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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넓어진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생태 거점 위상 커졌다

    넓어진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생태 거점 위상 커졌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한국의 갯벌’이 세계적 생태 거점으로서의 위상을 한층 강화했다. 국제 협력 논의도 본격화되면서 ‘동아시아의 갯벌’로 가치를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본회의에서 위원국들은 한국이 제출한 ‘한국의 갯벌’ 경계 변경(확대 등재) 안건을 최종 승인했다. 2021년 최초 등재 이후 5년 만이며, 한국 세계유산 가운데 ‘중대한 경계 변경’을 통한 확대 등재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결정으로 기존 서천·고창·신안·보성-순천 갯벌에 더해 서산·무안·고흥·여수 갯벌이 새롭게 포함됐다. 이에 따라 ‘한국의 갯벌’은 보성-순천-여수-고흥 갯벌, 신안-무안 탄도만 갯벌, 무안 함해만 갯벌, 고창 갯벌, 서천 갯벌, 서산 갯벌 등 6개 구성요소로 재편됐다. 면적도 기존 약 13만㏊에서 약 2만 7975㏊가 추가돼 22%가량 넓어졌다. 한반도 서남해안을 따라 이어진 갯벌은 멸종위기종을 포함해 약 2400종의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이자 해마다 수백만 마리의 철새가 이동하는 핵심 기착지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오랜 세월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주민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며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갯벌이 모든 인류의 유산임을 기억하며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보존을 위해 지역사회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등재를 계기로 국제 협력도 본격화됐다. 이날 유네스코와 한국의갯벌등재추진단, 세계연안포럼(WCF), 중국 옌청습지센터는 세미나를 열고 황해 갯벌과 연안 습지 보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한국·중국·국제기구 소속 전문가들은 ‘국경을 넘어선 철새의 여정: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 내 초국경적 협력을 통한 황해 갯벌 보존’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북한이 올해 신도·문덕 지역을 아우르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서해안 연안습지’를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잠정목록에 올리면서 남북과 중국을 아우르는 협력 논의가 중요해졌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은 처음부터 순탄하게 등재된 사례는 아니었다. 2010년 잠정목록에 오른 뒤 2018년에는 서류 요건 미비로 한 차례 반려됐고, 2021년에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으로부터 등재 반려 권고를 받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선 갯벌 범위를 재조정하고 보완 자료를 마련한 끝에 2021년 첫 등재에 성공했고, 이번에는 그 범위를 다시 넓히는 데까지 이르렀다. 3단계 추가 등재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날 본회의에서 팀 배드만 IUCN 보호보전유산지역국장은 “향후 잠재적 가치를 지닌 갯벌에 대한 추가 분석과 지역사회 지지 확보를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모두 17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를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반구천의 암각화’를 대표목록에 올렸다.
  • [단독] 외교부·산하기관 해킹 시도, 올해 상반기만 10만건 육박

    [단독] 외교부·산하기관 해킹 시도, 올해 상반기만 10만건 육박

    국립외교원 해킹으로 외교관 등 1만여 건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외교부와 산하기관을 상대로 한 해킹 시도가 올해 상반기에만 10만 건에 육박한 것으로 26일 파악됐다. 통일부와 산하기관 대상 시도도 2022년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데다,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 수치를 돌파해 외교·안보망 전반에 보안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준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6월 외교부·한국국제교류재단·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상대로 한 사이버 공격 건수는 총 9만 6483건이다. 지난해 전체 발생 건수인 7만 3700여 건을 이미 넘어선 수치로, 이 추세대로라면 올 연말에는 지난해의 2배를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외교부 산하기관이 주요 타깃이 된 점이 눈에 띈다. 올해 상반기 외교부를 상대로 한 공격 건수는 1만 6254건이었지만,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코이카 상대 공격 건수는 각각 7만여 건, 1만여 건이었다. 본부보다 해외 네트워크가 많고 비교적 서버 관리가 취약한 점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공격 유형별로 살펴보면 단순 해킹 메일 수신 외에 직접 해킹을 시도하는 경우가 두드러졌다. 가장 많은 건수를 차지한 공격 유형은 ‘서버 정보유출 시도(4만 9602건)’였다. 다음으로는 서버 정보수집 시도(1만 8852건), 홈페이지 해킹 시도(1만 7844건)가 뒤를 이었다. 네트워크 침입 시도는 2022년(8건)보다 334배 늘어난 2680건으로 가장 크게 증가했다. 해커들의 인터넷 주소(IP) 우회 경로 국가도 다양해졌다. 외교부 상대 사이버 공격 IP 우회국 1위도 미국에서 올해 베트남으로 바뀌었다. 과거 주요 우회 경로였던 미국, 중국 외에 제3국 우회 양상이 두드러진 것은 상대적으로 수사 공조가 더디고 보안 경계가 느슨한 국가를 통해 신원 추적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통일부와 산하기관을 상대로 한 공격 건수도 급증하는 추세다. 통일부·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을 상대로 한 올해 공격 건수는 지난 15일 기준 3580건으로, 지난해 전체 건수(4264건)의 80%를 넘어섰다. 특히 실제 남북 교역과 민간 접촉 등을 관리하는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에 공격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외교·안보 관련 정보에 대한 공격 시도는 국가 안위와 직결되는 만큼 그 심각성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며 “산하기관을 통한 우회 침투 시도도 결코 소홀히 대처해서는 안 되며, 본부와의 보안 격차를 해소해 방어망을 촘촘히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 [단독]외교부·산하기관 해킹시도 상반기만 10만건 육박

    [단독]외교부·산하기관 해킹시도 상반기만 10만건 육박

    국립외교원 해킹으로 외교관 등 1만여 건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외교부와 산하기관을 상대로 한 해킹 시도가 올해 상반기에만 10만 건에 육박한 것으로 26일 파악됐다. 통일부와 산하기관 대상 시도도 2022년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데다,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 수치를 돌파해 외교·안보망 전반에 보안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준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6월 외교부·한국국제교류재단·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상대로 한 사이버 공격 건수는 총 9만 6483건이다. 지난해 전체 발생 건수인 7만 3700여 건을 이미 넘어선 수치로, 이 추세대로라면 올 연말에는 지난해의 2배를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외교부 산하기관이 주요 타깃이 된 점이 눈에 띈다. 올해 상반기 외교부를 상대로 한 공격 건수는 1만 6254건이었지만,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코이카 상대 공격 건수는 각각 7만여 건, 1만여 건이었다. 본부보다 해외 네트워크가 많고 비교적 서버 관리가 취약한 점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공격 유형별로 살펴보면 단순 해킹 메일 수신 외에 직접 해킹을 시도하는 경우가 두드러졌다. 가장 많은 건수를 차지한 공격 유형은 ‘서버 정보유출 시도(4만 9602건)’였다. 다음으로는 서버 정보수집 시도(1만 8852건), 홈페이지 해킹 시도(1만 7844건)가 뒤를 이었다. 네트워크 침입 시도는 2022년(8건)보다 334배 늘어난 2680건으로 가장 크게 증가했다. 해커들의 인터넷 주소(IP) 우회 경로 국가도 다양해졌다. 외교부 상대 사이버 공격 IP 우회국 1위도 미국에서 올해 베트남으로 바뀌었다. 과거 주요 우회 경로였던 미국, 중국 외에 제3국 우회 양상이 두드러진 것은 상대적으로 수사 공조가 더디고 보안 경계가 느슨한 국가를 통해 신원 추적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통일부와 산하기관을 상대로 한 공격 건수도 급증하는 추세다. 통일부·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을 상대로 한 올해 공격 건수는 지난 15일 기준 3580건으로, 지난해 전체 건수(4264건)의 80%를 넘어섰다. 특히 실제 남북 교역과 민간 접촉 등을 관리하는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에 공격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외교·안보 관련 정보에 대한 공격 시도는 국가 안위와 직결되는 만큼 그 심각성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며 “산하기관을 통한 우회 침투 시도도 결코 소홀히 대처해서는 안 되며, 본부와의 보안 격차를 해소해 방어망을 촘촘히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 동아시아 생태 거점으로…‘한국의 갯벌’ 유네스코 세계유산 확대 등재

