스로 우리의 것으로 복원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세계의 중심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도 만들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평화 속 남북의 발전이 필요하겠죠.” 강원도 양구에서 군대 생활을 하며 DMZ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그는 1997년 중·고등학생 DMZ 현장체험 학습 강사로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 한 달이면 서너 차례 이상 DMZ를 찾는다. 지금껏 쓴 책도 ‘안녕 DMZ’, ‘DMZ는 살아있다’ 등 모두 DMZ와 관련된 것들이다. 그는 “잦을 때는 일주일에 네다섯 번씩 방문하기도 했으니 아마 총 횟수가 500차례는 훌쩍 넘을 것”이라면서 “평화와 통일, 생태의 가치뿐 아니라 우리 한반도의 역사를 공부하는 데도 이만한 곳이 없다.”고 DMZ의 미덕을 설명한다. 1만 3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이기웅 응칠교 편지] 오늘, 응칠교에서 만납시다

    [이기웅 응칠교 편지] 오늘, 응칠교에서 만납시다

    오늘은 안중근이라는 한 젊은 인간 혼(魂)이 나라를 위해 몸바쳐 순국하신 지 꼭 100년이 되는 날입니다. 뜻깊은 이날을 기념하여 파주의 출판도시에서는 ‘응칠교를 아시나요’라는 이름의 다리밟기 행사를 엽니다. 10년 전 이 도시의 중심에 축조되었던 응칠교(應七橋)가 파주시와 이곳 출판인들에 의해 다시 새롭게 다듬어져 오늘 여러분 앞에 선보입니다. 설계자는 우리 시대의 대표적 건축가인 승효상씨로서, 그는 “교량의 기본적인 설계원칙에 충실한 디자인을 했다. 가로등 열두 개를 추가하여 ‘잇는’ 기능의 효과를 강조하고, 이 도시로 들어오는 이들을 환영하며 불 밝히는 풍경은 이 교량의 장소적 의미를 더욱 풍부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민족의 이름으로 역사 앞에 크게 외치고 순국하신 안응칠이라고 하는 안중근을 추념하는 오늘, 그 상징물로서 이 다리를 우리 앞에 우뚝 서게 하려는 뜻깊은 행사입니다. 이날 아침 10시는 그분이 순국하신 시간입니다. 그 시간에 우리 모두 이곳에 모여 묵도(默禱)한 다음 다리밟기 행사를 하게 되는데, 많은 분들이 이 행사에 참여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정에 따라 10시가 아니라도 좋으니 국민된 사람, 아니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세상 사람들은 오늘 이곳 응칠교에 와 답교(踏橋)하거나 다리의 난간을 어루만지면서,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평화주의자 안응칠 님을 추념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오늘이 아니면 또 어떻습니까. 이 다리는 영원한 기념물로서, 명소로서 항상 여러분을 맞이할 것입니다. 젊은이들은 어른을 모시고, 어른들은 젊은이들을 이끌고 이곳 응칠교를 밟고 건넌 다음, 책의 도시 이곳저곳을 산책하면서 다양한 책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매년 3월26일 하루는 온 가족이 이곳 응칠교를 찾아 안응칠이라고도 부르는 안중근을 추념하고는, 이곳 책의 도시의 정신을 체험하면서 마음을 가다듬기도 하고, 책을 통해 우리의 문화 또는 세계의 문화를 즐기면서 호흡하는 의미 있는 ‘가족의 날’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이 행사를 주관하는 이들의 뜻입니다. 이 다리의 머리판에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아니하면 입 안에 가시가 돋으리라.(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는 안 의사의 그 유명한 유묵 글씨가 새겨져, 출판도시에 세워진 안중근 동상과 더불어 아름다운 기념비가 될 것입니다. 떨어져 있는, 그러나 반드시 이어져야 할 두 지점을 이어 주는 ‘다리’라는 이 필수(必須)의 사물을 두고 인류는 예로부터 각별한 의미를 부여해 왔습니다. 안중근의 정신과 다리의 의미가 각별하게 일치한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하고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사는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분단돼 고통받고 있는, 이 지구상에 유일하게 두 쪽으로 갈라져 있는 나라입니다. 게다가 많은 계파와 집단들이 서로 분열돼 극도로 힘든 현실이 우리 스스로를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이웃으로 친교해야 할 한국과 중국과 일본은, 서로 가까이하려고 애쓰고 있긴 하지만, 이해관계와 상처 난 감정으로 하여 끊임없이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얼굴도 같고 글자(漢字)도 함께 씁니다. 그리고 독특한 장르인 서예는 이 세 나라만이 행하고 있는 예술입니다. 그토록 이 세 나라는 함께 살고 함께 죽어야 할 공동의 역사, 함께해야 할 문화공동체요, 정치 경제적으로도 공동운명의 나라인 것입니다. 안중근은 이 모든 분열과 격리와 갈라짐을 이어줄, 그만이 이어줄 수 있는 존재라는 뜻에서 응칠교의 상징성은 앞으로 크게 빛날 것입니다. 자서전 ‘안응칠의 역사’와 ‘동양평화론’을 비롯한 안중근의 혼은 100년의 세월을 넘어 오늘 응칠교라는 심볼로 여러분 앞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럼으로써 평화와 사랑, 균형·절제·조화가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는 책마을 공동체 출판도시의 꿈은 이 나라뿐 아니라 온 세상 방방곡곡으로 퍼질 것입니다. 오늘 응칠교에서 만납시다.
  • “최고일 때 떠나는 것… 음악 활동은 계속”

