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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 경제분야 이틀째 대정부질문 날선 공방

    국회 경제분야 이틀째 대정부질문 날선 공방

    11일 국회의 경제분야 이틀째 대정부질문에서는 출구전략 시기와 현 정부의 서민정책, 쌀값 대책 등이 도마에 올랐다. 4대강 사업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민주 “과잉유동성 적극 대응을” 한나라당은 출구전략이 ‘시기상조’라고 지적하면서도 정부의 명확한 판단 기준과 철저한 대비를 주문했다. 반면 민주당은 부동산 거품 등을 해결하기 위한 출구전략의 필요성에 방점을 찍었다. 한나라당 권택기 의원은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출구전략의 신호탄으로 여겨지는 금리인상이 이뤄지면, 원리금 상환부담으로 가계부실이 심화될 수 있다.”며 신중한 대처를 당부했다. 같은 당 유일호 의원은 “정부는 주요 20개국(G20)을 통한 국제공조를 주장해왔으나, 호주나 노르웨이의 금리인상 등으로 인해 국제공조의 범위와 한계에 대한 의문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금리인상을 놓고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입장 차이를 보이는 것도 국제공조에 대한 의문을 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희철 의원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얼마 전 한국이 미국의 부동산 거품 절정기였던 2006년 상황과 비슷하다며 자산시장 거품을 경고했다. 정운찬 총리도 지난 6월 총리 임명 전에 8~9월이 출구전략을 의미하는 정책전환의 고비라고 지적했다.”며 과잉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을 강조했다. ●교육·사회안전망 등 서민정책 도마에 현 정부의 서민정책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민주당 조경태 의원은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등록금이 비싼 나라다.”면서 “등록금 상한제를 도입하고 국·공립대학의 비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비율인 77% 수준으로 확대하는 등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양극화를 심화·조장하는 정책들만 추진하고 있어 고용, 주거, 교육, 의료 등 어느 하나 양극화의 곰팡이가 피지 않은 곳이 없다.”면서 “부모의 경제력 차이가 입시경쟁 차이로, 입시경쟁 차이가 또 다른 경쟁력 차이를 유발함으로써 가난이 대물림되고 있다. 교육 양극화에 대한 대책이 있느냐.”고 따졌다. 한나라당 현기환 의원은 “지난 2월 정부는 중소기업 및 영세자영업자의 지원을 위한 신용보증확대방안을 발표했으나 지금까지 지원현황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면서 “영세자영업자를 위한 실업보험제도 도입 등 사회안전망 형성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4대강사업 “성공 확신” vs “서민 부담”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은 국민의 정부 시절 수해방지종합대책이 세 차례 있었던 점을 거론하며 “일각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해 여러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있지만, 4대강 사업의 성공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 최규성 의원은 “수자원공사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해 ‘수입 없는 하천사업은 부적절하다.’며 참여를 거부했음에도, 정부가 ‘투자한 돈을 회수하지 못하면 채권발행 등을 통해 물어주겠다.’고 약속하면서까지 8조원을 투자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이자부담은 국회 승인 사항인데 왜 정부가 보증을 하느냐. 대국민 사기극이다. 결국 물값 상승으로 서민에게 피해가 전가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의원은 또 최근 쌀값 폭락과 관련, “지난 2002년부터 매년 약 40만t의 쌀을 차관이나 무상원조 형태로 북한에 지원했으나, 현 정부 들어 2년 동안에는 대북 쌀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내에 남아도는 쌀을 보내지, 왜 비싼 외화를 들여 옥수수를 사보내느냐. 쌀값 하락 원인은 현 정부에 있다.”고 따졌다. 이에 정운찬 국무총리는 “(대북 지원은) 연속성이 없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한나라당 김학용 의원은 “쌀이 대풍이지만, 농민들은 쌀값 폭락으로 기쁘지 않다.”면서 “군에서 먹는 떡국 등 가공품이 100% 수입산이다. 반드시 국산 쌀 가공 제품으로 바꿔달라.”고 제안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소득 양극화 OECD國 2위

    우리나라의 소득수준 빈부 격차가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득계층 간 사교육비 지출 불균형으로 이어져 ‘부(富)의 대물림’을 고착화하는 요인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20일 OECD에 따르면 회원국 국민들의 소득수준을 9개 구간으로 나눈 뒤 최상위(9분위)의 소득이 최하위(1분위) 소득의 몇 배인지 계산한 결과, 한국은 2007년 기준 4.74배로 미국(4.85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최상위가 최하위보다 평균 4.7배 이상 많이 번다는 얘기다. 1997년 3.72배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으로 지난 10년간 소득 불균형이 한층 심화됐음을 보여준다.중위(中位) 임금의 3분의2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는 노동자 비율인 저소득자 비중은 2007년 기준 25.6%로 비교 대상 18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 또한 1997년 22.9%에 비해 상승한 것이다.빈부의 고착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교육비 지출 차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국민소득 5분위 분석 결과,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학생 학원교육비는 올 2·4분기에 월 평균 31만 2535원으로 전년 동기 28만 4378원에 비해 9.9% 늘었다. 반면 하위 20%인 1분위는 4만 5539원에서 4만 1037원으로 9.9% 줄었다.이에 따라 5분위의 학원비 지출은 1분위의 7.6배로 2003년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2분기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2분기 서적 지출비도 5분위는 월 평균 3만 2741원으로 전년 동기(2만 6700원)보다 22.6% 늘었지만 1분위는 7292원에서 6264원으로 14.1% 줄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무한경쟁속 민주공화국이 무너진다

    자유화, 자율 경쟁은 한국 사회에 독이 든 성배일까. 문화평론가 하재근은 ‘MB공화국, 고맙습니다’(시대의창 펴냄)를 통해 자유화 또는 자율 경쟁이라는 구호 아래 한국 사회가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MB공화국은 이명박 정부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1990년대 김영삼 정부부터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까지 포함한 20년을 뜻한다. 저자는 자유화, 자율 경쟁이라는 흐름이 김영삼 정부에서 시작됐고,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강화됐으며, 이명박 정부 들어 더욱 공고해졌다고 강조한다. 자유화, 자율 경쟁은 나쁜 것인가?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는 그렇다는 게 저자의 답변이다. 수혜자는 상위 1%인 그랜드서클이며, 명문귀족·강자 집단의 전횡을 불러왔다는 주장이다. 일방적으로 국가의 보호를 받고 성장한 기득권 계층이, 일방적으로 규제 당한 국민을 상대로 이제는 보호도 규제도 없이 겨뤄보자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보기에 결과가 뻔한 불공정한 게임일 뿐이다. 자율 경쟁은 결국 강자가 약자를 수탈할 자유를 뜻한다고 저자는 경계한다. 결과는? 경제사회 부문 자유화와 경쟁은 개발독재 시절 재벌 중심·수도권 중심의 폐해를, 교육 부문의 자유화와 경쟁은 개발독재 시절 일류대 체제의 폐해를 더욱 심화시키며 서열화된 신분 사회를 만든다. 경쟁에는 승자가 있기 마련이고, 경쟁 강화는 승자독식 강화, 서열 강화, 지배질서의 강화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저자가 보는 한국 사회는 부와 권세, 학벌 등 두 개의 삼각형이 자리 잡고 있는 사회다. 또 국민들은 승자독식의 꼭짓점에 서겠다는 탐욕에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삼각형 구조를 가진 한국 사회는 경제적 불안에 따른 비명소리가 가득한 곳이기도 하다. 묻지마 범죄, 왕따, 잔혹해진 학교폭력, 점점 강해지는 네티즌의 집단 공격 성향, 노조에 대한 증오, 이명박 정부의 성립도 무한 경쟁의 사각에서 새어 나오는 국민의 비명 소리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저자가 꿈꾸는 사회는 무엇일까. 미국은 후진국일 뿐이다. 일본과 독일은 연대의식이 있어 그나마 낫다. 저자의 시선은 북유럽으로 향한다. 그곳엔 일류학교선택권도, 사회보험선택권도 없다. 그냥 모두 다 같이 ‘묻지마 공공복지’를 누리며 ‘평준화된 학교’에 간다. 그러므로 양극화도, 교육 대물림도 없다. 한국 사회는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자유로운 경쟁 속에서 나 혼자만 잘살겠다는 생각을, 탐욕을 버려야 진정한 공화국으로 가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는 주문이 나온다. 국민은 각자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자구책으로 재테크에 열광하고 교육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양극화와 만성적인 경제 위기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지역간 성적 경쟁을 조장하지 않는 평준화와, 지역간 부동산 개발 경쟁을 벌이지 않도록 하는 부동산 규제정책, 국가 차원에서의 복지고용 산업전략 등 제도 정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자유화와 작은 정부를 뛰어넘어 연대형 체제를 건설하는 게 우리 시대 과제라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은 때론 극단으로 치닫기도 하지만,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모순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저자의 주장에서 버릴 것은 버리고 살릴 것은 살려야 할 듯. 1만 5000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오풍연 대기자 법조의 窓] 직업선택의 자유 간과 말라

