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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 빼든 국세청 ‘세금없는 富 대물림’ 뿌리 뽑는다

    칼 빼든 국세청 ‘세금없는 富 대물림’ 뿌리 뽑는다

    국세청이 탈법과 편법을 통해 교묘하게 자행되고 있는 ‘부의 대물림’에 대해 칼을 뽑아 들었다. 국세청은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 차단을 하반기 세무조사의 역점과제로 정하고 조직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는 계획이다. ●李청장, 전국 조사국장회의 주재 이현동 국세청장은 12일 본청 대회의실에서 전국 조사국장회의를 주재하면서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 차단 ▲대기업에 대한 성실신고 검증 ▲역외탈세 근절의 중단 없는 추진 등의 3대 목표를 하반기 역점과제로 선정했다. 이날 회의에서 부를 독점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성실신고에도 탈세가 없는지를 집중 검증키로 했으며, 변칙 상속·증여 혐의자에 대해서는 관련 기업까지 범위를 넓혀 조사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국세청은 대기업이 사주의 아들이 대주주인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사실상 변칙적인 상속을 하는, 이른바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행위에 대한 관련 입법이 마무리되면 이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 청장은 “편법·탈법을 통한 부의 세습은 국민에게 큰 박탈감은 물론 해당 기업에 대한 불신 심화, 특정계층으로의 경제력 집중, 기업의 지배구조 왜곡 등 국가경제발전을 저해하는 만큼 이에 대한 엄정한 과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세청이 그릇된 부의 대물림에 대해 칼을 빼어든 것은 최근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와 마찬가지로 잘못된 경영권 승계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다. 현재 대기업은 2세대에서 3세대로, 중견기업은 1세대에서 2세대로 경영권 승계가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거액의 상속·증여세를 피하려는 불법 행위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국세청의 판단이다. 이 청장이 전국 조사국장 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국세청의 핵심조직인 조사국의 전·현직 직원들이 최근 잇따라 비리에 연루되면서 국세청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한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의는 내부의 기강을 바로잡고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공정한 세정 집행이야말로 최근의 각종 의혹에서 벗어나 국민의 신뢰를 얻는 최선의 길임을 명심해 달라.”며 조사국장들의 솔선수범을 당부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주식 차명취득… 2500억 탈루 국세청은 상반기 특별 세무조사에서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 차명재산 보유, 재산 해외 반출, 허위서류 작성 등 지능화·전략화된 수법을 통해 부를 승계한 대기업과 중견기업 사주, 대자산가 등 204명을 조사해 4595억원을 추징했다. 중견기업인 유명 제조업체의 사주는 회사를 설립하면서 본인 주식을 임원에게 명의신탁하고 이의 일부를 자녀가 대주주인 회사에 수백억원이나 낮게 판 것으로 적발됐다. 명의신탁 주식의 배당금 등으로 자금출처가 면제된 특정채권(일명 묻지마 채권) 55억원어치를 구입해 매각하고 이 돈으로 다시 지인 명의로 주식을 차명 취득하기도 했다. 탈루액은 2500억원에 달해 970억원의 세금 납부를 통보받았다.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190억원을 2002년부터 최근까지 임직원 20명의 이름을 빌려 양도성예금증서(CD), 국공채, 펀드 등 금융재산으로 차명 운영한 뒤 30대 중반인 자녀에게 이 재산을 변칙 상속하려던 제조업체의 사주 역시 세무당국에 꼬리를 잡혔다. 해외에 세운 페이퍼 컴퍼니와 서류상 이혼을 통해 상속세와 증여세를 탈루하다 적발된 사례도 나왔다. 공인회계사 C씨는 2007~2008년 미국에 있는 아들에게 50억원을 증여하고도 아들 명의의 페이퍼 컴퍼니에 투자한 것처럼 송금했다. 30년 이상 같이 살던 아내에게는 이혼 시 재산분할이 증여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악용해 서류상 이혼하고 예금 80억원을 넘겨줬다. 국세청은 사전 증여에 따른 상속세 등 140억원을 추징했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비상장사 통한 富대물림 규제 강화” 상속·증여세법 개정 추진

    “비상장사 통한 富대물림 규제 강화” 상속·증여세법 개정 추진

    대기업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 차단을 위해 상속·증여세법 개정이 추진된다. 지난 2004년 상속·증여에 관한 포괄주의가 도입됐지만 비상장회사를 통한 부의 편법적 상속을 규제하기에는 좀 더 많은 보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조세연구원에서 관련 용역이 진행 중이다. 30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사회적 관심이 큰 사안이기 때문에 용역안이 나오는 대로 공청회를 열어 개정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9월 정기국회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어 공청회는 8월 중 열릴 가능성이 크다. 이 관계자는 “소액 주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일감 몰아주기로 지배주주의 2세 등이 주가상승이익을 취하면 증여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과세가 가능하다. 그동안 증여 시기와 증여 이익 산정 등에 대한 구체적 과세요건 규정이 없어 과세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고민하고 있는 방안은 시장가격과 거래가격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다. 부당행위계산의 근거는 시가 기준인데 규모의 경제, 영업비밀과 지속성 등을 이유로 계열사에 몰아줄 경우 과세 근거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사건에서 보듯이 기업들이 불복해 법원에 소를 제기할 경우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2001년 비상장회사인 글로비스(현대차를 수출하는 등의 그룹 물류기업)에 29억 8300만원을 투자했다. 그리고 10년 뒤 1조 8967억원의 투자수익을 냈다. 배당금 335억원까지 더하면 투자금의 647배에 달하는 수익이다. 자본금 150억원으로 출발한 글로비스는 10년 만에 매출 5조 8300억원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500원짜리 주식은 지난 2005년 상장된 뒤 최근 16만 5000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6년 9월 이 거래를 ‘비정상적인 가격’에 의한 ‘현저한 규모’를 갖는 부당지원행위로 판단하고 현대자동차 등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현대차 그룹은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행정법원에서는 공정위가 이겼고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최근 문제가 된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문화확산과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노력을 병행할 방침이다. 경쟁관계에 있는 중소 MRO·유통업체의 경영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기업 MRO가 이들과 협력관계를 가진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중소 MRO가 대기업 MRO를 수출 창구로 활용한 동반진출을 유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MRO업체가 원가절감 명목으로 납품업체에 부당하게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행위는 불공정 행위로 간주, 거래상 지위 남용 등으로 제재할 방침이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일감몰아주기 상속·증여세”

    “일감몰아주기 상속·증여세”

