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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에게 통일이란] 20대 “통일 찬성” 35%P 껑충… “北, 한반도 평화 진심” 43%

    [나에게 통일이란] 20대 “통일 찬성” 35%P 껑충… “北, 한반도 평화 진심” 43%

    “통일 필요” 1년 만에 57.8→76.9% 상승 “20대, 남북관계 극적 개선 후 의식 변화”북한과 미국 중 한반도 평화 정착을 진심으로 원하는 쪽은 누구일까. 우리 국민은 미국보다는 북한에 좀더 진심이 담겼다고 판단했다. 또 10명 중 6명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한반도 평화 무드 조성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17일 서울신문이 창간 114주년(7월 18일)을 맞아 진행한 설문조사엔 최근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와 국민 정서가 고스란히 투영됐다. 4명 중 3명이 통일에 찬성한다에 손을 들었다. 특히 그간 통일에 부정적인 시각이 강했던 20대 역시 찬성으로 마음을 돌렸다. 하지만 응답 결과엔 부정적인 시각도 드러난다.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남아 있고, 보수와 진보 간 통일에 관한 견해차도 여전히 컸다.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 신뢰 역시 모래성처럼 무너질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가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통일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43.4%가 북한이 한반도 평화를 진심으로 원한다고 생각했다. ‘원하지 않는다’(23.8%)는 대답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특히 70년간 동맹 관계인 미국(38.0%)보다 높은 게 눈에 띄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한반도 평화 연주’를 지휘하는 세 지도자에 대한 평가도 미묘하게 갈렸다. 문 대통령에 대해선 77.2%, 김 위원장에 대해선 62.9%가 한반도 평화 무드 조성에 높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43.1%)은 절반을 밑돌았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의 파격적인 변신이 본인은 물론 북한에 대한 신뢰를 높였다”고 분석했다. 통일이 ‘다소’(44.9%) 또는 ‘매우’(32.0%) 필요하다는 응답은 76.9%에 이른다. 지난해 통일연구원 조사에선 찬성률이 57.8%(‘다소’ 44.0%, ‘매우’ 13.8%)에 그쳤는데, 1년여 만에 19.1% 포인트나 상승했다. 통일연구원이 이 조사를 시작한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찬성률이다. 통일 찬성 여론은 2014년 69.3%→2015년 68.5%→2016년 62.1%로 해마다 떨어졌다가 올해 반전했다. 20대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지난해에는 통일 찬성이 고작 38.8%에 그쳤지만 올해는 73.3%로 무려 34.5% 포인트나 급등했다. 20대는 지난해 조사에서 찬성보다 반대가 많은 유일한 연령대였다. 61.1%가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20대는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결성에 대해선 82.2%가 반대하기도 했다. 20대가 그간 통일에 부정적이었던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3대 세습이 자행된 북한 체제 거부감과 막대한 통일비용을 떠안을 수 있다는 부담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 등으로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아이스하키 단일팀 반대 여론을 전하면서 천안함 사건과 군대 의무 복무 등이 젊은층의 북한에 대한 반감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하지만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4·27 판문점 선언’과 ‘6·12 북·미 정상회담’이 20대의 마음을 움직였다. 박주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새로운 현상을 잘 받아들이는 20대가 최근 극적으로 개선된 남북 관계를 보면서 의식에 변화가 왔다”면서 “다만 분위기에 휩쓸린 측면이 강한 만큼 남북 관계 악화 시 다시 부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판문점 선언이 한반도 패러다임을 위기에서 평화로 바꿨다는 데는 75.8%가 동의했다. 중립(16.6%)을 제외한 부정적 응답은 7.6%에 불과했다. 특히 40대(80.9%)와 50대(79.7%)가 강한 지지를 보냈고, 30대(73.7%)와 20대(72.6%)도 뒤따랐다. 60대(65.8%)까지 전 연령층에서 긍정적 답변이 주류를 이뤘다. 판문점 선언은 보수와 진보를 넘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자신을 보수라고 칭한 응답자 중 과반인 54.7%가 평화에 ‘다소’(41.1%) 또는 ‘매우’(13.5%) 기여했다고 답했다. 진보(89.0%)와 중도(74.3%)에 미치지는 못해도 상당한 호평이다. 북·미 정상회담도 마찬가지다. 북한 비핵화의 구체적 이행 시기와 검증 방법 등을 다루지 않아 아쉽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73.0%가 한반도 평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60대(62.7%)와 보수(52.8%) 역시 과반의 지지를 보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김 위원장이 보인 솔직하고 적극적인 모습이 판문점 선언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최고 수위의 도발을 감행한 북한이 올 들어 180도 바뀐 건 ‘대북 제재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51.3%) 때문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반면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에 대한 두려움’(3.8%)을 고른 이는 적었다. 북한이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같은 위협보다는 ‘돈줄’을 조이는 것에 더 압박을 받았다고 본 것이다. 통일 여론이 높아졌지만 북한에 대한 인식은 성향이나 연령대에 따라 크게 갈렸다. ‘김 위원장이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상대인가’라는 질문에 보수는 26.7%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진보(71.3%)와 상당한 격차다. 20대(42.6%)와 60대(46.0%)도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40대(58.8%) 및 50대(58.2%)에 비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북한의 핵 포기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보수는 61.9%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반면 진보는 장기적으로 포기할 것이란 응답이 75.8%에 달했다. 연령대별로도 60대(47.7%)에서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못할 것이란 답변이 전체 평균(32.1%)보다 매우 높게 나왔다. 보수는 북한을 ‘경계 대상’(38.2%)으로 꼽은 답변(38.2%)이 가장 많지만, 진보는 ‘협력 대상’(74.3%)으로 바라봤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는 “보통 사람에게 통일은 추상적, 감성적, 윤리적인 영역이라 찬반 여론이 언제든지 급변할 수 있다”면서 “정부가 통일에 대한 사회적 공론의 장을 만들고, 북한을 제대로 알고 이해할 수 있는 통일교육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달 28일~이달 3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신뢰 수준 95%에 표본오차 ±3.1% 포인트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9월 유엔총회 등 연내 종전협정…다자 안보협력·평화협정 시대로

    9월 유엔총회 등 연내 종전협정…다자 안보협력·평화협정 시대로

    文대통령 ‘新베를린 구상’ 이후 급물살 비핵화와 북·미 수교 등 포괄적 논의 中 쌍중단 등 주변국과 로드맵 공감대도“한반도에 항구적 평화구조를 정착시키려면 종전과 함께 관련국이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독일 쾨르버 재단에서 지난해 7월 ‘신베를린 구상’을 밝히며 ‘평화체제 로드맵’을 이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하던 당시에는 현실성이 낮아 보였다. 하지만 돌아보면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새롭고 명확한 청사진이었다. 3자(남·북·미) 또는 4자(남·북·미·중)가 종전선언을 하고 평화협정을 맺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한 뒤 종국에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평화체제가 유지, 심화돼 평화 공존 상태가 공고화·제도화된 상태)을 이루겠다는 뜻이었다. 실제 남북 정상은 지난 4월 판문점 선언에서 올해 내 종전선언을 하겠다고 명시했다. 또 지난달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종전선언의 가능성을 수차례 언급했다. 따라서 9월 유엔총회 등 정전협정 65주년인 올해 안에 종전선언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1953년 7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정전협정)이 체결된 이듬해인 1954년 제네바 정치회의에서 처음 논의됐다. 정부는 ‘한국 통일 14개 원칙’을 제안했지만 통일 정부 수립을 위한 총선거 실시 범위, 외국군 철수 등에 대해 한국·유엔 참전국과 북한·중국·구소련(현 러시아)의 이견이 커서 결렬됐다. 남북은 1990년부터 2년간 진행된 남북 고위급회담을 통해 발효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에서 “정전 상태를 남북 사이의 공고한 평화 상태로 전환시키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며 이런 평화 상태가 이룩될 때까지 현 군사정전협정을 준수한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1997년부터 2년간 실시한 ‘4자회담’(남·북·미·중)은 북한이 ‘미·북 간 평화협정 체결’ 및 ‘주한미군 철수’를 의제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결렬됐다. 평화체제의 관문 격인 종전선언은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10·4 선언에서 등장했다. 하지만 평화체제 로드맵은 11년 후 판문점 선언에서야 구체화됐다. 처음으로 북 비핵화 문제를 포함시켰고 전쟁의 종식과 단계적 군축을 담았다. 정전 체제 종식을 위한 청사진도 명시했다. 한마디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종합판’인 셈이다. 그간 주변국도 한반도 평화체제 로드맵을 내놨다. 지난해 남북에 전한 러시아의 방안은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 중단 및 비확산을 공약하고 한·미 양국이 대규모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면서 대화에 나서는 식이었다. 중국은 더 나아가 대화 여건 조성을 위해 ‘쌍중단’(북 핵·미사일 개발 및 한·미 연합훈련 동시 중단)과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체제 협상의 병행)을 주장해 왔다. 실제 북한은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발표하고 지난 5월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했다. 한·미 양국도 오는 8월 진행하려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등을 유예했다. 어느 정도는 주변국의 제안이 현실화됐다.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해 주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으로 설명하지만 군사적 신뢰 구축, 군비 통제가 또 다른 축”이라며 “이런 점에서 그간 한반도의 분단, 전쟁, 냉전은 동북아 지역 질서를 대립으로 나가게 하는 계기였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북아의 다자 간 안보협력이 함께 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싱가포르 본 김정은, 국내 불시시찰 후 잇단 ‘격노’

