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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보] 문 대통령, ‘n번방’ 사건에 “회원 전원조사 필요”

    [속보] 문 대통령, ‘n번방’ 사건에 “회원 전원조사 필요”

    텔레그램을 통해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 성 착취물을 제작·공유한 이른바 ‘n번방’ 사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도 나섰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이미 검거된 ‘박사’ 조모씨 등 운영진 외에도 ‘n번방’에 참여한 회원 전원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경찰이 이 사건을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고 철저히 수사해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먼저 아동·청소년 16명을 포함한 피해 여성들에게 “대통령으로서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n번방’ 사건을 향한 국민들의 정당한 분노에 공감한다는 뜻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영상물 삭제뿐만 아니라 법률·의료 상담 등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모든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n번방’ 사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가해자들의 행위는 한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잔인한 행위”라고 규정하며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순식간에 300만명 이상의 국민들이 서명에 동참한 것은 이러한 악성 디지털 성범죄를 끊어내라는 국민들, 특히 여성들의 절규로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이에 따라 경찰이 이 사건을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고 철저히 수사해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문 대통령은 강조했다. 특히 아동·청소년들에 대한 디지털 성범죄는 더욱 엄중하게 다뤄줄 것을 주문했다. 무엇보다 경찰이 이미 구속된 일명 ‘박사방’ 운영자 조모씨 등 일부 운영진에 대한 조사에 국한하지 말고 ‘n번방’에 참여한 회원 전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필요하면 경찰청 사이버안전과 외에 특별조사팀이 강력하게 구축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부를 향해서도 플랫폼을 옮겨가며 악성 진화를 거듭해온 신종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철저한 근절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강 대변인은 설명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사설] ‘n번방’ 가입자도 신상 공개하고 처벌하라

    통상 ‘n번방’으로 불리는 성착취물 유포 대화방의 실체가 공개돼 사회적 충격을 던지고 있다. 운영진은 물론 가입자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자가 어제 34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19일 구속된 텔레그램 ‘박사방’ 가입자는 수만명으로 추정되는데 많게는 150만원의 가입비를 내고 동영상을 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박사방 운영진은 미성년자 16명을 포함해 피해 여성 74명에게 성적 촬영물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성착취 동영상을 찍도록 강요했다. 그동안 소라넷, 양진호 웹하드 등 성착취 동영상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사회적 분노는 들끓었지만 이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나마 지난 5일 국회를 통과한 성폭력범죄 처벌 일부 개정안에 따라 영리 목적으로 성착취물을 온라인에 유포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지만, 함께 시청하며 수요를 창출한 공범자들에게는 죄를 물을 수 없다. 다만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의 경우 이를 소지한 자는 1년 이하 징역형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적용한다. 이는 미국의 최고 20년 징역형이나 영국의 최대 3년 구금 등과 비교할 때 솜방망이 처벌이라 할 만하다. 2018년 9월 적발된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자가 한국인이라는 점이 국내 법망의 허술함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법무부의 ‘2020 성범죄 백서’에 따르면 카메라 등을 이용한 범죄가 2013년 412건에서 2018년 2388건으로 5.8배 늘었다. 사회의 음지에서 곰팡이처럼 확산하는 ‘n번방’을 근절하려면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디지털 성폭행과 아동 성착취를 원천봉쇄하려면 피해자의 관점에서 양형기준을 만들고 가해자들에게 이런저런 감형기준을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가입비까지 내고 성착취 촬영물을 시청하고 저장한 이들을 공범자로 처벌해야 하고 법적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n번방’ 가입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이들이 아동·청소년 시설이나 공공기관 등에서 일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높은 수준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 트럭에 흉기 가득 싣고 상경… 강남 인파 속 그놈, 전 부인을 찌르고 찔렀다

    트럭에 흉기 가득 싣고 상경… 강남 인파 속 그놈, 전 부인을 찌르고 찔렀다

    “밥은 먹고 다니냐?”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형사 송강호가 카메라를 향해 묻는다. 대한민국 대표 미제 사건으로 꼽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에게 던진 말이었다. 지난해 자칫 완전범죄로 묻힐 뻔한 화성 사건의 진범이 모습을 드러냈다. 놈을 잊지 않고 추적하는 누군가가 있었기에 33년 만에 이춘재의 가면을 벗길 수 있었다. 흔히 ‘완전범죄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흉악범이 죗값을 치르는 건 아니다. 추악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본모습을 숨긴 채 사는 범인이 당신 곁에 있다. 그놈이 가장 바라는 건 영원히 잊히는 일이다. 그러므로 또렷이 기억해야 한다. 그놈을 잡기 위해. 2008년 6월 17일 오후 8시 30분 서울 서초구 반포동 고속터미널 센트럴시티 앞. 날카로운 비명이 허공을 갈랐다. 어색한 장발 가발을 쓴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한 여자를 뒤에서 감싼 채 수차례 공격했다. 예리한 접이식 칼을 든 남자의 손이 옆에 있던 남자에게 향했다. 갑작스럽고 무자비한 공격에 김수영(34·가명)씨와 김씨의 남자친구 박상철(가명)씨는 저항 한번 해보지 못한 채 쓰러졌다. 김씨는 “딸을 서울로 보낼 테니 마중을 나오라”는 전 남편의 말에 터미널을 찾았다가 끝내 숨졌다. 유동 인구가 많은 강남 터미널 앞에서 벌어진 끔찍한 살인 사건. 대범한 범행이었다. 혈흔이 낭자한 현장을 뒤로하고 장발 머리의 남자는 유유히 터미널 앞 8차선 도로를 가로질러 사라졌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피해자 박씨는 곧바로 범인을 지목했다. “수영이 전 남편이에요. 황주연(당시 33).”●치밀한 계획 뒤 망설임없는 범행 황씨가 김씨 몸에 남긴 흔적은 참혹했다. 상체, 그중에서도 목숨에 치명적인 목과 옆구리에만 집중된 깊은 상처는 분노를 드러내고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감정서에 따르면 김씨 몸에 남은 자창은 심장 등 17군데에 달했다. 황씨와 김씨는 1996년 결혼한 뒤 2003년 이혼했다가 재결합했고 2006년 또다시 헤어졌다. 부인과 질병이 있던 김씨는 “결혼한 상태면 보험금을 탈 수 없으니 위장 이혼을 하자”고 제안했고, 황씨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김씨는 그 길로 황씨를 피해 달아났다. 김씨의 지인들은 살인사건이 일어난 뒤 이렇게 진술했다. “수영이는 결혼 생활 내내 남편에게 시달렸어요. 가정폭력 때문에 두려움에 떨었고 진심으로 이혼하고 싶어 했죠.” 두 번째 이혼 이후 황씨의 집요한 집착이 시작됐다. 흥신소를 여러 군데 찾아다니며 “인터넷 IP 주소로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범행 사흘 전에는 119에 전화를 걸어 “아기 엄마가 자살한다고 하는데 마지막으로 통화한 지역을 알 수 있느냐”는 문의도 넣었다. 스토킹에 가까운 집착에도 김씨의 행적을 찾을 수 없던 황씨는 점차 이성을 잃었다. 황씨 지인들은 경찰에 “며칠 전부터 혼잣말로 화를 내고 욕설도 하는 등 좀 이상한 모습이었다”고 진술했다. 사건 당일 황씨는 속임수를 썼다. 김씨를 불러내려고 당시 초등학생이던 딸 유미(가명)양을 핑계 삼았다. “내가 부산에서 하던 사업이 망해서 곡성에 주저앉았어. 유미만 보낼 테니 터미널로 마중 나와.” 황씨는 김씨에게 이런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황씨는 1t 포터 트럭을 직접 몰아 딸과 함께 상경했다. 트럭에는 옷장과 김장용 비닐봉지, 칼, 손도끼, 삽 등이 실려 있었다. 길거리 습격이 황씨의 ‘플랜 A’가 아니었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렇게 황씨는 인근 호텔에 차를 주차하고, 딸에게는 “엄마를 데려올 테니 여기서 기다려라”는 말을 남겼다. 황씨는 터미널을 이 잡듯이 뒤졌다. 몇 시간이 흘렀을까. 황씨의 눈에 김씨와 그의 남자친구 박씨가 들어왔다. 목격자에 따르면 황씨의 공격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김씨와 팔짱을 끼며 걸어가던 박씨의 등 뒤를 먼저 노렸다. 수차례 박씨를 찔러 쓰러뜨린 다음 바로 옆에 있는 김씨를 공격했다.●유별난 집착… 추가 피해 우려도 범행 다음날 황씨는 뜻밖의 장소에서 자신을 드러냈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공중전화에서 자신의 매형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매형, 지금 숨을 끊으러 가요. 딸을 좀 부탁해요.” 매형과의 통화 이후 확인된 황씨의 행적은 어딘가 묘했다. 신도림역에서 영등포시장역으로, 또 강남역으로, 그다음은 사당역과 삼각지역으로. 서울 서쪽과 남쪽을 가로지르며 헤맨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경찰이 수천 건의 폐쇄회로(CC)TV 화면을 돌려 보고, 황씨의 교통카드를 조회한 결과였다. 그의 마지막 행선지는 경기 안양의 범계역이었다. 역 주변 CCTV에서 우산을 쓰고 유유히 범계역 주변을 빠져나가는 황씨의 모습이 발견됐다. 특정된 범인, 확실한 범행 동기까지. 황씨는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서초경찰서 천현길(현재 경정) 팀장은 “지인들도 황씨를 말주변 좋고, 꼼꼼한 성격이라고 설명했을 만큼 보통내기가 아니었다”면서 “경찰의 추적을 피하려고 서울 이곳저곳을 일부러 돌아다닌 것을 보며 ‘이 친구가 경찰 수사 기법을 알고 치밀하게 행동하는구나’ 싶었다”고 회상했다. 사건 발생 일주일 뒤인 24일 경찰은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황씨의 외모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키 180㎝에 건장하고 호리호리한 체격. 웃을 때 왼쪽 입술이 올라가는 특징이 있고, 가발을 쓰거나 안경을 벗어 위장할 가능성이 있다.” 당시 수배 전단에 적힌 문구다. 또 다른 특징은 크고 일그러진 듯한 양쪽 귀였다. 추가 피해 우려 때문에 수사를 서둘러야 했다. 황씨의 유별난 집착 때문이었다. 당시 가장 두려움에 떨었던 사람은 황씨와 교제했던 전 애인 이희정(가명)씨였다. ‘다음 차례는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씨는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황씨는 범행 전 한동안 이씨를 찾아가고, “안 만나 주면 죽겠다”며 병원에 입원한 자신의 사진을 보내는 등 이씨를 협박했다. 김씨에게 보인 집착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전 부인 김씨에게 “이혼하라”고 권유했던 고향 친구 정다영(가명)씨도 “황씨가 범행 직전 우리 남편에게 ‘네 부인도 죽여 줄까’라고 윽박질렀다”며 두려워했다.●“절대 스스로 목숨 끊지 않았을 것” 수사팀의 노력은 계속됐다. 경찰은 당시 가능한 수사 기법을 모두 동원했다. 천 팀장은 황씨가 난시에 시력도 좋지 않다는 점에 착안해 안경점 7000곳에 일일이 수배전단을 담은 편지를 돌렸다. 제보도 적극적으로 확인했다. 어느 해 여름 경북 구미에서 “한 숙박업소에 중국집 배달을 갔다가 황씨와 닮은 사람을 봤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천 팀장은 제보가 들어온 날로부터 한 달간 해당 모텔의 각 방에 설치된 컴퓨터 검색 기록을 다 뒤져 보기도 했다. 도망 다니는 범죄자의 심리를 고려할 때 ‘혹시나 자신의 이름이나 사건 담당 경찰서인 서초서와 같은 키워드를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지는 않았을까’ 싶어서였다. 그러나 소득은 없었다. 황씨는 벌써 12년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사건은 2010년 검찰로 넘어가 기소 중지됐다. 결정적인 단서가 단 하나라도 있으면 수사는 바로 재개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휴대전화나 신용카드 사용, 인터넷 접속 등 뚜렷한 생활 반응이 없다. 올해 마흔다섯 살이 된 황씨는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을까. 현재 강남서에서 경제범죄수사1과장으로 근무하는 천 경정에게도 황씨 사건은 죄의식처럼 남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지는 않았을 겁니다. 당시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범죄자들이 잡히는 게 이해가 안 된다. 경찰에 잡히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하고 다녔더군요. 어딘가에 숨어 조용히 남의 신분을 도용하면서 살아가고 있을 겁니다. 사건을 담당했던 팀장으로서 지금도 주기적으로 추적할 만한 단서를 찾고 있습니다. 단 하나의 확실한 제보만으로도 황씨의 꼬리를 잡을 수 있으니까요. 시민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경찰은 황씨의 죄를 잊지 않았습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수배범 검거에 결정적인 제보를 하신 분에게 신고포상금이 지급됩니다. 전화번호 112 또는 모바일앱 ‘스마트 국민제보’, 서울신문 이메일 police@seoul.co.kr로 제보할 수 있습니다.
  • ‘n번방’ 들끓는 분노… “신상 공개하라” 靑청원 340만

