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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네드라이브] 스타가 만사?

    스타가 만사? 중반을 넘어선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PIFF)에서도 이 명제는 오차없이 적용되고 있는 분위기이다. 영화제의 주인이 ‘영화’가 아니라 ‘스타’로 둔갑한 공허한 현장들이 올해 부산영화제에서는 유난히 눈에 거슬린다. 지난 13일 자정 무렵 해운대 벡스코 옆의 작은 클럽. 문근영 김지수 김주혁 등 톱스타들을 대거 보유한 굴지의 매니지먼트사 나무엑터즈가 파티를 열고 있었다. 부산영화제 사상 연예기획사가 단독으로 여는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영화제 공식행사로 지정된 이 이벤트의 명칭은 ‘나무엑터즈와 함께하는 PIFF 힙합파티’. 그런데 행사취지는 클럽 입구에서부터 무색했다. 심야에 애써 행사장을 찾아온 팬들은 입구에서부터 출입을 저지당했다. 입구에서 배우들의 포토콜이 진행될 거라는 말에 애꿎은 팬들은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했다. 누구와 무엇을 함께한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그들만의 행사’였던 셈이다. 영화제의 꽃은 누가 뭐래도 스타들이다. 그들로 인해 영화제가 빛난다는 사실에 이의를 달 수 없다. 그러나 스타가 관객을 아래로 굽어보는 허울뿐인 이벤트로는 진정한 교감(交感)창구로 인정받을 수가 없다. 이쯤되면 “부산영화제가 톱스타를 보유한 메이저 연예기획사들의 홍보장으로 둔갑했다.”는 비아냥들이 터져나올 만도 한 상황이다.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전시용 행사는 이뿐이 아니었다. 한류스타 김태희, 정우성이 주연한 영화 ‘중천’을 홍보하는 ‘중천의 밤’ 이벤트가 열린 14일 밤 그랜드호텔.1000여명의 국내외 인사들이 참여한 행사장 안팎은 말그대로 난리통이었다. 목을 빼고 기다리던 스타 주인공들은 정작 얼굴만 비치고 자리를 떴고, 이내 휘성과 메이비에게로 넘어간 무대는 그저 요란한 한바탕 쇼였다.15일 밤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KM컬쳐(제작사)의 밤’도 취지를 살리지 못한 통제불능 현장이기는 마찬가지. 또 한류스타를 보유한 한 기획사는 팬투어로 부산을 찾은 일본팬들을 ‘동원’해 행사의 흐름을 끊어놓기도 했다. 국내 작품과 배우를 선보여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게 부산영화제의 큰 취지임에도, 북새통에 정작 해외 게스트들과 취재진이 철수해야 하는 해프닝이 빚어지기 일쑤였다. 거품보다는 내실을 찾아 부산국제영화제는 해마다 더 단단히 속을 여물려야 할 것이다.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한가위 귀성길 곳곳 정체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맞아 ‘민족대이동’이 시작됐다. 연휴를 앞둔 4일 고속도로와 철도역, 버스터미널, 공항 등에는 수많은 귀성 인파가 몰렸다. 이번 연휴는 나흘이나 되는 데다 공휴일이 징검다리식으로 끼어 있어 귀성길 교통 소통이 원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일부 구간에선 정체가 있었다. 4일 오전까지 전국 고속도로는 대부분 구간에서 원활한 흐름을 보였지만 오후 들어 지·정체 구간이 늘었다. 경부고속도로는 안성분기점∼천안분기점 부근, 죽암휴게소 부근 등에서 흐름이 지체됐다. 영동고속도로 북수원∼광교터널, 호법∼이천 구간과 중부고속도로 이천휴게소∼일죽부근, 하남분기점∼곤지암부근 등에서 거북이 운행이 이어졌다. 서울역과 고속버스터미널은 4일 오후부터 귀성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연휴 기간 고속버스는 하루 평균 342회 늘어난 6800여회가 운행되며 시외버스는 전세버스 2만 6500여대를 활용해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투입된다. 철도공사는 하루 평균 객차 수를 평시 대비 15.8% 증가한 6003량을 운행한다. 연안여객선은 하루 평균 164차례 추가 운항되고 국내선 항공편은 하루 평균 21편 증편된다.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기 국내선은 대부분 90% 이상의 예매율을 기록했다. 김포공항은 임시편 10편을 포함해 국내선 75편을 운항키로 했다.유영규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추석 해외여행 30만’ 북새통 공항 환전소 르포

    ‘추석 해외여행 30만’ 북새통 공항 환전소 르포

    손님 최대 얼마까지 환전할 수 있어요. 은행원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가져갈 수 있는 금액이 1만달러입니다. 손님 그럼,1만달러에 얼마죠. 은행원 1000만원 정도 됩니다. 손님 (지갑에서 가볍게 1000만원짜리 수표를 내밀며)1만달러만 주세요. 3일 오전 인천공항의 은행 환전소 앞에서 미국으로 여행을 떠나려는 한 젊은이가 환전을 하고 있었다.1000만원짜리 수표를 꺼내들고 1만달러를 환전해 달라는 이 젊은이를 보고 은행원은 황당하다는 표정이다. 은행원은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유형이지만 볼 때마다 새삼 놀랍다.”고 말했다. 최장 9일간의 추석연휴를 해외에서 보내려는 여행객들의 풍속도가 잘 드러나는 곳이 바로 공항에 입주한 은행들의 환전소다. 인천공항에는 우리, 신한(옛 조흥 포함), 외환은행 등 3곳이 입주해 있다. 공항에서 이뤄지는 환전액은 전체 은행권 환전액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연휴기간 동안 전산 통합작업을 하느라 모든 은행거래를 중단시킨 신한은행도 공항의 환전소만큼은 정상 영업을 할 정도다. 한 신혼부부는 발리로 여행을 떠난다며 50만원을 내밀며 “10만원은 인도네시아 루피화로,40만원은 미국 달러화로 바꿔달라.”고 했다. 특히 “1달러짜리는 100장을 달라.”고 했다. 은행원이 “1달러짜리 20장이면 체류기간 동안 봉사료(팁)로 충분하다.”면서 “달러는 전량 수입해 오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모두 다 드릴 수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부부는 “원하는 대로 주면 될 것이지 무슨 말이 많냐.”고 핀잔을 줬다. 어떤 중년 신사는 환전소에서 100만원을 다른 은행으로 송금해 달라고 했다. 은행원이 “환전소에서는 환전 업무만 가능하고, 일반 은행업무는 지점에 가셔야 한다.”고 말했다. 신사는 “환전소나 지점이나 같은 은행 아니냐.”며 화를 냈다. 지점은 환전소에서 걸어서 3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신사는 “바빠 죽겠는데, 은행 서비스가 이래도 되느냐.”고 따졌다. 정말로 바쁜 사람은 고객이 아니라 끝이 보이지 않는 고객을 맞이하는 은행원들이었다. 우리은행 구종민 부지점장은 “4년 동안 이곳에서 근무했는데 이번 추석처럼 붐빈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구 부지점장에 따르면 평소 하루 환전 건수는 3000건 안팎이지만 연휴를 맞아 4000건을 훌쩍 넘겼다. 거액을 환전하려는 고객, 온갖 종류의 외화로 잘게 쪼개 달라는 고객, 외화동전으로 바꿔달라는 고객, 반입 불가 물품을 맡겨달라는 고객…. 갖가지 요구를 늘어놓는 고객들로 환전소는 새벽 4시에서 밤 9시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돌아간다. 은행의 환전 실적만 봐도 요즘 얼마나 많은 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지 알 수 있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9월 한 달 동안의 환전 실적은 1억 9738만달러였다. 올해 9월 실적(29일까지)은 2억 5278만달러나 된다. 지난달 27일 하루 실적은 971만달러였는데, 연휴가 시작되기 바로 전인 29일에는 1880만달러로 폭증했다. 외환은행도 9월27일 1518만달러에서 29일 2229만달러로 증가했다. 하루 5만여명씩 해외로 빠져나간 지난 1일 이후의 실적을 보태면 은행들의 환전 실적은 기하급수적으로 늘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경상수지는 5억 1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의 원인은 서비스수지 적자에 있다.8월 서비스수지 적자는 20억 9000만달러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였다. 이 가운데 여행수지 적자가 13억 8400만달러나 됐다. 추석연휴의 해외여행은 서비스 수지 적자의 골을 더 깊게 만들 게 분명하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중고생들 빼앗긴 한가위

