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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와중에 집합금지 없는 동해안… 수도권 확산 피서객 타고 번질라

    이 와중에 집합금지 없는 동해안… 수도권 확산 피서객 타고 번질라

    거리두기도 완화… 피서 인파로 ‘북적’속초·양양 작년의 2.6배 2만 6000명 몰려수도권 4단계 격상에 풍선효과 전전긍긍 제주 이달 들어 하루 3만 4000여명 유입코로나 확진자 절반 이상 외부 요인 감염하루 평균 15.71명 확진, 3단계 기준 넘어서울 등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에서 연일 1300명대 확진자가 나오는 등 코로나19가 무서운 기세로 확산하고 있지만, 제주도와 강원도 등 유명 피서지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해당 지역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특히 초복인 11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면서 무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로 전국 해수욕장은 하루 종일 북적였다. 이달 들어 하루 평균 3만 4000여명이 몰리는 제주도는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에 따른 풍선효과로 관광객이 더 몰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주도는 최근 일주일간 확진자 110명이 나오면서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가 거리두기 3단계 격상 기준(13명)을 넘는 15.71명을 기록했다. 더구나 이달 발생한 확진자의 절반 이상이 타 지역에서 감염되는 등 외부 요인에 의한 것으로 밝혀져 바짝 긴장하고 있다. 주말을 보내기 위해 지난 9일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3만 4138명에 이른다. 제주행 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려앉을 때마다 제주공항 1층 도착장엔 관광객들이 밀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주요 해수욕장과 관광지는 관광객과 도민들로 넘쳐났다. 제주시 애월읍 해안도로 한담해변 인근 유명 음식점과 카페에는 관광객 등에 긴 줄이 늘어섰다. 부산의 해운대와 광안리 해수욕장 등 전국의 유명 해수욕장도 마찬가지다. 해변가를 따라 늘어선 카페는 대부분 북새통을 이뤘다. 또 피서객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이 몰리고 있는 강원권의 해수욕장들은 코로나19 확산이 되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해수욕장 개장 초기 양양·속초를 중심으로 하루 1만명 안팎의 피서객이 왔지만. 이달에는 하루 2만 6000여명이 찾고 있다. 특히 강원 동해안 지자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크게 완화됐고, 집합금지도 전면 해제돼 휴가철 타 시도 주민들이 대거 몰리는 풍선효과가 현실화되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강원도환동해본부 관계자는 “수도권 확진자 급증 상황이 2~3주 간격을 두고 강원지역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을 깊게 고민하고 있다”며 “전 지역을 2단계로 올릴지 일부 지역만 격상할지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 4단계 전 마지막 외출… 쇼핑몰도 공항도 ‘북적북적’

    4단계 전 마지막 외출… 쇼핑몰도 공항도 ‘북적북적’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 있는 별마당도서관. 탁 트인 공간, 천장 높이의 책장 인테리어로 만남의 장소 구실을 해 온 이곳이 인파로 북적였다.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모든 휴게의자에 앉을 수 없도록 빨간 띠를 둘러놨지만, 그 외에 엉덩이를 댈 수 있는 곳엔 모두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한 좌석에 2명이 앉아 있는 모습도 보였다. 코엑스몰과 붙어 있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관련된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날 6명 추가돼 모두 109명으로 불어나면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지만, 서울 시내 주요 쇼핑몰과 백화점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기 하루 전 마지막 외출을 즐기려는 시민들로 붐볐다. 코엑스몰에는 마스크를 턱에 걸친 채 음료를 마시며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었고 지하로 연결된 파르나스몰 카페에서는 탁자 2개를 붙여 5명의 손님이 앉아 있었지만, 제지를 받지 않았다. 데이트하러 나온 정모(20)씨는 “사적모임만 2인으로 제한하고 인원제한 시간대를 따로 두는 것은 복잡하고 혼란스럽다”며 “차라리 짧고 굵게 외출 통제를 강력하게 일괄 시행하고 풀어주는 방식으로 방역체계를 운영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영등포구 여의도의 대형백화점은 지난 2월 개관 때와 비교하면 한결 한산한 모습이었지만 식당과 주요 카페는 방문객이 많았다. 지하 1층 식당가 키오스크에는 음식을 주문하려는 사람들이 기계마다 6명 이상 줄을 서 있었다. 5층에 있는 인기 카페는 북새통이었다. 주문하려면 20팀을 기다려야 했지만 한 시민은 “생각보다 사람이 없다”며 기뻐했다. 백화점 지하 2층 스포츠매장에서 수영복을 고르던 대학생 허지유(23)씨는 “수영복을 보니 여행을 가고 싶다. 방학을 맞아 친구랑 같이 제주도에 가려 했는데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져서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시민들은 연일 1300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자 여름휴가를 미루거나 취소했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이모(27)씨는 “간호사인 친구가 석 달 전부터 어렵게 휴가를 내서 8월 첫째 주에 서울의 호텔에서 호캉스를 하려고 했는데 약속을 연말로 미뤘다”며 “홍대에서 클럽 8개를 돌아다닌 원어민 강사 확진 사례에 정말 화가 났다. 외출을 자제하고 조심하던 사람들만 손해를 본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거리두기가 강화되는 수도권을 피해 지방에서 휴가를 보내려는 ‘풍선효과’가 나타날까 봐 긴장하고 있다. 이날 김포공항은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제주, 부산 등으로 가려는 여행객으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지난 주말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9만여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 4단계 하루 전 마지막 외출…쇼핑몰도 공항도 북적북적

    4단계 하루 전 마지막 외출…쇼핑몰도 공항도 북적북적

    인기 카페 20팀 기다려야 주문 ‘북새통’지방서 휴가 보내려는 ‘풍선효과’도 우려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 있는 별마당도서관. 탁 트인 공간, 천장 높이의 책장 인테리어로 만남의 장소 구실을 해 온 이곳이 인파로 북적였다.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모든 휴게의자에 앉을 수 없도록 빨간 띠를 둘러놨지만, 그 외에 엉덩이를 댈 수 있는 곳엔 모두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한 좌석에 2명이 앉아 있는 모습도 보였다. 코엑스몰과 붙어 있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관련된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날 6명 추가돼 모두 109명으로 불어나면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지만, 서울 시내 주요 쇼핑몰과 백화점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기 하루 전 마지막 외출을 즐기려는 시민들로 붐볐다.코엑스몰에는 마스크를 턱에 걸친 채 음료를 마시며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었고 지하로 연결된 파르나스몰 카페에서는 탁자 2개를 붙여 5명의 손님이 앉아 있었지만, 제지를 받지 않았다. 데이트하러 나온 정모(20)씨는 “사적모임만 2인으로 제한하고 인원제한 시간대를 따로 두는 것은 복잡하고 혼란스럽다”며 “차라리 짧고 굵게 외출 통제를 강력하게 일괄 시행하고 풀어주는 방식으로 방역체계를 운영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영등포구 여의도의 대형백화점은 지난 2월 개관 때와 비교하면 한결 한산한 모습이었지만 식당과 주요 카페는 방문객이 많았다. 지하 1층 식당가 키오스크에는 음식을 주문하려는 사람들이 기계마다 6명 이상 줄을 서 있었다. 5층에 있는 인기 카페는 북새통이었다. 주문하려면 20팀을 기다려야 했지만 한 시민은 “생각보다 사람이 없다”며 기뻐했다.백화점 지하 2층 스포츠매장에서 수영복을 고르던 대학생 허지유(23)씨는 “수영복을 보니 여행을 가고 싶다. 방학을 맞아 친구랑 같이 제주도에 가려 했는데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져서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시민들은 연일 1300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자 여름휴가를 미루거나 취소했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이모(27)씨는 “간호사인 친구가 석 달 전부터 어렵게 휴가를 내서 8월 첫째 주에 서울의 호텔에서 호캉스를 하려고 했는데 약속을 연말로 미뤘다”며 “홍대에서 클럽 8개를 돌아다닌 원어민 강사 확진 사례에 정말 화가 났다. 외출을 자제하고 조심하던 사람들만 손해를 본다”고 말했다.방역 당국은 거리두기가 강화되는 수도권을 피해 지방에서 휴가를 보내려는 ‘풍선효과’가 나타날까 봐 긴장하고 있다. 이날 김포공항은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제주, 부산 등으로 가려는 여행객으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지난 주말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9만여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 [리뷰] 성악과 피아노 선율로 노래한 웃픈 현실…2인 가극 ‘아파트’

    [리뷰] 성악과 피아노 선율로 노래한 웃픈 현실…2인 가극 ‘아파트’

    “저 너머 힐스테이트, 이 편한 세상, 하늘은 푸르지오, 미래는 아름답지요. 끼리끼리 살아야지 교양있는 사람들~” 경쾌한 피아노 선율에 맞춰 아파트 브랜드들이 곳곳에 담긴 가사가 이어졌다. 분위기는 찬가처럼 발랄하지만 내용엔 풍자가 가득했다. 세종문화회관의 사회공헌 프로그램 ‘온쉼표’ 공연으로 지난 6~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된 가극 ‘아파트’는 다채로운 피아노 선율에 욕망과 설움이 뒤엉킨 이야기를 얹은 2인 가극이다. 마치 소리꾼과 고수가 소리와 장단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이야기를 이끌듯 성악가와 피아노가 많은 이들의 삶의 터전이자 사회적 척도가 되어버린 아파트를 70분간 노래했다. 피아니스트 김가람은 무대에 들어서 피아노에 앉자마자 뾰족한 구두를 벗고 맨발로 페달을 밟았다. 그렇게 시작된 연주 위로 아파트를 둘러싼 맨 얼굴 같은 솔직한 마음들이 이어졌다. 7곡의 프렐류드 사이사이를 채운 15곡은 ‘경비원’, ‘층간소음’, ‘택배기사’, ‘명예퇴직’, ‘아파트 구입’, ‘선분양’, ‘위험한 놀이터’ 등 포장지로 감싸지도 덜어내지도 않은 제목처럼 현실 그대로의 삶이 이야기들이 담겼다. 바리톤 김재일은 경비원이 되기도 하고 택배기사가 되기도 하며 생동감을 더했다.무엇보다 선율과 가사가 지금의 현실을 적절하고도 절묘하게 잘 표현했다. 스타카토로 발망치 소리를 표현한 ‘층간소음’은 윗층과 아래층에 주제 선율을 부여했는데 윗집은 고음, 아랫집은 저음으로 노래했다. 성악가가 1인 2역을 맡아 고음과 저음을 오가며 자신에게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하게 층간소음 고충을 호소하는 이웃을 실감나게 그렸다. ‘경비원’에서 김재일은 빗자루를 쓸며 최근 논란이 된 아파트 경비원 고용 환경에 대해 쓸쓸하게 읊었다. “육체노동 감정노동 하나도 안 힘들어. 여기서 잘리는 게 더 힘들죠. 다들 그렇게 살죠. 힘들게. 힘들게”라는 가사로 담담하게 표현한 서러움이 오히려 직접 와 닿았다. 텅 빈 집에 덩그러니 남은 기러기 아빠의 비애를 담은 ‘나는 왜 몰랐을까’, 부자가 되기 위해 공부를 강요받는 학생의 마음을 녹인 ‘지루해’, 학교폭력으로 고통받지만 도움을 받지 못하는 피해 학생의 노래 ‘외톨이’ 등 단절된 아파트 삶과 같은 현실 속 자화상들을 비추는 노래들도 이어졌다. 류재준 작곡가는 발랄함에 비극을 담고 서정적인 선율에 희극을 풀어냈다. 왈츠 형식의 곡, 4개 음으로만 구성된 곡, 대위법으로 잇는 성부로 표현하는 소리 등 다양한 시도가 돋보였다. 문하연 작사가의 가사는 쉬운 말로 묵직한 고민들을 객석에 던졌다. 웃기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웃픈 노래들이 제목 만큼 간단하지만은 않게 들렸다. 피아노와 성악으로 꾸며진 ‘아파트’라는 사회를 무대 위에서도 보다 친숙하고 재미있게 꾸몄다. 테이블 위에 귀여운 미니어처로 만들어진 아파트는 불이 들어오기도 하고 깨알 같이 사람이 보이기도 했고, 택배기사가 하나씩 나른 박스들은 나중에 뒤집으며 하나씩 각각의 집이 됐다. 무대를 채운 음악들처럼 두 음악가를 둘러싼 무대도 노래처럼 쉽고 간결하게 꾸며졌지만 더 직관적으로 공감을 이끌었다. 연출은 남인우 극단 북새통 예술감독이 맡았다. 류재준 작곡가는 “‘예술이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에 대한 확언은 할 수 없지만 예술이 세상을 비추고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를 쥐어 줄 수는 있다”면서 “문제에 대해 환기하게 하고 집중하게 하는 것, 그리고 해결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예술의 순기능”이라고 창작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의미 있는 작품이라도 작품성과 재미가 뒷받침돼야 더 많은 이들을 주목하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의도대로 재미있게 흘러간 음악들은 결국 희망을 갈망하는 듯 했다. “바람에겐 구름이, 구름에겐 바람이. 나에게는 그대가, 그대에겐 내가. 서로에게 기대어 힘이 되어주세요”라는 마지막 가사는 앞서 이어진 삭막하고 고독했던 아파트를 조금 따뜻한 곳으로 떠올리게 했다. 우리를 감싸고 있는 수많은 벽에도 혼자가 아닌 서로 내밀어주는 손으로 따뜻함이 깃들기를 ‘아파트’는 소망했다.
  • ‘밀국’과 뻘낙지의 야들야들한 ‘밀당’

