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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티스 “유엔 대북제재 유지… 비핵화 험로”

    매티스 “유엔 대북제재 유지… 비핵화 험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3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기 전까지는 현재의 유엔 대북제재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북한과의 핵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도 예상했다.매티스 장관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7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 계기에 송영무 국방부 장관,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과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을 갖고 “북한은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 조치를 보여 줘야만 유엔 제재 해제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매티스 장관의 언급은 가시적이고 진정성 있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선행돼야만 보상 조치가 제공될 수 있다는 미 행정부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비핵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이와 관련, 매티스 장관은 “북한과의 핵 협상이 험한 길로 예상된다”면서 “이 같은 중요한 시기에 외교관이 강한 힘을 갖고 협상할 수 있도록 강력하고 단합된 군사적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샹그릴라 대화 기간에 여러 차례 접촉한 한·미 국방 당국은 북·미 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군사 분야의 ‘로키’ 기조를 유지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어적 성격의 한·미 연합훈련을 계획대로 진행하더라도 미 전략자산 전개를 자제 또는 비공개함으로써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송 장관과 매티스 장관이 전날 회담을 통해 한반도에서 진행되는 연합훈련을 로키로 진행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두 장관은 회담에서 “양국은 0.1㎜ 즉 한 치의 오차도 없다”고 확인한 뒤 이같이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한·미 연합훈련은 중단 또는 축소되지 않고 계획대로 진행한다”면서 “다만 북핵 위기가 고조됐던 지난해처럼 과도하게 홍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철수 의제가 대두될 가능성에 대해 한·미 국방 당국은 모두 “한·미 양국이 결정할 문제”라면서 일축했다. 매티스 장관은 전날 기조발언 후 질의응답 시간에 관련 질문이 나오자 “(주한미군 문제는)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가 아니며 돼서도 안 된다”면서 “한국이 원할 경우, 두 주권 민주국가(한·미)가 협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장관도 “주한미군은 한국군과 동맹 관계를 유지하면서 평화와 안정을 지켜 왔다”면서 “북핵과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샹그릴라 대화에서는 북핵 위기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지만 올해는 미국을 포함해 대부분 국가가 남중국해 분쟁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북핵 위협 감소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북핵 대화 국면에서 패싱(소외)을 우려하고 있는 일본은 북한의 생화학 무기를 포함한 모든 대량살상무기 및 모든 사거리의 탄도 미사일 폐기를 주장하는 등 북핵 위협 부각과 강력한 대북 압박 여론 전파에 여전히 힘을 쏟았다. 북·미 정상회담 경호·의전을 논의하는 양측 실무 접촉은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대표로 하는 실무대표단 일부는 전날 싱가포르 군 기지를 통해 귀국했다.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은 싱가포르 당국과 실무 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싱가포르 박홍환 기자 stinger@seoul.co.kr
  • 北 초기 핵탄두 반출·美 보상 조치… CVID 접점 찾은 듯

    北 초기 핵탄두 반출·美 보상 조치… CVID 접점 찾은 듯

    트럼프 “빅딜은 12일에 있을 것…우린 어떠한 서명도 하지 않아”지난 1일(현지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되고 오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확정됨에 따라 보름 이상 반목하던 양측이 큰 산을 넘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에 무리하게 속도를 낼 필요가 없다고 발언하고, 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 선언도 가능하다며 선제적 체제 안전 보장 조치도 언급했다. 기존에 고수하던 ‘일괄타결’ 및 ‘선 비핵화, 후 보상’에서 벗어나 북·미가 서서히 접점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 부위원장을 만난 뒤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동의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큰 협상(빅딜)은 12일에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12일에 어떤 것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과정(프로세스)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들(북한)에게 ‘서두를 필요 없다(take your time). 우리는 빨리 갈 수도 있고, 천천히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간 ‘일괄타결’ 등 단번에 해결하는 방식을 강조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비핵화 ‘과정’(프로세스)이라고 표현한 데 이목이 쏠린다. 북한의 경우 이미 핵무기 완성을 선언한 단계로 핵탄두, 탄도미사일, 핵시설, 핵설비, 핵전문인력 등을 모두 다뤄야 하는 복잡한 상황이기 때문에, 단번에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접근법’을 일부 수용하면서 북·미 간에 접점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그간 너무 성급하게 비핵화 속도를 내면서 북한과 갈등을 빚었을 뿐 아니라 미국 내부에서 정치적 목적을 위해 북핵 문제를 다룬다는 비판을 받은 점을 고려한 발언인 것 같다”고 말했다.비핵화 로드맵상 북·미 간 접점은 ‘프론트 로딩’(선 비핵화 중대 조치) 방식으로 보인다. 첫 조치부터 북한은 핵탄두 반출과 같은 중대한 비핵화 조치를 하고 미국은 상응하는 보상을 주는 방식이다. 총 2단계이기 때문에 북한이 원하는 단계적 방식은 맞지만 미국이 원하는 속전속결 비핵화이기도 하다. 이상적으로 전개되면 9~10월까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탄두를 반출한 뒤 연말까지 미국이 테러지원국 해제, 무역대표부 설치 등 체제 안전 보장 및 경제제재 완화 조치를 할 수 있다. 또 내년부터 2020년까지 2단계에서는 북핵 검증·사찰, 핵시설·핵설비 폐기, 핵인력 관리와 같은 비핵화 조치에 따라 미국은 북·미 수교, 평화협정, 경제협력 등의 보상 조치를 해 줄 것으로 보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종전 선언’ 카드를 꺼냈다. 그간 북한이 먼저 중대한 비핵화 조치를 하도록 압박했다면,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에 따라 외려 선제적으로 종전 선언을 통해 체제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다는 뜻이다. 북측의 불신을 줄이기 위해 종전 선언으로 구속력을 담보하는 동시에, 북으로부터 보다 전향적인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 내기 위해 ‘당근’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체적인 수준에서 걸림돌은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이 민감해하는 인권 문제를 오는 12일에 꺼낼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럴 수 있다. 아마도 무척 자세하게”라고 답했다. 북한이 반출할 핵무기의 범위나 개수 등을 정해야 하고 반출 기간도 확정해야 한다. 북의 중대한 비핵화 조치에 따라 미국이 줄 구체적인 보상 조치 및 시점도 논의해야 한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트럼프가 염두에 둔 美蘇 군축협상… ‘2년 밀당’ 있었다