    ‘n번방’ 들끓는 분노… “신상 공개하라” 靑청원 340만

    미성년자를 포함한 어린 여성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찍게 하고, 이를 텔레그램 ‘박사방’에 돈을 받고 뿌린 일당에 대한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 핵심 피의자 ‘박사’는 물론 성착취물을 시청한 구매자를 강력히 처벌하고 이들의 신상을 전부 공개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340만명 이상 동의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오는 24일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박사로 알려진 20대 남성 조모씨의 얼굴, 이름, 나이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박사방 용의자의 신상 공개를 요청하는 국민청원에는 22일 오후 10시 기준 204만여명이 동의했다. 지난 17일 청원이 제기된 지 5일 만이다. 2017년 8월 국민청원 제도가 생긴 이래 가장 많은 동의를 기록했다. 종전 1위는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183만명)이었다. 박사방에서 성착취물을 시청한 가입자 전원의 신상을 공개해 달라는 청원에도 138만명 이상 동의했다. 집단 성폭력 범죄를 주도한 20대 남성 조씨의 신원은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피의자 인권 침해와 제도 남용의 우려가 있어 최소 수만명으로 추정되는 구매자의 신상 공개는 어려울 전망이다. 경찰청은 박사방과 n번방 등 텔레그램을 이용한 디지털성범죄 수사를 통해 124명을 붙잡아 18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n번방을 처음 만든 인물로 알려진 ‘갓갓’, ‘와치맨’ 등 운영진과 성착취물을 소지·유포한 구매자를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분노 넘어 공포, 강력 처벌해야” n번방 사건에 분노한 연예인들 [종합]

    “분노 넘어 공포, 강력 처벌해야” n번방 사건에 분노한 연예인들 [종합]

    이른바 ‘n번방 사건’으로 전국민이 분노를 표하는 가운데, 연예인들도 해당 사건에 대한 강력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2일 혜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n번방 사건 용의자들에 대한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의 제목을 캡처한 사진을 공개했다. 혜리는 해당 사진과 함께 “분노를 넘어 공포스럽습니다. 부디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지기를”이라고 말했다. 배우 손수현 또한 지난 2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강력한 처벌을 촉구한다. 이런 비윤리적인 행위의 결말이 징역 몇 년. 이딴 식이면 진짜 다 뒤집어 엎어버릴 것”이라는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손수현은 이어 “4월 11일 예정이었던 n번방 성 착취 강력처벌 촉구 시위가 코로나19로 인해 잠정 연기됐다고 한다”며 “사태가 좀 누그러진 뒤 시위 일정이 다시 확인되면 함께 하자”고 덧붙였다.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성착취 음란물을 유통한 일명 ‘박사’ 조모씨가 구속된 가운데, 해당 방을 이용한 이들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 수가 100만을 넘겼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원 글에 22일(9시 기준) 102만 명이 동의했다. 이른바 ‘박사방’(n번방·성착취 동영상 유통 채팅방)의 유료 회원 수는 1만명대로 추정된다. 청원인은 “관리자, 공급자만 백날 처벌해봤자 소용없다. 수요자가 있고. 수요자의 구매 행위에 대한 처벌이 없는 한 반드시 재발한다”며 “어디에 사는 누구가 ‘n번방’에 참여했는지 26만 명의 범죄자 명단을 공개해 달라”고 촉구했다.해당 청원은 피의자 ‘박사’ 조씨가 구속된 지난 20일 올라왔다. 조씨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해주겠다는 빌미로 피해자들을 텔레그램 채팅방인 ‘n번방’으로 유인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을 협박해 얼굴이 나오는 나체사진을 받아냈다. 피해자의 상당수는 미성년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는 자신의 신상과 나체사진이 유출될까 염려하는 피해자들을 겁박하며 성착취물을 찍도록 강요한 뒤 이를 ‘박사방’의 유료 회원들에게 유포했다. 경찰은 이달 16일 조씨를 체포했다. 조만간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조씨의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피해자가 도망 안가 문제가 많다”…뻔뻔한 살인범의 변명

    “피해자가 도망 안가 문제가 많다”…뻔뻔한 살인범의 변명

    서부지법, 살인 혐의 구속기소된 배씨 첫 공판 “제가 분노조절장애가 있어서, 평소에도 눈이 뒤집히면 기억이 안 나거든요…” 지난 1월 길을 가던 연인 한 쌍에게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살해하고 1명을 다치게 한 50대 남성이 첫 재판에서 한 말이다. 그는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감형을 요청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이대연)는 20일 오후 살인·특수상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배모(54) 씨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배씨는 지난 1월 25일 새벽 서울 용산구 효창동의 한 빌라 주차장에서 피해자 A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의 연인 B씨도 범행을 말리다가 배씨로부터 폭행을 당해 골절상을 입었다. 흉기로 살해한 배씨, “범행 기억 안난다” 폭행의 시작은 배씨였다. 배씨는 일부러 A씨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 차례 밀치며 시비를 걸었다. 그리고 근처 자기 집으로 들어가 흉기를 가지고 나온 뒤 뒤쫓아가 살해했다. 배씨 측 변호인은 이날 “공소사실 자체는 인정하지만, 피고인은 평소 분노조절장애가 있었다”며 “사건 당시에도 심신미약 내지는 심신상실 상태에서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배씨도 “극도로 화가 나 집에 가서 흉기를 잡은 것까지는 기억이 나지만, 그 이후 피해자를 쫓아가 찌른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 경찰차가 오는 것부터는 기억난다”고 말했다. 배씨 측 변호인은 재판부에 배씨에 대한 정신감정을 요청했다. 배씨, “칼 들고 쫓아가도 안 도망간다. 문제 많다” 배씨는 피해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기도 했다. 배씨는 재판에서 “내가 칼을 들고 쫓아갔다는데, A씨는 도망을 가지 않았다. 문제가 많았다”라고 말해 판사로부터 “지금 피해자를 비난하는 것이냐. 그런 말은 하지 마라”고 주의를 받았다. 그는 또 “경찰이 수사를 ’개판‘으로 한다”고 하거나, 대뜸 일어나 A씨의 가족과 B씨가 있는 방청석을 향해 “죄송합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방청석에 있던 A씨 유가족들은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배씨의 태도에 울분을 삭이지 못했다. 발언 기회를 얻은 A씨의 아버지는 “이 사건은 남아있는 가족, 피해자와 결혼을 약속한 이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린 극악무도한 범죄다. 부디 엄한 벌로 다스려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피해자 B씨도 “기억이 안 난다는 피고인의 말을 하나도 믿지 않는다”며 “거짓말로 감형을 받으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발 죗값을 받으라”며 눈물을 흘렸다. 배씨의 다음 재판은 오는 4월 6일 열린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취중생] 미성년 성착취 텔레그램 ‘박사방’ 피의자, 성폭법 첫 신상공개 사례 되나

    [취중생] 미성년 성착취 텔레그램 ‘박사방’ 피의자, 성폭법 첫 신상공개 사례 되나

    [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이번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 중 하나는 바로 일명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인 박사 20대 조모씨의 검거와 구속이었습니다. 조씨는 여성들을 유인해 얼굴이 나오는 나체사진을 받아내고, 신상을 턴 뒤 이를 빌미로 성 착취물을 찍도록 협박한 혐의를 받습니다. 그리고 이 음란물을 ‘박사방’에 유포한 혐의도 있죠. 피해자는 확인된 것만 74명입니다. 이중에 16명은 미성년자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처음에는 자신이 박사인지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다가 두번째 조사부터는 “본인이 (박사가) 맞다”고 시인했다고 합니다. 미성년자까지 착취한 악랄한 수법에 국민들은 분노했습니다. 분노는 조씨의 신상공개 요구로 이어졌습니다. “악마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21일 오전 기준 90만명 이상이 동의했습니다. 경찰도 신상공개를 적극 검토 중입니다. 다음주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가 열리는데요. 만일 이 위원회에서 과반수의 찬성으로 박사의 신상이 공개된다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법)가 적용돼 신상이 공개된 첫 사례가 됩니다. 과연 조씨의 신상은 공개될까요? 여론은 “미성년자까지 착취한 ‘박사’ 얼굴 공개해라” 피의자 신상 공개와 관련된 법은 앞서 말한 성폭법과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 이렇게 두 가지인데요. 특강법으로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나 전 남편을 살인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 등의 신상이 공개됐었습니다.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피의자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는 근거 때문입니다. 성폭법 제 25조도 비슷한 내용이 적시돼 있습니다. 단, 이제까지 이 조항을 적용받아 신상이 공개된 피의자는 없었습니다. 여론은 “조씨에게 엄중한 죄를 묻고, 신상 역시 공개해야 한다”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미성년자까지 착취한 조씨의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취지입니다. 여성단체로 구성된 ‘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팀’ 역시 성명서를 내고 “피해자들은 신상이 모두 공개돼 평범한 일상을 보내기도 힘든데, 피의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밝혔습니다.피해자는 최소 74명… ‘박사방’ 이용자는 1만명 달해 ‘박사방’으로 인한 피해자는 최소 74명, 그중 16명은 미성년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여론의 분노는 더욱 커졌습니다. 20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에 따르면 조씨는 2018년 12월부터 이달까지 미성년자 등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해 억대 수익을 얻어 왔습니다. 조씨는 피해자들을 ‘노예’로 부르기도 했죠. 3단계의 유료 대화방을 운영하며 돈을 벌어 들였는데, 경찰은 모든 대화방 참여자 수를 다 합쳐 1만 명에 이른다고 보고 있습니다. 조씨는 일부 회원들을 ‘직원’으로 부르며 범죄에 가담시키기도 했는데요. 자금 세탁이나 성 착취물 유포 등을 맡겼고 일부는 피해자들을 성폭행하도록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사회복무요원들에게 아르바이트를 제안해 피해 여성과 박사방 유료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빼돌려 협박과 강요의 수단으로 삼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도 대부분 신상공개될 가능성을 높게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국민들의 알 권리에 호응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에서, 여론을 고려해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이런 범죄를 저지를 경우 얼굴을 공개한다는 것을 보여주면 일종의 제지적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법무법인 거산의 신중권 대표 변호사 역시 “살인범 등 기존 신상공개대상자와는 조금 다른 종류의 혐의이기 때문에 쉽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는 법정에서 무기징역까지 받을 수 있는 중대한 범죄이기 때문에 신상이 공개될 여지도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제 공은 경찰에게 넘어갔습니다. 다음주 경찰이 열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에는 경찰 내부위원 3명과 외부위원 4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되고, 다수결로 안건을 의결하게 됩니다. 경찰은 일단 “일정 요건이 되면 신상정보 공개할 수 있기 때문에, 정해진 절차로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황입니다. 또 다른 박사 나오지 않도록… 엄중한 처벌 해야‘박사’의 신상공개 여부와는 별도로 또 하나 기억해야할 사실이 있습니다. 박사처럼 주도하지 않았더라도, ‘박사방’에서 취득한 성착취물을 유포하거나 소지한 회원들에게도 분명한 법적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신 변호사는 “아동·청소년과 관련된 음란물을 소지하거나 배포할 경우 처벌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다”면서 “텔레그램 대화방 안에서 미성년자가 박사에 의해 성착취를 당하는 모습을 보고 부추기는 등의 행위를 했다면 이 역시 방조죄가 적용될 여지도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도 “전부 확인할 수 있을 때까지 수사해 강력 처벌할 계획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을 두고 이수정 교수는 “박사 역시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공공연하게 사고 파는, 왜곡된 성산업의 부산물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언제든, 누구나 모방할 수 있는 범죄라는 점에서 더 큰 문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즉, 이번 일을 계기로 단순히 박사 한 명의 처벌을 넘어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이 끔찍한 범죄의 고리를 철저히 끊어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제 2, 3의 박사’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도록, ‘n번방’과 유사한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박사는 물론 공범들에게 철저히 죄를 묻고 왜곡된 성문화를 바꿔야할 때입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관용적 다문화주의’ 이민정책, 정말 유럽대륙을 갉아먹는가

