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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儒林(80)-제1부 王道 제3장 至治主義

    儒林(80)-제1부 王道 제3장 至治主義

    제1부 王道 제3장 至治主義 어느덧 조광조를 태운 수레는 능성에 가까워지고 있었다.‘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한양에서부터 능성까지의 거리는 758리. 능성현의 원래 이름은 이릉부리(爾陵夫里).백제의 옛 이름으로는 죽수부리(竹樹夫里),혹은 인부리(仁夫里)라 하였다.훗날 선조 때 조광조를 기리기 위해 세운 죽수서원은 백제 때의 옛 지명을 따서 지은 이름으로 이곳은 예부터 궁벽한 땅으로 알려져 있었다. 가라앉는 배. 머나먼 유배 길에서 줄곧 자신의 지난 행적을 떠올려 보던 조광조에게 마지막으로 떠오른 목소리는 수수께끼의 말을 던지고 사라진 최수성의 할(喝)이었다.옛 선승들이 수행자의 망상이나 삿된 사견(邪見)을 꾸짖어 단숨에 정신을 차리도록 외치는 소리처럼 조광조를 향해 ‘가라앉는 배’라고 외친 최수성의 목소리는 줄곧 조광조의 뇌리를 뒤흔들고 있었던 것이다. 가라앉는 배. 결과적으로 조광조는 최수성의 말대로 침몰하고 있었던 것이다.바로 자신이 단행한 정국공신의 개정으로 삭훈된 훈구파들의 반격으로 조광조의 배는 가라앉게 되었던 것이다.그러나 조광조는 하늘을 우러러 붉은 해를 쳐다보면서 중얼거려 말하였다. ―결과적으로 내 행동은 과격하긴 하였지만 다른 사사로운 마음은 전혀 없지 않았던가.저 하늘의 밝은 해는 거짓 없는 내 충정을 낱낱이 비추고 있지 않은가. 수레는 연주산(連珠山) 밑을 지나고 있었다. 구슬이 연하여 있는 모양이라 하여서 연주산이라 불리는 산 밑에는 영벽정(映碧亭)이란 작은 정자가 하나 있었다.일찍이 김굉필의 스승이었던 김종직(金宗直)은 이곳을 지나면서 다음과 같이 노래하였다. “연주산 위에 뜬 달은 소반 같은데 풀과 바람 나무 간 곳 없고 이슬 기운만 가득 차네. 천뭉치의 솜구름 모두 흩어지고 한 덩이 공문서(公文書) 보잘 것 없도다. 시절은 다시 깊은 가을이라 아름답긴 하지만 나그네의 회포를 오늘 밤 누가 달래줄 것인가.” 스승 한훤당의 스승이었던 김종직.문장과 경술에 뛰어나 이른바 영남학파의 종조(宗祖)가 되었던 조선조의 뛰어난 성리학자.학문적으로는 조광조의 할아버지뻘 되는 김종직이지만 정치적으로도 조광조가 이끄는 신진 사림파의 시조였던 것이다.이로 인해 죽은 후에 무오사화가 일어나 무덤이 파헤쳐져 참시를 당하는 비극의 주인공이고 보면 조광조의 유배는 신진 사림파들이 반드시 겪어야 되는 운명의 대물림인 것인가. 정몽주는 격살 당하였고,그의 제자인 김종직은 부관참시를 당하였고,또 그의 제자인 한훤당은 유배 중에 사사 당하였고,막내격인 조광조 자신은 가라앉는 배를 타고 이처럼 유배를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아,김종직이 지은 시처럼 연주산은 깊은 가을이라 핏물을 뚝뚝 듣는 듯한 만산홍엽으로 물들어 아름답지만 나그네의 깊은 회포는 그 누가 달래줄 것인가. 마침내 유배지인 능성에 도착한 조광조는 그 즉시 그곳 현감에게 인계되었다.현감은 비봉산(飛鳳山) 아래 작은 민가를 구해 놓고 시중을 들 관동을 미리 준비해 두고 있었다.다행인 것은 제자 장잠을 비롯하여 생활에 필요한 일을 도와줄 하인들이 조광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헤어질 무렵 자신을 이곳까지 무사히 호송하고 온 나장들과 일일이 손을 잡고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그때가 11월 26일. 조광조가 한양에서 유배 길을 떠난 것이 11월 17일이었으니,정확히 열흘 만에 최종 목적지인 능성에 도착한 것이다.
  • 儒林(80)-제1부 王道 제3장 至治主義

    제1부 王道 제3장 至治主義 어느덧 조광조를 태운 수레는 능성에 가까워지고 있었다.‘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한양에서부터 능성까지의 거리는 758리. 능성현의 원래 이름은 이릉부리(爾陵夫里).백제의 옛 이름으로는 죽수부리(竹樹夫里),혹은 인부리(仁夫里)라 하였다.훗날 선조 때 조광조를 기리기 위해 세운 죽수서원은 백제 때의 옛 지명을 따서 지은 이름으로 이곳은 예부터 궁벽한 땅으로 알려져 있었다. 가라앉는 배. 머나먼 유배 길에서 줄곧 자신의 지난 행적을 떠올려 보던 조광조에게 마지막으로 떠오른 목소리는 수수께끼의 말을 던지고 사라진 최수성의 할(喝)이었다.옛 선승들이 수행자의 망상이나 삿된 사견(邪見)을 꾸짖어 단숨에 정신을 차리도록 외치는 소리처럼 조광조를 향해 ‘가라앉는 배’라고 외친 최수성의 목소리는 줄곧 조광조의 뇌리를 뒤흔들고 있었던 것이다. 가라앉는 배. 결과적으로 조광조는 최수성의 말대로 침몰하고 있었던 것이다.바로 자신이 단행한 정국공신의 개정으로 삭훈된 훈구파들의 반격으로 조광조의 배는 가라앉게 되었던 것이다.그러나 조광조는 하늘을 우러러 붉은 해를 쳐다보면서 중얼거려 말하였다. ―결과적으로 내 행동은 과격하긴 하였지만 다른 사사로운 마음은 전혀 없지 않았던가.저 하늘의 밝은 해는 거짓 없는 내 충정을 낱낱이 비추고 있지 않은가. 수레는 연주산(連珠山) 밑을 지나고 있었다. 구슬이 연하여 있는 모양이라 하여서 연주산이라 불리는 산 밑에는 영벽정(映碧亭)이란 작은 정자가 하나 있었다.일찍이 김굉필의 스승이었던 김종직(金宗直)은 이곳을 지나면서 다음과 같이 노래하였다. “연주산 위에 뜬 달은 소반 같은데 풀과 바람 나무 간 곳 없고 이슬 기운만 가득 차네. 천뭉치의 솜구름 모두 흩어지고 한 덩이 공문서(公文書) 보잘 것 없도다. 시절은 다시 깊은 가을이라 아름답긴 하지만 나그네의 회포를 오늘 밤 누가 달래줄 것인가.” 스승 한훤당의 스승이었던 김종직.문장과 경술에 뛰어나 이른바 영남학파의 종조(宗祖)가 되었던 조선조의 뛰어난 성리학자.학문적으로는 조광조의 할아버지뻘 되는 김종직이지만 정치적으로도 조광조가 이끄는 신진 사림파의 시조였던 것이다.이로 인해 죽은 후에 무오사화가 일어나 무덤이 파헤쳐져 참시를 당하는 비극의 주인공이고 보면 조광조의 유배는 신진 사림파들이 반드시 겪어야 되는 운명의 대물림인 것인가. 정몽주는 격살 당하였고,그의 제자인 김종직은 부관참시를 당하였고,또 그의 제자인 한훤당은 유배 중에 사사 당하였고,막내격인 조광조 자신은 가라앉는 배를 타고 이처럼 유배를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아,김종직이 지은 시처럼 연주산은 깊은 가을이라 핏물을 뚝뚝 듣는 듯한 만산홍엽으로 물들어 아름답지만 나그네의 깊은 회포는 그 누가 달래줄 것인가. 마침내 유배지인 능성에 도착한 조광조는 그 즉시 그곳 현감에게 인계되었다.현감은 비봉산(飛鳳山) 아래 작은 민가를 구해 놓고 시중을 들 관동을 미리 준비해 두고 있었다.다행인 것은 제자 장잠을 비롯하여 생활에 필요한 일을 도와줄 하인들이 조광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헤어질 무렵 자신을 이곳까지 무사히 호송하고 온 나장들과 일일이 손을 잡고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그때가 11월 26일. 조광조가 한양에서 유배 길을 떠난 것이 11월 17일이었으니,정확히 열흘 만에 최종 목적지인 능성에 도착한 것이다.˝
  • [종하랑 선영이의 배낭메고 60개국](12) 네팔 카트만두