    대기업이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를 차단하기 위해 공시대상이 되는 내부거래 범위가 확대된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부를 대물림하는 관행을 막기 위해 상속·증여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또 대기업이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시장에 무분별하게 뛰어들지 못하도록 사업조정제도 등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나라당과 정부는 30일 당정협의를 갖고 이러한 내용의 ‘일감 몰아주기 및 대기업 MRO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공시대상은 동일인·친족 지분이 30% 이상인 계열사에서 20% 이상인 계열사로 확대된다. 이 경우 공시대상 기업은 현행 217개에서 245개로 13%(28개) 늘어난다. 공시주기는 연 1회에서 분기당 1회로 단축되며, 공시내용도 단가를 포함한 거래 조건과 거래 품목 등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또 계열사 별 내부거래 현황을 분석해 1년에 한 차례씩 공개할 계획이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나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회사의 내부거래 규모와 특징 등이 포함된다. MRO 사업을 하는 대기업 계열사와 광고·유통·물류·전산 업종과 관련된 대기업 계열사 등이 대상이다.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당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이득을 얻은 비상장 계열사가 상장할 경우 주가 상승분이나 영업권 증가분에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만큼 과세하는 방안을 정부에 주문했다.”면서 “구체적인 과세 방안은 오는 8월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기업의 MRO 사업 확장에 제동을 걸기 위해 품목별로 실시되고 있는 사업조정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동반성장위원회가 ‘MRO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공공부문 MRO 공급업체를 중소기업으로 제한하고, 대상이 되는 공공부문의 범위도 기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공기관까지 넓히기로 했다. 다만 당에서는 MRO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요구했지만, 정부 측이 MRO 취급품목 중 대기업 생산제품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이유 등으로 난색을 표해 합의에는 실패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재벌 총수 국회 나와라” vs “못 간다”… 정·재계 전면전

    “재벌 총수 국회 나와라” vs “못 간다”… 정·재계 전면전

    ■ “세금·임금 더” 정책 꺼낸 정치권 ‘세금으로 조이고, 임금 부담 늘리고’ 여야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친(親)서민 정책 기조를 강화하며 재계를 겨냥한 압박수위를 높여 갔다. 29일 국회 지식경제위와 환경노동위가 각각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공청회, 한진중공업 사태 청문회를 예고하며 경제단체장들과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의 출석을 종용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과 재계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한나라당 정책위는 정부가 동반성장위를 중심으로 도입하려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제도에 유통·서비스업종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최근 대기업 산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업체들의 시장 장악력이 확대되는 데 맞서 중소 유통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당 정책위는 대기업들의 MRO 업체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행태에 상속·증여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정책위 관계자는 “대기업 오너 일가가 MRO를 편법적인 ‘부(富)의 대물림’ 수단으로 악용하는 걸 막기 위해 세법 개정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책위는 대기업과 MRO 간 납품가가 시장가와 확연히 차이나는 경우, 실적 부풀리기로 주가가 뛴 경우 등 구체적 사례를 파악해 과세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 기업집단내 비상장 계열사와 다른 계열사 간 수익에 대해선 법인세를 중과세하는 방안, 공공기관의 물품 구매 때 중소 MRO업체를 이용토록 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함께 대기업이 오너와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와의 거래를 투명하게 감시할 수 있도록 신고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정부 쪽에 검토를 요청한 상태다. 당정은 오는 30일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최저임금제 ‘10% 인상안’으로 재계를 압박했다. 29일로 예정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시한을 앞두고 노동계가 요구하는 ‘5410원 인상안’을 적극 지지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 손학규 대표도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영수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현재 최저임금은 4320원으로 평균임금의 32%밖에 안 된다. 50%까지 높이는 원칙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제안했다고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이 전했다. 개별 의원들의 재계를 향한 비난도 이어졌다. 김영환 국회 지경위원장은 허창수 전경련 회장 등 경제단체장들이 29일 공청회에 불참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 “공청회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것은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대화하지 않겠다는 자세”라며 출석을 거듭 요구했다.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도 “재벌기업의 ‘지네발’식 확장에 대해 총수가 아닌 실무진이 답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지경위는 경제단체장들이 불참할 경우 공청회를 청문회로 격상시켜 출석을 강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反 반값등록금 보고서’ 낸 전경련 정치권에 대한 재계의 공세 수위가 연일 높아지고 있다. 이번엔 ‘수장의 입’이 아닌 조직의 ‘브레인’을 통한 이론전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소모적인 감정 대응은 자제하는 대신 논리 싸움으로 정치권과 맞붙는 동시에 여론을 좀 더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되돌려 보자는 뜻에서다.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은 27일 반값 등록금 문제에 관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한경연은 최근 정치권과의 분쟁에서 총대를 메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유관 기관이다. 한경연은 ‘반값 등록금의 문제점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반값 등록금은 소득 재분배와 수익자 부담 원칙 등 경제 원칙에 어긋나는 동시에 학력 인플레를 심화시키면서 대졸 실업자를 양산할 수 있다.”면서 “등록금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값 등록금 정책은 부유한 가정에까지 혜택을 주고, 국민 세금으로 재원을 마련하기에 대학에 가지 않는 사람도 대졸자의 비용을 대신 내는 등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연구원은 또 “반값 등록금은 부실 대학 정리 지연, 재원 배분의 우선순위 왜곡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면서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고 등록금을 낮추려면 부실 대학 정리 등 대학의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이를 위해 기여입학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날 한경연은 보고서에 대해 전경련 기자실에서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했다. 보고서 브리핑은 1년여 만에 처음 이뤄진 일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보고서 내용을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함으로써 최근 정치권과의 갈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브리핑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전경련 자체의 이론 대응도 쏟아진다. 전경련은 지난해 한국 설비 투자가 전년 대비 21.3%(명목기준) 증가해 비교가 가능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23개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결국 ‘MB정권의 저환율정책 등에 따른 과실을 독점한 대기업이 투자에 인색하다.’는 정치권의 비판을 재반박한 셈이다. 이어 전경련은 29일 ‘금융위기 기간 대기업의 고용 분석’ 보고서를 발표한다. 15개 대기업 그룹의 고용 증가율이 전체 임금 근로자 증가율의 6.4배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지난 26일에는 “지난해 한국경제 성장의 37%는 대기업 투자의 결과”라는 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나 전경련이 정치권과의 갈등에서 ‘출구전략’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당초 28일 예정됐던 한경연의 감세 관련 보고서와 브리핑이 이날 오후 갑자기 취소됐기 때문이다. 정치권과의 확전이 더 이상 실익이 없는 만큼 법인세 인하 환원 등에 대한 재계 의견을 내비치는 선에서 갈등을 봉합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사설] 일감 몰아주기 과세 실행방안 촘촘히 짜라

    정부가 최근 대기업이 가족 소유의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편법적으로 기업을 상속하는 것을 막기 위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여당에 전달했다고 한다.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도 “재벌들의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실현하고자 하는 공정사회의 기치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편법적인 상속·증여를 통한 부의 세습은 법으로 원천 차단함이 마땅하다. 편법이 통하는 사회를 더 이상 방기해서는 안 된다. 사실 대기업들의 편법 상속·증여 문제는 참여정부 때 본격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대기업의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근절하기 위해 2003년 말 상속·증여세법을 개정해 기존의 16개 유형별 상속·증여 의제를 ‘완전 포괄주의’로 바꿨다. 편법이 드러나면 언제든 과세할 수 있도록 했다. 대기업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허점을 차단한 것이다. 하지만 성과는 거의 없었다. 대륙법인 성문법에 기초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불문법인 미국의 ‘완전 포괄주의’를 채택하다 보니 엇박자가 난 것이다. 불문법에서는 판례 등이 기준이 되는데 우리나라는 대기업의 편법 상속·증여에 대한 해외 판례나 사례를 찾을 수가 없었다. 정부는 이번에 ‘완전 포괄주의’의 구체적인 과세 방안을 촘촘히 짜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나는 기업, 기는 정부’라는 쓴소리를 들을 것이다. 편법 상속·증여에 혈안이 된 대기업을 겨냥해 ‘완전 포괄주의’를 도입했지만 정작 대기업들은 다 빠져 나가고 몇몇 피라미 기업들만 혼쭐이 났었다. 정부는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부당 지원 여부를 어떻게 가릴 것인지, 중과세율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등에 대해 예시규정 등을 잘 만들어야 한다. 또 상속·증여세법 개정 말고 자본이득에 양도소득세 중과가 가능한지, 법인이익에 대한 과세가 가능한지 등을 위해 소득세법과 법인세법 개정 여부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 ‘모성 결핍’ 엄마, 대물림 끊기 프로젝트

