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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한·중·일 3국 정상회담에 바란다/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부교수

    [열린세상] 한·중·일 3국 정상회담에 바란다/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부교수

    운명의 아침이 밝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고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전쟁 종식을 선언한다면 한반도에는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역사가 열릴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 1, 2차 정상회담보다 더 큰 기대가 모이는 것은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ㆍ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북ㆍ미 및 북ㆍ일 수교는 이 지역 평화 구축의 길에 남은 마지막 과제들이다.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마련된 6자회담이 충분히 기능하지 못한 것은 두 개의 양자관계가 아직 실선으로 이어지지 못한 탓이 크다. 북ㆍ미 사이에는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어서 변화가 예상된다. 남는 것은 북ㆍ일 관계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의 전화회담에서 북ㆍ일 정상회담 개최에 기대를 표명한 것은 적절했다. 그러나 문제는 일본이 납치자 문제를 우선하는 데 있다. 과거에도 일본은 6자회담에서 납치자 문제를 제기하면서 북핵을 둘러싼 논의의 전선을 흩트린 적이 있다. 행위자가 많을수록 의견 수렴이 어려운 다자주의의 한계를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양자 사이에는 신뢰가 부족하고, 다자주의로는 의견 수렴이 어려운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다양한 삼각형을 운영하는 데 해답이 있다. 남북과 북ㆍ미를 연결해 남ㆍ북ㆍ미 구도가 논의되는 것이 그 예다. 그런데 이 지역에는 이미 제도화된 3자 정상회담의 틀이 있다. 5월 9일 도쿄에서 열리는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이다. 우리 정부는 이번 3국 정상회담에서 두 가지 역할(2Ls)을 자임해 세 가지 메시지(3Ps)를 던지고, 5가지 협력 의제(DEPTH)를 제안해 이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주도해 나갈 수 있다. 한국은 동아시아 평화 구축의 선도국가(Leading State)로서 이 지역의 평화 구축 과정에 중국의 건설적 역할과 일본의 관여를 유도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한국은 동아시아 화해협력의 연계국가(Linker State)가 돼 남북 분단, 북ㆍ일 분단, 중ㆍ일 분단이 중첩된 동아시아 대분단선을 봉합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3국 정상회담이 열리는 도쿄에서 우리 정부가 평화를 연결하고(Peace Connected), 번영을 연결하고(Prosperity Connected), 사람을 연결하자(People Connected)는 메시지를 던진다면 남북 화해에 대한 일본의 의구심을 씻을 수 있을 것이다. 남북 화해와 북ㆍ미 화해, 그리고 북ㆍ일 화해를 연결하고,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과 일본의 인도태평양구상을 연결하며, 이 지역의 시민과 국민과 인민을 연결해 동아시아의 과제를 나의 과제로 인식하게 한다면 한반도 평화를 제도화하는 기초가 마련될 것이다.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은 내년 20주년 성년을 앞두고 이제 깊이(DEPTH)를 더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 정부가 다음의 5가지 협력 의제를 제시해 이에 집중한다면 3국 정상회담은 동아시아 공동체의 산파 역할을 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동아시아 안전공동체의 창출을 목표로 한 재난 대비(Disaster Preparation) 노력이다. 방사능 모니터링 한·중·일 위원회와 같은 것이 시초가 될 수 있다. 둘째,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공동대응으로 한층 더 경제적 통합(Economic Integration)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셋째, 사람들의 소통과 교류(Personal Exchange)에 장벽을 없애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반도 종단철도를 완성해 피스보트의 육로판으로 한·중·일 청춘열차를 운행해 본다면 어떨까? 넷째, 진실과 화해(Truth and Reconciliation)를 위한 노력이다. 3·1운동과 5·4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는 내년 새로운 100년을 위한 한·중·일 신역사 선언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지 제안해 본다. 마지막으로 한·중·일 평화인문학공동체(Humanities Community)를 만들어 보자. 한·중·일은 세계 그 어느 지역보다 강렬한 평화의 염원으로 오래 지적 분투를 전개해 온 곳이다. 이를 엮어 인류의 공공지로 제공하자.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마련된 봄의 씨앗을 북ㆍ미 정상회담으로 움트게 할 단비가 될 수 있다.
  • ‘납북자’ 지렛대로 日 협조 유도… 비핵화 로드맵 연대 강화

    11년 전 비핵화 국면 걸림돌 작용 다시 판 깨질까 日 요구 수용한 듯 日, 北보상 지원 한 축… 무시 못해 일본인 납북자 문제가 남북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르게 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4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제기해 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했고, 문 대통령은 이를 수락했다. 한반도 비핵화와는 거리가 있지만 납북자 문제를 지렛대로 일본의 협조를 끌어낼 수 있다면 비핵화 진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이루려면 주변국의 협조와 지지가 있어야 한다”며 “상호 협조하는 정신에서 일본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해결하고자 아베 총리의 요청을 정중하게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인 납북자 문제는 비핵화의 중요한 국면마다 걸림돌이 됐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2007년 북핵 10·3 합의에 따라 북한 영변 핵시설을 불능화하는 대신 중유 100만t 상당의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본은 ‘납치 문제에 진전이 있기 전에는 중유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버텼고, 이에 북한 외무성은 2008년 12월 6자회담 참가국에서 일본을 배제하겠다고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토대로 비핵화 로드맵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일본이 납북자 문제로 또다시 판을 깨지 않도록 아베 총리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대가로 북한에 제공할 경제 지원의 한 축을 일본이 짊어져야 한국도 부담을 덜 수 있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아베 총리는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이루겠다며 한반도 비핵화 대화 국면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2002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가 합의한 ‘평양선언’도 언급했다. 당시 선언에는 북·일 국교 정상화와 식민 통치에 대한 배상 등이 포괄적으로 담겼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일 수교까지 염두에 둔 발언으로 평가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일부에선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 민감한 현안인 납북자 문제까지 거론하면 소모적 논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에게 얘기는 하되 공식 의제로 올리진 않을 것”이라며 “판을 망칠 정도의 위험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종전선언은 최소한 남·북·미 3자 합의가 이뤄져야 성공할 수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해 “꼭 4자(남·북·미·중)가 아닌 3자로 해야겠다는 게 아니라 최소 남·북·미는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北매체, 핵실험장 영구적 해체 뜻하는 ‘dismantle’ 표현