    “Horn Please(제발 경적을 울려주세요)” 카트만두 시내의 대형 차들 뒤에는 이 문구가 꼭 적혀 있다.이곳에서는 뒤차가 존재의 표시로 경적을 울려주는 게 예의다. 여기저기서 빵빵거리며 절대 속도를 늦추지 않는 차들과 이리저리 피해다니며 매연을 내뿜는 오토릭샤들,유유히 큰 길을 오가는 소들까지 카트만두 시내의 도로는 혼돈 그 자체이다.몇 안 되는 신호등마저 제구실을 못하는 도로에서 조화롭게 어울려 걸어다니는 네팔 사람들의 ‘내공’이 놀라울 뿐이다.우리는 카트만두에 도착한 다음날 거리에 나왔다가 거의 30분간 이쪽 길에서 저쪽 길로 건너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 있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무조건 큰 차가 우선이다.크고 좋은 차와 부딪히면 수리비를 어마어마하게 물어주어야 하기 때문에 일단 접촉사고가 나면 잘잘못을 따지기 앞서 무조건 도망가기 바쁘다. 아직까지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신분제 카스트의 영향이라고 한다.어제는 힌두사원에 가기 위해 택시에 탔는데 운전기사가 우리에게 “당신의 카스트가 뭐요?” 하고 묻는다.우리는 그런 신분계급이 따로 없고 모두가 공평하다고 했더니 그럼 직업을 어떻게 정하느냐고 반문한다. 네팔은 인도문화권에 속해있고 모든 문화나 역사가 인도의 영향을 받아왔다.카스트 제도는 인도보다 더 엄격하게 남아있고 힌두교가 국교로 되어 있으며 음식은 수저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먹는다.식육점이나 신발 꿰메는 직업을 가진 카스트의 최하층 계급인 ‘까미’는 교육의 기회가 거의 없고 직업도 계속해서 대물림하게 되어있다.일반인들은 까미가 손 댄 음식이나 물건은 절대 만지지 않는다. 이 슬픈 현실 속에서도 하층민들은 상층계급에 대해 시기하거나 그들이 누리는 부에 대해 저항하지 않는다.자신들도 이번 생에서 열심히 기도하고 선하게 살면 다음 생에서는 바훈(최고의 카스트)으로 태어날 수 있고 이생에서의 바훈도 지난 생에서 열심히 산 사람들이라 믿기 때문이다. 힌두교는 참 흥미로운 종교이다.모든 존재하는 사물과 행위에 신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일상의 모든 행위에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해질녘 가게에서 주인이 불을 켜고 손가락으로 머리와 가슴을 왔다갔다 찍어누르는 기도를 하기에 무슨 기도를 하는지 물었더니 ‘불을 켜게 해 준 신에 대한 감사기도’라고 한다.다신교라고 해서 샤머니즘적인 요소가 강할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만 살면 평생 선하게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네팔에는 살아있는 신도 있다.‘꾸마리’라고 하는 여신인데 보통 6살 정도에 여신으로 뽑혀서 초경이 있을 때까지 꾸마리 사원 안에 살게 된다고 한다.네팔 사람들은 사원에 들어가서 꾸마리에게 축복을 받을 수 있지만 외국인들은 하루에 10분 정도 창으로 얼굴을 보여줄 때만 볼 수 있다.꾸마리는 일년에 한번 외출하는데,네팔의 가장 큰 축제인 ‘인드라 잣드라’(비를 내려주는 신에게 감사하는 축제)때이다. 네팔은 다양한 신의 나라이기도 하지만 또 축제의 나라이기도 하다.일년 열두달 다양한 신들을 축복하는 크고 작은 축제들이 끊이지 않고 사람들을 열광시킨다.마호이스트들의 번다(파업)도 축제 때는 피해서 날을 잡는다고 한다.수많은 축제 중에 가장 재미있어 보이는 축제는 10월의 보름 축제가 끝난 후 바로 열리는 띠알축제로,럭치미(부를 가져다 주는 여신)를 축복하기 위해 온 집안의 불을 밤새 켜놓는 축제이다.이날 카트만두의 야경은 정말 환상 그 자체라고 한다.부자일수록 경쟁적으로 불을 밝히기 때문에 불빛 구경 다니는 사람들과 노래를 불러주고 사탕을 받는 어린이들로 시내는 밤새 잠들지 않고 불야성을 이룬다고 하니 그 축제만큼은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 우아한 안나푸르나·야성의 에베레스트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히말라야를 본 사람과 히말라야를 보지 못한 사람’.히말라야 트레킹을 무사히 마치고 내려온 사람들이 즐겨쓰는 말이다.우리도 여행을 시작할 때부터 내내 마음을 설레게 했던 안나푸르나 등반을 위해 카트만두에서 7시간을 달려 히말라야 트레킹 지점인 포카라로 왔다. 네팔에 오는 여행자들의 대부분은 에베레스트나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위해 비싼 비자발급과 등반 허가증 발급 비용을 지불한다.시간이나 여건상 트레킹이 어려운 사람들은 한시간에 100달러를 주고 경비행기에 올라 구름 위에서 8,000m급 만년설로 화려하게 수놓인 고봉들의 파노라마를 감상하기도 한다. 에베레스트나 안나푸르나의 베이스캠프(일반인들이 오를 수 있는 가장 고지점)까지 오르려면 하산기간을 합해서 8∼9일짜리 트레킹부터 30일짜리 트레킹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지도 한장 들고 혼자 등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보통은 네팔 현지 가이드나 포터를 고용하여 함께 올라간다.동양인들은 포터를 많이 고용하는데 하루 5달러를 지불하면 30kg짜리 짐을 대신 들고 올라간다. 각종 장비에 등산화까지 정식으로 갖춰 신고 야심차게 도전하는 사람들과는 대비되는 모습의 포터들은 발가락 두개 끼우는 슬리퍼 하나 신고 그 무거운 짐을 지고 산을 거의 날다시피 해서 올라간다.어떨 때는 2∼3시간 미리 롯지(산 중간에 있는 산장)에 도착해서 올라오지 않는 손님을 데리러 다시 산을 내려올 때도 있다. 우리나라 산처럼 등산로가 험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평탄한 길이 많은데도 사람들이 유난히 힘겨워 하는 건 고산증 때문이다.고산병이 와도 올라간 게 억울해서 베이스캠프까지 가는 것을 포기하지 못하다가 큰 변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아기자기하게 꽃이며 나무들이 우거진 여성적 매력을 지닌 안나푸르나에 비해 거친 남성적 매력을 지닌 에베레스트는 등반 전문가들이 더 강한 매력을 느끼는 곳이지만 더 높고 험하기 때문에 그만큼 더 조심해야 한다. ●알림 신세대 커플 박종화·이선영 부부의 배낭여행기는 필자의 사정으로 이번 네팔편에서 끝을 맺습니다.그동안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 [씨줄날줄] 빌 게이츠 유산

    ‘지구의 자원은 모든 사람의 필요를 위해서는 충분하지만 소수의 탐욕을 위해서는 부족하다.’ 간디는 물질적 풍요가 넘쳐나고 있는 현대에도 많은 민중을 빈곤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는 부의 편중 문제를 이렇게 표현했다.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자본주의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원리 자체의 효율성과 함께 그의 모순을 메워 주는 민주주의적 장치들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세계 최고의 부호 빌 게이츠의 유산 상속 발언은 이런 장치를 재삼 되돌아 보게 만든다. 빌 게이츠는 한 인터뷰에서 세 자녀에게 1000만달러만 물려주고 나머지 재산은 자선사업에 쓰겠다는 뜻을 밝혔다.1000만달러는 그의 전 재산 460억 달러의 0.02%에 불과하다.그는 이미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기부한 상태.그는 “아이들의 인생과 잠재력은 출생과 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이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자기 자녀에 대해 자수성가의 ‘기회’를 주겠다는 것과 세상의 다른 아이들에게도 기회 균등의 환경을 마련해 주겠다는 것이다.그는“재산을 모은 이들은 불평등 해소를 위해 이를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을 발견하길 바란다.”며 구체적으로 교육을 통한 사회 불평등 해소에 자신의 재산을 투입할 뜻을 분명히 했다. 빌 게이츠의 아버지 빌 게이츠 1세는 일찍이 상속세 폐지 반대운동을 통해 부의 사회환원 정신을 알린 바 있다.그는 “아들에게 큰돈을 물려줬다면 오늘의 빌 게이츠는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며 운동에 앞장섰다.이제 아들 빌 게이츠는 부의 사회환원과 함께 어린이를 위한 교육 기회 확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부의 세습 고리를 끊을 수 있는 핵심적 장치인 사회환원과 교육기회 확대를 모두 실천해 보이고 있는 셈이다. 서울대학교 연구팀이 내놓은 서울대 입학생 학부모의 소득 및 교육 정도 분석자료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교육을 통한 부의 대물림 현상 해소에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인데도 어떻게 된 건지 돌아가는 논의는 소외 계층의 배제 논리에 가깝다.빌 게이츠의 유산 발언을 보면서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게 되는 또 다른 이유이다.함께 사는 철학을 갖춘성숙한 자본주의는 우리 사회에는 시기상조인 것일까. 신연숙 논설위원
  • 경제·환경등 한국사회 집중 조망/방송3사 신년 특집프로 ‘풍성’

    지상파 방송 3사가 연말연시를 맞아 다양한 특집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KBS1은 신년 기획 2부작 ‘동북아 경제 삼국지’를 준비했다.1편 ‘일본 제조업의 부활’은 1월1일 오후 10시,2편 ‘13억 중국의 도전’은 1월 2일 오후 10시 방송된다.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동북아 지역 경제 통합의 흐름을 살펴보고,그 속에서 한국 경제가 취해야 할 전략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KBS1은 또 1월1일 오후 11시35분 방송되는 연중기획 ‘평화로 가는 길’에서 세계적인 석학들을 불러 한반도의 북핵 문제를 진단한다.문정인 연세대 교수,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왕지쓰 중국 사회과학원 미국학연구소 소장 등이 출연한다. MBC는 특별기획 10부작 ‘세계의 국회의원’을 1월4일부터 13일까지 오후 11시30분에 방영한다.각국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살펴 한국 정치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4일 네덜란드·대만 편을 시작으로 13일 미국 편까지 차례로 방송된다. MBC는 1일 오후 7시20분 자연다큐멘터리 ‘날아라 뿔논 병아리’를 방송한다.큰고니 논병아리 뿔종다리 꼬마물떼새 등 보호야생종들의 낙원 천수만의 다양한 새들을 만나보는 시간이다.2일 오후 11시15분에는 신년특집 2부작 다큐멘터리 ‘꿈’을 연속방영한다.빈부격차의 심화,기회의 불평등과 가난의 대물림,피폐한 농촌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주변인’들의 삶과 그들만의 꿈을 들여다본다. SBS는 신년기획 3부작 다큐멘터리 ‘환경의 역습’을 내보낸다.화학물질 과민증 환자의 사례 등 우리 생활주변의 공해 문제를 집중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다.1월 3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10시55분에 방송한다. 채수범기자 lokavid@
  • [열린세상] 학교평준화를 위하여

