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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 올해 마지막 회견서 북한 이슈 외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올해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북한 이슈가 철저히 외면당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1시간 동안 가진 기자회견에서 올 한 해 미국 경제가 거둔 주요 성과를 자찬하는 간단한 인사말을 한 뒤 질문을 받았다. 국가안보국(NSA) 도청 파문, 건강보험개혁(오바마케어) 시행 차질 등 주로 국내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외교 분야에서는 이란 핵 문제와 신임 주중 미국 대사로 지명된 맥스 보커스 상원 의원에 관한 질문만 나왔다. 이란 핵과 종종 비교되는 북핵 문제나 최근 ‘장성택 처형’ 등의 북한 정세에 관한 질문은 전혀 없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집권 2기 첫해인 올해 국정 운영에 대해 “최악은 아니었다”고 자평했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 지지율이 41%로 2009년 집권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인 데 대해 “내가 여론 지지율에 관심이 있었다면 아예 대통령에 출마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내가 걱정하는 것은 국민의 삶이 어떻게 나아질까 하는 것”이라고 비켜 갔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추도사 어느 누구도 핵 언급 없었던 김정일 2주기… 왜

    추도사 어느 누구도 핵 언급 없었던 김정일 2주기… 왜

    지난 17일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주기 중앙추모대회 추모사에서 핵 관련 언급이 사라진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6자회담의 재개 노력을 멈추지 않는 중국을 의식한 것은 물론,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숙청 이후 대외적 마찰로 인한 북한체제의 불안정성이 증폭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김정일 1주기 추모사에서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김정일이) 우리를 세계적인 군사강국, 당당한 핵보유국의 지위에 올려세우는 민족사적 공적을 이룩하시었다”고 했다.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도 “우리 조국을 그 어떤 원수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불패의 정치사상 강국으로, 핵 억제력을 보유한 무적필승의 군사강국으로 전변시키신 장군님의 불변의 업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주기 추모대회에서 김 상임위원장과 최 총정치국장 등 누구도 ‘핵’을 입에 담지 않았다. 이같이 핵에 관한 언급을 자제하는 흐름은 지난 6월 북한이 미국에 당국 간 고위급회담을 제안한 이후 일관된 흐름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중국통’이던 장성택의 처형으로 북·중 관계가 매끄럽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장성택의 최측근이던 지재룡 중국 대사에게 여전히 대중 창구를 맡겨 두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이 강경모드로 돌변하기보다는 핵 언급을 자제하면서 미국과의 협상, 혹은 중국이 주도하는 6자회담 등 대화의 틀을 뒤집지 않겠다는 기조를 이어가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물론, 북한이 내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노선을 급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내년 2월쯤 정세변화를 봐 가면서 강경행보를 할 가능성이 있다.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김대중정부 시절 남북정상회담 주도적 추진 박재규 前 통일장관에게 들어본 ‘김정은 체제 2년’

    [김문이 만난사람] 김대중정부 시절 남북정상회담 주도적 추진 박재규 前 통일장관에게 들어본 ‘김정은 체제 2년’

