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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간처럼 조용해진 MBC… 죽은 언론사였죠”

    “절간처럼 조용해진 MBC… 죽은 언론사였죠”

    변 “좋은 방송으로 시청자에게 보답… 차기 사장, 정치권서 언론 독립 지켜야” 이 “약자들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 첫 방송에서 세월호 유가족 소식 전해 “옛날 MBC에는 말 안 듣는 후배가 참 많았거든요.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마구 쏟아 내면서 실험도 하고, 시도도 했지요. 그런 걸 선배들은 받아 줬고. 그런데 어느 순간 절간처럼 조용해졌어요. 보도국이, 언론사가 죽은 거죠.”22일 서울 마포구 MBC 사옥에서 변창립(59) MBC 아나운서와 ‘시선집중’의 이민선(39) PD를 만났다. 변 아나운서는 지난 20일 다시 시작한 MBC 라디오 ‘시선집중’의 진행을 맡아 5년 만에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조직과 인력이 망가지면 곧 프로그램도 망가진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느끼는 시간이었다”며 무겁게 입을 뗐다. 2000년 ‘손석희의 시선집중’으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오랫동안 청취율 1위를 지킨 MBC 간판 프로였지만 2013년 신동호 아나운서국장이 진행을 맡은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신 국장은 아나운서들의 부당 전보를 주도한 인물로, 편향된 진행 등이 논란이 돼 청취자들로부터 하차 요구를 받기도 했다. MBC 대표 프로그램이었던 ‘시선집중’이 겪은 부침은 MBC의 파행과 재건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일이기도 하다. 이 PD는 “어떻게 청취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가에 앞으로의 명운이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동안 배제됐던 출연진,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롭게 출발한 ‘시선집중’ 첫 방송에서 세월호 유가족 소식을 전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총파업이 끝나고 방송을 재개하기로 한 직후 이 PD와 제작진은 제일 먼저 변 아나운서를 찾았다. 최고참인 변 아나운서는 2012년 총파업에 동참한 이후 마이크를 빼앗기고 심의국으로 전보됐다. 경영진 공백으로 인사가 이뤄지지 않아 공식 직함은 여전히 심의위원이다. 내년 1월부터 안식년에 들어가는 그가 진행자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은 한 달 반 남짓. 그럼에도 제작진의 거듭된 부탁에 변 아나운서는 결국 승낙했다. “나이가 많아서 힘들다, 잘 들리지도 않는다, 이런저런 핑계를 다 댔지요. 그런데 이 PD가 지진에, 수능 연기에, 북핵 문제에 이런 상황에 ‘시선집중’만 계속 음악 내보낼 거냐고 묻는데 더이상 댈 핑계가 없더라고요. 우리가 파업하고 투쟁했던 이유가 결국은 좋은 방송 만들어 시청자들에게 보답하자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는 “다시 방송을 하지 못하고 파업 중에 은퇴하게 될 줄로만 알았다”며 “그래서인지 첫 방송 때 무척 긴장이 되고 떨렸다”고 소회를 밝혔다. 1984년 입사해 30여년간 MBC의 흥망과 성쇠를 지켜본 변 아나운서는 최근 9년의 세월을 뼈아프게 기억한다. 그는 “1980년대 신군부 시절엔 폭압적이긴 했어도 방송인이라는 기개가 높았는데, 지금은 폭력성은 줄어들었지만 정치적 성향에 따른 편 가르기로 내부 반대자를 은밀하고 철저하게 숙청하고 조직을 망가뜨린다”고 씁쓸해했다. 일단 총파업의 성공으로 MBC는 어렵사리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제대로 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 PD는 “자율성이 주어지니까 오히려 책임감은 더욱 무겁게 느껴지더라”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MBC 나온 것 봤니’라는 얘기가 다시 나올 수 있게 정말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변 아나운서는 현재 진행 중인 차기 MBC 사장 공모에 대해 “누가 오든 임기 이후 정치권으로 안 갔으면 좋겠다”며 “그게 언론의 독립성을 지키는 길”이라고 당부했다. “이번에 오는 사장은 (조직을 재건하려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보다는 험난한 가시밭길을 걷게 될 거예요. MBC 이름표를 가리고 취재 나갔던 후배들이 다시 당당하게 취재 일선에 설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게 지금부터 해야 할 일입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사설] 美 고강도 압박 의지 보인 北 테러지원국 재지정

    미국이 9년 만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2008년 10월 북·미 간 핵 검증 합의에 따라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됐다가 이번에 다시 명단에 올랐다. 테러지원국 명단에 오르면 일단 무기수출통제법·수출관리법·국제금융기관법·대외원조법·적성국교역법 등 5개 법률에 근거해 제재가 시작된다. 무기 관련 수출과 판매의 금지는 물론 미국의 대외 경제원조 금지 등 다양한 금융 및 기타 분야 제재를 받는다.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이중·삼중 제재 망에 둘러싸인 상황이라 이번 조치로 실질적인 추가 제재의 효과는 별로 없다. 국제사회에서 일종의 불량국가로 낙인찍는 상징적 효과가 크다. 고강도 압박을 이어 가겠다는 미국의 상징적 의미가 크다. 미국의 목표는 명확하다. 북한이 고통을 느낄 때까지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미 재무부가 이번 결정과는 별도로 조만간 ‘역대 최고 수준’의 추가 대북 제재안을 발표한다는 방침도 같은 맥락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테러지원국 재지정과 관련해 ‘여전히 외교적 해법을 선호한다’고 했지만 립서비스나 다름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이후 테러지원국 지정을 하지 않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특사의 방북 일정 종료 시점까지 기다렸다는 관측이 많다. 중국 특사가 북핵·미사일 문제에 대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자체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결정적 요인은 김정남 암살 사건과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이다. 특히 관광차 북한을 방문했다가 17개월간 억류된 웜비어가 지난 6월 석방된 뒤 엿새 만에 사망하면서 미국 내 여론이 급격하게 악화됐다.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여파는 당분간 한반도에 먹구름을 드리울 것이다. 테러지원국 자체가 국제적으로 불량국가로 낙인찍는 효과가 큰 만큼 북한의 강력한 반발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북한은 이번 조치를 미국의 적대시 정책 연장선으로 보고 있는 만큼 핵·미사일 개발이란 자신들의 해법에 더욱 매달릴 것이다. 북핵·미사일 문제 해결 없이는 경제 건설은 물론 체제 보장도 어렵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대화 분위기가 사라지고 한반도에서 다시 안보 위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방북이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황이라 당분간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는 더욱 고조될 수 있다. 전례로 봐도 김정은 정권과 트럼프 행정부 간의 강 대 강 대결은 결국 문제 해결보다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북한의 도발과 이에 따른 미국의 보복 압박이 되풀이되는 현재의 방식으론 본질적인 문제 해결 자체가 불가능하다. 정부 당국의 유연한 대처와 위기관리 능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 “환율 더 떨어져… 내년 3분기 평균 1080원”

    “환율 더 떨어져… 내년 3분기 평균 1080원”

    美 약달러 선호 등 하락세 전망 원화강세 지속땐 경기회복 찬물 원·달러 환율이 지난주에 이어 21일 다시 1100원 선을 깨고 내려갔다. 1095.8원으로 지난해 9월 이래 1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환율이다. 내년에도 원·달러 환율이 하락해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원화 강세는 유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수입 물가가 하락하는 긍정적인 요인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내년 경제 성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21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내년 3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이 1080원으로 떨어진다고 예측했다. 환율이 올해 4분기 평균 달러당 1130원에서 내년 1분기(1115원)와 2분기(1095원)에도 계속해서 하락해 3분기에 저점을 찍는다고 분석한 것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달러 가치 사이클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약달러 선호, 북핵 리스크 완화 등을 이유로 원화 강세를 예상했다. 달러 가치는 10년 동안 약세를 보이다가 6년간 강세로 이어지는 사이클을 보이므로, 올해부터 달러가 약세를 탄다는 분석이다. 무역 적자를 줄이려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조업체의 수출 경쟁력을 위해 ‘강한 달러’를 원치 않는다는 점도 꼽혔다. 또 최근 북핵 리스크가 완화되고, 외국인 자금 유입이 재개돼 ‘원화 강세론’에 힘이 실렸다. ‘원화 강세론’은 해외에서도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이 투자은행(IB)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원·달러 평균환율은 올해 4분기 1140원에서 내년 3분기 1125원으로 내려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가 지속하면 수출 주도의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산업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 하락하면 국내 제조업체의 영업이익률이 0.05% 포인트 떨어진다고 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환율이 10% 하락하면 경제성장률이 0.72% 포인트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소는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원·달러 환율은 1183.9원인데, 원화가 고평가된 상태”라며 “해외 투자를 확대하고 비가격 경쟁력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서울 구청장 6인의 시국토론] “성역 없이 적폐 규명해야” “국민소통 없인 정쟁도구로 변질”

    [서울 구청장 6인의 시국토론] “성역 없이 적폐 규명해야” “국민소통 없인 정쟁도구로 변질”

