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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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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핵실험 파장] 금융시장 안정세… 대북 제재가 관건

    북한의 핵실험으로 큰 충격을 받았던 금융시장이 하루 만에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주가지수는 올랐고, 원·달러 환율은 떨어졌다. 당장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이 적은 데다 과거 북핵 문제로 인한 증시의 낙폭이 단기적으로 그친 예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미국 등의 대응에 따라 파급효과가 심각해질 수 있으며,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 가능성도 있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증시 전문가들도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에 신중할 것을 강조했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0일 국회 재경위 전체회의에 출석,“금융시장은 안정세를 유지하지만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응에 따라 핵실험의 파급효과는 폭과 깊이에서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권 부총리는 “미국 주가가 매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주변 여건이 유리하더라도 최근 외국인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조정 움직임 등을 감안하면 자금이탈의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홍콩의 페가수스 펀드는 한국과 일본에 투자된 자금이 홍콩이나 중국 등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권 부총리는 금융시장뿐 아니라 국내에서 불안심리가 조성돼 원자재와 생필품의 사재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지만 핵실험의 영향은 단기간에 그치고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주식시장에선 개장초부터 상승세로 반전됐다. 전날 32.60포인트나 떨어진 코스피 지수는 반발 매수에다 북핵 문제가 충분히 반영됐다는 심리가 퍼지면서 8.97포인트 오른 1328.37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550선을 단숨에 회복,15.60포인트 오른 554.70으로 끝났다. 외국인들은 이틀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무력충돌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경우 코스피지수가 1250선에서 지지선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신증권은 1250∼1280, 신영증권은 1280∼1300 등으로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1970년대 이후 경제 외적인 충격으로 10% 안팎 지수가 급락했던 주가도 대부분 급락 직전의 수준으로 회복됐다.”면서 “북핵 이외의 위험이 없고 외국인 투자자의 동요가 없는 상황에서 코스피지수는 1250선이 바닥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현대증권 등은 “유가와 환율, 미국 경제 등 국내·외 여건이 좋기 때문에 수익 기회도 커 분할 매수로 주식보유 비중을 높여야 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삼성증권은 “단기적으로 기회보다는 위험을 먼저 인식, 당분간 위험 관리에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4.40원 떨어진 959.50원으로 마감했다. 핵실험의 여파가 전날 14.8원이나 오른 것으로 흡수됐으며 앞으로의 외환수급 사정을 감안할 때 달러화 약세(환율하락)가 지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런던 등에 상장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스프레드(가산금리)도 지난 6일 0.68∼0.69% 수준에서 큰 변동이 없다. 재경부 관계자는 “실제 외평채의 거래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백문일 전경하기자 mip@seoul.co.kr
  • 美대외정책 중간선거 쟁점 부상

    북한의 핵실험 발표로 미국의 대외정책이 전면 도마에 올랐다. 이라크에만 집중하며 북한을 소홀히 다룬 조지 부시 행정부의 외교전략이 중간선거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이라크 문제가 더 시급한 현안이라고 주장해 왔으나 북핵 실험으로 이제 세계의 ‘가장 나쁜 독재자들이’ 위험스러운 무기를 절대 갖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약속이 지켜질지 의문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10일 지적했다. 이라크에 몰두하다 북한에 ‘뒤통수’를 맞은 지금 전세계 ‘도둑체제(kleptocracy)’에 대한 부시의 싸움은 더 힘겨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샘 넌 전 상원의원(민주당)은 “부시 행정부가 이란, 이라크, 북한 3대 ‘악의 축’ 가운데 가장 덜 위험한 이라크를 선정했다.”고 꼬집었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사담 후세인 제거에만 혈안을 올리다 북핵 대처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았다고 일제히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부시 대통령이 전날 성명에서 암묵적으로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새로운 금지선(레드라인)을 그었다고 NYT는 분석했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 핵물질을 3국 또는 테러리스트에 이전할 때 중대 위협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힌 부분이 그렇다는 것이다. NYT는 이어 “핵무기로 무장한 나라는 결코 침략당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어 핵실험을 강행한 것”이라는 반부시 진영의 목소리를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악의 축 3국 모두 위기 국면”이라며 “점차 악화되는 이라크 상황이 미국의 외교적 신뢰를 훼손시키고 군사적 선택폭을 제한했으며 ‘불량국가’들에 심각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도 행동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고 평가했다. 부시 대통령이 미국에 굴복, 핵개발을 포기한 리비아의 사례만 생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얕잡아 봤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공화당 진영 역시 이번 사태를 호재로 보고 있다. 마크 폴리 전 상원의원의 성추문 사건을 밀어내고 안보 문제를 부각함으로써 한국의 ‘햇볕정책’ 등을 때리는 데 열을 올렸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北 핵실험 파장] 후진타오 “北 사태 더 악화시키지말라”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북한 핵실험 발표가 만 하루를 넘어서도 국제사회를 여전히 술렁이게 하고 있다. 큰 줄기는 북한에 대한 징벌적 제재를 지지하는 대열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현실적 대안이 충분치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에 대한 제재가 실효성이 떨어지고 상황을 악화시키는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치적 대화와 협상 재개로 ‘U턴’하자는 목소리의 논거다. 북한의 핵실험 발표를 전례 없이 강하게 비난한 중국은 유엔의 제재에도 동참할 분위기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9일 밤 “사태를 악화시키지 말라.”고 경고한 데 이어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다른 이사국들과 다음 단계 조치에 대해 계속 얘기할 것”이라고 밝혀 제재 동참을 시사했다. 하지만 류 대변인은 “군사적 제재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혀 북한의 유일한 우방으로서 대화와 협상을 강조했다. 북한과 직접적인 적대관계는 아니지만 미·영과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있는 호주는 제재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알렉산더 다우너 외무장관은 이날 “북한의 비자 발급을 줄일 계획이며 안보리 제재안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때 북한과 외교관계 단절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핵 문제를 현실로 인정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영국 더 타임스 인터넷판은 “국제사회가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 신문은 당장은 북한을 비난하는 강경 발언이 쏟아지지만 장기적으로 국제사회가 대안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의 실현 가능성이 낮고 경제 제재도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일일이 북 선박을 검색하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금융 제재, 무기 금수 등 조치는 반드시 한국, 중국, 러시아의 전폭적 협조 아래 이뤄져야 위력을 발휘한다. 가디언도 “북한 핵실험이 예상됐지만 이를 막지 못했고 이는 실제적으로 강대국이 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이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북한통’인 민주당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주지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북한에 가 직접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은 “북한이 스스로의 삶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핵실험은 내부 절망감에 대한 도전으로 북한 내부의 삶이 몹시 힘겹기 때문에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함께 반미전선을 구축해 온 베네수엘라와 이란은 다른 입장을 보였다. 이란은 미국 탓이라고 비난했지만 베네수엘라 외무장관은 “환경과 생명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모든 핵무기 실험을 비난한다.”고 밝혔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 방문 계획을 공공연히 밝혔었다. 북한의 ‘핵실험’ 성공 여부도 유보적이다. 미국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은 핵보유국이 실시한 첫 핵실험의 경우 폭발력이 10∼60㏏이었지만 북한은 1㏏ 이하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핵실험 국장인 필립 코일은 인터뷰에서 “북한 핵실험이 ‘부분적 성공’이거나 ‘부분적 실패’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타임스 인터넷판도 핵실험이 전형적인 핵폭발을 가리키지 않는다는 미 관리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사비에르 클레망 프랑스 원자력에너지위원회(CEA) 박사는 “재래식 폭발물에 의한 것인지, 핵폭발에 의한 것인지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北 핵실험 파장] “민간기업활동 중단없어야”