    지난 12일 북한의 사실상 2인자였던 장성택이 처형된 이후 세계의 이목이 북한으로 집중되고 있다. 특히 젊은 지도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거침없는 행보를 지켜보며 앞으로의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도 장성택의 처형이 북한을 새로운 불확실성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데 동의하면서 북한에서 대규모 숙청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북한에서 일어날 후폭풍과 남북 관계, 나아가 북·중 관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지 2년을 맞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은 최근 인민군 설계연구소와 마식령 스키장 등 각종 위락시설을 돌아보며 장성택 처형이라는 ‘큰 사건’을 마무리하고 올해 신년사에서 언급했듯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에 대한 실적 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평양발 소식은 북한이라는 특수체제로 인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혼돈’과 ‘혼란’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김정은 체제는 어떻게 전개될 것이고 그에 따른 남북 관계는 향후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박재규(경남대 총장) 전 통일부장관을 만났다. 박 전 장관은 김대중 정부 때 남북정상회담을 주도적으로 추진했고 남북장관급회담 남측수석대표, 대통령자문 통일고문 등을 지낸 바 있어 누구보다도 북한 권력층의 내부 사정과 한반도 주변 정세에 밝은 인물로 꼽힌다. 먼저 장성택 처형과 관련된 얘기부터 나왔다. →북한은 지난 8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통해 장성택을 실각시킨 지 4일 만인 12일 장성택을 신속히 처형했습니다. 배경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영도체계 확립’을 부각하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이를 계기로 장성택 관련 당·정·군 인맥은 물론이고 전반적으로 정풍과 인사쇄신의 숙청작업이 대대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정은 체제에서의 ‘유일영도’를 거부하는 자는 처벌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 것이지요. 다시 말해 최고 영도자에 대한 도전은 반드시 처벌된다는 것을 신속한 진행으로 대내외에 알림으로써 처형에 대한 정당성 확보 및 1인 절대 지배체제의 확립을 도모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장성택의 죄목을 보면 ‘국가전복’ 혐의가 있습니다. 이는 장성택이 쿠데타 등 정변을 일으키려 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12월 8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지목한 ‘반당·반혁명 종파행위’보다 더 무거운 ‘국가전복 음모’로 최고 권력 찬탈을 기도했다는 것이 국가안전보위부 특별 군사재판 판결 내용입니다. 즉 국가전복 음모를 위해 ‘불순 이색분자’ 등을 주요 직책으로 끌어들여 무리를 규합했으며, 장성택의 우상화를 꾀했고 당의 방침보다 장성택의 말을 더 중시해 최고사령관의 명령에 불복하는 행위를 저질렀다고 하고 있지요. 이렇게 구체적 죄목으로 볼 때 이는 1인 영도체제에 반하는 것으로 북한의 정치체제 현실에서는 수용되기 어려운 것입니다. →장성택 처형이 북한 내부 정치체제의 안정과 경제개발 추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며, 대남 및 대외 관계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장성택 제거 이후 그동안 경제개발의 여러 부문에서 추진해 오던 사업들이 지속적으로 추진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핵 문제 등의 걸림돌로 외자유치 및 대외 경제협력이 순조롭지 못한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정치적 숙청의 회오리는 경제개발 추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입니다. 대외관계 또한 당분간 큰 변화가 없을 것입니다. 정치적 문제 해결에 주력할 것이며 내부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되면 대외적인 상황과 연계해 출로를 마련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내부 정치적 변화와 무관하게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해 대외·대남 관계에서 의외로 유연한 자세와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장성택 처형이 부인 김경희 비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지요. -장성택의 숙청에도 불구하고 김경희는 ‘백두혈통’인 김일성의 딸이라는 점에서 위상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김 비서는 최근 건강도 좋지 않아 조용히 지낼 것으로 보입니다. 김경희와 장성택 사이에 외동딸이 있었으나 프랑스 유학 도중이던 2006년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총장은 아마 유일한 혈육인 딸이 살아 있었다면 장성택과 김경희 사이가 멀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총장은 또 장성택과는 몇 차례 만난 인연도 있다. 이와 관련, 2005년 남북정상회담 5주기 행사차 방북했을 때 박 총장은 김정일 위원장에게 “장성택 선생은 잘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웃으면서 “(2002년 경제시찰단 당시) 남쪽에 내려갔을 때 폭탄주를 많이 마셔서 건강이 안 좋아 휴양차 보냈다. 건강이 회복되고 있으니 곧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몇 개월 후 장성택은 다시 당으로 복귀했다. →김 제1위원장이 권력을 세습한 지 2년이 됩니다. 그동안 북한에서 진행된 ‘김정은 체제’ 구축 과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김정일에 비해 짧은 후계 구축 기간과 준비 기간을 감안하면 2년 만에 ‘김정은 유일 영도체계’가 비교적 순탄하게 자리를 잡았다고 판단됩니다. 후계 권력체제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데에는 중국의 협력과 김정은 후견 세력(김경희, 장성택, 최룡해 등)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미 아버지 김정일이 2009년부터 차분하게 권력세습과 관련한 갖가지 준비를 철저히 했고 아버지 사망 이후 신속하게 최고 영도자로서 모든 권력의 지위를 승계했지요. 장성택 숙청을 계기로 이제 당·정·군에 대한 ‘김정은 리더십’의 홀로서기가 가능해졌습니다. 앞으로 수령의 권위에 대한 도전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엘리트들의 수직적 균열 가능성은 낮지만 급격한 권력 엘리트의 부침으로 인한 엘리트 집단 간 수평적 균열 가능성은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김 제1위원장의 최우선 관심사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한마디로 말해 ‘유일영도체계’ 구축과 경제건설입니다. 이는 절대권력을 유지하고 군사적 대결 태세와 함께 경제강국을 통해 체제의 생존을 보장받겠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은 지난 한 해 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경제재건 및 인민경제 향상에 주력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단기적인 체제의 안정과 장기 집권의 토대를 구축하고 경제난 해결을 위해 경제 분야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입니다. →각종 위락시설 및 마식령 스키장, 세포등판 건설 등이 북한경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를 하는지요. -북한이 처한 현실, 즉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한 외자유치의 한계, 단기적으로 주민생활 향상 효과를 보여줘야 하는 현실적 조건 등을 고려한 조치로 생각됩니다. 새로운 지도자의 등장을 통해 뭔가 달라졌다는 변화를 구체적·체험적으로 느끼게 해준다는 차원에서 각종 위락시설을 건설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일 시대에 비해 김정은 시대 들어 경제적·정치적 측면에서 북한의 대(對)중국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김정은 체제의 안정과 국제사회 고립에서의 탈출, 경제난 해소 등을 위해서는 중국의 지원이 필수적인 것이 현실입니다. 결국 국제사회의 제재와 남북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북·중 협력관계를 통해 각 분야에서 출로를 모색하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요. →미국이 북한의 선행조치를 강조하는 등 6자회담 재개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앞으로 북핵 문제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는지요.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국가 기본전략으로 채택해 ‘핵·경제 건설 병진 노선’에 따라 핵 개발을 지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는 한편 체제안정 보장 및 경제지원을 위해 미국 등을 향해 협상을 꾸준히 요구하겠지요. 핵 보유를 선언한 북한과의 대화는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우선돼야 합니다. 6자 회담 재개를 놓고 남·북·미·중 간 각축이 심할 것으로 보이며 북한의 내부 정세도 중요한 변화의 요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새로운 한 해가 밝아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 및 발전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남북 상호간의 신뢰 형성은 ‘과정’이 필요한 것이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책의 일관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북아 안보 구도 및 환경의 변화로 주변국들 간 이해와 대립 경쟁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고 볼 때 남북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요. 박근혜 정부는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바탕으로 긴 안목을 갖고 원칙을 유지하면서 유연한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인도적 사업, 민간차원의 교류활동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김정은 정권은 핵개발에만 의존해 경제문제를 풀려고 하지 말고 비핵화의 방향에서 체제안정 및 경제회복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관련국들의 협력 없이 ‘핵·경제 건설 병진 노선’은 성공할 수 없거든요. 인터뷰를 마치면서 요즘 근황을 물었더니 “김 제1위원장이 ‘큰일’을 저질러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습니다. 여러 군데 특강을 가야 하고 간담회에 참석하는 일이 많아졌네요”라며 웃는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박재규 前 장관은 1944년 경남 창원에서 태어났다. 미국 페어레이디킨슨대 정치학과 졸업(1967년), 미국 뉴욕시립대 대학원 졸업(1969년), 경희대 정치학박사(1974년) 등을 거쳤다. 이후 경남대 교수(1973∼1985년), 경남대 총장(1986~1999년), 한국대학총장협회장(1997~1999년), 통일부 장관 겸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1999~2001년), 남북정상회담 추진위원장(2000년), 남북장관급 남측수석대표(2000~2001년), 대통령자문 통일고문(2006, 2008, 2011~2013년), 윤이상평화재단 이사장(2005~2009년), 동북아대학총장협회 이사장(2003~2010년) 등을 역임한 뒤 현재 경남대 총장을 비롯해 대통령 소속 사회통합위원회 위원, 육군사관학교 자문위원, 주한 미군사령관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상훈으로는 미국 뉴욕 언론연구위원회 공로상(1980년), 미국 클린턴 대통령 세계 체육지도자상(1996년), 제1회 한반도평화상(2004년), 아름다운얼굴 교육인상(2004년), 대한민국 녹색 경영인 대상(2010년, 교육부문) 등을 수상했다. 주요 저서로는 북한사회의 구조적 분석(1972년), 북한평론(1975년), 북한정치론(1984년), 북한의 신외교와 생존전략(1997년), 북한의 딜레마와 미래(2011년) 등이 있다.
  • 中, 美와 ‘장성택 사태’ 이례적 논의

    중국이 장성택 처형 사건 이후 북한 정권의 불안정성을 우려해 주요 국가들과 한반도 상황 관리를 위한 북한 문제 협의 채널을 가동하고 나섰다. 특히 미국과 이례적으로 북한 내부 문제를 논의하고 있어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 부장(장관)은 16일 베이징 둥청(東城)구 인민대외우호협회에서 열린 ‘중국과 세계’ 세미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 정세에 최근 확실히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적시한 뒤 “그러나 우리는 현재 북한의 내외정책(변화 여부)에 대해 진일보한 관찰을 하고 있으며 큰 변화가 없기를 믿고 또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미국과 러시아 외교 수장들과 통화하며 북한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존 케리 국무장관과는 지난 15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는 지난 13일 각각 통화해 북한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케리 국무장관은 미국 언론을 통해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보다 협력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왕 부장과의 북한 문제 협의 사실을 소개했다. 중국이 미국과 북핵 문제 이외에 북한의 리더십과 내부 상황을 포괄하는 ‘북한 문제’를 놓고 협의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중국도 대북 정보가 충분치 않고 김정은 정권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움직일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상황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도 북한이 4차 핵실험을 비롯한 도발행위에 나설 경우 한반도 상황을 불안하게 만들 것이란 위기의식 속에서 일정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워싱턴 외교가와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는 중국이 장성택 사건을 계기로 대북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진보센터 로런스 콥 수석연구원은 “중국은 이번 사건을 보도 이전에 알지 못했고, 김정은이 뭘 하려는지도 몰라 북한 문제에 조심스러울 것”이라며 중국의 대북 정책 변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반면 중국 전문가들은 신중한 반응이다. 중국은 장성택 문제와 북·중 관계는 분리 처리한다는 원칙이며, 김정은 지배를 인정하는 선에서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려 하기 때문에 장성택 사건 이후에도 대북정책 변화는 없을 것이란 평이 대체적이다. 칭화(淸華)대 추수룽(楚樹龍) 국제전략발전연구소 부소장은 “중국은 북의 단일 영도 체제를 인정하고 그 체제와 협의하는 것이어서 아랫사람이 바뀌더라도 단일 영도 체제를 인정하고 그 체제와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데스크 시각] 대한민국 ‘4강 외교’ 감당할 수 있나?/김미경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대한민국 ‘4강 외교’ 감당할 수 있나?/김미경 국제부 차장