    [오풍연 대기자 법조의 窓] 직업선택의 자유 간과 말라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이 법안을 완비하지 않고 첫발을 내디뎠다. 그래서인지 25개 대학과 2000명의 새내기들은 불안하다. 사법시험을 대체할 ‘변호사시험법’이 아직 처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선진국을 자임하는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문부터 열어 놓고 사후에 법을 제정하는 꼴이 됐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또 있을까. 먼저 정치권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당초 로스쿨 법안은 정부입법으로 추진됐다. 지난해 9월3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뒤 다음달 20일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는 지난 2월12일 법사위에서 전원일치 의결을 했지만, 본회의에서 부결되고 말았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였다. 당시 찬성토론 없이 반대토론만 했다. 한나라당이 절대 다수의 의석을 차지했음에도 그랬다. 문제는 로스쿨 출신자에게만 시험 응시기회를 주는 데 있었다. 즉 응시자격 제한에 반기를 든 것이다. 정부안은 로스쿨 석사학위 취득자에게만 응시자격을 부여토록 했다. 전문적 법률지식을 교육받은 사람만 뽑겠다는 의도에서다. 따라서 일본이 도입한 예비시험제도(2011년 시행)도 배제했다. 로스쿨에 들어가지 않고는 법조인의 길을 걸을 기회조차 봉쇄한 셈이다. 정부안이 부결됨에 따라 의원입법으로 방향을 틀었다. 국회도 지난 2월19일 법사위 안에 ‘법조인력 양성 제도개선을 위한 특별소위원회’를 구성했다. 지금까지 몇 차례 회의와 공청회를 열어 얻은 결론은 정부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응시자격은 그대로 두되 응시기간·횟수 제한을 완화한다는 정도다. 이 같은 안을 그대로 본회의에 상정할 경우 통과될지 걱정된다. 한나라당 안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무장관을 지낸 박희태 대표는 “남이 실패한 제도를 따라가서 코피를 흘리겠다는 발상은 이해가 안 된다.”며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예비시험제도를 도입하지 않으면 로스쿨 등록금 때문에 부의 대물림이 벌어질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로스쿨 장학금 지급비율은 41%에 이르지만, 연간 등록금이 2000만원에 달하는 곳도 있다. 어쨌든 이번 임시국회에서 변호사시험법을 처리해야 한다. 더이상의 혼란을 방치해서야 되겠는가. 필자는 예비시험 도입에 찬성하는 쪽이다. 당국은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고시촌 낭인’ 양산 등 종래 사법시험의 폐해를 그대로 답습할 것을 우려한다. 그 같은 측면이 아주 없진 않다고 본다. 그보다는 국민의 기본권을 강조하고 싶다. “모든 국민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가진다.”(헌법 제15조) 그런 만큼 위헌소지가 없는지도 더 살펴봐야 한다. 로스쿨을 의사 및 약사고시와 연관지어 설명하기도 한다. 국가가 정한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마친 사람만 응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얘기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아직도 봉건적 직종이 남아 있다. 영미의 법률가나 의사 수련과정의 전통적 관례가 그것이다.” 로스쿨 법안은 민의를 따르는 것이 옳다. 오풍연 대기자 poongynn@seoul.co.kr
  • 억만장자가 되고 싶은가.9월에 태어나라

    억만장자가 되고 싶은가.9월에 태어나라

    억만장자가 되고 싶은가.  그러면 대학을 중도에 그만 두거나,세계적인 투자기관인 골드만 삭스에서 일하거나,예일대학의 그 유명한 학생 서클 ‘스컬 앤드 본스’에 들어가라.그래야 억만장자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여기에 부모가 수학과 관련된 일에 종사했으며 9월에 태어났다면 금상첨화다.  미국의 경제 잡지 포브스가 657명의 자수성가형 억만장자들의 부모 직업이나 그들이 다녔던 학교,초기의 직업,막대한 부와는 거리가 멀었던 시절의 경험들을 두루 살펴본 결과 몇가지 흥미로운 공통점을 확인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우선 대다수의 억만장자들이 수학에 빼어난 자질을 갖고 있는 부모들을 두고 있음이 확인됐다.숫자에 집착하는 능력이 억만장자가 되는 첩경이란 사실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지만 대물림도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미국의 억만장자 부모들 직업 가운데 가장 많았던 것이 엔지니어,회계사,중소기업 사장이었다.  다음으로 9월에 태어나야 한다는 것.지난 3년 동안 포브스의 억만장자 명단에 올랐던 이들 가운데 자수성가형으로 분류되는 미국인 380명 가운데 42명이 9월에 태어난 것으로 조사됐다.다른 어느 달보다 높은 수치다.출생률 높은 순서로 여덟 번째인 12월에 태어난 억만장자들은 극히 적은 숫자였다.9월 출생자들이 도드라진 현상은 미국이나 해외 억만장자나 마찬가지였다.  또 자수성가한 미국의 억만장자 292명 가운데 20% 이상이 대학 근처에도 못 가봤거나 대학을 중도에 그만 둔 이들이었다.특히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마이클 델,래리 엘리슨과 디어도어 와이트 같은 IT 기업인들에게 매우 두드러운 진실이었다.  이와 반대로 가장 높은 교육수준을 자랑하는 이들도 있다.55% 이상이 석사 이상의 학위를 갖고 있었고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가진 이들의 거의 90%가 하버드,컬럼비아나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와튼스쿨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들이었다.  골드만 삭스는 열손가락 안의 부호에 꼽히고 싶어하는 이들의 갈망을 공유하고 있었다.에드워드 램퍼트,대니얼 오크,톰 스테이어와 리처드 페리 등은 이 기관의 등용문 격인 ‘리스크 재정거래(risk arbitrage)’ 부서를 거치며 초기 경력을 쌓았다.자수성가한 미국의 억만장자 68명 가운데 10명 중 8명 꼴로 골드만 삭스의 투자은행,트레이딩,자산관리 분야에서 종사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컬스 앤드 본스’.램퍼트와 블랙스톤 헤지펀드의 공동 창업자인 스티븐 슈워츠먼과 페덱스 창업자 프레드릭 스미스 등이 이 비밀결사조직 같은 서클을 거쳐갔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데스크 시각] 중산층보다 빈곤층 살리기 급하다/손성진 미래기획부장

    [데스크 시각] 중산층보다 빈곤층 살리기 급하다/손성진 미래기획부장

    어느 방송사의 다큐 프로에서 보여 주는 빈곤층의 실상은 눈물겹다. 끼니 거리나 급한 돈을 구하러 이웃을 찾아가서 면박을 받는 모습은 가난으로 고통받던 60년대의 한 장면 같다. 국민소득 200달러 시대의 모습이 2만달러 시대에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공식 집계로 빈곤층의 숫자가 700만명을 넘은 지 이미 오래됐다. 기초생활보호대상자와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20%에 못 미치는 차상위 계층을 더한 수치다. 몰아닥친 경제난으로 소득원을 잃은 신빈곤층은 더욱 늘고 있다. 게다가 고령화로 소득이 없는 노인층은 두터워지고 있고 농업 개방으로 농촌의 빈곤화는 도시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국민의 20%에 가까운 사람들이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당장 먹고 자는 것이 해결되지 않는 벼랑 끝 사람들의 생활은 주변인들에게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무엇보다 급한 것은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다. 또 정부나 지자체가 긴급구호책을 더 효율적으로 운용해 삶을 포기하는 극단적인 선택만큼은 막아야 한다. 정부가 마냥 손놓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현금이나 쿠폰을 지급하는 내용을 포함한 6조원 규모의 민생 지원 대책이나 위기 가정 특별지원책이 발표됐다. 그러나 그런 정도로는 불충분하다고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주장한다. 가령 정부의 지원 대상은 260만명인데 지난해 국회 예산정책처가 보고한 비수급 빈곤층은 370만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혜택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 어려운 생색내기 미봉책이라고 비판한다. 6조원 외에도 사실 적지 않은 예산이 저소득층에 투입되고 있기는 하다. 문제는 그동안 드러났듯이 시행 체계에 있다. 투명하고 신속한 전달 체계를 갖추도록 재점검해야 한다. 빈곤을 일시적으로 면하는 데 써서는 안될 것이며 지원금이 재기의 발판으로 활용돼야 한다. 정부는 최근 ‘휴먼 뉴딜정책’을 발표했다. 중산층을 살려야 경제위기를 빨리 극복할 수 있다는 취지다. 중산층은 국가경제의 근간이기 때문에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그러나 저소득층, 빈곤층을 위한 정책이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서는 안 된다.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것을 막아야 하지만 빈곤층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리는 정책도 무시되어서는 곤란하다. 시민단체들은 현 정부가 부자와 재벌을 위한 정부라고 비난한다. 그동안 추진해 온 감세정책이나 복지예산 삭감 등을 볼 때 그렇다는 것이다. 이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고 세금을 깎아 주는 것이 부동산 투기를 방조하고 부자들을 더 잘살라고 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부동산 가격이 붕괴되고, 그래서 돈을 쥐고 있는 부자들의 자산가치가 급락하면 우리 경제에 어떤 여파가 몰아칠지 자명하다. 그러나 이런 규제완화와 경제 살리기 정책들이 자칫 양극화를 더 악화시킬 여지는 없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부유층의 세금을 깎아 준다고 반드시 소비진작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제 회복, 또는 성장과 양극화 해소 중 어느 하나의 가치만이 우선시될 수는 없다. 더 늦기 전에 부(富)의 집중화, 가난의 대물림의 고착화를 막아야 할 시점이 지금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인천 모녀의 사연을 보고 받고 해소할 길을 열어 주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대통령의 쇼맨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더욱 없다. 그래서 국민들은 세밀하고 폭넓은 복지 대책을 기다리고 있다. 손성진 미래기획부장 sonsj@seoul.co.kr
  • [한국사회 오바마를 말하다] (하) 다문화 가정 정책