    중고생들 빼앗긴 한가위

    고3 수험생 조모(18·서울 목동)양은 이번 추석에 충북 제천의 큰집에 가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학원 특강에 등록했다. 조양은 “중간고사가 끝나긴 했지만 모의고사에서 사회탐구 영역 점수가 계속 낮게 나와 집중적으로 특강을 듣기로 했다.”면서 “친구들 중에도 추석을 학원에서 보내려는 애들이 많다.”고 했다. 딸의 공부를 지원하기 위해 조양의 어머니도 계획을 바꿔 서울에 남기로 했다. 중3 서모(15·경기도 분당)양도 올 추석에는 대구 할머니댁에 가지 않는다. 이달 말 외국어고 시험을 앞두고 학원에서 10월3일부터 5일까지 추석특강이 있다. 서양은 “외고 입시가 이달 말이고 중간고사도 끝나지 않았다. 외고를 준비하는 애들 중 시골에 가는 경우는 절반도 안될 것”이라고 했다. 예년보다 긴 추석 연휴를 실력보강의 기회로 삼으려는 중고생들로 학원가가 때아닌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대목을 잡으려는 입시학원들의 계산도 맞아떨어졌다. 수험생 입장에서 이번 주말부터 계산하면 추석의 마지막까지 최소 7일(30·1·3·5·6·7·8일)이 확보된다. 서울 강남 대치동과 목동, 노량진 등을 중심으로 학원가에는 ‘추석 프로젝트 특강’‘추석 원샷특강’‘단기 속성강의’ 등 다양한 이름의 강의들이 등장했다. 지난 17일 서울 노량진 A학원에는 새벽부터 학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다음달 3일과 5~8일까지 닷새 동안 진행되는 단기 추석특강에서 유명 강사의 수업을 등록하려는 학생들이었다. 대기표만 2000장이 넘게 배포됐다. 학원 관계자는 “인기 강사의 특강은 등록 첫날 오전에 마감됐다.”고 전했다. 고향이 대전인 재수생 정모(20)씨도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사회탐구 영역 수강증을 끊었다.“고3들까지 학원가로 대거 몰려 수강 접수창구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최고 인기 강사의 강의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추석 동안 5점을 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인기 있는 과목은 단기특강의 효과가 높다고 알려진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영역이다. 대치동 강남M학원의 ‘추석 5일 완성반’은 지난주 이미 사회탐구가 마감됐고 과학탐구도 90% 정도 찼다. 학원측은 “사탐과 과탐은 학생들이 소위 몰아치기만으로 성적이 비교적 많이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목동 등지에서는 학생을 10,15명 단위로 묶어 가르치는 ‘소그룹 추석 특강’이 인기다. 목동 S학원은 추석연휴 5일간 6시간씩 과목당 총 30시간의 집중강의를 한다는 계획이다. 급기야 일부 인터넷 게시판에는 ‘○○학원 ○○○ 강사의 추석 수강증 웃돈 주고 삽니다.’는 글까지 등장했다. 목동 S학원 관계자는 “한 과목을 며칠에 몰아 집중적으로 강의할 경우 학생이 배웠던 것을 잊지 않는 등 학습효과도 크다.”면서 “특히 중위권 학생은 소그룹 집중 강의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특강 무용론’도 나온다. 목동에서 10년째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보습학원 원장은 “단기특강은 학생의 조급한 마음과 학원의 상업적인 계산이 만난 것일 뿐 경험상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면서 “조급함을 벗고 쉴 때는 푹 쉬어 주는 것도 수험생에게 필요한 공부법”이라고 말했다. 유영규 이재훈기자 whoami@seoul.co.kr
  • 대학? 아방궁? 밤만 되면 대학은 ‘환락 천국’

    대학? 아방궁? 밤만 되면 대학은 ‘환락 천국’

    “이곳이 대학이야? 현대판 아방궁이야?” 중국 대륙의 북부 허베이(河北)성 스자좡(石家庄)시에 있는 스자좡 경제무역대학은 밤만 되면 ‘환락의 도시’로 바뀐다.대학내 기숙사 지하에 술집·영화관·PC방·가라오케 등 오락시설이 갖추갖추 설립돼 가동되고 있는 까닭이다. 이 대학 교수들과 학생들은 진리를 추구해야 할 대학의 기숙사 지하에 호화 오락시설이 난립돼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대학생들의 무분별한 소비를 부추겨 면학 분위기를 깨뜨리는 행위여서 매우 우려된다고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은 19일 보도했다. 스자좡 경제무역학원 기숙사에 설치된 오락시설 ‘학원문화활동센터’는 ‘현대판 아방궁’이라고 해도 별 손색이 없을 정도다.3년전 모 건축업체가 모두 100만 위안(약 1억 2000만원)을 들여 기부채납한 이 센터는 기숙사내 지하 1500㎡(약 450평)에 A·B·C구로 나눠 PC방·영화관·호프집·가라오케 등 각종 오락시설을 총망라하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7시쯤,‘학원문화활동센터’로 들어가는 길목.삼삼오오 짝을 지은 대학생들이 속속 이곳으로 모여들고 있었다.30분이 지났을까.이곳의 PC방·호프집·식당·가라오케 등은 벌써 꽉 들어차 북새통을 이루고 있고,일부 대학생들은 문 앞에서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일부 대학생들은 연신 담배를 피우고있고,또다른 대학생들은 불콰해진 얼굴로 시끄럽게 떠드는 바람에 더욱 어수선한 분위기였다.이곳이 ‘상아탑’인지,‘환락천국’인지 도대체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 센터 지하통로는 여러 곳을 통과하는 길이 서로 교차되고,중간중간에 철문이 설치돼 학생들 사이에 ‘지하 미궁(迷宮)’으로도 불리고 있을 정도로 안전에 취약하다는데 있다. 이런 까닭에 많은 교수들과 대학생들은 대규모 오락시설이 들어서는 것은 반대하는 항의 시위도 벌이고 있다.이 학교 학생 왕(王)모씨는 “‘건강 소비,여가 선용’이라는 구호를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학생들의 소비를 부추겨 학교가 돈을 벌려는 속셈”이라고 맹비난했다. 옆에 있던 한 교수도 “이곳에 오락시설이 들어선 후 기숙사 주변에서 온갖 폭력·술주정 등 대학생으로서 지켜야 할 품위를 잃어버리는 행위를 여러번 봤다.”며 “이런 시설을 하루빨리 폐기해 신성한 학원 문화를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쿠바는 지금] (상) ‘피델’ 없이도 차분한 아바나