    통일부 “풍계리 지금도 사용 가능 北 자발적으로 폐기 결정 긍정적” 북한 매체가 함경북도 풍계리에 있는 핵실험장의 폐기 결정을 전하면서 물리적 해체를 의미하는 ‘디스맨틀’(dismantle)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주목된다. 북한의 최종 핵폐기까지는 멀었다는 평가지만 북한이 비핵화 일정을 앞당기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0일 개최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핵실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기 위하여 공화국 북부(풍계리) 핵시험장을 폐기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결정서가 채택됐다고 21일 보도했다. 통신은 영문판에서 국문 기사의 ‘폐기’에 상응하는 영어 표현으로 ‘dismantle’을 사용했다. 통상 ‘폐기, 분해, 해체 등’으로 번역되는 이 용어는 핵 시설을 영구히 사용할 수 없도록 물리적으로 해체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에서 “지금도 사용이 가능한 핵실험장 폐기를 회담 전에 자발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국제사회나 정부도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단순히 폐쇄하는 것이 아니라 해체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영구히 안 하겠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며 “그런 면에서는 매우 전향적”이라고 평가했다. 과거 북한은 이 표현을 북핵 협상 합의문에 넣는데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북한은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을 채택할 당시 핵폐기(dismantle) 대신에 포기(abandon)라고 표현할 것을 강력히 주장해 이를 관철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2·13, 10·3 합의에서는 핵 동결 이후 핵 폐기까지 가는 중간 과정에 ‘불능화’(disablement)라는 애매한 단계를 넣어 시간을 지연시키기도 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남북정상회담 앞두고 한·미 차관보 회담

    남북정상회담 앞두고 한·미 차관보 회담

    북미정상회담 미국 측 실무자인 수전 손턴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이 23일 윤순구 차관보와 회동하고 남북정상회담 관련 의견을 교환했다.손턴 차관보는 이날 외교부 청사를 방문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윤 차관보를 잇따라 면담했다. 22~24일 일정으로 이뤄진 그의 이번 방한은 27일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한미 간 의견 조율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북미정상회담을 겨냥한 북한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체제 등에 관해서도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윤 차관보는 이날 회담에서 손턴 차관보에 남북회담과 관련한 미국 국무부의 지원에 감사를 표하면서 “한반도의 역사적 순간에 이뤄진 금 번 방한이 양국 간 정책적 협력에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손턴 차관보는 “남북정상회담이 예정된 이번 주는 한미간 긴밀한 협력을 확인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하고 좋은 시기”라며 “남북회담 진행 상황과 이를 통해 향후 이어질 북미회담에 대비한 교훈을 얻을 수 있기를 고대한다”고 답했다. 그는 24일에는 우리 북핵 6자회담 우리 측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도 면담이 예정돼 있다. 손턴 차관보는 전날 입국 당시 인천공항에서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좋은 신호”라고 높이 평가했다. 다만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묻는 질문에는 “지켜볼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한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北 체제안전 보장’ 美 결단 시점 관건

    남북정상 北비핵화 틀·방향 설정 북미정상회담서 로드맵 구체화 동시 평화협정·북미수교 가능성 비핵화 회담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큰 원칙과 방향을 정하고, 이를 길잡이 삼아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로드맵을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주재로 지난 20일 개최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지를 선언하며 사실상 ‘핵동결’의 첫발을 뗀 만큼,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를 이루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드러난 남북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는 비핵화와 종전선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직접 확인하고 평화협정 체결을 통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비핵화와 맞바꾸는 일괄 타결을 계획하고 있다.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이행하는 국면에 들어가면 국제사회가 북한의 경제 발전을 돕는 큰 틀의 합의도 가능해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언론사 사장단 간담회에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고 있어 합의도 어렵지 않다”고 낙관했다. 비핵화 협상의 본경기는 북·미 정상회담에서부터 시작된다. 비핵화를 대가로 북·미 관계의 정상화를 크게 주고받는 일괄 타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비핵화의 범주에는 핵시설, 장비, 무기, 핵개발에 참여한 인원 등이 모두 포함된다. 미 본토를 사정권에 둔 ICBM 폐기 문제도 함께 다룰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쟁점은 비핵화의 선후(先後) 문제다. 북한이 비핵화의 대가로 요구할 체제안전보장을 미국이 어느 시점에, 어느 수준까지 해 줄지가 관건이다. 체제안전보장과 같은 동시적 조치 없이 북한으로 하여금 선핵폐기를 일방적으로 수용하게 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제안전보장은 동시에 실행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는 미국이 선비핵화를 고집할 경우 비핵화 논의가 과거처럼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모처럼 잡은 기회를 놓치게 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최고지도자의 의중에 따라 의사를 결정하는 북한과 달리, 미국은 의회가 비핵화에 덧붙여 북한의 인권 문제 해결이나 개혁 개방을 요구하고 나서면 일이 복잡하게 꼬일 수 있다”며 “미 의회와 행정부가 체제보장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가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제안전보장이라는 ‘빅딜’이 원만하게 성사된다면 6자회담과 같은 한반도 주변의 북핵 당사국들이 참여하는 다자회담 등에서 비핵화의 구체적 절차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핵화 조치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선언,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 수용 순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남북·북미회담 ‘디테일의 악마’ 넘어서는 게 관건”

    “남북·북미회담 ‘디테일의 악마’ 넘어서는 게 관건”