    한국 외교가에서는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를 둘러싼 4개의 강대국을 의미하는 ‘4강(强)’이라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다. 33년간 외교관이었던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제 ‘4강 외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지정학적·역사적 배경 등으로 인해 이들 국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4강 외교가 중시되다 보니 외교부의 ‘베스트’ 외교관들이 이들 국가를 상대한다. 외교부 내 ‘워싱턴 스쿨’과 ‘차이나 스쿨’, ‘재팬 스쿨’ 등이 해당국 대사는 물론 장차관 등 고위직을 배출하며 승승장구하는 배경이다. 그런데 요즘 한국의 4강 외교를 보면 착잡함과 함께 안타까움을 느낀다. 최근 만난 전직 고위 외교관은 “노무현 정부 이후 한·미 관계가 이렇게 나쁜 적이 없었다”며 “정부가 한·미 동맹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들만 골라서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일 정보보호협정 체결 불발 사태로 곤욕을 치렀던 외교부는 미·일 간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에 대해 어정쩡한 반응으로 일관하며 ‘왕따’를 자초하고 있다. 미국을 등에 업은 일본은 정상회담 제안 등 ‘마음 사로잡기’(charm offensive) 전략으로 한국을 궁지에 몰고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을 상대로 논리적으로 설득하지는 못하면서 “아베 (신조 총리)가 나쁘다”며 대일 강경외교만 고수하고 있다. 이에 비해 대중 외교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 순풍에 돛을 다는 듯했다. 미·일에 맞서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이 한국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은 누가 봐도 당연하다. 이에 한국은 중국과의 밀착 관계에 속도를 내면서 중국에 치우치는 듯한 행보를 보여왔다. 그렇지만 중국은 박 대통령의 ‘라오펑유’(朋友·오랜 친구)가 아니었다. 중국이 일본을 겨냥하며 선포한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CADIZ)에 이어도가 버젓이 포함됐고, 한국의 반발과 자체 방공식별구역(KADIZ) 확대에 강한 유감을 밝히며 어느새 힘의 논리로 한국을 누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방한한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은 박 대통령과 만나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좋은 베팅이 아니다”고 말했다. 미측은 한·미 동맹 중요성을 강조한 발언이라고 해명했지만 한국의 친중 행보에 대한 경고로 보인다. 한 전직 대사는 “한국 외교가 ‘동네 축구’처럼 이리저리 공만 쫓아다니다 여기저기서 뺨만 맞는다”며 “이러다가 중국과 일본, 중국과 미국이 갑자기 밀착하면 어떤 전략으로 대응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4강 외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북핵 외교도 남북 관계가 꽉 막히면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란 핵협상 타결 이후 북핵만 남았다는 지적에 외교부 측은 “이란과 북한은 다르다”는 한가한 소리만 하고 있다. 기자의 이 같은 지적에 한 핵심 외교관은 대통령, ‘큰집’(청와대)과의 직접 소통 부재를 토로했다. 대통령이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과 직접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하지 못해 4강 외교가 이 지경에 이르렀단 말인가. 4강 스쿨 외교관들은 현실에 안주하거나 좋은 자리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는 자신의 자리를 걸고 직언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남은 4년간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살아 남을 수 있는 길일 것이다. chaplin7@seoul.co.kr
  • “장성택 일당 숙청작업 길게는 2~3년… 공포정치 지속”

    “장성택 일당 숙청작업 길게는 2~3년… 공포정치 지속”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그 일당에 대한 숙청 작업이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2~3년까지 이어지면서 ‘공포정치’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또한 장성택이 주도하던 대외 협력, 경제 개혁·개방 조치가 후퇴하거나 유보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피비린내 나는 숙청에 따른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해 ‘당근’이 주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혹독한 검열과 통제가 북한 사회를 얼어붙게 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지적됐다. 장성택 일당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은 단기적으로 김정은 체제의 공고화로 이어지겠지만 동시에 불안정성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탈북자 1호 박사(정치학)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장성택의 여독(餘毒)을 청산하는 과정은 지방당까지 뿌리를 뽑는 정풍운동으로 이어질 텐데 그 과정이 빨리 정리되면 체제 이반이 줄어들면서 권력 기반이 강화되겠지만 역으로 (1997~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숙청 작업인) 심화조 사건처럼 길어지면 민심 이반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안 소장은 이어 “북한 주민의 김씨 왕조에 대한 충성심이 옅어지는 가운데 전대미문의 사건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권력 엘리트들과 주민들은 김정은이 잔인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당과 인민이 분리된 상황에서 체제 저항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덧붙였다. 장성택 세력 숙청 효과는 제한적이며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당장은 김정은 중심의 일사불란한 체제가 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권력 암투가 진행될 수도 있다”면서 “김정은 정권의 안정성을 판단하는 잣대는 핵·경제 병진정책의 성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경제 개혁·개방의 속도 조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비록 성과는 없었지만 나진·선봉지구와 황금평 사업 등 북·중 경제 협력을 주도한 인물이 장성택인 만큼 중국의 지원이나 투자도 주춤할 가능성이 크고, 누구도 북한에 섣불리 투자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북한은 개혁·개방을 입으로는 얘기하겠지만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반면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은 “핵·경제 병진정책은 박봉주 총리와 내각을 중심으로 계속될 것”이라면서 “중국은 장성택의 숙청과는 무관하게 김정은이 북핵 현안 등에서 따라준다면 지원의 손길을 내밀 것”이라고 말했다. 전례 없는 숙청의 후폭풍은 북한 사회의 공기도 바꿔놓을 전망이다. 조 교수는 “이번 사건은 2인자를 마음대로 처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인 동시에 그만큼 김정은이 불안하다는 걸 보여준 사건”이라면서 “혹독한 사회 통제가 예상되고, 주민들을 하나로 묶기 위한 외부 도발이나 핵실험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 원장은 “분위기는 경색될 테지만 김정은이 일종의 ‘3S 정책’으로 주민을 달래려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中, 핵문제 등 한반도 문제 해결 건설적 역할·책임 마다 않을 것”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6일 “중국은 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건설적 역할과 책임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날 시 주석을 면담한 강창희 국회의장이 밝혔다.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을 방문 중인 강 의장 등 한국 의원단을 만나 “6자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도록 적극 노력하고,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관련국과의 소통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강 의장이 전했다. 시 주석은 이어 “한국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적극 지지한다”면서 “남북 양측이 대화와 협력을 통해 (남북 관계 등에) 실질적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양국은 과거에도 협력을 잘해 왔지만 새로운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면서 “공동의 관심 문제는 상호 공동 노력을 통해서 합리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중국의 일방적 선포로 한·중·일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방공식별구역 문제를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한·중 관계와 관련, “양국의 협력 관계는 ‘1+1’이 2가 아니라 2보다 더 크다는 의미를 잘 안다. 그 어느 때보다 좋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의 이 같은 발언은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방한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방한 초청을 했는데 내년 좋은 시기에 한국을 방문해서 박 대통령을 빨리 만나고 싶고, 양국 관계의 발전을 위한 논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2020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유치를 추진하는 것과 관련, 이날 면담에 배석한 무소속 문대성(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 의원의 적극적 지지를 당부했다. 그는 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 “조속한 체결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韓 “KADIZ 확대 필요” 美 “한국측 노력 평가”

    韓 “KADIZ 확대 필요” 美 “한국측 노력 평가”