    다시 한 해가 저물어간다.연말이면 거리에 구세군의 자선남비가 나타나고,사람들은 그 곁을 지나며 우리 사회에서 불우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기억한다.올해에는 어느 이름모를 중년신사가 자선남비에 수천만원의 거금을 넣고 사라졌다는 보도도 있었다.그 손길에 복이 있기를. 그러나 자선남비에 적선하고,그렇게 모인 돈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먹이고 입히는 것이 아무리 아름다운 일이라 하더라도,처음부터 사회에서 낙오되고 소외된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제도적 노력을 기울이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스피노자가 말했듯이 모든 가난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한 개인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기 때문에 가난한 자에 대한 배려는 전체 사회 곧 국가가 나서서 사회 복지의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인 것이다.그런데 우리 사회는 개인적 적선을 칭찬할 줄 알아도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이 생겨나지 않도록 사회 복지의 차원에서 제도적 노력을 기울이는 일에는 너무도 게으르다 못해 적대적이기까지 하다. 이를테면 올해 서울대 정운찬 총장을 비롯하여 여기 저기서 터져나온 평준화 폐지론만 보아도 그렇다.국가가 책임져야 할 모든 복지제도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복지이다.국가는 공교육체제를 통해 모든 사회구성원들에게 동등한 수준의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공교육의 혜택이 없다면 사회의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자기실현의 기회를 제공한다.그리고 이를 통해 국가는 기성세대의 사회적 불평등이 자녀세대에게 대물림되거나 확대증폭되는 것을 방지한다.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자녀들이 어릴 적부터 같은 학교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고 어울리게 함으로써 그들이 가정에서 경험하는 삶의 조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적인 마당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하며,이를 통해 그들이 자라서도 한 나라의 시민으로서 서로 소통하고 결속하여 더불어 하나의 조화로운 사회를 형성해 나갈 수 있는 정신적 바탕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국민의 평등한 자기실현을 위한 장치라기보다는 남보다 좋은 대학 가서 남다른 부와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경쟁의 장치이다.그리하여 한국에서 공교육 체제란 사회적 평등과 통합이 아니라 정반대로 사회적 차별과 배제의 장치이다.그런데 천만 다행으로 그런 가운데서도 대다수 지역에서 중고등학교들이 평준화되어 있는 까닭에 교육이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 분열을 촉발하지 않을 수 있었다.그러니까 학교평준화는 사회복지적 관점에서 가난한 계층의 자녀들이 사회에서 낙오하고 소외되지 않도록 만드는 방파제인 동시에,사회통합적 관점에서 사회구성원들의 정서적 및 문화적 단절을 방지해 주는 마지막 보루인 것이다. 그러나 평준화 폐지론자들의 주장에 따라 중등학교에서 평준화가 폐지되면 가뜩이나 위기상황에 처한 한국의 공교육은 그나마 남아 있던 사회적 평등과 통합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자녀의 학력이 전체적으로 부모의 재력에 비례한다는 것은 이제는 공공연한 사실인데,평준화가 폐지되면 부잣집 아이들이 일류학교에 다닐 때,가난한 집 아이들은 삼류학교에 다니게 될 것이다.가뜩이나 대학 서열에 따라 사회적 신분이 결정되는 사회에서 중고등학교의 서열이 부활되면 일류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이 땅의 대다수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학벌차별의 굴레 아래 신음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문화적 단절과 사회적 차별 그리고 서로에 대한 몰이해와 증오 속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자라서 더불어 조화로운 사회와 통일된 나라를 만드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이겠는가? 평수 넓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작은 아파트 사람들과 어울리기 싫어 담장을 쌓는 것만으로도 이 나라 부유층의 몰상식은 차고 넘치는데,배운자들까지 평준화 폐지를 선동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이 나라의 상류층은 어찌 그리 하나 같이 몰상식한지,이 나라에서 살아야 할 아이들이 불쌍할 뿐이다. 김 상 봉 민예총 문예아카데미 교장
  • 서울속 연탄마을 /(하)빈곤의 ‘개미지옥’ 실태

    서울의 연탄마을은 빈곤의 ‘개미지옥’이다.탈출하려고 몸부림칠수록 더욱 깊이 빠져든다.1세대의 가난이 2세대에게 대물림되고 부모의 직업마저 자식에게 상속되는 곳.유일한 탈출수단인 ‘교육’은 빈궁한 가계 탓에 그 기회마저 봉쇄된다. 35년 동안 연탄을 때온 이길수(가명·61·영등포구 문래1동)씨는 일용직 건설노동자다.지난 70년 고향인 충북 충주 읍내의 다방 여종업원과 사귀다 함께 상경한 뒤 응암동과 홍제동,신대방동 산동네를 거쳐 4년 전 문래1동 ‘쪽방촌’까지 흘러들었다. ●가난과 직업마저 대물림 상경 전 충주에서 본처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두었지만 소식이 끊긴 지 오래다.20여년 전 아들이 고등학교를 다니다 가출했고,딸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상경한 뒤 연락이 없다. 이씨는 “가진 것도,배운 것도 없는 녀석들이니 언젠가는 나처럼 ‘막장’으로 흘러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매일이 서울 서대문구 홍제3동,성북구 월곡3동,송파구 거여동,영등포구 문래동 등 4개 지역에서 연탄을 사용하는 20가구의 가계를 추적한 결과 1세대의가난이 2세대에게 고스란히 대물림되고 있음을 확인했다.20가구에 살고 있는 1세대 27명의 직업분포(무직자는 최근 5년 직업)는 공사장 인부가 7명,파출부 4명,주방보조 1명,경비원 1명 등 일용직 비율이 48.1%였다.나머지는 자영업자,공장근로자,택시운전사 등이었고,5년간 직업을 한번도 가져본 적이 없는 사람도 33.3%나 됐다. ●1세대 ‘중졸-일용직’,2세대 ‘고졸-무직’ 다수 2세대 40명 가운데 군 복무·재학중이거나 연락이 두절된 17명을 뺀 23명의 직업분포는 1세대보다 오히려 악화된 양상을 보여줬다.5년간 특별한 직업을 가지지 않은 무직자가 무려 47.8%였다. 교육수준은 1세대의 경우 중졸이 37.1%로 가장 많았다.초졸이 25.9%,고졸과 무학(無學)이 각각 18.5%로 나타나 전체적으로 중졸 이하 저학력층이 60%가 넘었다.2세대 가운데 만 19세 이상의 성인 34명을 조사한 결과 고졸이 44.1%,중졸이 29.4%였고,전문대 재학 이상의 ‘상대적’ 고학력자는 14.7%에 그쳤다. 이같은 결과는 ‘저소득→저학력→저소득’으로 이어지는 빈곤세습의 구조를여실히 보여준다.홍제3동 주민 정옥선(가명·70·여)씨의 가계가 대표적인 사례다. ●가난 때문에 교육기회 놓쳐 정씨는 전북 익산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집안 일을 거들다 31살 때 결혼,공사장을 찾아 전국을 떠도는 남편을 따라나섰다.대전,충북 괴산,부산,경기 부천 등을 거쳐 남편과 사별한 83년 서울에 정착했다.파출부와 노점을 하며 10년만에 홍제동의 무허가 주택을 샀다.하지만 슬하의 2남2녀는 이미 교육기회를 놓친 뒤였다. 중학교만 마치고 살림을 거들어온 큰아들(37)은 택배회사에 다니다 허리를 다쳐 7개월째 집에서 쉬고 있다.둘째아들(33)은 검정고시로 고교과정을 마치고 용산전자상가에서 수리공으로 일한다. 중학교 졸업 후 부천의 섬유공장에 다니던 큰딸(28)은 동료와 결혼해 역시 부천의 산동네에 산다.막내딸(22)은 전문대까지 보냈지만 취직이 안 돼 미용기술 학원에 다닌다.정씨는 “남들만큼 가르치기만 했어도 자식들만은 지긋지긋한 산동네를 벗어날 수 있었을 텐데….”라며 울먹였다. 고려대 사회학과 조대엽 교수는 “지금까지교육은 빈곤층 자녀가 가난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면서 “저소득층 자녀들이 학교교육만으로도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공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세영 이유종 기자 sylee@ ■24년 연탄제조 김두용씨 “15년 전만 해도 좋았죠.연탄을 실을 트럭이 공장 입구부터 100m는 쭉 늘어서 있었으니까요.” 2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삼천리연탄공장 연탄기계를 만지던 김두용(사진·54)씨는 “한참 잘 나갈 때에 비하면 20%도 못 찍어낸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김씨가 이 공장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79년.그때만 해도 연탄공장은 최고의 직장이었다.월급을 ‘대기업 못지 않게’ 받을 정도였다. 연료로서 연탄의 최전성기는 86년부터 88년까지.지난해 문을 닫은 대성연탄과 함께 ‘연탄의 대명사’로 불리던 시절이었다.하루에만 200만장 넘게 찍어냈다.김씨는 “월동 기간인 9월 말부터 12월까지 280여명의 직원들이 매일 아침 6시부터 하루 15시간 꼬박 일해도 주문을 맞추기 힘들었다.”면서 “국민들의 겨울을책임진다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모르고 일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89년 이후 수요가 급감했다.요즘은 하루 30만장도 못 찍는 날이 많다.그 바람에 직원이 이제는 22명밖에 남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공장의 경우 97년 IMF 위기 이후 연탄 수요가 더 이상 줄지 않는 것.기름값은 오르고 있지만 현재의 공장도가격 184원은 20년 전에 비해 두 배도 안 되는 등 가격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김씨는 “요즘 경제가 어려운 만큼 수입 기름보다 값싸고 품질 좋은 국산 연탄을 쓰는 게 어려운 경제를 위해서도 더 좋다.”고 제안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 ■‘달동네' 어제와 오늘 “달과 가깝다고 달동네라고 불리는 것이 얼마나 서글픈지 알어?” 산 모양이 반달을 닮았다는 월곡동(月谷洞).재개발을 앞둔 서울 성북구 월곡3동 산2번지에 사는 김명자(가명·68·여)씨는 30년 이상 연탄 때는 달동네에 살아온 심정을 이같이 표현했다. 이곳은 지난 1960년대 말∼70년대 농촌과 철거지역에서 이주민들이 몰려들기 전에는 주민들이 산비탈을 갈아엎어 밭을 일구는 한적한 마을이었다. 당시 청계천과 중랑천 주변 무허가건물에 살다 정부 시책에 따라 이주한 주민 대다수도 아직 이 곳에 남아 있다.지난해 6월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된 뒤에는 주민들이 이사갈 임대주택과 아파트를 알아보느라 분주하다. 서대문구 홍제3동의 ‘개미마을’도 60년대 이농열기를 타고 이주민이 몰려 들어 생겨난 곳이다.당시 인왕산 북쪽 7부 능선까지 빼곡히 들어찬 무허가 판잣집이 1000가구를 넘었다.하지만 70년대 초 남북적십자회담 당시 북한기자들이 동네 모습을 촬영해 보도하면서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대대적인 철거작업이 시작됐고 큰길에서 훤히 보이던 윗마을 판잣집은 대부분 철거되고 아래쪽에 있던 200∼300가구만 남았다.철거민들은 ‘광주대단지’라 불리던 지금의 성남으로 강제이주됐다.현재 ‘개미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은 대부분 10∼20년전 이사왔다.하지만 동네 모습은 60∼70년대 그대로다.간혹 당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 촬영지로 이용되기도 한다.지금은 ‘아홉살 인생’이란 영화가 촬영되고 있다. 송파구 거여동 182번지에 흙벽돌에 슬레이트를 얹은 판자촌이 형성된 것은 용산역과 신설동,제기동 등지에 살던 무허가 주택의 주민들이 이주해온 1960년대 후반.서울시 재개발계획에 따른 것이다.지난 63년 서울특별시로 편입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남한산 서쪽 산기슭에 800여명이 모여 사는 마을이었다.이후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지금은 900가구를 넘어섰다.동사무소 직원 김영수(51)씨는 “잘 사는 사람들이 인정은 더 박하다.”면서 “3년 전에는 판사 아들이 부모를 여기다 내팽개치고 간 ‘신고려장’도 있었다.”며 혀를 찼다.송파구는 지난 78년부터 재개발을 추진했으나 이곳이 철거되면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세입자 1600여명은 막막하기만 하다. 영등포구 문래1동의 연탄마을 ‘쪽방촌’은 60년대 제조업 중심의 고속성장이 남겨놓은 유물이다.한국전쟁 직후 생겨난 이곳에는 전국 각지에서 피란민들이 모여들었고 경성방적과 방림방적이 들어섰다.여공들로 다락방까지 꽉 찬 70년대 중반이 쪽방촌의 ‘전성기’였다. 그러나 쪽방 대신 철재상이빼곡히 들어선 70년대 말부터 여공들은 하나둘씩 이곳을 떠났고 월세수입이 줄면서 집주인들도 이사를 갔다.거기다 ‘IMF 한파’까지 겹쳐 철재상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으며 쪽방촌은 더욱 썰렁해 졌다. 지금은 세들어 사는 독거노인이 대부분이다.주민들은 5∼6년 전부터 소문으로 떠도는 ‘재개발 계획’에 솔깃해 있다.하지만 미래는 확실치 않다.영등포구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도로가 제대로 정비돼 있는 등 재개발 요건에 맞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
  • 흙냄새 툭툭 털어낸 담담한 ‘들녘의 삶’/농부시인 이덕규씨 첫시집