    ‘관용적 다문화주의’ 이민정책, 정말 유럽대륙을 갉아먹는가

    유럽의 죽음/더글러스 머리 지음·유강은 옮김/열린책들/512쪽/2만 5000원 ‘2017년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신생아 이름은 무함마드’, ‘오스트리아에선 15세 이하의 50% 이상이 무슬림’. 우리에겐 선뜻 믿기지 않지만, 유럽에선 현실이다. 유럽 사람들에게 난민과 이민, 특히 무슬림의 대규모 이주는 매우 심각한 사회문제인 듯하다. ‘유럽의 죽음’은 유럽이 이민자들의 용광로가 된 이유를 19개 주제로 나눠 추적하고, 유럽의 이민 정책을 매우 비판적으로 분석한 책이다.저자는 유럽, 특히 서유럽의 암울한 미래를 경고하고 있다. 전반적인 출산율 하락, 서유럽의 기독교 문화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이슬람권의 대규모 이민과 이민자 범죄 증가, 유럽의 시대는 끝났다는 자조적 분위기 등이 결합하면서 유럽 문명 자체가 죽음 직전에 이르렀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저자는 난민 수용 기준과 이민 정책을 재검토하고 관용적인 다문화주의를 비판적으로 재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완곡하게 표현했을 뿐 행간에 담은 뜻은 상당히 거칠다. 저자의 주장을 단순화시키면 ‘유럽의 이민 정책=극단적 선택의 시도’나 다름없다. 이런 결과가 초래된 이유 중 하나는 “유럽 각국 대중이 직접 삶으로 경험하는 증거를 믿지 않게 만들려는 지속적인 시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정치인과 언론이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7년 유럽의 한 연구기관에서 현재 이주 추세라면 2050년 스웨덴의 무슬림 숫자가 31%에 달할 것이라는 요지의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를 영국 신문 가디언이 인용해 쓰고 나서야 유럽 사람들은 “좋아하는 좌파 신문이 왜 그렇게 인종주의 성향이 됐는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각종 이민 문제가 정치적 목적에 의해 감춰지고 회피돼 왔기에 빚어진 현상이다. 그는 무슬림의 연이은 테러도 도마에 올렸다. 2차대전 이후 이어 온 이민자 통합 정책의 실패를 방증하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중 한 장면. 스물두 살의 리비아계 살만 아베디는 2017년 5월 미국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의 영국 맨체스터 공연장에서 폭탄 테러를 벌였다. 아이와 부모 등 22명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이 같은 여러 사건 이후에도 사회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다. 서로를 위로하며 밝아질 미래만 보려 했다. 테러가 터질 때마다 불렀던 노래가 존 레넌의 ‘이매진’에서 오아시스의 ‘돈 룩 백 인 앵거’(성난 눈으로 돌아보지 마)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되묻는다. “왜 젊은 아베디가 영국이 그에게 살게 해 준 햇수와 똑같은 스물두 명을 죽인 것에 대해 분노하면 안 되는가?” 저자는 이런 것들이 겉치레에 불과하다고 본다. 그는 후기를 통해 “어쩌면 지난날의 스웨덴, 프랑스, 영국, 지난날의 유럽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냥 자취를 감출 것”이라며 “지금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한 문화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가장 중대한 변화임을 부정하려는 겉치레는 의미가 없다”고 일갈했다. 책은 2017년 처음 출간됐다. 당시 많은 비판을 받았고, 지금도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많다. 그렇다고 저자가 인종주의자라거나 무슬림의 테러에 떠는 인물인 것 같지는 않다. 전쟁뿐 아니라 경제와 기후, 바이러스 난민까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입장 차이가 어떠하든, 한 번쯤 고민해야 할 문제라는 게 저자의 출간 의도다. 손원천 선임기자 angler@seoul.co.kr
  • 美 중국계 기자 면전에 “쿵플루”(쿵푸+플루) 발언 날린 백악관 관리

    美 중국계 기자 면전에 “쿵플루”(쿵푸+플루) 발언 날린 백악관 관리

    백악관 관계자가 중국계 기자에게 ‘쿵플루’(Kung-Flu)라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내뱉은 사실이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미국 CBS 소속 기자 웨이지아 장은 17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오늘 아침 백악관 관리가 내 면전에 대고 ‘쿵플루’라는 말을 언급했다”면서 “그들이 내 등 뒤에서 뭐라고 떠들지 궁금해진다”라고 밝혔다. 장 기자는 중국에서 태어나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에서 자랐다. ‘쿵플루’는 중국 무술 쿵푸(Kungfu)와 인플루엔자, 플루(Flu)의 합성어로, 코로나19가 중국발 전염병이라는 사실에서 비롯된 인종주의적 표현이다.이 같은 내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 바이러스’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중국 책임론을 강조한 직후 나온 것이라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NBC 법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는 케이티 팡은 “단순히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이런 불쾌한 인종차별에 시달려야 한다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라면서 “트럼프가 이런 헛소리가 나올 수 있는 풍조를 만든 것은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MSNBC 진행자인 조이 레이드도 “끔찍한 일이다. 지금 행정부가 그 어떤 자부심도 가져서는 안 되는 이유”라며 트럼프 행정부를 저격했다. 미국 흑인 인권운동가인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막내딸로 역시 인권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버니스 킹 목사는 “인종차별은 옹졸하다. 인류가 서로를 가장 필요로 하는 시기에도 편협함과 편견, 갑질이 난무한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동양인 혐오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실제로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유럽은 물론 미국 전역에서 동양인을 겨냥한 증오 범죄가 잇따랐다. 뉴욕 경찰은 최근 동양인을 표적으로 한 증오 범죄 사건의 용의자 2명을 체포했다. 지난 12일 맨해튼에서는 20대 한인 여성이 ‘바이러스’라는 모욕과 함께 폭행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이에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까지 나서서 “동양인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책임이 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라며 동양인 혐오범죄에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공개적으로 ‘중국 바이러스’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17일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TF 언론 브리핑에서는 “(코로나는) 중국에서 왔다”라면서 ‘중국 바이러스’, ‘외국 바이러스’라는 표현이 매우 정확하다고 못 박았다. 이후 백악관 관리가 중국계 기자를 모욕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트럼프의 발언이 동양인에 대한 혐오 프레임 강화를 부채질한다는 분노가 번지고 있다.이번 사건을 폭로한 장 기자는 13일 국가비상사태 기자회견 자리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는 것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라는 질문 끝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결국 검사를 받겠다는 대답을 끌어낸 장본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플로리다주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일행과 만났는데, 이 자리에 참석했던 브라질 대통령의 보좌진 중 한 명이 닷새 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기자들은 확진자와 접촉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차례 검사 여부에 대한 질문을 던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설전을 이어갔다. 그러다 회견 막바지 장 기자의 끈질긴 질문에 결국 "빠른 시간 안에 (검사를) 받을 수 있다"라며 백기를 들었다. 장 기자는 인종차별 발언을 내뱉은 백악관 관계자가 누구인지 이름을 밝히라는 일각의 요구를 거절했으며, 백악관 역시 입장 표명을 해달라는 언론의 요구에 아직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17일 기준 미국 내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5010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도 100명에 육박하는 등 감염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 모양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메모리스트’ 유승호의 분노…제작진 “첫방부터 충격 사건”

    ‘메모리스트’ 유승호의 분노…제작진 “첫방부터 충격 사건”

    ‘메모리스트’가 첫 회부터 심상치 않은 사건을 예고했다. tvN 새 수목드라마 ‘메모리스트’(연출 김휘 소재현 오승열, 극본 안도하 황하나, 제작 스튜디오드래곤, 스튜디오605) 측은 첫 방송을 앞둔 11일, 의문의 사내를 쫓는 초능력 형사 동백(유승호 분)의 모습을 공개해 호기심을 자극한다. 동명의 다음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메모리스트’는 국가공인 초능력 형사 동백과 초엘리트 프로파일러 한선미(이세영 분)가 미스터리한 ‘절대악’ 연쇄살인마를 추적하는 육감 만족 끝장 수사극.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기존의 히어로와는 달리, ‘기억스캔’ 능력을 세상에 공표하고 악랄한 범죄자들을 소탕해나가는 히어로 동백의 활약이 통쾌하고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유승호, 이세영의 연기 변신은 물론 조성하, 고창석, 윤지온, 전효성 등 치밀한 대본 위에 펼쳐지는 배우들의 빈틈없는 시너지가 짜릿한 긴장감과 유쾌한 웃음을 넘나들며 몰입도를 높인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열광적 지지를 받는 ‘슈스(슈퍼스타)’ 형사 동백의 활약은 이제껏 본 적 없는 초능력 히어로의 탄생을 기대케 한다. 동백이 풀어나갈 첫 사건에 궁금증이 높아진 가운데, 이날 공개된 한낮 추격전은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수상함을 감지하고 의문의 사내를 쫓기 시작한 동백.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상황에 동백은 결국 ‘기억스캔’ 초능력 카드를 꺼내든다. 그가 한낮에 무작위 스캔에 나선 이유는 무엇인지, 절박한 동백을 피해 도주하는 사내가 사건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메모리스트’는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치밀한 심리전과 반전을 거듭하는 미스터리한 사건들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전망. 앞서 공개된 1화 예고편에서도 납치 연쇄 살인 사건을 포착한 한선미의 프로파일링을 통해 심상치 않은 사건이 벌어졌음을 암시했다. 기억 스캔 초능력을 통해 상대를 단숨에 제압하는 형사 동백과 천재적 프로파일링을 통해 범인을 추적하는 최연소 엘리트 총경 한선미. 방식은 달라도 뜨겁게 사건을 추적해가는 두 사람의 활약에 귀추가 주목된다. ‘메모리스트’ 제작진은 “첫 회부터 미스터리한 범죄를 쫓는 초능력 형사 동백과 천재 프로파일러 한선미의 추리 대결이 팽팽하게 펼쳐진다. 충격적인 사건을 맞닥뜨린 두 천재의 활약, 그 시작을 함께해 달라”고 전했다. 한편, tvN 새 수목드라마 ‘메모리스트’는 영화 ‘이웃사람’ 등 긴장감을 조율하는 탁월한 연출로 호평받는 김휘 감독을 비롯해 ‘비밀의 숲’, ‘백일의 낭군님’을 기획하고 ‘은주의 방’을 연출한 소재현 감독, ‘보좌관’ 공동연출을 맡은 오승열 감독이 가세해 완성도를 높인다. ‘메모리스트’는 오늘(11일) 밤 10시 50분에 첫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여기는 남미] 죽어가는 베네수엘라 청년층…지난해 5000명 이상 살해돼