    트럼프가 염두에 둔 美蘇 군축협상… ‘2년 밀당’ 있었다

    미·소 1985년부터 5차례 회담 레이건·고르비 첫 회담 빅딜 무산 2년 만에 부분 무기 감축 합의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 정상회담을 일회성이 아닌 여러 차례 열 수도 있다는 입장을 지난 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수차례 회담을 통해 타결했던 전략무기 감축 협정을 협상 모델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소련의 정상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무기 감축 협상을 위해 처음으로 만난 것은 1985년 1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였다. 전 세계가 레이건과 고르바초프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에서 ‘빅딜’을 고대했지만 두 정상은 전략무기 감축 등 주요 의제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다만 후속 정상회담을 이듬해인 1986년 미국과 1987년 소련에서 열자는 데만 의견을 일치시켰다. 표면적으로는 아쉬움만 남긴 회담이었지만, 40년간 대치하며 서로를 비방해 온 양국의 정상이 처음으로 우정과 신뢰를 쌓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역사의 전환점이 된 회담이었다는 후대의 평가가 나왔다. 레이건은 회고록에서 “고르바초프와 나는 화학작용을 일으켜 우정과 대단히 유사한 뭔가를 만들어 낸 게 분명하다”고 밝힌 바 있다. 두 정상은 그로부터 1년여 만인 1986년 말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두 번째 회담을 가졌지만 역시 이때도 합의는 도출하지 못했다. 그리고 또다시 1년이 흐른 1987년 말 워싱턴 회담에서 양국은 핵탄두 장착용 중·단거리 미사일을 폐기하는 내용의 중거리핵무기폐기협정(INF)을 체결했다. 처음 정상회담을 가진 뒤 2년여 만에 부분적인 전략무기 폐기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는 협정을 체결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두 정상은 1988년에도 모스크바와 뉴욕에서 재회하는 등 매년 회담을 가졌다. 이후 미·소 정상회담은 레이건의 후임인 조지 H 부시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간 회담으로 이어졌다. 1989년 몰타 회담에서는 냉전 구조의 종언을 선언했고, 1991년 모스크바 회담에서 드디어 전략무기감축협상(START1)에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데이비드 레이놀즈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저서 ‘정상회담’에서 “1985년 11월 서리 내린 제네바에서 시작돼 여러 차례 거듭된 양국 정상의 만남으로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전개됐던 냉전은 핵무기의 폭발음이나 비명소리로 끝나지 않고 다정한 악수와 함께 끝나게 됐다”고 레이건과 고르바초프의 첫 정상회담을 평가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미 국방 “주한미군 철수는 북미회담 의제 아니다”

    미 국방 “주한미군 철수는 북미회담 의제 아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2일 “주한미군 문제는 한국이 원할 경우, 한미가 결정할 것”이라면서 “북한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매티스 장관은 이날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제17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 남북관계 진전에 따른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매티스 장관은 주한미군 문제가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가 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주한미군 문제는) 북미 정상회담의 아젠다는 아니며, 되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주한미군 문제는 한국이 원할 경우, 두 주권 민주국가(한미)가 협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북 군사옵션이 협상 테이블에 있는지, 북미 정상회담 때 군사적 압박이 거론될 것인지 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말한 것처럼 북한 문제는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는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외교관들이 노력하고 있으며 싱가포르에서도 마찬가지”라면서 “이들의 성과에 따라 결정될 문제”라고 답했다. 매티스 장관은 ‘미국의 리더십과 인도·태평양 안보 도전 과제’ 주제의 기조연설 대부분을 남중국해 등에서 군사적 위협을 가속화하고 있는 중국을 비난하는데 할애했다. 그는 “(중국이) 지대공미사일과 폭격기 등을 배치하는 등 남중국해 군사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이는 2015년 시진핑 주석의 백악관 공동성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 해군 훈련인 림팩 훈련에 중국이 참가하지 못하도록 최근 조치한 것도 이 같은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화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매티스 장관에 이어 기조연설에 나선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에서 전쟁과 대립의 역사를 청산하고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역사적 계기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송 장관은 “지금 우리는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고 있다. 우리는 이 소중한 기회를 살려 반드시 모두가 바라는 결과를 성취해야 한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은 스스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결단을 보여줬다”고 평가한 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해 세계사에 남을 역사적 합의를 이루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판문점 선언’의 군사분야 해당사항인 ▲일체의 상호 적대행위 중지 ▲비무장지대의 실질적 평화지대화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의 평화수역 조성 등을 북한 측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면서 “쉬운 분야부터 합의해 점진적으로 차분하게 이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 붕괴, 흡수통일, 인위적 통일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한반도 현 상황과 관련, 송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을 중요한 요인으로 꼽아 눈길을 끌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한 참석자가 ‘북미정상회담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 폐기를 하고 한국과 일본을 공격할 수 있는 단거리미사일은 유지하기로 합의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일본과 한국을 겨냥한 단거리 유도탄에 대해서는 북한이 국제사회로 나오고 경제 개발되고 체제가 유지되고 외교관계를 맺으면 점진적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답변했다. 송 장관은 “사용할 필요도 없는 무기를 굳이 발전, 유지한다는 것은 경제개발에 투입될 예산을 유지하는 것이므로 폐기될 것”이라며 “(남북 간에) 군축협상도 이뤄지면서 해결해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CVID는 꼭 지켜져야 하는 약속이고, 검증을 거쳐서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것이 북한에도 유익하고 국제사회로 나오는 북한도 그것을 허용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서는 “북핵 문제와 별도의 사안”이라며 매티스 장관과 같은 입장을 전했다. 그는 “주한미군이 한국군과 동맹 관계를 유지하면서 한국전쟁 이후 평화와 안정을 지켜왔다”면서 “또 다른 시대에 대비해 한·미동맹, 주한미군 역할은 새롭게 발전하면서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보장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전 진행된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매티스 장관은 “역사적 순간에 우리가 함께 여기에 있다”면서 “우리 생각은 외교관들과 함께 한다”고 말했다. 회담을 마친 뒤 매티스 장관은 “엑설런트(탁월함)”라고 평가했고, 송 장관은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어 만족할만한 회담이었음을 시사했다. 이날 회담에서 종전선언 문제 등은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박홍환 기자 stinger@seoul.co.kr
  • [길섶에서] 트럼프 팔로잉/문소영 논설실장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자신의 게시물을 받아 보는 누군가를 ‘팔로어’(follower)라고 하고, 남의 게시물을 따라다니면 ‘팔로잉’(following)한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계정을 지난 1월부터 팔로잉하고 있다. 그는 주류 언론을 ‘패싱’하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본인의 일정과 정책을 트윗하기로 유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업무를 개시하는 미국 시간으로 오전 8~11시(한국시간 오후 9~12시)는 아주 따끈따끈하다. 북핵 관련 트윗을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외에도 미 관료 다수를 따라다닌다. 지난 1월에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계정도 따라다니다가 그가 경질된 3월 13일 이래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으로 팔로잉을 갈아탔다. 공식 백악관 계정은 물론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등도 따라다닌다. 최근엔 알림 기능도 켜 놓았다. 밤잠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일이 백악관에서 자꾸 발생하는 탓이다. 경제에서 미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감기몸살로 쓰러진다고 했는데, 요즘 한반도의 외교안보가 그렇다.
  • 통역 없이 막후 조율 중심엔 한국계 ‘양金’

