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이후 여야/“밀월 끝났다”/“생산적 공조”
◎청와대 시각/「선물」 생각하는건 낡은 발상/경쟁통해 차별성 추구 마땅
민주당이 11일의 여야영수회담결과를 놓고 울분들을 토로하던 12일 상오 이원종청와대정무수석은 기자들과 함께 있었다.
기자들이 전날의 회담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물은데 대해 이수석이 답했다.『어제 회동은 잘된 것이었다.대통령은 현안에 대해 상세하고 성의있게 설명을 했다.야당대표의 바른 이해가 있었으면 좋겠다』
야당이 보안법이나 방북문제등 현안에대한 현격한 견해차이를 들어 앞으로 국정운영에 협조가 어렵다고 벼르고 있는 것과는 전혀 딴 판이다.왜 이런 차이가 생기고 있는가.청와대의 생각은 야당이 아직도 권위주의시대의 여야관계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분석한다.
이수석은 『이제는 경쟁과 협력을 통해 국민 앞에 당당한 차별성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양측의 주장에 차이가 있는게 조금도 이상하지 않으며,그것을 「당당한 차별화」로 설명하고 있다.이러한 당당한 차별화가 당연함을 전제로,대통령이 현안에 대해 상세하고 성의있게 설명한 것 자체가 성공적인 회동이라는 것이다.
여야가 시간을 내 영수회담을 했으면 뭔가 현안에 대한 합의나 결론,아니면 선물이 있어야 한다는게 민주당생각이다.
이수석은 이에 대해 『국가보안법 같은 중요한 문제,국가체제를 지키는 방법상의 문제 같은 것을 어떻게 선물로 생각할 수 있는가』고 반문했다.이견을 확인했지만 그렇다고 흥정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는 영수회담에서 여당이 야당에게 현안에 대한 선물을 주는 것은 권위주의 시대에나 가능하다고 믿는다.권위주의 시대에는 여야가 공유해야할 많은 것들을 여당이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한 권리를 「선물」이란 이름으로 야당에게 조금씩 할애했다는 것이다.그러나 지금은 여야가 국정의 동반자이고,권리와 의무를 동등하게 나누고 있는만큼 선물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이상스럽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동등한 관계에서의 경쟁,새로운 여야관계를 이수석은 「경쟁적 공조」또는 「비판적 공조」로 개념화하고 있다.이번 회동이 격의없는 상태에서 현안에 대해 성심성의껏 설명하고 이를 통해 차별성을 드러낸만큼 「경쟁적 공조」가 잘 드러난 경우로 보는 것이 그의 해석이다.
그는 『어제 회동은 활용하기에 따라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또한 여야관계를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관계로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삼대통령은 전날 회동이 끝난뒤 『우리 입장을 충분히 설명해줬다』고 수석비서관들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대통령은 회동결과에 대해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하면서도,자신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며 또한 성공적인 회동인 것으로 생각한다고 한관계자가 전했다.
청와대는 앞으로 야당총재와의 회동이 자주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스럽다고 생각하고 있다.이대표만 동의한다면 자주 만나 서로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자는 것이다.그러나 여전히 회동에서 뭔가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자리는 마련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정무수석의 이야기는 발언자만 다를뿐 대통령의 생각과 똑 같다고 보면 된다.이수석은 『이대표는 이번 회동결과를 나쁘게보지 않을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청와대도 발표형식 때문에 오해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다.
◎민주당 기류/“야당역할 무시” 성토 분위기/“UR비준과정서 두고보자”
민주당은 11일 여야영수회담의 성과가 별무소득인데다 절차및 회담결과 발표내용이 「결례」수준이라고 불쾌하게 여기고 있다.
몇몇의원은 『아직도 김영삼대통령이 과거 야당총재 때처럼 이기택대표를 원내총무 대하듯 한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일부에서는 『이런 회담은 하나마나』라고 무용론을 제기하기도 한다.이때문에 정치개혁법을 마련하며 만든 여야의 밀월관계가 냉각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일부에서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5,6월중에 있을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결과의 국회비준 과정에서 여야격돌이 빚어질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박지원대변인은 12일 흥분된 어조로 『대통령의 국정운영방향에 대해 충분히 알았다』면서 『지피지기라는 말처럼 앞으로의 대여 대응방향을 정하는데 참고할 것』이라고 때에 따라서는 강도높은 공세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박대변인은 특히 『대통령의 북한관,UR재협상,경제문제등에 관해 많은 것을 들었으나 민주당과 시각차가 현격해 실망을 금치 못한다』면서 『개혁을 빙자해 문민독재로 흐를 우려도 심각하게 느꼈으며 법집행을 앞세워 여야를 공포로 몰아넣을 수도 있지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그는 청와대측의 발표에 대해서도 『야당대표의 말은 묵살하고 대통령의 말만 꾸며서 상대방을 곤혹스럽게 한 것은 야당을 무시한 오만불손한 행동』이라고 불쾌해 했다.
이부영최고위원은 『아래에서 풀기 어려운 것을 해결하는 게 영수회담인데 더 꼬이게 만들었다』면서 『북핵·UR문제등 외환이 있으면 내우부터 풀어야함에도 물가나 국가보안법 개폐등에 전혀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고 김대통령을 비난했으며 조세형최고위원도 『대통령이 야당의 역할을 너무 무시하는 것 같다』면서 「실망」,「충격」등의 표현을 썼다.
하지만 이대표가 잘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조최고위원은 『이대표가 영수회담과 오찬을 즉각 수락한 것이 문제』라면서 『정치개혁의 스포트라이트를 청와대로 옮기는데 들러리만 선 꼴』이라고 주요현안에 대한 사전 의견조율이 없었음을 아쉬워했다.정대철고문은 『이대표가 왜 이런 실수를 저질렀는지 모르겠다』면서 『대화와 설득을 계속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압력과 투쟁을 병행해야할 것』이라고 강도높은 대응을 촉구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이대표는 이런 당내의 여러 시각에도 불구,『우리의 정치발전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여야영수회담에 응하겠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