    싱가포르 본 김정은, 국내 불시시찰 후 잇단 ‘격노’

    2일 신의주, 10일 양강도 이어 17일 함경북도서 분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경북도 일대의 경제현장을 불시 시찰하면서 내각, 노동당 경제부·조직지도부 등 경제 부문 책임자의 무능력을 거론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7일 김 위원장이 어랑천발전소(함경북도 어랑군 수력발전소) 건설현장, 염분진호텔 건설현장, 온포휴양소(온천), 청진가방공장 등 지역 경제현장 8곳을 돌아봤다고 전했다. 핵심은 댐 건설에 착수한 지 17년이 넘도록 총 공사량의 70%만 진행된 어랑천발전소였다. 통신은 “김 위원장은 내각의 책임 일군이 건설장에 수년간 한 번도 나와 보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고 대단히 격노했다”며 “나라의 경제를 책임진 일꾼이 건설장에는 한 번도 나와 보지 않고 발전소가 완공되면 준공식 때마다 빠지지 않고 얼굴을 들이미는 뻔뻔스러운 행태에 대해 격하게 말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또 “벼르다 오늘 직접 나와 보았는데 말이 안 나온다”며 “문서장만 들고 만지작거렸지 실제적이며 전격적인 경제조직 사업 대책을 세운 것은 하나도 없다”고 내각 관계자를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1981년 착공한 어랑천발전소(발전능력 13만 4000㎾)는 30여년이 지나도록 완공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청진가방공장에서도 생산 기지를 너절하게 꾸려 놓았다고 지적했다. 온포휴양소에서는 “물고기 수조보다도 못하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30일 지역 현장 지도를 시작한 김 위원장은 지난 2일 북·중 접경인 신의주 화학섬유공장 및 방직공장에서 강도 높게 간부들을 질책했다. 또 지난 10일에는 양강도 삼지연군 감자가루생산공장에서 형편과 경제적 타산이 맞지 않는 설비를 들여놓았다고 비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최근 싱가포르, 중국 등을 둘러보며 기대 수준이 높아진 김 위원장이 경제건설 단일 노선을 위해 지역을 불시 시찰하는 와중에 현실이 답답했던 것 같다”며 “하지만 경제개발에 대한 열망을 역설적으로 보여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트럼프 “미·러, 핵무기 90%… 나쁜 일”

    트럼프 “미·러, 핵무기 90%… 나쁜 일”

    푸틴 “양국 ‘아픈 지점’ 깊이 얘기” 北 비핵화·中 무역전쟁 등 논의 첫 만남 ‘지각 vs 지각’ 기싸움도 트럼프 “EU는 무역서 최대의 적” “동맹 훼손 행보, 푸틴의 승리” 우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핀란드 헬싱키의 대통령궁에서 첫 정상회담을 열고 핵군축·중국과의 무역전쟁, 북한 비핵화 등 정치·경제·군사 현안들을 논의했다. 미 CNN,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일대일 단독 회담에 앞서 공개한 모두 발언을 통해 “우리(미·러 정상)는 통상부터 군축, 핵미사일, 중국 문제까지 논의해야 할 많은 주제들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도 “양자 관계와 국제 문제의 여러 ‘아픈 지점’에 대해 깊이 있게 얘기할 때가 됐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이 표명한 의제만 봐도 현재 진행 중인 세계적 사안들이 회담 테이블에 다 올라온 것으로 추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군축에도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전 세계가 미·러 양국이 잘 지내는 걸 보고 싶어 한다”며 “우리는 (전 세계) 핵무기의 90%를 갖고 있다. 이건 좋은 일이 아니라 나쁜 일이며 그것에 대해 무언가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교착 상태인 미·러 관계의 적극적인 개선 의지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솔직히 말하면 지난 수년간 (두 나라는) 잘 지내지 못했다”며 “내가 대통령이 된 지 오래되지 않았으나 지난 2년 동안 점차 가까워지고 있고 양국은 아주 특별한 관계가 될 것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의혹, 크림반도 병합, 전직 러시아 스파이 독살기도 사건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국제 외교가에서 ‘지각의 대명사’로 악명 높았던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마저 또 늦어 눈길을 끌었다. 당초 정상회담은 오후 1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푸틴 대통령은 오후 1시 35분 대통령궁에 도착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호텔에서의 출발 시간을 조정해 푸틴보다 더 늦은 오후 1시 55분에 도착, 초반부터 기 싸움을 벌였다. 이날 회담이 예정보다 70분이나 늦게 시작한 이유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전통의 우방인 유럽연합(EU)을 패닉 상태로 몰아붙이며 푸틴 대통령에게 외교적 승리를 안겼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공개된 CBS 이브닝쇼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최대 적이 누구냐’는 질문에 “EU가 무역에서 우리에게 하는 것을 보면 적으로 생각한다”고 직설적인 답변으로 EU를 당혹스럽게 했다. 그의 이 발언은 유럽 내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전통적인 피아 식별을 무너트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거세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을 돌면서 특히 ‘돈’에 대해 집요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11~12일 나토 정상회의에서 마치 방위비를 수금하러 온 ‘빚쟁이’처럼 굴었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면전에서 EU에 소송을 제기하라고 부추겼다. 서구 언론들은 동맹 관계를 훼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결과적으로 푸틴 대통령을 승자로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동맹국들의 분열은 결국 러시아에게 승리”라며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사태와 2016년 미 대선 개입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로 사실상 고립 상태에 있던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기도 전에 원하는 것(고립 탈피)을 얻게 됐다”고 지적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신뢰 상징’ 유해 송환… 비핵화 논의 속도 앞당길까