    “아이고 농부 시인이란 말 쓰지 마세요.농사는 농사고 시는 시입니다.되도록이면 제 개인사를 입에 올리고 싶지 않습니다.” 최근 첫 시집 ‘다국적 구름공장 안을 엿보다’(문학동네 펴냄)를 낸 이덕규(42)는 농부 시인이다.그런데 첫 마디부터 그 표현을 거부하면서 당황하게 만든다.그 이유를 재차 물었더니 이런 대답을 들려준다.“대물림한 농사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농촌 현실을 시로 쓰다 보면 너무 답답해 목소리가 자꾸 높아져요.그게 문학성을 갉아먹는 것 같아요.그래서 농사짓는 이야기를 많이 썼지만 거의 빼고 차분한 것만 모아서 4부에 약간 넣었습니다.” 체험이 앞서면 상상력이 눌려서 거칠고 생경한 작품이 나오는 것을 경계한다는 말이다.그의 말을 입증하듯 이번 작품은 시적 형상화가 뛰어나다.녹록지 않은 긴장으로 행을 이어가고 한 행에 압축하는 묘사가 빛난다. 구체적으로 시적 자아는 ‘독’‘아침이슬’‘칼’의 모습으로 나타난다.이른 아침 뒷산을 오르다 발견한 가시나무 가시에 맺힌 이슬에서 영원을 지향하는 모습을 보고는“바르르 떨고 있었습니다.”(시 ‘자결’)고 노래한다거나 “나는/풀잎 끝에 맺힌/눈 흡,뜨고 사라져가는 아침이슬이다”(시 ‘독(毒)’)라는 대목은 삶의 작은 부분에서 시인만이 ‘보는’ 탁월한 감성을 잘 보여준다.이는 스스로 “오랫동안 독을 삼켜”(시 ‘독’)오면서 세상의 미세한 부분을 들추려는 시인의 ‘깨어있음’에서 나온다.시인은 “밤새도록 허공에 떠돌던/절망의 투명한 미세 입자들이 모이고 모여/더이상 그 무게를 견딜 수 없을 때/”(시 ‘독’) 지상에 내려와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를 캐낸다. 시인의 다른 미덕은 남성다움이다.정진규 시인이 “우리 시가 지니고 있는 정서와 사유의 여성 편중과 어떤 유약성이 걱정되기도 하던 터라 이덕규의 시는 남달리 든든하고 신선했다.”고 평가했듯 그의 시는 강인함이 묻어난다. 여기엔 시인이 그토록 “문학 경력으로 울궈먹고 싶지 않다.”며 감추려 했던 개인적 삶이 원동력인 듯하다.61년 경기 화성에서 태어난 시인은 80년대 대학에 들어가 5년 동안 “시로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시운동에 매진하다 ‘세상의 매’만 맞고 시작을 그만두었다.이후 13년 동안 건설현장을 떠돌다가 90년대 중반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짓고 있다.좌절과 신산한 삶이 그와 그의 시를 담금질한 셈이다. 이런 이력은 “희망은 더이상 슬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완성된다.”(‘그해 겨울’)는 단호함을 낳았다.또 “차령이나 태백산맥의 준령들을 한 바퀴 휘/돌아보고 한 바퀴/휘돌아보고”나서 “북한산 인수봉우리쯤에 턱 버티고 올라서서 뇌성같은 소리로 크게 한 번 울부짖은” 뒤 “꺽정이 같은 놈 하나 만들고도 싶은 것이다.”(시 ‘꺽정이 같은 수상한 날에’)라는 역동적 노래로 이어진다. 문학을 떠났어도 마음의 끈은 한 번도 놓지 않았다는 그는 “70∼80년대 문학판에서 큰 목소리를 낸 사람들이 상업주의와 성담론 혹은 서구 이론 뒤로 숨었다.”고 진단한다.정작 그는 어떤 시를 쓰고 싶을까. “사람들이 그토록 염원하는 세상은 사람이기에 갈 수 없다.이 아이러니를 인식하면서도 그 세상으로 끝없이 밀고가는 운명을 담고 싶다.” 이종수기자 vielee@
  • [데스크 시각] 가난과 함께 오는 절망감

