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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억측 자초한 전·현직 대통령 회동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주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집을 방문한 여파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어제도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 회동을 ‘떴다방 정치’,‘도박정치’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야당의 반응을 정략적이라고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전·현직 대통령이 미묘한 시기에 회동함으로써 정쟁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다. 우선 만남의 모양새가 범상치 않았다. 노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 사저를 공개리에 방문했다.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의 집을 찾은 것은 헌정사상 이번이 처음이었다. 청와대측은 김대중도서관 전시실 개관을 축하하는 자리였으며, 정계개편론과 관련한 얘기는 일절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만남 자체로 구구한 억측이 나온다면 바로 그게 정치행위인 것이다.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았다면 방문 시점을 조정하든지, 회동 형식을 바꿨어야 했다. 두 전·현직 대통령이 만난 후 정치권에서는 여러 관측이 나온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반(反) 한나라당 연대에 의기투합했다는 추측이 있고, 김 전 대통령의 대북특사설이 퍼지고 있다. 비밀논의가 없었다는 청와대측의 설명을 우리는 믿고 싶다. 전·현직 대통령이 정계개편 등 정치현안에 적극 나선다면 정국은 일대 혼돈에 빠진다. 지역감정에 기대는 것이라면 더욱 옳지 않다. 또 대북 문제는 전·현직 대통령이 밀실에서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 전직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할 부분이 있으면 합리적 절차와 국민 동의를 거쳐 추진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전직 대통령은 물론 현직 대통령도 정계개편에 영향을 미치는 언행을 자제해야 한다. 노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정치 전면에서 비켜나 국가안보·경제회생에 전력을 쏟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핵 파문으로 안보가 흔들리고, 집값 상승 등 민생경제가 말이 아니다. 국정 다잡기가 정치연대보다 난국돌파에 효과적이라고 본다.
  • “분양원가 공개 확대”

    “분양원가 공개 확대”

    노무현 대통령은 6일 부동산 시장의 이상기류를 진정시키기 위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확대해, 실질적인 분양가 인하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한명숙 총리가 대독한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8·31대책의 기본골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불안한 부동산시장을 조기에 진정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정부는 모든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며 신도시 주택 분양가 인하, 신도시 개발기간의 최대한 단축을 통한 공급확대 효과의 조기 가시화, 매년 수도권 30만호 주택 공급, 주택금융분야의 지도·감독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원칙을 거듭 밝히고,“정부는 유엔안보리 결의안 정신과 취지에 부합하는 방향에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조속히, 반드시 타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제한 뒤 “그렇지만 목표시한에 쫓겨 중요한 내용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농업 등 개방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분야는 추가적인 보완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盧대통령 시정연설 안팎

    盧대통령 시정연설 안팎

    노무현 대통령은 6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임기 말의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연설문에서 “임기를 마치는 그날까지 국정운영의 끈을 놓지 않겠다.”며 국회에 시급한 현안의 빠른 처리와 함께 미래비전과 전략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당부했다. 연설문은 한명숙 총리가 대독했으며, 참여정부의 시정연설 대독은 2004년 이해찬 총리 시절부터 ‘책임총리제’ 실현 차원에서 이뤄졌다. ●“북한이 핵을 가져서는 안 돼” 북핵의 해결을 위해 ‘평화적 전략’을 쓰겠다는 기본 틀을 거듭 밝혔다. 논란이 되고 있는 대북 포용정책을 일부 수정하되 골격은 지키겠다는 의미다. 특히 ‘북한과 대화의 끈’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처음 공개적으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다만 노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는 핵과 양립할 수 없다.’는 대전제 아래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핵 관련 계획을 반드시 그리고 신속히 폐기해야 한다.”며 단호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된 전쟁 불사론은 참으로 무책임하고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분양원가 공개 확대 검토” 노 대통령은 ‘백약이 무효’라는 비판에 부딪힌 부동산 대책과 관련,‘모든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지속적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물론 최근 불안한 부동산시장에 대해서는 사실상 유감을 표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지난 9월 MBC 100분 토론에서 처음 밝힌 ‘분양원가 공개제 시행’에서 한발 더 나아가 원가 공개를 확대해 실질적인 분양가 인하로 이어지도록 제도적 장치까지 마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정책실패 호도” 비판 여야는 시정연설에 대한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열린우리당은 “북핵위기 극복과 민생안정에 전력하겠다는 참여정부의 메시지가 일관되게 전달됐다.(우상호 대변인)”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야당은 일제히 비판했다.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국정실패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고 지난 4년간의 총체적 국정실패를 호도하려는 인상이 짙다.”면서 “북핵 사태의 본질을 잘못 짚었고 왜곡된 사실을 토대로 경제문제를 진단해 대선용, 선심성 정책만 늘어놨다.”고 비난했다. 박홍기 전광삼기자 hkpark@seoul.co.kr
  • [사설] 美, 압박 대상은 南이 아니라 北이다

    미국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총괄하는 로버트 조지프 국무부 군축·비확산 차관이 어제 방한했다. 니컬러스 번스 미 국무부 정무차관과 함께 오늘 우리 정부와 차관급 전략회의를 갖는다. 유엔 결의에 따른 국가별 대북 제재의 구체적 실행 방안을 정리하고, 향후 6자회담을 어떻게 이끌고 북과 뭘 주고 받을 것인지를 협의하는 것이다. 주목되는 점은 조지프 차관의 방한이다. 그는 북 핵실험 이후 한국의 PSI 전면 참여를 강도 높게 주장해 온 인물이다. 지난달 19일 반기문 외교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회담에서 그는 북한 선박 검색 등에 한국이 적극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12개국의 참여로 만들어진 ‘핵테러방지구상’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한때 방한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진 그가 방한한 것은 한국의 대북제재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려는 미 행정부의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오늘 한·미 차관급 전략회의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고 하겠다. 북핵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조가 긴요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문제는 공조의 방식이다. 대북 제재는 외교적 해결 노력이 병행될 때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이 6자회담 재개에 합의한 상황에서 자칫 필요 이상의 제재는 대화 국면의 물꼬를 되돌릴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미국은 북핵 사태의 외교적 해결을 위한 한국의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 북한과 총칼을 마주한 한국에 무력 충돌의 위험을 감수하고 북한 선박 봉쇄의 전면에 나설 것을 강요하는 것은 동맹국의 자세가 아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의 궤도 수정도 한반도 긴장만 높일 뿐 진정한 해법이 되기 어렵다. 압박 대상은 한국이 아니라 북한임을 미국은 거듭 인식하기 바란다.
  • 워싱턴 매파 작전설

