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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이웃 접경지역 : 애환과 실태-강원·경기·인천] 아물지 않은 상처에 고통…개발 소외·희망 고갈 ‘3중고’

    [우리 이웃 접경지역 : 애환과 실태-강원·경기·인천] 아물지 않은 상처에 고통…개발 소외·희망 고갈 ‘3중고’

    한국전쟁의 포성이 멎은 지 64년, 휴전선을 끼고 있는 접경지역은 여전히 아프다. 비무장지대(DMZ)는 적대행위가 없는 평화 완충지대지만 중무장지대로 남아 있다. 주민들은 여전히 위험한 한계지역에서 고통·고립·고갈의 3중고를 겪으며 삶을 이어 가고 있다. 상처가 아물지 않아 고통스럽고, 개발에서 소외되면서 육지 속의 섬으로 고립됐고, 사람과 희망이 고갈되면서 고단한 삶을 이어 오고 있다.강원 양구 최북단 해안면은 전쟁이 끝난 1956년 난민정착사업으로 956명이 입주하면서 생겨난 마을이다. 천막 생활부터 시작해 황무지를 개간한 곳이다. 전쟁 직후 지뢰와 폭발물이 널려 있어 주민들의 희생도 컸다. 이렇게 피땀으로 일궈낸 토지는 이후 정부에서 대부분 국유화했다. 1983년부터 ‘수복지구 내 소유자 미복구 토지의 복구등록과 보존등기에 관한 특별조치법’과 ‘농지확대 개발촉진법’에 의해 개발사업이 이뤄지면서 대부분 토지가 정부에 귀속됐다. 목숨 걸고 개간한 농지가 아무런 보상도 없이 정부 땅이 되면서 주민들은 생활터전을 송두리째 잃게 됐다. 농민들은 개간 비용을 인정하고 합리적인 방법을 통한 국유지 불하를 요구하며 30년이 넘도록 민원을 제기하고 있으나 아직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문승현 양구군 자치행정과 팀장은 “개간 땅을 잃은 데 대한 설움도 크지만 지뢰 피해자들의 고통 또한 막심하다”면서 “해안면의 한 할머니는 20여년 전 밭에서 일하다가 발목지뢰 피해를 입었지만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특별법 개선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내 땅이 있어도 각종 규제에 묶여 재산권 행사를 못 하는 억울함도 감내해야 한다. 강원 화천지역에서 2~4개의 중복규제지역 면적은 57만 7036.4㎡로 화천군 전체 면적의 63.5%에 이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기 땅에 집이나 창고를 하나 지으려 해도 엄두를 내지 못한다. 화천군은 올해부터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계 등 개발행위를 시작하기 전에 사전 신고를 하도록 홍보하고 있다. 주민들이 허가받지 못할 것에 대비해 비용과 시간을 아끼게 해 주겠다는 취지에서다. 강원도 내 접경지역 대부분은 고속도로나 철도는 물론 광역 4차선 도로가 없는 ‘육지 속 섬’으로 남아 있다. 최근 서울~양양 간 고속도로가 뚫리고, 동서고속화철도 건립이 확정됐지만 한걸음 들어가면 여전히 멀고 험하다. 화천 사내면 용담리와 하남면 계성리를 잇는 13.5㎞ 구간은 허리가 끊긴 채 23년째 확·포장 공사가 중단된 상태로 방치돼 있다.김동하 화천군 기획감사실 팀장은 “전체 인구의 26%를 차지하는 사내면 주민 6900여명은 관공서를 방문하기 위해 춘천시 사북면 신포리를 경유해 다시 화천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공사비 550억원이 없어 겪는 불편이다. 꿈이 고갈되고 사람이 줄어드는 것도 심각하다. 1965년 5만 6000여명에 이르던 화천군 인구는 현재 2만 7000명 선을 힘겹게 유지하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자녀 교육을 위해 하나둘 떠나 가고 있는 것이다. 재정지출도 지역 인구보다 훨씬 많은 3만 5000여명의 군인을 위해서 도로개설 및 수리, 체육시설 건립까지 지지체의 필요한 예산 중 상당액을 부담하고 있어 불만이 쌓여 가고 있다. 고성군 등 해안지역의 어려움은 더 크다. 정철규 고성군 초도어촌계장은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직격탄을 맞은 데다 중국 어선 동해안 출몰 등으로 어족 자원이 고갈되면서 고성지역은 십수년 동안 지역경제가 활기를 잃었다”면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근본 대책이 절실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섬으로 된 인천 서해안 접경지역은 남북 관계에 이상이 발생할 때마다 육지보다 더 예민하고 직접적으로 반응한다. 북과 직접 맞닿아 있는 옹진군과 강화군이 더 그렇다. 남북 간의 해전과 북한의 포격 도발이 있었던 연평도는 사태 직후 관광이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고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됐다. 북방한계선(NLL)에 근접해 있기 때문에 군 당국이 어업을 제한해 주민들이 생계에 타격을 입는 일도 다반사로 일어난다. 2010년 천안함 폭침이 있었던 백령도는 20여일가량 조업이 금지돼 어민들이 피해를 하소연했다. 서해 5도 주민들은 본격적인 가을철 꽃게잡이를 맞아 이중고를 겪기도 한다. 박태원(57) 연평도 어촌계장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이 골칫거리인 상황에서 최근 북한이 서해 5도 침투를 목표로 한 가상훈련까지 하는 등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고 토로했다. 옹진군은 서해 5도(백령도, 연평도, 대청도, 소청도, 우도)와 덕적도, 자월도, 영흥도 등 경기만 일대 25개 유인도로 형성돼 있다. 옹진군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읍이 없는 유일한 군이다. 섬이다 보니 어업 활동이 주요한 경제 산업이다. 인구는 지난 8월 현재 2만 1530명이다. 5년 전보다 1400여명 늘었으나 옹진군보다 인구가 적은 지방자치단체는 영양군과 울릉군뿐이다. 강화군도 9개의 유인도와 17개의 무인도로 이뤄져 있다. 행정구역상 인천시에 속해 있지만, 인천과는 직접적인 육로가 없어 공동생활권이 형성돼 있지 않다. 육로 2곳은 모두 경기 김포시와 이어져 있어 경기도로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온다. 강화군 역시 지역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중첩 규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의한 규제뿐 아니라 문화재 규제, 군사시설보호 규제, 산지·농지 규제 등 국가안보와 문화재 보호라는 명목 아래 각종 중첩 규제로 투자 및 개발 제한을 받아 재정자립도가 11.6%로 전국 최하위권이다. 경기도는 연천과 파주 등 2개 지자체가 군사분계선과 접해 있다. 두 지역 주민은 남북 간의 첨예한 대치 속에서 국가안보를 위해 정전 이후 64년 동안 묵묵히 인내하며 살아 왔다. 대북전단이 살포될 때마다 북한의 포격 도발 위협을 받아 왔고, 최근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질 때도 외부 동요 없이 애써 일상생활을 이어 오고 있다. 두 지역은 분단 후 군부대와 군사시설이 집중되면서, 지역발전이 지체되고 주민들은 기본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고단한 삶을 영위해야 했다. 국가 안보를 위해 생활불편, 경제적 불평등을 감내했지만, 정작 이제는 수도권정비계획법과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등에 의한 중첩 규제로 성장동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낙후지역에 머물러 있다. 경기 남부지역에 비해 사회기반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주한미군이 사용해 온 공여지 면적은 전국 전체 면적의 87%에 해당하며 반환 대상 면적은 전국 대상 면적의 96%를 넘는다. 이 때문에 2006년 지금의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과 협력업체들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변변한 제조업체 한 곳 없었다. 인구는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파주는 증가세를 이어 왔지만, 경기지역 31개 시·군 가운데 연천군만이 지난 30년 동안 감소했다. 1996년에는 경기남부와 북부의 고령화율이 거의 비슷했지만 경기북부의 지역발전은 정체되고 저출산이 지속됐다. 이런 상황에서 인구 유입은 거의 없고 젊은 인구는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면서 인구구조가 고령화됐다. 원진희 경기도 DMZ정책팀장은 “연천군 인구가 1983년 6만 7848명에서 2만여명 감소하는 등 떠나는 지역이 된 것은 정주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교통환경을 개선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종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함께하는 우리 이웃 DMZ 접경지역