    2007년 때보다 더 어려운 상황 남북이 먼저 핵·미사일 합의하고 북·미 간극 좁히도록 중재할 것 언론사 사장단 초청 18년 만에 참석자들 포도주스로 건배 “북·미 (정상)회담과 무관하게 남북이 따로 진도를 낼 수도 없고, 국제 제재를 넘어서서 합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남북은 일단 좋은 시작을 하고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보면서 남북 대화가 이어져 나가야 되리라고 생각한다.”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48개 언론사 사장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오는 27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 “남북 정상회담이든 북·미 정상회담이든 한꺼번에 큰 그림에 대해서 합의가 되면 제일 좋겠지만 설령 그렇게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적어도 계속 대화할 수 있는 동력은 마련돼야 되겠다”며 이번 회담의 역사적 무게와 고민을 털어놓았다. 문 대통령은 또 “(회담 과정에서) ‘디테일의 악마’ 그것을 넘어서는 것이 가장 과제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았던 2007년과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그때는 북핵 6자회담 합의가 된 상황이었고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상황만 협의하면 됐다”면서 “6·15 선언(2000년 정상회담)을 실천하는 사업들을 최대한 많이 합의하느냐였고 국제 제재도 없는 상황이어서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북핵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화된 상황 속에서 북핵·미사일에 대한 합의부터 먼저 시작을 해야 하는,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으로 이어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9·19 공동성명(2005년·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폐기하고 핵확산금지체제(NPT), 국제원자력기구(IAEA) 복귀 약속)이든 2·13 합의(2007년·6자회담에서 핵시설 폐쇄와 불능화, 핵사찰 수용, 중유 100만t 상당 지원)든 종전 합의들은 그렇게 어려우리라 생각하지 않지만, 그 목표를 구체적으로 실현시켜 나갈 것인지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북·미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면서 “우리가 북·미의 간극을 좁혀 가고 양쪽이 수용할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하는 노력들을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든 평화든 궁극의 목적은 남북 공동번영인데 북·미 관계 및 북·일 관계 발전이 함께 가야 되는 것이고 중국까지 동참해야만 가능할 것”이라면서 “북한의 경제개발, 발전도 남북 협력 차원을 넘어서 국제적 참여가 이뤄져야 현실성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보수층과의 소통도 당연히 노력하겠다”고 했다. 간담회에는 48개사 사장 모두 참석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이 배석했다. 방송협회장인 양승동 KBS 사장은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동질성 회복은 방송의 공적 책무”라고 말했다. 신문협회장인 이병규 문화일보 회장은 “언론은 4·27 정상회담이 완전한 비핵화의 출발점이 되고 ‘평화, 새로운 시작’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이날 언론사 사장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청와대의 중앙언론사 사장단 초청 행사는 제1차 남북 정상회담 직후인 2000년 6월 19일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참석자들은 이날 포도주스로 건배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美 설득할 포인트 확실히 아는 20년 실무·이론 겸비 北전문가

    美 설득할 포인트 확실히 아는 20년 실무·이론 겸비 北전문가

    ‘한반도의 봄’을 앞당기기 위해 물밑 선봉장 역할에 나선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최근 남북 정상회담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지난달 초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으로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던 서 원장은 미국과 일본을 잇따라 방문하며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을 위한 초석을 놓았다.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정원은 서 원장의 공식 노출을 꺼리고 있지만 지난 5일까지 청와대에서 네 차례 열린 정상회담준비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는 등 잰걸음을 하고 있다.서 원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북 전문가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6일 서울신문에 “서 원장은 지금 대북 협상이나 남북 대화를 이끄는 데 상당히 오랫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평했다. 고 교수는 “서 원장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업 참여로 1997~99년 함경북도 신포 등에서 북한을 직접 경험했다”며 “1994년 7월 이래 김정일 시대에는 남북 정상회담이나 특사 교환 때마다 배석하면서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협상 태도를 갖고 있는지 잘 알게 됐다”고 분석했다. 여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서 원장은 미국을 설득할 포인트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며 “대북 제재가 강화된 상황에서 북한이 무너진다면 중국 쪽으로 쓰러질 텐데 미국이 가장 원하지 않는 상황이 되지 않겠느냐고 설명하니 미측이 빠르게 이해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 원장은 지난해부터 북한의 의도와 다음 행보에 대한 분석을 미측과 공유하면서 신뢰를 구축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워싱턴에서 대미 특사단을 만났을 때 ‘거봐라. 대화하는 게 잘하는 거다’라는 반응을 보인 것도 서 원장의 정보 보고가 미측 카운터파트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가정보국(CIA) 국장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 성사까지 서 원장과 폼페이오 국장 라인이 사실상 해결사 역할을 한 것이다.서 원장이 북한학 박사학위를 받고 이화여대 초빙교수로 활동해 이론적 배경을 확보한 것도 장점이다. 최대석 이화여대 대학원 북한학과 교수는 “서 원장은 이론과 실무를 겸비했다”면서 20년 가까이 북한과 교류하면서도 굉장히 침착하게 일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에 서 원장의 역할이 커지면서 침체됐던 국정원 분위기도 진작됐다. 한 정보소식통은 “평창올림픽 때도 테러 한 번 일어나지 않는 ‘테러 제로’를 달성했고, 북한 문제도 대화의 방향에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직원들도 자신감을 갖고 업무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국내 정보파트를 없애면서 교육 후 재배치된 직원들도 이런 분위기에 맞춰 본격적인 업무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북핵 및 남북 문제를 외교부나 통일부 대신 정보기관이 계속 끌고 나가는 것을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관계 개선과 비핵화를 위해 직접 나선 상황에서 청와대 직속기관인 국정원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서 원장은 2008년 박사학위 논문 ‘북한의 선군외교 연구-약소국의 대미 강압외교 관점에서’를 통해 북한의 대미 외교를 익명 유지 및 모호성 유지 전략, 벼랑 끝 전략, 맞대응 전략, 위기관리 전략, 협상 전략 순으로 분석했다. 특히 북한이 협상 국면에서 보이는 전략적 행동 방식을 북·미 양자협상 방식, 포괄적 일괄타결 방식, 근본문제 카드 활용 방식, 단계별 동시행동 방식 순으로 세분화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포괄적 일괄타결과 단계별 동시행동 방식을 북한이 그동안 일관되게 제시해 관철시켰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서 원장이 2003~08년 열렸던 6자회담 등 북핵 협상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았던 만큼 비핵화 프로세스에 있어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러나 서 원장이 북한의 협상 전략을 잘 아는 만큼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 남·북·미 정상회담 추진, 이후 비핵화 회담까지 깊숙이 관여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결국 양자협상 방식인 북·미 정상회담과 ‘한반도 비핵화-북한 체제 안전 보장’이라는 일괄적, 포괄적 해법을 이끌어 내려는 서 원장의 노력은 ‘한반도의 봄’을 가늠할 결정적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6자’ 재개 흘리는 日…“남북미 회담 뒤 필요하다면” 선그은 靑