    [쿠바는 지금] (상) ‘피델’ 없이도 차분한 아바나

    중남미 사회혁명의 전초기지 쿠바는 어디로 가는가.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권력을 일시 이양한 지 20여일이 흘렀지만, 쿠바의 향배는 명확해지지 않고 있다. 미국은 민주화 프로그램을 작동한다고 공언하고 플로리다만의 망명객들은 카스트로 정권의 붕괴를 목하 기대하고 있지만, 쿠바는 여전히 정중동(靜中動)이다.‘포스트 카스트로’의 향배를 아바나 현지 르포로 2회에 걸쳐 살펴본다. |아바나(쿠바) 최병규특파원|“피델은 매우 강한 사람이지요. 우린 사회주의자도 공산주의자도 아닌, 피델주의자입니다.” 지난 8월20일.6시간이나 출발이 지연된 ‘아에로 유로파’의 여객기는 스페인 마드리드의 바라하스 공항을 떠난 지 꼭 10시간만에 아바나의 호세 마르티 공항에 안착했다. 그렇지 않아도 좁다란 청사가 밤 12시를 넘겨 도착한 250여명의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공항 관리들은 매캐한 담배연기 속에 삼삼오오 TV 앞에 모여 위성으로 방영되는 미국의 쇼 프로그램을 보며 깔깔대기만 한다.“사회주의의 맹점은 자본과 물질보다는 시스템 부족에 있다.”는 누군가의 말이 새삼스럽게 와닿았다. “어디서 왔느냐.”는 확인 질문에 ”코레아 델 수르(Corea del sur·남한)라고 간단히 대답한 뒤 굳게 닫혀진 입국심사대 쪽문을 연다. 공항 도착 2시간만이다. ●쿠바와 피델주의자들, 지금은 ‘정중동’ 후텁지근한 바람을 맞으며 나선 청사 앞에서 마리아 로드리게스(48)와 작별인사를 나눴다. 마드리드공항 탑승구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꽤 여러 차례 얼굴을 마주쳤지만 그와 얘기를 시작한 건 아바나 도착 30분 전쯤부터였다. 통로 건너편에 앉아 있던 그에게 넌지시 “피델(카스트로)은 괜찮은 것 같냐.”고 묻자 “피델은 매우 강한 사람”이라면서 “내 자신은 물론 주변의 사람들도 그가 곧 병실을 박차고 나올 것으로 믿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쿠바 사람들은 사회주의자가 아니라 ‘피델주의자’”라고 강조했다. 서울을 떠나기 전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은 “그의 신변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미국 행정부의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여러 장의 신문 사진을 통해 건재함을 과시했다.‘사진 조작설’이 나돌자 이번엔 자신의 8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방문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의 기념사진으로 ‘설’을 일축해 버렸다. 그러나 지금 카스트로의 동향 기사는 종적을 감췄다.‘카스트로 와병’ 이후 비교적 상세하게 그의 근황을 전하던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에 관련 기사는 더 이상 실리지 않는다. 아바나의 숙소에서 어렵게 받아든 ‘그란마’,‘후벤투드 레벨데’ 등 쿠바 공산당 기관지들도 그의 동정엔 입을 꾹 다물고 있다. 그리고 카스트로가 다시 침묵에 들어간 지금 쿠바의 모습은 여전히 지난 47년간의 철권통치에 길들여진 ‘평온함’과 미국의 경제봉쇄 조치 이후 계속된, 그리고 치열한 ‘생존 투쟁’이 뒤섞인 ‘정중동’의 상태다. ●불법, 더 이상 불법 아니다 비행기 안에서 만난 마리아는 쿠바 사회주의 혁명의 발원지인 ‘산티아고 데 쿠바’ 출신이다. 아바나국립대학을 졸업한 뒤 한동안 학교 교사를 했던 그는 지금은 아바나항구 주변 ‘아바나 비에하(올드 아바나)’ 구역에서 기념품 장사를 하고 있다. 의사와 교사 등 전문직을 포함한 노동자들의 한 달 평균 임금은 많아야 625페소(약 25달러) 정도다. 그래서 차라리 외국 돈을 만질 수 있는 장사를 하기로 했다. 부업도 있다. 스페인 북부 빌바오에 살고 있는 외가쪽 먼 친척이 1년에 두 차례씩 초청장을 보내온다. 물론 돌아올 때는 짐이 한 보따리다. 극심한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쿠바에서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는 ‘보따리 장사’다. 세관의 ‘입막음 장치’는 필수적이다. 사실 이같은 불법은 ‘쿠바노’들에겐 더 이상 불법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50년 가까운 혁명과정에서 누적된 서민경제의 피곤함이 불러온,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아바나항 입구 ‘모로요새’에서 만난 루이스 알레한드로(44)는 불법택시를 몰고 있다.‘파나택시’와 ‘OK택시’ 이외에는 전부 불법이다. 그러나 칠이 다 벗겨진 그의 54년형 크라이슬러 지붕에는 버젓이 ‘TAXI’ 간판이 달려 있다. 그 역시 한때 정부 기관에서 통계 연구원으로 일하던 공무원이었지만 5년 전부터 ‘불법’에 뛰어들었다. 그는 “퇴직한 2001년 당시 쿠바 가정의 90% 이상이 한 달을 보내기 위해 불법에 의존하고 있었다.”면서 “‘불법의 일상화’는 요즘 사회 전체에 더 만연돼 있다.”고 털어놓았다. 아들과 딸을 포함해 돈을 버는 네 식구 가운데 고급 호텔에서 팁으로 외국 돈을 만지는 아내가 가장 고소득자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말레콘,‘아바노’들의 마음의 고향 새벽의 ‘말레콘’은 쿠바의 앞날과는 관계없다는 듯 평온하기만 하다. 말레콘은 인구 200만명의 아바나시 4개 구역을 연결하는 약 7㎞의 방파제 해안도로다. 서쪽 미국 특수이익대표부(SIEU)에서 시작, 동쪽의 아바나항구까지 이어지는 이 도로는 관광객들에게는 한 번쯤은 걸어야 하는 명소다. 서민들에겐 일상의 피곤을 터는 휴식처이고, 혁명을 겪지 못한 젊은 세대들에겐 둘도 없는 데이트 장소다. 외교관저 밀집지역인 ‘미라마르’를 출발, 동쪽으로 내디딘 새벽 발걸음이 신흥 개발 구역인 ‘베다도’에 이르자 지난밤 흥겨움과 부산함에 들썩이던 ‘아바노’들의 모습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쿠바 맥주 ‘부카네로’의 빈 깡통이 나뒹구는 널찍한 방파제 위에서는 아직도 젊은 남녀들이 몸을 비비고 있다. 다음달 결혼을 앞두고 있는 카를로스(27)는 “쿠바가 분명 천국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옥은 더더욱 아니다.”면서 “그건 우리에게 말레콘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내던진 뒤 구 소련제 소형차인 ‘라다’에 약혼녀를 태우고 떠나버린다. 떠오르는 해를 마주보며 동쪽으로 갈수록 아바노들의 지친 삶이 그대로 드러난다. 방파제를 따라 인구 밀집 지역인 ‘센트로’ 구역으로 들어서자 부시 미국 대통령과 아돌프 히틀러의 얼굴을 합성시킨 기괴한 모습의 간판 밑으로 출근 행렬이 이어진다. 건너편 방파제 밑 바닷가에서는 허름한 반바지 차림의 헤수스 파라(66)가 물고기를 잡고 있는 모습이 대조적이다. 그는 지난 1959년 혁명군 소속으로 마에스트라 산맥에서의 게릴라 활동에 이어 아바나 입성까지 카스트로를 따라간 쿠바혁명의 산증인이다. 그는 “미국의 경제봉쇄가 아니었다면 쿠바는 지금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피델과 말레콘이 있는 이상 지금 별다른 아쉬움은 없다.”고 말했다. cbk91065@seoul.co.kr ■ 카스트로 근황은 지난달 31일 장 출혈 증세로 수술을 받은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근황은 베일에 가려 있다. 다만 그의 건강이 회복되고 있다는 주변 인사들의 간접 증언이 있을 뿐이다. AP통신은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간) 형(兄)으로부터 권력을 이양받은 동생 라울 국방장관과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의 인터뷰를 인용해 보도했다. 라울 장관은 “형이 점차 회복되고 있고 치료 과정도 매우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14일 그란마 인터넷판에 공개된 두번째 병상 사진이 가장 최근의 모습이다. 전날 8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카스트로 의장을 방문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라울 장관이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다소 창백한 모습에도 밝은 표정을 지으며 차베스 대통령과 웃음을 주고 받는 장면이었다. 국영TV도 같은 날 카스트로 의장이 차베스 대통령과 환담하는 장면을 방영했다. 앞서 13일 공개된 아디다스 운동복 차림의 카스트로 사진도 화제를 모았다. 주먹을 불끈 쥐거나 전화통화를 하는 일상 생활이 드러나 있다. 카스트로를 방문했던 차베스 대통령이 그러나 “생존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표현하는 등 고령의 나이를 감안할 때 회복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집권 47년 동안 “혁명가에게 은퇴란 없다.”며 원기를 자랑하던 카스트로의 만년 와병은 쿠바의 변화를 예고하는 전주곡으로 작용하고 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여권 대란 한풀 꺾여

    새벽부터 줄서기 등으로 북새통을 이뤘던 ‘여권 발급 대란’이 한풀 꺾였다. 21일 서울시 및 일선 자치구에 따르면 최근 들어 여권발급 위한 새벽 줄서기가 줄어들면서 몇몇 구청은 낮시간대에도 여권 신청이 가능해졌다. 신청량이 처리 용량을 밑도는 여유있는 자치구도 생겨났다. 여권 신청을 위해 길게 줄을 선 모습을 촬영, 청와대 등으로 보내 여권 발급 문제의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전했던 노원구도 상황이 호전됐다. 7월 말에는 새벽에 줄을 선 사람도 하루에 50∼60명가량이 빈손으로 돌아갔으나 요즘은 낮시간에도 접수할 수 있다.강남구는 8월 초 새벽 5∼6시부터 나와 줄을 서도 오전 8시면 하루 발급 한도인 500장분 번호표가 동이 났다. 그러나 요즘에는 오후 3시에 가도 번호표를 받을 수 있다. 여권 발급 신청이 가장 몰리는 종로구도 창구를 늘리기 전에는 하루 처리 용량이 1100장에 불과해 200여명이 되돌아가야 했다. 지금은 처리 용량이 1600장으로 늘어나 불편이 크게 줄었다. 여권 문제가 이처럼 풀린 것은 방학이 끝나면서 수요가 줄어든 데다가 정부·서울시·자치구가 여권 발급 창구와 인원을 늘리고, 근무시간도 3시간가량 연장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이슬람 문명과 도시] (16) 저항과 혁명의 도시 리비아 벵가지