    문재인 정부 6개월 특별좌담에서 가장 논쟁이 뜨거웠던 주제는 ‘적폐청산’이었다. 김영배 성북구청장, 김우영 은평구청장, 이성 구로구청장, 이창우 동작구청장, 정원오 성동구청장, 차성수 금천구청장 등 6명의 서울 자치단체장들은 사회자가 끼어들 틈이 없을 정도로 쉼 없이 저마다의 소신과 논리를 펼쳤다. 구청장들은 적폐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모두 공감했지만 각론에서는 이견을 보였다. 전·현 정권, 여야를 막론하고 엄격하고 공정하게 법의 잣대를 적용해 엄벌하는 것이 ‘촛불정신’이라는 주장과 진실은 밝히되 용서와 화합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정치 보복 논란을 피할 수 있다는 의견, 인적 청산에 그치지 말고 적폐를 낳은 구조적 시스템을 개혁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시각 등 다양하게 갈렸다. 한반도에 안보 위기를 드리우고 있는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현실적이고 단계적인 해법을 주로 제시했다. 민간 교류 활성화를 통한 긴장 완화를 병행하자는 주장을 공통적으로 했다.[적폐 청산] →요즘 적폐청산이 이슈다. 야당 등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를 놓고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는데. -정원오: 적폐는 반드시 청산해야 한다. 하지만 죄를 묻는 방식은 현명해야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 종식 뒤 1994년 집권한 넬슨 만델라는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만들어 백인들이 흑인들을 가혹하게 탄압했던 진상은 밝히되 잘못을 고백한 백인들을 사면해 줌으로써 흑인과 백인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용서와 화합의 지도력을 발휘했다. 우리도 적폐의 진실은 규명하되 처단이 아닌 화해의 방식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도 적폐는 수도 없이 나올 텐데 그때마다 다 처단해야 할까. 거듭 말하지만 전 정권의 선거·정치 개입 등 불법·부정 진상은 명백하게 규명해야 한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분풀이·복수·보복 같은 쓸데없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선, 용서를 구하면 화해하는 진실과 화해 위원회 방식을 지향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이창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들이 현재 새 정부의 적폐청산 과정을 눈여겨보고 있다. 적폐의 기준을 무엇으로 삼을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적폐가 만천하에 민낯을 드러냈을 때 어떻게 처리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과거처럼 정치적 타협과 용서, 화해, 이런 식으로 했을 때 과연 1년 전 광화문의 촛불민심을 담았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대나무가 성장할 때 매듭을 짓는 이유는 끊임없이 위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다. 지금 해야 할 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똑같이 준엄한 법의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인정할 것이고 그것이 촛불민심을 구현하는 길일 것이다. 전직은 물론 현직 대통령도, 9급 공무원도 예외일 수 없다. 이것이 지금 국민에게 보여 줘야 할 대한민국의 운영 원칙이라고 본다. -김영배: 9급 공무원이든 대통령이든 같은 기준을 적용하자는 것은 법치주의 원칙에선 당연히 옳다. 하지만 다함께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이 있다. 법치주의로만 해결하려 하면 ‘공급자적 시각’을 제공할 수 있다. 칼자루를 쥔 공급자가 수요자인 시민 동의 없이 자의적으로 법이라는 칼자루를 휘두를 소지가 충분히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게 국민 신뢰와 합의다. 적폐청산이 제대로 되려면 국민 신뢰와 합의, 이런 사회적 자본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진실을 밝히고 법대로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고 반드시 해야 된다. 다만, 이와 병행해서 정치 보복 등 여론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점들에 대해 정부가 국민들과 소통하면서 해소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국민들과의 소통이나 신뢰 구축이 없다면 적폐청산은 정쟁의 도구로 변질되고 법치주의도 도전받을 수밖에 없다. 적폐를 청산하면서 그런 사회적 자본을 공고히 다져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차성수: 어느 정권이든 정권 초엔 사정을 한다. 손봐 주기, 정치 보복 같은 이야기는 항상 반복적으로 제기되며 정권에 부담이 됐다. 적폐청산은 사회적 대타협, 민주주의 복원, 공공성 회복 등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데 발목을 잡고 있는 것들을 제거해 나가는 작업이다. 새 나라를 만들 수 있는 큰 기회다. 정권 초에만 잠깐 하다 말거나 적폐청산 잣대를 상대방에게만 들이대고 나에게 들어온 잣대는 피하려 한다면 실패하고 만다. 새로운 시대도 열지 못한다. 적폐청산은 무엇보다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과거 정권뿐 아니라 현 정권도 공적 권력을 사적으로 악용하거나 이익을 위해 활용하면 전 정권과 똑같은 과정을 겪어야 한다. 내부 적폐를 도려내려고 하는 자기혁신이 필요하다. 적폐청산이 사람을 청산하는 수준에 그쳐서도 안 된다. 그런 적폐를 만들게 되는 구조적인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불법 사찰을 원천봉쇄하는 국정원 개혁,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등 다양한 개혁을 법적·제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이런 시스템 개혁이 병행돼야 국민들이 과거의 악폐와 단절하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고 받아들일 것이다. 동일 기준 적용과 시스템 개혁, 이 두 가지 기준을 견지해야 국민들과 함께 적폐청산을 해나갈 수 있다. -김영배: 전적으로 동의한다. 정부 혁신이 핵심이다. 민주주의는 큰 틀에서 보면 정부, 시민, 시장, 세 요소로 구성돼 있다. 시민 측면에서 보면 언론 등 공론의 장이 중요하다. 공론의 장에서 사회적 대화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정부 혁신도 공염불에 그칠 뿐이다. 이 부분이 적폐청산을 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직면한 중요한 도전이라고 본다. -이성: 많은 반대 세력들이 날이 갈수록 옛날 정치 검찰과 지금 검찰이 뭐가 다르냐고 따진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이 정권의 주구 노릇을 하면서 전 정권을 때려잡았듯, 지금도 그런 것 아니냐고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다.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 정치·선거 개입 댓글, 이건 국민적 공감대가 확실히 형성돼 있다. 그것을 청산하는 걸 정치 검찰이라고 하진 않을 것이다. 정 구청장의 말처럼 진실을 밝히는 데 머뭇거려선 안 된다. 끝까지 추적해서 밝혀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다만 적폐청산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선 안 된다. 앞서 말한 국정원 댓글, 대기업과 권력의 결탁 등 국민 공감대가 확실한 것들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 -김우영: 지금 검찰 수사는 정권 차원에서 플랜을 짜서 기획한 게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음모와 공작을 펼쳤다. 그들이 한 것을 현 정권도 할 것이라고 상정해 방어권을 행사하고 있는데, 시대에 뒤떨어지고 긁어 부스럼 만드는 행위다. 전직 대통령이라면 안보·경제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사회적 공론에 기여해야지 묻지도 않은 자기 변론에 급급해선 안 된다. -정원오: 여론은 늘 바뀐다. 적폐청산이 인적 청산 문제로 비쳐지면 여론은 바뀌기 쉽다. 그게 우려된다. 진실은 꼭 밝히고, 인적 청산이 아닌 제도 개선으로 나아가야 한다. -김우영: 아니다. 인적 청산 없는 제도 개선은 어렵다. -이성: 우리 사회는 광복 이후 지금까지 언제나 가해자가 피해자를 용서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한 적이 없다. -김우영: 맞다. 가해자가 사과를 한 적이 없다. -이성: 이번에는 용서를 하더라도 피해자가 용서해야 한다. 진실을 다 밝히고, 피해자인 국민들 사이에 용서를 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용서할 수 있을 것이다. 옛날처럼 가해자가 피해자를 용서하는 역사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 -이창우: 이야기가 좀 빗나간 것 같다. 용서가 초점이 아니다. 적폐청산에 대한 국민 인식이 핵심이다. 차 구청장께서 말씀을 잘하신 것 같다. 문재인 정부는 법과 원칙대로 처리를 하되 논란의 소지가 생기지 않도록 끊임없이 자기 혁신을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를 받으며 역사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이성: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전 정권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저지른 국정원 댓글 등 정당하지 못한 활동들에 대해 청산을 해나가고 있다. 적폐의 주역 중 주역인 국정원을 개혁하고 있는데, 비단 국정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정원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돈을 대 준 전경련도 국정원 못지않은 주역이다. 전경련이 돈을 제공하지 않았다면 어버이연합 같은 단체가 활동하지 못했다. 기업의 뒷돈이 있었기에 적폐가 생겼다. 국정원 적폐는 바로잡아 가고 있는 듯한데 전경련의 적폐청산에 대한 노력이 없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북핵, G2 등 세계질서 속 해결 모색… 남북교류 활성화해야” [북핵] →역대 정권들이 북한과 대화도 해보고 제재도 해봤지만 결국 북한은 핵 능력을 고도화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법이 있을까. -김우영: 우선적으로 북핵 폐기 같은 높은 수준의 목표보다는 낮은 단계의 신뢰 회복 조치가 중요하다. 북한은 국제사회와 한반도에 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잠정 중단하고,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위협을 느낄 수 있는 한·미군사훈련을 잠정 중단해 상호 회담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이른바 ‘쌍중단’이다. 일단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핵 종결까지는 엄청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풀리지 않는 걸 얘기하면 아예 풀리지 않는다. 위기가 확대되는 걸 우선 막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평화적으로 바꾸려 한다. 그게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반면 문화적으로도 북한과의 교류를 주도해야 하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는 정부 역할이 미흡하다. -정원오: 미·북 수교, 북핵 폐기·동결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북한이 제일 두려워하는 건 미국의 힘이다. 미국과 북한이 수교하면 북핵 문제가 해결된다. 북한이 핵을 가질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때 국회 연설에서 북한은 미국의 따뜻한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라 지옥이나 다름없다고 표현했는데, 미국과 손잡으면 북한도 남한과 같이 된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북교류도 활성화해야 한다. 민간뿐 아니라 지방정부 간 교류도 활성화해야 한다. 서울·평양 간 경평축구 등을 비롯해 기초자치단체장 간 연계도 필요하다. 안보의식을 강화하되 물밑에서 지속적으로 교류에 대한 움직임을 해야 한다. -김영배: 중국이 ‘G2’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북핵·미사일이 세계적인 이슈가 됐다. 이제는 미국이 북한을 직접 다뤄야 하는 국면에 이르렀다. 세계 질서는 19세기 말 수준으로 전환하고 있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서고 프랑스 등 유럽도 정치적 변동을 겪고 있다. 일본은 평화헌법 개정에 나섰다. 경제는 물론 세계 질서가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핵·미사일을 통해 생존하고 싶다는 욕구를 넘어 유동적인 세계 질서 안에서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미국이 국익을 위해 주로 대하는 국가는 북한이 아니라 중국이다. 그런 틀에서 보면 우리 입장에서는 G2에 대해 ‘아빠가 좋냐, 엄마가 좋냐’ 이런 프레임으로 접근할 것인가 아니면 동북아 역내 새로운 다자주의 대화의 틀을 만들어 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남북한 주민이 다양하게 교류 협력해야 한다. 국가 수준이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관계국 간 관계는 다양한 주체로부터 만들어질 수 있는데, 협력·교류 시스템이 없는 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창우: 북핵과 관련해선 현 개발 수준에서 동결하는 것을 1단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처음부터 국제 사회가 북한을 상대로 지금 당장 핵을 폐기하라고 하면 대화가 가능하겠는가. 물론 궁극적인 목표는 북핵 폐기가 맞다. 하지만 한꺼번에 이를 달성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핵을 동결시키는 게 단기적 목표가 돼야 한다. 이후 모든 국제 사회가 대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해야 한다. -이성: 전 세계, 특히 서방 진영에서 북한이 실제 핵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중국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걸 원치 않을 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선택이다. 북한이 서방세계와 화해하고 미국과 수교하면서 그 대가로 핵을 포기할 것이냐, 아니면 핵 보유 상태에서 미국과 대화를 하려 할 것이냐, 두 선택지를 놓고 봤을 때 북한은 핵을 가진 채로 북·미 수교를 하자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론 공식·비공식 대화의 창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역대 정부의 과오 중 하나는 개성공단을 더 키우지 못한 것이다. 인건비로 연간 북한에 흘러간 돈이 600억원인데, 그 정도로 핵 개발을 하지는 못한다. 개성공단은 북한에 자본주의 경험을 제공했을뿐더러 남북 간 대화의 창이었다. 당초 계획대로 개성공단 규모를 키웠다면 북한이 핵 개발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본다. -차성수: 세 가지 조건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첫째는 세계 질서가 재편되고 있고 둘째는 9년 동안 남북 소통 라인이 다 끊어졌다. 국정원, 통일부 어디에도 소통 라인이 없다. 신뢰 있는 소통 라인을 복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셋째는 북한이 1990년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이후 핵을 가지려 했다는 것이다. 20년 넘게 핵 하나를 갖고 버텨 왔다. 단순히 남북 간 문제로 풀 수 없다. 미국과 북한, 세계 질서 속에서 풀어야 하는 딜레마가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원칙이 있어야 한다. 전쟁은 절대 안 된다. 전쟁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을 막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난 6개월간 문재인 정부가 펼쳐 온 외교안보 전략의 핵심은 무모하고 우발적인 도발, 확전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었다. 그런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데 성공했다고 본다. ‘비핵화·평화’ 원칙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북한이 30년 가까이 판을 키워 왔으면 이제 정리할 때가 됐고, 원칙을 갖되 조급하게 빨리 해결하는 걸로는 안 된다. 북한과 직접 통할 수 있는 다양한 우회로도 만들어야 한다. 평창올림픽 개최가 목전으로 다가왔다. 북한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같은 기간 열리는 한·미군사합동훈련을 유예하는 등의 다양한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 김승훈·윤수경·송수연·이범수·최훈진 기자 hunnam@seoul.co.kr
  • 문전박대당한 中…베이징~평양 항공운항 중단

