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대탐방](17)하바로프스크의 관광상품
[구트조브카 특별취재반] 자연림이 풍부한 시베리아에서는 사냥도 훌륭한관광 상품이다.
극동의 하바로프스크에는 사냥 전문 여행사가 있다.이곳은 주로 미국,캐나다에서 사냥 관광객을 모집한다.사냥 관광객들은 헬리콥터를 이용,숲으로 이동한 뒤 이틀간 사냥을 즐긴다.하지만 지금은 시베리아의 모든 주정부가 제한적으로 사냥을 허용하고 있다.매년 동물 종류에 따라 사냥 한도를 정해놓는다.물론 사냥터에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한다.
취재팀이 만난 이르쿠츠크 주정부의 비쿠로브 유리 알렉산드로비치 대외경제고문도 사냥 매니어중 한명이다.그는 주로 이르쿠츠크에서 300㎞ 떨어진바이칼호수 중간지대로 가서 사냥을 즐긴다.현지어로 ‘바랄’이라고 하는사슴과 산양이 주로 사냥 대상이다.그는 “사냥을 하는데 드는 경비가 보통1인당 500루블(2만2,500원)이나 들기 때문에 자주는 못간다”며 “고기만을원한다면 시장에서 사먹는 것이 싸다”고 말했다.
취재팀은 하바로프스크에서 통역을 맡았던 고려인 정추광씨로부터 귀가 솔깃한 이야기를 듣고는곧바로 그곳을 찾았다.한 사냥꾼이 그동안 자신이 쏘아죽인 동물들에 대해 속죄한다는 뜻에서 어미 잃은 새끼들을 데려가 키우고있다는 것이었다.
하바로프스크에서 차로 2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구트조브카에 정씨에게 들었던 ‘동물 건강회복 센터’가 들어서 있었다.야트막한 산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었다.이곳 설립자의 딸이라는 예노토비트나야 코바카양이우리를 안내했다.
그녀는 호랑이 사냥꾼이었던 아버지가 은퇴해 연금생활자가 된 뒤 갑자기이 시설을 만든 배경을 자세히 설명해줬다.그녀의 아버지는 “어미가 죽으면새끼들은 홀로 살아남기 어려워진다”며 후배 사냥꾼에게 새끼들은 자신에게 가져오라고 부탁했다.그렇게 해서 그는 자신의 집에 가져온 새끼들을 잘키운 뒤 동물원에 넘기게 됐다.그런데 4년전에 문제가 발생했다.송곳니가 빠져버린 생후 9개월짜리 호랑이 새끼를 받아다 조금 키운 뒤 동물원에 넘기려했는데 동물원측에서 “송곳니가 없어 볼품이 없다”는 이유로 접수를 거부했다.결국 그는 그 호랑이 새끼를 키우기 위해동물건강 회복센터를 설립하게 됐다는 것이다.구트조브카 지역을 선택한 것은 이곳이 동물 키우기 좋은지역이었기 때문이다.예노토비트나야는 “지금은 이곳이 하바로프스크주에널리 알려져 새끼들을 많이 보내준다”고 말했다.
그녀의 안내로 동물 우리가 있는 지역으로 올라갔다.이곳을 만든 계기가 된호랑이부터 만났다.식사를 하는 도중에 방해가 됐는지 굉장히 으르렁거렸다.
철장이 다소 허술해보여 호랑이가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근접하기가두려웠다.송곳니를 잃은 이 호랑이는 연한 송아지 고기만 먹었다.또 ‘동물의 왕’답게 0.5㏊의 넓은 영역이 주어져 있었다.예노토비트나야양은 “원래두마리가 있었는데 한 마리는 숲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옆 우리에는 반달곰이 있었다.먹이를 주니까 일어서서 도는 등 재주를 부렸다.반달곰만 지금까지 16마리가 이곳에서 원기를 찾은 뒤 동물원에 보내졌다고 한다.여우와 너구리,살쾡이,산양,염소,사슴 등 15마리의 동물들이 현재이곳의 보호를 받고 있다.
취재팀은 문득 무슨 돈으로 이곳을 운영할까 궁금해졌다.사료비만 해도 엄청날 것이었기 때문이다.예노토비트나야는 “요즘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많기때문에 입장요금과 숙박요금,반야(러시아식 사우나)요금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주정부가 이곳을 보호지역으로 지정은 했지만 자금지원은 별도로 해주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산에서 내려와 보니 아담한 통나무집과 반야가 눈에 띄였다.통나무집에서는 하바로프스크 사범대생들이 단체로 놀러와꼬치구이를 파티를 하고 있었다.
일반 동물원과 차별화되는 이곳만의 특징은 자연스러움이다.동물 우리는 외부와 완전히 격리돼 있지 않고 철책만 둘러쳐져 있을 뿐이다.산과 동물과 사람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다.이 때문에 주말이면 단체 관광객을 태운 버스들이 많이 온다.예노토비트나야는 “요즘 외국인 관광객 숫자가 많이 늘었다”며 “한국인들도 많이 와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있다.
oosing@.