    [北 핵실험 파장] “민간기업활동 중단없어야”

    개성공단 입주기업 모임인 개성공단 기업협의회는 10일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경영활동은 북한의 핵실험을 포함한 어떠한 정치적 요인과 연결되지 않아야 하며 공단으로써 기업의 생산활동이 정상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이 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개성공단은 입주기업이 100% 자본을 투자해 토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지은 민간사업으로 금강산 관광 등 다른 대북사업과 차별돼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협의회 회장인 김기문 로만손 대표는 “오늘은 북한의 국경일이기 때문에 근무를 하지 않지만 개성공단의 입주기업들은 북한의 핵실험과 상관없이 정상적으로 조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핵실험 이후의 남북 및 국제 정치적 상황 등 대내외적인 환경요인으로 인해 민간투자 기업활동이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면서 “입주기업들이 외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경영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도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김 대표는 정부의 조치와 관련,“개성공단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는데도 일부에서는 북핵 사태로 사업이 중단될 수도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면서 “이런 오해에 대한 정부의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5단체도 이 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환수앞둔 용산 美기지를 가다] 부대관통 개천 ‘악취’

    [환수앞둔 용산 美기지를 가다] 부대관통 개천 ‘악취’

    북한 핵실험으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된 10일 서울 용산 미군기지는 의외로 차분하고 평온했다. 오전 10시 서울시 관계자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용산미군기지 1번 게이트에 들어섰다. 방문 목적은 ‘용산 민족공원’으로 반환되는 미군기지내 시설물을 돌아보기 위한 것. 하지만 북핵문제로 인해 취재진의 관심은 미군기지내 분위기와 움직임에 모아졌다. ●주민·미군들 긴박감 없어 부대 안내를 맡은 김영규 주한미군사령부 공보관은 “(북한 핵실험 문제로)달라진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난 9·11테러 이후 기지방어 프로그램에 따라 (경계태세 5단계 중 2단계인) 브라보(중급)의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평소 근무태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부대내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일상의 모습 그대로였다. 학교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과 산책에 나선 주민들도 평온한 모습이었다. 미군들의 모습에서도 긴박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제 군감옥은 의료장비 창고로 버스를 타고 북쪽 끝에 위치한 캠프코이너를 시작으로 메인포스트(24만평)를 거쳐 사우스포스트(57만평)를 차례로 내려갔다. 전체면적이 111만 4000평에 달해 걸어서 돌아보기에는 여간 쉽지 않다. 부대는 수목이 울창해 마치 공원처럼 보였다. 미 대사관 부지인 캠프코이너를 지나 얕은 구릉을 넘어서자 메인포스트에 도착했다. 이곳은 한·미연합사령부와 주한미군사령부, 미8군사령부가 위치한 곳이지만 미군들이 간혹 오갈 뿐 인적이 많지 않았다. 건물 뒤편의 주한미군합동지원단 건물은 고풍스러운 붉은 벽돌집으로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 병원으로, 광복 후에는 러시아 대표단 숙소로 활용됐다고 한다. 건물 앞을 흐르는 폭 3m 남짓한 개천에서는 심한 악취가 풍겼다. 부대 밖의 이태원 등지에서 흘러 내려오는 오수라고 했지만 부대내 건물들의 오수도 하수처리가 되지 않은 채 흘러들었다. 고가다리를 넘어서자 사우스포스트가 나타났다. 미군 가족들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좌측으로는 드래곤 호텔이, 우측에는 중·고등학교와 메릴랜드 대학분교 등이 나타났다. 테니스장과 축구장, 식당, 대형마트 등을 갖춰 하나의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일제때 군감옥으로 사용됐다는 의료장비 창고 건물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메인포스트와 사우스포스트 81만평 전체를 주민들의 쉼터인 공원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감과 함께 서울시의 입장을 거듭 밝혔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소비심리 8개월만에 ‘반짝 상승’