    통역 없이 막후 조율 중심엔 한국계 ‘양金’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체제 안전 보장이라는 민감한 현안을 다루는 북·미 대화에서 한국어로 소통이 가능한 한국계 미국인이 맹활약하고 있다. 미국 대표인 이들은 공식 석상에선 한국어를 쓰진 않지만 통역을 거치지 않고 북측 대표의 발언을 이해할 수 있는 만큼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진정성을 확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앤드루 김, 폼페이오 방북 때 통역·뉴욕회담 배석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31일(현지시간) 뉴욕 회담에는 앤드루 김(한국명 김성현)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센터(KMC)장과 마크 램버트 국무부 한국과장이 미국 측 배석자로 참석했다. 김 센터장은 폼페이오 장관의 지난 3월 첫 방북 이전부터 평양에 들어가 실무를 조율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면담에도 배석해 북핵 협상의 막후 조율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그는 한국어와 영어에 모두 능통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당시 통역 역할을 겸했지만 이번 뉴욕 회담에는 실무자로 참석했다. 북·미 간 실무 협상을 주도해 왔던 만큼 협상 내용의 진행 과정도 잘 알고 있다는 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날 북·미 고위급 회담에는 또 다른 한국계인 KMC 부센터장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 김, 판문점 협상… “뉘앙스 해석없이 北과 대화” 판문점 회담에서는 성 김(한국명 김성용)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가 나서고 있다. 그가 이끄는 실무 협상 대표단은 지난달 27일과 30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이끄는 협상팀과 의제를 조율했다. 판문점 협상팀에는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 랜들 슈라이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북측과의 추가 조율 가능성에 대비해 방한 일정을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한국어 능통 직원 대거 싱가포르 차출 백악관도 최근 미국 재외공관 직원 중 한국 관련 근무를 해서 한국어에 능통한 직원을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싱가포르로 대거 차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통역뿐 아니라 회담 기간 북한 인사를 상대로 전방위적 접촉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통역을 거치지 않는다는 것은 내용보다 마음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들이 (공식 석상에서) 한국어를 쓰진 않지만 (배석해서) 들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진정성을 확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북미 접촉 올바른 방향” 성 김 판문점 대표단 밝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27일과 30일 판문점에서 북한과 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의를 했던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 등 미국 대표단을 1일 접견했다. 북·미 간 정상회담 협상이 급진전되는 가운데 한·미 간 공조가 긴밀히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김 대사를 비롯한 앨리슨 후커 백악관 한반도 보좌관, 랜들 슈라이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 미국 실무대표단은 이날 오후 5시 30분쯤 서울 광화문 외교부 청사에서 강 장관을 만났다. ‘한반도 운전자론’으로 북·미 간 중재자로 적극 역할을 했던 우리 정부가 미국 대표단으로부터 일종의 ‘브리핑’을 받고 향후 대책을 협의한 셈이다. 이 자리에서 김 대사는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미국 국무부)이 지적했듯 예정된 정상회담까지는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며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북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회동,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의 회동까지 우리가 지금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지금은 우리 두 국가에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며 “내 생각에 우리는 정말로 생각이 일치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김 부위원장과의 회담 이후 폼페이오 장관과의 아침 전화를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폼페이오 장관이 여러분 미측 대표단으로부터 매일 보고를 받을 것이고 여러분은 계속 북한 측과 대화를 할 텐데, 현재까지 여러분의 북측과의 판문점 협상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공유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한·미 정부가 상시적으로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는 정황은 그간 수시로 포착됐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간 실무급 회담에 대해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순조롭게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상당 부분 회담 진척 상황을 파악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강 장관과 미국 실무대표단 면담 몇 시간 전 폼페이오 장관도 미국에서 한·미 간 ‘찰떡 공조’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김 부위원장과 뉴욕 회담을 마친 뒤에 연 기자회견에서 한·미·일 3국의 공조 문제에 대해 “빛 샐 틈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도달할 합의는 그 나라들(한국과 일본)도 서명할 수 있는 결과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북핵 협정 체결 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것은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로 이 자리에서, 또 앞으로 어떤 협상 과정에서도 (내가) 말하진 않겠다”며 “(주한미군) 감축에 관한 일은 국방부의 현안”이라고 피해 갔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좌우시대 30년 종언…한국정치를 지배할 3대 프레임