    ‘밀국’과 뻘낙지의 야들야들한 ‘밀당’

    13일 충남 서산시 지곡면 중앙리 앞 갯벌에서는 삽으로 뻘을 파내는 주민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뻘에서 손으로 낙지를 연방 꺼내 바구니에 넣었다. 산란기인 4~5월 금어기가 끝나고 이달부터 잡기 시작한 낙지는 광활한 가로림만 갯벌에 지천이다. 낙지를 잡던 한 주민은 “아직 날이 덜 뜨겁고 새끼여서 한두 삽이면 낙지가 나온다”면서 “땡볕이 내리쬐고 몸집이 엄청나게 커지면 1m까지 파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을에는 짝짓기나 영역 싸움하느라 한 구멍에 큰 낙지 두 마리가 있을 때도 있다.중앙2리 이장 김성곤(67)씨는 “올해는 비가 자주 와서인지 지난해보다 더 많이 나온다”면서 “갯벌이 훤히 드러나는 썰물 4시간 동안 낮에 많이 잡는 사람은 하루 100마리 이상, 보통은 70~80마리를 족히 잡는다”고 했다. 그는 “지금부터 7월까지 잡히는 낙지가 최고로 맛이 있을 때”라고 말했다. 가로림만 주변 마을 주민들은 요즘 잡히는 새끼 낙지를 ‘밀국낙지’라고 부른다. 전라도 해안이나 남해안 등에서 ‘세발낙지’라고 하는, 발이 가는 어린 낙지다. 길이가 10~15㎝ 안팎에 불과하다. 칼국수나 수제비를 일컫는 밀국에 넣어 먹는 낙지라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낙지에 음식명을 붙인 것을 보면 서산·태안을 낀 가로림만에 독특한 낙지탕이 발달했음을 보여 준다. 김씨는 “내가 어릴 때 매년 6월 밀이나 보리를 수확하면 맷돌에 갈아 칼국수나 수제비를 만들어 먹으면서 새끼 낙지를 넣었지만 자주 있지는 않았는데 20년 전쯤인가부터 그게 유행이 됐다”며 “형편이 나아지면서 좀더 맛있고 특별한 음식을 즐기는 사람이 점점 늘어서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살이 무척 연하고 한 입에 쏙 들어가 거부감이 없기 때문인 거 같다”고 말했다.가로림만 낙지를 더 쳐 주는 것은 이른바 ‘뻘낙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로림만은 세계 5대 갯벌로 꼽힐 정도로 넓고 우수한 생태계를 자랑한다. 청정한 갯벌에서 각종 영양분을 흡수해 감칠맛이 더 뛰어나다는 것이다. 전라도나 남해안도 갯벌에서 잡기는 하지만 주로 그물이나 통발, 주낙(긴 줄에 낚시를 연속 매달아 잡는 어구)으로 잡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갯벌 낙지가 더 탱탱하고 식감이 훨씬 좋다”면서 “특히 오래 삶아도 전혀 질기지가 않다. 그물로 잡은 낙지는 질기다”고 했다. 어민들은 “가로림만 어린 낙지는 세발낙지와 비교해 다리가 짧지만 더 굵고, 머리도 더 크다”며 “워낙 뻘이 좋아 능쟁이와 바지락 등 먹잇감이 널려 있기 때문에 활발하게 움직이지 않고도 먹고살 수 있어 그런 게 아니냐”고 입을 모은다. 서산 16개, 태안 8개 등 가로림만 주변 24개 어촌계 중 중앙리, 도성리 등 낙지를 잡는 곳이 절반을 넘는다. 중앙2리 100가구 가운데 60가구가 낙지잡이 하는 것으로 미뤄 가로림만 전역에서 600가구 이상이 잡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는 “어선을 가진 주민도 초봄에 주꾸미와 꽃게를 잡다가 이맘때면 낙지잡이로 바꿀 정도로 밀국낙지 집산지”라고 말했다. 이렇게 잡은 낙지는 서산에서 오는 중간 상인들에게 판매하거나 마을 횟집과 음식점에 요즘 마리당 2000원씩 받고 넘긴다.밀국낙지 요리는 다양하다. 중앙리 왕산포횟집 2대째 주인 이용환(39)씨는 “손님들이 어린 밀국낙지를 날것으로 먹다가 물리면 샤부샤부로 해먹은 뒤 그 국물에 칼국수나 수제비를 넣어 먹는다”면서 “어린 낙지는 젊은이와 아이들이 좋아하고 큰 낙지는 주로 어르신들이 즐겨 먹는다”고 했다. 날낙지는 머리에 마늘을 집어넣고 초고추장에 찍거나 소금을 섞은 참기름장에 찍어 통째로 한입에 넣어 씹는다. 이씨는 마을 주민 10명과 전속 계약하고 낙지를 사들여 손님상에 내놓는다. 이곳 낙지탕의 특색 있는 재료는 박속이다. 옛날에 바가지를 만들던 ‘박’의 하얀 속살을 넣는 것이다. 당시 농어촌 초가지붕에는 연두색 박이 주렁주렁 매달렸고, 이맘때 누렇게 익어 갔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박속낙지탕’ , ‘밀국낙지탕’, ‘박속밀국낙지탕’ 등 낙지탕 이름이 여럿이다. 담백한 낙지 맛에 박속이 더해지면 국물이 훨씬 시원해 미식가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원래 낙향한 선비들이 즐겨 먹었던 것이라고 전해지는 걸 보면 역사는 상당히 오래됐을 것으로 보인다. 서산시 팔봉면 구도항에 있는 구도횟집 주인 서경자(52)씨는 “가난했던 옛날 쌀이 귀하고 무도 나오지 않는 이맘때 막 수확한 밀과 박을 재료로 쓴 토속 음식이 명물이 된 것”이라며 “요즘은 플라스틱 바가지를 써 농가에서 박을 심지 않지만 박속낙지탕 음식점은 ‘식용박’을 직접 기르고, 박박 긁어낸 박속을 1년 내내 냉장고에 보관하며 재료로 쓴다”고 말했다. 밀국낙지탕은 박속과 마늘, 파 등을 넣고 끓인 물에 통째로 낙지를 살짝 데쳐 먹은 뒤 국물에 칼국수와 간장 등 각종 양념을 추가해 더 끓여 먹는다. 서씨는 “예전에는 낙지가 중심이었는데 요즘은 낙지가 귀해져서 칼국수에 넣어 먹는 보조 재료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고령화로 낙지잡이 주민이 줄어든 탓이다. 중앙2리 마을은 밀국낙지 등을 놓고 매년 5월 여덟 번이나 벌여 온 ‘갯마을 축제’를 코로나19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열지 못했지만 밀국낙지의 인기는 요즘 금요일 저녁부터 식당이 북새통을 이룰 정도로 식지 않고 있다. 김씨는 “밀국낙지탕은 사계절 내내 먹을 수 있다”면서 “어린 낙지를 이처럼 잡아들여도 비브리오패혈증이 한번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고 품이 넓은 가로림만은 각종 어패류 산란장이어서 다른 곳에서 낙지가 끊임없이 유입되기 때문에 몸집이 커진 가을낙지도 넉넉하다”고 말했다. 서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기세등등 암릉에 안길쏘냐…찰박찰박 붉은해 품을쏘냐…곱디고운 쪽빛에 물들쏘냐