    “음악을 그만 둘 것이냐고 묻는다면 절대 아니라고 답하고 싶다. 나는 뮤지션이다. 언제까지나 뮤지션으로 살 것이고 노래도 만들 것이다. 팀은 해체하지만 앞으로 펼쳐질 인생의 새로운 서막이 기대된다.”(클라우스 마이네)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록밴드 스콜피언스의 루돌프 쉥커(기타)와 마이네(보컬)는 2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예술가들은 운동선수들이 그렇듯 최고 자리에 올랐을 때 하던 일을 그만두고 싶어할 것”이라면서 “아직 힘이 많이 남아 있을 때 팬들에게 최상의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해체 선언 배경을 설명했다. ●월드투어 끝나는 2013년쯤 해체 1965년 결성 이래 ‘홀리데이’, ‘스틸 러빙 유’, ‘윈드 오브 체인지’ 등 수 많은 노래로 사랑받은 이들은 록 스피릿(rock spirit)이 충만한 마지막 앨범 ‘스팅 인 더 테일’을 발표했다. 그리고 마지막 월드투어가 끝나는 2013년쯤 각자의 길을 간다. 쉥커는 “오랫동안 함께했던 매니저가 새 앨범을 놓고 ‘이보다 더 훌륭한 앨범을 앞으로도 만들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졌다.”면서 “그 말은 이 앨범이 역대 최고작이라는 뜻이며 이제 그만 끝낼 때가 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마이네는 “나중에 힘이 부족해서 시들시들한 공연을 하고 싶지 않다. 팬들에게 ‘쟤들도 한때는 대단했는데.’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스콜피언스의 해체가 음악 인생의 끝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쉥커는 “나는 동생인 마이클(기타)과 음악 작업을 할 것 같다. 스콜피언스에 대한 책도 쓰고 있다.”면서 “마티아스 얍스(기타)는 기타와 앰프를 취급하는 사업에 관심이 많다. 솔로 앨범을 구상 중인 마이네는 우리 형제 음반에도 게스트로 참여할 것 같다.”고 소개했다. 마이네는 40여년의 활동기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1991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러시아 모스크바를 찾았을 때를 꼽았다. 그는 “우리 부모님 세대까지만 해도 무기를 들고 러시아와 맞섰는데, 우리는 기타를 들고 러시아를 방문했다. 고르바초프 앞에서 공연한 팀은 우리가 유일하다고 한다. 대단히 영광스러웠다.”고 돌이켰다. 가장 의미 있는 작품으로는 쉥커와 마이네 모두 ‘웬 더 스모크 이스 고잉 다운’이 담긴 앨범 ‘블랙아웃’(1982)을 꼽았다. ●“마지막 투어서 한국 다시 찾고 싶어” 수차례 방문했던 한국에 대한 추억도 쏟아냈다. 마이네는 “휴전선 부근에 간 적도 있었는데 감동적이었다. 한국인들이 분단에 대해 어떤 심정일지 이해가 간다. 언젠가는 남북이 꼭 통일해서 평화롭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쉥커는 “비슷한 역사적 배경, 분단이라는 슬픔을 가진 곳이라 한국은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면서 “요즘도 생각이 날 때마다 갈라진 땅과 사람들이 다시 만나길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월드투어에서 한국을 다시 찾고 싶다는 이들은 “옛 멤버인 마이클 쉥커와 율리히 로스(기타)가 바쁘게 지내지만 우리의 마지막 투어 무대에 오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언급해 기대를 부풀렸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열린세상]외교가 국력 상승 분위기 이어가려면 /조윤영 중앙대 국제정치학교수