    [여기는 남미] 죽어가는 베네수엘라 청년층…지난해 5000명 이상 살해돼

    최악의 경제난과 사회불안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학살 수준으로 어린이와 청년들이 죽임을 당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서가 발표됐다. 베네수엘라의 비정부기구(NGO) '폭력관측소'는 18일(현지시간) 낸 보고서에서 "2019년 베네수엘라에서 어린이와 청년 5076명이 피살됐다"고 밝혔다. 하루 평균 14명이 폭력으로 목숨을 잃은 셈이다. 폭력관측소는 "정상적인 치안 프로그램이 작동했다면 피할 수 있는 죽음이라는 점에서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가 낸 통계는 일반 살인과 경찰 또는 군에 저항하다 사망한 경우를 모두 포함한 것이다. 연령으로 분류하면 1~11살 사망자는 102명, 12~17살 사망자 392명, 18~24살 사망자 2661명, 25~29살 사망자 1921명이었다. 성별로 보면 여자보다는 남자 사망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난해 30살 미만의 사망자 중 여자는 234명으로 전체의 5%를 밑돌았다. 18살부터 사망자가 급증한 건 반정부 시위에 참가했다가 목숨을 잃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폭력관측소의 보고서를 보면 어린이와 청년 사망자 중 절반에 가까운 2113명이 경찰이나 군에 저항하다 사망했다. 공권력이 국민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살인에 앞장서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18살 이상 청년들이 사회적 분노에 동참, 반정부 시위에 참가했다가 목숨을 잃고 있다면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주로 범죄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폭력관측소는 "1~17살 사망자의 대부분은 노상강도 등 범죄의 타깃이 돼 생명까지 잃은 경우였다"고 밝혔다. 보고서의 통계는 충격적이지만 현실은 통계보다 훨씬 비극적일 수 있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30대 미만 살해사건이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폭력관측소는 공식통계와 언론의 보도 등을 종합해 이번 통계를 냈다. 하지만 살해된 사람의 나이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아 분류 대상에서 제외된 사망자가 최소한 3036명에 이른다. 관계자는 "30세 미만이 다수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여 실제론 어린이와 청년 피살자가 더욱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폭력관측소는 어린이와 청년들이 매년 학살 수준으로 목숨을 잃고 있는 건 베네수엘라의 국가적 손실이자 피해라고 지적했다. 폭력관측소는 "경제활동인구가 줄어 가뜩이나 어려운 베네수엘라 경제에 큰 부담을 준다"며 "해외이민을 부추기고, 청년층 기대수명이 짧아지는 등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사진=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재앙’ 16번 언급한 심재철…이인영 “남탓만…극우 목소리”

    ‘재앙’ 16번 언급한 심재철…이인영 “남탓만…극우 목소리”

    심재철 “문재인 정권 ‘3대 재앙’ 종식시킬 것”“희대의 선거범죄” “조국만 보이냐” 맹비난범여권 “정권 심판만을 위해 표 구걸” 비판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대대표는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재앙’이라는 단어만 16번을 언급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민의 소리보다는 극우의 소리가 많아 보인다”고 지적하는 등 범여권이 들썩였다. 심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지난 문재인 정권 3년은 그야말로 ‘재앙의 시대’”라며 헌정·민생·안보 등 ‘3대 재앙’으로 점철된 시기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무능하고 오만한 정권을 심판해달라. 통합당이 21대 총선에서 압승해 문재인 정권의 3대 재앙을 종식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4·15 총선은 거대한 민심의 분홍(통합당 상징색) 물결이 문재인 정권 3대 재앙을 심판하는 ‘핑크 혁명’이 될 것”이라며 “핑크 혁명으로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겠다”고 말했다. 심 원내대표는 ‘조국 사태’를 겨냥해 “대통령은 수사 대상이자 불의와 반칙과 특권의 화신인 피의자 조국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국민의 분노에 등 떠밀려 사퇴한 조국에 대해 대통령은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했다. 도대체 무슨 빚이냐”며 “대통령 눈에는 조국만 보이냐. 국민은 보이지 않냐”고 지적했다. 또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에 대해선 “청와대가 사령부가 돼 더불어민주당, 경찰, 행정부가 한통속으로 대통령의 30년 지기 송철호(현 울산시장)를 당선시키고자 벌였던 희대의 선거 범죄”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 공작을 위해 청와대 8개 조직과 대통령 참모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검찰 공소장에 대통령이 35번이나 언급된다”며 “누가 ‘몸통’인지 온 국민은 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앞에 정직하게 고백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로부터 검찰을 독립시키겠다. 다시는 추미애 장관이 저지른 검찰 인사 대학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정권 비리 은폐처가 될 것이 분명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반드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심 원내대표는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숱한 적신호에도 우리 경제가 견실하다고 말해 온 대통령이다. 그러더니 이제 비상시국이라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한다”며 “시급한 특단의 대책은 바로 소득주도성장 폐기다. 정책 대전환 없이는 그 어떤 대책도 경제를 살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부동산 정책 실패는 이 정권의 무능과 실정의 결정체”라며 “부동산을 잡겠다며 18번이나 대책을 발표했지만, 결과는 가격 폭등과 거래 절벽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경제정책 대안으로 최저임금 결정구조 전면 개혁, 법인세율 인하, 노동시장 개혁,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분양가 상한제 폐지, 탈원전 정책 폐기 등을 제시했다. 그는 또 대북정책과 관련해 “문재인 정권은 끊임없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서 이탈하려 했다. 그로 인해 한미 신뢰는 바닥까지 떨어졌다”며 “문재인 정권의 반일 선동은 불리한 정국 돌파를 위한 정략에 불과했다. 정작 아무것도 얻어내지도 못하면서 한일관계만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중국인과 중국 방문객의 입국 금지도 미적거렸고, 병 이름에 중국이나 우한이라는 단어를 쓰기조차 꺼린다”며 “우리 대한민국에 가장 중요한 한미관계는 헝클어뜨리고, 중국과 북한 바라기를 하는 문재인 정권에게 더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대안신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범여권 정당들은 심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과거 회귀에 편 가르기만 강조했다”며 일제히 비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심 원내대표는 미래를 언급했지만, 내용은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었다. 자유한국당 시절 정부를 비판하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며 “국익이나 국민에 대한 걱정도 보이지 않고 초당적 협력에 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이 없는 점도 아쉽다. 오직 정권심판만을 위해 표를 달라고 구걸했을 뿐”이라고 깎아 내렸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심 원내대표 연설 후 기자들에게 “국민의 소리보다는 극우의 소리가 많아 보인다. 자기반성은 없고 남 탓이 많다. 미래도 없고 민생도 없다”며 “이명박·박근혜 정부 얘기, 새누리당 시절 얘기는 물론 과거 전두환 시절의 논리도 등장했다”고 비판했다.장정숙 대안신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나라의 근간을 뒤흔들어 온 부정한 정치 세력이 지난날의 과오에 대한 최소한의 반성도 없이 책임 전가에 혈안이 된 모습에 실소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총선은 반성 능력을 상실한 탄핵 폐족에 대한 국민적 심판의 장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영국 정의당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과거와 혐오로 가득 찬 ‘도로 새누리당’ 선언이었으며 본인들이 재앙이고 구태임을 확인시켰다. 존재 자체가 ‘소돔과 고모라’”라며 “총선을 앞둔 제1야당이 위성정당이나 만들고 민주주의를 입에 올린 것도 비극”이라고 비난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미래통합당이 과거분열당임을 확인시켜준 연설이었다. 탄핵 정당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며 “오로지 정쟁과 반대로 반사이익을 얻어 다시 옛날처럼 권력기관과 국가 예산을 장악해서 반대 세력을 탄압하고 가진 자들을 노골적으로 편들어 지지기반으로 삼겠다는 욕심만 가득한 연설”이라고 혹평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열린세상] 현대는 가장 행복한 시대, 숙제는 기후 위기/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열린세상] 현대는 가장 행복한 시대, 숙제는 기후 위기/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프린스턴대학의 대니얼 카너먼 교수는 한때 실험 대상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불행하지 않습니까?” 그는 이 질문을 포기해야 했다. 많은 사람이 갑자기 큰소리로 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리 중 많은 사람은 행복하지 못하다. 하지만 인류의 복지는 역사를 통틀어 점점 나아지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저서 ‘호모데우스’ 에서 단언한 내용을 보자. “지금은 우리 종의 역사에서 유일무이한 전환기에 해당한다. 역사상 처음으로 과식으로 죽는 사람이 굶어 죽는 사람보다 많다. 노령으로 죽는 사람이 전염병으로 죽는 사람보다 많다. 전쟁, 테러, 범죄로 죽는 사람보다 자살로 죽는 사람이 많다.”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는 구체적 통계를 제시한다. 지난 20년간 세계인구에서 극빈층의 비율은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범위를 200년으로 넓혀 보아도 그렇다. 일일 소득 2달러 미만(불변 가격)의 삶을 사는 극빈층이 세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보자. 이 수치는 1800년 85%→1956년 50%→2017년 9%로 급격히 줄었다. 기대 수명? 1800년엔 세계 어느 곳에서나 대략 31세였다. 태어난 아기는 거의 절반이 어린 시절에 죽었고 살아남은 나머지 절반은 50~70세까지 살았다. 2017년 세계의 기대 수명은 72세다. 50세 이하인 나라는 한 곳도 없다. 하지만 지금보다 행복했던 “좋았던 옛 시절”을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마침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감을 시대별로 알아낼 수 있는 자료가 있다. 지난해 10월 ‘네이처: 인간 행태’(Nature: Human Behaviour)에 실린 논문을 보자. 영국 워릭대학의 토머스 힐스가 이끄는 연구팀은 1820~2009년 미국, 영국, 독일, 이탈리아에서 출판된 책 800만권과 신문기사 6500만건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수천 개의 단어에 행복 점수를 매겼다. 행복, 사랑 같은 긍정적인 단어와 죽음, 분노, 슬픔 같은 부정적인 단어의 비율을 계산했다. 눈에 띄는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국민소득이 늘어나면 실제로 국민의 행복도 증가한다. 하지만 눈에 띄는 효과를 내려면 증가 폭이 커야 한다. △세계대전 기간이 최악이었다. △전쟁이 1년 줄어드는 것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국민소득이 30% 늘어나는 것과 같다. △전후 미국에서 가장 나빴던 시기는 베트남전쟁과 사이공 철수(1975년) 때였다. △미국과 영국은 1920년대에 가장 행복했다. △독일은 1800년대 국력이 왕성하던 시기에 가장 좋았다. △이탈리아의 지수는 1970년대 이래 계속 상승세다. 영국의 저술가 매트 리들리가 ‘이성적 낙관주의자’에서 소개한 내용은 보다 긍정적이다. 2005년 현재의 통계를 기준으로 했다. 1800년 이래 인구는 6배로 늘었지만 기대 수명은 두 배 이상으로, 실질 소득은 9배 이상으로 늘었다. 1955년과 비교해도 땅에 묻는 자녀 수는 3분의1로 줄었고 기대 수명은 3분의1만큼 늘었다. 같은 기간 평균적 한국인의 수명은 26년, 연간 소득은 15배로 늘었다. 인류의 미래와 관련해 특별히 나쁜 전망을 보여 주는 것은 기후위기뿐이다. 2018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전문가 74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자. 이에 따르면 인류가 직면할 가장 파급력이 큰 위험은 1) 대량살상무기 2)재해를 일으키는 극한 날씨였다. 실제 발생할 가능성으로 보면 극한 날씨가 가장 높고 대량살상무기는 낮은 편이었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이 ‘파란 하늘 빨간 지구’에서 밝힌 내용이다. 2019년 네이처 기사에 따르면 앞으로 기아에 시달릴 사람은 기온이 1.5도 상승할 때 3500만명, 2도 상승할 때 3억 6200만명에 달한다. 조천호는 말한다. “정부 간 기후변화협의체(IPCC)는 21세기 말에 지구 평균 기온이 2~5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 세상은 미리 주어진 조건이 아니며,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과제다. 미래가 불타고 위험해 보인다고 해도 우리는 아직 그 재앙을 극복할 수 있다.” 결론: 세상은 점점 좋아져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눈앞의 기후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기만 한다면.
  • 트럼프 ‘정적’ 펠로시도 ‘화웨이 퇴출’ 한 목소리… 中 “미국이 진짜 위협”