    북·미가 미군 유해 송환·발굴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루면서 다음 단계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 안전 보장 등에 대한 후속 협상이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 달여 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동성명 4번째 조항인 미군 유해 송환이 이뤄진다면 북·미가 신뢰를 바탕으로 비핵화 논의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15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1~3번 조항인 북·미 관계 개선이나 북한의 비핵화 등 합의는 포괄적이고 모호할 뿐 아니라 그 실행과 검증이 오래 걸리는 어려운 사항”이라면서 “반면 북·미 정상회담 성과를 가장 빨리, 그리고 가시적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이 미군 유해 송환”이라고 말했다. 북한도 비핵화보다 비교적 쉬운 미군 유해 송환을 마무리함으로써 정상회담 약속 이행이라는 ‘명분’을 챙기는 등 북·미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유해 송환·발굴 문제가 매듭 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정부는 특히 이번 미군 유해 송환 합의로 그동안 미 조야를 중심으로 제기돼온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우려와 첫 북·미 고위급 회담의 ‘빈손’ 논란 등을 잠재우고 북·미 협상을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따라서 앞으로 열릴 북·미 워킹그룹 협상에서 북·미가 이견을 보이는 완전한 핵신고와 체제 보장의 선후 관계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미국은 ‘선 비핵화, 후 종전선언’을 주장하지만 북한은 ‘선 종전선언, 후 비핵화’를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이날 ABC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킬 것으로 보느냐’, ‘북한이 약속 준수를 향한 길로 가고 있다는 징후라도 있느냐’는 질문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매우 어려운 일을 하고 있고 우리는 모두 그를 도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는 헤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북 강경 발언을 이어온 볼턴 보좌관의 발언은 이날 상당히 절제됐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에 대해 연일 기대감을 표출하는 상황이 고려된 것으로 해석된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씨줄날줄] 미·러 헬싱키 정상회담/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미·러 헬싱키 정상회담/이순녀 논설위원

    지난 6월 12일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으로 국제사회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 달 만에 또 한번 정상회담 빅이벤트를 갖는다. 16일(현지시간)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열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이다. 지난해 7월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에서 두 정상이 따로 만남을 가지긴 했지만 공식적인 정상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이 2016년 대선 과정에서 러시아 정보원들과 내통했다는 이른바 ‘러시아 게이트’에 대한 특별검사의 조사가 진행 중인 데다 시리아 사태, 우크라이나 내전, 핵무기 감축, 북핵 문제에 이르기까지 첨예한 난제들이 많은 만큼 이번 회담에 쏠리는 세계의 관심은 지대하다. 한때 ‘트럼푸틴’이라고 불릴 정도로 남다른 브로맨스를 자랑했던 트럼프와 푸틴은 러시아 게이트와 시리아 사태 이견 등으로 냉랭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다 지난 3월 푸틴이 4선 연임에 성공했을 때 트럼프가 축하 메시지를 보내 정상회담을 제안하면서 관계 진전의 실마리가 풀렸다. 회담은 헬싱키 대통령궁에서 열린다. 28년 전인 1990년 9월 조지 H W 부시 미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비에트연방 대통령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쿠웨이트 침공에 대해 논의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중립국인 핀란드는 여러 차례 미국과 러시아(구소련) 정상 간 만남의 장소로 활용돼 왔다. 1975년에는 제럴드 포드 미 대통령과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회동해 각국의 영토·주권 존중과 무력 사용 자제 등을 담은 헬싱키 협약을 이끌어 냈다. 1997년 3월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이곳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확장을 논의했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회의적이었던 미국 정계는 이번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민주당 상원 지도부는 지난 14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푸틴은 잘 훈련된 KGB 요원으로 잘 대비해서 회담에 참석할 것”이라며 “일대일 접촉을 자제하고 고위급 인사들이 배석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즉흥적인 트럼프가 배석자 없는 단독 회담에서 치밀한 푸틴에게 당할 위험을 지적한 것이다. 트럼프는 같은 날 영국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가 친구냐, 적이냐 묻는데 지금은 경쟁자”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떠들썩한 만남 이후 좀체 속도를 내지 못하는 비핵화 성과에 대한 압박을 받는 트럼프가 푸틴과의 회동에선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궁금하다.
  • 종전선언·경제성과·2기 내각…순방 마친 文 앞의 ‘3대 난제’

    ‘비핵화 속도전’ 열쇠로 종전선언 주목… 9월 유엔총회 적기 ①북핵·종전선언 5박 6일간 인도·싱가포르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좀처럼 풀기 쉽지 않은 ‘난제’가 쌓여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변수로 부상한 종전 선언과 체감할 수 있는 경제 성과, 그리고 문재인 정부 2기 내각 구성 등 하나같이 해법을 선뜻 내놓기 어려운 것들이다. 문 대통령은 15일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것은 물론, 이번 주 공개 일정을 최소화한 채 해법 찾기에 ‘올인’할 것으로 보인다. ●文 “북·미 약속 안 지키면 엄중한 심판” 비핵화 후속 협상이 북·미 간 기 싸움으로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촉진자’로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13일 ‘싱가포르 렉처’에서 “(북·미)정상이 직접 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엄중한 심판’이란 표현을 쓴 것은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 이후 이상기류가 일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무 협상은 순탄치 않은 부분도 있고, 시간이 걸릴 것”(문 대통령), “더 긴 과정이 될 수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등 ‘장기전’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종전선언 위한 중재 보폭 넓힐 듯 ‘비핵화 속도전’의 열쇠로 청와대는 종전 선언을 눈여겨보고 있다.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지만, 이미 북한은 “종전 선언은 조(북)·미 사이 신뢰 조성을 위한 선차적 요소”라고 강조하는 등 협상의 ‘레버리지’(지렛대)로 삼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밝혔다. 6·12 북·미 정상회담 이전 남·북·미 종전 선언을 적극 추진했던 문 대통령이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는 상응 조치가 과거와 같은 제재 완화나 경제적 보상이 아니라 적대 관계 종식과 신뢰 구축”이라고 말한 것은 향후 종전 선언을 끌어내기 위한 중재의 보폭을 넓히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를 종전 선언의 적기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미·중 무역전쟁에 최저임금 인상까지… 기업 고충 가중 ②경제 살리기 하반기 최대 국내 현안은 경제 살리기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경제·일자리수석 등 경제라인을 교체했고, 다음날 ‘규제혁신 점검회의’를 전격 연기하는 등 공직사회에 ‘옐로카드’를 줬다. 인도·싱가포르 순방의 무게중심도 ‘기업 기살리기’ 행보에 뒀다는 게 중론이다. 나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는 고용지표는 물론, ‘혁신 성장’의 성과를 내려면 대기업의 협력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안팎의 환경은 녹록지 않다. 미·중 무역전쟁이 고조되면서 기업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지난 14일 내년도 최저임금이 10.9% 오른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된 뒤 사용자·노동자 모두 반발하는 상황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가 따로 입장을 낼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보완 대책을 마련한 뒤 청와대가 정제된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공석’ 농식품부 장관 등 3~4명 교체… ‘중폭 개각’ 무게 ③이달 내 개각 가능성 개각은 이달 안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방선거 이전에는 최소화될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았지만, 공석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포함해 3~4명이 바뀌는 ‘중폭 개각’에 무게가 실린다. 고용노동부와 교육부, 환경부, 여성가족부 등 사회부처가 대상으로 거론된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기무사 계엄령 문건’과 잇단 구설로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아직 ‘문민장관’은 시기상조란 목소리가 청와대 내에서 우세한 데다 군 출신 후임 장관을 찾기가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유동적이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트럼프, 북 비핵화 “더 긴 과정 될 수 있다”

    트럼프, 북 비핵화 “더 긴 과정 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북한의 비핵화가 사람들이 바라는 것보다 긴 과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을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총리 지방관저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행정부 등 전임 정권으로부터 “북한 문제를 넘겨받았다”며 “우리는 매우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공개한 것과 관련, “여러분은 어제 편지를 봤을 것”이라며 “우리는 매우 잘하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어 “핵 실험과 미사일·로켓 발사도 없었고 일부 현장은 폭파됐다. 내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떠나기도 전에 인질들이 돌아왔다”며 “많은 좋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좋은 느낌이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자”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문제와 관련, “그것은 과정이다. 아마도 사람들이 바라는 것보다 더 긴 과정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나는 오래 걸리는 과정에도 익숙해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는 제재를 해제하지 않았다. 제재가 (북한을) 아프게 하고 있다”고 말해 북한의 가시적 비핵화 조치 전에는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메이 총리와 핵확산을 막는 것을 포함, 다양한 공통의 우선 사항을 논의했다”며 “나는 핵 없는 북한을 추구하는 데 있어 메이 총리가 보여준 파트너십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그는 엄청난 도움을 줘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북미 관계의 ‘새로운 미래’와 ‘획기적 진전’을 언급한 김 위원장의 지난 6일 자 친서를 공개하며 “북한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아주 멋진 편지. 아주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달 말에도 북한의 비핵화 과정을 ‘칠면조 구이’에 빗대어 “(비핵화를) 서두르면 스토브에서 칠면조를 서둘러 꺼내는 것과 같다. 서두르면 안 된다. 더 서두를수록 나쁘고, 더 오래 할수록 더 좋아질 것”이라며 속도 조절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도 지난 11일 북한 핵 문제 해결과 관련, “이러한 일이 몇 시간 동안에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는 건 터무니 없는 일일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비핵화 약속에 대해 책임지도록 할 것이라면서도 “협상에서 시간은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전문]文대통령, 싱가포르 렉처 “비핵화 실천시 아세안 회의체 北참여 희망“