    문전박대당한 中…베이징~평양 항공운항 중단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인 쑹타오(宋濤) 대외연락부장을 만나지 않은 것은 시 주석을 문전박대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중국은 21일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대북 영향력의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한 상황에서 불쾌한 반응을 보여 사태를 키우기보다는 빨리 무마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이날 관영 환구시보의 사설은 중국의 이런 속내를 잘 드러냈다. 신문은 “양국 관계가 밑바닥에 처해 있다는 점을 일부러 숨기지는 않았다”고 특사 활동을 평가했다. 또 “북한이 유엔 제재 압박 아래에서 핵 문제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북·중은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애써 감췄다. 이 사설의 제목은 ‘북·중 관계는 한반도에 매우 중요하다’였다. 평소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한·미가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 않다”고 발뺌하던 중국이 실제로 대북 영향력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북·중 관계의 중요성을 서둘러 강조한 것이다. 지난달 19차 당대회를 거치며 집권 2기를 막 시작한 시 주석이 일정한 타격을 입은 것은 분명하다. ‘신시대 외교’를 주창한 시 주석은 한국과 사드 갈등을 ‘봉인’한 데 이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 한반도 정세의 완벽한 관리자가 되려고 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시 주석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자신을 위협하는 사람으로 여겼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미·중 정상이 모종의 합의를 하고, 북핵을 고리로 트럼프 대통령이 일거에 2500억 달러를 중국에서 끌어내는 반면 중국은 대북 제재를 점점 강화하는 상황에서 김정은은 시 주석을 대화 파트너로 여길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건은 시 주석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 것인가이다. 이번에 받은 ‘모멸감’을 대북 제재 강화로 되갚아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선 많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핵실험이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 중대한 추가 도발을 하면 대북 원유 공급을 전면 중단하거나, 미국과 함께 북한 정권 교체를 논의할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과 똑같은 입장에 서게 되면 중국은 북한을 잃는 것은 물론 동북아에서의 영향력도 잃을 수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북한을 구슬려야 한다는 말이 중국에서 먼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단 국영 항공사인 중국국제항공(Air China)이 이날 베이징~평양 항공편 운항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AP통신은 “해당 노선은 지난 20일을 마지막으로 운영이 중단됐고, 언제 재개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항공사 측은 ‘만족스럽지 못한 경영 활동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지만,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시점에 나온 결정인 만큼 미국의 결정을 의식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국제항공은 북한 고려항공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북한을 오가는 항공사였다. 이날 발표로 유엔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의 고립은 더 심화될 전망이다. 한편 시 주석을 궁지로 몰아넣은 김정은은 태연하게 경제 행보를 계속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첫 보도로 김정은이 평남 덕천에 있는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를 시찰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두 달 넘게 멈춰 세웠던 탄도미사일을 다시 쏘아 올릴지도 주목된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서울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강경화 외교 방중, 시진핑 측근 방한…북핵 공조는 탄력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1일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 준비를 위해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또 같은 날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측근으로 알려진 허이팅 공산당 중앙당교 부총장이 방한했다. 지난달 31일 한·중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봉합 이후 양국 고위급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북핵 분야에서도 한층 더 긴밀한 공조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강 외교, 오늘 왕이 부장과 회담 중국을 방문한 강 장관은 23일까지 중국에 머물며 다음달로 예정된 문 대통령의 방중 및 한·중 정상회담 준비 사항을 점검한다. 22일에는 왕이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열어 정상 방중 준비는 물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왕 부장은 강 장관에게 대북 특사인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 결과에 대해서도 설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면담 여부 등에 대해 설명할지 관심이 쏠린다. ●허이팅, 당대회 결과 설명 분주 이날 한국에 도착한 허 부총장은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에 머물며 각계 인사와 접촉한다. 허 부총장은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며 “주로 한국 정당, 언론, 경제계, 싱크탱크 등에 19차 당대회의 주요 정신을 알려 한국이 당대회와 중국 공산당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도록 하고, 양측 간의 협력을 강화하려 한다”고 방한 목적을 밝혔다. 허 부총장은 22일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을 만나 중국 19차 당대회 결과를 설명하고 한·중 협력 방향 등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허 부총장은 시진핑 지도부의 정책 및 이념에 정통한 권위자로 시 주석의 연설문을 쓰는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트럼프 “강력한 추가 대북 제재”…北·美 또다시 ‘강 대 강’ 되나

    트럼프 “강력한 추가 대북 제재”…北·美 또다시 ‘강 대 강’ 되나

    오늘 재무부 발표… 中기업 포함 북·미 관계, 협상 → 갈등 ‘이동’ 틸러슨 “우린 여전히 외교 희망” 김정은 ‘대화’ 호응 메시지 의도 긴장 줄이려는 정부입장과 배치 北도발 땐 평창 성공 찬물 우려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대북 테러지원국 재지정으로 ‘강 대 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다”면서 “북한은 핵으로 전 세계를 위협하는 것에 더해 외국에서 암살 등 국제적인 테러리즘을 지원하는 행동을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재무부의 대북 추가 제재 발표를 시작으로 2주 동안 강력한 대북 추가 제재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최고 수준의 대북 제재”라고 강조했다. 추가 제재 대상에는 중국 기업 등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재지정은 중국의 대북 특사인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빈손’ 귀국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의 대북특사 파견은) 큰 움직임이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자”며 상당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래서 재지정 데드라인(11월 2일)을 넘도록 발표를 미루면서 이번 대북특사 방문 결과를 지켜봤다. 하지만, 쑹 부장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미·중의 대북 해법을 제시할 기회도 갖지 못하는 등 사실상 북한이 미·중의 제안을 거부하면서, 트럼프 행정부도 대북 압박·제재 강도를 높이는 전략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협상’과 ‘갈등’의 갈림길에 있던 북·미 관계의 무게 중심이 ‘갈등’으로 쏠리게 된 셈이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테러지원국 재지정과 관련된 입법조치에 따라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나 수출 통제, 계좌 투자 제한 등은 있겠지만, 실제적 효과보다 정치적 의미가 셀 것”이라면서 “북·미 협상 국면 전환을 조심스레 기대해봤지만, 테러지원국 재지정으로 당분간은 강 대 강의 대결 국면이 더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여전히 북핵의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면서 ‘대화의 문’은 닫지 않았지만, 방점은 ‘압박’에 찍었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우리는 여전히 외교를 희망한다”면서도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대북 압력을 지속해서 끌어올리는 방법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지정을 통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나와서 대화하지 않는 한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제재라는 측면에서 압박이 되겠지만,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수위를 떨어뜨리려는 우리 정부 입장과는 동떨어졌다”면서 “혹시 북한의 추가 도발 등으로 이어진다면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 개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외교부의 루캉(陸慷)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테러지원국 재지정과 관련, “각국이 정세 완화와 대화·협상을 통해 한반도 핵 문제가 정확한 궤도로 복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을 많이 하길 바란다”며 불만을 에둘러 표현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서울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트럼프, 북한 테러지원국 9년 만에 재지정…“여전히 외교 희망”