    동아시아 생태 거점으로…‘한국의 갯벌’ 유네스코 세계유산 확대 등재

    유네스코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이 세계적 생태 거점으로서의 위상을 한층 강화했다. 국제 협력 논의도 본격화되면서 ‘동아시아의 갯벌’로 가치를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본회의에서 위원국들은 한국이 제출한 ‘한국의 갯벌’ 경계 변경(확대 등재) 안건을 최종 승인했다. 2021년 최초 등재 이후 5년 만이며, 한국 세계유산 가운데 ‘중대한 경계 변경’을 통한 확대 등재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결정으로 기존 서천·고창·신안·보성-순천 갯벌에 더해 서산·무안·고흥·여수 갯벌이 새롭게 포함됐다. 이에 따라 ‘한국의 갯벌’은 보성-순천-여수-고흥 갯벌, 신안-무안 탄도만 갯벌, 무안 함해만 갯벌, 고창 갯벌, 서천 갯벌, 서산 갯벌 등 6개 구성요소로 재편됐다. 면적도 기존 약 13만㏊에서 약 2만 7975㏊가 추가돼 22%가량 넓어졌다. 한반도 서남해안을 따라 이어진 갯벌은 멸종위기종을 포함해 약 2400종의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이자 해마다 수백만 마리의 철새가 이동하는 핵심 기착지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오랜 세월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주민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며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갯벌이 모든 인류의 유산임을 기억하며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보존을 위해 지역사회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등재를 계기로 국제 협력도 본격화됐다. 이날 유네스코와 한국의갯벌등재추진단, 세계연안포럼(WCF), 중국 옌청습지센터는 세미나를 열고 황해 갯벌과 연안 습지 보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한국·중국·국제기구 소속 전문가들은 ‘국경을 넘어선 철새의 여정: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 내 초국경적 협력을 통한 황해 갯벌 보존’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북한이 올해 신도·문덕 지역을 아우르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서해안 연안습지’를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잠정목록에 올리면서 남북과 중국을 아우르는 협력 논의가 중요해졌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은 처음부터 순탄하게 등재된 사례는 아니었다. 2010년 잠정목록에 오른 뒤 2018년에는 서류 요건 미비로 한 차례 반려됐고, 2021년에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으로부터 등재 반려 권고를 받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선 갯벌 범위를 재조정하고 보완 자료를 마련한 끝에 2021년 첫 등재에 성공했고, 이번에는 그 범위를 다시 넓히는 데까지 이르렀다. 3단계 추가 등재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날 본회의에서 팀 배드만 IUCN 보호보전유산지역국장은 “향후 잠재적 가치를 지닌 갯벌에 대한 추가 분석과 지역사회 지지 확보를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모두 17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를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반구천의 암각화’를 대표목록에 올렸다.
  • NLL 황금어장 싹쓸이 하는 중국어선 새 대책 나온다

    NLL 황금어장 싹쓸이 하는 중국어선 새 대책 나온다

    해양경찰청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우리 황금어장을 싹쓸이하는 중국 불법조업 어선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17일 해경에 따르면 지난 6일 관계부처 합동 화상회의를 연 데 이어 10일 장인식 해양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연평도를 찾아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해경은 현재 단속 방식에 변화를 주고, 불법조업 어선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는 한편 중국 당국과 협력을 확대하는 등 세 가지 방향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해군과 합동 단속을 위한 관계기관 협의도 진행 중이다. 장 직무대행은 지난 15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관계기관 협의가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인 단속 방안을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며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은 코로나19 이후 한동안 감소했다가 최근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NLL 해역의 하루 평균 불법조업 어선은 2023년 94척, 2024년 90척, 2025년 97척이었으며, 지난 15일에도 84척이 확인됐다. 특히 백령·대청·연평도 해역에 꽃게 어장이 형성되는 봄과 가을이면 꽃게와 까나리, 조개류 등을 무분별하게 잡아들이고 있다. NLL은 남북 어선 모두 조업할 수 없는 사실상의 ‘바다 휴전선’이다. 중국어선은 이 틈을 이용해 NLL을 넘나들며 불법조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를 원천 차단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연평도에서 NLL까지는 1.4~2.5㎞에 불과하다. 중국어선은 해경의 단속이 시작되면 3~30분 만에 NLL을 넘어 북한 해역으로 달아난다. NLL에서는 해경이 단독으로 나포 작전을 펼칠 수 없어 해군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규모 단속 과정에서 NLL에 지나치게 접근하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부담도 있다. 이 때문에 NLL 해역의 중국어선 나포 실적은 2023년 12척, 2024년 1척, 2025년 4척, 올해는 2척에 그치는 등 서해 다른 해역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불법 중국어선 대응 기조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의 연평도 방문 이후다. 이 대통령은 6·25전쟁 76주년을 하루 앞두고 해병대 연평부대를 찾아 평화전망대에서 중국어선들의 불법조업 현장을 직접 확인한 뒤 관계기관에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 두 강물이 만나 비로소 하나가 되는 풍경, 7월의 두물머리 [두시기행문]

    두 강물이 만나 비로소 하나가 되는 풍경, 7월의 두물머리 [두시기행문]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에 위치한 두물머리는 북한강과 남한강의 두 물줄기가 합쳐져 비로소 하나의 강으로 흘러드는 길목이다. 그 이름부터 ‘두 물이 머리를 맞대고 만난다’는 뜻을 품고 있어, 예부터 강물을 따라 삶을 이어온 이들에게는 만남과 화합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7월의 두물머리는 일 년 중 가장 초록의 농도가 짙고 생명력이 넘치는 계절이다. 강바람이 실어다 주는 습기를 머금은 공기는 다소 묵직하지만, 강가에 길게 늘어선 버드나무와 수면 위로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여름날에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서정을 선사한다. 두물머리의 풍경을 완성하는 주인공은 단연 수령 400년이 넘은 거대한 느티나무다. 강줄기가 갈라지고 합쳐지는 지점을 굽어보고 선 이 나무는, 오랜 세월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수많은 이들의 고민과 기쁨을 곁에서 지켜봐 왔다. 7월에는 이 느티나무 주변으로 연꽃이 만개하여 두물머리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인근 세미원과 더불어 연꽃이 수면을 가득 채우는 이 시기에는, 강바람에 일렁이는 연잎들과 그 사이를 뚫고 피어난 연꽃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장관을 연출한다. 나무 그늘 아래에 서서 강물을 바라보면, 쉼 없이 흐르는 물길처럼 우리의 일상도 어디론가 끊임없이 흘러가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산책을 마치고 나면 두물머리 인근에서 자연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이 길손을 기다린다. 가장 먼저 추천할 곳은 수생식물의 낙원이라 불리는 ‘세미원’이다. 7월은 세미원의 연꽃 문화제가 절정에 이르는 때로, 강물을 가로지르는 배다리를 건너며 사방에 펼쳐진 연꽃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다. 조금 더 활동적인 시간을 원한다면 인근의 ‘양평 곤충박물관’이나 ‘들꽃수목원’을 찾아 자연의 생태를 관찰하며 정적인 산책의 묘미를 더해보는 것도 좋다. 포천의 바위산과는 또 다른 강변의 고즈넉함이 있는 이곳 명소들은, 산행으로 단련된 여행객들에게도 깊은 평온을 안겨주는 쉼표와 같은 장소들이다. 강가 산책의 끝에서 허기를 달래줄 먹거리는 담백한 강변의 맛이다. 두물머리 초입에서 갓 튀겨내듯 구워낸 이곳의 별미, ‘연잎 핫도그’는 7월의 더위 속에서도 긴 줄을 서게 만드는 소박한 행복이다. 연잎의 은은한 향이 배어든 핫도그를 들고 강변을 걷는 것은 두물머리 여행의 정석과도 같다. 조금 더 진득한 식사를 원한다면 강을 따라 늘어선 민물매운탕 집에서 갓 잡은 물고기로 끓여낸 얼큰한 매운탕 한 그릇을 추천한다. 강물의 비릿함 대신 칼칼하고 개운한 감칠맛이 입안을 채우면, 강바람에 실려 온 7월의 정취가 비로소 오감으로 완성되는 기분을 경험하게 된다.
  • 해군 “동해상 경비임무 중 함정 병사 1명 실종…수색 중”

    해군 “동해상 경비임무 중 함정 병사 1명 실종…수색 중”

    우리 해군 함정 승조원 병사 1명이 12일 오전 동해상에서 경비 임무 중 실종됐다. 해군은 해양경찰청 민간 선박 등의 협조를 받아 함께 수색 작전을 진행 중이다. 해군은 이날 오후 언론공지를 통해 “12일 오전 동해 고성군 거진읍 동방 50여㎞ 해상에서 경비 임무 수행 중인 해군 함정 승조원 1명(병사)이 실종됐다”면서 “해경과 합동으로 함정과 항공기를 투입해 실종자를 탐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울러 조업 중인 어선, 인근 상선 등에도 상황을 전파하고 수색을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실종 경위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으며, 실종 사실은 북한도 수신이 가능한 국제상선공통망 등을 통해 북측에도 통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 ‘낙동강 방어 영웅’ 백선엽 장군 6주기, 다부동서 추모