    [이슬람 문명과 도시] (16) 저항과 혁명의 도시 리비아 벵가지

    북아프리카 지중해 도시 벵가지는 혁명과 저항의 도시다. 도시 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면 아직도 슬픔과 분노 같은 것이 느껴질 정도다.1911년 이탈리아의 식민통치를 받은 이후 1943년까지 무려 32년간 이탈리아를 상대로 끈질긴 독립투쟁을 벌인 도시다. 그럼에도 2차 세계대전 중에는 이탈리아의 군사거점이 되면서 무려 연합군으로부터 1000회 이상의 공중폭격을 받아 이 아름다운 역사고도는 완전히 폐허가 됐다. 그러고는 1949년까지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 왜 리비아인들이 서구의 야만성에 치를 떨고, 지금도 강한 반(反)서구 반미감정을 갖고 있는지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될 것 같다. 이런 벵가지가 리비아 현대사의 무대에 새롭게 등장한 것은 1969년이었다. 그해 9월1일,28세의 엘리트 장교 무아마르 카다피가 영도하는 자유장교단이 바로 벵가지에서 서구에 예속된 왕정의 타파와 새로운 리비아의 수립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아침 6시20분, 카다피는 직접 벵가지 방송국에서 혁명의 성공을 알리는 포고문을 읽은 것으로 유명하다. 국민에 의한 직접민주주의와 이슬람 사회주의라는 새로운 이념으로 서구체제에 대항하면서 독특한 리비아식 질서를 주창했다. 우리에게는 대수로공사로 익히 알려진, 위대한 ‘녹색혁명’의 시작이었다. 벵가지는 처음부터 수많은 격변과 소용돌이를 거치면서 형성된 역사 도시다. 기원전 8세기경 페니키아인들이 거주하면서 해상 교역항으로 활용됐던 벵가지는 키레나이카 지방에 속하면서 기원전 6세기부터는 그리스인들의 식민도시가 되었다. 그리스인들의 집단거주지가 확대되면서 키레나이카 지방은 ‘다섯개의 도시’라는 뜻의 펜타폴리스로 불렸고 벵가지가 그 중 가장 중요한 도시였다. 다시 벵가지는 알렉산더의 침공을 받았고, 기원전 96년 로마에 병합될 때까지 그리스-이집트 왕조인 프톨레미왕조의 치하에 있었다. 그 후에도 비잔틴과 반달족의 침략과 정복을 경험했고, 결국 642년 아랍에 정복당하면서 오늘날 아랍화의 씨앗이 뿌려졌다. 리비아의 아랍화가 완성된 것은 약 11세기경으로 보이는데, 이때부터 벵가지도 이슬람교를 믿고 아랍어를 말하는 아랍도시로 탈바꿈했다. 특히,19세기 중반에는 메카에서 출현한 이슬람 신비주의 종단인 사누시아가 벵가지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어 후일 이탈리아에 대항한 리비아의 독립운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게 된다. 그러한 역사적 격변과 혁명의 중심도시로 향하는 여정은 머무나 거칠고 힘들었다. 리비아의 자주적 주권과 외세의 간섭없는 독립을 강조하며 필연적으로 반미주의를 표방했던 리비아를 미국이 가만둘 리 없었다. 몇 차례 카다피의 제거를 시도했던 미국은 급기야 1989년 이후 최악의 경제제재를 실시하여 리비아를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시켰다. 리비아로 향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기의 운항이 금지되고, 일부 육로만이 개방됐다. 통상 튀니지에서 자동차로 리비아에 입국하는 방법이 있으나, 우리 일행은 몰타에서 배로 들어가는 방법을 택했다. 몰타에서 배로 23시간이 걸려 벵가지에 도착했다. 물론 최근에는 리비아가 핵 프로그램의 완전 폐기와 함께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면서, 경제제재가 풀리고 지난해 5월에는 미국과의 외교관계가 완전 복원됐다. 몰타의 국제선 부두에는 리비아로 향하는 정기 여객선 텔레톨라(Teletola)가 입항해 있었다.800여명의 승객을 실을 수 있는 초호화 유람선으로 배를 타려는 리비아 승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하얀 통옷에 하얀 모자를 쓰고, 여자들은 하얀 차도르를 둘렀다.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하나같이 자기 몸의 몇 배나 되는 짐 보따리 4∼5개씩 들었다. 당시 텔레톨라가 리비아와 서방세계를 잇는 유일한 통로였다. 저녁 7시쯤 출발이라는데 오후 3시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미국에 대한 분노와 리비아인들에 대한 연민이 동시에 인다. 배에 타니 완벽한 실내 설계에 놀랐다.2평 남짓한 좁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없는 것 없이 가장 효율적인 시설을 갖추었다. 만 하루가 지나 벵가지항에 도착했다. 회백색의 건물에 먼지 바람에 싸여 있는 전형적인 아랍도시가 나타난다. 그러나 혁명의 팔팔한 기운은 이제 도시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제국의 핍박과 통제 속에 도시는 활력을 잃었다. 황량하고 정돈되지 못한 불안감이 도시 전체를 감싼다. 제법 그럴싸한 고급 호텔들이 인공호수를 중심으로 막 들어섰고, 벵가지의 옛 지명을 딴 갈리오누스(Galionus)대학이 리비아 최초의 대학으로 수백만평의 대지 위에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완전 폐허 위에 새롭게 건설된 아랍도시가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나마 지중해의 색깔이 살아 있는 곳은 해변가와 과일가게이다. 수박과 사과, 이름 모를 각종의 지중해 과일들이 저마다의 색깔을 제대로 지키고 있을 뿐이다. 모래만 갖다 부으면 세계 최대의 해수욕장이 될 푸른 해변이 수백㎞나 이어진다. 넘실대는 파도 사이로 아이들은 멱을 감고 어른들은 낚시를 드리우는 풍경만이 리비아다운 정취를 준다. 벵가지에 온 김에 다시 버스를 타고 3시간 거리에 있는 알 베이다로 달려갔다. 영화 ‘사막의 라이언’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오마르 묵타르(앤서니 퀸)의 전적지가 있는 곳이다. 도중에는 거의 민가도 없고 왕래하는 사람들도 찾기 힘들다. 간간이 양떼가 보이고,2시간쯤 달리니 20여가구의 마을 하나가 나타난다.‘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경제협조회사’란 붉은 색 한글 간판이 선명하다. 이 시골 구석까지 침투한 북한의 리비아 공들이기 정책은 과연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버스는 갑자기 길가에 서서 한 5분간 휴식을 취한다. 승객들이 우르르 내려 인근 풀밭으로 내려가 앉아서 용변을 본다. 손에는 조그만 물통 하나씩을 들고 용변을 보고 세척을 한다. 항상 예배를 위한 준비상태에 있고자 하는 그들의 종교생활에 경탄한다. 눈을 뜰 수 없는 모래 먼지가 속눈썹이 짧은 동양인들에게는 견딜 수 없는 고문이다. 베이다 계곡에는 아주 특이하게 생긴 바위 동굴이 수백개나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수백m의 가파른 계곡과 절벽 위에 뚫린 크고 작은 동굴을 무대로 오마르 묵타르는 1911년부터 1931년까지 이탈리아를 상대로 영웅적인 독립저항을 계속했다. 계곡의 정상에는 당시에 놓여진 다리가 아직도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마지막 처형당하는 순간에 이탈리아 군인들까지 존경을 표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며 위대한 한 독립전사의 정신이 충만한 베이다 계곡을 향해 우리도 목례를 보낸다. 이제 벵가지도 서구에 대항한 혁명과 저항의 지난 역사를 마감하고 녹색혁명을 꿈꾸며 조심스레 서방으로 향하고 있다. 또 다른 좌절이 아닌 협력과 공존의 미래를 꿈꾸면서…. 이희수 한양대 교수 이슬람문화연구소장
  • 동굴 바위틈서 찬바람 ‘씽씽’ 진안 풍혈냉천 피서객 만원

    “바위틈에서 나오는 차가운 바람이 더위를 씻어 줍니다.” 전북 진안군 성수면 자포리 풍혈냉천(風穴冷泉)이 찜통더위를 식히려는 피서객들로 7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풍혈냉천은 연중 얼음처럼 차가운 바람이 나오는 동굴. 불볕 더위가 내려 쬐어도 이 동굴은 항상 냉장고 속과 같은 4∼6도의 냉기를 내뿜는다. 바위틈 사이로 스며들었던 물이 겨우내 꽁꽁 얼었다가 한여름 무더위에 녹으면서 산바람을 타고 내려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해발 400m 높이의 대도산 자락에 있는 이 동굴에는 여름철이면 매일 3000∼5000여명이 몰려오는 이색 피서지로 꼽힌다. 주민들은 일제시대 한 일본인이 바위틈에서 나오는 차가운 바람을 발견하고 버섯을 키우기 위해 10여m 깊이의 굴을 뚫어 이 동굴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한다. 휴게소 주인 김현남(32)씨는 동굴속에 각종 음료수와 막걸리를 쌓아두었다가 관광객들에게 팔고 있다. 이곳에서 나온 음료수는 냉장고에서 막 꺼낸 것처럼 시원해 인기만점이다.서울에서 피서를 온 한순영(68)씨는 “동굴 바위틈 사이에서 차가운 바람이 나오는 게 신기하고 시원해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진안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여권발급 대행업무 폭주·만성적 민원 자치구 “해법 찾아주오”

    여권발급 대행업무 폭주·만성적 민원 자치구 “해법 찾아주오”

    여권 발급 민원으로 서울시 자치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 노원구는 업무 폭주와 만성적인 민원에 시달리다 외교부에 대책수립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원구는 25일 여권을 발급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선 민원인들의 모습과 주민들의 건의 사항 등을 비디오 테이프에 담아 ‘여권발급 민원 대책 절실’이란 제목의 동영상을 만들어 외교통상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동영상에는 여권발급을 위해 새벽부터 차례를 기다리다 졸고 있는 민원인의 모습과 매일 민원인들과 전쟁을 치르는 공무원들의 불만과 개선방안 등을 담고 있다. 이노근 노원구청장은 이에 앞서 “시민들이 줄을 선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외교부 등에 문제점을 알리고, 개선을 요구하라.”고 지시했다. 노원구는 개선안에서 ▲외교부의 여권처리 주전산기 용량 확대 ▲발급업무 25개 전 구청 확대 ▲전국적인 통합 예약접수 시스템 시행 ▲여권발급 수수료의 지자체 일부 배정 등을 요구했다. ●외지인 몰려 10개 구청마다 북새통 여권업무는 지방의 시·도 외에 서울의 10개 자치구에서 대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여권발급기관에 선정되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그러나 여권수요가 급증하면서 애물단지로 변했다. 방학이나 연말에는 유학생과 관광객까지 겹쳐 여권 발급 창구는 북새통을 이룬다. 특히 지난해 9월부터 여권 위조 방지를 위해 외교부가 여권 사진을 부착식에서 스캐너를 이용한 전사방식으로 바꾸면서 여권 발급 업무가 폭증하기 시작했다. 기계의 처리 용량이 제한돼 수작업으로 할 때보다 효율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 서울은 발급 기간이 10여일로 지방(25∼30일)보다 빨라 경기도 등 다른 지역 수요자들까지 몰려 혼잡을 부채질하고 있다. 실제로 종로구는 전체 여권발급 건수의 4%만이 종로구 거주자이고,45%는 서울시 타구 거주자,50%는 서울 이외 지역 거주자로 나타났다. ●“발급기관 확대가 유일한 대책” 강남구는 최근 대당 1억여원 하는 여권발급용 스캐너를 구입하려다가 포기했다. 기계도입으로 처리속도가 빨라졌다는 소문이 돌면서 수요자가 몰리는 것을 보고 효과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권 발급에 따른 고충은 다른 구청도 마찬가지다. 자치구에서는 발급기관 확대만이 유일한 대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외교부는 예산이 없다며 난색을 표명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해결방법은 여권발급처를 늘리는 방법밖에 없지만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여권발급 업무로 자치구가 몸살을 앓자 서울시는 지난 24일 자치구 여권과장 회의를 여는 등 시 차원의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 관계자는 “외교부의 업무이기는 하지만 결국 자치구가 어려움에 처한 만큼 시가 방관할 수는 없다.”면서 “시 차원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4년 연간 273만건이었던 여권 발급 건수는 지난해 311만건, 올 상반기에만 211만건으로 집계됐다. 김성곤 조현석기자 sunggone@seoul.co.kr
  • [박기철의 플레이볼] 한·일 소극적 판정 언제까지