* ‘한국식 사우나’명물로 자리잡아.
[하바로프스크 특별취재반] 취재팀은 통역을 맡은 고려인 정추광씨와 보름동안 함께 다니면서 고려인들의 생활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머나먼동토(凍土)에 있지만 그들도 역시 한국인이었다.
사할린주 출신인 정추광씨는 노보시비르스크공대 졸업후 하바로프스크공대교수를 거친 엘리트로 현재 ‘러시아의 소리 방송’하바로프스크지국 과장이다. 6남매를 대학까지 보낸 그의 부모가 그랬듯 그도 두 아들에 쏟는 정성이지극했다.하바로프스크공대 졸업후 장남은 외국인회사,차남은 철도회사에근무중인데 정씨는 미혼인 두 아들에게 아파트를 사줬다.러시아인들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땅이 넓은 러시아에서는 아파트가 아니면 지역난방과 수도물공급이 안되기 때문에 아파트가 무척 비싸다.정씨는 직장 일과 통역을 병행하며 번 돈을 자식에게 모두 내줬다.정씨는 요즘 장남이 슬라브족 여성과 사귄다며 걱정하고 있다.“고려인 여성만큼 남편을 잘 챙겨주지도 못하고 정조관념도 미흡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그러나 요즘 고려인 3세의 25%는 슬라브족과 결혼하는 추세다.
고려인들의 식단도 여전히 한국형이었다.취재팀은 귀국 전날인 199년 12월3일 정씨의 아파트에 저녁식사 초대를 받았다.중앙아시아 출신 고려인인 정씨 부인은 깍두기와 김치,국은 매일 저녁 꼭 준비한다고 말했다.물론 매운맛은 덜했지만 역시 한국식이었다.정씨는 “북한식당이 자금사정으로 문을닫아 아쉽다”고 말했다.실제로 취재팀이 찾아간 하바로프스크의 ‘평양식당’은 한국인과 고려인이 공동으로 인수한 곳이다.‘젬추지나’로 식당 이름도 바뀌었다.블라디보스톡의 유명한 식당 ‘모란각’은 문이 잠겨있었다.
고려인들은 개고기도 무척 즐긴다.그는 “매달 한번씩 고려인 친구들과 함께 개를 직접 잡아 탕과 수육으로 만들어 먹는다”고 말했다.친구들끼리 차를 몰고 조용한 시외로 나가서 개를 직접 잡은 뒤 여러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단독주택을 가진 친구집에서 ‘개고기 파티’를 연다.정씨의 차남 비타라씨도 “개고기 파티에는 부인과 자식들도 꼭 참석한다”고 말했다.
*이곳의 고려인 생활.
[하바로프스크 특별취재반] 한·러 수교 이후 수많은 우리기업들이 극동 시베리아에 진출했지만 그다지 성과를 내지 못했다.결국 IMF사태가 터지자 너도나도 다시 철수하고 말았다.
그러나 의외로 성공한 기업이 있다.러시아 유일의 한국식 사우나인 하바로프스크의 ‘달리 사우나’가 그 주인공.1999년 12월 4일 취재팀이 찾았을 때이곳은 수십명의 러시아인들로 붐비고 있었다.사우나뿐만 아니라 부대시설인 레스토랑과 오락실,안마실에도 러시아인들이 많았다.사우나 입장료가 1인당 800루블(우리 돈 3만6,000원)으로 비싼 만큼 부유층아니면 출입할 수 없는 곳이었다.
이 사우나는 지난 95년 한국인과 러시아인이 51대 49의 지분으로 합작 설립했다.당시 여기에 쓰이는 나사못 한개도 러시아에 없어 모든 것을 한국에서날라오느라 공사시간이 1년이나 걸렸다.한국인 사장인 김영진씨는 첫달부터흑자를 내 98년에는 이미 자신의 투자비 50만달러를 모두 회수했다.모스크바연방정부의 고관들이 하바로프스크에 오면 항상 이 사우나를 찾을 정도로명물로 자리 잡았다.
성공비결을 묻자 김사장은 “합작파트너를 속이지 않았고 투명하게 일을 한것이 가장 큰 비결”이라며 “이제는 모든 사우나관리를 나에게 일임했다”고 말했다.사우나안에 식당과 오락실을 차리는 식으로 이종(異種)사업들을병행한 것도 주효했다.위험분산과 시너지 효과를 누리게 됐기 때문이다.이와함께 처음부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수요를 정확히 파악한 것도 힘이 됐다.
지금은 직원이 55명에 이르지만 처음에는 15명만 둬 1인 2·3역을 해야했다.
또 우리처럼 사우나가 일상화되지 않은 점을 감안,남·여탕을 따로 안차리고홀수날은 여자,짝수 날은 남자날로 정해 투자비용을 줄였다.
김사장은 “경쟁자가 적은만큼 중국보다는 러시아쪽이 기회의 땅”이라며“모스크바에서 사우나 설립 제의가 들어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김사장은 이제 러시아를 넘어 유럽의 한국식 사우나를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