    “저소득층 결혼이민자 가정 자녀들에게 어린이집 비용을 지원해주세요.”(N씨·40·여·카자흐스탄) “다문화가정 방문 아동양육 서비스 기간이 5개월로 너무 짧아요. 그나마 일주일에 두 번 방문해 두 시간을 돌봐주는데, 시간을 늘려 주세요.”(L씨·44·여·중국) 다문화 가정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 규모는 조금씩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결혼이민자나 외국인 노동자들은 정부의 정책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4년간 700억원을 각급 학교에 지원해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정책안을 지난달에 발표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지원은 환영하지만 실제 문제가 되는 것은 학교를 다니지 않는 혼혈아동들인데 정작 이들에 대한 정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혼혈 학령기 아동 2만 4867명 중 6089명(24.5%)이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 초등생 또래에서는 15.4%, 중학생은 39.7%, 고등학생은 69.6%가 교육을 받지 않고 있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혼혈 아동 대부분은 부모가 극빈층 맞벌이여서 밤늦게까지 일하기 때문에 방치되기 일쑤다. 어머니들은 아이들의 탈선을 막기 위해 외국에 있는 친정에 3~4년간 맡기지만, 이 경우 문화적 이질성 때문에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 부천다문화센터 손바울 목사는 “공부보다 마음의 치유가 절실한 아이들인데, 정부 정책은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소외된 아이들을 배려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다문화가정 정책이 국제결혼이주여성의 가정에만 집중되는 것도 문제다. 다문화가정 지원은 법무부, 여성부, 보건복지가족부, 교육과학기술부, 노동부뿐 아니라 지자체 등에서도 나선다. 이에 비해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은 너무 적다. 불법체류자가 아니라도 국내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업무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책이 집중되는 이주여성들조차 자신이 받을 수 있는 혜택에 대해 잘 모르는 것도 문제다. 서울에 거주하는 W(39·여·중국)씨는 “각종 기관이 홍보를 위해 우리를 이용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면서 “우리를 위한 정책을 어디에 물어보고,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체계적인 방법을 알려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허오영숙 조직팀장은 “정책 집행은 다른 부처에서 하더라도 통일된 홍보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씨줄날줄] 새마을운동/노주석 논설위원

    “새마을 운동은 겉으로는 민간의 자발적인 운동이었으나, 실제로는 정부가 주도하였다. 그 결과 박정희 정부의 독재와 유신 체제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되기도 했다.” 얼마전 교육과학기술부가 수정을 요구했다가 집필진들로부터 퇴짜를 맞은 금성출판사가 펴낸 근현대사 교과서 334쪽의 내용이다. 교과부가 요구한 50개 수정권고항목 중 33번째 항목이다. 교과부는 기술내용 중 ‘그 결과’는 불필요한 수식어이므로 삭제하라고 권고했다. 결과적으로 ‘그 결과’가 들어가거나, 빠지는 작은 수정에 불과하지만 새마을운동에 대한 후대의 역사인식차는 크다. 역사교과서 ‘좌편향’파동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 지난 7월 김도연 당시 교과부 장관은 국무회의 석상에서 위 내용을 예로 들면서 “새마을운동과 북한의 천리마운동을 같이 기술하면서 천리마운동을 더욱 상세히 잘 보이게 기술했고, 새마을운동에 대해선 유신독재정권의 도구로 묘사했다. 심히 우려할 만한 사항으로 본다.”고 역사전쟁의 포문을 열었던 것이다. 1970년대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원동력이었던 새마을운동은 ‘발상지’한국에서는 진보와 보수의 엇갈리는 평가를 받으며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빈곤탈출 프로젝트’로 진가를 인정받고 있다.“1962년도 한국의 국민소득이 270달러였고 우간다는 360달러였다. 지금 한국은 1만 8000달러이지만 우간다는 400달러 안팎이다.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는가.” 신문 인터뷰에 실린 우간다의 길버트 부센냐 부대통령의 푸념이다. 그는 원주의 가나안농군학교에 입교해 2박3일간 ‘뼈 빠지게’ 새마을운동식 농군훈련을 받았다. 엊그제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는 새마을운동의 ‘원조’ 한국이 아프리카 우간다와 탄자니아에 한국형 밀레니엄 빌리지 4곳을 세우도록 지원하는 내용의 양해각서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박대원 한국국제협력단 총재·박관용 경북지사 사이에 체결됐다. 한국은 향후 5년 동안 800만달러를 제공키로 했다. 세계화된 새마을운동이 아프리카를 가난의 대물림에서 벗어나게 하기를 기대해 본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여야 쟁점현안 지상대담](2) ‘세제 개편안’

    [여야 쟁점현안 지상대담](2) ‘세제 개편안’