    [전문]文대통령, 싱가포르 렉처 “비핵화 실천시 아세안 회의체 北참여 희망“

    싱가포르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갈 경우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운영 중인 여러 회의체에 북한을 참여시키고 북한과의 양자 교류협력이 강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 오차드 호텔에서 ‘한국과 아세안,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상생의 파트너’를 주제로 열린 ‘싱가포르 렉처’ 연설을 통해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며 이같이 말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두 번 만나보니 이념대결에서 벗어나 북한을 정상국가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욕이 매우 높았다”며 “김 위원장이 비핵화 약속을 지킨다면 자신의 나라를 번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 렉처’ 전문. ◇ 존경하는 싱가포르 국민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북미 정상회담은 평화의 길을 밝혔습니다. 먼저, 세기적인 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지원해 주신 싱가포르 국민들과 정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연구에 있어서 세계 최고이며, 이를 통해 아시아의 가치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렉쳐에 초청해 주신 동남아시아연구소에 각별한 우정을 느낍니다. 작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리센룽 총리를 만났습니다. 우리는 빠른 시일 내에 서로 방문하자고 약속했습니다. 고대하던 만남이 이뤄져 아주 기쁩니다. 싱가포르 국민 여러분, 싱가포르는 곧 평화입니다. 평화를 이야기하지 않고 싱가포르를 말할 수 없습니다. 작은 어촌에서 시작한 싱가포르의 역사는 평화를 일궈가며 번영에 이르렀습니다. 냉전과 콘프론타시로 반목하던 시기 싱가포르는 아세안 창설을 주도하고 대화를 이끌었습니다. ‘아세안 중심’이라는 가치를 세워냈고, 아세안+3, 동아시아 정상회의(EAS)를 통해 아세안의 외연을 확대하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동남아시아가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세안이 있었습니다. 지역협력이라는 제3의 길을 개척하며 지역의 안정을 유지했고, 그 중에서도 싱가포르는 가장 앞장 서 평화를 추진했습니다. 동남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곳입니다. 무슬림과 불교, 기독교와 힌두교, 도교와 유교에 사회주의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아세안은 이처럼 다양한 문명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실천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싱가포르가 아세안과 함께 달성한 평화는 아세안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21세기를 평화와 공존의 세기라 부를 수 있다면 21세기는 아세안의 세기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그 중심에 싱가포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도 그 누구보다 평화를 원합니다. 한국만큼 평화가 절실한 나라는 없습니다.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었고, 늘 전쟁의 위협에 시달리며 많은 고통을 감내해왔습니다. 저 또한 삶의 터전을 뒤로한 채 빈손으로 피난선을 탄 전쟁 피난민의 아들로서,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 지 잘 알고 있습니다. 평화를 위한 싱가포르의 일관된 노력이 이곳을 북미 정상회담의 장소로 만들었습니다. 평화를 일궈온 싱가포르 국민들의 지지가 있었기에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했다고 여깁니다. 평화를 향한 아세안과 싱가포르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며, 평화를 통해 우리 모두가 더 큰 번영으로 함께 가자고 말씀드립니다. 싱가포르 국민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한국에게 아세안은 평화공동체를 함께 만들어 갈 동반자입니다. 함께 경제발전을 이뤄낼 교역파트너이자 투자대상국입니다. 이제는 이웃을 넘어 가족과 같은 관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나는 아세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아세안과 함께 미래를 열어가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작년 5월 취임 직후, 역대 최초로 아세안에 특사를 파견하여 아세안과의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하고자 했습니다. 9월에는 제 고향인 부산에 아세안 대화상대국 중 처음으로 아세안 문화원을 건립했습니다. 11월에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순방하여 ‘신남방정책’을 선언했습니다. 올해 3월에는 베트남을 다시 방문해 쩐 다이 꽝 주석과 함께 역내 평화증진과 상생번영을 위한 실질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곳에 오기 직전 인도 모디 총리와도 역내 다자협의체에서 더 깊은 공조와 미래지향적 협력을 약속했습니다. 싱가포르와 한국은 1975년 수교 이래, 자유롭고 개방된 경제, 역내 평화와 안정이라는 공통의 지향점을 가지고 함께 협력해왔습니다. 양국은 모두 식민지에서 독립한 후 수많은 도전을 극복했습니다. 두 나라 모두 부존자원이 없지만 ‘사람’을 희망으로 여겼고 인재를 양성했습니다. 국민들의 힘으로 ‘적도의 기적’과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이로운 경제성장을 이룩했습니다. 어제 리센룽 총리님과 나는 싱가포르와 한국 간의 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합의했습니다. 인재양성을 위한 교류가 확대될 것입니다.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경제협력이 이뤄질 것입니다. 한국의 기업들은 이미 싱가포르의 주요 랜드마크 건설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습니다. 앞으로도 4차 산업혁명시대를 함께 준비하고 역내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이 한층 긴밀해질 것입니다. 아세안과 한국은 서로에게 부족한 것을 채우고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관계입니다. 평화와 공동 번영의 미래를 열어갈 최적의 동반자라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아세안과의 관계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의 주요 국가들 수준으로 격상, 발전시켜 간다는 전략적 비전을 갖고 있고, ‘신남방정책’을 역점 추진하고 있습니다. ‘신남방정책’은 싱가포르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사람, 상생번영, 평화를 위한 미래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더 많이 더 자주 사람이 만나고, 실질적 협력을 위해 상생 번영의 기회를 넓히며 한반도와 아세안을 넘어 세계평화에 함께 기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싱가포르는 금년도 아세안의 의장국으로서 아세안의 평화와 번영을 이끌고 있으며, 한국의 ‘신남방정책’ 핵심 파트너입니다. 싱가포르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아세안과 한국의 관계가 심화 발전되기를 기대합니다. 존경하는 싱가포르 국민 여러분,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균형추이며 동서양 문명의 용광로입니다. 작지만 아주 거대한 품을 가진 나라입니다. 불교의 절과 힌두교의 사원, 기독교의 교회와 이슬람의 모스크, 도교의 사원이 하나의 거리에 어울려 있고 9000여 개의 다국적 기업 회사원들이 이 거리를 걷고 있습니다. 다인종, 다문화의 화합과 조화에 있어서 세계 최고입니다. 무엇보다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이념의 편견이 없고, 이념에 끌려 다니지 않고, 오히려 스스로 이념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력 위주의 실용을 우선하는 사회이며 그 어느 나라보다 청렴합니다. 또한 사법체계가 가장 공정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화합과 조화를 이룬 싱가포르의 힘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되었을 것입니다. 한국은 이념의 대결로 오랫동안 몸살을 앓아 왔습니다. 남북 분단은 이념을 앞세운 부패와 특권과 불공정을 용인했고 이로 인해 많은 역량을 소모했습니다. 그런 우리로서는 참으로 부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한국도 지금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싱가포르에게 배워야 할 점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싱가포르의 대담하게 상상하고 대담하게 실천하는 힘도 바로 실력과 실용, 청렴과 공정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 힘으로 세계 환적량 7분의 1 이상을 처리하며, 컨테이너를 바다로 띄워 보내는 세계 2위의 항구를 이뤘습니다. 싱가포르의 차세대 국가비전인 ‘스마트 네이션 프로젝트’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선제적 대응입니다. 그 혁신 프로젝트의 하나가 자율주행 택시입니다. 좋은 대중교통으로 환경과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싱가포르의 목표는 자가용 차량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생각까지 바꿀 것입니다. 싱가포르는 혁신적인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으로 인류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는 싱가포르의 도전을 보면서 아시아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확신을 가집니다. 나는 한국도 대담한 상상력을 실천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고자 합니다. 한국에는 싱가포르에는 없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또 하나의 기회가 있습니다. 