    ‘낙동강 방어 영웅’ 백선엽 장군 6주기, 다부동서 추모

    고(故) 백선엽 장군 6주기 추모식(사진)이 10일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열렸다. 추모식에는 이철우(앞줄 왼쪽에서 일곱번째) 경북도지사, 김호복 제2작전사 사령관, 미19지원사령관, 연합사 부사령관, 유족, 참전용사, 김관진 ‘백선엽장군기념재단’ 이사장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기념관 경내에 있는 구국용사충혼비에서 헌화와 분향을 하고 백 장군과 호국영령의 넋을 기렸다. 이 지사는 추모사에서 “백선엽 장군의 삶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던 대한민국을 지켜낸 구국의 역사였으며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번영의 단단한 초석이 되셨다”고 말했다. 추모식이 열린 다부동은 6·25전쟁 당시 백 장군이 사단장으로 지휘했던 1사단이 북한군 3개 사단을 격파하며 낙동강 전선을 사수한 곳이다. 국군은 다부동 전투에서 1사단의 승리로 최후 방어선인 낙동강 전선을 지켜내고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편 백 장군은 1952년 7월 최연소(32세)로 제7대 육군참모총장에 임명됐고, 이듬해 1월엔 만 33세에 국군 최초의 4성 장군이 됐다. 정전회담 땐 국군 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다. 그는 2020년 7월 10일 향년 10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 유흥식 추기경,“李대통령, 정확한 때에 추기경 서임 요청”

    유흥식 추기경,“李대통령, 정확한 때에 추기경 서임 요청”

    레오 교황 “한반도 평화위해 뭐든 할 것”한국인 추기경 임명에 긍정적 신호 시사“젊은이가 떠난 게 아니라 교회가 젊은이를 떠난 것”내년 서울세계청년대회(WYD) 준비 본격화“구마 의식 때, 금전·신체 접촉 절대 금지”유흥식 추기경, 기자간담회서 밝혀 “레오 교황께서 취임 후 아직 추기경을 임명하지 않고 있어요. 조만간 발표하실 것 같은데 이재명 대통령께서 아주 정확한 때에 잘 말씀하셨지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이 3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강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천주교계 안팎의 이슈에 대해 설명했다. 현 레오 14세 교황과 가까운 거리에서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많은 언론의 시선이 쏠렸다. 유 추기경은 우선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만큼이나 레오 교황도 한반도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그는 “작년 레오 교황이 선출됐을 때, 교황께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뭔가 하실 것 같은 영감을 강하게 받아 놀란 적이 있다”며 “이 같은 바람을 말씀드리니 교황께서 ‘나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답하셨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는 말씀”이라고 전했다. 다만 현재 천주교가 북한과 소통하는 채널은 전혀 없다고 했다. 그는 “북한에 개신교 목사, 불교 스님, 러시아 정교회 신부는 계시는데 가톨릭 주교, 신부, 수녀님은 한 분도 안 계신다”며 “북한에도 가톨릭 신자가 있고, 북한 주재 외교관 중에도 신자가 있기 때문에 평양 장충성당에 1∼2명 정도의 상주 사제가 있으면 (방북 실현) 분위기를 만드는 데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추기경은 이재명 대통령이 레오 14세 교황에게 한국인 추기경 서임을 요청한 것에 대해선 적절한 시점의 발언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내년에는 (서울세계청년대회라는) 큰 행사가 있고, 로마와 한국은 떨어져 있기 때문에 한국에 추기경이 더 계시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레오 교황의 한국인 추기경 임명에 긍정적인 시그널이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추기경 서임은 교황의 고유 권한이라며, 언제 어떤 방식으로 임명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섣부른 예단을 경계했다. 한국 교구의 새 추기경 임명이 관심을 끈 건 이 대통령의 교황청 방문 때다. 당시 이 대통령의 요청을 받은 레오 교황이 “추기경 임명 시 국내 교구에 현직 추기경이 없는 한국의 사정을 각별히 고려하겠다”고 답하면서 기대감이 커졌다. 현재 한국인 추기경은 염수정 추기경(83)과 유흥식 추기경(75) 둘뿐이다. 한국 최초 김수환(1922∼2009), 정진석(1931∼2021) 추기경은 선종했다. 국내 교구를 관장하는 추기경은 없다. 염 추기경은 2021년 서울대교구장직에서 내려왔고, 유 추기경은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에 임명된 후 추기경에 서임돼 현재 교황청에서 근무 중이다. 가톨릭에서 추기경은 교황 다음으로 높은 품위와 권위를 갖는다. 종신직이지만 핵심 권한인 교황 선출권은 80세 미만의 추기경에게만 주어져 현재 한국인 중엔 유 추기경만 유일하게 선출권을 갖고 있다. 내년으로 다가온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에 대해서는 교황청과 서울대교구가 중심이 돼 한국의 (전체) 교회와 공동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9월 한국에서 전 세계 담당자 300여 명이 모이는 준비 회의가 예정돼 있고, 내년 7월 중순에는 교황청 최고 책임자들이 방한해 안전 문제와 교황 방문 동선, 방문지 등을 점검할 것이라고 전했다. 청년 세대의 탈종교화에 대해선 “젊은이가 교회를 떠나는 게 아니라 교회가 젊은이들을 떠난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교회에 젊은이가 찾아오면 가장 먼저 활용할 생각부터 한다”며 “교회가 먼저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탈리아 속담에 ‘연기는 자욱한데 고기는 (타버려서) 하나도 없다’는 말이 있다”며 “젊은이들에게는 실속 없이 좋은 말만 잔뜩 하는 건 소용이 없다. 복음을 통한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구체적인 삶의 증거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종 논란이 되는 구마 사제(마귀를 쫓는 사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천주교에서 구마 사제의 총 책임자가 자신이라고 밝힌 유 추기경은 구마 의식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구마 의식을 돈과 연결하는 건 절대 금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마귀를 쫓아낸다며 상대의 몸을 만지는 것도 금지”라며 “특히 여성의 신체를 만지는 일은 결코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월드컵 축구에 관한 교황청의 관심을 묻는 질문에는 “몇몇 친한 추기경들과 독일 출신 교황이 계실 때 독일이 우승(독일 4회 우승 중 독일 출신 교황이 재직 중인 때는 없다. 베네딕토 16세가 사상 초유의 자진 사임(2013년)한 이듬해인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이 우승했다)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재직 중일 때 (그의 모국인) 아르헨티나가 우승한 것처럼,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현 레오 교황이 미국 출신인 만큼 미국이 우승할 거란 우스갯소리를 나눈 적이 있다”며 축구에 관한 교황청의 관심이 퍽 깊다고 전했다. 한국의 32강 탈락에 대해서는 “고대파와 안고대파로 갈린 내부 문제”를 원인으로 꼽았다. 유 추기경은 대전교구장으로 재직하던 2021년 6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2022년 한국인으로는 4번째로 추기경에 서임됐다. 휴가 차 한국을 찾은 유 추기경은 개인 일정을 소화한 뒤 오는 31일 바티칸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 구조 활동가 마이클 에반스, 임팩트 북 어워드 후보 선정

    구조 활동가 마이클 에반스, 임팩트 북 어워드 후보 선정

    한국 협업진과 시상식 동행 구조 활동가이자 작가인 마이클 에반스(Michael Evans)가 오는 10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되는 인터내셔널 임팩트 북 어워드(International Impact Book Awards)의 파이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후보작은 자존감과 정체성을 다룬 철학 서적 ‘더 리얼 매트릭스 리로디드(The Real Matrix Reloaded)’로, 현재 한국어판이 출간된 상태다. 이번 시상식에는 한국어판 내레이션과 크리에이티브 기획을 함께한 싱어송라이터 디아(DIA), 중국어판 정서적 톤을 형성해 온 보이스 아티스트 장먀오먀오 등 에반스와 함께해 온 한국ㆍ중국 아티스트들이 동행할 예정이다. 디아는 7월 별도 공연도 앞두고 있다. ‘더 리얼 매트릭스 리로디드’ 출간 이후 에반스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329만명, 누적 조회수 약 6000만회를 기록 중이다. 주 시청층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 여성 독자로 구성돼 있다. 회사 측은 해당 콘텐츠가 단순 자기계발을 넘어 여성의 정서적 자립을 돕는 취지로 소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반스의 이력은 출판계가 아닌 구호 현장에서 시작됐다. 그는 미국 민간 보안 기업 USPA 네이션와이드 시큐리티(USPA Nationwide Security)의 공동 창립자이며, 비영리 단체 킹스맨을 통해 21년 동안 실종 및 인신매매 피해 여성 구조 활동을 수행했다. 그는 현장에서 접한 피해자들의 심리적 트라우마가 집필의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USPA는 국제 셀럽들의 경호를 담당해 온 업체로, 에반스는 2023년 프랑스 방송사 TF1의 프로그램 ‘50’ Inside’에 출연한 바 있다. 신작 ‘엘라라(Elara: How Losing Herself Became the Road Back Home)’의 주인공 엘라라는 본래 ‘더 리얼 매트릭스 리로디드’에 등장한 중심인물로, 기대와 압박 속에서 본래의 자신으로부터 멀어지는 캐릭터다. 신작은 이 인물을 실화에 기반해 단독 작품으로 확장한다. 북한을 탈출해 착취 상황에서 살아남고 미국 마이애미비치에서 구조된 한 여성이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여정을 따라간다. 탈북 작가이자 ‘죽을 용기(The Courage to Die)’의 저자 박은희 작가가 자문으로 참여해 북한의 일상, 침묵과 수치심, 생존의 심리적 비용을 작품에 더했다. 한국에서는 디아, 승희, 킴스노트 뮤지컬 패밀리(Kim‘s Note Musical Family)가 한국어판 사운드와 정서적 정체성을 함께 만들었고, 베트남 가수 루비와 장먀오먀오를 비롯한 아시아 아티스트들이 각국 언어판 제작에 참여했다. 에반스는 이러한 작업을 번역을 넘어선 문화 간 소통으로 정의했다. ‘엘라라’는 어른용 단행본과 어린이용 그림책 ‘리틀 엘라라(Little Elara)’가 동시 출간되는 모녀 2부작이다. 어린이 그림책에 동반된 아동용 영상은 공개 4일 만에 약 40만뷰를 기록했고, 어른 단행본의 시각적 확장으로 90분 분량의 시네마틱 영상도 마이애미 기반 프로듀서 샤를로트 폰(Charlotte Fonne) 총괄로 제작 중이다. 마이클 에반스는 “구조가 한 여성을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 줄 수는 있지만 치유는 그 이후로 이어지는 긴 여정”이라며 “’엘라라’가 모녀 사이에 새로운 대화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엘라라’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올가을 동시 공개될 예정이다.
  • 바다와 바위가 빚은 산…이 풍경에 ‘나’를 씻는다