    18대 첫 정기국회에서는 세제개편의 방향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소득세법·법인세법 개정안 등 16개 세제 관련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 등 야권은 ‘가진 자를 위한 불공평 감세’라면서 총력 저지를 천명하고 있어 국회 심의과정에서 여야간 격돌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세제개편안 공방을 총 지휘하고 있는 한나라당 임태희·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의 지상 대담을 통해 법인세와 종부세, 상속세 등 세율 논쟁에 대한 입장과 정기국회 전략을 들어 봤다. 1 감세 효과 예측 엇갈려 ▶세제 개편안에 대한 두 당의 기본적인 입장은 무엇인가. 현행 정부와 여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세제개편안은 대기업, 부유층에 대한 세금 퍼주기로 2∼3년내 심각한 재정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임태희 정책위의장 동의하기 어렵다. 이번 감세 정책은 지난 참여정부 동안 ‘세금을 국가에서 끌어 모아 직접 나눠주는’ 경제 정책에서 ‘세금을 줄이고 민간의 참여를 활성화시켜 시장에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도록 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첫걸음이다. 이번 감세정책은 우리의 조세와 재정 체질을 경량화하고, 민간 부문을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또 재정위기라 말씀하시는데, 나라 살림을 꾸려 나가는 데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감세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9·1 세제개편안이 ‘세금 퍼주기’라며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데 미국의 경우 레이건 대통령 시절의 감세 정책 때문에 클린턴 정부의 10년 호황이 가능했다는 분석도 있다. 박 의장 그러한 평가도 있으나 정반대의 평가나 부정적인 평가도 많다. 레이건 정부는 공급중시 경제이론의 핵심인 ‘경쟁시장의 효율성을 활용한 문제 해결’을 정책에 적용해 감세와 정부역할 축소를 추진했다. 그러나 대규모 감세정책은 대규모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가져왔다. 성공작으로 평가되는 물가안정도 레이건 행정부와 맞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포진한 통화주의자들의 역할이 컸다. ▶지난 9·1 세제개편안으로 소득세 4조 6000억원, 법인세 1조 8000억원, 유가 환급금 4조원 등 감세분이 10조원이 넘는데 이러한 감세에 대한 세수 부족분을 어떻게 메우겠는가. 임 의장 정부가 세금을 걷어 쓰고 남은 돈인 세계잉여금이 15조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그만큼 세금을 걷을 수 있는 환경과 여력이 과거보다 나아졌고 감세의 여건은 충분히 조성되었다고 본다. 9·1 세제개편안에 따르는 감세 효과는 5년간 21조원 정도 된다. 경제 성장과 과표 양성화를 통해 새로 확보되는 세수도 있고, 정부 씀씀이를 좀더 알뜰하게 줄여 나가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감세로 인한 재정부담을 말하지만 감세 정책으로 경제에 활력이 나타나면 오히려 세수가 더 늘어날 기반이 생기는 게 아닌가. 박 의장 참여정부가 신용카드의 사용이라든가 현금영수증 발급 등 세정을 투명하게 한 것이 세수가 늘어난 큰 이유 중 하나였다. 양성화된 세원은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쉬워 세수가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투자여건 미비로 인한 투자부진, 소비부진의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감세가 투자와 내수진작으로 곧바로 연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부유층과 대기업의 가처분소득 증가는 주로 저축 또는 사내유보돼 투자와 소비확대로 이어지기 힘들다. 2 종부세 축소·유지 ▶종합부동산세는 전체 가구의 2%인 약 38만 가구만 부담하고 있는데 현행 틀을 유지해야 하지 않나. 임 의장 종부세 도입의 정책적 목표는 무엇이었는지, 성과는 어떠한지, 제도적 안정성이 있는 세제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은 수요를 억제해 집값을 잡겠다는 것이었고, 대책 중의 하나가 종부세였다. 하지만 참여정부 5년 내내 집값은 끝없이 상승했고, 부동산 시장이 빈사 상태에 빠졌다. 수요 억제를 통한 집값 안정은 실패했다고 본다. 지금은 시장의 안정이 최우선 목표인 만큼, 공급 확대를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한 뒤 종부세 추가 개정 문제를 검토하는 게 맞다. ▶민주당도 투기와는 상관없는 개인과 법인에 과세가 되고 있는 종부세의 불합리성을 손질해야 된다고 보고 있지 않나. 박 의장 종부세는 전체 가구의 2%인 약 38만 가구만 부담하고 있다. 우리나라 부동산 보유세 부담률은 3.11%로 미국 9.15%, 일본 7.67%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현행 틀을 유지해야 한다. 3 법인세 인하 외국투자 이끄나 ▶법인세를 현행 25%에서 20%로 5%포인트나 대폭 인하한 것은 ‘비즈니스 프렌들리(기업친화)’를 명분으로 대기업에만 막대한 혜택을 주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임 의장 그렇게 단정적으로 보지 않아 주셨으면 좋겠다. 세제개편안에는 중소기업의 세부담 경감을 위해 낮은 세율을 대폭 인하하고 낮은 세율 적용 과표구간을 대폭 확대했다. 전체 법인의 90.4%가 2010년부터는 낮은 세율(10%)을 적용받게 된다. 중소기업을 위한 법인세 최저한 세율을 현행 10%에서 2009년까지는 8%로, 또 2010년부터는 7%로 인하하기로 했다. ▶법인세 인하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우리가 높은 법인세율을 유지한다면 외국 자본들은 그만큼 우리나라에 들어오려 하지 않을 것이다. 박 의장 법인세 인하가 외국기업에 대한 투자유인의 하나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의 경제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법인세 인하가 핵심적인 투자결정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오히려 외국인 투자를 가로막는 주요 요소는 MB정부의 정책혼선, 남북한간 경색정국, 노사관계 등이다. 4 소득세·부가세 대책 ▶소득세를 일률적으로 2%포인트 인하한 것도 항구적인 세수감소와 재정압박의 우려가 있는데. 임 의장 소득세도 법인세 인하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해주시면 좋겠다. 세부담을 줄여 소비를 촉진하고 생활 안정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이번 세제 개편안에는 소득세율 2%포인트 인하, 교육비와 의료비 공제 확대, 난방유 소비세율 30% 인하, 일용근로자 소득공제나 농가 부업소득 비과세 확대,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하 등 서민과 중소기업 지원 대책을 내놓았다. 민주당은 어떻게 평가하나. 박 의장 세제개편안은 기본적으로 부자와 대기업에 세금혜택과 감면이 집중돼 있고 중산·서민층과 중소기업에는 생색내기에 그친 불공평한 정책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고물가, 경기침체 극복을 위해 부가가치세율의 한시적 인하를 중심으로 한 중산층·서민의 세금 줄이기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내수진작이 절실한 현재의 경제상황에서는 부가가치세 인하를 통해 물가의 안정 및 소비의 촉진을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임 의장 민주당의 3%포인트 인하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고 본다. 면세 품목도 많고, 규모가 유통단계에서 그냥 흡수되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가 인하 효과를 기대한다면, 생필품 가격은 품목별 접근이 가능한 관세나 수급 조절을 통해 관리할 수 있다. 부가세를 몇 % 내린다고 가격이 내려가지는 않는다. 자영업자가 물건값을 내릴 가능성은 별로 없다. 아마 1∼2% 내리는 데 그칠 것이다. 부가세 일괄 인하가 곳간을 비우는 정책이 될 수 있다. ▶오히려 부가가치세율 3%포인트 인하가 유통업체 마진으로 흡수돼 버리면 부가세 인하효과가 사라질 텐데. 박 의장 심각한 물가폭등에 따른 서민과 중산층, 중소기업의 경제적 고통을 조금이나마 경감하기 위해 부가가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하는 것이다. 전기요금,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은 부가가치세 30% 인하에 따르는 가격인하 효과가 충분히 나타날 것이다. 5 상속세 회피 방지·부자정책 ▶상속세도 현행 50%에서 33%로 대폭 완하한 것은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이 있는데. 임 의장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상속세율이 가장 높은 국가다. 국가간 자본이동과 거주이전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지나치게 높은 세율은 국부의 해외유출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OECD 국가의 사례를 보면 미국은 2010년까지 상속세를 한시적으로 폐지했으며 싱가포르, 이탈리아, 스페인 등도 상속세를 폐지했거나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상속세율이 소득세율보다 높은 나라는 덴마크와 일본, 우리나라 정도다. ▶상속세 인하가 조세 회피를 없애고 정상적인 세금을 내도록 유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많다. 박 의장 지난해 30만명의 사망자 중 상속세 납세자는 2600여명(0.7%)에 불과했다. 전 국민의 1%도 채 되지 않는 부자들을 위한 감세 정책일 뿐이다. 정리 이종락 김지훈기자 jrlee@seoul.co.kr
  • 국제中, 강북에 있는 강남학교?

    “서울 강남 출신인 A씨는 초등학교 시절 대기업 미국지사에 근무하는 아버지로 인해 미국을 자주 드나들었다. 국제중의 영어몰입교육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국제중을 졸업하고 서울의 한 외고를 입학한 A씨의 성적은 중상위권. 영어를 제외하면 그리 뛰어난 성적은 아니었지만 서울의 명문 사립대에 합격한다. 대학을 졸업한 A씨는 뛰어난 영어실력을 바탕으로 외국계 금융기업에 취업해 억대 연봉을 받는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19일 발표한 국제중 전형계획이 뜨거운 감자다. 국제중 논란의 핵심은 단연 ‘부(富)의 대물림’이다. 수월성 교육이 부의 대물림으로 연결되는 A씨의 가상 사례는 상상에만 그치지 않을 듯싶다. 일단 조기유학 논란이 크다. 서울시교육청은 국제중 입학 전형에 영어시험을 따로 치르지 않겠다고 발표했지만 국제중이 ‘영어 몰입교육’을 설립 근거로 하고 있는 이상 영어 실력은 ‘필요·충분조건’일 수밖에 없다. 초등학교 학부모 조모(44·여·서울 광진구)씨는 “부유한 지역의 학부모들은 조기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영어실력을 높일 수 있지만 우리 같은 서민들은 국제중 준비에 엄두를 내기 힘든 것도 사실”고 말했다. 따라서 조기유학을 보낼 만큼 여유가 있는 강남구의 학생들이 국제중 정원의 대다수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제중은 강북 지역에만 2곳이 들어서지만 학생들은 강남에서 채워지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난다는 얘기다.‘강북에 위치한 강남인 학교’라는 비아냥이 계속 나오는 이유다. ‘국제중 사교육’도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실제 강남의 영어학원들은 벌써부터 ‘국제중 대비’ 프로그램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20일 국제중 대비반 운영 학원에 대한 특별 지도·점검 계획을 발표했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장유성 서강대 교육문화학과 교수는 “국제중으로 인해 사교육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면서 “일시 단속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근시안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중학입시 부활? 교육 다양성? 국제中 추진 논란 가열