    트럼프 ‘정적’ 펠로시도 ‘화웨이 퇴출’ 한 목소리… 中 “미국이 진짜 위협”

    펠로시 “화웨이, 中경찰 주머니에 넣고다니는 것”미국 정부가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 퇴출’에 다시 전방위적으로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뿐만 아니라 의회까지 나서 “화웨이는 트로이 목마”라며 동맹에 압박을 가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거짓말”이라고 되받아쳤다. 각국이 5세대(5G) 통신기술 기업인 화웨이 채택과 퇴출에서 두 경제 대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있다. 미국 의전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화웨이가 유럽에 침투하는 것은 “호주머니에 경찰국가, 중국 경찰을 넣고 다니는 것”이라고 비꼰 것으로 AP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탄핵 추진에서 보듯 트럼프의 ‘정적’으로 치부되지만, ‘화웨이 퇴출’에는 목소리를 같이했다. 펠로시는 “화웨이 (기술) 가격은 더 내려가겠지만, 중국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면 프라이버시가 없는 독재가 올 것”이라며 “국민의 프라이버시를 팔아넘길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화웨이 장비는 완전한 독약”이며 “민주주의라는 정보 고속도로에 독재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가시 돋친 비판을 가한 것으로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이 이날 전했다. 5세대 무선 통신기술은 데이터를 내려받는데 초당 20기가바이트로 처리 속도가 LTE보다 20배가량 빠르다. 5G 최고 100기가바이트까지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수많은 동시 접속에도 실시간 서비스에는 막힘이 없다. 대량 사물인터넷(IoT)이나 자율주행차 보편화를 위해 필수적인 통신기술이지만 주파수 대역을 쪼개 사용하다 보니 보안에 취약한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미국 무선통신 기업 퀄컴에 따르면 5G 통신기술이 지구촌 전체에 실현될 것으로 전망되는 2035년, 이 기술에 의한 산업이 13조 2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상무부, 화웨이 반도체에 美제품 10% 이하 추진”이런 5G의 중국 선점에 대해 미국의 옥죄기 수위가 심상찮다. 미국 상무부는 세계 반도체 업체들이 화웨이에 공급하는 반도체에 미국산 장비와 제품을 10% 이상 이용하면 미국의 라이선스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날 보도했다. 미국이 지난해 부과한 기준 25%를 10%로 낮춰 화웨이의 통신장비 제조 자체를 차단하려는 시도다. 실현되면 화웨이 뿐만 아니라 반도체 업계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논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수 주간 계속됐고, 오는 28일 미국 관리들이 만나 논의할 것이라고 이 매체가 전했다. 퇴출 압박에도 화웨이는 지난해 1220억 달러(145조원 상당)어치를 판매했다. 매출이 전년도보다 18% 늘어났다. 앞서 미국 법무부는 뉴욕 연방검찰이 13일 화웨이가 미국 기업 6곳의 영업 기밀을 빼돌렸고, 부정부패조직범죄방지법(RICO)을 위반했다는 등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며 기소장을 새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월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에 제출한 기소장을 대체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언론에서는 화웨이 퇴출과 관련한 발언이나 기사가 거의 매일 쏟아지고 있다. 미국 정부의 전방위적 퇴출 압박 공세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영국 화웨이 채택에 트럼프 ‘분노’… “재고하라”미국은 각국에 줄세우기를 강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19일 영국 총리관저를 방문해 도미닉 커밍스 총리 수석보좌관과 회동, 영국의 5G 이동통신망 구축사업에 화웨이 허용한 결정을 재고하라고 요구할 예정이라고 가디언은 이날 전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방문, 보리스 존슨 총리와 회동해 이같이 요청했다. 앞서 영국이 지난달 네트워크 핵심 부문에서 배제하지만, 비핵심 부문에서 35% 이하의 범위에서 화웨이의 사업 참여를 허용하도록 결정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존슨 총리에게 전화로 ‘분노’를 표한 것으로 미국과 영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두 나라는 영어 사용 국가인 호주·캐나다·뉴질랜드와 함께 서로 민감한 기밀정보를 공유하는 ‘파이브 아이즈’ 동맹국이다. 독일, 미중 ‘균형 외교’ 주목… 조만간 화웨이 결정 미국은 독일에도 화웨이를 채택하면 민감한 정보 공유를 줄이겠다고 위협했다. 리처드 그리넬 주독일 미국대사는 16일 트위터에서 “트럼프가 공군 1호기에서 전화로 ‘신뢰할 수 없는 판매자의 5G를 선택하는 나라는 어디든지 우리의 최고급 정보 공유 능력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독일 집권 기독민주당에서 조만간 고도의 보안 시설에 화웨이 채택 여부를 두고 표결을 벌일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독일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불꽃 튀기는 외교전에 전략적 균형을 어떻게 취할지 주목된다. 中화춘잉 “진짜 위협은 미국, 메르켈 휴대폰 염탐”이에 대해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진짜 위협은 누구인가.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폰도 염탐했다고 말했다”고 되받아쳤다. 2013년 미국 국가안보국(NSA) 직원 스노든이 조직의 활동과 관련해 여러 문건을 폭로하면서 메르켈 휴대폰 도청도 불거졌다. 당시 백악관은 이를 완강히 부인했다. 폼페이오 “화웨이는 트로이 목마…中사이버 침해” 미국과 중국은 16일 막을 내린 뮌헨안보회의에서도 화웨이를 두고 충돌했다. 폼페이오는 안보회의 연설에서 “중국은 베트남·필리핀·인도네시아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해하고, 국경을 접한 거의 모든 나라와 육·해상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며 “다른 영역, 사이버안보에도 잠깐 이야기하면 화웨이와 다른 중국 국영 기술기업은 정보 당국을 위한 트로이 목마”라고 꼬집었다고 CNBC가 전했다. 中왕이 “거짓말… 미국, 사회주의 국가 성공 질시”이에 대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안보회의 논의에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런 문제의 근본 원인은 미국이 중국의 급성장과 부흥을 보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미국은 사회주의 국가의 성공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고 맞받아쳤다. 그는 “미국과 중국에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마주 앉아 다른 사회 시스템을 가진 두 나라가 조화롭고 평화롭게 살아갈 방법을 찾는 것”이라며 ‘대화론’을 다시 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볼썽사나운 ‘철새’들에 찬사까지… 부끄러움을 모르는 한국

    볼썽사나운 ‘철새’들에 찬사까지… 부끄러움을 모르는 한국

    더불어민주당의 ‘임미리 고발’ 논란으로 자유한국당이 반사 이익을 기대하고 있지만,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치 행태를 이어 가고 있는 한국당 역시 비판에 직면해 있다. 한국당이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이찬열(경기 수원갑) 의원의 입당을 허용한 건 ‘코미디’로 희화화하기조차 어려운 수준이다. 이 의원은 지난해 4월 바른미래당 당권파 측에 서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운 핵심 인물이다. 이 의원은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던 당내 유승민계 의원들을 향해 “한국당으로 돌아가라”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 의원이 먼저 한국당에 투항했다. 국회 교육위원장을 맡았던 이 의원은 지난해 8월 ‘조국 사태’에 대해 질의를 하던 한국당 의원들의 발언을 막기도 했다. 이를 의식했는지 이 의원은 지난 12일 한국당 의총에서 입당 인사말을 하며 “(교육위 소속) 전희경, 김현아, 곽상도 의원님, 제가 언짢게 한 게 있다면 크게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또 “(총선) 턱밑에서 입당하게 됐다. 공천을 주신다면 고맙겠다”고 밝혔다. 이에 심재철 원내대표는 “격하게 환영한다. 좌파독재를 막으라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는 움직임”이라고 화답했다.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현역의원을 보내기 위한 한국당의 꼼수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당은 비례대표인 이종명 의원을 지난 13일 갑자기 제명했다. 이 의원이 지난해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됐다는 망언을 했을 당시 “제명시키라”는 국민적 분노에 눈감았던 한국당 지도부가 미래한국당을 위해 하루아침에 꼼수 제명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새로운보수당 정운천 의원도 지난 14일 느닷없이 탈당계를 내고 미래한국당으로 갔다. 미래한국당으로의 이동을 꺼리는 한국당 의원들을 대신해 총대를 멘 셈이다. 정 의원의 입당으로 현역 5명이 된 미래한국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급하는 1분기 경상보조금 5억 5000만원 이상을 손에 쥐게 됐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정치가 극단으로 흐르면서 상식까지 붕괴됐다”고 말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성폭력단체,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공동대응 나선다

    성폭력단체,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공동대응 나선다

    성폭력단체들이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 단체채팅방에서 성착취 영상물 등을 공유해 온 ‘n번방’ 사건을 해결하라며 공동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와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탁틴내일은 14일 “그 누구도 성착취 피해자가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면서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텔레그램 n번방은 서버 추적이 잘 되지 않는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아동·청소년과 여성의 신상정보와 성착취물이 공유되는 방이다. ‘1번’, ‘2번’ 등 번호가 붙은 대화방에서 성범죄가 발생했기 때문에 이를 통틀어 부른다. 이들은 미성년자를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찍게 하고,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유포, 판매했다. 지난 9일 텔레그램방 운영자와 공범 16명, 아동성착취물 유통·소지 사범 50명 등 총 66명을 검거했다며 경찰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파생방 한 곳의 운영자인 A씨는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0여개의 텔레그램방에서 5000여 명을 상대로 아동 성착취물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이렇듯 문제가 알려지며 여성들을 중심으로 n번방 처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고, 지난 10일 10만명의 동의를 받아 국회 ‘국민동원청원’의 1호 청원이 됐다. 청원 내용은 경찰의 국제공조수사, 수사기관의 디지털성범죄 전담부서 신설 및 2차가해 방지 포함한 대응매뉴얼 수립, 범죄 예방을 위한 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 재조정 등이다. 공대위는 이날 성명을 발표하며 “텔레그램 성착취는 강남역 살인사건, 불법촬영물과 웹하드 카르텔, 미투 운동에 이어 또다시 한국 여성들이 집단적인 분노를 느끼는 사건”이라면서 “지인 능욕, 합성 사진, 약물 성폭력 영상, 화장실 불법촬영물 등을 주제로 수십개의 방이 생겼다. 이때까지 드러난 60여개방의 참여자를 단순 취합하면 26만명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문제는 텔레그램이라는 플랫폼 특성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지금까지 계속돼 온 ‘남성 문화’가 계승된 것”이라면서 “피해자 지원, 재발 방지, 여성의 성착취를 당연하게 여기는 남성 문화 타파 등을 위해 여러 단체가 공동대응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靑 ‘우한 폐렴’ 자제 요청에 黃 “반중정서 차단만 급급”