    좌우시대 30년 종언…한국정치를 지배할 3대 프레임

    1987년 12월 대통령 선거. 국민 대부분은 민주화 세력을 대표하는 김영삼과 김대중 가운데 한 명이 후보로 출마하면 확실하게 이기는 싸움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양 김씨가 모두 출마하면서 노태우가 어부지리로 당선됐다. 다음해 4월 벌어진 총선. 평화민주당, 통일민주당, 민주정의당, 신민주공화당의 ‘4당 체제’가 형성됐다. 대선도, 총선도 맘대로 되지 않자 김영삼은 다급해졌다. 4당 체제에서 대통령이 되는 일은 불가능했다. 그는 결국 1990년 김대중의 평화민주당을 제외한 ‘3당 합당’을 성사시킨다. 박정희가 썼던 ‘반(反)호남 지역연합’을 내걸었다. 3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김영삼 대세론’을 펼쳤다.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재산 공개와 군부 내 사조직인 하나회 축출을 통해 자신의 행보를 정당화했다. 3당 합당과 군사독재 잔재를 털어내는 정치적 세탁 과정에 이르기까지 김영삼이 만든 프레임은 큰 힘을 발휘했다. 이 과정을 거쳐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한다.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고, 산업화를 주도하며, 민주화의 성과를 적극 흡수한다’는 기치를 내건 정치세력, 한국의 ‘보수’는 이렇게 탄생했다.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에 따르면, 프레임은 사람들이 어떤 입장을 갖게끔 여러 명제를 연동시키는 내용의 구조물이다. 크기와 모양이 없는 고도로 신축적인 개념이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 여론 지형에 정착하면 사람들 무의식에 깊숙이 자리한다. 정치는 프레임 전쟁이다. 누가 더 많이 사람의 뇌 속에 자신의 프레임을 심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용어만 사용하지 않았을 뿐, 한국정치는 프레임 전쟁 과정이었다. 김영삼이나 김대중은 가히 프레임 전쟁의 대가였다. 이명박은 앞서 김대중, 노무현 진보세력 10년에 맞서 박정희 시대 ‘산업화 신화’ 프레임을 내걸어 대통령이 됐다. 박근혜는 집권 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비롯해 김기춘의 블랙리스트 등 ‘좌우’ 프레임으로 몰락을 자초했다. ‘두 번째 프레임 전쟁이 온다’의 저자 박세길은 바로 지금이 ‘새로운 프레임 전쟁이 시작되는 시점’이라 주장한다. 민주화 운동세력의 필독서로 불린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돌베개)를 냈던 그는 앞선 30년을 ‘진보 대 보수’, ‘노동 대 자본’, ‘북한 대 남한’ 등 적대적인 양자 프레임 구도로 해석했다. 그는 이 ‘첫 번째 프레임’이 2017년 촛불 시민혁명으로 종식됐다고 봤다. 그러면서 앞으로 30년 동안 새로운 시대를 이끌 ‘두 번째 프레임’ 전쟁도 예고했다. 두 번째 프레임의 핵심은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체제 구축’, ‘개인의 창조적 역량에 기초한 상생의 경제 생태계 형성’이다. 저자의 말대로 첫 번째 프레임의 붕괴 조짐은 곳곳에서 보인다. 지금까지 한반도 냉전 핵심축은 미국과 북한 간 적대관계로 형성됐다. 북한의 핵개발은 이러한 적대관계의 지속이 빚어낸 부산물이었다. 그렇다면 북·미관계 변화를 중심으로 한 적대관계 청산은 북핵 문제의 근원적 해결책일 수 있다. 바꿔 말해 북한이 더는 핵무장에 집착할 필요가 없게 하는 것이야말로 북핵 문제 해결의 가장 확실한 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북핵 문제는 위기인 동시에 한반도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절호의 기회가 된다. 저자는 다만 경제 문제에서 진보 세력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기에 진보세력 다수가 신자유주의를 추종하면서 정권을 뺏긴 점에 주목했다. 문재인 정부가 다시 정권을 잡았지만, 제대로 된 경제 정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이와 관련, 향후 30년 동안 벌어질 프레임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세 가지 필승 프레임도 제시했다. ‘사람 중심 대 자본 중심’, ‘수평 대 수직’, ‘생태계 대 포식자’ 프레임이다. 이를 재빨리 파악하고, 어떤 전략을 짜느냐에 따라 진보와 보수의 운명도 크게 달라질 것이란 이야기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북미 접촉 올바른 방향” 성 김 판문점 대표단 밝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27일과 30일 판문점에서 북한과 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의를 했던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 등 미국 대표단을 1일 접견했다. 북·미 간 정상회담 협상이 급진전되는 가운데 한·미 간 공조가 긴밀히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김 대사를 비롯한 앨리슨 후커 백악관 한반도 보좌관, 랜들 슈라이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 미국 실무대표단은 이날 오후 5시 30분쯤 서울 광화문 외교부 청사에서 강 장관을 만났다. ‘한반도 운전자론’으로 북·미 간 중재자로 적극 역할을 했던 우리 정부가 미국 대표단으로부터 일종의 ‘브리핑’을 받고 향후 대책을 협의한 셈이다. 이 자리에서 김 대사는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미국 국무부)이 지적했듯 예정된 정상회담까지는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며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북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회동,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의 회동까지 우리가 지금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지금은 우리 두 국가에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며 “내 생각에 우리는 정말로 생각이 일치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김 부위원장과의 회담 이후 폼페이오 장관과의 아침 전화를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폼페이오 장관이 여러분 미측 대표단으로부터 매일 보고를 받을 것이고 여러분은 계속 북한 측과 대화를 할 텐데, 현재까지 여러분의 북측과의 판문점 협상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공유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한·미 정부가 상시적으로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는 정황은 그간 수시로 포착됐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간 실무급 회담에 대해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순조롭게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상당 부분 회담 진척 상황을 파악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강 장관과 미국 실무대표단 면담 몇 시간 전 폼페이오 장관도 미국에서 한·미 간 ‘찰떡 공조’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김 부위원장과 뉴욕 회담을 마친 뒤에 연 기자회견에서 한·미·일 3국의 공조 문제에 대해 “빛 샐 틈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도달할 합의는 그 나라들(한국과 일본)도 서명할 수 있는 결과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북핵 협정 체결 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것은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로 이 자리에서, 또 앞으로 어떤 협상 과정에서도 (내가) 말하진 않겠다”며 “(주한미군) 감축에 관한 일은 국방부의 현안”이라고 피해 갔다.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18년 전 처럼 ‘트럼프-김영철’ 북·미 공동코뮤니케 낼까?

    18년 전 처럼 ‘트럼프-김영철’ 북·미 공동코뮤니케 낼까?

    1일(현지시간)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회동에서 18년 전인 2000년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백악관 방문 때처럼 ‘북·미 공동코뮤니케’와 같은 의미 있는 성과물이 나올지 주목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로 미국을 방문한 군부 실력자 조명록은 2000년 10월 워싱턴에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과 회담한 뒤 빌 클린턴 대통령을 예방하고 북·미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는 ‘북·미 공동 코뮤니케’를 발표했다. 공동발표문에는 “북·미 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조치를 취하고, 정전협정을 평화체제로 전환하고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4자회담 등 여러 방도를 인정한다’는 획기적 합의가 담겼다. 이와 함께 적대관계 청산, 상호 불신 해소와 신뢰 구축, 자주권에 대한 상호 존중과 내정불간섭 원칙, 경제교류 협력, 미사일 문제 해결 등이 포함됐다. 이 합의는 이후 북·미 관계 개선의 이정표가 됐다. 조명록의 방미 일정이 끝난 지 불과 열흘 만에 올브라이트 장관은 평양을 방문해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성사됐다면 북·미 정상의 첫 만남으로 기록됐을 회담이었다. 북·미 정상회담을 시작하기도 전에 조명록이 클린턴과 이런 합의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북·미 간 사전 협의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비롯해 양국관계를 가로막았던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된 뒤였기 때문이다. 1994년 북·미는 북핵 시설 동결과 대북 경수로 지원을 맞바꾸는 제네바 합의를 체결했다. 1999년에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유사한 미국의 대북정책 로드맵 ‘페리 프로세스’가 나왔다. 그해 9월 베를린에서 열린 북·미 미사일 협상에선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모라토리엄)’와 ‘대북 경제제재 해제’에 합의했다. 북·미간 최대 현안인 핵·미사일 문제의 해결 가닥이 잡히면서 북·미 관계 개선의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관계개선의 피날레를 장식할 북·미 정상회담을 열려면 이미 공감을 이룬 문제에도 확실한 도장을 찍어둘 필요가 있었다. 북·미 공동 코뮤니케는 북·미 정상회담의 확실한 성공을 위해 양측이 만들어낸 일종의 ‘징검다리’였다. 그러나 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김영철 부위원장의 만남에선 북·미 공동코뮤니케와 같은 합의문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18년 전 북·미 공동코뮤니케가 발표될 당시는 북·미 정상회담 합의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올브라이트 장관이 대북 특사로 평양을 방문한 뒤에야 북·미는 정상회담에 전격 합의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김영철이 들고 갔고, 북·미 정상회담이 조만간 이뤄지는 상황에서 굳이 코뮤니케를 발표할 필요는 없다”면서 “북·미 정상회담 때 합의문을 내면서 깔끔하게 마무리 짓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간적 여유도 없다. 미국의 갑작스런 북·미 정상회담 취소 선언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뒤늦게 실무협의가 진행돼 공동코뮤니케를 발표할 만큼 완벽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김영철 부위원장과 회담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제 김 위원장의 결단이 필요한 때”라고 언급했다. 뉴욕 회담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으나 핵심 사안에 대한 논의는 미처 매듭짓지 못해 이에 대한 김 위원장의 결심을 요구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전현준 우석대 초빙교수는 “합의문을 내기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직접 의견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도 “북·미 정상회담이 얼마 안 남았는데, 코뮤니케를 발표해버리면 북·미 정상회담의 의미가 축소된다”고 지적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길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굳이 북·미 합의 내용의 윤곽을 먼저 밝혀 김빠지는 상황을 만들진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트럼프 “북한 비핵화에 미사일 포함…회담 두 번, 세 번 해야 할 수도”