    함께하는 우리 이웃 DMZ 접경지역

    접경지역은 서럽다. 비무장지대(DMZ)를 끼고 있는 10개 시·군은 전국 평균 이하의 낙후지역이다. 낙후는 남북 분단의 산물이다. 6·25 전쟁이 정전된 지 64년이 흘렀다. 전쟁의 상흔을 온몸으로 막으며 고통의 세월을 견뎌왔다.접경지역은 육지의 섬이다. 한반도의 허리는 DMZ로 동강 났다. 접경지역 주민들은 북쪽으로는 DMZ와 민간인통제선에 가로막히고, 남쪽으로는 불편한 교통으로, 동서는 접경지역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 하나 없어 사실상 오지에 갇혀 사는 꼴이다. 서쪽으로 인천광역시의 옹진군, 강화군에서부터 경기도의 김포시, 파주시, 연천군을 거쳐 강원도의 철원군, 화천군, 양구군, 인제군에 이어 동쪽 끝의 고성군에 이르는 동서 245km에 걸쳐 사는 접경지역 주민의 삶은 고달프다. 해가 갈수록 인구는 가파르게 줄고 있다. 온갖 규제가 중첩적으로 얽어매고 있다. 이들 지역은 군사시설보호구역, 자연환경보전구역, 야생동식물보호구역, 백두대간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거나 경기, 인천 지역은 여기에 더해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적용받아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가 크게 제약을 받고 있다.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남북한,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가는 가운데 강도 높은 유엔 제재가 본격화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불안해지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곳이 접경지역이고, 이곳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지역주민들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라도 중앙정부는 국토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나 주민들이 그동안 겪어온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관심과 지원을 더 쏟아야 한다. 서울신문은 낙후된 접경 지역과 고통받는 주민들의 삶을 재조명하면서 중앙정부의 과감한 지원책을 견인하기 위해 ‘우리 이웃, 접경지역을 살리자’는 주제를 우리 사회의 새로운 어젠다로 제시한다. 그 일환으로 오는 22~24일 3일간에 걸쳐 서울신문 앞 광장 서울마당에서 ‘접경지역 광화문 문화장터’를 개장하고. 22일 오후에는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접경지역 발전포럼을 개최한다. 오늘 발행된 ‘우리 이웃, 접경지역’ 특집 8페이지 섹션은 다음주의 두 행사에 앞서 접경지역 주민들의 삶과 애환을 들어보고 10개 시·군이 당면한 문제를 조망하면서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접경지역 발전 방안을 엮어 마련한 것이다. 접경지역 발전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기대한다. 이경형 주필 khlee@seoul.co.kr
  • [사설] 국제기구 통한 대북 지원 큰 틀에서 옳다