    오래 전부터 법원 판결의 적극주의와 소극주의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경기 현장에서 스포츠의 법률인 경기 규칙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심판들은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난 독일월드컵 한국과 스위스전에서 일어난 오프사이드 판정은 심판이 극단적으로 적극주의를 선택한 예이다. 주심은 선심의 판정을 무시 또는 번복할 권리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당시 엘리손도 주심이 부심의 깃발 신호를 무시한 판정은 규칙상으로는 하자가 없다. 그러나 부심의 판정, 더구나 오프사이드 판정을 무시한 예를 축구에서 보기란 극히 어렵다. 또 하나의 예. 지난 5월 박찬호가 3안타를 쳤으나 승리를 따내지 못하던 날,7회말 1사 상황이다. 세 번째 스윙을 포수가 노바운드로 잡았지만 칼슨 주심은 4심 합의를 거치는 북새통을 겪고도 꿋꿋하게 타자를 1루에 내보냈다. 그러나 아무래도 찜찜했던지 다음 타자의 삼진 때 1루 주자가 도루를 하자, 아무런 부딪힘도 없었던 타자가 포수의 송구를 방해했다며 주자까지 아웃시켰다. 물론 규칙에는 타자가 꼭 포수와 육체적인 충돌이 있어야만 수비 방해로 판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규칙을 적극적으로 해석한 예이다. 그러나 한국이나 일본의 프로야구 심판들은 이처럼 적극적이지 못하다. 육체적 충돌이 없는 경우에도 수비 방해를 선고할 수 있는 재량권을 스스로 포기하고 충돌이 있는 경우에만 방해를 선고한다. 이유? 지나치게 재량권이 넓어지면 심판끼리 기준을 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야구 기록원들도 한국과 일본은 소극주의자들이다.6월24일 다저스의 서재응은 7대0으로 앞선 6회에 등판해 4이닝을 4실점으로 막았다. 미국의 모든 속보 서비스에는 당연히 세이브로 기록됐다. 그러나 당시 기록원 돈 하택은 서재응의 투구가 비효과적이라며 세이브를 주지 않았다.3회 이상을 던져 세이브를 얻는 경우 야구 규칙에는 분명 효과적인 투구를 해야 한다고 돼 있어 효과 여부의 판단 권리는 기록원에게 있다. 그러나 한국이나 일본의 기록원이라면 무조건 세이브를 준다. 일본 기록원들은 보다 소극적이다. 타자가 자신이 살려는 의도가 분명한 번트를 대더라도 무조건 희생타를 주고, 불규칙 바운드만 나오면 아무리 잡기 쉬운 공이라도 안타를 준다. 스포츠 현장에서 어떤 판정이 옳은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러나 일본처럼 모든 권리를 아주 포기하는 선택도 바람직하지 않다. 옳다, 그르다를 떠나 방향에 대한 고민은 있어야 한다.‘스포츠투아이’ 전무이사 tycobb@sports2i.com
  • “28년새 북한서 얼마나 변했을까”

    “이렇게 오니까 (영남이를 만난다는 사실이) 피부로 느껴집니다.” 어머니 최계월(82)씨와 함께 28년 전 납북된 동생 김영남(45)씨를 만나러 27일 강원 속초시 한화콘도에 도착한 누나 영자(48)씨. 만남에 대한 기대와 긴장감으로 몹시 지친 모습이었다.28일 금강산에서 진행될 제14차 이산가족 상봉 4차 상봉행사에서 아들을 만날 생각에 며칠 동안 식사도 못할 정도로 긴장한 최씨는 속초에 도착하자마자 링거를 맞을 정도로 탈진했다. 소감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일본인 납치 피해자 요코다 메구미씨의 전 남편으로 알려진 납북 피해자 김영남씨 가족의 상봉에는 CNN과 아사히 TV 등 국내외 50여명의 취재진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일부 언론사는 전주에서 속초까지 차량을 타고 쫓아와 최씨 등 가족들은 취재진을 피해 옆문으로 들어올 정도였다. 일본 언론의 관심은 특별했다. 누나 영자씨는 “내일이 상봉이라서 긴장된다.”며 “언론이 관심을 가져줘 고맙다.”고 말했다.. 최씨는 아들을 위해 분홍색 셔츠와 시계, 화장품, 상비약, 영양제 등을 챙겼다. 또 아들이 약밥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속초 떡집에 주문해 놓은 상태로,28일 아침 배달받아 아들에게 전해줄 계획이다. 손수 만들어 가고 싶었지만 미리 준비하면 음식이 상할 수 있어 속초에서 주문했다고 한다. 최씨는 전주의 집을 출발하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장성한 아들을 만나면 그동안 살아 있다는 것과 가정을 이룬 것에 대해 고맙다는 말부터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금강산공동취재단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이경형칼럼] ‘1년반’ 소중하다

    [이경형칼럼] ‘1년반’ 소중하다

    참으로 신명과 역동감이 넘치는 대∼한민국. 월드컵 대 토고전에서 승리하던 엊그제 밤, 서울 시청광장 일대에 운집한 붉은 악마 틈에서 우리의 에너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런 에너지를 훌륭한 리더십으로 경제를 살리고,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데로 물꼬를 돌릴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임기가 1년 반이나 남아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귀거래사가 벌써부터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5·31지방 선거 결과, 집권 여당이 완패한 것은 사실상 국민들이 대통령을 탄핵한 것이나 다름없다고도 말한다. 임기 5년 가운데 1년반은 30%에 해당한다.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이다. 임기를 초·중·종반으로 3등분할 때, 종반의 국정은 그야말로 총체적인 재임 성적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다.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판세를 보면, 금년 하반기부터 온나라가 차기 대권주자들의 세 규합 등 대권 쟁투의 북새통으로 날밤을 지새우고, 자칫 국정은 둥둥 떠내려가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대통령이 국정의 중심에 서서 더 공격적으로 챙겨야 한다. 장관들을 독려하고, 공직자들의 복지부동을 경계해야 한다. 임기 말의 종 치는 분위기는 최대한 지연시켜야 한다. 그렇다고 개혁, 혁신, 양극화, 자주와 ‘코드’의 깃발만 계속 흔들라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경제인데 ‘꿩 잡는 게 매’다. 지난 3년 간 국정 운영이 ‘좌편향’으로 국민에게 비쳤고 그것이 선거 결과로 부분적으로나마 나타났다면, 이데올로기에 매달리기보다는 정책의 가늠자를 약간 중간으로 옮기는 게 뭐 그리 못할 일이 되겠는가. 솔직히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성공하는 나라치고 개별 정책을 좌파, 우파로 명명백백하게 가르는 경계선은 찾기 어렵다. 금년 하반기의 경제지표도 좋지 않다고 한다. 풀어야 할 경제 현안의 으뜸은 일자리 창출이다. 서민의 생활경제도 북돋워야 한다. 정책의 타깃을 이렇게 피부에 와닿는 데 놓아야 한다. 거대 담론보다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각론이 훨씬 실감난다. 논란이 많은 현 정부의 부동산·세제 정책을 지속할 것인지, 아니면 수정할 것인지는 성급하게 결론 내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눈 딱 감고 고수하는 것도 문제지만, 선거에 참패했으니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논리도 근거가 희박하다. 선거 패인은 매우 복합적이기 때문에 좀 더 실증적으로 규명한 뒤 궤도를 수정하더라도 늦지 않다. 김근태 당의장체제로 간신히 비상대책기구를 꾸린 열린우리당도 정책좌표 재설정, 실용 대 개혁 진영간의 노선 투쟁, 정파간 통합론을 둘러싼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재는 143석의 원내 제1당이자 집권 여당이지만, 당 안팎의 대권주자 행보에 따라서는 점차 구심력보다는 원심력이 더 커질 것 같다. 대통령도 자연히 이런 여당과 일정한 거리를 둘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런 가운데서도 국회로부터 국정 마무리에 따른 입법 뒷받침을 받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도 한나라당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할 필요가 있다. 야당이라고 해서 임기 종반에 대통령을 마구 흔들어대서 득 될 게 없다. 좋든 싫든 이제부터 대통령은 당적 이탈 여부와 별개로 대여·대야 관계에서 점차 등거리로 움직여야 한다. 남은 임기 동안에 크게 가르마를 타야 할 국정 과제들도 많다. 안으로는 국민연금 개혁에서부터 바깥으로는 한·미 동맹 조정과 양국 자유무역협정(FTA)체결, 남북평화협력관계 정착 등이 있다. 너무 큰 욕심을 내서는 일을 그르칠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본사고문 khlee@seoul.co.kr
  • 하인스 워드 자신이 태어났던 이화여대 동대문병원 방문