    기세등등 암릉에 안길쏘냐…찰박찰박 붉은해 품을쏘냐…곱디고운 쪽빛에 물들쏘냐

    하늘은 맑고 대기는 따스했다. 전남 진도의 관매도 가는 길. 바람은 다소 세찼지만 누구라도 기분이 좋아질 법한 날씨였다. 한데 진도항(옛 팽목항) 여객선 터미널의 매표원이 전한 말은 청천벽력이었다. 심드렁한 표정의 그는 메마른 목소리로 내일 날씨가 안 좋다고, 돌아오는 배가 뜨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새벽부터 먼 길을 달려온 여행자로선 그야말로 ‘멘붕’의 순간이었다. 자연의 제약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섬사람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지금부터 전하려는 건 그날 진도의 남쪽에서 만난 별 같은 풍경들에 대한 이야기다. 비유하자면 ‘멘붕 끝에 낙이 온다’ 정도려나. 관매도와 아직 마주하지는 못했어도, 절대 꿩 대신 닭이 아니었다는 것만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높이는 뒷동산, 난이도는 1000m급 ‘동석산’ 진도항 가는 길에 시선을 사로잡은 산이 있었다. 그 산은 해안가에서 흔히 보는 육산과 결이 달랐다. 보통의 산들은 바다와 만나면서 어딘가 유순하고 말랑말랑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산은 강경했다. 육지를 내달려 오던 그 기세 그대로 완강하게 서 있었다. 오르고 나서야 알았다. 그 산이 등산가들 사이에서 소문난 동석산(銅錫山·219m)이란 것을. 왜 동네 뒷산만큼 작은 산을 오르면서 오금이 저려야 했는지, 그리고 그게 그리 창피해할 일이 아니란 것도 나중에야 알게 됐다. 동석산은 진도 남쪽에 솟은 산이다. 높이는 낮지만 나라 안의 200m급 산 중에선 가장 빼어나다는 상찬을 받는다. 바닷가에 솟은 덕에 산정에서 굽어보는 다도해 풍경도 그만이다. 등산을 즐기는 이들이 오르기 힘든 산을 두고 자주 쓰는 표현들이 있다. 가장 흔한 건 “암릉 종합선물세트”일 터다. “산은 높이로 말하지 않는다”거나 “높이는 뒷동산급, 난이도는 1000m급”이란 표현도 종종 듣는다. 동석산은 이런 표현들이 적확하게 들어맞는 산이다. 사실 오르는 것 자체가 힘들지는 않다. 어느 고산준봉에 견줘도 뒤지지 않을 아찔한 스릴, 그로 인해 몸이 느끼는 ‘저세상 텐션’ 탓에 힘들게 느껴지는 것이지 싶다. 동석산 들머리는 세 곳이다. 남쪽의 종성교회와 천종사, 북쪽의 세방마을이다. 남쪽은 ‘흉악하기 짝이 없는 악산(岳山)’이고 북쪽은 상대적으로 완만한 육산이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완만한 곳을 선택하는 게 상식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동석산의 남쪽을 ‘봐 버린’ 눈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들머리로 삼는 곳은 종성교회다. 예전엔 천종사 코스로 오르는 이들이 더 많았다고 한다. 그나마 등산로의 흔적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안전했기 때문이다. 철제 난간, 등반 로프 등 각종 안전 설비가 마련된 요즘엔 바뀌었다. 오금 저리는 상황을 즐기려는 이들이 부러 종성교회 코스를 찾는다. 물론 안전 설비가 갖춰졌다 해도 방심은 금물이다. 한때 ‘목숨 걸고 오른다’고 했을 만큼 난코스였던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특히 칼날능선(사실 칼보다는 두툼한 모양새가 작두에 더 가깝다) 같은 곳은 말 그대로 칼날처럼 날카로운 암릉 구간이어서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강풍도 잦다. 조산운동 초기에 항아리처럼 둥글었을 바위가 칼날처럼 날렵하고 매끈한 모습이 된 건 십중팔구 풍화 때문이었을 것이다. 관매도에 들지 못한 이유를 다시 상기해 보시라. 걸핏하면 배가 끊기는 이유도 이 세찬 바람 때문이었다. ●급치산 오르니 다도해 경관 오롯이 내눈에 들머리의 교회도, 절집도 이름에 하나같이 ‘쇠북 종’(鍾)자가 들어간다. 그 이유는 산 중턱의 종성바위에 오르면 알게 된다. 종성바위는 바람이 지날 때면 종소리가 난다는 곳이다. 신라 때 한 승려가 지나는데 동석산 봉우리들이 일제히 종소리를 토해 냈다지. 그때부터 산 아래는 종성골이라 불렸고, 동쪽 직벽 아래에 1000개의 종을 뜻하는 ‘천종사’, 남쪽 바위 아래에는 ‘종성교회’가 들어서게 됐다고 한다. 정상까지 빠르게 오르려면 천종사 코스가 낫다. 동석산 가운데쯤에서 출발해 정상과 가깝다. 반면 산자락 초입의 암릉미를 감상하려면 갔던 길을 되짚어 와야 하는 단점이 있다. 동석산은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암릉이다. 어디서 출발하든 ‘워밍업’ 따위는 없고 곧바로 오르막이다. 3~4시간 소요되는 원점회귀가 일반적이지만 석적막산, 애기봉 등을 거쳐 세방마을로 내려서는 종주산행을 즐기는 이들도 있다. 이 경우 산행 시간은 5시간 이상으로 늘어난다. 동석산을 기준으로 동쪽과 서쪽에 진도의 명소들이 매달려 있다. 제때 제자리에 서려면 시간 안배를 잘해야 한다. 1박 2일 여정일 경우, 첫날 마지막 목적지는 당연히 세방낙조 전망대여야 한다. 여건만 맞는다면 일생에 두 번 보기 힘든 해넘이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동석산 바로 옆은 급치산이다. 다도해 경관을 한눈에 품을 수 있는 곳이다. 급치산에도 낙조전망대가 있다.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호젓한 것이 장점이다. 주변 의식할 필요 없이 마음껏 셀피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오르는 도로도 잘 닦여 있다. 한데 노을 풍경으로만 보자면 세방낙조나 동석산에 견주기는 어려워 보인다.●갯벌 따라 마음 적시는 해넘이 ‘세방낙조’ 세방낙조 전망대 주변은 ‘시닉(Scenic) 드라이브 코스’다.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는 동안 차창 밖으로 줄곧 빼어난 풍경이 매달린다. 해넘이는 세방낙조 전망대에서 맞는다. 사위가 노을로 붉게 물들 때면 주차장과 도로가 차들로 북새통이다. 전망대 아랫마을에서 맞는 해넘이 장면은 좀더 서정적이다. 바닷물이 찰박대는 갯벌 너머로 붉디붉은 해가 넘어간다. 두 채의 펜션이 나란히 선 곳이 포인트다. 둘 다 사유지여서 꺼려지긴 하지만, 염치 불고하고 들어가야 한다. 민망한 시간은 짧고 남겨질 사진의 시간은 길다. 동석산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10분 남짓 내려가면 팽목항(현 진도항)이 나온다. 대한민국 사람 누구에게나 가슴 한 켠에 상흔처럼 새겨졌을 지명이다. 팽목항 주변에 당시를 기억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많다. 누구나 갖고 있을 먹먹한 아픔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차분하게 고백하고 가는 것이 좋겠다.●팽목항 상흔 지나면 ‘삼별초 항전’ 남도석성 팽목항에서 서망항을 지나면 곧 남도석성이다. 삼국시대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성이다. 고려 때 진도까지 밀려온 삼별초가 몽골군에 맞서 최후의 항전을 벌였던 곳이다. 남도석성 앞에 쌍홍교와 단홍교 등 두 개의 홍예교(무지개다리)가 있다. 편마암 판석을 겹쳐 세워 질박한 아름다움이 일품이다. 진도 일대에는 삼별초와 관련된 유적들이 많다. 남도석성, 용장산성 등이 대표적이다. 굴포리엔 이 포구에서 전사한 삼별초 장군 배중손의 사당이 조성됐고, 의신면엔 왕족 왕온을 모시던 궁녀들이 몸을 던졌다는 삼별초 궁녀둠벙이 정비돼 있다. 남도석성 바로 앞은 동령개 마을이다. 대단한 볼거리는 없지만 동령개 소공원, 해안가 숲 등에서 넋 놓고 쉬어갈 만하다. 동령개는 여느 갯마을과 달리 해안이 몽돌이다. 바닷물이 들고 날 때마다 나는 독특한 소리가 마음을 다독이고 가라앉혀 준다. 여귀산 돌탑길은 이름 그대로 여귀산 아래에 돌탑들을 세워 조성한 길이다. 안내판에 따르면 사이가 좋지 않았던 여귀산 남신과 여신 전설을 돌탑의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돌탑 주변엔 시비도 세웠다. 이 지역 문인들이 쓴 창작시들이다. 돌탑길 아래에 탑립마을, 아리랑마을 등이 있다. 진도아리랑 가락을 보듯, 유연하게 굽이치는 마을길이 일품이다. 죽림리의 해안 풍경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일대 바다는 물색이 아주 곱다. 연한 사파이어빛 바다와 갯벌이 잘 어우러져 있다. 죽림마을 앞 솔숲은 얼추 400년 역사가 담긴 방풍림이다. 낮은 돌담이 둘러친 마을 안길을 자박자박 걸어도 좋고, 솔숲에 앉아 쉬어 가도 좋겠다.의신면 도로변엔 ‘훈장님탑’이 있다. 이름 그대로 ‘서당 훈장님’들을 기리며 세운 탑이다. 공덕비도 여럿 세웠다. 의신면으로 ‘위리안치’됐던 한양 출신 훈장님도 있고, 출세길에 나서지 않고 고향에 남은 훈장님도 있다. 나라 안에 ‘사또님’ 공덕비 무리는 숱하게 봤어도 훈장님의 공덕을 칭송하는 탑과 비석 무리는 처음인 듯하다.●유배지서 웰빙 등산길로… ‘섬 속의 섬’ 접도 이제 접도를 말할 차례다. 진도 동남쪽 여정에서 긴 시간을 보낼 만한 곳이다. 접도는 섬 속의 섬이다. 진도와 접해 있다고 해서 접도다. 해안선 길이라야 12㎞ 정도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1989년에 접도대교가 놓이면서 진도와 연결됐다. 접도는 조선시대 대표적인 유배지 중 하나였다. ‘유배지 공원’ 안내판에 따르면 1703년 박필위를 시작으로 모두 21명이 유배를 왔다고 한다. 접도는 아담하고 예쁘다. 대표 명소는 ‘웰빙 등산로’다. 접도 최고봉인 남망산 일대의 숲과 해안을 아우르는 길이다. 들머리는 수품항과 여미주차장 등 두 곳이다. 여미주차장 코스가 비교적 짧지만, 그마저 최소 3시간은 잡아야 한다. 일반 여행객들이 준비 없이 나서기는 사실 쉽지 않은 거리다. 여기서 ‘꿀팁’ 하나. 쉽고 편하게 남망산 정상에 오르는 방법이 있다. 수품항 초입 언덕에서 오른쪽 남망산 방향으로 도로가 나 있다. 도로 중간쯤 여미재에 차를 대고 오르면 10분 만에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체력은 정력’이라는 ‘거창한’ 표지석이 세워져 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다. 등산을 꺼리거나 시간이 없는 도시 여행자에게는 그야말로 ‘웰빙’ 등산로이지 싶다. 남망산은 밖에서 보면 별 특징이 없는 야산처럼 보인다. 한데 숲 안으로 들어서면 다양한 수종의 상록수림이 펼쳐진다. 정상은 쥐바위(159m)다. 표지석이 세워진 곳보다 맞은편 바위에서 보는 전망이 훨씬 좋다. 남망산 아래 수품항도 예쁘다. 항구 주변에 낚시 공원이 조성돼 가족들이 편히 낚시를 즐길 수 있다. 글 진도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뜸부기탕은 진도의 독특한 먹거리 중 하나다. 해초인 뜸부기를 소갈비 등과 함께 끓여낸다. 읍내 신호등회관, 맛나식당 등에서 맛볼 수 있다. 소담은 수제 돈까스, 김치찌개 등을 맛깔스럽게 낸다. ‘신비의 바닷길’ 인근에 있다. 용궁관은 현지인들이 ‘강추’하는 중국집이다. 특히 홍합짬뽕은 앵두를 씹는 것처럼 차지고 포실한 홍합 맛이 일품이다. 양도 푸짐하고 재료도 신선하다. 세방낙조와 가까운 지산면 소재지에 있다. -세방낙조 주변에 펜션들이 많다. 다만 인근에 맛집들이 많지 않아 지산면이나 진도읍에서 먹고 들어가야 한다. 접도 쪽도 먹거리 사정은 좋지 않은 편이다. 접도 끝자락의 수품항에 작고 깔끔한 커피숍이 한 곳 있다.
  • 코로나 끝난 듯 몰려든 관중...13만 5000명 모인 美레이싱 경기장

    코로나 끝난 듯 몰려든 관중...13만 5000명 모인 美레이싱 경기장

    미국을 대표하는 모터스포츠 대회이자 세계 3대 레이스인 인디애나폴리스 500마일(이하 인디 500)이 현지시간으로 30일 개막한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을 보는 엄청난 관객이 몰려 눈길을 사로잡았다. 경기가 열리는 인디애나폴리스 모터 스피드웨이(IMS)는 경기장은 인디 500 개막을 앞두고 객석 허용 비율을 40%로 확정했다. 미국이 코로나19 백신의 원활할 수급으로 빠르게 일상을 되찾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확산 우려가 있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경기장 객석은 40%밖에 차지 않았지만, 관중 수는 13만 5000명에 달했다. 이로서 올해 인디 500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뒤, 전 세계에서 열린 스포츠 이벤트 관중 수 중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인 경기로 기록됐다.특히 올해의 인디 500은 지난해 봄과 여름 내내 연기돼 오다 개막한 것으로, 미국 스포츠 산업이 코로나19 팬데믹을 딛고 정상궤도로 돌아오기 시작했다는 상징적인 이정표가 됐다. 인디 500 주최 측은 “경기장 입구에서도 백신을 접종하게 하는 등 다양한 노력으로 방역에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고, 경기장을 직접 찾은 인디애나폴리스의 한 주민은 “처음으로 인디 500 관람을 나왔다. 나는 (다른 스포츠 이벤트가) 안전하다는 것을 이번 경기가 입증해 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번 경기에서는 인디 500에서 우승한 전력이 있는 브라질의 헬리오 캐스트로네베스가 통상 4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서 캐스트로네베스는 미국의 릭 메어스 등 3명의 레이서와 함께 공동 최다 우승 드라이버에 반열에 올랐다. 캐스트로베네스의 우승이 확정되자 수만 명의 관중들이 동시에 모자를 벗고 환호성을 질렀다. 13만 5000명이 마스크를 거의 착용하지 않은 채 한데 모여 있는 이 장면은 여전히 팬데믹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다른 국가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한편 미국은 백신 접종률이 50%를 웃돌면서 영화관에서도 마스크를 벗는 등 방역 지침 완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방침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최신 지침과 공중보건 전문가의 협의에 따른 것이다. 미국은 백신 접종률을 빠르게 높이기 위해 당첨금을 지급하는 ‘백신 복권’ 등을 기획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 왔다. 국제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인구의 50% 이상이 백신을 한 차례 이상 접종했으며, 메모리얼데이(현충일) 연휴였던 지난 주말, 주요 공항과 관광지가 북새통을 이뤘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놀이공원·여행·클럽 간다… 불안하지만 백신이 되찾아준 일상