    트럼프, 북한 테러지원국 9년 만에 재지정…“여전히 외교 희망”

    미국 정부가 북한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다고 2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테러를 조장하고 불법자금으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한다는 딱지를 붙여 김정은 정권의 손발을 묶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인 것으로 보인다.현재 테러지원국으로는 이란과 수단, 시리아 등이 지정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면서 “북한은 핵 초토화로 전 세계를 위협하는 것에 더해 외국 영토에서의 암살 등을 포함한 국제적인 테러리즘을 지원하는 행동을 되풀이해왔다”면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이유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오래전에 했어야 했다. 수년 전에 했어야 했다”면서 “이 지정은 북한과 관련자들에 대한 추가적 제재와 불이익을 가할 것이며, 살인 정권을 고립화하려는 우리의 최대의 압박 작전을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북한에 “북한 정권은 법을 지켜야 한다. 불법적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고 국제 테러리즘에 대한 모든 지원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21일 재무부가 발표할 추가제재 조치가 “매우 상징적인 조치”라면서 “현재의 제재들이 다루지 못한 다른 많은 행위를 금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틸러슨 장관은 이번 테러지원국 재지정 조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외교를 희망한다“면서 대화를 통한 북핵 위기의 해결을 강조했다. 북한은 이미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전방위적 제재와 미국 등의 독자제재를 받아온 터라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따른 추가제재가 미칠 직접적 타격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되면 미국과의 외교관계 복원이 매우 어려워지며, 국제사회에서도 위험천만한 불량국가로 더욱 낙인찍히는 효과가 있다. 북한은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 직후인 1988년 1월 이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됐다가 영변 핵시설 냉각탑을 폭파하고 핵 검증에 합의한 뒤 2008년 10월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됐다. 앞서 미국 정부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이복형인 김정남을 지난 2월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독살한 것과 미 대학생 웜비어의 사망을 초래한 구금·억류 행위, 이란과 공모한 핵개발 등을 거론하며 테러지원국 재지정 여부를 저울질해왔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잇단 도발을 멈추고 미·북이 뉴욕채널 등을 가동하며 대화의 접점을 찾던 중 테러지원국 재지정 카드가 나오면서 북한에 추가 무력도발 명분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 대북특사인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북한의 도발 중단을 설득하는 데 실패해 ‘빈손’으로 귀국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극약 처방’을 했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쑹타오 부장이 이번 북한 방문 기간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면담을 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 구청장 6인의 시국토론] “나라다운 나라 꿈꾼 촛불정신… 정치는 아직도 구태 머물러”

    [서울 구청장 6인의 시국토론] “나라다운 나라 꿈꾼 촛불정신… 정치는 아직도 구태 머물러”