    외환위기 때 파산한 한 기업인은 반지하 17평짜리 셋집으로 이사갔다.그는 첼로를 배우던 딸아이의 레슨을 중단시키면서 가장으로서 큰 절망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돈이 없어 절감하는 궁핍감과 절망감은 사실 겪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그는 강조했다.첼로는 사치일 것이다.가난 때문에 아파트 밖으로 아이들을 던지고 동반자살한 어머니나,아들이 진 수천만원의 빚 때문에 목숨을 버린 아버지가 겪었을 절망은 얼마나 깊었을 것인가.실직자로 수만원이 없어 아픈 아이들을 병원에 데리고 가지 못했던 빈곤이 주는 절망감,내일의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불안감,빚 상환 독촉에 시달리는 심적 고통…. 가난은 그저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되는 ‘불편함’만은 아니다. 한 방송이 벌이는 빈민층의 집고쳐주기 프로그램을 보면 가난한 사람들은 천장에서 물이 새고 벌레가 기어다니는 집에서 산다.빛이 제대로 들지 않는 우중충한 집은 아무리 밝은 성격이라도 어둡게 만들 것 같아 보인다.가난이 얼마나 삶을 황폐하게 만드는가를 보여주는 풍경의 단편들이다.최소한 돈에 아쉬울 것 없는 재벌 회장이 투신자살한 충격에 접하면서 사람들은 ‘그래,돈이 삶의 전부는 아니구나.’ 하고 깨달으면서도 사회 다른 일각에서는 돈이 없어 삶의 전부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현실을 목격한다.이른바 ‘빈곤 자살’이 계속 증가,경찰청은 작년 600명에서 올해는 700명 선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죽음에까지 이르지는 않더라도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헤매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사실 가난은 단순히 파산했다거나 빚을 진 상태라고 돈의 측면에서만 단정짓기에는 훨씬 더 복잡하다.‘가난의 문화구조’가 있으며 이 구조는 국가차이를 넘어 공통된 점이 있다고 한다.계속되는 생존 투쟁,실업,불완전 고용,저임금,어린이 노동,저축 부재와 만성적인 현금 부족,고리채 의존 등이 그것이다. 빈곤층은 알코올 중독자의 높은 발생률,가족 구타,빠른 성(性)경험,낮은 교육,열악한 주거 환경,파산 가정,여자 가장 등의 사회·심리적인 특징도 여럿 공유하고 있다. 궁핍은 정부 등 공식 기구와 기존 가치관에 대한 가난한사람들의 반(反)사회적인 공격성을 높인다는 주장도 있다.가난한 사람들이 절망감을 자학이 아니라 외부로 향할 때 드러내는 파괴적인 행동을 서구 사회는 이미 수십년전부터 연구하고 대처해왔다.집값 폭등,빈부 격차 심화 등이 초래하는 바닥 계층의 절망감은 깊어지고 있다.이들이 저지르는 사회 범죄의 증가와 이를 막기 위한 안전 산업 등은 이제 본격적으로 치르기 시작한 사회적 비용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과 실수로 가난의 구렁텅이로 빠지기도 하지만 카드 신용불량자처럼 사회와 제도 탓도 있다.부(富)와 마찬가지로 가난이 대물림된다는 것은 정설에 속한다.따라서 복지정책을 성장에 저해된다는 논리로,단칼에 거부하기에는 가난의 사회적 과제는 크다.가난한 사람들이 최소한의 인간적인 생활을 누리도록 돕는 것은 바람직하다.그들의 사회에 대한 분노를 삭이는 길은 사회를 보다 안전하게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자살한 재벌 회장의 측근은 상가에서 “진작 좀 도와주지 그랬어요.”라고 조문객들에게 한탄을 했다고 한다.가난한 주검들을 대변해주는 소리는 어디에도 없다. 여야는 복지정책 논쟁만 벌이지 말고 더 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정말 좀 도와주었으면 싶다. 이 상 일 경제부장
  • [수평사회를 만들자]3부 경찰과 시민 (5)일그러진 경찰문화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어느 정도일까.또 경찰의 업무 만족도는 얼마나 될까.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관 1인당 치안담당인구수’는 527명으로 10년전인 92년 512명보다 늘어났다.그러나 같은 시기 사건 증가 수를 감안하면 1인당 실제 업무처리 건수는 엄청난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고소·고발·탄원 등 민원처리 건수는 92년 45만 6758건에서 지난해 103만 984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살인·강도·폭력 등 5대 강력범죄 발생건수도 26만 6728건에서 47만 5369건으로 크게 늘었다.이처럼 구조적으로 ‘혹사’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는 경찰의 사기가 저하되고 치안서비스의 질이 나아질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분석이다. ●권위주의와 불친절 지난 2001년 국정홍보처의 ‘한국인의 의식 가치관 조사’에서 드러난 시민의 경찰에 대한 평가는 참담한 지경이다.20세 이상 전국 1500명의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31.1%로 최하위권이었다.신뢰도 10.5%를 기록한 국회보다는나은 편이었지만 우체국·소방서 등 다른 공공기관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였다.경찰개혁을 외치고 나온 지가 이미 10년이 넘었지만 경찰은 여전히 시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이 국민으로부터 멀어진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권위주의적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경찰대 표창원 교수는 11일 “경찰 내부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권위주의와 국민을 상대로 한 불친절 등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이는 경찰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조직 전반에 깔려 있는 구조적인 모순에서 기인한다.”고 밝혔다. 치안연구소가 지난 2000년 펴낸 ‘경찰 민원인 만족도 향상 방안’에서 연구자들은 고소·고발을 경험한 40명을 심층 면접한 결과를 토대로 인적서비스에 대한 주요 불만 사항으로 ‘위압적인 분위기’와 ‘거친 말투’를 꼽았다. 역사적 전통에서 경찰의 권위주의적 태도를 찾는 시각도 있다.계명대 경찰학부 최응렬 교수는 “기존의 관존민비(官尊民卑)사상의 토대 위에 일제 식민지시대,이승만 정권,군사정권시대로 이어지는 동안 경찰의 이미지는 부정적인 힘을 행사하는 권위주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됐다.”면서 “이 과정에서 부정한 권력과 정권에 시녀노릇을 하던 경찰 이미지는 국민들에게 치유되기 힘든 원죄와도 같다.”고 말했다. ●인사적체에 사기 꺾인 경찰 32년의 경찰 생활을 마치고 정년을 1년 남긴 서울 영등포경찰서 보안과 소속 A(56)경사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퇴직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서른살 첫째아들과 두살 아래 막내아들이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솔직히 내 아들에게는 경찰 일을 시키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30년 경찰 생활에 보람도 있었지만 가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고 박봉에 진급마저 어려운 이 일을 대물림시키고 싶지는 않다.”라는 것이 이유다.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한 A경사는 32년 경찰생활 동안 순경과 경장 등 두 단계 진급하는데 그쳤다.특별히 부정을 저질렀다든지 잘못을 해서도 아니다.경찰 인력구조 자체가 다른 행정 부처보다 승진이 어렵게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평생 경찰생활 해봐야 말단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라는 얘기가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나돌기도 한다.전체 경찰관 9만 1592명 가운데 경찰서장급인 총경 이상은 전체의 0.5%에 불과하다.반면 경사 이하가 86.2%에 이른다.하위직은 비정상적으로 많고 고위직은 적은 ‘에펠탑 구조’인 것이다. 일반 공무원과 경찰간 직급을 비교해 보면 5,6급에 해당하는 경정부터 경위의 비율이 13.3%이지만 일반 공무원은 35.8%를 차지한다. 또 경찰은 말단 순경에서 6급인 경감까지 진급하는데 24년이 소요되는 반면 일반 공무원은 평균 17년이 걸린다.경찰청 관계자는 “취약한 인력구조 때문에 실제 일선업무를 담당하는 조사·수사·형사 분야의 중간계층이 엷어지고,이 같은 현상이 경찰조직의 전반적인 사기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당정협의에서 경찰간부 확충방안 등을 골자로 하는 ‘경찰직급별 인력구조 개선방안’에 대해 일선 경찰들이 환영의 뜻을 나타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고질적인 문제인 인사적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데다 경찰로서 자부심을 높일 수 있는 조치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으로는 현재의 에펠탑식 인력구조를 ‘종형구조’로 바꾸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경찰청 경찰혁신기획단 관계자는 “우리 경찰과 같은 인사적체를 겪었던 일본에서는 중간층을 두껍게 하는 ‘종형’으로 전환하면서 어려움을 해소했다.”면서 “하지만 인사는 경찰예산과 직결되는 복합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대안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과도한 업무가 불친절로 이어져 경찰의 업무과다는 객관적인 통계자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주요범죄발생추이,연도별 경찰관 수의 변화와 경찰관 1인당 담당 인구수의 변화,경찰의 각종 민원처리 현황 등의 자료를 종합하면 경찰관의 업무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업무에 시달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민원인들에게 친절하게 대하지 못할 때가 많다고 일선 경찰관들은 토로하고 있다. 이 같은 업무과다는 실제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물론 경찰관 순직,공상자 통계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지난 2001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여태수씨가일선 경찰관 38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4.4%인 208명이 ‘매우 많다.’또는 ‘많다.’고 응답했다.‘업무가 적다.’고 응답한 사람은 2.1%인 8명에 불과했다.43.5%인 166명은 ‘보통’이라고 답했다. 지난 1997년부터 2002년 말까지 6년간 순직 경찰은 292명,공상자는 4340명에 이른다.순직 원인으로는 과로가 60.9%로 가장 많았다.교통사고가 31.5%로 뒤를 이었다.공상의 원인으로는 업무중 안전사고가 32.4%,교통사고가 31.2% 등을 차지했다.지난해 순직한 경찰관 39명 가운데 27명이 과로 때문에 숨졌다. ‘업무가 지나치게 많다.’는 일선경찰관의 불만이 볼멘 소리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대목이다.경찰청 관계자는 “업무과다로 인한 과로사나 공상은 점차 줄고 있는 추세이지만 다른 직업군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편”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부처에 대한 업무협조 부담이 유달리 많은 것도 경찰관들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법무부 관련 벌과금 징수 및 재조사 업무,대용감호 운영업무,국방부 관련 향토예비군 무기 탄약관리.각종 경비동원 업무 등도 경찰의 몫이다. ●“경찰 문화 개선해야” 자성의 목소리 경찰학자들은 경찰조직에 대한 비판 이전에 경찰자체가 내포하고 있는 특수성을 이해할 것을 주문했다. 지난해 한국경찰발전위원회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발표된 ‘경찰조직의 문제점과 발전방안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경찰은 법집행에 있어 강제성을 띠는 조직이고 국가공권력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는 만큼 다른 행정조직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다시 말해 경찰 업무는 국민을 대상으로 한 단속 등 기본적으로 권력성과 강제성이 있기 때문에 여론의 태도는 적대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도 이같은 조직문화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국민이 경찰에 원하는 것은 완벽한 수사가 아니라 성의 있는 자세라는 점을 경찰도 깨닫고 있다.”면서 “일선 경찰관들의 동참을 유도,작은 변화라도 스스로 일궈낼 수 있느냐가 경찰 개혁의 관건”이라고 밝혔다. 유영규 이유종 기자 whoami@
  •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로 간다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도입이 탄력을 받고 있다.대통령 직속 정부혁신 지방분권위원회가 내년 시행 방침을 재천명한 데다,한나라당마저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며 찬성으로 돌아섰다.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는 9월 정기국회 법안 제출을 자신하고 있다.그러나 위헌 시비와 재계 반발을 잠재우는 일이 쉽지 않아 본격적인 추진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재경부,“90% 진척” 재경부 김영룡(金榮龍) 세제실장은 30일 “제도 도입을 위한 법률 개정작업이 90%가량 진척됐다.”고 밝혔다.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지난달초 “(막상 법률작업을 하려고 보니)난감하다.”고 말해 중장기 과제로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던 점에 비춰 보면,예상밖의 진도다.재경부는 지난 21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재산분과 회의를 열어 완전 포괄주의 도입에 따른 문제점을 논의했다.이어 용역을 의뢰한 성낙인(成樂寅) 서울대 법대 교수팀으로부터 중간보고도 들었다.성 교수는 “부(富)의 변칙 대물림을 차단하기 위해 완전포괄주의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위헌소지를 걸러내기 위한)세부작업을 마무리 중에 있다.”고 밝혔다. 과거 우리나라는 상속·증여의 경우,법에 열거된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서만 세금을 물리는 ‘열거주의’를 채택했었다.그러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아들 재용씨의 편법상속이 사회적 논란거리로 대두되면서 2001년 14개 과세유형에 대해 포괄적으로 세금을 물리는 현행 ‘유형별 포괄주의’로 전환했다.노 대통령은 유형을 미리 정하지 않고 모든 상속·증여에 과세하는 ‘완전 포괄주의’를 도입하자는 공약을 제시했었다. ●법적 쟁점들 김영룡 실장은 “예컨대 전환사채(CB)의 이자와 배당소득을 증여로 볼 것인지,아니면 소득으로 볼 것인지 논란이 분분하며 이렇게 경계가 불분명한 이익이 너무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과세시점을 언제로 정할 것인지도 논란거리다.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적용하면 ‘조세 법률주의’(세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는 원칙)에 위배되고,너무 촘촘히 짜면 포괄주의 취지에 어긋난다.따라서 현행 14개 과세유형을 구체적인 예시 사례로 돌리고,예시 사례별로 ‘포괄주의’를 적용하는 대안도 거론된다.재경부측은 “일반국민과 재계,법률 전문가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일이 쉽지 않다.”고 털어 놓았다. ●한나라당 지지 선회,재계는 여전히 반발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지난 28일 한 인터넷 토론회에 참석해 “현행 상속세법은 재벌이 합법적으로 엄청난 돈을 증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면서 “법을 고쳐 완전 포괄주의를 도입해야 하며,당론도 이에 맞춰 바꾸겠다.”고 밝혔다.공식당론 은 아직까지는 ‘반대’다. 재계는 상속세를 폐지하고 있는 세계추세에 어긋날 뿐 아니라 과세권 남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丁文健) 전무는 “국민소득 2만달러 구현,세계 10대 기업 육성 등 참여정부가 지향하는 시스템에 상속·증여세 완전 포괄주의가 부합하는 코드인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안미현기자 hyun@
  • ‘稅制공화국’/ 각종현안 세금처방 남발 정책 우선순위 뒤죽박죽