    하인스 워드 자신이 태어났던 이화여대 동대문병원 방문

    “태어난 곳에 돌아와 정말 감동적입니다. 저는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한국을 방문 중인 ‘슈퍼볼의 영웅’ 하인스 워드(30)가 6일 자기가 태어났던 병원을 찾았다. 워드는 1976년 3월8일 서울 종로구 이화여대 동대문병원에서 태어났다. 워드는 오후 2시30분쯤 어머니 김영희(59)씨와 함께 병원에 도착해 만면에 미소를 지은 채 손을 흔들며 8층 원장실로 향했다. 병원은 입구부터 워드의 얼굴을 보려는 인파와 취재진 등 200여명이 북새통을 이뤘으며 병원주변 곳곳에는 “이곳은 당신이 태어난 곳입니다. 우리는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시민들은 휴대전화로 워드의 사진을 찍으며 “워드 만세”를 연호했다. 병원 환자들도 창밖으로 워드를 보고 손을 흔들며 반가워했다. 워드는 윤견일 이화의료원장, 연규월 동대문병원장 및 당시 자기의 탯줄을 끊어준 유한기(65) 박사와 15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병원측은 30년 전 출생기록 카드를 기념사진첩으로 만들어 워드 모자에게 선물로 줬다. 워드는 출생기록카드에 찍힌 자기 발바닥과 어머니의 손가락을 보고 “아직도 이런 게 남아 있다니 정말 놀랍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이어 6층 분만실로 올라가 30년전 자신이 태어난 분만실을 둘러봤다. 유 박사가 “어머니가 체격이 작아 밤 늦게까지 고생하다 수술을 받고 3.81㎏의 워드를 낳았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자 어머니 김씨는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1층 로비에서 병원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워드는 주치의에게 자신의 등번호(86번)가 적힌 유니폼을 직접 입혀준 뒤 “아일비백”(I´ll be back·돌아오겠다)”이라고 말하며 뜨거운 포옹을 했다. 오전에 워드는 어머니가 평소 찾고싶어했던 경복궁과 창덕궁, 비원을 어머니 손을 잡고 둘러봤다. 청바지와 운동화 차림의 모자는 먼저 경복궁을 찾아가 경회루 앞에서 사진을 찍고 교태전 마루에 신발을 벗고 올라 주변경치를 감상했다. 워드는 “경복궁과 창덕궁 모두 참으로 아름답다. 이런 궁전이 도심 안에 있다는 것이 놀랍고 또 기쁘다. 왕과 신하들이 있던 곳을 둘러보며 한국의 전통을 배우는 기회였던 것 같다.”며 감탄을 연발했다. 워드는 오후 6시에는 주한 미국대사관이 주최하는 ‘미대사관 환영 리셉션’에 참석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미리가본 울진·영덕 토실토실 대게축제

    미리가본 울진·영덕 토실토실 대게축제

    “소는 한 마리를 다 먹어도 흔적이 안 남지만, 대게는 작은 놈 한 마리만 먹어도 숨길 수가 없다.”는 말이 있다. 담백한 맛도 일품이지만, 멀리서도 느낄 수 있을 만큼 향기가 짙고 오래 간다는 뜻. 대게는 또한 칼슘과 인, 철분 등 필수아미노산이 가득찬 영양의 보고(寶庫)다. 특히 무기질이 많이 함유돼 있어 노화방지와 어린이 성장발육에 좋다. 요즘 제철을 만난 대게가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7∼9일까지는 울진에서,13∼16일까지는 영덕에서 각각 대게축제가 열린다. 축제도 즐기고 대게의 맛과 향기에도 취해보면 어떨까. 글 사진 울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대게 요리’ 이렇게 해보세요 # 고르는 법 (1) 배를 눌러보아 단단해야 한다. 말랑말랑한 놈은 ‘물게’일 가능성이 많다. (2) 배부분이 검은 것은 피한다. (3) 다리가 몸에 비해 가늘고 길어야 한다. (4) 다리, 특히 집게다리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이 좋다. (5) 다리가 불그스레 해야 한다. 허연 빛깔은 피한다. (6) 게뚜껑에 검은 게딱지가 붙어 있으면 금상첨화. 게딱지는 공생관계에 있는 일종의 기생충으로 대게에 영양분을 공급해준다. (7) 삶은 대게의 경우 같은 크기라면 무거운 것을 고른다. # 찌는법 대게를 제대로 찐다는 것은 대게를 맛있게 먹는다는 말과도 같다. 그만큼 찌는 방법이 중요하다는 것.‘대게아줌마’ 서현숙(48)씨가 강력추천하는 ‘제대로 찌는 법’이다. (1) 살아있는 대게를 미지근한 민물에 5분가량 담가둔다. (2) 대게가 혹시 살아 움직이지 않는가 반드시 확인한다. 산 채로 찌게 되면 몸을 비틀어 게장이 쏟아지게 된다. 또 다리를 스스로 잘라버려 맛이 떨어진다. (3) 배가 위쪽으로 향하도록 차곡차곡 쌓고, 센 불에 20분가량 찐다. (4) 불을 끄고 남아 있는 수증기로 5분정도 뜸을 들인다. (5) 찔 때 정종이나 맥주를 물속에 조금 넣으면 비린내가 제거된다. ※주의할 점은 첫째, 모든 과정에서 대게의 배는 항상 위쪽으로 향하고 있어야 한다. 둘째, 반드시 김, 즉 수증기로만 쪄야 한다. 대게에 물이 닿으면 안된다. 셋째, 찌는 중간에 문을 열어서도 안된다. 게장이 다리쪽으로 흘러 맛도 떨어지고 보기도 흉해진다. # 먹는법 대게는 살과 게장은 물론 껍질까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예전엔 껍질을 버리기도 했지만 요즘엔 가루로 만들어 조미료 대신 쓰기도 한다. 특히 게껍질엔 키토산이 많아 제약회사에서 일괄 수거해 가기도 한다. 이제 먹는 방법을 알아보자. 마지막으로 게장이 든 몸통. 따끈따끈한 밥에 게장을 긁어 넣고 참기름, 김, 파 등과 함께 볶아먹는다. 게껍질에 밥만 넣어 비벼 먹는 맛도 일품. # 대게를 찾아서 대게를 찾아 경상북도 울진으로 가는 36번 국도변. 개나리들이 길가를 샛노랗게 물들이며 군무를 펼치고 있다. 주변 산자락은 진달래의 연분홍빛 살결로 타들어 가는 듯하다. 마치 외지인의 방문을 먼저 알고 환영이라도 나온 듯하다. 어디 그뿐인가. 여인의 입술처럼 붉디붉은 홍매화는 관능적인 자태를 뽐내며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그야말로 만화방창(萬化方暢),‘아니 노지는 못할’계절이다. 울진군 죽변항에서 대게찜 잘하기로 소문난 ‘7호횟집’을 찾았다.‘대게 아줌마’로 알려진 주인 서현숙(48)씨는 대게찜 경력만 10년인 베테랑. 서글서글한 눈매와 살가운 경상도 사투리가 인상적이다.“대게는 무조건 크다고 맛있는 것이 아니지예. 작아도 살이 꽉찬 놈이 맛있는 기라예.”작년 11월부터 잡기 시작한 대게는 다리마다 살들이 가득찬 요즘이 딱 제철이란다.5월31일이 지나면 금어기. 그때부터는 북한과 러시아 등에서 들여오는 수입게들이 판을 친다. 국내산에 비해 다리에 물이 많아 다소 맛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 맛으로 치면 대게의 동생뻘되는 ‘너도대게’가 등장하는 것도 이때쯤이다. 횟집 안쪽은 대게를 찾아 전국에서 온 식도락가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술한잔에 얼굴이 불콰해진 할아버지부터 초롱초롱한 눈으로 신기한 듯 대게를 바라보는 어린 아이까지. 남녀노소가 따로없이 얼굴엔 하나같이 웃음 일색이다. 대게의 집게발을 특히 좋아한다는 강부옥(42·경주)씨는 “부드럽고 단맛이 정말 일품이라예.”라며 한입에 집게다리살을 털어 넣는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자니 입에 침이 괼 지경이다. 강씨는 또 “내일 아침엔 수협 공판장에서 당일 잡아온 싱싱한 대게를 사다가 대게탕을 끓여먹을기라예.”라며 줄곧 싱글벙글이다. 어느새 식탁 위엔 다리 껍데기만 수북하게 쌓였다. 마치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몸통과 다리가 완벽하게 ‘분리’됐다. 대게가 언제 있었냐 싶은 광경이다. 이제 남은 것은 게 등껍질. 어떻게 먹나 궁금했다. 강씨는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따뜻한 밥을 게장에다 넣어 몇번 썩썩 비비더니 김치 한쪽을 얹어 한입 가득 넣는다.‘밥도둑’이 따로 없다. 횟집에서 게장에 갖은 양념을 넣고 밥과 함께 볶아주기도 하지만, 아무 양념없이 그냥 비벼먹는 것이 훨씬 맛있단다. 대게를 찾아온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며 ‘대게 아줌마’서씨가 나섰다.“게장에는 노란색의 항장과 진녹색의 먹장 두가지 종류가 있지예. 색이 다소 검다고 해서 못 먹는 게 아니라예.”게장이 검푸른 색을 띤다고 해서 상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시나브로 해는 지고 사위가 어둑해질 쯤 횟집을 나섰다. 다른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란 생각이 든다. 이런 것이 세상 사는 맛일까. # 대게는? 몸통에서 뻗어나간 다리의 모양이 대다무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문으로는 죽해(竹蟹). 예전에는 다리가 여섯마디라서 ‘육촌(六寸)’, 혹은 대나무를 닮아 ‘죽촌(竹寸)’이라 부르기도 했다. 우리가 먹는 대게는 모두 수컷이다. 몸체가 작고 찐빵 같다고 해서 ‘빵게’라고도 불리는 암컷은 포획이 금지되어 있다. 박달대게는 대게 중에서도 몸집이 크고 속살이 박달나무처럼 단단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값은 한 마리에 15만∼20만원을 호가한다. 수협공판장에서도 하루에 한 마리 보기가 쉽지 않은 귀한 몸이다. 대게는 우리나라 동해안 전역에 서식하고 있지만, 특히 울진군과 영덕군 사이 앞바다에서 잡힌 놈을 최고로 쳐준다. 다리마다 가득찬 속살들이 야물고 쫄깃해 이미 고려시대부터 명성이 자자했던 지역 특산품. 이 지역에서 생산된 대게의 맛이 유난히 좋은 이유는 뭘까. 해답은 ‘왕돌초’ 등 이 지역의 탁월한 서식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 왕돌초는 후포항에서 20여㎞ 떨어진 수중암초 지역을 가리키는 이름.‘왕돌짬’이라고도 불린다. 왕돌초의 샛짬, 중간짬, 맛짬 등 세개의 봉우리를 중심으로 남북으로 길게 펼쳐져 해저산맥을 이루고 있다. 크기는 남북으로 6∼10㎞, 동서로 6㎞에 달한다. 바다의 숲인 셈이다. 수심은 200∼400m정도. 한류와 난류가 쉼없이 교차면서 생명력 넘치는 해양생태계를 만들어 놓았다. 해저는 펄이 전혀없이 깨끗한 모래로만 이루어져 있다. 연중기온도 섭씨 2∼3도정도로 안정적이어서 대게가 살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 울진과 영덕, 원조는? 파는 곳만 다를 뿐,‘임금님께 진상되었던’ 똑같은 대게다. 교통이 지금처럼 원활하지 못했던 시절에 이 지역에서 잡힌 대게들이 모두 영덕으로 집하(集荷)되어 반출되었기 때문에 ‘영덕대게’라고 고유명사화된 것. 요즘엔 영덕지역 상인들이 울진군 죽변항에서 대게를 사오기도 한다. 영덕을 찾는 식도락가들이 워낙 많아 생산량이 수요를 채우기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영덕에 비해 이름이 덜 팔린 울진지역은 상대적으로 대게가격이 다소 싼 편.
  • 도심속 시골장터 모란시장