    바다와 바위가 빚은 산…이 풍경에 ‘나’를 씻는다

    절집 뜨락에서 올려다본 밤하늘. 불퉁하게 솟은 산 하나가 험상궂은 표정으로 절집을 굽어본다. 공룡 등뼈를 닮은 암봉이 여덟 개. 그래서 이름도 팔영산이다. 내일, 아침이 열리면 오를 산이다. 달은 절반 넘게 지구 그늘에 가렸는데도 밝기가 오징어잡이 어화(漁火) 뺨친다. 달빛이 비춰 낸 초여름 밤 풍경이 어찌나 요염하던지, 공연히 들떠 전전반측이다. 전남 고흥 능가사의 밤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여덟 봉우리가 감싼 절집에서 하룻밤 고흥에서 하룻밤 묵을 곳을 능가사로 정한 건 절집이 팔영산 등산로 바로 앞에 있기 때문이다. 템플 스테이를 통해 스님에게 따끔한 경구를 듣고, 이튿날 팔영산에 오른다면 마음과 몸을 한 번에 씻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터다. 효용으로 따지면 흔한 숙박업소에 묵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게다가 밥도 준다. 푸성귀 일색 반찬이지만 세상 이런 꿀맛이 없다. 공양간에 승속이 함께 앉아 수저를 달그락거리다 보면 순식간에 발우의 밑바닥이 드러난다. 어찌 그리 배가 고프던지. 대한민국 남자라면 모두 알겠지만, 군대 문턱을 넘어서면 불과 몇 미터 거리에도 라면과 초코파이가 천상의 음식처럼 느껴지지 않던가. 절밥도 그와 똑같은 이치가 아닐까 싶다. 저녁 공양 뒤엔 스님과 선명상을 함께했다. 가르침을 이끈 이는 가냘픈 체격의 비구니, 동현 스님이다. 스님은 “부처님이 깨달으신 근본”이라며 “내 숨을 느끼라”라고 주문했다. 들숨 날숨만 제대로 파악해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단다. 쉬울 듯하면서도, 밖으로 뻗어나가려는 몸 안의 감각들을 잠재우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대한불교조계종의 총무원장인 진우 스님이 일반인을 위해 ‘5분 명상’을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지 싶다. 명상만 잘 해도 깨달음의 열락에 이를 건 명약관화하다. 이는 진우 스님뿐 아니라 모든 스님들이 입을 모아 전하는 바다. 한데 이를 알면서도 도무지 내 몸을 통제할 방법이 없다. 1분이 지나기 전에 몸이 꼬이고, 5분까지는 억겁의 시간을 건너는 듯하다. 스님들이 이 과정을 매일 되풀이한다 생각하니 모골이 송연하다. 이러구러 스님과의 차담 시간. 철근을 매단 듯, 무겁게 감기는 눈꺼풀을 초인적인 힘으로 들어 올리며 스님의 가르침을 듣고 대화를 나눈다. 비몽사몽간 들었던 말 가운데 대부분은 ‘순삭’됐고, 몇몇은 건졌다. 그중 하나가 ‘뇌썩음’이다. 2024년 영국 옥스퍼드대가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면서 새삼 화제가 됐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쇼츠처럼 짧고 얕으며 자극적인 내용의 영상에 매몰돼 끊임없이 스크롤을 반복하다 보면 결국 뇌가 썩는다는 것이다. 때로는 넓고 묵직한 내용물로 균형을 맞춰야 내가 오래도록 내 뇌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이겠다. 동현 스님은 “말에는 실체적인 힘이 있다”고도 했다. 바르고 좋은 말만 가려서 해야 할 이유다. 실체적 힘의 이면에 있는 건 책임이다. 다른 사람을 입길에 올릴 때 더 조심하라는 얘기다. 이른 새벽, 절집 구경에 나선다. 경내는 꽤 넓다. 나쁘게 말하면 덜 정비됐고, 좋게 말하면 허허롭다. 국가 유산 보물인 대웅전 등의 당우가 꽤 당당하다. 가장 인상적인 건 응진당 앞의 법계도다. 의상(625~702)이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화엄일승법계도(華嚴一乘法界圖)를 토대로 만든 작은 미로다. 거창한 만다라보다 규모는 작아도, 국내 화엄종의 개조(開祖)로 추앙받는 의상의 화엄 세계가 이 작은 미로에 고스란히 구현돼 있다고 한다. 산책 중에 마주친 능가사 주지 진허 스님이 법계도에 담긴 의미를 설명해 줬지만, 우수마발(牛溲馬勃)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어렵다. 한 귀로 듣는 즉시 다른 귀로 빠져나가고 만다. 사면사각의 굴곡진 이 길을 한 번 돌면, 장삼이사들도 자비를 발현하고 불도를 깨닫는 사람으로 변모할 수 있을까. 다시 공양간. 사회에선 아직 이불 끝을 붙잡고 있을 시간이다. 생경한 경험인데도 이른 아침밥이 다디달게 넘어간다. 어쩌면 템플 스테이는 음식에 대한 절제와 공양을 준비하는 보살들의 보살핌에 감동하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어쩌랴. 산문을 나서자마자 난폭 운전을 일삼는 불량 운전자와 한바탕 신경전을 벌이고 마는 것을. 우수마발로 되돌아가는 시간은 그야말로 찰나다. 능가사를 감싸 안은 팔영산은 바위와 바다가 만나 잉태한 풍경을 갈무리한 산이다. 고흥의 푸른 바다 앞에서 불끈 솟았다. 나라 안에 바다와 접한 산은 많아도 팔영산처럼 아름답고 웅장한 암봉을 가진 산은 흔하지 않다. ●암릉 끝 편백숲에서 지친 몸을 달랜다 팔영산 암릉 타는 맛이 각별하다. ‘선비의 그림자’를 뜻하는 제1봉 유영봉(儒影峰)에서 ‘비췻빛 푸르름이 쌓였다’는 8봉 적취봉(積翠峰)에 이르기까지 봉우리마다 시원한 조망이 펼쳐진다. 가장 높은 봉우리는 깃대봉(609m)이다. ‘8영봉’ 외의 봉우리로, 8봉에서 능선길로 20분쯤 더 가서 만날 수 있다. 다만 몇몇 봉우리는 도마뱀처럼 ‘네 다리’로 기어올라야 할 만큼 험하다. 여느 산에 견줘 산행 피로가 오래 지속되는 이유다. 암봉의 표면 또한 팥시루떡처럼 투박하고 거칠다. 설악산, 북한산 등의 암릉이 인절미처럼 매끈한 것과 사뭇 대비된다. 낙석의 위험에 항상 대비해야 한다. 힘은 들어도 발 딛고 서서 굽어보는 풍경만큼은 선계다. 1봉부터 8봉까지, 어디가 우월하다 말하기 어렵다. 온 길 뒤돌아보는 맛, 갈 길 보는 맛,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맛이 제각각이다. 팔영산이란 이름은 중국 위나라 왕의 세숫대야에 여덟 개의 봉우리가 비쳤다고 해서 지어진 것이라 한다. 맹랑하고 터무니없다. 왜 하필 중국의 왕이었을까. 필경 중국 중심의 세계관이 세계를 보는 유일한 창인 양 여겨졌던 시절의 흔적이 아닐까 싶다. 아마 오래전부터 우리 선조들이 즐겨 쓰던 이 산의 이름이 있을 터. 꼭 일제강점기에 바뀐 이름만 우리 것으로 바꿀 게 아니라, 이런 사대주의적 색채가 농후한 곳도 본디 이름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팔영산을 내려오면 다리부터 신호가 온다. 발바닥이 얼얼하고 무릎이 시큰거리는 그 익숙한 통증 앞에서, 차로 20분 거리의 팔영산 편백치유의 숲을 떠올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100㏊가 넘는 부지에 들어선 국내 최대 규모 편백림 중 하나다. 수령 40~50년 편백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찬 숲길로 들어서는 순간, 산행으로 달궈진 몸이 알아서 먼저 반응한다. 평상에 등을 대고 눕는 것만으로 치유는 시작된다. 숲 그늘 전체가 이미 하나의 거대한 침상이나 다름없다. 편백 특유의 알싸하면서도 청량한 향이 폐 속으로 스며들고, 나무 사이로 떨어지는 햇살이 눈꺼풀 위에서 점점이 흔들린다. 산행의 피로가 짧은 낮잠 한 토막에 슬그머니 풀리는 경험은 직접 누워 보지 않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게다가 입장료도 없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명상쉘터나 테라피센터에서 진행하는 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좀 더 본격적인 휴식을 택할 수도 있다. 산을 오른 다리에게 베푸는 보상으로는 이만한 게 없다. ●여름꽃이 시선 붙잡는 고양이섬 이 계절에 가볼 만한 고흥의 명소는 쑥섬이다. 공식 행정명은 애도(艾島)다. 길고양이가 많아 고양이섬이라 불리기도 한다. 나로도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배로 채 5분이 걸리지 않는다. 쑥이 유독 향긋하고 질이 좋아 쑥섬이라 불렸다는데, 정작 섬에 들어서면 쑥보다 먼저 수국 등 여름꽃이 시선을 붙잡는다. 쑥섬에선 사계절 내내 300여 가지 꽃이 피고 진다고 한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난대원시림을 지나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탁 트인 바다와 마주한다. 정상이라 부르기 무색할 정도로 낮은 해발 83m 높이지만 멀리 여수 거문도와 완도 청산도까지 눈에 들어온다. 한 시간 반 정도 산책을 즐기고 나면 다리도 마음도 부쩍 가벼워진다. 우주발사장이 있는 고흥은 아이들 놀이터도 ‘우주적’이다. 내륙의 여느 놀이터와 달리 우주인이나 우주선 콘셉트로 꾸민 곳이 대부분이다. 해창만 초입의 나라올라우주랜드도 그중 하나다. 팔영산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우주선을 닮은 외관의 건물이 갈대로 둘러싸인 해창만 풍경 속에 우뚝 서 있다. 1층은 각종 체험존, 2층은 그물망 놀이대와 볼풀장, 트램펄린 등 몸으로 부딪치며 노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야외 전망대에 오르면 갈대가 일렁이는 해창만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용료가 없는 대신 예약제로 운영된다. 군청 누리집에서 예약할 수 있다. ●갯장어·황가오리 보양식과 유자 디저트 이제 고흥의 먹거리를 말할 차례다. 두원면 다미식당과 동일면 유자제빵소다. 다미식당은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백반 맛집이다. 한 TV 음식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한층 유명해졌다. 오전 9시 문을 열고 오후 2시면 닫는다. 1만 3000원에 이십여 가지 반찬이 정갈하게 차려진다. 고급스럽다기보다 토속 먹거리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집이라 보면 맞을 듯하다. 유자제빵소는 도무지 ‘상권’과는 무관해 보이는 외딴곳에 있다. 그런데도 주말이면 줄을 서야 할 만큼 방문객이 많다. 유자제빵소를 운영하는 이는 충청북도 1호 제과·제빵 분야 명장이자 대한민국제과기능장인 이종화(70)씨다. 충북 청주에서 빵집과 제과 학원을 50년 가까이 운영하다 고흥으로 내려왔다. 그는 “고흥에 사는 지인과 함께 배를 타고 나가 누리호 발사 장면을 봤는데, 한마디로 뿅 갔다”며 “이런 세상이 다 있나 싶어 정착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고흥으로 내려오면서 제빵과는 무관한 삶을 살겠다고 결심한 그였지만 지자체에선 그를 그냥 두지 않았다. 어쩌다 만든 유자 빵을 고흥군에서 연 관광상품공모전에 출품했고 최우수상까지 거머쥐었다. 고흥군에선 당연히 유자 빵의 상품화를 요청했고, 고심 끝에 그는 지난해 유자제빵소 문을 열었다. 사실 그가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제품 개발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강원 속초 오징어빵, 충북 단양 흑마늘빵과 청원(현 청주) 생명쌀 등이 그의 손을 거쳐 세상에 선을 보인 제품들이다. 정착하는 곳마다 히트 상품을 만들어 냈다. 유자제빵소에서 가장 잘 나가는 건 지역 특산물 유자를 넣어 만든 ‘유자뺑’이다. 마들렌 비슷한 식감의 빵인데, 작은 유자 알갱이가 씹히면서 상큼한 맛을 낸다. 노란 빛깔은 인공 염료가 아닌 치자를 활용해 물들였다. 초콜릿으로 만든 초록빛 잎사귀를 산뜻하게 얹었다. 음료를 전담하는 그의 아내 김선아(69)씨도 바리스타이다. 유자향커피크림라떼, 유자스무디 등이 인기다. 고흥의 여름 보양식도 빼놓을 수 없다. 정점은 갯장어와 황가오리다. 갯장어야 워낙 유명하다. 여수, 장흥 등 남도 사람들이 지갑을 털릴지언정 여름을 건강하게 나기 위해 꼭 먹어두는 음식이다. 주로 샤브샤브로 먹는다. 황가오리는 특히 고흥 일대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여름 보양식이다. 꼬들꼬들하면서도 담백하다. 황가오리가 잡히지 않는 날도 있다. 이런 날 예약 없이 방문했다간 공치기 십상이다. 도라지식당 등 고흥읍내 몇몇 노포에서 맛볼 수 있다.
  • 李 “징집병 최소화… 모병제로 군 선택할 수 있게 바꿀 것”