    [열린세상]외교가 국력 상승 분위기 이어가려면 /조윤영 중앙대 국제정치학교수

    2010 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우리 젊은이들의 눈부신 활약이 국제사회에 놀랄 만한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인 포린 폴리시는 최근 글에서 김연아 선수의 세계 피겨스케이팅 무대 군림과 한국의 국력 부상을 연결지어 평가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 인색했던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도 ‘한국은 더 이상 약자가 아니다’라는 칼럼에서 이례적으로 한국의 위상을 높이 평가하면서 한국의 G20 정상회의 유치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 등의 외교적 성과를 소개했다. 우리나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각이 젊은이들의 국위선양으로 상당히 변하고 있고, 이런 분위기를 우리 외교가 더욱 가속화시켜야 한다. 물론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의 우려와는 달리 상당히 많은 외교적 성과를 거두었다. 한·미관계는 신뢰, 가치 및 평화구축을 추구하는 전략적 동맹관계로 격상되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한·미 장관급 전략대화를 개최한 바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사무국(DAC)의 24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DAC 가입으로 한국은 세계 최초로 원조 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가 되어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이 더욱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오는 11월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G20정상회의를 통해 세계 속의 한국으로 우뚝 서는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 또한 한국외교의 최대 성과 중 하나는 정부추산 400억달러 규모의 UAE 원자력 발전소 사업자로 선정된 것이다. 한국은 UAE 원전 수주로 미국·프랑스·캐나다·러시아·일본에 이어 세계 6번째 원전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됐고, 경제적 파급효과도 크다. 글로벌코리아 외교가 성과를 내고 있는 배경에는 한국외교가 한반도가 아닌 세계를 지향하고, 보편성 및 미래지향적 정책기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세계화시대의 외교는 세계로 나아가는 외교이다. 한동안 북핵문제에 발목이 잡히고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강한 집착은 한국의 외교가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갇히는 결과를 초래했던 것이다. 분단국가의 현실과 북핵문제로 한반도에 묶여 있지 않고 세계로, 미래로 나아가는 외교가 우리의 평화와 번영을 보장한다. 세계와 미래로 향하는 외교가 되기 위해 보다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항들을 살펴보자. 우선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의욕적으로 추진하려고 한 한·미 전략동맹의 큰 그림 속에 담으려고 하는 구체적 발전방안에 대한 노력은 미흡한 것 같다. 우선 장관급 전략대화가 지난해 6월 양국 정상 간 동맹미래비전 채택 후 올해 2월 말 처음으로 열려 속도감이 다소 저하된 느낌이다. 한·미 장관급 전략대화에서 다루어진 주요 협의 내용도 알려진 바에 의하면 양국의 현안과 지역 및 글로벌 이슈에 대한 협력 등 현안 중심이다. 장기적이면서 세부적 한·미동맹의 발전에 대한 논의로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둘째, 신아시아 외교를 통해 그동안 상당한 경제적, 외교적 성과를 얻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의 비전은 아시아의 발전과 화합을 주도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아시아 협력 네트워크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아시아 각국들과 양자적 차원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도 중요하지만 다자적 협력체 또는 소다자 협력체를 구상하고 주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국·호주·인도네시아 또는 한국·미국·호주 삼자협력방안 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셋째, 한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대외원조(ODA) 및 평화유지활동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기여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포함한 외교적 이득을 명시적으로 표명하는 것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외교의 근본적 목적이 국가이익을 위한 행위이지만 단기간에 얻어지는 물질적 이익이 아닌, 지속적이면서도 장기적인 행위를 통해 신뢰가 상승하고 국가의 위상이 강화되는 국가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젊은 선수들의 투혼으로 국가위상이 상승하는 시기에 대한민국 선진외교가 이를 더욱 빛내주길 기대한다.
  • [프로축구] “올 우승후보는 전북·수원·울산·서울”