바로 남북 경제협력입니다. 남북 정상회담은 그 시작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누구나 꿈이라고 여겼던 일입니다. 한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를 기반으로 새로운 경제지도를 그리게 될 것입니다. 남북은 경제공동체를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누구나 자기의 실력을 공정하게 발휘할 수 있는 나라로 평화 위에 번영이 꽃피는 한반도를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한반도가 평화를 이루면 싱가포르, 아세안과 함께 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번영하는 지역이 될 것입니다. 인류의 미래를 밝히는 희망이 될 것입니다. 싱가포르 국민 여러분, 남북 간의 ‘판문점 선언’과 북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을 통해 남·북·미 정상들은 역사의 방향을 바꿔놓았습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자신에 찬 걸음을 시작했습니다. 나와 트럼프 대통령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인식을 함께해왔습니다. 이러한 공동의 인식하에 한미 양국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양국의 특사단 왕래,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 이르는 “역사적 대전환”의 모든 과정을 함께해왔으며, 앞으로도 함께해 나갈 것입니다. 아베 총리와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긴밀한 소통과 협력 관계를 구축해왔습니다. 남북 관계의 정상화는 북미 관계의 정상화에 이어 북일 관계의 정상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북일 관계의 정상화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일본과도 최선을 다해 협력하고자 합니다. 지난 5월 일본에서 개최된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일본과 중국은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축하하고, 판문점 선언의 충실한 이행을 위한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작년 12월에는 베이징을 방문하여 시진핑 주석과 한반도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자는 공동의 입장을 확인했습니다. 지난달 러시아에서 만난 푸틴 대통령과는 남북러 3각 협력을 준비하기로 합의했고, 한반도와 유라시아가 함께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도록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나는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을 두 번 만났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념대결에서 벗어나 북한을 정상국가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욕이 매우 높았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의 약속을 지킨다면 자신의 나라를 번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결코 순탄치 않은 길이지만 정상 간 합의를 진정성 있게 이행해 나간다면 분명히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이 비핵화 이행방안을 더 구체화하고 한국과 미국은 이에 상응하는 포괄적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한다면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하루빨리 평화체제가 이뤄져 경제협력이 시작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판문점 선언’과 ‘센토사 합의’가 지구상 마지막 냉전을 해체한 합의로 기록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 싱가포르 국민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지금까지 지지해 주신 것처럼 싱가포르와 아세안의 건설적인 역할을 기대합니다. 아세안과 한국은 그동안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에 공감해왔습니다. 특히 아세안은 2000년 이후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을 통해 북한과 국제사회 간 대화의 장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아세안 지역안보포럼은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다자회의로서 북한과 국제사회 사이의 중요한 소통창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또한 아세안은 일관된 목소리로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고 평화와 번영의 길로 돌아오도록 독려해왔습니다. 한반도 평화정착으로 가는 여정에 한국과 아세안이 함께하는 길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이 그랬던 것처럼 다음 달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될 아시안게임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화합의 장이 되길 기대합니다. 한국과 아세안 간에 이미 구축되어 있는 다양한 협력과 교류 증진의 틀 내로 북한을 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갈 경우 아세안이 운영 중인 여러 회의체에 북한을 참여시키고 북한과의 양자 교류 협력이 강화되길 바랍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본격화되기 전에 아세안은 북한과 호혜적인 경제 협력 관계를 맺었습니다. 또한 아세안은 한-아세안 FTA를 통해 개성공단 상품에 한국산과 동일한 관세혜택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여 남북 간 경제협력을 지원했습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행을 통해 대북 제재가 해제되면, 한때 활발했던 북한과 아세안 간의 경제협력이 다시 활성화될 것입니다. 북한과 아세안 모두의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정착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아세안과 한국, 북한과 유라시아 경제를 연결하는 접점이 되어 아세안을 포함한 역내 국가들의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만들어내게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싱가포르 국민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싱가포르가 이룩한 화합과 조화는 21세기 인류의 이념입니다. 동과 서, 남반구와 북반구, 세계가 만나는 지금 싱가포르는 그 교차점에서 용광로가 되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나는 싱가포르가 지난 50년의 성취를 넘어 또 다른 기적을 만들어 내리라 확신합니다. 지금까지처럼 아세안의 평화와 번영을 이끌며,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평화정착이라는 한반도의 목표에도 항상 함께해 줄 것이라 믿습니다. 아시아의 평화로 아시아의 시대를 열어갑시다. 아시아의 번영으로 인류의 희망을 만들어 냅시다. 감사합니다. 싱가포르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사설] 비핵화 담보할 종전선언 우리가 중재 나서야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싱가포르 방문을 앞두고 현지 언론과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이 되는 올해 종전을 선언하는 게 우리 정부의 목표”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4ㆍ27 남북 정상회담의 중요한 합의 중 하나인 종전선언을 2개월반 만에 재차 언급한 것은 종전선언 추진이 자칫 표류할지도 모르는 북·미 관계의 동력을 되찾고, 비핵화를 담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6, 7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평양 북·미 고위급회담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난 이유 중 하나도 종전선언에 대한 북·미의 의견 차이로 분석되고 있다. 당시 북한 외무성이 내놓은 담화는 북측이 정전협정 체결 65주년(7월 27일)을 계기로 종전선언을 제기했지만 “미측이 이러저러한 조건과 구실을 대면서 멀리 뒤로 미루어 놓으려는 입장을 취했다”고 비난했다. 북한은 종전선언이 비핵화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미국의 체제보장 의지와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초기 조치로 보고 있는 듯하다. 정전선언에 이어 수교협상 개시, 연락사무소 상호 설치 등 미국이 취할 조치야말로 북한이 불안감을 떨치고 비핵화에 이르는 안전한 징검다리가 될 것은 자명하다. 정부는 6·12 북·미 정상회담 때 남ㆍ북·미가 종전을 선언하는 방안을 기대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조만간 종전선언이 있을 것”이라고 전 세계에 기대감을 높인 바 있다. 하지만 양측의 기류가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북·미가 비핵화 로드맵을 짜는 과정에서 서로가 취할 조치를 논의했으나, 종전선언이 교환 조건의 하나로 논의되고 여타 행동 대 행동에 맞지 않는 요구들을 주고받으면서 갈등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제서야 비핵화 워킹그룹을 짜는 마당에 정전협정 65주년인 오는 27일 남ㆍ북·미의 종전선언은 촉박할 수 있다. 9월 유엔 총회 때 김정은 위원장이 뉴욕을 방문해 종전선언을 하는 안도 나온다. 우리도 당사자인 만큼 종전선언이 가시화할 수 있도록 다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 1991년 남북 기본합의서에 ‘정전상태를 공고한 평화상태로 전환시키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조항을 담은 이래 종전은 남북의 소망이다. 북한, 미국과 긴밀히 소통해 평화체제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북한도 경제 건설에 걸림돌만 되는 핵을 버리기로 한 이상 과감한 조치로 미국에 비핵화 확신을 주고, 종전선언을 이뤄야 할 것이다.
  • 폼페이오 “수십년 걸친 도전”… 北 비핵화 시간표 늦춰지나