    새 정부의 각종 경제정책 수단이 너무 ‘세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더욱이 한꺼번에 세제 개편안을 마구 쏟아내는 바람에 ‘정책적 우선순위’마저 실종돼 실효를 거두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강하게 일고 있다. 물론 정부의 고유 기능들이 민간부문쪽으로 상당부분 이양되고,금융정책 수단도 금융권의 자율기능으로 넘어간 탓도 있을 것이다.세제수단 외에는 정부에 강도높은 정책 수단이 마땅치 않은 실정도 세제 개편 홍수를 부채질하고 있다.그렇다고 무턱대고 세금문제를 동원하는 ‘세제만능주의’는 오히려 독(毒)이 될 것이란 지적도 만만찮다. ●툭하면 세제처방 새정부 들어서 내놓은 세제정책만도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경기·투자활성화를 위한 법인세 인하,중소기업 최저한세율 인하,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비과세·감면 유예조치 등에서부터 부동산투기억제책까지 다양하다.변칙적인 대물림을 차단하기 위한 상속·증여세의 완전포괄주의,재산세·종합토지세 등 보유세 강화방안 등 ‘세제공화국’이라고 부를 만큼 동원가능한 세제수단이 선보이고 있다.급기야 1가구1주택이라도 양도세를 물리겠다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태다. ●의욕은 앞서는데,추진은 산넘어 산 법인세 인하와 근로소득세 감면 등은 당장 올해 안에 입법을 추진할 방침이다.부동산 보유세도 매년 3%포인트씩 올려 5년 동안 20%포인트를 인상하기로 하고 종토세는 10월부터,재산세는 내년 1월부터 인상분을 적용하기로 했다.하지만 법인세율은 현행 최고세율 27%에서 경쟁국 수준(20∼22%)으로 낮춘다는 복안이지만,향후 세수 확보 등을 감안하면 그리 큰 폭으로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보유세 강화도 과표현실화 차원에서 바람직하긴 하지만,지방자치단체와 행정자치부·재정경제부간의 이해관계에 얽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1가구1주택 비과세도 실거래가를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행정력을 투입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국회 통과 여부는 별도의 문제다. ●우선순위가 없다(?) 새 정부가 추진키로 한 세제 정책들은 부문별로 정책적 목표가 다르다.법인세 인하 등은 경쟁차원에서,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도입 등은 글로벌스탠더드의 차원에서,1가구1주택 비과세 폐지 등은 형평성 차원에서 접근돼야 한다.그러나 이같은 각기 다른 목적의 세제정책은 동북아중심국가 건설,빈부격차 해소,지역균형발전 등의 국정과제 추진과 뒤엉켜 우선순위가 실종되고,정책적 혼선마저 초래하고 있다, 정부 부처의 한 간부는 “새정부들어 효율보다는 형평에 무게를 두다 보니 세제개혁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모든 세제를 벌집쑤시듯 쑤셔만 놓을 게 아니라 실현가능성,목적성 등을 꼼꼼히 따져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흥적 발상인가,의도된 집행인가. 세제개혁과 관련된 새정부의 정책수단들은 예고없이 불쑥 튀어나온 예가 적지 않다.법인세 인하도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 지난 2월27일 취임사를 하는 과정에 느닷없이 불거졌다.이후 청와대측과의 혼선이 거듭되다 추진하는 쪽으로 겨우 가닥을 잡았다.부동산 보유세 강화문제도 강남지역의 부동산투기가 극에 달하면서 양도세 실거래가 과세에 추가된 대안 중의 하나였다. 최근 김 부총리의 1가구1주택 비과세 폐지방안도 기자간담회에서 슬그머니 공론화 필요성이 제기된 뒤 가시화됐다.당시 김 부총리는 전부터 검토해왔으며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는 상황에서 공론화한 것이라고 말했지만,비과세 폐지에 따른 실효보다는 투기심리 억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고도의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일각에서는 새 정부의 세금 만능주의 원인을 김 부총리의 개인적 색채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자타가 공인하는 ‘세제통’답게 복잡한 경제정책을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세금’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다. 조세전문가들은 “어떤 세제정책이나 조세저항에 부닥칠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세제개혁의 필요성과 당연성을 납세자에게 먼저 인식시킨 뒤 우선순위를 두고 점차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특히 감세안의 경우 당장은 입에 달지만 멀리 보면 재정운용을 압박하는 등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실제 화물차의 경유 보조금 100% 지급 등을 계기로 정치권·이익단체등이 감세를 요구하는 등 세제를 통한 무리한 경제정책이 적잖은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주병철 안미현기자 bcjoo@
  • [CEO 칼럼]청소년 경제교육

    1990년대 말 이후 2000년대 초까지의 외환위기 과정에서 국내 출판시장에 나타난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경제서적이 불티나게 팔렸다는 점이다.특히 ‘부자 아빠,가난한 아빠’와 같은 노골적인 제목의 책들은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며 돈에 대해 겉으로나마 초연해야 한다고 교육받은 기성세대의 사고를 크게 바꿔놓았다. 이처럼 경제 관련 서적이 인기를 모은 것은 개인과 사회가 모두 ‘이런 식으로는 더 이상 안된다.’는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기성세대들은 해방 이후 앞만 보고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경제운용 방식도 성장 일변도였다.이 과정에서 우리는 경제 체질을 튼튼히 하는 작업에 소홀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외형적인 경제성장에 도취한 나머지 오늘날의 풍요로움이 대를 이어 계속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진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우리 부모세대는 힘들게 일해 번 돈으로 집 장만하고 자식 공부시키는 재미로 살아왔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다르다. 많은 젊은이들은 부모를 잘 둔 덕분에 눈치보며 경쟁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그런 자식들이 힘들고 어려워하는 것을 참지 못하는 억척 부모들도 상당히 많다. 다행히 최근 들어 우리 주변에는 늦게나마 깨달은 경제관과 ‘돈에 대한 지혜’를 자식에게까지 적극적으로 물려주려는 ‘부자 아빠,부자 엄마’가 하나 둘씩 늘고 있다.사회 분위기도 무르익어 언론 매체나 대기업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경제교육캠프를 열고,재정경제부 등 경제부처도 관련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린이·청소년 대상의 해외 경제·금융 교육기관까지 국내에 진출했다고 하니 이만하면 ‘경제지식 대물림’에 대한 인프라는 부족함이 없다고 하겠다. 국내 20대 실업률이 전체 실업률의 두 배를 웃도는 7.2%에 이른다고 한다.또 신용불량자가 300만명을 넘어섰으며,이 가운데 절반 가량이 20∼30대라고 하는 놀라운 소식도 들린다.불황 속에서도 젊은이들이 모이는 장소는 불야성을 이루며,비싼 명품 시장은 자기만족을 위한 젊은이들로 넘쳐나고 있다. 돈 버는 능력 없이 돈 쓰는 능력만 기형적으로 발달해버린 젊은 세대들이 앞으로 사회의 기성세대로서 중추적인 경제주체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높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소기업과 소위 3D 업종은 극심한 인력난에 허덕이는 실정이다.쉽게 벌고 쉽게 쓰고자 하는 젊은층의 경제관과 소비행태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돈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돈 버는 것과 쓰는 것’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한 교육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기성세대들이 이 일에 앞장서고 있는 것도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돈 자체보다 돈에 대한 철학을 물려주고,어떤 과정을 통해서 우리 경제가 건강하게 성장해 나갈 수 있는지를 가르쳐주려는 이런 움직임이 한 순간의 교육열이나 유행이 되어서는 안된다.국가와 가정,기업이 모두 나서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야 한다. 우리 아들과 딸들이 땀흘려 일하고 그 대가로 수익을 얻는다는 생각,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인식,우리의 풍요가 원래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성장한다면,그들이우리 경제의 주체가 되었을 때 우리 사회는 좀 더 건강하고 긍정적인 미래를 꿈꾸어 볼 수 있지 않겠는가. 김 주 형 CJ(주)사장
  • 부모 건강해야 자식도 건강

    대학원등서 자녀교육 단기과정 운영 ●좋은 엄마란? 오늘날 ‘좋은 엄마’란 ‘인자한 어머니’와 달리 철저하게 세속적인 기준에서 아이들의 앞날을 위해 노력을 하는 사람을 일컫게 됐다. 누군가는 아이의 대학진학을 기점으로 좋은 엄마는 확연하게 구별된다고도 한다.아이가 명문대학에 진학하면 남편은 아내의 등을 툭툭 두드리며 “당신 수고했어.”라고 칭찬하지만 반대의 결과가 빚어지면 입시에 실패한 책임은 정작 수험생인 아이보다 어머니 몫이다.남편은 “당신은 집에서 하는 일이 뭐야?”라고 윽박지를 수 있어도 아내가 “당신도 아버지로서 부족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든가…. 그래서 “엄마가 직장생활을 하면 아이들 뒷바라지는 못한다.”는 편견은 진실로 여겨지고 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첫 아이를 낳거나 첫애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들이 많았다면 요즘에는 대학입시 뒷바라지를 위해 중년여성의 퇴직이란 새로운 직장문화도 있다. ●부모노릇도 배우는 시대 그래서 ‘부모노릇도 배워야 한다.’‘부모자격’‘부모면허’라는 자극적인 문구를 내세운 부모교육이 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아이의 발달과정에 맞춰 ‘이렇게 키워야 한다.’는 정보를 얻기 위해 책을 읽고,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다행히 아이가 아니라 부모들 그 자체의 인생에 초점이 맞춰지는 등 교육 내용이 최근 달라지는 추세다.‘부모가 건강해야 자녀도 건강하다.’는 식으로 부모의 건강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이다. ●대물림되는 양육태도,그러나 “나는 이담에 엄마 되면 아이를 우리 부모처럼 키우지 않을 거야.”라고 말한다.그러나 비교당한 아픈 기억이 있는 사람은 늘 아이들을 비교해 상처를 주고,매를 맞고 자란 사람은 아이들을 마주하면 목소리가 높아지고 손이 먼저 올라간다. 부모에게서 보고 배운대로 부모노릇을 하게 된다.그렇다면 절대로 ‘나쁜 부모’를 가진 사람은 ‘좋은 부모’가 될 수 없는가? 다행히도 그렇지는 않다.몸에 배어 있는 부모의 모습을 떨쳐버리고,무의식에 잠재해 있는 부모의 모습을 수정할 기회를 마련하는 정서체험으로 이를 바꿀 수있다는 것이다.자녀를 변화시키려는 교육이 아니라 부모 자신이 변화해야 한다는 점,그것이 바로 참된 부모교육이며 건강한 부모교육이다.어린 시절,자신에게 상처로 남아있는 감정들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 전제조건이다.즉 부모의 성격을 변화시키고 이를 통해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본질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좋은 부모=건강한 부모 부모훈련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기 사랑’이다.사람들은 이전의 정신적인 문제가 치료되지 않고 무의식에 각인(刻印)되면 교정되지 않는다.그래서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부모교육이란 자신의 어린 시절의 아픔을 털어내는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즉 좋은 엄마가 되는 길은 의외로 간단하다.부모 자신이 건강한 인간으로 스스로 자유롭고,행복해지면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먼지 한 톨 떨어지지 않도록 집안청소를 하고 더 좋은 학원을 찾아 헤매는 이 땅의 어머니란 이름의 여성들이 함께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어디서 부모교육을 받을까? 경희대 교육대학원은 1년 정규과정의 ‘자녀교육전문가 양성과정’을 2001년 신설,운영해오고 있다.또 동서심리연구소(www.selfone.com 02-564-3231)는 8주과정으로 ‘건강한 부모훈련’을 하고 있다. 한국심리교육연구소(www.mindip.com 02-3472-3296)와 한국청소년상담원(www.kyci.or.kr 02-2253-3811),한국부모교육센터(www.koreabumo.com)에서도 부모교육을 받을 수 있다. 허남주기자
  • [여성으로 살기 엄마로 살아가기] 1부.정체성 고민하는 엄마