    “숙의 민주주의 과정 긍정적…대통령 리더십 의존은 문제” ‘촛불 혁명’이 일어난 지 1주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됐다. 나라다운 나라를 외쳤던 ‘촛불 정신’은 과연 제대로 구현되고 있을까. 서울신문은 가장 일선에서 국민을 접하는 풀뿌리 지방자치단체장들로부터 민심의 현주소를 들어보고 문재인 정부 6개월을 평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영배 성북구청장, 김우영 은평구청장, 이성 구로구청장, 이창우 동작구청장, 정원오 성동구청장, 차성수 금천구청장 등 서울의 6개 자치구 구청장이 특별 좌담에 참여했다. 자치단체장 6명이 한자리에 모여 시국에 대해 토론한 것은 1995년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좌담은 지난 14일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김상연 서울신문 사회2부장의 사회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촛불과 문재인 정부 6개월 평가, 적폐 청산, 북핵과 한반도 국제정세 등의 주제로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구청장들은 지난해 광화문 광장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정신’은 국민이 주인인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와 나라다운 나라를 구현해달라는 요구로 정의했다. 부도덕하고 탐욕스러운 기득권층에 대한 분노와 공공성 강화라는 염원이 촛불에 녹아 있다는 분석도 곁들여졌다. 촛불시위 당시 성숙하고 자제력 있는 시민의식을 보여준 국민은 이제 자치의 역량을 의심받지 않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평가도 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6개월간 사회 각 분야에서 민주주의가 회복되고 진전되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평가가 많았다. 반면 정치 분야에서는 여전히 촛불민심을 따라가지 못하고 구태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도 내놨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수행에 대해서는 숙의·참여 민주주의를 통한 갈등 해결 사례 등 긍정적 평가가 많았지만 너무 대통령 한 사람의 리더십에만 의존하는 것은 문제라는 쓴소리도 제기했다.→광화문광장에서 촛불을 밝힌 지 1년이 됐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됐다. 당시의 촛불민심이 정치권에서 제대로 구현되고 있다고 보나.-이성: 국민들이 광화문광장에서 가장 많이 불렀던 노랫말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였다. 이를 토대로 촛불민심을 총체적으로 요약한다면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지극히 민주주의적이지 않았던 사례, 요즘 말하는 적폐들에 대한 분노와 법률주의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전방위적으로 민주주의를 회복해 가는 과정에서는 상당히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치권을 보면 ‘아직도’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이창우: 1년 전 광화문에서 온 국민이 요구했던 목소리는 딱 하나였던 것 같다. ‘이게 나라냐’다. 우리는 나라다운 나라의 주인이자 국민이고 싶다는 주권의식이 바로 촛불민심이다. 국민의 힘으로, 가장 민주적인 방식으로 국가권력까지 교체하는 힘을 보여줬는데 국회에서는 여전히 권력 투쟁을 일삼고 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청문 결과 보고서와 관련해 야당에서 장관을 임명하면 예산안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 자체가 국민들에게 국회는 과거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장관 후보자 검증과 예산안 처리는 별도 사안이다. 국회에서 사안마다 타당성 조사를 거쳐 확정하는데, 장관과 예산안이 무슨 연관이 있나.-김영배: 삶의 문제가 나아지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사람들이 고민이 있는 것 같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이 지나는 과정에서 자기 삶이 더 피폐해지는 현실에 절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는 새 정부가 그만큼 기대도 받고 있고 무거운 짐도 지고 있다. 최근 한 행사에서 제주 올레 서명숙 이사장을 만났다. 올레길이 10년이 됐다고 하더라. 외환위기 10년 후인 2007년 올레가 시작됐고 이후 10년 만에 720만명이 걸었다고 한다. 왜 올레가 그렇게 각광을 받을까.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예전에는 ‘빨리빨리’ 속도를 중시했다면 이제는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며 자기 삶에 대해 원천적으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 뭘까, 어떤 게 행복한 삶일까, 이런 것들을 스스로에게 묻고 답을 찾으려 하는 거다. 이것이 지난해 촛불에 녹아 있는 것 같다. 큰 틀의 방향성에 대해 사람들이 묻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권은 이제 그런 사람들의 삶과 생활, 인생의 방향, 이런 것에 대해 천착해야 되는데, 아직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차성수: 광화문광장에서 터져 나온 ‘이게 나라냐’는 말 속에는 박근혜 정권에 대한 불만, 민주주의 복원에 대한 염원 등이 전반적으로 담겨 있는 것 같은데, 나는 ‘공공성 쇠퇴’를 지적하는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공공영역이라고 하는 것이 외환위기 이후 거의 작동을 하지 않고 있다. 민주정부 시절에는 작동하려고 애는 썼는데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면 이명박 정부 이후부터는 작동 자체가 아예 되지 않고 있다. 공공성이 완전히 붕괴되면서 각자의 삶이 황폐해진 게 ‘이게 나라냐’는 외침으로 터져 나왔다. 즉, 그 말 속에는 공공성을 복원해 달라는 요구가 들어 있는 것이다. 내 삶을 바꾸는 걸로 공공성을 복원해 달라, 이명박 정부 이후 신자유주의나 시장에 의해 압도당했던, 또는 대기업에 의해 압도당했던 것들을 회복시켜 달라는 게 촛불민심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2010년 민선 5기부터 지방정부에서 공공성 복원을 위해 다양한 사업들을 해오고 있다. 무상급식, 마을공동체 사업, 사회적경제 사업 등을 이끌어 왔다. 문재인 정부도 공공성 복원을 짊어져야 할 가장 큰 짐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께서 돌봄 문제, 건강 문제, 주거개선 문제 등 삶을 바꾸는 것들을 화두로 제시하고, 국정 100대 과제에 포함시켰다고 본다. 공공성 복원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데, 문제는 이것을 구현하는 방법이 교과서처럼 딱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때문에 굉장히 복잡한 사회적 세력과 정치적 세력 간에 협치 등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앙정부 공무원들과 관료들, 정치인들이 지난 9년 동안 솔직히 공공성 복원 기능을 전부 상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공공성을 복원하는 게 더더욱 어렵다. 그런 면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가 굉장히 높고, 현 정부의 책임도 막중하지만 현실적으로 풀어나가기에는 쉽지 않다. -이성: 촛불혁명 당시 광화문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건 박근혜 정부의 실정이 제일 큰 원인이긴 하지만 또 다른 요인도 작용한 것 같다. 바로 오랫동안 쌓였던 분노다. 권력이든 돈이든 가진 자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해 그들 중심으로 사회를 바꿔가는 행태, 국민을 개돼지로 아는 관료, 갑질, 양극화 등 여러 분노가 오랫동안 국민들 가슴에 누적돼 있었다. 이런 분노가 우리 사회가 보다 정의롭고 온정적이고 배려하는 공동체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갈망으로 표출됐다고 본다.-정원오: 아주 뜻깊게 보고 있는 게 있다. 바로 숙의민주주의 전형을 보여준 신고리 원전 5·6호기에 대한 공론화위원회의 결정 방식이다. ‘숙의’(熟議), 말 그대로 깊이 생각하고 충분한 의논을 통해 결정하는 방식, 즉 숙의가 의사결정 중심이 되는 민주주의를 보게 돼 인상적이었다. 촛불은 연령별, 세대별 등 사회 구성원의 위치에 따라 다양한 정신을 담고 있다. 그중에는 국민을 무시하는, 불통과 아집으로 똘똘 뭉친 정권에 대한 저항 정신도 내포돼 있다. 이것은 참여민주주의에 대한 문제다. 신고리 원전 5·6호기와 관련해 촛불을 지지했던 사람들 중에는 원전 반대가 훨씬 많았다. 하지만 결론은 원전을 계속 짓는 방향으로 났다. 결정 과정에 국민들이 주인이 돼 참여했기에 그 결과에 대해 아무도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이것이 바로 촛불정신이 반영된 결정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87년 6월 항쟁 이후 수많은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참여’에 대한 갈망을, 말 그대로 ‘타는 목마름’으로 분출했지만 그걸 담을 수 있는 제도적 그릇이 없었다. 지금 필요한 건 다른 게 아니다. 촛불정신을 제도적으로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마련해야 한다. 그 단초는 참여민주주의를 보여준 공론화위원회에서 찾을 수 있다. 공론화위원회는 촛불정신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개헌을 통해 국민들이 불만을 갖고 있는 대의제에 대한 보완책을 담아내야 한다.-김우영: 광화문 촛불 당시 전경차를 부수거나 폭력을 행사하려는 사람들을 시민들 스스로 제지했다. 차벽에 붙은 스티커도 직접 다 뜯어내고 의경·전경들까지 자식처럼 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집단의 지혜를 발휘하며 평화적 시위의 전범을 보여줬다. 위대한 대중만큼 뛰어난 지도자는 없다는 점, 그리고 시민들이 직접 자치의 기술로 나라를 이끌어갈 때가 왔다는 것을 여실히 확인한 게 지난번 촛불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새 정부가 자치분권 개헌을 중요 국정과제로 제시한 건 아주 바람직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치의 기술 핵심은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여러 변화를 겪어 왔다. 하지만 그 변화 이후 대부분 우리 삶의 문제를 정치 세력에게 위탁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실망이 커지고 기대가 무너지면서 우리 사회는 계속 답보 상태였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답보 상태를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이제는 우리가 누구에게 기대거나 의지하지 않고, 마을 단위에서 우리의 삶의 문제를 직접 토론하고 결정하면 정부는 그 결정 내용에 대해 지원해 주는 진정한 의미의 마을자치, 분권시대로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간 협상, 사회 대타협을 통해 개헌을 이끌어내 자치의 기술에 기반을 둔 마을민주주의가 제대로 뿌리내렸으면 한다. →문재인 정부 6개월을 평가해 달라. 대통령에게 직언한다는 자세로 말씀해 주셨으면 한다. -이창우: 문재인 정부 6개월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이게 나라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국민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국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치유했기 때문이다. 국가와 국민의 상호 신뢰, 이것이 국가 최고지도자로부터 구현됐다고 평가하고 싶다. -차성수: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고 있고, 국민 지지도도 높다. 국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소통을 몸소 실천하는 등 총론적인 측면에서 굉장히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인수위원회도 없이 집권한 뒤 바로 국정 운영에 들어간 짧은 기간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다만 앞으로 국민들 삶을 바꾸는 각론적 정책 과제를 해결해야 되는데, 너무 대통령만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기대가 크기에 당연한 듯한데 걱정되는 부분이다. 앞서 얘기한 공론화위원회는 굉장히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참여와 결과의 투명성, 모든 것을 보여줬다. 앞으로도 형식은 다를지라도 이런 과정을 거친다면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는 나라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김우영: ‘퍼펙트 스톰’이라는 말이 있다. 원래는 둘 이상의 태풍이 충돌해 그 영향력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자연현상을 의미하지만 여러 개의 크고 작은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최악의 상황이 닥쳤을 때를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데도 사용된다. 문재인 정부 6개월은 그야말로 퍼펙트 스톰이었다. 북핵, 트럼프발 위기 국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인한 중국과의 갈등 등 여러 악조건이 겹쳤는데, 인사라든가 정권을 운영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가운데서도 상당히 슬기롭게 대처하고 안정감 있게 해결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가 위기에 강한 정부라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성: 대통령도 국민 속 한 사람이라는 걸 확실하게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청와대 구내식당에서 식판 들고 직원들과 함께 밥 먹는 모습에, 대통령과 나란히 사진 찍을 때, 대통령이 아이들을 만나 무릎 꿇고 앉아서 이야기하는 모습에 국민들이 환호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평범하고 당연한 일인데도 그동안 그렇게 하지 못했다. 대통령도 국민 속 한 사람이라는 것을 심어주고 있는 데서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로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70%라는 높은 지지도를 견고하게 유지하는 것도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김영배: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민주주의는 절차로서의 민주주의와 내용으로서의 민주주의, 양 측면이 있다. 사실 절차로서의 민주주의가 중요한 측면이 있다. 그런 면에서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 그동안 여러 사안을 대통령 리더십을 중심으로 이끌어온 것 같다. 참모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앞으로 민생과 관련된 여러 난제들이 닥칠 텐데, 상당히 걱정된다. 인수위가 없어 발생하는 한계인 듯하다. 인수위 기간이 있고 없고는 큰 차이가 있다. 대통령은 인수위 두 달 동안 모든 참모들과 함께 오롯이 국정을 준비할 수 있다.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분명히 한계는 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아주 무겁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 리더십은 탁월한 반면 참모가 보이지 않는 아쉬움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원오: 인수위 기간도 없이 온갖 어려운 국면에서 출범했지만 청와대 비서진과 함께 초창기를 성공적으로 보낸 것 같다. 북핵을 비롯한 여러 가지 외교적인 문제, 경제 문제 등과 관련, 총론을 잘 잡고 각론도 잘 맞춰 가면서 해결해 나가고 있다. 굉장히 긍정적으로 본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제 자치구인 성동구 마장동주민센터에 왔을 때 지방자치와 관련해 연방제에 준하는 분권을 하겠다고 최초로 선언했다. 국정과제로도 채택되고 신뢰 있게 진행돼 기대가 크다. 김승훈·윤수경·송수연·이범수·최훈진 기자 hunnam@seoul.co.kr
  • 中 “특사, 조선 중앙지도자와 회담”… 김정은 면담 여부 안 밝혀

    中 “특사, 조선 중앙지도자와 회담”… 김정은 면담 여부 안 밝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평양을 방문한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3박 4일간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20일 오후 베이징에 도착했다. 그러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났는지에 대해서는 북한과 중국 모두 밝히지 않았다.지난 17일 방북했던 쑹타오 부장은 이날 오후 6시 20여분쯤(현지시간) 중국 국제항공편을 이용해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 도착한 뒤 귀빈실을 통해 전용 차편으로 빠져나갔다. 이날 공항에는 방북 출발 때와 마찬가지로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가 마중을 나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양측은 북·중 양당 및 양국 관계, 한반도 문제 등 공동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양당 간 왕래 및 소통 강화를 하고 북·중 관계의 발전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통신은 특히 쑹 부장과 김정은의 회동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채 “특사가 방북해 조선 노동당 중앙 지도자와 만나 회담했다”고만 전했다.쑹 부장은 방북 첫날인 17일 최룡해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그 다음날인 18일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과 각각 만나 양당 및 양국 간 공동 관심사를 논의했다. 19일에는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참배하고 전통적 북·중 관계의 상징인 ‘우의탑’을 찾아 헌화했다. 북·중 양국이 최대 관심사였던 김정은과 쑹타오의 면담 여부를 공개하지 않은 것을 놓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면담이 무산됐을 가능성보다는 면담 사실을 공동으로 발표하기 위해 일단 미뤘을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러나 면담 여부를 즉각 공개하지 않은 것 자체가 북핵을 놓고 양측이 상당한 견해차를 보였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 측의 중재안을 거부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일 김 위원장이 쑹타오 특사를 만나지 않았다면 이는 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을 대놓고 무시한 셈이다. 시 주석의 구두 메시지나 친서를 지닌 중국 특사를 받기로 한 것은 김 위원장과의 면담을 전제로 한 것이었는데, 정작 면담을 하지 않았다면 문전박대한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양국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김 위원장이 쑹타오가 떠나기 직전인 20일에야 겨우 면담에 응했다면, 이것도 중국 특사를 과거와 달리 홀대해 중국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은 제17차 당대회가 끝난 직후인 2007년 10월 29일 류윈산(劉雲山) 당시 중앙선전부장을 특사로 파견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다음날 곧바로 류 부장을 만났다. 제18차 당대회 직후인 2012년 11월 29일에도 중국은 리젠궈(李建國) 당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주임을 특사로 보냈고,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다음날 리젠궈를 만났다. 특히 북한은 유엔의 대북 제재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에 상당한 불만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중국이 제시한 북핵 해결 방안인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의 군사훈련 중단)도 반대하고 있다. 한대성 주제네바 북한대표부 대사는 지난 17일 “쌍중단은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문성모 주태국 북한대사도 20일 태국 영자지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유엔 연설에서 북한을 절멸시키겠다고 선언한 리더(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와 어떻게 대화를 하겠느냐”면서 “대화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공격 계획을 철회하는 데 동의해야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방북 시진핑 특사 쑹타오, 김정은 면담 불발?…북한, 관련 보도 없어