    도심속 시골장터 모란시장

    “이거 밑지고 파는 겁니다. 아주머니 인상이 좋아 보여서….” 모란시장 상인들이 물건을 팔면서 잊지 않는 ‘접대용 멘트’이지만 깎은 물건값 보다는 옛 시골 장터에서나 들을 수 있는 정겨움이 묻어나 기분이 좋은 곳이다. 국내 최대 민속 재래시장으로 군림하고 있는 모란장은 분당신시가지와 용인 택지개발 등 인근지역의 급속한 현대화 물결속에서도 쇠퇴하지 않고 오히려 찾는이가 매년 늘고 있다. 인근에 백화점과 할인매장 등 대형유통매장이 빼곡하게 들어섰지만 고향의 향수를 느끼려는 어르신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다가 가격이 저렴한 생필품들을 구하려는 알뜰주부들로 여전히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그 뿐인가. 모란시장에서는 개발에 밀려 서울에서 옮겨온 ‘이주민촌’인 성남 구시가지 주민들의 애환도 가득 담아내고 있다. 최근에는 삭막한 콘크리트 숲에서 자라나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토종 재래시장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학습장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모란시장이 처음 선 것은 지난 1961년으로 알려져 그나마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향수 달래려는 어르신·알뜰주부들로 북새통 당시 평양이 고향인 한 예비역 육군대령이 재향군인들과 함께 지금의 모란장터(당시 경기도 광주군 중부면 탄리)에서 하천 개간사업을 하면서 생필품조달과 생활여건을 만들려는 수단으로 장터를 조성한 것이 모란장의 시초라고 한다. ‘모란’이란 명칭도 모란봉에서 따와 만들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성남시 수정구 수진2동 모란예식장 주변에 있었으나 1970∼1980년대에는 지금은 분당으로 이전한 성남시외버스터미널과 성남대로변에 형성됐다가 1990년대 초 지금의 수정구 성남동 대원천 복개지(3300여평)로 이전했다. 복개천 주차장부지로 평일에는 유료주차장으로 사용되다 장날이면 재래시장으로 옷을 갈아 입는다. ●4·9일 열리지만 개·닭 등 가축시장은 상설 끝자리가 4일과 9일인 날에 열리는 전형적인 5일장이지만 일반 재래시장과는 달리 개와 닭 오리 고양이 등 가축시장이 시장 외곽에 상설시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시장에는 모두 950여명의 상인이 등록돼 있지만 소재파악이 안되는 떠돌이 상인까지 합치면 1600여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이곳 상인회의 추산이다. 장터입구에는 주로 농산물과 꽃집들이 자리잡고 있다. 또 애주가들을 위한 선술집은 초입에 있다. 닭똥집 등 포장마차 메뉴에서부터 개장국 칼국수 도토리묵 동동주 등 없는 것이 없다. 장날에는 어김없이 입구부터 가득메운 상인들과 주민들로 좀처럼 헤집고 나가기가 어렵다. 특히 주말에는 부모님의 손을 잡고 따라나선 아이들도 가세해 시장을 꼼꼼히 둘러보기가 쉽지 않다. ●다양한 먹을거리·구경거리 가격은 대채로 싼 편이다. 소주안주로 그만인 닭모래집은 한 포대에 3000원이고, 달랑 콩 한소쿠리 가지고 나온 할머니가 ‘몽땅 1000원’이라는 외침도 들을 수 있다. 소쿠리에는 집에서 낳은 강아지가 담겨 있기도 하고, 집에서 기른 대파나 양파, 호박 등을 한 소쿠리 이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재래시장이면 으레 자리잡고 있는 싸구려 의류시장도 줄지어 있다. 누더기를 걸치고 엿을 파는 각설이가 구수한 타령으로 어린이들을 불러모으고, 만평통치약이라는 굼벵이와 지네도 여기저기 눈에 띈다. 약효야 어찌됐든 굼벵이는 1㎏에 10만원을 호가한다. ●애완견·개고기 장수 대조적 한쪽에서는 찌그러진 드럼통에 불을 피워 돼지고기와 생선, 메추리 등 재래시장 정취를 구워낸다. 곳곳에서 거리공연이 열려 광대들이 주민들 사이를 뛰어다니는가 하면, 이들을 뛰쫓는 개구장이들의 모습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시장 북서편에는 장날마다 애완견시장이 열린다. 한쪽에서 개고기를 좌판에 널어놓고 파는 것과 대조적이다. 시중에선 20만∼30만원하는 푸들과 말티즈, 슈나우저 등을 4만∼5만원대에 살 수도 있다. 혈통을 보여주기 위해 어미를 같이 데리고 나온 상인들도 많다. 한때 중국산이 판친다는 지적이 많아 상인들이 자구노력을 하고 있다. ●지방선거 앞두고 정치인 발길 부쩍 늘어 사람이 많아 지방선거를 앞둔 요즘에는 정치인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좀처럼 찾지 않던 현직 시장도,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도 부쩍 시장 출입이 잦아졌다. 보신원이 많다 보니 개고기 반대모임회원들의 반대시위도 열린다. 특히 올해는 개띠해로 시위가 잦지만 보신원 상인들은 꿈쩍도 않한다. 이래저래 모란시장은 볼거리가 많다. 매년 5월에는 민속축제도 열린다. 서울 잠실에서 분당행 116번,119번을 타면 된다. 전철분당선과 지하철 8호선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모란시장 바로옆 공터에 유료주차장도 있지만 30분당 1500원으로 비싼 편이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생각나눔] 저축은행, 생존위한 변신? 변질?

    [생각나눔] 저축은행, 생존위한 변신? 변질?