    李 “징집병 최소화… 모병제로 군 선택할 수 있게 바꿀 것”

    해병대 오찬간담회서 장병들 만나“선택적 모병제로 충분한 보수” 약속NLL 침범 조업 中 어선 단속 주문“대낮에 너무 심해” 상주 단속 지시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앞으로 우리 군대도 많이 바뀌어야 한다”며 “징집병들을 최소화하고 모병을 통해서 자기 자신의 직장으로 군을 선택할 수 있게 바꿔나가겠다”고 밝혔다. 대선 공약인 ‘선택적 모병제’를 재차 언급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6·25 전쟁 76주년을 하루 앞둔 이날 인천 옹진군 대연평도에 있는 해병대 연평부대 포9대대를 찾아 장병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며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까지 증액하기로 한 공약을 언급한 뒤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군의 개편을 강조하며 “그 과정에서 우리 병사들의 역할도 우리 군인들의 역할도 과거와는 달리 첨단무기 장비 체제를 운영하는 전문 병사로, 전문 간부로 새롭게 태어나서 여러분이 군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결코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나가서도 충분히 자기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군 체제를 바꿔보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다 모병으로 바꾸는 건 아니고 예산 허용 범위 내에서 최대한 가능하면 정상적이고 충분한 보수를 지급 받는 약간의 장기의 직업군인을 선택하던지 아니면 그게 싫으면 단기 징병에 응하게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선택적 모병제는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징병 체제를 유지하되 전문 기술 분야 등 일부 부문에서 모병을 확대하는 제도다. 이 대통령은 이어 평화전망대를 현장 시찰하며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무단 침범해 조업하는 중국 어선에 대해 “북한 선박도 아니고 중국 선박이 경계 지점에 와서 분쟁을 일으키고 이런 건 못하게 해야 한다”며 강력한 단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장에서 정동혁 포9대대장은 시야에 들어와 있는 선박들을 가리키며 “NLL이 위치한 곳에 중국 조업선들이 불법 조업을 하고 있다. 해병대, 해경에선 작전 수행하면서 나포 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이렇게 보고 있는데도 저렇게 넘어와 있단 말인가”라며 “우리도 단속 선박을 상주시키든지 그래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군 관계자들이 NLL 경계를 둘러싼 북한과의 충돌 가능성, 단속 과정에서의 의도치 않은 NLL 침범 등 우려를 전하자 이 대통령은 “그냥 방치하면 안 될 거 같다”며 “이게 너무 심하지 않나. 대낮에”라고 반응했다. 그러자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중국 배는 대처를 하긴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李대통령 “중국 선박이 NLL 경계 지점서 분쟁 못 하게 해야”