    소비심리 지표가 8개월만에 상승세로 반전됐다. 그러나 여전히 기준치를 밑도는데다 북한 핵실험 사태 여파가 반영되지 않은 결과여서 ‘반짝 상승’에 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9월 소비자 전망 조사’에 따르면 앞으로의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심리지표인 소비자기대지수는 94.8로 8월의 93.7보다 오르면서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상승세를 보였다.소비자기대지수가 100을 밑돌면 6개월 뒤 경기나 생활형편이 현재보다 나빠질 것으로 보는 소비자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소비자보다 많다는 뜻이다. 계절 조정 소비자기대지수도 96.3으로 8월의 95.9보다 소폭 올랐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의 소비자기대지수는 103.6으로 8월의 104.9보다 떨어졌지만, 나머지 연령층의 소비심리는 개선됐다. 특히 30대의 소비자기대지수는 100.6으로 8월의 97.3에 비해 크게 오르며 3개월만에 100을 넘어섰다. 소득계층별로는 월 평균 400만원 이상 98.3,300만∼399만원 99.1,200만∼299만원 96.1,100만∼199만원 91.9,100만원 미만 87.6 등으로 모든 소득계층에서 소비자기대지수가 전월보다 올라갔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달 유가 안정 등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개선됐다.”면서 “앞으로 북핵 사태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소비심리 회복 추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北 핵실험 파장] 한·미 ‘작통권협상’ 미묘한 신경전

    # 장면1 9일 오후 국방부는 “북한 핵실험에 따른 상황변화로 이달 20∼21일 열릴 예정인 한미안보협의회(SCM) 개최 시기와 의제(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음날인 10일 오전 국방부는 “SCM이 일정 변경없이 예정대로 열릴 것”이라고 정리했다.이날 새벽 한·미 국방장관간 전화통화에서 럼즈펠드 장관이 일정 변경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면2 10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은 “핵실험 발표 이후 전작권 문제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꼼꼼히 챙겨보겠다.”며 유동적인 입장을 보였다. 반면 이날 오후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는 “한국의 강력한 군사적 능력과 경험을 감안하면 한국의 전작권 행사는 조만간 실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북한 핵실험 사태 이후 전작권 환수 협상과 관련해 한·미간 미묘한 차이가 감지되고 있다. 한국측은 비상상황임을 이유로 좀 미루고 싶어하는 눈치인 반면, 미국측은 예정대로 밀어붙이려는 기색이다. 입장이 변한 건 한국측이다. 노 대통령은 핵실험 전인 지난달 29일 “전작권과 북핵문제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었다. 그랬는데, 북한이 핵실험 계획을 선언한 4일 윤광웅 국방장관은 국회에서 “핵실험이라는 중대 사태가 대두된 만큼 전작권 문제를 한·미간에 협의해서 처리하겠다.”고 유보적 자세를 취했다. 이후 계속 주춤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측의 자세 변화는 일단 여론을 의식한 때문이라는 분석과 함께 한·미 양측이 협상에서 환수시기를 유리하게 타결짓기 위해 서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도 그럴 듯하다.현재 한국측은 2012년, 미측은 2009년을 환수시기로 희망하고 있다. 따라서 논의를 미룰수록 한국측에 유리하다는 계산이 가능하다.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北 핵실험 파장] 남북 문화교류도 ‘빨간불’

    [北 핵실험 파장] 남북 문화교류도 ‘빨간불’

    고구려 공동연구, 윤이상 음악회 등 주요 남북한 문화교류 사업들이 북한의 핵 실험으로 줄줄이 무산되거나 표류할 위기에 놓였다. 통일부에서 승인한 남북한 사회문화 교류 프로그램은 올 들어서만도 안중근 의사 유해 공동발굴 및 봉환, 북한 전통문화 기록화 사업, 개성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개성 역사유적 남북공동발굴조사, 고구려 유적 남북 공동조사 등 21개에 이른다. 그러나 이 중 상당수가 북한의 핵 실험 이후 사실상 멈춰선 것으로 확인됐다. 개성 역사유적 남북공동 발굴조사는 첫 발도 못 뗀 상태에서 전면 재검토 위기에 놓였다. 이 사업은 지난 7월부터 60일간 개성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대포동 미사일로 위기감이 고조되던 6월 말 북측이 돌연 출입금지를 통보해 길이 막힌 상태였다. 정세가 나아지는 대로 재개하기로 했지만 이번 핵 실험으로 논의 자체가 내년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병우 남북역사학자협의회 부위원장은 “정부가 대북 정책의 재검토에 나선 상황에서 이미 승인한 문화사업을 그대로 추진할지 알 수 없다. 올해 9억 3000만원의 예산을 확보했지만 편성 단계부터 다시 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중국 동북공정에 맞설 기반이 될 사업으로 꼽혀 온 고구려 고분군 공동 실태조사와 평양 안학궁터 공동 발굴조사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큰 차질이 예상된다. 북한의 탈춤·판소리 등 문화재를 비디오·책자로 만들어 보존하는 북한 전통문화 기록화 사업은 1차 사업 마무리 단계에서 발목이 잡혔다. 고려대 부설 한국학연구소가 북한 대외전람총국과 함께 지난해부터 봉산탈춤, 고려청자, 칠기, 민속춤 돈돌라리에 대한 기록 교환을 끝냈지만 핵 실험으로 세미나가 연기됐다. 유영대 한국학연구소장은 “미사일 발사 뒤 2개월 만에 접촉에 성공해 엊그제까지 연락을 취했는데 핵 실험 이후 또 단절됐다.”며 안타까워했다. 18일부터 평양에서 열리는 25차 윤이상 음악회에 참가할 예정이던 윤이상평화재단 관계자와 국내 음악가 등 61명도 현재 방북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재단 박재규 이사장과 이사들은 축전의 연기를 북한측에 요청하는 방안, 예정대로 방북해 정명훈씨 등의 협연 없이 20명 정도의 관계자만 참관하는 방안을 놓고 협의 중이며 11일 오전 중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정명훈씨는 10일 오후 재단측에 불참을 통보했다. 양무진 재단 이사는 “이런 때일수록 민간교류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과 북한의 핵 실험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 만큼 참가를 유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 있다.”고 전했다. 2009년 안중근 의거 100주년을 앞두고 남북한 정부가 추진한 유해 발굴 및 봉환 사업도 2차 조사를 위한 관계자간 접촉이 미뤄지고 있다.KBS와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이 함께 만들어 온 국내 최초의 남북합작 드라마 ‘사육신’이 북핵 실험을 계기로 연내 방영이 불투명해졌으며 영화 및 드라마 ‘황진이’도 방북 촬영이 어렵게 됐다. 황성기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北 핵실험 파장] (2) 재검토 요구받는 햇볕정책