    靑 ‘우한 폐렴’ 자제 요청에 黃 “반중정서 차단만 급급”

    “우한 폐렴 용어 고칠 한가한 상황 아냐”“중국인 입국 금지 청원 삽시간에 50만”혐오 조장 우려에도 ‘우한 폐렴’ 고집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9일 공식 명칭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신 ‘우한 폐렴’을 강조하며 정부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혐오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특정 지역명을 강조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청와대도 언론에 용어 변경을 요청했지만 황 대표는 “고질적 중국 눈치 보기에 국민 불신이 더 깊어진다”고 반발했다. 청와대가 중국 눈치를 보느라 ‘우한’이라는 말을 쓰지 않도록 지시했다는 주장이다. 중국인에 대한 비난 여론에 편승해 지지세를 결집시키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지금 청와대가 우한 폐렴 명칭이나 고치고 있는데, 거기에 신경 쓸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라며 “청와대가 우한 폐렴 차단보다 반중 정서 차단에 급급한 건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4번째 확진자의 관리 소홀 실태는 온 국민을 겁에 질리게 만들고 있다. 우한에서 온 단체 관광객이 서울 시내 면세점을 방문하는 등 정부가 놓치는 부분이 많았다”며 “중국인 입국 금지 청원자가 삽시간에 50만명이나 돌파한 사실을 정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고질적 중국 눈치 보기에 국민의 불신은 더 깊어진다”며 “당장 3월 중국인 유학생들의 대거 입국도 지금부터 대책을 잘 세워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황 대표는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자신 기소에 대해 검찰을 향해 ‘쿠데타’라며 반발한 것을 놓고는 “친문(친문재인) 라인만 올라타면 위도 아래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청와대 완장을 차니까 뵈는 게 없나”라며 “가히 권력에 중독된 정권다운 일그러진 모습”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한 김성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장이 좌천성 인사에 사표를 낸 것을 거론하며 “범죄자를 수사해야 할 사람은 내몰리고, 정작 부정선거에 연루된 당사자(황운하)는 여당으로부터 출마 자격 판정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거꾸로 돼도 한참 거꾸로 됐다. 왜 정의는 후퇴해야 하고, 불의가 득세해야 하는 것인지 저도 국민도 분노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청와대-법무부-검찰로 이어진 친문 권력의 끈을 끊어내라”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중국 ‘우한폐렴’에 마스크 폭리에 의료진 폭행·침뱉기까지…범죄 기승

    중국 ‘우한폐렴’에 마스크 폭리에 의료진 폭행·침뱉기까지…범죄 기승

    ‘짝퉁 3M’ 마스크 팔던 상인도 구속우한폐렴 확진받자 의료진에 침뱉기도中공안, 우한폐렴 관련 범죄 엄벌 통지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른바 ‘우한 폐렴’이 중국 전역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마스크 가격을 부풀리거나 가짜 상품을 유통하는 등의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또 우한 폐렴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가 의료진에게 고의로 침을 뱉거나 폭행을 하는 등 ‘분노형 범죄’도 발생해 공분을 사고 있다. 28일 관영 CCTV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하얼빈의 한 약국이 일반 방진 마스크를 우한 폐렴 예방 효과가 가장 좋다는 N95 마스크라고 속여 판매한 혐의로 적발됐다. 이 약국은 우한 폐렴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노인 등을 상대로 이 같은 위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하얼빈 시장감독 당국은 약국에 벌금 5만 위안(약 843만원)을 부과했다. 톈진에서도 시장가 12위안(약 2000원)짜리 N95 마스크를 128위안(약 2만 1000원)에 판매한 약국과 판매 직원이 적발됐다. 이 약국은 우한 폐렴이 확산하자 미리 N95 마스크를 확보해 창고에 대량으로 쌓아둔 뒤 고가에 판매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톈진시 당국은 영업정지와 함께 추가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 27일에는 저장성 이우시에서 유명 마스크 제조업체 3M을 베낀 가짜 마스크를 제조해 위챗 등 SNS를 통해 판매한 일당 6명이 검거됐다. 이우시 공안당국은 이들의 행위가 의료용품 생산 공급 사슬에 큰 충격을 준다고 보고 모두 형사입건했다. 이번 우한 폐렴 사태에서 가장 심각한 상황인 우한에서는 진료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불만을 품고 의료진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환자는 우한의 한 병원에서 마스크를 달라고 요청한 뒤 간호사가 체온 측정을 요구하자 간호사를 폭행했다.또 다른 환자는 컴퓨터단층촬영(CT) 판독 결과 우한 폐렴 확진을 받자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고 침을 뱉기도 했따. 중국 공안당국은 우한 폐렴 관련 범죄에 대해 적발 시 엄벌하겠다는 통지를 지속해서 배포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이날 0시 현재 전국 30개 성에서 ‘우한 폐렴’ 확진자는 4천515명, 사망자는 106명이라고 발표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총독인가 동반자인가’… 주한 미국대사 70년사