    트럼프 “북한 비핵화에 미사일 포함…회담 두 번, 세 번 해야 할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비핵화 합의를 하기 위해서는 한 번 넘게 회담이 필요할 수 있다”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공화당 모금행사를 위해 텍사스주로 이동하는 전용기 안에서 진행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다음 달 12일 열리길 희망하고 있다”면서 “회담을 위한 절차들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회담이 의미가 있길 원한다”면서 “한 번의 회담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회담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북핵 폐기를 설득하기 위한 미국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차 회담이 필요하다는 말일 수도 있고, 낮은 단계의 실무회담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말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한 비핵화에는 미사일도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핵 폐기와 더불어 핵무기를 미국으로 실어나를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문제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뉴욕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고위급 회담을 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1일(현지시간) 수도인 워싱턴DC를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편지에 뭐라고 적혀있는지 보길 고대한다. 그것은 그들(북한)에게 아주 중요하다”면서 김 부위원장이 친서 전달을 위해 워싱턴DC로 올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에 무슨 내용이 적혀있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면서도 “그것(친서 내용)은 매우 긍정적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북한 정부의 고위인사가 미국의 수도를 방문하는 것은 2000년 북한 조명록 차수 이후 18년 만이다. 2000년 10월 10일 조 차수는 국무부에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면담한 뒤 백악관으로 가 빌 클린턴 대통령을 예방한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CVID 완전한 핵폐기…CVIG 완전한 체제보장, PVID 영구적 핵폐기…CPD 완전·영구적 폐기

    북한과 미국의 역사적인 6·12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핵 문제 해법을 둘러싼 용어도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우선 자주 사용되는 용어로는 CVID를 들 수 있다. 2002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개발 의혹이 불거진 뒤 미국은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 개념을 들고 나왔다. PVID(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자신의 취임사에서 언급한 개념이다. 기존 CVID에 ‘영구적’(Permanent)이란 표현을 더해 핵무기 해외 반출 등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를 강조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 표현에 대해 북한이 반발하면서 현재는 CVID로 돌아갔다. CVIG(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Guarantee)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 보장을 뜻한다. 북한이 CVID에 나설 경우 미국이 북한에 약속하겠다는 체제 보장 등이 포함된 용어다. CPD(Complete and Permanent Dismantlement)는 ‘완전하고 영구적인 폐기’를 뜻하는 말로, 지난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전화 통화에서 나왔다. 북한의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의 완전하고 영구적인 폐기를 뜻하는 것으로 기존 CVID와 PVID의 첫 단어를 합친 것으로 더 강경한 비핵화 요구로 볼 수 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러 외무 “北제재 풀어야 북핵 완전 해결”

    러 외무 “北제재 풀어야 북핵 완전 해결”

    라브로프 장관 9년 만에 방북 “비핵화 단계적 조치·보상 필요” 김정은 만나 러시아 방문 요청북·미 정상회담이 다가오면서 소외론이 제기된 러시아와 일본이 북·미와의 접촉을 늘리는 등 주변국 움직임이 긴박해지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30일(현지시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과 첫 전화 통화를 했다고 미 국무부가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통화에서 “미국의 국내 정치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워싱턴 정가는 미·러 외교 수장의 통화가 미국 내 정치 문제보다는 ‘북·미 정상회담에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를 더 담고 있다고 해석했다. 미국은 지난 7~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방중 이후 북한의 태도가 강경해진 것을 놓고 ‘중국 배후설’을 제기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까지 북한과 긴밀히 접촉해 북·미 정상회담에 영향을 미친다면 미 정부는 난처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중국에 이어 러시아까지 북한에 영향을 미친다면 세기의 담판을 앞둔 북·미가 비핵화 방식 등에서 접점을 찾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이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폼페이오 장관이 라브로프 장관과 통화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또 31일 9년 만에 북한을 방문, 최고인민회의 건물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회담을 한 데 이어 김 위원장과도 만났다. 라브로프 장관은 회담 후 “북한에 대한 제재 해제 없이 한반도 핵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며, 비핵화는 한 번의 조치로는 불가능하고 단계적 해결이 필요하다. 각각의 국면에서 교섭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타스통신이 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남북한 판문점 선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그 이행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며 러시아의 참여를 통해 실현돼야 하는 철도 연결 사업도 언급돼 있음을 상기시켰다. 라브로프 장관은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요청하기도 했다. 최근 보폭을 넓히고 있는 일본도 아베 신조 총리가 북·미 정상회담을 닷새 앞둔 오는 7일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지난 4월 중순에 이어 2개월도 안 돼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으로, 일본 측이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주제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과 북한 핵·미사일의 완전한 폐기 공조가 될 전망이다. 고노 다로 외무상도 앞서 6일쯤 방미, 폼페이오 장관과 회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뉴욕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허무하게 끝난 ‘조·올의 꿈’… 북·미 18년 만에 다시 꿈꾼다