    정부가 유엔 산하의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과 세계식량계획(WFP)의 요청에 따라 800만 달러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어제 밝혔다. 오는 21일 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지원 여부가 결정된다. 부처 간 협의를 하고 있고, 미국과 일본에도 사전 설명을 한 사항이라 이변이 없는 한 회의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지원이 결정되면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사실상 중단한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 지원이 재개된다. 큰 틀에서 정부의 간접 지원 방향은 옳다.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은 보수 정권에서도 ‘정치 상황과 관계없이 지속한다’는 원칙을 견지했다. 그것을 지난해 박근혜 정부가 깬 것뿐이다. 당시 정부는 ‘지원 규모와 시기 등은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단서를 달아 지원을 중단했다. 문재인 정부는 베를린 구상에 따라 남북 관계를 지속 가능하게 발전시켜 나가는 노력과 더불어 인도적 지원은 정치 상황과 관계없이 추진한다고 몇 차례나 밝힌 바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유엔 안보리 새 대북 제재 결의 2375호가 채택되고 이틀밖에 안 된 시점에서 성급한 대북 퍼주기라며 맹반발하고 있다. 대북 정책에 유화적이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조차 “북한 핵실험의 가장 큰 피해 당사국인 우리가 먼저 이 시기에 지원을 해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국제기구의 인도적 지원은 별개라는 점을 간과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장기적 남북 관계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올해 상반기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은 지난해보다 22.4% 줄어든 2540만 달러였다고 미국의 소리방송(VOA)이 보도한 바 있다. 이 액수에는 북한과 말폭탄을 주고받은 미국의 100만 달러가 포함돼 있다. 일본 정부의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국제사회가 북한에 최대한 압력을 가할 때 그 압력을 훼손하는 행동”이라고 강도 높게 우리 정부의 발표를 비난했다. 미국의 대북 지원을 알고서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 한국갤럽이 6차 핵실험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북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 65%, ‘인도적 지원은 유지돼야 한다’ 32%로 나타났다. 우리의 대북 인식이 상당히 냉랭해졌다. 정부가 국민의 공감대를 보고 21일 결정한다고 한다. 하지만 인도 지원에서 원칙을 무너뜨리면 회복이 쉽지 않다. 문 대통령이 남북 관계에 실패한 박 전 대통령과 다를 바도 없어진다. 지원 액수 조정은 진지하게 검토하길 바라지만, 지금은 무소의 뿔처럼 나아갈 때다.
  • “北 도발, 韓 신용등급에 영향 없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북한 핵실험이나 미사일 도발이 한국 국가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킴엥 탄 S&P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신용평가팀장(상무)은 1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국제금융센터 주최로 열린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속 한국 신용도 개선은 가능한가’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북한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완료해도 한국 신용등급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P는 지난해 8월부터 한국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고 있다. 한국 역대 최고 등급이며, 전체 21단계 등급 중 AAA와 AA+에 이어 3번째로 높다. 삼성 등 몇몇 대기업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와 급증한 가계부채, 높은 청년 실업률은 국가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지목됐다. 탄 상무는 “한국에선 가계부채와 가계저축이 동시에 늘고 있는데, 빈익빈 부익부가 가속화되는 징후”라며 “교육에 대한 투자가 매우 많음에도 청년 실업률이 높은 건 잘못된 방향으로 투자가 이뤄진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준홍 아·태지역 한국기업신용평가팀장(이사)은 한국 기업들이 최근 수출 호조와 제품 차별화 등으로 신용도를 끌어올렸으나 ▲중국 내 판매 부진 ▲반도체시장 초과 공급 우려 ▲정부의 규제 및 정책 변화 등 위험 요인을 안고 있어 추가 향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남북협력기금 활용…美도 지원 중, 日 “대북 압력 훼손하는 행동” 비판

    통일부가 14일 북한 모자 보건 사업에 800만 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정부의 대북 정책을 둘러싼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추진한다’는 원칙을 내세웠지만 공교롭게도 북한의 6차 핵실험 및 이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가 채택된 직후에 사실상 대북 지원을 결정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북한의 도발로 인한 한반도 긴장 상황과 무관하게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이어 간다는 입장은 보수 정부 때도 동일했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5·24 조치를 발표하고 남북 교역을 중단했지만 인도적 지원은 끊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때도 애초 원칙은 같았지만 지난해 1월 4차 핵실험 이후 ‘지원 규모와 시기 등은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해 나간다’는 단서를 달면서 사실상 지원을 중단했다. 현 정부와는 완전히 다른 선택을 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부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압박 기류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남북 민간교류와 대북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그러나 ‘베를린 구상’에 따른 남북 군사당국 회담 및 적십자 회담 제안을 북한이 거부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이어 가면서 정부의 남북 교류·협력 재개 노력은 제동이 걸렸다. 앞서 정부 고위당국자는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나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 “정치·군사적 상황과 관계없이 한다는 원칙을 지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날 지원 검토 결정이 정부 내부에서도 적지 않은 고민 끝에 나온 결과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결정에는 남북 교류가 꽉 막힌 상황에 대북 인도적 지원마저 재개하지 못하면 정부의 대북 정책이 출발선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 균열과는 무관하고 명분이 분명한 인도적 지원부터 시작해 현재로서 가능한 정책은 해 나가겠다는 의미다. ‘군사적 옵션’을 포함해 고강도 대북 제재·압박을 이어 가는 미국도 국제사회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은 계속해 나가고 있다. 정부가 이런 상황에 인도적 지원을 재개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북한에는 강력한 유화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독자 제재든, 국제공조 제재든 우리가 목표하는 제재 대상은 북한 정권이지 북한 주민이 목표가 돼선 안 된다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여기에는 애초 대화를 강조했던 정부가 북한의 잇단 도발 이후 제재로 대북 정책의 방점을 옮겨 가면서 ‘전 정부와 다를 게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영유아 지원은 가장 기초적인 인도적 지원으로 다른 상황과 무관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걸 문제 삼으면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유엔 제재도 인도적 지원은 할 수 있게 돼 있어 논란이 될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모자 보건 사업 지원 예산은 남북협력기금을 활용할 예정이다. 남북협력기금은 올해 9627억원이며 정부 안대로라면 내년에는 1조 462억원으로 증액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에 대한 압력을 훼손하는 행동”이라면서 “북한이 도발 행동을 계속하는 지금은 대화 국면이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가 북한에 대해 최대한 압력을 가할 때”라며 한국 정부를 비판했다. 서울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서울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정부, 北에 800만 달러 인도적 지원한다

    정부, 北에 800만 달러 인도적 지원한다

    현금 아닌 백신·의약품·치료제 北압박과 어긋난 메시지 우려도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의 영유아, 임산부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사업에 800만 달러(약 90억 6000만원)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대북제재 결의가 이뤄진 지 이틀 만에 대북 인도적 지원 카드를 꺼내들면서 시기적으로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을 낳고 있다. 통일부는 14일 “북한의 영유아, 임산부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면서 “오는 21일로 예정된 남북교류협력 추진협의회에서 유니세프, 세계식량계획(WFP) 등 유엔 산하 국제기구의 요청에 따른 대북 지원사업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구체적인 지원 내역 및 추진 시기 등은 남북 관계상 제반 여건 등을 고려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의 첫 대북 지원사업이다. 검토되는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은 WFP의 북한 아동,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영양강화식품 제공사업에 450만 달러, 유니세프의 북한 아동, 임산부 대상 백신, 필수의약품, 영양실조치료제 지원사업에 35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 규모다. 이 사업들은 오는 21일 교추협 안건으로 상정돼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결정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 “북핵 미사일을 해결하기 위한 국제 공조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은 빈틈없이 이행돼야 하지만, 미사일 발사와 인도주의 트랙은 다르다”면서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적 지원은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도 하고 있어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하는 게 맞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과 직접 대화해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게 아니라, 국제기구를 통해 검증 가능한 지원을 하는 것”이라면서 “북한에 대한 유화적 제스처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원이) 사실상 결정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보통 교추협 안건은 원안대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수정되는 경우도 있어 지금 예단해서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지원은 2015년 12월 유엔인구기금(UNFPA)의 ‘사회경제인구 및 건강조사 사업’에 80만 달러를 지원한 이후 21개월 만이다. 정부는 10년 만에 추진되는 UNFPA의 제3차 북한인구 총조사 사업에도 600만 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바른정당, 800만불 대북지원에 “대북 제재 구멍 내는 행보”