    놀이공원·여행·클럽 간다… 불안하지만 백신이 되찾아준 일상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끊이지 않으며 여전히 우려를 자아내지만, 백신 접종을 일찍 시작한 국가를 중심으로 일상으로의 복귀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식당이나 영화관 등에 이어 놀이공원과 클럽처럼 대중이 모일 수 있는 시설도 재개장하며 소소한 행복을 되찾은 시민들의 표정은 한껏 밝아졌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위기를 탈출한 중국에서는 닷새간의 노동절 황금연휴(1~5일)를 맞아 관광지마다 밀려드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2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연휴 첫날인 1일 중국에서 각종 교통수단으로 이동한 여행객이 5637만 3000명에 달했다. 감염병 여파가 이어지던 전년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이번 연휴에는 지난 춘제(음력설) 때 중국 정부의 요청으로 귀향을 포기한 이들이 보상 성격의 휴가를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교통운수부에 따르면 노동절 연휴 기간 수송 여객이 2억 65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장거리 여행에 주로 쓰이는 철도 이용자가 전체의 60%다. 대다수가 이번 연휴를 ‘벼르고’ 있었다는 뜻이다. 만리장성을 대표하는 베이징 바다링은 관람객이 너무 많이 몰려들자 오전 11시 적색경보를 발령했고, 후베이성 우한을 상징하는 황학루는 하루 방문자만 5만명에 달했다. 허난성 뤄양의 룽먼석굴에서는 보안요원들이 관람객들을 향해 “한 지점에 머물지 말고 계속 앞으로 이동하라”고 쉴 새 없이 확성기로 외쳤다. 저장성 항저우의 명물 시후에도 사람들로 가득 차 공중화장실 앞마다 수백m씩 줄이 늘어섰다. 중국중앙(CC)TV는 “이번 연휴에 수도 베이징 호텔 객실 예약이 바이러스 사태 이전인 2019년 동기 대비 60% 늘었다”고 전했다. 금융 중심지인 상하이의 명소 와이탄에도 1일 하루에만 42만명이 찾아와 역대 노동절 최고치를 기록했다.미국도 대확산 위기를 뒤로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재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디즈니랜드파크가 400여일 만에 손님들을 맞이했다. 디즈니랜드파크와 인근 디즈니랜드 캘리포니아 어드벤처파크는 코로나19 이후 1년 넘게 폐쇄됐고, 지난겨울 확산세가 심해지며 재개장이 한 차례 미뤄졌다가 이번에야 다시 문을 열었다. 미키마우스 귀 머리띠를 쓴 방문객들은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이들과 입장을 기다리던 모미 영 윌킨스는 AFP통신에 “디즈니랜드는 우리 가족이 가장 행복해지는 곳”이라며 “딸들에게 꼭 재개장 당일에 가자고 약속했는데 지키게 돼 기분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방역 수칙에 따라 현재 수용 가능 인원의 25%만 입장할 수 있고, 밀집을 막기 위해 저녁 시간 퍼레이드와 공연 일정은 열리지 않지만 이미 7주 후 티켓까지 매진됐다. 미국프로야구(MLB)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미국프로축구(MLS)의 애틀랜타 유나이티드가 각 리그에서 처음으로 5월부터 관람객을 100% 받아 경기를 치르기로 하는 등 스포츠 분야에서도 활기가 돌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때문에 9월로 일정을 옮겼던 유명한 경마 대회 ‘켄터키 더비’도 올해는 관례대로 1일부터 열렸다.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지만, 관중도 수천명 받을 예정이다.유럽에서도 봉쇄 조치가 서서히 완화되며 영국 리버풀에선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춤출 수 있는 클럽이 문을 열었다. 18세 이상 성인 인구의 65%가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마치자 정부가 일종의 시범 행사를 마련한 것이다. 24시간 안에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3000여명이 클럽으로 모여들었고, DJ의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앞으로 참가자들의 감염 여부를 추적하고, 동선과 공기 질 등을 분석해 대규모 행사에서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을 살펴볼 계획이다. 이탈리아에서는 해변 지역이 재개장하며 지난 토요일부터 관광객으로 북적였고,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3개월 만에 육로 국경을 재개방했다. 서울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섬이 우는 듯 4월의 사이렌 … ‘순이삼촌’ 곁 붉은 위로 피었구나

    섬이 우는 듯 4월의 사이렌 … ‘순이삼촌’ 곁 붉은 위로 피었구나

    “아, 한날한시에 이집 저집에서 터져 나오던 곡소리. 음력 섣달 열여드렛날, 낮에는 이곳저곳에서 추렴 돼지가 먹구슬나무에 목매달려 죽는 소리에 온 마을이 시끌짝했고 오백위(位) 가까운 귀신들이 밥 먹으러 강신하는 한밤중이면 슬픈 곡성이 터졌다.(중략) 우리는 한밤중의 그 지긋지긋한 곡소리가 딱 질색이었다. 자정 넘어 제사 시간을 기다리며 듣던 소각 당시의 그 비참한 이야기도 싫었다. 하도 들어서 귀에 못이 박힌 이야기. 왜 어른들은 아직 아이인 우리에게 그런 끔찍한 이야기를 되풀이해서 들려주었을까?”(소설가 현기영의 ‘순이삼촌’ 중에서) 올해도 어김없이 4월 3일 10시, 제주 전역에 1분 동안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누군가에게는 73년 전으로 돌아가게 하는 신호탄이며 또 다른 누구에게는 그날의 산 지옥이 먼저 펼쳐질 날의 소리들이다. 자신의 귓전에만 울려대는 사이렌을 어찌해 보지 못하고 꼼짝없이 일생을 그 소리에 함몰된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의 귓속 사이렌이, 이젠 시대가 바뀌어 섬 전체에 크게 울린다. 섬이 우는 것 같다. 지천으로 떨어진 끝 무렵의 동백꽃들도 파편처럼 흩어진 채로 그 소리를 듣는다. 이날만큼은 섬이 아니라 죽은 이의 원통한 소리를 담는 커다란 귀가 되는 자리, 제주다.1940년대 말 남측만의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는 제주 시민들을 경찰이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당시 제주 인구 27만명 중 3만명가량이 무고하게 희생됐다. 제주 4·3사건 진상조사 보고서에는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 충돌과 토벌대 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주민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적혀 있다. 많은 곳에서 셀 수 없는 사람들이 죽어나간 까닭에 그때 제주의 곳곳에 사람이 죽지 않은 자리를 찾는 게 더 빠를 정도가 돼 버렸다. “아, 떼죽음당한 마을이 어디 우리 마을뿐이던가. 이 섬 출신이거든 아무라도 붙잡고 물어보라. 필시 그의 가족 중에 누구 한 사람이, 아니면 적어도 사촌까지 중에 누구 한 사람이 그 북새통에 죽었다고 말하리라. 군경 전사자 몇백과 무장공비 몇백을 빼고도 삼만 명에 이르는 그 막대한 주검은 도대체 무엇인가.”(‘순이삼촌’ 중에서) 이념과 사상에 관한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너무 많은 사람이 지은 죄 없이 죽임을 당했는데도 엄혹한 시대엔 이를 언급하는 건 금기였다. 살아남은 사람들조차 입에 올리기 꺼리던 그 일을, 소설로 쓴 사람이 있다. 바로 제주 출신의 소설가 현기영이다.그는 1941년 지금의 제주시 노형동 함박이굴마을에서 태어나 자랐다. 오현고등학교와 서울대 사범대학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후에 서울사대부고에서 교직 생활을 하다가 197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소설가가 됐다. 1979년 첫 소설집 ‘순이삼촌’에서 제주 4·3사건을 정면으로 다룬 죄목으로 1979년 10월 보안사에 끌려가 모진 고초를 당한다. 금기를 깬 대가였다. 4·3항쟁을 온몸으로 겪은, 제주 출신 작가가 짊어져야 하는 숙명이 아니었을까. 선생의 용기 덕에 드디어 4·3항쟁이 수면 위로 올라왔고 사람들은 제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순이삼촌’을 시작으로 다른 작품들에서도 4·3사건들이 다뤄졌는데 그 일은 최근까지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순이삼촌’ 이야기를 해 보자면 선생은 소설에서 이렇게 되물었다. “도대체 비무장공비란 것이 뭐우꽈? 무장도 안 한 사람을 공비라고 할 수 이서 마씸? 그 사람들은 중산간 부락 소각으로 갈 곳 잃어 한라산 밑 여기저기 동굴에 숨어 살던 피난민이우다.”(‘순이삼촌’ 중에서)어떤 작품은 문장과 서사 그리고 비유와 상징을 넘어서 그 자체로 하나의 사실이 된다. 사관의 붓이며 판결문의 자리에 선다. 지금의 우리에게는 ‘순이삼촌’이 바로 그런 작품이다. 그리하여 매년 4월이면 어김없이 사람들의 뇌리에 스치는 ‘순이삼촌’ 속의 문장들과 현기영이라는 기표, 그리고 그 속에서 기의들이 펄펄 끓는다. 제주 북촌의 너븐숭이 4·3 기념관에는 현기영 소설가의 저서들이 전시돼 있고, 그 옆 옴팡밭에는 ‘순이삼촌’ 문학비가 세워져 있다. 북촌이 어떤 곳인가. 한날한시에 양민 400여명이 군인들에게 처참하게 살해된 장소가 아니던가. 그 어느 곳보다 더 처참하게, 끌려간 거의 모두가 죽은 곳이 아니던가. 무덤도 세우지 못하고 모두 모아 묻어버린 곳들이 즐비한 곳이 아니던가. 소설 속의 순이삼촌은 도피한 남편 때문에 입산자 가족으로 분류되어 모진 고문 끝에 집단 학살의 현장으로 끌려갔다. 창졸간에 남매를 잃고도 살고, 옴팡밭에 널브러진 시체들을 들어내어 그 자리에 고구마 농사를 지으면서도 살았던 사람이다. 순이삼촌은 30년이 지난 후에 어떤 말도 남기지 않고 옴팡밭으로 들어가 목숨을 끊는다. 소설 바깥의 현기영은 4·3사건으로부터 꼭 30년이 지난 후에 소설로 그 사건을 말하기 시작했고 그의 문장들이 끌어올린 사건 덕분에 이제는 모두가 4·3의 실상을 알았다. “(…)그 죽음은 한 달 전의 죽음이 아니라 이미 삼십 년 전의 해묵은 죽음이었다. 당신은 그때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 다만 삼십 년 전 그 옴팡밭에서 구구식 총구에서 나간 총알이 삼십 년의 우여곡절한 유예를 보내고 오늘에야 당신의 가슴 한복판을 꿰뚫었을 뿐이었다.”(‘순이삼촌’ 중에서)순이삼촌비 곁의 붉은 화산송이는 억울하게 죽은 희생자들의 피를 상징하고, 이리저리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돌비는 제대로 안장하지 못한 관들이다. 애기무덤에 올려둔 동백꽃이 여기저기 놓인 옴팡밭과 돌비 사이에 옹송그리고 순이삼촌이 누워 있다.이것은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아니 4·3사건을 겪은 사람이라면 대번에 알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이는 소설을 넘어선 그때의 그 현장이다. 소설이 소설이 아니고, 과거가 더이상 과거가 아닌 현재로 공존하는 공간이다. 애기무덤들 위에 놓인 동백꽃이 유독 선연히 빛나는 장소다. 인기척처럼 다가든 파도가 그들을 위무하는 공간이며 사원이 된 곳이다. 제주 토박이이자 제주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문학평론가 김동현 박사가 4·3 너븐숭이 기념관에서 행불인묘역까지의 길을 안내해 줬다. 그는 ‘순이삼촌’에 대해 “1978년이라는 시대적인 분위기를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도 매우 커다란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했다. 이 작품은 문학이 4·3사건의 진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보여 주는 하나의 커다란 질문이 아닐까 한다고도 덧붙였다. 김 박사는 외지인들이 4·3사건과 제주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봤으면 하는가 하는 질문에 “제주의 아픈 역사로만 바라보지 말라”는 당부의 말을 전해 왔다. 이것은 비단 제주의 역사뿐만 아니라 해방정국임을 감안했을 때 한반도 어느 지역이라도 겪을 수밖에 없는 비극이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또 비극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사실들이 존재하는 역사라서 4·3사건은 한마디로 정의 내릴 수 없는 사건이나 진실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지나간 과거가 아닌 앞으로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거울과도 같은 사건이라는 말이었다. 그 거울은 계속해서 닦아 주어야 한다. 먼지가 쌓이지 않게, 누구다 잘 들여다볼 수 있게. 일흔세 해가 지난 4·3사건은 지금까지도 끝나지 않은 것들투성이다. 가장 큰 예로 아직도 집에 돌아오지 못한 행방불명인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4·3 너븐숭이 기념관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행불인묘역이 있다. 그때 사라졌다고 짐작만 할 뿐, 어디서 어떻게 언제 죽었는지조차 몰라서 그들의 몰시는 아직 묘비에 쓰여 있지 않다. 유족들 또한 제삿날을 알지 못해 각자 정한 대로 제사를 지내러 온다.그러는 동안에도 북촌의 애기무덤은 해마다 새로운 동백꽃을 머리에 이고, ‘순이삼촌’의 문장들은 또 누군가에게 4·3사건을 새롭게 일러주고 있을 따름이다. 비단 이 작품뿐만 아니라 제주 전체가 그들의 아픔을 덮거나 도려내려 하지 않고 함께 앓고 보듬어 주려는 노력을 끊임없기 계속했기에 그 섬이 금기의 사월을 터놓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 제주의 4월은 동백꽃으로도 유명하다. 문학은 떨어지는 동백꽃만큼도 힘이 없을 때가 있지만 때로 그 꽃 아니 문장은 떨어지는 순간을 영원으로 기록한다. 그 기록의 힘으로 사람들이, 제주가 산다. 옴팡밭의 애기무덤 위로 동백꽃들이 매년 떨어져 내리고 오름마다 새겨진 원통한 마음들에도 꽃은 떨어지겠지만 멀리서나마 제주의 모든 ‘순이삼촌’들에게 붉은 마음의 구절 하나 남긴다. “밑바닥 터진 젯상에 진설할 거라고는/ 봄을 일으켜 세운/ 꽃밥밖에 없어서/ 언 마음 녹이시라고 동백꽃 송이 올립니다.”(홍경희의 시 ‘동백 밥상’) 4월의 사이렌이 동백꽃 속에서 울리는 제주다.소설가 이은선
  • 발품 판 LH투기·특파원 보도 돋보여… 연관기사 한 지면에 담았으면

