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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분석] 北의 파격… 대화국면 선점·체제안정 과시

    [뉴스 분석] 北의 파격… 대화국면 선점·체제안정 과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체제를 호위하는 최고위급 실세들이 10·4 선언 7주년인 지난 4일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을 명분으로 방한한 것은 ‘파격’으로 평가된다.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자 권력 2인자로 주목받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정은 체제의 주축인 최룡해 국가체육지도위원장 겸 당비서, 대남 총책인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겸 당비서 등 북한 최고지도자의 핵심 측근 3명이 평양을 비운 채 공개적으로 한국에 온 건 분단 이후 처음이다.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발표를 앞두고 같은 해 5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면담한 박성철 부수상은 밀사 자격의 방문이었다. 지난해 12월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2002년 10월 경제시찰단 자격으로 방한한 것과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장례식 조문단으로 방문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면담한 김양건 비서의 사례가 있지만 이번 방한과는 위상 차이가 난다. 남북이 최근까지 한·미연합 군사훈련과 대북 전단 살포 등 한반도 내부를 넘어 유엔총회 무대에서도 인권 문제로 충돌하며 대결 국면을 지속했다는 점에서 실세 3인방의 방문은 남북 간 대화 국면 전환의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 ‘깜짝 방문’으로 남북 관계의 반전을 가져올 주도권은 자신들이 쥐고 있다는 인상을 심었다. 최고지도자의 ‘건강 이상설’을 차단하고 체제 안정과 아시안게임 선전을 김정은 업적으로 과시하는 계기로도 활용했다. 아울러 북미·북중 관계 등 대외 관계의 판을 자극하는 부수적 효과도 거뒀다는 평가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12시간을 상정해 사전 계획한 실무 방문이었다는 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예방을 거절했고 ‘김정은 친서’가 부재했다는 점에서 대내외 이미지 개선, 즉 ‘프로파간다 효과’에 무게를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군부를 대표하는 총정치국장의 첫 방한은 그 자체로 남북 대결 국면에서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지만 이러한 파격적 이벤트에 비해 북한이 내놓은 카드는 우리 측이 지난 8월 제안한 2차 고위급 접촉 수용뿐이라는 점에서다. 황 총정치국장이 좌측 가슴에 한·미에 대한 군사적 승리를 상징하는 ‘약장’(군복의 훈장 표식)을 달고 북한군 차수 계급의 군복을 입은 채 우리 측 최고위 인사인 정홍원 국무총리와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과 만난 건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황 총정치국장이 우리 측에 표현한 대로 남북 관계의 ‘좁은 오솔길’이 ‘대통로’로 넓혀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향후 남북 관계와 북·미, 북·중 관계의 꼬인 실타래를 풀어 가는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이어 갈지 일회성 깜짝쇼로 끝낼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교황·무퀘게·스노든… 노벨평화상 유력 후보

    교황·무퀘게·스노든… 노벨평화상 유력 후보

    교황궁 대신 게스트 하우스를, 벤츠 대신 중형차 포커스를, 프라다 대신 낡은 싸구려 구두를 애용하는 남자. 동성애자에겐 “내가 뭔데 당신을 심판할 수 있겠는가”라고 어루만지면서도 마피아에겐 단호히 “파문”을 선언한 남자. 세월호와 분단의 아픔까지도 함께했던 남자. 진정성 어린 행보로 즉위 1년 반 만에 전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프란치스코(위·77) 교황이 올해 노벨평화상의 유력한 후보에 올랐다. 3일 AFP통신에 따르면 노벨평화상위원회는 오는 10일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홈페이지를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콩고의 드니 무퀘게(아래·56) 박사, 반기문(70) 유엔 사무총장, 전직 미국 국가안보국(NS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31)을 포함해 개인 231명과 단체 47곳을 올해의 후보로 공개했다. 온라인 베팅업체 윌리엄힐과 패디파워는 이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을 수상 1순위로 점쳤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교황은 특히 빈곤 퇴치와 경제 불평등 해소 등에 앞장선 공로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베팅업체들이 2순위로 꼽는 후보는 무퀘게다. 의사인 그는 1999년부터 콩고 동부에서 병원을 운영하며 내전 중 성폭행을 당한 수많은 피해 여성들을 치료해 왔다. 2008년 ‘올해의 아프리카인’, 2013년 미국 트레인재단의 ‘용기 있는 시민상’ 등을 수상했다. 정부기관의 무차별적 정보 수집 실태를 폭로한 스노든도 눈여겨볼 후보다. 인간의 기본권과 자유 옹호에 힘썼다는 여론이 적잖다. 파키스탄에서 여성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다 탈레반의 총에 머리를 저격당해 목숨을 잃을 뻔했던 10대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17)도 지난해에 이어 이름을 올렸다. 단체 가운데 러시아 반정부 성향 언론 ‘노바야가제타’도 주목할 만한 후보로 꼽힌다. 한편 올해 노벨상은 6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7일 물리학상, 8일 화학상, 10일 평화상, 13일 경제학상 순으로 발표된다. 문학상은 관례에 따라 일정이 미리 공개되지 않았지만 9일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신인균의 밀리터리 르포] K-2흑표전차와 기동군단