    북한 핵실험의 후폭풍은 참여정부 대북정책의 기조인 ‘포용정책’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포용정책의 전제가 ‘북핵 불용’원칙이었기 때문에, 핵실험 이후 포용정책의 근간이 사라진 셈이 돼버렸다. 노무현 대통령은 9일 “북한 핵실험 실시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안정을 위협하는 중대사태”라고 규정짓고 “정부도 이 마당에 포용정책을 계속 주장하기는 어려운 문제”라고 포용정책의 전면 재검토 가능성을 내비쳤다. 북한 핵문제가 위기국면을 맞았을 때도 북한의 처지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던 노 대통령이 핵실험 국면의 심각한 상황인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포용정책의 전면 재검토는 무엇을 의미할까. 참여정부의 포용정책은 국민의 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발전시킨 평화번영 정책이다. 무력도발 불용·흡수통일의 배제·화해와 협력 추진이라는 3대 원칙을 내건, 햇볕정책보다 훨씬 포괄적인 개념이다. ‘북핵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을 양대 축으로 한 평화번영정책의 지향점은 북핵 해결을 통해 위기요인을 제거하고,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길을 닦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경제공동체 형성을 통해 통일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기조 아래서 구체적으로는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해 장성급군사회담·서해 군당국 핫라인 구축을 추진해 왔다. 금강산관광·개성공단·철도도로연결 등의 3대 경협사업도 핵심사업들이다. 포용정책의 전면 재검토는 바로 이런 군사적 긴장완화와 경협사업의 중단·축소 가능성을 함축하고 있고, 남북관계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전 상태로 후퇴를 의미할 수도 있다. 정치권에서 논란을 빚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대북 정책 수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기조가 우세한 가운데 재검토 불가피론이 대두되는 등 엇갈린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지금까지의 대북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이 명백하다면서, 포용정책의 즉각적인 포기를 촉구했다. 구 여권인 민주당은 참여정부가 햇볕정책을 잘못 계승해 왔다고 지적하면서, 대북 포용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포용정책이 과연 전면적인 재검토되거나 폐기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노 대통령의 발언에 의지가 실려 있는지는 두고봐야 한다.‘포용정책만을 계속 주장하기는 어려운 문제’라는 표현은 상황진단에 불과하다. 노 대통령은 포용정책의 수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략적으로 조율된 대응으로 나와야 할 것”이라며 “조급하게 독단적으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보다는 국내외적으로 충분히 의견을 교환하고 잘 조율된 조치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포용정책이 위기임에 분명하지만, 북핵문제는 위기와 협상국면을 넘나들었다는 점에서 포용정책의 전면재검토는 유동적일 수 있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10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핵실험으로 남북관계의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기 때문에 우리가 추진해 왔던 정책의 일정한 변화가 불가피하다.”면서도 “평화번영 정책 전체가 문제되는 것은 아니며 대북 포용 정책이 폐기되거나 전면수정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北 핵실험 파장] 국회 ‘북핵 현안질문’ 제안 속출

    [北 핵실험 파장] 국회 ‘북핵 현안질문’ 제안 속출

    북한 핵실험의 여파가 10일 국회 본회의장을 강타했다. 여야는 북핵관련 긴급 현안질문에서 정부의 안일한 대처를 질타하며, 다양한 해법을 내놓았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북한에 퍼준 대가가 북핵이냐.”“이게 나라 꼴이냐.”는 반응을 보이며 내각 총사퇴와 비상 안보내각 구성을 요구했다. ●꼬리 문 제안…‘반기문 특사, 조건없는 정상회담, 북·미 직접대화’ 백가쟁명식 제안이 쏟아졌다. 열린우리당 장영달 의원은 “북·미 직접대화가 필요하며, 정부가 적극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고,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도 “미국이 북·미 양자 대화를 하도록 정부가 강력하게 다각도로 요구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열린우리당 임종석 의원은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BDA)를 자금세탁 우려기관 지정에서 해제하고, 북한은 6자회담에 복귀하는 북·미간 ‘동시 이행’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같은 당 김부겸 의원은 “유엔 사무총장으로 지명된 반기문 장관을 미국과 북한에 특사로 파견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미국 핵우산에 의해 (북한)핵 억지력을 보장받으려면 전시 작전통제권 이양 논의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형근 의원은 “우리 정보기관은 ‘등신’”이라며 북핵 정보 획득에 실패한 이유를 따졌고, 전여옥 의원은 “무지·무능하며 과대망상에 빠진 노무현 내각은 총사퇴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햇볕정책 폐기론 설전 대북 포용정책을 둘러싼 여야간 논쟁은 평행선을 달렸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이 집중 거론됐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즉각 중단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정형근 의원도 “유엔이 경제 제재에 들어가면 금강산 관광을 폐쇄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같은 당 황진하 의원은 “금강산과 개성, 평양에 있는 우리 국민 2000여명이 북한의 인질로 잡힐 경우 대책이라도 있느냐.”고 따졌다. 반면 열린우리당 장영달 의원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은 군사분계선을 5∼16㎞ 밀어올린 효과를 갖고 있다.”면서 “화해와 협력의 상징인 사업들을 중단하면 남북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악화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반기문,“북핵 최우선 해결” 한명숙 총리는 이날 “국민의 충격과 걱정에 사죄드린다.”고 사과했다. 반기문 장관은 “유엔 사무총장이 되면 모든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가장 먼저 북핵문제를 짚겠다.”고 밝혔다. 이종석 통일부장관은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는 한나라당 주장에 대해 “책임을 지라면 국무위원인 제가 책임을 지겠다.”고 답했다. 문소영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北 핵실험 파장] PB들이 전하는 부자 동향