    발품 판 LH투기·특파원 보도 돋보여… 연관기사 한 지면에 담았으면

    서울신문은 30일 한국프레스센터 9층 회의실에서 제137차 독자권익위원회를 열고 3월 주요 현안에 대한 서울신문 보도를 평가했다. 코로나19로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서면으로 대체했던 회의는 모처럼 대면회의로 진행됐다. 이동규(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위원장을 비롯해 유승혁(경희대 언론정보학과 학생), 정성은(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박경미(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위원이 참여했고 김숙현(국가안보전략연구원 대외협력실장) 위원이 서면으로 의견을 전달했다. 이번 달에는 윤석열 사태, 코로나19 백신,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보궐선거 등 다양한 이슈가 쏟아진 가운데 LH 투기와 특파원들이 현지에서 발품을 판 취재기사가 돋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제목이 핵심 내용을 잘 담지 못하거나 독자의 관심을 끌기에 아쉽다는 지적과 연관 기사가 지면에서 따로 떨어져 아쉽다는 지적도 있었다. 다음은 위원들의 주요 의견이다.정성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많이 하는 편이어서 좋은 기사 있으면 공유를 하는데 이번 달에는 3건의 기사를 공유했다. 12일자 김하늘 대표의 ‘미나리와 나’ 칼럼이 있었는데 영화 미나리와 관련해 내가 놓쳤던 부분에 대해 잘 짚어 줘서 울림이 있었다. 제목을 잘 뽑았으면 많은 사람이 공유하지 않았을까 한다. 서울신문 읽으며 항상 드는 생각인데 제목이 내용의 핵심을 잘 드러내지 못하거나 독자를 유인하기에는 부족하다. 서울신문은 백신과 관련해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보도했다. 그럼에도 4일자 ‘AZ 접종 기저질환자 평택·고양서 2명 사망’, 19일자 ‘AZ 백신 맞은 20대 ‘혈전’… 유럽의약품청 “백신 안전·효과적”’, 23일자 ‘아나필락시스 등 중증 2건, 백신과 연관’ 등은 보도할 때 단순하게 사실만 이야기할 게 아니라 주변 사실을 충분히 고려했어야 했다. 예를 들어 백신은 수만 명이 맞는 거라 우연히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신중해야 하는데 4일자에 비중이 컸다. 혈전은 공히 나오는 문제라고 하고 AZ백신 혈전도 화이자와 비교할 필요가 있는데 국내 언론이 그런 쪽을 고려하지 않았다. 검찰 이슈 보도 기조가 좋았다. 4일자 ‘수사권 조정·공수처 안착한 뒤, 수사청 설치해도 늦지 않아’는 법조인 10명 인터뷰로 균형된 시각을 접할 수 있어 도움이 됐다. 정치적인 것에 대해 기자칼럼, 사설이 많이 실리는데 몇몇 칼럼은 정치적 입장, 감정이 너무 노골적으로 들어간 데다 하나의 이슈가 아닌 여러 이슈를 통칭하면서 전체적으로 근거는 부족하고 정치 입장만 드러내는 게 있어 지양하면 좋겠다. 유승혁 정치면이 분석 기사가 주를 이뤄서 정치 전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이런 게 신문의 차별적 기사라는 생각이 들어 유익했다. 8일자 대선 1년 남은 시점에서 정치 후보자들 관련 기사, 23일자 보궐선거 야권 단일화, 24일자 박영선·오세훈 빅매치 기사도 큼지막한 정치이슈를 분석해 읽기에 좋았다. LH 투기 의혹 취재기사가 돋보였다. 16일자 ‘토박이는 무시한 맹지, 4억에 산 서울사람… 몇 달 뒤 신도시 낙점’, 18일자 ‘연고도 없는 기흥에 8억…공시가 총괄자 부인의 ‘수상한 투자’’는 발품을 팔았다는 인상을 줬다. LH 투기 뒤에 나오는 채움 시리즈도 짜임새가 좋았다. 15일자 ‘대토는 ‘로또’… 아파트 분양·시세차익 노렸다’는 대토보상이 무엇인가 설명해 주면서 앞선 기사와 결합해 읽으니 이해하기에 좋았다. 공정에 반하는 정치 이슈는 강력한 메시지가 나왔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25일자 ‘선거 뒤로 연기된 오거돈 첫 재판에…여성계 “정치적 계산” 반발’ 이슈는 여성계뿐만 아니라 청년층도 분노하는 여론이 많은데 대변해 줬으면 좋겠다. 청년들이 LH 사태에는 분노하면서도 상반기에 채용 없다는 기사를 보며 기뻐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비판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8일자 ‘새 역사 뒤 ‘100m 방사능 포대’ 후쿠시마 상처 숨기고 있었다’, 23일자 ‘“아시아계, 이제 행동할 때다” 백악관 코앞 1000명의 외침’ 같은 특파원의 생생한 기사는 온라인에서도 접하기 힘들었고 기자가 상황을 설명해 주는 값진 기사였다. 코로나 무관심 비판 기조 기사가 더 나왔으면 한다. 1일자 ‘연휴에 사라진 2m…봄바람에 날아간 거리두기’, 2일자 ‘방역의 두 얼굴…9인 집회 철통 방어할 때 백화점은 ‘북새통’’ 등 방역지침의 허점을 짚는 기사가 지속적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11일자 ‘“샤넬 사려고 3시간 대기” 보복 소비 이끄는 ‘2030’’, 26일 ‘“떡볶이·닭발도 담아갈 수 있어요?” 용기 낸 ‘용기’ 거절당하지 않았다’는 무거운 기사 속에서 2면에 나와 시선이 갔다. 이동규 ‘2021 세이프코리아 리포트’가 민식이법 시행 1주년과 맞물려 나왔는데 좋은 기획이라 생각한다. 생활경제 기사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했는데 4일자에서 금융소비자법이 시행되면 25일부터 변화하는 모습을 그래픽까지 담았고 24일자 경제면에서 일문일답 형식 소비자가 궁금한 걸 Q&A기사로 한 것도 좋았다. 26일자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 마침내 시작됐다’까지 관련 사설도 나와서 좋았다. 속보의 경우 독자 입장에서 뜨면 보게 되는데 어떤 기사는 빨리 해 주는 것도 있어야 할 것 같다. 서울신문이 아주 늦진 않고 중간 정도 되는 것 같다. 관심과 인력 문제도 있겠지만 몇 초라도 빨리 알려주면 다양한 독자가 정책에 대해 생각하고 여론 조성에 도움되는 듯해서 관심을 계속 두는 건 어떨까 한다. 20~30대는 공정, 성소수자, 기후, 환경문제에 대한 잣대가 우리랑 다르던데 세대 갈등에 대해 관심 가져볼 만하다. 박경미 3월이 제일 다양한 이슈가 있던 한 달이었다. 모든 언론에서 다뤄지는 기사가 폭로성 기사여서 싣는 데 급급해 넘쳐나는 게 아닌가, LH부터 시작해 모든 이슈가 선거로 다 귀결되는 한 달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속보 경쟁을 포털이 장악하는 시대에 서울신문이 지면신문으로서 역할을 달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3월 전반부 절반 이상은 후보단일화 어떤 식으로 될 것인가를 계속 다뤄서 관심이 없는 사람이면 관심 갖지 않았을 것 같다. 지면신문이 과거 후보들 경력이나 문제점 지적하는 거에 치중해 있고 우선해야 하는 공약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가 최근에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이 부분은 지면신문이기에 끄집어내서 알려줘야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정당의 이야기인데 후보만 보이지 정당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없다. 정당은 후보를 내고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여서 그런 문제를 지적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포털에서 다루지 않는 다른 방식으로 하다 보면 정당이나 후보 입장에서 폭로성 선거운동을 자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격차가 재난이다’ 기획을 끝내면서 15일자에 시민선언문으로 마무리 지었는데 한 가지 아쉬운 건 마지막에 국가재정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 어떤 역할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재정을 확충하고 국가역할이 커지면 되는 문제가 아니라 시민선언문에서 빠졌어야 하지 않나 한다. ‘서해 5도를 다시 보다’는 그동안 ‘한반도 평화’를 얘기했는데 ‘서해평화’라는 워딩을 쓴 게 서울신문의 독특한 기사라 생각했다. 다만 서해 5도가 평화서나 법제화만으로 해결될 수 있나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했다. 9일자 ‘데드크로스·총장 사퇴…지방 국공립대마저 미달 사태 ‘휘청’’, ‘‘수도권 블랙홀’ 악몽 30년 내 시군구 절반은 지도서 못 볼 수도’는 인구 절벽 상황에 대해 지방의 위기를 잘 지적했다. 다만 유관기사를 같이 배치하는 게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한다. 같은 면에 실리면 좋을 기사가 자주 있다. 김숙현 3·1절과 관련해 강제징용 문제와 위안부 판결로 갈등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일 관계에 대한 대통령의 기념사는 큰 비중으로 다룰 만한 내용이었다. 2일자에 3·1절 기념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담겨 있고 일측의 반응도 기사화해 독자들로 하여금 대통령 기념사의 중요성을 인식시켜 줬다. 도쿄올림픽 무관중 개최 결정의 배경에 스가의 리더십 발현 계기 마련과 9월 연임에 대한 전망 등을 다룬 23일자 글로벌 인사이트는 독자들에게 충분한 지식과 이슈를 제공했다. 26일자 ‘중 노골적 경제보복 위협에…동맹 내 균열 다독이는 미’는 동맹국에 미중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하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기후변화 등 중국과의 협력도 강조하고 있는 미국의 움직임 등에 대해 잘 정리됐고 독자들의 국제정치에 대한 이해를 고취시키는 기사였다. 25일자 ‘일곱 살 소녀 겨눠 탕!…“이런 군부가 종신집권을 하려 한다”’는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미얀마의 실정을 잘 전달할 수 있었고, 3일자 ‘“스가 없는 스가” 측근 없는 독선’도 제목 선정이 탁월했다. 29일자 특파원 생생리포트는 특파원들이 흥미로운 국외 뉴스를 전달하고 있는데 독자들에게 신선한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노선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이 동맹강화라 할 수 있는데 역내 미국의 동맹정책에 대한 특집 기사를 기획하는 것도 추천한다. 정리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윤석열 전 총장 장모 ‘비공개 재판 신청’ 불허