    [신인균의 밀리터리 르포] K-2흑표전차와 기동군단

    1. K-2전차의 능력 K-2흑표전차가 드디어 공개되었다. 먼저 13대가 실전배치 되었고, 그 부대는 한국군 최강의 부대인 20사단. 그 중에서도 12전차대대인데 12전차대대는 K1A1전차도 최초로 실전배치 했던 부대다. 포탄자동장전장치를 장착하여 승무원이 3명으로 줄어든 K-2전차는 병력수급에 애로를 겪고 있는 육군의 사정과도 부합하고, 1500마력의 강력한 엔진은 3.5세대 전차의 표준처럼 적용되고 있다. 가격은 82억원. K-2전차는 55구경장 120mm 주포를 채택하여 기존 K1A1전차의 44구경장 120mm 주포에 비해 관통력이 100mm 이상 증대되었다. 전차의 전면과 옆부분, 상부부분 등 승무원이 탑승하는 공간은 전부 230개의 반응장갑을 골고루장착하여 방어력과 생존력도 뛰어나다. 또 K-2전차의 가장 큰 특징은 적 대전차미사일에 대한 회피능력과 요격능력이다. 이를 소프트킬과 하드킬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먼저 소프트킬은 적의 대전차미사일이 날아오면 알미늄조각이 포함된 연막을 발사하여 미사일의 탐지장치를 혼돈시킨 후 신속하게 이탈하여 미사일을 피하는 것이다. 하드킬은 적 미사일이 탐지되면 요격체계를 발사하여 미사일을 격추시켜 버리는 능동적인 방어장치이다. 가격이 약 1억5천만원 정도 되는데, 아직 K-2전차에 장착 되지 않았고, 예산상의 문제와 성공확률 때문에 군당국에서는 적용을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하드킬 장치를 선호하는 사람은 1억5천만원 투자하면 82억짜리 전차를 최소 2번은 적의 미사일로부터 보호하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반면에 하드킬 무용론자는 하드킬과 소프트킬을 동시에 사용할 수 없는데, 성공확률 80%에 불과한 하드킬을 믿고 적 미사일이 날아오는데 소프트킬을 작동하며 피하지 않고 가만히 서서 요격체계를 작동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반론을 한다. 하드킬의 성공확률이 80% 정도라면 두가지 모두 일리 있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하드킬의 성공확률을 90%이상으로 올린 후 장착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또 하나의 큰 특징은 4.1m 깊이의 물을 단 20분의 개조시간만 거치면 공병의 도움 없이 건널 수 있는 것이다. 동축기관총 등 2군데 구멍만 막고, 스노클 장비만 장착하면 바로 도하 할 수 있다. K1A1전차는 이론적으로는 2시간 작업 후 2m 의 강을 건널 수 있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공병의 도움 없이는 강을 건널 수 없다. 통일을 하려면 4개의 강을 건너야 한다. 바로 임진강, 예성강, 대동강, 청천강이다. 다리가 끊어졌을 이 강 앞에서 얼마나 시간을 지체하느냐에 따라 북한이 전열을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을 주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K-2전차와 K-21전투장갑차의 자력 도하능력은 북한에게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다. 헬기도 격추 시킬 수 있다. K-2전차는 24도 각도로 전방사격 할 수 있고, 따로 특수한 포탄(580만원)을 만들어서 헬기를 향해 공격 할 수 있다. 이 24도 고각사격을 통해 산 뒤에 숨어있는 적 전차부대를 향해 곡사사격으로 적전차의 상부장갑을 공격할 수도 있다(사정거리 5km). 원래 이런 임무는 박격포나 후방에서 지원하는 포병의 도움을 받아야만 할 수 있는 일인데, K-2전차는 적전차의 매복을 곡사사격으로 제압해 버리는 무서운 기능이 있으니 전차전의 패러다임을 바꿀 능력이라 할 수도 있겠다. 2. 한국군의 새로운 전차편제와 기동군단 한국 육군은 소대 하나당 3대의 전차가 있고, 3개의 소대가 모인 중대는 중대장 전차 합해서 10대, 3개의 중대가 모인 대대는 대대장 전차와 엄호차 합해서 32대이다. 국방개혁을 통해 육군은 소대당 4대의 전차체제로 바뀌게 된다. 다만 3개의 소대가 중대를 이루고, 3개의 중대가 대대를 이루는 것은 같다. 이렇게 되면 하나의 대대에 전차가 41대가 되며, 기계화사단 전체로 보면 기존은 140여대의 전차가 있지만, 이제는 180여대 편제로 바뀌게 되어 사단 하나 당 전차가 40여대 늘어나게 된다. 대대 하나 이상이 더 늘어나게 되는 엄청난 전력증강이다. 기존 전차전은 전차 하나가 엄호하며 초월공격 하는 등 단차별 전투였는데, 이렇게 4대가 하나의 소대를 이루면 소대는 다시 2대씩의 편대를 만들어서 합동전투를 할 수 있게 되어서 훨씬 강력하고 안전한 기동을 할 수 있다. 기존 기동7군단에는 20사단과 수기사 등 2개의 사단 뿐이었는데, 앞으로는 여기에 8사단을 더해서 3개의 사단으로 기동군단을 구성할 것이다. 이런 상황으로 볼때 20사단을 K-2전차로 완편하고, 20사단의 K1A1 전차를 8사단에 물려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K-2전차는 200대 생산계획이다. 육군은 최초에 800대 정도 희망했으나, 예산상의 문제로 200대로 줄어든 상태다. 사단 편제의 변경으로 사단 하나에 180여대의 K-2전차가 보급되고 나머지는 기갑학교에 교육용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기동군단의 임무는 북한의 전면남침이 있을 시에 전방부대들이 적 전연부대를 막아낸 후 역습작전에 들어가는 부대다. 평양을 충격하여 평방사의 전력을 약화시킨 후 영변까지 진격하여 중국보다 먼저 핵 물질을 확보해야 한다. 또 중국군이 북한으로 들어오는 것을 최대한 북쪽에서 막아내야 한다. 그래야 북한 정권 멸망 후 북한 영토를 또 분단하는 비극을 막을 수 있다. 이런 민족적, 역사적으로 큰 역할을 해야 하는 부대가 7군단인데, K-2전차가 20사단에만 배치되고 수기사와 8사단에는 배치되지 않는다면, 북한군 입장에서는 당연히 20사단을 주공으로 생각하고 20사단에 대해 방어력을 집중 할 것이다. 반면에 수기사와 8사단도 K-2전차를 완편하게 되면 북한 입장에서 3개의 사단 중 어디가 주력인지 알 수 없어서 방어력이 분산 될 것이고, 우리 합참도 상황에 따라 3개의 부대 중 선택적으로 주공과 조공 임무를 주어서 훨씬 유연한 전쟁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K-2전차를 3개 사단에 완편하는 것이 북한영토를 다시 분단하지 않는 ‘하나된 통일’의 필요조건인 것이다. 또 있다. 우리 군은 미육군 2사단과 연합사단을 만들어서 우리 기계화여단 하나를 보내기로 했다. 그 부대는 전차대대 1개와 기계화보병대대 2개로 이루어진다. 미 2사단의 M1A2전차와 연합전투를 할 그 부대에도 당연히 K-2전차를 줘야한다. 3개사단에 완편하고 한미연합사단에 배치하며 기갑학교 교육용으로 하려면 최소 620여대의 K-2전차가 필요하다. 예산부족이라 말하기에는 기동7군단의 작전성공이 우리 민족의 역사에 미칠 영향이 너무나 크기에 K-2전차 620여대 생산에 예산부족 이야기를 해서는 안된다. 글·사진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kdn0404@yahoo.co.kr
  • 오늘날 세계 체제를 만든 유럽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오늘날 세계 체제를 만든 유럽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유럽/브랜든 심스 지음 곽영완 옮김/애플미디어/508쪽(1권), 604쪽(2권)/권당 2만 6000원 오늘날 세계의 정치, 경제, 군사, 외교는 물론 주거, 복식에 이르기까지 사회 대부분의 체제와 양식은 유럽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분단 체제가 60년 이상 고착화된 한반도의 역사적 상황 역시 2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에서 시작된 냉전이 한반도에서 재현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세계의 헤게모니를 미국과 중국에게 넘겨줬지만 여전히 수많은 선진국들이 모여 있는 지역으로 인식되는 곳. 오늘날의 유럽이 탄생하기까지 이 지역의 역사는 말 그대로 토마스 홉스의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 할 수 있다. 중국보다 약간 큰 땅덩어리(러시아 제외) 안에 현재 40여개가 넘는 국가가 존재하고 과거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나라들이 생존 투쟁을 벌이며 명멸했다. 살아남기 위해 더 나은 제도, 기술 등을 가다듬어야 했고 수많은 전쟁과 외교 정책을 펼치며 발전했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 역사학과 교수이자 국제학 센터 관장인 브랜든 심스는 최근작 ‘유럽’에서 근세 이후 오늘날까지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은 물론 미국의 형성 과정에서 벌어진 분쟁과 갈등을 패권 투쟁의 관점에서 다루며 이슬람권과의 관계 등 오늘날의 전 세계적인 관심사 또한 조망하고 있다. ‘1453년부터 현재까지 패권 투쟁의 역사’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나폴레옹, 비스마르크, 히틀러, 처칠, 루스벨트 등 역사 속 주요 인물들을 소개한다. 유럽이 세계를 장악하는 과정은 물론 세계 패권을 둘러싼 유럽과 미·소의 대결, 그리고 유럽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방, 국제관계에 이르기까지 세계 체제의 형성 과정을 파악하기 위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내용들을 전해준다. 한국어판은 두 권으로 나뉘어 출간됐다. 1권은 1453년 오스만에 의한 콘스탄티노플 함락부터 백년전쟁 종식 이후 나폴레옹의 패전으로 인한 빈 체제까지, 2권은 비스마르크에 의한 통일 독일의 등장 이후 현재까지의 역사를 담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세월호’이후 연극계 변화의 바람… 시대 아픔을 보듬다