    |워싱턴 이도운·도쿄 이춘규특파원|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재개가 합의된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 핵시설을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더욱이 윌리엄 페리 미 전 국방장관은 미국이 대북 군사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 미국이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에 실패하거나 중간선거가 끝난 뒤 대북 강경책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보수 성향 일간지인 워싱턴 타임스는 미 국방부가 지난달 9일 북한의 핵실험 강행 이후 북한의 핵시설을 공격하기 위한 비상계획 작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익명을 요구한 국방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 수개월 전부터 준비되고 있는 이 비상계획은 ▲북한에 해군특공대 등 특수부대를 보내거나 ▲토마호크 등 정밀 유도 미사일을 이용해 북한 핵시설을 공격한다는 것이다. 공격 대상은 ▲5㎿급 원자력발전소와 폐연료봉 재처리 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 및 핵 폐기물 시설이 밀집된 영변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핵 실험 통제시설 ▲북한이 비밀리에 추진 중인 우라늄 농축 시설 등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군이 조지 부시 대통령의 공격 명령만 떨어지면 바로 계획을 이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이에 대해 “군대는 늘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게 마련”이라며 “부시 대통령이 밝혔듯이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위트먼 국방부 대변인은 “미 정부는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북 군사 옵션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군은 항상 준비를 하고, 또 주어진 임무를 수행할 역량을 갖추는 게 본연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이와 대해 한 소식통은 “말하자면 미국은 네덜란드에서의 전쟁 계획까지도 갖고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6자회담이 재개되는 시점에 이 같은 보도가 나온 것과 관련, 북한과의 협상에 반대하는 미 정부내 강경세력이 일부러 흘린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지난해 초에는 4차 6자회담을 앞둔 시점에도 북한이 리비아에 핵물질을 수출했다는 식의 보도가 미국 언론에 나왔다. 한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페리 전 장관은 4일 이 신문이 도쿄에서 개최한 ‘북한의 핵실험과 동아시아의 안전보장’이란 심포지엄에서 북한이 건설 중으로 알려진 흑연감속로가 가동되면 북한의 핵제조 능력이 향상될 것으로 전망하며 “중국과 한국이 (북한을) 압박하지 않으면 원자로가 가동되기 전 미국은 유일하게 의미있는 강제수단을 취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제수단을 취하게 될 것이란 것은 미국의 대북 군사력 행사 가능성을 경고한 것으로 풀이됐다.누카가와 후쿠시로 전 일본 방위청 장관은 “일본의 이지스함이 미국으로 날아가는 대포동 2호를 헌법 문제 때문에 방관해서야 되겠는가.”라고 되물었다.dawn@seoul.co.kr
  • [사설] 대북지원 재개 서두를 일 아니다

    북한과 미국의 6자회담 재개 합의에 맞춰 대북지원 재개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이산가족 상봉 재개를 위한 남북적십자회담 개최에 긍정적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단된 대북 쌀 지원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꽉 막힌 남북관계에 숨통을 틀 교류협력 조치들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여기엔 상호성의 원칙이 필요하다. 북이 미사일을 쏘고, 핵 실험을 한 마당에 달랑 6자회담 재개에 합의한 것만 갖고 중단된 대북지원을 재개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북한을 다녀온 민노당 지도부에 따르면 ‘김영남 위원장은 인도적 지원 문제와 당국자간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민노당측이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 않았으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쌀 지원을 중단한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남한 정부가 정치안보적 이유로 인도적 사업을 중단했으니, 남측이 먼저 쌀을 지원하면 이산가족 상봉을 재개하겠다거나 적어도 이산가족 상봉과 쌀 지원을 연계하겠다는 뜻인 것이다. 인도적 문제를 꺼내 남한 정부를 압박하면서 이를 통해 쌀 50만t과 비료 10만t의 실리를 챙기려는 의도라 하겠다. 일련의 북핵 정국은 남북간 교류가 한반도 안보위기를 누그러뜨리는 데는 일조했으나 북핵 저지에는 전혀 기여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정부는 6자회담 재개를 앞둔 지금이라도 대북정책의 목표와 과제들을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 핵실험 전 구상한 ‘포괄적 접근방식’을 현 상황에 맞춰 조정하고, 대북지원도 9·19공동성명의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맞춰 순차적으로 재개해야 한다. 무엇보다 무슨 일이 터지면 말부터 앞세우는 당국자들의 조급한 자세부터 다잡아야 함은 물론이다.
  • [열린세상] 되살아나는 70년대의 악몽/김정란 상지대 교수·시인