    폼페이오 “수십년 걸친 도전”… 北 비핵화 시간표 늦춰지나

    “백악관 속으론 좌절감” 분석도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1일(현지시간) ‘북핵 문제가 한번에 해결되기를 바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6·12 북·미 정상회담 후 지난 6~7일 열린 북·미 첫 고위급회담의 ‘빈손’ 논란을 반박하면서 후속 협상에도 시간이 필요함을 시사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가 열린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들에게 “북한으로 하여금 그들이 오늘날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가 그들에게 안전 보장책이 아닌 위협을 가져다주는 것이라는, 근본적인 전략적 결정을 하도록 하는 것은 수십년에 걸친 도전”이라고 말했다고 CNN이 전했다. 이는 수십년 동안 풀지 못했던 북핵 문제를 한두 번의 정상회담과 실무회담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우리는 그 나라(북한) 전체가 그들이 전략적으로 잘못해 왔다는 걸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그걸 이해한다고 말했다. 나는 거기에 있었고 그걸 봤다”고 말했다. 이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거듭 강조함으로써 미 조야에 퍼져 있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앞서 10일 아프가니스탄 방문에서도 “(북핵 문제 해결이) 몇 시간 동안에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는 건 터무니없는 일”이라면서 “나는 많은 것에 대해 비난받아 왔지만 이에 대해서는 아니다”라며 빈손 방북 논란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과 “같은 생각”이라고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전날 폭스뉴스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이후 비핵화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고조되는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동의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가 우리의 진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약속이라고 여전히 믿고 있다”면서 “우리는 문제를 풀어 나가기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릴 수는 있지만 북한과 협상을 이어 갈 뜻을 분명히 했다. 일각에서는 백악관이 겉으로 ‘낙관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CNN은 “백악관은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 협상이 최악으로 진행됐다고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상원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 마크 워너 의원도 이날 국가정보국(DNI)에 북핵 협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과 정보당국의 평가가 일치하는지 확인을 요청했다고 CBS 등이 전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文대통령 “주한미군은 한·미 문제… 비핵화 협상 의제 아니다”

    文대통령 “주한미군은 한·미 문제… 비핵화 협상 의제 아니다”

    연내 종전선언 목표… 북미 협의 한미훈련 중단은 신뢰 구축 조치문재인 대통령이 11일 북핵 협상 과정에서 주한미군 문제가 의제화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연내 종전선언이 목표임을 거듭 확인했다. 인도에 이어 두 번째 순방국인 싱가포르를 이날 2박3일 일정으로 국빈 방문한 문 대통령은 싱가포르 유력 일간지 더스트레이츠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한·미 동맹의 문제이지 북·미 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논의될 의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인도·싱가포르 순방에 앞서 지난 5일 이뤄졌다.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 방문은 15년 만에 이뤄지는 한국 정상의 국빈 방문이다. 싱가포르는 올해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의장국으로 문 대통령이 역점을 기울이는 신(新)남방정책의 거점국가인 데다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란 점에서 상징적 의미도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세 번째 평양 방문 이후 북·미 비핵화 대화의 주요변수로 부상한 한국전쟁 종전선언에 대해 “종전선언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등 항구적 평화정착 과정을 견인할 이정표”라며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이 되는 올해 종전을 선언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목표”라고 했다. 이어 “시기와 형식 등에 대해서는 북한, 미국 등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며 현재 남북 및 북·미 간 추가 협의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 연합군사훈련 유예에 대해선 “대화를 지속하고자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북한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 입장을 표명했고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등 실천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한·미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북한의 관심 사항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앞서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올가을 평양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가을 평양 방문을 당장 준비하기보다는 두 차례 정상회담의 합의를 이행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남북 간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시기 등을 확정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싱가포르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냉온탕 오간 ‘비핵화 줄다리기’… 북·미 후속협상 빅딜 가능성

    냉온탕 오간 ‘비핵화 줄다리기’… 북·미 후속협상 빅딜 가능성

    북미 워킹그룹 판문점 협의 주목 동창리 폐쇄·유해송환 등 기대감 北의 ‘완전한 신고’ 낙관론 커져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과 미국은 한 달째 비핵화 협상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줄다리기를 이어 가고 있다. 북·미 어느 쪽도 협상의 ‘판’을 깨지 않으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극적인 ‘빅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10일(현지시간) “지난 6~7일 북·미 고위급 실무회담이 기대와 달리 사실상 ‘빈손’으로 끝나면서 미 조야를 중심으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하는 등 동력을 이어 가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낙관론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12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북·미 워킹(실무)그룹 협의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워킹그룹 협의에서 북·미가 미군 유해 송환,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폐쇄 등 합의를 이끌어 낸다면 이는 후속 협상을 통해 북·미 간 빅딜 가능성을 보여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괄 타결식 선(先) 핵폐기’를 주장하던 트럼프 정부가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동시 추진’과 ‘단계적 핵폐기’ 등 유연한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북한과 접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른 소식통은 “미 조야와 현지 언론을 중심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3차 방북 결과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실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면서 “트럼프 정부의 비핵화·체제보장 동시 추진과 북한의 체제보장 이후 비핵화 주장은 순서의 문제로, 어느 정도 협상으로 ‘딜’이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또 오는 11월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북한의 비핵화 성과물’이 절실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협상의 불씨를 이어 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북한도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협상의 끈을 놓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북·미가 워킹그룹을 중심으로 한 협상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주장하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에 합의할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지만, 최근 고위급회담에서 미온적으로 나온 북한에 공이 넘어가 있는 형국이다. 미국의 ‘완전한 체제보장’(CVIG) 로드맵 제시도 관건이다. 이에 북한이 전향적으로 나올 경우 북한의 완전한 신고 이후 ‘검증→대북 제재 해제→핵폐기’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을 관리하면서 안전을 담보하게 되고, 북한도 한꺼번에 핵을 포기하면서 오는 체제보장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와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5일 “북한 비핵화의 성공 여부는 ‘완전한 신고’에 달렸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워싱턴의 또 다른 소식통은 “북·미가 지난 70년간의 ‘불신의 벽’을 넘어 비핵화-체제보장 ‘빅딜’을 위한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북한의 비핵화 거부감을 줄일 수 있는 트럼프 정부의 과감한 협상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문정인 “북미 고위회담서 ‘비핵화 해법’ 극명한 차이 보여”