    방북 시진핑 특사 쑹타오, 김정은 면담 불발?…북한, 관련 보도 없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쑹타오(宋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쑹타오 특사 방북의 하이라이트인 김정은 면담 여부가 20일 오후 늦게 쑹타오 특사가 중국으로 돌아간 이후까지도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번 쑹타오 특사의 방북은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60여 일간 중단한 상황에서 이뤄져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새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았다. 쑹 부장은 지난 17일부터 이어진 3박 4일간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20일 베이징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가 김정은을 면담했는지에 대한 보도는 중국과 북한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20일 쑹 부장이 이날 귀국했다고만 전했고, 중국 신화통신도 “쑹타오 특사가 방북해 조선노동당 중앙 지도자와 만나 회담했다”고만 밝혔을뿐 김정은과 면담 여부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김정은을 만났다면 사진과 함께 기사를 게재하는 것이 통상적”이라며 쑹 부장의 김정은 면담이 불발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중국의 특사 자격으로 온 인물을 안 만나준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만약 면담이 불발된다면 이는 김정은이 시진핑의 뺨을 때린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말했다. 만약 면담이 끝내 불발된 것으로 결론이 난다면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대외에 보여주는 메시지이자, 대북 제재에 점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중국에 대한 북한의 강한 불만 표출로 해석될 수 있다. 또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할 것을 사실상 예고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도발을 앞둔 경우라면 차라리 이번에 만나지 않은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은 20일 국회에서 정보위원장과 여야 간사를 대상으로 한 북한 동향 보고에서 “북한이 연내 대미 위협을 제고하기 위해 미사일 성능 개량과 평화적 우주개발을 목적이라고 하며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에선 북한이 지난 17·18차 당 대회 이후 중국의 특사 파견 때와 비교해서 자신들을 홀대했다고 여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쑹타오 부장이 지난 17·18차 당 대회 때 온 특사보다 격이 낮고, 과거엔 북한에 가장 먼저 대표단이 왔는데 이번엔 베트남과 라오스에 이어 3번째라는 점도 북한으로서는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2012년 제18차 당 대회 뒤 리젠궈 당 정치국위원 겸 전국인민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을, 2007년 제17차 당 대회 뒤에는 류윈산 당 정치국위원 겸 서기처 서기를 단장으로 한 대표단을 북한에 파견했다. 현재 쑹타오 대외연락부장은 정치국 위원보다 직급이 낮은 당 중앙위 위원을 겸직하고 있다. 그러나 면담을 했지만, 아직 보도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김정은 관련 소식이라도 이를 다음날 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중국도 북한과 보도 시점을 맞추기 위해 함구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는 김정은 면담이 불발됐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릴 수 있지만 아직은 더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라이프 톡톡] 아세안 ‘매력의 늪’ 속에서 한국외교 꽃피우는 손

    [라이프 톡톡] 아세안 ‘매력의 늪’ 속에서 한국외교 꽃피우는 손

    알려진 것처럼 대한민국 외교부의 핵심은 북핵·북미 라인이다. 외교관들은 흔히 북핵과 대미(對美) 외교를 ‘출세의 지름길’로 여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외교의 ‘변방’으로 분류됐던 아세안의 매력에 빠져 외길을 걸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한·아세안 협력사업 전문가로 외교부에 근무하는 김시은 남아시아태평양국 전문관도 그중 하나다.# 쌍방향 소통·자원·사람… 외교 ‘어깨동무’ “전임자가 아세안은 늪과 같아서 한번 발을 디디면 빠져나올 수 없다고 하더군요. 5년 가까이 아세안과 일을 하면서 저도 그 매력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 전문관은 지난 16일 외교부 청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아세안을 ‘매력의 늪’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아세안의 매력은 수도 없지만 첫째는 쌍방통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라면서 “한국과 아세안은 일방적 구애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필요에 맞는 파트너로 동반성장의 상승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또 아세안 국가들의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과 발전 의지, 풍부한 자원을 언급한 뒤 그는 “아세안의 매력은 사람을 빼놓을 수 없다”면서 “대가를 바라지 않고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그런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아세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 협력기금 내년 확대… 투명화·효율성 총력 김 전문관은 코이카 인턴을 거쳐 개발협력 관련 박사과정을 마친 뒤 2013년 입부했다. 정부의 개발협력 사업 대부분이 아세안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전공을 살려 아세안과의 개발협력 업무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1990년에 처음 만들어진 한·아세안 협력기금을 활용한 아세안 국가와의 개발 협력, 인적 자원 개발, 문화·학술 교류 등 각종 사업을 승인부터 결과 보고 단계까지 살피는 게 그의 일이다. 입부 이후 아세안 국가에는 총 19번 방문했다. 김 전문관은 “현재 700만 달러 규모인 한·아세안 협력기금이 내년에 더욱 늘어나는 만큼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기금을 활용하기 위해 운영 개선 작업과 관련 홍보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 “대통령 순방 후 큰 관심… EU같은 공동체로” 문재인 대통령의 순방 이후 대(對)아세안 외교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진 데 대해 김 전문관은 “아세안 외교가 드디어 꽃을 피운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아세안이 유럽연합(EU) 같은 하나의 공동체로서 우리에게 얼마나 큰 영향력이 있는지 깨닫고 아세안 국민 하나하나도 존중할 수 있도록 사람들의 인식이 더 나아지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김 전문관은 아세안은 물론 우리나라의 번영을 위해서도 한·아세안 협력사업을 열심히 이어 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 4월에 베트남에서 협력기금 설명 워크숍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베트남 외교부 차관이 직접 저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며 인사를 하는데 뿌듯하면서도 큰 부담과 책임감을 느꼈다”면서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진심으로 아세안을 대하는 마음이 전해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협력기금 사업 등을 통해 사람 간 관계가 중시되고 이를 통해 한·아세안 간 관계가 실제 확대될 수 있도록 기여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글 사진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퍼블릭 IN 블로그] ‘육방부’ 비판 일단 벗겠지만… 국방 내부개혁 없이는 무늬만 문민화

    [퍼블릭 IN 블로그] ‘육방부’ 비판 일단 벗겠지만… 국방 내부개혁 없이는 무늬만 문민화

    국방부 주요 보직에 민간인을 임명하는 ‘국방의 문민화’가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 문민 국방장관 임명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문민화된 국방 관료들의 역할과 책임이 무거운 이유다.# 정책실장에 해병 중령 출신 예비역 선임 주로 예비역 육군 장성이 맡던 직위에 일반직 공무원과 영관급 장교로 전역 후 오랫동안 민간에서 활동해 온 인사가 임명됐다. 국방부 핵심 요직인 국방정책실장엔 예비역 해병 중령 출신이 선임됐다. 기획조정실장과 인사복지실장엔 국장급 공무원 두 명을 승진 임용했다. 전력자원관리실장과 군구조·국방운영개혁추진실장도 민간 인사를 내정해 인사 검증이 진행 중이다. 민간 출신 대변인도 임명될 것이란 예측이다. 장관을 포함한 주요 참모들이 모두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던 이전과 달라진 모습이다. # 문민 관료들의 일관성 있는 개혁이 관건 문민화 자체보다 이를 통해 달성하려는 국방개혁이 더 중요하다. 참여정부 시절 ‘국방개혁 2020’의 실무작업 총책임자였던 송영무 장관은 그후 국방개혁이 네 차례 연기되는 걸 지켜봤다. 국방개혁은 더이상 ‘개혁’이 아닌 군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혁신 과정의 일환으로 변질됐다. 육군 중심의 군 구조도 여전하다. 북핵 대응을 위한 킬체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 등 3축 체계는 지상전 대응전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문민화된 국방 관료들이 일관성 있는 국방개혁의 토대를 마련해야 되는 이유다. 최근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정책실장의 구속을 두고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의 참모들이 다 육사 출신 선후배들이다 보니 다른 시각이 들어가긴 어려운 구조였다”고 말했다. 장관의 잘못된 정책뿐 아니라 위법·부당한 명령에도 육사 후배인 참모들이 공고한 내부 논리에 고언조차 못 했을 거란 얘기다. 같은 경험을 공유한 주류 집단에 건전한 비판자가 차단되는 건 자칫 내부 논리에 매몰된 집단적 실패를 가져올 수 있다. 육사 출신이 주류를 형성한 국방부가 ‘육방부’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 내부 소통뿐 아니라 국민 비판에도 귀 기울여야 군의 문민통제는 헌법적 가치다. 헌법은 군의 정치적 중립뿐 아니라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현역 군인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미션이 주어지면 무슨 어려움이 있어도 그걸 해내야 되는 쪽에 익숙해진 분들”이라며 “법적으로 안 되는 일도 ‘안 되면 법을 고쳐라’는 얘기들이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모 장관 시절 벽에 걸린 동그란 시계를 두고 장관이 네모나다고 말하면 그 네모난 이유를 준비해야 했다는 일화는 국방 정책을 단순한 군의 연장선상으로 여겨 왔던 군의 한 단면을 보여 준다. 군에 대한 문민통제는 한정된 국방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집중을 통해 일관성 있는 국방정책 추진을 가능하게 한다. 문민화된 국방부는 군 내부 논리뿐 아니라 국민의 건전한 비판도 수용할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다. 국방부가 ‘무늬만 문민화’가 아닌 국방개혁의 성과를 맺는 ‘진정한 문민화’를 이루길 기대한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中, 세계 평화·안정 기여”… 북핵 공개언급 없었던 北·中 접촉