    李대통령 “중국 선박이 NLL 경계 지점서 분쟁 못 하게 해야”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북방한계선(NLL)과 관련해 “북한 선박도 아니고 중국 선박이 경계 지점에 와서 분쟁을 일으키고 이런 건 못하게 해야 한다”며 중국 어선이 NLL을 무단 침범해 조업을 하는 상황에 대해 비판하고 강하게 단속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6·25 전쟁 76주년을 하루 앞둔 이날 인천 옹진군 대연평도 평화전망대를 현장 시찰하며 이같이 말했다. 정동혁 해병대 연평부대 포9대대장이 “NLL이 위치한 곳에 중국 조업선들이 불법 조업을 하고 있다”며 “해병대, 해경에선 작전 수행하면서 나포 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도 단속 선박을 상주시키던지 그래야 하지 않느냐”고 묻자 관계자들은 NLL 경계를 놓고 북한과의 충돌 가능성을 우려했다. 주일석 해병사령관은 “해경들도 (단속을 위해) 막 올라가면 북쪽 NLL 이북으로 넘어가 버린다. 그래서 특히나 이 앞에 있는 NLL과 북한이 주장하는 선이 굉장히 짧은 지역이다 보니 그런 마찰들이 과거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중국 어선 단속 필요성을 언급하며 “동해안은 많이 정리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이에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동해안은 여기보다 낫다. 거기는 (불법 조업을 하기에는) 넓고 깊어서”라고 답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중국 배는 대처를 하긴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포9대대를 찾아 장병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며 대선 공약이었던 ‘선택적 모병제’를 다시 한번 약속했다.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까지 증액하기로 한 공약을 언급한 이 대통령은 “앞으로 우리 군대도 많이 바뀌어야 한다”며 “특히 첨단 과학기술로 재무장을 해야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우리 병사들의 역할도 우리 군인들의 역할도 과거와는 달리 첨단무기 장비 체제를 운영하는 전문 병사로, 전문 간부로 새롭게 태어나서 여러분이 군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결코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나가서도 충분히 자기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군 체제를 바꿔보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다 모병으로 바꾸는 건 아니고 예산 허용 범위 내에서 최대한 가능하면 정상적이고 충분한 보수를 지급 받는 약간의 장기의 직업군인을 선택하던지 아니면 그게 싫으면 단기 징병에 응하게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직종을 하다 보면 사회에 나가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고 또 군에 계속 남아서 근무할 수도 있을 것이고 여러 가지로 바람직하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 [사설] 다시 열리는 호르무즈, 韓 경제 구조개혁 매진할 시간

    [사설] 다시 열리는 호르무즈, 韓 경제 구조개혁 매진할 시간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연합 공격으로 불붙은 이란 전쟁이 106일 만에 막을 내리고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린다. 미국과 이란은 종전 협상 타결을 발표하고, 19일 스위스에서 공식 서명식을 갖기로 했다. 어제 코스피는 5%대 급등으로 화답했고, 국제유가는 하루 만에 브렌트유 기준 3.9% 떨어져 배럴당 84달러선까지 내려앉았다. 해협에 묶여 있던 한국 선박 24척과 선원 137명의 귀환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다만 유가가 반응하는 속도와 에너지 공급망이 회복되는 속도는 다르다. 선박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오는 데만 몇 주, 물류 정상화까지는 몇 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어제까지 이틀째 외국인 자금이 코스피로 유입됐지만, 원달러 환율은 1500원 아래를 되찾지 못했다. 석유 최고가격제와 차량 2부제 등 에너지 소비 절감 조치의 출구 전략도 갈 길이 멀다. 정유업계 누적 손실만 4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어떤 속도로, 어떤 순서로 정상화할지 정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시장에서는 종전 이후에도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초중반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전쟁 전 60달러대를 생각하면 갈 길이 멀다. 이번 사태가 남긴 가장 분명한 교훈은 에너지 공급선의 취약성이다. 에너지 수입처 다변화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전쟁이 끝나면 한국 경제의 고질적 문제들은 더 도드라질 것이다. 반도체에 편중된 수출, 미중 갈등과 수출 통제로 인한 공급망 불확실성, 19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저출생과 고령화가 잠식하는 성장잠재력까지 풀어야 할 난제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안보 지형도 녹록하지 않다. 도날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종전 발표 하루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 사진을 올렸다. 중동 문제를 매듭지은 뒤 다음 시선이 한반도를 향했다는 의도가 읽힌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미 접촉을 외교 성과로 만들려는 행보가 연출될 수도 있다. 안보와 경제가 한 몸으로 움직이는 시대, 한반도 정세 변화는 환율과 투자 심리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프랑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는 전후 공급망 재편과 방산 협력의 새 틀을 짜는 장이 될 것이다. 영국과 일본은 이미 희토류 공급선 다변화와 차세대 전투기 공동 개발에 합의하며 자국의 몫을 확보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은 에너지·공급망·기술 안보에서 한국이 결코 빠질 수 없는 파트너라는 존재감을 확인시키는 것이다. 호르무즈가 열리면서 국가경쟁력을 가름 짓는 진검승부가 시작됐다.
  • “트럼프 탓 맞아?”…독일·일본, 80년 금기 깨고 재무장 [밀리터리+]

    “트럼프 탓 맞아?”…독일·일본, 80년 금기 깨고 재무장 [밀리터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때문일까. 독일과 일본이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오랫동안 유지해 온 군사적 금기를 다시 넘고 있다. 두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안보 공약에 대한 불신까지 겹치자 방위비를 늘리고 군사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독일과 일본이 전후 80여 년 만에 군사력 재건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나라는 1940년 추축국으로 손잡고 미국에 맞섰지만 패전 이후에는 미국 안보 우산에 크게 의존했다. 독일은 냉전 종식 이후 군비보다 복지 지출에 무게를 뒀고, 일본은 평화헌법 아래 자위대 중심의 방어적 군사 노선을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흐름은 달라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독일의 안보 인식을 흔들었다. 중국의 군사력 확대와 대만해협 긴장, 북한 위협은 일본의 군비 증강 명분이 됐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을 향해 방위비 부담 확대를 압박하고, 미국의 기존 안보 공약을 흔드는 듯한 발언을 이어가면서 독일과 일본의 불안감은 더 커졌다. 미국 의존 흔들리자 각자도생 독일과 일본의 변화는 단순한 군비 증강을 넘어선다. 두 나라는 드론과 헬기, 함정 등 방산 분야에서 협력을 넓히고 있다. 지난 3월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일본 요코스카 해군기지를 찾아 일본 측과 군사 협력 확대를 논의했다. 그는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지키는 독일과 일본 같은 나라들이 더 가까워져야 한다”고 밝혔다.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군사력 증강에 속도를 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취임 전부터 국방비 확대를 위해 정부 차입 제한 완화에 나섰다. 이 흐름이 이어지면 독일의 군사비는 몇 년 안에 프랑스와 영국을 합친 규모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도 움직임이 빠르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해 취임 이후 방위력 강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일본은 올해 약 580억 달러 규모의 방위예산을 편성했다. 남부 지역에는 중국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전력도 배치했다. 전후 금기처럼 여겨졌던 무기 수출 제한도 완화했다. 일본은 최근 호주에 65억 달러(약 9조 8700억원) 규모의 함정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필리핀·인도네시아와도 함정 수출을 논의하고 있다. 독일은 우크라이나와 신무기 개발·운용 협력을 강화했고 프랑스에는 핵 억제력 지원까지 요청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런 움직임을 경계한다. 두 나라는 일본의 군사력 확대를 두고 과거 군국주의 부활 가능성을 거론한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에 반박했다. 그는 일본이 중국과 북한의 위협 속에 “전후 가장 엄중하고 복잡한 안보 환경”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전후 평화주의도 흔들린다 다만 재무장 흐름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독일과 일본은 모두 전후 반군사주의 정서가 강한 나라다. 두 나라 국민은 오랫동안 평화주의와 외교, 자유무역을 국가 정체성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독일에서는 변화가 비교적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상당수 독일인이 지금 세계가 냉전 때보다 더 위험하다고 본다. 군비 증강에 찬성하는 여론도 커졌다. 다만 독일군은 징병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어 병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일본 내 반발은 더 거세다. 올봄 도쿄에서는 다카이치 총리의 안보 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무기 수출 확대와 국가정보기관 설립 추진을 비판했다. 일부 시민은 다카이치 총리가 전쟁 포기를 규정한 헌법 9조 개정까지 추진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결국 독일과 일본의 재무장은 트럼프 변수 하나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러시아의 침공, 중국의 군사적 부상, 북한 위협, 미국 안보 공약에 대한 의문이 동시에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흐름에 불을 붙인 요인에 가깝다. 미국은 오히려 두 나라의 변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이 스스로 더 많은 방위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오래전부터 주장해 왔다. 그는 지난해 메르츠 총리와 만나 독일의 국방비 확대를 환영하면서도, 2차 대전 당시 미군 지휘관들이 재무장한 독일을 긍정적으로 봤을지는 모르겠다는 농담을 던졌다. 80여 년 전 패전으로 군사적 야망을 접었던 독일과 일본은 이제 다시 무장을 말한다. 과거와 다른 점은 이들이 침략이 아니라 방어와 억제를 명분으로 내세운다는 점이다. 그러나 전후 질서의 상징이던 두 나라의 변화는 국제 안보 지형이 얼마나 빠르게 흔들리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 “북한 막겠다는데 왜 중국을?”…한국 핵잠수함 끌어들인 일본의 계산 [밀리터리+]

    “북한 막겠다는데 왜 중국을?”…한국 핵잠수함 끌어들인 일본의 계산 [밀리터리+]