    바른정당, 800만불 대북지원에 “대북 제재 구멍 내는 행보”

    바른정당은 14일 정부가 발표한 800만 달러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계획과 관련해 “지금은 대북지원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라며 신중한 대응을 촉구했다.이종철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이라도 규모와 시기 등은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해 나가야 한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전까지는 모든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미사일 위협에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효과적인 제재를 위해 가용할 모든 방법을 찾고 있고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가 이런 흐름에 구멍을 내는 섣부른 행보를 취하고 있는 것 아닌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부, 유니세프 등 통해 800만 달러 대북인도지원 검토

    정부, 유니세프 등 통해 800만 달러 대북인도지원 검토

    정부가 유니세프 등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에 800만 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통일부 당국자는 14일 “유니세프와 WFP(세계식량계획) 등 유엔 산하 국제기구의 요청에 따라 800만 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21일 예정된 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검토하는 방안은 WFP의 아동·임산부 대상 영양강화 사업에 450만 달러, 유니세프의 아동·임산부 대상 백신 및 필수의약품, 영양실조 치료제 사업에 350만 달러 등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구체적인 지원내역 및 추진 시기 등은 남북관계 상황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상 결정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보통은 원안대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수정되는 경우도 있어 예단해서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지원이 결정되면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대북지원이다. 또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지원은 2015년 12월 유엔인구기금(UNFPA)의 ‘사회경제인구 및 건강조사 사업’에 80만 달러를 지원한 이후 21개월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지원은 보수 정부 때도 이어져 오다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중단됐다. 정부가 북한의 6차 핵실험 등 도발이 이어지고 있지만 대북지원을 적극 검토하는 것은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추진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박근혜 정부도 이런 원칙이 있었지만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에는 ‘지원 규모와 시기 등은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해 나간다’는 단서를 달아 지원하지 않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율 66.8%…1주새 2.3%p↓, 3주째 하락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율 66.8%…1주새 2.3%p↓, 3주째 하락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60%대 중반으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는 tbs 교통방송의 의뢰로 지난 11∼13일 전국의 성인 남녀 1527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신뢰 수준 95%, 오차범위 ±2.5%포인트),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이 지난주 주간집계(4∼8일)보다 2.3%포인트(p) 내린 66.8%로 집계됐다고 14일 밝혔다. 직무수행 부정평가는 2.2%p 오른 26.8%, 모름 또는 무응답은 6.4%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3주째 하락세다. 리얼미터는 “북한의 6차 핵실험이 안보 위기감으로 이어졌고 일각의 전술핵무기 배치 주장이 여론의 관심을 끄는 상황에서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부결과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인사 논란이 확산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간집계로 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김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되고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 다음 날인 12일 67.9%로 내려갔다. 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가 부적격으로 채택된 13일에는 66.2%까지 떨어졌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대구·경북(48.9%·8.7%p↓), 대전·충청·세종(64.2%·3.9%p↓), 경기·인천(69.1%·1.4%p↓)에서 하락 폭이 특히 컸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39.1%·10.6%p↓), 30대(84.3%·2.2%p↓)에선 하락했지만, 40대(83.8%·4.1%p↑)와 20대(79.1%·1.0%p↑)에선 상승했다. 정당 지지도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0.6%p 내려간 49.1%로 1위를 유지했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4주째 내림세가 이어졌다. 이에 반해 자유한국당은 1.9%p 오른 18.6%의 지지율로 3주째 오름세를 보였다. 박 후보자 임명을 강력히 반대하는 정의당은 6.2%(0.5%p↑)로 반등해 오차범위 내 3위로 올라섰다.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5.6%(0.1%p↓)로 큰 변화가 없었다. 다만 텃밭인 광주·전라지역에서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2.0%p 오른 11.7%로 나타났다. 임시 지도부 구성을 둘러싸고 당내 갈등이 이어진 바른정당은 5.1%(1.2%p↓)로 3주째 하락하며 꼴찌로 밀려났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PSI, 나스닥 상장 청구서 접수 완료