    문정인 “북미 고위회담서 ‘비핵화 해법’ 극명한 차이 보여”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 특보 겸 연세대 특임교수는 최근 이뤄진 북미 고위급 회담 결과와 관련, “부분적 성과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미국과 북한 사이의 북핵 문제를 푸는 방식의 차이점을 극명하게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 특보는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한 인터뷰에서 “미국은 아직까지 일괄 타결이라든가 북한의 선 해체를 상당히 요구하는 것 같고, 북한 입장은 점진적 동시교환 원칙에 따라 가자고 하는 데 큰 차이점이 있는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북한 외무성 성명을 보면 북한의 비핵화 문제와 한반도 종전 선언, 평화협정을 하는 것이 서로 연동이 돼 있는데, 미국 측에서 그 부분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아직은 미국과 북한 사이의 간극이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문 특보는 미국과 북한의 의견 차이는 극복할 수 있는 사항이라며 정부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문 특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을 설명하면서 “지금까지 여러 가지를 해왔다. 그러니까 촉진자의 역할, 중재자의 역할을 해 왔는데 이제 촉진자 역할을 더 많이 해야 되겠다”며 “(북미가) 건설적인 대화를 하도록 하고, 그러면서 빨리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해 주는 작업을 우리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국방정보국(DIA)이 북한이 핵탄두와 관련 시설을 은폐하려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는 최근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에 대해서 문 특보는 “지금은 국방정보본부가 비교적 정확하다. 그러나 그 역시 검증돼야 하고, 미국 정보 공동체에서 협의돼 하나의 정제된 결론이 나와야 할 것이기 때문에 너무 단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이견 노출한 북ㆍ미 고위급회담, 인내를 갖고 ‘윈윈’해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그제까지 1박2일간 평양을 방문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완전한 비핵화’ 문제를 이행하기 위해 후속 협상을 벌였다. 미국 측은 조속히 ‘비핵화 시간표’를 마련하고 핵신고·검증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북한 측은 종전선언 발표 등을 요구하고, 단계적 동시행동 원칙을 강조하며 반발했다. 이번 회담이 양측 간 팽팽한 입장차 속에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면담도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 외무성은 회담 직후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비핵화 요구만 했으며 (북한은) 정전협정 체결 65주년(7월 27일)을 계기로 한 종전선언 발표를 요구했으나 미국이 이를 미루려 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초기 단계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조치로 종전선언의 조기 성사를 중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미측은 먼저 비핵화 초기 조치를 진행한 뒤 일정 시점에 가서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며 맞섰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이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나왔다’는 북한 외무성 담화에 대해 “북한에 대한 우리의 요구가 강도 같은 것이라면 전 세계가 강도”라고 반박해 양측 간 신경전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어제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과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 폼페이오 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장관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 때까지 유엔 안보리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고 합의했다”고 밝혀 3국과 북한의 관계가 6·12 북ㆍ미 정상회담 이전으로 되돌아간 분위기마저 풍기고 있다. 그나마 다행은 북ㆍ미가 이번 협상에서 비핵화 검증 등 핵심 사안을 논의할 워킹그룹을 구성하기로 하고, 동창리 미사일 엔진실험장 폐쇄 방법 등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급 회담도 조만간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또 미군 유해 송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12일 판문점에서 회담을 열기로 했다. 결국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시간표’와 핵신고·검증 절차 등 핵심 현안에 대한 합의를 이루진 못했지만, 워킹그룹 구성과 실무회담 등을 열게 됐다. 북ㆍ미 고위급회담에서 양측이 날을 세운 만큼 일각에서는 벌써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에 나설 시점이 멀지 않았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그동안 많은 핵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엔 최소 2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당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첫 임기인 2020년 말까지를 비핵화 완성의 목표치로 제시한 적이 있다. 그만큼 비핵화에 대한 과정이 지난한 게 현실이다. 북ㆍ미는 이번 회담을 교훈으로 서로 동시적·단계적 행동을 주고받으면서 대화를 차곡차곡 진전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래야 서로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보장을 맞교환하는 윈윈을 할 수 있다.
  • 폼페이오 “우리가 강도면 전세계가 강도”···北담화 정면 반박

    폼페이오 “우리가 강도면 전세계가 강도”···北담화 정면 반박

    한미일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서 발끈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8일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 고위급 협상에서 진전이 있었지만,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가 이뤄질 때까지 대북제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북한 외무성이 담화를 통해 ‘미국이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비난한데 대해 “우리의 요구가 강도같은 것이라면 전세계가 강도”라고 반박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일본 도쿄에서 강경화 외교장관,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협상 진전 있었지만 대북제재 유지”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이틀 간의 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가 의미하는 범위에 관해 북한과 긴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또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한미일 3국 공조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대북) 제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동의한 대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가 이뤄질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며 “(북미) 대화의 진전은 고무적이지만 이것만으로 기존 제재 조치의 완화를 정당화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비핵화 개념에 핵무기·미사일·핵분열·농축시설 망라”···생화학 무기 언급 없어 또 비핵화 대상과 관련, “무기 시스템에서부터 핵분열성 물질 생산시설과 농축시설까지, 무기와 미사일을 망라해 비핵화를 광범위하게 정의한다”면서 “북한도 이를 이해하고 있으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 일각에서 비핵화의 개념에 포함시키고 있는 생화학 무기는 거론하지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들(북한)도 검증이 없는 비핵화는 말이 안된다는 점을 이해하고 인정했다”며 “완전한 비핵화와 연계된 검증이 있을 것이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회견에서 “북한은 이런 결의를 완전히 이행해야 하며,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 때까지 유엔 안보리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고 합의했다”며 “한미연합공동훈련 중지는 북한이 신속히 비핵화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6∼7일 평양을 방문해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 문제를 이행하기 위해 후속 협상을 벌였다. 미국 측은 이 협상에서 조속히 ‘비핵화 시간표’를 마련하고 핵신고·검증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북한 측은 단계적 동시행동 원칙을 강조하며 반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협상이 끝난 뒤 진전이 있다고 밝혔으나 북한 외무성은 담화를 통해 미국이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비난해 협상 성과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에 대한 우리의 요구가 강도 같은 것이라면 전 세계가 강도”라며 “왜냐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무엇을 성취할 필요가 있는지 만장일치로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그는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북한의 체제 보장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것과 제재 유지는 별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美의 “‘과거 정부’ 대북지원 잘못” 발언… 진보 정부의 ‘책임론’ 거론?