    ‘모성 결핍’ 엄마, 대물림 끊기 프로젝트

    “나는 엄마다.”라는 구호는 대개 광고에 쓰인다. 귀한 엄마니까, 귀한 자식이니까 돈 좀 더 쓰라는 얘기다. 온갖 양육 정보와 좋은 상품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엄마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오후 9시 50분에 방영되는 EBS 다큐프라임 ‘마더 쇼크’는 이 문제를 다룬다. 1부 ‘모성의 대물림’은 엄마의 고통에 초점을 맞췄다. 대개 엄마는 아이를 좋아한다고 단정짓지만 그렇지 못한 엄마도 있다. 이들이 평소에 그랬다면 이해할 법도 한데 모두들 사회생활은 문제 없이 하고 있다. 이들에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제작진은 아이와 제대로 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엄마들과 함께 4개월간 모성 회복 프로젝트를 시행했고 그 과정을 담았다. 이 엄마들의 공통점은 자신들이 어렸을 때 엄마에게 제대로 사랑을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어릴 적 아기가 엄마와 맺는 애착 관계가 성인이 된 후 자신의 아기에게 고스란히 반복된다고 지적한다. 모성도 대물림된다는 것이다. 이 대물림을 끊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모성 회복 프로젝트가 이 내용을 담았다. 2부 ‘엄마의 뇌 속에 아이가 있다’ 편에서는 한국 엄마들의 뜨거운 교육열을 짚어본다. 실제 실험도 해봤다. 초등학생들에게 낱말 맞추기 문제를 풀라고 했더니 한국 엄마들은 자기들이 대신 다 해줬고, 미국 엄마들은 끈기 있게 기다리면서 성공하면 성공하는 대로, 실패하면 실패하는 대로 내버려뒀다. 이들 엄마 간의 차이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단순히 동서양 문화의 차이일 뿐일까. 정윤경 교수가 이끄는 가톨릭대 연구팀은 동서양 엄마의 뇌구조에서부터 차이가 난다고 분석했다. 그 분석 결과를 공개한다. 3부 ‘나는 엄마다’는 엄마에게 덧씌워지는 주홍글씨를 분석한다. 첫째는 모성 본능. 모성 본능으로 어려움을 겪는 엄마들이 의외로 많다. 24시간 내내 바깥에 제대로 나가지도 못하면서 아기와 함께 집 안에만 갇혀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엄마는 당연히 희생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요즘 들어 더욱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많이 배우고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왜 여성만 희생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세 번째는 아이의 행복이 곧 엄마의 행복이라는 공식이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이를 돌볼 때 엄마가 가장 행복해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가장 우울한 순간 역시 아이를 돌볼 때라는 결과도 있다. 왜 우리는 아이가 주는 기쁨에 대해서만 얘기하고 그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을까. 초보 엄마들을 모아놓고 이 문제에 대해 솔직한 얘기들을 나눠봤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사설] 대기업 총수 문화 스스로 살펴보라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의 총수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총수 문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현재 대기업들은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총수 일가의 세금 없는 탈·편법적 세습과 부의 대물림, 거액의 세금 탈루 및 비자금 조성, 무차별적 비상장 계열사 확대 등으로 반기업 정서를 불러일으킬 때가 많다. 이 대통령의 언급에는 그런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는 당부가 담겨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일부 대기업은 자신들이 잘해서 성장한 것으로 착각하면서 동반성장 정책을 반시장적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현 정부의 친기업 정책을 살펴봐야 한다. 고환율 정책 등으로 대기업의 수출은 크게 늘었지만 국민은 물가가 올라 고통 받고 있다. 50대 그룹 계열사는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와 출자총액제한제도가 폐지된 덕분에 5년 새 문어발식 확장을 거듭해 1.5배나 늘어났다. 대기업들은 하도급 회사들을 대거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비상장 계열사를 통한 부의 대물림도 공공연히 이뤄졌다. 주요 대기업은 작은 자회사를 세워 총수의 자녀에게 물려준 뒤 일감을 몰아줘 덩치를 키운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상당수 대기업은 해외투자 명목으로 조세피난처에 계열사나 유령회사를 설립해 무역대금을 빼돌리는 등 세금을 탈루하고 국부를 빼돌리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 대통령도 얘기했듯이 몇몇 대기업이 국가 경제를 이끌어가는 것은 위험하다.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해야 경제가 튼튼해지고 안정된다. 더욱이 동반성장은 우리 사회의 양극화 완화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대기업 총수들은 이익공유제가 반시장적 제도가 아니라 시장친화적이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한 발판이 될 수도 있음을 되새겨야 한다. 총수 일가의 이익만을 좇는 경영으로는 중소기업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오히려 오늘의 성공이 비판의 대상에 오르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이제라도 대기업 총수 스스로 깊은 성찰을 통해 공동체의 가치를 함께 실현하는 데 앞장서 주기를 기대한다.
  • 10대 재벌, 3년 간 몸집 절반이상 컸다