    가정에서 아버지보다 어머니의 발언권이 세다고 말한다.경제권은 물론 자녀양육도 전적으로 아내 몫이라 말하는 남자가 많다.그러다 보니 위기에 이른 교육현실조차 여성,어머니에게 그 원인을 돌리는 사람들이 있다.실제로 여성들은 모성의 이름으로 기꺼이 가정을 이루고,아이를 낳고,키우지만 늘 “과연 잘 하고 있는가?”라는 스스로의 물음에 부딪히고,때로 아이가 잘못되면 자책으로 괴로워한다. 딸로 태어나 여성으로 성장해서 아내로,어머니로 살아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지만 여성의 정체성과 어머니의 역할은 때로 충돌한다.희생의 상징인 지난 시대의 어머니와 비교하면 오늘의 엄마노릇은 편해 보인다.그러나 변화하는 세상에 발맞춰 여성이 변해야 한다는 절대명제는 여성을 괴롭히고 동시에 어머니를 괴롭힌다.여성이면서 어머니인 데 대한 정체성 문제로 고민해야 하는,이 시대에도 여전히 녹록치 않은 여성들의 삶을 3부로 나눠 짚어본다. ●딸이 바로 30년전 내모습 딸들은 말한다.“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엄마처럼 희생하면서,엄마처럼 고생하면서,엄마처럼 할 말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산다는 것에 대한 비판은 여성적 관점에서 바라본 한 세대 전 여성의 삶의 실체다.물론 이 말을 할 때 딸은 엄마편이 아닐 때가 더 많다.엄마를 이해하기보다는 정면으로 엄마를 비난하기 위한 말로도 사용된다. 그러나 속깊은 곳에는 타인을 위한 배려만이 있을 뿐 정작 인간으로서,여성으로서 ‘자신’을 빠뜨린 채 살아온 엄마에 대한 딸의 안타까움이 담겨있다. 남편이나 아들,남성들이 모성을 담보한 생활의 안락함과 편안함을 부담없이 즐길 때 딸은 어머니의 삶이 남녀평등한 시대와 떨어져 있음에 눈뜨고,자신의 삶에 드리운 불평등의 냄새를 맡게된다.그렇게 딸은 여성으로 자란다. “그래 그래,엄마처럼 살지 말거라!”,한숨을 섞었지만 소망을 담아 내 딸은,내 딸만은 좋은 세상을 살 것을 어머니는 기원한다.“너도 살아봐라.여자가 별 수 있나….”라고 얼핏 듣기에는 악담처럼 ‘뻔한 여자의 삶’을 지적하는 어머니도 있다.그러나 딸로부터 이런 비난을 들을 때 어머니들은 똑같이 회상에 젖어들고 만다.딸이 쏟아내듯 던진 불평은 자신이 바로 20년 전 혹은 30년 전,자신의 어머니에게 쏟아놨던 말이기 때문이다. ‘왜 여성으로서의 삶과 어머니로서의 삶은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의 자존심을 동시에 지키고,만족시킬 수는 없을까.’하는 문제의식이 딸의 불평에는 분명 들어 있다.“엄마처럼 살지는 않을 테야.” 어머니처럼 안 살겠다고 그렇게 선언했지만 ‘정서적 문제의 대물림’에서는 자신만이 예외일 수 없다.‘어머니처럼 좋은 어머니가 돼야 한다.’는 생각은 ‘현대 여성’에게도 강박관념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대의 어머니가 기준이기 때문에,‘엄청나게 여자들이 살기 편해진’ 지금의 여성은 대부분 그의 어머니만큼 부지런하지도,그만큼 살림을 잘 하지도,그만큼 품이 넉넉하지도 않아 보인다.“요즘 여자들은∼”으로 운을 떼면 쏟아질 흉은 웬만한 그릇에는 담을 수도 없을 것 같다. 결혼한 직장 여성들이 갖고있는 ‘슈퍼우먼 콤플렉스’도 전업 주부였던 자신의 어머니를 기준삼아 자신을 비교했기 때문이라는말에 직장여성들은 한결같이 동의한다. ●능력 있는 여자,능력 없는 여자 격변하는 세상은 여성에게 다양한 역할을 요구한다. 희생하고,인내하던 옛날의 어머니상은 영원한 칭송의 대상으로 이 시대에도 여전히 요구되는 덕목이다.그외에도 이 시대의 여성들에게는 다양하고 유능한,시대에 맞는 여성상까지 함께 요청된다.그래서 전업 주부도 직장을 가진 여성도 힘들긴 마찬가지다.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또는 좋은 아내가,엄마가 되지 못한다는 열등감에 시달린다. 더욱이 여성이 맵고짠 살림솜씨만으로 전적으로 인정받는 시대는 지났다.“나는 집에서 살림만 하는 아내가 좋다.”며 결혼 초,직장을 그만두게 했던 남편도 은근히 ‘능력 있는 마누라’를 가진 친구들을 부러워한다고 말하는 여성들도 있다. 전업주부 이정화(43·서울 성북구 돈암동)씨는 요즘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고있다.주변에 살림만 하던 전업주부들이 하나 둘 파트타임 직업을 찾기 시작하더니 요즘에는 아예 ‘집에서 노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막상 직장을 갖는다는 것도 쉽지 않지만 남편이 실직을 한 것도 아닌데 좀 어렵다고 팔 걷어붙이고 나서는 것은 내 남편 기죽이는 일 같아 더 어렵다.”고 말했다.“남들처럼 고액과외는 못 시켜도 학원 갔다오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 차려줘야 한다.”고 자신의 역할을 분명하게 알면서도 요즘 전업주부라는 말이 ‘무능’과 동의어로 느껴진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단다. 더욱이 엄마가 집에 있다는 사실을 마냥 좋아하던 아이들도 초등학교 상급학년만 되면 직업 가진 친구엄마의 명성이나 세련됨,풍족함을 부러워하기도 한다고 공허함을 표현하는 여성들도 많다. 20년 경력의 고교 교사 서경은(47)씨는 “아침마다 ‘엄마,학교 안갔으면 좋겠다.’고 말리던 딸에게 ‘네가 초등학교 5학년까지만 직장 갖겠다.’고 약속했었다.그런데 정작 5학년이 되자 딸은 ‘직장을 갖고 있는 엄마가 더 근사하다.’고 말했다.”고 경험을 털어놓았다.아이에게 작은 문제만 터져도 일하는 엄마탓으로 여겨져 “자아 실현한답시고 아이들을 방치하는 것은 아닌가.”하고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조금만견뎌라.아이들도 직장가진 엄마를 더 좋아한다.”고 말해주며 서로 격려해준다고 말했다. ●달라진 세상… 사회 보수성은 여전 여성의 위치가 유사이래 가장 높아졌다는 이 시대,오히려 남자들이 역차별 당한다고 비명이다.대부분 직장남성들은 월급은 명세서에서나 확인할 뿐,아내의 손에 고스란히 들어간다며 ‘여자들 세상’이라 확신한다. 그렇다면 남녀차별은 시효가 지난 사어(死語)인가.아내들은,여성들은 지난 시대의 삶과 확연히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가. 대부분 여성들은 “여자들 사는 것은 시대가 지나도 비슷하다.”고 말한다.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하나 참으면 된다.”는 말로 어려운 삶의 고비를 넘긴다는 것이다.지난 시대,그의 어머니가 바로 그랬듯이. 주부 남현숙(38·서울 서초구 반포동)씨는 때때로 찾아드는 무력감의 원인을 “나만 참으면 남편이나 애들이나 다 편안하다.”는 생각으로 넘겨버린 일들이 때때로 덫처럼 나를 죄는 것 같다.”고 한숨을 섞어 말했다. 이렇게 인내의 한계에 이를 때쯤 아내는 남편을 향해 쏟아놓는다.“나도 귀하게 자랐다.”“나도 귀한 딸로 자랐다.” 이 말 한마디는 여성으로서의 자존심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는 뜻이다.이쯤이면 ‘아내는 한 손에 꽈∼악 쥐고 산다.’는 남편도 물러설 준비를 해야 한다.가정의 평온을 유지하려면 말이다. 어떤 남편은 불뚝 성을 냈다가도 아내의 이 말 한마디에는 그만 풀이 죽는다고 말했다.“아내는 무엇이든 받아줘야 하는 사람으로,어머니 같은 존재로 그냥 믿겠거니 하고 지냈다는 생각,그동안 ‘남의 딸’을 너무 고생시켰다는 생각으로 번쩍 정신이 든다.더욱이 나도 딸이 있는데….”라면서. 내 딸은 좀 나은 세상살기를 바랐던 부모들 덕에 현재의 중년 여성들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받았다.집안내 사소한 남녀차별은 있었지만 그래도 ‘달라진 세상’이라 믿었다.그러나 결혼과 함께 부딪힌 이 사회의 보수성은 여성들에겐 참으로 드높은 벽이었다. 그 벽에 부딪혀 상처입기도 하지만 여성이나 인간으로서의 자신보다는 ‘엄마처럼 사는 것’이 가정을 지키는 지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궁상맞아 보이고,답답해 보이던 어머니의 삶을 자신도 답습하고 있음에 소스라차게 놀라게 되지만 ‘가정의 평화’‘아이들을 위해서’라는 모성 앞에서 평등이나 여성성은 단숨에 허물어지고 만다. 최근 회사원 김영형(4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씨는 동갑내기 아내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일요일이면 하루종일 텔레비전 리모컨을 돌리며 베개만 껴안고 지내도 불평하지 않았던 ‘무던한’ 아내가 옹골차게 내뱉은 말,“잠들어 있는 나의 여성의식을 깨우지 말라.”는 말 때문이다.“솔직히 놀랐어요.대학시절 활동적이었던 아내가 결혼 후 꼭 내 어머니처럼 억척같이 아끼고 살림만 했어요.그런 아내의 입에서 ‘여성의식’이란 말이 새삼스럽게 나왔으니까요.아내도 장인어른의 귀여운 막내딸이었는데 말입니다.” 허남주기자 hhj@
  • [시론] 재벌개혁의 수단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재벌그룹들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소유구조와 출자현황 등을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하기로 하는 등 재벌개혁을 강력히 추진키로 했다. 또한 국세청은 재벌 일가를 포함한 고액재산가를 개인·세대별로 특별관리해 변칙적인 부(富)의 세습을 막기로 했다.특히 신주인수권부사채(BW)나 전환사채(CB) 등 신종 사채를 이용해 부를 대물림하거나 상속·증여세를 누락하는 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개인별 금융자산 데이터베이스’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재벌 문제가 재벌 특유의 소유·지배 형태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총수에게 지나치게 편중된 재벌의 소유·지배구조는 결국 오너의 경영전권 및 전횡체제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현재도 상장사의 경우에는 소유상황 및 출자현황은 알 수 있지만,그룹 전체 계열사의 상황을 자세히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재벌 계열사인 데도 자산이 70억원 미만인 비상장사는 일반인들이 소유상황 등을 알 수가 없다.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유구조 공개 의무화대상을 모든 재벌 계열사로 확대해야 한다. 요즘 검찰이 최태원 SK㈜ 회장의 편법상속 및 SK증권 주식 이면거래 의혹 사건에 대해 전격 수사에 착수한 것을 놓고 시기나 형평성에 대해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SK그룹이 받고 있는 혐의는 SK글로벌과 미국 JP모건사 사이의 주식거래를 둘러싼 배임 혐의와 최 회장과 SK글로벌,SK C&C,워커힐호텔 사이의 주식거래를 둘러싼 부당내부거래 혐의 등이다.특히 부당내부거래는 최 회장의 소유·지배구조를 좀더 확실하게 구축하려는 작업과 연관된 것이어서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부당내부거래에 의한 편법 소유구조 개편은 최근 거론되는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와 깊은 관련이 있다.한국은 세법에 열거된 상속·증여행위에 대해서만 과세를 하는 ‘열거주의’를 기본으로 하고,‘유형별 포괄주의’로 이를 보완하고 있다. 완전포괄주의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법에 열거되지 않더라도 ‘사실상의 상속·증여’가 발생하면 모두 세금을 매겨 세법의 허점을 뚫고 부를 세습하는 행위를 원천봉쇄하는 것이다. 재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소수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 총수가 순환출자 등을 통해 경영전권을 가지고 선단식 경영,황제경영 등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이와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상속·증여에 대한 완전한 포괄과세를 실시하면 세월이 흐르면서 저절로 전문경영인 제도가 정착될 것이다.또한 조세정의와 부의 재분배 효과도 함께 얻을 수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재벌 계열사가 순자산액 대비 법이 정한 일정비율 이상을 초과하여 다른 회사의 주식을 취득·소유하는 것을 금하는 것으로 재벌들이 순환출자로 무분별하게 확장하는 것을 막으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향후 바람직한 한국 재벌의 형태는 현재의 소유구조를 인정하면서도 경영책임을 물을 수 있는 합리적인 지주회사 제도이다. 그러나 지주회사가 총괄하는 계열사들은 상호출자,상호지급보증,내부거래 등의 금지를 통한 철저한 독립경영을 유도하되 계열사간의 시너지효과는 인정하는 독립기업들의 연합체가 바람직하다.따라서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구조조정본부의 인위적인 폐지보다는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지원하고 경영책임을 좀더 명확히 할 수 있는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현재의 지주회사 설립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강 명 헌
  • 국세청, 재경위 업무보고/고액재산가 가구별 세무관리