    이른바 ‘간첩단 사건’이 불거졌다. 이 사건은 김승규 국정원장이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간첩단 사건이 틀림없다.”라고 단정지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다. 그는 왜 명백한 증거가 드러나기도 전에 이런 중대한 국가적 사안에 먼저 언론플레이를 하고 나섰을까? 그는 사실 규명이 아니라, 연출을 원했던 것처럼 보인다. 더욱이 최근 언론 보도는 국정원 내부에서마저 이 사건을 ‘간첩단’ 사건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좀더 수사를 보강하여 발표하자는 의견을 제시하며 김 원장의 드라이브를 만류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검찰에서도 이 사건을 ‘간첩단 사건’으로 보기 힘들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사건은 그 출발부터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수사결과를 지켜보아야 알게 되겠지만, 이 사건은 처음부터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별 것 아닌 것을 크게 부풀린 것처럼 보인다.1999년에 이미 거물간첩의 암약상을 국정원이 인지했다면, 그를 왜 이제야 체포하는가. 그러면 7년 동안 국정원은 그 위험천만한 첩자가 일을 벌이며 돌아다니도록 방치한 것이다.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국정원은 무슨 게임을 벌이고 싶었던 것일까? 게다가 거대언론과 한나라당은 처음부터 ‘386 간첩단’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정치권내 특정 세력을 명확하게 겨누고 있다. 사건에 연루된 인사가 특정 세대에 속한 나이라고 해서 그를 386이라고 부르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386은 이미 한국사회에서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주도한 세대 중에서 정치권에 진입한 인물을 지칭하는 용어로 통용되기 때문이다. 거대언론들과 한나라당은 그들이 늘 해왔듯이 이번에도 ‘아니면 말고’ 수법을 한껏 활용하고 있다.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나더라도 일단 386으로 지칭되는 정치세력에 ‘간첩’이라는 무서운 이미지를 뒤집어씌움으로써 정치적으로 타격을 주자는 것이다. 그들은 민주화세대를 겨냥하면서도, 민주화세대가 이루어 놓은 자유의 판 위에서 마음껏 그 자유를 향유하며 악용하기까지 한다. 국민은 설마 요즘 같은 세상에 간첩 조작을 하려고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그 점을 이용해서 무시무시한 부풀리기를 진행한다.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더라도 손해볼 것은 없다. 레드 콤플렉스에 걸린 상당수 국민은 그러한 선동을 곧이곧대로 믿을 것이며, 다른 국민의 마음에는 ‘혹시’라는 의심의 싹을 심어놓는 것으로 정치적 목적은 충분히 달성되기 때문이다. 치고 빠지기. 말이 되든 안되든 계속해서 집요하게 떠들어대고 보기.“가장 낮은 수준에서 반복해서 선동하라.” 1970∼80년대에 우리는 조작된 간첩단 사건을 지겹도록 접해 왔다. 정통성과 정당성을 결한 군부독재 세력이 반대자의 입에 효과적으로 재갈을 물리기 위해 때만 되면 뽑아들던 전가의 보도가 바로 ‘간첩단 조작’이었다. 그런데 그 유령이 북핵 사태를 이용해서 다시 슬그머니 머리를 쳐드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 우리 역사는 정말 안전할 정도로 한 바퀴를 분명히 돈 것일까? 나는 북핵사태를 정치적으로 한껏 이용하는 정치인들과 보수언론의 태도를 보면서 분명하게 “그렇다.”라고 대답할 자신을 잃었다. 어쩌면 70년대의 악몽이 되풀이될지도 모른다. 혓바닥에 재갈을 동이고 살아야 했던 그 시절. 독재자에게 반대하는 모든 시도가 ‘간첩’의 활동으로 부풀려지던 시절. 탈근대의 특이한 정황 중의 하나는 ‘나비 효과’라는 말로 명명된다. 모든 것이 거대한 네트워크 안에 연루되어 있는 지금, 어떤 특별한 맥락에서 발생한 작은 불안요소가 우리사회를 다시 70∼80년대의 야만과 광기로 되돌려 놓을지 모른다. 일본이 위험할 정도로 극우화하는 지금, 북핵사태를 슬기롭게 넘기지 못하면 그런 상황이 찾아올 확률은 더더욱 커진다.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상대편을 ‘빨갱이’로 매도하는 구식 수법으로는 이 복잡한 탈근대의 상황을 통과할 수 없다 김정란 상지대 교수·시인
  • 기업 88% “개성공단사업 계속돼야”

    대다수 기업은 남북경협을 중단하기보다 사업을 축소하거나, 현행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국내 기업 200개사를 대상으로 ‘북핵 문제가 경제 및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남북경협사업 가운데 개성공단의 경우 88.0%의 기업이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했다고 5일 밝혔다.‘사업 중단’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12.0%에 그쳤다. 개성공단 사업을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한 기업들 중에는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42.0%)’는 의견보다 ‘신중히 판단해 꼭 필요한 부분만 유지해야 한다.(46.0%)’는 의견이 조금 더 많았다. 이는 북한에 우리 측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고, 미국 등 국제 사회와도 공조하기 위해 남북경협의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금강산관광사업의 경우에도 ‘중단’(29.0%)보다 ‘현행 유지(32.0%)’ 혹은 ‘축소 유지(39.0%)’ 응답이 더 많았다. 북핵사태가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62.5%의 기업이 ‘현재 별 영향없다.’고 응답했지만 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거나(27.5%), 직접적인 영향(10.0%)을 받고 있다는 기업도 적지 않았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노대통령 DJ자택 주말 전격방문 왜

    노무현 대통령이 4일 ‘전격적으로’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자택을 찾아 2시간 동안 오찬을 함께했다. 현직 대통령의 ‘이례적인’ 전직 대통령 자택 방문이다. 여기에 시기적으로 정계개편과 맞물리면서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특히 DJ가 최근 ‘여당의 비극은 분당에서 비롯됐다.’고 발언함으로써 더욱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 사이에서 정계개편론과 관련해 “일절 언급이 없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북핵과 부동산 정책 문제, 반기문 외교부장관의 차기 유엔 사무총장 당선 등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5일 논평을 통해 “(만남 자체가)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정치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노 대통령과 DJ 사이의 직·간접적인 접촉은 최근 들어 3차례나 된다. 만남을 통해 정치 현안에 대한 ‘교류’도 감지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북핵실험과 관련해 DJ 등 3명의 전직 대통령과의 오찬에 이어 다음날인 11일 유독 DJ에게 직접 ‘감사전화’를 했다. 같은 달 27일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 후원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어 4일 권양숙 여사와 함께 직접 김대중도서관을 둘러본 뒤 DJ 자택을 방문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김대중 도서관의 전자방명록에 “치열한 삶으로 역사의 진보를 이루셨다.”고 써 DJ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윤 대변인은 이날 오찬은 김대중도서관 전시실 개관을 축하하기 위해 이뤄졌다고 말했다. 오찬에는 권 여사와 이희호 여사,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현재로선 윤 대변인의 전언처럼 정개계편에 대한 언급들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지역적인 분할 구도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는 정개개편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평소 지론을 밝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역설적으로 ‘대통합의 타당성’을 밝혔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치권에서는 DJ를 찾은 노 대통령의 행보를 놓고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숨은 속뜻 찾기’에 나선 분위기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논평에서 “노 대통령이 스스로 국정의 중심에 서는 것이 아니라 정치의 중심에 서겠다는 의중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훈 정보위원장은 “지역기반이 취약한 노 대통령으로서는 호남이라는 확실한 지역기반을 바탕으로 정계개편의 중심역할을 할 수 있는 DJ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 “만남도 그런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DJ가 ‘상왕(上王)정치’를 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은 “워낙 이례적이고 파격적이기 때문에 형식이 내용을 압도했다.”면서 “노무현 기획의 돌출적 이벤트”라고 말했다. 반면 우상호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파격적이고 신선하다.”면서 “정계개편과 연계시켜 정략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민병두 열린우리당 의원은 “DJ가 보는 정계개편의 지향점과 노 대통령의 시각은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박홍기 전광삼기자 hkpark@seoul.co.kr
  • [사설] 북핵 위협 과장됐다는 대통령의 인식