    [北 핵실험 파장] PB들이 전하는 부자 동향

    ‘여차하면 한국을 뜨겠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지만 ‘라면 사재기’와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북핵 리스크’에 대한 국민들의 내성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액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부자들은 이번 핵실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자산을 대거 해외로 이동시킬 뜻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이 부자들의 투자 마인드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셈이다. 10일 국내 최고 부자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은행 PB(프라이빗뱅커)들에 따르면 부유층 고객들은 표면적으로는 큰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대북 경제 제재, 북한의 반발 및 추가 핵실험, 미국의 군사적 대응 등으로 장기화되면 부자들은 국내 투자금을 회수해 해외로 나갈 것이라는 게 은행 PB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실제로 북한의 핵실험 이후 은행 PB센터나 유학·이주센터의 상담은 “핵 위험이 장기화될 때 어느 곳에 투자해야 하느냐.”는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은행 PB사업단 박승안 팀장은 “이번 핵실험은 북한의 핵 리스크가 구체적으로 실행된 첫 사례”라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 부유층은 국내 투자를 줄이고 해외 투자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PB영업추진팀 김창수 팀장도 “당장 포트폴리오를 변경하겠다는 고객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에 변화를 주겠다는 고객이 많다.”면서 “해외 투자가 힘들었던 과거에는 외화 밀반출이라는 불법을 감수했지만 이제는 투자가 자유로워져 합법적으로 해외 투자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그동안 해외 투자를 국내 투자의 ‘보완재’ 개념으로 생각했던 부유층이 한국의 지정학적인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피하기 위해 해외 투자를 포트폴리오의 큰 축으로 인식하게 됐다는 얘기다. 시중은행의 한 PB는 “오직 국내 투자 밖에 몰랐던 고령의 고객들까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외 부동산과 채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로의 ‘자본 이전’은 은행들의 해외이주센터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북한 핵실험으로 원·달러 환율이 10원 이상 올랐는데도 해외 송금과 달러 비축을 서두르는 고객이 부쩍 늘고 있다. 우리은행 해외이주센터 관계자는 “통상 환율이 오르면 환차손 때문에 송금이 줄어들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송금액이 크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비단 송금뿐만 아니라 그동안 이민을 고민해 왔던 부유층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아예 이민을 굳히고, 서두르는 경향까지 감지된다.”고 밝혔다. 부유층들의 이민이나 자산 이탈이 현실화되면 우리나라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정부는 그동안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부동산 등 해외 투자를 활짝 열어 줬다.”면서 “그러나 북핵 사태로 환율이 상승세로 반전된 상황에서 국내 투자자의 자본 유출까지 겹치면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강석진 칼럼] 北 핵실험, 한국 외교는 설 땅 없는가

    [강석진 칼럼] 北 핵실험, 한국 외교는 설 땅 없는가

    북한 핵이 작렬했다. 한반도는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위기국면을 맞았다. 북한 핵은 남북한 모두에게 엄청난 재앙이다. 장기적으로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핵 우산 없이는 ‘핵 보유국’ 북한에 몹시 시달릴 것이다. 북한 핵보유를 저지하기 위해 모였던 6자회담은 산산조각 나버렸다.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북한 핵 문제가 처음 알려진 것은 1980년대 중반 홍콩에서 발행되는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가 평안도 ‘용변’에서 원자로를 가동하고 있다고 보도한 때부터였다.‘용변’은 영변의 영어식 표기였다. 이후 북한은 핵 문제를 조금씩 끊어 팔았다. 위기를 고조시키면서 한국으로부터 햇볕정책을 끌어냈고, 미국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냈다. 중도이폐(中途而廢)로 끝났지만 경수로 건설로 시간과 돈도 벌었다. 그러던 북한이 이번에는 ‘끊어팔기’를 포기하고 모든 카드를 하나로 집중시켰다. 핵 보유국 지위가 협상력을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외교는 무력하다. 참여정부의 북핵3원칙(북한 핵 불용,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 우리의 주도적 역할)은 수정이 불가피하다. 외교가에서는 “차라리 북한 핵실험으로 우리 현실을 명확히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라는 자조적 발언도 나온다. 유화정책의 결과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대북 정책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한국 외교는 북한 핵실험으로 인해 정말 설 땅이 없어진 것인가. 우리의 처지를 살피기 전에 다른 나라의 처지를 보자.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다른 나라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북한은 이제 2차 ‘고난의 행군’이 불가피하다. 다음 카드는 핵 위협의 강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는 고립을 더 심화할 것이다. 미부시행정부의 강경책도 실패했다. 더 센 강경책을 궁리하겠지만 성공은 미지수다. 군사행동이든 봉쇄든 중국과 한국 등의 양해가 없는 한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다. 중국도 북한에 대한 영향력의 한계가 분명히 드러나고 말았다. 괘씸하지만 북한이라는 ‘입술’을 버리기에는 ‘이’가 시리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 포기 요구로 목소리가 통일돼 있다. 그렇지만 어느 한 당사자도 상황을 압도적으로 통제·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각자의 목표와 이익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우리 목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 회유하고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미 하원 정보특별위원회는 북한 핵실험 전에 공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핵을 갖게 되면 일본 한국 타이완이 핵무장 유혹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난잔대 로빈 림 교수는 일본이 핵무장하면 인도네시아와 호주도 대항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북한 핵은 빨리 포기시켜야 한다. 하지만 북한은 햇볕에도 옷을 벗지 않았고, 강풍에도 옷을 벗지 않았다. 북한은 핵 문제를 ‘힘의 상관관계’ 속에서 보고 있다. 미국과 한국이 북한 설득에 실패한 것은 미국은 채찍, 한국은 당근 어느 하나만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북한 눈높이에 맞춰 양국이 함께 마련한 당근과 채찍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 외교는 움직여야 한다. 설 땅이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서야 한다. 포용정책을 버린다고 일이 풀리지 않는다. 포용정책과 미국과의 공조를 어떻게 접합시켜 북한을 설득할 것인가. 한국 외교가 가장 큰 역할을 할 때가 마침내 찾아온 것이다. 수석논설위원 sckang@seoul.co.kr
  • 부시, 안보리 즉각 대응 촉구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북한의 핵 실험과 관련,“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도발적 행동”이라면서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같이 말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즉각적인 대응을 촉구했다.부시 대통령은 특히 “북한이 핵무기나 핵 물질을 이전한다면 매우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면서 “북한은 그같은 행동의 결과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이란과 시리아에 미사일을 수출해 왔다고 지적하면서 핵 물질을 다른 국가나 비국가 단체에 확산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북핵 실험 문제에 대해 “외교적 해결책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핵 실험을 했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하지는 않고 “북한의 주장”으로 규정, 계속 확인 중이라고 밝히면서 “그같은 주장 자체도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라고 밝혔다.dawn@seoul.co.kr▶관련기사 7면
  • [北 핵실험 정치권 반응] 野 “내각 총사퇴를”