    10대 재벌, 3년 간 몸집 절반이상 컸다

    오너가 있는 10대 대기업집단(그룹)이 최근 3년간 몸집을 크게 불린 것으로 파악됐다. 10대 오너 그룹의 자산총액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8년에는 50.3%였으나 지난해는 59.1%로 8.8%포인트 늘어났다. 계열사가 늘어나고 자산총액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해도 계열사와 자산총액이 큰 폭으로 늘어나 10대 오너 그룹 자산총액이 GDP 대비 60%를 넘을 전망이다. 특히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1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4월 5일 기준 10대 오너 그룹(포스코·한전·LH공사 등 제외)의 자산총액은 815조 8000억원이다. 1년전 693조 5000억원에 비해 17.6%(122조 3000억원) 늘어났으며 2008년(516조 3000억원)과 비교해서는 58%(299조 5000억원) 늘어났다. 연간 증가율을 보면 2009년 625조 1000억원으로 전년대비 21.1% 증가했으며, 2010년 693조 5000억원으로 10.9%, 2011년 17.6%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0대 오너 그룹의 계열사 수는 총 581개로 지난해 496개보다 17.1%(85개) 늘었다. 계열사 수는 2009년에는 전년보다 18.7%(74개) 증가했고 2010년에는 5.8%(27개) 늘었다. 전문가들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일정 부분 규모가 커질 수는 있으나 경제력 집중으로 균형 발전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GDP는 2008년 1026조원에서 2010년 1172조원으로 14.2%(146조원) 늘어나는데 그쳤으나 10대 그룹의 자산총액은 34.3%(299조원) 늘었다. 그룹별로 보면 재계 1위인 삼성이 2011년 계열사 78개, 자산총액 192조 8000억원으로 2008년보다 각각 32.2%(19개), 59.9%(86조 5000억원)씩 늘어났다. 10대 그룹 중 평균 수준이다. 반면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은 계열사나 자산총액 증가속도에서 1, 2위를 다퉜다. 현대자동차는 계열사수가 2008년 36개에서 63개로 75%(27개), 현대중공업은 9개에서 21개로 133%(12개)씩 증가했다. 자산총액은 현대자동차가 3년 사이 71.2%(52조 7000억원), 현대중공업이 80.7%(24조 3000억원)씩 늘어났다. 문제는 오너 그룹의 계열사 편입과 성장에 일감 몰아주기가 동원된다는 점이다. 재벌 2·3세들이 서비스업이나 하청업체를 세우면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이 이뤄진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1년간 새로 편입된 회사들은 하수·폐기물 처리, 건설·임대업 등이 주종을 이뤘다. 이에 정부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 방안 마련에 돌입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특정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편법 상속 가능성 등 전반적인 과정을 점검, 이를 막기 위한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열린세상] 능동적 복지로 가는 길/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열린세상] 능동적 복지로 가는 길/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IMF 외환위기가 몰아친 이후 2000년부터 도입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사실상 우리 공적복지제도의 근간이 되어 왔다.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사람을 가려 최저생계비에 모자라는 액수만큼 국가가 보태주는 제도로 그야말로 최저생계만은 보장해 주는 제도라 할 수 있다. 전체 빈곤층의 30% 정도인 175만명이 이 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으나 수급조건에 미달하는 약 410만명의 빈곤층은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 그런데 이 제도의 그림자도 짙다. 2009년에는 기초생활보장급여 대상 88만 가구 중 9000가구가 부정수급한 사실이 드러나 급여 환수조치를 당하는 등 도덕적 해이마저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수급자들의 빈곤 탈출효과가 작다. 또한 수급자들의 형편이 나아지면 수급권을 금방 박탈당해 두번, 세번 빈곤으로 빠져든다.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자산 형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최저생계비 이상의 소득을 벌 수 없으므로 저축이 불가능하거니와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하여 수급권을 결정하는 제도 자체의 모순에 기인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난무하는데 아직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아직 언 발에 오줌누기 식이지만 해결책 하나를 제안하고자 한다. 바로 자산 형성을 도와주는 제도이다. 즉, 수급자나 저소득층이 근로소득의 일부를 떼어 저축을 하고 정부가 그만큼을 매칭 지원하여 자산을 불려 나가는 방식이다. 논자들에 따르면 소득지원이 단기적인 효과를 지닌다면, 자산은 장기적인 긍정적 복지 효과를 지닌다고 한다. 즉, 경제적 안정을 높이며, 미래에 대한 희망과 목표를 갖게 하고,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자산이 사람들의 세계관을 변화시키고, 미래를 위한 계획을 갖도록 하지만 비빌 언덕을 제공한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서울복지재단의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 서울시와 함께 개발 시행했던 ‘희망플러스 통장’ 사업도 자산형성 프로그램의 일종이다. 일하는 저소득계층이 저축을 하면 정부와 민간 영역에서 매칭, 저축을 해줘 일정기간이 지나면 목돈이 되도록 하여 창업이나 고등교육·주거이전 등에 쓰도록 하는 것이 골자이다. 국가자원에 민간자원이 융합되어 개인의 자립과 자활을 촉진시켜 가난을 예방하고 가난의 대물림을 끊는 형태의 새로운 복지패러다임이다. 수급권자가 납세자로 변할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 제도가 개인-민간-정부의 삼각체제가 정교하게 돌아가게 하는 한국형 공동체 복지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3년 동안 모으게 되는 자산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참가한 분들이 3년이 지나면서 점진적으로 표정이 바뀌며 삶에 희열감이 넘치는 모습을 보고서 내린 결론이다. 그동안에 접목된 재무설계, 인문학 강의, 창업교육 등 각종 경제교육 등의 효과도 입증되었다. 이 프로그램의 주창자인 워싱턴대학의 마이클 시라든 교수가 2009년 필자와 공동 연구차 방한하였을 때,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란 때에도 자산형성 프로그램(IDA)에 참여한 미국 시민들은 집을 팔지 않았고 빈곤층으로 추락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자랑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현재 보건복지부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여 ‘희망키움통장’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하였으며, 경기 성남시의 ‘행복드림통장’을 비롯해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유사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직은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있으나 공적부조제도와 연동되는 부분을 손보고 재원의 안정적인 조달방안을 마련하여 향후 본격적으로 가동될 틀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온 나라가 복지 논쟁으로 갑론을박하고 있는 지금 ‘보편적이냐 선별적이냐’와 같은 무위적인 논란에서 보다 생산적인 논의로 초점을 옮겨가야 할 필요성이 느껴진다. 누구를 대상으로 얼마를 더 쏟아부어야 하는가 하는 규모의 복지보다는 누군가의 지원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동기를 설계하는 능동적인 복지로의 전환이 절실한 때이다.
  • [서울광장] 거꾸로 가는 복지논쟁/우득정 수석논설위원

    [서울광장] 거꾸로 가는 복지논쟁/우득정 수석논설위원

    정치권의 복지 논쟁이 뜨겁다. 민주당이 치고 나가고 한나라당은 맞받아치는 형국이다. 쟁점은 실현 가능성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부자 감세 철회, 4대강 등 비효율적 예산 절감, 건강보험료 인상, 비과세 감면비율 축소 등으로 무상복지의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한나라당은 증세나 재정 건전성 악화를 수반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며 민주당의 주장을 ‘선동정치의 전형’으로 몰아붙인다. 양당 모두 지지기반 확산을 겨냥하고 있으나 이념적인 토대는 좌·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선택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 우파이고, ‘보편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좌파로 편가르기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무상복지든, 70% 복지든 정치권의 복지논쟁은 앞뒤가 바뀌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이 시점에서 왜 복지가 화두가 돼야 하는지에 대한 진단이 빠졌다. 지금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가장 절실한 과제는 양극화 문제다. 외환위기 이후 확산된 산업별·기업 규모별·계층별 양극화는 지속적인 성장을 저해할 정도로 심각한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1000만명 정도로 추정되는 절대빈곤·근로빈곤·저소득층은 성장에 동참할 기회도 박탈당하고 있을뿐더러, 동참하더라도 배분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다. 경제가 호황일 때엔 ‘기여도’라는 잣대가, 불황일 때엔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잣대가 적용되는 까닭이다.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젊은이들이 실직할 우려가 적은 직종으로 몰리고 기득권층이 장벽 쌓기를 통해 부의 대물림에 집착하는 것도 양극화가 초래한 불행한 시대상이다. 따라서 복지 논쟁은 어떻게 하면 양극화를 완화하고 국민 통합에 기여하느냐로 모아져야 한다. 먼저 사회안전망을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1차 안전망인 국민연금·고용보험·건강보험·산업재해보험 등 사회보험, 2차 안전망인 국민기초생활보장·경로연금·의료급여 등 공공부조 및 사회복지서비스, 3차 안전망인 의료·생계 등 긴급복지 지원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사회보험은 정규직 위주여서 비정규직이 소외돼 있고, 공공부조와 긴급복지 지원은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먼저 구멍이 숭숭 뚫린 1·2차 안전망부터 보수해야 한다. 정치권이 요란을 떨고 있는 수혜 대상 및 요율 확대는 그 다음의 문제다. ‘분배정의’를 내세웠던 노무현 정부도 이같은 경로로 접근했다. 참여정부의 국민경제자문회의는 2006년 1월 ‘동반성장을 위한 새로운 비전과 전략’이라는 400쪽에 가까운 보고서를 내놓았다. ‘국민경제자문위원이 대통령께 드리는 경제보고서’라는 부제가 붙은 이 보고서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 창출’로 정책을 전환하는 이유로 양극화 문제를 꼽았다. 방법론으로는 세원 투명성 제고와 과세기반 확충(공정성 제고), 비과세·감면제도의 전면 재정비(고통 분담), 세율 인상 또는 세목 신설(증세)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으려면 공평 과세와 고통 분담, 증세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던 것이다. 이렇게 확보된 재원은 기초보장의 사각지대 해소 및 사회복지 서비스 확충, 근로연계 강화에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답이 이처럼 뻔한데도 느닷없이 ‘창조적’이라는 수식어를 갖다 붙여 기상천외한 해법이라도 있는 듯이 선전하는 것은 국민 기만이다. 복지가 지속가능한 생명력을 가지려면 ‘고용친화적’이어야 한다. 복지가 기회의 평등, 결과의 평등에 기여하려면 일자리 창출과 고용 안정으로 이어져야 한다. 가정 주소득원의 일자리가 불안하면 가난의 대물림과 복지 지출 유발을 막을 수 없다. 그렇다면 정치권은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고 있는 각종 규제 등 애로 요인에 주목해야 한다. 단기실적에 함몰돼 수출 대기업 위주로 추진해온 고환율, 저금리 등 거시정책의 폐단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이라도 복지 논쟁이 제 궤도를 찾아야 한다. djwootk@seoul.co.kr
  • [사설] 세금 없는 부 세습 차단 이번엔 제대로하라