    노무현 대통령이 그제 외국인 투자유치 보고회에서 북핵과 관련해 자세하게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북핵실험으로 안보위협 요인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과장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다 해도 군사적 균형은 깨지지 않았으며, 굳건한 한·미동맹과 국제사회의 역량을 바탕으로 우위를 유지할 것이며, 평화를 위해 북한과 우호관계를 이어가겠다는 취지의 발언이 있었다. 노 대통령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안전하니 마음놓고 투자하라.’는 메시지를 전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핵실험 이후 주변 강대국과 유엔은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드러낸 노 대통령의 북핵 인식은 의외로 낙관적이며 한가롭다는 느낌마저 준다. 노 대통령은 물론 북핵의 절대불용과 폐기노력도 강조했다. 하지만 북핵실험 이후 국제상황을 보면 한국의 의지가 주도적으로 반영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밝혔지만 이 과정에서 한국이 한 역할은 무엇인가. 대미관계는 진정 매끄럽게 관리되고 있는가. 과연 우리의 대북 평화의지에 감복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으로 믿는가. 노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를 가져도 군사적 우위 유지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핵은 보유 자체로 비대칭 전력이며 국제사회에서 강력한 정치·외교적 무기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치밀한 전략에 따라 핵실험을 했고, 당장 이번 6자회담부터 ‘핵보유국 지위’ 운운하고 있다. 미국과 ‘핵 대 핵’으로 맞서겠다는 뜻이다. 이 틈바구니에서 대통령은 국가안보를 확보해서 다수 국민의 불안을 씻어줘야 한다. 안보는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아니라 국가원수로서 판단해야 할 몫이다.
  • [6자회담 복귀 합의 이후] 국내외 전문가 6人에게 듣는다

    [6자회담 복귀 합의 이후] 국내외 전문가 6人에게 듣는다

    우여곡절 끝에 1년 만에 재개되는 6자회담에 관심과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북핵문제가 이번에는 해결됐으면 하는 희망이 있지만, 우려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서울신문은 3일 국내 4명, 미국과 중국의 전문가 2명 등 6명으로부터 6자회담 전망 등을 긴급 진단했다. 회담이 열린다 해도 장밋빛 기대는 금물이고, 협상은 지루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면서 더 많은 보따리를 내놓으라고 요구할 것이다. 북한 핵문제는 밀고 당기기를 계속하면서 앞으로 2년 가량 끌고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과정에서 대화분위기가 조성되는가 하면, 제재에 따른 갈등과 긴장 분위기로 반전될 소지를 안고 있다. 북·미 회동을 중재해서 전격적으로 6자회담 복귀 합의를 이끌어냈듯 앞으로 협상과정에서도 중국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래서 중국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포용정책을 펴는 한국 정부는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6자회담이 재개된다고 쌀·비료 지원을 서둘러서도 안 되고, 당국회담을 통해 대화채널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됐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 6자회담 전망을 밝게 보지는 않는다. 현상황이 고무적이기는 하지만 6자회담의 진행속도는 늦어지고 있고, 한 가지 합의도출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첨예한 대립과 간극을 줄일 수 있는 성격의 회담이 아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언제 열어야 할지 모두 불투명한 상황이 아닌가. 회담은 조기에 결렬될 것이다. 남북관계는 이제 남한 내부의 분위기 때문에 과거같이 유지되기 어려워졌다. 북한 핵실험 이후 남북관계의 성격이 바뀌었다. 민간단체가 지원하면 여론이 지원하고 지지했지만, 이제는 비판하고 있다. 북한은 남북관계를 회복시키는 노력을 가시화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충격요법도 쓸 것 같다. 동해나 서해에서 소규모 긴장국면을 조성하는 것을 예상해볼 수 있다. 사이좋게 지내지 않으면 남북관계가 망가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 들 것이다. 북한은 금강산관광 대금을 현금 대신 현물로 제공하면 금강산관광을 중단하려 들 수 있다. 앞으로 협상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은 커질 것이고, 핵실험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중국은 동북아의 중국에서 세계의 중국으로 역할을 하려 든다. 중국은 얼마전 동남아 비핵화에 동참하면서 ‘매력있는 국가’로서 이미지 메이킹을 잘 하고 있고, 세계도 중국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북한과 동맹에 치우친 관계를 떠나서 매우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설 것으로 본다. 베이징 3자 회동에서 우리가 ‘왕따’당했다고 한다. 이는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내정자 길들이기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 북한과 미국의 이해가 시기적으로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둘다 기분이 나쁘지 않게 회담장에 나온다. 그런데 회담에 나와 보면 동상이몽임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북한은 가장 많은 실리를 챙기려 할 게다. 동결 해제의 가능성이 큰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의 800만달러와 함께 나머지 1600만달러 동결 해제도 시간문제라고 생각할 것이다. 한국에는 비료·쌀 지원을 해달라고 요구할 것이고, 중국에도 체면을 살려준 만큼 원조를 요구할 것이다. 기대 속에 출발은 하지만 한발짝도 내딛기 힘든 회담이고 최소한의 ‘맛보기 회담’이 될 것이다. 핵무기 보유국이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은 난망에 가깝다. 지구상에서 핵실험을 한 나라가 핵을 포기한 전례가 없다. 북한의 몸값은 이미 높아져 있다. 그에 걸맞은 대우를 요구할 것이고 미국은 북한을 압박할 제재 카드를 버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정부는 북한에 쌀·비료를 주고 싶은 마음이 있더라고 참아야 한다. 지금 덥석 지원 재개를 결정하는 것은 과속이다.6자회담 진행상황을 보면서 북한이 손 내밀 때를 기다려도 늦지 않다. ●전봉근 외교안보연구원 안보통일연구부장 협상 틀이 유지되면서 실질 진전은 이뤄지지 않는 답보상태가 지속되는 국면이 전개될 것이다.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까닭은 과거 15년간 보여준 북한의 행태와, 미국이 과연 주고받기식의 협상 준비가 돼 있느냐는 회의감이 있기 때문이다.9·19 공동성명 합의가 가능했던 것은 ‘비전’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이고, 이젠 구체적 이행의 문제여서 어렵다. 북한은 군축을 의제로 내놓을 것이 분명하다. 북한의 행동 변화를 위해 압박이 유효한 상황이라면, 말은 긍정적으로 할지라도 쌀·비료 등의 제공은 6자회담에서 북한의 행동을 봐서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나서서 북한 식량난이 엄청나게 심각하다고 논의가 모아질 경우에는 제공해도 무방할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으로 안보상 손상을 입었고, 국제사회에서는 체면 손상을 입었다. 그래서 전에 없이 강한 입장으로 나선 것이다. 최소한 비핵화의 진전을 위해 노력하도록 할 것이다. 유엔 안보리 제재는 북한 핵실험에 대한 제재로, 유효하다. 우리나라는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남북간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제재와 압박에 동참해야 한다거나, 포용정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양극단의 논리와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다. 국민적 합의를 위한 여건을 조성해 남남분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북한은 유엔의 결의가 시행되는 상황에서 대화에 들어옴으로써 실행 속도를 늦추고 완화하는 목적을 갖고 있을 것이다. 치고 빠지는 전략이다. 회담에서 금융제재를 받아내는 데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예상한다. 북한은 회담의 성격을 바꾸려 들면서 핵군축협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루하게 밀고 당기는 회담이 될 것이고, 획기적 결과도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행보에는 기본적으로 변함이 없다. 핵실험이 대표적인 사례가 아닌가. 중국의 압력이나 강경한 태도가 북한 정권에 먹혀들었다면, 핵실험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은 중국의 압력이 있더라도 쉽게 굴복하고 동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중국은 나름대로 한반도에 파국이 오는 상황을 억제하는 중재자 역할을 하려고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6자회담에서 획기적인 협상 결과가 나오지 않는 한 제재는 계속될 것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는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을 걸로 본다. 여기에 우리 나라도 상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은 유엔결의와 연관하기에는 적절치 않다.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중심 한반도연구센터 리둔추(李敦球) 주임 “6자 회담이 중국의 대북 압박에 의해 성사됐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는 잘못된 견해다.6자회담 복귀의 원동력은 압박보다 설득이다. 북핵 실험 이후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찾아 북핵을 둘러싼 중국의 분명한 입장과 세계 정세 및 각국의 태도 등을 ‘정확히’ 전달,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복귀의 원동력이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앉아서 유엔 안보리의 일방적 제재을 받는 것보다 6자회담의 메커니즘에 복귀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사회주의 국가에는 사회주의식만의 관계가 있다. 회담장에 나오지 않으면 식량을 끊고 어떻게 하겠다는 식의 말을 하지는 않는다. 미국은 처음엔 태도가 대단히 강경했지만 동북아 안정 유지 책임이 있는 데다 중국의 노력과 입장을 신뢰했기 때문에 회담 재개가 가능했다. 한국도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결의 1718호 의무를 다해야 하지만 동시에 남북 관계도 잘 유지해야 한다. 인도주의적인 무상원조와 1718호가 반드시 충돌하는 것만은 아니다. 북한은 내년 기아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국은 이 점을 고려해야 하며, 다른 나라와는 입장이 다르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데렉 미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온 것은 복합적인 이유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국의 압력이 유효했고, 미국이 동결된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북한 계좌를 해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암시를 줬을 수도 있다. 북한 스스로 핵 실험으로 회담 입지가 나아졌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북한은 소외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이 조건 없이 6자회담에 돌아오면 대화에 응하겠다고 밝혀왔다. 핵 실험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미국 입장은 분명하다. 이번 회담에서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한국은 그동안 북한에 대한 ‘당근’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이해하지만 북한에 대해 ‘채찍’도 사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미국 및 국제사회와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회담 성공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중국이다. 중국은 6자회담을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매우 조용하지만 효과적인 ‘행동’을 보여줬다. 그동안 중국의 역할에 의구심을 가졌던 미국 정부의 시각도 많이 달라졌고 앞으로도 그같은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미국은 협상을 서두르려 할 것이다. 미 정부 내의 강경론자들이 회담에서 북한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도록 독려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조지 부시 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올 것이다. 정리 박정현기자 워싱턴 이도운·베이징 이지운 특파원 jhpark@seoul.co.kr
  • “北核 과장 말라며 대북정책 유턴 하나”