    ‘세월호’이후 연극계 변화의 바람… 시대 아픔을 보듬다

    “유쾌한 공연들이 너무 많습니다. 물론 사는 게 힘든데 연극을 통해 더 힘든 이야기를 보겠냐 하실 수도 있죠. 하지만 유쾌한 이야기들이 돈이 되니 진지하고 무거운, 돈 안 되는 작품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박장렬 서울연극협회 회장은 그가 연출한 연극 ‘이혈’을 처음 공개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일갈했다. 연극계에 상업화의 파도가 몰아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세월호’ 이후 시대와 사회를 성찰하는 연극에 대한 요구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난 28일 막을 내린 연극 ‘먼 데서 오는 여자’는 입소문만으로 관객이 몰려 60여석 소극장에 보조석까지 마련됐다. 한 노부부가 지난 세월을 돌이키며 나누는 대화 속에 한국전쟁과 산업화, 대구지하철 참사까지 현대사의 아픈 상처가 겹겹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와 비수기로 침체를 겪었던 연극계가 사회의 아픔을 보듬고 나섰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남북 분단, 산업화와 도시 빈민, 노사갈등까지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정면으로 들여다보는 연극들이 올가을 줄줄이 관객들을 찾아온다. 지난 26일 개막한 ‘이혈(異血):21세기 살인자’(다음달 19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술공간 SM)와 18일 개막한 ‘빨간시’(다음달 5일까지 대학로 선돌극장, 다음달 9~26일 대학로 뮤디스홀)는 위안부 피해의 아픔을 반복되는 비극의 악순환 속에서 조명한다. ‘이혈’의 주인공인 만화가 강준은 자신을 ‘괴물’로 묘사한 유작을 남긴 채 자살하는데, 그의 가족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치유되지 못한 위안부 피해의 상처가 있다. 박장렬 연출은 “인류의 역사에 비극이 되풀이되는 근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빨간시’는 여배우 성상납 문제와 위안부 피해와의 연결고리를 찾는다. 성상납을 강요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배우 사건을 목도했던 한 일간지 기자가 저승에서 일제강점기 위안부로 끌려갔던 할머니의 삶과 마주한다. 그가 기억하는 아픈 사건들은 여성에 대한 조직적인 폭력이라는 점에서 동일 선상에 놓인다. 2011년 초연 후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세 번째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 극단 작은신화의 ‘우리연극만들기’ 프로젝트에서 선정돼 초연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창신동’(다음달 4~19일 대학로 정보소극장)도 다시 찾아온다. 영세한 봉제가게가 빼곡한 창신동을 배경으로, 가난을 대물림해 온 도시 빈민들의 팍팍한 삶을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그린다. 단칸방에 살며 희생에 익숙한 삶을 사는 주인공 연주와 그에게 집착하며 폭력을 휘두르는 배다른 오빠, 그의 몸을 탐하는 동네 남자들까지 한국 사회의 불편한 민낯을 가감없이 보여주지만 삶은 계속된다는 희망의 여운을 남긴다. ‘창신동’의 박찬규 작가와 김수희 연출은 ‘공장’(다음달 2~11일 서울 중구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도 호흡을 맞춘다. 원청·하청 간의 차별이 가져오는 노사갈등과 노노갈등, 그 안에서 서로 연대하지 못하고 무기력해지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갈등을 극대화하기보다 노동자 개개인의 삶에 천착한 것이 작품의 특징으로 꼽힌다. 지난해 초연에서 호평을 받은 ‘이인실’(다음달 17~26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은 소극장에서 대극장으로 무대를 옮긴다. 병원 2인실을 함께 쓰다 뇌사상태에 빠진 탈북자 지룡의 비밀을 알고 이를 이용하려는 백수 남녀의 이야기로, 탐욕으로 뒤틀린 인간 본성과 탈북자의 시선에서 포착된 한국 사회의 이면을 꼬집는 블랙코미디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110개국 정상 앞에서 ‘北 인권’ 국제화… “근본 해결책은 통일”

    110개국 정상 앞에서 ‘北 인권’ 국제화… “근본 해결책은 통일”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통일과 북한의 인권 문제를 ‘국제화’시켰다. 110여개국 정상 및 최고지도자들 앞에서 통일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역할을 강조했으며 정식으로 도움을 호소했다.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 인권을 국제사회에서 공론화시켰다. 유엔총회 연설로서도 처음이다. 북한 대표가 앞줄에 앉아 이 연설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날 연설은 지난 3월 독일 드레스덴 연설의 후속편 성격을 띠고 있다. 15분여간 우리말로 진행한 연설의 상당 부분을 분단의 역사를 소개하고, 분단 극복을 위한 청사진을 확대해 제시하는 데 할애했다. 박 대통령은 69년 전 한민족은 광복을 맞이했지만 남북한으로 갈라져 하나의 주권국가로 유엔의 회원국이 될 수 없었고 1991년 남한과 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사실을 소개하면서 “같은 언어, 문화 그리고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남과 북이 유엔에서 2개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분명 비정상적인 일”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올해는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지 25년이 되는 해이지만, 한반도는 분단의 장벽에 가로막혀 수많은 이산가족이 그리움과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분단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데 세계가 함께 나서 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통일을 위한 남북 간 점진적 교류와 공생의 수단으로 제시한 ‘DMZ 세계생태평화공원’을 소개하고 이 공원의 조성 과정에 유엔이 앞장서 주길 부탁했다. 박 대통령은 “유엔 주도하에 남북한, 미국, 중국 등 전쟁 당사자들이 참여해 국제적인 규범과 가치를 존중하며 공원을 만든다면 그것은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통일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일된 한반도는 핵무기 없는 세계의 출발점이자 인권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며 안정 속에 협력하는 동북아를 구현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통일의 유용성과 필요성, 당위성 등을 역설했다. 박 대통령은 일본과의 역사 문제에 대해선 “전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어느 시대 어떤 지역을 막론하고 분명히 인권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위”라는 말로 비판했다. 또 “대한민국은 분쟁 지역에서 고난을 겪고 있는 여성과 아동들의 인도주의적 피해를 방지하는 데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런 취지에서 지난해 2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으로서 ‘분쟁하 민간인 보호에 대한 고위급 공개토의’를 개최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시켰고 ‘분쟁하 성폭력 방지 이니셔티브’의 대표 국가로도 참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북아 역내 문제에 대해서도 “현재 동북아시아도 역사와 영토, 해양 안보를 둘러싸고 역내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다른 지역과 달리 동북아에는 다자협의를 통해 이런 문제를 풀어 갈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로 문제의 심각성을 에둘러 제시했다. 그러면서 역내 국가 간 신뢰와 협력의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추진하고 있음을 설명하고 그 한 방편으로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원자력안전 협의체 구성’에 동참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국제사회에서의 역할 수행 의지도 천명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대외원조의 질적인 발전을 도모해 나갈 것”이라면서 “과거 농촌 빈곤 퇴치에 기여한 ‘새마을운동 모델’이 지구촌에 확산되도록 경험을 공유하는 노력도 지속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뉴욕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국제사회, 北 인권 필요한 조치 취해야”