    한국이 2030년대 중반 핵추진 잠수함 확보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일본 매체가 이를 북한 대응을 넘어 중국과 대만해협 변수로 해석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일본 안보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를 단순한 한반도 전력 증강으로만 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일본 영자지 재팬타임스는 9일 “한국은 핵추진 잠수함 건조 계획이 북한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영향은 한반도를 훨씬 넘어선다”며 “특히 중국이 이를 예의주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사업은 ‘장보고-N’으로 알려져 있다. 핵무기를 싣는 전략핵잠수함이 아니라 원자로를 동력으로 쓰는 공격형 잠수함이다. 한국은 이를 통해 북한의 SLBM 탑재 잠수함을 장기간 추적하고, 원해 작전 능력을 키우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그러나 재팬타임스는 군사 계획에서 중요한 것은 “의도”보다 “능력”이라고 짚었다. 한국이 북한 대응용이라고 설명하더라도, 중국 전략가들은 미국의 조약 동맹국이 장기 잠항과 은밀 기동 능력을 갖춘 핵추진 공격잠수함을 운용하게 된다는 점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제임스 홈스 미국 해군전쟁대학 교수는 한국의 미래 핵추진 잠수함 전력을 미국 주도의 해양 안보망 일부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미국은 압도적인 핵추진 잠수함 전력을 유지하고 있고, 호주는 미국·영국과의 오커스(AUKUS) 협정을 통해 버지니아급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한국까지 핵추진 잠수함을 확보하면 중국은 미국·호주·한국으로 이어지는 동맹권 해저 전력을 함께 계산해야 한다. 한국 핵잠수함, 대만해협 변수 되나 재팬타임스가 특히 주목한 지점은 대만해협이다. 한국이 대만 유사시에 직접 개입하지 않더라도, 중국 지휘관들은 한국 해군의 움직임을 변수로 넣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홈스 교수는 대만 위기 상황을 가정하며 “중국 지휘관들은 한국 해군이 개입할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의심과 두려움이 억지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한국 핵추진 잠수함이 실제로 대만해협에 투입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중국이 전쟁 계획을 세울 때 가능한 변수를 더 많이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핵추진 잠수함은 장기간 수중에서 작전할 수 있고 기동 범위도 넓다. 대한해협, 미야코해협, 대만해협 같은 전략 길목에서 감시, 해상 거부, 타격 지원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군사적 효과를 과장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있다. 에릭 헤긴보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동북아처럼 비교적 좁은 해역에서는 디젤 잠수함도 상당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핵추진 잠수함의 장점이 완전히 새로운 임무가 아니라 지구력과 운용 유연성에 있다고 봤다. 중국도 공개적으로 강하게 반발하지 않고 있다. 한국 핵추진 잠수함 논의에 대해 중국은 비확산 의무와 지역 안정 원칙을 거론하는 수준의 절제된 반응을 보여왔다. 따라서 “중국이 즉각 긴장했다”거나 “강하게 반발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일본 매체가 중국 변수를 끌어낸 이유는 분명하다. 핵추진 잠수함은 한 번 확보하면 작전 반경과 지속 시간이 크게 달라진다. 한국이 북한 대응을 명분으로 내세워도 중국은 그 전력이 미국 동맹권 해저망 안에서 어떻게 움직일지 따질 수밖에 없다. 일본 핵잠수함 논의도 자극할까 이번 분석은 일본 내부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재팬타임스는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추진이 일본 해상자위대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 논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홈스 교수는 한국 해군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한다면 일본도 보조를 맞추는 것이 신중한 선택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헤긴보텀 연구원도 한국의 움직임이 일본 내 핵추진 잠수함 지지 여론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안보 결정이 원칙적으로는 군사적 필요에 따라 이뤄져야 하지만, 국가들은 동맹국 사이에서도 서로의 선택을 의식한다고 설명했다. 비확산 측면에서도 한국의 방식은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 미국·영국 핵추진 잠수함처럼 고농축우라늄을 쓰는 방식이 아니라, 저농축우라늄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농축우라늄은 핵무기급 물질과 거리가 있어 정치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 한국 핵추진 잠수함이 단독으로 역내 해군력 균형을 뒤집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중국은 여전히 더 큰 함대와 조선 능력, 광범위한 해군 현대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군사 경쟁은 하나의 무기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여러 국가의 전력이 함께 움직일 때 전략 환경은 달라진다. 결국 한국의 장보고-N 계획은 북한 SLBM 위협에 대응하는 국내 안보 사업으로 출발했지만, 일본의 시선에서는 더 넓은 인도태평양 해저 경쟁의 일부로 읽히고 있다. 중국이 공개적으로 말을 아껴도, 미국·호주·한국·일본으로 이어질 수 있는 해저 억지망은 중국 해군이 앞으로 계산해야 할 또 하나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 ‘푸틴 놀리기’에 진심…달리는 러 열차에 드론이 쾅, 영화같은 영상 공개 [핫이슈]

    ‘푸틴 놀리기’에 진심…달리는 러 열차에 드론이 쾅, 영화같은 영상 공개 [핫이슈]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물류·방공 시스템을 겨냥한 드론 공격을 가하며 연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자존심을 자극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무인시스템군(USF)은 지난 7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루한스크·자포리자 등에서 방공 미사일 시스템과 의무 시설, 창고 등을 드론으로 공격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드론 한 대가 달려오는 기관차와 정면으로 부딪힌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점령지 등지의 철도 인프라가 목표물이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군이 공개한 이번 영상은 중장거리 드론 타격 기술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장거리 드론 기술은 우크라이나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전황을 뒤집을 수 있었던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올해 들어 자체 제작한 장거리 공격 드론 등을 동원해 전선에서 1000㎞ 이상 떨어진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을 여러 차례 타격했다. 대부분의 작전이 성공하면서 러시아의 군수산업, 에너지 및 연료 기반 시설이 크게 훼손됐다. 장거리 드론을 통한 경제적 손실은 러시아군의 전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AFP통신이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 기준 빼앗긴 영토를 감안해도 282㎢의 영토를 더 탈환한 것으로 분석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4일 푸틴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도 장거리 드론 기술을 과시했다. 그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격을 언급하며 “잘 알다시피 이 거리는 우리의 능력 한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장거리 드론으로 타격하고 심리전까지 이어간다우크라이나군이 공개한 이번 드론 영상의 또 다른 특징은 박진감 넘치는 영상 속도와 음악이다. 영상을 보면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느낌의 배경 음악이 사용돼 긴박감이 배가됐다. 목표물의 자료 사진·영상도 교차 편집하면서 몰입감도 높였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가 공개하는 영상들이 단순히 전장을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우크라이나 병사들에게는 사기 진작을, 러시아 병사들에게는 박탈감을 줌으로써 심리전을 노린 것이라고 분석한다. 더불어 젤렌스키 대통령의 공개 서한 역시 사실상 러시아의 전쟁 피로감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서한에서 “러시아는 북한 없이 싸울 수 없었을 것”이라며 나약한 국가로 묘사하는 동시에, 올해 74세인 푸틴 대통령의 고령을 콕 집어 언급하기도 했다. “푸틴, 한 달 동안 1조 6200억 날렸다” 최악의 손실한편 러시아는 올해 들어 전쟁 장기화에 따른 병력 부족과 본토를 직접 타격하는 우크라이나의 전술 변경으로 줄곧 불리한 전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심층 타격 작전을 통해 지난 한 달 동안 러시아의 군수산업, 에너지 및 연료 기반 시설 목표물 111곳을 타격했다”면서 “이번 작전으로 러시아에 입힌 직간접적 경제적 손실은 약 10억 5800만 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성과는 우크라이나가 전선을 훨씬 넘어선 지역에서도 러시아군에 상당한 손실을 입힐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한 것”이라면서 “군수산업과 에너지·연료 기반 시설 외에도 러시아 군사 목표물에 대한 수천 건의 효과적인 공격을 감행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한 달 동안 러시아군이 점령한 것보다 더 많은 영토를 되찾았는데, 이는 우크라이나가 2023년 반격에 나선 이후 러시아가 순 영토 손실을 기록한 첫 번째 사례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군 당국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5월 우크라이나 영토 약 130㎢를 점령했다. 이는 4월에 점령한 150~160㎢보다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우크라이나군은 약 250㎢에 달하는 지역에서 러시아군 진지를 탈환하거나 제거해 약 120㎢의 영토적 우위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 단계적 비핵화 강조한 李… ‘北 핵물질 추가 생산 중단’ 등 단기 목표 제시 [李대통령 취임 1주년 기자회견]