    “中, 세계 평화·안정 기여”… 북핵 공개언급 없었던 北·中 접촉

    ‘시진핑(習近平) 특사’로 북한을 방문하고 있는 쑹타오(宋濤) 중국공산당 중앙대외연락부(중련부) 부장이 ‘잠행’ 중이다. 쑹 부장은 지난 17, 18일 북한의 핵심 실세인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과 북한의 외교 수장인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을 잇달아 만났으나 북한과 중국은 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쑹 부장의 표면적인 방문 목적인 중국 공산당 19차 당대회 결과 설명에만 초점을 맞출 뿐 북한 핵문제에 대해 담판을 했는지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中 “특사는 마술사 아냐… 기대 말라” 중국 중련부는 19일 홈페이지를 통해 쑹 부장이 전날 리 부위원장을 만났다고만 밝혔다. 중련부에 따르면 쑹타오는 리수용에게 “19차 당대회에서는 이번 세기 중반까지 중국이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한다는 목표와 전략을 마련했다”며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가 세계 평화와 안정에 더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평화를 강조한 대목이 눈에 띌 뿐 북핵 관련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북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쑹타오와 리수용의 회담을 전하면서 “조선반도와 지역 정세, 쌍무관계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혀 북핵 문제가 논의됐음을 시사했다. 중국이 오히려 북핵 논의의 공개를 자제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18일자 사설에서 ‘쑹 부장은 마술사가 아니다”라면서 “그의 방북에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라’고 밝혔다. “한반도 형세 완화의 관건은 북한과 미국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연쇄 면담에서 북핵 위기와 관련된 공식적인 언급이 없었다”면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제한적인 것은 김정은이 중국을 불신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한대성 주제네바 북한대표부 대사는 지난 17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미국이 합동군사훈련을 계속하는 한 미국과 협상할 가능성은 없다”며 “미국이 먼저 중단한다면 그다음에 우리가 뭘 할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대사는 “미국이 적대 정책을 유지하고 전쟁놀이를 계속한다면 우리는 방어 능력을 계속 높여 나갈 것이며 그 핵심은 핵무기”라고 덧붙였다. 리 부위원장은 회담 후 특사단을 위해 연회를 베풀었다. 쑹타오 일행은 이날 평양시 교외의 만경대 혁명학원을 참관하고 구두공장을 견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련부는 또 지난 17일 열린 쑹 부장과 북한 권력서열 2위 최룡해 부위원장의 면담 사실도 발표했다. 중련부는 “두 사람은 북·중의 전통적 우호는 전 세대 지도자들이 구축한 것으로, 양국 인민의 소중한 재산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양당·양국 관계를 앞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시주석 北문제 향후 공세적 접근 예상” 한편 국내 전문가들은 중국 특사의 방북이 앞으로 북핵 문제에 관한 미·중 간 시각차를 좁힐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보였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전체적으로 한반도 정세를 대화 쪽으로 끌고 가자는 흐름에 일조할 수 있다”고 말했으며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중, 미·중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국제사회의 엄중한 인식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재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이번 특사 방문은 중국이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압박을 하면서 유화책도 함께 펴는 양온 국면으로 가는 것”이라며 “향후 시진핑 주석이 조금 더 공세적으로 미·중 관계와 북한 문제에 접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서울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북한 김정은, 시진핑 특사 쑹타오를 만났나

    북한 김정은, 시진핑 특사 쑹타오를 만났나

    세계의 이목을 모으고 있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평양을 방문한 쑹타오(宋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회담 소식이 19일 조선중앙TV의 오후 10시 마감뉴스에 등장하지 않았다. 지난 17일 북한 평양으로 떠난 쑹 부장은 20일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라 19일 김 위원장과의 회담이 있을 것으로 추측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6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중국이 북한에 특사를 보낸다. 대단한 움직임이고, 무엇이 일어나는지 지켜보겠다”고 글을 쓸 정도로 쑹 부장의 방북에 기대를 걸었다.19일 오후 조선중앙통신이나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쑹 부장과 김 위원장의 회담 소식을 전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이 만났을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7일 있었던 최룡해 당 부위원장과 쑹 부장의 면담 소식을 18일 새벽에야 내보냈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홈페이지에도 17일 쏭 부장과 최 부위원장의 면담, 18일 쑹 부장과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정치국위원 겸 부위원장과의 면담 내용은 사진과 함께 실었지만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 대한 소식은 아직 없다. 중국 공산당은 쑹 부장이 18일 제19차 당 대회에서 시 주석이 발표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에 대해 설명했으며, 리 부위원장은 당 대회를 매우 중요시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양측은 공동 관심사에 대한 견해를 교환했다고만 했을 뿐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쑹 부장이 평양을 떠나기 앞서 20일 오전 면담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촉박한 일정 등을 고려하면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 김 위원장과 쑹 부장의 면담이 성사되면 시 주석의 친서가 전달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쑹 부장과 김 위원장의 면담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북중 관계는 더욱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의 특사를 만나지 않은 것은 북한이 중국의 메시지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2012년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의 18차 당대회 설명을 위해 방북한 리젠궈(李建國)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을 직접 만났으며, 2007년 중국의 17차 당대회 이후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류윈산(劉雲山)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서기처 서기 겸 선전부장을 면담했다. 중국 관영 영자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쑹 부장의 주된 방북 목적은 그가 베트남과 라오스를 이달 초에 찾은 것과 마찬가지로 19차 당 대회에 대한 설명이며, 평양은 마지막 일정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골짝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쑹 부장이 마술사는 아니며 그가 대화의 문을 열 수는 있을지라도 북핵 문제 해결은 북한과 미국의 손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정권은 소위 ‘4대 NO’(북한 체제의 전환을 추구하지 않는다, 김정은 정권 붕괴를 추구하지 않는다, 남북통일을 가속화하려 하지 않는다, 미군은 38선 이남에만 주둔한다) 정책을 2년 전에만 밝혔어도 한반도 상황이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을 것이란 전문가의 견해도 전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사설] 주목되는 美 국방의 북핵 대화 조건 제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북 특사 파견과 동시에 미국의 국방부 등 외교안보 라인들이 대화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그제 북핵 문제와 관련, “그들이 실험과 개발을 중단하고 무기를 수출하지 않기만 하면 대화를 위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동아태담당차관보 지명자 역시 인사 청문회에서 “한국의 동의 없이 미국이 북한과 전쟁에 나서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외교를 통한 북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미국 실무 안보 라인들의 발언은 대북 군사옵션을 배제하고 있지 않지만 외교적 해결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는 의지가 읽힌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 ‘화염과 분노’ 등 강한 군사적 색채에서 벗어난 유연한 자세다. 지난 9월 15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를 마지막으로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한 지 60일을 넘어선 상황에서 더 구체적인 대화 개시 조건을 제시한 의미가 있다. 대화의 문턱을 낮춰 모멘텀을 찾으려는 노력이다. 이는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과 다소의 뉘앙스 차이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대화의) 출발은 공격을 중단시키고 탄도미사일 개발을 멈추며 안전하고 검증 가능한 총체적인 비핵화”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완전한, 검증 가능한, 되돌릴 수 없는(CVID)’ 미국의 북핵 폐기 원칙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미국이 북한에 대화의 문은 열어 두었지만 그 입구에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워 사실상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적어도 추가 도발을 멈춰야만 대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를 미국이 수용하는 선에서 ‘최대의 압박과 관여’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어제 한·미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가 일단 압박을 통해 ‘의미 있고 신뢰할 만한’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북한을 복귀시킨다는 기존 정책 기조를 유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미·중 정상회담이 끝난 뒤 대북 특사를 보낸다는 점이다. 미국의 정확한 의중을 전달함과 동시에 중단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지난 2년 동안 중단된 고위급 접촉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북핵 해결을 위한 중재 외교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정은 정권은 모처럼 찾아온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 말고 북한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북핵 문제의 전향적 해결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 미국은 북한을 모른다, 그때도 지금도