    “국제사회, 北 인권 필요한 조치 취해야”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그 자체로 유엔의 설립 목표와 가치를 구현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분단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데 세계가 함께 나서 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69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요청하는 한편 “오늘날 국제사회가 큰 관심과 우려를 갖고 있는 인권 문제 중의 하나가 북한 인권”이라며 “국제사회는 탈북민의 인권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탈북민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목적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엔 해당 기구와 관련 국가들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3월 유엔 인권이사회가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상의 권고 사항을 채택한 만큼 북한과 국제사회는 COI 권고 사항 이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며, 조만간 유엔이 한국에 설치할 북한 인권사무소가 이런 노력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은 21세기 들어 핵실험을 감행한 유일한 국가이고,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국제 평화에 심각한 위협일 뿐만 아니라 핵비확산 체제의 근간인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면서 북한에 핵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리라고 촉구했다. 이어 “스스로 핵을 포기하고 개혁과 개방을 선택한 여러 나라처럼 경제 발전과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변화의 길로 나와야 하고, 그럴 경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경제 발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일본과의 역사 문제 등에 관해 직접적 비판을 가하진 않았으나 “전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어느 시대 어떤 지역을 막론하고 분명히 인권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위”라며 일본의 군 위안부에 대한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뉴욕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사고] 서울신문 수습 기자 및 경영직 사원 모집

    21세기 지식정보 시대에 언론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정보를 순환하는 혈액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념이나 분단, 계층이나 지역에 오염된 혈액이 흐른다면 우리 사회는 건강한 미래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서울신문의 혈액형은 O형입니다. A형에게도, B형에게도 피를 나눠 줄 수 있는 O형처럼 서울신문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정확하고, 공정하고, 공공성 있는 정보를 우리 사회에 서비스합니다. 이것이 110년 역사의 국내 최고(最古)신문인 서울신문이 우리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역할입니다. 서울신문이 수습사원을 모집합니다. 함께 시대를 고민하며 정론을 펼쳐 나갈 언론 지망생들과 미디어 경영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할 분들의 많은 지원을 바랍니다. ■서류접수 2014년 9월 16일(화)~ 9월 30일(화) 오후 6시 ■1차 합격자 발표 2014년 10월 15일(수) 이후 본사 홈페이지 개인별 조회 ■2차 필기시험 10월 19일(일) ■문의사항 경영기획실 인사부(2000-9522~5, 이메일 : insa@seoul.co.kr)
  • 인천AG 기간 김정은 호칭 ‘귀측 윗분’으로 불러 달라

    인천아시아경기조직위원회는 대회에 참가한 북한 인사와 접촉 때 김정은을 ‘귀측 윗분’ 또는 ‘제1위원장 선생’으로 부르라고 관계자들에게 전달했다고 18일 밝혔다. 조직위는 “특히 남북 대결의식을 고취하는 주제를 언급하거나 체제와 관련된 논쟁을 지양해 달라”고 당부했다. 북한을 ‘북측’ ‘귀측’, 우리나라를 ‘남측’ ‘우리측’, 북한 인사들을 ‘○○○ 선생’으로 지칭하라고 요청했다. 북한은 ‘남한’ ‘북한’이란 명칭이 분단체계를 고착화시키려는 발상이라고 주장해 왔다. 2005년 인천아시아육상대회 때 우리 보도진이 북한 기자들에게 “북한에서 오셨느냐”고 하자 “북한이 뭐냐. 북측이라고 해야지”라며 반발한 바 있다. 조직위는 특히 북한 인사들이 달고 있는 김일성 부자 배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배지’라고 부르지 말라고 주문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유엔 총회서 남북 외교장관 대화 바람직”

    박근혜 대통령은 “다가오는 유엔 총회에서 북한과의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며 “(남북) 외교장관끼리 그런 문제를 갖고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그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고 17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박 대통령은 유엔 총회 기조연설 등을 위한 미국 뉴욕 방문을 앞두고 지난 16일 열린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기회가 된다면, 북한이 우리가 대화와 고위급 접촉을 제의한 데 대해 호응을 해 ‘대화를 하자’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와 관련,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이날 “박 대통령이 뉴욕에서 북한과 따로 접촉할 계획은 잡혀 있지 않지만, (여러 회의석상에서) 만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대화 가능성에 대해 “분단의 고통을 해소하고, 극복하고, 또 평화통일 준비를 위한 것이라면 저는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화를 위한 대화’보다도 진정성과 실천 의지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가 19일 방한해 박 대통령과 면담할 예정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이 17일 보도했다. 모리 전 총리는 박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오는 11월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박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 간 첫 정상회담 실현을 위해 아베 총리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사고] 서울신문 수습·경력기자 및 경영직 사원 모집