    PSI, 나스닥 상장 청구서 접수 완료

    한국과 미국 증시 동시 상장을 준비했던 미국 중견 빅데이터 기업 PSI인터내셔널(이하 PSI)이 9월 12일 나스닥 (NASDAQ) 상장 청구를 위한 상장 공모신청서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에드가(EDGAR) 시스템에 정식 제출했다고 밝혔다. PSI는 상장 심벌(Ticker Symbol)은 'PSIT'이며 공모가는 1주당 15달러이다. PSI는 SEC에 제출한 공모신청서가 통과되면 3천만 달러(한화 36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스마트 그린에너지 사업과 M&A 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SEC의 심사 기간은 45~60일 정도다. 특히 이번 공모는 통상적인 투자 로드쇼와 더불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주식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스타트엔진(StartEngine)과의 제휴를 통해 SNS와 인터넷으로 전세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며, 최근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불안감이 높아진 한반도 정세상황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외국 자산에 눈을 돌리고 있는 한국 투자자들의 공모 참여를 위한 홍보와 안내 서비스도 조만간 마련할 계획이다. PSI의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과 미국 증시의 동시 상장을 위해 IPO를 준비해 왔으나 한국의 경우 현지 주간사의 인수합병과 조직개편으로 인한 전담 임·직원의 급작스런 교체로 상장 일정이 지연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게다가 최근 한반도 위기 고조로 불안해진 한국 증시보다는 안정적인 미국 나스닥에 상장청구서를 먼저 접수해 우선 상장한 후, 나스닥 상장으로 획득한 상장 프리미엄과 당사의 빅데이터 기업가치 그대로를 한국, 대만,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각국 증시에 DR(주식예탁증서) 발행 방식의 상장으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이번 신청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PSI는 기업 설립 후 30년 이상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매출의 대부분이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 정부기관 등에 집중되어 있어 미국 국채 수준에 준하는 매출 신용도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미 PSI는 미국 상장회사회계감독위원회(PCAOB)의 회계감사 기준에 의해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어 이번 심사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의 해외주식 직접 투자 시장 규모가 연간 7조원 대로 늘었고, 올해 해외주식 직접 투자 규모가 1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한국예탁결제원의 전망과 맞물려 보다 안전한 개인 자산관리를 위해 선진국 시장에 직접 투자하려는 국내 자산가들에게 PSI의 이번 나스닥 상장 신청은 매력 있는 투자 기회가 될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특히 미국계 기업들이 한국 증시에 상장할 경우 공모가의 수십 배를 웃도는 시중 자금들이 몰렸던 국내 자금 시장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기업 선호 현상이 뚜렷한데다, 최근 국내 정세 불안으로 안전한 해외 투자가 각광받는 가운데 오리지널 미국 기업인 PSI의 주식 공모에 많은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 펀드사 및 금융기관들은 PSI가 40년의 업력과 고객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의 금융기관이나 벤처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 매출처의 90% 이상이 미국 정부로 구성되어 미국 국채 수준의 매출 신용도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 가장 안전한 시장인 미국 정부와 직접 거래가 가능한 특수 자격과 높은 진입장벽을 갖춘 점 등이 국내 투자자에게 충분히 어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PSI는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주주 및 전략적 제휴 관계에 있거나 우호적인 투자자, 펀드를 중심으로 공모주 물량 배정과 할인율 등에 대해 적극적인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PSI는 1977년에 설립되었으며, 지난 40년 동안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뿐만 아니라 미국 항공우주국(NASA), 미국 국토안보부 등 주요 정부기관에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해온 빅데이터 전문기업이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이경형 칼럼] 전술핵 검토 전에 할 일 많다

    [이경형 칼럼] 전술핵 검토 전에 할 일 많다

    한반도 비핵화의 목표는 살아 있지만, 그 실현은 요원하다. 지난 12일 유엔 안보리에서 통과된 반쪽짜리 대북 제재 결의안이 그것을 말해 주고 있다. 북한의 연간 수출품 90%를 차단하는 내용의 강력한 제재라고는 하나 중국과 러시아의 제동으로 대북 원유 수출을 30% 줄이는 선에서 그쳤다. 북한은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연속적으로 발사하고 6차 핵실험 성공으로 사실상 핵 완성 단계에 와 있다. 실전 배치도 시간문제다. 북한은 기존 핵 보유국들이 인정하든 안 하든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행세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북한이 안보리 제재안에 ‘전면 배격’ 운운하며 대미 위협을 계속하는 것을 보면 가까운 시일 내에 추가 도발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 상황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이미 깨진 그릇이다. 북핵 폐기를 위한 압박 수단은 장기 모드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도 ‘깨진 그릇’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당장 미군 전술핵 재배치를 추진하자든가 핵무장을 준비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에 앞서 할 일이 있다. 중국에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 보는 것이 먼저다. 중국은 핵을 보유한 북한을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북핵 폐기를 포기할 것인지 대답해야 한다. 만약 전자라면 키신저 박사의 조언처럼 미국과 동아시아의 전략 균형 차원에서 한반도에서 주한미군 철수 문제까지도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큰 그림의 대화가 필수적이다. 이런 상황이 전개되면 한국이 북·미 대화나 미·중 대화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중국이 후자를 택한다면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핵을 가진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간주하는 전통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다. 한국은 불가피하게 한·미 동맹에 올인하고, 동북아 정세는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로 급속히 전환될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핵 보유의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중국이 북한과 핵보유 지위를 나누겠다면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화를 누구도 말릴 명분은 없는 것이다. 한국의 사드 배치를 두고 경제 보복을 가속화하고 있는 중국은 한·미 양국에서 거론되고 있는 전술핵 재배치가 실제 이뤄지면 더 펄펄 뛸 것이다. 설사 전술핵이 재배치된다 해도 북핵이 폐기되면 사드와 함께 동시에 철수된다는 것을 한·미·중 간에 조율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지금도 쌍중단, 쌍궤병행을 주장하고 있다. 북핵 중단과 한·미 연합훈련 동시 중단,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체제 협상을 병행 추진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북핵 중단은 동결이고, 북핵 동결은 핵 보유를 묵인하는 것이다. 전술핵 재배치 등 ‘공포의 균형’ 전략 추진에 앞서 한·미 양국과 국제사회는 할 일이 많다. 우선 안보리 제재안을 엄격히 집행하고 감시하는 일이다. 미국과의 절충안을 끌어낸 중국이나 러시아의 책무가 크다. 미국이 유엔 대북 제재의 미이행 국가를 겨냥해 독자 제재를 밀어붙이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은 한반도 주변에 전략자산의 순환·상시 배치로 북한을 압박하고, 한국 정부는 재래식 무기의 확충에 더 많은 돈을 투입해야 한다. 전술핵무기 재배치는 미국의 세계 핵전략 수정, 중국의 반발, 한반도 핵 대결의 고착화, 비핵화 목표의 후퇴 등 아직은 고려할 사항이 많다. 전직 고위 외교관의 지적처럼 대북 선제타격 등 군사적 옵션은 피하면서도 준군사적으로 압박하는 방법도 있다. 2010년부터 한국도 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WMD)확산방지구상(PSI·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을 활용, 대북 해상 봉쇄 작전을 펴는 방법도 옵션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이번 안보리 제재안에도 금지 물품 적재 정보가 있을 때, 공해상에서 해당 선박을 검색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한국 외교 역량으로 한반도 주변 강국들로부터 ‘북핵 불용’의 진정성을 끌어낸다면 대북 압박 수단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 北외무성 “끝까지 갈 것”… 비난 수위·격은 낮아져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 “北, 美와 직접 대화 큰 관심” 북한 외무성이 지난 12일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2375호에 대해 “불법 제재 결의 놀음”이라며 핵·미사일 고도화 작업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상 초유의 석유 공급 제한 조치까지 받게 됐지만 핵보유국 지위 획득을 위한 도발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이다. 다만 전에 비해 반발 수위는 낮아진 것으로 평가돼 북한이 상황 관리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13일 ‘외무성 보도’를 통해 “(결의 2375호는) 공화국의 정정당당한 자위권을 박탈하고 전면적인 경제봉쇄로 우리 국가와 인민을 완전히 질식시킬 것을 노린 극악무도한 도발 행위”라면서 “준열히 단죄·규탄하며 전면 배격한다”고 밝혔다. 특히 외무성은 결의 채택으로 “우리가 선택한 길이 천만번 정당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끝을 볼 때까지 이 길을 변함없이 더 빨리 가야 하겠다는 의지를 더욱 굳게 가다듬게 하는 계기로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의 입장 발표는 지난달 안보리 결의 2371호 채택 이후 나온 ‘공화국 정부 성명’보다는 격이 한참 낮다. 통상 북한은 대외 메시지를 발신할 때 중요도에 따라 정부 성명, 외무성 성명, 외무성 대변인 성명, 담화, 기자 문답 등의 형식을 취하는데 ‘보도’ 형식은 담화보다도 격이 낮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지금까지 안보리 결의에 대한 북한 당국의 반응 중에서는 가장 격이 낮은 형식”이라고 평가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제재 결의의 강도가 상당히 센 편이고 또 이미 6차 핵실험 등 전략적 도발을 실시한 상황이라 북한도 상황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이라면서 “당분간은 중·저강도 도발로 긴장을 유지하며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타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편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날 자국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 대화에 아주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화를 할 정치적 의지를 가졌는지에 대해선 확신이 없다”고 밝혔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김부겸 행안부 장관 “범정부 차원 사드 지원책 대책 마련”