    국세청이 그제 전국세무관서장 회의를 통해 대재산가·대기업 사주의 변칙적인 증여·상속을 막기 위해 차명 주식·계좌 등 차명재산의 실명전환·매매를 통한 소유권 변동 내역을 특별관리해 세금 없는 부(富)의 대물림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역외탈세를 포함해 과세 사각지대에 대한 1만 8300여건의 기획조사를 실시해 2조 7700억원가량을 추징했다. 올해에도 숨은 세원 양성화 등에 조사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국세청이 올해 역점 세정활동으로 ‘역외탈세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나선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조세정의와 공정사회 구현에서 역외탈세는 단순한 세금탈루 차원을 넘어 악질적인 조세포탈 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재산가와 대기업 사주들은 부를 세습하면서 상속·증여세의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해 각종 편법·탈법 수단을 동원해 왔다. 과세당국의 집요한 추적으로 국내에서 탈세가 어렵게 되자 해외에서 돈을 빼돌리는 역외탈세로 방향을 바꾸었다. 국세청이 지난해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를 이용한 역외탈세기업을 적발해 수천억원의 세금을 부과하고 해외부동산 편법 취득자 등 역외탈세자 42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인 것도 역외탈세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국세청이 지난해 말 역외탈세담당관제를 신설하고 올 초부터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를 도입해 역외탈세 추적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국세청의 역외탈세 근절을 위한 강한 의지로 읽힌다. 다만 역외탈세는 관련국과의 협조가 관건이다. 조세와 관련한 국가 간 정보교환협정, 양국 간 동시 조사, 현지파견 조사 등의 수단이 있긴 하지만 제때 협조를 받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국세청이 좀 더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 세금 없는 부의 세습을 이번에는 제대로 뿌리뽑았으면 한다.
  • “대기업·재산가 세금없는 富물림 차단”

    “대기업·재산가 세금없는 富물림 차단”

    국세청은 올해 대재산가·대기업의 국제거래를 정밀 검증해 변칙적인 금융 및 자본거래, 해외투자소득 미신고, 해외 재산 은닉 등을 통한 역외탈세를 철저히 단속하기로 했다. 대재산가와 대기업 사주의 변칙적인 증여·상속을 막기 위해 차명 주식·계좌 등 차명재산의 실명전환·매매를 통한 소유권 변동내역을 특별관리해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차단키로 했다. 국세청은 17일 서울 수송동 청사에서 본청 및 지방청 간부와 전국 관서장, 해외주재관 등 252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세무관서장회의를 열고 ‘2011년 국세행정 운영방안’에 대해 논의, 이같이 결의했다. 이현동 국세청장은 “일부 고소득 영업자, 대재산가 등 세법 질서를 저해하는 탈세자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처해 나가는 한편, 영세납세자,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경영의 어려움이 없도록 무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역외탈세를 포함해 과세 사각지대에 대한 기획조사를 실시, 2조 7707억원(잠정)을 추징했다. 올해는 지난해와 비슷한 1만 8300건의 조사를 실시하되 숨은 세원 양성화 등에 조사역량을 집중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은 우선 갈수록 지능화되는 신종·첨단 탈세수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달 중 ‘첨단 탈세 방지센터’를 설치·운영하고 탈세위험이 높은 취약업종의 조사선정 비율을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역외탈세 전담조직 신설, 해외금융계좌신고제 실시(6월) 등을 토대로 본격적인 역외탈세 추적 업무에 착수키로 했다. 대재산가·대기업의 국제거래를 정밀 검증해 변칙적인 금융·자본거래, 해외투자소득 미신고, 해외 재산은닉 등을 통한 역외탈세 차단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국세청이 이처럼 역외탈세와의 ‘전면전’에 돌입한 것은 중장기적으로 세입기반을 확충하고 현정권의 화두인 ‘공정사회 구현’을 염두에 둔 이중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역외탈세는 단순한 세금탈루 차원을 넘어 국부를 해외로 빼돌린다는 점에서 악질적인 조세포탈 행위라는 것이다. 지난해 국세청이 ‘숨은 세원 양성화 원년’을 선포한 뒤 1년 동안 제도적, 인적 인프라 구축에 총력을 기울였다. 지난해 11월 수입금액 300억원 이상 1000억원 미만 기업 가운데 사주가 회계조작을 통한 기업자금 유출의혹이 있거나 자본거래, 역외거래를 통해 조세를 회피한 의혹이 있는 기업 150곳에 대해 중점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기업자금 불법유출을 통한 비자금 조성, 우회상장·차명주식 등을 통한 변칙적인 상속·증여를 막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돌입했다. 차명재산에 대해선 ‘차명재산 관리프로그램’에 수록해 실명전환·매매 등으로 인한 소유권 변동내역에 대해 철저히 관리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또 지능적 재산은닉, 고액체납자 등의 추적을 강화하기 위해 지방청에 ‘체납정리 전담팀’을 신설하고 ‘은닉재산 추적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해 악의적 체납처분 회피자를 적발, 형사고발하는 등 체납자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국세청] ‘첨단탈세방지센터’ 신종수법 차단