    허무하게 끝난 ‘조·올의 꿈’… 북·미 18년 만에 다시 꿈꾼다

    2000년 10월 훈장이 주렁주렁 달린 군복을 입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특사가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을 방문했다. 북한 권력 서열 2위로 김 위원장의 최측근이자 군부를 대표하는 실력자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인민무력부 총정치국장이었다. 사상 처음으로 북한 고위급 인사가 미국 땅을 밟은 것이다.조명록은 백악관에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을 예방하고 이튿날 북·미 관계 개선과 평화체제 구축 의지를 밝힌 ‘북·미 공동 코뮈니케’를 발표했다. 뒤이어 같은 달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평양을 전격 방문해 김 위원장을 면담하고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전격 합의했다. 불가능해 보이던 북핵 문제 해결과 북·미 적대관계 청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성사됐다면 한반도의 운명을 바꿨을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은 같은 시기에 터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그해 11월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으로 물거품이 됐다. 그후 북한은 6차례 핵실험을 통해 핵무력을 완성했고 지금에 와서야 다시 북·미 정상회담이 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18년 전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지금이야말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마지막 기회라는 얘기가 나온다. 조명록의 뒤를 이어 31일 북한 고위급 인사로는 18년 만에 미국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조명록과 올브라이트가 못 다 이룬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도정의 마지막 단계인 김영철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만남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8년 전 조명록의 방미가 이뤄진 때는 미국의 ‘페리 프로세스’ 발표로 북핵 위기가 누그러지고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완화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선언에 이어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한반도 문제의 획기적 진전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 시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4·27 남북 정상회담과 5·26 남북 정상회담을 열어 북·미 정상회담을 중재한 것처럼, 당시에도 한국 정부의 활약이 빛났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일의 대화 의지를 확인한 김대중(DJ) 당시 대통령은 회담 직후 황원탁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백악관에 급파해 클린턴에게 회담 결과를 자세히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미 관계를 개선하려면 김정일 위원장과 직접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반응은 좋았다. 7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아지역안보포럼을 계기로 북·미는 즉각 첫 외교장관 회담을 열어 김정일의 미국 특사 파견 문제를 협의했다. 김정일은 그로부터 석 달 뒤 특사 파견을 결정했다.샌프란시스코를 거쳐 10월 9일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 도착한 조명록은 군복 차림으로 클린턴을 만나 김정일의 친서를 전달했다. ‘북한 인민과 군대가 안보에 아무런 위협이 없다고 확신할 수 있다면 미국이 우려하는 안보 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며 관계 정상화를 희망한다는 요지의 친서였다. 클린턴을 평양으로 초청한다는 김정일의 메시지도 전달했다. 이에 클린턴은 “먼저 사전 조율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며 올브라이트의 평양 방문을 제안했다. 이런 북·미 공감대를 바탕으로 올브라이트는 미국 고위층 인사로는 처음으로 2000년 10월 23일 오전 7시 평양 땅을 밟았다. 웬디 셔먼 대북정책조정관, 스탠리 로스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 로버트 아인혼 비확산담당 차관보, 찰스 카트먼 한반도평화회담담당 대사, 잭 프리처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담당 국장 등 선발대 50여명과 기자단 57명 등 210여명이 수행했다. 올브라이트의 첫 일정은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 방문이었다. 김정일 면담은 방북 둘째 날 있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첫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올브라이트는 회고록에서 “도착 첫날 점심식사를 하던 중 오후에 예정된 모든 일정이 취소되고 김 위원장을 만나기로 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올브라이트는 김정일에게 클린턴의 친서를 전달하고 3시간가량 회담했다. 그는 김정일에게 “북한 미사일과 관련한 만족스러운 합의 없이 내가 클린턴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권유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자 김정일은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며, 미사일 문제는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면서 “성실하고 진지하게 대화를 나눈다면 우리가 못 해낼 일은 없다”고 밝혔다.이 자리에서 김정일은 시리아와 이란에 미사일을 수출하는 것은 외화벌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회담 뒤 올브라이트는 김정일의 안내로 5·1경기장에서 열린 집단체조와 카드섹션 ‘아리랑 공연’을 관람했다. 당시 평양 군중의 일사불란하고 거대한 매스게임을 보고 놀라는 올브라이트의 표정은 큰 화제가 됐다. 공연 중간에 대포동 미사일 발사를 묘사하는 대목에서 김정일은 올브라이트에게 “저것은 우리의 처음 미사일 발사입니다만 마지막이 될 것입니다”라고 했다. 북·미 관계 개선을 향한 복합적인 메시지가 담긴 말이었다. 북·미 회담은 시간문제로 여겨졌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의회를 장악하고 있던 공화당은 클린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반대했다. 우파 전문가들도 북·미 정상회담을 반대했다. 올브라이트는 “그간 추진해 오던 미사일방어(MD) 계획을 클린턴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수포로 돌릴 수 있다는 두려움이 깔려 있었다”고 회고했다. 임기 말의 클린턴은 정치적 반대를 물리칠 동력을 상실했다. 더 큰 문제는 중동 평화협상이었다. 12월이 다가오며 클린턴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문제를 매듭짓는 일에 매달려야 했다. 다급해진 미국은 김정일에게 회담 장소를 평양이 아닌 워싱턴으로 바꿀 것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거부했다. 결국 클린턴은 북·미 회담을 포기하고 12월 21일 아침, 우리 정부에 “평양을 방문하지 않기로 했다”고 알려왔다. 29일에는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벌어진 심각한 폭력 사태에 클린턴 대통령이 중재에 나서게 되면서 방북 일정을 잡기가 애매해졌다”며 평양 방문 포기를 공식 발표했다.훗날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회고록에서 “웬디 셔먼 대북정책조정관은 나에게 김 위원장의 ‘시간 개념 부족’을 탓했다. 만일 김정일이 조명록의 방미를 한 달만 앞당겼어도 역사는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란 얘기였다”고 밝혔다. 새로 출범한 부시 행정부는 2001년 3월 워싱턴을 방문한 DJ에게 “대북한 정책 검토를 끝내기 전까지는 북한과 협상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이후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다. 첫 북·미 정상회담 추진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났지만 18년 전과 지금은 다른 측면도 많다. 당시는 미국 정권 교체기였지만, 지금은 한·미의 대통령이 모두 임기 초반이다. 18년 전보다는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지킬 ‘시간적 변수’가 유리한 셈이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대작 개봉 대박 전쟁