    한나라당이 3일 발끈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전날 “북한 핵실험을 과장하지 말아야 한다.”고 한 것을 문제삼았다. 대북 정책을 ‘유턴’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노 대통령이 김영삼, 노태우 정부의 예까지 들면서 포용정책 정당화에 애썼지만 현 정부의 ‘탈미(脫美) 친북(親北)’ 입장은 이전 정부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또 “대통령은 ‘평화 관리’라는 애매모호한 말로 국면을 호도하지만 이는 북한에 이로운 결과만 가져올 것”이라면서 “노 대통령은 북핵관리 실패의 장본인”이라고 말했다. 황우여 사무총장은 “북한의 일방적 도발이 발생할 만큼 군사적 균형이 깨지지 않았다는 언급은 국민을 혼란에 빠뜨릴 우려가 있다.”면서 “핵은 존재 그 자체로 위험한데도 위험하지 않다고 호도하면 사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문대표 김영남 민노방북단 김영남과 면담

    문대표 김영남 민노방북단 김영남과 면담

    민주노동당 방북단이 3일 형식상 북한 국가수반이자 권력서열 2위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면담을 갖고 북핵문제와 남북정상회담, 대북특사 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정호진 부대변인은 “문성현 대표는 ‘대다수 남측 국민이 북측 핵실험에 많이 우려하고 있다. 민노당 기본정신도 비핵화이며 이는 고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므로 북측 입장을 분명히 밝혀달라.’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이에 김 상임위원장은 “미국이 우리의 자주성을 말살하고 생존권까지 위협하기 때문에 자위적 측면에서 핵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미국의 압살정책과 제재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지 결코 남측 동포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고 답했다고 정 대변인은 전했다. 이어 김 상임위원장은 6자회담에 복귀에 대해 “우리 입장은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었는데 미국은 6자회담을 통한 조·미간 원칙적 문제해결을 도모하기보다는 선거전에 써먹기 위한 것으로 이용해왔다.6자회담 결과는 미국의 태도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고 정 부대변인은 덧붙였다. 방북단은 지난 2일 평양 인근 묘향산을 찾아 국제친선전람관과 ‘천년고찰’ 보현사를 둘러본 뒤 오후에는 평양시내 ‘만경대 소년학생궁전’을 방문해 학생들의 공연을 감상하고 영화 ‘평양 말파람’을 관람했다고 정 부대변인은 전했다. 정 부대변인은 방북단이 김일성 생가방문 소식을 남쪽으로 전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 대해 “‘방북 취지에 부합하는 소식을 중심으로 전달하기로 한 만큼 의례적 참관지인 만경대 방문은 브리핑하지 않았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방북단은 4일 평양 순안공항을 출발해 중국 베이징을 경유, 닷새간의 방북 활동을 마치고 귀국한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금강산·통일안보 관광 ‘6자회담’ 소식에 회복세