    美의 “‘과거 정부’ 대북지원 잘못” 발언… 진보 정부의 ‘책임론’ 거론?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과거 정부의 대북지원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활용 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주목 된다. 그간 한국 보수 진영에서도 과거 진보 정부의 대북지원의 일부가 북한의 핵 개발과 정권 연장에 기여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이와 비슷하게 미국에서도 전 정부의 책임론이 재연되는 모양새다. 미국 국무부가 과거 행정부의 대북지원은 북한 정권에 핵·미사일 개발 자금을 확보해 줬다며 같은 실수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8일 보도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7일(현지시간) VOA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수백만 달러 상당의 식량 지원을 유인책으로 제공했던 전임 행정부들과 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것을 거부한다”며 “이는 북한 정권이 핵과 미사일에 쓸 자금을 확보하도록 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마크 로우코크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국장이 방북할 예정인 가운데 미국이 대북지원을 재개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VOA는 설명했다.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보도자료를 통해 로우코크 국장이 9∼12일 방북, 평양과 황해남도 지역을 찾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수십억 달러 상당의 에너지 지원과 심지어 현금 지급까지 있었다”며 “이 모든 것은 북한의 불법 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 진전을 도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목표는 분명하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동의한 대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를 성취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북미 협상 국면에도 북한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탑재 잠수함 신규 건조, 핵무기 은폐, 핵시설 확장 등에 대한 의혹이 잇달아 불거지는 데 대한 논평 요청에는 “미국은 선의의 행동을 취했고, 생산적인 결과가 달성돼야 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조윤제 주미대사, ‘북한, 경제 위기로 비핵화에 나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의 길로 나선 이유가 ‘경제 성장’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제학자이기도 한 조윤제 주미 대사는 6일(현지시간) 미국의 시사지인 애틀랜틱과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목표는 체제 보장과 경제 발전에 있고, 그도 미국과 관계개선 없이는 두 가지 목표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만약 연내에 남·북·미가 비핵화의 최종 단계에 체결될 공식적인 평화협정의 잠정단계인 ‘종전 선언’에 나선다면 북한은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사는 과거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재직할 당시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소련의 붕괴로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소련과 교역하던 공산주의 국가들은 세계 자유시장경제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혹독한 고통을 겪었다”면서 “당시 김일성 전 주석, 이후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권력상실을 두려워한 나머지 경제전환을 거부했고, 경제적 궁핍 상황에서 체제 생존을 위한 핵무기 개발에 올인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김 위원장은 가난과 핵무기를 물렸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제 김 위원장은 핵무기를 버리고 ‘경제 성장’을 택했다고 조 대사는 주장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미국 주도의 경제제재가 북한을 옥죄기 시작하면서 김 위원장의 생각이 바꿨을 것이라는 것이 조 대사의 지적이다. 조 대사는 “북한 생존의 핵심은 ‘경제적 번영’에 있는데 이것은 국제사회의 제재가 끝나지 않는 한 실현될 수 없고, 이는 다시 북·미 관계의 영구적 개선 없이는 달성될 수 없으며, 북미 관계 개선은 비핵화 없이는 달성될 수 없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서둘러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이 이끄는 북한 사회와 그가 헤쳐나가는 세상은 그의 아버지나 할아버지 시대와 다르다”면서 “김 위원장은 이미 수백 개의 장마당을 만들고 국가집단 농업체제를 가족 농업체제로 전환하는 경제규제 완화작업을 시작했고, 이런 개혁은 되돌리기가 어렵다”며 비핵화 선택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조 대사는 “13세기 동안 단일국가였던 남·북과 달리 미국과 북한은 지난 70년간 신뢰에 기반을 둔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어서 남북 관계처럼 쉽게 진전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좀 더 인내심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미국 측에 조언했다. 이어 “지난 10년 간 남북 간, 미·북 간에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면서 “우리는 이제 굳건한 대화 기반을 최고위급 차원에서 구축했고, 이런 측면에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은 성공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데스크 시각] 트럼프와 MBS 그리고 김정은/김미경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트럼프와 MBS 그리고 김정은/김미경 국제부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전격적으로 손잡은 30대 젊은 지도자 두 명이 있다. 지난해 3월에 이어 올 3월 워싱턴DC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무함마드 빈살만 빈압둘아지즈 알사우드(일명 MBS)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지난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을 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그들이다. 빈살만 왕세자는 올해 만 33살, 김 위원장은 35살이다.트럼프 대통령은 빈살만 왕세자와의 회동에서 사우디가 구입한 미국산 무기를 설명하며 “사우디의 무기 구매로 미국 내 일자리 4만개가 새로 생겼다”며 “양국이 버락 오바마 전 정부에서는 불편한 관계였지만 지금은 역대 가장 강한, 대단한 우정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석유 의존도를 줄이는 경제개혁 ‘비전 2030’을 진행 중인 빈살만 왕세자는 향후 20년간 원자력발전소 16기를 건설할 계획인데, 미측에 원전 수주 조건으로 우라늄 농축 등이 가능하도록 ‘미 원자력법 123조’ 완화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허용할 경우 미국의 사우디 원전 수주는 물론 이란을 견제할 사우디의 핵무장까지 용인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빈살만 왕세자가 어디까지 손잡을지가 중동 문제의 방향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 언론인 마이클 울프가 쓴 ‘화염과 분노’에 따르면 비디오게임을 즐기는 MBS는 새로운 유형의 지도자이자 개방적이고 대범한 국제적 인물로, 귀족이라기보다 기민한 세일즈맨이다. 여성 운전 첫 허용 등 새롭고 현대적인 왕국을 추구하는 MBS는 미 대선 후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에게 손을 내밀어 자신이 사우디의 접촉 창구가 되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자주 비방했던 사우디의 지도자에게 높은 점수를 주면서 지난해 5월 사우디 답방길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과 MBS의 외교정책은 “당신이 우리가 원하는 걸 주면 우리도 당신이 원하는 걸 주겠다”는 것이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정부 등 전 정부가 중동을 잘못 다뤘다며 “더이상 긴장 관계는 없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MBS의 관계 형성은 북·미 최고지도자의 그것과 비슷한 측면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전 정부의 대북 ‘전략적 인내’ 정책이 실패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이 나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그는 대선 전후로 김 위원장을 ‘미치광이’, ‘로켓맨’ 등으로 부르며 비난했지만, 문재인 정부를 통해 비핵화와 체제 보장 협상을 타진해 온 김 위원장을 전격적으로 만나 4개 항으로 이뤄진 공동성명을 도출했다. 구체성 결여라는 지적에도 김 위원장은 미국과의 새로운 관계 수립과 평화체제 구축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약속과 6·25 참전 미군 유해 송환을 각각 얻어 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일본 언론인 고미 요지는 최근 저서 ‘김정은’을 통해 12~17세까지 스위스 베른에서 유학한 김 위원장이 “다소 거친 면도 있지만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주변 국가에 관심이 많은 소년이었다. 그리고 조국의 앞날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고 전했다. 조국의 앞날을 위해 핵개발이 아니라 ‘경제건설 총력’을 결정했다면 남북 관계 발전뿐 아니라 북·미 관계 정상화는 필수적이다. 할아버지·아버지 세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30대 지도자인 MBS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얼마나 큰 일을 도모해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chaplin7@seoul.co.kr
  • [열린세상] 4자 종전선언과 남북 주도의 평화체제 구축/김천식 우석대 초빙교수·전 통일부 차관

    [열린세상] 4자 종전선언과 남북 주도의 평화체제 구축/김천식 우석대 초빙교수·전 통일부 차관

    남북한은 46년 전인 1972년 7월 자주적 통일 원칙에 합의했다. 이것이 남북한 관계를 규율하는 제1의 원칙이다. 한반도 분단은 우리 민족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외세에 의해 결정됐다. 그러나 그들은 한반도 통일에 관심이 없다. 우리가 스스로 하지 않으면 통일은 이루어질 수 없다. 한민족 자주적 통일의 전제는 한반도의 평화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평화가 파괴되면 주변국들은 그냥 구경만 하지 않는다. 남북한이 평화를 위협하면 외세 개입의 초청장을 발급하는 것이나 같다. 6ㆍ25와 북한의 핵개발이 이를 증명한다. 남북이 평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자주적 통일은 공염불에 불과하다.남북한은 계속해서 평화를 말해 왔지만, 아직도 진정한 평화와는 거리가 멀다. 그동안 몇 차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상이 있었으나 모두 성과 없이 끝났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4ㆍ27 판문점 선언에서 종전선언을 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 이후 종전선언의 주체에 대해 논란이 있었고,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중국이 종전선언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또한 종전선언 이후 한반도 평화 유지에 대한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있다. 통상 종전(終戰)은 평화협정의 구성 요소이기 때문에 평화협정과 분리하지 않았다. 이러한 틀에서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면 주요 전쟁 당사자였던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어떠한 형태로든 참여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런데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분리한다면 발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종전선언은 전쟁 상태를 종결시키는 행위다. 따라서 그 주체는 전쟁에 실질적으로 참여했던 당사자들이다. 6ㆍ25전쟁은 정확히 말하자면 남북한 간의 전쟁에 미국과 중국이 참전했으니 실질적으로는 4자 전쟁이었다. 따라서 남·북·미·중 4자가 종전선언의 주체가 되는 것이 타당하다. 한편 한반도 평화체제에서 종전선언이 분리되면 남는 과제는 한반도의 장래 문제를 규정하는 일이다. 그 첫째는 전쟁 당사자 간 적대관계를 정상관계로 전환하는 일이다. 이는 본질적으로 양자 간 국교수립 문제인바 다자간 협상에서 다루기에는 부적절하다. 한·중 수교는 이미 끝났고, 현재 북·미 간 관계정상화 문제가 남아 있다. 6ㆍ12 북·미 정상회담에서 관계개선을 해나가기로 약속한바 양자가 이 문제를 다루어 나갈 것이다. 둘째는 장래 한반도에서의 평화보장과 통일의 문제가 남는다. 이는 한반도 평화 유지와 경계선 관리, 군사적 신뢰 구축, 군축 등을 실현하는 문제와 남북한 관계를 설정하는 문제로 구성된다. 이는 남북한 문제이고 남북한이 주도해 풀어야 한다. 이것을 다자체제로 다루는 것은 부자연스럽고 우스운 일이다. 만약 이러한 문제를 다자 틀로 다룬다는 것은 주변 외세에게 한반도에 개입할 수 있는 지분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한반도의 장래 문제를 관리하는 것은 누가 뭐래도 한민족 남북한이 주인이고 남북한이 당사자인 것이 타당하다. 이것이 남북한 간 합의 정신이기도 하다. 우리가 필요해서 주변국의 협조를 구할 수는 있지만, 이것은 한민족의 재량권에 해당하는 사항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스스로 지키겠다는 그러한 힘과 책임의식 없이는 평화체제를 수립할 수 없다. 한반도의 실질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면 반드시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반도 평화체제는 사상누각이고 위험하며 통일도 어려워진다.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공언한 만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해야 한다. 비핵화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장돼야 한다. 남북한은 평화협정을 체결하더라도 그 관계가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임이 분명하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한반도 영구 분단의 빌미를 주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편의적으로라도 한민족 2개 국가론을 주장하는 것을 경계한다. 남북한은 한반도 평화체제와 특수관계를 바탕으로 민족 정체성을 공유하면서 교류와 협력을 증진시켜 공동체를 강화한다. 이런 방향에 대해서는 남북한 간에 이미 대강의 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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