    ‘총독인가 동반자인가’… 주한 미국대사 70년사

    해리스 대사, 호르무즈파병 압박 등으로 ‘총독’ 비난받아역대 23명 대사 중 유일 직업군인 출신, 국민에게 낯설어결례 논란 전임 대사도 자유롭지 않아…현대사에 영향력미국대사 과거 막후 외교관이었지만 지금은 공공 외교관변화된 역할 조정 과정서 시행착오 겪으며 논란 불거져 ●한국민에게 낯선 미국대사, 해리스 “해리스 대사는 한국 총독처럼 행세하지 않느냐. 자기가 무슨 총독인 줄 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17일 공개된 재단 유튜브 채널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대사에 대해 이같이 언급했다. 해리스 대사가 지난 7일 KBS와 인터뷰에서 “한국이 그곳에(호르무즈해협)에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며 정부에 파병을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을 ‘총독 행세’라고 비판한 것이다.해리스 대사가 16일 외신 기자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같은 날 신년기자회견에서 남북 협력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향후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서 다루는 것이 낫다”고 하면서 당정청은 일제히 반발했다. 다음 날 “의견 표명은 좋지만 우리가 대사가 한 말대로 따라 한다면 대사가 무슨 조선 총독인가”(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 “내정간섭 같은 발언은 동맹 관계에도 도움이 안 된다”(민주당 설훈 최고위원), “대북정책은 대한민국의 주권에 해당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통일부 이상민 대변인), “대사가 주재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언론에 공개적으로 언급한 부분은 대단히 부적절하다”(청와대 관계자)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앞서 해리스 대사는 호르무즈해협 파병과 남북 협력 사업뿐만 아니라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과 관련 미국 정부의 입장을 직설적으로 표명하면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해 11월 당시 국회 정보위원장인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을 관저로 불러 방위비분담금을 50억 달러 내라는 요구만 20번 정도 반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교적 결례라는 비난을 받았다. 해리스 대사는 같은 달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맞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내린 데 대해 “한국이 한일 과거사 문제를 안보 영역으로 확대한 데 대해 실망했다”며 종료 결정을 번복할 것을 압박했다. 해리스 대사를 둘러싼 논란은 우선 대사의 개인적 성향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해리스 대사는 첫 직업군인 출신 주한 미국대사다. 1949년 부임한 1대 존 무초 대사부터 해리스 대사까지 23명 대사 중 6명을 제외하면 모두 직업 외교관 출신이다. 비외교관 출신 6명 중 해리스 대사를 제외하고는 외교를 전공한 교수이거나 한국과 인연이 깊은 목사, 외교에 익숙한 중앙정보부(CIA) 출신 요원, 국회와 국방부에서 외교를 담당한 정치인이었다. 군인 출신으로 외교적 수사보다 직설 화법에 익숙한 해리스 대사가 한국민에겐 ‘낯선 대사’라는 것이다.외교 소식통은 “한국어에 능숙한 캐슬린 스티븐스 대사와 한국민과 스킨십을 즐겼던 마크 리퍼트 대사에 익숙했던 한국민에게 4성 장군으로 태평양사령관을 역임한 해리스 대사의 야전군 사령관 스타일이 낯설어 보일 것”이라고 했다. 다만 주한 미국대사의 행보와 발언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승만 정권 당시 윌리엄 레이시 대사는 한미 관계 현안에 대해 이승만 대통령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불만을 표출하는 등 거만한 태도를 보여 이 대통령의 반감을 샀다. 박정희 정권에 베트남 파병을 압박했던 윈스럽 브라운 대사는 카운터파트인 이동원 외무부 장관을 ‘패싱’하고 정일권 국무총리, 박정희 대통령과 직접 담판을 짓는 오만함을 보이기도 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는 진보적인 노무현 정부와 보수적인 조지 W 부시 정부가 마찰을 빚던 당시 노무현 정부의 남북 화해협력 정책과 어긋나는 발언을 해 정부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주한 미국대사가 ‘한국의 총독’이라는 논란은 한국 현대사에서 미국 정부와 그의 입장을 대변하는 주한 미국대사가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불거졌다는 해석이다. 미국대사는 한국 현대사의 분기점마다 주·조연으로 등장하며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데 영향을 미쳤다. 미국대사는 한국 현대사와 한국 정치에서 한복판에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 ●국가원수급 대우 받은 초대 미국대사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첫 주한 미국대사는 존 무초 대사다. 무초 대사는 1948년 8월 13일 주한 최고대표로 임명돼 사흘 후 부임했다. 미국은 이듬해 1월 1일 한국을 정부로 승인하고 4월 7일 무초 최고대표를 주한 미국대사로 임명했다.1년 전 남북에 각각 단독정부가 수립되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지원이 절실했던 이승만 대통령은 무초 대사의 신임장 제정식을 ‘장엄하게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1949년 4월 20일 무초 대사의 신임장 제정식에는 이 대통령과 이시영 부통령, 이범석 국무총리, 신익희 국회의장, 김병로 대법원장 등 삼부 요인이 모두 참석했고, 무초 대사는 중앙청에 육해군 의장대의 사열을 받으며 입장했다. 국가원수급 대우를 받은 무초 대사는 1950년 이 대통령과 6·25 전쟁 첫 2년을 함께 겪었다. 무초 대사는 전쟁 발발 직전인 6월 초 미국 의회에 북한의 침공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전쟁 당일인 25일 워싱턴 국무부에 “북한군의 전면 공격이 시작됐다”고 보고했고 이 대통령의 관저인 경무대로 들어갔다. 무초 대사는 피난가겠다는 이 대통령을 말렸지만, 이 대통령은 무초 대사에게 알리지 않고 27일 서울을 떠나 수원으로 갔다. 무초 대사는 이 대통령의 행동에 분노했지만 이후 한국 정부를 따라 수원·대전·대구·부산으로 피난가던 도중 이 대통령을 자신의 차에 태워 피신시키기도 했다. ●이승만 하야 작전의 선봉장? 이 대통령은 미국에서 교육을 받고 독립운동을 한 친미주의자였지만, 집권기에는 미국과 갈등을 빚었다. 이 대통령은 6·25 전쟁 기간 휴전 반대, 반공포로 석방 등으로 휴전을 원하던 미국과 틀어지기 시작했다. 전쟁 후에 미국은 냉전 전략의 일환으로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라고 요구했지만 이 대통령은 이를 뿌리쳤고, 미국의 우려에도 독재의 길을 걸어가면서 양측의 갈등은 악화됐다. 미국 정부는 이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각에서는 미국대사들이 야당 인사들과 접촉하며 최전선에서 하야 계획을 수행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당연히 미국대사와의 관계도 좋지 않았다. 1955년 5월 취임한 3대 윌리엄 레이시 대사는 재한 미국인 상사에 세금을 물리는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 정부와 충돌하자 이 대통령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불만을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반감을 느껴 이례적으로 미국 정부에 대사 교체를 요청했고, 취임 다섯 달 만에 레이시 대사는 사임했다. 후임인 4대 월터 다울링 대사는 진보당 사건, 보안법 파동 등 이승만 정권의 정치 탄압을 두고 이 대통령과 부딪쳤다. 다울링 대사는 이승만 정권이 1958년 야당 진보당의 조봉암 당수 등을 간첩 혐의로 체포해 사형을 구형하자 정권 2인자인 이기붕 국회의장을 두 차례 만나 조봉암을 구명하려 했으나 조봉암은 1년 후 사형당한다. 1958년 12월에는 이승만 정권이 야당과 언론을 탄압하기 위한 국가보안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일방 통과시키자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다울링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며 항의의 뜻을 표했다.1959년 12월 부임한 5대 월터 매카너기 대사는 이승만 정권의 종말에 일조했다. 매카너기 대사는 1960년 4·19 혁명 당일 “시위자들과 당국이 폭력을 자제하고 법과 질서를 되찾아 정당한 불만이 해결되기를 바란다”며 시위대에 우호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19일과 21일 경무대에 이 대통령을 찾아가 미국 정부의 우려를 전달했다. 26일 서울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리자 매카너기 대사는 “전국적으로 퍼진 정당한 국민의 불만 표시에 한국 정부는 즉각적인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미봉책을 취할 시기가 아니다”며 이 대통령의 하야 요구를 시사하는 성명을 냈다. 직후 경무대로 가 이 대통령으로부터 하야 의사를 전달 받았다. 경무대 앞에 있던 시위대는 매카너기 대사의 차가 경무대에서 나오자 그가 이 대통령의 하야를 이끌어냈다고 생각하며 ‘매카너기 만세’, ‘미국 만세’를 외쳤다고 한다. ●박정희 인정하되 미국 요구 관철시킨 대사들 박정희·전두환 독재 정권 하에서 미국대사들은 미국의 국익을 위해 반공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이들을 돕기도 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미국의 가치에 반하는 이들을 견제하기도 했으며, 국익과 가치의 딜레마에서 이들의 독재를 방관하기도 했다. 1961년 5·16 쿠데타가 발발하고 한 달여 후 취임한 6대 새뮤얼 버거 대사는 박정희의 쿠데타 세력을 사실상 인정하되 미국의 정책을 따르도록 설득하는 전략을 취했다. 쿠데타 발발 당일 마셜 그린 주한 미국대사대리와 카터 매그루더 주한미군사령관이 쿠데타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을 뒤집은 것이다. 버거 대사는 박정희에게 민정 이양을 위한 선거를 실시하고 한일 국교정상화를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박정희는 전역하고 1963년 10월 대선에서 승리했으며, 2년 후 한일 국교정상화를 위한 한일기본조약 등을 체결했다.7대 윈스럽 브라운 대사는 박정희 정권에 미국이 수행하던 베트남전 참전을 압박했다. 박정희 정권은 1964년 미국이 베트남전에 본격 개입하자 그 해 9월 베트남에 의무 요원과 태권도 교관을 파견했는데, 브라운 대사는 12월 박정희 대통령에게 증파를 요청했다. 박정희 정권은 1965년 10월부터 전투부대를 파병하기 시작했고, 브라운 대사는 이듬해 3월 한국의 추가 파병에 대한 미국의 보상을 담은 ‘브라운 각서’를 전달했다. 브라운 각서와 월남 특수로 한국은 경제·군사적 성장을 이루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지만, 국군 장병의 피를 돈을 받고 팔았다는 비난도 제기됐다. ●유신 정권과 대립했던 대사들 1970년대 미국에 닉슨·포드·카터 정부가 차례로 들어서고, 박정희 정권이 1972년 유신헌법 개정으로 독재의 길을 걸으며 양국은 충돌하기 시작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69년 냉전 완화(데탕트)를 이유로 아시아에서의 개입을 줄이고 아시아 국가들의 자력 방위를 요구하는 ‘닉슨 독트린’을 발표했다. 닉슨 독트린에 따라 8대 윌리엄 포터 대사는 1970년 박 대통령에게 주한미군을 6만 명에서 4만 명으로 감축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박 대통령이 감축에 불만을 갖고 미국의 주한미군 주둔비용 지원 요구를 거부하자 포터 대사는 “(박 대통령은) 엉클 샘(미국)의 큰 젖통에 달라붙어서 떨어지질 않으려 한다”며 독설을 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등 동맹국이 미국을 벗겨 먹는다며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주한미군 감축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 셈이다.1971년 10월 취임한 9대 필립 하비브 대사는 ‘미국 당대의 가장 걸출한 전문 외교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내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을 구명한 인물로 유명하다. 하비브 대사는 1973년 8월 박정희 정권이 야권 정치인 김대중을 납치하자 조용하지만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했다. 하비브 대사는 박 대통령에게 “김대중 납치 사실을 알고 있으며 김대중이 죽는다면 미국과 한국의 관계는 끝장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고 당시 미국 중앙정보국(CIA) 서울지부장이자 후일 주한 미국대사로 부임하는 도널드 그레그가 회고했다. 김대중은 납치 닷새 후 서울 자택에서 풀려났다. 후임 10대 리처드 스나이더 대사는 박정희 정권이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을 추진한 사실을 알아채고 박정희 정권에 경고해 핵무기 개발 계획을 무마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독재 정권의 견제자인가 방관자인가 11대 윌리엄 글라이스틴 대사는 1978년 7월 취임, 이듬해 10·26 사태와 12·12 쿠데타,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등 한국사의 주요 변곡점을 겪은 인물이다. 1977년 출범한 카터 정부는 도덕주의 외교 노선을 앞세우며 박정희 정권의 독재 정치를 비판하고 주한미군 철군을 추진함에 따라 한미 관계가 악화됐다. 이 과정에서 글라이스틴 대사는 카터 대통령을 설득해 주한미군 철군 계획을 철회하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박정희 정권이 1979년 10월 국회에서 여당 공화당과 유신정우회를 동원해 야당 신민당의 김영삼 총재를 의원직에서 제명하자 카터 정부는 항의의 뜻으로 글라이스틴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기도 했다.전두환 신군부 세력이 1979년 12·12 쿠데타를 일으키고 이듬해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탄압할 당시 글라이스틴 대사와 미국 정부는 이를 묵인하거나 최소 방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전두환과 그의 참모들을 만나 광주에서의 군사 작전을 항의하기도 했으나, 1980년 5월 27일 계엄군이 전남도청 진압작전을 수행하기 하루 전 글라이스틴 대사는 ‘(신군부에) 군사작전을 포기하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백악관에 보고한 것으로 기밀해제 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신군부의 진압작전을 묵인했다고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1999년 발간한 회고록에서 “신군부의 행동에 미국이 공모자는 아니었으나 무력했던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12대 리처드 워커 대사는 1981년 8월부터 1989년 1월까지 약 7년 5개월간 재임해 현재까지 최장수 대사 기록을 갖고 있다. 1대 무초 대사부터 11대 글라이스틴 대사까지 모두 직업 외교관이었으나, 워커 대사는 학자로서 첫 비외교관 출신 주한 미국대사이기도 하다. 워커 대사는 1980년 7월 내란음모죄로 사형 선고를 받은 김대중을 석방시키는 데 역할을 했지만, 김대중 석방 대가로 전두환 대통령의 조기 방미를 성사시켜 12·12 쿠데타와 광주 학살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에 정통성을 부여하는 데 일조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민주화 이행기의 CIA 출신 대사들 13대 제임스 릴리 대사와 14대 도널드 그레그 대사는 CIA 요원 출신으로, 1987년 6·10 항쟁과 대통령 직선제 개헌, 1993년 문민정부 출범까지 한국의 민주화 과정을 목격했으며 민주화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의 광주 학살 개입, 방조 의혹으로 반미 정서가 고조됐던 1980년대 말 부임했던 릴리 대사와 그레그 대사는 한국민의 거센 반감에 직면해야 했다. 릴리 대사는 반미 시위대로부터 수차례 인형 화형식을 당했으며, 그레그 대사는 시위대의 관저 침입을 겪기도 했다. 특히 릴리 대사의 후임으로 연이어 CIA 출신인 그레그 대사가 미국대사로 임명되자 야당과 언론은 ‘미국이 한국을 외교 대상이 아닌 정보·공작 대상으로 본다’며 반발하기도 했다.하지만 1987년 6·10 항쟁 당시 전두환 정권이 명동성당에 강제 진입해 학생들을 연행하려 하자 릴리 대사는 13일 최광수 외무부 장관을 만나 “전 세계가 떠들썩해질 것”이라며 진입을 저지했다. 그는 전두환 정권이 계엄령을 검토하자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게 시위를 평화롭게 해결해야 한다는 내용의 친서를 요청해 받았다. 릴리 대사는 전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으나 청와대는 18일 거절 의사를 밝혔다. 릴리 대사는 결국 다음 날 전 대통령을 찾아가 친서를 전달하고 “무력을 절대 사용하지 마라”고 경고했으며 전두환 정권은 계엄령 선포 계획을 백지화했다. 그레그 대사는 취임 약 4개월 후인 1990년 1월 광주를 찾아 미국의 광주 학살 개입 책임을 묻는광주민주화운동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는 “레이건 대통령이 전 대통령을 취임 후 첫 외국 정상으로 초청한 것은 김대중을 사형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기 때문”이라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레그 대사는 노태우 정권의 남북화해정책과 북방정책을 지지했으며 미군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철수를 추진하며 1992년 남북 한반도비핵화선언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레그 대사는 1992년 남북화해를 위해 한미연합훈련인 팀스피리트 훈련을 취소하도록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 한미 정부는 그레그 대사와 상의 없이 훈련을 재개하면서 북한은 준선시상태를 선언했고 핵확산방지조약(NPT)에서 탈퇴했다. 그레그 대사는 2015년 발간한 회고록에서 “내가 대사로 봉직하던 기간 중에 미국이 결정한 유일한 최악의 실수”라고 했다. ●북핵 전문 외교관 전성시대 1993년 북한의 NPT 탈퇴로 1차 북핵 위기가 촉발되자 미국의 대한국 외교는 물론 주한 미국대사의 역할도 북핵 문제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1993년 11월 취임한 15대 제임스 레이니 대사는 목사 출신으로 직업 외교관은 아니었으나, 1947~1950년 서울에서 정보장교로 근무했고 1959~1964년 연세대에서 신학을 가르친 ‘지한파’였다. 레이니 대사는 1994년 북한이 영변의 핵연료봉 추출을 강행하고 미국은 영변 핵시설 정밀 타격을 시행하려 하면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오르자 카터 전 대통령을 만나 대북 특사로 방북해 중재할 것을 요청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그 해 6월 김일성 주석을 만나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냈으나, 7월 김 주석이 사망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은 무산됐다. 하지만 북미는 9월 제네바합의를 타결하며 1차 북핵 위기를 종식시켰다.레이니 대사의 후임인 16대 스티븐 보즈워스 대사, 17대 토머스 허버드 대사, 18대 크리스토퍼 힐 대사는 모두 북핵 전문 외교관이다. 보즈워스 대사는 1995~1997년 제네바합의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 북한에 경수로를 건설하는 역할을 맡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사무총장을 역임하고 주한 미국대사로 자리를 옮겼다. 보즈워스 대사는 2001년 주한 미국대사에서 퇴임한 이후에도 2009~2011년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대북특별대표를 맡아 북미 협상을 총괄했다. 그는 미국 대북 협상파의 상징적 인물로 꼽힌다. 허버드 대사 역시 1994년 북미 제네바협상에 실무급으로 참여한 대북 협상 전문가다. 2001년 9월 취임한 허버드 대사는 이듬해 2차 북핵 위기를 맞게 된다. 아울러 2002년 6월 주한미군 장갑차의 여중생 압사 사건, 이듬해 정부의 이라크 파병 결정, 2004년 주한미군 기지 평택 이전 반대 시위 등으로 반미 감정이 고조되고 한미 동맹의 균열 우려가 심화되자 이를 해결하는 데 임기를 보냈다.후임인 힐 대사는 2004년 9월 취임해 이듬해 2월 북핵 문제를 논의하는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로 지명됐으며, 두 달 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에 취임하면서 대사직을 내려놓았다. 힐 대사는 인터넷을 통해 한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반미 감정을 누그러트리는 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힐 대사는 2005년 9월 6자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의 이정표로 평가받는 9·19 공동성명을 이끌어냈다. ●‘리코드 브레이커’ 대사들의 명과 암 19대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부터 23대 해리 해리스 대사까지 다섯 명의 대사는 주한 미국대사 역사의 ‘신기록 보유자’들이다. 버시바우 대사는 직전에 주러시아 미국대사를 역임하고 주한 미국대사 중 역대 최고위급 인사로 부임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대사는 최초의 여성이자 최초의 한국어 구사 대사, 성 김 대사는 최초의 한국계 대사였으며 마크 리퍼트 대사는 현재까지 최연소 대사 기록을 갖고 있다. 해리스 대사도 최초의 직업군인 출신 대사 기록을 세웠다. 2005년 10월 취임한 버시바우 대사는 역대 주한 미국대사 중 최고위급 인사로 부임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에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버시바우 대사는 부임 초기 북한의 인권과 위조지폐 문제를 거론하고 김정일 정권을 ‘범죄 정권’이라고 칭하며 대북 강경 기조를 보였고 당시 노무현 정부는 버시바우 대사에게 북한 비난을 자제하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버시바우 대사는 2008년 5월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에 반대하는 촛불 시위가 한창이던 때에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실망스럽다”고 해 외교적 결례 논란을 빚었다. 버시바우 대사는 손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를 주장한 데 대해 “과학적 근거도 없이 불안을 야기한 것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했으며, 민주당 측은 이를 공개하며 반발했다. 다만 버시바우 대사는 힐 대사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을 통해 한국민과 소통하며 국민을 상대로 한 공공 외교를 이어나갔다. 스티븐스 대사는 유창한 한국어로 한국 국민과 접촉면을 늘리면서 공공 외교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대사로 평가받는다. 스티븐스 대사는 미국 평화봉사단에 들어가 한국 복무를 자원, 1975~1977년 충남 예산군 예산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고, ‘심은경’이라는 한국 이름을 지었다. 그는 1978년 국무부에 입부한 후 1983~1989년 한국에 다시 와 서울 대사관과 부산 영사관에서 근무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2008년 10월 취임하자마자 33년 전 봉사한 예산중학교를 방문, “예산은 내가 외교관으로 필요한 자질을 배웠던 곳”이라며 한국 국민의 마음을 샀으며, 블로그도 개설해 글을 연재하며 ‘파워 블로거’로서의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후임 성 김 대사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6자회담 특별대표를 역임하다 그 해 11월 주한 미국대사로 취임했다. 김 대사는 2017년 주필리핀 미국대사로 자리를 옮겼으나 이듬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판문점에서 최선희 당시 외무성 부상과 정상회담 조율을 위한 실무협상을 했다. ●‘같이 갑시다’ 한미 동맹 캐치프레이즈 만든 리퍼트 리퍼트 대사는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보좌관을 지내다 2008년 오바마 정부 인수팀에 합류했다. 정부 출범 후 국방장관 수석보좌관,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 국방장관 비서실장을 역임하고 2014년 11월 주한 미국대사로 취임했다. 이전 직업 외교관 출신 대사들이 ‘늘공’(늘 공무원)이었다면 리퍼트 대사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 참모로서 관직을 맡은 ‘어공’(어쩌다 공무원)인 셈이었다.리퍼트 대사는 2015년 3월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김기종 씨에 의해 습격을 당했을 때 의연하게 대처함으로써 자신은 물론 미국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나아가 한미 동맹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습격 소식이 전해지자 리퍼트 대사의 수술은 물론 한미 관계에 대한 우려의 여론이 높아졌다. 리퍼트 대사는 사건 당일 수술을 마치고 트위터에 “한미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복귀합시다. 같이 갑시다!”라고 올리며 우려의 여론을 신속히 잠재울 수 있었다. 이후 ‘같이 갑시다’(Go together)는 한미 동맹의 캐치프레이즈가 돼 한미 동맹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인사말이나 건배사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문구가 됐다. 리퍼트 대사는 대사 부임 전 한국과 인연이 별로 없었지만, 부임 후 빠르게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익히며 한국민과의 거리를 좁혀나갔다. 리퍼트 대사는 한국 부임 후 갖게 된 첫째 아들에게 ‘세준’이라는 한국식 이름을 미들 네임으로 줬고, 딸에게도 ‘세희’라는 미들 네임을 붙였다. 야구팀 두산 베어스의 팬으로 유명한 리퍼트 대사는 대사 재임 기간은 물론 퇴임 후에도 야구장을 찾아 두산을 응원하면서 ‘야구 외교’를 선보이고 있다. ●막후 외교서 공공 외교로 대사의 역할 변화했지만 해리스 대사는 2018년 2월 주호주 미국대사로 지명됐다가 세 달 후 주한 미국대사로 재지명된 뒤 7월 취임했다. 전임 리퍼트 대사가 퇴임하고 1년 6개월여 만에 공석을 메운 터라 기대도 높았던 반면, 그가 대북·대중 강경파라는 점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와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교차했다. 하지만 해리스 대사는 2018년 6월 상원 외교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실제 협상에 진지한지 가늠하는 차원에서 주요 (한미연합)훈련을 일시 중단할 필요가 있다”며 트럼프 정부의 대북 협상 기조에 보조를 맞췄다. 해리스 대사가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우려를 표하고 문 대통령의 남북 협력 사업 추진에 한미 협의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개인의 신념이라기보다 트럼프 정부의 기조를 대변한 것이다. 해리스 대사뿐만 아니라 전임 대사들도 한국 정부와 이견이 있는 이슈에서 항상 미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해왔다. 버시바우 대사도 재임 기간 당시 조지 W 부시 정부의 기조대로 ‘남북 경제협력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해 해리스 대사처럼 외교적 결례라는 비판을 받았다. 스티븐스 대사도 2010년 한미의 핵심 현안이자 2000년대 한국 내 반미 정서의 주요인이었던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한국의) 시장이 완전히 개방되기를 바라지만 이 사안의 민감성을 잘 알고 있다”며 비록 정제된 톤이었지만 미국 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전달했다.그럼에도 해리스 대사의 발언이 더욱 논란이 되는 것은 트럼프 정부가 방위비분담협상 등 한미 관계의 현안에 대해 한국 정부를 전례 없이 강하게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공교롭게 한일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는 중에 해리스 대사가 부임하고, 그의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를 계속해서 밀어붙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가 한국 정부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번복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며 해리스 대사에게는 ‘고압적인 미국 외교관’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졌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한미 관계가 과도기를 겪는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 모두 주한 미국대사의 역할을 변화한 상황에 맞게 조정하는 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같은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미일과 북중러가 대립하는 냉전 구도가 해체되고 한국의 국력이 급성장하면서 한미 관계가 상호 호혜적 관계로 재조정되는 가운데 주한 미국대사의 역할도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닌 대국민 공공 외교를 통해 한미 관계를 증진시키는 것으로 변화할 필요가 생겼다. 하지만 과거 미국대사의 한 마디에 한국 정부의 기조가 흔들렸던 경험을 겪었던 한국민은 미국대사의 발언을 정부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로 간주하며 의심의 눈초리로 볼 수밖에 없다. 미국대사들도 한국과 미국이 불평등한 관계에 있었던 역사와 한국민의 의심을 고려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발언함으로써 오해를 자초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1990년대 초반까지 주한 미국대사는 주한미군사령관과 함께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었지만, 냉전 이후 한국의 국력이 강화되면서 미국대사는 한미 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역할로 변화했다”고 했다. 이어 “해리스 대사를 둘러싼 논란은 대사 개인의 성향에 기인한 것도 있겠지만, 한미 정부가 변화된 양자 관계 속에서 이견을 조율하고 자신의 입장을 정제된 톤으로 발표하는 데 서툰 모습을 보이는 탓도 있다”고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씨줄날줄] 사형 구형/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사형 구형/박록삼 논설위원