    주식·부동산 등을 많이 보유한 고액재산가에 대해 ‘가구별’ 세무관리가 이뤄진다.‘개인별 금융자산 데이터베이스’도 구축돼 자본거래를 통한 변칙 상속·증여행위에 대한 과세가 강화된다. 변호사·의사 등의 전문직 사업자와 자영업자에 대해 벌어들인 만큼 세금을 내게 하기 위해 ‘현금영수증 카드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된다.(대한매일 2월3일자 1면참조) 국세청은 19일 국회 재경위 업무보고에서 변칙 상속·증여를 통한 부(富)의 대물림을 막고 고소득 전문직 사업자와 자영사업자에 대한 과세를 정상화하기 위해 이같은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주식 등 금융자산과 부동산을 많이 소유한 고액재산가에 대해 전산시스템을 이용,개인뿐 아니라 가구별 관리를 추진키로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고액재산가의 기준은 부동산 과다 보유자로,재산세와 종합토지세를 일정 금액 이상 납부한 사람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또 주식·채권·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변칙적인 상속·증여행위의 수단이 될 수 있는 금융자산에대한 개인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자본거래 등에 대해 철저히 과세키로 했다. 아울러 현금거래 때 사업자의 단말기를 통해 영수증을 발행하고,거래내역이 실시간 국세청에 자동 통보되는 ‘현금영수증 카드제도’를 도입,술값 등을 현금으로 치를 때에도 신용카드로 결제했을 때처럼 소득공제 및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
  • [사설]검찰수사 경제 충격 없게

    검찰이 SK그룹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와 배임 혐의에 대한 고강도 수사에 나섰다.공정거래위원회도 이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제재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이번 수사는 대기업 오너의 재산증식을 둘러싼 편법·탈법적인 혐의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이것이 사실이라면 부당한 재산의 대물림은 단호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본다.최 회장은 지난해 3월말 자신이 소유한 워커힐호텔 주식을 계열사에 시가보다 비싸게 팔아 남긴 차익으로 SK(주)의 경영권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탈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기업 오너들의 떳떳지 못한 부의 세습과 경영권 장악은 국민들의 위화감을 조장하고 근로의욕을 저하시킨다. 따라서 혐의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 같은 행위는 단죄하는 게 마땅하다. 이번 검찰 수사는 엄정하고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해당기업이 소명하고 있는 대목은 억울함이 없도록 공정하게 법집행이 따라야 한다.또한 검찰의 수사 배경을 두고 이런저런 해석이 분분한 만큼 수사가 투명하게 진행돼야 할 것이다.다른 대기업 총수의 탈법사례를 수사할 경우에도 똑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이번 수사가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충격은 최소화해야 한다.일부 대기업과 협력업체,해외투자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채 검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자칫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를 가중시키고 투자위축 등 경제활동에 지장을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그렇다고 재계가 구태의연하게 ‘경제위축’ 운운하며 검찰 수사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투명한 경영체제를 다지는 밑거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 [열린세상] 배제의 사회

    “한국에서 판잣집이 다 없어지면 그 때 일본을 보내주겠다.” 70년대초 내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한국인으로 귀화한 당시 중국인 수녀 학장은 일본 수학여행을 중단시키면서 이렇게 말했었다.그 말 한마디는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처럼 일본을 가겠다고 한 학생들을 졸지에 부끄럽게 만들었다.30년이 지난 오늘,판잣집 대신에 노숙자가 많아졌고 해외 골프여행자들도 늘어났다.이 시점에서 그 분처럼 말 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되고,또 그 말에 부끄러움을 느낄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 말에 큰 감동을 받았던 나 자신도 과연 그 뜻을 얼마나 잘 새기고 또 실천에 옮기고 있는지 자문해본다. 최근에 우리 사회는 부와 가난이 대물림되는 구조로 고착되어 간다는 경고가 거듭되고 있다.그 실증적 근거를 굳이 제시할 필요도 없다.계급이동이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세습적 신분계급사회가 되는 것을 우리의 눈으로 직접 보고 있기 때문이다.문제는 이러한 현상을 불가항력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데에 있다.소득격차가 얼마나 벌어졌고 분배구조가 얼마나 잘못되어있는지를 수치와 정책을 들어 지적하고 비판한들,기존의 부익부 빈익빈 체제를 근원적으로 깨뜨릴 수 없다는 기본적 합의(?)나 체념이 깔려 있는 듯하다.이 체제를 문제시하는 것 자체를 불경시하거나 심지어는 색깔논쟁으로 끌어가는 경향도 없지 않다.신자유주의가 20대80의 양극화된 계급사회를 만들고 있다는 경고를,아니 그 세계적 현상을,‘지나친 비관론’으로만 외면해버리면 그만이란 말인가? 배제(排除)의 사회가 다수의 탈락자와 ‘쓸모없는 인간’을 양산하고,노동의 ‘유연화’라는 이름으로 노예노동이 확산되는 현상을 정말 당연시할 수 있다는 말인가? 체제를 살리기 위해서 인간의 존엄성은 포기해야 한다는 말인가? 서구에서 자유주의의 역사는 ‘최대다수의 최대의 행복’이 중요하다는 공리주의와 그 궤를 같이했었다.그런데 그 최대다수가 부르주아 계급이 아닌 노동계급으로 나타난 당시의 현실속에서 존 스튜어트 밀은 공리주의로부터 사회개량주의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었다.이처럼 이념은 역사적 맥락의 변화에 따라 자기모순을 드러낸다.그렇다면 오늘에 와서 중산층을 몰락시키고 실업과 고용불안정을 심화시키는 신자유주의가 과연 다수의 행복을 말할 수 있겠는가? 이념과 정책을 말하고 구조를 따지기 이전에 양식(良識)으로 말하는 것만으로도 족하다.인간의 행복이 점점 더 부의 척도로 평가되고 그 부가 점점 더 극소수에 의해 독점되는 상황에서 과연 그 극소수는 불편한 마음도 전혀 없이 행복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인지 물어보자. 평소에는 특권층의 일상을 살던 정치인들이 선거운동때만 되면 장바닥에서 서민들과 형식적인 악수세례를 ‘베푸는’ 모습은 역겹고 지겹다.게다가 눈도 제대로 맞추지 않는 그들과 허리굽혀 두 손으로 악수하며 황송해하는 서민들의 얼굴은 애처롭기만 하다.그들이 진정 다수의 서민을 생각하는 정치인이라면,그동안 얼마나 많은 밤을 잠 못이루며 지새워야 했을까? 노무현 당선자는 서민 출신이고 ‘서민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주었다.약자의 운명을 어렵게 탈출한 사람들은 처절한 경험을 한 만큼 그 누구보다도 강자의 세계에 도전할 수 있는 의지와 용기가 있을 것이라 믿기 쉽다.그런데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예들이 적지 않다.확실한 자기소신이 없는 한,오히려 강자가 향유하는 특권과 문화를 모방하는데 열중하거나 아니면 무의식중에 강자의 놀음에 길들여지기 십상이다.노당선자는 변호사가 된 이후 골프도 치고 요트도 타면서 한때 부자들의 문화를 즐겼던 것 같다.그런데 이제 ‘서민대통령’을 자처하는 그가 “노숙자가 다 없어질때까지 골프나 요트는 자제하자.”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이는 지나친 기대일까? 이 영 자
  • 소아마비 지체1급 박상준·오수연씨 사재털어 ‘브니엘의 집’ 운영 26명 돌봐

    “장애인의 고통은 장애인이 가장 잘 알지요.” 소아마비 지체1급 장애인인 박상준(37)·오수연(36)씨 부부는 지난 97년부터 서울 구로동에서 ‘브니엘의 집’을 운영하며 정신지체,뇌성마비,지체부자유 장애인 26명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전남 진도에서 태어나 7살 때 소아마비로 두 다리를 못 쓰게 된 박씨는 19살 때 상경,가내수공업을 하던 중 폐결핵에 걸려 91년 경기도 남양주의 한 사회복지시설에 들어갔다. 간간이 찾아오는 자원봉사자 말고는 사람 만나기가 힘든 외로운 생활을 하던 박씨는 장애인이 사회 속에서 이웃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시설을 자기 손으로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이듬해 복지시설에서 나온 박씨는 휴대전화 납땜 일을 하면서 돈을 모으기 시작했고,95년에는 교회에서 만난 오씨와 결혼했다. 부부는 97년 3월 열심히 모은 2400만원을 털어 ‘브니엘의 집’ 건물 1층 한쪽을 세내 장애인 6명과 공동체 생활을 시작했다.박씨는 “월세가 밀려 문을 닫을 위기에 놓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부인 오씨는 “주민으로부터 ‘동네 분위기를 망친다.’는 원성을 사지 않기 위해 쾌적하고 화사한 집을 꾸미는 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장애인 시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부부의 목표는 장애인을 위한 전문 교육시설을 세우는 것이다.이를 위해 내년에는 대학에 진학해 사회복지학을 배울 생각이다. 박씨는 “장애인이 빈곤을 대물림하지 않으려면 비장애인보다 더 열심히 배워야 하는데 지금은 학교 가기도 힘들고,배울 곳도 마땅치 않다.”며 안타까워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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