    [사고] 서울신문 수습·경력기자 및 경영직 사원 모집

    21세기 지식정보 시대에 언론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정보를 순환하는 혈액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념이나 분단, 계층이나 지역에 오염된 혈액이 흐른다면 우리 사회는 건강한 미래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서울신문의 혈액형은 O형입니다. A형에게도, B형에게도 피를 나눠 줄 수 있는 O형처럼 서울신문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정확하고, 공정하고, 공공성 있는 정보를 우리 사회에 서비스합니다. 이것이 110년 역사의 국내 최고(最古)신문인 서울신문이 우리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역할입니다. 서울신문이 수습 및 경력 사원을 모집합니다. 함께 시대를 고민하며 정론을 펼쳐 나갈 언론 지망생들과 미디어 경영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할 분들의 많은 지원을 바랍니다. ■제출서류 수습사원 ① 입사지원서 및 자기소개서(인터넷 접수 www.seoul.co.kr) ② 졸업(예정)증명서 1부 ③ 대학 전학년 성적증명서(전학년 평균성적이 백분율 점수로 표기된 것) 1부 ④ TOEIC 등 공인 어학 성적증명서 1부(2012. 09. 01이후 취득) ⑤ 국가유공자 및 그 가족은 취업보호대상증명서 1통 ※②~⑤는 3차 면접 시험전형 당일 제출 경력사원 ① 입사지원서 및 자기소개서(인터넷 접수 www.seoul.co.kr) ※자기소개서(경력 위주 기술) ② 편집 : 본인편집 지면 사본 / 취재 : 보도했던 기사 사본 ※A4 규격으로 10건 이내 사본제출, 파일 첨부 ■서류접수 수습:2014년 9월 16일(화)~ 9월 30일(화) 오후 6시 경력:2014년 9월 16일(화)~ 9월 22일(월) 오후 6시 ■1차 합격자 발표 수습:2014년 10월 15일(수) 이후 본사 홈페이지 개인별 조회 경력:2014년 9월 24일(수) 이후 개별 연락 ■수습 2차 필기시험 10월 19일(일) ■문의사항 경영기획실 인사부(2000-9522~5, 이메일 : insa@seoul.co.kr)
  • [이도운의 빅! 아이디어] 열린 길

    [이도운의 빅! 아이디어] 열린 길

    15일에 통일준비위원회 정종욱 부위원장과 언론 자문위원들의 간담회가 있었다. 정 부위원장은 통일준비위의 활동 방향을 설명하면서 현재 19개의 태스크포스(TF)가 가동 중이라고 소개했다. 예를 들어, 통일헌장 초안을 작성하는 TF, 북한 산림녹화 사업을 준비하는 TF, 정부기관 및 대학 등의 북한 관련 자료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드는 TF, 분단 70년 관련 행사를 기획하는 TF 등이다. 정 부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을 경제적 차원에서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비용이 들어도 새로운 경제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동감한다. 사람을 움직이는 진짜 힘은 정치적 명분이 아니라 경제적 이해관계다. 박 대통령은 또 “주변국들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역시 공감한다. 외교란 철저하게 국익을 실현해가는 과정이 아닌가. 박 대통령이 제시한 우리 경제의 새로운 발전 기회이며 주변국들에도 큰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나는 서슴없이 남북 간의 철도·도로 연결이라고 말하겠다. #남북철도는 대박이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이 중요한 이유는 수백 가지가 넘겠지만, 현재의 시점에서 중요한 몇 가지만 되짚어보자. 먼저, 남북철도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와 연결되면 반드시 북한의 ‘고속철도화’ 사업 얘기가 나올 것이다. 우리나라의 KTX뿐만 아니라 일본의 신칸센(新幹線), 중국의 까오티엔(高鐵), 더 나아가 프랑스의 TGV, 독일의 ICE 사업자들까지 군침을 흘릴 만하다. 또 남북철도가 유럽까지 이어지면 일본에서는 한반도와 연결하는 해저 터널을 건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이다. 한·일관계를 한 차원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와 함께 에너지 사업에도 큰 기회가 열린다. 러시아~북한~남한을 잇는 가스관 건설은 물론이고, 동북아 국가 간에 전력선을 연결하자는 ‘슈퍼 그리드’ 구상도 북한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가시화될 수 있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은 빠른 시일 내에, 말하자면 박근혜 정부 임기 내에도 가시적인 성과를 볼 수 있는 프로젝트다. 2002년 9월 18일에 경의선, 동해선의 철도·도로 연결 동시 착공식이 열렸다. 그 결과 남북 간의 도로는 이미 연결됐고, 철도도 남북 간 궤도 부설이 끝났다. 역사와 신호·통신·전력계통 등 열차운행을 위한 기본 시설도 거의 갖춰져 있다. #북한 핵에 괄호를 칠 수는 없어도 남북 간 철도·도로가 연결되려면, 물론 남북 당국 간의 본격적인 협의가 진행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남북관계는 꽉 막혀 있다. 남북을 잇는 길은 하나밖에 없고, 거기에 핵 문제라는 큰 돌이 놓여 있는 듯하다. 철학자들은 사유의 과정에서 당장 풀어낼 수 없는 난제가 나타나면 일단 괄호 속에 묶어두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곤 한다. 북한 핵이 엄연하게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데, 거기에 괄호를 쳐놓고 경제협력 문제로 넘어가자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럼 어떤 방법이 있을까. 현 정부 외교정책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해결책을 단일화하는 것이다. 남북관계는 북한의 핵 문제 해결을 위한 가시적인 조치, 한·일관계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성의 표시라는 전제조건을 단일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해결에는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남북문제도 핵 문제 해결이라는 외길 옆에 경제협력의 길, 인도적인 지원이라는 길이라는 또 다른 길을 함께 만들 수 있다. 세계지도를 보자. 한국과 중국, 일본 세 나라의 GDP가 북미, 유럽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21세기 세계의 중심은 동북아시아고, 동북아의 중심은 한반도다. 그 가운데서도 북한은 동북아의 지정학적 위기와 지경학적 기회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한의 길을 여는 것은 동북아의 안보 위기를 해소하고 투자 기회를 확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걸 실현해 낼 수 있다면, 박 대통령은 퇴임할 때 우리 국민은 물론 지구촌 전체로부터 큰 박수를 받을 것이다. 편집국 부국장
  • [사고] 서울신문 수습·경력기자 및 경영직 사원 모집

    [사고] 서울신문 수습·경력기자 및 경영직 사원 모집

    21세기 지식정보 시대에 언론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정보를 순환하는 혈액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념이나 분단, 계층이나 지역에 오염된 혈액이 흐른다면 우리 사회는 건강한 미래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서울신문의 혈액형은 O형입니다. A형에게도, B형에게도 피를 나눠 줄 수 있는 O형처럼 서울신문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정확하고, 공정하고, 공공성 있는 정보를 우리사회에 서비스합니다. 이것이 110년 역사의 국내 최고(最古)신문인 서울신문이 우리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역할입니다. 서울신문이 수습 및 경력 사원을 모집합니다. 함께 시대를 고민하며 정론을 펼쳐 나갈 언론 지망생들과 미디어 경영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할 분들의 많은 지원을 바랍니다. ■서류접수 수습:2014년 9월 16일(화)~ 9월 30일(화) 오후 6시 경력:2014년 9월 16일(화)~ 9월 22일(월) 오후 6시 ■1차 합격자 발표 수습:2014년 10월 15일(수) 이후 본사 홈페이지 개인별 조회 경력:2014년 9월 24일(수) 이후 개별 연락 ■수습 2차 필기시험 10월 19일(일) ■문의사항 경영기획실 인사부(2000-9522~5) (이메일:insa@seoul.co.kr)
  • [권위자에게 듣는 판례 재구성] 국가보안법 찬양·고무죄 등 한정합헌 결정