    [프로축구] “올 우승후보는 전북·수원·울산·서울”

    ‘5MM(5 Minutes Mor e)’을 모토로 내건 프로축구 K-리그의 사령탑들이 팬들을 위해 즐거운 경기를 다짐했다. 15개 구단 감독과 대표 선수들은 18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0 K-리그 킥오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각오를 다졌다. K-리그는 오는 27일 9개월에 걸친 대장정의 막을 올린다. ●각 팀 감독들 정상 팀 예측 비슷 사령탑들은 ‘올 시즌 어느 팀이 우승할 것 같은가.’라는 공통 질문을 받고 전북과 수원, 울산, FC서울 등을 후보로 손꼽았다. 박항서(51) 전남 감독은 “울산, 수원, 제주가 훌륭한 선수들을 영입한 팀”이라면서 “가장 어려운 팀은 우리하고 부산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운을 떼 웃음을 자아냈다. 황선홍(42) 부산 감독은 “우리는 충분히 해볼만하다. 그러나 수원, 전북, 울산이 유력한 것으로 본다.”고 대꾸했다. 신태용(40) 성남 감독도 “울산, 서울, 수원, 전북이 우승권에 근접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FC 지휘봉을 잡은 이영진(47) 감독은 “프로는 투자에 비례해 결과가 나온다.”며 서울, 수원, 울산을 우승 후보로 꼽았다. 최순호(48) 강원FC 감독은 “전북이 가장 근접했고 성남과 수원, 울산이 전력 보강을 많이 해 경쟁력에서 앞선다. 경남FC도 다크호스”라고 지목했다. 박경훈(49) 제주 신임 감독도 “울산과 수원이 가장 근접한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해 챔피언인 전북 최강희(51) 감독은 “한 팀을 꼽기는 굉장히 어렵지만 울산, 수원, 서울이 정상권에서 싸울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넬로 빙가다(57) FC서울 감독은 “전북과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포항이 우승권에 들어갈 것이다. 우리도 우승권에 들도록 노력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데드타임 5분단축’ 5MM운동 벌여 리그 잔치의 날이라 사령탑들의 말솜씨도 빛났다. 조광래(56) 경남FC 감독은 FC서울을 지휘해 리그 우승을 차지한 2000년을 떠올리며 “서울이 10년 전에 우승하고 못했는데 올해는 서울이 우승해서 K-리그의 전체적인 인기도 좀 올라가게 됐으면 한다.”면서 “만일 서울이 우승하지 못한다면 우리 경남이 우승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겠다.”며 웃었다. 최강희 감독은 “북한 대표팀 감독으로 오라는 제의를 받는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후환이 두려워서 안 간다.”고 답했다가 “그럼 브라질 대표팀에서 부른다면”이라고 묻자 “너무 멀어서 안 간다.”고 받아쳤다. 프로연맹은 ‘데드타임을 5분 줄이고, 팬들과 5분 더 만나자.’는 5MM 운동을 적극 벌이기로 했다. 평균 플레잉타임도 57분대에서 60분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시론] 밴쿠버의 교훈과 세종시 출구전략/한희원 동국대 국가정보법 교수