    박근혜(왼쪽) 대통령은 6일 청와대에서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부통령을 접견한 뒤 오찬을 함께하고 중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 일방적 선포 문제와 이에 따른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 확대 등 동북아 지역정세와 북핵문제 등을 놓고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접견 후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은 방공식별구역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으며 바이든 부통령은 박 대통령의 설명과 한국 측의 노력을 평가했다”며 “양측은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긴밀한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바이든 부통령에게 이어도와 마라도, 거문도 인근의 홍도 상공을 포함하는 KADIZ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우리의 입장을 전달했으며 바이든 부통령도 ‘긴밀 협의’를 전제로 일정 수준의 이해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장관은 KADIZ 확대안에 대한 바이든 부통령의 입장에 대해 “지금 시점에서 미국 측이 저희 측의 상세한 설명과 노력에 대해 ‘평가(appreciate) 했다’는 것에 함의가 있음을 잘 주목해달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바이든 부통령은 연세대 강연을 통해 “(중국 지도부와 회담에서) 중국이 갑작스럽게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며 “우리는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고 이로 인해 우리의 작전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임을 (중국 지도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일 관계와 관련, “양국 간 장애요소가 조속히 해결돼 원만한 관계의 진전을 이뤄달라”는 바이든 부통령의 언급에 박 대통령은 “일본이 중요한 협력 동반자로서 양국이 신뢰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관계가 구축되기를 희망하며 이를 위한 일본 측의 진정성 있는 조치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또 우리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 ‘관심표명’을 한 것을 환영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오후 4시 청와대에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외교·안보 유관부처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어 KADIZ 확대 방안을 최종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는 8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시진핑 - 바이든 北문제 상당시간 할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회담에서 최근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설과 북핵 문제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미국 취재진에게 “오늘 회담의 상당한 시간이 북한 문제에 할애됐다”고 밝혔다. 그는 “바이든 부통령과 시 주석은 최근 며칠간 나왔던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해 북한의 내부 상황을 점검했다”면서도 세부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장 부위원장 실각설에 대한 양국의 정보를 교환하면서 향후 한반도 상황에 미칠 영향 등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과 바이든 부통령은 또 최근 이란과 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간 핵 협상 잠정 합의를 거론하면서 이를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국자는 “회담에서는 이란의 사례가 북한 문제에 시사하는 바와 관련한 대화가 있었다”면서 “압박과 대화, 국제사회의 단합 등이 이란핵 협상 타결을 이끌어냈다는 인식하에 이런 처방을 북한 문제에 같이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부통령과 시 주석은 (북한을 제외한) 6자 회담 참가국들이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에 공감하며 실질적인 결론을 도출해야 하고 북한의 선택을 압박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 등에 대해 상당히 오랜 시간에 걸쳐 대화했다”고 전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러, 유엔 北제재 이행법 제정

    러시아가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 제재 2094호 결의를 철저히 이행한다는 내용의 법을 제정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동안 러시아가 주력해 오던 이란 핵 문제 해결 이후 새롭게 북핵에 관심을 표명한 것이어서 향후 북한이 대화에 나서도록 적극적으로 나설지 주목된다. 통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서명한 이번 법은 러시아 국민과 기관, 기업이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물품을 거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핵과 미사일 관련 물품을 실은 북한 항공기가 자국 영공을 통과하거나 자국 내 공항에서 이착륙하는 것도 허락하지 않는다. 제재 대상이 된 북한 은행들은 러시아에서 활동하거나 러시아 금융기관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할 수 없다. 이런 내용은 지난 3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094호의 내용을 바탕으로 마련됐다. 안보리 결의 2094호는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관련해 핵·탄도미사일 개발에 관련된 물품의 수출입을 금지하고 유엔 회원국이 이와 관련한 현금, 금융 자산의 이동이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러시아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취임 이후 외교·안보 문제에서 중국과 ‘밀착 행보’를 보여 왔다. 북핵 문제에 있어서도 한국, 미국, 일본은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철저한 비핵화 사전 조치를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반면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대북 제재와는 별도로 조속한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하는 입장이다. 이번 발표 이후 두 나라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공동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시론] 21세기 동북아시아의 ‘울돌목’/김병섭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시론] 21세기 동북아시아의 ‘울돌목’/김병섭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예사롭지 않다.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과 이를 봉쇄하려는 미국, 일본이 충돌한 가운데 최근 중국이 일방적으로 방공식별구역 확대를 선포하면서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중국이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에 전투기를 발진시키고 중국도 이에 맞서면서 물리적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 같은 갈등에 미·일 동맹과 중국 중 어느 한쪽을 편들 수 없고, 그렇다고 동북아 정세의 변화를 강 건너 불구경할 수도 없다. 북핵과 일제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야 하지만, 전통의 우방국인 미국과 안보·경제적 파트너 관계도 공고히 해야 한다. 또 확대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이 한국과 겹치고, 중국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에 포함된 이어도가 정작 우리 구역에서는 빠져 있어 남의 일로 치부할 수도 없다. 현재 우리나라가 직면한 국제 관계와 안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역사는 자위력 없는 외교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먼저 대한제국 시절에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이 벌이는 복잡한 이해충돌 속에서 우리나라는 자주독립을 달성하기 위해 때로는 각국 간 세력 균형을 유지하는 ‘균세 외교’를 펼쳤다. 또 영·일 동맹 등 열강 간 대립 구도가 형성될 때는 중립 외교를 추진했다. 그러나 균세 외교는 열강 중 어느 한 나라도 주목하지 않았고, 중립 정책은 일본의 강력한 반대와 러시아의 남하를 봉쇄하려는 미국의 일본 지지로 성공하지 못했다. 강대국에 종속돼 안전을 보장받는 전략도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조선은 전통적으로 중국에 대한 사대를 통해 국가 안보를 추구했다. 그러나 열강이 서로 경쟁할 때는 실효성이 떨어졌다. 임진왜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왜군이 부산에 상륙한 뒤, 파죽지세로 서울을 거쳐 평양까지 진격하는 동안 명나라는 수수방관했다. 또 참전한 뒤에도 명나라는 한양 이남을 넘어 일본을 조선에서 몰아내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되레 전쟁이 소강상태를 보이자 조선을 분할 통치하려는 회담을 개시했다. 조선의 명운이 걸린 이 회담에서 조선은 철저히 배제됐다. 이 강화조약이 체결됐다면 우리는 이미 400년 전부터 지금과 같은 남북의 분단 상황에 놓여 있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왜군이 본래 계획대로 황해와 산둥반도를 거쳐 중국 본토로 진출했다면 16세기 동아시아의 질서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재편됐을 것이다. 이런 비극을 막고 조선이 동아시아 질서의 균형추 역할을 담당할 수 있었던 것은 ‘이순신’ 덕분이다. 장군은 왜군에게 번번이 패배를 안기고 한 번도 바닷길을 내주지 않았다. 그는 왜군이 다시 쳐들어올 것을 예상하고 5∼6년간 수군을 훈련시켰으며 필요한 둔전을 마련했다. 하지만 원균이 칠천량 해전에서 대패한 뒤에는 거느릴 군사도, 써야 할 병기도, 대포도, 거북선도 사라졌다. 장군은 겨우 12척밖에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울돌목’이라는 전략적 요충지를 선정해 사즉지생의 자세로 싸워 열 배가 넘는 적을 이겼다. 그 결과 조선을 지키고 동아시아의 질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역사는 이렇게 자주적 국가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종속적 동맹관계나 균세 외교, 중립 외교 등 어떠한 외교 정책도 우리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 열악한 상황에서도 전략적 요충지를 차지하고 철저하게 대비하면 자위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렇다면 21세기 동아시아의 질서재편 시기에 한반도의 안전을 지켜줄 만한 전략적 울돌목은 어디인가. 바로 북한이 아닌가 싶다. 열강이 벌이는 도전도 위협적인데, 북한을 적으로 삼아 대립하고 남남갈등까지 겪는다면 우리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동북아 질서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에 서로를 포용하고 분열을 자제하는 남북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 [생각나눔] 바둑처럼… 고도의 수싸움 하고있나