    판례의 재구성 16회에서는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의 찬양·고무 등의 죄에 대해 1990년 4월 2일 헌법재판소가 내린 한정합헌 결정(89헌가113)을 소개한다. 헌재 결정의 의미와 해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국가보안법의 연관성에 대해 헌법 분야의 권위자인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부터 듣는다. 1948년 12월 제정된 국가보안법은 남북분단 상황에서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됐다. 국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해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다는 입법목적과 달리 쓰이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3년까지 법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등 과거 시국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판결은 462건에 달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는 반국가단체의 구성, 자진지원·금품수수, 잠입·탈출, 찬양·고무, 회합·통신, 편의제공, 불고지, 특수직무유기, 무고·날조 등이 포함된다. 이를 놓고 헌법상 표현의 자유 침해 등 초헌법적인 법이라는 지적과 남북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한 법이라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1990년 4월 2일 국가보안법에 대한 위헌심판 사건에서 한정합헌 결정(89헌가113)을 내렸다. 한정합헌은 법률조항이 헌법에 완전 위배하지는 않으나 부분적으로 위배되면 헌법에 합치되는 방향으로 해석해 위헌판결을 피하는 것이다. 헌재는 당시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찬양·고무, 이적표현물 소지 등)에 대해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주는 경우에 한해 적용된다고 해석한다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 결정문에서 “찬양·고무죄의 경우 북한 어린이에게 노래를 잘한다고 말을 하는 경우에도 죄 구성요건에 해당될 여지가 있고, 북한의 주장과 일치하기만 하면 내용이나 발언·발표 동기를 불문하고 모두 처벌받을 위험을 띠고 있다”며 “구성원, 활동, 동조, 기타의 방법, 이롭게 한 등 다섯 군데의 용어가 지나치게 다의적이고 적용 범위가 광범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헌법상 언론·출판의 자유, 학문·예술의 자유를 위축시킬 염려가 있고, 법운영 당국에 의한 자의적 집행을 허용할 소지가 생긴다”며 “처벌범위의 광범위성 때문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정착의 노력과 통일정책에 지장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헌재는 “대한민국 독립을 위협·침해하고 영토를 침략하며 헌법과 법률의 기능 및 헌법기관을 파괴 마비시키는 것으로 외형적인 적화공작 등”이라고 국가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라고 봤다. 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해행위에 대해 “기본적 인권 존중, 권력분립, 의회제도,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 사법권의 독립 등 내부체재를 파괴, 변혁시키려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따라 국가보안법은 국가 존립과 안전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이를 확대해석해거나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부당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반면 당시 변정수 재판관은 “막연하고 불명확해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고, 반국가단체에 이로울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표현행위를 제한하고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명백한 위헌법률”이라고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북한에 이로운 것은 대한민국에 해롭다는 적대관계 논리를 강요해 헌법의 평화통일 조항에 정면으로 위반된다”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준다는 표현도 애매모호한데다 법률을 제한해석해 합헌결정을 내린다 해도 위헌성이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헌재 결정 이후 국가보안법 개정이 이루어져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라는 문구가 법 조항에 새로 삽입됐다. 이후 헌재는 국가보안법에 대해 줄곧 합헌 결정을 내리고 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독일 통일 21년 지나서 징병제 폐기… 러시아 2020년까지 90% 모병 목표

    징병제 국가가 모병제를 채택하게 된 계기는 현존하는 군사적 위협과 군 임무의 성격이 변화했고 병역의무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이 심화됐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유럽의 경우 프랑스가 1996년, 이탈리아는 2005년, 독일은 2011년에 징병제를 폐지했다. 유럽 통합이 가속화되면서 영토 분쟁으로 인한 전면전의 가능성이 적어 국방예산과 병력 규모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처럼 분단을 겪고 징병제의 전통을 유지해 온 독일은 22만여명의 병력을 18만 5000명으로 줄이기로 하고 오랜 기간 준비를 거쳐 2011년부터 모병제로 전환했다. 징병제는 긴급 상황이 생길 경우 부활하기로 했다. 독일은 징병제를 중단하기 직전인 2011년 1월까지 군 복무 기간을 6개월까지 단축시켰으며 전체 병력 가운데 전문성 있는 부사관의 비중을 47%로 높여 왔다. 독일 정부는 젊은이들이 군에 관심을 갖도록 다양한 유인책도 마련했다. 병사 월급(의료보험·수당 포함)을 기존 378유로(약 58만원)에서 1000유로(약 154만원)로 높였고 군에서 60여종의 직업 훈련을 실시해 전역 후 대학, 사회 진출을 돕겠다고 홍보했다. 하정열 한국안보통일연구원장은 “독일이 통일 이후 21년이 지난 다음에야 완전한 모병제로 전환한 것은 복무 기간이 짧아도 징병제를 유지하는 것이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냉전 종식에 따라 비대한 군의 규모를 줄여 온 러시아도 정예화를 목표로 2002년부터 모병제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징병제와 계약 모병제를 병행해 병사 48만명의 40% 정도를 모병제로 충원한다. 러시아군은 2020년까지 이를 9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타이완은 모병제 도입을 앞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2008년 현 마잉주 총통이 작지만 강한 군대를 만들겠다며 모병제를 내세워 승리한 뒤 2015년 모병제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2011년부터 기존 징병제와 모병제를 병행 운용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지원자가 연간 모집 목표 2만 8000명의 1.65%인 462명에 그쳐 지난해 9월 전면 전환 시기를 2017년으로 2년 연기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달리고 싶다, 원산 종착역까지