    윤석열 전 총장 장모 ‘비공개 재판 신청’ 불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74)씨의 비공개 재판 신청에 대해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통장 잔고 증명서 위조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 대한 두 번째 재판이 18일 오후 의정부지법 7호 법정에서 형사8단독 박세황 판사의 심리로 방청이 허용된 가운데 열렸다. 재판부는 이날 “안녕, 질서, 선량한 풍속을 해할 염려가 있는 경우 심리를 비공개로 할 수 있다”며 “심리는 공개가 원칙이고 (피고인이) 별도로 요청한 신변 보호 조치로 (비공개 신청) 사유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판단돼 공개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최씨는 지난 2일 변호인을 통해 재판 비공개 및 방청 금지를 신청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첫 재판 때 해당 법정이 있는 건물 앞에 최씨의 이해 당사자들과 유튜버, 취재진 등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날 두 번째 재판에서 최씨의 비공개·방청 금지 신청을 불허하는 대신 최씨가 법정이 있는 건물 앞까지 차를 타고 올 수 있도록 허용했다. 최씨는 차에서 내린 뒤 법원 경위의 도움을 받아 법정 안으로 들어갔다. 법원 앞에는 취재진과 유튜버들이 몰려 재판에 관심을 보였다. 이번 재판에는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유튜버들도 법원에 나와 반대 측 유튜버들과 말싸움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피고인이 전 동업자를 알게 된 경위, 함께 땅을 매입하고 대출받는 과정 등에 대한 증인 신문이 1시간 넘게 진행됐다. 최씨는 2013년 4∼10월 경기 성남시 도촌동 땅 매입 과정에서 공모해 은행에 347억원을 예치한 것처럼 통장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사문서위조,위조 사문서 행사)를 받고 있다. 도촌동 땅을 사들이면서 전 동업자인 안모(58)씨의 사위 등 명의로 계약하고 등기한 혐의(부동산실명법 위반)도 있다. 최씨는 통장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안씨가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정보를 취득하는 데 쓰겠다고 해 동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함께 기소돼 다른 재판부에서 재판받는 안씨는 “최씨가 먼저 접근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다음 재판은 6월 8일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비공개 재판 불허’…윤석열 장모, 의정부지법 출석

    ‘비공개 재판 불허’…윤석열 장모, 의정부지법 출석

    통장 잔고 증명서 위조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74)씨가 18일 의정부지법에 출석했다. 앞서 비공개 재판을 신청했으나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씨에 대한 두 번째 재판이 이날 오후 의정부지법 8호 법정에서 형사8단독 심리로 열렸다. 방청은 허용됐다. 최씨는 지난 2일 변호인을 통해 재판 비공개 및 방청 금지를 신청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첫 재판 때 해당 법정이 있는 건물 앞에 최씨의 이해 당사자들과 유튜버, 취재진 등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기 때문이다. 당시 재판 시간이 다 돼 최씨가 탄 승용차가 법원 안으로 들어오자 취재진과 유튜버들이 몰려가 한때 소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날 최씨의 비공개·방청 금지 신청을 불허했다. 대신 최씨가 법정이 있는 건물 앞까지 차를 타고 올 수 있도록 허용했다. 최씨는 차에 내린 뒤 법원 경위의 도움을 받아 법정 안으로 들어갔다. 법원 앞에는 취재진과 유튜버들이 몰려 재판에 관심을 보였다. 윤 전 총장 반대자들은 욕설과 고함을 쳤고, 지지자들은 ‘파이팅’을 외쳤다. 최씨는 2013년 4∼10월 경기 성남시 도촌동 땅 매입 과정에서 공모해 은행에 347억원을 예치한 것처럼 통장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사문서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를 받고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현장] “윤석열 포청천” 화환 재등장…지지자 연호 속 尹이 한 말(종합)

    [현장] “윤석열 포청천” 화환 재등장…지지자 연호 속 尹이 한 말(종합)

    尹, 정계 진출 묻자 “이 자리서 드릴 말씀 아냐”“윤석열! 윤석열!” 지지자 100여명 尹 연호‘윤석열 총장님 사랑해요’ 등 피켓·플래카드 “공무원이 정치한다” 일각선 비판 목소리도尹 “고향에 온 기분”…좌천성 인사 때 근무 인연“윤석열! 윤석열!” 여권의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을 직을 걸고서라도 막겠다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대구고등검찰청에 나타나자 현장에는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이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후보로 한때 1위에 오르기도 했던 윤 총장은 정계 진출을 묻는 취재진에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낀 채 발길을 옮겼다. 대구시장, 尹에 “총장님 행보 응원한다”지지자 손팻말에 ‘윤석열 대통령’ 등장 윤 총장의 방문이 예정된 대구고검에는 도착 예정시간인 오후 2시 전부터 지지자 100여명이 몰려들었다. 대구고검 앞에는 전국에서 보낸 ‘윤석열 포청천’이라고 적힌 수십개의 응원 화환이 줄을 이었고 ‘윤석열 총장님 파이팅, 사랑해요’, ‘대한민국 검찰 만세, 윤석열 총장님 만세’, ‘윤석열 대통령’ 등 문구가 적힌 피켓과 태극기도 등장했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예정대로 도착했다. 그는 대구고검 현관에 도착하기 전 권영진 대구시장을 만나 간단한 인사를 나눴다. 권 시장은 “헌법과 법치주의 가치를 지키려는 총장님 노력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고 국민 한 사람으로서 행보를 응원하고 지지한다”며 윤 총장을 반겼다. 윤 총장은 “고맙습니다”라고 대답하며 권 시장과 명함을 교환하고 꽃다발을 건네받았다. 윤 총장이 대구고검 현관 앞에 하차하자 순식간에 지지자들이 포토라인 안으로 몰려들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지지자들은 윤 총장의 모습이 보이자 사진을 찍으며 지지를 보냈다. 이들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윤 총장 뒤에서 “윤석열”을 연호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공무원이 정치한다”며 윤 총장을 비판하는 목소리와 함께 ‘박근혜 감방 보낸 윤석열은 물러나라’는 피켓을 들고 항의하기도 했다.윤석열 “중수청, 헌법 책무 저버리는 것”“자중하라” 정총리에 “드릴 말씀 없다” 박범계 만날 의향엔 아예 답변 안 해 포토라인에 선 윤 총장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치게 된다)”이라며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를 재차 비판했다. 윤 총장은 “헌법 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한 뒤 “정치·경제·사회 제반 분야에서 부정부패에 강력히 대응하는 것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정부패 대응은 적법 절차와 방어권 보장, 공판중심주의라는 원칙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면서 “재판의 준비 과정인 수사와 법정에서 재판 활동이 유기적으로 일체돼야 가능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 총장은 “정치권에서 역할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기존 입장을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해석됐다.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가 강행되면 임기 중 총장직을 사퇴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지금은 말씀을 드리기 어렵다”며 확답을 피했다. 자신을 향해 “공직자가 아닌 정치인 같다. 자중하라”던 정세균 국무총리의 발언에 대해서도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검찰개혁 바톤을 이어받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만날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아예 답변하지 않았다. 윤 총장은 향후 대응 방안에는 “검찰 내부 의견이 올라오면 검사장 회의 등을 검토할 것”이라며 중수청 강행 저지를 위해 조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윤 총장은 마중 나온 장영수 대구고검장, 조재연 대구지검장과 악수를 한 뒤 고검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尹 “어려운 시기 절 따뜻하게 품어준 곳”국정원 댓글 수사팀장 뒤 좌천성 인사 윤 총장의 대구 방문은 정직 징계 처분으로 업무에서 배제됐다가 지난해 12월 24일 법원 결정으로 업무에 복귀한 뒤 갖는 첫 공개 일정이다. 그는 대구 방문의 의미에 대해 “제가 늦깎이 검사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초임지이고, 이곳에서 특수부장을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몇 년 전 어려웠던 시기에 저를 따뜻하게 품어준 고장”이라면서 “5년 만에 왔더니 감회가 특별하고 고향에 온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팀장을 맡은 뒤 좌천성 인사를 당해 대구고검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다. 윤 총장은 이날 직원들과 간담회에서 공정한 검찰, 국민의 검찰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 시장 투명성·경쟁력 강화를 위한 부정부패 방지 시스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대구지방법원장 예방, 검찰 직원과 만찬 등 일정도 마무리한 뒤 늦은 오후 귀경할 것으로 전해졌다.윤석열 “자리 그까짓게 뭐가 중요한가”“검사 다 빼가라…수사·기소 융합 지켜야” 윤 총장은 이날 이틀째 이어진 언론 인터뷰에서 여권의 검찰개혁을 맹비난했다. 윤 총장은 “검찰총장 밑에서 검사를 다 빼도 좋다. 그러나 부패범죄에 대한 역량은 수사·기소를 융합해 지켜내야 한다”고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밝혔다. 윤 총장은 또 여권을 향해 “나를 내쫓고 싶을 수 있다. 다만 내가 밉다고 해서 국민들의 안전과 이익을 인질 삼아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자리 그까짓게 뭐가 중요한가”라며 전날에 이어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윤 총장은 전날 언론과의 인터뷰에도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막기 위해서라면 100번이라도 직을 걸겠다”고 밝혔었다. 윤 총장은 “국가가 범죄를 왜 수사하는가. 그게 안 되면 국민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국민 세금을 거둬서 수사하는 것”이라면서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한 전국의 검찰 네트워크는 법무부 장관 휘하로 다 빠져나가도 된다. 장관 아래 있더라도 수사와 기소를 합쳐서 부패범죄 대응역량은 강화하자는 뜻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내가 밉다고 국민 안전·이익 인질 삼아선 안돼…국민은 개돼지가 아니다” 이어 “반부패수사청, 금융수사청, 안보수사청 등의 형태로라도 수사와 기소를 융합해 주요 사건을 처리하고 주요 범죄에 대한 국가적 대응역량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결국 국민들에 피해가 돌아간다는 점을 짚으며 “국민은 ‘개돼지’가 아니라는 뜻이다. 힘 있는 어떤 사람이 법을 지키겠나”라고 반문했다. 윤 총장은 “검찰은 힘 없는 서민들을 괴롭히는 세도가들의 갑질과 반칙을 벌해서 힘 없는 사람들이 숨 쉴 수 있게 해주는 영역만 남아 있다”면서 “그것마저 박탈하면 우리 사회를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권영진 대구시장, 윤석열 검찰총장 왜 영접했나?