    [北 핵실험 정치권 반응] 野 “내각 총사퇴를”

    한나라당 등 야당은 9일 북한의 핵실험 강행에 대해 “총체적 대북정책 실패”라고 규정하며 대북 지원 전면중단을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참여정부의 안이한 현실 인식과 무능한 대응이 사태 악화를 초래했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하고, 내각은 총사퇴한 뒤 비상 안보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1991년의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다.”면서 “지금 한반도는 준전시 상태로, 정부는 비상안보내각을 즉각 구성하고 통일안보 라인을 적임자로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오 최고위원도 “오늘은 한반도 평화가 파괴된 날로 기록될 것”이라면서 “어떤 이유로든 쌀 한 톨, 물 한 방울이라도 북한에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최고위원회의 직후 긴급 소집된 의원총회에서도 ▲정권퇴진 운동 불사 ▲안보내각 파면 결의안 추진 ▲대북지원 예산 동결 등 강경주문이 쏟아졌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총 직후 국회에서 북한 핵실험 규탄대회를 갖고 “북핵 문제를 속인 노 정권과 핵실험을 강행한 김정일 정권은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노 대통령의 애매모호한 대북 안보관에도 직접적 책임이 있으며 외교안보 라인은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北 핵실험 파장] 盧 “위험한 불장난…대화주장 입지 좁아져”

    노무현 대통령은 9일 북한의 핵실험 강행에 대한 특별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해) 대단히 위험한 불장난을 한 것”이라며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더욱이 “정부도 포용정책만을 계속 주장하기는 어려운 문제”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의 대북 정책의 근본적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지금껏 북핵과 관련해 견지해온 한국의 주도적 역할 아래 외교·평화적 해결이라는 정책 기조에 대한 변화의 불가피성을 천명했다는 점에서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18일 미국 LA에서 “(북한의 핵 주장에 대해) 북한의 주장은 여러 가지 상황에 비춰 일리가 있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밝힐 정도로 북한에 대해 온건한 대응 입장을 보여왔던 터였다. 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논리의 문제가 아니고 현실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의 심각한 위기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노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이 만일 핵실험을 한다면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었다. 이는 북측의 핵실험 강행을 방지하기 위해 핵실험이 있기 전의 남북관계와 이후의 남북관계는 다른 것이라는 경고라는 게 참모들의 설명이었다. 정부 당국자도 이날 “국제사회는 북한이 핵실험을 한 것이 핵실험을 하지 않았던 것보다 손해라는 것을 효과적이고 분명하게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제 한국이 소위 제재와 압력이라고 하는 국제사회의 강경수단 주장에 대해 대화만을 계속하자고 강조할 수 있는 입지가 상당히 없어진 것 아닌가.”라고까지 밝혔다.‘한국 주도적 역할’이라는 원칙이 후퇴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입지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객관적인 처지를 고스란히 토로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북한 핵실험 이후 대응 조치에 대해 미·일·중 등 관계 당사국과의 의견 교환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조율된 대응’이라는 표현을 썼다. 엄밀히 따져보면 국제사회의 분위기에 맞춰 조심스럽게 행동에 나서는 게 화해무드가 조성될 때 남북관계를 다시 되살리는 데 부담이 적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듯싶다. 일단 정부의 독자적인 목소리를 낮춰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따라가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아베 일본 총리도 이날 한·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가진 회견에서 북한의 핵실험 강행과 관련, 자국의 미사일방어 체제(MD) 행보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등 강한 기조의 대응 방향을 밝혔다. 북한의 핵실험이 일본에 군비증강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리 측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흉흉한 ‘e세상’…악성 유언비어 유포