    [생각나눔] 바둑처럼… 고도의 수싸움 하고있나

    중국은 지난달 23일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CADIZ)을 선포하면서 “CADIZ를 지나는 항공기는 중국에 비행 계획을 통보해야 하고 통제에 따르지 않을 경우 무력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후 1주일 넘게 미국은 물론 한국, 일본 등의 항공기가 CADIZ에 통보 없이 들어갔지만 중국은 직접적 무력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의 으름장이 허풍인지, 아니면 심모원려가 깔려 있는 건지 궁금증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워싱턴 외교가 일각에서는 1970년대 미·중 데탕트의 주역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2011년 펴낸 저서 ‘중국에 관하여’(On China)에서 설파한 ‘체스(장기)·바둑론’을 들어 중국이 고도의 게임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책에서 키신저는 “왕을 표적으로 완전한 승리를 추구하는 체스는 정면충돌을 통해 적의 말을 제거하는 반면 면적의 비교우위를 추구하는 바둑은 비어 있는 곳으로 움직여 상대방의 전략적 잠재력을 줄여간다”고 비교했다. 그는 “이런 특성은 정치문화로 이어져 정면승부를 선호하는 서양 정치와 달리 중국 정치는 ‘전부 아니면 전무’(all-or-nothing) 식의 모험을 피하고 모호함, 간접성, 인내를 통한 장점 축적 등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최상의 전법’이라는 손자병법을 중국의 군사적 전통으로 소개했다. 워싱턴의 한 싱크탱크에 근무하는 중국계 관계자는 1일(현지시간) “키신저의 논리를 준용하자면, 중국의 CADIZ 선포는 텅 빈 바둑판 구석에 돌 하나를 둔 것에 불과하다”면서 “중국은 성급하게 승부를 보려 하지 않고 장기적인 전략을 가동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양적 시각에서는 중국이 CADIZ에 통보 없이 들어온 외국 군용기에 무력 대응을 못하는 게 굴욕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중국식 사고로는 CADIZ 선포 자체로 바둑판 구석에 거점을 마련한 것 자체가 이득이라는 얘기다. 단기적으로 스타일이 구겨져도 먼 훗날 차곡차곡 쌓은 ‘집’을 다 합쳐 총합에서 앞서기만 하면 된다는 식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의 CADIZ 선포는 중국이 장래에 국력이 더 커졌을 때 진짜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2일 밤 일본 도쿄에 도착, 한·중·일 3국 순방 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3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을 면담한 뒤 4일 중국으로 이동해 다음 날까지 체류하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을 만난다. 이어 5일 한국으로 이동해 6일 박근혜 대통령 등을 면담하고 연세대에서 연설한다. 그는 7일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 뒤 귀국길에 오른다. 바이든 부통령은 3국 방문 기간에 CADIZ 문제를 집중 협의할 것으로 보이며, 한·일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등도 논의할 전망이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北 김정은 집권 2년] 체제안정 주력한 北 적극적 대외관계로 변화 시도하나

    [北 김정은 집권 2년] 체제안정 주력한 北 적극적 대외관계로 변화 시도하나

    중국의 방공식별구역(ADIZ) 선포로 동북아 외교안보 지형이 요동치는 가운데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오는 17일로 권력 승계 2년을 맞는다.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사망 직후 권력을 승계한 그가 지난 2년 동안 집권 공고화와 체제 정비에 주력했다면 부친 사망 3년상이 끝나는 내년부터는 대외관계에도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제1위원장은 북한 최고지도자 지위를 굳힌 것으로 평가된다. 부친 사망 13일 만(2011년 12월 30일)에 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되며 군권을 장악한 그는 당 제1비서 및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직을 차례로 접수했고, 지난해 7월 공화국 원수직을 승계했다. 선대 권력자인 김일성·김정일이 구축한 유일 지배 체제의 3대 세습자가 된 것이다. 김정일 시대의 인물들이 포진했던 당·정·군도 대거 세대교체되면서 ‘김정은의 사람들’로 채워졌다. 집권 2년 동안 두 차례 장거리 미사일 발사, 3차 핵실험 실시, 핵·경제 병진 노선 채택 등을 통해 대외적으로는 강경 전략을 구사했다. 북한이 현상 유지→한반도 긴장 고조→소강 국면→긴장 재고조의 패턴을 반복해 왔다는 점에서 현재의 유화 국면이 내년부터 도발 국면으로 서서히 바뀔 것으로 점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3차 핵실험 이후 파열음을 냈던 북·중관계는 김 제1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정상회담을 시점으로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 전략이 남북한 모두에 대한 영향력 확대라는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이뤄진 만큼 시 주석의 한국 답방 이전에 북·중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 최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 이후 미·중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미·일 양국의 포위 전략에 위협을 느끼는 중국이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재평가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동북아 갈등구조가 심화될수록 북한의 몸값이 높아질 것이란 의미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1일 “북한이 내년 상반기 내 4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이란핵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미국이 북한에 호응하지 않을 경우 다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공세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미·중 간 묵시적 합의는 지속되겠지만 미·중 양국의 전략적 불신이 커질수록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강온 양면 이중 전술’ 더 공격적으로