    권영진 대구시장, 윤석열 검찰총장 왜 영접했나?

    권영진 대구시장이 3일 대구고·지검을 방문한 윤석열 검찰총장을 만났다. 권 시장은 이날 대구고지검 청사에 직접 나가 윤총장에게 인사하고 꽃다발을 전달했다. 권 시장 측은 “예년에도 검찰총장 등이 대구를 방문하면 권 시장이 직접 찾아가 환영 인사를 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권 시장은 이에 앞서 SNS에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구 방문을 환영합니다. 헌법과 법치주의를 지키려는 총장님의 노력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지하고 응원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날 윤 총장이 방문한 대구고지검 청사 앞에는 지지자 등이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청사 근처에 흩어져 있던 지지자 수백명은 오후 2시쯤 윤 총장이 탄 승용차가 들어오자 차를 가로막은 채 ‘윤석열’을 연호했다. 한 지지자는 차 안에 앉은 윤 총장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팻말을 든 사람도 눈에 띄었다. 윤 총장 차는 한동안 지지 인파에 막혀 있다가 검찰 관계자들이 길은 열고서야 청사 앞까지 갈 수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검찰 개혁을 외치며 윤 총장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청사 앞에 도착한 윤 총장은 장영수 대구고검장, 조재연 대구지검장 등과 인사했다. 이어 “대구는 검사 생활 초임지로 감회가 특별하고,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고 소감을 밝힌 뒤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고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방역의 두 얼굴… 9인 집회 철통 방어할 때 백화점은 ‘북새통’

    방역의 두 얼굴… 9인 집회 철통 방어할 때 백화점은 ‘북새통’

    3·1절인 1일 보수·우익단체들의 정부 규탄 시위가 광화문광장 등 서울 도심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경찰은 대규모 집회로 번질 가능성에 대비해 주요 시위 장소에 철제 펜스를 설치하거나 경찰버스를 배치했지만 시위대와 경찰의 큰 충돌은 없었고 지난해 8·15 집회처럼 군중이 밀집하지도 않았다. 온종일 내린 봄비로 시위 참여 인원이 예상을 밑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최근 개점한 서울의 대형 백화점에는 연일 수천명의 방문객이 몰리면서 방역 위험이 제기됐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 지역에는 2500여명이 참여하는 1670건의 집회가 열리기로 신고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85건의 집회만 열렸다. 오전부터 내린 비와 당국의 집회 강경 대응 방침으로 예정된 집회가 잇따라 취소되거나 신고 인원보다 적은 인원만 참석한 채 진행되는 등 도심은 대체로 한산했다. 법원으로부터 20명 이하 집회 개최를 허가받은 ‘자유대한호국단’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 누각 앞에서 11명이 참여한 집회를 열고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압살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일민미술관 앞에서 30명 규모 집회 개최를 허가받은 황모씨는 ‘참가자 전원이 코로나19 음성 판정 결과서를 지참해야 한다’는 법원이 내건 허용 조건에 부담을 느껴 집회를 취소했다.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종로구 교보빌딩 앞에서 ‘엄마부대’가 개최한 집회는 당초 9인 이하의 인원이 참석하는 것으로 신고됐으나 집회 시작 20여분 만에 시민 60여명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주변을 통제하던 경찰관들에게 “코로나 핑계 좀 그만 대”라며 항의했다.한산한 야외 도심과 달리 서울 시내 대형 쇼핑몰은 휴일을 맞은 시민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서울 영등포구 ‘더 현대 서울’ 백화점은 지난달 26일 문을 연 이래 이날까지 4일 연속 인파가 몰렸다. 백화점 1층에 마련된 전시장에는 50명이 넘는 시민들이 줄을 섰고 1m 이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건물 중앙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에는 인파가 끊임 없이 오르내렸고 5분 이상 줄을 서야 탑승이 가능한 구간도 있었다. 백화점 내 일부 매장은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입장 인원을 제한했다. 특히 명품 매장과 전자제품 매장 앞은 많게는 30명 이상이 줄을 서기도 했다. 200평(약 660㎡) 이상 공간을 모델하우스처럼 꾸며 화제가 된 LG전자 매장 직원은 “최소 30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백화점을 찾은 50대 부부는 “비가 와서 사람이 적을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사람이 너무 많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야외 집회보다 실내 집합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집회를 한다면 감염 위험이 크지 않다”면서 “반면 쇼핑몰은 밀폐된 공간이라 공기청정기를 가동하더라도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고향 대신 나들이… 코로나가 바꾼 춘제

    고향 대신 나들이… 코로나가 바꾼 춘제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음력설) 연휴 기간 인구 이동을 통제하자 예전과 달리 도심 공원과 영화관 등에 인파가 몰리는 신풍속이 나타났다. 지난해보다는 감염병 상황이 나아졌지만 그럼에도 중국인들은 바이러스 재확산을 우려해 올해 춘제 연휴를 비교적 차분히 보내고 있다. 14일 신경보에 따르면 이번 춘제에는 베이징 등 대도시에 머무는 인원이 늘어 도심 공원과 스키장에 사람이 붐볐다. 베이징에서는 차오양공원과 샹산공원 등에서 교통 체증이 발생해 애를 먹었다고 매체는 전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주요 명승지가 일제히 휴관하자 출입 제한이 없는 도심 공원으로 수십만명이 찾아갔다. 핵산검사 증명서 없이도 출입할 수 있는 난산 스키장도 북새통을 이뤘다. 해외 여행지를 찾아가던 예년 춘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중국은 나라가 크다 보니 고향을 찾아가는 데만 24시간 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다. 1년에 한 번 춘제 때만 고향을 방문하는 사람도 많다. 공식 연휴 기간은 일주일이지만 고향에서 한 달씩 지내다가 오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초기 늑장 대응을 했다는 비판에 시달린 중국 정부는 올해 춘제에는 강력한 조치에 나섰다. 각 지방정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들에게 핵산검사와 자택 건강 관찰을 요구했다. 중앙정부도 고향이 아닌 근무지에서 명절을 보낼 것을 호소했다. 이는 효과를 봤다. 교통운수부는 지난달 28일 시작된 춘제 특별운송 기간(40일) 이동 인구가 11억 5200만명으로 2019년보다 60% 넘게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철도 부문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억명 넘는 사람이 고향이 아닌 근무지에서 춘제를 보내기로 했다. 농민공 가운데 3분의2가 고향에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었다. 대신 이들은 삼삼오오 극장을 찾았다. 글로벌타임스는 춘제 당일인 지난 12일 중국 박스오피스 총수입이 17억 위안(약 2900억원)을 기록하며 하루 기준 중국 역대 최고이자 세계 최고 기록을 세웠다고 전했다. 종전 최고 기록은 2019년 춘제 당시 14억 위안이다. 매체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인구 이동이 통제되자 관객이 영화관으로 몰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코로나19가 처음 보고된 후베이성 우한에서 이번 춘제 연휴 기간 중 12일 오전에 추모 국화가 동이 났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중국에는 떠나간 망자들의 넋을 기리고자 춘제에 향을 피우고 국화를 헌화하는 풍습이 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그 많던 中 관광객이 사라졌다… 제주 쇼핑거리·면세점 ‘죽을 맛’

    그 많던 中 관광객이 사라졌다… 제주 쇼핑거리·면세점 ‘죽을 맛’