    일부 네티즌들이 북핵 실험에 따른 불안심리를 증폭시키는 근거없는 유언비어를 유포해 지탄을 받고 있다.9일 오전 북한이 핵 실험을 강행했다는 보도가 나간 이후 인터넷 관련 기사에는 수천건의 댓글이 달렸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신문기사 형식을 빌리거나 북한·군사·핵 관련 전문용어들을 사용해 가며 날조된 얘기들을 퍼뜨렸다.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서 아이디 ‘tl○○○○’를 쓰는 사람은 ‘(속보)미국, 북한 선제공격 결정’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모든 문장을 신문기사처럼 작성했으며 관련 내용들이 일본에서 먼저 보도됐다는 등의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근거로 제시한 일본어 기사는 북핵과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었다. 아이디 ‘ku○○○’는 “북한의 핵 공격에 대비해 예비군 동원령이 떨어졌다. 지금 해당 부대로 가고 있으니 다들 확인해 보라.”는 터무니없는 말을 퍼뜨렸다. 경기도 포천·의정부, 강원도 고성·원주 등 군 부대 밀집지역이나 휴전선 인접지역에 사는 사람들이라면서 올린 20여개의 댓글도 네티즌들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이들은 “지금 탱크 수십대를 앞세운 군인들이 도로를 통해 휴전선으로 이동하고 있다.”“공격용 헬리콥터와 군인들이 운동장에 집결하고 있다.”고 허튼소리를 해댔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부정적인 정보는 긍정적인 정보보다 확산 속도가 빠르고, 사람들은 공포 상황에서 정보를 공유하려는 속성이 있다.”면서 “이렇게 확산되는 유언비어는 심리적으로 불안한 사람들에게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사설] 이제는 북핵에 단호히 대처해야

    지난 10여년 북한의 핵 보유를 막기 위해 우리와 국제 사회가 펼친 지난한 노력이 북의 핵실험과 함께 일단 수포로 돌아갔다. 북은 끝내 핵실험을 강행했고, 이제 북핵은 현실이 됐다. 장래의 위협이 아니라 당장 7000만 한민족과 지구촌의 안녕에 도전하는 현재적 위협이 된 것이다. 어제와 오늘의 북핵이 다르듯 이제 그 대응도 달라야 한다. 시급한 과제는 안보태세 강화다. 무엇보다 대북 정보력을 높여야 한다. 북 핵실험 직후까지도 우리 정보당국은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의혹이 있다. 이미 북의 핵실험이 예고된 터에 정보수집에 이런 허점을 드러냈다면 이만저만 심각한 일이 아니다. 전군 경계태세 강화는 물론 북한 동향 감시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첩보위성을 통한 감시뿐 아니라 미국·중국과의 긴밀한 정보교류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의 도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유엔 등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북핵 공조도 뒤따라야 한다. 정부는 북의 핵실험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도발적 행위’로 규정하고 단호한 대처를 천명했다. 남북관계를 비롯해 앞으로 벌어질 모든 사태의 책임이 북한에 있음도 분명히 했다. 북이 파국의 도발을 감행한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유엔 등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에 동참, 북의 추가적인 오판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지금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외교안보적 도전에 직면했다. 현존하는 북핵을 해체해 한반도 비핵화를 복원해야 하는 과제에는, 지금까지의 북핵 예방과는 비교를 불허할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북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면서도 한반도 긴장을 최소화하는 고난도의 외교력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를 이뤄내야 한다. 대북제재와 별개로 6자회담 재개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중국과 협력해 북한·미국이 대화 테이블에 마주하도록 총력외교를 펴야 한다. 특히 미국의 군사제재로 한반도가 위기 국면에 놓이지 않도록 북·미 대치의 완충 역할에 가일층 힘을 쏟아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대북포용정책을 계속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북포용정책은 남북간 긴장 완화와 교류협력 확대에 크게 기여했으며,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큰 틀에서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은 섣부른 존폐 논란보다 북핵 위기를 헤쳐갈 초당적 협력이 더 절실하다. 한나라당은 대북포용정책 폐기와 책임자 문책 요구를 자제하기 바란다.
  • [北 핵실험 파장]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중단될 듯

    ‘퍼주기 논란’을 무릅쓰고 지난 6년간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가 추진해온 대북 포용정책이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분위기다.2000년 6·15 선언 이후 대북 화해·협력 기조의 최대 시련기다. 노무현 대통령도 “정부도 이 마당에 포용정책만을 계속 주장하긴 어려운 문제”라면서 “과거처럼 인내하고 양보하고 북한이 어떤 것을 하든 수용하는 것은 해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표정은 참담해 보였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북핵정책 원칙을 ‘북핵 불용’,‘한국의 주도적 역할’,‘외교·평화적 해결’ 등 세 가지로 삼았다. 한반도 안보에서 한국이 제외돼선 안 된다는 논리로, 남북관계의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우리 정부의 간곡한 설득을 대부분 무시했다. 특히 정부가 외교력의 대부분을 소진하며 만들어낸 ‘포괄적 방안’, 즉 새로운 ‘대화동력’조차도 무색하게 만들었다. 야권에선 벌써부터 “정부는 대북 정책의 총체적 실패를 공식 선언하고 통일안보 라인의 책임자를 전면 교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민단체들도 북한으로부터 이용만 당한 뒤 뒤통수를 맞았다는 대정부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참여정부 들어 대북 지원액은 무려 3조 970억원. 결국 얻은 게 뭐냐는 1차적 국민적 반감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형국이다. 노 대통령은 “우리가 거역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대북정책 남북관계가 큰 영향을 받을 것이란 건 경고이자, 상황에 대한 예측”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8일 이미 유엔안보리 의장 성명이 나왔을 때 지지를 표명했다.9일엔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나서 유엔차원의 조치를 촉구했다. 제재에 소극적으로 따라가는 차원이 아니라 우리가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모양새다. 유엔 안보리 결의엔 대북 교역 거래 등도 포함된다. 따라서 극적인 해결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 이상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의 전면 보류 또는 중단 쪽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시간적인 완급조절과 강도조절의 문제만 남았을 뿐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이상, 북한의 입장에서 ‘달러 박스’ 구실을 한 두 사업에 대해 우리 정부의 논리가 먹혀들기 힘든 상황이고 정부도 이미 이를 받아들인 분위기다. 그러나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열정으로 시작한 금강산관광 사업, 정부가 한반도 평화의 안전판이란 평가를 했던 개성공단 사업의 운명은 당분간 전면 중단되기보다는 ‘잠정 중단’ 또는 ‘보류’ 판정을 받을 것 같다. 정부는 1차로 이날 쌀과 시멘트 등 대북 수해지원 물자의 추가 출항을 일단 보류했다. 지난 7월5일 미사일 발사 이후 쌀 지원과 비료추가 제공을 중단한 데 이은 조치다.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北 핵실험 파장] 투자·소비 위축… 국가신인도 타격 우려