    국세청이 14일 밝힌 내년 업무계획은 ‘서민 친화적인 공정한 세정’으로 요약된다. 징세 당국으로서 당연한 목표이지만, 내년에는 납세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책 집행의 강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우선 신종·첨단 탈세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첨단탈세방지센터’를 신설하고 법인 조사대상을 선정할 때 대표자, 최대주주 등의 개인세금 탈루 혐의까지 입체적으로 분석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정기 세무조사라고 하더라도 탈루 혐의가 상당한 경우 금융조사, 거래처·관련기업 동시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탈루 혐의가 짙은 기업에는 사실상 정기세무조사와 특별세무조사의 경계가 없어진다. 나라 밖 등의 숨은 세원을 찾아내기 위한 조치도 강화된다. 기존 ‘역외탈세전담기구’를 국제조사관리관 산하의 과(課)로 신설·개편하고 전 세계 15곳에 해외정보 수집 요원을 파견, 국제공조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내년에 1조원 이상 역외탈세를 적발한다는 목표다. 거액 재산가와 대기업 사주 등의 변칙 탈루에 대한 검증도 강화된다. 이현동 국세청장은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차단하고 우회상장, 차명주식 등 변칙 자본거래를 이용한 기업자금 유출과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 등에 대해 검증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중소기업과 서민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들이 세금 문제에 신경 쓰지 않고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사업기간 20년(수도권 30년), 수입금액 500억원(개인 20억원) 미만 장기 성실납세 중소기업 및 조사모범 납세자에 대해 5년간 정기 세무조사를 면제하기로 했다. 성실 중소기업은 조사대상이 되더라도 간편 조사, 사무실 조사 등을 통해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36년만에 ‘법원의 사죄’

    36년만에 ‘법원의 사죄’

    “영광입니다.” 1974년 7월21일 군사재판(비상군법회의) 법정. 대통령긴급조치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된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김병곤(당시 21세·1990년 작고)씨는 검찰이 사형을 구형하자 이렇게 외쳤다. 변론을 맡았던 강신옥 변호사는 “차라리 피고인 석에서 그들과 같이 재판을 받는 게 편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가 법정모욕죄로 구속됐다. 우리 사법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날’로 남은 이날에 대해 법원이 36년 만에 사죄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 홍승면)는 30일 대통령긴급조치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됐던 이철(62) 전 한국철도공사 사장 등 12명에 대해 무죄 또는 면소를 선고했다. 무죄를 선고받은 이들 중에는 검찰의 사형 구형에 “영광입니다.”라고 응수한 김씨도 포함돼 있었지만, 부인이 대신 선고를 들었다. 이미 20년 전 작고했기 때문이다. 군부의 서슬이 시퍼렇던 1974년 서울대에 재학 중이던 김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에 반대하는 운동을 펼치다 “공산주의자들의 조종을 받아 인민혁명을 시도했다.”는 누명을 뒤집어썼다. 그의 나이 고작 21세. 비상군법회의 검찰부가 구속 기소한 180명 중 가장 어렸다.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김씨는 상급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이듬해 형 집행정지로 풀려났다. 하지만 민주화를 향한 ‘투쟁’은 멈추지 않았고, 무려 6번이나 더 옥살이를 했다. “군사 독재를 결코 대물림하지 않겠다.” 야학교사를 하다 김씨의 반려자가 된 박문숙(55)씨는 그가 항상 입버릇처럼 했던 말을 전했다. 두 딸이 태어났지만 ‘옥살이’ 탓에 실제 얼굴을 본 적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김씨가 안동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어느 날 가족과 특별면회가 주어졌다. 박씨는 두 딸과 함께 비행기에 올랐지만, 문득 어린 딸들이 ‘자랑스러운’ 아버지를 이상하게 여길까 걱정됐다. 결국 “지금 미국에 있는 아버지를 만나러 간다.”며 딸들을 데려가야 했다. 김씨는 1990년 12월 위암으로 37세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김씨는 20년이 더 지나고 나서야 ‘삶’을 인정받았다. 민청학련 사건 재심을 맡은 재판부는 “법원은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사명이 있음에도, 민청학련 사건에서는 재판 그 자체가 인권침해 수단이었다.”고 사죄했다. 또 “30년이 넘도록 이를 바로잡지 못한 것도 법원의 잘못”이라며 “피고인들의 용기와 희생으로 민주화가 이룩된 만큼 국민의 자유와 권리 수호라는 사명을 다시 한번 되새기겠다.”고 다짐했다. 김씨가 “영광입니다.”라고 응수했던 일화가 전해지자, 시인 김지하는 ‘고행 1974’라는 글에서 이렇게 적었다. “분명히 사형은 죽인다는 말이다. 그런데 ‘영광입니다’. 확실히 그렇다. 우리는 드디어 죽음을 이긴 것이다. 병곤이 한 사람, 나 한 사람이 이긴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집단적으로 이긴 것이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사설] 국민이 납득할 ‘공정사회’ 원칙 만들자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공정한 사회’가 집권 후반기 국정철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도 “(공정한 사회는) 사회지도자급, 특히 기득권자들이 지켜야 할 기준”이라면서 “매우 불편스럽고 고통스러운 일인지 모른다.”고까지 했다. 이제 야당은 물론 국민도 현 정권이 주요 정책이나 인물을 내세울 때마다 공정이라는 잣대를 들이댈 것이다. 공정이 우리의 화두가 된 것이다. 여권은 싫으나 좋으나 공정사회라는 기치 아래 정국을 돌파할 수밖에 없다. 여권 일각에서는 ‘공정사회’가 정국 운용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공정은 누구의 발목을 잡거나 굴레가 되는 가치가 아니다. 만약 공정이라는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특정 정당이나 계층에 고통이 된다면 그들은 위법·부당하거나 잘못된 특혜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공정사회는 이 대통령의 말 그대로 일류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힘들고 어렵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과제다. 이제 한나라당이든, 청와대든 공정사회의 기본 원칙을 본격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아직까지 공정사회의 준칙이나 기준 등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야당과 국민,시민단체의 여론을 폭넓게 수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주요 정책이 제시될 때마다 불거질 수 있는 공정성 논란에 설득력 있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공정사회는 국민통합에 기본 방향을 두고 준칙을 세워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사회의 분열은 치유하기 어려울 정도다. 해방 이후 가장 심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런 분열을 완화하지 않고서는 미래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민통합을 위해서는 먼저 지도급 인사들이 공정사회를 이끌 인물이어야 한다. 청렴해야 하고 비리와 반칙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그들의 비리를 방관하고서는 공정사회는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그 첫 관문은 총리 및 국무위원 후보 지명이 될 것이다. 아울러 여권은 지난 6·2선거에서 참패한 뒤 친서민 실용중도정책을 내세워 7·28 재·보선에서 승리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교육 기회의 균등 보장, 집값 상승 억제 등을 통해 부의 대물림과 양극화를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들이 신분 상승을 꾀할 수 있는 준칙 등이 공정사회의 기준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 [서울Focus]노원구 No.1 영어교육 실험…영어화상 학습프로그램 나이스!

    [서울Focus]노원구 No.1 영어교육 실험…영어화상 학습프로그램 나이스!