    “사실상 중학교입시의 부활 아니냐?”“다양한 교육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서울시교육청이 국제중학교 설립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다시 증폭되고 있다. ●교과부 허용전망 우세 지난 2006년에도 시교육청이 추진했지만 교육과학기술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교육의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설립인가권을 쥐고 있는 교과부가 이번에는 허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교과부는 9월말쯤 공식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그러나 사교육비 부담이 더 커지고, 심지어 ‘초등학교 등급제’까지 생겨날 것이라는 극단적인 반발도 나오고 있다. 공정택 교육감이 강남지역(강남·서초·송파구) 학부모의 전폭적인 지지로 재임에 성공하면서 국제중 설립이 가속도가 붙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해외로 유출되는 유학 욕구를 공교육 차원에서 수용하겠다는 것”이라며 국제중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로또식 무작위 추첨 재고를” 한국교총 김동석 대변인도 “인구 1000만명이 넘는 서울에 국제중 설립이 필요하다.”면서 “다만 로또 식의 ‘무작위 추첨’은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제중은 또하나의 ‘귀족학교’로 부의 대물림이 고착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무상교육인 중학교의 학비가 일년에 550만원에 달하는 것도 저소득층에게는 부담스럽다는 지적이다. 전교조 현인철 대변인은 “수만명의 학생과 학부모가 국제중 입시에 매달려 사교육비가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선발과정의 모호함도 논란으로 남는다. 시교육청은 영어 실력을 배제하기 위해 학교생활기록부 중심으로 선발하겠다고 밝혔지만 초등학교 성적 부여 방식이 모호해 객관적인 학생부 평가가 어렵다. ●초등학교 등급제 우려도 초등학교의 교과평가는 일반적으로 ‘매우잘함’,‘잘함’,‘보통’,‘노력요함’이라는 4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학교와 교사에 따라 그 비율은 제각각인데, 만일 일부 학교에서 국제중 입학을 위해 ‘매우잘함’을 남발할 경우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인 박모(27)씨는 “초등학교의 학생부는 객관성을 담보하기가 어렵다.”면서 “결국 국제중 입장에서도 객관성을 위해 초등학교별 실력차를 인정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 ‘고교 등급제’처럼 ‘초등학교 등급제’까지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서울 고교생2명 가구 사교육비 月101만원

    서울 고교생2명 가구 사교육비 月101만원

    지난해 서울지역 일반 고등학생의 학원비와 과외비 등 사교육비가 월평균 50만 5000원으로 나타났다. 또 전국 초·중·고교생 10명 중 8명은 사교육을 받고 있다. 전체 사교육비는 우리나라 예산의 10분의1에 육박하는 20조원에 이른다. 통계청은 22일 정부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이같은 내용의 ‘2007년 사교육비 실태조사(표준오차 ±1.5%)’를 발표했다. ●年20조원… 국가예산 10% 육박 조사 결과 지난해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자녀 사교육비로 지출한 액수는 20조 400억원으로 집계됐다. 초등학생 10조 2000억원, 중학생 5조 6000억원, 고등학생 4조 2000억원이다. 전국 초·중·고교생의 77%는 사교육을 받고 있고, 한 명당 월평균 사교육비로 28만 8000원을 지출했다. 사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들까지 포함하면 사교육비는 월평균 22만 2000원이다. 학년별로는, 사교육을 받는 일반계 고등학생 한 명이 월평균 38만 8000원을 썼다. 중학생은 31만 4000원, 초등학생은 25만 6000원이었다. 특히 서울 지역 일반계 고등학교 학생들은 한 명당 월평균 50만 4700원을 사교육비로 지출했다. ●서울평균 35만원 읍면의 2배 서울 지역 초·중·고교생 전체로는 사교육비로 35만 2300원을 지출했다. 반면 읍·면지역 학생들은 18만 2200원을 써 2배 차이가 났다. 전국으로 보면 고교생 2.6%는 월평균 100만원 이상의 사교육비를 지출했다. 사교육을 받는 초·중·고등학생들은 영어 과목에 가장 많은 지출을 했다. 한 명당 월평균 12만 2000원이다. 수학은 9만 7200원, 국어는 5만 5900원이었다. ●부모 학력 높을수록 지출 많아 부모의 소득과 학력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많은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월소득 700만원 이상인 가구는 사교육을 받는 자녀 한 명에게 월평균 50만 500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한 반면, 월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는 14만 3600원을 써 3.5배 차이가 났다. 게다가 자녀 성적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 규모도 많아 ‘부를 통한 학력 대물림’ 현상도 확인됐다. 초·중·고등학생 상위 10% 이내는 사교육을 받으면서 월평균 33만 5900원을 쓴 반면 하위 20% 이내는 23만 4300원을 지출해 1.43배 격차를 보였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고속 성장속 중국 사회의 明과 暗

    두 자릿수의 고속 성장률을 보이는 중국. 하지만 환경오염 비용 증가, 인건비 급등 등으로 ‘메이드 인 차이나’는 지금 제동이 걸렸다.2008 베이징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비상을 꿈꾸고 있는 중국이 맞닥뜨린 난제는 어떤 것들일까. KBS스페셜은 중국이 직면한 위기와 도전들을 심층조명해 보는 기획 2부작 ‘2008 격동 중국’을 마련했다.1,2편 방송은 KBS 1TV에서 6일과 13일 이틀동안 각각 오후 8시에 전파를 탄다. 제1편 ‘5억의 샤오캉을 키워라’에서는 중국의 아킬레스건으로 떠오른 극심한 빈부격차에 주목한다. 후진타오는 이같은 문제점을 간파해 성장위주 정책에서 균형적 발전으로의 전환을 강조하는 ‘과학적 발전관’을 제시했다. 이는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중산층 수준을 유지하는 것)사회를 만들어 나가자는 것으로,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격차 확대의 심각성을 자각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베이징에서 막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황동(31)씨. 그는 ‘농민공’ 집단 거주촌에 아내와 함께 머물면서 공장 노동, 배달, 건설 등 도시의 온갖 허드렛일을 하며 살아간다. 그의 유일한 희망은 일곱살난 딸 쉐리.1년만에 딸을 만나기 위해 떠나는 그의 귀향길과 농민공들의 고달픈 삶을 밀착취재했다. 이와 함께 재레이 그룹 리우 회장의 생활을 통해 중국 상위 1%인 억만장자들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또 농민공 학교와 명문 사립학교를 비교하며 가난과 부가 대물림되는 현장도 살펴본다. 제2편 ‘천년대국의 꿈, 소프트차이나’에서는 소프트 파워에서 국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문화산업 육성과 창의력 교육에 힘을 쏟고 있는 중국의 문화 콘텐츠 산업을 취재했다.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세계를 공략했던 중국은 개혁·개방 30년 만에 이제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전통과 고전이라는 자산을 세계적 브랜드로 발돋움시키려는 시도는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상하이의 한 극장에서는 경극을 뼈대로 오페라와 발레를 결합한 신경극 ‘칠석정연’이 전석매진을 기록하며 공연 중이다. 또 새해 방송가에는 청나라 소설 ‘홍루몽’을 각색한 드라마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자의 사상과 유가문화를 재조명하려는 새로운 움직임도 주목해볼 만하다. 빈부격차, 사회모순을 조화롭게 해결하기 위한 일환으로 CCTV에서 논어 강의를 방송한다.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선택 2007 D-11] 재산의혹 털고 대세론 날개 달까