    대작 개봉 대박 전쟁

    일찍 찾아든 더위의 기세보다 올여름 극장가가 더 뜨거울 전망이다. ‘신과 함께2’, ‘미션 임파서블: 폴 아웃’, ‘인크레더블2’, ‘맘마미아2’ 등 흥행이 입증된 프랜차이즈 영화의 속편이 포진한 가운데 ‘인랑’, ‘공작’, ‘창궐’, ‘마약왕’ 등 국내외 주요 배급사들의 야심작들이 ‘대박 전쟁’에 나서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6~8월은 극장가 최대 성수기다. 여름 극장가는 2013년 이후 5년 평균 연간 관객 수의 32%를 흡수해 왔다. 때문에 ‘천만 영화’도 이 시기에 주로 터졌다. 역대 국내 천만 영화 16편 가운데 7편(베테랑, 괴물, 도둑들, 암살, 택시운전사, 부산행, 해운대)이 7~8월 개봉작이었다.●6월 말~8월 초 대작들 대혼전 김형호 영화시장분석가는 “1년에 일반 관객들이 보는 영화 편수가 평균 9~10편으로 고정돼 있다면 올해는 4~5월에 ‘어벤져스3’에 몰리며 천만 영화가 이미 나와버렸다”며 “또 올해 6월에는 북·미 정상회담과 지방선거 등 사회적 이벤트도 많고 작품 수가 적기 때문에 6월은 건너뛰고 7월 중하순, 8월 초에 관객이 몰리며 대박 작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때문에 주요 배급사들은 흥행을 좌우할 개봉일을 잡느라 샅바싸움이 치열하다. 일본군 위안부 관부재판 실화를 다룬 ‘허스토리’가 6월 말, 이준익 감독의 청춘 3부작 가운데 마지막 편인 ‘변산’이 7월 초 선보이며 여름 시장을 연다. 이후 7월 말, 8월 초 기대작들이 ‘대혼전’을 이룬다. 지난해 12월 말 개봉해 올해 초까지 1441만명을 동원해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른 ‘신과 함께-죄와 벌’의 속편 ‘신과 함께-인과 연’은 8월 초 개봉 예정이다. 속편에서는 대중들의 호감도가 높은 배우 마동석이 새로운 캐릭터인 성주신으로 등장해 유쾌한 매력을 발산한다. 하정우, 주지훈, 김향기 등 저승 삼차사의 과거 이야기도 풀어낸다. ‘신과 함께’는 1편 개봉으로 이미 전체 제작비 400억원을 모두 회수했기 때문에 2편에 대한 흥행 기대감이 남다르다.강동원, 정우성, 한효주를 내세운 김지운 감독의 신작 ‘인랑’은 7월 말 극장가에 걸린다. ‘공각기동대’로 유명한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오시이 마모루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동명 애니메이션(오키우라 히로유키 감독)을 한국의 상황에 맞게 각색했다. 남북한이 통일 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뒤 반통일 테러단체가 등장한 2029년. 정부 내 권력기관들 사이에 암투가 벌어지는 가운데 인간병기 인랑의 활약이 펼쳐진다.지난 19일 폐막한 제71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호평을 얻은 윤종빈 감독의 신작 ‘공작’도 8월 초 개봉하며 ‘블록버스터 전쟁’에 합류한다. 북핵 위기가 고조된 1990년대 북핵 실체를 파헤치지 위해 대북사업가로 위장해 북한에 침투한 안기부 첩보요원 ‘흑금성’(암호명)을 모티브로 한 영화는 속도감 넘치는 액션을 내세우는 기존 첩보영화와 달리 밀도 높은 논쟁으로 역동감을 만들어간다. 대북 공작원과 북한 보좌관 사이의 형제애나 남북 정상회담을 예견한 듯한 결말로 최근 격동하는 한반도 정세와 맞물려 관객들의 호응을 얻을지 주목된다.●인랑·공작 등 토종 vs 맘마미아2 등 외화 지난해 ‘택시운전사’로 1218만 관객을 모았던 송강호가 ‘내부자들’(2015)의 우민호 감독과 함께 한 ‘마약왕’도 올여름 기대작으로 꼽힌다. 1970년대 시대와 돈, 권력을 아우른 마약왕 이두삼 역을 맡은 송강호의 설명에 따르면 “1970년대를 관통했던 사람들을 집약해 놓은 영화적 캐릭터 이두삼을 통해 우리가 지나왔던 한 시대를 조명하고자 한 영화”다. 야귀 액션 ‘창궐’도 ‘마약왕’과 함께 여름을 겨냥해 개봉 시기를 조율 중이다. 밤에만 활동하는 ‘야귀’(夜鬼)의 창궐을 막고 조선을 구하려는 왕의 아들 이청(현빈)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한국영화의 쟁쟁한 대진표에 대항하는 외화의 공습도 거세다. 마블 스튜디오가 올해 세 번째로 선보이는 ‘앤트맨과 와스프’, 지난 5편의 누적 수익이 3조원에 이르는 ‘미션 임파서블’의 여섯 번째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은 7월 개봉을 확정했다. 최고의 스파이 요원인 이선 헌트(톰 크루즈)와 IMF팀의 고투가 최악의 결과로 돌아오면서 피할 수 없는 미션을 수행하는 이야기다. 2008년 개봉해 457만명의 관객을 모은 ‘맘마미아!’의 후속작 ‘맘마미아2’, 2004년 개봉해 어른 관객까지 끌어들인 ‘인크레더블’의 속편도 7월 극장가에 내걸린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위기의 아베, 美 등에 업고 납치자·군축 꺼낼 땐 北자극 우려

    위기의 아베, 美 등에 업고 납치자·군축 꺼낼 땐 北자극 우려

    한반도 6자 가운데 유일 강경론 北비핵화 불신·인권 거론 가능성 9월 日자민당 총재 선거 앞두고 정치적 위기 북핵으로 타개 의도 트럼프도 日의 자금력 무시못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2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다음달 초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미·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북핵 문제를 둘러싼 북·미 협상에 ‘일본 변수’가 부상했다.지난달 남북 정상회담을 열흘 앞둔 17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것처럼, 북·미 정상회담을 열흘가량 앞두고 미국 측에 적극 요청해 미·일 정상회담 날짜를 잡은 것이다. 일본 변수는 얼핏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알고 보면 예상보다 심각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베 신조 정부는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6자 가운데 유일하게 대북 강경 일변도 입장을 갖고 있는 만큼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밀착해 강경론을 속삭일 경우 가뜩이나 난제가 많은 북·미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29일 복수의 외교소식통은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선을 노리는 아베 총리가 미·일 정상회담에서 또다시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거론하고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불신을 나타낼 수 있다”며 “북·미 정상회담에 좋을 것 없는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아베 총리는 지난 11일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핵과 미사일,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본인) 납치 문제에서 진전을 보이는 기회가 되기를 강하게 기대한다”고 했다. 특히 일본인 납치자 송환은 북한이 크게 반발하는 인권 문제다. 북한은 지난 9일 비핵화 협상 진전을 위해 미국인 억류자 3명을 송환시켰지만, 이후 인권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용납 못할 도발”이라며 맞섰다. 여기에 일본이 중거리 미사일 및 생화학무기까지 북·미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리기를 주장한다면 난제는 더욱 많아진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일본이 군사전략상 한반도 평화 무드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북핵 문제가 해결돼 화해 무드가 조성되면 일본의 군사대국화 명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중국 견제와 북핵 문제 등을 명분으로 미·일 동맹을 강화해 군사적으로 정상국가의 위상을 얻으려는 구상이 계산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현재의 대화 국면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도 일본의 몸을 달게 하는 대목이다. 한국전쟁에 개입하지 못했던 일본은 종전선언에 참여할 명분이 없다. 여기에다 아베 총리가 국내적으로 겪고 있는 정치적 위기를 북핵 문제로 타개하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학 스캔들’(아베 총리의 지인이 운영하는 사학재단에 정부 차원의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휩싸인 아베 총리는 최근 니혼TV 여론조사에서 최악의 지지율(26.5%)을 기록했다. 문제는 일본이 북 비핵화 협상을 주도하는 미국의 중요한 카드라는 점이다. 북한이 중국과 손을 잡을 때 이들과 갈등 관계인 일본을 등장시킬 수 있다. 특히 금전적으로 미국에 쏟아붓는 일본을, 사업가 출신으로 경제적 이익을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가 막대한 자금력으로 미국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일본 외무성 일본국제교류기금(JF)의 경우 2014년 기준 562만 달러(약 60억 5000만원)를 미국 싱크탱크 등에 지원하고 있다. 한국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75만 달러(약 8억원)와 비교해 7배가 넘는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은 6자회담 참여국 중 대북강경론이 가장 강한 나라인 데다 북 비핵화보다 일본인 납치자 문제가 더 중요하다”며 “하지만 납치자 문제는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 북·일 양자가 해결할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북·미 사이 끼어드는 ‘재팬 리스크’

