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흑금성’ 의심했었다
◎김우중 방북 확인되자 박씨 제보에 무게/“제보자로 볼수 없다” 당내선 줄타기 의심
지난 대선전 첩보영화를 방불케할 ‘정보전’이 전개됐다는 후문이다.안기부 일각과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진영간 ‘북풍’을 막기 위한 숨막히는 숨바꼭질이었다.
이 사실은 ‘흑금성’ 박채서씨의 정체가 벗겨지면서 확인되고 있다.그는 북풍공작 의혹을 담은 안기부 비밀문건 속의 주역이다.
정동영 대변인에 따르면 흑금성이 국민회의에 접근해온 것은 지난 7월말.고교선배를 다리놓아 정대변인을 만난 그는 ‘북경과 북한을 드나들며 정보활동을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박씨는 이때 “북한은 김후보를 다루기 힘겨운 상대로 생각,집권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풍조작 가능성을 암시했다.특히 “안기부나 집권세력의 안보문제 선거이용에 불만을 갖고 있다”며 정보제공을 약속했다고 한다.
국민회의측은 처음에는 박씨의 정체를 미심쩍어 했다는 후문이다.그러나지난 8월초 김우중 대우그룹회장 방북이 그의 제보대로 사실로 판명되자 분위기가 반전됐다.이어 8월15일 오익제 방북사건이 발생한자 국민회의측이 ‘기획입북설’을 제기한 사실이 이를 반영한다.박씨의 제보에 무게를 두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한동안 소식이 없던 박씨가 10월말께 출현했다.그는 안기부가 북경을 다녀온 국민회의 박상규 부총재,최봉구 전 의원 등을 엮어 뭔가 일을 도모할 것이라는 첩보를 흘렸다.
국민회의측은 특히 북한 김병식 부주석의 편지가 최전의원에게 날아오자 바짝 긴장했다.최전의원이 북풍공작에 말려들 개연성을 우려,친분이 두터운 사이인 국민회의 정균환 의원이 전주의 한 여관에서 접촉을 시도했다.전화기에 녹음장치를 한 뒤였다.
정의원은 “안기부가 당신을 이용,북풍공작을 하려한다는데 사실이냐”고 유도성 질문을 던졌다.다행인지 최전의원이 ‘그런 일 없을테니 안심하라’고 응답,이 건은 여기서 일단락됐다.
이처럼 박씨는 몇가지 정보를 국민회의측에 흘렸다.하지만 국민회의측은 반드시 양심적 제보자로한 보지 않는 듯하다.그가 안기부국민회의 간에 줄타기를 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당내 인사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