    부와 권력을 둘다 거머쥔 사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부자가 권력에 도전하다 넘어질 때 사람들은 천리(天理)를 입에 올린다.1992년 대선에서 정주영 후보와 경쟁한 김영삼 후보는 “재벌이 대통령 되는 건 쿠데타보다 나쁘다.”라는 말로 천리를 거론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7일 재산의 사회 환원을 밝힌 것이 천리를 두려워해서인지, 아니면 대통합민주신당의 주장대로 ‘천박한 술수’인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유권자의 표심에 반향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대선 후보가 거의 전 재산을 내놓겠다고 한 전례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후보의 최대 약점으로 거론돼 온 도덕성 논란을 일거에 뒤집을 수 있는 회심의 카드라는 데 폭발력이 있다. 이 후보를 지지하고 싶어도 그의 수백억 재산이 맘에 걸려 망설이던 서민층, 돈을 둘러싼 각종 의혹 때문에 마음을 주기 주저했던 사람들에게 홀가분하게 지지할 명분을 안겨줄 만하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적어도 각종 의혹 때문에 이 후보한테서 이탈한 부동층을 다시 끌어올 만한 파괴력은 된다.”고 했다. “집 한 채만 빼놓고 전부”나 “당락에 관계 없이”와 같은 ‘이명박답게 화끈한’ 표현도 인상적이다.2002년 대선에서 정몽준 후보가 자신의 현대중공업 주식 등을 신탁한다고 했다가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흐지부지한 전례가 있는데, 이마저도 재산 환원이라기보다는 ‘임기 중 재산권 동결’에 불과했다. 이 후보의 재산 환원 선언이 민심에 먹혀들 경우 대세론 굳히기의 쐐기 역할을 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특히 대선이 10여일 남은 상황에서 지고 있는 쪽이 아닌 한참 앞서가고 있는 1위 후보가 도리어 쟁점을 생산해 낸 것은 추격하는 쪽의 입지를 더욱 좁힐 가능성이 있다. 검찰의 BBK 사건 수사결과 발표 후 지지율이 급등하고 있는 이 후보가 이같은 파격 선언을 한 것은 2002년 대선에서 대세론에 안주하다 역전패한 이회창 후보를 반면교사로 삼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명박 후보는 2002년에 이회창 후보가 외면했던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를 최근 포용하는 등 돌다리도 두드리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후보의 재산 환원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도록…”이라는 이 후보의 취지에 비춰 보면, 빈곤층 대상 교육재단이나 장학재단 출연 등 공익재단을 통한 환원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김미라 교수의 부모들을 위한 교육특강] (17) 처벌의 부작용

    [김미라 교수의 부모들을 위한 교육특강] (17) 처벌의 부작용

    혹시 어린 시절, 혼날 일을 저질러 놓고 어머님께서 부지깽이를 드시면 마을 어귀까지 단숨에 도망갔던 기억이 있으신지요? 쫓아오시던 어머님을 따돌리고 동네를 좀 배회하다 저녁 먹을 시간 즈음에 집에 들어가면 이미 화가 풀린 어머님께 꿀밤 몇 대 맞고 끝난 적이 있을 겁니다. 도망가지 않았더라면 종아리를 아프게 맞았겠지요. 아이들을 교육할 때 칭찬과 처벌 중에서 칭찬을 사용하는 것이 이루 다 말할 수 없이 좋은 선택이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처벌을 사용해야만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무릇 사람이 하는 많은 일들은 내성이 생기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둔감화’라는 과정을 거치게 되면 시작은 ‘어쩔 수 없이’ 처벌을 한다는 것이었지만 ‘습관적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적으로 처벌을 사용하곤 합니다. 때로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처벌을 위한 처벌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자들이 가능하면 처벌을 사용하지 말라는 당부를 드리는 이유는 처벌이 칭찬보다 효과가 없기도 하지만 처벌 자체가 가지고 있는 부작용 때문이기도 합니다. 첫 번째 부작용이 어머님의 부지깽이 예에서처럼 도피하는 것입니다. 도피는 부모의 매에서 벗어나려는 행동에서부터 성적이 나빠 혼날 것 같은 학생이 학교를 빼먹는 것, 부모나 선생님의 잔소리에 아이들이 ‘신경을 꺼버리는 것’을 포함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까지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혐오적 자극을 가져올 수 있는 상황만 피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른들이 애초에 원했던 반성과 그 후의 달라짐은 기대할 수 없게 됩니다. 혐오적 자극에 대해 도피할 수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문다고 하지요. 처벌은 받기 싫고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다면 처벌하는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 효과적인 대처 방법이 됩니다. 부모님의 꾸중이나 매를 참기 어려운 아이들은 말 대답을 하거나 반항적인 행동을 합니다. 학교 다니기가 괴로운 학생들은 학교 물품을 파괴하거나 교사들을 공격합니다. 공격은 꼭 자신을 공격하는 대상에게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을 처벌하려는 대상이 자기보다 힘이 세서 반격이 어려울 때는 만만한 대상에게로 방향을 돌리곤 합니다. 회사에서 상사에게 혼난 아버지는 집에 돌아와 어머니에게 화를 내고, 어머니는 큰 아이에게 화풀이를 하고, 큰 아이는 작은 아이를 때리고, 작은 아이는 강아지를 걷어 차고, 강아지는 회사 상사의 엉덩이를 물어뜯는다는 우스갯소리처럼 공격성은 악순환을 반복하게 됩니다. 도피를 할 수 없고 공격조차도 가능하지 않을 때 처벌을 하게 되면 나타나는 부작용은 전반적인 무기력입니다. 실험실에서 레버를 누를 때마다 처벌을 받은 쥐는 레버를 누르는 행동만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행동의 강도와 빈도를 낮추는 전반적인 무기력 상태로 돌입합니다.‘조건 억압’ 상태가 된 것입니다. 엄마와 수학문제를 풀다가 혼난 아이는 엄마와 함께 하는 수학 공부만 하기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는 다 하기 싫어합니다. 과학시간에 멍청한 질문을 했다고 교사에게 놀림 받은 아이는 과학시간뿐만 아니라 다른 수업시간에도 질문이나 참여를 꺼리는 의기소침한 아이로 변화합니다. 때리는 부모를 보고 자란 아이가 때리는 부모가 됩니다. 폭력의 대물림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처벌받고 자란 성인들의 반 이상이 어린 시절에는 절대로 저런 부모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지만 어른이 된 다음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선가 똑 같은 부모가 되어 있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고 합니다. 부모님들은 아이가 거짓말을 하면 거짓말하지 말라고 때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이럴 때 가장 많이 배우는 것은 ‘거짓말하지 말자.’가 아니라 ‘타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때려라.’입니다. 어린 아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학습 전략 가운데 하나는 모방이고, 처벌받고 자란 아이들은 처벌자에 대한 모방을 하고 그 모방은 계속해서 대물림됩니다. 이렇게 부작용이 많은 데도 사람들이 그렇게 처벌을 널리 사용하는 이유는 처벌 자체가 행동변화를 가져오는 강력하고 효율적인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토록 부작용이 많다면 가능하면 사용하지 말아야겠지요. 다음번에는 처벌의 효과적인 대안은 무엇인지 알아 보겠습니다.
  • [한나라 대선후보 이명박] 李후보 주요정책

    ‘경제 CEO’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의 핵심공약과 정책은 경제 부문에 집중돼 있다. 경선 과정에서 내걸었던 슬로건도 ‘경제, 확실히 살리겠습니다’이다. 대표적인 공약인 ‘747경제성장론’과 ‘한반도 대운하’ 역시 초점이 경제에 맞춰져 있다. ‘747’은 연 7%성장,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 진입이라는 정책목표를 축약한 말이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4%로 봤을 때 ▲노사관계 안정 ▲국가시스템 재정비 및 국토 인프라 확충 ▲각종 규제와 높은 세율 정비 등을 통해 각각 1%포인트씩 모두 3%포인트의 성장률 향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연평균 7%씩 성장하면 매년 60만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10년내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가 열리며 이를 통해 세계 7대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또 이 후보는 경부운하와 호남운하, 북한운하 등 3개의 거대 운하를 건설한 뒤 이를 연결하는 한반도 대운하 구상을 통해 ▲수자원 확보 ▲물류 포화와 대기오염 개선 ▲내륙 도시 개발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관광 및 레저문화 확산 ▲대규모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MB 독트린’‘비핵·개방·3000’ 이 후보의 외교·안보·대북 분야 정책은 ‘MB 독트린´ ‘비핵·개방·3000’으로 요약된다. ‘MB 독트린’은 한국 외교의 7대 과제와 원칙을 정리한 것으로 전략적 대북 개방정책, 한·미 동맹 강화, 아시아 외교 확대,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 확대, 국가간 에너지 협력 강화, 문화외교 실현 등을 골자로 한다.‘비핵·개방·3000’구상은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그에 상응하는 경제 지원을 통해 북한 경제를 10년 내에 1인당 국민소득 3000달러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다. ●공급확대로 부동산 안정 부동산 정책은 공급 확대를 통한 시장 안정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주거권을 헌법 수준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중산층 이상이 사는 주택은 시장 원리에 맡기고 서민들이 사는 주택은 복지 차원에서 국가가 별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공교육 내실화’‘맞춤형 복지’ 빈곤의 대물림을 없애는 복지를 강조하는 이 후보는 영유아에 대한 무상보육 실현, 만 5세 미만 아동 의료비 무료화,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맞춤형 급여체계 도입, 기초연금제 실시, 중증질환자에 대한 완전의료비보장제 등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가업승계는 ‘책임 대물림’… 상속세 완화해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소기업 가업승계 지원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가업승계에 대한 실체를 인정하고 상속세 완화 등 실질적인 지원을 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김 회장은 이날 “가업승계는 국가경제의 경쟁력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면서 “독일, 일본 등에서는 상속세를 대폭 완화해주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가업승계는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책임 대물림’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현재 중소기업청장은 “올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에 가업승계에 대한 조세지원을 포함시켰다.”며 “정부도 ‘가업승계지원센터’를 설치해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데스크시각] 부동산 문제와 대선후보들/이기철 산업부 차장