    한국 사회에서 교육은 사회적 지위 이동성을 보장하는 주요한 수단이었다. 21세기 한국에서 공교육이 위축되고 사교육 시장이 무한히 팽창하는 것을 우려하는 이유는 부의 편차에 따라 가난이 대물림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노원구(구청장 김성환)의 원어민 영어화상 학습프로그램인 ‘나이스(NISE:Nowon Interactive Spoken English)’는 사교육의 장점을 받아들여 공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한 구청이 지원하는 교육프로그램이다. 구청이 직접 나서서 서민들의 사교육비를 크게 덜어 주고 보편적 복지로서 교육기회의 균등화를 실현하려고 내놓은 획기적인 모델이다. 원어민 영어화상학습은 그것 자체로서 새로운 모델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원어민 교사 1명에 학생 4명이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며 교육한다는 점에서 처음 도입된 교육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노원구는 2008년 12월 영어전문업체인 ‘시사YBM’과 손잡고 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현재 필리핀 원어민과 영·미권 원어민으로 구성된 강사들 60명이 오후 3시부터 11시까지 하루 8~11차례 교육을 한다. 수업은 월수금 30분씩 또는 화목 45분씩 주간 단위로 120분 교육이다. 교육비로 학부모들은 한 달에 5000원을 부담하면 된다. 구청이 3만 1000원의 지원을 하고 있으니 원래 수업료는 3만 6000원이다. 영어전문학원의 한 달 교육비가 20만~40만 원을 훌쩍 넘는 현실에서 사교육비 경감이 주는 효과는 크다. ‘필리핀 강사라니, 5000원짜리 싸구려 영어 교육 아니냐?’라고 폄하할 수 없다. 오세길 교육진흥과장은 20일 “필리핀 강사가 대부분이지만 영어영문학과 졸업자 여부, 교사 자격증 소지 등의 철저한 자격관리를 통해 교육의 수준을 확보하고 있고, 영미계 강사의 수를 확대할 것을 시사YBM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다. 사설영어학원은 강사 1인당 학생 수가 10명 이상으로, 원어민 강사와 영어로 말할 기회가 적다. 반면 나이스는 강사 1명당 학생 4명으로 영어로 말할 기회가 더 많다. 게다가 녹화된 동영상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영어수업이다 보니 영어에 대한자극도 크다. 학부모 전상미(40·노원)씨는 “필리핀에서 1년간 어학연수를 하고 온 딸이 이 프로그램이 아주 재밌다고 하고, 옆에서 강의하는 내용을 보면 발음도 문제가 없다.”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정은(노원 동일초 5년)양은 3번째로 이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있는데 “이제 영어로 조리있게 대화하고 유머를 구사할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3개월째 공부하고 있는 배진모(보성중 2년)군은 “원어민과 마주보고 대화를 하니까 영어 말하기에 자신감이 생기고 말하는 능력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학습신청자들이 늘면서 노원구는 지난 6월 10억 원을 들여 시스템을 확장해 동시접속을 최대 2400명까지 확대했다. 이 프로그램이 성공적이라는 의미다. 입소문이 나서 전국적으로 이 시스템이 확산될 전망이다. 전남 보성군은 지난 3월 ‘나이스’를 도입했고, 경북 포항과 경주도 올 4월에 계약을 맺고 학생들의 영어교육을 도와주고 있다. 도봉구와 부산 서구는 구두계약을 맺어놓은 상태이다.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보편적 복지로서 영어교육을 확산하고 사교육비를 줄이려면 공교육과 연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원구는 “초등학교 3학년에게 무료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안을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그래픽 강미란기자 mrkang@seoul.co.kr
  • [TV비평] ‘공부의 신’ 판타지 씁쓸한 이유

    [TV비평] ‘공부의 신’ 판타지 씁쓸한 이유

    새해 벽두 월화드라마 전쟁의 승자는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안정권에 들어선 KBS 2TV ‘공부의 신’이다. ‘선덕여왕’의 오랜 독주가 막을 내린 뒤 방송3사는 일제히 새해 첫 월요일, 동시에 출사표를 던졌고 그 결과에 더욱 관심이 모아졌다. 사실 ‘공부의 신’의 흥행은 방송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쉽게 예상된 것은 아니었다. SBS는 10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메디컬 사극 ‘제중원’으로 ‘선덕여왕’의 고정 시청자를 노렸고, MBC는 ‘내이름은 김삼순’과 ‘커피프린스 1호점’의 계보를 잇는 ‘파스타’로 젊은 시청자를 공략했다. 때문에 거액의 제작비도, 눈에 띄는 청춘스타도 투입되지 않은 학원물 ‘공부의 신’은 방영 전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했다. 물론 누나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국민 남동생’ 유승호가 주연을 맡는다는 사실에 대한 기대감은 작용했지만, 이 작품은 고교생의 사랑보다는 명문대에 진학하는 스토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지난 몇년간 방송가를 돌아보면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꽃보다 남자’(2009), ‘궁’(2006), ‘쾌걸춘향’(2005)처럼 유독 1월에 학원물이 강세를 보여왔다는 점이다. 가장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원인은 겨울 방학으로 인한 10대 시청자의 증가다. 방학시즌을 겨냥해 학원물을 내놓는 드라마 제작사도 있다. 더 큰 원인은 바로 ‘판타지’에 있다. ‘공부의 신’, ‘꽃보다 남자’, ‘궁’은 모두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만큼 내용이 다소 허무맹랑해도 잠시나마 팍팍한 현실을 잊고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판타지 로맨스를 표방한 ‘꽃보다 남자’나 ‘궁’에 10대뿐아니라 20~40대까지 빠져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부의 신’ 역시 다분히 성공판타지적 요소를 담고 있다. 꼴찌들이 단기간에 공부를 잘하는 방법을 터득해 최고 명문대에 진학한다는 것은 판타지에 가깝다. 특히 사교육을 통한 부의 대물림이 만연된 한국 사회에서 극중 강석호(김수로)처럼 답답한 교육 현실을 뒤집는 스타가 나타나기를 꿈꾸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판타지의 이면에는 여전히 학벌 중심으로 돌아가는 ‘1등 지상주의’에 대한 중압감과 잘못된 입시 관행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입시트레이너’를 자처하는 석호는 “머리 좋은 놈들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공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말 명문대 진학만이 인생 최고의 목표인지에 대한 고민은 결여됐다. 정덕현 드라마 평론가는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하는 과정에서 암기식, 주입식 입시교육을 강요하는 등 잘못된 일본의 교육 문화까지 여과 없이 방송한 것은 문제”라면서 “아무리 대리만족의 요소라지만, 소수의 학생만을 대상으로 명문대 특별반을 구성해 교육을 시킴으로써 엘리트주의와 입시열풍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서울광장]개천의 용을 키우지 못하는 사회/이순녀 논설위원