    [시론] 밴쿠버의 교훈과 세종시 출구전략/한희원 동국대 국가정보법 교수

    온국민이 열광하는 밴쿠버 동계올림픽 1500m 쇼트 트랙 결승에서 금·은·동메달이 눈앞에 보이는 순간 우리 선수들끼리의 판단 잘못으로 올림픽 메달 2개가 달아났다. 최선을 다하는 스포츠맨십의 결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부터, 매일 정치인들이 싸우는 것만을 본 당연한 귀결이라면서 차제에 정치인들이 반면교사의 교훈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많았다. 지난 여름방학에 전 세계에서 온 학생들이 참석한 하버드대학교 입학설명회의 스크린이 한국제품이고, 아이비리그와 MIT 등 유수한 대학의 입학담당자들의 손에 한국산 휴대전화가 들려 있는 것을 목격한 필자로서는 국가지도자들의 다툼 가운데 국가의 미래발전, 그리고 대외적 이미지는 어떻게 될지 참으로 걱정이 앞선다. 결론적으로 세종시 문제는 치열한 이성적 논의와 정치지도자의 진정한 결단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세종시 논쟁의 논리는 크게 4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그동안 잘 부각되지 않았지만 통일대비론이다. 두 번째는 국가안보론을 포함한 행정효율론이다. 세 번째는 지역균형발전론이다. 마지막으로 약속이행론이다. 통일대비론과 행정효율론이 우리의 현실에서 긴요하다면 행정부처 이전을 백지화한 세종시 수정론이 맞을 것이다. 수도권의 과밀화와 집중화를 염려하는 지역균형발전론과 약속이행론의 관점이라면 원안 고수의 입장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논리에 바탕을 둔 논쟁은 당연히 글로벌 국제사회의 변화무쌍함을 통찰하는 정치지도자의 혜안을 필요로 한다. 여기에 현실정치가의 모습을 주창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되돌아 보아야 할 이유가 있다. 일국의 정치지도자는 재선만을 고민하는 정치인이나 정치를 업으로 하는 정치꾼과는 달라야 한다. 중국의 초석을 이룬 마오쩌둥, 작지만 커다란 오뚝이 덩샤오핑, 티베트의 당서기로 몰리며 변방으로 휘둘렸다가 다시 권좌에 오른 공대 출신의 후진타오, 제2차 세계대전 후에 대외적으로는 스탈린과 처칠을 간단히 휘어잡고 국내로는 경제 대공황을 극복하며 미국 역사상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4선 대통령이 되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모두 현실정치의 대가들로, 그들 정치지도자에게는 국제정치에서도 ‘약속은 국가이익을 위한 방책’일 뿐이었다. 우리의 정치지도자들은 2010년 다보스포럼에서 경제사학자인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가 한 주장을 곱씹어 보아야 한다. 퍼거슨 교수는 지난해 영국 더 타임스가 세계의 경영사상가 50인 중 한 사람으로 선정한 인물로 ‘차이메리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그는 “북한이 아주 갑작스럽게, 그리고 아주 빨리 10년 내에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기 한 달 전인 1989년 여름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있다는 칼럼을 썼고, 실제로 한 달 뒤에 베를린장벽은 무너졌던 예지를 가졌던 인물이기도 하다. “중국이 더 이상 북한이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때가 바로 북한이 갑작스럽게 붕괴하는 시점이 될 것”이며 “10년 후에도 한국이 여전히 분단된 상태로 남아 있다면 놀라운 일이 될 것”이라는 퍼거슨의 지적은 정치지도자들에게는 세종시 논쟁의 중심이 되어야 할 기준이다. 통일한국의 수도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미래예측과 급변하는 국제질서를 염두에 두고도 세종시에 대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는다면,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는 공동성명으로 현 단계에서의 논의 중단을 선언해야 한다. 새로운 변수로서 북한체제의 전개과정을 면밀히 살핀 후에 판단하기로 하는 국가의 미래과제로 보류하는 해법이 요구된다. 그것이 진정으로 국민을 편하게 하고 모두 승자가 되는 세종시 출구전략이 될 것이다.
  • ‘의형제’ 설 연휴 극장가 휩쓸어