    日언론 “김정은, 시진핑에 6자 복귀 뜻” 靑, 남북·북미·남북미 회담에 방점 외교전 소외된 日 희망사항 관측도 청와대는 6일 “남북·북미 정상회담과 남·북·미 정상회담까지 한 뒤 필요하면 6자회담으로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북핵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밝혔다는 일본 언론의 5일 보도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북핵 6자회담은 한반도 주변의 남·북·미·중·일·러 6개국이 참여하는 회담이다. 다만 그는 “우리 정부가 6자회담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미까지만 이야기했다”며 “6자회담이 도움이 될지 안될지는 남북·북미·남북미 정상회담까지 해보고 나서 판단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6자회담의 효용성을 부정하진 안되, 현 국면에선 큰 비중을 두지 않으려는 기류가 읽힌다. ‘필요 시’ 6자회담을 열더라도 남북·북미·남북미 정상회담 이후에 개최해야 한다는 언급은 지금 6자회담 개최 여부를 논의하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 대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북핵 6자회담은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진행돼, 북한의 핵시설 폐쇄와 경제적 지원, 북·미 관계 정상화가 핵심인 9.19 공동성명을 끌어냈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다른 6개국이 참여하다 보니 협상이 자주 지연됐고, 북핵 이슈를 부문별하게 쟁점화해 대가를 얻어내는 북한의 ‘살라미 전술’에 끌려다니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6자회담은 북핵 이해당사자들이 북한의 핵 폐기 이행을 보장하고, 핵 폐기의 대가로 북한에 줄 경제 지원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비핵화 타결 후 실행 단계에 유용한 다자회담 틀로 평가받는다. 문 대통령은 5월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으로부터 분명한 비핵화 약속을 받아내고, 미국은 한반도 평화협정과 북·미 관계 정상화 등 체제안전 보장을 확약하는 소위 ‘원샷’ 타결을 구상 중이다. 이후 정상 간 타결 내용을 토대로 비핵화 실행 로드맵을 짜는 과정에서 6자회담이 가동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다만 지금은 6자회담이 아니라 남·북·미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통 큰 합의’를 이루는 ‘타결 단계’라는 판단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관련국들로부터 조금 더 안전한 장치, 개런티(보증)가 필요하다 싶으면 6자로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며 “순서상의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 과정에서 러시아나 일본, 중국이 자신들의 역할과 몫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겠나”라며 “그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6자가 될지, 4자가 될지 판단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김 위원장도 처음부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문제를 6자회담에 올려서 6자의 틀 안에서 해결하겠다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입장도 한국과 다르지 않다. 카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미국에도 6자회담 복귀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언급하지 않겠다”며 “비핵화 목표로 향하는 구체적 조치로 연결되는 협상을 확실히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6자회담을 선호하는 쪽은 중국과 일본이다. 비핵화 외교전에서 소외된 일본이 6자회담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인다. 6자회담 의장국이었던 중국 역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영향력을 회복하고자 6자회담을 선호한다. 일부에선 중·일의 이런 이해가 맞아떨어져 김 위원장이 6자회담 복귀를 원했다는 일본 언론보도가 나온 게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한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미국, ‘북한 6자회담 복귀의사’ 보도에 원론적 입장만... 왜?

    미국, ‘북한 6자회담 복귀의사’ 보도에 원론적 입장만... 왜?

    미국 국무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6자회담 복귀 의사를 전달했다는 일본 매체의 보도에 명확한 언급을 피하면서 지금은 협상이 비핵화로 연결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6일 보도했다.캐티나 애덤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VOA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중국에 6자회담 복귀 의사를 전달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와 관련해 ‘북한이 미국에도 6자회담 복귀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외교적 논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면서 “우리는 협상들이 비핵화를 목표로 한 구체적인 조치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5일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달 하순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회담하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논의하는 6자회담 복귀에 동의 의사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애덤스 대변인은 ‘6자 회담을 여전히 유효한 협상 틀로 간주하느냐’는 VOA의 추가 질문에 “국제사회는 비핵화된 한반도를 보고자 하는 열망으로 일치돼 있다”며 “우리는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달성하고자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자유아시아방송(RFA)도 미국 국무부가 북핵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직답을 피하면서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 모든 관련국들과 협조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국무부 측은 “미국의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이며 “이런 목표 아래 관련국들과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무부 관계자는 “6자회담이 개최될지 안 될지 여부는 아직 모른다”며 “백악관이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이와 관련 워싱턴 주재 한 러시아 외교관은 사견임을 전제로 “6자회담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 같다”면서 “미국이 다른 관련국을 포함하지 않고도 북한과 직접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면 되기 때문에 굳이 6자회담이 개최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고 RFA는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靑 “북·미 정상 초입서 큰 틀 타협”… 비핵화 포괄적 타결 총력

    오는 5월 북·미 정상이 첫 대면에서 비핵화 문제의 ‘포괄적 타결’에 이르도록 조율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하는 ‘포괄적, 단계적 접근법’은 정상 간 먼저 로드맵을 타결하는 하향식(톱다운)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2003~2008년 열렸던 6자회담의 상향식(보텀업) 로드맵인 2005년 ‘9·19 공동성명’과는 차별화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주도권 강화, 북한의 핵무기 완성 선언, 사상 최고 수준의 대북 제재 등 당시와 다른 환경들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4일 “제일 큰 문제는 남북이 아니라 북·미”라며 “북·미 정상이 문제 해결 초입부터 만나 이야기하고 그 내용에 비핵화, (북한 체제)안전보장 등 제일 핵심적 현안, 본질적 문제들을 놓고 큰 틀에서 타협을 이룬다는 점에서 (9·19 공동성명과) 다르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로드맵과 9·19 공동성명은 동시행동 원칙에 입각한 단계적 일괄 타결 방식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먼저 북·미가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북·미 관계정상화, 평화협정) 등을 일괄 타결하고, 이후 단계적으로 실행조치를 주고받는 방식이다. 전날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일괄 타결과 단계적 타결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비핵화 로드맵은 북·미 정상이 먼저 ‘포괄적 타결’을 한다는 점에서 9·19 공동성명과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 크게 다르다. 북·미는 6자회담 당시 지난한 세부 논의 과정에서 잦은 이견과 오해로 불신의 벽을 쌓았다. 9·19 공동성명에 서명했지만 실행 방안 논의 전에 미 재무부가 북한 자금을 동결하는 ‘BDA 사건’이 발생했고, 이후 북한은 핵실험을 감행했다. 결과적으로 핵 동결 단계에서 맴돌다 그쳤다. 반면 정상들이 먼저 포괄적 타결에 이르면 비핵화 합의의 범위나 깊이, 실행 속도 등이 개선될 수 있다. 이행 단계도 대폭 줄어들 수 있다. 그동안 환경이 크게 바뀌면서 시간도 충분치 않은 상태다. 북한은 지난해 핵무기 보유를 선언했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9·19 공동성명은 북한이 첫 핵실험을 감행한 시기(2006년 10월)보다도 11개월 전이었다. 북한도 사상 최고 수준의 국제 제재를 적용받고 있다. 경제 제재 및 국제사회의 압박으로 대화 무대에 나왔다면 시간을 끌수록 불리하다. 2005년과 달리 한국은 북·미 중재자를 넘어 운전석에 앉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로드맵의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특히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앞선 두 차례의 정상회담과 달리 경제협력 분야를 배제하고 비핵화 문제에 집중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건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라며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잘 진행돼 성과를 낸 뒤에야 유엔 등 국제사회의 지지에 따라 남북 경협 문제가 함께 논의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사설] 남북 정상회담 전 한·미 비핵화 로드맵 조율해야