    [서울광장]개천의 용을 키우지 못하는 사회/이순녀 논설위원

    월화드라마의 지존 ‘선덕여왕’을 떠나보낸 허전한 마음을 안고 TV 채널을 돌리다 흥미로운 드라마를 만났다. ‘공부의 신’(KBS)이다. 2007년 화제를 모았던 ‘강남엄마 따라잡기’의 맥을 잇는 교육문제 드라마로, 첫 방송부터 시청률 1위에 오르며 인기를 끌고 있다. 1·2회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달동네 재개발지역에 위치한 사립 병문고는 개교 이래 국립 명문대(극중에선 천하대)에 단 한 명도 보내지 못한 삼류 학교다. 가정환경이 불우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공부와는 담을 쌓았고, 교사들도 아이들을 포기한 지 오래다. 재단 이사장의 요청으로 학교법인 청산 업무를 맡은 변호사 강석호는 자신의 모교이기도 한 병문고를 살리기 위해 ‘국립 천하대 특별반’을 만들어 1년 안에 5명의 합격생을 내겠다고 공언한다. 이른바 ‘개천에서 용 만들기’ 프로젝트다. 특별반에 모인 학생들의 면면은 오합지졸이다. 중국집 배달 ‘알바’를 하며 할머니와 힘겹게 살아가는 백현, 술집을 운영하며 사랑타령만 하는 철없는 엄마 때문에 골치아픈 풀잎, 공부머리는 타고나는 거라며 자식공부에는 관심이 없는 낙천적인 부모를 둔 봉구, 춤과 노래에 빠져 공부는 뒷전인 찬두, 좋아하는 백현을 따라 무작정 특별반에 들어온 현정. 드라마의 원작인 일본 만화 ‘최강입시전설, 꼴찌 도쿄대 가다’에서 미리 힌트를 얻자면 이들 중 일부는 강석호의 열정에 감화돼 천하대에 진학하는 인간승리를 거둘 전망이다. 그래야 드라마고, 또한 그래서 드라마다. 드라마와 현실을 비교하는 건 부질없지만 한번 생각해보자. 이 아이들이 현실에서 명문대에 진학할 확률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극중에서 스치듯 지나간 에피소드 하나가 단적인 예다. 초등학생 때 줄곧 만점을 받던 봉구는 무관심 부모 아래서 성적이 바닥을 기지만 봉구보다 공부를 못했던 친구는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 덕에 외고 우등생이다. 부모의 재력과 관심(혹은 극성) 없이 아이 혼자 힘만으로 공부 잘하길 기대하는 건 이제 언감생심이다. 각종 통계와 연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보고서에서 “사교육 비중의 확대로 고소득층 자녀의 명문대 진학률이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다.”면서 부의 대물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가정 배경에 따라 대학진학률이 최대 30%포인트 가까이 차이 난다는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 결과와 신임 판사 4명 중 1명은 서울 강남, 특목고 출신이란 대법원의 분석도 있다. 개천에서 용나는 건 점점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일이 돼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일 신년 연설에서 일자리 창출과 함께 교육개혁을 앞세워 강조했다. “사교육 의존 입시 제도를 혁파하고, 공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교육 현장과 학부모들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국민들에게 믿음이 가는 교육개혁이 될 수 있도록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 정운찬 국무총리도 “공교육 개혁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교육개혁의 핵심은 빈부격차가 교육격차로 이어져 부와 가난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 바꿔 말하면 가정 형편에 상관없이 교육을 통해 신분상승이 유연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사교육의 혜택을 받지 않고도 공교육의 테두리 안에서 학생 개인의 노력에 따른 공정한 경쟁과 평가가 가능한 시스템이 하루빨리 정착돼야 한다. ‘개천에서 용나는 사회’를 지속하기 위한 공교육 강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한편으론 우려도 적지 않다. 강석호는 무기력, 나태에 빠진 병문고 교사들을 대신해 특별반 담임을 맡으면서 학교 재건의 방편으로 재고용 시험을 선언해 파문을 일으킨다. “교육도 비즈니스다.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도태돼야 한다.”는 그는 스스로를 교사가 아니라 ‘입시 트레이너’로 부른다. 학교를 입시학원화하고, 교사를 입시 트레이너로 만드는 게 과연 우리 공교육의 대안일까. coral@seoul.co.kr
  • 교육통한 富대물림 심화

    교육통한 富대물림 심화

    부의 대물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용 없는 성장’으로 일자리가 더디게 늘고,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분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했던 교육이 앞으로는 경제적 지위를 대물림하는 통로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다. 김희삼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29일 ‘세대 간 경제적 이동성의 현황과 전망’ 보고서에서 현재 30대 중·후반과 부모 세대(50~60대)를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세대 간 경제적 이동성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경제적 이동성이 높다는 것은 저소득층도 자녀세대에서는 경제적 지위가 쉽게 향상될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경제적 이동성은 세대 간 부의 대물림이 두드러진 영미권에 비해 높은 편이다. 북유럽과 비슷한 수준이다. 경제력의 대물림 정도를 나타내는 세대 간 경제적 탄력성 추정치에서 한국은 0.16, 핀란드는 0.18인 반면 미국은 0.37로 나타났다. 경제 발전으로 산업화 이전 세대보다 나은 일자리가 생겼고, 계층을 초월한 교육열로 저학력 부모 밑에서 고학력 자녀가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고도성장이 끝나고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등 성장이 고용 창출을 동반하지 못하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부의 대물림 경향이 짙어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사교육 비중이 커지면서 고소득층 자녀의 명문대 진학률이 눈에 띄게 상승하는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가구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5만 4000원인 반면 500만~600만원인 가구의 사교육비는 35만원을 웃돌았다. 또 서울대 사회과학대 입학생의 가정환경을 조사한 결과 고소득 직군 아버지를 둔 자녀의 비율이 그렇지 않은 자녀에 비해 1985년에는 1.27배에 불과했지만 2000년에는 16.6배로 늘어났다. 앞으로는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급등으로 증여·상속에 의한 대물림도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개천에서 용 날’ 수 있는 환경이 되려면 공적 장학금을 늘려 저소득층 자녀가 경제적 이유로 교육을 못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초·중 교육 단계에서 계층·지역 간 교육 격차를 줄여 재능이 사장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소득 상·하위 20% 비교… 62만원 vs 10만원

    소득 상·하위 20% 비교… 62만원 vs 10만원

    소득수준 최상위 20%(5분위)와 최하위 20%(1분위)간 교육비 지출액 차이가 4년여 만에 6배를 넘어섰다. 경제위기 등으로 저소득층의 교육비 지출은 줄어든 반면 고소득층의 지출은 늘어난 까닭이다. 소득격차가 부의 대물림으로 이어지는 교육 기회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8일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를 분석한 결과 올 3·4분기 소득 1분위 계층은 교육비로 10만 3131원을 쓴 반면 5분위 계층은 61만 9543원을 지출, 둘 사이의 격차가 6.01배로 벌어졌다. 2004년 2분기 6.18배 이후 가장 큰 것이며 매년 3분기 기준으로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배율이다. 1분위와 5분위간 격차(3분기 기준)는 2006년 5.7배에서 2007년 5.2배로 떨어졌으나 지난해 5.5배로 벌어지는 등 다시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 3분기 ‘정규교육’ 지출액은 1분위와 5분위간에 4.9배(1분위 5만 547원, 5분위 24만 9099원) 차이가 났으나 ‘학원 및 보습교육’은 7.2배(4만 8840원, 35만 3317원)에 달해 공교육보다는 사교육에서 교육비 지출의 양극화가 심했다. 지난해에는 1분위와 5분위 배율이 정규교육 4.3배, 사교육 6.9배로 올해보다 낮았다. 교육비 지출 규모 자체가 하위 60%(1~3분위)에서는 줄고 상위 40%(4~5분위)에서는 늘었다. 1분위의 교육비 지출은 지난해 3분기 10만 8919원에서 올 3분기 10만 3131원으로 5.3%가 줄었고 2분위는 23만 212원에서 19만 6799원으로 14.5%, 3분위는 33만 2623원에서 32만 7321원으로 1.6%가 감소했다. 반면 4분위는 40만 2407원에서 45만 649원으로 12.0%나 상승했고 5분위도 59만 6345원에서 61만 9543원으로 3.9%가 늘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경기침체와 사교육 등의 문제도 있겠지만 올해의 경우 중·고교 납입금이 대폭 오르면서 학생 수가 많은 고소득층 가구의 교육비 부담이 커진 반면 저소득층은 고령화의 진전으로 학생 수가 줄어든 경우가 많아 격차가 확대됐다.”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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