    김부겸 행안부 장관 “범정부 차원 사드 지원책 대책 마련”

    최근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6기 배치가 완료된 가운데 해당 지역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마련될 전망이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13일 사드 배치지역 지원과 관련해 “정확하게 민심을 전하고 종합해서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경북도청을 방문해 김관용 경북도지사, 김항곤 성주군수, 박보생 김천시장을 만나 사드 임시 배치와 관련한 지역 의견을 청취한 뒤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그는 “정권 차원에서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갖고 해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재정 당국이나 국방 당국이 국민에게 호소하고, 저희 부처가 할 수 있는 대책 이런 부분도 함께 해서 (지원책을) 범정부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 일부는 국가 안보를 위해서 어느 정도 감내할 부분 있다고 하지만 그런 부분보다는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이렇게 밖에 못 내놓느냐며 실망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김 도지사 등에게 최근 북한 핵실험 등 엄중한 국가 안보 위기 상황에서 사드 임시배치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하고 성주 군민과 김천 시민이 이해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경북도와 성주군, 김천시도 지역 주민 화합과 갈등 해소를 위해 적극으로 나서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도지사는 이 자리에서 “옛날처럼 (지원책이)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이런 식은 곤란하다”며 “정권 차원, 국가 차원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성주군은 지난 4월 행정자치부(현 행안부)와 국방부 등이 9개 지역 현안 사업에 대해 조속한 추진을 약속한 공문을 보내왔다고 발표했었다. 대구∼성주 고속도로 건설(8000억원)을 비롯해 대구∼성주 경전철 건설(5000억원), 대구∼성주 국도 30호선 병목지점 교차로 개설(120억원), 초전면 경관 정비 및 전선 지중화사업(25억원), 주한미군 공여구역 특별법 개정으로 성주참외 군부대 납품, 제3 하나원 건립,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및 관광자원 개발, 풀뿌리 기업 육성 등이었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트럼프, 안보리 대북제재에 “아주 작은 걸음에 불과, 아무것도 아니다”

    트럼프, 안보리 대북제재에 “아주 작은 걸음에 불과, 아무것도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결의안 2375호에 대해 “또 다른 아주 작은 걸음에 불과하다. 대수롭지 않다”고 평가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하기 위해 안보리 이사회가 전날 만장일치로 제재결의안을 채택한 것을 두고 “궁극적으로 발생해야만 할 것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게 어떤 영향력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15대 0 만장일치로 채택된 것은 좋았다”고 덧붙였다. 전날 안보리에서 채택된 대북 제재결의안이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미국이 요구한 대북 원유공급 전면중단 등 초강경 제재를 담지 못한 데 대해 불만을 드러낸 언급으로 풀이된다. 이 정도 제재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야심을 꺾기에는 매우 미흡하다는 인식인 셈이다. 북한의 지난 3일 6차 핵실험 이후 결의안 채택을 주도한 미 정부는 당초 북한의 생명줄인 원유공급의 전면차단과 김정은 위원장 개인에 대한 제재 방안을 초안에 넣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결국 안보리를 통과한 최종 결의안에는 유류공급의 전면봉쇄 대신 30% 축소 방안이 담겼으며 김정은 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에 대한 개인 제재도 제외됐다. 그러자 미 조야에서는 대북제재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중국을 겨냥한 미 정부 당국의 압박 수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부 장관은 이날 뉴욕에서 CNBC가 월가 투자자들을 상대로 연 알파콘퍼런스 강연에서 “중국이 유엔제재들을 따르지 않으면, 우리는 중국을 추가로 제재할 것”이라며 “중국이 미국 및 국제 달러화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유엔 대북 제재, 미흡하나 실행은 완벽해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어제 새벽 대북 유류 공급을 30%가량 차단하고 북한산 섬유제품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 등의 대북 제재 결의(237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과거 여덟 차례의 대북 결의안과 달리 북한의 6차 핵실험 9일 만에 속전속결로 처리된 것은 더이상 북한의 핵 폭주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국제사회의 의지가 담겨 있다. 이번 결의안을 바라 보는 시각은 복합적이다. 북한의 생명줄로 꼽히는 원유 등 유류 관련 제재가 포함된 것은 처음으로 그동안의 제재안 가운데 가장 강력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대북 정유제품 공급량에 상한선을 두면서 주요 수입원인 섬유와 북한 노동자에 대한 신규 노동허가 발급도 금지한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주도한 전면적인 원유 금수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 대한 제재 방안이 중국, 러시아와의 협상 과정에서 상당폭 후퇴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만장일치로 이번 결의를 끌어냈다고 해도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실질적 효과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크다. 당장 북한이 유엔 대북 제재에 승복하고 도발을 멈출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 새로운 도발에 나설 개연성도 크다. 이번 결의안에 포함된 대북 원유 제재와 관련해 북한 공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이나 일부 원유를 공급하는 러시아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전례에 비춰 국경 밀무역을 통해 원유 및 석유제품 거래가 이뤄질 경우 대북 제재의 효과는 반감될 것이다. 제재 결의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이를 이행해 효과를 낼 수 있는 감시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다. 이번 9차 대북 제재에 중·러가 과거처럼 소극적일 경우 북한과 거래한 제3국 기업까지 응징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이 전면 시행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최근 멕시코와 페루 등에서 북한 대사 추방 절차가 진행 중이고 필리핀은 북한과의 전면 교역 중단을 선언했다. 북한을 고립시키겠다는 미국의 외교적 압박 노력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북한의 도발과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라는 악순환을 단절하기엔 한계가 있다. 핵·미사일에 목숨을 걸고 있는 북한을 당장 비핵화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어렵다는 의미다. 더 큰 구도에서 중국이 북한이라는 전략적 완충지대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 한 동북아에서 미국과 중국, 또는 미국과 중·러 간 대결 구도는 지속될 것이다. 이런 안보 지형에서 최종 해결은 결국 대화를 통한 해법 도출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북한은 “아직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지는 않았다”고 밝힌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의 말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압박과 대화라는 한·미의 대북 정책 기조에 따라 이번 9차 대북 제재를 강하게 실천하는 동시에 북한을 대화의 문으로 인도할 수 있는 외교적 노력을 포기해선 안 된다.
  • [이현정 기자의 소리통] 돌이킬 수 없는 강은 없다