    지난달 26일 열린 북·중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을 둘러싸고 관련국 간 치열한 기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꺼내 든 ‘단계적·동시적 조치’와 미 행정부가 구상하는 리비아식 해법, 즉 ‘선(先) 핵 포기 후(後) 보상’ 원칙이 정면충돌하면서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기나 한 것이냐는 우려마저 제기되는 형국이다. 이런 양측의 대치 속에 애초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언급하며 ‘북핵 폐기-평화협정 일괄 타결’을 주창했던 우리 정부도 북·중 정상회담 이후로는 리비아식 해법에 고개를 저으며 ‘포괄적 타결, 단계적 검증’을 강조하는 등 갈피를 잡기 어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리비아와 북한의 상황이 다른 만큼 리비아식 해법을 오롯이 북핵에 적용하거나 반대로 북핵 6자회담을 좌초시킨 ‘단계별 행동-보상’ 방안을 재가동하는 것 모두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결국 미국과 북한이 각자 한 발씩 물러나 제3의 길을 모색하고 이를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려 합의를 끌어내는 것 외엔 방도가 없다. 우리 정부는 일단 5월 안에 남·북·미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의 대원칙에 합의하고, 이후 북핵 폐기와 검증, 보상을 단계별로 이행하는 그림을 그리는 듯하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방안이 북의 시간 끌기 전략에 말리는 것이라며 일축하는 분위기다. 반면 북은 거꾸로 미국의 체제 보장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는 한 섣불리 핵 폐기에 나설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이런 북·미 양측의 견해차 속에서 우리 정부의 구상이 꽃을 피우려면 결국 미국의 ‘일괄타결론’과 북의 ‘단계적 해결’의 물리적 간극을 최대한으로 좁히는 데 달렸다고 본다. 핵 폐기 일정을 최대한 단축하고, 검증 체계를 한층 강화하는 한편 상응한 보상을 더 구체화하는 카드로 미국과 북한을 모두 설득해야 하는 것이다. 핵 폐기의 출구 시점을 최대한 앞당겨 명확히 제시한다면 6개월 내 비핵화 완료라는 리비아식 해법을 고집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조바심을 누그러뜨릴 수도 있을 것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북핵 해법은 5월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이기에 앞서 오는 27일 남북 정상이 가장 먼저 꺼내야 할 우리 운명이 달린 의제다. 구체적 로드맵에 대한 한·미 양국의 교감과 공조 없이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결코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없는 사안이다. 남북 정상회담이 북핵 폐기와 남북 화해의 출발점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미국과의 북핵 로드맵 조율을 서둘러야 한다.
  • “시진핑, 트럼프에 남·북·미·중 평화협정 제안”

    “한국전쟁 휴전 평화협정 전환…6자회담 아닌 4개국 협의 시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을 때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 4개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할 것을 제안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1일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복수의 미·중 외교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전하고 “유엔군과 북한, 중국이 1953년 체결한 한국전쟁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보도는 “시 주석의 제안에는 북핵 6자회담 당사국 가운데 일본과 러시아가 제외돼 있다”며 “그가 6자회담을 대신할 안보 논의의 틀로 4개국 간의 협의를 제안해 남북, 북·미 정상회담 후 4개국을 중심으로 교섭을 진행하겠다는 생각을 시사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제안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채 중국 측에 북한에 대한 압박을 유지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시 주석은 제안이 있은 후인 지난달 25~28일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1996~1999년 김영삼 정부와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4자회담’이 열렸다. 그러나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 등을 고집하면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후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동으로 발표한 10·4 정상선언에 ‘종전선언’이라는 표현으로 관련 내용이 담겼다. 정상선언 4항에 “현 정전체제를 종식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돼 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北, 단계별 일괄타결 제시…한·미와 ‘디테일 싸움’

    北, 단계별 일괄타결 제시…한·미와 ‘디테일 싸움’

    北 ‘단계별 보상’ 살라미 우려 “보상 없다”는 美와 충돌 가능성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5월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처음으로 공식 언급하고, 비핵화 원칙도 밝혔다.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동시적인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전체 로드맵을 일괄타결한 뒤 단계별로 비핵화와 체제 안전을 맞바꾸는 ‘단계적 일괄타결’ 방식으로 보인다. 한국의 소위 ‘원샷 타결’이나 미국의 ‘리비아식 일괄타결’과 이름은 비슷해 보이지만 그 내용 및 의미 차이가 크다. 28일 중국 CCTV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한반도 긴장 상황을 화해와 협력으로 바꾸기로 하고 남북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으며 미국과의 대화를 원해 북·미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며 “한·미가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와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동시적인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중 핵심은 ‘단계적·동시적인 조치’다. 북한의 비핵화(동결, 폐기 등)와 체제 안전 보장(북·미 수교, 평화협정,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등)을 교환키로 한 번에 단계별 청사진을 타결한 뒤 각 단계마다 동시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을 뜻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한국 대북 특사단에 ‘체제 안전을 보장하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며 비핵화와 체제 안전 보장을 교환하고 싶다는 의중을 밝혔다. 이는 단계별로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을 진행했던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당시에는 북한이 핵동결을 하면 남북 경협을 확대하고 북한이 핵시설을 불능화하면 미국이 금융 제재를 해제하는 식으로, 단계별로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실행하면 주변국이 그 단계에 해당하는 보상을 줬다. 또 이 방안은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체제 협상을 병행 추진하는 중국의 쌍궤병행(雙軌竝行)과 비슷한 취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복잡하게 얽힌 매듭을 단칼에 잘라 해결하듯 비핵화와 종전선언, 평화협정 문제를 일괄타결하는 한국의 입장과는 사뭇 다르다. 특히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의 ‘리비아식 일괄타결 해법’과는 큰 격차가 있다. 당시에는 리비아가 먼저 핵프로그램 전체를 중단했다. 미국은 리비아의 핵 시설 등을 미국으로 가져간 뒤, 경제적 보상과 미·리비아 관계개선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일괄타결 형식이지만 ‘선 핵폐기, 후 보상’이 골자다. 또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는 미국과 비핵화 합의를 했음에도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김 위원장의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힘들다. 반면 일각에서는 북한도 비핵화 단계를 여러 단계로 쪼개서 합의하고 이행하면서 마지막까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살라미 전술’을 고수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의 중재와 중국의 조율이 더 중요한 이유다. 특히 중국은 이번 북·중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정세에서 ‘차이나 패싱(소외현상)’을 불식시켰고, 향후 미국을 견제하면서 6자회담 의장국 등으로의 역할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북·중은 ‘새로운 높은 단계’라는 표현으로 우의를 과시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양국 간 전략적 우호관계를 확인하고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는 것이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된다”며 “향후 북·중 간 밀착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국이 북한에 수혈은 해도 전적으로 책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결국 북핵 문제의 열쇠는 여전히 미국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사설] 양·다자 정상회담 연쇄 개최, 비핵화 기틀 다져야