    북핵 사태로 주춤하던 금강산 및 통일안보 관광지 입장객이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 3일 고성군에 따르면 북핵과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이후 급격히 줄어들었던 금강산과 통일안보관광지를 찾는 관광객들이 6자회담 복귀 등의 소식으로 활기를 찾고 있다. 한달전 북한의 핵실험 강행이후 1주일 동안 정상적인 관광이 가능하느냐는 문의전화가 이어지며 입장객 감소추세를 보였던 통일전망대의 경우 최근에는 주말 3000여명, 평일 2000여명이 입장하는 등 예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통일전망대는 오는 20일까지 수학여행단의 방문이 이어지고 북한의 6자 회담 복귀 합의로 일반관광객들의 방문 증가가 예상돼 지난 7월 북한 미사일 발사와 수해이후 나타나던 입장객 감소추세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북핵 사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입장객이 2000여명 감소했던 화진포 역사안보전시관은 지난 1일 평일에도 540여명이 입장했고, 금강산관광도 지난달 중순부터 예약취소율이 10%로 떨어진 후 지난 2일에는 500여명이 금강산 관광에 나서는 등 북핵사태 여파에서 벗어나고 있다. 통일전망대 관계자는 “북핵사태에도 통일안보 관광지가 크게 위축되지 않은 상태”라며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소식도 있어 비수기 상경기 활성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성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미중일,대화·제재 투트랙 작전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그리고 이후 전개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마당은 대화와 제재의 두 바퀴가 함께 돌아가는 ‘투 트랙’ 양상이 될 것 같다. 특히 미국의 입장에서 ‘제재’는 회담장에 들어선 북한을 압박할 안전판. 참가국간 밀고 당기는 갈등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유엔 안보리는 2일 결의안 1718호에 따른 대북 제재 품목을 확정, 발표했다. ●미국이 끝까지 놓지 않을 카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선(先) 대화냐, 선 압박이냐의 논쟁은 지난달 9일 북한 핵실험으로 근거를 잃고 말았다.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안은 제재 위주의 항목을 열거한 뒤,‘6자회담 재개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병행한다.’고 한줄 넣었을 뿐이다. 지난달 31일 베이징에서 중국과 미국이 북한을 초청해 3자회동을 한 것도 안보리 결의 내 조치들이고, 그런 논리로 제재 역시 유효한 조치인 셈이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환영하면서도 결의안에 따른 제재의 바퀴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결의안 제재는 6자회담 복귀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고, 아소 다로 외상 등 일본 인사들도 북핵과 납치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자국이 취한 독자적인 강력조치들을 계속할 뜻을 분명히 했다. ●제재의 ‘효과’ 눈으로 확인했는데… 북한의 6자회담 복귀가 ‘핵실험으로 몸값을 올린 후 협상에 나간다.’는 계산된 차원의 행보일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 입장에서도 북핵 실험을 매개로,‘이전보다 덜 주고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함직하다. 북한이 아무리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고 비핵지대화를 요구한다 해도 제재라는 핸들을 돌리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특히 미 행정부 강경파들은 지난해 9월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계좌를 동결한 직후 북한이 놀라울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해온 선례를 통해 제재가 북한의 항복을 받아낼 최고의 카드란 판단을 하고 있다. 이번 회담 복귀도 중국측의 강력한 압박이 통했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안보리 결의안에 최초로 제재에 손을 얹은 중국은 “지방정부의 소관”이란 말로 모르는 척하면서 국경무역 통제, 송금 금지 조치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을 떠나 홍콩에 기항하는 북한 선박의 추적·억류를 언론에 흘린 것도 마찬가지다. ●미·중, 중·일, 한·미간 갈등으로 비화 가능성도 6자회담이 일단 가동되면, 북한은 제재 철회를 요구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6자회담 복귀 목적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금으로 알려진 BDA자금을 되찾고, 국제사회의 제재수위를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이 관측은 더욱 유효하다. 이에 대해 한국과 중국도 제재조치의 완화 문제로 북한편을 들면서 미·일과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일심회’를 바라보는 우리사회 두마음] “정확한 증거도 없이 마녀사냥식 여론몰이”

    ‘일심회’ 사건 구속자 가족들과 진보계열 시민단체인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연대는 2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달개비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정보원이 정확한 증거없이 ‘간첩단’ 사건으로 규정하고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통일연대와 민중연대 등 96개 시민단체가 결성한 국민연대는 “국정원이 분명하지도 않은 사실을 언론에 흘리고 언론은 추측성 기사로 사건을 부풀리고 있다.”면서 “수사기밀을 언론에 흘리는 것은 형사소송법과 국정원법에 반하는 범죄행위”라고 비난했다.기자회견에 참석한 구속자 4명의 가족들은 “언론에 가족관계와 사진까지 보도되는 바람에 사생활 침해가 심각하다.”면서 “국정원과 언론사에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 공동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구속된 이정훈씨 부인은 “국정원이 하나씩 정보를 흘리고 아니면 마는 식으로 피해를 주고 있다. 수사 능력이 없으면 아예 포기해야 한다. 더 이상 보고만 있지 않겠다.”고 말했다. 손정목씨의 부인은 “사업체에서 이미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상할거냐.”고 반문했다. 국민연대는 특히 김승규 전 국정원장에 대해 “국정원장이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언론을 통해 ‘간첩단’이라고 못 박은 것은 명백한 피의사실공표 행위이자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또 “국정원이 장민호씨에 대한 간첩혐의를 미리 포착하고도 북핵위기 등 남북긴장이 고조된 시점에 발표하고 민주노동당이 간첩단의 지령을 받아 움직이는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 공안 수사 조직의 현상 유지를 위한 ‘실적올리기, 기획수사’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권오헌 민가협 앙심수 후원회장은 “인혁당 조작 사건으로 억울하게 8명이 죽었고 아람회 사건 등이 무죄로 판명됐다는 것을 상기해봐야 한다. 법정에서 판결로 가려야 할 것을 여론 공판에 떠민 것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한나라 빅3 ‘강연 경쟁’