    북한의 핵실험 성공으로 국내 경제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내수 위축과 투자 부진으로 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실험은 경기를 급랭시키는 ‘카운터 펀치’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자칫 금융시장의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실물시장의 경색과 외국인 투자자본의 철수로 외환위기 이후 국내 경제는 최악의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다. 외국의 신용평가기관들은 한국의 신용등급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아직’이나 ‘당장’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미국의 대응 등 여러 변수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어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국내 경제전문가들은 사태가 악화될 경우 금융시장의 ‘셧 다운’을 거론할 정도로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독(毒)’ 또는 ‘득(得)’이 될 수도 있다고 엇갈렸다. 정부 관계자는 9일 “상황이 과거와 달리 단시일내에 종료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실험을 단순한 ‘벼랑끝 전술’로 보기에는 파장이 너무 컸고 ‘후폭풍’이 앞으로도 거셀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날 오후 긴급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국내금융·국제금융·원자재·무역·생필품 등 5개 부분에서 관계부처별 대책반을 가동시켰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항공·물류 대책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조원동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사태가 어떻게 진전되는지 봐야겠지만 타격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자원부의 고위관계자는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 국가신용등급이라도 떨어지면 제 2위 금융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추석 연휴 뒤 찾아온 북핵 실험은 증시냉각에 따른 ‘부의 감소’ 효과로 소비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경제성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소비가 흔들리면 올해 경제성장률 5% 달성은 어려울 전망이다. 한반도 정세가 불안한 상황에서 국내·외 투자가 늘 리도 만무하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응에 따라 상황이 악화될 소지가 높아 금융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은 고조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일시적 문제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지정학적 위험으로 번지면 국가신용등급과 국제금융시장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면서 “미국의 대응이 최대 변수”라고 말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과 금값이 급등한 것으로 미뤄 국제 금융시장과 원자재시장에서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코리안 프리미엄’이 다시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산자부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지만 펀더멘틀에 따른 게 아니어서 언젠가는 떨어질 수 있는 불안요인이 남아 꼭 수출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조동호 박사는 “단기적으로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만 북한은 우리 경제의 ‘변수’가 아니라 이미 ‘상수’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이 무력제재를 가하거나 북한이 추가 행동을 취한다면 국내 투자는 물론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도 크게 위축돼 금융시장에 엄청난 어려움이 닥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 국내 경제전문가들은 “국제사회의 협상 강화를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로 끝날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어 무조건 비관적으로 볼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백문일 이영표기자 mip@seoul.co.kr
  • 北, 러에 2시간전·中에 20분전 실험통보

    북한이 핵실험을 앞두고 러시아와 중국에 확연한 시간 차이를 두고 사전통보한 사실이 드러나 배경과 파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9일 러시아의 인테르팍스 통신은 모스크바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 안드레이 카를로프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가 북한이 핵실험을 하기 2시간 전에 실험 실시를 통보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카를로프 대사가 핵실험 실시를 2시간 앞두고 북한 외무성에 들어가 북한측으로부터 핵실험 실시를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은 핵실험 20분전 북한으로부터 실험 강행 사실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 20분전 경고를 받고 미국과 일본, 한국에 즉각 알려줬다고 미국 관리가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9일 전했다. 더욱이 북한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8일 오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담한 자리에서 최근 북한 주변의 긴장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9일 오전 핵실험을 강행했다. 국제 무대에서 가장 북한을 옹호해주고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중국은 최고 지도자의 발언이 보기좋게 묵살되는 모습을 지켜본 셈이다. 심지어 핵실험 장소도 중국 국경과 인접한 곳이었다.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북한을 회담에 복귀시키는 데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지만 북핵사태 이후 번번이 북한의 강경노선을 통제하지 못하고 예측하지도 못해 국제사회의 망신을 당해왔다. ‘혈맹’ 관계라는 북한이 계속 엇박자를 내면서 동북아안보 구도를 위협하자 북한에 대한 정치·경제적 영향력과 유대감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던 중국은 심각하게 체면을 손상당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7월 아무런 사전통보도 받지 못한 채 미사일 발사 소식을 전해 들었고, 북한을 설득하러 간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못 만나고 돌아서야 했다. 북한은 중국이 참여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에 대해서도 즉각적인 불복 의사를 밝혔다. 이번 핵실험은 미사일 발사 사태 이후 북한과 중국 간에 심상찮은 균열이 감지되던 것에서 나아가 사실상 양국의 ‘혈맹’ 관계가 종식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과 북한의 혈맹관계가 종식될 경우 중국은 북한에 실질적인 고통을 줄 수 있는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 시장에서 중국산 물품이 8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영향력을 갖추고 있음을 상기시키며 중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에도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중국 외무부가 북한의 핵실험 강행 발표 1시간 만에 강경한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것도 이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함혜리기자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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