    고유정(37)씨뿐 아니다.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흉악범들 모두 자신의 범죄행위 외에 또 다른 죄가 있다. 신뢰 붕괴다. 천사표로 알려졌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악마 같은 행태가 노출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38)씨도 그랬다. 상냥한 얼굴이 본심이 아닐 수 있다는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의심을 확산시켰다. 지난 20일 제주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고씨에게 사형이 구형됐다. 전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다.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한 검사는 고씨의 잇단 살인이 얼마나 계획적이고 잔혹한 범죄였는지를 20분간 말하다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피해자 유족들은 오열했고, 고씨는 덤덤한 표정을 유지했다. 재판 방청객들은 박수를 쳤다. 선고 공판은 다음달 10일로 예정됐다. 지난해 여름 평범한 가정주부가 전남편을 살해한 뒤 엽기적인 방법으로 신체를 훼손하고, 전국을 돌며 땅과 바다 곳곳에 이를 유기했다는 혐의가 제기돼 한국 사회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참회하지 않은 채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법의 허점을 파고들려는 모습은 전국민의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사실 검찰의 사형 구형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아직 1월인 올해에 아내를 살해한 뒤 유기한 A(53)씨 이후 두 번째다. 지난해에도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의 안인득(43)씨, 여관 살인사건의 장대호(39)씨 등 8건 이상 사형이 구형됐다. 이 중 사형을 선고받은 것은 안씨가 유일하다. 그 또한 형의 최종 확정인 대법원 판결이 아직 남아 있다. 한국에서는 1997년 12월 30일 23명의 사형을 집행한 이후 사형 집행이 없다. ‘실질적 사형제 폐지국가’인 셈이다. 형이 집행되지 않은 61명의 사형수가 있다. 고씨에게 어떤 선고가 내려질지, 2심, 3심을 거쳐 어떻게 형이 확정될지 지켜볼 일이다. 다만 여전히 고민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사형은 생명을 빼앗는 형벌이다. 우리는 법의 무오류를, 제도의 완벽함을 확신하지 못한다. 사형은 생명권 전부를 직접 침해해야 한다. 게다가 불가역적이다. 한국은 1970년대 박정희 정권 시절 ‘사법살인’이 일어난 나라이기도 하다. 중세 ‘마녀재판’처럼 훗날 오류가 밝혀진다 한들 되돌릴 수도 없다. 전 세계 163개 국가가 사형제를 전면 폐지했거나 실질적으로 사형 집행을 하지 않는 이유다. 그럼에도 최근 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9.4%가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하고 있다. 오열하는 피해자의 유족 및 사형 구형에 박수를 치는 다수 시민의 분노와, 오판의 가능성 및 진정한 회개 가능성 사이에서 실현할 수 있는 사법정의는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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