    한나라당 유력 대권주자들의 ‘강연 레이스’가 이어지면서 당내 대선후보 경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한반도 대운하’를 앞세워 표밭 훑기에 나선 데 이어 박근혜 전 대표와 손학규 전 경기지사도 크고 작은 단체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초청 강연을 통해 본격 대선행보에 나서면서 ‘빅3’의 경쟁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대북특사 수용 시사… 강한 리더십 부각 1일까지 국정감사에 전념해온 박 전 대표는 2일 서초포럼 초청으로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북핵과 안보’를 주제로 특강했다. 이 자리에는 김덕룡·이경재·김기춘·이한구·최경환·유승민·이혜훈 의원 등 당내 친박(親朴·친 박근혜) 성향의 의원 25명이 참석, 대선 캠프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특강에서 지난 2002년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하면서 국군포로 송환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했던 일화를 소개한 뒤 “지금도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북특사 요청이 있을 경우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그는 이어 “아무리 좋은 설계도면을 갖고 있더라도 지진으로 흔들리는 땅 위에서 집을 지을 수 없듯이 안보가 흔들리면 경제도 바로 설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이 전 시장의 ‘경제대통령론’을 우회적으로 겨냥했다.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의 강도는 훨씬 강해졌다. 박 전 대표는 “북핵 문제로 나라는 위기에 빠지고, 국민들은 안보를 걱정하는데 정부·여당의 최대 화두는 우습게도 정계개편이라니 기가 막힌다.”며 “지금 정계개편 운운할 때냐.”고 몰아세웠다.●정책이슈로 승부… 몸 낮추기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유지해온 이 전 시장은 최대한 몸을 낮추는 모양새다. 전날 강원지역을 방문해 ‘강원 표심과 불교계’ 공략에 나선 이 전 시장은 이날 호남대 특강과 영산강학술심포지엄 행사에 참석, 영산강-섬진강-금강 등의 물길을 잇는 ‘ 호남운하’ 구상의 구체적인 윤곽을 처음으로 밝혔다. 지난달 유럽 3개국 방문 때 내륙운하 건설계획을 밝혔지만 호남운하 구상의 윤곽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기는 처음이다. 그러나 북핵문제,‘일심회사건’, 정계개편 등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가급적 언급을 자제했다. 오는 11일 예정된 4000명 규모의 당내 지지자 산행대회를 전격 취소한 것도 ‘몸 낮추기’와 무관치 않은 것 같다. 무리한 ‘세 과시’를 통해 다른 주자들의 협공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김성수 성공회대 총장이 이사장 맡아 손 전 지사는 오는 6일 자신을 지지하는 외부 인사들을 주축으로 설립될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세미나에 참석, 대선 도전 의사를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김성수 성공회대 총장이 이사장을 맡은 미래재단에는 그를 지지하는 정계와 학계 인사들이 대거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손 지사는 이날 대선후보로서의 정치적 비전 제시와 함께 북핵문제·정계개편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피력할 예정이다.전광삼 박지연기자 hisam@seoul.co.kr
  • [기고] 민방위 ‘21세기형 지역안전공동체’로 발전하길/김동완 소방방재청 예방안전본부장

    “여보세요? 네, 소방방재청입니다. 어디십니까?” “러시아 제1방송국 ○○○기자인데요, 민방위에 관한 인터뷰와 자료협조를 구하려고 하는데요.” 최근 아사히, 로이터,AP, 등 북핵 실험 이후 국내 주재 외신기자들로부터 걸려온 전화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그동안 한반도의 군사적 대립이 완화됨에 따라 국민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져 가던 민방위업무가 국내외 관심의 초점으로 순식간에 변해 버린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민방위가 등장한 것은 1949년 8월12일 체결된 ‘제네바협약’에서부터이다.‘오렌지색 바탕의 청색 정삼각형’의 민방위 표지는 무력공격으로부터 국제법상 보호를 받으며 세계 110여개 국가에서 평화활동으로 상징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민방위제도는 전시 군사활동을 보조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국민들이 잘못 인식하고 있다. 심지어 군사문화의 잔재로까지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우리나라 민방위제도가 1974년 월남 패망 이후 북한의 남침에 대비하는 총력안보차원에서 1975년 9월 창설되었던 데서 비롯됐다. 최근 유엔에서 대북 제재결의안이 통과됐다. 이어서 미·일을 중심으로 북한제재의 구체적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국민들 또한 불안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부시 대통령 등 미국의 안보전문가들이 군사적 제재는 없을 것이라는 언급을 하고 있어 다소 위안이 된다. 그래도 한반도의 주변정세는 언제 돌변할지 몰라 불안하다. 이런 의미에서 민방위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현재의 민방위 대비태세에 대한 실태를 국민 모두가 함께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며칠간 경기·전남지역의 민방위 대피시설, 비상급수시설, 방독면 등 장비 보관상태를 돌아보았다. 결론적으로 말해, 대피시설은 예상 외로 잘 확충되어 있었다. 특히 그동안 지하상가·지하철 등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방사선과 후폭풍으로부터 대피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고 어떠한 화생방전에도 큰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막연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앞으로 좀더 정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전문가들과 협의하여 보완 개선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 대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민방위 업무를 추진하면서 어려웠던 일은 국민들의 인식문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민방위업무를 군사문화의 잔재로 인식하고 터부시해서는 안 된다. 국제협약에서 정한 바와 같이 전쟁에 의한 대량살상 및 파괴로부터 민간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평소에는 재난으로부터 같은 역할을 하는 ‘지역안전공동체’운동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내고장·내직장은 내가 지킨다’는 슬로건은 전·평시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Safe Korea의 지름길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미·일·중·러 등 세계 4대 열강으로 둘러싸인 지정학적인 여건을 감안할 때, 우리는 ‘고슴도치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고슴도치는 다른 맹수들을 공격할 능력은 없지만 자신의 몸 표피에 가시를 갖춤으로써 자신을 방어한다. 지금 우리는 그 지혜가 필요하다. 앞으로 민방위편제는 시대환경과 여건에 맞게 개선된다. 교육훈련프로그램도 현장 위주의 체험식 교육으로 바뀐다. 이밖에 시설장비에 대한 재점검과 문제점 개선으로 효율적 활용도를 높일 방침이다. 민방위는 자연재난이든 인적재난이든 모든 재난관리의 맏형 역할을 한다. 그 위상에 맞는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민간 활용 서비스 제공, 안전교육 및 훈련 등 그동안 못했던 몫도 다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재난의 예방은 국가의 과제이자, 국민 개개인의 과제이다. 나 자신을 위한 작은 투자로 생각하고 적극 동참해 줄 것을 간곡히 소망한다. 김동완 소방방재청 예방안전본부장
  • [사설] 민노당, 만경대 방문 왜 숨겼나