    악수를 하고 명함을 건네면 사람들은 “어디에 출입하느냐.”고 묻는다. “건설교통부.”라고 짧게 답하면 질문이 꼬리를 문다. “아파트를 언제 마련해야 합니까?,‘반값 아파트’도 나온다는데요.” “정부 정책으로 보면 아파트 가격이 계속 내릴 것 같은데, 올해 아파트를 사는 것이 좋습니까?” “지금이라도 강남으로 이사를 가야 할까요, 아니면 강북에 계속 눌러 살아야 되나요?” 부동산에 대한 질문은 끝이 없다. 궁금한 것도 많고, 관심도 높다. 질문을 요약하면 대체로 이렇다. ‘서울 강남권으로 입성하자니 자금이 많이 부족하다. 강북에 눌러 있자니 부동산 재테크에서 바보가 된 듯하다. 여태 정부 정책을 믿고 집값 하락을 기다렸는데, 내집마련은 허사인 것 같다.’ 그러나 죄송스럽게도 시원하게 답변해 드릴 수가 없다. 어느 누구도 호쾌하게 답할 수 없을 것이다. 집값은 경제 논리 이상으로 심리(心理)가 많이 좌우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부동산 문제는 참으로 고약하다. 집 없는 서러움은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많이 가진 사람들도 종합부동산세 등으로 고통스럽다고 아우성이다. 부동산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외적인 영향이 크다. 부동산은 부자가 되는 지름길로 통한다. 사는 곳은 사회적 지위와 계급의 상징이 됐다. 부의 대물림을 위한 교육 여건도 큰 요인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시장에서는 정부 의도와는 반대로 읽힌다. 공급을 확대한다고 하면 재건축·재개발이 완화될 것으로 보고 집값이 뛴다. 반대로 규제를 가한다고 하면 공급이 줄 것으로 믿고 오르는 형국이다. 동쪽으로 간다고 해도 뛰고, 서쪽으로 간다고 해도 뛰는 셈이다. 주택 문제에서 반항적 속성이 생긴 것은 과거의 학습 탓이다. 그동안 정부 정책에서 일관성을 찾아볼 수 없다. 주택은 정부 입김에 좌우되지만 그 정책은 성공적이지 않았다. 시장에 신뢰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주택보급률 100% 돌파 통계 함정에 빠진 적이 있다는 변명을 한다. 수요와 공급의 시기가 맞지 않다는 말도 늘어놓는다. 아파트는 오늘(현재) 부족한데 내일(미래) 공급한다. 수급 시차가 심할 경우 5∼6년에 이른다. 그러나 주택은 “빨리, 많이, 싸게” 공급해야 한다. 이런 기조의 정책이 수년간은 더 지속돼야 ‘부동산 불패(不敗)’ 신화가 사그라질 것이다. 군사정권에서는 부동산 문제를 체제 안정의 차원에서 접근했다. 주택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체제를 위협하는 것으로 봤다.“엄마, 또 이사가?”,“전세금 마련 못한 가장, 일가족 동반 자살” “국민 절반이 셋방살이”….1970∼80년대 신문 제목들이다. 이런 기사들이 신문을 장식할 때 대선 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부동산 투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보도가 최근 나오고 있다. 본인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의 말대로 결백하다면 억울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잘 믿지 않는다. 과거 지도층의 거짓말이 한두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전 시장은 한국 최고 건설사의 최고경영자였다. 그런 그에게 부동산에서 투명성과 도덕성을 더욱 요구한다면 무리한 주문일까? 이참에 대선 레이스 참가자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전국을 돌면서 선심성 개발 공약을 무책임하게 남발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대선 주자들이 선심성 공약을 늘어놓으면 땅값이 급등한 경우가 과거에 적지 않았다. 대선 주자들은 자신들의 욕심을 위해 전국을 투기장으로 만드는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다. 시장의 신뢰는 말이 아니라 실행(實行)에서 쌓인다. 부동산 문제가 고약하지만 풀 수 없는 난제는 아니다. 이기철 산업부 차장 chuli@seoul.co.kr
  • [불합리한 세제 확 바꾸자] (중) 거꾸로 가는 세제