    ‘의형제’ 설 연휴 극장가 휩쓸어

    송강호ㆍ강동원 주연의 ‘의형제’가 설 연휴 극장가를 휩쓸었다.16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결과 ‘의형제’는 설 연휴 3일간 전국 651개 상영관에서 92만 3161명을 동원하며 2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15일까지 ‘의형제’의 누적 관객 수는 246만 5919명으로 개봉13일 만인 16일 250만 돌파가 확실시 된다.’의형제’는 남북분단의 현실을 전직 국정원 요인과 버림받은 남파간첩의 만남을 소재로 유쾌하면서 감동 깊게 그린 영화다. 그동안 ‘아바타’ 등에 눌러 기를 피지 못했던 한국영화의 부활에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주말 박스오피스 2위는 할리우드 판타지 영화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이 차지했다. 설 연휴 3일간 55만 5959명을 동원하며 누적 관객 수 76만 298명을 기록했다. 제2의 해리포터를 꿈꾸는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은 현실과 그리스 신화의 절묘한 조합으로 팬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한편 한국영화 ‘하모니’는 같은 기간 39만 8948명을 동원해 주말 박스오피스 3위를 차지했다. 누적 관객 수는 202만 8885명을 기록했다. 그 뒤를 ‘아바타’ ‘공자: 춘추전국시대’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울프맨’ ‘발렌타인 데이’가 차례로 4~8위에 자리했다.사진 = 쇼박스서울신문NTN 채현주 기자 chj@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씨줄날줄] 북한의 세계화/구본영 논설위원

    금강산이 남쪽 사람들에게 처음 열리던 1998년 그해 가을. 관광객과 취재진을 태운 유람선 금강호가 북한 장전항으로 들어서던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무엇보다 ‘가는 길 험해도 웃으며 가자’라는 글귀가 필자의 시선을 확 끌어당겼다. 당시 금강산뿐만 아니라 평양 등 북한 전역에서 가장 많이 나부끼는 구호였다. 그 어떤 곤경에서도 당과 지도자를 믿고 견뎌내라고 인민들을 독려하는 메시지였다. 수백만의 아사자까지 나왔다는 ‘고난의 행군’ 전후 북녘 보통사람들의 고단한 삶이 오버랩됐다. 하지만 그런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가 외부세계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기대감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금강산 일대에서 만난 북측 인사들은 대부분 남루한 옷차림에 여윈 얼굴이었지만 남쪽에 대한 호기심을 슬쩍슬쩍 내비쳤다. 올들어 ‘세계를 향하여’라는 새로운 구호가 북한에 등장했다고 한다. 평양 시가지 곳곳의 전신주 기둥 등에 ‘주체99(2010) 세계를 향하여’라고 적힌 홍보 구호판이 걸려 있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에 다녀온 평화자동차 박상권 사장의 전언이다. 올해 국제사회와 정치·경제적 관계를 강화해 2012년 이른바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준비를 하겠다는 북한정권의 의지가 실렸다는 해석도 곁들였다. ‘세계를 향하여’라는 구호가 문자 그대로 북한지도부의 대외 개방 의지를 반영한다면 반길 만한 일이다. 따지고 보면 현재 북한의 엄혹한 처지도 오랜 폐쇄체제로 인한 자업자득이 아닌가. 즉, 작금의 고립과 궁핍은 북측이 자유민주주의와 대외 개방에 기반한 시장경제라는 인류문명사의 큰 흐름을 외면해 온 결과라는 평가다. 그러지 않곤 분단 직후 산업기반과 자원 등 여건이 나았던 북측이 남쪽에 뒤처진 까닭을 설명할 길이 없지 않은가. ‘북한의 세계화’가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될 이유다. 그런데도, 최근 전해지는 동향은 여간 안타깝지 않다. 북한당국은 조금씩 싹을 틔워 가던 시장경제의 모종밭을 지난 연말 화폐개혁으로 갈아엎었다. 개방 노선을 거스르는 수구적 행태였다. 더군다나 휴대전화 소지자에 대한 대대적 단속에 들어갔다는 보도에서 보듯이 북한지도부는 ‘우리민족끼리’와 대외 개방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길게 보아 개혁과 개방은 세계사의 대세가 아닐까. 북한지도부가 이에 순응하는 일이야말로 외길 수순이다. 북한주민들의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그치게 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북한체제 자체의 존속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한·일 100년 대기획] 분단 떠안은 광복… 날선 이념대립이 전쟁 불러