    미국은 북한을 모른다, 그때도 지금도

    “美, 北 현실 모르고 전쟁 위협 발언” 브루스 커밍스의 ‘미국을 향한 비판’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브루스 커밍스 지음/조행복 옮김/현실문화/416쪽/2만 5000원“인천상륙작전 등에서 한·미 장병은 함께 싸웠고, 함께 죽었고, 함께 승리했다.” 얼마 전 국빈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들춘 말이다. 그 동맹, 유대의 언사와 달리 한국전쟁은 미국과 거개의 미국인에게 ‘잊혀진 전쟁’이다. 그 잊혀짐이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기억하고 싶지 않다는 ‘의도된 기억상실’을 함축한다. 한국전쟁 중 한국인 사망자는 300만명에 달하고 최소한 절반은 민간인이었다. 태평양전쟁에서 사망한 일본인이 230만명이었음을 볼 때 가공할 수준이다. 그래서 혹자는 ‘20세기 저질러진 가장 파괴적인 전쟁’으로 여긴다. 그 후유증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동북아 역학 관계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그런데도 한국전쟁은 ‘잊혀진 전쟁’으로 남아 있어야 할까.‘과거사의 직시는 건전하고 발전적인 미래를 위한 디딤돌이다.’ 책은 그 평범한 명제를 입증하듯 한국전쟁의 실상을 샅샅이 파고들어 ‘잊지 말자’고 강조한다. ‘한국전쟁의 기원’으로 유명한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 총정리판’이다. 내전 성격을 부각시킨 전쟁 발발의 배경부터 참사의 실태, 그리고 미국에 대한 경고까지 주장이나 저술 내용이 종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주목할 부분이 적지 않다.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이었던 2010년 미국에서 출간됐던 책은 최근 북핵 위기 고조 속에 국내에 뒤늦게 번역, 발간됐다.가장 도드라지는 부분은 내전을 불러온 사회적, 정치적 기원을 1930년대 일본의 식민통치기까지 확장한 점이다. 일제강점기 ‘저항세력’과 ‘부역세력’ 사이에 벌어졌던 대립의 부각이다. 한국인 중 일부는 항일운동에 참여하고 다른 일부는 일본에 협력했다. 수많은 한국인이 여기저기 끌려다니며 일본의 방대한 산업화와 전시 동원 노력에 복무해야 했던 1935~1945년 10년 동안 평범한 한국인이 겪은 경악스러운 혼란에 그 뿌리가 있다고 본다. 잘 알려진 대로 만주에서 격렬한 유격대 투쟁을 벌였던 이들은 이후 북한 지도부의 핵심 계보를 형성했다. 반면 미국은 소련 주변부에 자생 가능한 정권을 배치하기 위한 ‘대(大)초승달’ 전략에 따라 일본의 산업을 부흥시켰고 남한을 이에 연결시키는 시도를 했다. 그 갈등이 거대한 규모로 폭발하면서 한국전쟁이 발발했음에 주목한다. 북한 지도부가 강조하는 항일 경력은 여전히 북한의 정치적 정당성 유지·강화에 활용되고 있다. 이 대목에서 커밍스는 경고한다. “1950년 6월 25일이라는 시점과 3년간의 전쟁이라는 현상에만 치중하는 것은 북한 체제와 지도부를 이해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한국전쟁기 미국이 북한에 퍼부은 폭탄은 63만 5000t에 이른다. 2차대전 중 태평양전쟁 구역 전체에 투하한 50만 3000t보다 많은 규모다. 북한 22개 주요 도시 중 18개는 최소한 50%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등 북한 도시와 마을이 40~90%까지 파괴된 것으로 추산된다. 그 공습과 피해 상황은 알려지지 않았었다. 커밍스는 이렇게 쓰고 있다. “국방부 검열관들이 폭격의 끔찍한 현실을 미국 국민이 모르도록 감추었다.” 하지만 공습과 그로 인한 피해의 경험은 북한에 건설된 ‘유격대 국가’의 탄생에 일조했다고 본다. 북한 아이들은 가정과 학교에서 이 경험에 대해 거듭 교육받지만 미국인들은 이에 관해 거의 모르고 있는 게 실상이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밝힌 대목이 눈에 띈다. “그런데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북한을 겨냥해 ‘화염과 분노’를 맛볼 것이라고 위협했고 존 매케인은 ‘절멸’이라는 표현을 썼다.” “미국을 향해 미국인이 썼다.” 역시 커밍스는 말미에서 칼끝을 미국의 이해 부족과 망각으로 겨눈다. 한국전쟁은 미국의 대외정책을 결정하는 주요한 계기가 되었고 미국이 세계의 경찰국가로 발돋움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로 한국전쟁은 미국이 해외에 800여개의 군사기지를 설치하고 국내에 대규모 상비군을 갖춘 영원한 안보국가가 되게 한 계기로 평가된다. 미국의 군산복합체가 출현하게 된 결정적인 단초이기도 하다. “한국전쟁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전쟁, 버려진 전쟁이었다”고 역설한 커밍스는 이런 경고의 말로 매듭짓는다. “미국인은 그 전쟁을 장악하고 이기려 애썼지만 승리는 그들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갔고 전쟁은 그들의 기억 속에서 잊혔다. 한 가지 주된 이유는 미국인이 적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여전히 모르고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트럼프 쌍중단 발언 놓고 백악관 “美·中 입장 차 명확히 한 것”

    美국무부 “한·미 훈련-북핵 중단 못바꿔” 中 “쌍중단이 가장 합리적 해법” 재강조 미국 백악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쌍중단 불가 동의’ 주장은 미·중 간 입장 차를 확인한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미 국무부와 중국 언론 등이 여전히 쌍중단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고수하면서 양국 간 쌍중단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쌍중단 불가 동의 논란에 대해 “미·중 두 정상이 각자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두 정상은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쌍중단을) 진행할 수 없다는 데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쌍중단이 불가능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동의한 것이 아니라 쌍중단에 대한 양국 간 입장 차가 확실하다는 데 두 정상의 의견이 일치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가진 아시아 순방 보고회에서 “시 주석은 북한 핵이 중국에 중대한 위협이라는 점을 인정했다”며 “우리는 과거에 지속적으로 실패한 것들과 마찬가지인 이른바 쌍중단 합의를 용납하지 않기로 동의했다”고 말해 논란에 불씨를 지폈다. 미 국무부는 이날 한·미 군사훈련과 북핵 도발 중단은 서로 맞바꿀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며 쌍중단 불가 입장을 재천명했다. 카티나 애덤스 국무부 동아태 담당 대변인은 “이 문제(쌍중단)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여러 차례 분명히 밝혔다”면서 “적법하고 오랜 시간 지속해 온, 방어 차원의 한·미 동맹 간 연합군사훈련과 북한의 불법적 핵·미사일 프로그램 사이에는 어떤 등가성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은 쌍중단이 북핵의 유일한 평화적 해법이라는 주장을 이어 갔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쌍중단에 대한 중국 입장을 묻자 “중국의 쌍중단에 대한 입장은 매우 명확하며 우리는 현재 상황에서 가장 실현 가능하며 합리적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밝혔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이날 사설에서 “중국 외교부는 쌍중단이 한반도 위기를 해결하는 데 가장 좋은 첫출발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핵개발 중단과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 적대 관계를 완화하고 관련 국가들을 협상 테이블로 이끄는 가장 좋은 수단임을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비핵화 협상 유도 압박 재확인…60일 北 도발 중단엔 판단 유보

    비핵화 협상 유도 압박 재확인…60일 北 도발 중단엔 판단 유보

    한국과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17일 제주도에서 만나 북한을 비핵화 협상으로 유도하기 위한 제재·압박에 중점을 둔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북한이 60일이 넘게 도발을 중단했지만 분명한 입장 표명은 없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외교적·평화적인 방식의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해 양국 정상이 합의했다”며 “우리도 그 외교적 방안과 평화적 원칙을 지키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추진할까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했다”고 소개했다.이 본부장은 북한이 도발을 멈춘 상황과 관련해 “조지프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몇 번 이야기했지만 북한이 아직 의사를 밝히지 않아 (의미 있는 도발 중단으로) 계산은 되지 않는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도발 중단 상황에 대해 “너무 앞질러 좋게 해석할 수도, 비관적으로 해석할 수도 없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윤 대표도 “나는 북한이 영영 도발을 중단하길 희망한다”면서 “그러나 그들로부터 (도발 중단에 관한) 소통이 없었고 그래서 긍정적으로 해석해야 할지 그렇지 않은 것으로 해석해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후 지난 15일(현지시간) 대국민보고에서 밝힌 대북 정책 기조에 관한 미 정부의 정책 운용 방향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양측 대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북 특사인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이 본부장은 “이 시점에 상당히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며 “필요하다면 (한·미 수석대표가) 또 만나 여러 가지를 분석해 보기로 했다”고 평가했다. 윤 대표는 “중국 특사가 비핵화 목표를 진전시키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시진핑 특사’ 평양행 발맞춰… 美 “北 핵실험·개발 멈추면 대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주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여부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여부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주 초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이뤄진 북핵·무역 문제와 관련한 ‘중대발표’에서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대한 최종 결정을 유보했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60일 넘게 핵·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고 있는 북한과 대화 가능성을 타진하는 상황에서 재지정 카드로 북한을 자극할 경우 추가 도발의 구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추가 도발 등 돌발 변수가 없다면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중국의 대북 특사 방문 성과에 따라 북·미 간 대화가 급진전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이날 콜로라도주 콜로라도스프링스 북미항공우주사령부(NORAD)로 향하는 공군기에서 기자들에게 “그들(북한)이 (핵)실험과 개발을 중단하고 무기를 수출하지 않기만 하면 대화를 위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이 이례적으로 북·미 대화를 시사하면서 대화의 조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매티스 장관은 또 북한이 2개월여 미사일 등 도발을 중단한 데 대해 “미군은 상황을 자세히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북한의 도발 중단 이유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사실 미 정부도 북한 김정은 정권의 내부 움직임에 대해서는 정보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보당국은 ‘시긴트’(감청·영상정보)로 군사 동향 감시는 가능하지만 ‘휴민트’(정보원 등 내부 인적 정보)가 제한돼 북한의 의도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한반도 군사정책을 총괄할 랜들 슈라이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지명자는 이날 상원 군사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우리는 전쟁을 하거나 북한을 인정받은 핵보유국으로 대우하는 ‘양자택일의 덫’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북핵의 유일한 해법은 ‘외교’”라고 제시했다. 그는 이어 외교적 해법의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최대의 압박 작전’이 대화에 도움이 되는 환경을 창출할 기회를 부여할 것임을 믿는다”고 강조했다.한편 뉴욕타임스는 백악관이 지난주 의회에 요청한 북한 문제 긴급 예산 40억 달러(약 4조 4000억원)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스템을 방해하는 사이버 무기 개발에 쓰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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