    달리고 싶다, 원산 종착역까지

    100년 전 서울~원산을 오가는 경원선 열차가 완전 개통됐다. 그러나 지금은 갈 수 없는 곳. 지난달 1일부터 운행을 시작한 ‘경원선 DMZ트레인’은 세계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땅, 비무장지대(DMZ)를 둘러볼 수 있는 유일한 열차다. 평화와 통일의 꿈을 싣고 서울역과 우리나라 최북단 역인 철원 백마고지역을 하루 한 차례 왕복 운행한다. ‘백마고지역이 종점이 아니라 원산으로 가는 경유지가 되는 날까지….’ 한 승객이 열차 안 게시판에 짧은 소망의 글을 남겼다. 5일 오전 9시 27분 서울역을 출발한 DMZ트레인 3량(136석)은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탑승객들로 북적였다. 열차가 운행된 지 한 달을 갓 넘었지만 벌써 입소문을 타고 주말에는 2~3주일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를 끄는 관광열차로 자리 잡았다. 경원선은 1914년 9월 16일 전 구간이 개통된 이래 DMZ에 가로막혀 운행이 중단될 때까지 분주히 서울과 원산을 오갔다. 일제가 북부지방 물자를 일본으로 반출하기 위해 만든 철도로, 용산~의정부~철원~평강~삼방관~원산까지 223㎞를 운행했다. 현재 남측 구간은 백마고지역에서 DMZ까지 16.2㎞, 북측 구간은 DMZ에서 평강까지 14.8㎞가 끊어진 상태다. 이 구간이 연결되면 기차를 타고 금강산은 물론 서울에서 최단거리로 시베리아횡단철도와 이어져 유럽까지 갈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서울역에는 오후 6시 35분에 돌아올 예정이다. 백마고지역까지 26세 이상 성인 편도 요금은 주중 1만 2400원, 주말 1만 2800원이다. 백마고지역은 민통선(남방한계선 바깥 남쪽으로 5~20㎞에 있는 민간인출입통제구역) 인근까지 운행하는 최북단 역이다. DMZ트레인은 열차 자체가 하나의 작은 박물관이다. 1호차에는 한국철도의 역사와 관련된 사진과 전시물, 2호차에는 DMZ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은 사진, 3호차에는 DMZ 관련 생태 사진이 각각 전시돼 있다. 2시간 남짓 달린 열차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고 쓰인 철도 중단점 팻말에 가로막혀 멈춰 섰다. 더 이상의 철로가 없다. 강원 철원군 대마리에 있는 백마고지역 역사 안에는 통일을 기원하는 소망 쪽지들이 가득했다. 원래 백마고지역은 철원에서 태어난 월북 작가 이태준의 이름을 따려 했지만 6·25전쟁의 상징인 백마고지 전투의 강렬한 이미지 때문에 결국 백마고지역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역 인근에는 전적지 기념비가 있다. 백마고지는 육군 9사단(백마부대)이 철원평야 북단의 요충지인 395고지에서 중공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인 곳이다. 점심식사를 마친 뒤 백마고지역에서 철원 안보관광 투어버스를 타고 ‘노동당사’ 건물에 도착했다. 노동당사 3층 건물은 철원의 흥망성쇠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건물. 원래 그 주변에 철원역과 은행, 곡물검사소, 상가 등이 즐비했지만 지금은 곳곳에 흔적만이 남아 있다. 1946년 지어진 노동당사는 공산정권에 협조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체포, 구금, 고문, 학살된 분단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노동당사 건물은 예전 ‘서태지와 아이들’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하기도 했었다. 옛 철원역은 직원이 80여명에 달하던 금강산선의 시발역이었다. 민통선으로 들어서 조금을 달리자 버스는 DMZ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3사단(백골부대) 멸공OP(군사관측소)에 도착했다. 민통선은 출입 인원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버스에 군인이 동행할 정도로 보안이 철저한 곳이다. 물론 사진촬영도 금지된다. 멸공OP에서는 부대 정훈장교의 설명과 함께 DMZ 안에 있는 한탄강과 민들레 들판을 비롯해 서방산, 오성산 등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북한의 선전마을도 볼 수 있다고 한다. 백골부대 OP에서 내려와 금강산선 흔적을 볼 수 있는 금강산 전철교량에 도착했다. 한탄강 계곡을 가로지르는 이 교량은 1926년 세워진 것으로 철원역에서 내금강까지 116.6㎞를 오가던 열차가 지나던 다리다. 철원역에서 내금강역까지 4시간 30분 정도 걸렸는데 연간 15만명 정도가 이용했다고 한다. 남방한계선 바로 앞에 있지만 민통선 내에서 유일하게 남쪽 방향으로만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버스는 경원선의 아픔을 볼 수 있는 철원 평화전망대에 도착했다. 궁예가 철원을 도읍으로 정한 뒤 만든 태봉국도성(궁예 도성)의 흔적을 볼 수 있다. 태봉국도성은 DMZ 안에 있었던 왕궁성으로, 외성 둘레가 12.5㎞에 이르는 거대한 도성이었다. 일제가 경원선 철도를 만들면서 우리 문화를 말살하기 위해 철로가 태봉국도성 안을 관통하도록 했다고 한다. 남방한계선과 맞닿은 곳에 복원돼 있는 경원선 간이역인 월정리역에 도착했다. 원래 DMZ 안에 있었는데 1988년 철원 안보관광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이곳으로 이전해 복원했다. 월정리역에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문구 아래 누워 있는 녹슨 객차의 잔해도 볼 수 있다. 이 객차는 6·25전쟁 당시 월정리역에 있다가 공중 폭격으로 파괴된 북한군 객차다. 4시간 30분 남짓한 짧은 ‘철원여행’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경원선의 흔적은 연천역에서도 볼 수 있다. 서울역으로 돌아가는 열차는 연천역에 16분간 정차를 하는데 연천역에 세워진 급수탑을 돌아봤다. 급수탑은 1914년 개통 당시부터 1967년까지 운행되던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경원선에는 중간 지점인 연천역에만 급수탑을 설치했는데 23m 높이의 원통형 급수탑과 콘크리트로 만든 상자형이 있다. 탑 외부에는 총탄 자국이 여기저기 남아 있다. 급수탑 아래에서는 열차 정차시간에 맞춰 잠시 동안만 지역 농산물을 판매하는 옥계마을 ‘빤짝장터’가 열렸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경원선이 원산을 넘어 중국과 유럽으로 넘어가는 그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글 사진 조현석 기자 hyun68@seoul.co.kr
  • 고향길 막힐 때 펼쳐봐요