    ‘대표적인 서민금융기관인 상호저축은행이 서민들에게서 멀어지고 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저축은행은 서민들의 예금을 끌어들인 뒤 이를 다시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서민들에게 빌려주는 금융기관이다. 그러나 요즘 추세를 보면 서민들의 ‘푼돈’이 아닌 부자들의 ‘뭉칫돈’이 저축은행으로 모이고, 이 돈은 일반 가정이나 자영업자보다는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고위험 고수익’ 사업으로 흘러간다. 저축은행의 예금과 대출에서 서민들이 설 자리가 사라지는 셈이다. ●부자들, 고금리 저축은행 찾아 원정길에 나서기도 지난 1월 서울 방배동에 문을 연 현대스위스2저축은행은 개설 기념으로 연 5.85%(복리)의 정기예금 상품을 300억원 한도로 내놓았는데 하루 만에 한도액이 소진됐다. 솔로몬저축은행이 월드컵 마케팅의 일환으로 연 5.54%(복리)의 예금상품을 내놓자 영업점은 돈을 들고온 고객들로 북새통이 됐다. 일부 금융관료나 금융기관장들도 재테크 기관으로 저축은행을 선호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예전에는 해당 지역 주민들이 주요 고객이었지만 이제는 1000만원 단위의 뭉칫돈을 들고 오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금리를 높게 주는 저축은행을 찾아 원정길에 나설 정도”라고 말했다. 경기 북부지역의 A저축은행 예금계좌 5994개 가운데 2000만원 이상이 예치된 계좌는 1894개(32%)에 이르렀다. 이 저축은행 관계자는 “시골에 있는 우리가 이 정도인데 서울 강남권에 있는 저축은행들은 얼마나 많은 고액 계좌를 갖고 있겠느냐.”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저축은행 총수신 37조 3000억원 가운데 4000만∼5000만원의 뭉칫돈 예금액이 무려 12조 2000억원에 이르러 전체 예금 중 32%를 차지한다. 서민금융기관이지만 저축은행의 영업점도 서울의 경우 절반 이상이 강남에 있다. 서울 시내의 저축은행은 지점을 포함해 모두 61개다. 이 가운데 39개가 강남구와 서초구에 집중돼 있다. ●가계대출 축소, 부동산 개발 사업 대출 확대 저축은행이 부자들의 재테크 기관으로 자리잡은 것은 정기예금 금리가 연 5.5% 이상이어서 시중은행보다 1%포인트 정도 높기 때문이다. 일부 저축은행들은 수신금리 인상을 자제시키려는 금융감독 당국과 ‘숨바꼭질’을 해 가면서 금리를 올리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사회가 양극화돼 저축은행에 예금하는 서민들은 극소수”라면서 “부자의 돈이든, 서민의 돈이든 일단 끌어모아 서민들에게 대출해 주면 서민금융기관 본연의 임무를 다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부유층 예금자에게 높은 예금 금리를 주기 위해서는 대출자로부터 훨씬 높은 금리를 받을 수밖에 없다. 담보가 있더라도 현재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면 연 11% 정도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6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저축은행의 대출은 34조 7343억원이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은 겨우 8조 4653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4% 줄었다. 반면 부동산 관련 업종에 대한 대출은 14조 51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60.1%나 늘었다. 특히 경기변동에 민감한 ‘고위험 고수익’의 부동산개발 PF 대출이 5조 6279억원이나 됐다. 예금보험공사는 “부동산 관련 대출의 급증으로 저축은행의 수익성 지표가 좋아졌지만 앞으로 수익성이 계속 유지되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대출이 이뤄진 개발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저축은행의 건전성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사학 ‘장외 신경전’ 치열

    사립학교에 대한 감사원의 전방위 감사가 임박한 가운데 ‘장외 신경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각 학교 재단은 감사 대상에 포함되는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반면, 해당 학교 교직원과 학생들은 감사대상에 포함시켜 철저하게 문제점을 드러낼 것을 촉구하고 있다. 감사원도 감사 대상 학교가 사전에 노출됐을 때 미칠 수 있는 파장을 우려해 철저한 ‘입단속’에 나섰다. 감사원은 이달 중순부터 대학 20여곳을 포함, 전국의 사립학교 및 재단 150여곳에 대한 본감사에 착수한다. 앞서 감사원은 1월23일부터 1998개에 이르는 전국의 사립 초·중·고교 및 대학을 대상으로 예비감사를 벌였고, 현재는 대상 학교를 추리기 위한 막바지 선별작업에 한창이다. 당연히 최근 비리 의혹이 제기된 학교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감사원 고위관계자는 “사학 등으로부터 감사대상 포함 여부를 묻는 전화가 꽤 많이 걸려오고 있다.”면서 “담당 직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공정성 시비가 없도록 감사대상을 정해진 기준에 따라 선정토록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감사원 관계자도 “예비감사 실시 이후 접수된 비리 제보도 상당수”라면서 “하지만 제보 건수와 구체적인 내용 등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북악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감사원은 평소 한적한 편이지만, 최근에는 종종 북새통을 이루기도 한다. 사립학교개혁국민운동본부는 지난달 20일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3개 사립대학에 대한 감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사학의 이름과 구체적인 비리 의혹도 공개했다. 대구의 한 대학 교수들은 소속 대학에 대한 감사를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다. 지난 1월 말에는 연세대와 건국대 등 서울지역 10개 대학 총학생회 회장단이 사학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요구하는 집회를 갖기도 했다. 감사원은 앞으로 2개월동안 예산 횡령이나 리베이트 수수 등 비리뿐만 아니라, 편법 입시·성적관리 등 학생들에게 미칠 수 있는 직·간접적인 피해까지 훑어볼 계획이다.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비강남 학부모 강남 상륙작전

    비강남 학부모 강남 상륙작전

    16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교육청 중등교육과 상담실. 자녀들의 중학교 재배정 신청을 하러 온 학부모들로 10평 남짓한 사무실은 북새통이었다. 접수직원 3명과 장학사 1명은 찾아오는 학부모들에다 연신 울려대는 문의전화로 눈 코뜰새 없이 바빴다. 게다가 복도에서도 학부모 20여명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결국 담당 직원들은 이날 점심을 구내식당에서 교대로 해결하며 학부모들을 상담했다.‘강남발 교육열풍’의 또 다른 현장이다. 강남교육청은 지난 13일부터 중학교 재배정 신청을 받고 있다. 마감일을 하루 앞둔 16일 현재 800여명이 신청했다. 지난해의 경우, 추가접수분까지 합해 800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강남유입’바람이 더 거셀 전망이다. 임모 장학사는 “앞으로 3차례에 걸친 추가접수를 끝내면 올해에는 사상 최대 재배정 신청을 기록할 것 같다.”면서 “지난달부터 특정학교를 지목하며 주소지를 옮기면 그 학교로 배정받을 수 있느냐는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잘 가르친다고 학부모들 사이에서 소문난 영어 학원 등 교육환경이 어느 지역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때문에 수도권 등 ‘비강남’에서 오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 낮 12시쯤 접수직원과 한참동안 승강이를 벌이던 A씨. 경기도 안양에서 왔다는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상담실을 나왔다.“아이를 강남에 있는 중학교에 보내려고 강남으로 이사하기 전 주소부터 옮겨 놓았는데, 실거주자가 아니면 학교를 배정해줄 수 없다고 한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B씨도 비슷한 경우다. 그는 “아들을 미국에 유학 보내기 전에는 강북에 살았지만 이왕이면 비슷한 환경을 겪은 아이들이 많은 강남에서 중학교를 다니는 게 나을 것 같아 약간 무리를 해 이사왔다.”고 말했다. 성북교육청 관계자는 “강북에 살았던 사람들도 자녀가 해외에서 돌아오면 대개 강남지역 학교로 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조기유학파도 상당수 있다. 신청학생 중 50여명이 조기유학 출신으로 파악됐다. 대치동에 사는 C씨는 1년간 캐나다로 유학 보낸 아들을 중학교 입학에 맞춰 귀국시켰다. 전날 2시간 넘게 기다려 장학사와 상담한 그는 이날도 1시간을 기다려 재배정 신청을 했다.“지난해 가을에 왔더니 인근 중학교에 자리가 없어 해외귀국자녀가 많다는 분당의 한 중학교로 몇달간 통학했다.”면서 “인근 중학교로 옮기려고 이번엔 신청을 서둘렀다.”고 말했다. 반면 강북지역은 재배정 신청이 미미하다. 성북교육청(강북구·성북구 관할)은 이날까지 재배정 신청자가 126명에 불과했다. 해외 귀국자녀는 단 1명이었다. 북부교육청(도봉구·노원구)도 300여명 가운데 조기유학 출신은 2명이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스크린도어 또 작동불능

    승객 추락 및 자살 방지 등을 위해 만든 지하철 스크린도어(PSD)가 작동 불능으로 잇따라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13일 서울 중구 지하철 2호선 을지로 3가역에서 승강장 스크린도어가 고장나 지하철 운행이 40분 가량 지연되는 등 퇴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이 사고로 지하철 2호선 전동차들은 오후 5시50분쯤부터 양 방향으로 각 역에서 5∼10분 이상 지연됐으며 가다서다 운행을 반복했다. 이 때문에 승강장 등 역사 안은 퇴근길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일부 시민들은 공사측에 강력히 항의했다.공사측은 “스크린 도어에 전원이 공급되지 않아 고장을 일으킨 것 같다.”며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이에 앞서 지난 8일엔 부산지하철 3호선 전동차가 대저역에 진입했으나 스크린도어가 열리지 않아 승객들이 승강장으로 내리지 못하는 사고를 겪었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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