    북·미 사이 끼어드는 ‘재팬 리스크’

    북미 회담 전 미일 회담 합의 “日 8월 북일 외상 회담 추진” 北 “화해 찬물”… 日에 적대감 일본이 6·12 북·미 정상회담 개최 이전에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등 뒤늦게 총력 외교전에 나서고 있다.북한은 6자회담 참가국 가운데 유일하게 강경 일변도의 대북 정책을 견지하는 일본에 대해 극도의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어 가뜩이나 난제가 많은 북·미 정상회담 협상에 악영향을 줄지 우려된다. 28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미·일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전화 통화를 통해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북핵 문제에 대한 긴밀한 조율·협력을 이어 가기 위해 다시 만나기로 했다”며 “두 정상은 특히 북한의 핵, 생화학 무기,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영구적인 해체를 달성하는 것이 긴요한 일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가 다음달 8~9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에 맞춰 미국을 먼저 들를 것으로 보인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도 다음달 9일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싱가포르를 방문해 현지 정부에 관련 정보 제공을 요청하기로 했다. 이어 가나스기 겐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도 비슷한 이유로 싱가포르에 간다. 그러자 북한의 대남 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한·일정보보호협정에 대해 “독도 강탈 야망을 뻐젓이(버젓이) 드러내고 있으며 북남 화해 흐름에 못된 소리만을 줴쳐대는(지껄이는) 일본 반동들과의 매국적인 협정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민족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며 일본에 적대감을 드러냈다. 앞서 지난 26일 북한조선중앙통신도 “조선반도와 지역에서는 우리 국가의 주동적인 노력에 의해 서로의 오해와 적대 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큰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문제는 못된 짓만 골라 하고 있는 일본의 속내”라고 주장했다. 한편 29일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오는 8월 1~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각료회의에서 북·일 외무상 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의 의향 타진에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서울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홍준표, 정우택 ‘백의종군’ 요구에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홍준표, 정우택 ‘백의종군’ 요구에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29일 당 중진 정우택 전 원내대표의 홍 대표를 비롯 지도부에 대한 ‘일선 퇴진’ 요구에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답했다.홍 대표는 이날 오후 강원 원주 대한노인회 원주시지회에서 노인회와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을 만나 “그 사람(정 원내대표)은 충청에서 유일하게 자기 지역구 도의원도 공천 못한 사람이다. 부끄러움을 알야야지”라고 정 전 원내대표를 혹평하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정 전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끝없이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당 지지율과 선거전략 부재의 책임을 지고 환골탈태해 ‘백의종군(白衣從軍)’의 자세로 헌신해 달라”고 촉구했다. 홍 대표는 특히 자신의 주장을 민주당이 ‘가짜뉴스’라고 반박한 것에 대해 “내가 가짜뉴스면 이낙연 국무총리 발언도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유럽 순방 중인 이 총리가 지난 27일(현지시각) 기자들을 만나 “미국이 한국에 너무 깊게 들어가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말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홍 대표는 그러면서 “결국 미국은 문 대통령을 ‘북한 편’으로 본다”며 “북·중과 연합해서 북핵 문제를 풀려고 하지 한미동맹을 기초로 풀려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홍준표 “북핵은 북미중 문제…한국은 방관자”

    홍준표 “북핵은 북미중 문제…한국은 방관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북핵 문제는 이미 중국과 미국, 북한의 3자 문제라 한국이 끼어들 틈이 없다”면서 “한반도 운전자론이 아닌 방관자론”이라고 말했다.홍준표 대표는 29일 강원도 원주에서 노인정책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북핵 문제에 한국이 끼어들면 혼선을 초래하기 때문에 부담스러워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김영철(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중국에 갔다가 미국으로 가는 것은 한국과 의논한 행위가 아니다”라면서 “한국은 북핵 문제에 끼어드는 척만 하는 것이다. 남북간 ‘깜짝 회담’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역할이 있는 척하기 위한 쇼”라고 깎아내렸다. 이어 “문 대통령은 2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미북 간 문제라고 했다”면서 “자신은 방관자라는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 대표는 “미국은 문 대통령을 ‘북한 편’으로 보고 믿지 않는다. 한미동맹을 기초로 북핵 문제를 풀려고 하지 않는다고 본다”고도 했다. 홍준표 대표는 전날에도 ‘미국이 문 대통령에 북핵 협상에서 빠지라고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정부를 공격했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는 ‘한국 배제론을 주장하는 근거가 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근거를 밝힐 경우) 우리 정보통들과 교류가 되지 않기 때문에 설명할 수 없다”며 답을 내놓지 않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과제 남긴 20대 전반기 국회를 결산하며

    지난 2016년 5월 출범한 20대 전반기 국회가 적잖은 과제를 남긴 채 어제 막을 내렸다. 국회는 어제 5월 임시국회 마지막이자 20대 국회 전반기 마지막 본회의에서 ‘4·27 판문점선언’ 지지 결의안을 끝내 처리하지 못했다. 당초 여야는 지난 18일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지지 및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결의안’(판문점선언 지지 결의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5·26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평가절하하면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반영된 북한 비핵화와 북핵폐기가 결의안에 분명히 들어가야 한다고 맞서 양측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결의안이 상정보류된 셈이다. 앞으로 본회의 소집을 위해서는 여야 간 후반기 국회 원 구성 협상이 먼저 완료돼야 한다는 점에서 국회의 판문점선언 지지결의안 채택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 정상회담이 가까스로 재개되는 것으로 방향이 모아지고, 남북 정상이 통일각에서 다시 만나 판문점선언 이행을 거듭 천명한 만큼 여야의 약속대로 결의안을 채택하는 게 옳았다. 지난 2년 내내 각을 세우던 여야가 전반기 회기 종료일까지 이념 경쟁으로 치달아 과제만 남긴 셈이다. 20대 전반기 국회는 2년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 개헌특위 가동, 투표 불성립으로 정부개헌안 사실상 폐기 등 헌정사에 남을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지난 21일 비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자유한국당 홍문종·염동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는 등 ‘구태’를 벗지 못해 국민의 비난이 쏟아졌다. 한국당 권성동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어제 본회의에 보고됐다. 여야 간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이 진통을 겪을 것이 불보듯하기 때문에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 수당 일부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법안 면에서는 20대 전반기 회기 내내 모두 3528건을 의결했다. 건수 면에서 19대 국회 같은 기간보다 486건(13.3%)이 늘었다고 국회는 밝혔다. 그러나 20대 전반기 국회는 현재도 1만건 가까운 법안이 계류 중이다. 생산성이 떨어졌다는 점을 여야가 공감하고 있다. 20대 총선에서 드러난 민의가 협치라는 각 당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간 여야 간 대립과 국회 파행을 극복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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