    북한은 대남정책에 있어 전통적으로 강온 양면의 이중 전술을 구사해 왔으나 김정은 체제 들어서는 이 같은 정책 전환의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올해 초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만 해도 북한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난을 최대한 자제했다. 그러나 3차 핵실험 이후 우리 정부가 ‘북핵 불용’ 의지를 거듭 표명하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강경책을 지속하자 북한은 지난 3월 미사일·장거리 포병부대에 ‘1호 전투근무태세’를 발령하는 등 한반도를 전쟁위기로까지 몰고 갔다. 5월부터는 개성공단을 잠정 폐쇄하고 박 대통령을 실명 비난하는 등 강공책으로 맞대응했으며, 북한이 대남 위협 수위를 끌어올릴 때마다 사용한 ‘불바다’라는 표현도 재등장했다. 호전적인 대남정책을 구사하던 북한은 지난 5월 22일 최룡해 북한군 총정치국장의 방중 이후 다시 대남 유화책으로 돌아섰다. 6월 6일에는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특별 담화를 통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이산가족상봉 행사 등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전격 제의하며 국면전환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를 받아들이지 않자 9월 21일 추석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불과 나흘 앞두고 일방적으로 연기하며 대남 정책을 강경 방향으로 선회했다. 9월 들어선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난이 급증했고, 10월부터는 수위를 높여 박 대통령에 대한 실명 비난을 일상화했다. 정부 출범 이후 9개월간 온탕과 냉탕을 4차례나 오간 셈이다. 통일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의도를 “강공과 유화 혼합 전술로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북한 내부 혼선 때문에 종잡을 수 없는 대남정책이 나오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정은 시대 들어 한국에 대한 북한의 의존력이 떨어진 데다 권력승계 마무리 이후 자신감도 커져 예전보다 더 공격적이고 도발적인 대남 정책을 구사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 일은 결코 없다” 동아시아 분쟁 속 ‘한국 위기론’ 불만 토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 일은 결코 없다” 동아시아 분쟁 속 ‘한국 위기론’ 불만 토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27일 한국국방연구원(KIDA) 주최 국방포럼 기조강연에서 돌연 ‘새우’ 얘기를 꺼냈다. 미국과 중국의 동아시아 패권 경쟁과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격화 등의 정세 악화로 ‘한국 위기론’이 대두되는 상황에 대한 불만 섞인 발언이다. 윤 장관은 이날 동북아 정세를 설명한 뒤 “오래전부터 급변하는 외교 안보 환경에 대비해 왔다”며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질 일은 결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 소극적 외교라고 지적하는데 실제로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윤 장관은 “특정 시점의 특정 상황만 부각해 새우니 샌드위치니 얘기를 하는데 이는 우리 스스로를 너무 낮춰 보는 인식”이라며 “과거 어느 때보다 한국의 전략적 위상이 매우 강화됐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어려운 (동북아 역내)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사태로 발전하고 있다”며 “역사 문제와 영토 갈등이 민족주의와 결부할 경우 상황이 급속히 악화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큰 방향에서는 갈등 관리가 가능하다고 보며 과거 냉전시대의 대립 구도로 돌아간다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낙관했다. 윤 장관은 이날 포럼에 참석한 벳쇼 고로 주한 일본 대사를 거론하며 “양국 정상회담이 장기적으로 개최되지 않는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일본의 일부 정치 지도자들의 역사 인식 문제와 부당한 주장이 원인”이라고 ‘직접화법’으로 일본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라며 일본 지도자들의 진정성 있는 역사 인식을 촉구했다. 윤 장관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협상 목표로 북핵 고도화 차단과 도발-보상의 악순환 차단, 실질적인 비핵화 대화, 북한의 시간 벌기 방지 등 4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한·미 양국의 최대 관심사로 북한이 은닉하고 있는 우라늄 농축 시설의 존재와 규모를 꼽았다. 윤 장관은 “북한은 정치적 의지로 언제든 추가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는 계속 북한에 전략적 변화를 선택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中 해양패권 야심 본격화… 美·中사이 낀 韓, 운신의 폭 좁아진다

    中 해양패권 야심 본격화… 美·中사이 낀 韓, 운신의 폭 좁아진다

    2010년 남중국해를 놓고 미국과 정면 충돌한 후 은인자중했던 중국이 시진핑(習近平) 체제 출범 후 대국의 ‘근육’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재무장을 지지하고 나섰고, 일본은 ‘전쟁할 수 있는’ 보통 국가에 성큼 다가서며 한국과는 날카로운 과거사 대립을 이어가고 있어 한국 외교의 운신 폭도 협소해지고 있다.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는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고, 미·일의 군사적 밀월은 한·미동맹을 추월하는 양상이다. 동북아시아 안보 지형의 급격한 변화 속에 한국 외교는 새로운 시험대에 섰다. 한국은 미·중 간 대립이 격화되고 역내 구조적 긴장 수위가 고조될수록 언제든 국익을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에 동맹 60주년을 맞은 한·미관계는 호재였다. 한·미 양국의 공동 이익을 극대화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이 일본의 군사적 역할 강화로 귀결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미국이 아베 신조 정권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에 전폭적인 힘을 실어주면서 미·일동맹은 아시아 전략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재정 적자와 예산 부족에 시달리는 미국으로서는 안보 비용을 분담하고 중국 견제에도 힘을 보태겠다고 나선 일본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동북아에서 중국에 맞설 수 있는 나라를 일본으로 보는 인식도 짙어졌다. 일본 카드로 중국을 제압하는 미국식 이이제이(以夷制夷)라고 볼 수 있다. 북핵 문제도 마찬가지다. 미 국무부 내에서는 지난 20년간 ‘승자 없는 게임’(No Winner)으로 여겨지는 북핵 문제에 피로감을 보이고 있다. 직접 당사자인 한국이 더 많은 부담을 지기를 바라는 기류도 두드러지고 있다는 게 워싱턴 소식에 정통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4일 한·일관계가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과거 냉각된 한·일관계의 원인을 일본 탓으로 인식했지만 이제는 한국에도 책임을 돌리고 있다”며 “한국에 대한 워싱턴의 불만이 점차 커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근혜 외교가 공들여온 한·중관계도 낙관할 수 없다.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 중국 국무위원으로 대표되는 양국 고위급 인사가 첫 외교안보 대화를 시작할 정도로 가까워진 한·중관계는 힘의 논리가 작동하면서 급속히 경색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중국이 지난 23일 동중국해에 자국 방공식별구역(ADIZ)을 일방적으로 선포한 게 이를 방증한다. 중국의 ADIZ 선포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상대인 일본을 겨냥한 군사적 조치로 보이지만 제주도 서남방 지역과 이어도 상공을 포함시킨 건 자국 국익을 앞세운 전략적 의도로 봐야 한다. 중국의 해양 패권 야심에 한국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미국의 패권주의를 비난해 온 중국이 자국의 힘을 과시하는 외교로 전환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전통적 외교 노선인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와 ‘화평굴기’(和平掘起·평화롭게 우뚝 선다)에서 ‘유소작위’(有所作爲·적극적으로 참여해 할 일을 한다)와 ‘대국굴기’(大國?起: 큰 나라로 우뚝 선다)의 강경책을 펴는 수순으로도 지적된다. 중국이 힘을 조절하지 않고 좌충우돌할수록 미·일의 대중 견제 구도는 확고해질 전망이다. 한국이 미·중 간 양자택일의 기로에 서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대일 관계는 박근혜 외교의 딜레마다. 우리 외교의 전략적 레버리지가 됐던 한·일 안보 공조는 아베 정권과의 갈등 속에 휘청이고 있다. 한·일 간 핵심 동맹인 미국을 두고 경쟁하는 모습도 나온다. 과거사 충돌과 별개로 일본에 대한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데는 박 대통령의 대일 강경 의지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전직 고위 외교 관료는 “현재의 동북아 구도는 분쟁이 격화되는 반면 신뢰와 공조는 극도로 위축되는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각국이 협력보다는 자국 이익을 전면에 내세우는 데다 민족주의와 국내 대중의 불안감을 이용하면서 역내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이슈&논쟁] 日 ‘집단적 자위권’ 추진