    한·중·일 정상회담이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사이인 5월 초 열릴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의 진전 상황에 따라 남·북·미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대화의 판이 커지면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는 어제 “5월 초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 교도통신은 5월 8~9일 도쿄에서 연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2015년 11월 6차 서울 회담 이후 2년여 만이다. 최근 시진핑 장기집권 체제 구축을 완성한 중국이 3국 정상회담에 소극적이었던 입장에서 벗어나 긴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정세에 적극적으로 나설 의지를 내비치면서 급진전됐다. 한·일 정상회담도 함께 추진 중인데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이 성사된다면 현직 대통령으로는 2011년 12월 이후 6년여 만이다.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은 4월 남북 정상회담 직후 열리는 첫 다자 정상회담으로 의미가 크다.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지지를 이끌어 내는 동시에 북·미 정상회담에서 의미 있는 비핵화 진전을 이뤄 낼 수 있는 방안이 폭넓게 다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과의 대화가 한국과 미국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소외됐던 중국이 기존 6자회담 주최국으로서의 역할론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어 비핵화 회담의 성공을 위해 관련국 간 조율이 매우 중요해졌다. 남북 정상회담으로 시작되는 ‘북한 비핵화 정상 외교전’은 한·미→한·일, 한·중·일→북·미→북·중, 북·러에 그치지 않고 남·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은 어제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 2차 회의를 주재하면서 “진전 상황에 따라 남·북·미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처음 언급했다. 성사된다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중대 전기가 마련되겠지만 성급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회담에서 북한이 시간을 벌려 한다고 판단하면 회담장을 떠날 것”이라는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의 말처럼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정부는 북핵과 한반도 평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연쇄 정상회담을 동맹국들과 공조해 빈틈없이 준비해야 한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신이 던진 남북 정상회담 제안이 급물살을 타는 걸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면 후폭풍을 감당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 ‘정상들 간 원샷 협상’ 북핵 해법 첫 시도…한·중·일 회담까지 4·5월에만 최대 6번

    ‘정상들 간 원샷 협상’ 북핵 해법 첫 시도…한·중·일 회담까지 4·5월에만 최대 6번

    남북·북미 회담 징검다리 역할 정상 간 큰틀 합의로 혼선 차단 청와대가 5월 초 한·중·일 정상회담을 조율 중이라고 밝히면서 4~5월 2개월간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한 정상회담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남북, 한·미,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남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할 계획이며, 미·일 정상회담에 이어 북·중,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연이어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남북·미 정상이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보장 교환에 빠르게 합의하고 주변국 정상들이 이를 지지할 경우, 과거의 북핵 문제 실패 고리를 끊는 창의적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청와대 관계자는 21일 “한·중·일 정상회담을 5월 초에 개최하는 것을 진행 중”이라며 “우리 쪽에 행사들이 있어서 정확한 날짜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회담은 4월 말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4월 중순까지 열릴 미·일 정상회담을 포함하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4월과 5월에 각각 2건씩 정상회담이 열리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추진 의사를 밝힌 남북·미 정상회담에, 오는 6월 14일 러시아 월드컵 개막식을 계기로 남북·미·중·러·일 등 6개국 정상들이 만나 양자 또는 다자 간 회동을 가질 가능성도 있다. 정상들이 직접 북핵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처음 시도된다. 남북 주도 해법으로 1992년 남북 비핵화 선언을 합의했고, 북·미 주도 접근법으로 1994년 제네바 합의를 도출했다. 또 남북·미·중·러·일 등이 2003년부터 6자회담을 진행했지만 결국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은 고도화됐고 실패로 끝났다. 이렇게 실무협의로 먼저 합의 토대를 쌓는 상향식(Bottom Up) 접근법 대신 한국 정부는 정상회담으로 큰 합의를 먼저 이루는 하향식(Top Down) 방법을 택했다. 실무급 회담이 늘어지면서 혼선과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던 과거의 방식을 바꾼 것이다. 연이은 정상회담을 통해 단번에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보장(북·미 수교 등)를 맞바꾸는 ‘원샷 협상’이 가능할 수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다만 합의 후 후속 실무협상에서 갈등이 나타날 수 있고, 각국 정상들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정치적 결정을 하기 위해 국내 여론을 설득할 능력이 있는지도 관건”이라며 “그런 점에서 실무선에서 벌어진 과거 실패 경험을 가장 많이 아는 한국이 각국에 많은 조언을 하고 현재의 구도를 이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5월 초 한·중·일 정상회담은 중·일 패싱(소외현상)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한편, 3국의 공조 하에 북·미 정상회담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역할을 겸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결국 비핵화 문제를 다루는 것은 북·미 양자지만,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된 비핵화 의제가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일, 북·중 정상회담 가능성도 있는데 북·일 회담의 경우 일본이 비핵화 대화에 참여할 수 있고 북한은 식민지배 배상금을 받을 수 있다”며 “반면 북·중 대화가 급진전되고 비핵화 대화가 공전할 경우 북한이 다시 미·중 갈등을 이용해 줄타기 외교를 할 수 있어 한·중·일 정상회담 같은 공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사설] ‘북핵·평화 일괄타결’ 더 고심해야 할 문제다