    완전한 비핵화보다 ‘협상 물꼬’ 방점선박 피격엔 “이란, 의도 없다 확신”이재명 대통령이 8일 북핵에 대해 핵물질 추가 생산 중단과 해외 반출 저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개발 중단 등을 ‘단기 목표’로 제시한 것은 완전한 비핵화만 고수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협상의 물꼬를 터야 관계 개선은 물론 비핵화도 가능하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북한 비핵화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질문에 “객관적 상황은 제재를 할 수 있는 만큼 최대로 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 쪽의 문이 확실히 닫혔는지 알 수 없고 러시아 쪽 문은 확실히 열려 있다”며 이같이 답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핵탄두 증가와 완성 단계에 들어선 ICBM 기술을 언급하며 “이 상황을 중단시키는 것만 해도 국제사회나 한반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북 관계에 대해선 “더 이상 나빠지기 어려울 만큼 나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석 자 얼음이 하루 만에 다 녹겠냐’, ‘녹기는 하더라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라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말을 인용해 “포기할 수는 없다”고 대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 내 한국 선박 HMM나무호를 공격한 주체로 이란이 지목되는 상황에 대해선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면서도 “우리로서는 이란산 미사일로 판단되기 때문에 엄중하게 항의하고 재발 방지책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스라엘을 공개 비판한 것과 관련해서는 “욱해서 한 게 아니다”라며 “주권 침해이기도, 국제 규범 위반이기도, 인권 침해이기도 해서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요구하는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에 대해선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에게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과거사 문제나 영토 문제에 대해 갈등이 있지 않나”라며 “관리해 나갈 수 있는 건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짚었다.
  • 김정은 “핵물질 2배 생산”… 새 우라늄 농축시설 거닐며 과시

    김정은 “핵물질 2배 생산”… 새 우라늄 농축시설 거닐며 과시

    북 “핵무력 기하급수적 강화” 강조폭탄·탄두 추정 자료는 모자이크한미 핵잠 도입 겨냥 견제 목적도통일부 “남북미중 4자 대화 제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배 이상 커진 핵물질 생산 능력을 강조하면서 핵무력 강화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미국을 겨냥해 비핵화 논의 가능성을 전면 차단하고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4일 김 위원장이 전날 새로 조업한 핵물질 생산 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제8기 당 중앙위원회의 직접적인 지도 밑에 지난 5년간의 핵무력 강화 노정을 경과하며 무기급 핵물질 생산 능력은 종전의 2배를 능가하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이날 핵무력 강화와 관련한 중요 협의도 열렸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중요 결론’에서 “우리는 국가 핵무력을 기하급수적으로 강화할 앞으로의 방대한 계획 실행의 순차와 그 담보를 확정하였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공개한 공장 사진에선 우라늄 고농축에 필요한 기다란 원통형 원심분리기가 빼곡하게 늘어선 모습이 포착됐다. 또 우라늄 핵폭탄 및 핵탄두 도면으로 추정되는 자료는 흐리게 모자이크 처리하기도 했다. 북한은 구체적인 장소를 특정하지는 않았다. 전문가들은 대표적인 핵시설 단지 중 하나인 평안북도 영변 내 신축 농축 시설로 추정했다. 영변에서는 지난해 6월 남포시 강선의 농축 시설과 유사한 모습의 신형 건물 외부 공사가 끝난 모습이 포착된 바 있다. 다만 영변이나 강선, 평안북도 구성 외 아직 알려지지 않은 장소일 가능성도 있다. 장도영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북한이 공개한 시설은 우라늄 농축 시설이며 세부 사항은 공개가 제한된다”며 “한미 정보당국은 긴밀한 공조 하에 북한 핵시설 관련 동향을 지속 추적·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이번 시찰은 비핵화 협상은 수용할 수 없다는 대미 메시지를 재차 발신한 행보로 풀이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처리 문제가 핵심 쟁점인 상황에서 핵물질 생산 능력 확대 등을 오히려 과시하면서 비핵화 문제가 북미 간 협상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최근 한미의 핵추진잠수함 도입,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재처리 권한 확대 등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 후속 안보 협의에 대한 맞대응 성격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동북아 안보 대화 특별연설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중 4자 대화를 처음 제안했다.
  • “北 무인기 떼로 와도 끝”…한국, 1초 요격 ‘빛의 무기’ 뚫었다 [밀리터리+]

    “北 무인기 떼로 와도 끝”…한국, 1초 요격 ‘빛의 무기’ 뚫었다 [밀리터리+]

    한국이 드론을 빛으로 격추하는 레이저 무기의 핵심 기술을 국산화했다. 북한 무인기 위협이 커지는 가운데, 1회 발사 비용이 약 2000원에 불과한 저비용 대드론 방어체계가 한국형 방공망의 새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최근 대드론 레이저 무기 ‘천광’ 블록-I의 핵심 부품인 레이저 발진기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레이저 발진기는 고출력 빛을 만들어 표적에 조사하는 장치로, 레이저 무기의 심장부에 해당한다. 미국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 블로그는 1일(현지시간) 한국이 이번 성과로 레이저 무기를 자체 개발·제작할 수 있는 국가 대열에 합류했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미국, 이스라엘, 중국, 독일 등 극소수 국가만 이 같은 핵심 기술을 보유해왔다고 전했다. 핵심 부품 국산화…요격 시간 1~2초로 단축 천광은 소형 무인기와 드론을 겨냥한 지상 기반 레이저 대공무기다. 20㎾급 고출력 섬유 레이저를 표적에 집중 조사해 드론의 엔진이나 전자장비를 무력화하는 방식이다. 기존 미사일이나 기관포처럼 탄약을 발사하는 무기가 아니라, 빛 에너지로 표적을 태우거나 기능을 마비시킨다. 이번 국산화로 천광의 국산화율은 기존 76%에서 90% 수준으로 높아졌다. 국산 레이저 발진기는 기존 수입 부품보다 출력 성능이 50% 이상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소형 드론 요격에 걸리는 시간도 기존 2~4초에서 1~2초 수준으로 줄었다. 비용 면에서도 강점이 크다. 미사일 한 발을 쏘는 데 수억 원이 드는 기존 방공체계와 달리, 레이저 무기는 전력 공급만 이뤄지면 반복 운용이 가능하다. 천광의 1회 발사 비용은 약 2000원, 달러 기준으로는 1.45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값싼 소형 드론을 고가 미사일로 요격해야 하는 ‘비용 역전’ 문제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CNN도 지난해 천광 블록-I 양산 착수 소식을 전하며 이 무기가 1회 약 1.50달러 수준의 비용으로 소형 드론을 요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천광이 별도 탄약 없이 전기 공급만으로 운용되며, 레이저가 보이지 않고 소리도 없어 타격 전 탐지가 어렵다는 점에 주목했다. 천광은 2019년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을 진행했다. 2023년 4월 실사격 시험에서는 목표물 격추에 100%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약 1000억 원 규모의 양산 계약이 체결됐고, 군 전력화를 위한 절차가 진행돼 왔다. 북한 무인기 위협 커지자 ‘빛의 방패’ 주목 한국군이 레이저 대공무기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북한 무인기 위협이 있다. 2022년 12월 북한 무인기 5대가 한국 영공을 침범했고, 이 가운데 1대는 서울 상공까지 진입했다. 저고도·저속으로 침투하는 소형 무인기는 기존 방공망으로 탐지와 요격이 까다롭다.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장에서 값싼 드론이 고가 장비를 파괴하거나 무력화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저비용 대드론 무기의 필요성은 더 커졌다. 기존 방공체계가 값싼 드론을 잡기 위해 수만 달러짜리 요격 수단을 쓰는 비용 역전 문제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천광은 이런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무기체계로 꼽힌다. 표적을 포착한 뒤 레이저를 즉각 조사할 수 있어 짧은 시간 안에 대응할 수 있고, 탄약 재장전 부담도 상대적으로 작다. 전방 부대와 수도권 방어에 배치될 경우 북한 무인기 침투에 대한 저비용·신속 대응 수단이 될 수 있다. 다만 천광 블록-I이 모든 위협을 막는 만능 무기는 아니다. 현재 체계는 2~3㎞ 안팎의 소형 드론과 멀티콥터 대응에 초점을 맞춘 고정형 장비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고속 항공기, 대규모 드론 군집 공격을 직접 막기 위한 무기는 아니다. 비나 안개, 먼지 같은 기상 조건도 레이저 조사 효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은 향후 성능을 단계적으로 높인다는 구상이다. 블록-II는 천무 다연장로켓 차대 등을 활용한 이동형 체계로 개발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블록-III는 100㎾ 이상 고출력 체계로 발전시켜 더 큰 무인기와 항공기, 탄도미사일 대응까지 염두에 둔 해상·공중형 체계로 확장될 수 있다. 미국, 영국, 이스라엘, 중국, 독일 등도 고출력 레이저 무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영국은 드래건파이어, 이스라엘은 아이언빔, 미국은 고에너지 레이저 무기체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은 대드론 레이저 무기의 양산과 전력화를 공개적으로 추진한 국가로 주목받아 왔다. 이번 레이저 발진기 국산화는 단순한 부품 대체를 넘어선 의미가 있다. 핵심 부품을 해외에 의존하지 않게 되면 생산과 유지보수 안정성이 높아지고, 수출 통제나 공급망 변수에 흔들릴 위험도 줄어든다. K9 자주포와 천무, 천궁-II에 이어 레이저 무기까지 고도화되면서 한국 방산의 영역도 미래형 에너지 무기로 넓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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