    조국의 해방은 절실했고, 침략적 제국주의는 대를 이었다. 이념으로 재편된 국제 정세는 조국을 더 깊은 소용돌이 속으로 떠밀었다. 제국 간의 다툼과 이해관계의 공존 속에서 한민족의 평화에 대한 갈망은 깊어만 갈 뿐 아니라 요원하기까지 했다. 1945년 8월15일 오전 종로 거리 등 서울 곳곳에는 ‘정오에 중대한 방송이 있으니 국민들은 반드시 들어라.’라는 내용의 방이 붙었다. 그리고 낮 12시. 라디오 앞에 모여든 흰 옷 입은 백성들은 지직거리는 기계음 속에서 일왕 히로히토의 항복선언, 즉 무조건적 항복을 요구하는 포츠담 선언을 받아들인다는 느릿하고 기운 없는 목소리를 들었다. 훗날 시인 서정주가 자신의 친일 행위에 대한 변명처럼 “못 가도 100년은 가리라고 생각했던” 일본은 그렇게 패망했다. 8월6일과 9일 사흘 간격으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 두 발은 수십만명의 일본 국민을 죽음에 이르게 했고, 일본의 전의를 완전히 상실하게 했다. ‘각의’, ‘황족회의’, ‘어전회의’ 등을 거친 끝에 일왕은 직접 무조건 항복을 결정했다. 그리고 14일 밤 11시40분 항복선언 발표를 녹음했다. ●질곡의 씨앗이 된 비(非) 자주적 독립 광복(光復)이었다. 식민의 설움을 겪던 백성들은 라디오 방송을 들은 8월15일 그날은 감격을 애써 억눌렀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부터 일제히 광장으로, 거리로, 골목으로 쏟아져 나와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를 부르고, 환호성을 지르며 해방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러나 일말의 불안감은 있었다. 일본의 항복과 조선의 독립에 ‘스스로’ ‘자주’가 빠져 있었다. 충칭 임시정부의 결정으로 광복군특공대가 1년 남짓 동안 준비해왔던 국내 진공작전을 불과 며칠 앞두고 자력이 아닌 상태로 일본의 항복이 나왔다는 점에서 독립은 ‘비자주적’인 측면이 강했다. 중국 시안(西安)에서 훈련하다가 일본의 항복선언을 듣고 무산된 계획에 오히려 땅을 치며 통곡한 특공대원들의 모습은 한반도에 드리워진 또 다른 불안한 미래를 상징했다. 일본의 항복 소식을 접한 김구는 “이번 전쟁에 우리가 한 일이 없기 때문에 국제적 발언권이 약해질 것이다.”라고 예견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한반도의 운명은 미국과 소련 등 강대국들의 손에 맡겨지게 됐다. 오로지 평화와 독립만을 간절히 바랐던 한반도의 백성들은 순진했고, 침략의 이해관계와 앙상한 이념의 대립을 앞세운 제국주의에게 약소국 백성들의 순수한 열정은 안중에 없었다. 갇힌 독립투사들의 석방, 강제 징용·징병으로 끌려간 청년들의 귀환, 임시정부가 아닌 제대로 된 민주공화국의 수립 등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오히려 분단(分斷)이라는 업보만 덤으로 떠안겨졌다. 강대국들의 협상 결과 아프리카 대륙의 여느 나라들처럼 한반도에도 뜬금없는 38선이 직선으로 그어졌고, 그해 9월 남쪽에는 미 군정이, 북쪽에는 8월 말 소련의 군정이 들어섰다. 1948년 8월 비록 단독 정부였지만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될 때까지 모양과 주체만 바뀌었을 뿐 사실상 식민의 시간은 연장됐다. ●남북으로 갈라져 연장된 식민통치 국제연합(UN)은 공식적으로 남북 총선거를 결의했다. 그러나 1948년 1월 UN 한국위원단의 입북을 소련이 거부하면서 UN은 2월 남한에서만이라도 선거를 실시하도록 다시 결의했다. 김구·김규식 등 단독 선거, 단독 정부를 반대한 정치인들의 마음은 조급해졌다. UN 한국위원회에 남북협상을 제안하고, 북쪽에도 남북 요인회담을 제안했다. 그 결과 그해 4월19일 김구와 김규식은 삼팔선을 베고 쓰러지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방북을 감행하고 남북 제 정당·사회단체대표자 연석회의, 남북요인 15인회담, 이른바 ‘4김’(김구, 김규식, 김일성, 김두봉) 회담 등을 진행했다. 그러나 남과 북이 각각 단독정부를 수립하며 이러한 안간힘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날 선 이념의 대립으로 민족이 서로 적대하는 속에서 한국 전쟁의 발발은 필연이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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