    고향길 막힐 때 펼쳐봐요

    흥청거리며 눈을 즐겁게 해주는 영화와 TV 프로그램이 넘치는 추석 명절이다. 그게 아니라도 옛 동무, 친척들의 반가운 얼굴을 본다는 생각만으로도 충분히 설레고 즐겁다. 꽉 막힌 고속도로의 체증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이다. 여기에 책 한 권을 집어들면 어느새 고향인가 싶고, 또 어느새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요즘 서점 매대의 ‘짱’은 단연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요나스 요나손 지음, 열린책들 펴냄)이다. 100살 먹은 노인이 요양원을 탈출해 세계를 돌아다니며 스페인 내전의 프랑코 장군을 만나고, 마오쩌둥의 부인을 위기에서 구해주는가 하면, 스탈린을 만나 시베리아에서 노역하다가 북한으로 탈출해 김일성-김정일 부자를 만나는 등 현대사 곳곳의 주요 장면마다 황당하게 등장하고, 유쾌하게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요절복통의 내용들이 이어지지만, 인생의 의미를 되새기는 한편 곁에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 혹은 늙은 부모의 삶에 슬며시 따뜻한 연민의 시선을 보내게 만든다. 젊은 작가 김애란이 2011년 내놓아 당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던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창비 펴냄)은 영화 개봉에 힘입어 3년 만에 다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조로증에 걸린 열여섯 살 아름이의 눈에 비친 어린 부모의 삶은 고단하지만 측은하고 또 아름답다. 소설을 다 읽은 뒤 김애란의 애잔한 문장 속에 드러나는 엄마, 아빠가 영화 속 송혜교, 강동원의 모습과 어떻게 만나고 엇갈리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영화 ‘안녕, 헤이즐’의 원작인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존 그린 지음, 김지원 옮김, 북폴리오 펴냄) 역시 열여섯 살의 말기암환자가 인생의 마지막 즈음에서 만난 친구와 빛나는 사랑을 나눈다. 좀 더 진지하게 사회, 경제, 외교 문제에 관심을 가진 이라면 장하준, 김진명 등의 책을 읽을 만하다. 펴내는 족족 베스트셀러 윗자리를 차지해 온 김진명 작가의 ‘싸드’(새움 펴냄)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 편입을 둘러싼 한국과 미국의 외교 갈등을 그렸다. 작가 특유의 흥미진진한 문체로 풀었다. 한반도가 분단 상황임을,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서 대단히 곤란한 처지임을 어떤 논문, 보고서보다 은밀하면서도 논리적으로 매끈하게 다듬어냈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부키 펴냄)는 이미 ‘나쁜 사마리아인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등 베스트셀러 책을 펴낸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역작. 이번에는 경제학이 박제화된 학문이 아니라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더욱 쉬운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또 돌아온 김우중 전 대우회장의 ‘김우중과의 대화’(신장섭 지음, 북스코프 펴냄)도 눈길을 끌어모으고 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與에 퍼지는 5·24조치 해제론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내렸던 ‘5·24 대북 제재 조치’를 완화 또는 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권 내부에서 점점 번지고 있다. 경색된 남북 관계를 풀어내는 데 5·24 조치가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아시안게임에 북한 응원단이 참여하는 문제 하나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정부가 통일 준비를 제대로 하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라며 5·24 조치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어 “5·24 조치로 남북 이산가족이 아파하고 있고 기업에 엄청난 손실이 있으며 무엇보다 분단 고착화로 통일이 멀어져 엄청난 비용이 우리에게 와 닿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5·24 조치는 이제 시효가 지난 정책”이라며 “이제 우리의 평화적 힘을 여러 방법으로 북한 사회에 밀어 올려야 할 때다. (천안함 폭침) 당시의 응징 차원 정책을 지금도 고집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5·24 조치는 그냥 책의 한 페이지를 넘기듯 넘기고 새로운 종이에 새 정책을 쓰면 된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전제 조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새누리당 소속 유기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과 정부의 남북 고위급 접촉 제안 등에 비춰 볼 때 5·24 조치는 지금 효력을 상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여권 내 반대 목소리도 없지 않다. 강경 보수 세력은 여전히 대북 제재의 유지를 바라고 있어 새누리당으로선 이런 전통적 보수 지지층의 목소리를 외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세월호 이후 대한민국… ‘가만히 있으라’ 할까요

    세월호 이후 대한민국… ‘가만히 있으라’ 할까요

    “세월호 이슈는 ‘우리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라는 큰 질문을 던졌죠. 세월호를 기점으로 다들 다른 패러다임을 만들려고 하지만 그게 정확히 뭔지 모르겠습니다.” 계간 ‘창작과 비평’(창비)이 주관한 좌담회에서 30대 사회운동가 김성환씨는 넋두리를 늘어놨다. “삶 속에서 구체적인 변화들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선행돼야 하고 그것이 메시지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좌담에는 김씨 외에도 창비 편집자인 박주용, 청년 논객 박가분, 다큐멘터리 감독 조세영 등 20~30대 젊은이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그간 겪어 온 한국 사회의 적폐와 유산을 공유하며 동시에 스펙과 방황, ‘덕질’(무엇에 심취해 반복하는 활동)에 물든 젊은 날을 고백한다. 이런 고백은 세월호 선내에서 들려온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의 허망함에 대한 반발로 ‘우리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 세월호를 넘어서는 청년들’이라는 제목의 ‘대화’로 ‘창비’ 가을호에 실렸다. 비단 ‘창비’만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넉달이 넘어 다양한 학술·문학 계간지들이 가을호에서 특집과 좌담 형식을 빌려 세월호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단면을 집중 조명하며 동시에 ‘망각’과 ‘회피’라는 정치 논리와 유가족들에 대한 ‘혐오’가 판치는 한국 사회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우선 ‘창비’. ‘세월호 이후 한국 사회 무엇을 바꿀까’라는 주제로 포스트 세월호 논의로 범주를 넓혔다. 김종엽 한신대 교수는 기고문 ‘사회를 말하는 사회와 분단체제론’에서 ‘과로사회’ ‘잉여사회’ 등 흔히 ‘○○사회’로 표현되는 최근 유행 담론의 한계를 되짚는다. 김 교수는 “그런 사회론에 빠져든 이유는 우리가 함께 살고 싶은 사회는 어떤 것인가 하는 질문을 잃었기 때문”이라며 “혁신 동력 간 역동적 관계를 파악해 한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분단체제를 시야에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창비’는 이 밖에 ‘논단과 현장’에선 이동걸 동국대 초빙교수가 책임공무원제 도입 등 관료제 대수술을 제안하고,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전형적인 사례라며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 드러난 한국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계간 ‘문학동네’도 ‘4·16 세월호를 생각하다’라는 특집을 통해 작가와 연구자 7명이 세월호 이후 문학의 구실과 나아갈 바에 대해 털어놓은 뼈아픈 반성을 보여준다. 시인 진은영은 “감성정치들이 정당한 싸움을 마비시키지 못하도록, 고통받는 이들의 표상을 여러 방식으로 균열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썼다. 소설가 박민규, 정치학자 홍철기는 이 참사를 단순히 관피아, 해피아라는 프레임으로 축소하지 말고 그들이 아닌 우리에게 초점을 맞출 것을 제안한다. 아울러 계간 ‘진보평론’은 오창룡 고려대 연구교수 등이 쓴 6편의 글로 세월호 특집을 묶어 내놨다. 지난 7·30 재·보궐선거가 세월호 국면을 경제 위기와 경제 활성화라는 프레임으로 바꿨다며 근본적으로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분석과 인식의 전환을 촉구한다. 계간 ‘시대정신’도 ‘세월호 사태로 읽는 한국 사회’ 특집을 마련해 한국 사회의 취약점을 직업윤리, 공직윤리, 종교 자유, 언론 자유의 4개 주제로 짚어봤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판문점 ‘자유의 집’에 갤러리 개관…미공개 사진 전시

    판문점 ‘자유의 집’에 갤러리 개관…미공개 사진 전시

    통일부는 1일 판문점 우리측 지역에 있는 ‘자유의 집’에 사진 전시관인 판문점 갤러리를 개관했다고 밝혔다. 자유의 집 4층 약 200㎡ 공간에 들어선 판문점 갤러리는 3개 전시공간으로 구성됐으며, 남북회담·판문점 역사 등을 담은 사진 161점과 동영상 9점 등 총 192점의 자료가 전시됐다. 지난 5월부터 넉 달 동안 공사를 했으며 총 4억45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기존 정부 보유 자료 외에도 국가기록원, 대한적십자사, 군사정전위원회, 중립국감독위원회, 현대아산, 체코문화원 등의 도움을 받아 그동안 일반인이 볼 수 없었던 사진자료도 전시됐다고 통일부는 설명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판문점에서 열린 개관식에 참석, 기념사를 통해 “갤러리 개관을 계기로 판문점이 대결과 분단의 상징적 장소를 넘어 통일 미래를 꿈꾸고 통일을 준비하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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