    [이현정 기자의 소리통] 돌이킬 수 없는 강은 없다

    지난 5일 백악관에서 일방적으로 ‘한국은 거액의 미국산 무기 구매를 개념적으로 승인했다’고 발표하자 청와대는 비상이 걸렸다. 사실상 무기를 구매하라는 ‘압박’과 다름없었다.양국 정상 간 전화 통화에선 분명 관련한 대화가 오가지 않았지만, 청와대는 “미국 측의 잘못된 발표”라고 잘라 말하지 못했다. 되레 진땀을 빼며 백악관의 발표를 대신 해명했다. 그 후 청와대 관계자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한국의 처지와 냉혹한 외교 현실을 일깨워 준 상징적 장면이었다. 적어도 지난달 29일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하기 전까지 문재인 대통령은 ‘대화’에 좀더 무게를 실은 북핵 해법을 이야기했다. 긴장 수위를 낮추고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구축하려면 어떻게든 북한과 다시 만나 대화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었다. 미국에 한반도 이슈는 부차적 문제지만, 우리에겐 현재의 생존과 미래가 달린 문제이기에 한국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의 화법은 달라야 했다. 그러나 6차 핵실험 이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고 극한의 제재를 강조하면서 문 대통령은 외교적 수단을 하나 둘 잃고 ‘미국 바라기’를 할 수밖에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다. 돌이켜보면 북한이 제재를 받아 핵개발을 멈춘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위험한 상황을 잠시라도 면할 수 있었던 건 대화 덕분이었다. 1990년대 초 북한이 핵 카드를 들고 국제사회와 힘겨루기를 시작한 이유는 간명하다. 북한은 미국과의 수교와 체제 보장을 원했고, 1992년 1월 김용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를 통해 ‘수교를 해 준다면 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겠다’고도 제안했다. 미국은 단번에 거절했다. 이후 미국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특별사찰을 요구하자 북한은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본격적으로 핵개발을 시작했다. 당황한 미국은 북한과 만나 1994년 10월 ‘제네바 기본 합의’를 체결했다. 북한이 영변 원전의 핵 활동을 중단하는 대신 미국은 전기 생산용 경수로를 지어 주고, 북?미 간 수교 협상을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미 수교 협상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고, 부시 행정부 들어 2002년 미국이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개발 의혹을 제기하면서 경수로 공사마저 중단됐다. 이후 북한은 미국을 압박하고자 핵실험을 계속했고, 그때마다 9·19 공동성명, 2·13 합의로 파국을 막았다. 이명박 정부가 선(先) 비핵화 정책인 ‘비핵·개방 3000’을 내세운 뒤론 6자회담마저 중단됐고, 그사이 북한은 핵무기를 고도화했다. 일부에선 북한이 실전 배치용 수소탄 개발에 근접한 만큼 이전과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김정일 ‘유훈’에서 핵개발이 시작됐으니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그러나 김정일의 유훈은 ‘적대 관계가 청산된다면 우리는 핵을 가질 이유가 없다’라는 게 북한 전문가 다수의 견해다. 난마처럼 얽힌 국면을 풀려면 미국과 북한이 마주 앉도록 한국이 나서 설득해 역사의 교훈에서 근본 해법을 찾아야 한다. 돌이킬 수 없는 강이란 신화에나 존재한다.
  • 세리에 떠오른 ‘북한의 별’ 한광성, 페루자 주전 꿰차