    4일은 제주도의 무사증 입국제가 폐지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2월 4일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고자 무사증제를 폐지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계속되면서 제주의 외국인 관광객이 사라졌다. 특히 거리에 넘쳐나던 중국인 관광객이 자취를 감췄다. 지난 2일 제주를 찾은 중국인 등 외국인은 겨우 81명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성산일출봉 등 유명 관광지와 대형 면세점 등에는 밀려드는 중국인들이 줄을 이었고 제주시 중심가에도 중국어가 넘쳐났다. 제주에 중국인이 몰려오기 시작한 것은 무사증 입국제가 도입된 2002년부터다. 2002년 9만 2805명을 시작으로 2011년 57만 247명, 2012년에는 처음으로 100만명(108만 4094명)을 돌파했다. 이어 2016년에는 300만명(306만 1522명)을 돌파하는 등 정점을 찍었다. 이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 당국의 단체여행 금지 보복조치 등으로 2017년 74만 7315명으로 줄었다. 2019년에는 중국인 개별관광객 위주로 107만 9133명이 찾는 등 회복세에 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무사증제 폐지 등으로 제주도의 중국인 관광객은 10만여명으로 최고 많을 때의 30분의1로 급감했다. 중국인이 사라진 제주도의 빛과 그늘을 돌아봤다. 지난 2일 제주시 연동의 한 호텔 사거리. 1년 전만 해도 길을 걸으면 어깨를 부딪칠 정도로 떼를 지어 다니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이들의 발길이 뚝 끊어지면서 거리에는 더이상 중국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인근의 중국인 관광객 단골 쇼핑거리에서 기념품 등을 파는 한 업주는 “1년 만에 세상이 이렇게 변할 줄 상상도 못했다”며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하는 가게는 대부분 문을 닫았고 중국어 소리가 그리워질 줄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제주 국제공항 국제선 여객터미널 ‘한산’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중국인 관광객으로 북새통을 이뤘던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여객터미널은 1년째 텅 비어 있다. 중국발 코로나19 유입이 우려되자 제주는 지난해 2월 4일 제주 무사증 입국제를 전격 중단했다. 이후 3월 14일부터 제주기점 국제 항공편 운항도 모두 끊겼다. 무사증 입국제는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이 비자 없이 최장 30일 동안 제주에 머물 수 있는 제도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들은 무사증 입국제를 통해 대거 제주에 몰려왔다. 제주국제공항 관계자는 “국제공항이지만 외국인 무사증 입국제가 중단되면서 중국발 등 국제선 항공기가 운항을 중단한 지 1년이 다 돼 간다”면서 “제주에서 국제선 항공기가 언제 다시 뜰지 예측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제주를 찾은 중국인 등 외국인 방문객은 2513명이 전부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기 전인 지난해 1월 제주를 찾은 중국인 등 외국인은 14만 5608명에 이른다. 넘쳐나는 중국인 관광객으로 호황을 누렸던 제주 지역 대형 면세점 등은 개점휴업 상태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1년 전만 해도 중국인 관광객들과 다이궁(보따리상)들이 대거 몰려왔지만 지금은 일부 매장만 문을 열고 있고 매출이랄 것도 없다”고 말했다. 유커 등을 겨냥해 중국자본이 2조원을 투자해 조성한 복합리조트인 제주신화월드는 경영난을 겪고 있다. 입점해 있던 제주관광공사 면세점이 철수하자 이곳에 내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프리미엄 쇼핑매장 설치를 추진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제주 외국인 카지노도 마찬가지다. 한 카지노 관계자는 “손님 대부분이 중국인이었는데 무사증 입국제 중단으로 제주 직항 국제선이 뜨지 않아 손님 씨가 말랐다”면서 “관광기금도 많이 내는데 카지노는 사행성 업종이라며 한푼도 지원을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크루즈관광 전문가인 김의근 제주전시컨벤션센터 사장은 “중국인이 사라진 제주 관광 시장을 내국인이 메우기도 했지만 중국인 관광객의 하루 여행경비는 80만~90만원 수준으로 내국인 관광객보다 2~3배 씀씀이가 컸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중국인이 다시 돌아와야만 제주 국제관광시장이 예전처럼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한창이지만 예전처럼 중국인 관광객이 언제 제주에 다시 몰려올지는 아직 예단할 수 없는 실정이다. 정병웅(순천향대 교수) 한국관광학회 회장은 “국제 관광시장은 코로나19 종식에 앞서 대만이나 일본, 중국 등 근거리 국가 중심의 트래블 버블(비격리 여행권역) 등이 외교적 협의 등을 통해 우선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중국인 급감에 이동 편의성 등 여행 질 향상 이날 오후 제주 성산일출봉. 중국인 관광객의 단골 관광지였던 이곳에는 내국인 관광객만 드물게 보였다. 대구에서 왔다는 김모(60)씨는 “수년 전 제주에 여행을 왔을 때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뤄 떠밀리다시피 구경했다”면서 “지금은 일출봉과 바다 등 호젓한 분위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제주 관광객이 줄어들자 여행 만족도는 높아졌다. 지난해 제주 관광객은 1023만 6104명(잠정치)으로 2019년 1528만 5397명보다 504만 9293명(33.0%) 줄었다. 제주관광공사의 ‘2020 가을시즌(9∼11월) 제주 여행 계획·추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주 여행 만족도가 사전조사 37.1%에서 여행 이후 57%로 20% 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 여행의 질이 높아진 것은 ‘관광객이 적어 충분하게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어서’(55.5%), ‘관광객이 적어 이동 편의성이 증가해서’(47.3%), ‘유명 관광지·맛집에서의 기다림이 적어서’(45.3%) 등 관광객 감소가 주된 이유로 꼽혔다. 조사는 지난가을 제주 여행 계획이 있는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1일부터 17일까지 추적 조사해 도출했다. 이날 제주시 연동 연동지구대 주변도 한산했다. 이곳은 주변에 중국인 관광객 숙소가 몰려 있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밤마다 중국인 관광객과 전쟁을 벌이던 곳이었다. 식당이나 술집 등에서 중국인들의 각종 다툼과 휴대전화 분실신고 등을 처리해야만 했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인끼리 또는 내국인과의 다툼이나 무단횡단, 길거리 흡연 등 무질서한 중국인 관광객이 사라지자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 관련 각종 신고나 출동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골칫거리였던 제주 미등록 외국인(불법체류자)도 크게 줄었다. 무사증 입국제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도움을 줬지만 불법체류자도 양산해 제주는 불법체류자 천국이라 불리기도 했다. 2010년 5명이었던 미등록 외국인은 2012년 992명, 2013년 1285명, 2014년 2154명, 2015년 4913명, 2016년 7788명에서 2018년에는 사상 첫 1만명을 넘어 1만 3420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에는 1만 4732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법무 당국의 처벌 유예 조치로 6866명이 자진 출국했다. 또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 시작된 지난해에는 관광객 급감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불법체류자 3731명이 자진 출국했다. 불법체류자가 줄어들자 외국인 범죄도 감소했다. 제주 외국인 범죄는 2015년 393명에서 2017년 644명, 2019년 732명으로 상승세를 이어 왔지만 지난해 외국인 범죄는 629명으로 전년 대비 14.1% 줄어들었다.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은 “제주는 내·외국인 관광객이 단기간에 급증하면서 무질서와 쓰레기, 하수대란 등 오버투어리즘에 따른 투어리즘 포비아(관광 혐오증)가 불거지기도 했다”면서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제주 관광 정책은 국제시장 다변화와 질적 성장으로 정책 전환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이라크 바그다드서 연쇄 자살 테러… 140여 명 사상

    이라크 바그다드서 연쇄 자살 테러… 140여 명 사상

    교황 “몰상식하고 야만적인 행위 개탄”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21일(현지시간) 연쇄 자살 폭탄 테러로 최소 32명이 숨지고 110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자살 폭탄 조끼를 착용한 테러범 2명은 자폭해서 숨졌다. 아직까지 테러 배후를 자처하는 단체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이라크 군 당국은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테러범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약 1년 동안 휴장했다 다시 문을 열어 북새통을 이룬 타야란 광장의 한 의류시장에서 테러를 감행했다. 테러범 중 한 명이 “배가 아프다”고 소리쳐 사람들이 그를 돌보기 위해 접근할 때 손에 든 기폭장치를 눌러 자폭했다. 이어 첫 번째 테러의 희생자를 도우려 사람들이 몰리고 앰뷸런스까지 도착했을 때 곧이어 두 번째 폭발을 시켰다. 타야란 광장은 앞서 2018년 1월에도 연쇄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했던 곳으로 당시 38명이 숨졌다. 이라크 합동작전사령부 타흐신 알하파지 대변인은 “이번 공격은 IS 잔당의 테러”라고 밝혔다. IS는 2014년 이라크 국토의 3분의 1을 점령한 테러단체다. 미국 주도 연합군 지원을 받은 이라크 정부는 2017년 말 IS를 축출했다. IS는 지난해 3월 최후 거점이던 시리아 바구즈를 함락당한 뒤 패망했다. 이후 IS는 재기를 노리며 산발적 테러를 하고 있다.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테러에 대해 “몰상식하고 야만적인 행위를 개탄하며 희생자와 유족들, 부상자를 위해 기도한다. 모든 이라크인이 형제애와 연대를 통해 평화적으로 폭력을 극복하는 노력을 지속하기를 희망한다”고 바흐람 살레 이라크 대통령 앞으로 메시지를 전달했다. 교황은 오는 3월 바티칸 역사상 처음으로 이라크 바그다드, IS의 근거지였던 도시 모술을 방문할 계획이다. 이라크에는 25만명 안팎의 기독교인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도 성명을 통해 “이라크 국민들의 평화와 안정, 단결을 훼손학 위해 두려움과 폭력을 퍼뜨리는 시도를 규탄한다”면서 “이라크 정부가 끔찍한 범죄의 배후를 확인하고 재판에 회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짜인 각본” 鄭 지지자들 격앙·눈물 법정 밖서 반대측과 욕설·고성 대치

    “짜인 각본” 鄭 지지자들 격앙·눈물 법정 밖서 반대측과 욕설·고성 대치

    3월부터 재판 맡은 임정엽 부장판사 이준석 세월호 선장에 36년형 선고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1심 선고공판이 열린 23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앞.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법원 인근에는 정 교수 지지 세력과 반대 세력, 경찰 수십여명이 모여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재판이 열리기 전부터 개혁국민운동본부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경심 교수 표적수사·억지기소한 정치검찰을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정경심은 무죄다’라고 적힌 마스크를 쓴 시민들은 “정경심이 유죄면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님은 사형이다”, “최성해(전 동양대 총장)를 수사하라” 등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었다. 법원삼거리부터 정문까지 “윤석열을 구속 수사하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반면 보수 유튜버들은 “정경심 감옥으로 가자”고 외치면서 유죄 판결을 촉구했다. 양측의 고성과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인근에는 경찰병력 수십여명이 동원돼 울타리를 치고 시민들의 물리적 충돌을 막았다. 굳은 표정으로 모습을 드러낸 정 교수는 “1년 4개월 동안 재판받아 왔는데 심경이 어떠하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이날 오후 3시 10분쯤 정 교수에 대한 징역 4년과 벌금 5억원 선고 소식이 전해지면서 법원 밖에서도 소동이 일었다. 예상보다 무거운 실형과 법정 구속 소식에 법원 밖에서 대기하던 시민들 사이에서는 환호와 탄식이 엇갈렸다. 정 교수 지지 시민들은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인정’, ‘입시비리 전부 유죄’ 등 정 교수의 각 혐의에 대한 소식이 하나씩 전해질 때마다 “짜인 각본”이라면서 거세게 반발했다. “정 교수가 불쌍하고 억울하다”면서 눈물을 흘리는 시민도 있었다. 재판부를 향해 “사법개혁도 절실하다”, “판사들도 썩었다”는 고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정 교수 측 김칠준 변호사는 재판을 마치고 “재판 과정에서의 무죄 입증 노력이 하나도 반영되지 않고 검찰 논리 그대로 유죄가 인정됐다”면서 “항소심에서 다툴 것”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 재판은 기존 재판장이었던 송인권(51·사법연수원 25기) 부장판사의 인사이동으로 지난 3월부터 형사합의25-2부에서 심리해 왔다. 형사합의 25-2부는 부장판사 3명으로 이뤄진 대등재판부로, 임정엽(50·28기) 부장판사와 권성수(49·29기) 부장판사가 각각 재판장과 주심을 맡았다. 임 부장판사는 최근 논란이 된 대검찰청 ‘주요 재판부 정보수집 문건’에서 과거 이준석 세월호 선장에게 징역 36년을 선고한 재판 이력 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하루 1000명 검사… 화장실 갈 시간도 없고 자정 넘어 퇴근”

    “하루 1000명 검사… 화장실 갈 시간도 없고 자정 넘어 퇴근”

    ‘코로나19뿐 아니라 한파와 싸우고, 앉아서 밥 먹을 시간도 없고, 며칠째 밤낮 없는 근무로 번아웃(탈진) 상태예요.” 코로나19와의 전쟁 최일선인 선별검사소의 의료진이 몰려드는 엄청난 수의 검사자를 감당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특히 지난 14일부터 검사를 시작한 수도권의 150여곳 임시 선별검사소에 무증상자가 북새통을 이루면서 잠깐의 휴식은 사치로 변한 지 오래고 ‘화장실 갈 시간이 없다’는 의료진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는 의료진 보충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 은평구 진관동 폭포공원 만남의 광장에 설치된 임시 선별검사소. 30여명의 주민들이 검사를 받으려고 길게 줄을 서고 있었다. 이날 400~500명이 찾아와 검사했다. 혹한에 줄을 서서 대기하는 검사자나 일손이 부족한 의료진 모두 힘겹다. 보건소 관계자는 “서울지역에서 500명 가까이 확진자가 나왔다고 하는데, 이런 확산세가 이어진다면 최소 인력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면서 “코로나19의 사태가 1년 가까이 계속되면서 보건소 인력의 피로도가 극에 달한 지 오래”라고 말했다. 그는 “빨리 새로운 의료진의 확충이 없다면 과로로 쓰러지는 의료진이 나올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경기 부천종합운동장 선별검사소에는 이날 오전에만 500여명이 찾았다.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대기 인원이 적다는 소문에 서울에서 원정 검사도 온다. 부천 작동의 김모씨는 “아들의 직장 동료 가족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검사를 받으러 왔다”면서 “검사자가 많아 2시간여를 추위에 떨었는데, 종일 서서 일하는 의료진을 보니 춥다는 이야기를 꺼내기가 미안하고 민망하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에서 왔다는 30대 여성 신모씨는 “부천에 가면 검사를 빨리해 준다는 얘기를 듣고 집과 가까운 부천을 찾았다”면서 “구석에서 차디찬 도시락을 먹고 있는 의료진을 보니 안타깝고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이외 지역의 선별검사소 직원들도 힘겨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 최근 요양병원 확진자가 급증한 울산 남구 보건소 직원들은 아침 8시 전에 출근해 밤 12시가 넘어 퇴근한다. 직원들은 “주유소 문을 닫은 시간에 출퇴근하면서 기름을 넣지 못해 택시를 타고 다닐 정도로 바쁘다”고 하소연했다. 남구 보건소 관계자는 “검사 대상자들이 몰려 보건소 건물 지하 구내식당에 갈 시간도 없어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면서 “보호복을 벗을 수가 없어서 콧물이 흘러도 닦지 못하고 일을 한다”고 말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부천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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