    [이슈&논쟁] 日 ‘집단적 자위권’ 추진

    동맹국이 제3국으로부터 침공받았을 때 이를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대응할 수 있는 권리인 집단적 자위권을 일본이 행사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일본의 ‘재무장’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세계적 기류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을 지지하고 나섰다. 우리 정부는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신경을 곤두세운 채 일본의 구체적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국내 여론은 북핵 위협과 한·미 동맹 등 지역 안보를 고려해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해야 한다는 찬성론과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로 이어질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는 반대론으로 나뉘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강민 한양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와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에게서 한국의 ‘선택’ 방향을 들어봤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일러스트 길종만 기자 kjman@seoul.co.kr [贊] 이강민 한양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美, 한반도 유사시에 日지원 원해… 우리 반대로 저지될 문제가 아냐”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은 미국의 세계 전략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반대한다고 저지될 문제가 아니다. 일본의 평화헌법에 위배되는 명백한 위헌인데도 아베 신조 정권이 개헌도 하지 않고 집단적 자위권을 서두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미국의 강력한 희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사실상 일본의 등을 떠밀고 있는 것이다. 북한 문제에 있어 일본과 같이 가겠다는 것이 미국의 아시아 정책이다. 만약 북한의 도발에 의해 한반도에 급변 사태가 발생한다면 한국 단독으로 이를 막을 수 없다. 결국은 미국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미국은 중국군이 북한으로 들어오는 등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일본의 힘을 빌리기를 원하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이 우려스럽다고 한·미 동맹에 금이 가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국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한국과 중국의 경제 고리가 너무 강하다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부분들이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한국은 양자택일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이럴 때를 대비해 전방위 외교, 등거리 외교라는 것이 필요하다. 벌써부터 어느 한쪽의 편을 든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물론 우리의 입장에서 집단적 자위권은 유사시 일본이 한반도에 군사 개입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일련의 흐름은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돼 왔던 것이다. 1969년 닉슨·사토 공동성명(한국과 타이완 지역에서의 평화와 안전 유지가 일본의 안전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 합의)이 발표됐을 때도 중국은 일본군국주의의 부활이라고 비난했었다. 이런 맥락에서 아베 정권은 미국의 집단적 자위권만을 인정한 1997년 미·일방위협력을 위한 지침을 개정해 지금부터 이를 쌍무적 관계로 가져가려 하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대일 외교가 실종됐다는 점이다. 미·일 관계는 앞서 나가고 있는데 한국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주변국이 첨예하게 대립할 때는 전략적인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외교의 기본이다. 싫어도 우리가 무엇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상대국에 접근해야 하는 것이 외교다. 한국 경제는 재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삼성이 미국과 일본의 타깃이 돼 버리면 위험해진다. 중국을 무시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일본을 등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집단적 자위권을 어느 선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놓고 우선 일본 정부와의 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시 일본 국민의 관심은 대단했다. 초기에는 박 대통령이 화면에 등장하면 시청률이 오를 정도로 관심을 가졌었다. 여성 국가 지도자란 것이 어떤 의미에서 일본보다 앞서 가는 부분이 있었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일본인들의 향수도 자극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은 열기가 크게 식어 버렸다. 한·일 간 역사 문제는 하루아침에 결말을 지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닌데도 우리 스스로 이 문제로 제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역사를 현실 외교에 결부시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 문제는 긴 호흡으로 대처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베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그다음 정권이 더 나으리란 보장은 없다. 최근 타이완대학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일본, 중국, 타이완 학자들로부터 동아시아 공동체가 만들어진다면 그 중심은 타이완이 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서도 타이완은 중국, 일본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국익을 도모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가교 역할이 어쩌다 타이완으로 넘어가게 됐는지 우리는 냉정하게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反]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日 진정성 있는 반성이 우선돼야… 한반도 관련 땐 韓 사전 승인 필요”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관련한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장기 불황에 시달려 온 일본 국민들이 강력한 리더십을 염원하는 것에 편승해 아베 정권은 국수주의적 극우정책을 펼치면서 정상국가화와 동맹국 지원을 명분 삼아 재무장과 자위대 역할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재정 위기로 국방비를 줄여야 하는 미국은 국제 정치의 패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큰 중국을 사전에 전략적으로 포위, 압박하기 위해 우군을 찾던 차에 일본이 자천하고 나서자 이를 적극 환영하고 있다. 일본에 중국 견제의 역할을 분담시키면서 가능하면 한국도 이에 참여시켜 미국 우위의 질서를 저렴한 비용으로 관리하려는 것이다. 일본의 침략을 받아 본 적이 없는 유럽연합(EU)은 물론 중국과 영토 분쟁을 겪고 있거나 중국의 영향력 강화를 우려하는 아세안과 호주도 중국 견제를 위해 이를 지지하고 있다. 급기야 중국의 전략적 동반자인 러시아마저 집단적 자위권은 유엔헌장이 인정한 모든 나라의 고유 권한이라는 차원에서 이를 인정했다. 따라서 현재 일본 제국에 침략당하고 잔혹 행위에 최대로 시달렸던 한국과 중국만 이를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다. 우리가 압도적으로 열세이므로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이자 사실상의 군사 강국인 일본에 각국의 고유 권한인 집단적 자위권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데 한국의 국력과 외교력을 소모하는 것은 현명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 대신 우리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환영할 수 없는 이유를 일본에 당당하게 밝히고 미국 등 우방국들에도 분명하게 설명하면서 일본이 이로 인해 한국의 국익을 훼손하지는 못하도록 하는 동시에 우호적인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중국과의 협력도 유지해야 한다. 먼저 우리는 과거의 비행과 잔혹 행위를 지속적으로 반성하고 지역 평화를 위해 적극 기여해 온 독일과 달리 민족말살정책,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 강제 징용, 식민지인 생체 실험, 대량 학살에 이르는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고도 이를 반성하지 않는 데다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토욕까지 드러내고 있는 일본이 ‘정상국가’가 될 자격이 없음을 명백히 선언해야 한다. 독일처럼 진정성 있는 반성이 이뤄져야 우리도 이를 환영할 수 있다는 점을 공표해야 한다. 또한 우리는 미국과 EU, 아세안이 우리가 일본의 군사력과 자위대 역할 강화에 대해 우려하는 것을 잘 납득하지 못하는 점에 주목해 대응책을 취해야 한다. 그동안 일본 지도부는 중국을 필연적으로 지역 패권을 다툴 수밖에 없는 경쟁국으로 간주해 왔고 일본보다 국력이 약한 한국은 대미 의존성이 큰 데다 분단돼 북한과 경쟁하고 있으므로 경시해도 좋은 국가로 생각하면서 사대주의적 기회주의 대외전략을 펼쳐 왔다. 한국을 무시하고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 미국에는 사대주의 저자세 외교를 펼치고 EU나 아세안 국가들에는 원폭 피해국이고 평화국가이자 공적개발원조(ODA) 지원 모범국이며 예절 바른 국가로 처신해 왔다. 유대인들이 나치의 만행을 고발해 독일이 사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듯이 국제사회가 일본의 이중인격, 파렴치성과 위험성을 깨닫게 하려면 민관이 협력해 국제인권대회 개최나 영화 제작 등을 통해 일본 제국의 반인륜적 잔혹 행위와 범죄를 고발하는 적극적인 홍보를 펼쳐야 할 것이다. 특히 대미 외교가 가장 중요하다. 일본과 남한을 점령 통치했던 미국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체결 시 일본의 반환 영토에서 독도를 제외해 줌으로써 한·일 간 영토 분쟁의 씨앗을 뿌렸다는 책임을 각성해야 한다. 우리는 미 행정부가 일본에 과거 비행을 진정으로 사죄하고 독도에 대한 야욕을 포기하도록 압박해 줄 것을 설득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최소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주한 미군 지원과 대북 공격 등 한반도와 관련될 경우는 한·미 동맹의 ‘부속적인 지원’에 한정돼야 하고 반드시 한국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며 독도에 대해서는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을 미·일 양국으로부터 확약받아야 할 것이다.
  • [이도운의 빅! 아이디어] 박근혜정부 외교의 세 가지 갈림길