    [불합리한 세제 확 바꾸자] (중) 거꾸로 가는 세제

    조세의 가장 바람직한 원칙은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인데, 우리는 어떤가. 경제규모는 커졌는데 조세체계를 손질하지 않아 정부가 손쉽게 세금을 걷고 있다는 비판들이 쏟아진다. 국민의 조세부담률이 20%대로 높아졌는데도 국가채무가 4년 만에 약 150조원 늘었다. 또한 경기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수도권 과밀화 방지 등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종 조세 특례정책을 ‘유인책’으로 활용해야 할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세 제도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본다. ●부가세 환급 너무 늦다 홍보업체를 운영하는 창업 3년차 김형식(가명·43) 사장은 지난 3년간 미수금 6000만원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업 초기에 홍보를 대행해 주고 못 받은 돈이다. 게다가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 600만원은 납부해야 했다. 요즘 김 사장의 바람은 600만원이라도 환급받는 것이다. 김 사장은 “사업 초기에 600만원만 돌려받았어도 숨통이 트였을 것”이라면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창업을 지원한다는 정부가 오히려 창업을 억압하고 장부상 ‘흑자도산’을 유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정부는 미수금에 대해 지불한 부가세는 환불해 준다. 그러나 3년 뒤다. 또 상대방의 부도·폐업 등으로 대금을 받지 못한 것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미수금을 받으려고 노력한 흔적을 제시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법인세율이 높다는 주장 아일랜드는 1981년 외국 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45%에서 10%로 내리는 파격적인 조치를 시행했다.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그후 아일랜드는 해외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유럽의 부국으로 일어섰다. 법인세 인하는 2000년 이래 해묵은 논쟁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2005년부터 기업소득 1억원 이상일 때는 25%,1억원 이하일 때는 13%를 적용한다. 지방세까지 포함하면 명목 법인세는 14.3∼27.5%로 올라간다. 물론 선진국의 명목세율이 30%인 점을 들어 우리 세율이 높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국제자본시장에서 투자자본 유치경쟁은 선진국은 선진국들끼리, 개발도상국들은 개발도상국들끼리 이뤄지기 때문에 우리의 비교 대상은 홍콩, 싱가포르, 중국이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명목세율만 따지면 우리나라의 법인세는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중국과 비슷하다. 그러나 실효세율로 들어가면 상황이 확 달라진다. 우리나라의 법인세 실효세율이 12.1∼25.6%인 반면, 중국은 10.6∼17.5%, 싱가포르는 5.3∼10.4%, 말레이시아는 6.9∼18.5%로 상대적으로 낮다. 조세연구원은 “우리나라 명목 법인세가 20% 수준, 그 이하가 돼야 해외자본 유치에 경쟁력이 생긴다.”면서 “G7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아시아 주요국들이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추세임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1990년 이후 경제 규모가 약 3배나 성장했음에도, 법인세 과표기준이 1억원 안팎으로 고정돼 있는 것도 실정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매출이 1억원이 넘으면 세율이 13%에서 25%로 뛰어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법인세 인하가 투자활성화, 경기회복 및 경제성장에 유리하다는 보고서들은 계속 나오고 있다. ●탈세 부추기는 간이과세제도 간이과세제도는 영세 개인사업자가 2400만원 이상 4800만원 이하의 매출을 올릴 경우 부가가치세를 일정한 비율(3%)로 처리해주는 제도로,2000년에 처음 도입됐다. 매출·매입·경비 등에 대해 장부처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소득이 파악되지 않는다. 결국 이것을 빌미로 매출액이 4800만원을 넘어서는데도 간이과세 사업자로 신고해, 탈세를 하는 것이다. 국세청 등에서는 최근 간이과세 지역과 업종을 대폭 배제시키고, 일반과세로 돌리고 있다. 신용카드 사용이 늘고 현금영수증 발급 등으로 과표가 양성화되면서 업종별, 지역별 소득세율이 점차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세연구원은 “간이과세 기준을 상향조정하지 않은 채 과표가 양성화되면 점차 간이과세 사업자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복잡한 세제 간편화 필요 경제·사회변화에 발맞춰 조세제도도 복잡하게 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누진세율, 세금을 줄여주는 감면제도와 세금을 가중시키는 중과제도 등이 뒤섞여 일반인이 세금을 이해하기도 어렵다. 세금이 복잡하면 세무사에 대한 상담이 필수가 되며 법령을 둘러싼 오해와 이의 해소 등을 위한 사회적 비용이 지불될 수 있다. 이에 일부 국가에서는 단일세율 도입 등으로 세제 간편화를 추구하고 있으나 쉽지 않은 상태다. 우리 정부도 2000년에 ‘세법 체계와 내용을 알기 쉽게 정비한다.’는 방침을 마련해 추진했으나 현재 중단된 상태다. 우리나라의 경우 목적세까지 더해져 다른 나라보다 세제가 더 복잡한 편이다. 현재 국세 14개 중에는 농어촌특별·교육·교통세, 지방세 16개 중에는 지방교육·도시계획·사업소·공동시설·지역개발세 등 총 8개의 목적세가 있다. 목적세는 계속해서 추진해야 하는 사업에 쓸 돈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목적이 다해도 소멸되기 어렵다는 점과 거둬진 재원이 목적에 맞게 제대로 쓰이고 있는가의 문제가 있다. 현재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유류세 중 교통세와 교육세가 대표적인 목적세다. 유류세에는 교통세의 21.5%에 해당하는 주행세가 부과된다. 교통세는 1994년부터 10년에 걸쳐 도로와 도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목적으로 휘발유와 경유에 부과됐다.2003년 3년 더 연장됐고, 올해부터는 교통에너지환경세로 이름을 바꿨다. 한시적 목적세로 만들어졌지만 재원을 쓰는 곳이 생기면서 없애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국조세연구원 관계자는 “환경세가 되면서 재원을 건설교통부와 환경부가 나눠 쓰면서 도로나 철도 이외에도 투자가 돼야 하는데 그렇게 되고 있는지는 미지수”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농어촌특별세는 우루과이라운드 타결에 따라 특별소비·취득·종합부동산·레저세액과 증권거래금액에 1994년부터 2014년까지 20년간 부과하는 조건으로 마련됐다. 그러나 농특세로 마련된 재원이 그동안 농촌의 경쟁력 제고에 쓰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교육세에 대한 조세저항은 적은 편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교육세는 전 국민이 관여돼 있다는 점에서 다른 목적세와는 성격이 다른 편”이라고 지적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조세 전문가가 보는 상속ㆍ증여세 # 퀴즈:재산가로 알려진 A씨는 캐나다로 이민갔다. 그곳에서 두 자녀에게 100억원대의 재산을 물려줬다. 몇년 뒤 자녀들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A씨가 캐나다로 갔던 까닭은?답:캐나다에는 상속세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재산을 나눠줬다면 50억원에 가까운 상속세를 내야 한다. 한마디로 세금을 안 내려고 일시적인 이민까지 선택한 셈이다. 삼성이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발행,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에게 경영권을 승계한 것도 편법적인 ‘부의 세습’의 대표적 형태이다. 조세 전문가들은 국내 상속·증여세가 과도해 편법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부의 대물림’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국민 감정 때문에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못한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14일 “기업활동이 투명하게 검증된다면 중소기업부터 상속세를 일정기간 유예하거나 완화해 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상속·증여세율은 과표가 30억원 이상은 50%,10억∼30억원은 40%,5억∼10억원은 30%,1억∼5억원은 20%,1억원 미만은 10% 등이다. 다른 전문가는 “대기업의 최대 관심은 경영권 유지다. 상속세를 내려면 지분을 팔아야 하는데 삼성전자처럼 지분율이 낮은 기업들은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부의 집중만 갖고 뭐라고 하면 10년 뒤 한국에 남을 기업이 있겠느냐며 상속세를 낮춰 장기적으로 법인세를 더 거둬들인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정부는 세율을 낮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상속세 납부 대상자가 연간 2000명도 안되며 공제액도 5억∼35억원에 이르러 웬만한 중산층은 상속세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경우 자녀들에게만 경영권을 물려주려 하니까 상속세 문제가 불거진 것이지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한다면 논란거리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외국의 상속세율도 미국 18∼46%, 일본 10∼50%, 독일 7∼50% 등으로 우리와 큰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독일은 10년간 상속세를 유예하면서 매출이나 고용이 늘면 탕감해 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상속세 폐지나 세율의 급격한 인하에는 반대하지만 공제금액을 높이거나 세금을 일정기간 유예해 주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지난 12일 대한상의가 최대주주의 지분 상속 때 적용되는 할증과세를 폐지해 달라고 건의한 것도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 정부는 지분 상속 때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간주해 시가(상장기업)나 평가금액(비상장기업)보다 10∼30%를 더 부과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할증요율을 낮추거나 기업과 과세당국이 할증 금액을 조율하는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넘치는 범죄보도’ 경계하자/ 민영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

    지난 주 뉴스의 화두는 단연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 폭행사건이었다. 국내 굴지 재벌 총수의 상식에 벗어난 범죄 의혹에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하겠다. 공인에게 기대되는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감은 일반인들의 그것에 비해 훨씬 높을 뿐더러, 사건의 전말에 대해 여러가지 의혹이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건이 한 주 내내 지면을 독점할 만큼 국가적, 사회적 중요성을 지니는지에 대해서는 반문하고 싶다. 이 사건과 관련,4월30일 월요일부터 5월5일 토요일까지 총 40개의 기사가 실렸으며 2개의 사설이 게재되었다.5월5일을 제외하고는 1면에 1개 이상의 기사가 실렸다.4월30일 1면 기사 “김승연 회장 빠르면 오늘 사법처리”를 통해 구속을 예측하며 독자의 관심을 모았지만, 아직까지도 사건의 진실이나 해결 방향은 뚜렷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5일자 “김승연 회장 폭행 가담한 듯”이나 “영장 발부엔 이견, 혐의는 구속 수준” 등 비슷한 수준의 추측 기사들이 게재되고 있을 뿐이다. 한편 한 주 동안 진행된 김승연 회장 부자의 검찰 조사나 가택 압수수색 과정은 드라마틱하게 생중계되다시피 했다. 반면 이 사건이 가진 사회적 함의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분석하며 수사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제언하는 기사는 턱없이 부족했다.5월1일자 사설 “김승연회장 죗값 치러야 한다”와 3일자 사설 “한화가 김승연 회장 사유물인가” 등은 재벌 총수로서 처신의 부적절함을 지적하고 정당한 수준에서 처벌을 요구하는 정도에서 그쳤다.1일자 3면 기사 “검증없는 재벌 대물림, 빗나간 특권의식” 등에서 이 사건의 사회적 함의에 대한 전문가의 시각을 담아내려 했으나, 과연 이 사건을 전체 재벌의 문제로 일반화하여 그들이 누리는 사회적 권력의 문제나 경영권 세습의 문제 등에 대한 논의로 확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심층적인 진단이 필요했다. 재벌 총수의 보복 폭행 의혹이 단순한 일반 범죄사건으로 취급될 수는 없겠지만, 범죄에 대한 과잉된 반응과 해석은 오히려 독자에게 불필요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범죄보도는 일반적으로 시민들에게 범죄에 대한 경각심과 안전의식을 일깨움으로써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돕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적정한 수준의 감시기능을 넘어선 범죄보도는 개인에게 불필요한 공포심을 불러 일으키고 현실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이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병리로 발전될 수 있으며 과도한 심리적·경제적 비용의 지출로 이어진다. 실제로 범죄율, 특히 강도, 강간, 살인 등과 같은 중범죄율의 지속적인 하락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범죄에 대한 불안과 공포심이 날로 증가하는 것은 범죄뉴스의 과잉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독자의 눈길을 쉽게 끌 수 있는 선정성과, 취재나 기사작성의 편의성 등이 아마도 범죄보도의 범람을 부추길 것이다. 모든 언론매체가 극적인 범죄를 앞다퉈 보도하기 때문에 비슷한 수준에서 그것을 다룰 수밖에 없는 ‘팩저널리즘’ 관행도 한 몫 할 것이다. 그러나 범죄보도의 과잉이 가져올 수 있는 개인적·사회적 부작용을 생각할 때 범죄보도는 감시와 경고 기능 이상을 넘어서서는 안될 것이다. 지난 주 임시국회를 통해 처리되거나 처리되지 못한 법안들 중, 국민의 생활과 이해관계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중요한 이슈들이 많다. 형사소송법 개정안, 사학법, 로스쿨 도입문제 등 각종 현안들이 한화 김승연 회장 사건에 가려 충분한 지면을 할애받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갔다. 지면의 제약상 이슈의 취사선택은 늘 제로섬 게임이다. 독자를 대신해 세상사의 중요성을 저울질하는 신문사의 게이트키핑 과정에 더 큰 공적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민영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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