    북한의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 문제를 단계적이 아닌 일괄타결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겠다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그제 발언은 몇 가지 심각한 질문과 우려를 자아낸다. 무엇보다 일괄타결의 개념을 청와대는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부터 궁금하다. 몇 년이 걸릴지 모를 북핵 폐기를 평화협정 체결과 묶어 어떻게 단칼에 결론짓겠다는 것인지, 그런 방법이 있기나 한지 의아하다. 이 관계자는 1993년 북핵 위기가 대두한 뒤로 추진돼 온 ‘선(先) 비핵화, 후(後) 체제보장(보상)’의 단계적 접근 대신 북한이 할 ‘숙제’와 받을 ‘보상’을 한꺼번에 거래하는 포괄적 방식이라는 설명을 덧붙인 듯하다. 그러나 ‘숙제’와 ‘보상’이 한날한시에 주고받을 성질의 것이 아닌 터에 청와대가 어떤 모양새의 거래를 그리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청와대 관계자의 말이 5월 북·미 정상회담에서 일단 두 정상이 북핵 폐기와 평화협정 추진을 선언하고, 이후 후속 협상을 통해 이 공동의 목표를 향한 로드맵을 마련하겠다는 뜻이라고 한다면 이는 6자회담을 무대로 추진해 온 그간의 비핵화 노력과 하등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맥빠지는 얘기다. 두 정상의 선언이 그 자체로 역사적 의미가 있는 것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악마는 각론에 숨어 있듯 관건은 골 깊은 불신을 안고 있는 양자가 이 선언을 어떤 과정을 거쳐 현실로 만드느냐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북핵 사찰은 어떤 형태로 추진할 것인지, 영변을 비롯해 몇 곳에 산재돼 있다는 북의 핵 농축시설은 어떻게 빠짐없이 확인할 것인지, 최소한 수십 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북의 핵무기는 어떤 과정으로 폐기하고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 그리고 그에 따른 보상은 무엇이 돼야 하는지 등 상상을 넘어설 논의 과제들이 비핵화의 여정에 널려 있는 터에 정상의 선언만으로 타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정상회담에 대한 청와대와 미 백악관의 인식이 다르지 않으냐는 점이다. 북의 대화 제스처만 해도 백악관은 강한 대북 압박의 결과로 보는 반면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의 북핵 해결 구상에 북이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은 아닌지부터 의구심이 든다. 이는 북·미 정상회담의 성격과 결과물에 대한 목표를 설정하는 데 판이한 접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공란으로 남겨 둘 일이 아니다. 또 하나의 우려는 정부가 4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사실상 북핵 로드맵을 확정 짓고, 이를 5월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동의를 받아 내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점이다. 언뜻 보면 매우 효과적인 절차일 수 있겠으나 이는 ‘몸값’을 최대한으로 높이려는 북의 의도에 말릴 소지가 큰 데다 한·미 공조의 틀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일이다. 의욕이 지나쳐 걸음이 꼬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부는 이제라도 4, 5월 정상회담의 작은 목표들부터 미국과 공유할 노력에 나서야 한다.
  • 강경화, 예정대로 방미… 존 설리번 국무대행과 회담

    강경화, 예정대로 방미… 존 설리번 국무대행과 회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예정대로 15일 미국으로 떠나 존 설리번 국무장관 대행과 회담한다. 본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만날 예정이었지만,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경질하고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후임으로 지명하면서 회담 상대가 바뀌었다.외교부 관계자는 14일 “미국에서 강 장관이 예정대로 방미하기를 희망해 옴에 따라 15일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며 “존 설리번 국무장관 대행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사교체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한·미 공조를 위해 북핵, 통상 등 중요 현안들에 대해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공유했다”고 덧붙였다. 북핵 6자회담 우리 측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오전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의 실무급 조율을 위해 미국으로 향했다. 강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 국무장관 교체는) 급작스러운 변화”라면서도 ‘향후 한·미 간 조율에 문제가 없겠냐’는 질문에는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그간 긴밀하게 (한·미 공조 체제를) 유지해 왔으니 새 인물(폼페이오 내정자)이지만 긴밀히 일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존 대화 파트너가 경질되고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손발을 맞추던 폼페이오 국장이 들어서면 한·미 소통 채널로서 외교부의 입지가 더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그간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국무장관의 엇박자로 한·미 외교당국 소통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폼페이오 체제에서 국무부가 부활하면 한국 외교부에도 긍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시진핑 “남북·북미 정상회담 지지”

    시진핑 “남북·북미 정상회담 지지”