    세리에 떠오른 ‘북한의 별’ 한광성, 페루자 주전 꿰차

    ‘북한의 별’ 한광성(19)이 소속팀 페루자의 주전 자리를 꿰찼다. 평양 출신인 한광성은 12일(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 치타델라 피에르 톰볼라토 스타디움을 찾아 벌인 AS치타델라와의 세리에B(2부 리그) 원정경기에 선발 출전, 후반 32분 교체될 때까지 그라운드를 누볐다. 세 경기 연속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모두 65분 이상 출전했다.●3경기 나와 4골 넣으며 맹활약 지난달 27일 비루투스 엔텔라와의 개막전에서 전·후반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해트트릭으로 5-1 대승에 크게 기여했다. 또 지난 4일 페스카라를 상대로 팀의 두 번째 득점을 기록, 4-2 승리에 힘을 보탰다. 한광성은 지난 3월 이탈리아 칼리아리에 입단해 북한 선수로는 두 번째로 세리에A를 밟은 뒤 지난달 페루자에 임대 이적하자마자 소나기 골을 퍼부으며 주축으로 자리잡았다. 현지 매체 투토스포르트에 따르면 명문 유벤투스가 에이전트를 파견해 한광성의 최근 두 경기를 지켜봤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아스널과 에버턴도 군침을 흘리고 있다. 영국 일간 ‘더 선’은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이 스카우트를 파견해 한광성의 기량을 체크했다”고 전했다. ●김정은 “EPL도 北선수들로 넘칠 것” 한편 안토니오 라치 이탈리아 상원의원은 더 선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나눈 대화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매우 좋아한다”며 “한광성은 해외로 진출하는 많은 선수 중 처음일 뿐이다. 프리미어리그도 곧 북한의 재능 있는 선수들로 넘쳐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라치 의원은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 유럽연합(EU)은 북한 출신 근로자들이 북한 정권의 핵실험 등에 밑천을 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들의 취업을 제한하거나 퇴출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한광성 등이 영향을 받을지가 주목된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교황 “북핵 이해 안 돼 이권 다툼 있지 않나”

    교황 “북핵 이해 안 돼 이권 다툼 있지 않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북핵 위기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하며 배경에 이권 다툼이 있지 않나 짐작된다고 말했다.5박 6일의 콜롬비아 순방을 마치고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 돌아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귀국 비행기에서 동행한 교황청 기자단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고 ANSA통신 등이 전했다. 교황은 북핵 위기에 대한 질문에 “솔직히 말하면 북한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면서 “세계의 지정학적 문제에 대해 정말로 잘 알지 못한다. 이는 내게는 어려운 문제”라고 답변했다. 교황은 “하지만 내가 이해하는 바로는 (북핵 위기 당사국들 사이에) 내가 잘 모르는 이권 다툼이 존재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면서 “그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고 말해 증폭되는 북핵 위기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음을 내비쳤다. 교황은 지난해 9월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에는 교황청 공보실을 통해 한반도 긴장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2014년 8월 아시아 국가 중 첫 순방지로 한국을 택했던 교황은 이달 초 바티칸 사도궁에서 한국 종교지도자협의회의 예방을 받고 “한국인에게 평화와 형제간 화해라는 선물이 주어지길 끊임없이 기도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한반도 문제에 깊은 관심을 드러내 왔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김이수 부결 이후] 해보자는 ‘3野’

    안철수, 강경 전환… 의원 간 접촉도 활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을 계기로 자유한국당·바른정당·국민의당 등 야권 내 공조 움직임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이들 야 3당은 앞으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2018년 정부 예산안 등 국회 표결이 필요한 안건마다 공동전선을 구축하며 정부·여당을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제1야당인 한국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1여(與) 대 3야(野) 공조’ 구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태세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12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의 독선과 독주, 협치 실종에 대해 야 3당이 강력하게 견제할 수 있는 기저를 만들었다”며 “(야 3당이) 정책·입법 공조, 나아가 정치적 연대까지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최근 들어 궤를 같이하는 모습을 부쩍 많이 보이고 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등으로 외교·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안보정책을 놓고 협공을 펼치는 모양새다. 여기에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 취임 이후 강경한 대여투쟁 노선으로 돌아섰다. 다만 호남을 핵심 지지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이 보수야당과 계속 보조를 맞춰 나갈지에 대해서는 관측이 엇갈린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김이수 후보자 부결과 관련해 “국민의당은 지역적 연고가 있음에도 헌재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고자 용기 있는 결단을 많은 의원들이 해주신 것 같다”고 치켜세웠다. 야 3당 소속 의원 간 개별 접촉도 활발하다. 한국당 정진석 의원과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 등이 참여하는 ‘열린토론 미래’는 이날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을 주제로 세 번째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라디오에 출연해 “내년 지방선거 전에 대통합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면 선거연대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공영방송 문건’에 대해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또 이날 ‘민주당과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음모에 대한 진상 규명과 언론자유 수호를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유엔 대북 제재 채택] 멕시코 이어 페루도 北대사 추방…北, 한·미·일 사이버 공격 가능성

    北, 제재 앞 ‘비트코인 해킹’ 공세 블룸버그 “가상화폐 중심 韓 타깃”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 제재 채택에 대비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해킹 시도를 확대해왔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사이버보안업체 파이어아이가 발간한 보고서를 인용해, 최근 북한 해커들이 한국의 가상화폐 거래소와 관련 사이트를 공격하는 사례가 늘어났다고 전했다. 올 들어서만 북한이 한국의 가상화폐 거래소 3곳을 상대로 해킹을 시도해 이 가운데 지난 5월에 한 시도는 성공했다. 한국이 주 공격대상이 된 것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데다 한국이 가상화폐의 거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북한은 또 영어로 된 비트코인 뉴스 사이트를 해킹,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피해자들로부터 가상화폐를 탈취하기도 했다. 가상화폐는 가치가 급격히 오르고 있고 대북 무역제재를 피할 수 있어 북한의 주목을 끄는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폐는 특정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으며 비밀리에 거래가 가능하다. 보고서를 작성한 루크 맥나마라 파이어아이 연구원은 “북한은 (가상화폐 해킹을) 저비용으로 현금을 확보할 방법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일본의 아사히신문도 최근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를 앞두고 추가 도발행위를 강력히 시사했던 북한이 사이버 공격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12일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서울발 기사에서 북한이 “한·미·일 정부기관과 민간기업을 노린 사이버 공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신문은 전직 사이버 요원을 인용, “공격 대상은 한·미·일의 군사관계 거점과 행정기관, 원전, 민간 은행, 교통기관 등으로 정보를 훔치는 해킹 외에 컴퓨터 시스템의 혼란을 일으키는 것을 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과거 대량 액세스를 반복하는 공격을 주로 했지만, 현재는 바이러스 개발에 힘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페루 정부는 멕시코에 이어 11일(현지시간) 북한의 핵실험과 잇따른 장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에 대한 항의 표시로 북한 대사를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선언하고 5일 이내에 페루를 출국할 것을 명령했다. 두 나라의 외교적 조치는 유엔의 제재 움직임에 발맞춰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달 칠레를 방문해 “칠레와 브라질, 멕시코, 페루에 대해 북한과의 외교·통상 관계를 모두 단절해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서울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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