    [이도운의 빅! 아이디어] 박근혜정부 외교의 세 가지 갈림길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는 국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지율 60%의 주요인이다. 일단 정상외교의 ‘그림’이 좋았다고들 한다. 이제부터는 실적을 내야 한다. 난제가 많다. 남북, 한·일 갈등이라는 단·중기적 문제부터 미·중 사이에서의 균형잡기 같은 장기적 과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남북관계:6자회담은 동북아안보포럼 정부는 북한과의 신뢰와 정상적인 관계를 강조한다. 그러나 대외관계에서는 신뢰보다 이해(利害)가 중요하다. 미국과 중국을 전적으로 신뢰하는가.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도청과 중국 공안의 탈북자 북송은 정상적인가. 북한은 동북아 정세와 관련해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카드인지도 모른다. 북한을 돕거나 북한에 굴복해서가 아니다. 미·중·일·러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카드를 손에 쥐기 위해서 평양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 남북대화가 빠른 시일 안에 재개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간접적인 방법이라도 찾아야 한다. 6자회담이 방법이 될 수 있다. 6자회담은 북핵 문제 해결에 실패했다. 그러나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이 제안한 대로 동북아안보포럼의 역할은 할 수 있다. 한·미·일 세 나라는 북한 측의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를 회담 재개의 조건으로 내세웠다. 북한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우리 정부가 입장을 바꾸고 미·일을 설득하면 6자회담은 열릴 수 있다. 그러려면 유연한 대북정책이 필요하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이 그런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을까. 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한·일관계:한가지만 합의하라 박 대통령의 마음속이 궁금하다. 한·일 간의 긴장관계를 계속 이어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정말로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과의 대화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그 과정에서 미국의 오해를 부르지 않기 위해 일본을 이용하는 것일까. 우리나라의 안보와 경제에 가장 중요한 나라는 미국과 중국일 것이다. 그렇다고 일본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박 대통령은 51.6%의 지지로 100%의 권력을 차지했다. 박 대통령이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나서 10대0으로 이길 수는 없다. 통상적인 외교의 결과는 5대5다. 6대4면 꽤 성공이다. 2월 ‘다케시마의 날’ 행사부터 8·15까지, 해마다 반복되는 역사의 악재들이 내년에도 길게 이어질 것이다. 손 놓고 그 시기를 지나치면 내년 가을이 된다. 임기의 중반으로 넘어간다. 내년 3월 네덜란드에서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다. 한·일 정상이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다. 일단 만나서 싸우고 한 가지만 합의하라. 다음에 또 만나자고. 양국의 외교안보 참모들은 분발해야 한다. 두 정상이 역사와 영토, 경제와 통상, 동북아 안보협력 문제를 각각 분리해서 대응할 수 있는 분위기와 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 #한·미 vs 한·중:진실의 순간은? 명(明)이냐, 청(淸)이냐?미국이냐, 중국이냐? 성급하고 어리석은 질문에는 대꾸할 필요도 없다. ‘진실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남북이 통일할 때쯤이면 선택의 기로에 설 것이라고. 과연 그럴까. 그때가 와도 우리는 대답할 필요가 없다. 미국도 우리의 친구고 중국도 우리의 친구다. 미·소관계와 미·중관계는 다르다. 미·소가 군사적 경쟁관계였다면 미·중은 글로벌 패권을 다투면서도 지역안보와 경제·통상에서 협력하는 관계다. 우리는 두 나라의 경쟁보다는 협력 쪽에 가담해야 한다. 2011년 한·중·일협력사무국이 서울에 문을 열었을 때 미국은 한·미·일협력사무국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우리가 노력하면 한·미·중·일협력사무국까지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미·중·일협력사무국 같은 것은 탄생하기 어렵다. 한국이 없는 동북아는 작동하지 않는다. 그런 전략적 가치를 장기적인 한·미·중 3국 관계에 담을 수 있는 외교력이 우리에게 필요할 뿐이다. dawn@seoul.co.kr
  • 케리 “北 전철 안 밟을 것” vs 공화 “北상황 따라갈 것”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이란 핵협상 타결과 관련해 ‘북한 꼴’이 재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이 이번 합의에 대해 실패로 귀결된 북핵 협상과 비교하면서 반발하고 있고, 미 의회 내에서도 결국 이란이 북한의 뒤를 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데 대한 반응이다. 케리 장관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제재를 피하려고 핵 야욕을 멈추기로 합의했다가 비밀리에 핵 프로그램을 지속한 북한과 이란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이고 핵 시설에 대해 매일 사찰을 받기로 했으며 사찰이 진행되는 동안 (우라늄 농축) 활동도 제약을 받는다”면서 “이란은 핵무기를 제조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반면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핵실험을 해 왔으며 비핵화 정책을 선언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목에서 케리 장관이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 표현이 주목된다.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에서 미 국무장관이 “북한은 핵무기 보유”라는 표현을 쓴 셈이어서 다소 경솔한 언급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케리 장관은 이란을 아직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은 아니라며 여지를 두긴 했다. “우리는 환상을 갖지 않는다. 말이 아니라 입증 가능한 행동을 토대로 판단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밝힌다”며 “이란에 대한 제재를 유지한다는 기본 틀도 그대로다. 앞으로 몇 달간 이란의 의도를 시험하면서 진정성을 확인할 기회도 있다”고 했다. 반면 공화당은 이란이 북한 상황을 답습할 공산이 크다면서 극도의 불신을 드러냈다. 상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밥 코커 상원의원은 “북한에서 일어난 일을 목격하지 않았나. 북한은 이제 핵무기를 갖고 있다”며 “똑같은 일이 이란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여당인 민주당은 일단 이란의 약속 이행 태도를 지켜보자는 입장이지만 기본적으로 아직 신뢰하긴 이르다는 기류가 지배적이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원은 이란 핵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갈 경우에 대비한 새 제재안 처리를 강행할지 여부를 다음 달 논의하기로 했다. 민주당 소속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 외교위원장은 “협상이 교착 상태를 보이거나 이란이 임시 합의를 이행하지 않거나 합의 사항을 위반할 것에 대비해 필요한 조치를 해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이란, 저농축 우라늄 허용… 北 ‘완전한 불능화’ 초점

    이란, 저농축 우라늄 허용… 北 ‘완전한 불능화’ 초점

    이란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및 독일(P5+1)이 합의한 ‘이란 핵협상’ 타결안은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생산 권한을 제한하는 대신 저농축 우라늄 생산 권리를 사실상 허용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북핵 협상 합의와 크게 다르다. 핵시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원심분리기 해체나 폐기에 대한 언급도 없는 등 상당히 느슨한 형태로 이뤄져 있다. 핵무기 제조가 어려운 5%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 생산을 허용한다는 것은 원자력발전소 가동 등 이란의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인정해 주겠다는 의미다. 북한 역시 평화적 핵주권 확보를 주장해 왔지만 한국과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은 우라늄 생산 ‘제로’(0)를 목표로 북한 핵의 완전한 불능화에 초점을 맞춰 핵 협상을 진행해 왔다. 북한이 언제든지 핵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1차 핵위기 당시 미국은 1994년 제네바 합의를 통해 북한의 모든 핵활동을 동결했지만, 북한은 큰 어려움 없이 동결했던 핵시설을 원상복구한 바 있다. 2·13 합의에 따라 2008년 6월 북한 스스로 냉각탑을 폭파해 해체한 영변 핵시설도 복구해 지난 8월부터 재가동에 들어간 정황들이 포착되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란은 핵 개발 초기 단계로, 농축된 양도 적고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지 않았지만 북한은 농축량도 상당해 이란 식의 조치가 적용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합의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 또한 미미하다는 지적이 많다. P5+1은 이번 협상에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 중단에 따른 대가로 석유·자동차 수출을 허용하는 등 일부 제재를 완화하는 대신 6개월 내에 이란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제재 완화를 취소하기로 했다. 이는 6개월간의 임시조치라는 점에서 합의 이행을 강제할 완벽한 수단이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핵 불능화 불이행=제재완화 및 지원 중단’은 북핵 협상안에도 매번 등장했던 내용이지만 핵능력을 실제적으로 제어하지는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과 이란의 핵 문제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접근법부터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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