    방북 중인 민주노동당 대표단이 평양 도착 첫날인 지난달 31일 김일성 주석 생가인 만경대를 방문했다. 그런데 민노당 공식 브리핑에서는 이런 사실이 빠졌다가 그제 북한 조선중앙TV가 보도하는 바람에 이같은 행적이 알려졌다. 대표단이 어떤 경위로 일정에 없던 만경대 방문이 이루어졌는지 알 수는 없으나, 그 사실을 서울 당사에 알리지 않은 점은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 그렇잖아도 북한 핵실험과 민노당 간부가 연루된 ‘일심회’ 간첩혐의사건 수사로 예민한 시기에 대표단이 방북을 결행해 논란이 된 마당이다. 더구나 문성현 당대표는 평양도착 성명에서 “패권을 위해서라면 한반도에서 언제라도 전쟁을 일으켜 보겠다는 미국과 일본의 준동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으로 민족적 동질감을 겨냥했는지는 몰라도 대한민국 공당(公黨)의 대표로서 대단히 부적절한 표현이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북측 초청자인 조선사회민주당과 공식 회담장에서 유감을 표시했다가 항의를 받았다는데, 이게 사실이면 ‘평화사절단’을 자임한 방북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만경대 방문만 해도 그렇다. 그곳이 모든 방북단의 일상적 코스라면 굳이 감출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핵으로 인해 국민의 대북 감정이 악화되고, 민노당이 간첩사건으로 주목받고 있는 시점에는 절제가 필요하다. 국민은 대표단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오해를 부를 만한 행보로 또 분란을 일으키지 말아야 할 것이다.
  • [데스크시각] 북한과 중국사이/이석우 국제부 부장급

    압록강 너머 신의주를 마주보고 있는 중국의 국경도시 단둥(丹東)에는 ‘항미원조(抗美援朝)기념관’이 우뚝 서 있다. 중국의 1950년 한국전 참전을 정당화하고 북한과 중국 사이의 동맹과 우의를 강조하기 위해 세운 곳이다. 기념관 이름 그대로 ‘(침략자)미국에 대항해 조선(북한)을 돕는다’는 주제로 각종 사진, 자료 등이 전시되어 있다. 베이징 중심거리 창안다제(長安大街) 서편의 국방부 청사 옆에 위치한 군사박물관에도 ‘항미원조 전시관’이 있다. 이곳의 주제도 단둥 항미원조 기념관과 다르지 않다. 각종 비밀서류와 사진자료, 당시 사용됐던 무기와 병사들의 소지품들, 중국군이 유엔군 공습을 피해 한반도 곳곳에 만들었던 지하동굴 모형이 눈에 띈다. 전시관 가운데에는 3∼4m 길이의 한반도 지도가 동판으로 제작돼 바닥에 고정돼 있다. 중국군의 이동 경로와 주요 격전지 등이 새겨져 있다. 관람객들이 서울, 대전 등이 표시된 지도를 밟고 다니며 즐거워하는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전쟁이 끝난 지 20∼30년후에 태어난 젊은 중국인들도 대부분 ‘항미원조’의 대의명분을 의심치 않는다. 그들은 “참전으로 한반도에서 침략자를 몰아낼 수 있었다.”며 자랑스러운 역사로 여긴다.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도움을 받고도 고마워조차 않는다며 분개하는 사람들이 많다.“중국의 희생으로 얻어낸 승리인데도 북한은 자기 힘으로만 승리했다는 식이다.”며 분을 삭이지 못하는 중국인들을 많이 봤다. 항미원조를 둘러싼 ‘주체의 북한’에 대한 중국인들의 ‘배은망덕’의 느낌만큼 ‘김정일의 북한’에 대한 태도도 상상 외로 부정적이다. 공산주의 간판 아래서도 시장경제를 꽃피우고 있는 중국인들은 국민을 굶겨죽이는 ‘부자세습왕조’를 놓고 “40년전 (중국의) 문화대혁명 때보다 더 심한 것 같다.”고 혀를 찬다. 북한의 배은망덕을 탓하는 개인 감정이나 시대착오적 집단이란 일반 국민의 황당한 느낌속에서도 김정일정권에 대한 중국의 ‘보살핌’은 각별하다. 혈맹의 기억과 유대는 사라졌어도 전략적 이해는 오히려 강해진 까닭이다. 그런 중국이 “북한을 세게 몰아붙여 6자회담 복귀를 결정하게 했다.”는 소식들이 나왔다. 뉴욕타임스 등은 지난주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압박을 위해 9월 한달동안 원유 공급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같은 이야기들은 전반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핵 실험뒤 중국의 대북 압력들을 1일자 워싱턴포스트(WP)는 “김정일 정권을 보호하려는 중국의 전략”이라고 분석했다.6자회담 재개로 미국과 국제사회의 강경 대응을 차단, 북한 붕괴를 막겠다는 뜻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이런 조치로 중국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에게서 감사의 말까지 들었다. “중국이 미국의 ‘하청’을 받아 북핵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중·미 협조는 두드러졌고 중국 중재속에 6자 회담의 틀을 유지해 왔다. 항미원조의 전쟁 상대 미국과 동상이몽(同床異夢)속에서도 중국은 북핵 사태가 악화되지 않게 수위를 조절하며 중재자로서 입지도 높였다. 고속성장과 초강대국으로 가는 길에 북한 때문에 발목 잡히지 않으려는 터라 무리한 해결보다는 북핵의 안정적 관리와 한반도 현상 유지에 중국은 더 무게를 둔다. 한반도에서 미국의 일방적인 질서재편을 경계하는 중국에는 북핵 문제는 도전이자 기회이고 미국에 대한 유용한 카드다. 북한에 대한 압박과 지원, 미국에 대한 협력과 견제사이의 미묘한 균형잡기를 통해 중국은 북핵 위기 와중에서 한반도·동북아 균형자로서 입지를 다졌다. 북한도 이같은 중국 입장을 최대한 역이용하고 있고 ‘북핵 위기’는 북·중 두나라를 전통적 혈맹과 전략적 동반자, 후견인과 피보호자, 이해충돌 당사국 사이를 오가게 하고 있다. 이석우 국제부 부장급 jun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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