    정의용 “국빈 방문해 달라” 요청 文대통령 “한반도 운명 걸린 두 달 회담 성공 땐 세계사적 극적 변화”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2일 “북·미 대화를 지지한다”면서 “남북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돼 성과가 있기를 기대하고 적극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5일)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8일·현지시간)을 잇따라 만난 뒤 방북·방미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방중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난 자리에서였다. 정 실장은 그 자리에서 “가까운 시기에 한국을 국빈 방문해 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요청도 정중하게 전했다.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35분간 이어진 면담에서 “중국은 한국의 가까운 이웃으로서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화해협력이 일관되게 추진되는 점을 적극 지지한다”면서 “한국의 노력으로 한반도 정세 전반에서 큰 진전이 이뤄지고 북·미 간 긴밀한 대화가 이뤄지게 된 것을 기쁘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남북 단일팀의 구성과 공동 입장은 남북 관계의 희망을 보여 준 것”이라며 “양국은 한반도의 중대한 문제에서 입장이 일치하며 앞으로도 긴밀히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실장은 이날 시 주석을 만나기 전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낮 12시 15분부터 3시간 동안 만나 남북 관계와 방미 결과 한·중 양자관계 등을 꼼꼼하게 설명했다. 곧바로 4시 30분까지 댜오위타이에서 1시간 오찬을 해 4시간 동안 한반도의 운명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대전환의 길’로 표현하며 “앞으로 두 달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연이어 개최되면서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성공해 낸다면 세계사적으로 극적 변화가 만들어질 것이며 대한민국이 주역이 될 것”이라고 의미룰 부여했다. 4월과 5월 연쇄적으로 이뤄질 정상회담이 성과를 내고 과거 6자회담 당사국인 중국·일본·러시아의 협조가 뒷받침된다면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틀이 형성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앞으로 두 달이 역사적 전환기의 분수령이 될 거란 얘기다. 문 대통령은 “지금 세계는 우리를 주목하고 있으며, 이 기회를 제대로 살려 내느냐 여부에 대한민국과 한반도의 운명이 걸려 있다”면서 “정권 차원이 아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차원에서 결코 놓쳐선 안 될 너무나 중요한 기회”라고 밝혔다. 1989년 8월 북한 영변 핵시설이 처음 노출된 이래 30년 가까이 해법을 찾지 못했던 북핵 문제가 전기를 맞이한 초유의 상황이라는 인식이다. 한편 서훈 국가정보원장도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일본을 방문해 고노 다로 외무상을 만났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3일 만난다. 서울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사설] ‘북핵 대화’, 주변국 우려 해소하고 협력 끌어내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으로부터 ‘5월 북·미 정상회담’ 카드를 받아들고 어제 귀국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오늘 중국·러시아와 일본을 각각 방문한다.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만나 4월 남북 정상회담에 합의하고,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북·미 정상회담을 끄집어낸 과정을 설명하고 북핵 해결을 위한 관련국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력을 요청할 것이라고 한다. 이들이 여장을 풀 틈도 없이 다시 이들 나라로 향한 것은 그만큼 북핵 위기 극복과 한반도 평화체제 안착에 이들 한반도 주변국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협력이 당사자 간 노력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지금 북한을 대화의 문 앞으로 이끌어 내기까지 이들의 역할은 컸다. 특히 북핵 제재의 ‘구멍’으로 지목돼 온 중국이 북·중 교역의 중심 무대인 단둥의 경제가 무너졌다는 소리가 나올 만큼 유엔 대북 제재 이행에 적극 보조를 맞춰 온 것이 한몫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지난 5일 대북 특사단 방북 이후 불과 일주일도 안 돼 벌어진 대화 국면에 당혹해하는 이들에게 소상하게 경위를 설명하고 협력을 당부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중국과 일본에선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차이나 패싱’, ‘재팬 패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다음달 미국으로 달려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기로 한 데 이어 북핵 사찰 초기 비용을 부담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부터가 이런 당혹감을 대변한다. 중국 또한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북·미 회담 환영의 뜻을 밝혔으나 내부에선 한반도 비핵화와 맞물려 추진될 북·미 평화협정 체결이 동북아 안보 지형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며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비록 ‘조·중 우호협력 및 상호방위 조약’을 바탕으로 한 전통 혈맹 관계가 형해화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강력한 대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처지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시진핑 국가주석을 제치고 트럼프 대통령부터 만나기로 했다는 점에 내심 충격을 받은 모습이라고 한다. 이렇게 가다 간 미국과의 동북아 패권 경쟁에서 크게 밀리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깔려 있는 것이다. 아직 본격 대화가 시작도 되지 않은 터에 이런 전망은 그야말로 우물가에서 숭늉을 말하는 격이겠으나 주변국들의 복잡다기한 셈법이 앞으로 북한과의 다자협상 국면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정부는 유념해야 한다. 과거 6자회담이 그러했듯 향후 북한과 비핵화 조건 및 절차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일본, 러시아의 외교적, 재정적 지원과 동참은 필수불가결의 요소다. 비핵화 이후의 한반도가 자신들의 국익에도 부합한다는 확신을 이들 세 나라가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는 북핵 로드맵을 새롭고 면밀하게 가다듬기 바란다.
  • [북미 정상회담 합의 이후] 中 대북 지원·日 대화 지지 유도… 韓 ‘중재자’ 역할 커진다

    [북미 정상회담 합의 이후] 中 대북 지원·日 대화 지지 유도… 韓 ‘중재자’ 역할 커진다

    비핵화 논의 남·북·미 구도 진행 中·日 패싱 우려에 중재 수용할 듯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문재인 정부가 국제사회 공조를 강화하기 위해 ‘촘촘한 대화 그물망’을 형성하기로 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문 대통령의 ‘특사’들이 12일부터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3강을 찾는다. 중국에는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성실히 임하도록 지원해 줄 것을, 대북 압박에 집중했던 일본에는 대화 분위기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또 비핵화 논의가 첫발을 떼면서 미국을 포함해 4강을 견인하는 한국의 ‘중재자’ 역할은 더 커질 전망이다. 11일 귀국한 정 안보실장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내일(12일) 저희 둘(정 실장, 서훈 국정원장)은 각각 일본, 중국, 러시아로 떠나서 대북 특별사절단의 방북 결과와 방미 결과를 설명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이 국가들과 긴밀한 공조 방안을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실장은 12~13일 중국 베이징을, 14~15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한다. 서 원장과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12~13일 일본 도쿄에 머문다. 2005년 6자회담 당시 중국이 중재자, 한국이 촉진자였다면 현재는 한국이 ‘운전자’(촉진자+중재자)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북한에 성실한 대화를 요청하고, 미국의 대화 탈선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한국의 북·미 중재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일본에는 그간 견지해 온 대북 압박 자세보다 대화 분위기를 지지해 달라는 내용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비핵화 논의가 과거의 6자회담보다 남·북·미 3자 구도로 진행되면서 중국과 일본은 외려 ‘패싱’(소외)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한국의 요청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일본은 지난 9일 다음달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북·일 정상회담 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같은 날 북·미 정상회담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주변국 조율,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등의 결과를 토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2005년 ‘9·19 공동성명’이 북핵 해결의 로드맵이었다면 이번에는 핵 개발 문제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사일 문제가 복합돼 있다. 또 남북, 미·중 평화협정의 구속력을 담보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만일 북이 평화협정의 국회 비준을 요구한다면 각국은 여론을 설득해야 한다. 북·미 간 깊은 골을 감안할 때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과거에는 북의 핵동결, 핵폐기 등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북·미 간 불신이 생겼지만 이번에는 북측이 파격적으로 핵 사찰을 양보할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ICBM은 역사적으로 사찰 사례가 없고 느슨한 검증 정도만 있었기 때문에 진행 과정에서 외려 핵보다 논란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비핵화, 북·미 관계 정상화, 북한 체제 보장의 3개 축이 동시에 병렬적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남북 관계가 틀어지면 북·미 관계, 비핵화 등 모든 것이 어그러질 수 있기 때문에 (큰 그림을 그리면서도) 가장 기본인 남북 관계 정상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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